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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등불과

2015. 3. 12. 16:12 | Posted by 2ndboost

 

 

 

또 하나의 등불과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족과도 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에 담으면, 그 녀석의 비위가 상하는 것은 불을 보는 것보다도 더 뻔해서다. 나라도 그 정도는 안다. 여동생에게 만년 태클을 받는 것은 폼이 아니다. 아무튼 성장이라기보다는, 역시 조교되는 느낌이 강한 생각도 들지만.

 

  그래서 나는, 이 건에 대해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감상을 남길 생각은 없다. ...아니, 의견을 제시해보라는 말을 들을 일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분명. 나도 그 녀석도, 이 일을 누군가에게 말할 일은 없을 테니까. 말할 필요 같은 것은, 아마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나에게도 그 녀석에게도 오늘이라는 하루는 이미 끝났고, 그 골조의 밖에서 우리들은 정말로 우연히, 우연히 만나게 되고 말았을 뿐이다. 그것은 조금 전까지의 시간이란 불연속적으로 쪼개진 것과 같은, 정말 사소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고 보면, 이것은 막간과도 같은 거겠지. 아니, 막간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들어맞지 않는다.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것조차도 애매한 시간. 겨울 밤하늘에 토하는 숨처럼, 멍하니 있고, 그리고 지금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억.

 

  나는 일기 같은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지만, 만일 오늘 있었던 일을 적는다 해도, 그것은 덧붙이는 것처럼 한 두 줄로 끝날 것이다. 하루가 끝난 뒤에, 무언가가 마무리 된 뒤에, 그럴 정도로 장황하게 해야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 나에게도, 그 녀석에게도.

 

  그래서 이를테면 그것은, 이런 한 문장으로 시작되고, 그리고 끝난다.

 

 

  그 날 돌아가는 길, 그녀들과 헤어진 뒤,

나는 그 녀석과―――잇시키 이로하와, 우연히 만났다.

 

  단지 그것 뿐. 다만 그것뿐인 이야기다.

 

 

 

   ×   ×   ×

 

 

  역의 버스 정류장도 또, 평소에 비하면 고요했다.

 

  이브에 최고조를 맞이한 크리스마스 열기가 떠난 것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왕래 자체가 적다는 인상을 받는다. 역의 개찰에서 배출되는 사람들의 낯짝을 보고, 아아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도 겨울방학에 접어들었지 라는 것을 떠올린다.

 

  요즘 들어 바빴고, 동아리도 여전히 있었으니까 잊고 있었지만, 벌써 종업식을 맞이했었구나. 학생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적은 것도, 이 고요한 느낌에 한 몫 하는 거겠지. 동아리하다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이 하나 둘 보일 뿐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일단 동아리하다 가는 길에 해당되려나. 나는 조금 전보다 약간 가벼워진 짐을 다시 짊어지고, 역전에서 우두커니 섰다가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이따금 엇갈리는 사람은, 둥지로 돌아가는 사축, 다시 말하면 집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는 샐러리맨들. 정말 이런 새해까지 변함없이 고생이다. 이 만큼 일해주고 있다면, 딱히 내가 힘쓸 필요 같은 건 없다 생각하고 싶어질 만한 근면성실.

 

  그런 그들도, 며칠만 더 지나면 조금씩 귀성이나 새해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단번에 연말 모드로 이행한다. 매년 일어나는 일이면서 바쁘기 그지없다. 왕래가 적어진 역전에 켜진 전광이, 아련하게 어쩐지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

 

 

  겨우 크리스마스가 끝났구나, 하고 나는 작게 숨을 내쉰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인가, 혹은 분수에 맞지 않게 끝을 애석히 여기는 건가. 어느 쪽인지 판단에 서지 않는 동안에, 하얀 숨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녹아들어가고 말았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길었다.

 

  평소라면 그야말로, 치킨과 케이크를 먹을 뿐인 날, 코마치가 조금 편히 있을 수 있는 날에 불과했겠지만. 선물은 어느 샌가 받을 수 없게 되었지... 코마치는 아직도 받고 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대체로 아버지 탓.

 

  원래 크리스마스 이브까지가 바빴고, 이브 당일도 야단법석이었다. 덤으로 크리스마스조차 이런 시간까지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거야 배가 가득 찰만도 하다. 이제 힛키 같은 걸로 부르게 하지 않을 거다. 아니, 그러면 어떻게 부르라고 할 말도 없지만.

 

  작년의 나로서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소행일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광기어린 열기로 들끓는 거리 속에 뛰어들어 간다든가, 자살행위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아무튼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구석은 있지만, 사람이 길들여진다고 할까 적응력에는 놀랄만한 요소가 있다.

 

  그래, 습관. 적응.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게 되는 방위수단.

 

  환경이 바뀌었다 해도, 거기에 몸을 두는 사람의 본질도 역시 확 달라진다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다. 사람은 그 본질을 바꾸지 않은 채, 오히려 그것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환경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달리 적당히 써서, 완충장치를 준비한다.

 

  이렇게 일이 있을 때마다 밖으로 끌려가는 것에, 반년 간 조금씩 포기하게 된 것도 비슷한 거겠지. 일단 저항해봤지만 전부 건성으로 넘기는 걸... 싫어하지 않는데 싫어한다든가, 싫다 뭐야 그 츤데레.

 

  단지 뭐... 아마 그것만이 아니겠지만.

 

 

..., 다음 버스는...

 

 

  그런 평소의 뇌내논의(특기)를 펼치면서, 나는 정류장 팻말에 다가가서, 거기에 쓰인 시각표를 노려보았다. , 잠깐 기다리면 바로 타려는 버스에 탈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신도심, 러시가 지난 이 시간대라도 그런대로 있어서 편리. *연접 버스 같은 게 오면, 약간 텐션도 오르고.

 

연접버스 : 아주 긴 버스. 길어서 보통은 바퀴가 6개 이상 있다.

 

  심정적으로는 걸어서 돌아가도 괜찮았지만, 코마치를 먼저 돌려보냈으니까 말이지... 그 녀석의 다리라도 이미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왔는지 어떤지 미묘한 시간대이고, 아무튼 빨리 돌아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버스라면 15분 정도면 갈 수 있을 거다.

 

  코마치에게는 천천히 와도 돼, , 뭣하면 안 와도 돼... , 그건 역시 너무 빠를까...?이런 식의 말을 듣긴 했지만. 안 와도 돼라니, 오빠 동사한다? 마음도 몸도 식어버린다.

 

  그런 말을 들으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돌아가고 싶어지는 게 귀여운 여동생이 있는 오빠의 심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더 이상 들르기도 우회도 전혀 하지 않고, 집에 바로 돌아가기로 속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아무튼, 아까 전에 들른 길이 그렇게 나빴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밤의 어둠 속, 반짝이며 흔들리던 작은 머리끈을 떠올린다. 하나는 핑크, 또 하나는 블루. 바람에 나부끼는 그녀의 흑발과 활기차고 크게 흔들리는 그녀의 손.

 

 ―――・・・・・・메리 크리스마스

 

  기뻐해 주었다면 정말 다행이다. 코마치에게 몸에 차는 건 어려워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결과 오라이라는 거겠지. 줄지 어떨지도 생각보다는 직전까지 망설였는데.

 

  어쩌면 내 방황을 코마치는 간파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내게 중간에 들렀다오게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실제 이유를 묻는 것은 눈치가 없는 거겠고, 안 와도 돼 발언의 진상을 알게 되는 것도 무서우니까 묻지 않겠지만.

 

  뭐 아무렇든, 덕분에 나는 지고 있던 짐을 약간 덜 수 있었던 것 같은, 안심이 되어 있었다. 사실 아까 전까지 짐꾼이었으니까 물리적으로도 가벼워지긴 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니까.

 

  아마, 적어도 나에게 그 선물은 그만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주는 측도, 그리고 받는 측에게도. 그렇겠지, 이런 남 일 같은 말투밖에 못하는 이유는, 그 의미를 다 정리하지 못해서겠지만.

 

 

.............

 

 

  조금 전의 부끄러움을 떠올린 탓인지, 갑자기 심장박동이 약간 빨라진다. 그래서 말 안 하는 거다. 이 건에 대해서 어설프게 생각하려고 했다간, 최신 트라우마 폴더에 불을 지피게 될 수도 있으니까...

 

  ..., 그렇게 되지 않게 느긋하게 생각하자. 다행히도, 내일부터 겨우 예정 없는 겨울방학이니까.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하고, 결국 아무것도 안 해. 이런 장기휴일은 우선 옆으로 치워두고.

 

  하지만 겨울방학인가... 여름방학에 비해 상당히 짧다고는 해도, 오래간만의 휴가다. 운 좋게도 예정도 예비학교 정도에 그 외에는 한 건도 없다. 연말연시 즈음에 내리기 시작하는 치바의 새 눈처럼 새하얗다. 앞으로는 밟혀서 망쳐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는 말해도 유이가하마라든지 연초 정도에는 왁자지껄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의 생일이 어떻든가 했었지. 그 녀석의 생일이 언제인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유이가하마가 하는 말을 보아하니 다음 달 같고.

 

  겨울 방학 같은 날이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 이렇게 생각이 겨울방학 예정으로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나는 투덜투덜 겨울방학에 할 것(혼자서)을 리스트업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위에 신경 쓰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들린 그 목소리에, 곧바로는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라? 저기-... 선배?

 

..........

 

잠깐요, 선배는 참!

 

......... ?

 

 

  내가 얼굴을 들자, 눈앞에는 전에 봤던 여학생이 있었다.

 

  황갈색 세미롱에, 작은 동물처럼 동그란 눈동자. 옷깃에 모피가 있는 더플코트를 껴입고, 치맛자락이 짧은 스커트에서 술술 뻗어 나온 다리는 검은 레깅스에 싸여있다. 본인의 생각보다는 눈에 띄는 외관과는 정반대로, 그 색조는 의외로 얌전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녀석은 볼록하고 볼을 귀엽게 부풀리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예요 그 반응... 그렇게 화들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 아아... 아니, 별로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해두는데 선배 쪽이 엄청 의심스러웠으니까요? 왠지 투덜투덜 중얼대고 있어서 오싹했고. 말을 걸까 어떨까 망설였는데요.

 

 

  그리고 그 약삭빠른 표정에도, 달콤하지만 독기가 있는 말투에도, 역시 최근에 본 기억이나 들은 적이 있었다. 그나저나, 그렇게 기분 나빴으면 억지로 말을 걸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 그건 그렇다 치고.

 

 

...뭐 해? , 이런 데에서

 

 

  확실히 이 녀석의 생활권은, 좀 더 남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볼 일이라도 있었나.

 

 

저는... 근데 선배야말로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이라니... 뭐야, 내가 외출하는 게 그렇게 의외인 거냐?

 

  그 녀석은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뭔가를 눈치 챘는지, 앗하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마라고는 생각하는데 저건가요? 스토커예요? 죄송해요. 그런 거 저 난처하다고 할까 역시 무리예요.

 

아니... 틀리다니까

 

 

  그러니까 어디에 그런 요소가 있다는 거냐. 이게 농담이 아니라면, 자뻑도 너무하잖아, . 나한테 듣는다는 건 상당한 거라고?

 

  자기가 먼저 말을 건 것치고는 바로 확 빠지는 녀석... 잇시키 이로하의 행동에, 나는 얼마 안 되는 후배의 장래를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 선배 여기예요! 여기!

 

... 오우

 

 

  구석 쪽에서 손을 흔드는 잇시키를 따라, 나는 마주 보게 되어 있는 의자가 놓인 작고 둥근 테이블까지 걸어가서, 가져온 쟁반을 거기에 두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쪽의 의자에 걸터앉는다.

 

  맞은 편 자리에 조금 전부터 앉아 있던 잇시키는, 코트를 벗어 의자 등에 걸치고 있었다. 쟁반 위에서 큰 컵을 고르고는 양손으로 움켜쥐고, 그 따뜻함을 손에 익숙해지게 하듯이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녀가 손에 든 것은 크림이 얹힌 카페라떼다.

 

 

하아... 따뜻해. 선배, 잘 먹겠습니다~

 

아아, 아니, 별로 신경 쓰지 마

 

...저기, 눈앞에서 지갑 속을 확인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싫어도 신경이 쓰이니까요...

 

 

  어쩔 수 없잖아. 버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어떨지의 갈림길이니까. 나는 지갑을 치우고는, 쟁반에 하나 더 남아 있던 컵을 손에 들어, 내 앞에 두었다.

 

  그런데... 우리들이 지금 있는 곳은 역의 맞은 편, 메세 어뮤즈몰 안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그래도 마침 다행이에요. 선배, 뭔가 사주세요.

 

 

  역전에서 잇시키를 만난 뒤. 그런 말을 하기 시작한 후배에 의해, 나는 반 강제로 이 가게로 왔던 것이다. 사준다든지 그런 문화에 전혀 인연 없는 나한테 그러다니 무슨 생각이냐. 부탁할 상대가 분명 잘못됐다... 뭐 결국 고분고분하게 한 턱 내는 나도 나지만.

 

 

그래도 아까 전 그건 아니었어요. 안 사준다 해놓고 왜 자판기로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은 이제 여유가 없다고 했었잖아... 거기에 저거다, 자판기라 해서 나쁜 것도 아니야.

 

 

  자판기라도 맛있는 음료는 판다. , MAX 커피라든지! (direct marketing)아니, 처음부터 자판기 목적이었던 게 아니다. 커피캔에는 안 보이는 줄무늬가 눈에 들어왔으니까 무심결에... 덧붙여서 맛도 커피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커피라고 하면, 지금 내 눈앞에 놓인 것들이 이른바 일반적인 커피일 것이다. 나는 뚜껑을 열고, 검은 수면을 들여다본다. 아직 상당히 뜨거운 것 같다. 나는 막대로 그것을 저으면서, 좀 전에 하다 만 질문을 다시 했다.

 

 

...그래서, 넌 뭘 한 거야? 이런 데에서

 

뭐라니, 평범하게 볼 일이 있었어요. 학생회 관계로

 

학생회?

 

 

  내가 되묻자, 잇시키는 끄덕하고 수긍했다.

 

 

아니, 딱히 일 같은 게 아니에요. 크리스마스 이벤트의 뒤풀이? 그런 느낌으로 모두 밥먹으러가자는 이야기가 돼서

 

아아... 과연

 

 

  요점은 우리들과 같다는 건가. 학생회는 학생회에서 할 거라고 유이가하마도 말했지만, 설마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했을 줄이야...

 

  눈앞의 소녀, 잇시키 이로하는 1학년임과 동시에 요즘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학생회장이기도 하다. 우리들 봉사부는 바로 어제까지, 크리스마스 이벤트와 씨름하는 학생회의 보좌라는 형태로 그녀의 일에 관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생회도 뒤풀이 오늘이었군. 틀림없이 어제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세세한 자료정리 같은 건 어쨌든, 학생회에서 인수한 물품 정리는 어제의 단계에서 큰일은 대강 끝났을 것이다... 왜 아는 거냐고 묻는다면, 나도 거들었으니까. 정말로 이 후배는 사람 다루기가 거칠다.

 

 

그렇긴 한데요. 그래도 모두들 지쳤다고 할까 뭐랄까...

 

호오...

 

 

  사람을 거칠게 다루는 데 정평이 나있는 이 녀석의 입에서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는 말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학생회장으로서의 자각이 약간이나마 높아진 것이면 매우 좋다... 고 감탄할 준비를 했지만,

 

 

, 단지 제가 빨리 돌아가고 싶었던 것뿐이지만요.

 

 

  이렇게 이어지니까 엉망이다.

 

 

...뭐야, 너도 이브는 가족과 보내는 타입이라서?

 

? 뭐예요? 그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코마치가 이르길, 이것은 여자일 경우 그 사람 외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 거절하는 방법이라 했지만... 잇시키의 멍한 표정을 보아하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코마치가 말하던 모습이 너무 무서웠는데, 그렇지 않은 샘플이 나와서 약간 안심.

 

 

약간 수면 부족 상태라 졸렸던 거예요. 땀도 나서 샤워하고 싶었고

 

아아... 그래...

 

 

  자신에게 솔직하구만 이 녀석. 이 정도로 노골적이면 반대로 호감을 가질 수 있기까지 하다.

 

  그래도 수면부족이라... 확실히 실전 전이고, 이 녀석은 이 녀석대로 긴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경험이 적은 1학년이고, 딱히 학생회에 소속된 적이 있던 것도 아니니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다른 날 다시 하기로 되었는데요... 왠지 이쪽에 사는 사람이 많아서, 요 근처에서 할까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거예요, 하아...

 

되어버렸다니, ...

 

 

  이랬으면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적당히 어딘가에서 모이는 게 나았다. 아무튼 있다, 자신의 솔직함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 반대로 귀찮은 쪽으로 이야기가 굴러가는 거. 호감뿐만 아니라 공감마저 느낄 수 있게 되고 말았다.

 

 

그래도, ~우 끝났어요. - 지쳤어...

 

..............

 

 

  하지만, 그 지긋지긋하다는 목소리에 반해, 그녀의 표정은 그렇게까지 어두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안심한 듯한, 여운을 느끼는 듯한, 온화한 표정. 솔직하지 않은, 어디선가 본 듯한 비뚤어진 사람의 미소였다.

 

  아마, 그녀 안에서 이제 일단락이 된 거겠지. 학생회장으로서 처음의 큰일을, 그녀는 해냈으니까.

 

  그것은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회장 같은 중임은 맡은 적도 없으니까 모르지만, 상당한 압박이었을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불평도 했었고, 유키노시타의 평가라면 아직도 교육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런데도.

 

 

...수고하셨습니다.

 

네엣? , ...

 

 

  내 말에, 잇시키는 글쎄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좀 더 선배답게 격려하는 말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어휘가 내게는 결정적으로 부족하니까... 오늘 사준 것으로, 선배다운 행동을 못한 것은 용서받기로 하자.

 

 

덧붙여서, 오늘은 어디 갔다 왔어?

 

어디라고 하셔도... 평범하게 역전에 모여서, 밥 먹고 왔을 뿐인데요? 보세요, 이 근처에는 여러 가게들이 있잖아요.

 

 

  뭐 확실히. 상업시설도 많고, 적당한 패스트푸드에서 많이 사치스러운 식사까지, 커버하는 범위가 넓은 걸. 나도 어렸을 적에는 주말 같은 날에 가족끼리 식사하러 온 기억이 있다... 지금? - , 역시 여동생이 만든 요리가 최고지! 아버지도 안 오고.

 

 

학생회 사람들은 어떤 가게에 갈까, 약간 옷이라든지 신경 쓰였는데요... 생각보다는 평범한 가게였어요.

 

그거야 그렇겠지... 학생회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예산으로 먹으러 잘 간다고 생각했을까. 그런 일은 역시 없겠지만, 확실히 이 녀석과 학생회 임원을 할 법한 애들은 인종이랄까 털색이 다른 느낌이 드는 걸. 옷 색상이 얌전한 것은 일단 그것을 생각해서 그런 걸까.

 

  아무튼 이 녀석의 본성 숨기기로 보아, 아마 오늘도 그 나름대로 요령 있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이 내숭을 떠는 녀석이라는 것을, 이번 행사를 통해 임원들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겠지. 상호이해는 조금씩이나마 나아가는 것 같다.

 

  내가 학생회의 장래에 대해 웬일인지 생각에 빠져있자, 잇시키는 카페라떼를 한 입 마시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선배는 어땠어요?

 

? 무슨 의미야?

 

아니, 선배는 어디 가서 뭘 했는지 해서요. 학생회도, 라고 말했었고 뒤풀이 오늘이었던 거죠?

 

아아... 그런 거군

 

 

  그러고 보니 그런 식으로 말했었나. 녀석, 남이 하는 말 같은 건 안 듣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듣네.

 

 

이쪽도, 그렇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해. 이온 몰 어슬렁거리다가, 노래방 가고, 그런 느낌이야.

 

노래방인가요...

 

그래. 여기 2층이 아니라, 근처에 하나 더 있잖아, 저 쪽에 있는 거. 케이크 같은 거 들여왔으니까... 그런데, 왜 그래?

 

 

  갑자기 얼굴을 흐리는 잇시키를 보고 의아해서 말을 멈추자, 잇시키는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서 남의 눈을 속이는 웃음을 띠었다.

 

 

- 별로 아무것도 아녜요. 그러고 보니 노래방 같은 것도 있었나-해서...

 

, 그거야 있지. 제법 싸고, 뒤풀이로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그나저나, 저런 곳에 가는 건 네 쪽이 익숙한 것 같아 보이는데

 

... 그렇지도 않은데요?

 

 

  잇시키는 말을 애매하게 흐리고는, 갑자기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소곤소곤 중얼거린다.

 

 

전에는 몇 명이서 같이 갔었는데요... 제가 따라가면 항상 이상한 노래를 억지로 떠맡기구요... 게다가 노래하면 노래하는 대로 모두 선곡 리모콘 보고. 너무하지 않아요?

 

......, 미움 받는구나

 

... 그러니까 그런 일은 없는데요, 역시 장난 당하는 역이라고 할까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게 된 거군, 네 마음에서는.

 

  확실히 이 녀석이 학생회장에 입후보하는 처지가 된 것도, 그런 느낌인 도가 지나친 나쁜 장난이라고 할까, 나쁜 장난이라는 이름의 악의가 발단이었을 것이다. 여자가 떠올리는 생각이 너무 무서워서 난처하네요.

 

  이 녀석의 경우, 숨기려고 해도 전부 숨길 수 없는 저런 성격이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도 적당히 근성이 비뚤어져 있어서, 그런 녀석을 보면 승자에 편승하기보다는 약자를 동정하고 싶어지고 만다. 지금은 선배로서 위로를 해줘야 하겠지.

 

 

아무튼, 너무 신경 쓰지 마 잇시키. 너는 아직도 나은 편이다. 나 같은 건 그것을 반모임에서 당했으니까... 게다가 다음날 등교했더니, 반애들이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화제는 이미, 나만 불리지 않은 2차 모임 이야기가 돼서 전혀 따라갈 수 없었다는 거지...

 

 

  중학 시절의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내가 결사적으로 저지른 짓은 대체 어디에... 아니, 화제로 삼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닌데. 그래도, 뭔가 이렇게, 구제 같은 건 없는 겁니까.

 

 

우와아... 미안해요, 선배 그 이야기와 같이 엮지 말아주시겠어요?

 

 

  내 이야기에 잇시키는 큰 감명을 받은 것 같아, 질린 표정으로 의자를 약간 뒤로 비켜 놓았다. 이런이런, 내 흑역사도 의외의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군.(우사미눈)

 

  기분전환이 됐는지, 잇시키는 한 걸음 뒤로 당긴 자세를 바로잡고는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대고 으-응하고 뭔가를 생각하는듯한 자세로 위를 보았다. 텐프레라고 할까, 역시 약삭빠르다 그 자세. 내 여동생도 자주 한다.

 

 

그래도 케이크인가요... 뒤풀이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 파티였네요.

 

그것도 겸하는 거라고 유키노시타가 말했었지. 어느 쪽이 메인인지는 모르지만

 

유키노시타 선배가... 좀 의외일지도

 

말의 뜻은 알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주로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의 매우 백합백합스러운 짓무른 관계성이라든지. 아무튼 후배의 정조교육상 별로 바람직한 이야기도 아니고, 입에 담진 않지만. 잇시키를 조교하려던 유키노시타가, 실은 유이가하마에게 조교가 끝난 상태라니... 문장으로 만들어보니 엄청 자극적이네요, 이거.

