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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캐릭터 A의 세계

2019. 5. 3. 17:36 | Posted by 2ndboost



남자라면 누구라도 동경하는 이상적인 상황, 가라사대 하렘.
주변 여성들의 호의를 한 몸에 받고, 등장하는 여자애를 들볶다가 마지막에 선택한 누군가와 이어진다...
그런 애니나 게임 같은 설정 따윈 결국은 픽션, 어리석은 남자의 꿈 또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겠지만.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가공의 세계에 빠져들려는 걸까.

그렇다면 이 녀석의 경우, 내 친구인 마키하라 유지도 가공의 인물인가?


아니, 대답은 반대이다.


나도 유지도 여기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환상 같은 게 아닌, 의심할 여지없는 현실로서 우리들은 살아있다.
고로 이 현실이 현상이 내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여도 납득해야만 한다.


「여긴 그런 세계」라는 것을.


우리 고등학교가 자랑하는 러키 보이, 통칭 『RGM(리얼 걸게임 마스터)』 마키하라 유지.
유지를 둘러싼 세계는 보통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미연시 세계로 보일 것이다.
고교 2학년, 얼굴은 중상. 성격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다정하며, 약간 우유부단.
자신 있는 것은 스포츠 전반, 서투른 것은 일찍 일어나기와 요리.
소극적인 체질과 적극적인 사고는 여성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여자애의 위기에는 악한에게조차 태연하게 직면하는 용기를 갖고 있다.
이런 스테이터스를 지닌 유지의 주변에는, 여성 몇 명이 둘러싼 확고한 「하렘」이 형성되어 있다.

 


① 유지의 소꿉친구이자 학년 No.1의 미소녀 【호사카 리에】. 
아침에 약한 유지를 깨우러 가는 사람은 근처에 사는 그녀의 일이다.
또한, 유지의 부모님이 맞벌이이므로 아침식사나 도시락, 저녁식사도 그녀가 혼자 맡고 있다.

② 호사카 리에의 한 살 어린 여동생 【호사카 마키】.
소위 소악마라 불리는 성격으로, 유지에게 참견하고 관심 받는 것을 사는 보람으로 여기는 미워할 수 없는 여자애다.

③ 3학년인 우리들의 선배, 모 대기업의 따님이기도 한 【호죠 레이카】.
우아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다. 거리에서 불량배에 습격당했을 때 유지가 구해준 것 같다.

④보이시한 급우 【카노 하즈키】.
수영부의 에이스이며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햇볕으로 다소 검다.
짧게 잘라 정리한 머리나 평균보다 작은 가슴 탓인지, 남자 같은 풍모를 보이는 미소녀이다.

⑤천연 거유 급우 【오카무라 에리카】.
차분한 어조와 쭉쭉빵빵한 몸매로 남자들의 야한 시선을 독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는 기미가 없다는 점이 천연이겠지만.

⑥여장부 담임선생님 【아키모토 카나코】. 
수업 중에 자주 조는 유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입 다물고 있으면 미인이지만, 일단 화내면 의자도 냅다 던지는 괴력교사다.


그녀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마키하라 유지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들만이 아니다.
사촌동생, 반장, 동아리 후배, 보건 선생님, 수수한 도서위원, 근처의 젊은 부인 등등...
입장, 나이가 다른 그녀들은 각자 「마키하라 유지」라는 남자를 사랑하며, 여러 방법으로 대시하고 있다.

그런 리얼 미연시 세계에서의 나 신죠 마사토의 포지션.
그것은 즉 『친구 캐릭터 A』라는 것이다.


「후우~... 아침부터 전력질주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 옆자리에 쓰러져, 입을 열고 중얼거리는 한 마디는 이미 몇 번이나 들은 적 있는 상투적인 대사였다.


「얌마, 그 말 들은 사람이 내가 아니었으면 때렸을 거라고」

「하하, 뭣하면 바꿔주고 싶을 정도야.」


―――약간 울컥한다.
미연시 주인공의 상투적인 대사겠지만, 실제로 들으면 역시 올라오기는 한다.


「화장실에 가면 리에가 문 닫는 걸 까먹어서 맞고, 준비하는데, 덤으로 마키가 가방을 숨기고... 가끔씩은 지각 빠듯이 말고 평범하게 등교하고 싶어.」


본인에게는 참으로 폐가 되지만, 나를 시작으로 보통 남자라면 부러워할 비현실적인 일상을 매일 체험하는 유지.
이런 푸념을 듣는 것은 친구 캐릭터의 의무겠지만...

「너 말야, 나 같은 일반인들한테 그런 이벤트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어. 자칫 다른 남자한테 말해봐라, 쳐맞고 바다에 가라앉을 수가 있다고.」


하하하... 하고 웃는 내 입가는 메말라 있다.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언제 덤벼들지 모를 만큼 내 마음은 심란했다.

―――바꿔주고 싶다고? 평범하게 등교?

바라도, 빌어도, 우리들 일반인에게 그런 현실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저 허무하게 이 세계의 캐릭터 1로서 살아갈 뿐.
이 녀석의 푸념 하나하나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감미로운 세계가 나를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든다.

―――어째서 나는 이런 세계에 태어난 거야...


「마사토?」


깜짝하고 제정신을 차린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 따윈 나오지 않는다. 주사위는 던져지고, 이야기는 계속 흘러간다.
이 세계에서 태어나 버린 시점에서, 나는 「하렘 주인공의 친구 A」라는 피스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자, 갈아입자. 다음 시간이 체육이야.」

「우엑~ 또 달리는 건가.」


나도 사춘기 남자다. 귀여운 여자애와 친해져서, 많이 이야기하고, 잘 되면 여친을 만들고...
게임 같은 일상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그저 보통으로, 어디까지나 평범하게, 고교생활을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결국, 반은커녕 학교의 주요 여자들은 모두 유지에게 눈을 향한다.
물론, 남자 중에 나나 유지보다 멋진 녀석은 얼마든지 있다.
걔들은 몰라도, 내 옆에는 항상 유지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애 같은 건, 이 학교에 존재하지 않았다.


「마키하라 군~」


체육창고에서 용구를 치우고 있던 우리들에게 말을 건 사람은 천연 거유 오카무라 에리카이다.


「선생님이 그러는데~ 정리를 도와달라고~ 그래서 하~짱이랑 같이 왔어~」


뒤에서 스포츠 소녀 카노 하즈키가 공 바구니를 끌며 들어왔다.


「둘보다 넷이 빨리 끝날 거야. 빨리 마치자.」

「하하, 살아났어. 고마워 둘 다」


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져가는 것이 보인다. 역시, 홀딱 빠졌다는 건 이런 거겠지.


「자~ 마키하라 군~ 그거 내가 들어줄게~」

「너한테는 무리야 에리카. 자, 도와줄게.」

「자, 잠깐!? 그렇게 잡아당기면! 아앗!!」


폭하고 매트에 박히는 3인.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오카무라의 가슴이나 카노의 엉덩이에 깔리는 유지. 일반 남자들에게는 더 없이 행복한 이벤트일 것이다.


「...느긋하게 즐기시길」


유지에게는 이것이 일상. 내가 아무리 바라도, 부러워해도, 일어날 리 없는 현실.
나는 자연스럽게 체육창고를 뒤로 했다.


「정말이지, 먼저 돌아가다니 너무해」

「그래서, 미안하다니까. 방해였나? 해서 분위기를 읽은 거라고.」

「어디가 그런데! 그 때는 도와줄 장면이잖아」


돌아가는 길에, 나와 유지의 대화는 전의 체육창고 건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만. 내 마음은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


―――도와줄 장면?
그 큰 가슴에 얼굴을 묻어도?
탄력 있는 엉덩이에 깔려도?
그래도 도왔으면 좋겠다고?
나만이 아닌, 세상의 남고생이라면 저런 상황에서 도왔으면 좋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하지?
제대로 분위기를 읽었잖아.
보통이라면 감사받는 게 당연하지 않나?
―――아니면 자랑하고 싶은 건가? 우월감에 잠기고 싶은 건가?


「...읏!」


그만두자.
아무리 질투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세계. 나의 역할. 나의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오빠」


라는, 귀에 익은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아, 료카 짱. 지금 돌아가는 거야?」

「어머, 마키하라 선배. 안녕하세요.」


꾸벅하고 고개 숙이고 미소 짓는 몸집이 작은 소녀. 나와 연년생의 여동생인 신죠 료카.
매우 평범한 스펙인 나와 달리, 학년 톱클래스의 두뇌와 용모를 갖춘 1학년의 아이돌적인 존재다.
조신한 행동과 늘 웃는 얼굴로 1학년은커녕, 2, 3학년에도 팬이 많다.
그리고 예외 없이 료카도 유지에게 호의를 보내는 사람 중 하나다.


「아 맞아, 오빠. 냉장고가 빈 걸 잊고 있었어요. 장 보러 갈 테니 짐 들기를 도와주러 오세요.」


료카에게 직접 유지를 좋아한다고 들은 적은 없긴 하지만, 일이 있을 때마다 「마키하라 선배와는 오래도록 교제를」이라 계속 말하고 있다.
내가 유지와 사이좋게 있는 한, 료카에게 유지는 꽤 가까운 존재가 된다.
특별한 접점이 없는 료카가 자연스럽게 유지와 만날 수 있다.
즉, 나는 완전히 여동생의 연애도구로 쓰이고 있을 뿐.
가족에게도 피에로 취급받는 비참한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미안, 나 배가 아픈 것 같아. 미안하지만 유지, 도와줘.」

「오빠...?」


비참하고, 뭣하지만. 내 신조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남자」이다. 여동생의 연애는 응원해줘야만 한다.
무엇보다,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울어버릴 것 같았다.
오빠로서 경솔하게 눈물을 보일 수는 없다.


「아아, 괜찮아. 그럼 료카 짱, 갈까?」


틀림없이 료카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목소리 대신 억지로 손을 잡히고, 팔이 꼭 휘감겼다.


「죄송합니다. 마키하라 선배, 마음만 받을게요.」


한 번 더 꾸벅하고 머리를 숙이고 다음은 찌릿하고 나를 쏘아본다.


「꾀병 부려봤자 전부 들켜요, 오빠. 집 문제에 타인을 말려들게 하는 건 허락할 수 없어요.」

「아니... 너, 모처럼 내가...!」

「그러면 먼저 실례할게요, 선배. 오빠의 무례, 정말로 죄송해요.」


세 번째로 머리를 숙이고 나를 질질 끌어당겨 상점가로 데려가는 료카.
나 참, 이렇게 작은 몸 어디에 그런 힘이 있는 걸까.




장을 다 봤을 무렵에는 밖이 깜깜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집을 향해 걷는 도중, 료카에게 실컷 설교를 들었다.


「친한 사이에도 예의가 있으니, 저런 행동은 앞으로 하지 마세요.」


기본적으로 자기감정보다 체면을 우선하는 료카다, 방금 전의 행위는 참을 수 없었겠지. 이런 경우, 항상 고분고분하게 따랐지만.


「...너도 나한테 뭐라고 하는구나.」


머릿속의 생각이 불쑥, 입으로 나오고 말았다.
세 걸음 정도 앞을 걷던 료카는 발을 멈추고 나를 뒤돌아본다.


「당연해요. 관계없는 마키하라 선배를 말려들게 해놓고 칭찬받을 수 있다고요?」


나는 단지, 료카와 유지 둘만 있게 하려고 했을 뿐인데.
누구도 아닌, 너 자신에게 가장 감사받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모처럼 분위기를 읽었는데.
이 놈이나 저 놈이나...


「...확실히...말하는 게 어때...」

「네?」

「유지를 좋아한다고. 나한테 유지와의 사이를 주선해달라고」


억누르던 감정이 둑이 터진 것처럼 터져 나온다.
학교의 누군가에게서, 가족에게조차도 아무렇게나 취급된 울분이, 말로 터져 나온다.


「이제 싫어! 이거면 충분해! 더 이상 어울려줄 수 있겠냐고!!」


짐이 떨어져 야채가 땅에 흩어졌다. 그것은 마치, 터지기 시작한 나 자신의 마음과 매우 비슷했다.


「지금까지! 난 계속 조연뿐이었어! 분위기를 읽고! 신경 쓰고! 그래서 결국 난 어떻게 되는 건데!?」

「오빠...」

「비참하고, 부러워서, 어쩔 수 없어서! 하지만 그게 내 인생이라고 포기하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모르는 사이에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어째서 내 세계는 보통이 아니었을까.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평범하게 공부하고, 평범하게 애인을 만들고.
그렇게 평범한 인생을, 어째서 나한테는 줄 수 없었던 걸까.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여자애는, 친구에게 반해 있었다.
다음에 좋아하게 된 여자애도, 친구에게 반해 있었다.
다음에 좋아하게 된 여자애도, 친구에게 반해 있었다.
그로부터 두 번 고백하고, 두 사람 모두 친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게 된 여자애는, 모두 친구를 좋아했다.

유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그렇게, 하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평범하게... 평범한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미연시 세계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일반인 중 한 사람으로서 인생을 걷고 싶었다.

―――어째서 나는,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는 거지?


「사라지고 싶어」


이미 한계였다.
타인의, 그것도 친구의 행복을 바랄 정도라면 얼마든지 해준다. 하지만, 내 행복은 어떻게 되지? 
자신이 불행의 수렁에 떨어져서까지, 타인의 행복을 바란다... 이상이 실현되는 가상 세계에서는 멋진 신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나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지쳤어...」


리셋하고 싶다.
여기가 게임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나는 이제 이 세계에 있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셨어요?」


따뜻했다. 그리고, 좋은 향기가 났다.
몽롱한 의식을 각성시켜, 상황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나는 료카의 가슴에 안겨,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것 같았다.


「인생은, 생각대로 가지 않아요. 한 톨만큼의 행복조차 손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넘쳐흐르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꼭 껴안기면, 이렇게나 행복한 기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거기에 비하면 오빠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적어도 한 명,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팔에 힘을 주어, 더욱 강하게 안겼다.
얼굴을 들 힘은 없었지만, 료카가 미소 짓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정말 좋아해요, 오빠. 그러니 사라지고 싶다는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말랐음이 분명한 눈물이 다시 울컥거렸다.
행복은, 여기에 있었다. 이렇게나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오빠가 주인공이에요. 같이 걸어가요. 그래주실 거죠?」


**************************************


「유우 군! 도시락 잊었어, 자」

「마키하라 군, 오늘은 저도 도시락을 만들어왔어. 맛 봐주지 않을래?」

「이이잇! 유지는 마키랑 밥 먹는다고 약속했는걸!」


4교시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호사카 자매가, 호죠 선배가, 앞을 다투어 유지에게 다가왔다.
이건 또 평소의 광경. 그리고 이후 아키모토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다.


「아, 마키하라. 너 프린트 제출 아직이었지. 밥 먹기 전에 직원실로 와라.」

「으아아아아! 그만 좀 해줘어어어!」

「하하핫, 오늘은 한층 더 여난의 상이 나오는 유지. 밥은 내가 먹어줄 테니 안심해라.」

「마사토 너 임마! 보지만 말고 도우라고!!」


하잘 것 없는 이야기. 친구를 둘러싼 트러블.
예전의 나라면 분명 견딜 수 없었을 이런 일상도, 지금은 마음에 여유를 갖고 바라볼 수 있었다.
행복은, 바로 옆에 있었다. 그래, 다른 행복도 지금부터 천천히 찾아가면 된다.
주인공은 나다, 할 수 없는 것 따윈 없다!


「아자! 얄밉도록 훌륭한 RGM!」




밤, 저녁식사를 하던 나와 료카를 찾아온 사람은 유지였다.
평소의 실없던 분위기도, 여유 있던 표정도 사라진, 그 얼굴은 평소와 다르게 진검 그 자체였다.


「할 말이 있어.」


내 준 차도 거의 마시지 않고, 유지는 나와 료카를 다시 보았다.


「조금 전, 리에와 레이카 선배한테 고백 받았어.」

「오오!」


마침내 유지에게도 봄이 왔나. 라고 해도 이 녀석의 경우, 항상 신춘이었던 생각이 드는데.


「나, 우유부단이잖아? 그래도... 나 진지하게 생각했어. 역시 내 마음에 솔직해지자고.」

「그, 그래? 그래서, 어느 쪽으로 정했어?」


꿀꺽하고 숨을 들이쉬는 나. 가만히 응시하는 료카. 입을 일직선으로 묶은 유지.
한 박자 두고, 유지가 입을 열었다.


「나...말인데, 료카 짱을 좋아해.」


쇼크는 없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유지가 선택해줬다는 기쁨 쪽이 강했다.
이 녀석의 좋은 면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유지라면 괜찮다. 료카를 슬퍼하게 할 짓은 하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신경 쓰고 있었는데. 이번에 고백을 받고, 처음으로 료카 짱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머뭇머뭇 얼굴을 붉히며 유지는 말한다. 손이 떨리고,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료카 짱이 마사토를 소중히 생각하는 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나도 그 고리 안에 넣어주지 않을래...?」


유지 나름대로 힘껏 한 고백일 것이다. 여기에 올 때까지 분명 몇 번이나 연습했음이 틀림없다.
나는 이제 전과는 다르다. 지금이라면 타인의, 여동생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줄 수 있다.

「료카, 유지는 이래 보여도 여차할 때 의지가 되는 녀석이야. 너와 유지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괜ㅊ」

「틀렸어.」


단숨에, 공기가 변했다.
료카의 목소리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낮아지고, 눈동자 안쪽 빛이 사라졌다.
흔들흔들... 일어서서, 휘청휘청 찬장 쪽으로 걸어갔다.


「저...기.., 료, 료카 짱...?」

「너의 대답은 그게 아니야.」


평소의 조신한 행동도, 늘 짓던 미소도 사라지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너는 『선택해선 안 돼』. 평생 그대로, 네가 선택하는 길은, 누구와도 사귀지 않는 하렘 세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유지도 그런지, 갑작스러운 전개에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한도로 뇌를 완전가동시켜서, 사태 파악을 서둘렀다. 그리고, 한 박자 빠르게 따라잡은 사람은 유지였다.


「저, 저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너의 포지션은 거기가 아냐, 라고 말하는 거야.」


빛이 사라진 눈동자가 똑바로 유지를 붙든다.


「오빠의 세계에서 넌 『미끼』야.」

「미...끼...?」

「너의 역할은, 오빠 주변의 여자를 반하게 하는 일. 오빠에게 나쁜 벌레가 붙지 않게 하는 방충제.」


유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져 간다. 나도 비슷한 얼굴일까.


「그래서, 오빠에게 평소 말했어. 너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아...저기...?」

「『너의 세계』에서 우리들 남매는 단순한 조역. 따라서 나는 너의 게임 공략대상이 아니야. 동시에, 『오빠의 세계』에서 넌 그저 방충제에 불과해. 오빠의 게임 공략 캐릭터는 나 혼자.」


어느 샌가. 료카는 유지의 눈앞에 바싹 다가와 있었다. 속이 텅 빈 눈동자를 닫는 일 없이, 빨아들이듯 유지를 응시한다.


「그리고... 『나의 세계』에서 등장인물은 오빠만. 그래, 우리들뿐이야.」


이 때, 나는 나와 료카 사이에 있는 오해를 깨달았다.
그녀는, 료카는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정말 좋아」는 가족으로서가 아니고, 이성으로서의 사랑이라는 것을.

료카의 손에, 뭔가가 쥐어져 있었다. 무디게 빛나는 그것은... 공예용 소형 해머인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런 중대사에 움츠러들어 움직일 수 없게 된 자신을 저주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료, 료카 짱이 마사토와 둘이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알겠어.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그리고, 이런 장면에서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유지를 다시금 존경한다.
흉기를 눈앞에 두고도 여전히 말할 수 있는 배짱을 갖추다니 역시 주인공...이라는 걸까.


「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 사람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거야. 그렇지? 모든 사람은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나를... 너의 세계의 등장인물로 해주지 않을래?」


그 사랑은 진짜다. 표변한 료카를 앞에 두고 이런 대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말은 즉, 미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다는 건가」

「어...?」

「너, 쓸모없구나.」


거실에 둔탁한 소리가 몇 번이나 울려 퍼진다.
봐서는 안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내 두 눈은 몇 번이나 두드려 맞고, 엉망진창으로 부서져가는 친구의 얼굴에 못 박혀있었다.

이윽고, 희미하게 반응하고 있던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자, 료카는 천천히 다가와서는, 내 눈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오빠」


사방에 흩날린 고깃조각과 엄청날 정도의 피가 달라붙은 얼굴을 닦으며 료카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방충제, 망가져버렸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제부터 모여드는 벌레는 제가 구제할 거니까요.」


아직도 눈동자가 열려 있을 뿐,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나의 머리를 정성스레 어루만진다.
이 때 나는 이미 정신을 잃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정신이 든 때는, 다음날 저녁이었다.



**************************************


「그치만! 유우 군은 신죠 군 집에 간다고!」

「적어도, 마사토 군과 이야기만이라도 하게 해줄 수 없어요?」

「료카! 진짜로 유지 안 왔어!?」


현관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그 소리는 매일 듣고 있다. 호사카 자매와 호죠 선배다.


「오빠는 몸이 안 좋아서 이야기할 수 없어요. 미카히라 선배도 어제는 오지 않았어요.」


아니, 료카. 유지는 어제 집에 왔잖아.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했는데... 그리고 어떻게 된 거지?
어쨌든 모두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빨리... 음... 어라? 몸이 움직이지 않아...