 

  설마 그게 전해진 것도 아니겠지만, 잇시키는 무언가 미묘한 표정을 띠우곤, 약삭빠른 자세를 풀고 카페라떼를 손에 든다. 그것을 입에 옮기면서, 툭하고 중얼거린다.

 

 

크리스마스 파티인가요... 선배랑, 유키노시타 선배랑, 유이 선배로

 

뭐 부원 말고도 몇 명 정도 있었지만. ?

 

아뇨 별로. , 이제와선데요 뒤풀이할 거였으면 같이 해도 좋지 않았을까 해서. - , 뭐랬지? 시너지 효과가 뭐라고 했던가 없댔나

 

어이 잇시키, 너무 몰입했어.

 

 

  안타깝게도 효과는 좀 더 흐릿한 기억이지만... 그런데도 잇시키의 머리에 가타카나어를 박아 넣다니, 타마나와의 주박이 무섭다.

 

 

그렇다고는 해도 말이다...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이쪽은 여동생이나 토츠카 등등을 불렀으니까. 별로 학생회 사람과 관련될 것도 아니고, 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주로 내가. 토츠카는 인기인이니까, 다른 놈들에게 뺏겨서 말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주 형편이 나쁘다. 질투한 나머지 분해서 울어버리고 말 것이다.

 

  잇시키는 자기가 말한 것치고는 그러네요 라며 맞장구를 쳤다. 잘 모르겠지만, 딱히 진심으로 말한 것도 아닌 듯하다.

 

 

여동생이라면, 어제 도와주러 온 애 맞죠? 별로 안 닮았던데

 

안 닮았다는 건 필요없어... 코마치라고 하는데. 일단, 내년 여기로 시험 칠 거야.

 

-, 그러고 보니 전에도 그런 말 했었죠.

 

 

  어제는 바빠서 가볍게 인사한 정도라고는 생각하지만, 잇시키도 코마치의 존재는 알아챈 것 같다. 코마치는 코마치대로 조리실을 오가는 잇시키를 보고, 호오, 저 사람이 소문의...이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스탠드사처럼, 약삭빠르기 동료, 무언가 느끼는 게 있는 걸까.

 

  거기서 문득, 잇시키는 뭔가를 눈치 챘는지, 의아한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어라? 그런데 수험생 아녜요? 어제도 오늘도 나갔었다는 건...

 

말하지 마, 말하지 말아줘...

 

 

  그건 알고 있으니까. 비교적 바보애들 집합이라 생각되는 잇시키에게까지 걱정되면 왠지 나까지 불안해진다.

 

 

아무튼 뭐라고 할까, 성격 같은 거야, 참견을 잘한다고 할까...

 

 

  내가 그러자, 잇시키가 묘하게 납득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 그런 면은 닮았네요. 역시 남매...

 

어디가...

 

 

  나는 딱히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만. 내가 진심으로 신경 쓰는 사람은 코마치나 토츠카 정도다. 거기에 코마치도 별로 가리지 않고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분별할 것이다... , 그럼 역시 닮았으려나. 역시 남매...

 

  내가 논의의 끝에서 뜻밖의 결론(예정조화)에 이르러 혼자 놀라던 중에, 잇시키가 무언가가 다시 떠올랐는지, 문득 위를 올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도와주러 온 사람, 한 명 더 없었어요?

 

? 있었나? 그런 녀석

 

 

  내 인맥은 놀라울 만큼 좁을 텐데... 유이가하마를 통해 누군가 불렀으려나.

 

 

저 선배한테 일단 이름은 들었어요. , 확실히...

 

 

  잠시 생각하고 나서 잇시키는 자신 없는 듯이 흠칫흠칫 소리 냈다.

 

 

확실히, 자이모쿠...자키 선배?

 

...몰라 그런 중2병 환자

 

 

  아아, 있었지 그러고 보니.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왠지 모르겠지만.

 

 

역시 있었잖아요.

 

뭐 아무튼... 덧붙여서 대강은 맞는데 약간 잘못됐어. 그나저나 그거다, 토베와 같은 실수했어,

 

토베 선배와 같은 레벨...

 

 

  잇시키는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 그게 쇼크인 거냐. 역시 자기보다 랭크 낮다고 생각한 거네요, 토베를... 뭐 잇시키의 경우, 카와사키 쯤해서 엎치락뒤치락했을지도 모르지만. 카와사키가 불쌍하다. 이름 정도 제대로 기억해 두라고! (박진)

 

 

그런데 왜 또 토베 선배가 간 거예요?

 

- 왜 그랬지...

 

 

  듣고 보니 잘 떠올릴 수 없다. 확실히 요즘 어디선가 만난 기분이 드는데...

 

 

맞다, 오늘 노래방 가기 전에 우연히 만났어. 케이크 가게에서 임시 알바하고 있었지.

 

...오늘 일인데, 왜 그렇게 간신히 떠올린 것 같은 표정이에요?

 

 

  왜 그럴까. 좋은 녀석이지만. 어떻게든 좋은 녀석이기도 하지... 고쳐질지도 몰라. , 토베에 대한 기억, 3시간이 안 돼서 없어지니까...

 

 

알바요...? 아마 어제도 그랬어요. 그래서 부탁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던 거네. 아무튼 어쩔 수 없죠, 그러면

 

, 오우...

 

 

  뭔가 그 말이라면 마치 토베가 도와주러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이 들리는데... 학생회와 토베, 아무 상관도 없다니까? 이해 해주는 척해서 토베에게 죄가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건 그만둬...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이 녀석 장래가 걱정되는 녀석이다... 머지않아 학생회 임원까지 앞에 두고 부릴 것 같다. 게다가 전임을 보아하니, 학생회 임원이 될 법한 애들은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복종의식이 높은 것 같다. 그건 이미 닌자라고 부를 레벨. 그래서 엄청 기뻐하면서 따를 것 같아서 무섭다.

 

  그보다 잠깐, 그걸로 재미 붙인 잇시키가 2학년에도 학생회장을 연투하게 되면, 메구링도 새파래질 장기정권의 탄생이 아닌가. 이런 건 임기가 길수록 누구도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되어가는 거니까. 일을 아는 건 그 쪽이고.

 

  형편이라고는 해도, 나는 터무니없는 괴물을 낳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조용히 전율하고 있자,

 

 

, 도와주는 걸로 생각난 게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고 잇시키는 내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 뭐야, 그 불안하게 생각하는 건. 나 또 뭔가 불합리하게 심부름당하는 거야? 이번에는 뭔데? 연말결산이나 다른 뭔가?

 

  내가 속으로 오들오들 떨면서 준비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잇시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말하지 않았네요... 행사,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

 

 

  내가 멍하니 있는 동안에, 잇시키는 꾸벅하고 약간 머리를 숙였다. 얼굴을 들고는, 수줍은 듯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부끄러워한다.

 

 

그 뒤에 정리 같은 것 때문에 타이밍 놓쳐서, 오늘 우연히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봐요, 겨울방학 끝나 버린 뒤에는 좀 더 말하기 어려워질 것 같고

 

, 아아, 아무튼 그럴지도 모르는데... 아니, 별로 대단한 일은 안 했어. 결국, 나만 있었으면 어떤 것도 안 됐을 테고

 

 

  그래, 그녀들이 없었다면, 그 사태를 타개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을 테니까.

 

 

아무튼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요

 

, ...

 

 

  아, 보충은 없다. 아니, 딱히 필요 없다고 할 생각이니까 상관없지만?

 

  잇시키는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약간 사이를 두고, 그리고 툭하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래요.

 

?

 

선배가 도와주러 오게 되고 나서, 저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주변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 뿐이라서

 

...........

 

 

  나도 이 이벤트에 말려들어갈 때까지, 잇시키와 많은 면식이 있던 것은 아니다. 학생회 선거 때도, 잇시키와 짜게 되어서 몇 번 정도 협의한 정도다.

 

  그 정도로 잇시키도 불안했던 거라 봐야겠지. 주위에 있는 사람은 얼굴을 맞댄 지 얼마 안 된 학생회 임원과, 다른 학교 학생. 게다가 상급생도 섞이게 되면 예절이고 체면도 없이 도와달라고 할 법하니, 신경이 유들유들한 잇시키라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건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인사할 상대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그런 미소로 말하면, 나라고 해도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아무튼 받아둘게. ...미안하다, 여러 가지 서툰 점도 있었고

 

아니, 저야말로 진행하는 법을 전혀 몰랐으니까요.

 

 

  내가 살짝 머리를 숙이자, 잇시키도 흉내 내듯이 한 번 더 숙여서 인사했다. 머리를 올리자 잇시키와 눈이 마주친다.

 

 

..........

 

? 왜 그래요?

 

...아니, 뭐라고 할까 의외라서...

 

 

  이 녀석이 이렇게 솔직하게, 스트레이트하게 인사를 하다니. 이것도 그건가, 학생회장으로서 약간은 바르게 있으려는 마음의 발로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 참~ 그건 말인데요~ 선배

 

 

  잇시키는 손을 파닥파닥 흔들고,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건 그거예요. 가장 좋을 때 솔직하게 감사인사 하면, 약간 적당하지만 근본은 똑바른, 이렇게 어필할 수 있잖아요. 갭이에요 갭

 

 

  참으로, 매우 심보가 나쁜듯한 미소로.

 

 

하아.......

 

 

  이것에는 역시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안 된다 이 녀석,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 이벤트나 하야마와의 한 건으로 쓰라림을 맛보고, 약간은 나아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게 바보 같다... 이 녀석 사실은, 내 다음 정도로 성격이 비틀린 거 아냐?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가 나를 기가 막힌 눈으로 보던 게, 이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거 참 터무니없는 사람인 것 같구만

 

후후...

 

 

  잇시키는 무슨 말이냐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약삭빠른 미소를 띠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무래도 이제 가게에서 나갈 생각인 것 같다. 아무래도 계산은 내가 하는 거지만.

 

  그러고 보니 커피에 전혀 입대지 않았던 내가 서둘러 미지근해진 그것을 목에 흘려 넣고 있는데, 내 옆을 지나가던 잇시키가 무슨 말을 툭하고 속삭인 것 같았다.

 

 

...선배에게만큼은, 듣고 싶지 않아요.

 

 

 

   ×   ×   ×

 

 

 

그럼 선배, 또 학교에서 봐요.

 

, 층은 다르지만...

 

왜 일부러 그런 말 하는 거예요, ...

 

 

  입을 뾰족이면서 그렇게 투덜대고, 잇시키는 개찰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가이힌마쿠하리역 주변은, 조금 전 나와 잇시키가 우연히 만났을 때보다 더 고요해져 있었다. 크리스마스의 여운을 드러내는 것은, 역사의 출입구 근처에서 점멸을 반복하는 전광장식 뿐. 앞으로 몇 시간 정도로, 크리스마스는 확실하게 끝난다.

 

 

, 그럼 다음에 학생회실 놀러와 주세요. 정리해야 하는 서류가... 아니, 냉장고에 음료수 같은 것도 있고 꽤 쾌적하답니다?

 

절대로 일 시킬 생각이잖아 그거...

 

 

  우선 당분간은 가지 말도록 하자. 음료수라면 충분하니까.

 

 

그래도 겨울에는 따뜻한 것을 마시고 싶네요... ... 커피 메이커 같은 거, 신청하면 살 수 있겠죠?

 

너 말도 안 되는 말 하는구만... 예산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뭐 말하는 건 공짜니까요.

 

 

  그렇게 적당하게 대화한 뒤, 잇시키는 살짝 손을 흔들고는 개찰구로 사라져갔다.

 

  그것을 배웅하고 나서, 나는 개찰구에 등을 지고 걸어 나갔다. 역사에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뺨을 쓰다듬는다. 그것에 살짝 목을 웅크리고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 참에 주머니에 들어 있던 지갑에 손이 닿았다.

 

  문득 멈춰 서서, 조금 전 센 남은 돈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걸어갈까

 

 

  약간만 가벼워진 짐과, 약간만 가벼워진 지갑을 손에 들고, 나는 밤의 장막 속을 다시 걷기 시작한다.

 

  한숨을 흘리는 입가는, 쓴 웃음이 섞여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웃고 있었다.

 

 

 

   ×   ×   ×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족과도 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 녀석에게도 오늘이라는 하루는 이미 끝났고, 그 골조의 밖에서 우리들은 정말로 우연히, 우연히 만나게 되고 말았을 뿐이니까.

 

  그런데도, 전하는 것을 잊은 적이 있었다면. 분명 거기에는 의미가 있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는 밤, 아침을 맞이할 때까지 멍하니 아무도 없는 방을 비추는 등불이, 끝을 거부해서 일어난 아이들을 상냥하게 재우듯이.

 

 

 

첫 작이라 여러 가지로 시원찮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따뜻한 눈으로 봐주세요.

즐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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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이라

 

 

, 히키가야 하치만은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손으로 가린다.

주위를 둘러보자, 여름방학이 한창인데도 사람으로 들끓는 역이 있었다.

 

원래는 여름방학이니까, 라는 것이 맞겠지만 내게는 이런 빌어먹을 정도로 더운 와중에 일부러 밖에 나가는 심리를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런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떠오르는 것은 오늘 아침에 있던 일이다.

 

 

 

 

경험한다, 즉 어떤 것들을 경험한다는 것은 좋은 일인가.

 

예를 들면,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이거라면 나도 납득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라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실패도 필요하리라.

 

하지만 기다렸으면 한다.

이 경험하는 것은 좋은 일, 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적용해도 좋을까?

 

경험하지 않음에 의해 생겨나는 성공도 있는 게 아닐까.

 

이를테면 예술.

 

경험해버리면 일종의 고정관념이 생겨나고 말아, 유연한 상상력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경험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도 있다.

말하자면, 경험하지 않는 경험을 한다.

어떤 일이라도, 경험해야만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이상이, 나의 코마치에 대한 반론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낮부터 미연시에 힘쓰고 있던 내게, 코마치가 오빠한테는 경험치가 부족해라고 했던 것이 시작이다.

 

여하튼, 2 여름방학 중의 낮.

청춘이 한창일 무렵인데, 여자와 데이트도 하지 않고, 망상 속의 여자애와 노닥거리는 나를 용서할 수 없는 듯하다.

 

 

....알았어... 알았다구 오빠. 계속 그런 태도라면, 코마치한테도 생각이 있어.

 

 

내 방 문에서, 우뚝 서 있는 코마치가 말했다.

그런 코마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침대 위에서 미연시를 하는 나.

 

 

...으응. 딱히 상관없는데 문은 닫아라. 에어컨 전기세가 아까워.

 

뭐어!? 여길 보지도 않아!?

 

 

쿠웅-하고 충격 받는 코마치.

하나하나 리액션이 크구만.

 

 

진짜 화났어. 코마치 화났다구! 엄청 뿡뿡이야!

 

 

볼을 부풀리며 화내는 코마치.

히키가야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보털이, 윙윙 흔들리고 있었다.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뿡뿡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건 오빠로서 어떨까 생각해.

 

 

....-네네. 화난 코마치도 귀여워

 

, 그런 거 됐어

 

 

어이.

진심으로 싫은 듯이 눈을 돌리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크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린다.

 

 

...- 오빠

 

...?

 

지금부터 헌팅하고 와

 

?

 

 

무심결에 게임하던 손을 놓고 코마치를 보고 말았다.

얘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람.

 

 

딱히 여자애를 꼬셔서 데려오라고는 하지 않을 거니까, 적어도 여자에게 말을 걸 정도는 되고 와.

 

어이 내가 여자애한테 상대 받지 못한다는 전제로 얘기하지 마

 

? 되는 거야?

 

..............

 

 

뀽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코마치.

귀여운 게 화난다.

 

 

말해두는데. 헌팅 같은 걸 할 수 있을 정도면, 바가지 같은 것도 뒤집어쓰지 않았고, 여친 없는 세월=나이 가 되지도 않았다. 거기에 나는 그런 게 싫어.

 

안다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 기대 안 한다고 했잖아. 코마치가 말한 건 여자애한테 말을 거는 경험치는 벌어오라는 말

 

 

잠깐 사이를 두고는.

 

 

이대로 가면 오빠 평생 독신에 회사에서도 해고 된다구? 뭐 그렇게 되면 코마치가 길러주는데. ,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심하진 않겠지, 내 인생. 그렇겠지?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는데. 날 길러줘. 코마치

 

 

내 말에, 코마치는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서는 뺨을 살짝 붉히고, 양팔을 꾸물거리고 돌리면서 외치기 시작했다.

 

 

, 뭐뭐뭐뭘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오빠! 조잘조잘대지 말고 빨리 갔다 와!

 

 

그 이후로는 폭풍과도 같아서, 정신을 차리자 옷을 갈아입고 밖에 나와 있었다.

이제 이것밖에 말할 수 없다.

아무래도 내쫓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마치에게 안하면 일주일동안 말 안 할 거야라는 선고를 받았다.

 

어차피 실패하겠지만,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니까, 데미지도 그렇게까지는 심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나는 우선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서두로 돌아오는 것이다.

 

아무튼, 역에 사람이 많기 때문일 뿐이다.

 

어차피 헌팅한다면 만에 하나 성공해도 난처하고, 절대로 가능성 없는 귀여운 애가 좋겠지, 하고 역 사이를 돌아다닌다.

그러자, 기둥에 기대서 폰을 만지는 적당한 애를 발견했다.

 

이미 결과는 알지만, 긴장해서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

 

지금까지 헌팅이라든가 촐랑남 DQN 같은 건 바보취급 했지만, 막상 내가 하게 되니 엄청 긴장된다. 이제 촐랑남을 존경하게 되고 마는 레벨.

 

결심하고 다가가는 나.

 

목적으로 삼은 여자애는, 숙이고 있어서 얼굴이 안 보이지만, 그런데도 요염한 세미롱의 흑발이나 분위기를 보면 충분히 귀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거기 너. 귀엽네. 나랑 차 한 잔 하지 않을래?

 

 

긴장으로 소리가 올라가서, 내가 보기에도 소름 끼쳐서 위험하다.

? 신고 되지 않겠지?

 

여자애는 얼굴을 들고는, 뭔가 깔보는 눈으로.

 

 

미안. 그런 건 됐.........?

 

?

 

 

눈이 마주치고는 서로 아연실색한다.

 

어깨까지 내려온 아름다운 흑발.

반듯한 얼굴과, 모델을 압도하는 스타일.

내가 말을 건.

다시, 말을 건 사람은, 강화외골격인 유키노시타 하루노였던 것이다.

 

그런 그녀도 내가 헌팅이라는 행위를 했던 것이 예상 밖이었는지, 경멸을 띠던 눈을 가늘게 하고 있다.

 

내심 내 심장은 덜컹덜컹이었다.

평범하게 연관되는 것도 싫었는데, 이런 식으로 되다니 최악이다.

 

젠장 속았다! 역시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어! (자업자득)

 

 

라는 것은 농담으로, 그렇게 귀엽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유키노시타 씨가 굳어진 틈에 돌아서서, 도주를 시도한 나였지만, 바로 오른쪽 어깨를 잡혔다.

끼끼끽, 하고 되돌아보자, 무서운 미소를 띤 악마가 있었다.

 

 

좋아. 마침 나도 한가했었고-

 

아뇨, 역시 됐....

 

저기 찻집이면 되겠지?

 

 

미소를 띠며 하는 말에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내일 아침 해를 볼 수 있을까.

 

 

 

장소가 바뀌어서 찻집이다.

내부 장식이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리얼충 전용이라는 느낌이다.

둘러보니, 커플인 사람도 많아서, 할 수 있는 한 혼자 들어가기 싫다.

 

 

헤에... 코마치 짱이 그래서-?

 

 

정면으로 시선을 되돌리자, 왠지 매우 기분이 좋은 듯이 턱을 괴는 유키노시타 씨가 있었다.

손은 반 정도 줄어든 홍차를 스푼으로 젓고 있다.

 

 

...어쩔 수 없다구요. 제가 이런 거 싫어하는 건 아시겠죠.

 

후후, 그렇다고는 해도 걸작이었어. 거기 너라니, 히키가야 군 캐릭이 아닌데

 

무시입니까

 

 

- 돌아가고 싶다. 침대 베개에서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싶다.

이런 거대한 흑역사를 만든 건 언제만일까.

 

틀림없이 싫어한다고 생각했어, 라고 계속하는 유키노시타 씨에게 속으로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 히키가야 군이 보는 나는 귀여운 걸까-

 

 

뭐가 기쁜지, 뺨에 손을 대고 웃음을 띠는 유키노시타 씨. 마음 탓인지, 그 뺨도 약간 붉은 것 같다.

 

 

아니, 아무도 그런 말...

 

「『귀엽네. 나랑 차 한 잔 하지 않을래?적어도 그렇게 얘기하려고 했으면 귀엽다는 거 맞지?

 

......

 

 

그런 말을 하며, 얼굴을 들여다봐서, 나는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렇다, 선제권을 뺏기고 말았다.

 

응응, 괜찮아 괜찮아. 누나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어울려줄게.

 

, 아니 역시 폐....

 

그렇게 정했으면 렛츠 고~

 

 

? 거기서 무시야?

아까 전부터 나 몇 번이나 말이 끊기는 거지?

할 수 있으면 유키노시타 씨와는 다른 부분도 끊고 싶다.

 

팔을 잡혀서 찻집에서 나온다.

내 귀에는 어디에선가 도나도나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 갈까?

 

돌아가고 싶습니다.

 

? 갑자기 집 데이트는 너무 빠르다구. 그래도 히키가야 군이 그렇게 부탁한다면야...

 

저기 게임센터는 어때요? 갈까요? 가죠

 

 

다행히, 눈에 띈 게임센터를 내세운 걸로 난을 피했다.

안들려안들려.

혀 차는 소리 같은 건 안 들리니까!

 

자동문을 빠져나가자, 밖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소란에 눈썹을 찡그린다.

역시 리얼충이라고 할까, 유키노시타 씨는 익숙한 것 같아,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 히키가야 군! 저거 하자 저거!

 

 

유키노시타 씨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눈 반짝반짝미백 200%☆』라고 쓰인 편차치 낮아 보이는 기계가 있었다.

 

미백 200%라니 너무 하얘서 여러 가지로 새하얗게 되어버릴 것 같다. 주로 내 정열이라든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 와서 애써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으므로 얌전히 따라간다.

 

 

. 히키가야 군 좀 더 와봐

 

아니, 이미 충분히 가까우니까요

 

 

자 치즈! 라는 소리와 셔터음이 들린다.

우와, 나 눈이 뒤집어 졌잖아.

눈 반짝반짝어디 갔어.

 

재미있는 듯이 사진에 낙서하는 유키노시타 씨를 보고, 귀찮으니까 이제 냅둘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하루노 LOVE라든가 첫 데이트같은 것을 쓰고 있어서 당황해서 멈춘다.

 

 

잠깐...... 뭘 아무 근거도 없는 말을 쓰는 겁니까

 

왜냐면 헌팅했잖아. *뿌리도 잎도 있다구?

 

근거의 근은 뿌리 근

 

 

이런 말을 듣고, 나는 이제 아무 말도 못한다.

거기에, 흥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낙서하는 유키노시타 씨를 보고, 조금 귀여운데 이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아니 원래 엄청 귀엽지만.

......뭐라고 할까 오늘은 강화외골격이 옅은 것 같은데.

 

 

잠깐. 제 사진에 콧털 그리는 건 그만두시지 않겠어요?

 

 

오늘도 오늘대로 그녀는 마이페이스였다.

 

 

 

 

몇 시간 뒤.

나와 유키노시타 씨는, 슬슬 날도 저물어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 주택가를 둘이 걷고 있었다.

 

경쾌하게 나아가는 유키노시타 씨와는 반대로, 내 보폭은 좁고 무겁다.

 

 

야아~ 오늘은 즐거웠지

 

 

몇 걸은 앞에서 걷고 있던 유키노시타 씨가 뒤돌아보며 미소를 보인다.

싫다 진짜 뭐야 이건. 헌팅한 사람 나 맞지? 보통은 반대 아냐? ...! 역시 나의 흘러넘치는 양육 오라가 여자를 적극적으로!?

 

 

...무리. 진짜 무리 이미 반년은 밖에 나온 것 같아.

 

 

낙담하면서 투덜투덜 중얼거리는 내게 유키노시타 씨는, 아하하하고 쓴 웃음을 짓는다.

 

 

그나저나 왜 유키노시타 씨는 그렇게 기운 찬 거예요?

 

, 나는 익숙해졌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말하는 유키노시타 씨에게, 칫 리얼충은... 속으로 악담하고 있자.

 

 

그렇다고는 해도. 히키가야 군도 언제까지 나를 유키노시타 씨라고 부를 생각이야?

 

 

지금까지 2m 정도 떨어져 있던 거리가 단번에 줄어들어서, 무심코 발을 멈추고 말았다.

얼굴 가까워어어어 좋은 향기 귀여운 얼굴 가까워.

 

 

......? , 별로 상관없잖아요.

 

없지 않다구

 

 

눈을 치켜뜨고 몸을 구부려서, 강조되는 가슴에 눈이 갈 것 같다.

어쩔 수 없잖아. 그도 그럴게 나 남자인 걸!

 

 

, 하루노라고 말해봐

 

................

 

 

여태까지 여자를 이름으로 불러서, 좋은 기억이 없는 내게 연상의, 그것도 엄청 미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리가 없다.

 

떠오르는 장면은 중학교 2학년 때, 이름을 불려서 얼굴을 붉힌다는 상황을 동경해서 동급생을 이름으로 부른 것이다.

그거 진짜 그만두지 않을래?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진심으로 울 것 같았다.

 

 

헌팅하고 된 사이잖아. 자 불러봐, 하루노.... 사랑해. !

 

하루....라니 잠깐 뭔가 늘어났고 몰래 녹음하려고 하지 마요

 

 

흑역사를 들춰져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따라할 뻔했다.

하아.. 좀만 더 하면 증거와 더불어 유키노시타 씨의 전업주부가 될 뻔했다.

유키노시타 씨 진짜 책사.

......어라? 비교적 나쁘지 않지 않나?

 

 

, 좀만 더 하면 히키가야 군을 명실공히 내 걸로 만들 수 있었는데

 

......좀 봐주세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하는 유키노시타 씨.

오늘은 특히 강화외골격이 옅었던 이유도 있어서, 그런 아이 같은 행동에 두근거리고 말았다.

 

 

아무튼, 그래도 호칭은 다시 하는 거야

 

? 아직 계속하는 거예요?

 

물론

 

 

활짝 웃음 지으며 나를 되돌아보는 유키노시타 씨를 보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성가시고 무섭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그래도, 흑역사를 쥐고 있고... 저거군.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할까, 이건 내 의사가 아니니까!

 

 

, ...하루노..........

 

츤데레는 내심 여유가 철철 넘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거동이 수상하게 식은땀이 줄줄 나온다.

거기에 아무래도 존칭 생략이라는 게 허들이 높아서, 를 붙이고 말았다.

그랬지만 하루노 씨는 만족했는지, 미소가 깊어지면서 혼자 응응 끄덕이고 있다.

 

 

그래그래. 히키가야 군의 데레데레 보이스도 녹음할 수 있었고, 슬슬 너의 집으로 가볼까?

 

잠깐. 지금 파고들어야 할 2개의 사안이 있습니다만

 

? 파고들다니...... 아직 빨라. 그래도... 네가 바란다면......

 

- 진짜! 지금 녹음 건은 내버려둔다 치고, 왜 제 집에 온다는 얘기가 되냐구요!

 

 

내 질문에 유키노시타 씨는, 진심으로 이상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부모님께 인사하려고 그러는 게 당연하잖아.

 

......금시초문입니다만

 

지금 말했으니까

 

 

나는 혼자 말을 잃고 있었다.

이미 이 충격은 내가 이과 수학 100점을 맞았다고 해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있을 수 없는 일이냐.

 

 

왜냐면 나한테 헌팅했으니까, 책임을 져줘야

 

 

? 요즘 여성은 헌팅하면 책임져야 하는 거야?

그럼 히라츠카 선생님이 결혼 못하는 게.... (납득).

 

 

그렇게 정했으면 가자

 

 

혼자 히라츠카 선생님의 슬픈 실태에 동정하고 있자, 어느새 옆까지 온 하루노 씨에게 오른 팔을 붙잡혔다.

꽉 눌리는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의식이 끌려갈 뻔하게 된다.

!? .....유이가하마보다....... ......다고!?

 

 

갈 거지?

 

 

유키노시타와 하루노 씨의 혈연관계를 진짜로 의심하고 순간 어디에선가 오한을 느꼈지만, 하루노 씨의 말로 한 층 더 공포가 몰려온다.

미소가 무서워, 그리고 무서워.

 

 

 

 

 

이제 놓치지 않을 거니까♪」

 

 

이후에 집에 도착하자 코마치가 , 오빠가 여자를 데려왔어!?라며 난리가 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역시 내가 헌팅 같은 것을 하는 건 잘못됐다.

졸업

2015. 2. 26. 00:22 | Posted by 2ndboost

 

 

졸업식이 끝난, 교정 구석.

수풀을 둘러싸듯이 줄선 블록에서 1시간 정도 앉아 있다.

교복 스커트는 이미 더러워져서, 이제 와선 상관없다.

 

3년간 그를 계속 봐 왔다.

언제나, 레벨이 안 맞는 얘기에 어울려주고, 그런데도 미소로 대답해주는 그를 좋아했다.

비록, 그 미소가 애정에서 온 게 아니라 해도.

 

 

좋아했는데.....

 

 

생각했더니 소리로 흘러나오고, 눈물이 넘친다.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도, 오늘 밖에 없었다.

시야가 일그러져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잃어버린 감각을 채우는 듯이 아까 전의 기억이 몇 번이나 되살아난다.

 

-는 차였다.

하야토에게 고백했지만, 안 됐다.

마음을 전하고 확실히 알았다.

하야토는, - 같은 건 보지 않았다.

흐린 미소로 미안하다는 듯이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차인 건 나-인데.... 하야토를 때리고 말았다.

자신이 한 행동에 놀라 얼굴을 들었더니, 하야토가 뭐라고 말했을 것 같아?

미안하다고......

내가 고백하고, 차이고, 울고.

최악이잖아......

 

 

 

 

*   *   *

 

 

 

 

아얏...

이거, 참 새빨개졌잖아.

선명한 단풍 모양.

오늘이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때리는 건 아니잖아.

......얻어맞았으니까, 때릴 만한 일이었으려나.

끝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오른손에 든 졸업 증서가 든 통은 가벼운데, 마음은 매우 무겁다.

뺨에 2개의 새빨간 손자국.

태어나서 처음이었을지도 모르겠군......

 

이대로 돌아가면, 코마치에게 3번째로 맞겠지...

그렇게 생각해서 교내를 산책한다.

졸업식이라는 이유도 있어서 남아 있는 사람도 나름대로 있지만,

교사에서 멀어지자, 한산하다.

산책하기에는 마침 적당하다.

졸업식이라는 이벤트의 분위기에 물들었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교사의 사진을 찍으며 교정을 산책한다.

그런 행동을 하던 도중에, 교정의 수풀 아래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

저건 상관하면 안 되는 거다.

평소부터 서투른데, 저건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 자리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녀와 얘기하고 싶어져서 다가가고 말았다.

뭘 하는 건지......

그녀가 발소리에 반응해서 나를 눈치 챈다.

나를 인식하자 교복 소매로 눈을 비벼서 눈물을 감춘다.

또 팬더가 됐다고.

 

 

히키오... 너 뭐야 그게.

 

패션이야, 너야말로 눈가가 엄청나

 

시끄러, 패션이야

 

 

아직, 진정하지 못했는지 코를 훌쩍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물을 것도 없다.

그녀들과 같겠지.

 

 

뭐 하러 왔어?

 

보였으니까, 어쩐지

 

그게 뭐야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별로 사이 안 좋고.

어떻게 하지...

 

 

너의 그건 뭐야?

 

...보고도 모르겠어?

 

그게 아니라, 누구한테 맞았는지 묻는 거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 둘 다 찼어?

 

...둘 다에게 차였다.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역시 그렇게 되는군.

설마, 아싸였던 내가 2명을 상대로 고백하고 차인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네가, 둘에게 고백하고 차였다는 말?

 

...그래

 

 

내가 봐도 엉망진창인 소릴 한다고 생각하지만, 잘도 알아듣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얼굴에 충격을 받아서 뒤로 젖혀진다.

미우라에게 맞았다.

 

 

최악!! 그런 놈이라고 생각 안 했어!!

 

유이한테 미안하다고 생각 안 해?!! 계속 알고 있었잖아!!

 

...아아

 

그럼, 왜 유이가 아닌데?!

 

....둘 다 같은 정도로 좋아했어.

 

 

정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인가를 슬퍼하게 할 순 없었다.

둘 다 행복해졌으면 한다.

차라리 내가 아니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들을 좋아했다.

실현되지 않았던 꿈을 생각했더니, 마음이 텅 빈 것을 의식하고 말았다.

참을 수 없어서, 말로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된다.

 

 

생각해봐, 유키노시타도 성격이 저래도 미인이잖아?

 

그런 일이 아니잖아...

 

나라도 꿈은 꿀 수 있잖아? 양손에 꽃, 최고 아니냐?

 

 

아니야......

 

맞다고

 

 

점점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

아무리 입을 움직여도, 폐에서 공기를 내보내도,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히키오... 너 우는 거야?

 

 

닿은 손은 차가웠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소리가 새어나온다.

부실에서는 참을 수 있었는데...

 

 

 

 

*   *   *

 

 

 

 

둘에게 고백 받고, 둘을 좋아해서 어느 쪽 한 명과는 사귈 수 없다고 말하고, 마지막에는 따귀를 맞는 마무리.

진짜 바보다.

원거리 연애에 지쳐서 다른 녀석과 사귀는 여자라든지,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얘네들 둘을 정말로 좋아해서 그렇게 전했다.

 

 

너 바보지?

 

...

 

보통은 말야, 어느 쪽이 좋다든가, 어느 쪽이 편하다든가 그런 게 있잖아?

 

.....

 

그런 생각 안 했어?

 

...그렇게 타협할 수 있었으면, 나라도 친구 정도는 있었을지도.

 

...무리 아냐? 그래도 그런 면이 히키오답고

 

밑도 끝도 없이 절망적인 소린 하지 마

 

 

둘이, 뜰에 앉아서 투덜대고 있다.

차인 동료라 어울리지 않아?

그래도, 히키오는 찬 쪽인가?

까다롭네......

 

 

-, 하야토한테 따귀 날렸어.

 

?

 

왠지 미안한듯한, 그런 느낌이라

 

보고 있었더니 그만 확 올라와서

 

너 최악이다. 보통 고백한 상대에게 따귀를 날리냐?

 

시끄러. 왜냐면, 고백 받는데 싫은 표정 지었다고?

 

그거야 고백받기 싫은 상대라면... 아얏 아파!!

 

또 말하면 귀 뜯을 거니까......

 

 

얘와 말하니, 아까 전의 실연이 사소한 일로 되어간다.

아수라장에서 바보짓한 얘는, 타인이라면 만담이 된다.

 

 

너도 꽤나 쓰레기야

 

...할 말이 없네

 

오늘 졸업파티 하는데, 유이 오면 어떻게 할 거야?

 

몰라, 애초에 너 갈 수 있어?

 

 

......

그랬지, 하야토도 오는 거지....

생각하지 못했다.

서로 실실대면서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하늘을 보니,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여기에 오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밖의 공기가 차가워져서, 몸이 약간 떨린다.

 

 

히키오는 제대로 고백한 거구나

 

? 어떠려나, 제대로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확실히 최악인데, 제대로 좋아한다고 전했을 거잖아?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안 나

 

부끄러워하지 마, ...징그러

 

...죄송함다.

 

 

-한테 머리를 숙이는 히키오가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짓는다.

윗도리를 벗어서, 덮어주려고 한다.

눈치가 빨랐던 것은 의외였지만, 거절했다.

 

 

뭐야... 미안했어

 

아하하, 별로 히키오가 싫다는 건 아닌데

 

왠지 딴 남자 옷 입으면 가벼운 거 같잖아?

 

뭐야 그건, 그런 거 신경 써?

 

애초에 너, 날 남자로 인식한 적 없잖아.

 

그런 적은 없는데, ...뭐 없었지

 

....그렇슴까

 

 

히키오의 새우등을 보면서, 그를 떠올린다.

하야토는 끝까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무엇을 봤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를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차였다.

히키오를 포함한 봉사부에 의뢰하러 간 일을 떠올린다.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 잊었지만, 히키오가 상담해 응해주었다.

이 녀석은, 최악이지만 대답은 해준다.

어느 쪽도 실연이지만, 이왕이면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히키오

 

?

 

「졸업 파티 가자

 

, 오우... 갔다 와

 

너도 가는 거야!! 이왕에 유이한테도 얘기 듣고 싶고

 

농담하지 마!! 누가 가겠냐

 

괜찮잖아, 하야토도 올 거고! 혹시 따귀 흔적 있을지도

 

안 봐, 그런 거. 나 갈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히키오가, 가려고 한다.

폼 잡으려고 했는지, 등 너머로 손을 흔든다.

뭐야 저건, 촌스러.

거기에 분위기 못 맞추는 놈은 진짜 싫다.

 

가벼워진 걸음으로, 스텝을 밟듯이 뛴다.

오른손에 가지고 있던 졸업증서 통을 히키오 머리에 던져서 맞춘다.

멍청한 소리가 나며 통이 툭하고 울리고,

위로 날아간 뚜껑이, 머리에 맞는 것을 보고 웃었다.

누군가 비디오 같은 걸로 찍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히키오, 가자

 

...가기만 할 거야

 

 

머리를 누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OK해준다.

고분고분하게 네 하면 좋잖아?

 

시계를 보니, 지금 집에 갔다 오면 파티에는 빠듯하게 맞출 수 없다.

내 교복을 보고, 히키오를 보고, 거울로 화장을 확인한다.

이건 이거대로 뭔가 있어 보이네.

이제, 아마 자포자기.

이대로 가서 후회하는 건 눈에 보인다.

둘의 빨갛게 부은 눈을 보고 웃는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지각하니까. 그런 변명을 하고는 히키오를 억지로 잡아서 끌고 간다.

 

이 날, -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여러 가지 못한 일이 있지만,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957808

언젠가, 반드시...

2015. 2. 17. 15:38 | Posted by 2ndboost

 

 

옛날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옛날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어서 양쪽 모두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보통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지금, 다니는 치바 시립 소부 고등학교에 있는 한 학생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는 입학식을 마치고 거의 반년 가까이 나태하게 보내고 있었다.

 

계기는 뭐였지?

아아, 맞다----.

 

 

저기, . 학생회장 되지 않을래?

 

 

방과 후, 집으로 가던 중인 내게 갑자기 말을 걸었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안다. 교내에서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할 정도다.

전교 조회에서 자주 단상에 서서 인사를 마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저 말인가요? 학생회장님

 

응 맞아!

 

 

싱글벙글 미소를 띠는 회장님. 치유되는 효과가 분위기만으로도 전해지네요.

걸어 다니는 음이온 발생기같다. 덧붙여서 궁금하달까 뭐랄까.

아마 여러분들도 궁금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왜 마이너스일까요?

치유 효과라면 플러스라도 좋을 텐데. 아무튼 툭 터놓고 어떻게든 상관없나.

 

 

저기... 저 이제 집에 가서 세일러문을 보고 싶은데요.

 

? 그래도 오늘 화요일이니까 방송은 모레 목요일. ......아닐까?

 

 

젠장, 알고 있었다니.

매주 목요일에 내가 유일하게 열광하는 프로가 하는 날이다. 일요일은 사자에 씨 같은 거라 조금 낙담한다.

다음날이 학교라면 기분이 처진다. 지금도 처지는 중이다.

 

 

하나 더 궁금한 게 왜 저예요?

 

한가한 것 같아서?

 

으으으윽!!!?

 

, 저기... 괜찮아?

 

, 아니예요. 전 단지 집에 돌아가서 보고 싶은 애니를 감상하고 게임하고 TV보고... 할 일은 많이 있어요! 숙제는 내일 친구 거 보면 시간에 맞겠고...

 

그럼 한가한 거네!

 

 

궁그닐의 창이 마음에 꽂히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해서, 이래저래 정해졌다. 정해지고 말았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은. 혹은 되어도 별로 의미 없을지도 모르는 학생회장... 그것이 나.

 

 

그럼 학생회장. 이거 잘 부탁드려요.

 

...

 

실례합니다.

 

 

1학년인 내가 학생회장이 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

다른 임원들은 2학년 선배에, 진학에 힘쓰는 3학년들은 매우 적다.

여러 가지 충고해준 전 회장님 덕분인지도 모르지만 정말 성가신 역할을 맡은 것이다.

 

내가 1학년이라는 입장 때문인지 깔보는 것 같은데...

아니, 깔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 때는 내가 의견을 하나 제안하려고 한 순간이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경험 없는 1학년은 가만히 있으라는 듯한 뒤쪽의 침묵.

 

 

...이건 무리겠네요.

 

 

이번년도의 각 부활동에 대한 예산배분을 본다.

작년도보다 더 올랐다. 이 예산배분으로는 약 4, 5배 정도까지 된다. 무리다.

확실히 나는 학생을 대표하는 입장이지만, 이 예산안으로는 아마... 아니 절대로 선생님들이 막겠지.

그리고 그 결과 끝에 비난받는 사람은 나다. 다른 선배들은 모르는 체.

그리고 어느 쪽에서도 신용을 잃고, 무너진다.

 

 

...하하하

 

 

마른 소리가 울린다.

이제 이 학생회실에는 아무도 없다. 나뿐이다.

내 편도, 친구도... 동정해주는 사람마저도 없다.

이 학생회장을 맡고 나서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다.

단지 혼자 있는 이 시간마저도 괴롭다. 내가 품었던 학생회의 이상상과는 멀리 떨어졌던 것이다.

 

 

.............으윽!!!!

 

 

꾸깃꾸깃하고 숫자가 나열된 이 서류를 말아버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책상을 찬다. 차버리고, 그리고 책상을 들어 올려서 다른 책상에 내던진다.

내게 강요된 서류 다발도 이제 시야에서 없애버리고 싶은 그 한 마음으로 책상 위에서 내던진다.

 

그렇게 해서, 어깨를 들썩이는 나는 침착하려고 책상에 엎드린다.

정리는 다음에 하면 될까, 하고 나는 마음을 어떻게든 침착하게 하려고 눈을 감는다.

 

 

 

--------------------

 

 

 

..............., 응응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해질녘이 되어 주변 기온이 추워져서 그런지, 눈을 떴다.

아무도 없어야 할, 나 혼자 있는 공간에 누군가가 있는 느낌이 나서 눈을 돌려본다.

 

 

겨우 깨어났어? 학생회장

 

 

하아, 하고 한숨을 쉬는 낯선 청년이 있었다.

 

 

...? 그러니까 누구신가요?

 

난 히키가야인데... 무슨 일 있었어? 여기서

 

 

히키가야, 라는 사람은 내가 어지른 것을 원래 있던 데로 다시 놓는 것 같았다.

보기 흉한 모습을 보였구나 생각하면서 감사의 말을 하려고 한다.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질러져 있는 건 별로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부탁이에요.

 

아아, 알았어. 뭐라고 할까 전 학생회장님에게 여기에 왔으면 좋겠다고 부탁받았는데 뭘 하면 돼?

 

......아니요, 특별한 건

 

 

그보다 그 학생회장이 오면 되잖아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대학시험을 위한 수험대책으로 바빠서 도와줄 다른 사람을 불렀겠지 하고 너무 늦은 원군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예산. 전년도에 비해 너무 높지 않아?

 

...그러네요.

 

어이어이 어쩌겠단 거야. 결정권자는 너잖아?

 

제게 결정권은 없어요.

 

 

전 단지 여기에 있는, 힘없는 단순한 인형인 것 같으니까...

 

 

자기가 말해두고는 뒤에 분함이나 슬픔 같은 것이 울컥거린다.

앞니로 아랫입술을 악물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시야가 비뚤어진다.

왜 나는 여기에 있는지 모르게 될 만큼 지금의 자신을 후회하고 있다. 미워하고 있다.

 

 

뭐 하여튼. ...도와줄게. 약간은

 

 

뭘 어떻게 도와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고 2학년 선배, 히키가야 선배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의미 없는 시간의 대화를 선배들, 다른 임원모두와 보내고 해산.

또 의미 없는 서류가 겹겹이 쌓였다.

시계를 보면서 어제 그 사람이 올까? 생각하며 기다려보았다.

 

 

여어

 

...진짜 와준다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어제 말했는데 오늘 안 오면 나 얼마나 심한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겠지

 

뭐 그렇겠네요.

 

지금부터 예산이 높은 순서대로 부를 돌아보러 갈까?

 

, 하아

 

 

의욕 없는 대답을 해버렸지만 아무튼 상관없으려나.

 

 

우선 축구부려나

 

..., 그러네요.

 

 

축구부, 총원 40명 가까이.

상쾌한 이케맨부터 투박한 얼굴까지 골라잡기입니다.

구호 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오는 남자들. 내가 인기인이라면 모를까 아니라서 슬프다.

 

 

...학생회장님. 무슨 일이야?

 

네가 축구부의 부장?

 

맞는데 넌?

 

 

대신 요약해주는 히키가야 선배. 진짜 굉장합니다.

그렇다고 할까 나는 완전히 움츠러들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키 차이가 너무 나서 정말 무섭습니다.

 

 

난 비서 같은 건데. 빙 돌려서 말하는 건 빼기로 하고, 이 예산 너무 높아서 직접 담판 지으러 왔다는 거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 정도 낼 수 있을 텐데

 

지구 예선까지는 작년도로 충분하지 않나?

 

!?

 

 

온도가 내려간 것 같아요 선배.

무서워요. 돌아가도 돼요?

 

 

확실히 우리 축구부는 좋은 성적은 내지 못하지만 부활동으로 올리고 싶다는 우리들의 의사를 모욕하는 거냐!?

 

부활동에 열심인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2, 3학년은 어쨌든 1학년은 어떨까?

 

1...학년?

 

독자적으로 조사했는데 1학년에 교외로 내보내서 러닝을 시키던 것 같던데?

 

, 아아.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서서 읽기 같은 것을 하던 모양이더군. 그런 끝에 산 과자봉투를 함부로 버리고. 그것도 부활동 방침?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띠는 부장을 보고 새파래져서 얼어붙는 1학년들.