「정말이지, 방충제가 없어지고 나니 바로 이렇다니까. 참으로 성가신 날벌레군요.」


살포시 료카가 침대에 앉는다. 료카, 라고 부를 생각이었지만, 내 목에서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오빠의 세계는 머지않아 벌레로 망쳐지겠죠. 하지만 안심해주세요.」


료카가 뻗은 왼팔은 나의 노출된 음경에 닿았다.
왜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했을까. 나는 알몸이었나.
료카는 천천히, 리드미컬하게 내 음경을 훑어내며 오른손으로 재주 좋게 옷을 벗어갔다.
몇 년 만에 보는, 여동생의 나체. 마지막으로 본 때는 초등학생 무렵이던가.
움직일 수 없는 내 몸에 걸터앉아, 달콤하고, 음미한 입맞춤을 마치자, 하반신의 음경이 무언가에 싸여갔다.


「저의 세계에는 우리들 두 명밖에 없어요. 여기에서는... 『제가 주인공이랍니다』」

sister 下

2015. 2. 16. 13:37 | Posted by 2ndboost

 

 

https://gtnovel.net/book/706-sister

 

 

수위 문제로 제 블로그에서는 공개할 수 없으니 저기로 가시기 바랍니다.

sister 上

2015. 2. 11. 12:22 | Posted by 2ndboost

 

 

비명.

굉음.

 

임신한 어머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어린 대로 필사적으로 창문을 닦던 나는, 똑같이 익숙하지 못한 손으로 청소기를 돌리던 아버지와 서로 마주보았다.

무언가가 계단에서 굴러서 떨어지는 소리와, 어머니의 비명.

어린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버지는 사태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것 같아, 온 힘을 다해서 방에서 뛰쳐나갔다.

나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 뒤를 따라간다.

방을 나와서, 바로 이어지는 복도.

계단 구석에, 어머니가 몸을 구부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 옆에 아버지가 몸을 굽히고, 무슨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나는, 갑작스러운 전개에 머리가 뒤엉킨 채, 천천히 부모님에게 다가가서 두 명을 내려다보았다.

어머니가, 고통스러운 듯이 신음하고 있다. 커진 배에서, 빨간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왠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이제 곧 리온의 여동생이 한 명 더 생길 거야.

--여동생 둘의 오빠가 되는 거야, 좀 더 강해져야 한단다.

 

 

멍하니 있는 나를 내버려두고, 사태는 계속된다.

아버지가 필사적으로 일어나서, 거실로 돌아왔다.

잠시 뒤에 초조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구급차를 부르고 있었겠지만,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

문득, 이름을 불린 것 같다. 아니, 엄밀하게는 내 이름은 아니다.

 

 

오빠

 

 

다시 불린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

목소리를 좇아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계단 위에, 나보다 좀 더 어린 소녀가 서 있었다. 여동생 마리아.

눈이 마주치자, 마리아가 웃었다.

아까 전까지는 맴--하고 시끄러웠던 매미 소리가 뚝 멎었다.

마리아는, 작은 입술을 둥글게 일그러뜨린 채,

 

 

오빠 여동생은, 나 하나면 좋은 거지?

 

마리아......?

 

 

여동생이 한 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린다.

여름의 타는 듯한 햇빛을 등진 마리아가, 옆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갈래로 묶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금빛 머리카락이 태양 빛에 반짝반짝 빛나, 그것은 마치 여신과도 같아서.

하지만, 어째서일까. 여동생의 미소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침전된 시선에 꼼짝 못하던 나는, 멍하니 단지 여동생을 올려다볼 뿐.

 

 

, 째서......

 

 

발밑에서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

깜짝 놀라서, 발밑으로 시선을 내린다. 어머니가 천천히,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 마리,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나 슬픔, 고통, 그리고 분노와 공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마리아는 어머니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 매미소리가 다시 되살아난다.

 

이후에 곧 판명됐는데, 어머니는 뱃속에 잉태한 아기를 흘려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었는가.

어머니의 증언으로, 그 원인이 마리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단에서 내려가려던 어머니를, 마리아는 끔찍하게도 밀어서 떨어지게 했다고 한다.

격앙해서 이유를 캐묻는 아버지에게, 마리아는 시원스럽게,

 

 

왜냐면 오빠의 여동생은 나뿐이니까

 

 

이라고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말해버렸다.

그 날 이래로, 마리아는 우리들 가족에게 종기 같은 것이 되어, 이윽고 부모님에 의해 전 기숙사제인 신학교에 반 억지로 입학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동글동글한 귀여운 눈에 핏발이 서서, 반항하는 마리아의 모습이 지금도 머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부터 십 수 년 전의 여름.

내가 7, 마리아가 5세였던 무렵.

어디에도 있을 법한, 평범한 가족이 산산조각 부서진 여름에 있던 일.

 

 

 

 

sister

 

 

비가 격렬하게 떨어지고 있다.

돌로 된 보도를 때리는 빗방울이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파릇파릇한 잎을 단 가로수도 젖어, 가스등의 희미한 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늘에는 두꺼운 구름에 막혀 별은 안 보이기 때문에, 오늘 밤은 이 한층 더 낮은 곳에서 빛나는 물방울이 별의 대신이었다.

손에 든 우산을, 꽉 쥐었다.

보도 위를 걸을 때 튀는 빗방울이, 바지 옷자락을 적셔 내 무거운 발걸음을 더 무섭게 만든다.

그럴 만도 하다, 이제부터 나는 마리아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으니까.

 

--몇 년 만일까, 마리아와 만나는 건.

 

나는, 대학 진학을 기회로 여기 고향에서 떠나, 마리아는 이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살면서 수녀로 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대로 거기서 취직한 내가 오늘 이 고향에 돌아온 이유는, 다름 아닌, 마리아를 만나기 위해서다.

앞으로 한 달 뒤, 나는 결혼한다. 그것을 마리아에게 전할 수 있다면, 결혼식을 마리아가 근무하는 교회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여름 날 이후로, 몇 번이나 만났고, 마리아는 나를 언제나 따라주었다.

하지만, 내가 마리아를, 예전처럼 귀여운 여동생으로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날 마리아의 미소가 머릿속에 맴돌아서, 여동생에게 공포를 느끼고 만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데다가, 곧 내 아내가 되어 줄 사람도, 시동생이 될 마리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말해줘서,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인척이 없는 밤.

이런 시간이 된 이유는, 마리아의 사정 때문이다.

혹시, 애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데이트라도 가는 건가 생각했지만, 마리아는 성직자, 지금은 그렇게 엄격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시간까지 미혼인 애인이 데이트한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업무에 관련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회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도로 양쪽에는, 돌로 된 집이 듬성듬성 세워져 있다.

그 대부분의 빛이, 벌써 사라져 있다. 그래서 가스등만 있는 길은 약간 어둡다.

산들바람이 불었다. 밋밋한 여름 냄새.

어둠에 싸인 길을 헤쳐가면서 나아가자, 이윽고 지붕 위에 가는 탑을 싣고 그 꼭대기에 십자가를 찌른, 전통식의 작은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 처마 밑에 들어가, 펼친 그대로였던 우산을 접어, 벽에 기대어 세워놓는다.

목제로 된, 건물 규모에 비해서는 큰 문과 마주본다.

후우, 하아, 하고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단숨에 문을 밀어서 열었다.

끼이이, 하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교회 안에는, 초만 있어서 어슴푸레하다. 하지만 마리아는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내 바로 정면, 20m 정도 앞. 마리아는 석고로 만든 신의 성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원을 바치고 있었다.

방의 여러 곳에, 몇 개나 둔 촛불이 흔들림에 따라, 벽에 비친 조금 큰 그녀의 그림자가 살랑살랑하며 흔들린다.

 

 

마리아......

 

 

교회 문턱을 넘지 않은 채, 기억 속보다 조금 커 보이는 등을 향해 이야기한다.

마리아는 문이 열리는 소리로, 내가 온 것은 깨달았을 것이다, 놀란 모습도 없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나를 향해 몸을 돌린다.

 

 

시간이 딱 맞네요, 오라버니

 

 

작은 새의 노랫소리 같이 투명한, 하지만 왠지 잘 들리는 마리아의 목소리는 예전과 변함없이, 상냥하게 공기를 울린다.

언제부터였을까, 마리아는 나를 오라버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녀가 다니는 신학교는, 예의범절이 엄격한 곳이라고 들은 것으로 보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그러세요? 그런 곳에 선 채로. 비에 젖어요. 거기에, 오랜만이니까, 좀 더 얼굴을 잘 보여주세요.

 

 

열린 문을 누른 채 우뚝 서 있던 내게, 마리아는 의아한 시선을 향한다.

 

 

, 아아

 

 

어제 전화로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아직 거리는 있다 해도, 정면에서 이야기한 것은 오랜만이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듯한, 근지러운 것 같은 기분. 지금까지, 마리아와 어떻게 접했는지, 잘 떠올릴 수 없었다.

쭈뼛쭈뼛, 한 걸음, 경계를 넘는다.

장소 탓인지, 싸아-하고 공기가 차가워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축축히 휘감기는 듯한 습기를 내포한 밖과는 분명히 다른, 조용한 공기. 약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뒤에 누르고 있던, 문에서 손을 떼어놓는다.

끼이이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천천히 문이 닫혔다.

외부의 빛이 들어오지 않게 되자, 원래 밝지 않았던 실내가, 더욱 어두워졌다.

그 탓에, 확실하게는 안 보였지만.

마리아가, 어둡게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이구나, 마리아

 

 

실내에 있는 10다리 정도의 목제 벤치 하나에 등받이에서 옆쪽으로 앉아,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리아와 서로 마주보았다.

 

 

이렇게 앉는 방법, 별로 예의 좋지는 않네요.

 

 

그렇게 말하고 마리아는,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아무래도 마리아는, 오랜만의 재회에 당황스럽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단단해서, 도저히 남매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2열 벤치 사이의 통로는 그렇게 넓은 것이 아니라, 무릎을 맞댄 둘의 실제 거리는 멀지는 않다.

하지만, 내게는 마리아와의 거리가 묘하게 멀게 느껴져서.

우선은, 가벼운 화제로, 이 쌀쌀맞은 분위기를 풀어두고 싶었다.

 

 

정말로, 오래간만이군요, 오라버니

 

.......

 

 

마리아가 돌려주는 칼날이, 왠지 빈정대는 듯이 들린 것은 착각이었을까.

흔들리는 촛불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불길이, 마리아의 정밀한 얼굴을 비춘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동안에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한다.

원래 얼굴 생김새는 보통 이상이었던 마리아.

하지만, 기억 속의 그녀는 귀엽다는 인상을 주는 용모였지만, 지금의 마리아에게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어릴 때부터, 마리아의 콤플렉스의 원인이었던, 콧등에 진 옅은 주근깨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여신 같은 그녀를, 수수하고 꾸밈없는 수도복이 잘 끌어올리고 있었다.

베일을 쓰고 있어서 안보이지만, 마리아의 자랑인 황금빛 머리카락은 건재할까.

그 머리카락을, 나는 제법 좋아했기 때문에,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어때?

 

?

 

시스터가 하는 일. 재미있어?

 

 

뭘 뻔뻔스럽게도, 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버려진 형태로 억지로 신학교에 밀어 넣어져, 흥미도 없던 신학을 배우고 타성으로 작은 교회의 시스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누군가에게 억지로 된 일이 즐거울 리가 없다.

 

 

재미있지는 않아요.

 

 

마리아도 긍정한다.

 

 

그건.......

 

 

미안하다...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사과하는 부분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자기만족 때문에 할 뿐이라면, 사과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래도, 일은 그런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거기에, 이 마을에는 저 이외에 다른 시스터가 없어서. 필요해지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묘하게 달관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직 20이 된 바로 직후에, 소녀의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마리아의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이, 마리아를 힘겨워해서, 포기해버린 자신들 가족 탓이라 생각하자, 굉장히 슬펐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답답한 분위기가 흐른다.

마리아는 정말로 변해버렸다고 생각한다.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느 쪽이냐면 쾌활한 소녀에 튀는 듯한 미소가 인상적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카락처럼 태양 같은 아이였다.

하지만, 신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1년에 몇 번인가 만날 때마다 마리아의 성격은 변해가, 지금은 달 같은 조용한 미소를 띠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마리아의 신비적인 용모도 있어서인지, 그녀는 이 시골 마을 유일한 시스터로서 읍인들에게 반 숭배되듯이 존경받는 것 같다.

 

 

 

빗방울이, 돌로 만들어진 교회를 두드린다. 싸아아 하는 빗소리가, 조용한 성역에 울린다.

나는 아직도 마리아와의 거리를 재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잘 아는 사람과 오랜만에 얘기하는 경우의 화제를 찾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기에 온 용건을 꺼내자니, 아직 분위기가 그것을 허락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머릿속의 회로를 돌려서,

 

 

, 많이 자랐네

 

그래요?

 

아아, 대충 2미터 정도

 

그렇게는, 안 자랐어요.

 

 

약간의 농담이었는데, 그대로 돌려받고 말았다. 어라, 혹시 개그가 무시된 거야?

초여름인데, 내 주위만 으스스 싸늘한 공기. 약간 좌절한다.

정말로 마리아는 변했다. 지금 한 시시한 개그라도, 웃어주는 아이였는데.

하지만, 무시된 덕분에 자포자기가 됐는지, 그 이후로는 의외로 술술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혼자 하는 생활은 어떠냐는 이야기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만들어 먹고, 수도복을 입고 교회에 오는 사람들을 맞이해서 가끔이지만 누군가의 참회를 듣고, 그리고 아무도 없게 된 교회 안에서 혼자 밤을 보낸다.

그런, 마리아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흔히 있던 이야기.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도 아닌 이야기.

내용을 보면, 남매라는 친한 관계가 하는 대화치고는, 위화감이 있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틀림없는 남매의 분위기였다.

내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혹시, 나는 마리아를 경계했는지도 모른다.

그 경계도 녹아서, 따뜻하고 평범한 시간을 보낸다.

마치, 행복을 녹인 코코아와도 같다.

몇 년이나 전에 잃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당연해진 것.

그것이 겨우 돌아온 것 같다.

마리아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 무렵으로 행복했던 그 무렵으로 다시 돌아온듯한 착각에 사로잡힐 것 같다.

어린 자신과 융합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들 남매의 분위기가 이렇게 자연스러웠다니, 이미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이야기하는 동안에, 내가 꺼낸 이야기에 대답할 뿐이었던 마리아도, 내 대학생활이나 졸업 후의 현재 생활 등을 듣고 싶어 했다.

 

 

오라버니도 혼자 생활하고 있어요?

 

, 아니, 애인과 같이 살고 있어.

 

......애인, 인가요?

 

 

어쩐지, 마리아가 풍기는 분위기에 가시가 섞인 듯이 내 피부를 찌르는 느낌.

방금 전까지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작은 파문이 일어났다.

밤의 조용하고 온화한 호면에, 작은 돌을 처넣은 듯한.

맑은 마리아의 목소리가, 차가운 칼날을 포함한 것처럼 들린다.

 

 

, 아아, 나도 그럴 만한 나이니까. 그렇지?

 

 

뭐라는 거야, 스스로 자신을 찌른다.

마리아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어 있다.

 

 

저는, 없는데

 

그래? 역시, 시스터는 그런 자유가 없는 건가?

 

아니요, 지금은 그렇게 엄격하지 않은데. 그것보다도, 언제부터 교제했어요?

 

 

화제 전환도 소용없다.

이미 주도권을 쥔 사람은, 마리아 쪽이었다.

 

 

글쎄...,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였으니까...... 그럭저럭 4년이 되려나

 

4.......

 

 

마리아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왠지 모르게 깨닫는다. 마리아는, 오늘 내가 이렇게 여기에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헤아렸을 거라고.

아무튼, 지금까지 몇 년이나 만나지 못했던 내가, 이렇게 갑자기 만나고 싶다고 해서 온 거다, 마리아도 처음부터 뭔가 있다고 상정했었는지도 모른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아마, 용건을 꺼낸다면 지금이다.

 

 

「――결혼하려고 해

 

 

순간, 마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 띠던 미소가, 몽땅 바닥으로 꺼진다.

 

 

그런......가요

 

 

마리아가 발하는 분위기가, 훨씬 날카로워진다.

――나는 타이밍을 잘못 잡았을까. 아니면 그 밖에 무언가 다른 잘못을 저질렀을까.

 

 

축복, 해주지 않는 거야?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 멍청한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마리아는 몹시 상처받은 표정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해줬으면 한다...고 생각해

 

 

, 하고 마리아는 코로 웃었다.

방금 전까지 성녀 같았던 여동생은, 타천사가 되었다.

 

 

나를 이런 곳에 밀어 넣고, 자신만 행복을 누리는 건가요?

 

 

마리아가, 초조해하며 아랫입술을 씹는다.

역시, 마리아는 나와 부모님을 원망했던 건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 자신이 얼마나 허튼 생각에, 제멋대로였는지 실감한다.

 

 

그럴 생각은......

 

 

동요해서 목이 쉰다.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마리아가 따진다.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언인 나를 향해서,

 

 

저는 15년 가까이, 이렇게 억눌린 인생을 살아왔어요.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참아왔어요. 왜 그랬는지 알고 있어요?

 

 

모른다.

확실히, 신학교에 입학하기로 정해졌을 때는 그렇게 반항하던 마리아가, 그 이후로 완전히 얌전해졌다.

 

 

잊어버린 것 같네요.

 

 

마리아의 목소리에는, 이미 명확한 분노를 엿볼 수 있었다.

조형이 잘 갖춰진 미인의 아름다운 눈썹이 번뜩 치켜 올라가고, 큰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둘 사이에 있는 촛불이, 흔들흔들한다.

비춰진 마리아는, 도리어 흉악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오라버니는, 신학교에 들어갈 때 말해줬어요. 내가 반드시 마리아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러니, 그 때까지는 참아 달라고

 

 

듣고 보니, 확실히 부모님에게 부탁받고 마리아를 설득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내용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솔직히 마리아가 무서웠다.

내 유일한 여동생이 되기 위해서, 가족을 부숴버린 여동생이.

그 날, 계단 꼭대기에서, 후광을 받으며 웃고 있던 여동생이.

두려워서, 무서워서, 빨리 내쫓아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동생과 떨어지고 싶은 일심으로,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어찌 고백할 수 있을까.

나는 얼굴을 숙이고 다만,

 

 

미안하다

 

 

단지, 사과할 수밖에 없다.

 

 

왜 사과해요?

 

......거짓말이었다고. 그 날 한 말은, 아무렇게나 한 말이었다고 하고 싶은 건가요?

 

그렇지 않아, 아니야, 마리아

 

그러면! 어떻게 된 건데요?

 

그 날 했던 말에 거짓은 없어. 너의 오빠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힘닿는 데까지 지지할게. 애인도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

 

 

나의 호소는, 참회와도 닮아서.

성녀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불쌍한 새끼양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당시의 기분이야 어쨌든 지금, 마리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것은 확실하다.

십 수 년 방치해둔 여동생과 지금부터는, 내 아내가 될 사람과 함께, 보다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싶었다.

 

 

그런 거, 단지, 오라버니의 등 뒤를 바라볼 뿐일 텐데......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리아는 무언가를 참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깊이 숨을 들이마셔, 그리고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서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오라버니는

 

 

다시 나온 마리아의 목소리는, 매우 평탄하게 울리고 있었다.

 

 

 

마리아가 일어섰다.

숙인 채로는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어떤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을까.

여동생의 마음에 오고 가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분노. 슬픔. 실망. 한탄. 아니면.

 

 

오라버니는, 제 마음을 알아주고 있지 않아요.

 

 

충분히 간격을 두고, 마리아는 계속 말한다.

반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리아가 말하는 대로였다.

나는, 여동생의 마음을 전혀 몰랐다. 그래, 어릴 때부터.

 

 

저 말이에요, 오라버니

 

 

콕하고, 목에 무언가가 박혔다. 가벼운 아픔.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마리...?

 

 

마리아는 웃고 있다.

갑자기, 어쩔 수 없을 정도의 졸음이 덮쳐온다.

급속히 시야가 희미해져간다. 빗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평형감각이 없어져, 공중에 떠오른 것 같다.

갑자기, 충격이 나를 덮쳤다. 서늘한 바닥의 감촉. 아무래도, 앞으로 넘어진 것 같았다.

 

 

저는, 오라버니를,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한답니다.

 

 

광기가 배인 목소리.

몹시 온화하고, 하지만 분명히 가라앉아 있다.

 

 

저기 말이에요, 오라버니.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죠? 그렇다면 둘이, 이 천국에서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아요.

 

마리......

 

 

이제, 그녀의 이름을, 미련하게 반복할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오라버니. 제가, 오라버니를 구해 드릴게요. 애인? 아니요, 그걸로는 오라버니를 구할 수 없어요. 오라버니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뿐이니까요.

 

 

, 천국으로 올라갈까요?

마리아의 목소리가 멀어져간다.

그리고, 나는 천국의 나락에 빠져 들어간다.

귀 안쪽에서,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되살아난다.

마지막에 본, 그녀의 얼굴은.

그 여름 날 같은, 여신의 미소.

 

바닥에 쓰러진 오라버니를 보고, 무심코 미소가 흘러넘쳤다.

방금 전까지 느끼던 초조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오라버니에게 결혼한다고 들었을 때는, 그토록 날뛰던 마음의 물결이, 지금은 조용히 잔잔해졌다.

 

 

아놀드!

 

 

어떤 남자의 이름을 부르자, 몹시 힘이 세 보이는 몸매의 남자가, 교회 안쪽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분을, 감옥으로 데려가주세요.

 

......

 

 

남자가 오라버니를 안는다.

 

 

부디 신중히 부탁합니다.

 

 

 

남자는 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불쌍한 남자. 어느 날 밤, 교회로 온 남자의 참회를 들어주고, 흔히 있는 말을 해준 것만으로 나를 성녀로 우러러보고 있다.

그렇게 어리석은 인간은, 그 뿐만이 아니라. 이 마을에는, 나를 숭배하는 인간이 많이 있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오라버니밖에 구할 수 없고, 다른 누구도 구할 생각 같은 건 없는데.

하지만, 가끔씩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 마을에서라면 어느 정도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말과 좋은 환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나를 버린 부모에게도, , 감사 정도는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남자의 뒤를 쫓아서, 교회 안쪽에 있는 문을 연다.

여기부터는 거주 공간이 있어서, 같은 방이 몇 개 정도 늘어서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복도 안쪽 방은, 밖에서 보면 다른 방과 다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거기에는 돌벽으로 싸인 감옥이 있다.

옛날 마녀재판의 자취일까, 이단자를 구속하기 위해서일까, 어쨌든 종교는 피비린내 나는 역사가 따라다니는 것으로, 이 감옥도 그 엄청난 피 중의 하나였다.

남자가 감옥 안에 있는, 큰 침대에 오라버니를 눕힌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침대는, 폭신폭신해서 이렇게 돌이 드러난, 으스스한 감옥에는 이단자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가 나와 오라버니의 사랑의 보금자리, 천국이 되는 것이다.

 

 

저기, 오라버니.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예요. 저도 오라버니를 행복하게 할 테니까

 

 

지금은 아직 조용히 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삭였다.

[내여귀] 푸른색 일루미네이션

2013. 10. 26. 15:32 | Posted by 2ndboost

<프롤로그>


그 날, 나는 오늘 입고 갈 옷을 좀처럼 정하지 못하고, 초조해 하고 있었다.

시계를 곁눈질로 살펴보면서, 이것 저것 옷을 들춰내기 시작하고는 한숨을 토했다.

쿠로네코와 시부야역의 개찰구에서 만나려고 약속한 시간까지, 2시간 남짓.

키리노도 아니고, 그녀는 나의 복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성격은 아니다.

다만, 어제 마나미와의 대화가……마음의 걸림돌이 되어, 내 손을 주저하게 했다…….

 

<야마노테선 시부야역 개찰구>

전철에서 내려 홈의 계단을 달려 나와 중앙광장으로 달려 나가 겨우 개찰구에서 나왔다.

쿠로네코는 조금 화나 있는 것 같은 얼굴을 보였지만,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늦었네요, 선배」

「미안, 옷을 고르는데 고생해서……」

「……그것 치고는 , 지난 주와 같은 복장으로 보이지만」

그녀는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빤히 보고서는 웃었다.

「루리, 너무 많이는 괴롭히지 말아줘」

「……선배,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아직 부끄러워」

나와 쿠로네코는, 서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주는 선물을 사기 위해서 시부야에 와 있었다.

올해 여름방학에 쿠로네코에게 고백받아 교제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의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선배도, 나한테……쿄, 쿄우스케라고 불리면 부끄럽지요」

「……뭐, 그...그렇지. 그럼 , 쿠로네코……너 , 선물로 뭔가 갖고 싶은 것은 없어?」

할 수 있으면, 자신의 연인에게 주는 선물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지만,
내 센스를 생각하면, 쿠로네코가 기뻐할만한 것을 고를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그것을 정직하게 그녀에게 얘기 했더니 「그 정도로 나와 데이트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게 나를 조롱하면서도, 함께 쇼핑하는 것을 기분 좋게 승낙해 주었다.


「나는 선배가 주는 것이라면, 어떤 물건이라도 좋았을 텐데……」

「그렇지만, 역시, 네가 기뻐할 만한 것을 주고 싶고」

「……여전히 선배는 상냥하구나」

새하얀 도자기와 같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로 입 주위를 숨기면서, 정말로 재미있는 듯이 쿠로네코가 웃었다.
나 역시 스스로 말한 대사에 부끄러워져, 뺨을 긁으면서 얼굴을 돌렸다.

쿠로네코는 나와 교제하기 시작하면서, 트레이드 마크인 고스로리 패션을 하지 않게 되었고,
파스텔 컬러나 따뜻한 색상을 주로 띤, 여자아이인 것 같은 복장을 좋아하게 되었다.

말투도 완전히 독이 빠져 바야흐로 가련한 미소녀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 하이 넥을 겹친 니트 원피스와 털실로 만든 방울을 붙인 니트 모 옷차림이다.


「너에게 액세서리를 주려고 생각해서, 실은 가게도 찾아놨어」

「……당신과 액세서리는, 묘한 배합으로 보이지만」

내게 액세서리를 고르는 센스는 없다.

하지만, 쿠로네코같은 여자아이가 기뻐할 만한 액세서리를 팔고 있는 가게라면 알고 있다.

생각해 내려니 무섭지만…….

시부야역에서 매우 가까운 패션 빌딩 한가운데 그 가게가 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키리노한테 끌려가, 억지로 실버 액세서리를 산 그 가게다.


「쿠로네코, 여기야」

「……흐응……제법 센스가 좋은 것이 있네요. 가격도 적당한 것 같아. 그런데, 왜 선배가 이런 가게를 알고 있는 걸까...」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 가게에서 키리노의 선물을 억지로 구매한 것은, 도저히 말할 수 없다. 하물며,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 뒤 남매가 러브호텔에 들어갔다는 것은…….


「키리노가 빈번히 이 가게에서 사고 있는 것 같아. 그 녀석 성격은 그렇지만, 이런 센스만은 좋으니까」

「……그렇구나, 그 여자, 이런 센스만은 좋네요. ……성격은 그렇지만」


점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으면, 쿠로네코가 실버 액세서리를 전시한 진열장 한 곳 앞에서 멈춰 섰다.

심플한 디자인의 상품을 중심으로 진열되어 있는 것 같다.


「어때? 쿠로네코 마음에 드는 것은 있어?」

「……그, 그렇네, 조금 더 기다리고 있어봐요.」


아무래도 내 말은 건성으로 듣는 것 같다.

키리노와는 달리, 쿠로네코의 성격으로는, 자신이 이것을 갖고 싶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쿠로네코의 시선을 쫓아, 실버 액세서리의 하나를 가리켜서…….


「이것은 어떨까나, 쿠로네코와 어울릴 것 같은데」

「……그, 그렇네, 선배가 그것이 좋다고 말한다면」


아무래도 빙고였던 것 같다.

쿠로네코는 나를 힐끔하고 보고서는, 곧바로 그 실버 액세서리에 눈길을 되돌렸다.

팬던트 탑이 2개 있는 팬던트로 , 사각 프레임과 십자가를 옆에 나란히 놓아, 「화합」이라고 하는 문자를 디자인한 것이었다.


「……으, 응. ……매우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쿠로네코가 말하면, 어쩐지 나도 기뻐」


쿠로네코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나는 선물 포장을 부탁하려고, 점원을 찾아 시선을 돌리고...

그런 나를 알아차렸는지 , 쿠로네코는 내 옷자락을 조금 끌어당겨…….


「……잠깐만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응? 선물용으로 포장해달라고 생각했는데……」

「저……이거………………페어로는 안될까?」

「……페어?」

「그, 그러니까………………선배하고 나와……」


쿠로네코는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고는, 귀까지 새빨갛게 되어 고개를 숙여 버렸다.

나도 그녀가 말한 의미를 간신히 깨닫고…….


「그, 그렇겠지.……, 우리들, 여, 연인이니까……」

「……서, 선배,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부끄럽지 않은 거야?」


페어 룩을 한 남녀를 길거리에서 보면, 바보 커플을 드러내는게 아닌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같은 입장이 되어보면……아무튼, 이것은 이것으로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점원에게 부탁해 진열장에서 꺼내, 쿠로네코의 손바닥에 얹어 주었다.


「……2개의 팬던트 탑이 흔들릴 때마다 「화합」의 문자가 되는군요……정말로 멋져」


쿠로네코에게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이런 심플한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근데, 페어라고 하는 것은 나도 하는 거겠지?

자신이 이 팬던트를 걸은 것을 상상 해서, 빨간 얼굴이 되었다. ――키리노에는 절대로 보이면 안돼.


「실례합니다. ……이 물건을, 페, 페어로……선물용으로 포장해 주세요」


점원이 나를 보고는, 일순간 히죽거리며 웃은 것을 나는 일생 잊지 않는다.

선물 포장이 끝나고 대금을 지불해, 나는 이브에 그녀에게 줄 선물을 받았다.

쿠로네코도 나에게 선물을, 모처럼 시부야까지 왔으니까 사고 싶다고 말했지만, 당일까지 기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해서, 나는 거절했다. ――물건이 아니라도 나는 좋으니까.


「그것보다, 이제 곧 낮이고……점심을 먹을까?」

「……벌써 그런 시간이네」

「가까운 곳에 조금 세련된 가게가 있다. ……거기로 좋은가?」

「……선배는……꽤 시부야에 자세하구나? 자주 오는 거야?」


키리노에 끌려다녔던 휴대폰 소설의 취재야, 애인인 척 하고서 끌려다닌 덕분에, 나는 시부야 지리에 대해 어느 정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덤을 파 버린 것 같았다.


「가, 같은 반에 아카기라고 하는 녀석이 있어, 그 놈한테 끌려다니면서……」

「……그 아카기라고 하는 사람은……남자겠지?」

「아, 그 녀석은……, 시스콘으로, 여동생의 선물을 사기 위해서……」

「……흐응……오늘은, 그런 것으로 해주겠어요. 선배」


쿠로네코의 상냥함에 감사하면서, 나는 평정을 가장하고는 이전에 키리노와 같이 간 가게로 안내했다.


「……선배, 여기 과자 샵이네? 역시, 아카기상과 왔을까?」

「그 녀석은 단 것을 상당히 좋아해서... 거기에, 이 가게에서는 보통 식사도 할 수 있다」

「……선배가 말하는 아카기상은……아카기 세나의 오빠인 아카기 선배?」


쿠로네코와 아카기 세나는 반 친구로 같은 게임 연구회의 부원이다.

입부 당시에는 다양하게 말썽이 있었지만, 쿠로네코가 세나에게 본심을 말했기 때문에, 지금 두 명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확실히 아카기는 세나의 오빠지만……내가 쿠로네코에게 아카기를 소개한 기억이 없다.


「어라!? 너, 아카기와 안면이 있었던가?」

「입학식의 다음날, 아카기 선배가 축구부의 권유를 하고 있었을 때……나, 선배하고 함께 있었잖아.……잊어 버렸을까?」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서툴다는 것은 쿠로네코도 훤히 알고 있는 것 같아, 쿡쿡하고 재미있는 듯이 미소짓고 있었다.

이제 와서 변명 하는 것은 촌스럽고 「어쨌든 들어가자고, 배고프다?」라고 말하며 속였다.

웨이트리스에게 두 명이고 말하면, 길가에 인접한 창가에 안내받았다.


「세련된 가게군요. ……선배는, 나는 틀림없이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맥(Macdonald)으로……」

「너 말야, 나라도 그녀를 그런 곳에는 데리고 가지 않아」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나는 누군가와는 달리 사치하지 않으니까」


쿠로네코가 말한 「누군가」는, 말할 필요도 없이 여동생인 키리노에 대한 것이다.

그 때 키리노가, 「패스트푸드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금지」라고 말한 것을 생각해 낸다.

「선배의 체면을 봐서, 깊게는 파고들진 않아요. 그렇지만, 정말로 무리하지 않도록」

「그리 말해주면……고맙지만, 남자에게도 허세가 있다는 것도 알아줘」


우리들은 메뉴를 보면서, 이것저것 어느 것으로 할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같은 것을 주문했다.

런 사소한 일에서도 나는 그녀가 쿠로네코라서 다행이라고, 절실히 감동하고 있었다.

창 밖을 응시하면서, 쿠로네코가 중얼거리는 듯이 입을 열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눈이 내릴까...」


나도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면서, 키리노와 보낸 작년 크리스마스이브를 생각해 내고 있었다.


「어떨까. 오늘이 일요일이니까……앞으로 5일이겠지」

「음... 나날이 추워지고 있기 때문에……내리면 좋겠지만」

「역시 너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것인가?」

「……당신……무례한 말투군요. ……그렇지만, 역시 로맨틱하다고 생각해요」


주문한 것이 테이블에 놓여지고, 우리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창 너머로 보고 있던 길가의 가로수에는, 벌써 일루미네이션이 장착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가로수의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에는, 청색 LED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나뭇잎이 모두 져 버린 낙엽수에 청색 LED의 일루미네이션.

확실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엄숙하고 환상적으로 보이지만……나는 아무래도 좋아할 수는 없다.


「저기, 선배? 가로수의 일루미네이션 눈치 챘어?」

「아아, 아직 낮이니까 점등하지 않지만……현지에서도 상점가에 보여」

「……내가 아직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은 소형 백열전구와 같은 색 뿐 만이었다 하지만, 최근은 푸른색이나, 하얀색이 많이 증가 했어요」


쿠로네코가 말하듯이 옛날에는, 확실히 소형 백열전구와 같은 색 뿐 만이었다.

소형 백열전구가 바뀌어 지금처럼 LED가 이정도 만큼 증가한 것은 최근부터다.


「나는 그 푸른색의 빛을 아주 좋아해요. ……뭔가 환상적이고……침착한다고 할까」

「저것은 단지 고 휘도의 청색 LED이니까 낼 수 있는 색과 빛이야」

「……선배는, 그런 색의 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

「나도 싫지 않지만……그렇지만 말이야, 왠지 외롭다고 할까 차갑게 보여」


쿠로네코는 「로맨틱하지 않아, 선배는」이라고 말하면서 나를 흘겨 보고는, 곧바로 미소지었다.

나는 「뭐...그렇지」라고 대답하면서, 얼굴을 돌리고 뺨을 긁으면서 익살맞은 짓을 해 보였다.

그러나, 역시 좋아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색계의 대표인 청색의 LED가 발하는 빛의 인상이, 나에게는 차갑고 황량한 이미지를 안게 한다. 그리고 또 청색 그 자체가, 어떻게도 내 마음에 걸려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선배? ……작년의 이브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작년의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하면, 생각해 내고 싶지도 않은 악몽의 하루였다.

키리노의 휴대폰 소설의 취재를 따라, 선물을 억지로 사게 되고 마지막은 러브호텔…….

그러나, 쿠로네코한테는 내가 거짓말을 해도 곧바로 들켜 버린다. ――정직하게 말할 수 밖에 없으려나. 러브호텔의 부분만 얘기하지 않으면 좋겠지.


「……흐응, 그 여자와 ……이번은 정직하게 얘기해 준 것 같다. 하지만, 러브호텔의 부분은? ……혹시 내가 놓쳤는지」

「어, 어째서, 그것을 네가 아는거야! 키리노한테 들었던 건가?」


여기서 내가 키리노의 이름을 냈던 것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이었다.


「당신은 정말로 거짓말을 못하네……거기가 당신의 참 좋은 곳일지도 모르겠네요.……그 여자의 휴대폰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약간 생각하면 안다고 생각하지만」

「……다음부터는 너와 얘기할 때는, 좀 더 생각하고 나서 말해야겠구나」


디저트와 커피가 테이블에 놓여진 뒤에도, 우리들은 가벼운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쿠로네코는 정말로 잘 말하게 되었고, 잘 웃게도 되었다.

이전의 우리들 사이에 잠깐 흐른 침묵도, 그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역시 이쪽이 단연코 사랑스럽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런데 , 오늘 만났을 때부터 쭉 신경이 쓰였던 것이지만……물어봐도 좋을까?」

「……묻고 싶은 거라고?」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쿠로네코는 물을까 말까 헤매고 있었다.

시부야역의 개찰구에서 만나고 나서 이 가게에 들어갈 때까지, 짐작이 가는 순간은 없었다.


「……나에게……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은 없을까?」

「내가 너에게……뭔가 숨기고 있다고?」


나는 정말로 짚이는 곳이 없었고, 쿠로네코에는 어떤 것도 비밀은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표정을 읽어내는 듯이 가만히 내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예전의……무표정의 쿠로네코를 보는 것 같았다.


「……,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어제, 뭔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쿠로네코로부터 「어제, 무슨 일 있었어」라고 들으면, 어제 마나미한테 들었던 것이 뇌리에 선명히 되살아났다.

낭패 하는 내 표정에 확신을 얻었는지, 쿠로네코가 내게 묻기 시작하였다.


「……선배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어쩔 수 없겠지만…….나와 교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나는 당신에게는, 결코 비밀은 만들지 않는다고 결심하고 있었어. 그러니까……당신도……」


쿠로네코가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 솔직히 기뻤다.
내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서, 결국 미움 받는다고 해도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

어제 마나미와 있었던 일을, 나는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소꿉친구와 마나미>

나와 마나미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습관이 되어 있었다.

당초는 마나미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마나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매우 쾌적했다는 것이 제일의 이유일 것이다.


「……저기, 쿄우짱 ……다음주의 스터디 그룹이지만……」

「으응~ , 아직 다음 주 예정을 아직 몰라서 ……잠깐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서로의 스케쥴에 맞춰, 주말의 토요일이나 일요일 둘 중의 하나를 스터디 그룹 날짜로 했었다.

그러나, 올해 여름방학에 내가 쿠로네코에게 고백받아 그 며칠 후부터 교제하게 되어, 사정이 바뀌었다.

내 사정으로, 마나미와의 도서관 스터디 그룹이 열리지 않는 주가 여러 번 있었다.


「마나미……최근, 타무라 가게는 일본식 과자의 신작은 만들지 않아? 저번의 신작을 먹고 나서……」

「……저, 쿄우짱 ……소꿉친구라는 말……매우 좋은 말이지?」


나의 말을 끊는 듯이, 돌연 마나미가 입을 열었다.


「친구라고 말해지는 것보다, 왠지 이렇게 따뜻해서……친구 이상으로 사이가 좋은 다고 들리는 걸. 그렇지만………………매우 적당한 말이지요」


마나미가 무엇을 말하려고 있는 것인지, 나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저기, 쿄우짱에게는………………나는, 무엇일까?」
「무엇이라고 해도, 그거야……너와 나는 어렸을 적부터의 소꿉친구겠지만」

「……그렇네요. ……그렇게, 소꿉친구……단지 그것 뿐이에요」


마나미는 나의 시선을 피하는듯이, 위쪽을 향한 채로 나의 반걸음 근처를 걸었다.


「……마나미. ……네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나는……」

「나는, 쿄우짱을 좋아했다. 으응, 정말 좋아해. ………………그런데, 이제 모르게 되어 버렸어」


갑작스럽게 나를 좋아했다고 말하기 시작하는 마나미에게,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쿄우짱 ……쿠로네코 상과 교제 하고 있군요. ……나……알고 있었어」


나와 쿠로네코가 교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하는 마나미. ――따로 숨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만나는 것 그만둬. ……나, 쿄우짱에 대해, 정말 좋아하는 그대로로 있고 싶으니까. ……그러니까………………만나는 것 이제 그만둬요」


마나미는 멈춰 서고 방향을 틀어, 젖은 눈동자로 나를 직시했다.

분노와 낙담, 그리고 체념이 뒤섞인 눈동자였다.


「마나미, 갑작스럽게 만나는 것 그만둔다고 말을해서는……마나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한테는……」

「그럼 , 쿄우짱은 나한테……키스, 할 수 있어? 할 수 없어? ………………안녕. ……쿄우짱」

마나미가 나에게 고한 마지막 말 「안녕. ……쿄우짱」


멍하니 내내 서 있는 내 눈동자에는, 종종걸음으로 떠나가는 마나미의 뒷모습만 비치고 있었다.

 

<2잔 째의 커피 컵>

쿠로네코는 내 이야기를 듣고서는, 새로운 커피에 작은 입술을 대고……후우~하고, 한숨을 내쉬고……한입만 마신 다음 나를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교제하고 아직 수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이래서는 앞 날이 걱정돼요. 이대로는 기분이 마음이 가라 앉아버린다. 흥, 그래서……당신은, 그 뒤 어떻게 했어? 설마, 그대로 집에 돌아가 버린건 아니겠죠?」


약간 비난하는 듯한 어조로, 쿠로네코는 그렇게 말했다.


「왠지, 그 말은……내가 그대로 집에 돌아가면 안 되는 거라고 들리는데」

「……안했기 때문에 지금 당신은, 그렇게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겠지, 네가 말하는 대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때는 나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네가, 만약 내 입장이라면……」


나는 좀더 빨리 깨달아야 했다.
아니, 마나미가 아니라, 이런 얘기를 쿠로네코에 하고 있는 것을…….
그 때는 마나미의 말을 생각하고 있어, 새삼스럽게 동요 했었던 걸까……미처 깨닫지 못했다.


「당신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나는, 타무라 선배하고는 안면이 있다고 하는 정도야」

「네가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내가 너에게 마나미를 소개했으니까, 그것은 알고 있다」


입학식의 다음날, 나는 마나미를 데려가 1학년 교실 층에 있는 정원으로 가서, 빨리 돌아가려고 하는 쿠로네코에게 마나미를 소개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한테, 어떤 어드바이스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이전에, 키리노가……여동생이 유학 갔을 때 내가 낙담하고 있을 때, 여러가지 말해줘서 ……」


유학을 하고 있던 키리노로부터, 그 녀석의 콜렉션을 전부 버리라는 메일을 받아, 메일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혼란하고 있던 나에게 쿠로네코는, 자기 자신의 기분에 솔직해지라고,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그런 것도 있었군요. ……그래서, 또 나에게 등뒤를 눌러 주었으면 하는?」

「그런 게 아니라, 마나미는 그다지 해외에 가는 것도 아니고, 어째서 저런 것을 말한 것인지, 여자인 너라면 조금은 알지 않을까……」

「……정말로 어리숙한 사람이야……선배는. ……바보가 붙을 정도로……」


쿠로네코는 중얼거리면서……「물정에 밝지 않았어. 벨페고르가 움직이다니……」라고 말한 뒤, 명상에 빠지듯이 침묵했다.


「장소를 바꿀까요……」


우리들은 가게를 나와, 공원도로를 걸어……요요기 공원으로 향했다.

조금 넓은 장소에서 얘기 하고 싶다고 그 때 쿠로네코가 말했으니까…….