부장이 1학년을 보고, 아무리 그래도 생각하면서도 난처한 나머지 말을 꺼낸다.

 

 

...그런 짓, 할 리 없어.

 

편의점에서 학교에 컴플레인이 올 거다. 조만간. 지금이라도 사과하러 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

 

 

그렇게 해서 축구부에서 여러 대화가 시작되고, 그리고 부장이 1학년 각자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있었다.

자신이 믿어온 것이 한순간에 부서진 것 같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물며 외부인인 히키가야 선배가 아는데 부장이 모른다는 것에 더욱 상처받은 것 같다.

 

 

...미안하다. 얘기는 나중에 다시 부탁한다.

 

 

부장이 깊숙이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따라 머리를 숙여 40명 가까이의 부원이 바로 어떤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해서 고요함이 감도는 큰 운동장의 일부에서 나와 선배는 우두커니 선다.

 

 

설마 축구부가 그랬다니...

 

뭐 나도 지나가는 편의점이니까. 여러 가지로 눈에 띄었던 거야 걔네들

 

아아 그래서

 

그나저나. 대화주제가 바뀌지만 이 유희왕 동호회는 예산 필요 없잖아. 뭐야? 카드 없어져서 그 대신을 요구하다니 자기책임이잖아.

 

...아하하하

 

 

원래 존재 자체를 몰랐다구요. 선배.

 

그렇게 해서 다른 부도 돌아서, 좋게좋게 상담이 성립해서 예산안이 서서히 줄어갔다.

정말로 필요한 부활동에는 내주고, 내주지 않는 곳에는 축구부같이 잘 구슬려서 예산안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

대체 왜 있는지 모를 동호회가 많네요. 왜일까요? 종이비행기 동호회라니... 의미를 모르겠어요.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학생회실에서 각각의 임원들이 내게 따지고 있었다.

 

 

학생회장. 이 예산안을 내린 것. 왜 우리들에게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기 그건 말인데요.

 

전혀 경험도 없는 학생회장의 제멋대로인 독단이라니...

 

 

그렇게 투덜대고 불평하는 건 본인이 없는 곳에서 부탁할게요.

, 유리하트에 과자보다 부서지기 쉽다구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여어. 이거 어디다 두면 돼?

 

어이 외부인은 출입금지잖아? 나 참, 학생회장이 이런 무리까지 부르다니...

 

 

박스에 들어간 서류를 구석에 두고, 선배는 내 옆에 섰다.

 

 

이 예산안에 뭔가 불만 있나?

 

예산안 이전에 우리들에게 한 마디도 없이 독단으로 일을 끝낸 게 좋지 않아. 그보다 외부인은 슬슬...

 

아아 그런가. 너희들이 할 수 없었던 예산안 끌어내리기. 보기 흉하군. 딴 놈들은...

 

!?

 

왜냐면 그렇잖아? 회장은 할 수 있고 너희들은 할 수 없다. 아아 그런가 질투하는 거야 너희들은

 

, 무슨 말하는 거냐? 너는!

 

푸훕. 꼴사납다. 진짜 꼴사나워. 그도 그럴게 지난 번 예산안 통과시켰으면 선생님이 중지시킬 게 틀림없어.

 

그래서 우리들 모두가 합쳐서...

 

하지만 지금의 예산안이 가결되면 자신의 무능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지

 

 

화악, 하고 주변 임원 모두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부들부들 떨고, 으득으득하고 이빨을 간다.

 

 

그리고 선생님 측이 추궁하고 책임을 회피, 학생회장에게 돌리는 거지

 

 

그렇게 해서 이번 예산안은 선생님 측도 납득 뒤, 가결.

하지만, 선배는 그 뒤에도 남아서 졸업할 때까지 옆에 있어주었다.

나는 어느덧 선배만을 보고 있었다.

 

 

 

 

-----------------

 

 

 

 

선배. 오늘로 졸업이네요.

 

아아, 그러네. 약간은 시간 때우기가 되었고, 뭐 좋은 기분전환이었어.

 

저는--!

 

 

가슴에서 울컥거리는 무언가.

나는 어떤 말을 하려고 한다. 와들와들 떨리는 입술.

하고 싶은 말은 여러 가지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하게 되면 무언가가 망가질 것 같아서 말할 수 없다.

 

 

선배고마워요. 오늘까지

 

아아, 그럼 이만

 

 

이렇게 나와 선배는 헤어졌다.

 

시간의 흐름은 무섭게도 빨랐다.

나는 꿈이라든지 그런 것을 쫓는 것이 정말 귀찮아서 대학수험을 그만두고, 공무원 전문학원에 들어갔다.

딱히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안정된 거라 말해서 그쪽으로 노력했다.

 

필기시험이나 면접대책. 그 외 등등.

2년간 노력해서 시험을 쳐봤지만 왠지 떨어졌다.

웃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웃을 수 없네.

 

그렇게 해서 나는 전혀 경험 없는 기획영업이라는 자리에 취직했다.

어떤 업종, 직종도 따지지 않고. 내게 정열이나 열의 같은 건 없었고 다만 왠지 모르게 넣어보았다.

기본급, 220만이지만. 할당량 같은 건 적당히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 같다.

나는 빠듯이 할당량에 달성할지, 안 할지로 헤매고 있었다.

 

 

조금은 힘내보는 게 어때?

 

 

부장님에게 들은 말이다.

딱히 이것을 기회로 그만둘 생각은 없었지만, 그 고등학생 시절처럼 정열이나 열의 같은 것을 가져도 그만뒀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선배가 있었으니까... 기뻤다고 생각한다.

 

오늘, 사표를 한 손에 들고 나는 부장실에 있었다.

아무래도 신입사원이 입사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좋은 타이밍이라 내가 그만둬도 신경 쓰이지 않겠지.

 

 

들어오게

 

. 오늘부터?

 

「—? 혹시 선배?

 

 

나는 완전히 사표를 낼 타이밍을 잃어버렸다.

 

오늘 일을 마치고, 나는 오랜만에 선배와 둘이서 시내를 걷고 있었다.

서로 마실 수 있는 나이라 술집에 가서, 각자 술이나 안주를 주문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설마 너를 선배라 부르게 되다니

 

그렇지 않아요! 좀 더 불러도 된다구요.

 

설마 취직활동에 이렇게 고생한다고는 생각 못했어. 우연히, 합격했던 곳에 네가 있을 줄은

 

에헤헤헤. 기뻤죠, 선배?

 

아니 아무튼, 뭐랄까 긴장이 단번에 수그러들었지.

 

 

둘이서 길을 걸어, 또 내일의 자신을 마음에 그린다.

선배가 이 회사에 들어오면 나는 아직 힘낼 수 있을까? 언젠가 선배는 또 내 앞에서 사라지는 걸까?

 

그렇게 해서 그 때, 졸업식 때, 내 안에 있던 감정이 어쩔 수 없이 또 살아났음을 깨닫는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선배의 품에 뛰어들고 있었다.

 

 

, 어이. 취했잖아.

 

아니에요. 틀려요. 저는 단지 선배와 그 때 이러고 싶었던 거라구요.

 

그 때?

 

 

졸업생, 이별의 시간.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하고 싶었던 말을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다.

 

 

 

 

 

, 선배를 좋아해요!

 

 

 

 

 

 

 

 

 

--------------

 

 

 

------으응

 

 

어느덧 그리운 꿈을 보았다.

침대 옆에서 자는 사람을 깨우지 않게 신경 써서 나는 거실로 향한다.

 

 

좋은 아침-! 엄마!

 

응 좋은 아침이야. 아침부터 건강하네.

 

. 오빠는 항상 죽은 것 같다구.

 

그 애라면 어쩔 수 없어.

 

 

쓴웃음을 짓는 나와 딸

 

 

쓸데없는 참견이야.

 

어머 좋은 아침이야. 오늘은 도시락 만들어 줄게. 가끔씩은 영양 보충하세요.

 

...고마워

 

우와- 오빠. 역시 삐줍이구나.

 

시꺼 코마치. 식비가 남으니까. 이런 때야말로 감사해야지.

 

그만큼, 용돈 컷해야겠네?

 

그럴 수가! 재정관님-!?

 

 

이런 바보 같은 만담을 계속하다 정신이 돌아온 아들 하치만은 시간의 야박함을 깨닫는다.

 

 

이런. 코마치 빨리 안 가면 지각이야.

 

우와. 그러네. 자전거 같이 태워줘!

 

어쩔 수 없구만

 

 

쿵쾅쿵쾅 현관으로 가서, 갔다 올게라는 인사를 받고 나는 지금의 행복한 시간에 미소 짓는다.

, 하고 눈치 챈다. 도시락.

반찬이나 밥을 채우고. 가방에 넣어 먼저 간 아이들을 뒤쫓듯이 차를 탄다.

 

 

먼저 따라잡은 쪽은 아들이다.

나는 교문 근처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간다.

아무래도 교문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것 같아서 한 명 한 명 지나간다.

 

 

선배~! 스톱이에요!!

 

, 잇시키!

 

 

, 하고 나는 멈췄다.

 

 

오늘도 부탁드릴게요, 선배?

 

잇시키 너 말야. 스스로 노력한다는 말을 모르는 거냐?

 

네에? 저 선배만이 희망이라구요.

 

약삭빠르다 약삭빨라

 

 

뿌우-하고 얼굴을 부풀리는 황갈색 머리카락의 귀여운 여자아이.

그리고 귀찮은 듯이 한숨을 쉬는 아들.

 

어느덧 두 명을 보고, 당시의 배경을 떠올린다. 아아 그리운데.

 

 

......하치만. , 도시락 잊었단다.

 

, 엄마. 미안

 

언제나 아들이 신세 지고 있어요.

 

, 아니에요. 저야말로 선배에게는 언제나 신세질 뿐이라!

 

 

 

언젠가 소개해주렴. 하치만

 

 

잇시키 양에게는 들리지 않게 귀에 얘기한다.

 

 

아니라니깐.

 

 

아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언젠가 아마 찾아올 미래에 나는 기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End

 

이니셜 Y

2015. 2. 16. 05:46 | Posted by 2ndboost

 

 

 

10권을 보고 쓴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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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소문도 75. 불이 언젠가 전부 꺼지듯이, 소문의 연료도 언젠가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미우라에게 받은 메일에 대한 대응을 정했을 무렵의 노크에, 유키노시타가 대답한다.

 

 

들어오세요.

 

 

스륵하고 열고 들어온 사람의 행동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에는 충분한 행위다.

유키노시타와 사귄다고 전교생에게 오해받는 하야마 하야토가 거기에 있었다.

보통이라면 접근하지 말고 행동을 자제해야 할 때일 텐데...

 

 

하야마 선배~

 

 

당황하는 봉사부의 멤버가 아닌, 기뻐하는 표정으로 환영하는 사람은 외부인인 잇시키였다. 환대 이로하, 외부인 이로하... 뭔가 어감이 좋구만 이 녀석 이름.

 

 

...이로하, 이런 데서 뭐 해?

 

 

왼손에는 신문, 흔드는 오른손에는 포크. 그리고 입가에는 생크림...

당당하게 동아리를 땡땡이치는 모습에, 과연 하야마 하야토도 미간에 주름이 생기며 캐묻는 말투가 되어 있었다.

 

 

? , 학생회 쪽으로 볼 일이 있어서 들렀는데 환영받아서... 하야마 선배는 무슨 일 있어요?

 

 

그나저나 왜 네가 묻는 거냐... 아니, 물어야 할 사람은 불쾌한 듯이 얼굴을 돌리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잠시... 이로하, 학생회가 바쁜 건 아는데 동아리에도 얼굴을 내밀어 줘, 다른 매니저도 큰일이야.

 

, , 죄송해요... 그럼 오늘은 저, 동아리 갈 거니까 이걸로... 유키노시타 선배 잘 먹었습니다. 유이 선배도

 

,

 

변변치 않았단다.

 

 

도망치듯이 가는 이로하를 배웅하고, 하야마의 시선은 유이가하마를 향한다.

 

 

유이, 유미코가 기다리는 것 같던데, 뭔가 약속 있지 않았어?

 

? 어라, 약속 했었나...?

 

 

당황하는 행동을 보니, 아마 약속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 교제를 제대로 하는 이 녀석은 가끔 약속을 우선해서 동아리를 쉴 때가 있다. 이번에는 여왕님의 변덕인가, 혹은 또 정말로 잊었던 건가...

 

 

...유이가하마 양, 오늘은 이제 괜찮아. 가도 돼.

 

, . 미안해 유키농. 그럼, 힛키 내일 또 봐

 

아아

 

 

잇시키에 이어서 유이가하마도 부실에서 나간다.

혹시 이 녀석은, 유키노시타에게 볼 일이 있어서 왔을지도. 탄식하고 있는 유키노시타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나에게 눈짓을 보낸다. 그러면 방해자인 나는 먼저 가기로 하자.

 

 

유키노시타에게 전할 말을 부탁받았어. 히라츠카 선생님이 부르고 있었어. 직원실에 왔으면 하는 것 같아.

 

...선생님이 일부러 너를 통해 전달했어? 직원실에서라면 여기에 오는 편이 가까운데

 

 

예상 밖의 말에 유키노시타와 얼굴을 마주본다.

 

 

방금 전에 중간 통로에서 우연히 만났어. 사실이야, 선생님에게 여쭤 봐도 상관없어.

 

 

유키노시타가 찌릿하는 시선으로 보지만 개의치 않는다. 하야마를 적대시하는 비율이 이상하게 높구만. 평소부터 이 정도로 계속 째려보면 나였으면 운다, 틀림없다.

 

 

의심하는 것은 아니야. 그런 거라면... 히키가야 군, 부실에 있어줘.

 

 

유키노시타의 말에 마지못해하면서 끄덕인다.

 

 

너희들, 엿듣지 말고 빨리 가

 

 

유키노시타가 나가자, 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두 명을 쫓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 그 녀석들이라면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나 이외의 봉사부원을 쫓아내고, 겨우 하야마 하야토가 무거운 입을 연다.

 

 

교실에서의 대화, 듣고 있었지?

 

너와 유키노시타가 사귀는 것 말이지? 그거라면 아무튼

 

 

다른 거라면 나 이외를 내보낸 이유가 없다.

같은 그룹의 유이가하마는 물론, 크리스마스에 분명히 찬 잇시키, 당사자인 유키노시타.

이 화제의 관계자들이다.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무관계하니까 상담하기 쉬워서 그러려나. 외톨이만이 가능한 인덕이라는 건가, 다음에 코마치에게 자랑하자.

 

 

아아... 그 때 너도 같이 있었으니까, 네가 사귄다는 오해를 받아야 하는데...

 

 

뭐야 그 듣기 거북한 소린, 일부러 내 존재감을 비난하러 온 거냐. 그나저나 유이가하마까지 스루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신경 써 주는 건지 책망하는 건지 확실히 해

 

굳이 말하자면 양쪽 전부려나

 

 

이 자식 미소 지은 채로 독을 홱 내뱉는구만... 특히 내게.

그런 면은 유키노시타를 닮았다, 역시 소꿉친구군.

유키노시타 씨라면 내 천적인 거지? 조만간 포식될지도 모른다. 먹어도 맛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코마치는 맛있을 것 같다. 입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랑할 만한 여동생이다. ? 뭔가 의미가 다른 생각이 드는데... 아무튼 상관없어.

 

 

여름 합숙 때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나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거겠지, 알아.

 

아니... 이니셜 쪽이야.

 

 

들을 때까지 확 이해가 가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끈질기게 묻는 토베에게 이 녀석은... 좋아하는 사람의 이니셜은 Y라고 말했다. 그 때는 그렇게 신경 쓰진 않았는데...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H. 에비나 히나도 H. 잇시키 이로하는 I. 어떻게든 상관없지만 사가미 미나미는 M.

반대로 가보자... 미우라 유미코,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Y.

그렇다는 건...

 

 

그 말은 즉...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좋아한다는 의미. 왠지 모르게 알고는 있었지만, 정면으로 굳이 선언할 줄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다.

 

 

유키노시타가 아니야.

 

 

평소의 미소가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단언한다. 그렇다면 미우라인가?

아니 잠깐, 그렇게 되면 이 녀석이 미우라와 사귀지 않을 이유가 사라진다. 미우라와 사귀는 거라면 그룹 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오히려 환영받는다.

 

 

아니, 그건 이상해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이유는...

 

 

미남미녀에 소꿉친구에... 적어도 유키노시타는... 이 녀석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

객관적으로 봐서 그 녀석의 하야마에 대한 행동은 삐진 애의 행동과 가깝다. 둘 사이에 옛날에 있던 무언가라는 것은, 이번 같은 소문이 퍼졌을 때 하야마가 부정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당시 유키노시타가 어떤 애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야마에 대한 호의가 정면에서 부정되어 비뚤어진 거라면 앞뒤가 맞는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상의 범위 내이며 물증도 증언도 없다. 아무 증거도 없는 상상이다.

 

 

왠지 모르게... 그렇겠지?

모두가 전부 똑같이, 우리들을 의심해. 제멋대로 이상을 눌러대고 제멋대로 질투해.

 

 

약간 슬픈 미소로 푸념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한 사정이 있겠지. 주위의 이상에 계속 응해온 남자인 까닭에, 인정되지 않는 강요.

 

 

그런데 그것을 왜 내게 말하는 거지? 유키노시타에게 말한다면 이해하겠는데...

 

어떻게든 해 주지 않겠어? 너라면 간단하겠지?

 

 

떠오르는 유일한 수단은 소문을 제거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새로운 소문으로 다시 칠할 수밖에 없다. 이 학교에서 가장 인기인인 하야마에 대한 소문을 덧칠하는 레벨의 소문은 꽤 한정된다.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워

 

아니, 너라면 할 수 있으니까... 너밖에 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어.

 

 

하야마의 눈동자 안쪽을 살펴본다. 평소라면 미소 안에 숨겨진 감정은 읽어낼 수 없지만, 적어도 마음속으로 난처해하는 것은 전해진다.

 

 

다른 애들에게 말해도 돼?

 

아아, 방금 전 부분을 생략해준다면 상관없어.

 

 

하야마 하야토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흥미가 없다. 이 카드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 저주의 카드다. 이것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얼마나 무거운 말일까...

 

 

알았다, 뭔가 수를 생각해 볼게.

 

고마워, 부탁해.

 

 

 

 

 

 

하야마가 떠난 지 몇 분이 지나자, 노크 뒤에 유키노시타가 돌아왔다. 발소리가 울려서 자아내는 분위기가 답답하다... 아버지... 요기(妖気-요사스러운 기운)입니다.

 

 

...무슨 일인가 있었어?

 

 

조심조심 얘기하자 찌릿하고 째려본다. 후에에~ 지릴 것 같아요오... 뭐야 그 녀석, *지로리안인 거야? 한 주에 7일 가서 그대로 뇌경색 같은 걸로 죽어주지 않으려나... 그러면 내 학생생활이 엄청 평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지로리안 : 라멘지로(라면 가게)의 매니아를 일컫는 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왜 내가 그 남자와 사귀는 건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데? 무례한 것도 정도가 있어요.

 

 

~ 히라츠카 선생님이 예리하게 소문을 듣고 하야먀에게 추궁한 거군. 하야마에 대한 거니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듣고 유키노시타에게 확인하게 했다는 건가.

 

 

... 미남미녀에 소꿉친구라면 의심도 들겠지

 

미남미녀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소꿉친구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을 거야.

 

...아니, 유이가하마가 교실에서 폭로했다. 집안끼리 사이좋다고. 거기에 과장 첨부해서

 

 

아마 지금쯤이면 러브호텔에서 나왔다 같은 내용이 되었으려나. 소문이라는 것은 화려하게 장식(데코레이션)되니까. 여자는 핸드폰이나 데코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데코트럭은 아저씨만으로 충분하잖아.

 

 

그러니까 피임이 이러니 저러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줄까, 교사로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에요.

 

 

~히라츠카 선생님, 자기가 애인이 없다고 지도하는 데 열이 깃드는 건 알긴 합니다만, 상대를 잘못 골랐... 농담 수준이 아니니까요.

 

 

분해... 그래서, 어떤 상담이었니?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았는지 이빨을 빠득하는 소리가 난다. 유이가하마라도 있으면 달래주겠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하면 스트레스 발산의 배출구가 될 뿐이니까 그만두자.

벌집 건드리지 말고... 이 녀석 염소자리니까 분노의 영제 아드라메렉 같은 게 빙의되는 거 아냐?

부자니까 조디악 스톤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려나...

 

 

~ 그 소문을 어떻게든 해줬으면 하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온갖 방법은 시도해 왔는걸.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죽는 사람이 나와도 흐지부지 지워버릴 것 같군, 유키노시타가.

 

 

그건 당사자가 뭔가를 했을 경우에 한해서겠지?

 

......그렇다면 내일, 유이가하마 양도 같이 의논해보자. 그래서, 그에게는 물었니?

 

, 이런...

 

 

미우라에게 받은 의뢰를 깜박 잊었다. 하야마가 왔으니까 물어두는 게 좋았을 텐데.

 

 

새머리라도 세 걸음 걸으면 잊는데, 한 걸음도 움직이지도 않고 잊는 넌 히키카시라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변명할 말도 없다...

 

애초에 넌 평소부터

 

 

확실히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솔직히 사과해서 폭풍이 그치기를 기다리자...

 

 

 

 

 

 

...그렇군, 의뢰를 해결해준다면 알려줘도 괜찮아.

 

 

라고 하야마에게는 대답이 회피되어, 미우라의 습격으로 직접 조사할 약속을 하고 마는 사태가...

 

 

소문 없애는 거 어렵지 않나요?

 

 

여하튼 하야마의 의뢰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우라의 의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롤플레잉 같은 전개가 되어버렸다. 딱히 롤플레잉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전투가 형편없는데 스토리 전개를 알고 싶어하는 코마치를 위해 쭉쭉 레벨업했었지... 엄청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내 마음대로 먼저 진행하면 삐지고.

 

 

역시 뭐를 해도 쓸데없다구요... 연애 얘기, 여자들은 특히 좋아하니까요...

 

히키가야 군, 어제는 무언가 방법이 있는 식으로 말했었지

 

 

유키노시타의 쏘아붙이는듯한 시선에 무서워하면서도 유일무이한 수단을 공개한다. 아마 이 녀석들 반대하겠지만...

 

 

소문을 덮어씌우는 거다. 보다 화제성이 높은 소문을 퍼뜨리면 돼

 

 

잇시키는 이런 화제에 재치가 있다. 그렇다고 할까 이 녀석들 인기인이니까 경험도 많을 거잖아. 나도 다른 의미로 인기인이지만.

 

 

하야마에게 애인이라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애인인 척이라면 제가 입후보할게요!

 

 

손을 들고 일어서는 물고기가 한 마리, 빨리도 물어든다. 너무 잘 달라붙잖아, 그런 먹이에 유도되다니 곰이냐. 2짱 같은 거 안 봐?

 

 

그거라면 미우라에게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데도 좋겠냐?

 

 

진심으로 사귄다면 당사자의 자유지만, 사귀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건 들키면 너무 위험하다.

 

 

...아까 전에 한 말 없는 걸로 부탁합니다.

 

 

면전에서 X표 마크를 하자, 갑자기 슥 자리에 앉는다. 어디까지 진심인지 모르겠구만.

 

 

그런 건 유미코가 좋다고 생각해. 가장 무난하구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하야마 군이 납득하지 않겠지. 그가 미우라 양을 좋아한다면 이미 교제하지 않았겠니?