 

<요요기 공원>

가게를 나오고 나서 여기에 올 때까지 쭉 침묵하고 있던 쿠로네코가, 공원의 산책길을 걸으면서,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했다.


「……선배, 나는 완벽한 것만을 요구하기로 했어. 어중간한 것으로 타협을 하거나……그런 것은 이제, 그만뒀어요」


돌연 이야기를 시작한 쿠로네코에게, 나는 당혹했다.


「……아직, 당신과 교제하기 전의 일이지만……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하는 마음은 「당신의 여동생이,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에 지지 않을 정도」라고 그렇게 내가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여름 코믹의 발사 파티를 나의 집에서 하려고 한 날에, 쿠로네코가 현관 앞에서 나에게 한 말이었다.


「당신의 여동생이, 당신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나에게는 확신이 있었어. 당신들이 남매의 일선을 넘는 것은, 절대로 없다고.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이성과 윤리관이 그렇게는 시키지 않는다고. 그러니까……당신의 여동생만 묶어두면, 내 소원은 실현된다고 믿고 있었어요」


쿠로네코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드문드문 말을 이어갔다.


「……물정에 밝지 않았어, 타무라 선배의 마음을 누군가가 해방시켰군요. 그 여자에 의해, 내 마음이 해방된 것처럼……. 이것은, 어둠의 권속의 규정……나에게 부과된 시련이라고 생각하지만. ……좋아요 , 그렇다면 받아 서는 것. 나는 전신전령으로 도전을 받을 뿐……」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거짓말이죠?

쿠로네코가, 나와 교제하기 시작하기 전에 돌아온 것 같은 착각에 습격당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 것인가…….?


「……선배 , 타무라 선배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세요」

「어째서……마나미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 마나미에게 무엇을 말할 생각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타무라 선배의 기분이 알고 싶겠지요? 여자끼리라면 마음을 열어 이야기해 줄지도 모르지……」


내가 휴대폰을 꺼내 마나미의 전화번호를 보여주면, 쿠로네코는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휴대폰에 번호를 입력했다.


「……솔직하게 가르쳐 주었네. ……조금은 기대했었지만」


나는 이 장소에서 쿠로네코가 마나미한테 전화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쿠로네코는 핸드폰을 응시한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 느긋하게 핸드폰의 플랩을 닫고 눈을 감아--우리 사이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시간축을 되돌립시다. ……내가, 당신에게 마음을 고한……그 시간까지. 그렇지만 선배, 이만큼은 기억해 주세요」


결의를 숨긴 쿠로네코의 큰 눈동자로부터, 당장 눈물이 흘러넘치려 하고 있었다.
그 순수하고 진지한 시선이, 내 눈동자를 붙들어 떼어 놓지 않았다.


「……나는, 그 때부터, 당신과 보냈던 기억을 간직 한 채로, 그 시간까지 돌아와. 앞으로도……결코 바뀔 리가 없는, 당신에게의 마음을……쭉 간직 한 채로……」


내가 멈출 새도 없이, 쿠로네코는 뒤꿈치를 돌리고, 한 번도 되돌아보는 일 없이 가버렸다.

바람소리와 함께 쿠로네코의 스러질 것 같을 정도로 작은 말이, 귀에 닿았다.


「안녕……선배」

 

<쿠로네코와 마나미>

어제 , 쿠로네코가 나를 떠났을 때의 뒷모습이 눈을 떠나지 않아, 대부분 한 잠도 잘 수 없었다.

쿠로네코에 차이고 마나미한테는 정나미가 떨어지게 되었고…….
마나미가 기다리고 있을리도 없는, 평소의 약속 장소에 저절로 발길이 가 버린다

역시.……당연하지만 자업자득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이 길은, 언제나 학교에 갈 때 마나미와 걸은 길이었다. ――내일부터 조금 바꿀까.

마나미와 가능한 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서 걷고 있자면……


「안녕, 쿄우짱 ……어쩐지 졸린 것 같네」

「……안녕하세요, 선배」


마나미와 쿠로네코가 두 명이 같이 있었다.

마나미는 언제나 대로의 온화한 얼굴로, 쿠로네코는 교제하기 전과 같이 무표정해.


「……너, 너희들……어, 어째서 마나미와 쿠로네코가 함께?」

「흐, 흥, 우리들이 함께 있는 것이, 그렇게 이외일까?」


――너희들이 함께 있다니, 이외정도의 사건이 아니겠지.


「어떤 일이야? 하필이면 왜, 너희들이 같이 있어?」

「쿄우짱, 어제군요, 쿠로네코 상으로부터……전화 받았다. ……그렇지, 쿠로네코 상」


마나미는 그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쿠로네코를 보았다.


「흥, 그래요……타무라 선배에게 전화했어요. 그리고……향후의 당신의 취급에 대해……협의했어요」


쿠로네코가 이야기가 서툴다는건 알고 있지만, 「향후 당신의 취급에 대해--」라니, 나는 가전제품인가.

내 미심쩍은 표정을 읽어냈는지, 마나미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쿠로네코 상과 서로 이야기해……쿄우 짱을, 쿠로네코 상과 나의 어느 쪽의 것으로 하는지, 게임에서 이긴 쪽이……쿄, 쿄우 짱을 받게 되었어. 에헤헤」


마나미의 이야기에 따르면, 요점은 마나미와 쿠로네코가 승부해 이긴 쪽이 나를 취한다는 것 같다. 쿠로네코의 얘기보다는 확실히 알기 쉽지만. 게임의 경품……나?


「……엉뚱한 이야기니까, 잘 모르겠지만……게임?」


두 명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재차 삼차 말을 주고 받은 뒤 서로 수긍했다.

이번은 쿠로네코가 설명 하는 것에 합의한 것 같다.


「……타무라 선배하고 내가, 그……다, 당신을 건 게임이야」

「그러니까 나한테는, 그 게임이……」

「사람의 이야기는 끝까지 듣는 것, 선배. ……지금부터 설명하기 때문에, 입 다물고 들어줬으면 해」


여전히 쿠로네코의 설명은 서툴러, 머뭇거리거나 침묵하거나……그때그때 마나미가 보충해 줬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게임의 개요를 알았어.


「지금 말한 대로, 이번 주의 크리스마스이브를, 타무라 선배하고 나와 어느 쪽과 보내는 것인가…… 그것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해. 당신이 결단하는 시한은 오후 6시까지. ……알아주었는지..」


쿠로네코는 쓸쓸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면서 미소지은 뒤, 홱하고 몸을 돌려버렸다.


방과후, 나는 빠른 걸음으로 구두를 바뀌신고 하교했다.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는, 나와는 함께 등교도 하교도 하지 않는다고……둘이서 결정했다고 한다.

나의 개인적인 사정과는 관계없이 일상은 흘러간다.
당연히 학교의 수업도 있고, 신학기도 아니기 때문에 교실 좌석을 바꾸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마나미의 시선을 느껴 그녀를 보면, 쑥하고 시선을 피해졌다.

나와 마나미 사이에 감도는, 답답한 공기를 민감하게 짐작 한 아카기가 끊임없이 마나미한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멀리서 그 상태를 보고 있던 내 마음에, 답답하고 정체를 모르는 감정이 솟구쳤다.

설마, 내가 아카기에 질투하고 있다는 건가.

――모두 나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부른 결과였다.

나를 건 승부라니……마나미한테 하자고 한 사람은, 분명히 쿠로네코일 것이다.

왜? ……그리고 마지막에 보인 그 쓸쓸한 표정. ――전화, 걸어 볼까.

자택에 돌아와 갈아 입고 난 뒤,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려고 한……손이 멈춘다.

그 녀석에 무엇을 들으려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부끄러움을 잘타고, 수줍음을 잘 타는 사람인 쿠로네코가, 있을까 말까한 용기를 쥐어짜 나에게 고백했을 것인데 왜 일부러 원점으로 되돌리는 같은 것을…….

쿠로네코가 그 때 나에게 말한 것을, 마음속으로 되새기고 있었다.


「시간축을 되돌립시다. ……내가, 당신에게로 마음을 고한……그 시간까지. ……나는 , 그 때부터, 당신과 보낸 기억을 간직한 채로, 그 시간까지 돌아와」

「앞으로도……결코 바뀔 리가 없는, 당신에게로의 생각을……쭉 간직한 채로…….안녕……선배」


쿠로네코로에게 그 교사 뒤로 불려가 고백된 그 날로부터, 벌써 4개월이 지나려 하고 있었다.

내가 쿠로네코와 교제하는 것에 있어서 최대의 장벽은, 친동생인 키리노였다.

그러나, 키리노는 쿠로네코가 나에게 고백하는 전날, 쿠로네코와의 전화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방관자를 자처해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던 쿠로네코와의 관계도 표면상은 변화가 없다.

최대의 장벽이었던 키리노를 클리어 했는데, 왜 마나미에 대해—역시 전화할까.

(전화를 받아 줄까……) 수십 번째의 통화음의 뒤, 간신히 전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난데……쿠로네코.. 인가?」
「……묻고 싶은 것이 있지만……괜찮을까?」
「쿠로네코? ……듣고 있어?」


나는 지푸라기에도 매달리는 것 같은 생각으로 쿠로네코의 말을 기다렸다.


「……오늘은 , 엄마……벌써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내일이라면 어때?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너와 만나 이야기가 하고 싶다」

「……방과후, 4시에 평소의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다. ……괜찮은가?」


뭐라고 하고서라도 그녀와 만나지 않으면, 이대로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될거라는……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다려! 그 공원은 안돼. ……그……타무라 선배하고 만나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다니고 있던 중학교……선배도 알고 있지요? 그 중학교의 뒤에도 작은 공원이 있어. ……거기서라면………………나도 당신과 만나고 싶다……」

 

<다음날 방과 후, 중학교 뒤의 공원>

어제의 아침, 쿠로네코를 만났던 바로 직후인데, 벌써 영원히 얼굴을 본 적 없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말이 나의 뇌리에 떠오르고 사라져 간다.

쿠로네코는 나에 대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고,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했다. ――무엇이……문제야……?


「……선배, 기다리게 했을까..……」


갑자기 말을 걸 수 있는 당황해서 뒤를 뒤돌아보면, 제복 모습의 쿠로네코가 내 뒤에 서 있었다.


「아니, 조금 전 도착했던 바로 직후야」


「……그렇게, 그렇다면 좋은 것이지만. ……그래서, 무엇인가?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은?」


――쿠로네코,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은 산만큼 있다.

나를 걸었다고 하는 마나미와의 게임, 그리고 무엇보다도……네가 말한 그 「시간축을 되돌린다」라는 말의 진심.

그러나, 이렇게 만나서 보면……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다.


「………………어제 전화로도 이야기한 것처럼, 나와 선배가 만나고 있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것은, 타무라 선배와의……약속때문이기도 해」


물기를 띤 큰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응시해 그것만 말하고 쿠로네코는 시선을 돌렸다.


「……쿠로네코, 나를 봐 주지 않는 것인가? 우리들은 서로 좋아했다. ……연인이었던 것이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시켰다? 나에 대해 싫어져버린 것인가?」


자기 자신의 입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네가 마음을 고백해 주기 전부터, 나는 너한테 끌리고 있었다. ……확실히 고백은 너 쪽이 앞섰어. ……그렇지만 연인이 되면 그런 것 단순한 우스갯소리겠지. 그런데도……」


그런데도, 왜 지금이 되어 원점에 되돌리는 같은 것을……그렇게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쿠로네코는 잡은 주먹에 세게 쥐어 작은 꽃봉오리와 같이 입술을 떨면서도 나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당신에게는, 말했다고 생각하지만…….나는 완벽을 요구하는 것………………어중간한 것은, 이제 갖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시간축을 되돌리지 않으면 안 되는거야. ……어둠의 권속에 사는 사람의……」

「쿠로네코, 그런 말로 나를, 너 자신을 속이려고 하지 말아 줘. ……나는 우유부단으로 둔해서……여동생에 대해 그리고 마나미의 일로 너에게 걱정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으로 네가 나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한다면 나도 납득해요. 그렇지만, 그렇지 않겠지?」


쿠로네코는 입가를 손으로 누르면서 오열했다.
크고 검은 눈동자로부터 둑이 터진 것처럼 눈물이 넘쳐 나온다.

나는 쿠로네코를 살며시 상냥하게 껴안아 그녀가 진실을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넘쳐 나온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조금씩 침착함을 되찾아 가는 쿠로네코.


「………………죄송합니다, 선배……보기 흉한 곳을 보여 버렸군요. 이제 괜찮기 때문에……그 손을 떼어 놓아……부끄러우니까」

「……이야기해 줄래? ……사실에 대해」


쿠로네코는 작게 수긍하면, 어디에서 이야기할까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작은 입이 움직이는 것을 기다렸다.


「……그렇구나……당신은 매우 둔하기 때문에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타무라 선배는, 옛날의 나와 같아」


먼 옛날의 자신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와 같이 쿠로네코는 먼 곳을 응시했다.


「……타무라 선배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것……그렇게, 옛날의 나와 같아. 그렇지만, 나는 이제 옛날의 나는 아닌. ………………선배, 당신이나 당신의 여동생의 덕분으로……」


마나미의 일을 옛날의 자신과 같다고 하는 쿠로네코.

그녀의 말에는, 나를 속이거나 따돌리는 것 같은 의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수하고 솔직하게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선배, 조금 추워졌군요. ……무엇인가 따뜻한 음료를 사 오네요」


나는 서둘러 공원 가까이의 자판기까지 달려가, 따뜻한 캔커피를 사 방금 전 장소에 돌아왔다. 쿠로네코의 모습이 이제 그곳에는 없었다.


「……누구를 찾고 있는 거야? 여기야……여기라면 조금 전보다 조금은 따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구로부터는 안보였지만, 아무래도 이 공원은 L자형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쿠로네코가 지금이라고 하는 곳은 양지가 되어 있어, 방금 전의 곳보다 약간 따뜻했다.

썩어가고 있는, 작은 목제의 벤치가 있었다.
쿠로네코가 먼저 앉아, 내가 근처에 앉았다.


「……돌아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 캔커피」

「고마워요. ……역시 상냥하구나, 선배는」


쿠로네코는 캔의 풀톱을 열고나서 양손으로 감싸, 그 따스함을 손바닥에 느긋하게 옮기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녀의 작은 입으로부터, 말이 나오는 것을 단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선배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은 우연은 아니야」


다시 쿠로네코가 그 입으로부터 말을 흘렸을 때, 제복 모습의 쿠로네코와 처음으로 만난 그 때의 영상이 되살아났다.

신학기의 첫날에 통학로에서 나의 앞을 걷고 있던, 뒷모습을 본 기억이 있는 제복 차림의 신입생.

(「――안녕하세요, 선배」)


그 때의 쿠로네코는, 자랑스럽게, 조금 뺨을 붉히고, 어깨를 딱딱히 움츠리고.
그러나, 확실히 「――그렇지만, 별로 당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었을 텐데…….


「……내가 선배하고 같은 고등학교를 수험하려고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에 원서를 제출하는 전날이었어요. 그것도 밤이 되고 나서……미혹에 헤맨 결과에 관한 것이네요. ……깊은 밤이 되어, 담임의 선생님에게 전화한 것……수험처를 바꿔 주세요. 라고. 놀라고 있었어요……선생님……」


쿠로네코와 처음으로 만난 것은, 사오리가 시작한 「오타쿠 아가씨 모여라―」의 오프라인 파티였다.

내가 아는 한, 당시부터 쿠로네코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으로, 게다가 낯가림하는 성격 같아, 하물며 클래스 담임의 선생님에게 그런 대담한 일을 말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


「……평상시 과묵해, 클래스에서도 고립하고 있는 것 같은 학생이 돌연 무리한 말을 해 오는 것. 벌써 서류는 작성이 끝난 상태로, 뒤는 제출할 뿐………………에서도, 나는 울면서 부탁했어. 스스로도 왜 거기까지 하는지, 그 때는 몰랐지만」
 
「…………………」

「……울 뿐으로 아무 말도 없는 나에게, 전화 너머의 선생님은 가만히 입 다물고 있었어요. 그 후 선생님은 한마디만 말씀하셨어. ……아침 제일 먼저 학교에 와라, 그때까지 선생님이 어떻게든 하기 때문에 라고」

「…………………」

「……내가 아침, 직원실에 가면……새로운 서류가 완성되고 있었어요. 선생님의 눈은 새빨가……아마, 내 전화의 뒤, 심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달려와…… 나를 위해서 아침까지 서류를 정돈해 주고 있었네요……」


쿠로네코는 그 때에 대해 생각해 냈는지, 그리운 듯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한 알의 눈물이 그녀의 뺨을 적셨다.


「……왜 거기까지 해 지금의 고등학교에 입학했는지……선배, 당신은 아는 것일까. ………………그래요, 선배……당신이 있었기 때문에……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입학했어」


――내가 있었기 때문에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하는 쿠로네코.
지금까지 한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하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지만, 새삼스럽게 본인의 입으로 듣게 된다고는…….


「……언젠가, 당신과 함께 출판사에 갔을 때, 페이트 상에 「당신, 친구 없지요」라고, 내가 그렇게 들은 것 기억하고 있어? ……페이트 상이 말했던 대로. 중학생 시절, 나에게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요」


쿠로네코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약한 것은 알고 있었다. 이야기가 서툴러, 매우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 그리고 수줍음을 잘 타는 사람……이지만 마음씨는 매우 상냥한…….


「선배는, 이런 동화를 알고 있을까 ……언젠가, 여우가 포도나무 아래까지 온다. 하지만, 그 여우는 나무에 오를 수 없어서, 포도를 먹을 수 없는거야. ……사실은 굉장히 먹고 싶은 주제에. ……그러니까, 여우는 생각해, 「그 포도는, 시큼하기 때문에 나는 필요없다」라고. 나는, 쭉 그 여우였어요. 사오리나, 당신의 여동생이나……그리고, 선배, 당신에게 만날 때까지는」


동화에 나오는 여우를 자신과 겹쳐 말하는 쿠로네코.

사실은 친구를 갖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지만, 용기가 없어 그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없었던 중학생 시절.

사오리가 만든 커뮤니티로 우리들을 만났던 것이, 쿠로네코 안에서 무엇인가가 변화시켰을지도 모른다.


「언제였는지……선배가 나의 집에 놀러 왔을 때, 여동생들을 소개했겠죠. 선배도 깨달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동생들과는 조금 해가 떨어져 있어요. ……엄마는 일로 바쁘기 때문에, 여동생들을 돌보는 것은 나의 책임이었던 것」


여동생이 있는 것은 이야기로는 듣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그녀의 집에 처음으로 놀러 갔을 때였다.

쿠로네코는 삼인자매로, 바로 아래의 여동생은 초등학교 6 학년……조금 어른 티가 나는 아이로, 쿠로네코를 닮아 착실한 사람이었다.

제일 밑의 여동생은 응석꾸러기로, 아직 보육원에 다니고 있다.


「……특별히 제일 밑의 여동생은 아직도 손이 걸리고, 보육원으로의 배웅은 쭉 내가 하고 있었어. 지금은 바로 아래의 여동생이 대신 해 주는 일도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지만……나에게는 친구와 노는 시간 같은 건 없었던 것」


쿠로네코가 이전, 키리노와 놀기 위해서 나의 집에 왔을 때도, 평일은 반드시 4시 반이 되면 돌아갔다.

TV 애니메이션이 있다고는 했지만……반드시 그러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다지 학교 친구와 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런데도 상관없었어요. 「……그다지 학교 친구와 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런데도 상관없었어요.……그렇지만, 사오리나 당신의 여동생과 알게 되어……이런 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쿠로네코에 있어 사오리나 키리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였는지도 모른다.

특별히 키리노와는, 첫 대면 때부터 주위의 눈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진심으로 싸워…….

두 명을 대면시켜 준 사오리에게, 나는 새삼스럽게 감사했다.

만약 사오리가 없었으면, 아니, 키리노에게 오타쿠 취미가 없었으면, ……나는 이렇게 해서 쿠로네코와 만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선배의 집에 내가 처음으로 간 날 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사오리나 당신의 여동생과 메루루의 감상회를 할 예정이었지만, 그 날은 사오리가 급한 볼일로 못 오게 되어……결국, 평소와 같이 그 여자와 싸워……」


그 날, 내가 마나미와 도서관에서 공부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리빙에는 쿠로네코가 툭하고 혼자 앉아 있었다.

키리노는 방에 틀어박혀 에로게임을 하고 있고……이유를 듣고 나서 두 명의 중재에 들어가……지금 생각해 내도 쓴 웃음이 지어진다.


「선배는 여동생에게 맞거나 차이거나……아무리 몰인정하게 되어도, 바지런하게 여동생을 돌봐줘……. 아무리 심한 취급을 받아도, 당신은 여동생에게 상냥하게 대해--나는 당신의 여동생이 부러웠다.……당신이 여동생에게 향한 상냥함의……그 몇 십 분의 1이라도 좋으니까……」


쿠로네코는 눈을 닫아, 거기서 말을 끊었다.

완전히 식어 버린 캔 커피를 한입만 마시고 나서, 다시 그 작은 입을 열었다.


「당신과 같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도, 나는 특별히 기대하고 있지 않았어요. 자신과 안면 있던 사람이 같은 학교에 있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당신은……」


쿠로네코는 무언가를 생각해 내는듯이 먼 곳을 응시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면서 미소 지었다.


「내가 입학하자 마자 나를 돌봐주기 시작해……클래스에서 고립하고 있는 것을 걱정해 주어, 친구를 만들 수 있게 같은 동아리에까지 입부해 줘, 타무라 선배와의 시간을 깎아서까지-- 함께 있어줘서. ……나는, 매우, 기뻤다」


쿠로네코로부터 고백된 그 교사 뒤에서 들은 말을 나는, 지금 새삼스럽게 쿠로네코의 입으로부터 들었다.