 

~ 그건...

 

 

친구 대표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에게 반론되자 말끝을 흐린다. 미우라의 마음을 아는 이 녀석 입장에서는 복잡한 기분이겠군...

 

 

그래서, 어떤 안인 거야?

 

~... 네가 누군가와 사귄다든지

 

힛키-!

 

선배!

 

 

엄청 놀라는 유키노시타와는 정반대로, 두 명이 머리뚜껑이 열린다.

이 녀석들 내 방식 싫어하는군...

 

 

, 힛키, , 유키농하구 사귄다니!

 

선배 기분 나빠 선배 기분 나빠 선배 기분 나빠 선배 기분 나빠...

 

아니 이상하잖아 그 반응, 그런 말한 게 아닌데 왜 기분 나쁜 거냐

 

「ㄴ, , 나와, 사귄, 다니, , 힛키-가야 군에게는, 아직 과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너도 왜 그렇게 갑자기 동요하는 거냐고

 

 

입술을 꽉 깨물고 숙인 채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보는 건 그만해 주지 않겠어?

왠지 이상한 분위기가 됐는데... 왜 얼굴이 새빨개지농?

 

 

, 안 돼! 그런 거 절대 안 돼!

 

, 꼭 해야겠다면, , 사귄다면 저랑 선배가 할 테니까!

 

아니, 그거 무슨 의미가 있겠냐...

 

 

뭐야 이 분위기, 진짜 이상하잖아.

 

 

... , 그 밖에 방법이 없다면 협력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 나도 봉사부장으로서의 책임이 있으니까, 저기...

 

 

왜 그렇게 힐끔힐끔 보농? 너 위험할 정도로 얼굴 빨갛지 않냐? 아토피?

 

 

안 돼! 절대 금지-!

 

 

너도 왜 그렇게 뜨거워지는 거냐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고...

 

 

상대가 나라는 말 같은 건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애초에 나와 유키노시타가 사귀는 척 해봤자 화제성 제로다.

 

, 뭐야 척이였어...?

 

척인 게 당연하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척이 아니라면 뭐겠냐.

 

 

...척이라도 몰랐다면, 선배가 찔릴 정도로 화제가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왜 찔리는 거냐, 무셔

 

 

유키노시타에게 반한 녀석들 너무 병들었잖아...

 

 

...내가 사귀는 척을 한다 해도, 너 이외에 없을 텐데...

 

 

왜 나 말고는 사귀지 않겠다는 선언 같이 되는 거냐, 나까지 얼굴 빨개지니까 그만해.

 

 

협력해줄 것 같은 남자... 토베 선배... 히익! 말해봤을 뿐이에요, 죄송해요 봐 주세요!

 

 

갑자기 뿜어져나온 유키노시타의 패기로 잇시키가 부들부들 떨며 사과하고 말았다. 토베 너무 싫어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토베는 어울리지 않잖아, 좀 더 착실한 녀석 선택하라고

 

, 역시 히키가야 군밖에 없지 않겠니?

 

 

패기를 거둔 바로 그 때 힐끔힐끔 보는 거 그만둬... 니가 핸콕이냐.

 

 

-... ~... 사이 짱!

 

 

토츠카... 토츠카... 뭐 타당하려나... 토츠카가 상대라면 이 녀석도 흘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토츠카 군으로 괜찮을까? 나는 역시, 히키가야 군이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뭐냐고 너 그, 이상하게 나만 고집하고...

 

 

 

 

 

 

 

토츠카가 흔쾌하게 허락해 줬으므로, 다음날 빨리 소문의 재료를 만들기로 했다.

 

 

유이~ 뭐 먹으러 가는 거지? 오는 김에 밀크티 사다줘

 

 

앞머리가 묭한 여왕님이, 도시락을 든 하녀가하마에게 얘기한다. 그 드릴 머리는 형상기억합금처럼 잡아당겨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실은 진짜 고무고무 능력자가 아닐까 속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 , 오늘은 여기서 먹을까 했는데... 먼저 사올까?

 

어라? 동아리 사람하고 안 먹는 거야?

 

 

유키노시타의 이름을 꺼내면 여왕님의 심기가 불편해지기 때문인지, 에비나 양이 말을 고른다.

 

 

, . 당분간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분위기를 읽는 가하마, 그렇게 비쳐보였을 것이다. 에비나 양이 썩지 않은 따뜻한 미소를 향한다.

 

 

싸움이라도 했어?

 

 

하지만 여유 있는 나라의 왕자님은 그런 걱정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유이가하마의 어깨를 툭 치며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지만, 어떻게 봐도 유키노시타를 신경 쓰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 , 그런 말이 아니구...

 

 

말이 막혀, 여기서 폭로해도 좋을지 눈으로 묻는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머리를 옆으로 흔든다. 좀 더 기다려, 금방 한다.

그쯤에서 겨우, 문 쪽에 있던 여자를 반 애들이 깨닫고 웅성거린다.

미우라가 순간적으로 옥염을 두르지 않았다면,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키노시타가 교실을 둘러보자, 술렁이는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는다.

확실히 일촉즉발...

거동을 조용히 지켜보던 중, 먼저 움직인 사람은 F반의 언터처블인 토츠카였다.

 

 

, 유키노시타

 

 

크게 손을 흔들어 자신의 자리를 어필한다. 이것은 내 지시다. 토츠카가 다가서게 하는 것보다 유키노시타가 오는 편이 판을 만들기 쉽다.

 

 

안녕... 오늘은 도시락을 만들어 왔는데

 

? 정말로!? 기쁜데~ 고마워, 유키노시타

 

 

편안한 미소를 띤 유키노시타의 모습에 반 애들이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절로 미소 짓게 되는 대화에 당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이카 군,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로 약속했었지?

 

, , 그랬.... 저기... 고마워, 유키노

 

이 정도, 애인이니까 당연한 거란다. , 부실에 가서 먹자

 

 

유키노시타의 발언에, 단번에 교실 안이 웅성거린다.

처음 움직인 사람은, 의외로 이 남자였다.

 

 

, 유키노시타...?

 

어머, 무슨 볼 일?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방해하지 말라는 오라를 가차 없이 내뿜는다. 연기라는 것을 알아도 무섭습니다.

 

 

, 아니~ 토츠카와? 사귀는 것 같은, 느낌이구나~ 하고

 

 

토베, 굿잡. 솔직히 하야마가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리드오프맨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래, 전부터 사귀고 있는데, 성가신 소문이 퍼져서... 앞으로는 당당히 행동하기로 한 거란다. 방해하지 말아주겠니?

 

, 라져

 

 

마지막 한 마디에, 토베가 대답하는 말이 떨린다.

그 분노의 화살을 토베에게만 향하는 건 좀 불쌍하지 않냐...

 

 

사이카 군, 가자

 

, !

 

 

유키노시타가 내민 손을 잡고 사이좋게 교실에서 나가자, 아주 조용했던 교실이 단번에 폭발한다.

토츠카에게 여친이 생긴 것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 쓰러져 우는 사람... 일부에서 아비규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토츠카의 사정은 대강은 알았지만, 인기를 좀 오인했나...

 

 

유이, 그래서 안 갈 거야?

 

, 아하하... , 방해하면 나쁠까~해서. , 하야토 군 소문이 있어서 사이 짱도 신경쓰여서, 이제부터 당당히 사귀기로 한 것 같아, 그래서...

 

 

울음소리라든가 이상한 소리라든가 웅성거림 속에서, 에비나 양과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를 겨우 듣는다. 문제는 여왕이다, 어떻게 움직일까?

 

 

헤에~ 유키노시타와 토츠카라... 어울리지 않아?

 

, 그치~? 둘이 사귄다면 확실히 눈에 띄니까, 별로 학교에서는 만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 거 전혀 상관없는데

 

 

과연 유이가하마다. 거기까지 세밀하게 협의하지 않았는데도 관계없이, 잘 커버해준다.

 

 

, 하야토 군은 알고 있었어?

 

아아, 상대까지는 모르지만,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건 들었어.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 덮고 있었지만 말이야.

 

 

다 알았는지 눈치 있게 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야마의 목소리는 교실 내에서 잘 울려 퍼진다. 이걸로 소문의 원인을 끊는 것은 성공이다. 아까 전 걱정하던 것도 호전될 것이다.

 

 

뭐야~ 그거 말해줬으면 저런 거 묻지 않았을 텐데~

 

비밀을 줄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특히 수다스런 애들에게는

 

진짜야~?

 

 

실망한 오오오카를 야마토가 찌르고, 토베도 얽혀서 장난이 시작된다. 이쪽은 그전대로. 다음 여왕님 쪽은...

 

 

~♪」

 

 

약간 기쁜 듯이 묭묭거리고 있다. 그나저나 뭘 어필하는 거냐, 그 묭묭.

 

 

 

 

 

 

사귄다고 말하는 어필도 이상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 데이트 같은 것은 그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다음날은 형편 좋게 운동장 관계로 테니스부와 축구부가 쉰다. 그렇게 되면 하야마나 미우라 일행이 놀러가는 중에 우연히 목격하는 것은 이상적인 흐름이다.

여왕님과 하녀들에 하야마 토베의 5명은 볼링인 것 같다.

딱히 나는 안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먼저 말 꺼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 빨리 가자구요!

 

 

너 왜 그렇게 룰루랄라냐...

잇시키에게 억지로 손을 잡혀서, 영 볼링장까지 왔지만...

24시간 영업으로 게임센터는 물론 당구나 다트도 설치된 놀이 시설. 당연히 틀어박혀 있는 DQN들이 있어서 근처 중학생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고등학생도 여자만 오는 일은 전혀 없는 매우 유감스러운 치안을 자랑하는 마굴이다.

토베의 금발이 귀엽게 보이는 흰 티+문신에 스킨헤드라니 너무 사납잖아...

코마치적으로 고등학생이 되면 가보고 싶은 시설인 것 같지만, 그 때는 아버지도 같이 가게 하자. 도게자 프로고.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도 당당히 행동하는 것을 보면 역시 하야마라고 해야하나.

볼링 대기 시간에 게임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스템은 꽤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자율이 낮은 스티커 사진 코너는 대기 시간이 짧은 명당 스팟으로 인기인 것 같고, 여자들은 빨리 스티커 사진 코너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남자들은 할 일이 없는 상태가 되겠지만, 호모들 둘은 사이좋게 에어하키 뭐시기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왜 같이 와서 따로 행동하는 거냐, 이 자식들.

 

 

선배선배, 우리들도 찍어요~

 

아니, 왜 그렇게 당당히 놀자는 건데

 

 

질질 내 팔을 잡아당기는 모양새가 코마치와 쏙 빼닮아서, 순간 당황한다. 아니, 약삭빠른 후배가 왜 코마치로 보이는 거냐고.

 

 

~? 멍하니 있으면 눈에 띈다구요! , 빨리

 

 

스텔스모드로 이행하려 해도 네가 눈에 너무 뜨이는 거야. 외모만이라면 길에서 보면 두 번 보게 되는 레벨의 미소녀인 잇시키가 팔에 안겨 붙으면,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는 DQN의 눈에 뜨여도 이상하지 않다. 내 대항수단은 점핑 도게자나 슬라이딩 도게자, 스매쉬 도게자도 있지만 스매쉬브로스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눈에 띄지 않게 커플인 척할 수밖에 없나... 이 녀석은 코마치처럼 대하면 되니까 편하지만.

 

 

선배 자리 비었어요! 지금이 찬스예요!

 

알았다, 알았으니까 잡아당기지 말래도

 

 

스티커 사진은 중학생 때 코마치에게 끌려 간 이래로 처음이군...

그 때는 반 여자애에게 들켜서 다음날부터 로리가야라고 소곤소곤 불리게 되었다. 확실히 코마치와 닮진 않았지만...

 

 

왠지 선배 눈이 썩었는데요? , 전부터 그랬죠, 미안해요

 

쓸데없이 엄청 미안한 듯이 사과하지 마, 더 부글부글해진다고

 

괜찮아요, 요즘 스티커 사진기는 눈 크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런~ 얼굴이라도 소녀 만화 캐릭터가 될 수 있다구요.

 

 

두 눈의 끝을 잡아당겨 가늘게 만든다. 조정용이냐.

착착 터치 패널을 두드려서 화면이나 뭔가를 선택해간다. 때때로 투덜투덜 거리지만, 점내에 흐르는 음악 소리가 컸다.

 

 

그럼 갈게요~ 에잇!

 

 

나란히 찍는 느낌을 받아서, 우선 억지웃음을 짓는다. 억지웃음에는 참 서투르구만.... 하지만 셔터가 눌리는 순간을 가늠해서 볼에 따뜻한 감촉... 놀라서 뻣뻣해지자 살짝 빨리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 무슨 짓이야 너!?

 

~? 스티커 사진은 이런 건데요? 선배 몰랐어요?

 

 

갑자기 볼에 쪽이라니 어떤 리얼충 커플이냐!

 

휙 얼굴을 돌리고 얼버무리는 잇시키의 얼굴 한 쪽은 살짝 빨갛게 물들어 있고, 귀에 철철 피가 흘러서 나도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나왔어요, 선배

 

 

화면을 보자 미소 지으며 피스 싸인+내 볼에 키스하는 잇시키와 쓸데없이 크게 뜬 눈이 강조된 모습.

 

 

사진에 써봅시다~

 

 

하필이면 하트 프레임 아래에 러브러브 첫데이트가 쓰여져, 만족스럽게 끄덕이자 멈출 새도 없이 인쇄 버튼이 눌린다.

 

 

잠깐, 데이트라니 뭐야, 데이트 아니잖아. 감시잖아!

 

~ 비슷한 거라니까요

 

 

삭 하고 나온 8장의 스티커 사진 시트를 반으로 접어서 점선으로 나눠간다. 요즘은 가위 필요없구나...라고 현실도피하고 있자 반을 내민다.

 

 

아니, 필요없...

 

하아~ 선배 남친력 너무 낮아요, 라기보다 헤타레네요.

 

 

내 반응이 꽤나 불만인 것 같다, 과장해서 한숨을 쉬자, 입술을 약간 삐죽거리고는 발끝으로 내 정강이를 살짝 찬다. 아프잖아...

 

 

남친력이라니 뭐냐고... 그나저나 남친력 높은 놈은 어떻게 하는데?

 

 

딱히 알고 싶지는 않지만, 말하니 손을 내민다. 폰이라고 한 마디 중얼거렸으므로, 얌전히 건네주기로 했다.

뭔가 콕콕 눌러서 스티커 사진 구석에 있는 QR코드를 읽어들이고 있었다. ~ 요즘은 폰에도 넣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폰 뒷면에 씰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데에 붙이지 마

 

이런 게 기본 매너라구요, . 이게 남친력 높은 남자의 행동이에요.

 

 

폰을 보란 듯이 흔들어대서 진짠가 보니, 대기화면이 스티커 사진이 되어 있었다.

하는 김에 초기 화면의 아이콘이 전부 지워지고 크고 작은 하트 마크가 나란히 있다.

 

 

, 뭐야, 이 아이콘은...

 

 

경련날 것 같은 볼을 누르며, 떨리는 소리로 물어본다. 눈앞이 까매진다...

 

 

큰 쪽이 전화에~ 작은 쪽이 메일이에요.

 

 

시험 삼아 큰 쪽을 누르자, 자동으로 잇시키에게 전화한다. 콜 화면은 어느새 들어갔는지, 잇시키의 폰카가 표시된다. 왜 키스하는 얼굴인 건데, 두통이...

 

 

.........

 

 

무심코 머리를 안고 웅크리고 앉아 버렸다. 뭐야 이 바보커플 사양은...

 

 

, 그렇게 감격했나요? 아무리 제 사진이 귀엽다고 폰에 쪽 같은 건 하지 말아주세요, 역시 그건 징그러워서

 

아니....... 이제 됐어, 아무 말도 하지 마

 

 

더 말하면 머리가 오염돼서 이상해질 것 같다.

 

 

떼내거나, 지우거나 바꾸면...... 선배, 찌를 거니까요.

 

무셔어, 왜 그렇게 되는데...

 

 

뭐야 이 얀데레녀, 너무 무섭잖아.

 

 

너 하야마 좋아하잖아, 의미를 모르겠다고

 

~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거랍니다.

 

 

싱글벙글하는 미소가 묘하게 무서운 잇시키에게 휘둘려서, 결국 유키노시타와 토츠카가 어떻게 되었는지, 하야마 일행이 그것을 보고 어떻게 반응했는가 볼 기력도 의식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교내 신문에는 학생회장의 열애 보도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찍혔는지, 내 팔을 안고 만면의 미소를 띠는 학생회장.

얼굴이 도중에 끊긴 사진과 내 지명도가 없어서 그런지, 상대가 누구인가로 교내 화제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그것도 점심시간까지. F반에 도시락 지참으로 습격해온 잇시키의 흉악한 소행으로 나라는 것이 들통났다. 거기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도...

 

 

..............잘도 속였군요, 나를 방패로 쓰다니

 

 

솔직히 오고 싶지 않았지만, 유이가하마에게 연행된 나는 부실 가운데에서 왠지 정좌를 강요받고 있었다. 뭐야 이 탄핵 재판... 유키노시타의 눈빛은 날카롭고, 위에서 내리누르듯이 보면 뱀에 노려지는 개구리처럼 몸이 뻣뻣해진다.

 

 

힛키 기분 나빠! 힛키 최악!

 

 

왜냐... 나 피해자 아니냐...

 

 

, 선배 있다! 오늘 커플 데이랍니다, 영화 보러 가요~

 

 

분위기를 무시하고 당돌하게 들어온 잇시키가 내 팔을 둘러서 안긴다. 뭐냐고, 진짜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커플이 아니니까 안 간다고 할까

 

헤에...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차가워지고 있었다. 등줄기가 얼 것 같은 목소리에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천천히 뒤돌아보자, 잇시키의 눈은 가라앉아, 주머니에 손을 넣어 빛을 반사하는 뭔가를 꺼내려고......

 

 

간다, 간다고!

 

그럴 거죠~?

 

 

활짝 웃는 잇시키가 안겨온다.

뒤에서는 얼어붙을 것 같은 살기와, 악다구니가 섞인 크게 외치는 소리가...

뭐야 이 앞문에 호랑이 뒷문에 이리... 나 언젠가 진짜로 찔릴지도 몰라. 왜냐고... 왜 그런 건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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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有志)

2015. 2. 6. 21:40 | Posted by 2ndboost

 

 

유지(有志) :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관련되려는 의지가 있음. 또는 그런 사람.

 

 

여름방학.

아무리 신동이라든가 천재라든가 기프티드라든가 주위에서 떠들어도 초등학생인 내게는 아주 행복한 일일 텐데 마음이 들뜨지는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가라앉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정도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아니 딱히 들떴어도 얼굴이 늘어지는 일은 별로 없지만.

원인은 알고는 있다.

해결책도 판단은 되어 있다.

타협하면 좋은 것뿐이다.

주변 분위기에 맞추고, 물들어, 같은 행동을 테이프 레코드처럼 반복하면 될 뿐.

요즘 어린 애인데 테이프 레코드.

시대는 반복된다는 걸까.

아니, 요즘같이 리피트 기능이라 하면... 논점 바뀌었는데.

요약하면, 타인에게 섞여 친구를 잘라내면 좋은 거다. 나와 그녀의 친밀한 사이라도 그 한마디의 매도로 그 인연은 끊어져버릴 것이다.

과자봉투처럼, 약간 상처 난 그녀의 마음을 좀 더 후벼 팔 뿐.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감정이라고 할까 이성이라고 할까.

그녀가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마지막 성채는 찢어지게 되겠지.

그렇다면 그녀의 편이 되면 될 뿐이라는 얘기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니, 너무 간단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고 해야 하려나.

그녀의 편이 되면 그 순간부터 나는 반의 적이 되고.

그녀가 배신하면 고독 포지션은 나의 독점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고독을 독점이라는 문구는 약간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고독을 분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명이 두 명이 되어도, 친구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그녀를 배신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다음에는 언제 배신당할까 서로 의심하고.

먼저 그만 둔 쪽이 승리하는 치킨 게임이 된다.

......결국 나는 무서운 거다.

반에서 따돌려지는 것이.

그녀에게 배신당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그녀를 버리려고 하는 것이.

자신이 그런 놈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녀를 생각하는 척하고.

 

 

......하아......

 

 

공원에서 혼자,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요즘 공원에서는 사람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서 끙끙 신음소리를 내는 초등학생인 나를 수상히 여기는 사람은 없다.

집에서 생각하면 되지만 요즘은 엄마가 학교 부활동으로 바쁜 것 같아서 더 이상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사를 해결해 해피엔드를 억지로 창조하는 히어로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다.

거기에 지금까지 대체로는 혼자서 해왔기 때문에 기대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미움 받는 흐름으로 유도할까.

그녀를 상처 입히고, 반 애들 전부에게 미움 받아, 그녀를 저 편으로 이동시킨다.

이동(移動)이라기보다는 이동(異動)이려나.

내 그룹에서 반애들 그룹으로.

그 결과 난 반에서 배척되어 한 명에서 혼자가 되는데.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고.

사이좋게 지내려고 생각해도 결국은 타인이라.

가짜 같다.

 

 

......그게 가장, 좋으려나

 

 

가짜를 싫어하면서 위선으로 거짓의 구원을.

진짜일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이만큼 가짜를 쓸 수 있다면 언젠가 고유결계 같은 것을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저건 위조품일까.

결국 세계의 진짜는 없고.

위조품과 가짜만이 만연하는 걸까.

 

 

...........그렇, 겠지

 

 

올바른 것은 없다.

하지만 전부 틀렸다고 일률적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

이것이 내 타협점.

나는 나를 속이고, 그리고.

 

 

이게 가장 해피엔드......려나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숨을 토한다.

해결책은 있긴 하지만 그것 정도밖에 짐작이 안 되고, 꼴사나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만다.

그렇게 엉망진창 하던 도중에 앉아 있던 벤치 뒤 풀숲에서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이라는 생각이 순간 떠올라서 그 자리에서 뛰어서 물러난다.

거기에 있던 것은.

 

 

......뭐야, 고양이였어?

 

 

평범한 새끼 고양이였다.

순간 뛰어서 뒤로 물러난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면서 벤치로 돌아간다.

가까이서 보니 아무래도 그 고양이는 다친 것 같아 보인다.

그 모습이 어쩐지 지금의 그녀와 겹쳐서.

 

 

......아파?

 

 

무심코 손을 대고 말았다.

 

 

!

 

아얏!

 

 

고양이는 재빨리 내 손바닥을 할퀴며 소리 지른다.

반사적으로 누른 손을 조심조심 봤더니 찢어진 것 같아서 피가 흐르는 중이다. 생각도 못한 고통에 눈물지으며 원망하듯이 고양이를 본다.

확실히 손을 댄 사람은 나지만 도와주려한 상대에게 경의를 표해야....이런 생각을 하다가.

고양이의 눈에 정신을 빼앗겼다.

생기 없이 탁한 어둠을 만드는 그 나를 흘겨보는 눈은.

어떻게 형용해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썩어 있었다.

마치 세상을 원망하는 듯한.

세상에 희망을 갖지 않는다고 할까.

자신밖에 믿을 수 없는, 아니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쩐지 그건 나의 말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전까지 불쌍해보이던 그 고양이는 이상한 압력을 뿜는 것 같아 보였다.