이만큼이나 나를 생각해 주는 그녀를, 절대로 손 놓지 않겠다고 나는 그 때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그런 당신에게 , 내가 끌리지 않는 이유가 없어요. 당신은, 매우 상냥한 사람이야. ……스스로를 희생해도 약한 것을 지키려고 하는 그 상냥함……. ……그것은 반드시, 당신의 무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말이야. 무의식의 상냥함만큼 잔혹해서, 때로는 그것이 사람에게 상처 준다는 것을……당신은 배우는 편이 좋아요. ……내가 당신을 보고 있었으니까 라고 말한 것,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기억하고 있다면……당신, 이렇게는 생각할 수 없어?」


쿠로네코는 일순간 적의로 가득 찬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고 입술을 꽉 다물어 마른 침을 삼킨 뒤, 단숨에 말을 치켜세웠다.


「내가 당신을 보고 있었듯이, 타무라 선배도 당신을 쭉 보고 있었어요! 그렇네, 나 같은 것이 발밑에 못 미칠 정도로, 쭉 옛날부터! 그렇지만, 당신은 소꿉친구라는 말을 방패로 해 자신을 속여, 그 사람의 마음을 희롱했어요. 지금의 타무라 선배의 마음은, 과거의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것이야…….
 

그러니까, 용서 못해……당신을 옛날부터 좋아했는데, 용기가 없어서 말을 할 수 없었던 타무라 선배도, 과거의 나의 마음을 유린하는 당신도……어느 쪽이든 용서 못해. 더 이상 싫은 것, 자신이라고 하는 작은 성에 갇혀 나올 수 없는 것을 사람의 탓으로 해, 아무것도 납득하고 있지 않은데 자신을 속여……평정을 가장하다니. 그것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당신과 당신의 여동생이야…….

들어줬으면 해, 선배, 이 게임은 타무라 선배를 위한 것이 아닌 거예요…….내가 당신을 , 이제부터도 쭉 좋아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부과한 시련이야. 내가 당신과 키스를 한 정도로, 타무라 선배의 당신에 대한 마음을 소멸시키는 것은 할 수 없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애인의 입장을 이용해 당신과의 기정사실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러한 일은 이 나의 프라이드가 허락 치 않아요. 그 사람은 당신에 대한 마음을 몇년이나 걸려, 조금씩 길러 왔어요. 그런데도……꿈쩍도 안한다 생각하고 있던,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기분이 지금 요동하고 있어. 그렇다면, 당신과 만나 일년과 반년에도 못 미친 나의 기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기분에 거짓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 사실은 환상일지도 모르는, 눈을 뜨면 사라져 버리는 꿈일지도 모르는 거야. 내가 타무라 선배의 앞을 가로막은 것처럼, 이번은 나의 앞에 가로막는 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어.

그러니까, 거짓도 아닌 환상도 아닌, 결코 움직일 리가 없는……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나 자신의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안 되는거야. ……그것이……내가 나에게 부과한 시련이야…….

――그러니까, 만약 내가 져도, 이제 울거나 후회하거나 하지 않아요」


쿠로네코는 말을 끝내면서, 내게 쓸쓸한 듯한 미소만을 남겨 황혼이 비치는 공원을 뒤로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야>


나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나미는 어렸을 적부터의 소꿉친구로, 정신이 들면 언제나 함께 있다, 또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언제부터인가, 어딘가에 애인이 생겼다고 해도, 우리들의 관계는 쭉 이대로 계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나와 마나미와의 관계가, 소리를 내 무너지려 하고 있다.

언제였는지 나의 착각으로 마나미에게 미움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 키리노에게 울며 매달려, 인생 상담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키리노와는 지금 냉전을 계속 중이다.

아야세는? ……마나미를 언니라고 불러 따르고 있지만……그 밖에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녀석이 생각해 낼 수 없다.

――메일에 한 가닥 실과 같은 희망을 맡겨…….


「인생 상담이 있습니다. 평소의 공원으로, 내일 오후 3시에 기다립니다. - 쿄우스케」


아야세는, 소속해 있는 모델 사무소 주최 크리스마스이브의 파티에 올해도 출석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전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만들어 주어, 상담에 응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아야세가 만나 주지 않으면, 그 때야말로 배를 묶을 수밖에 없다.

 

<아라카키 아야세>

나는 아야세가 오는 것을 빌어, 평소의 공원으로 향했다.

약속의 시간보다 아직 조금 빠르지만, 성의를 나타내기 위해서도 먼저 기다리고 있는 편이 좋다.

공원으로 향하는 도중, 군데군데의 집들에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이 장식되고 있었다.

밤이 되면 여러 가지 색의 아름다운 전광장식이 빛나겠지만……나의 마음은, 차가운 청색 LED 일색이다.

예정의 시각보다 15분 정도 빨리 공원에 도착하면, 아야세가 벌써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잖습니까, 오빠……」

「미안 아야세. 그렇지만, 아직 약속의 시시간보다 빠르지 않은가?」

「나, 오늘은 여러 가지 예정이 있습니다. 소속사의 파티도 있고……오빠로부터 인생 상담을 받고 있을 시간이 아니네요.」


오늘의 아야세는, 붉은 빛이 강한 청색……보라색을 띈 짙은 청색 실크 원피스, off-white의 캐시미어의 하프 코트를 입어, 핸드백과 구두는 흰색의 에나멜. 앞가슴에는 티나지 않는 실버 브로치가 어디로 보나 외출 패션이었다.

아야세가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로 예정이 차 있겠지.

감사의 말을 말하고 나서, 상담 내용을 이야기를 시작하려고보니……문득 의심이 솟아올랐다.


「그런데, 아야세……마나미한테 뭔가 들은 것은 없을까?」

「무슨 일입니까? 오늘은 오빠 자신에 대해서, 나에게 상담이 있지 않습니까?」


어리둥절하게 내 물음에 답하는 아야세—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것 같구나.

상담 내용은 어제 자기 전에 모아 두었다…….


「즉, 오빠의 상담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언니와 그녀가, 오빠의 쟁탈을 시작했다고?」

「뭐,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농담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돌아가도 괜찮겠습니까?」

「기다려 줘! 농담이 아닌 사실이야. 아야세라면 믿어 주겠지?」

「농담이에요. ……언니한테, 어느 정도는 듣고 있었으니까」


역시 마나미와 아야세는 연락하고 있었는지, 그렇지만, 이 운명의 갈림길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아야세 뿐이다.

나는 정색하고, 아야세에게 말했다.


「그런데, 상담이지만……나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해?」

「그런 것 스스로 생각하면 괜찮지 않습니까?」


――스스로 생각해도 모르겠으니까, 너에게 들으러 왔겠지.
인생 상담의 응답자가, 「스스로 생각하세요」라고 말하면, 상담이 아니고 단순한 자문자답이겠지만, 나는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냉정하게 되듯이 자신을 타일렀다.


「확실히, 아야세 상의 말하는 대로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이번에 한번, 아야세 상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면……」


――어째서 고교생인 내가, 여중생에게 여기까지 비굴하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거야…….
제였는지, 키리노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 동급생 카나코를 속여 코스프레 대회에 출장시켜, 감쪽같이 목적의 부츠를 GET한 책략에는 나도 감복했다. 게다가, 속인 카나코를 소속 사무소에 소개해, 카나코를 지금은 초 인기인의 코스프레 아이돌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은 카나코가, 그만큼 화내지 않다고 하는 것(바보이니까 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즉, 아야세의 책략은 목적을 달성 하는 것과 동시에, 속은 본인에게도 불쾌한 생각을 시키지 않는 곳에 있다.

이것이 내가 아야세에, 이번 상담에서 가장 기대를 하고 있는 점이다.


「……언니와는 지금까지 대로의 관계를 계속하고 싶다. ……그렇지만, 쿠로네코 상과는 연인으로 있고 싶다……?」

「뭐, 요컨데 그런 것이다.」

「역시, 나 돌아가도 괜찮겠습니까!」


아야세는 공원의 입구에 눈을 돌려, 당장 돌아갈 것 같은 기세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두손을 모으고 비는 듯이, 아야세에게 간청 했다.


「미, 미안, 이제 너 밖에 의지할 수 없다. 어떻게든 상담을 해 줘……」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라면, 언니에 대해도, 쿠로네코 상에 대해도 알고 있는 키리노에게 상담하는 편이, 나 같은 것보다 적임이 아닙니까?」

「너, 나와 키리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고도 말하고 있는거지?」


키리노의 친구인 아야세가, 나와 키리노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
그 녀석의 오타쿠 취미를 제외하면, 두 사람은 공적, 사적으로도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아야세는 당초, 오타쿠 취미 전반에 대해서 그 결벽하고 순수한 성격 때문인지, 격렬한 거절반응을 보였지만, 당분간은 타협을 보고,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양보해 주고 있다.


「키리노로부터 이야기는 듣고 있었습니다만. 오빠가 걱정하고 있는 만큼, 키리노, 화내지 않았습니다. 일전에도 「그 바보 오빠……」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키리노가? 이번에, 내가 그 녀석과 이야기한지 사흘……이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아니야?」


내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키리노가 화내지 않는다고 아야세로부터 들으면 솔직히 안심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말한 대로, 지금은 키리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거기에 마나미로부터 이번 건에 대해, 사전에 이야기는 듣고 있다는 것 같고…….


「나로서는, 오빠는 언니와 교제해 주었으면 했습니다만. ……어쩔 수 없겠지요. 벌써 쿠로네코 상이라 말하는 애인이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어머니도, 내가 마나미와 교제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을 때가 있었지만, 나로서는 그녀에 대해서, 연애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마나미는 나에게는 분명히 「좋아해」라고 말했다.
친구나 소꿉친구로서의 「좋아해」가 아니라, 이성으로서의 「좋아해」라는 의미로.


「오빠가, 두 명과의 관계를 당분간 유지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올해의 이브는, 그 어느 쪽과도 보내지 않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말하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마나미의 본심을 알아, 쿠로네코로부터 나에 대한 마음을 재차 들을 수 있던 것으로, 지난 며칠은 머리가 혼란 했었던 걸까, 그렇게 단순한 일에도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야세, 어느 쪽과도 이브를 보낼 수 없었던 거라면, 반드시 추궁 받겠지」

「당연하겠지요.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용무가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과연, 변명까지 생각해 있었다고는…….
분명히 아라카키 아야세—꼼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용무라고 말해도, 특별히 용무는……」

「……오빠는 제 소속사의 사장……미사키 상과 만났던 적이 있지요?」


아야세가 말하는 미사키 상과는, 이터널 블루라고 하는 회사의 대표이사, 후지마 미사키상에 대한 것이다.

일찌기 미사키 상은, 키리노를 전속 모델로서 정식으로 스카우트 해, 해외에 있는 본사에

데려가고 싶다고 제의하고 있었다.

그 제의을 완곡하게 거절하기 위해서, 내가 키리노의 애인인 척을 해 미사키 상과 대면했던 적이 있었다.


「아아, 한 번만 키리노와 함께 만났던 적이 있다. ……언제였는지 너에게도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키리노와 데이트 해서, 스티커 사진을 찍었습니다? 게다가, 커플 납품의 하트 프레임으로」


의미있는 웃음을 입가에 띄우면서, 내 기억을 억지로 상기시키는 아야세.
왜 그녀가 이런 때에, 키리노와의 스티커 사진의 한 건을 꺼내 왔는지, 나는 모른다.

오늘 아야세의 말투에는 가시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


「뭐, 그것은 다음의 기회로……오빠도 소속사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관계자도 아닌 나 같은 것이 가면 좋지 않잖아? 아니 그것보다, 키리노도 그 파티에 오잖아?」


아야세가 말하는 바로는, 키리노는 육상부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출석한다는 것으로, 오늘 열리는 소속사의 파티에는 결석한다고 한다. 육상부의 원 에이스로 , 학교에서도 인기가 높은 키리노에 대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거기에, 오빠에는 카나코의 매니저를 했을 때, 스태프 상과도 아는 사이가 되어 있는게 아닙니까.」


그 녀석도 지금은, 브리짓과 함께, 어린 여자가 취미인 성인에게 대 인기인 코스프레 아이돌로 성장했다.

내가 카나코의 매니저로서 이벤트에 참가했을 때, 아야세의 소개로 몇 명의 스태프와도 안면을 익혔다.

원래, 지금의 카나코가 있는 것도, 원인을 묻는다면 아야세의 책략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미사키 상에게, 오빠도 파티에 참가하는 것을 전달해 둡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야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고는, 나로부터 조금 떨어져 전화를 걸었다.
나한테는, 아야세가 무엇을 얘기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미사키 상 본인이나 스태프일 것이다.

잠시 후, 아야세가 미소를 띄운 채로 나에게 돌아왔다.


「오빠, 미사키 상도 부디 참가해 주십시오 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미사키 상이 그렇게 말해 줬다면, 나도 안심이야」


이것으로 우선,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하는데, 이런 평상복으로 좋은 것인가?
제로 아야세는 파티라고 하기에는 소극적이지만, 어디로 보나 외출 패션이었다.


「저기, 나 이런 모습이지만……갈아입어 오는 편이 좋을까?」

「괜찮아요. 파티라고 말해도, 스태프 상들은 촬영 현장으로부터 그대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거기에, 지금 집으로 돌아가 언니나 쿠로네코 상을 만나 버리면, 그 쪽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아야세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상담한 것은 정답이었다고, 나는 그 때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오빠, 슬슬 가볼까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와 아야세는 치바 중앙역에서 출발해 전철을 타기 시작, 신바시 역에서 유리카모메(일본 철도회사)로 갈아탔다.

그리고, 차창의 밖에 흐르는 풍경을 문에 기대고서, 무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노데 역을 통과하면, 유리카모메는 수도 고속 다이바선과 겹쳐, 토쿄만에 가설되는 레인보우 브릿지로 향해, 왼쪽으로 크게 커브를 그린다.

차창에서 오다이바  쪽을 보면, 독특한 인상을 주는 방송국의 건물로 시작해, 거기가 매립지에 떠오른 인공적인 도시라는 느낌의 건축물이, 라이트 업 되어 어둠 속에 나타나고 있었다.
바로 앞에, 푸른 LED의 빛에 둘러싸인 오다이바 공원이 심해의 바닥과 같이 펼쳐졌다.


「이제 곧 역에 도착할테니까」


내 옆에 서 있던 아야세가, 차창에서 밖을 응시한 채로 말했다.
일년에 한번 있는 크리스마스 파티, 아야세도 반드시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의 유리창에 비친 아야세의 입가에, 갑자기 미소가 흘러넘쳤다.

오다이바 해변 공원역의 개찰구를 나와, 우리들은 파티 회장이 있는 호텔을 향해 걸었다.
아키하바라나 시부야라면 갔던 적이 있는 나도, 오다이바에 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가 가까운 탓인지 바람을 타고 바다의 냄새가 희미하게 난다.


「호텔은 이 길의 쭉 앞입니다만, 공원을 빠져나오면 가깝기 때문에……여기입니다」


아야세에게 그렇게 들어도, 나한테는 처음으로 온 곳이니까 전혀 짐작이 안된다.
이브의 탓인지 도시의 길거리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그녀를 잃지 않는 것이 힘껏이었다.


「조금만 서두릅시다」


놓치면 곤란하다고 해서, 아야세는 나의 왼손을 잡아,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공원의 프롬나드(프랑스어로 산책길)를 아야세와 손을 연결해 걸으면서, 는 쿠로네코와 마나미의 일로, 다소 꺼림칙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로 이것으로 괜찮은 걸까?


「푸른색이 빛나,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나는 이 푸른빛을 아주 좋아합니다. 오빠는?」


나와 손을 연결한 채로, 아야세는 조금 걸음을 느슨하게 해, 미소 지어 그렇게 말했다.


「나도 싫지 않아」

「그렇네요. 무엇인가 엄숙하다고 할까, 환상적라는 말이 딱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야세가 이 푸른 빛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내가 그것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녀의 이미지 컬러라고 하는 것은 한색계의 대표적인 색, 청색이라고 생각했다.

복장은 청색 계통이 많았고, 방의 커텐은 청록색이었다.

지금 입고 있는 원피스도 루리색(붉은 색이 진한 파랑색)인 거야.


「……오빠,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일루미네이션이 깨끗하다고 생각했을 뿐」


프롬나드의 한 쌍의 커플과 마주쳤을 때, 여자가 나를 뒤돌아 보고 남자와 무엇인가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야세는 용모 단정, 게다가 패션 센스도 뛰어나다.
그녀와 나는 어울리지 않는 커플로 보였을 것이다.


「너, 그 모습으로는 춥지 않은 것인가?」


아야세는 가볍게 수긍하고는, 한층 더 걸음을 느슨하게 해, 내게 달라붙듯이 한 채로 밤하늘을 응시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네요」


그녀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에서 하얀 가랑눈이 춤추듯 내려 왔다.


「……어쩐지 춥다고 생각했어요 」


쿠로네코가 기다려 왔던 이브에 내리는 눈—화이트 크리스마스.
나에 대한 마음을 확실한 것으로 하기 위해서, 쿠로네코는 스스로 시련을 부과한다고 했다.
괜찮지 않은가, 이것은 내게 있어서의 시련이야.

나 자신이 그녀를 어디까지 사랑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그녀를 잃어서는 안된다는 내 마음이 경종을 울린다.

주머니 안의 핸드폰을 꽉 쥐면서……나는 거기서 주저 했다. ――마나미……마나미는 어떻게 될까.

쿠로네코에게 말해질 때까지 깨닫지 않았다, 마나미의 나에 대한 마음.
렸을 적부터의 소꿉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와 달리, 성장함에 따라 나를 연애 대상이라고 보고 있던 마나미.

이런 괴로운 선택을 재촉당한 것은 태어나고 처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기 자신의 둔하고 우유부단인 성격이 원망스러웠다.


「눈 , 쌓이면 좋겠네요……」


갑자기 아야세가 나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 생각이 도중에 끊겼다.

그것보다도, 나와 손을 연결한 채로 느긋하게 걷는 아야세를 보고, 다소 불안하게 되었다.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확인하면, 오후 5시 58분.

근처에는 파티 회장의 호텔 같은 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저기, 크리스마스 파티, 언제 시작되지?」

「……파티는 오후 5시부터입니다. 모델 중에는 나나 키리노 같은 중고생도 제법 있으므로, 빨리 시작됩니다. 중학생은 오후 7시까지의 2시간 밖에 참가할 수 없네요.」


아야세의 말대로라면, 파티가 시작되고, 벌써 1시간 가까이 경과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을 추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아야세, 조금 기다려 줄래?」


쿠로네코, 마나미와 한 약속의 제한 시각까지 이제 시간이 없었다. ――쿠로네코와 마나미에게 전화를…….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합니까?」

「둘과의 약속으로, 오후 6시까지 연락하게 되어 있는거야. 그것보다도, 늦어져서 죄송스럽다. ……이제 곧 6시가 된다.」


전화를 거는 것을 기다려 줄 생각인가, 아야세가 멈춰 서 나를 뒤돌아 보았다.
쿠로네코와 마나미 어느 쪽으로 전화를 할까, 이 시기에 이르러서도 결정하지 못했다…….

아야세가 손목시계를 힐끔하고 보고는 미소 지었다.


「……별로 괜찮아요. 미사키 상에게는 이번은 출석할 수 없다고

공원에 있었던 때에 벌써 연락해 있기 때문에.

유감입니다만 오빠, 이제 ‘타임 오버’입니다.

전화한다면, 두 명에게 전해 주세요.

게임은 아야세의 승리였다고」


생각조차 못한 아야세의 말에 나는 경악해, 무심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거기에는, 어는 것 같은 미소를 띠어 나를 응시하는 아야세가 있었다.

그 눈동자의 안쪽에, 공원을 물들이는 푸른 일루미네이션의 요염한 빛이 비치고 있었다.

시간축을 되돌려 버린 것은, 쿠로네코는 아니고……나였는지도 모른다.

 

IS 학원 - 여름 -

 

계속되는 무더위와 습기로 눅눅하고 게다가 IS를 쓰는 야외 수업.

그리고 방과 후 특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가 쌓인다.

 

「오늘도 지쳤다아...」

 

IS슈트를 벗으면서 혼잣말이 불쑥 입에서 절로 나온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와 나처럼 지쳐서 곧 잘 거라 말하는듯한 석양을 바라보면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석양이 만드는 주홍빛 세계.

 

피로 때문인지, 내 주의 부족 때문인지, 그 남자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했다.

 

 

남자 「네 놈이 오리무라 이치카인가?」

 

 

내 뒤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천천히 되돌아본다......

 

가는 안경에 수염을 기른, 머리카락이 덥수룩한 남자가 거기에 있었다.

 

키는 나와 같은 정도에, 나이는 30대 후반쯤인가.

 

까만 슈트에 노(no) 넥타이. 더위 때문인지, 와이셔츠의 버튼은 두 번째 까지 풀어져 있다.

 

Y셔츠의 틈새에서 보이는 몸과 검은색인데도 눈에 띄는 군살 없는 근육질 몸.

마치 종합 격투기 선수같은 체형이다.

 

남자는 내 얼굴을 품평하듯 보고 있었다.

 

나는 자신이 놓인 상황이 틀림없이 비상사태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타이밍을 가늠한다.

 

.......지금이다!

 

나는 가방을 남자에게 내던지고 단번에 도망간다!

 

그러나, 남자는 그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처럼 몸을 왼쪽으로 90도 회전시킨다.

 

가방은, 쾅 하는 소리를 내며 허무하게 땅으로 떨어진다.

 

깨달았을 때에는, 남자는 내 얼굴에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철컥

 

 

안전장치가 해제되는 소리.

 

나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몸은 약간 비뚤어진 큰 대자로 굳어졌다.

 

석양이 가라앉으며, 우리들의 그림자를 실물보다 몇 배로 잡아 늘인다. 거기에 있는 권총이라는 이름의 「이물」과 함께.

 

석양으로 길게 늘어진 「이물」의 그림자의 크기는, 그 물건의 크기보다, 존재감을 드리우는 듯하다.

 

 

『사람을 잘못 봤다』라고 말해도, 지금 내 모습으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IS를 쓸 수 있는 유일한 남자... 상대를 자극할 뿐이다. 발포되면 본전도 없어.

 

몇 초일지, 수십초일지 시간이 지난다.....

 

그리고 나는 포기한듯이 몸을 풀고, 남자를 흘겨보면서 대답한다.

 

 

「그래....」

 

 

그러나 남자는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띠우고는 총을 겨누며 나를 향해 걸어온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개폐식의 하얀 고리같은 것을 꺼냈다. 매우 가늘다.

 

권총은 결국 내 미간에 꽉 눌린다. 남자의 미소가 사라진다.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에 놓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머리 속이 혼란한다.

 

죽는 건가? 죽기 싫어. 몸이 움직이지 않아. 심박수가 오른다.

 

 

남자 「....오른 팔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어라.」

 

 

나는 그 말에, 『그러면 풀어 준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오른팔을 내민다.

남자는 내 오른 팔을 보고는, 또 입가를 약간 느슨하게 한다.

 

그리고 느긋하게, 내 오른 팔에, 대기 모드로 되어 있는, 뱌쿠시키의 건틀렛 약간 위 근처에 하얀 고리를 끼워 넣는다.

 

 

파칙...

 

 

가벼운 소리를 낸다. 홀쭉한 철사 같은 고리. 그러나, 마치 수갑을 채워진듯한 감각이다.

손에 딱 맞는다. 상당히 몸에 맞는듯한 착용감이다.

 

남자는 권총을 내리며, 이 고리에 대해 설명한다.

 

 

남자 「나를 죽이면, 그 고리에서 나노 머신이 혈액 안으로 주입되어 네 놈은 죽는다.」

 

남자 「빼려고 해도 죽는다. 그리고, 원격 조작으로도 나는 너를 죽일 수 있다.」

 

 

이건 완전한 협박이다. 내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남자..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 눈은, 가는 안경의 탓도 있는지, 내게 명령하는 것 같았다.

 

 

「.....너의 목적은 뭐야?」

 

 

나는 생각한 것을 말한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될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발언이었다.

남자는 석양을 등지며 숙인다.... 마치 그림자와 햇빛. 악마와 천사.

 

......석양은 남자의 발언이 악마의 말이라고 가르쳐 준다.

 

 

남자 「네 놈을...... 살인 청부업자로 만들 거다.」

 

 

내 사고를 억누르던 끈이 풀렸다.....

 

 

「이유는 ? !」

 

「왜 나야!?」

 

「너는 누구야!?」

 

 

순간 생각난 세 가지 키워드를 남자에게 쏟아붓는다.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내 가방을 느긋하게 주워 흙을 털어 내게 돌려준다.

 

 

남자 「머지않아 알게 된다.... 여기다, 따라 와라.」

 

 

남자는 그리고, 정문 쪽이 아니라 뜰을 달려 숲으로 달려 나간다.....

이쪽은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남자는 여유있게 달린다. 내게 맞춰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벽을 넘어 계속 한층 더 달려서...... 숲을 빠져나갔다.

 

거기에는 차가 지나갈만한 작은 길에, 길 한구석에 검은 세단이 있었다.

 

남자는, 재촉하듯 조수석에 타도록 지시한다.

나는 마지못해 차에 탔다.

 

차는 이 조용한 공간에 존재감을 주장하는듯한 엔진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란 존재는 반대로 희미해져 간다.......

 

차 안에서 말은 없다. 남자는 라디오 뉴스를 틀기 시작한다.

 

 

「요전날, 경제부 장관이 사살된 사건입니다만......」

『......폭력단 관계자에 의한 것이라는 정보가 경찰에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라디오를 들으면서, 남자는 때때로 혀를 찬다. 뉴스에 혀를 차는 사람은 처음 봤다.

 

나는 왼팔을 문에 두고 턱을 괴며 밖을 바라본다.

 

석양이 가라앉아 자꾸자꾸 하늘이 어두워져 간다... 팔찌에 눈을 돌린다.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차는 주차장으로 향한다. 근처에는 모노레일 역.

 

 

남자 「내려라. 모노레일을 탈 거다.」

 

 

나는 남자에게 재촉되어 차에서 내려 남자의 뒤에서 걷는다.

아마 이 남자도 살인 청부업자겠지. 그 앞뒤로 흔들리는 팔과 손으로, 도대체 몇 명을 죽인 걸까......

 

 

모노레일을 탄다.

 

 

또 주차장으로 갔다. 다음은 흰색 세단.

 

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건가?

 

차를 타도록 재촉한다......

 

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고속도로를 달려, 꽤 남쪽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바로 위에서 조금 기운 초승달이, 컴퍼스 대신처럼 내게 희미하게 가르쳐 준다.

 

 

차는 항구의 창고 같은 곳에 도착했다......

 

이미 오후 9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의 속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천천히 「4」라고 쓰인 창고에 차를 넣는 남자.

여기가 이 남자의 아지트일 것이다. 그나저나, 큰 창고다.

 

차가 창고에 들어간다... 거기에는 20대에 가까운 차들이 좌우로 서로 마주보듯이 놓여 있었다.

 

세단, 웨건, SUV.....

콤팩트 카까지 있지만 수는 적다. 방탄을 생각했나.

남자는 차를 지정된 장소에 세운다.

 

 

남자 「따라와라」

 

 

남자는 내게 재촉한다. 『살인 청부업자로 만들 거다.』그렇게 듣고 끌려온, 녀석의 아지트.

내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는 것 같지만, 대접할 생각도... 없을 것 같다.

 

『6』이라고 쓰인 창고에 도착한다. 입구에 서서 안을 바라본다.

 

4번과는 크게 다른 것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창고 안쪽에 있는 다수의 벽돌.

 

그리고...... 내 우측에는 다수의 중화기. 나는 곧바로 감이 왔다.

 

여기는 사격장이다.

 

 

남자 「마음에 드는 권총을 선택해라.」

 

 

남자는 중화기 근처에 서서, 명령하듯 말한다.

 

나는 권총을 보며 천천히 걸어간다.... 어두운 창고 안과 상관없이, 짙은 중후감을 풍기는 권총이 놓여 있었다.

 

한눈에 알았다, 이건 진짜다......

 

 

남자 「핸드건이다. 이 중에서 잡기 쉬운 것을 선택해라. 무거워서 다루기 힘든 건 제외해라.」

 

「.......알았다.」

 

 

거기에 있던 핸드건 10개 정도를 잡아, 총을 겨누고 눈을 감는다. 오른손의 감촉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마치 옷을 거꾸로 입은 듯한, 그런 위화감이 드는 권총 뿐이다.

 

하지만 2개, 딱 맞는 것이 있었다.

 

 

「이것과, 이거다.」

 

 

남자는 힐쭉 웃고는, 내게 권총에 대한 설명을 한다.

 

 

남자 「이 권총은 리볼버라고 하는 종류다.」

 

남자 「경관이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

 

남자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 심플한 구조가 장점이지만, 탄환이 6발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총알 교체도 귀찮다는 게 결점이지.」

 

남자 「이름은 콜트파이슨. 357 매그넘탄을 초속 400m/s로 발사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니. 귀에 손가락을 넣고 저 편의 벽돌을 봐라.」

 

 

그렇게 하고 남자는 한 손으로 40m정도 떨어진 저 편의 벽돌을 향해 격발한다.

 

벽돌은 가루가 되었다. 대단한 위력. 그리고 공격하기 시작한 순간에 깜깜한 창고가 낮처럼 순간 눈부실 정도로 환해진다.

 

총구를 바로 보면, 장난이 아니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총구를 보고 있자 남자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한다.

 

 

남자 「.....지금 현상이 플래쉬다. 밤에 실내에서 공격할 때는 조심해라.」

 

남자 「눈이 타격당해 당분간 시야를 빼앗겨서, 청부업자로서는 치명상이다.」

 

남자 「그리고..... 네 놈이 선택한 또 다른 권총 말인데.....」

 

 

나는 또 벽돌을 본다.

 

남자는 3연사 했다.

 

첫 번째 벽돌에는 1발, 옆에 있던 벽돌에는 2발을 쐈다.

 

 

남자 「벽돌을 봐라. 파이슨보다 위력이 낮지. 그래서 저쪽에는 2발을 쐈다.」

 

남자 「이름은 베레타M92F. 미군이 채택한 믿을만한 권총이다.」

 

남자 「장점은, 장탄수와 총알의 교체 속도다.」

 

남자 「15발의 탄수. 총알의 보충은 카트리지식, 신속하고 확실히 할 수 있다. 반동도 낮다.」

 

남자 「결점은, 위력이다. 초속은 360m/s. 총알도 파이슨에 비해 작다.」

 

남자 「아무튼, 그런 결점을 보충할 수 있을 만큼 장점이 크다만.」

 

 

나는 그 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가 쓰는 소총도 베레타다.

 

추천한다...는 건가.

 

 

「......베레타로 하겠어.」

 

 

남자 「알았다. 오늘은 이미 늦었군, 기숙사까지 보내 주겠다. 4번으로 와라.」

 

 

4번 창고로 향하는 나. 남자는 뭔가 짐을 정리하고 있는듯하다.

시계로 눈을 돌리자, 시각은 오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늘을 본다. 초승달이 기울어... 기분 나쁘게 힐쭉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핸드폰 번호를 등록당했다.

 

 

남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마.」

 

 

나는 또 예의 숲에서 IS학원으로 돌아간다.

 

차에서 내릴 때, 남자가 또 미소를 흘리며 내게 말한다.

 

 

남자 「유익한 정보를 알려 주지.」

 

남자 「네 놈의 시계로, 오후 11시 10분 21초가 되는 순간, 기숙사 입구에서 네 방으로 달려 나가라.」

 

「......너, 그게 대체 무슨 말인데?」

 

 

그러나 남자는 약간 미소를 띠우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달려갔다.

 

 

나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해보기로 했다.

 

기숙사 입구. 숨어서 안을 본다.

 

11시 10분 15초....16....17....18....19....20....21!

 

 

나는 달려간다!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 않은 대쉬.

 

주위에서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아무도 없다, 알고 있었나!

 

사감하고 있는 치후유 누나가 죽도를 들고 돌아보고 있을 텐데....

 

나는 계단을 뛰어 오른다...... 위험해, 1층에서 내 소리를 알아차린 치후유 누나가 계단으로.....

 

 

치후유 「 !!...... 뭐야 바퀴벌레였나. 죽어라. 」 칫

 

 

내가 문 열쇠를 염과 동시에, 치후유 누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열쇠를 여는 소리는 그것에 묻혀 치후유 누나는 나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미닫이문을 돌리며 문을 살짝 닫았다.

 

 

그런데 그 남자, 대체 누구지.....

 

시간 지정까지 하다니.....

 

초 단위를 넘어, 0.1초의 세계였던 그 타이밍은......

 

그리고 오른손으로 눈을 돌린다. 눈에 띄지 않게, 뱌쿠시키의 건틀렛과 같은 색을 띤......

 

「청부업자, 인가.....」

 

 

나는 아직도 꿈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으로 남자의 수염과 안경, 덥수룩한 머리..... 플래쉬, 총성..... 다양한 것들이 뒤섞인다.

 

핸드폰에 눈을 돌린다.

 

2010년 9월 4일, 내 새로운 인생의 생일이다.

 

 

오늘은 뭔가 지독한 날이잖아..... 누군가에게 상담...... 원격 조작의 가능성을 버릴 수 없, 나...

 

당분간 이대로 보내자. 아직 살인은 시킬 수 없을 것이다..... 훈련시키고 나서 할 테지.

 

그 사이에 대책을 세우면 돼.

 

지쳤다, 오늘은 이제 자자.... 몸이 무거워.... 침대에 파묻혀 간다......

 

 

이틀 뒤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온다. 어디선가 감시되고 있었나?

이 팔찌는 이상하다. 원격 조작이라고 말했었지만 그 밖에도 기능이 있는 걸까.

 

휴일인데.... 약간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는다.

 

 

「뭐야.....」

 

 

남자 「지금부터 모노레일을 타고 사복으로 여기로 와라. 발착장의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라고 말함과 동시에 놈은 전화를 끊는다. 특별히 예정은 없었던 것이 다행...이려나.

 

터미널에 도착한다. 50m정도 떨어진 곳에서 남자가 날 보고 있다.

옆에는 은색 SUV. 나는 천천히 차로 걸어가, 말없이 조수석에 탑승한다.

 

차 안에서는, 나나 녀석도 침묵한다.

 

예의 창고로 향한다. 차를 4번에 세우고 6번으로 향한다.

 

 

남자 「오늘은 나이프다.」

 

 

그렇게 말하고 놈은, 내게 나무를 깎아 만든듯한 나이프를 던졌다.

놈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는 갑자기, 녀석은 내게 덤벼들었다. 내 목을 노린다. 나는 그것을 튕겨낸다.

 

 

「무슨 짓이야!」

 

남자 「나이프, 라고 말했잖나.」

 

 

놈의 공격은 그치지 않는다, 놈은 움직이면서 말한다.

 

 

남자 「인간의 급소는 머리 부분에서 바로 밑으로, 줄지어 있다.」

 

남자 「어딘가 찌르면 사망 혹은 중상을 입힐 수 있지.」

 

 

나는 놈의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반격할 수 없어...

목제라고는 해도 맞으면 아프다. 팔이나 다리를 노려져 틈이 생기면 급소를 가차 없이 맞춘다.

 

 

남자 「이걸로 5번, 너는 죽은 셈이다.」

 

 

내 급소에 나이프를 맞출 때 도발하듯 말한다.

 

 

1시간에 15분 휴식이 들어간다. 미네랄워터를 건네받아 마신다.

 

한 여름의 창고는, 땀이 폭포같이 나올 정도로 덥다.

그 남자는 슈트이면서도 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슬슬 급소에 맞는 일도 줄어들어, 반격하기 시작한다.

놈은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약간 미소를 띠며 말한다.

 

 

남자 「이해력이 좋아서 기쁘군. 다음 단계다!!」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놈은 내 안면을 향해 왼발차기를 날렸다.

 

빠르다!

 

나는 순간 오른 팔로 머리 부분을 막고, 왼팔로 오른팔을 결리듯이 해서 방어 자세를 취한다.

 

 

「큭!」

 

 

무겁다...... 막았음에도 몸 전체가 왼쪽으로 약간 「착」하는 소리를 내며 미끄러진다.

 

녀석은 멈추지 않고, 다음은 내 오른쪽 다리를 찬다. 나는 자세가 무너지고 말았다.....

 

 

남자 「26번째다.」

 

 

이것이 다음 단계였다. 몸 전체를 쓰는 공격이다. 나이프 이상으로 시선이 흐트러지는 근접 전투.

 

 

남자 「나이프나 격투는 그다지 시끄럽지 않다. 무음에서의 살인은 적의 응원군이 올 일도 없다.」

 

 

「해설 첨부의 지도라니, 고마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군! 흥!」

 

 

나이프를 쓰는 살인연습은 계속된다.

 

타격에서 시작해, 메어치기, 간접기술, 페인트, 호흡 타이밍을 늦춘 공격......

 

 

남자 「......이제 밤인가. 근접전은 대충 했다. 이걸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한다.」

 

 

놈은 태연하게, 큰 대자로 넘어져 호흡이 거칠어진 내게 말한다. 놈은 조금도 헐떡거리지 않는다.

 

 

남자 「우선은 기초 훈련이다. 내일부터 시작해라. 아레나와 방에서 하면 눈에 띄지 않겠지.」

 

남자 「아레나 20주, 복근 500회, 팔굽혀펴기 200회, 이것들을 하루에 소화해라.」

 

남자 「시간나는 한, 그리고 3일에 하루는 쉬어라. 앞으로 생선만 먹지 마라, 고기를 먹어라」

 

「노, 농담하지 마... 하아하아..... 그걸.... 하아하아.....」

 

남자 「지금 당장 하라고는 하지 않아. 조금씩, 확실히 해라.」

 

남자 「다만, 무리는 해라. 한계가 오면 견뎌라. 내 얼굴이라도 생각하면서 말이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의미 있는 웃음을 짓고는 차를 가지러 갔다.

 

나는 다음날부터 들었던 메뉴를 시행했다.

 

아레나는 10주도 못하고, 복근은 200번에서 멈추고, 팔굽혀펴기에 이르러서는 50번이 한계였다.

 

 

- 이튿날 아침 -

 

호키 「어이, 이치카! 아침 연습 시작할 거야!!」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지....

아직 오전 5시다. 어제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나는 호키에게 거절의 말을 꺼낸다.

 

 

「부탁해, 오늘은 봐주지 않겠어....?」

 

 

호키의 얼굴이 비뚤어진다. 몇 개월간 계속해 온 매일 아침 훈련.

 

모르는 건 아니다.

 

 

호키 「이치카! 너, 마음이 헤이해진 거 아냐?!」

 

 

호키는 날 억지로 일으키려고 하지만, 나는 사지가 서지 않아서.

비틀비틀거리며 호키에게 부축받아 결국은 안기고 말았다.

 

 

「미안.... 정말로 오늘은 무리야.....」

 

 

내가 힘이 빠진 소리로 호키에게 말하자, 처음에는 화났던 호키도 이변을 알아차린 것 같다.

 

 

호키 「.........이치카, 몸 상태라도 나쁜 거야?」

 

 

걱정스러운 듯이 얘기하면서, 나를 침대에 앉히는 호우키.

 

 

「응.....오늘은 학교 쉴 거야..... 치후유 누나랑 야마다 선생님한테도, 그렇게 전해주지 않겠어....?」

 

 

과연 호키도 그런 내게 연습을 시킬 리도 없고

 

 

호키 「알았다. 오늘은 천천히 쉬어.」

 

「고마워... 호키.....」

 

 

나는 거기서 의식이 떨어진다. 정신을 차리자 오후 3시였다....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은 회복했지만, 근육통으로 몸이 아프다.

 

때는 방과 후, 놈에게서 지시받은 근력 트레이닝을 무리해서라도 시작한다.

완전히 자포자기다.

 

아레나를 달리고 있자, IS를 탄 샤르가 나와 같이 달리며 말을 건넨다.

 

 

샤르 「이치카, 뭐해?」

 

 

흥미진진, 이라기 보다는 병이 난 직후에 뛰는 나를 걱정하듯 얘기한다.

 

 

「하아.. 핫.... 핫핫... IS의 조종을 한다고 해도.....핫핫... 하아하아」

 

「기초 체력은 중요하잖아?....... 하아하아.....」

 

샤르 「응, 그건 맞는데..... 몸은 조심하는 게 좋아.」

 

 

걱정하는 샤르를 곁눈질로, 나는 샤르를 떼어내듯이 페이스를 올린다.

 

아무도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일심불란으로 달렸다.

 

다음 날부터, 호키의 아침 연습을 거절했다.

 

 

「기초 체력을 늘리고 싶어.」

 

 

호키는 좀처럼 납득해 주지 않았다.

 

 

호키 「이치카..... 너, 혹시 나와 연습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귀신같은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호키.

 

 

「그럴 리가. 연습한다고 해도, 기초 체력이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

 

 

에둘러서 말했다. 이걸로 당분간은 통한다고 생각했지만.....

 

 

호키 「그, 그러면.... 나도 같이 하자!!」

 

「어.....?」

 

 

나는 굳어진다. 호키는 뺨을 고조시켜, 팔짱을 끼고 조금 고개를 돌리며 위를 보고 있다.

생각지 않은 제안이었다. 거절할 수는 없어.....

 

 

「알았어, 그럼 방과 후에 아레나로 와 줘. IS슈트가 움직이기 쉬워서 좋아.」

 

 

나는 포기하고, 호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할 수 없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말려들게 할 줄은.....

 

호키 「조, 좋아! 그러면! 흐흥~♪」

 

 

호키도 함께니까, 주위도 별로 신경 쓰진 않겠지.

거기에, 잘 되면 도장을 쓸 수도 있다.

 

호키가 그럭저럭 같은 편이 되어 줬으니.....

 

 

그러나 일선은 그어야만 한다. 호키에게 알려져선 안 된다.

내가 살인을 하려고 이 훈련을 한다는 것만큼은....

 

- 방과후 -

 

호키 「뭐, 뭐야 이 메뉴는!?」

 

 

내가 자필로 쓴 메뉴표를 건네주자, 호키는 아연실색 한다.

 

 

「우선 아레나 20주부터. 가자.」

 

 

호키는 메뉴표를 꽉 쥐고 나를 따라온다.....

처음에는 따라왔지만 이것도 4주정도 돌자 페이스가 떨어져, 나와는 반 주정도의 차이가 났다.

6주째에는 넘어져 있었다. 호키...... 완전히 방해잖아.

 

나는 제자리에서 뛰며, 호키 옆에서 말한다.

 

 

「어이, 호키 괜찮아? 나는 앞으로 10주 남았으니까 그대로 쉬고 있어 줘.」

 

「아무튼 이 상태로는 나도 5주가 한계지만.」

 

호키 「너, 넌..... 괴물이야......?」

 

 

방으로 돌아가, 복근, 팔굽혀펴기.... 호키는 도중에 좌절하고 말았다.

 

 

정신력 차이다. 나는 죽음과 마주한 상황.

근육이 비명을 울리면 놈의 얼굴을 떠올리며, 들리지 않은 체한다.

 

계속하는 동안 근육의 비명을 반대로 느낄 수 없게 된다. 의식이 멀어져 간다, 역시 위험해, 멈추자.

 

근처에 호키가 넘어진 것을 깨닫는다. 팔굽혀 펴기 하던 상태로 자고 있어...