만약 그 눈을 가진 채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주위와는 다른 나와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지만. .....아까 전 이 고양이는 그녀와 같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이 고양이는 나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집단에서 따돌림 받는 미래의 나다.

참으로 비참한 최후겠지.

이렇게 누가 슬퍼해주지도 않고, 혼자서, 세상에 관련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도움 받지 못한 채 죽어 간다.

 

 

괜찮으려나 그 녀석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남중생이 있었다.

그는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고는, 입을 연다.

 

 

......괜찮은 건가? 그 녀석

 

 

그것이 고양이를 가리키는 것은 확실히 파악하고 대답한다.

 

 

......어떨까. 피는 멎었지만 그 이상으로 쇠약해진 것 같아.

 

 

아마, 세력권 분쟁이나 야생 동물에게 습격당했을 것이다. 고양이 다리에는 나름대로 깊은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런가. 그럼 병원으로 데려갈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천천히 손을 뻗는다.

................!?

 

 

위험.........

 

 

때는 이미 늦어 그는 마침 고양이의 손톱에 상처 나는 중이었다.

 

 

?!!!

 

 

나보다 깊이 상처 난 것 같아, 빨간 방울이 땅을 붉게 물들여간다.

무심코 입을 누르고 숨을 들이마신다.

더욱이 할 말을 잃는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그대로 손으로 살짝 고양이를 잡은 것이었다. 안색 하나 바꾸지 않는 그를 보고 내가 본 것은 환상이 아니었을까 의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환상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고양이의 하얀 모피를 빨갛게 물들여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날뛰는 고양이는 그의 상처 난 반대편 손을 꽉 깨물었다.

얼마나 깊이 박혔는지는 모르지만 피가 흘러넘치는 것을 보아 얕은 상처가 아닌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다.

그대로 피투성이의 손인 채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를 가슴에 안아 가방을 들고 공원에서 나가고 있었다.

 

 

, 잠깐 기다려!

 

 

당황해서 불러 세웠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천천히 뒤돌아 본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다.

 

 

...... 아프지 않아?」 「별로

 

 

오기로 참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고,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 지금부터 어디 갈 거야?

 

동물병원. 그 뒤 병원이겠지. 또 무슨 말을 들으려나......

 

 

아니다. 묻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다.

 

 

......어째서 돕는 거야?

 

 

이거다.

그 고양이는 미래의 나다.

누구에게도 도움 받지 못하는 혼자일 텐데......

 

 

.............?

 

 

그는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딱히. 눈앞에서 난처해하면 도와주겠지. 보통

 

 

그 모습은.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사람을 구하는 히어로 그 자체로 보였다.

 

 

 

 

 

 

피투성이인 채 가는 그를 배웅하고 벤치에 앉는다.

 

 

...............

 

 

있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점점 계속되는 핏자국이 틀림없는 현실이라는 증명이다.

 

 

......저런 사람이 있었구나

 

 

멋있었다.

넋을 잃고 보았다.

동경했다.

자신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자신을 희생해서 관계없는 고양이까지 구하고 만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내가 하려는 계획과 비슷해서.

내가 하려는 것을 한 그는 이렇게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희생하면 멋지게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나는 아까 전까지의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안녕 친구 또 보자 자기애.

안녕 고독. 긴 교제가 될 거야.

자 그럼. 외톨이가 되어봅시다.

 

 

 

 

 

 

이후의 이야기.

결국, 나는 역시 그의 방식을 흉내내기로 했다.

다수결은 일반적인 관습이다.

그 결과 나는 반에서 붕 뜨게 됐지만.

떴다 가라앉는 게 엄청나네, 내가 봐도.

방법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츠루미 루미의 권력자의 한 마디! 로 반은 고요하게 물들었다!

(츠루미에 들어가는 한자 하나에 권력자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한 말 장난)

 

이런 느낌이다.

타입 일치로 효과는 배로 증가한다.

나에게 친구는 없어졌지만 역시 이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급식 중에 말 안 해도 좋기도 하니까, .

, 외로운 게 아니라니까!

 

 

루미 짱~ 뭐 해?

 

페르마의 최종정리를 다시 푸는 중이야. 잠깐 조용히 해주지 않겠어?」 「-........ 그래두 심심해...... 루미 짱 때문에 내 친구 루미 짱밖에 없으니까!

 

그 말투만 보면 내가 엄청 나쁜 놈으로 보이는데......

 

 

아니, 나쁜 놈 맞다.

 

 

너무 나와 관련되지 않는 편이 좋아. 또 따돌림 받게 돼.

 

-...... 그래두 루미 짱이 있으면 좋은데

 

......아 그래

 

 

아무튼 그런데도 끊어지지 않는 것도 있어서.

이렇게, 나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적당히 행복해지게 되는 것이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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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항

2015. 2. 6. 11:46 | Posted by 2ndboost

 

 

 

이건 앙케이트다. 뭐 그리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대답해

 

 

좋아하는 음식은?

 

없습니다.

 

싫어하는 음식은?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매운 음식의 좋은 점을 별로 모릅니다...만 약하진 않습니다.

 

아아...... 맵다는 건 일종의 고통이니까. 그것도 당연한가. 그럼 다음. 최근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없습니다.

 

좋아하는 타입은?

 

......? 고스트 타입입니다.

 

아니야.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에 대해서다.

 

없습니다.

 

없어?

 

 

......가족은 소중한가?

 

 

가족과 자신이라면 어느 쪽이 소중해?

 

가족입니다.

 

역시. 미쳤군

 

......?

 

가족이 소중하다면서 그 가족에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신이 가족이니까 그 가족도 가족일 텐데

 

......

 

다음. 아버지는 좋아하나?

 

......좋아합니다.

 

어머니는?

 

좋아합니다.

 

여동생은?

 

좋아합니다.

 

자신은?

 

............

 

대답해

 

......좋아... 하지 않습니다.

 

틀리다. 싫어하는 거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싫지 않다. 넌 가족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타인에게 상냥하지 않아. 단지 자신이 진심으로 싫을 뿐이야. 자신만은 매우 낮은 마이너스가 기준이니까 자신 이외가 전부 훌륭한 사람으로 보여 자기보다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할 뿐이다.

 

......

 

그리고 넌 요령 좋게 고통에 둔하다. 자기보다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타인을 그 몸으로 감싼다.

 

......

 

타인에게 상냥한 이유는 자기보다 더 나으니까. 가족에게 상냥한 이유는 자기보다 좋은 사람이니까

 

......

 

이쯤에서 화내지 않는 게 맞는다는 증거야.

 

......

 

, 미친 거야.

 

 

 

 

 

병실에서 짐을 정리한다.

그렇다 해도 이 2주간은 수업 예습을 하기 위한 교과서와 갈아입을 옷 정도지만.

딱히 감개도 없이 퇴원한다.

안경 선생님의 배웅.

 

 

하치만...... 부디 부탁한다.

 

 

성실하게 심각해보이는 표정으로 말해서 무슨 일일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미인 30대였나.

 

 

아무튼..... 있다면

 

괜찮아. 미연시 주인공 비스무레한 너라면 반드시 찾아낼 거라 믿는다.

 

그런 경험 없어요.

 

만난 지 2시간만에 우리 간호사 메일 주소를 손에 넣은 네 말 따위를 믿겠냐

 

 

조금 정도는 퇴원을 축하하라고.

마중 나오는 사람 아무도 없고.

학교와 일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래, 어쩔 수 없다.

내 입장에서도, 그 쪽이 기쁘고.

나보다, 자신을 우선해 줬으면 한다.

연관되지 않는 게 편하다니 내가 봐도 비뚤어졌다.

 

 

그럼 퇴원합니다. 지금까지 감사합니다. 또 잘 부탁합니다.

 

두 번 다시 오지 마.....라 하고 싶지만 어차피 또 오겠지. 좋은 선물 가지고 와

 

저승길에 가는 김에 그렇게 될 것 같구만

 

하아 바-

 

 

넌 죽여도 죽지 않는다고 등 너머에서 들린다.

죽여도 죽지 않는다라...

확실히.

 

시체는 죽여도 시체....니까.

 

 

 

 

어서와 코마치

 

오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저녁밥 준비를 하는 도중 코마치가 돌아와서 현관으로 마중 나간다.

뛰어 들어와 안긴 코마치를 앞치마 차림인 채 꼭 껴안고 천천히 내려놓는다.

 

 

......좋아! 히키가야균 보충 완료!

 

자가번식 못하는 거냐 그거

 

 

너도 히키가야잖아.

완료라고 하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코마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좋은 향기가 얼굴에 온다.

 

 

좋은 향기네

 

오빠도 좋은 느낌인 냄새야!

 

아마 고기 냄새니까 그거

 

 

그래그래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대로 떨어지게 이마를 손으로 꾹하고 누른다.

--하며 코마치가 손을 바둥바둥거린다.

 

 

자자. 그 우--하는 거 그만둬. 슬슬 요리 사전준비가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 오늘 아빠 늦는다 했어!

 

? 진짜?

 

 

이런.

벌써 4인분 햄버거 반죽이 끝나가는데......

내일 도시락으로라도 돌릴까.

 

 

어머니는?

 

억지부려서라도 돌아온대!

 

 

척하고 엄지를 b모양으로 하고 내게 결정포즈를 보이는 코마치.

귀엽다. 사진 같은 데에 담고 싶다.

하지만 내 손은 지금 이 다진 고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자 그대로 손을 뗄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있으면 어딘가의 투구 씨나 크툴루 씨보다 빨리 사진 찍겠지만...... 어쩔 수 없다.

뇌내 보존이다.

눈에 새겨두자.

하는 김에 이 햄버거에도 새겨둘까.

어머니 몫도 굽자.

 

 

코마치. 대충 할 거 하고 와. 그 사이에 구울 테니까

 

오케이! 진심을 내는 코마치는 어딘가의 투구씨나 크툴루 씨보다 빨리 움직인다구!

 

그렇게 되면 아직 굽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비슷해지는 이유는 남매라서 그럴까.

아니면 내가 대략 견본으로서 코마치를 보니까 그런 것뿐인지.

뭐든 상관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어머니가 돌아왔을까 생각해 불을 끄고 손을 씻고 현관으로 간다.

그리고 심호흡.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까 그렇다.

추가로 아버지의 귀가가 늦어지는 것도 이것이 원인일 것이다.

 

 

다녀왔어! 하치만은......

 

어서오세요.

 

하치만!

 

 

코마치처럼 달려드는 어머니.

나는 다치지 않게 허리에 힘을 줘서 견뎌낸다.

 

 

하치마~!

 

 

이것도 코마치처럼 내게 뺨을 문지르고 난 뒤에 추가로 달콤한 소리를 내며 내게 키스한다.

당연히 입에도 닿는다, 고 할까 입이 많다.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다.

이제 익숙해졌지만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정신을 파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대가 아들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서와 엄마...... 엄마! 새치기 금지야! 코마치도 할 거야!

 

 

두명에게 될 대로 되면서 나는 첫 키스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 명 있을까 이런 관계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분간 뒤.

 

 

크흑...... 오랜만의 요리

 

크흑...... 오랜만의 수제요리

 

뭘 먹었던 거야 당신들......

 

 

둘이 다 내킬 때까지 내버려두면 날이 새서 적당히 끝내고 햄버거를 계속 구운 다음 3명이 탁자를 둘러싼다.

 

 

냐아-

 

아아 미안. 안 잊었다고. 늦었을 뿐이야

 

 

불만스러운 듯이 우는 카마쿠라에게 싱겁게 맛낸 것을 접시에 담아주자 목을 흔들흔들한다.

 

 

냐아-

 

천만이야

 

 

어쩐지 감사 인사하는 생각이 들어서 대답한다.

손을 씻고 다시 탁자에 앉았더니 왠지 두 명이 이마를 누른 채 푹 엎어져 있었다.

 

 

왜 그래? 둘 다

 

아니...... 오랜만에 고양이와 장난치는 오빠의 미소에 약간 당했을 뿐이니까

 

아니......-군을 쓰다듬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아들에게 당했을 뿐이니까

 

 

잘 보면 두 명이 누르는 것은 코였다.

피가 나오는데......

티슈를 주고 멎기를 기다린다.

 

 

「「후우......」」

 

, 멎었으면 빨리 먹자. 식으면 싫어지니까

 

 

멈춰 있던 젓가락을 다시 움직여서 곁들일 토마토를 사이에 놓는다.

 

 

-......코마치 토마토는......

 

.....내 요리는 먹을 수 없어?

 

으으..... 그 왠지 모르게 쓸쓸한듯한 분위기에 코마치는 반항할 수 없어요...... 덥석

 

 

입에 넣은 것을 보고 안심한다.

될 수 있으면 호불호는 가지고 싶지 않지만.

그것도 또 개성이며, 인간다움이다.

 

 

......()

 

어이 이봐. 거기 있는 다 큰 어른

 

아니, 저거야. 하치만이 없는 동안에 토마토 알러지에......

 

............

 

으으...... 그 왠지 모르게 차가운 눈을 보면 엄마로서의 자존심이......

 

...........

 

......-

 

싫다는 듯이 입을 연 어머니의 입에 토마토를 넣는다.

 

치사해!

 

?

 

나도!

 

벌써 너 토마토 먹었잖아.

 

...........그러니까, , 오빠 토마토로!

 

토마토 서툴지 않았어? 아무튼 좋지만......

 

 

똑같이 연 코마치의 입에 토마토를 넣어준다.

여러 가지로.

모두가 즐거운 저녁식사였습다아.

 

 

 

 

 

쌓여 있던 집안일을 재빨리 정리하고 방에서 한 숨 돌린다.

앞으로는 자는 것만 남았다.

그리고 자면, 내일.

학교에 가야 한다.

불안하다.

잘 할 수 있을지 어떨지.

이제 와서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도 상관없지만, 코마치나 카오리는 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그 두 명이 다치는 것은 절대로 안 돼.

아마 고등학교에서도 카오리는 나와 같이 있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카오리의 관계자로서 내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좋게도 나쁘게도.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핸드폰이 울린다.

진동하는 것을 보니 전화라는 것을 알았다.

내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과 카오리.

즉 카오리다.

폰을 손에 들고 일단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전화 받으러 나온다.

 

 

역시 친구. 타이밍이 너무 잘 맞네.

 

슬슬 불안이 심해져서 자기혐오에 들어가려던 중이었지?

 

아아. 육감 같은 거에 눈을 뜬 거야?

 

하치만 한정이지만. 하치만 리밋트!

 

아아, 고마워

 

하하, 여전히 마음 없는 대답이네요.

 

정말로 감사하고 있으니까

 

알고 있어. 그럼, 잘 자.

 

잘 자

 

 

통화를 끝내고, 문을 열려다 멈춘다.

 

 

코마치, 고마워

 

 

내가 방에 들어간 것을 전하는 제 6감에 감사를 싣고, 침대에서 눈을 감는다.

나는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다.

사랑받고 말았다.

마치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분량을 대신 쏟아 붓듯이.

그들의 흘러넘치는 사랑을 향수한다.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는 자신을 비웃으며 나는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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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봄의 유령」

2015. 1. 20. 03:30 | Posted by 2ndboost

 

 

히키가야 하치만, 20. 어느 겨울 날. 1

 

 

하치만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사업자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치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대학입시 때 정든 그 마을을 떠났다)

 

하치만 (솔직히 친가에서 나오는 것은 귀찮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자취를 시작해보니,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하치만 (하지만 입학 때 고른 아파트가 요즘 들어서 약간 불편해졌고, 좀 더 조건이 좋은 것이 발견되어 2학년 겨울 때 이사하기로 했다.)

 

하치만 (전보다도 대학에서 가깝고, 편의점이나 책방, 슈퍼도 바로 옆)

 

하치만 (무엇보다, 방에 로프트가 붙어 있던 게 마음에 들었다)

 

하치만 ~.......♪」

 

하치만 (가볍게 애니송 같은 것을 흥얼거리며 로프트에 올라간다)

 

하치만 (작은 책장을 두거나, 컴포넌트를 두거나, 비밀 기지를 만드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다)히죽히죽

 

하치만 영차

 

하치만 (사다리 마지막 단에 손을 댔을 때였다)

 

 

 

??? ......, 누구?

 

 

 

하치만 (분명히 하반신이 로프트 벽에 파묻힌 여자가, 이상한 듯이 목을 갸웃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하치만 아니. ......아니아니

 

하치만 (아무래도 요즘 아파트에는 이상한 오브제를 두는 모양이다. 움직이면서 말하는 사람 같은 장식물인가. 심장이 멈출 것 같)

 

하루노 안녕. 넌 새로운 입주자야? ......난 유키노시타 하루노, 유령이야생긋

 

하치만 ..................

 

하루노 , 거기서 멍하면 떨어진다구

 

하치만 ......꿈인가

 

하루노 유감이네, 현실입니다생긋

 

하치만 ......잠깐, 밖에 나갔다 올까. 분명 산책하고 돌아오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아파트겠지. 힛키 안다고, 유령 같은 건 없다는 거

 

하루노 지금, 말도 했는데. 그렇게 잘 포기하지 않는 남자애 싫진 않은데

 

하치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장난치듯이 웃었다. 온몸이 벽에서 출렁 나오고, 여기로 기어서 온다)

 

하치만 ......사사삭!

 

하치만 (일찍이 그런 적이 없을 정도로 표범 같은 움직임으로 로프트에서 내려와, 현관으로 재빨리 대쉬했다. 그나저나 아마 나 죽는다! 살해당한다고!)

 

하루노 우와, 잠깐 기다려 잠깐만. 스톱! 아무 짓도 안 한다니까

 

하치만 아니 무립니다!!

 

 

타타타탓!!!! 시끄럽다고 어이!!

 

 

하치만 죄송합니다!

 

 

 

――10분 뒤

 

 

하치만 ......역시, 진짜였네움찔움찔

 

하루노 , 진짜 유령이라구. , 안 닿지?

 

하치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내 오른손에 왼손을 겹치려고 했다. 하지만, 원래 거기에 있어야 할 그것은, 간단히 내 오른손을 빠져나갔다)

 

하루노 그치?생긋

 

하치만 , 확실히. ......하아, 진짠가. 특별히 이 방이 쌌던 것도 아니고, 관리인에게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하루노 아마, 관리인은 모르니까. 날 눈치 챈 사람, 네가 처음이고

 

하치만 ...... 눈치 채고 싶지 않았다......

 

하치만 (지금까지 유령 같은 건 본 적도 없고, 그런 쪽으로 흥미를 가진 적도 없었는데)

 

하루노 이런 미인인 유령이니까, 아무튼 받아들이라구

 

하치만 ......하아

 

하치만 (유령――확실히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했던가. 그녀는 싱글벙글 웃고 있다)

 

하치만 (향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생각해야 할 사항은 그거다)

 

하치만 (이 방에서, 바로 이사한다. 그건 틀림없다. ――아니, 잠깐 히키가야 하치만. 이 사람 아까 전, 뭐라고 자칭했지?)

 

하치만 ......이름, 한 번 더 말해주실 수 있어요?

 

하루노 유키노시타, 하루노입니다생긋

 

하치만 (내가 아는 소녀와 매우 닮은 그 얼굴로, 유령은 환하게 웃었다)

 

 

 

 

――같은 년도, 2

 

 

하루노 저기저기 히키가야 군 아직 리포트 안 끝났어? 빨리 놀자

 

하치만 TV라도 보고 있으세요......

 

하치만 (3시간 전부터 계속 PC를 보고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옆에서, 안달난 듯이 하루노 씨가 말을 건넨다)

 

하루노 심심한데-

 

하치만 (하루노 씨는 정말 시시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휙하고 얼굴을 돌리고 로프트 쪽으로 떠갔다)

 

하치만 (나는 결국 여기에서 나가지 않았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언니라는 이 사람을 두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치만 (그렇다기보다, 이 사람이 하는 말에 거역할 수 없었다는 부분도 있다)

 

하치만 (나간다 해도, 빙의해서 놓치지 않을 거야)

 

하치만 (그렇게 미소 지으며 말했을 때의 이 사람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보이지 않았다)

 

하치만 (고등학교 시절, 유키노시타가 가끔 보인 눈빛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더 어두운――그렇게 거역하는 말을 하게 두지 않는 박력이 있었다)

 

하치만 (그래서 이렇게 아직도 여기에 계속 살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사람은 무슨 짓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치만 (단지, 이 방에 있을 뿐, 처음에는 내 방에 누군가가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싫었지만, 그 사람은 말하는 오브제라고 결론짓기로 했다. 거기에 일단 거실과 로프트로 생활공간을 구분 짓고 있어서, 유키노시타 씨가 로프트에서 나오지 않는 한은 혼자 있을 수 있다.)

 

하치만 (솔직히 그것의 처리에 관해서만은 아직도 난처하지만, 이건 참을 수 없지는 않다)

 

하치만 (하면 되는데, 봐줄게~이런 성희롱을 해도, 질려하는 미소로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나도 이 사람에게 내성이 생기고 말았다)

 

하치만 하아 끝났다. 유키노시타 씨, 끝났어요.

 

하루노 ......

 

하치만 (하루노 씨는 이제 내게 흥미를 잃었는지, 대답이 없다)

 

하치만 한 번 거절한 것 정도로 삐지지 말아주세요......

 

하치만 (화나게 하면 뒤가 무서울 것 같아서, 상태를 보러 로프트에 올라가보았다)

 

하루노 .................., 뭐야?펄럭펄럭

 

하치만 뭐야, 제 만화 읽고 있었네요.

 

하루노 펄럭펄럭

 

하치만 (하루노 씨는 나를 보지도 않고 만화를 읽고 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이 사람, TV 리모컨이라든지 만화 같은 건 닿는데...... 너무 속물적이다.)

 

하루노 지금, 무례한 생각했지?

 

하치만 가끔 유령 같은 능력 쓰는 건 그만두세요.

 

하루노 이런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다구, 상대방 눈을 잘 보면 돼

 

하치만 , 그런 건가요. 저한테는 그것만은, 사람이 생각하는 건 엄청 모르겠지만요.

 

하루노 , 사람한테 흥미가 없어서 그래.

 

하치만 설마, 있다구요. 코마치라든지 토츠카라든지

 

하루노 아아, 그렇지. 자신에게 흥미가 없는 거네.

 

하치만 그렇게 갑자기 사람의 뼈아픈 곳을 찌르지 말아주세요. 그러면, 전 알바 갔다 올게요.

 

하루노 , 다녀오세요~

 

하치만 (하루노 씨는 또 만화로 눈을 돌리면서, 흔들흔들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치만이 알바하는 곳의 정식가게

 

 

하치만 어서 오세요..... 근데, 또 너냐

 

이로하 무례한 리액션하는 점원이네요

 

하치만 대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있다는 것은 전에 들었지만, 왜 일부러 여기에 오냐고. 더 가까이에 좀 더 여자에게 인기 있을 법한 음식점 정도는 많이 있잖아.

 

이로하 ? 선배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치만 아 그래. 너 말야, 좋아하게 될 것 같으니까 그거 그만두라고 했었잖아.

 

이로하 그렇게 되면 되잖아요, 환영이에요

 

하치만 환영한 뒤 안녕이겠지. 아무튼 됐어, 주문은?

 

이로하 B정식 부탁해요~♪」

 

하치만 , B1입니다

 

점주 네에

 

 

 

 

――몇 분 뒤

 

 

하치만 , 나왔습니다.