 

내 옆의 침대에서 재워야겠다. 그런데, 이런 가녀린 몸으로 잘 따라왔구나..

 

 

다음 날, 호키는 학교를 쉬었다.

 

 

호키 「미, 미안해....」

 

 

그로부터 호키는 아침 연습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됐지만, 반대로 사이가 멀어져서 다행이다.

나는 묵묵히 트레이닝을 계속한다.......

 

2주간 지났을 무렵일까, 놈에게 들은 메뉴를 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또 놈에게서 연락이 온다. 내 휴일을 모두 가져갈 생각이야?

 

오늘도 나이프 특훈이다.

 

 

특훈 뒤에, 놈은 내 몸을 손대기 시작한다.

 

 

「어이, 무슨 짓이야?」

 

남자 「흠. 근육이 적당히 붙었군. 거기에, 헐떡거리지도 않고 있어.」

 

「앗.......」

 

 

듣고 나서 처음 깨달았다. 내 몸은 확실히 청부업자의 몸에 가까워지고 있다....

 

 

남자 「메뉴를 일부 바꾼다. 아레나를 달리는 스피드를 지금의 1.5배까지 올려라. 보폭은 바꿔도 상관없다.」

 

남자 「복근은 3000회로 변경. 팔굽혀펴기는 한쪽 팔로 200회씩 해라.」

 

「보, 복근 3000번!?」

 

 

나는 무심코 눈을 크게 뜨고 물어 본다. 자릿수가 단번에 올랐다.

 

 

「농담하지 마! 우선, 시간이 없잖아!」

 

남자 「페이스를 올려라. 1초에 1번이면 1시간에 끝난다. 남은 시간에는 느긋하게 차라도 마시면 돼.」

 

 

녀석은 태연하게 단언한다.....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하진 않아..... 확실히 1초에 1번은 가능하지만..... 3000번이나 할 수 있을까.

 

 

「........알았다.」

 

남자 「무슨 일이 있으면 또 연락한다. 돌아가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여전히 뉴스 라디오를 듣는 남자.

 

나는 창 밖을 그저 멍하니 본다.....

 

평범한 보도. 평범한 가로등. 평범한 건물.......

 

왜지? 왜 위화감을 느끼는 거지.....? 그저 『일』 일 텐데.

 

필요하니까 거기에 있다, 단지 그것 뿐이다.

 

그리고 깨닫는다......나는 여기에서는 이물이다.

 

옆에 있는 남자에게 생명줄을 붙들려 매일의 특훈.

 

몸을, 뇌를, 마음이 부서지지 않게 다잡고, 내 정신을 냉혹하게 단련시킨다.

 

나는 숙이고 말았다. 이제 물러설 수 없어.....

 

그 때, 놈이 말했다.

 

 

남자 「시노노노 호키는 잘 지내고 있나?」

 

「뭐?」

 

 

생각이 멈춘다. 몸이 떨린다. 공포? 분노? 슬픔?

 

자신의 감정을 모른다.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나는 외쳤다.

 

 

「네 놈, 호키한테까지 손을 댄 거냐!!」

 

 

나는 운전 중인데도 놈의 몸을 흔든다.

그러나, 놈은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내 팔을 풀어 버린다.

 

그 기세로 나는 창에 머리를 부딪쳤다.

 

남자는, 앞을 바라보며 약간 초점이 흐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남자 「옛날에.... 알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흥분하는 내게 놈은 진정시키듯 말한다.

 

 

남자 「이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손을 대기 이전의 문제다.」

 

 

놈의 설명이 부족하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는다.

 

캐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위압감으로 돌려준다.

 

우선 나는 놈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실제 나이프에 커버를 붙인 리얼한 훈련, 격투, 중화기 취급, 스나이핑 연습, 트랩장치, 시체 처리 방법, 사고(思考)전, 가명으로 신분증 위조, 차 운전과 훔치는 방법.....

 

나는 완전히 살인 청부업자가 되어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놈이라고 해도 싸우면 서로 찔려서 죽을까, 약간 우세할 정도로...

 

 

<1학년 1반, 2반 합동 야외 수업>

 

 

세실리아 「이치카 씨? 뭔가 굉장히 몸이.... 근육질에 남성답네요......///」

 

IS슈트 너머로 보이는 내 몸의 명확한 변화. 복근 상태. 누가 어떻게 봐도 이상하다.

 

 

「반년정도 특훈했으니까. 손대 볼래? 하하하하하」

 

 

나는 세실리아에게 접근하면서, 무리한 농담으로, 화제를 바꾼다.

 

 

세실리아 「아, 아니요......그래도, 남자의 몸을 함부로 손대는 건 역시 주눅이 들어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숙이고는 머뭇머뭇거리는 세실리아. 우선 이걸로 문제없겠지.

 

 

수업이 시작된다.

 

이미 내 청부업자로서의 솜씨는 거의 일류. IS 조종에서도 그 솜씨가 발휘된다.

 

놈에게서 훈련을 받은 나이프, 격투전, 그리고 사고전의 성과가 화근이 되었다.

 

 

치후유 「어이, 이치카, 링. 앞으로 나와라.」

 

치후유 「앞으로 근접 전투 모의전을 실시한다.」

 

치후유 「잘 봐둬라. 좋아, 두 사람 다 가라.」

 

 

그 날의 나는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지금 그대로의 학원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무리하게 미소를 만들어, IS 조종은 일부러 움직임이 좋지 않도록 가장한다......

 

언제나 긴장의 실을 팽팽하게 조이느라, 피곤했으리라.....

이 날, 약간 실이 느슨해져 버렸다.

 

 

링 「자, 이치카! 또 전같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줄 거야!」

 

「그래, 바라던 바야.」

 

 

삐익-

 

치후유 누나의 시작을 알리는 피리가 울린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자세로 멈췄다.

 

링은, 약간 부스트로 뒤로 이동한 뒤, 잠시 생각하는 것 같다.

 

상태를 보니, 용포의 차지를 하면서 왼쪽 부스트를....

 

나는 다음 순간 단번에 왼쪽 부스트로 링의 눈앞으로 돌진한다.

오른 손으로 유키하라를 내세운다.

방어자세를 취하는 링.

 

 

「텅 비었네?」

 

 

내 한마디에 나를 향한 링이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는 우측으로 부스트를 단번에 켜면서 링의 오른쪽 옆구리에 발차기를 먹인다.

날아가는 링. 나는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부스트해 날아가는 링을 추격한다.

 

링은 거의 패닉이다.

날아가면서 용포로 탄막을 친다. 맞을 리가 없다.

 

날아가는 링을 바로 위에서 유키하라로 베어 내려고 한다. 이것도 페인트다.

 

 

링은 또 다시 그 페인트에 걸린다.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라』

나는 놈에게서 들은 말을 똑같이 링에게 하고 있었다.

 

내 페인트를 알아차리지 않고 양팔로 가드하는 링.

또 다시 배가 텅 비었다. 나는 부스트를 작동해 오른쪽 다리로 링을 밟았다.

 

마운트 포지션에서, 유키하라로 찌르기, 찌르기, 찌르기..... 막기 힘든 공격이다.

 

양팔로, 마치 깃대를 지면에 꽂듯이 계속 나아가는 공격, 강력·신속·확실·방어가 불가능한 공격.

 

용포로 공격하면 자폭.

 

링은 무서운 나머지 울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내 얼굴은 태양에 역광으로 비쳐, 필시 무서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냉철한 청부업자의 눈을 하고 있었던 게 무서웠을까.....

 

끝을 알리는 피리가 울린다.

 

나는 움직일 수 없게 된 링을 껴안아 치후유 누나가 있는 곳으로 간다.

 

치후유 누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치후유 누나의 눈을 본다..... 그 눈동자에 비친 나는.... 『놈』과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어느 휴일 낮, 남자가 말한다.

 

 

남자 「테스트다. 미니밴을 꺼내와라.」

 

「알았다.」

 

 

나는 4번 창고에서 MPV를 꺼낸다.

 

놈은 뒷좌석에 여러가지를 실은 것 같다.

 

낮인데도, 오늘은 추운데... 근데 테스트라니 뭐지.....?

 

그런 건 뭐든 상관없다. 내 냉혹한 부분이 정신을 침식하고 있었다.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놈이 내비를 설정했다.

번지명 밖에 입력되지 않았다. 시설은 아닌 것 같다.

 

민가인가, 공터인가, 공사중인가......

 

나는 내비대로 차를 운전한다.

 

하지만 갑자기, 놈이 길을 지시하기 시작한다.

 

 

남자 「거기에서 왼쪽이다. 그리고 오른쪽. 앞으로는 직진해라.」

 

 

놈이 말하는 루트는 쓸데없이 좁아, MPV로는 꽤 운전하기 어렵다.

 

 

남자 「좋아, 내비대로 원래 길로 가도록.」

 

 

나는 들은 대로 운전한다....

원래 길로 나온다....

 

 

남자 「백 미러로 뒤를 봐라.」

 

 

경찰이 검문하고 있다....... 어째서 안 거지? 이 놈은 누구야?

나는 캐묻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그만뒀다. 이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 알았던 건, 아니 확신했던 건 있다.

지금까지의 놈의 행동이나 언동은, 모두가 결과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남자를 따라 가라』라고 본능이 말한다.

 

그 말대로다. 이 남자를 따라가면, 어떤 일이라도 원만하게 해결된다....

 

 

어떤 일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일도 그런가.......?

 

위에서 나를 보고 있다, 또 다른 내가 말한다.

나는 들리지 않은 척, 들리지 않도록 한층 더 차갑고 냉철해졌다.....

 

 

 

도착했다. 장소는 빌딩 공사 현장.

 

 

남자 「이대로 차를 안에 넣어라. 천천히」

 

 

담담히 설명을 시작한다.

 

 

남자 「이 건물은 건설 도중 건축 회사가 부도나서 말이지, 지금은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남자 「뒷좌석의 물건을 가지고 와라」

 

 

나는 왼쪽 옆의 홀스터에 들어가 있는 베레타의 잔탄을 확인해, 예비 매거진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 짐을 들었다.

 

차는 안쪽으로 숨기고, 곧장 빼낼 수 있게 진행방향을 출구 쪽으로 세웠다.

 

이 중량과 길이..... 스나이퍼 라이플이다.

아마 언제나 연습에 사용하고 있는 레밍턴M700.

 

공사용 계단을 타고 간다. 11층 건물 빌딩이지만, 8층에서 배치하도록 놈이 말한다.

 

기둥과 마루, 천장 밖에 없는 빌딩. 군데군데 푸른 비닐 시트로 밖에서 덮여 있다.

놈은, 그 시트의 그늘에 숨을 장소를 지정한다.

 

 

남자 「저쪽으로 총을 겨눠서 세팅해라.」

 

 

역시 M700.....어, 세팅........?

 

 

「사람을.......공격해........?」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고, 그리고 이 건물로 따라왔을 때도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을 예측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벽돌과는 다르다. 사람이다. 인간이다.

 

내가 죽이는 거야? 왜 죽이지 않으면 안 되지?

 

지금까지의 그 냉철했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혼란에 빠진다.

남자는 그런 내게 격문을 날린다.

 

 

남자 「그래, 죽인다. 빨리 세팅해라.」

 

 

나는 놈에게 재촉받아 *약협의 장전, 몸의 고정, 놈이 사전에 장치한 헝겊으로 풍향과 풍속 확인......

(*약협 : 총포 탄환의 화약이 들어 있는 금속제 통.)

조금씩 냉정을 되찾는 나..... 그리고 이 『세팅』이라는 이름의 의식으로, 냉철한 마음을 되찾았다.

 

 

남자 「거리는 600m. 지금의 네 실력이라면 레밍톤이라도 1km는 여유잖나?」

 

 

놈은 옆에서 쌍안경으로 보면서 나처럼 엎드리고 있다. 관측자일 테지.

 

 

남자 「정면의 그 큰 호텔이 보이나? 입구 좌우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커다랗게 있는.」

 

 

알아. 안다고. 하지만 그런 것보다 모르는 게 있다.....

 

 

「난 지금부터 누구를 왜 죽여?」

 

 

남자는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유창하게 대답한다.

 

 

남자 「나는 어떤 권력..... 경찰에게 의뢰를 받고 있다.」

 

남자 「경찰은 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을 해서, 보수를 받고 있지.」

 

남자 「그리고 녀석은 마약 조직의 No. 2. 상당한 거물이다.」

 

남자 「단번에 마약 루트를 청소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일이다.」

 

 

죽이는 이유는 명백. 경찰에서 의뢰·정의의 철퇴

내 오른 팔의 팔찌. 이 남자의 존재. 왜 나를 청부업자로.....?

 

스코프를 들여다 보고, 풍향을 확인. 600m. 지금의 나라면 여유있는 거리.

 

아마 그 호텔맨의 뱃지를 구멍낼 수도 있다.

 

문에 열쇠를 꽂고, 지금··· 열쇠를 돌려 자물쇠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문에 손을 뻗어 잡고, 돌렸다....... 당길까?

 

닫힌 문은 열쇠가 열려 손잡이만 남아 있다.

 

뒤는 당길 뿐, 그것 뿐이지만. 거기부터 앞은 이세계다.

 

틀림없이, 거무죽죽한 방이리라....

 

 

그런 나를 간파하고 놈은 말한다.

 

 

남자 「나도 처음은 그랬지......」

 

남자 「아무리 경찰의 의뢰라고는 해도 상대는 사람이다. 왜 죽여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 「......한층 더 이유가 필요한 것 같군. 만약 죽이지 않으면, 이쪽이 살해당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남자 「죽일까, 살해당할까. 나는 지금 너의 생존 본능에 묻고 있다.」

 

남자 「......네가 공격하지 않으면 나는 팔찌의 나노 머신을 쓰겠어.」

 

 

그렇다, 나는 항상 살까 죽을까의 갈림길이었다....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이런 곳에서 죽을까 보냐!!

 

나는 스코프에서 한 눈을 돌리고는, 녀석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알았다. 죽인다.」

 

남자 「좋은 대답이군....」

 

 

엎드려 누운 내 몸을 한층 더 차게 하는 콘크리트 바닥

『이제 차가운 건, 아쉬운 대로 도움이 된다』고 나는 바닥에 타일렀다.

 

몇 분이 지났다.

나는 풍향을 읽고 다이얼을 비틀어 스코프의 조정을 몇 번이나 실시한다.

빌딩풍이라는 건 귀찮다.

 

 

남자 「왔다.」

 

「아아, 알고 있어.」

 

남자 「호텔 입구에서 보이에게 열쇠를 주려고, 운전석에서 나온다. 호텔 지붕이 있지만 발사각도로는 문제없겠지.」

 

「....검은 세단인가.」

 

 

내 어조는 스스로도 알 만큼 조금 전과는 차이가 났다.

 

내 머릿속에서 문이 열렸다. 이제 이미 거무죽죽한 방 안에 있다. 그리고 문이 닫히려 한다....

 

 

남자 「한 발로 잡아라. 첫 발이 맞아도 빗나가도 도망친다.」

 

남자 「.....검은 슈트의, 대머리 50대 남자다. 지금, 오른손을 올렸다.」

 

「알고 있어.」

 

 

나는 녀석의 두개골을 향해 조준한다. 죽음의 십자가. 세상이 슬로 모션이 된다.

놈은 웃으며, 오른 손을 내리고는.... 호텔 입구 방향으로 가리키려 한다......

 

나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트리거를 빠듯이 쥐어짠다.

 

 

남자 「.......지금이다.」

 

「.......」

 

 

핑!

 

 

남자 「.....명중 확인. 목표의 사망을 확인! 도망치겠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거기에 퍼지는 건 어둠 뿐....

 

 

빨리 서둘러 가방에 소총을 담아, 뒤를 붙잡힐 만한 게 없는지 확인하고 MPV까지 힘차게 달린다.

 

앞으로는 차로 도망칠 뿐이다.

 

 

운전은 놈 스스로가 자원했다.

 

깨닫자, 내 양손이 떨리고 있었다.....

 

죽여 버렸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 놈은 죽어도 좋은 놈이었다.

그도 그럴 게 경찰조차 애먹고 있었잖아? 거기에 내가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

 

나는 떠오르는 변명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조수석 시트에 넘어져, 천장을 보며......

 

 

집에 돌아갔지만 뉴스에는 없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역시 경찰이 애먹는 일이다. 보도 규제가 되는 레벨이라는 건가.

 

그 날부터 나는 뉴스를 매일 저녁 보게 됐다......

 

그 뒤도, 일주일 간 1번에서 2번 페이스로, 평일에도 살인하러 간다.

 

 

 

- 밤 -

 

새까만 슈트에 몸을 둘러싸고, 선글라스를 낀다.

 

골목길 뒤에서의 매복.

 

보디가드 3명을 상대로 한 근접 전투에서도 나는 찰과상 하나 입지 않고 죽일 수 있다.

핸드건에는 서프레서를 붙이고 나이프를 휘두르며, 청부업자라기 보다는 암살자 같은 나날을 보낸다.

 

 

남자 「오늘의 표적은 여기다. 조금 만만치 않아.」

 

「.........」

 

 

표적은 재무성의 사무차관.

 

예비 조사를 한다. 200평정도의 큰 일본식 집. 벽의 높이는 3m정도.

먼 건물에서 내부를 정찰한다. 나무로 덮여서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 「2시간 뒤 오후 8시에 목표가 돌아온다.」

 

 

남자는 시계로 눈을 돌리며 내게, 『작전시각』을 전한다.

 

 

「저격인가?」

 

 

나는 남자에게 물어 본다. 이 거리라면 죽일 수 있다.

 

 

남자 「아니, 직접 돌입해 죽인다. 내가 백업, 네가 선봉이다.」

 

「알았다.」

 

 

나는 살인준비를 시작한다.... 항상 쓰는 베레타의 이상을 눈치챈다.

슬라이드에 금. 나는 혀를 차고, 새로운 베레타를 꺼내 서프레서를 붙인다....

 

시간이 됐다. 우리들은 입구에서 오른쪽 외벽으로 매복한다.

 

목표는 차를 탄 채 뜰에 들어 왔다. 확실히 이 상태로는 저격은 불가능하다.

 

 

남자 「먼저 가라, 트랩을 조심해라.」

 

 

나는 줄을 타고 벽을 오른다. 간이 트랩이다. 적외선과 와이어.

 

나는 나무로 직접 뛰어 이동해, 뒤에서 올라 온 놈에게 눈짓으로 알린다.

 

감시 카메라의 눈을 피해 건물에 붙는다. 실내에는 사람 기척이...... 3명......4명.

 

말 소리와 구두 소리로 인원수를 산출한다.

보디가드가 3명. 그렇게 결론을 낸다.

 

 

두 패로 나뉘어 40m정도 갔을까 저쪽에서 남자가 내게 눈짓한다.

 

『선봉은 너다』라는 표시다.

 

나는 단번에 문을 차 부서뜨리고는, 실내로 침입한다.

 

순식간에 오른 쪽에 있는 남자 1명의 머리에 2발을 발사한다.

 

왼쪽에 있는 남자가 3명. 그 중 1명이 목표.

하지만 보디가드의 반격이 시작된다. 서브 머신건의 연사음.

 

나는 콘크리트라고 생각되는 벽에 숨어 폭풍우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거리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총격전. 지금의 일본에는 부조화. 매우 화려하다.

 

남자가 내 얼굴을 본다. 일부러 서프레서를 빼낸 베레타로 보디가드를 80m정도 거리에서 저격한다.

 

베레타의 유효사정거리를 넘은 저격. 1명 사살. 그 소리를 알아차린 나머지 1명과 목표가 한순간 남자 쪽을 향하고 말았다.

남자가 눈짓하는 것을 뒤돌아 보고, 나는 단번에 2명에게 3발을 처넣는다.

 

사망을 확인 할 시간은 없다. 목표로 달려 가, 얼굴에 잔탄을 모두 처넣어 뇌를 파괴한다.

 

 

뒤는 도망칠 뿐이다. 먼 곳에서 울리는 경찰차 소리. 이제 무슨 짓을 해봤자 소용 없다.

 

탄창을 바꿔서 감시 카메라를 닥치는 대로 부수며 최단 루트로 달려 나간다.

 

외벽을 뛰어 넘어 도로에 주차시켰던 SUV에 올라타서 도망친다.....

 

기숙사로 돌아가, 뉴스를 본다. 이번 건도 정보 통제된 건가....

그리고 뉴스가 종반으로 들어선다. 최근 뉴스를 처음 본 내게는 처음으로 알게 된 보도 내용.

IS의 등장 후에 풍조한 남성 멸시에 관한, 민간인의 항의 운동이 온 세상에 빈발.
미국에서는 폭동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IS학원 측 사람으로서는 별로 좋은 기분이 들진 않는다.

 

깨달으면 학원 내부에서도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부모의 의향으로, 귀향·귀국하는 사람이 몇 명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밤에, 내 방에 온 라우라가 내게 갑자기 말을 건넨다.

 

라우라 「어이, 신부. 최근 피곤한 거 같아. 눈이 죽어 있다고.」

 

나는 별로 지치지 않았다. 단지 절망했을 뿐이다.

전처럼 행동하려고, 연기한다.

 

「그래? 그럼 라우라, 오랜만에 그래플링 기술이라도 보여줄까? 하하하하하」

 

라우라 「호오, 신부가 먼저 제안하다니, 뭣! !」

 

 

나는 날아오는 라우라를 반사적으로 받아, 침대로 내동댕이 쳤다.

 

라우라는 놀라 있다.

 

나는 이 행동에 '아차'했다.

 

 

라우라 「훗, 실력이 늘었군!」

 

 

철저히 라우라의 장난감이 됐다.

도망치려고 하면 도망칠 수 있었지만, 마음대로 하게 놔뒀다.

 

 

다음 날 밤, 또 살인이다.