 

이로하 감사합니다. 여전히 맛있을 것 같네요.

 

하치만 아무튼, 맛있으니까 실제로

 

이로하 그렇죠. 잘 먹겠습니다.

 

하치만

 

이로하 모큐모큐

 

하치만 ......달그락달그락

 

이로하 선배, 그대로 접시 닦으면서도 되면 잠깐 괜찮아요?우물우물

 

하치만 뭔데?

 

이로하 ......, 그 두 사람. 요즘 어때요?

 

하치만 (큰 일이 아니라는 표정을 꾸미지만, 약간 톤이 올라간 목소리가 그 두 사람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가르쳐주었다.)

 

하치만 하야마와 미우라라면, 여전히 건강해 보이던데. 나도 유이가하마한테 가끔 얘기를 듣는 정도지만, 계속 사이좋게 지낸다고 한다.

 

이로하 ......그런가요

 

하치만 (낙담한 채 B정식을 먹는 그 모습은 불쌍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데)

 

하치만 (그보다 잇시키도 아직 계속 좋아하는 게 굉장하다. 누군가 빨리 잊게 해줘, 주변에 있는 놈들은 뭐 하는 거야. 뭐하면 내가 잊게 해주기까지 할 거라고)

 

하치만 계란부침, 서비스해줄까

 

이로하 진짜예요? 와아!

 

하치만 아아, 잠깐 기다려

 

하치만 (기쁜 듯이 떠드는 모습도 아직 꾸미는 감이 있지만, 머지않아 그 허세가 진짜가 되는 날도 반드시 올 거다)

 

하치만 (그 때까지는 뭐, 이렇게 이따금 상대 정도는 하려고 생각한다.)

 

 

 

 

――하치만의 아파트에서

 

 

하치만 ......뭐 이런 느낌이에요.꿀꺽꿀꺽

 

하루노 -. 뭐 자주 있는 얘기네. 하야토는 옛날부터 인기 있었고. 단지 그 미우라 짱이라는 애와 사귀는 건, 왠지 의외네. 하야토는 부모가 결정한 상대 외에는 사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치만 그래요? 어울리던데, 그 둘

 

하치만 (실제로 나도 처음으로 그 둘을 봤을 때는, 분명 이뤄지지 않을 미우라의 짝사랑이라 생각했지만)

 

 

하치만 (괜찮아, 하야토. 그래도, 좋아. ......알고 있었어? -, 그래도 좋을 만큼 하야토를 좋아해.)

 

 

하치만 (그 뒤, 미우라와의 교제 건이 부모님 입에서 나왔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야마는 부모에게 반항한 것 같다)

 

하치만 (그리고 최근 들어서 겨우 하야마의 부모님도 뜻을 거두고, 지금은 미우라와 하야마의 어머니가 사이좋게 지낸다고 유이가하마가 기쁜 듯이 말하고 있었다)

 

 

하치만 .............꿀꺽꿀꺽

 

하치만 아무튼, 사랑하는 여자애는 굉장하다는 얘기예요

 

하루노 무슨 이야기?

 

하치만 아뇨, 아무것도

 

하루노 아 그래, 그나저나 히키가야 군 아까 전부터 혼자서 맥주 너무 마셔. 여기에 마시고 싶은데 마실 수 없는 사람 있다는 거 잊지 않았어?

 

하치만 그런 거 신경 쓰면 이 방에서 밥도 못 먹는다구요,

 

하루노 딜리커시가 없는 사람이네, 여자애한테 인기 없지?

 

하치만 노 코멘트입니다.

 

하루노 덤으로 귀염성도 없어.

 

하치만 ......꿀꺽꿀꺽

 

하치만 캬아~

 

하루노 그 표정 짜증나네, 휘익

 

하치만 리모컨 던지지 말아주세요.캐치

 

하루노 손에 잡히는 게 그거밖에 없었으니까

  

하치만 그래요? ......, 맥주 다 마셨다할짝

 

하루노 이제 잘 거야?

 

하치만

 

하루노 제대로 양치해, 잘 자

 

하치만 안녕히 주무세요.

 

하치만 (하루노 씨는 둥실둥실하며 로프트로 떠갔다)

 

하치만 ......가족인가중얼

 

하치만 (요즘, 이런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깨닫는다)

 

하치만 (그래서 그런가. 나는 아직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하치만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여동생,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하치만과 하루노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하치만 저기, 유키노시타 씨는. 혹시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언니인가요?

 

하루노 유키노 짱을 알아?

 

하치만 , 아무튼. 고등학교 때, 같은 동아리여서

 

하루노 그래?... 그래서 히키가야 군한테는 내가 보인 거였나. 무슨 동아리였어?

 

하치만 봉사부라고...... 뭐 발런티어부 같은 느낌이에요.

 

하루노 헤에... 그건...... 그 애한테 딱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치만 어떤 의미로는 딱 어울렸어요. 그 녀석은

 

하루노 흐응, 그래? 고등학교 때 어땠어?

 

하치만 그러네요...... 약간 길어질 것 같아서, 커피 끓이고 와도 괜찮아요?

 

하루노 , 오케이

 

하치만 (부엌에서 물을 끓이면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까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치만 (나에게도, 소중한 추억이니까)

 

 

 

 

하치만 ......이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아는 한입니다만

 

하루노 그래? ......그런가, . 다행이다. 너와, 유이가하마 짱 덕분에 좋은 고등학교 생활이었네. ......정말로, 다행이야

 

하치만 (그 때 그녀의 표정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해방된 듯한, 아픈 듯한, 슬퍼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매우 기쁜 듯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치만 (그리고 그 얼굴은, 매우 아름다웠다)

 

하치만 울고 싶으면, 부디. TV라도 보고 있을게요.

 

하루노 아하, 그런 건 말하지 말라구. 딜리커시 없네

 

하치만 (후훗하고 그녀는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루노 괜찮아. 조금, 기쁜 것뿐이니까

 

하치만 그런가요후릅

 

하치만 (이미 식은 커피를 훌쩍이면서, 그녀는 여동생을 만나고 싶은 건지, 뭔가 생각하고 있었다.)

 

하치만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3월의 어느 날

 

 

하치만 어라? 유키노시타 씨. TV 리모컨 어디 있는지 몰라요?

 

하루노 ? 모르는데

 

하치만 아니, 분명히 마지막에 쓴 사람 유키노시타 씨인데요

 

하루노 그랬던가?

 

하치만 (하루노 씨는 소파에 드러눕고는, 만화에서 한 눈도 팔지 않고 대답한다)

 

하치만 그래요. 어디에 놨는지 떠올려주세요.

 

하루노 - 잠깐만. 지금 엄청 중요한 데니까

 

하치만 아니, 저도 9시부터 보고 싶은 영화 있다니까요

 

하루노 증말- 시끄럽네. , 리모컨

 

하치만 아니 가지고 있었으면 빨리 달라구요.

 

하루노 왠지 난처하게 하고 싶었으니까

 

하치만 뭔가요 그건.......

 

하치만 (이 사람은 진짜로, 이런 의미도 없는 잘 모를 행동을 한다)

 

 

하치만 ......하루노 씨는, 살아 있었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었던 거예요?

 

하루노 어떠려나. ......- 다 읽었다. 이거 살아있는 몸이었으면 1리터는 울었겠네. 그래서, 뭔데?

 

하치만 ......살아있을 때부터, 그렇게 적당한 느낌이었던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치만 (하루노 씨는 나를 다시 보고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하루노 맞을 거야, 아마 그다지 안 변했어.

 

하치만 그런가요......

 

하치만 (유키노시타도, 필시 고생했겠구만)

 

하루노 그래. ......결국, 속박되는 건 죽어도 변함없는 거야. 한 번 쓴 가면은, 죽어도 벗겨지지 않아.

 

하치만 무슨 말이에요?

 

하루노 아니, 혼잣말. 신경 쓰지 마

 

하치만 하아, 그래요? 그럼 전 영화 볼 테니까

 

하루노 그럴 땐 좀 더 신경 써주지 않으면 여자애한테 인기 없다구?

 

하치만 괜찮아요, 딱히

 

하루노 , 그렇게 쿨한 척하고 고집부리면 별로 호감도 안 오르니까 조심해

 

하치만 진짠가요......

 

하치만 (뭘 진심으로 쇼크 받는 건데? 그나저나 하루노 씨는 깔깔 웃고 있었다. 왠지 나까지 웃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치만 (누나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한 자신을 보고 웃었는지도 모른다.)

 

 

 

 

 

――4월의 어느 날

 

 

하루노 있잖아, 히키가야 군, 요즘 들어서 눈치 챘는데. , 너와 함께라면 이 방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

 

하치만 ? 그래요? 그보다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하루노 , 실은 몇 번 정도 몰래 히키가야 군을 따라 밖에 갔었어.

 

하치만 잠깐 기다리세요.

 

하루노 그래서 생각한 건데, 넌 진짜 친구 없네...... 방에 아무도 부르지 않는 건, 나를 배려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구......

 

하치만 아니, 전부터 그렇게 말했었잖아요...... 그런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제가 울고 싶어지니까

 

하루노 아무튼, 그건 괜찮은데. 한가하고, 산책이라도 가자. 이렇게 날씨 좋은 토요일인데, 커튼도 안 열고 집에서 쭉 틀어박히는 의미를 모르겠어.

 

하치만 ...... 이렇게 날씨 좋은 토요일에 쭉 집에서 이불에 파묻히는 게 최고 아닌가요?

 

하루노 말해두는데 너, 오늘화장실에 한 번 가고 계속 이불에서 뒹굴거렸으니까.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어떤 청년인 거야

 

하치만 청년이라는 건 이런 거라구요.

 

하루노 그럴지도 모르는데, 나하고 있는데 그런 건 안 돼. ? 가자?

 

하치만 -....... 귀찮아요.

 

하루노 좋아, 결정. 가자

 

하치만 사람이 하는 말을 조금은 들읍시다...... 하아터벅터벅

 

하루노 그렇게 귀찮은 포즈하면서도 하는 말 들어주는 남자애, 나 좋아해

 

하치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감쪽같이 속였다고 웃었다. 밉살스럽지만, 이 사람의 그런 얼굴이 싫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치만 갈까요?

 

하루노

 

 

 

 

――……

 

 

하치만 ......터벅터벅

 

하루노 저기저기, 여기 강가는 영화 촬영에 쓰이던 곳이야. 알고 있었어?둥실둥실

 

하치만 어떤 영화인데요?터벅터벅

 

하루노 제목 까먹었는데, 전에 TV에서 하던 거둥실둥실

 

하치만 아아

 

하치만 (그러고 보니 아마 이런 경치였던 기분이 든다)

 

하루노 꽤 좋아했었는데. 치명적인 결점을 빼면 그렇지만. 주제가가 잘 됐었지둥실둥실

 

하치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동경하는 듯한, 혹은 포기한 듯한 표정을 그녀는 짓고 있었다.)

 

하치만 확실히, 좋은 영화였죠.

 

하루노 ......나도,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안에서 살아있으려나둥실둥실

 

하치만 ......터벅터벅

 

하루노 유키노 짱한테는 분명 미움 받기도 했고. 아마, 아버지나 어머니한테는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우수한 딸이었고

 

하루노 하지만 분명 그 사람들은, 죽자마자 잊어버렸겠지. 나를

 

하치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요?

 

하루노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하치만 (하루노 씨는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확신을 품고 있다고 그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하치만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둥실둥실 떠올라 있다.)

 

하치만 (그녀는 말했다. 유키노시타에게는 분명 미움 받고 있었다고. 실제로, 유키노시타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그건 묻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치만 유키노시타 씨. 유키노시타에게――」

 

하치만 (그녀는, 대답할 수 없게 미소 짓고 있었다.)

 

하루노 슬슬, 돌아갈까

 

 

 

 

 

――……

 

 

하치만 (그날 밤, 꿈을 꾸었다)

 

하치만 (꿈속에서 하루노 씨는 아직 작아서, 분명 이것은 그녀의 생전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치만 (유령으로서의 외모가 어른스러워진 것은, 그녀의 정신연령에 비례한 형태려나)

 

하치만 (혹은, 내 안에서의 유키노시타의 언니라는 이미지가 저런 외모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치만 (어쨌든, 꿈속에서 그녀는 울고 있었고. 가면처럼 무표정한데 울고 있었으며. 누군가 진정한 나를 눈치 채달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치만 (그 눈물을 닦아주니, 그녀는 웃었다. 그 얼굴은, 언제였을까 유키노시타가 보인 미소를 꼭 닮았다.)

 

하치만 (역시 자매구나 생각하고, 나도 웃은 시점에서 그 꿈은 끝났다)

 

 

 

 

 

――……

 

 

하치만 (문득 눈을 떴더니, 하루노 씨가 침대 구석에 앉아 있었다.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 얼굴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몰랐다.)

 

하루노 좋은 아침, 히키가야 군

 

하치만 ......좋은 아침이에요

 

하루노 어때?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 미인이 있는 생활

 

하치만 지내기 불편할 뿐이에요.

 

하루노 그래도 실은, 좀 기뻐

 

하치만 마음대로 날조하지 말아주세요.

 

하루노

 

하치만 (하루노 씨는 무표정인 채 내 얼굴로 손을 뻗는다. 그 손은 스륵하고 내 손을 통과해서, 갈 곳이 없어진 듯이 툭하고 내려갔다.)

 

하루노 역시, 못 닦네.

 

하치만 ?

 

하루노 눈물. 네가, 울고 있었으니까

 

하치만 (하루노 씨는 외로운 듯이 웃고는, 일어섰다.)

 

하루노 ......어째서일까, 오늘은 네가 봤던 꿈을 알았던 거야.

 

하치만 ......그러니까, 가끔 그런 유령 같은 능력 쓰는 건 관두라니까요

 

하루노 , 미안해

 

하치만 (하루노 씨는 고마워, 히키가야 군이라고 중얼거리고, 창문 쪽으로 둥실둥실하고 떠올랐다.)

 

하루노 저기, 히키가야 군. 데려가줬으면 하는 데가 있어.

 

하치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창문을 연다. 창에서 찔러 들어오는 빛이 그녀 안에서 어렴풋하게 머물러 있는 것 같이 보여서, 왠지 그녀가 당장 사라질 것 같아 보였다.)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사는 맨션

 

 

하치만 (여기에 오는 것도 고등학교 시절 이래 오래간만이었다.)

 

하치만 (오늘, 갑자기 가면 분명히 거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볼 일이 있어라고 전하자 이외로 순조롭게 승낙 받을 수 있었다.)

 

하치만 도착했어요, 유키노시타 씨

 

하루노 , 고마워. 여기에 살고 있었구나, 유키노 짱

 

하치만 그러면, 인터폰 누를게요.

 

하루노

 

하치만 (인터폰을 누르자 곧 문이 열리고, 유키노시타가그 얼굴을 들여다 보였다.)

 

유키노 어서와, 히키가야 군

 

하치만 오랜만이야, 유키노시타

 

하치만 (하루노 씨는 말없이 유키노시타를 보고 있다.)

 

유키노 ......갑자기 중요한 할 말이 있다니, 뭐니?

 

하치만 (역시, 안 보이나)

 

하치만 아아, 미안해. 갑자기 와서. 저기 말인데, 갑자기 이런 말 해봤자 난처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유키노 그래

 

하치만 (유키노시타는 눈을 돌리고 뺨을 붉히고는, 끄덕하고 수긍했다)

 

하치만 너의 언니 이야기야.

 

유키노 ......

 

하치만 머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줘도 상관없는데. 실은, 요즘 들어 계속 너의 언니와 이야기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유키노 ......

 

하치만 대체로, 놀렸지만 말야. 기본적으로 제멋대로인 누나라는 느낌에. ......그래도, 즐거워서

 

유키노 ......

 

하치만 (유키노시타는 무표정하게,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하치만 정말로, ......즐거워서. 그래서, 저기. 감사인사를, 하려고

 

유키노 ......

 

하치만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유키노시타 입장에서 보면, 화내도 어쩔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

 

하치만 미안, 갑자기 이런 말해서

 

하치만 (머리를 숙인다. 더는,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유키노 ......아니야, 고마워. 그 말을 전하러 와줘서

 

하치만 믿어주는 거야?

 

하치만 (얼굴을 들자, 유키노시타는 다정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유키노 네가 울면서 하는 말을, 믿지 않을 리 없어.

 

하치만 (갑자기 유키노시타가 내 뺨을 닦았다. 그 손가락 끝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유키노 너와 언니가 아는 사람이었던 것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어쨌든 기뻐. 언니를 기억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었으니까

 

하치만 ......, 하루노 씨를 좋아했던 거야?

 

유키노 ......무슨 말이니? 그런 건 당연하잖니.

 

하치만 .....그렇구나

 

하치만 (유키노시타는 당연한 것을 묻지 말라 하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 대답이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는, 명백했다.)

 

유키노 , 빨리 들어오렴

 

하치만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

 

하치만 , 들어오세요. 유키노시타 씨

 

하루노 ......

 

하치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하루노 씨는 움직이려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하루노 마지막으로, 누나가 해주는 어드바이스

 

하치만 ......뭔데요?

 

하루노 ......히키가야 군, 이제부터는 울 때는 유키노 짱 옆에서 우는 거야

 

 

 

하루노 그 애는 반드시, 너의 눈물을 닦아 줄 테니까

 

 

 

하치만 (마지막에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 짓고는, 유키노시타의 방에 녹아들듯이 스륵하고 사라져갔다)

 

 

 

히키가야 군

 

 

 

하치만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거기에는 이미 흔적도 없었지만)

 

하치만 (상냥하고, 따뜻한. 그 소리는 계속 내 귀에 남아 있었다.)

 

 

 

 

 

 

 

 

 

작가 : 끝입니다. 어쩐지 생각한 대로 재미있게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읽어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43. 수고

 

44. 수고

 

45. 수고

 

48. 수고하셨습니다.

분명 전에 뭔가 쓴 사람이다.

 

49. 수고

하루농 생전 이야기로 더 들어가면 안 되려나. 계속 써주세요.

 

50. 좋구나

 

51. 수고

 

52. 수고, 하루농이라면 사라진 척 하고 집에 돌아가면 짠! 할 것 같다.zzzz

 

53. 좋았다.

 

54. 감상 써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매우 기쁩니다. 죄송합니다. 전에 썼지만 선전 잊어서 그것만 하고 떠납니다.

 

이로하 ...어라? 혹시 히키가야 선배인가요?

이로하 선배♪」 하치만 .............펄럭펄럭

이로하 선배~ 슬슬 치바예요. 일어나 주세요~

 

하치만 너와 있는--이 좋아서-나머지는 싫어서―」(번역 : 아이시스)

 

하치만 떠나는 사람을 위한 노래」(번역 : 파인)

http://cafe.naver.com/oregairu/14291

http://cafe.naver.com/oregairu/14294

http://cafe.naver.com/oregairu/14302

 

코마치 저기 오빠. 코마치 말인데, 결혼할게.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낮을까?」(미번역)

(소개글) http://cafe.naver.com/oregairu/14550

 

등을 썼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읽어주시면 기쁩니다. 그러면 좋은 휴일을.

 

55. 너였나! 좋아하는 작품뿐이야.

 

56. 너였나.

전부 읽을 테니까 앞으로도 계속 써줘.

 

57. 너였나.

다음에는 하루노나 사키의 러브러브를 부탁합니다.

 

58. 너의 SS 엄청 좋아한다.

 

59. 수고하셨습니다.

정말로 감동했습니다!

 

60. SS를 읽게 된 계기가 된 사람이었나한 번 더 이로하 SS...

 

61. 수고

 

62. 수고하셨습니다. 좋았다.

 

63. 수고

이걸로 하치만 옆에 야옹 선생님이 있다면, 유키농은 엄청 쉽다

 

64. 어이 잠깐. 그만해 순수하게 울어버렸잖아!

제대로 하루농이 행복해지는 루트도 써주세요.

유정(有情)

2015. 1. 13. 04:17 | Posted by 2ndboost

 

 

1. 무감정 : http://2ndboost.tistory.com/206 

 

2. 무표정 : http://2ndboost.tistory.com/207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오래간만입니다.

시리즈의 계속........? 입니다.

예외편인 오리모토 양 시점이군요.

캐릭터가 동떨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원작에서 중학생 시절이 별로 없어서 어쩔 수 없네요, .

기다려주셨던 분께는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계속 기대(*´`)태그가 붙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부터는 다른 이야기.

실은 요즘 제가 팔로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확인해봤더니 많은 분이 저를 팔로우해주시는 것 같아서.

거기서 리퀘스트를 모아보려고 합니다.

팔로워 100명 기념과 200명 기념을 씁니다.

그 주제라고 할까 아이디어를 여러분이 말씀하신 것부터 쓰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하치유키라든지 여체화 같은 것을 말이죠.

어이, 거기. 노골적인 코멘트 벌이라든가 그런 말 하지 마.

그러면 기다리겠습니다.

 

 ---------------------------------------------------------------------------------------------------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쓸데없는 참견이다.

히키가야 하치만.

처음에는 단순한 농담이었다.

반에서 언제나 무표정한 그 녀석을 놀려주자. 그 이상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백해서, 받아들이면 웃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그건 그거대로 웃으려고 생각했다.

웃음 따위 전혀 안 났지만.

통각이 없다.

그런 말을 해봤자 믿을 수 없고 그런 변명을 할 만큼 나는 미움 받는 걸까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 히키가야를 보고, 나는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그리고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나쁜, 것이다.

사람다움이 부족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서 교실로 돌아갔다.

친구들이 어땠는지 물었지만 나는 대답할 경황은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된다.

당연히 히키가야도 돌아와 있었다.

내 자리는 히키가야 자리의 근처이며, 지금 만큼 그것을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히키가야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 못하고 수업 중에도 힐끔힐끔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보고 말았던 것이다.

히키가야가 자신의 손을 가위로 썩둑 잘라내는 것을.

프린트를 가위로 오리려고 한 순간 뒤에서 다른 프린트를 가지러 온 학생과 부딪히고.

그리고 잘랐다.

그 학생은 눈치 채지 못했는지 그대로 앞으로 가고 있었지만 나는 보고 말았다.

그리고 히키가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대로 프린트를 잘랐다.

그 때 나는 정말로 사고가 멈춘 것 같았다.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숨이 막힌다.

히키가야는 프린트에 피가 베이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계속 손을 베고 있는 것도 깨달은 것 같다.

히키가야는 무표정으로 상처를 살펴보고는, 손수건으로 위쪽부터 덮었다.

왼손을 손수건으로 묶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과연 입 다물고 볼 수는 없었다.

 

 

손수건, 빌려줘. 내가 묶을 테니까

 

 

그러자 히키가야는 나를 보고 말했던 것이다.

 

 

아니, 사양해둘게. 손이 더러워지면 큰일이잖아.

 

 

나는 그 말에.

열 받았다.

화나서 거칠게 소리를 질러 분노를 알기 쉽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열 받았던 것이다.

어떻게 봐도 우선해야 할 것은 자신의 손일 텐데 나한테 신경 쓰다니.

좀 더 해야 할 일이 있잖아!

나는 히키가야에게 손수건을 빼앗아 손에 지혈을 하고 분노를 담을 겸 힘을 꽉 줘서 묶었다.

히키가야는 내 행동에 따를 뿐이었다.

다 묶으니 손수건에서 피가 한층 더 배여 나와서 내 손수건도 꺼내서 더 묶으려고 했다.

그러자 히키가야는 손을 빼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갈 곳이 없어진 손수건을 잡으며 불만을 얼굴에 드러내면서 히키가야의 얼굴을 본다.

 

 

고마워. 이제 괜찮아.

 

......아직 피가 배이고 있는데?

 

너의 손수건을 더럽힐만큼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 말에 나는 또 발끈하고 말았다.

나는 거칠게 히키가야의 왼손을 잡아 당겨서 재빨리 묶었다.

이걸로 좋아.

히키가야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는.

 

 

고마워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감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있는 것은 미안함과 죄책감이 반반, 거기에 의무감이 약간 정도로 생각되었다.

마치 자신이 나쁜 짓을 했는지와 같은 거다.

 

 

..........................

 

 

위태롭다.

히키가야는 엄청 위험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 생각될 정도로.

......히키가야 하치만.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가 지켜야만.

 

 

 

 

 

 

그 이후로 나는 어떻게든 히키가야에게 참견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신경 쓰지 않는 행동이라도 히키가야가 하면 엄청 위험하게 보인다.

한시도 눈을 떼어 놓을 수 없다.

히키가야는 그런 나를 궁금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다음에 본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아무래도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포기하지 못하는 여자애 같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듯하다.

실례라구.

내가 품은 감정은 보호욕구인데.

어쨌든 나는 히키가야를 계속 감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히키가야가 그런 이상한 착각을 했던 것처럼, 그것을 착각한 놈이 있었던 것이다.

이름은...... 아무튼 뭐든 상관없으려나.

이후에는 나오지 않기도 하고, .

아무튼 그 놈은 내가 히키가야에게 반했다고 착각해서 내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이런 느낌이었다.

내 여자(친구). 말이 부족하다구.

나와 그 놈은 말싸움을 하게 되었고, 나는 그 놈에게 밀쳐졌다.

그리고 히키가야 쪽으로.

히키가야가 쿠션이 되어 준 덕분에 나는 거의 아픔을 느끼지 않고 그대로 그 놈에게 화를 쏟아냈다.

뒤에 있는 히키가야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왜냐면 이 자식이!

 

 

그렇게 말하고 그 녀석은 히키가야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히키가야의 분명히 부어오른 오른손이 반 애들 전원의 눈에 노출되었다.

나는 그 때 비명을 지르려고 숨을 들이마시다가.

그리고 멈추었다.

히키가야가 들어올린 당사자를 보고 약간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그 표정은 바로 사라졌지만 그 영상은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결심한다.

 

내가 히키가야를 보호, 지키겠다고.

 

 

 

 

 

 

그런데 별로 의미 없지 않을까..........

 

 

히키가야에게 참견한 지 2주가 지났다.

히키가야에게 변화는 없다.

히키가야는 상처를 상당히 경계하는 것 같았고 저렇게 다치는 일 자체가 드물었던 것이다.

, 도움 안 될 뿐이다.

히키가야는 나를 거절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히키가야와 사이가 좋아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처음에야말로 저런 기분이었지만 이 정도로 같이 있는 거다.

약간 정도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히키가야는 오늘도 무표정하게 해야 할 일을 담담하게 하는 중이다.

 

 

왜 그래? 오리모토

 

 

이렇게 신경 써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연장선에 불과할 뿐인 것처럼 생각된다.

 

 

별로......

 

......튀김, 먹을래?

 

..............먹을래

 

 

히키가야가 내민 도시락 통으로 젓가락을 뻗어 튀김을 집는다.

..........맛있어.

내 도시락의 2, 7배는 맛있는 히키가야의 요리를 먹어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서 좀 더 히키가야의 마음을 열게 할 수는 없을까.

..............................

 

이런 때야말로 친구가 나올 차례려나.

 

 

 

 

 

 

그런 이유로, 어떻게 해야 히키가야하고 사이좋게 될 수 있을지 생각해줘

 

「「......」」

 

 

지금 반에서 특히 사이가 좋은 둘에게 물어보았다.

물어 봤지만...... 어쩐지 별로 반응이 안 좋은데.

 

 

........왜 그래? 둘 다

 

? 아니 그도 그럴 게......

 

......그치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그치-라고 말하는 두 명.

따돌림은 좋지 않다구.

 

 

너희들 사이 꽤 좋다고 생각하는데......

 

 

?

 

 

아니 왜냐면...... 히키가야군도 너랑 있으면 잘 반응하고 너도 하루 종일 히키가야 군 옆에 있잖아

 

 

잠깐 잠깐.

 

 

그렇다기보다 너희들

 

 

사귀는 거 아냐?

 

 

사고가 멈춘다.

재개.

나와 히키가야가 사이가 좋아?

어디의 정보야 그건.

내가 히키가야랑 사귄다고?

겨우 서로의 도시락을 서로 찌르면서 먹고 있을 뿐이다.

?

우리들 사이좋은 거야?

아니 그도 그럴 게 히키가야 항상 안 웃는다고?

내가 뭔가를 하면 히키가야가 마지못해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고.

히키가야 쪽에서 먼저 나한테 온 적 없기도 하고.

?

 

 

우리들 사이좋은 거야?

 

 

적어도 눈앞에서 동시에 이런이런 하며 머리를 흔드는 둘보다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평소처럼 히키가야와 도시락을 먹는다.

오늘 히키가야의 메뉴에는 잘 모르는 이탈리아 요리 같은 게 들어가 있다.

요리 교실에서 배워 오는 것 같은데...... 이 남자는 얼마나 진화를 계속할까.

히키가야가 항상 애용하는 검은 머플러도 손으로 짠 것 같고......

여자일 너무 많이 하잖아.

나는 자신에게 있어야 하는 것을 가진 남자의 존재에 무심코 한숨을 쉰다.

하아...

 

 

......오늘도 기운 없어 보이네.

 

.......... 아니 괜찮아

 

......네가 좋아할만한 간으로 했으니까 먹고 기운 내

 

 

고마워-라고 선대답을 하고 히키가야의 도시락으로 젓가락을 뻗는다.

......너무 맛있어서 난처하다.

 

 

......정말 무슨 일이야? 요새 계속 그런 느낌이던데......

 

 

말해도 좋으려나

여기까지 왔으면 본인에게 묻는 게 가장 빠르다는 생각도 들고.

물어볼까.

 

 

히키가야. 나 좋아해?

 

 

왠지 주위에서 벌떡-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히키가야는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마디.

 

 

좋아하는데?

 

 

왠지 주위에서 꺄아-!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

 

 

히키가야는 기본적으로 거짓말하지 않는다.

거짓말할 때는 한 순간 틈이 생긴다.

그렇다면 지금 한 말은 본심이겠지.

그래... 히키가야를 좋아하는 건가......

 

 

같은 마음이네

 

그러네

 

 

그렇다면 안달나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적어도 히키가야가 나를 좋아한다면.

마음으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우리들을 보는 주변 시선이 약간 뜨뜻미지근해졌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것보다 히키가야와 좀 더 얘기하고 싶은데.

미소.

그러고 보니 나는 히키가야의 미소를 본 적이 없다.

아무튼 무표정이 디폴트니까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보고 싶다.

어떻게든 히키가야의 미소를 볼 찬스를.

 

확실히 당초의 히키가야를 지킨다는 목적을 잊어버린 나였다.

 

 

 

 

 

 

또 다음 날.

히키가야의 도시락에서 초반과 교자가 나오고 수통에서 마파두부가 나왔다.

게다가 나를 신경 써서 교자에는 마늘을 넣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나도 도시락을 직접 만들게 되었지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낙담하고만 있을 순 없다.

오늘의 나에게는 목표가 있다.

히키가야에게 놀러 가자고 말한다는 목표가!

그리고 네놈의 미소를 보여주면 돼!

 

 

히키가야

 

뭔데?

 

이번 주 일요일은 한가하지?

 

단정이냐...... 바빴으면 어떻게 하려고

 

좋아, 나랑 놀러 가자!

 

 

솔직히 내 텐션이 이상해진 것 같지만 이미 멈출 수 없다.

 

 

아아, 딱히 상관없어

 

 

좋아! 하고 승리 포즈를 낸다.

주위에서 겨우 여기까지 왔나, 이러는 한 숨과 그 둘이 성장한 손주를 보는 듯한 눈으로 여길 보고 있었던 것이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일요일.

엄청 멋지게 차려입고 나온 히키가야가 거기에 있었다.

자신이 옆에 있는 탓에 나한테 폐가 되지 않도록 힘낸 것 같다.

그건 나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코디했다는 말이려나.

뭐야 그거, 귀여워.

옷차림을 칭찬하자 히키가야도 말해주었다.

 

 

오리모토도, 그 옷 어울려

 

, 고마워......

 

 

지금까지 많은 남자에게 들은 적이 있는 말이지만 무표정으로 들으면 어떤 의미로 오는 게 있다.

왠지 꿈에서 나올 것 같다.

아무튼 좋아.

그것보다 오늘의 미션은 히키가야와 사이가 깊어지는 것.

 

그리고 미소를 보는 것이다.

미션 개시다.

 

 

 

 

 

무리였습니다.

안 웃는다고, 히키가야.

이제 자포자기가 되어 옆구리를 간지럽혀 보거나 해봤지만 여자애가 남자 옆구리에 손대는 게 아니라고 혼나버렸다.

이제 어떻게 하지......

포기해?

그건 무리다.

그러면......... 생각나지 않는데.

히키가야에게는 꽃 있는 데 갔다올게라고 말해서 별로 시간을 들일 순 없다.

어떻게 하지?

나는 폰을 꺼내서 그 둘에게 Line으로 물어보았다.

 

바로 대답이 왔는데 그것은 올바른 명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히키가야, 사진찍자

 

 

이것이 그 안이다.

그 둘에게 미소를 보고 싶다는 취지를 전하자 그 히키가야 군이라도 억지웃음 정도는 짓지 않을까?하는 것.

어느 새 처음 목적? 뭐야 그건 맛있는 거야? 상태이지만 이제 와서 내뺄 생각은 없다.

 

 

아아, 딱히 상관없어.

 

좋아, 그럼 여기로 와

 

 

히키가야를 근처에 있던 벤치에 앉힌 뒤 나도 옆에 앉아서 될 수 있는 한 어깨를 댄다.

그리고 폰을 앞에 두고 한 마디.

 

 

, ~!

 

 

 

 

 

 

히키가야와 헤어지고 혼자서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

그리고 폰을 본다.

그리고 아까 전에 찍은 사진을 본다.

사진용 미소를 띠는 나와.

 

 

상냥한 느낌으로 미소 짓는 히키가야.

 

 

......정말 위험한데 이거.

이케맨이다.

죽은 눈을 숨기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뺨이 올라가 있어서.

터무니없이 멋지다.

 

 

...................

 

 

최근까지 내가 히키가야에게 해 온 행동을 다시 떠올린다.

나는 이 미소를 띠는 애와 관련되었던 것이다.

......위험해.

얼굴이 빨개진다.

설마.

설마지만.

아니 어디까지나 가능성 중 하나고 그 가능성은 끝없이 낮지만.

 

 

, 설마

 

 

보호욕구가 아니라.

사이좋아 지고 싶을 뿐만 아니라.

설마.

 

 

히키가야를 좋아하는 거야?

 

 

스스로 한 그 말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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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후...

 

 

귀를 간질이는 소리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무심결에 몸을 젖히려고 하지만, 목 뒤로 둘러진 팔 때문에 실패.

그 뿐 아니라 약간 기울어진 등에 비례해서 가죽 소파에 앉아서 이쪽에 밀착하는, 여름 스웨터 너머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보다 생생해져 뺨의 열기가 늘어난다.

옆에서 보면, 연상의 누나에게 농락당하는 젠장할 동정 자식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그 말 대로니까 난처하다.

고문이다. 타인 입장에서 보는 자신에게 생각보다 민감한 나로서는, 쓸데없이.

 

 

히키가야 구~

 

 

그런 내 고통 따위는 모르는 상태로 말하며, 연상의 누나인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는 더욱 더 이쪽으로 달라붙어서, 그 밀착도를 높여간다.

눈 앞에, 유리창에 비친 거울 속에서 활처럼 가늘게 뜬 눈동자는, 그녀가 지금 더 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할까 뺨을 문지르면서 달라붙는 거 그만둬줄 수 없겠습니까...... 이쪽의 무릎에 앉아 기대듯이 꼭 껴안는 것은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뭐라고 할까 이렇게, 신뢰와 친애를 표시하는 것 같아 정신적으로 확 오는 게 있다.

주로 그 하루노 씨가, 이런 관점에서.

 

 

~..........

 

 

고양이처럼 재롱부리며 달라붙는 미녀에게,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것이 그녀가 바란 경품이니까.

죽은 자는 입이 없고. 패자에게는 권리가 없으니까.

다만 잠자코 입을 다물고, 이 천국과도 같은 지옥을 감수하며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다.

혼자 소수라도 세면서, 내 엑스칼리버가 풍왕결계를 풀지 않도록 세심한 주위를 기울여두고, 앞으로는 다만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좋다.

뭐야 이 ぱらいぞ. 심장에는 나쁘지만 행복도는 다른 것과 비할 바 없다.

 

 

...........서비스 나쁘지 않아?

 

 

그런 식으로 방심한 순간 다가오는, 지독하게 차가운 목소리.

뺨에 뺨을 맞닿은 채로 들은 그 주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몸을 떨고 말았다.

 

 

껴안는 베개가 갖고 싶은 게 아닌데~

 

...........미안해요

 

 

불만스러운 것 같은 군소리.

입을 뾰족 내민 하루노 씨에게 나는 솔직하게 사과한다.

 

 

실례, 합니다

 

 

천천히 처져있던 팔을 올린다.

그녀의, 아름다운 등 뒤로.

 

 

..........

 

 

등에 두르고, 살짝 힘을 준다.

더욱 상승하는 밀착도를 생생하게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꼭 껴안는다.

 

 

.............

 

 

그것을 하루노 씨는 눈감고 받아들여, 그리고 나를 껴안는 힘을 더 세게 주었다.

한 손으로 슥슥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중얼거린다.

 

 

, 잘했어 잘했어. 정말 잘했어.

 

..........

 

 

그 고백의 날은, 잠깐이라고 해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는데...... 현실은 비정하다.

서로의 고동이 서로 느껴지는 거리에서, 하루노 씨는 어느 정도 만족했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지만, 5분 정도 하면 자극에 익숙해진 것 같아서.

 

 

~...... 좀 더 어리광부리게 해줬으면 하는데

 

?

 

그거 때문에 일부러 몇 번이나 대부호 했는데

 

? 따분하니까라고 처음에 말했잖아요......

 

 

당황하면서 향한 시선의 끝, 유리창 속의 하루노 씨와 눈이 마주친다.

 

 

...........

 

 

흘기는 듯한 시선.

빨개진 뺨.

미간에 보이는 주름은, 부끄러운 것을 감추려는 증거다.

 

 

..........미안해요.

 

 

 

무연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그녀의,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떨려서, 좋은 느낌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후후

 

 

즐거운 듯이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히키가야 군이라 다행이야

 

그건 감사합니다.

 

아직 눈치가 좀 나쁘지만

 

........헤아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잘 어울리는 상대라고는, 절대로 절대로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데도, 아무튼.

 

 

지금부터 정진하도록

 

..........선처합니다.

 

 

그걸로 좋다고, 그녀가 말한다면.

어울리지 않는 이 입장에도, 약간 정도는 안심할 수 있다.

 

 

있잖아, 히키가야 군

 

 

.........키스, 할까?

 

.........아니, 그 말을 일부러 입에 담는 건 어떨까요.

 

그런 말은 자신이 먼저 할 수 있게 되고 난 이후에 말하는 거야

 

..........

 

 

정말로 부족할 뿐이라고 내심 깊이 반성하면서, 두르던 팔을 떼어 놓고 정면을 향했다.

 

 

......

 

 

눈을 감고 애타게 기다리는 그녀를 보고 조금 당황한 뒤, 나는 떨리는 입술을 윤기로 가득 찬 그곳에 맞추었다.

 

 

 

 

 

그 날.

내가 어떤 아름다운 연상의 누나를 받아들인 날.

자아진 붉은 실은 지금도 아직 연결된 채로.

......아무튼, 뭐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 뒤로 당분간 흐른 현재도.

나와 하루노 씨는, 연인 관계이다.

 

 

 

 

, 히키가야 군 여기야 여기~

 

이런 때는 남자가 먼저 도착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 그래. 좋아, 갈까?

 

 

 

그런 전개를, 기대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툭하고 중얼거리는 내게, 내 무릎 위에서 마음대로 빈둥거리던 하루노 씨가 문득 멍한 얼굴로 다가온다.

 

 

? 평범하게 팔로 꼭 껴안으면서 기대는 게 좋았어?

 

아니, 그 부분은 하루노 씨가 좋아하는 쪽이 좋아요......

 

............. .............정말

 

 

, 하고 눈을 피하고 다시 움직이는 그녀의, 그 머리카락을 넌지시 쓰다듬으며 흘러가는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설마, 집에 리무진으로 데리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하치만 깜짝.

 

 

데이트 가자

 

 

매주 행사가 되어 있던 히키가야가 구구절절 대회 한 중간에, 갑자기 하루노 씨가 그렇게 선언했다.

 

 

데이트하러 갑니다

 

아니, 일부러 단정형으로 바꿔 말하지 않아도 갈 테니까. 거절 안 할 테니까

 

진짜로?

 

물론. ..........저도 가고 싶었으니까요, 데이트 같은 거

 

그러면 빨리 말하라고 바보

 

잠깐, 말투가 거칠..........아니 하루노 씨가 제 집에서 있으면 마음이 풀어진다고 일주일 정도 힘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잖아요.

 

말 안했어

 

?

 

말 안했어

 

,

 

 

무릎 위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이러니저러니 빨개진 얼굴로 부정하는 하루노씨에게 하치만은 폭발사산! 모에도적으로.

그런 사뿐한 느낌으로 첫 데이트가 정해졌지만.

 

 

히키가야 군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이번에는 내가 코스 결정할게

 

미안해요......

 

불평하면 헤어질 거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차이는 거네요.

 

...........죄송합니다

 

 

두 명의, 사람으로서의 최종 라인이 너무 약하다.........

 

 

...............아니, 불평 같은 건 안 하니까요

 

그래그래. 고분고분하게 배우면 된다구 소년

 

배우라니 뭔가요

 

가게 예약해 둬야~

 

잠깐 뭘 하는 거야, 무서워

 

 

불안에 가득 찬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했더니, 처음부터 리무진이다.

안일하게 생각했다.......... 하루노 씨의 상식, 그리고 그 세계.

 

 

전철은 치한이 무서우니까~

 

 

널찍한 차 안, 내 무릎 위에서 빈둥빈둥하고 계시는 아가씨는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부유층이다.

 

 

, 그거야 하루노 씨라면 치한도 전력으로 오겠지만요

 

히키가야 군한테 지켜달라고 할까도 생각했는데 히키가야 군한테 습격당해도 무섭고

 

그런 특수성벽 없어...........

 

 

남자친구에게 무슨 의심을 하는 거야 이 사람.

이걸 보니 의외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건가? 미인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치고는 개인 영역이 좁고...... 어디까지나 자신이 먼저 가까워질 때에는, 이라 말했지만 말이지. 갑자기 껴안으면 엄청 부끄러워하고. 그 이상으로 내가 부끄러워서 죽으니까 무승부까지 되지만.

 

 

그래서, 어디 가는 건데요

 

추리해볼래?

 

.........

 

 

추리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 창밖은 보지 말고

 

허들이 높네......

 

 

그렇다는 건 차안에 힌트가 있다는 말인가?

내비게이션은 없으니까, 뭔가 특징적인 게 있는 걸까.

 

 

맞추면, 포상 줄까?

 

 

그런 말을 들으면 힘낼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면..........

 

 

옆을 내려다보면 그곳에 있는 것은 눈부신 내부장식만.

그리고 즐거운 듯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하루노 씨 정도 뿐.

 

 

............

 

? ..................., ...........................

 

, 아니, 키스 같은 그런 신호가 아니에요.

 

........................

 

사과할 테니까 허벅지 꼬집는 건 좀 봐주세요......

 

 

확실히 암묵적인 신호는 있지만, 역시 운전기사가 있는 차내에서 그런 건 좀.

무릎베개하는 시점에서는 역시 하기 어려움 감이 있다.

하지만, 이제 하루노 씨 정도 밖에 보는 사람이 없다......

 

 

.................

 

...........이번에야말로?

 

아니, .......... 한 번 뿐이에요.

 

 

 

운전기사가 은근히 시선을 돌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누운 하루노 씨에게 다가가서,

 

 

..............?

 

 

문득, 브래지어 끈이 보여서 이런, 어떻게 하지...하고 엄청 긴장할 즈음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뭐라고 할까 이렇게, 묘하게 속옷이 단단해 보인다고 할까.

, 별로 똑바로 본 적 있는 게 아니니까!

......방에 오면 꽤 전력으로 빈둥거리니까, 브라 힐끔이나 배꼽 힐끔이라든가 엄청나다. 그렇다고 할까 아마 보이게 하고 있다. 마성이다.

그래서, 언제나 힐끔한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진 건데.

 

 

..............?

 

 

이상한 듯이,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나를 올려보는 미녀가 있다.

우선.......... 아니 우선이라 말하기는 역시 꺼려지지만, 우선.

먼저, 끝낼까.

 

 

............하루노 씨

 

...........

 

 

시야 구석, 브래지어 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뭔가에서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그 입술에 닿았다.

 

 

...........이런 데에서, 대담하네. 히키가야 군

 

..............아무튼, 가끔씩은

 

 

권한 쪽은 하루노 씨잖아요, 라는 말은 하지 않고 한숨을 쉰다.

 

 

..............

 

 

문득, 여름 임간 학교에서, 비슷한 옷감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노 씨, 목적지가............

 

 

역시 춥지 않을까요 라고 고하는 눈동자를 향해, 그녀는 안심한 듯이 미소를 짓고는.

 

 

괜찮아. 온수니까

 

온수인가요?

 

전세고

 

전세인가. ...........전세?!

 

수영복 새로 맞췄으니까. ..........히키가야 군 말고 다른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지 않았고

 

 

? 하고 목을 갸웃하면서 말하면 끄덕일 수밖에 없다.

 

 

.............내 수영복이

 

코마치 짱한테 부탁해뒀어. 트렁크에 실었으니까

 

 

아아, 집까지 데리러 온 게 그런 이유..........

 

 

마음껏 즐기는 거야, 히키가야 군

 

 

유쾌한 듯이 웃는 하루노 씨.

진짠가........

온수 풀.......... 그것도 전세..........

그리고 새로 맞춘 수영복을 입은 하루노 씨..........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뭣하면 부전패까지 된다.

그나저나 수영복 안에 입은 건가 이 사람.

너무 기뻐하는 거 아녜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미 괴로워하기 시작한 내게,

 

 

그래서, 말인데. 히키가야 군

 

 

작은 목소리로, 어딘가 멋쩍은 듯이 하루노 씨가.

 

 

포상, 줄 테니까. 좀 더 이쪽으로, 와봐

 

.........................

 

 

미소가 사라진, 진지한 표정은 긴장한 까닭으로.

말도 안 되게 귀여운 사람이라고 쓴 웃음을 지으며, 그 말대로, 얼굴에 다가간다.

나와 하루노 씨의 첫 데이트.

목적지는 아무래도, 늘 여름인 실내 리조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