이미 몇 명을 죽였을까. 최근,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남자 「가자」 탓탓탓타.......

 

「그래..........」탓탓탓.......

 

 

돌아가던 차 안에서, 놈이 말한다.

 

 

남자 「상당히 익숙해졌군. 눈에 담력이 있어.」

 

「뭐 그럭저럭.......」

 

 

세단을 운전하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냉철, 냉혹, 비도..... 지금의 나는 그런 존재가 됐다.

 

감정을 죽이지 않으면 마음이 죽어 버린다.

 

하지만, IS학원에 있는 동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링 「탕수육 만들었는데, 먹을래?」

 

 

점심시간, 링이 순진하게 탕수육을 내게 권한다.

여전히 맛있을 것 같다.

 

 

「그래, 먹을까?」

 

링 「.....어쩐지, 너 요새, 쓸데 없이 솔직하네.」

 

「그래?」 우물우물

「응, 맛있어 맛있어!」

 

링 「뭐, 아무튼..... 좋지만 ......자, 좀 더 먹어....///」

 

 

내 겉의 얼굴은 어느 쪽일까.

 

학원 생활을 보내고 있는 얼굴은 이미 뒤의 얼굴이다.

 

IS학원을 방패로 하는 살인 청부업자.

 

링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마음이 울적해질 것 같다. 생각을 그만둬야......

 

 

링 「뭐, 뭐야! 가만히 사람 얼굴을 보고, 왠지 이상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자, 너도 먹어. 아-앙 해, 아-앙」

 

링 「으, 응.....아-앙.......///」우물우물

 

 

방으로 돌아간다. 근력 트레이닝은 빠뜨리지 않는다.

 

물을 마시며 뉴스를 본다. 전 세계에서 IS의 존재를 적대하는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결국 군이 투입되었다. 경찰 내부 관계자 일부도 IS를 겨냥한 폭동을 일으켜, 기능이 마비된 것 같다.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경찰은 바로 전까지는 통제되고 있었다......

그랬는데 결국 군까지 투입......?

 

일본은 아직 경찰이 통제하는 상태다. 거기에, 아직 폭동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놈에게서 연락이 들어온다.

 

 

남자 「두 달 뒤, 러시아로 간다. 여행가방을 사든지, 준비를 해 둬라.」

 

 

놈으로서도, 약간 짜증 난 어조.

그리고, 그것만을 말하고는 전화가 끊겼다.

내 대답을 사전에 알고 있으니까이다.

 

「알았다.」 라는 한마디 뿐이니까.....

 

두 달 뒤에는 학교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겠군....

 

 

살인, 학교, 근력 트레이닝, 뉴스

 

 

이 4개가 지금 내 인생이다. 뉴스에 관해서는, 놈이「봐 둬라」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이지만......

 

.......두 달 지났다. 나는 위조여권을 써 「아즈마 레이지」로서 녀석은 「고도 다이스케」라는 가명을 썼다.

 

그리고 모스크바 행 교통편을 탄다.

 

러시아는 아직 폭동이 일어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다.

 

기내에서 뉴스를 듣는다. 평범한 뉴스. 때때로 나오는 IS 관련의 폭동 정보.

 

그리고, 어느 정도 부터일까, 옆에 앉아 있던, 『놈』이 불쑥 말한다.

 

 

「미군이 점령당했다.」

 

 

무슨 말이지?

두 달 전에 투입된 바로 직후인데..... 단지 두 달만에 그럴 수가......

 

거기에 이 놈은 왜 그런 걸 알고 있지....응?

 

 

긴급 속보가 나온다. 또 폭동인가?

 

『긴급 속보입니다. 미군 내부에서 대규모 쿠데타가 발생』

 

『육·해·공 각 대통령 예하의 최고 지휘권자와 간부 전원이 주모자인 상황.』

 

쿠데타.........?

 

미군이 점령..........?

 

이대로는 세계 최강의 국가가 IS 그 자체에 대해서 선전포고를 하는 건 시간문제다.

 

『거기에 대응해서, 전 세계의 주둔 미군이 반 IS로서 활동을 개시할거라 예상됩니다.』

 

온 세상의 미군 기지의 이름이 불린다.....

 

『일본.....오키나와, 사세보, 이와쿠니, 요코스카, 아츠기, 요코타, 미츠사와』

 

........그러나, 아직 반 IS로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미국 본토의 군 뿐이다.

 

국내만 그렇지만, 미군이 점령당했다고 하면 대통령은 어떻게 되지?

 

군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국 대통령은, 실질 미군의 최고 지휘관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대로 진행되면, 군의 최고 권력자가 새로 취임해서, 그대로 미국 대통령으로.....

 

미국 전 국토가 미군에 점령당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미군이......

 

 

3시간이 지났을 무렵일까, 뉴스에 속보가 들어간다.

 

미국 대통령이 퇴임. 군 최고 사령관이 실질 대통령이 되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미군의 발표에 따르면, 알래스카 근해에서 시노노노 박사가 살해되었습니다.』

 

 

시노노노 박사의 이동 연구실을 어뢰와 공폭으로 파괴했.....다고.........

 

 

혹시 군 상층부는 사전에 타바네 누나의 정보를 알아 내서, 여론이 움직일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

 

 

너무나도 전개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준비가 너무 주도면밀하다......

 

게다가 2시간 뒤......

 

『전 세계의 미군이 반 IS로서 활동을 개시.』

 

『영국, 독일,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각국의 군 내부에서도 쿠데타가 발생....』

 

『주일미군은 일제히 일본의 제압에 나섰습니다. 자위대와 충돌하고 있는 상황.』

 

『미군이 각국의 IS시설에 공폭을 개시했습니다.』

 

 

10분, 15분 단위로 자꾸자꾸 새 정보가 귀에 날아온다.....그리고.......

 

 

『미군이 코어의 상세 데이터를 해석 완료. 네트워크에 침임해, 전 IS의 기능을 정지시킨 모양.』

 

 

코어의 상세 데이터를 이렇게 빨리 해석할 수 있을까!!

 

이것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 타이밍에서의 발동, 인가.

 

세계 최강의 무장, IS가 끝났다.

 

아마 요격하러 나왔던 IS기업 부대는 행동 불가능, 그 타이밍에서의 공폭.....

 

타바네 누나도 죽었다. 끝이다.....

 

IS학원은! 학원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남자 「낙담하지 마라. 아직 괜찮다.」

 

 

이 자식, 전부 알고 있었구나...........!

 

이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날 이 비행기에 태웠어!

 

 

러시아에는 미군 기지가 없다!

 

IS연구 기업도 없다!

 

그리고 구소련 시대부터 반미 감정이 뿌리 깊게.......

 

반드시 다음에 캐물어준다.

 

 

 

- 모스크바에서 밤 -

 

남자 「이동한다. 이 차를 타라.」

 

 

공항 주차장에 차? 이 놈, 어디까지 용의주도한 거야....?

 

게다가 최근에 멈췄던 바로 직후다. 배터리도 닳지 않았다.

 

 

남자 「묻고 싶은 것이 산만큼 있나?」

 

남자 「여기에서 차로 5시간은 달린다. 마음껏 생각 해 둬, 다음에 전부 대답해 주지.」

 

「...............」

 

 

- 주유소 -

 

놈은 폴리 탱크 5개 분량 정도 가솔린을 사서 차에 싣고 있다. 이제 곧 도착한다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기력도 솟아나지 않는다.......

 

 

남자 「먹겠나?」

 

 

내게 샌드위치를 내미는 남자.

 

도무지 식욕이 날 상태가 아니다.

 

나는 굳게 입을 다문다.

 

 

『뭐든지 안다.』는 어조와 행동이 더욱 더 나를 부채질한다.

 

놈은 내 자리의 대시 보드에 있는 드링크 홀더에, 커피를 두고 말없이 차를 꺼냈다.

 

그리고 놈이 갑자기 차를 세운다.

 

주위는 숲. 눈투성이. 아무 것도 없다.

 

 

남자 「내려라」

 

 

놈은, 이 러시아의 차가운 공기에 동화됐는지 차가운 소리로 말한다.

나는 차에서 내렸다. 놈은 내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차를 숨기러 간 모양이다.

 

 

남자 「여기다.」

 

 

눈과 흙을 밀어 헤치자, 거기에는 맨홀 같은 것이 있었다. 핸들 같은 것이 붙어 있다.

남자는 그 핸들을 마치, 무덤에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으로 돌린다.

 

 

끼릭끼릭끼릭.......

 

 

그런 소리를 내며 핸들이 돈다.

 

내부는, 낡은 방공호를 개조한 걸까.... 땅을 파서 만든 것이다.

 

놈이 전등을 켰다. 아무래도 자가 발전인 것 같다.

아까 전의 폴리 탱크는 발전용 등유였나?

 

넓이는 교실의 반 정도.

 

그리고, 손길이 많이 닿았다.

 

그 중에는 중화기, 탄환. 바주카 같은 것까지...

통신기 같은 기재, 텔레비전.

 

1개의 책상과 서로 마주 보도록 놓여진 2개의 의자.

 

 

남자 「앉아라.」

 

 

나는 천천히 의자로 향한다.

그 사이에 놈은 여러 가지 기재의 스위치를 올린다.

 

텔레비전이 켜진다. 위성방송일까, 일본어다.

 

『・・・・반복합니다. IS학원이 공폭되고 미군에 점령당했습니다.』

 

『자위대 내부에서도 쿠데타가 발생. 반복합니다・・・・』

 

나는 순식간에 힘을 잃었다. 학원의 친구들, 치후유 누나....무사할까......

 

짜증이 솟아난다. 비난의 화살을 돌릴 상대가 놈 밖에 없다.

 

그러자 놈은, 내 정면에 앉아, 팔꿈치를 책상에 괴고는 내 얼굴을 본다.

 

여전히 텔레비전에서는 비참한 화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기는 그런 소란과는 무관한 세계.

확실히 여기는 『무덤 속』. 우리들은 죽은 인간처럼, 방관자 같은 존재일까.....

 

 

남자 「자, 질문을 듣지. 뭐든지 대답해 주겠다.」

 

 

어째서야 이 놈은. 왜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냉정할 수 있어......?

 

거기에 이 위화감..... 이 녀석, 뭔가 정색하고 있어!!

 

 

남자 「그 말 대로다. 일부러 그러고 있다.」

 

 

......왜 내 생각을 알 수 있지? 이 자식 초능력자야?

 

 

남자 「초능력자가 아니고, 마음을 읽을 수도 없다.」

 

남자 「됐으니까, 질문해라. 대답은 전부 준비되어 있다.」

 

 

남자는 연달아 약간 의미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마치 갓난아이를 달래는 모친처럼.

 

 

「당신은..... 누구야?」

 

남자 「나는...... 너야, 오리무리 이치카」

 

「뭐................?」

 

남자 「정말로 재미있는데. 나와 정말이지 똑같은 반응을 하는군.」

 

「똑같은 반응.....?」

 

남자 「나도 옛날, 『오리무라 이치카』에게 같은 이유로 여기에 끌려왔다.」

 

「ㄴ, 네가......나?」

 

남자 「......타임 머신은 알고 있나?」

 

「.......너, 설마 미래의 나야!?」

 

남자 「그 말 대로다. 그리고 나는 이제 곧 죽는다. 그런 줄거리다.」

 

남자 「내가 지금의 네 나이 무렵에도, 완전히 같은 짓을 하게 돼서 그처럼 행동했다.」

 

남자 「모든 것은, 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피해? 이 소동인가?」

 

남자 「그래. 미래를 바꾼다. 반 IS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

 

남자 「그 바람이, 나의 전 오리무라 이치카, 그리고 그 전의 오리무라 이치카, 그 전의 전의 전의.......」

 

남자 「오랫동안 이걸 반복한 것 『같다』. 나도 전 오리무라 이치카에게 그렇게 들었지. 지금 네게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도, 도대체 몇 번 반복했어.....?」

 

남자 「몰라. 만인지 억인지 조인지......그렇지만, 최악이어도 한 번은 이상 *니어미스가 있었다.」

(*니어미스(near miss) : 비행기끼리 서로 충돌할 정도로 서로 접근하여 비행하는 일 - 여기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 정도로 해석하면 될듯.)

 

「무슨 말이야?」

 

남자 「조금 전, 시노노노 박사가 죽었다, 그렇게 뉴스에서 보도했지?」

 

「아아, 그래....」

 

남자 「하지만, 시노노노 박사가 죽지 않았던 세계, 시간이라고도 말할까. 그것이 있었다. 이동 랩에서 계속 도망치는 시노노노 박사와 접촉한, 어느 오리무라 이치카는, 시노노노 박사와 같이 행동했다. 그리고 타임머신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놈은 내게 자료를 보였다.

 

 

남자 「이번 소동으로 죽지 않았던 시노노노 박사가, 40세 정도에 그린 설계도라고 한다.」

 

남자 「이 세계에서는 이미 죽었으니, 이제 만들어질 리 없겠지.」

 

남자 「그리고 이것이, 그 타임 머신이다.」

 

남자는 내 팔에 붙인, 나노머신 주입용의 고리를 가리킨다.

 

 

「이, 이건..... 나노 머신인......」

 

 

남자 「미안하군, 저건 전부 거짓말이다. 너를 살게 하기 위한 허세다.」

 

남자 「여기부터가 주제다. 네게 살인방법을 가르친 이유는 앞으로의 너를 위해서이다. 지금부터 너는 잠복해라.」

 

남자 「자세한 사항은 이걸 봐라. 지금까지 계승받아온 방대한 정보다.」

 

 

그리고 남자는, SD카드와 종이 몇 장을 꺼냈다.

 

 

「뭐, 뭐야 이건.....」

 

남자 「지금까지, 미래를 바꾸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친 『미래의 오리무라 이치카』가 남긴....」

 

남자 「그래, 일기같은 것이지. 우리들의 선배가 남겨 줬다.」

 

남자 「SD 안에 아직 대량으로 들어있다. 이 종이는 그 일부다.」

 

남자 「봐라, 여러 가지 루트를 닥치는 대로 시도해서, IS반대 운동을 막으려 했다.」

 

남자 「x표시가 붙어 있지? 그 루트는 실패한 것이라서 말인데. 나도 무심코 두 달 전에 x를 붙였다. 그리고 마지막 성채, 여기에 왔지......」

 

남자 「그리고, 이 카드를 가지고 가라. 비밀번호는 8091이다. 시노노노 박사의 계좌에서 이미 전액을 옮긴 계좌다. 꼬리는 잡히지 않아.」

 

「너의 군자금은 거기에서.....」

 

남자 「그렇다. 그리고 내가 경찰에서 일을 하청받고 있었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나 「저건 미래, 반 IS 체제파에 소속된 자라서 죽였다.」

 

남자 「선대의 흉내지만. 나 나름대로 어레인지를 했다. 하지만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남자 「네가 모르는 곳에서도 나는 많이 죽였다. 아마 너도 그렇게 되겠지」

 

남자 「하지만 잊지 말아라. 이걸 지금까지 계승해 온 우리들의 생각을.」

 

남자 「호키가 건강하게 사는 미래를 꿈꾸며 죽어간 선배들을.」

 

「언젠가 차 안에서의 얘기인가......」

 

남자 「그렇다. 나는 너만한 나이 무렵에, 너처럼 호키를 잃었다.」

 

남자 「아무튼, 이 세계에서는 혹시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확인은 네가 할 일이다.」

 

남자 「그런데..... 예정으로는 앞으로 2시간 정도로 요원 살해 용의로 여기에 특수부대가 들이닥칠 텐데. 그 밖에 질문은?」

 

「어째서 도망치지 않아?」

 

남자 「왜냐면, 선배들이 몇 번이나 하자마자 죽었으니까 그렇다.」

 

남자 「가장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지금도 찾고 있다. 어레인지했다고 했지? 나도 죽고 싶지 않으니까.」

 

남자 「그리고, 그 종이의 여기에 x도장을 찍는 일이 네가 할 첫 일이다.」

 

『러시아에 잠복 후, 대물 지뢰 10개·자동 대물 미사일 3기·자동 추적형 머신건 소총 5기로 밤 마지막 전투』

 

「나는 네가 죽은 것을 여기에 쓰게 되려나......」

 

남자 「그래. 이해가 빠르군, 과연 나다.」

 

「타임머신은? 언제 써?」

 

남자 「네가, 절대 절명이 되면 사용해라. 긴급 탈출장치란 거지.」

 

남자 「쓰는 법은 간단하다. 그 이음새를 빼면 된다.」

 

남자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그 링을 끼워 넣어라. 나처럼. 그 때까지는 죽지 말도록.」

 

남자 「타임머신의 기동코드를 가르친다. 코드는, 우리들이 만난 날짜, 『20100904』이다.」

 

남자 「절대로 잘못하지 마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남자 「대부분의 질문에는 대답했다고 보는데, 아직 뭔가 있나? 최신의 오리무라 이치카군?」

 

「없어.........」

 

남자 「쇼크인 건 알지만, 지금부터 너는 죽을 만큼 괴로운 일에 직면하게 된다.」

 

남자 「위조여권을 준비해뒀다. 여기에 올 때 쓴 차로 내비로 설정한 장소에 가라.」

 

남자 「키 작은 노인이 있다. 벌써 얘기는 해 뒀다. 전부 맡겨라. 믿을 수 있는 녀석이다. 나 때도 그랬다.」

 

남자 「그리고, 우선 일본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안정되면, 뒤는 마음대로 해라.」

 

「알았다.......」

 

남자 「그런데..... 앞으로 30분 정도인가. 슬슬 도망쳐라.」

 

남자 「자, 이게 일본까지의 루트다. 이거대로면 너는 틀림없이 안전하다.」

 

남자 「만약 미래가 바뀌어서, 루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타임머신으로 도망이지만.」

 

「고맙다.... 여러 가지로 보살펴 줘서......」

 

남자 「신경쓰지 마라. 나는 선배가 해 준 것을 너에게 했을 뿐이다.」

 

남자 「감사인사는 다음의 오리무라 이치카에게 해 줘. 그게 내 바람이다. 자 그럼.」

 

 

탈칵

 

 

남자 「자 그럼........ 발을 묶어볼까......」

 

 

 

「차는 여긴가, 그러니까...... 『내비대로 가라』고.」 부르르르르르릉.....

 

끼이이익......

 

 

「시작됐나. 먼 곳에서 총성이 들린다.」

 

「고마워.... 고마워...... 미래를 바꿔 보이겠어.....」

 

 

그 뒤, 나는 녀석의 준비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에 경악한다. 루트대로다.

 

곧 성형수술이 시작된다..... 일주일 뒤, 내 얼굴은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의사는, 곧바로 내 증명사진을 촬영, 위조여권으로 도망자 완성이다.

 

 

패션 안경을 받고..... 본 적 있는 가느다란 안경이다....

 

 

미군의 기세는 멈추지 않는다.

 

5년 뒤, 코어의 해석을 끝낸 미군은, 미국의 병기회사에서 마침내 어떤 제조라인을 만들어 냈다.

 

코어의 내부를 일부 변경해, 남성이라도 기동 가능한 신형 IS의 대량생산 라인......

 

나는 일본에 돌아와, IS학원 관계자의 뒤를 쫓는다.

 

과거의 루트를 몇 개인가 조사해 성공한 것을 닥치는 대로 시도한다.

 

아무 뒤도 쫓을 수 없다..... 나는 포기하고 세계 각지에 아지트를 만들었다.

 

타바네 누나의 계좌에서 인출한 돈으로다.

 

그로부터 3년 뒤, 결국 아메리카 합중국은 전 세계에 선전포고를 한다.

제 3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다.

 

 

미국은 장거리 폭격기로 IS를 대량으로 투입, 전 세계의 핵 시설을 모두 폭파, 점거.

 

거기를 거점으로 각국을 점령해 나간다......

 

2주간, 단지 2주만에 세계가 미국에 격추당했다.

 

그런 미국에 반미조직이 게릴라 활동을 일으키지만, 유엔도 EU도 없는 세계. 정의는 없다.

 

미국은 반미 게릴라 조직을 「테러 조직」이라고 명명하고, 학살했다.

 

 

- 10년 뒤 이집트 -

 

나는 휴대용 로켓 발사기.....FIM-92를 연사하고 있었다.....

 

 

돔싯! 카치카치, 가칫......돔싯!

 

 

 

「젠장 ! !」

 

 

사막용의 미채색으로 도장된 IS가 3기, 좌우로 부스트를 내뿜으며 여기로 돌진해 온다.

그것을 선봉으로 보병 2개 소대를 전개해 오는 미군 특수부대.

 

FIM-92 총알이 결국 떨어졌다.....

어느 정도 IS에 유효한 무기였는데.....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

 

6기 배치했던 CIWS.... 자동 추적형 개틀링건의 총알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전부 군사전용이잖아!」

 

 

찰칵!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나는 러시아제 KORD 중기관총을 발사한다.

 

IS 3기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발버둥질이다.

 

여기가 마지막 아지트다. 이제 다음은 없어.....

 

 

나는 오른 팔에 희게 빛나는......희망이라는 고리로 눈을 돌린다.

 

놈의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이다......」

 

 

탈칵

 

 

나는 팔찌를 빼낸다. 음성인식 모드.

나는 그 놈들의 발포음이 그치는 타이밍을 가늠한다.

 

그리고 여기 지하에 장치한 핵탄두의 기폭 스위치를 눌러.... 마음껏 외친다!

 

 

「2 0 1 0 0 9 0 4 !」

 

 

피융......

 

 

특수부대원A 「어이, 사라졌어.」

 

특수부대원B 「목표를 로스트. 수색을 속행 섬.......」

 

 

쿠구구구구구구구궁..........

 

 

땅 속에서 일순간 솟아 오른, 수백만 도의 화구가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며 버섯구름을 만든다.

 

IS 3기와 특수부대, 후방에서 따라오고 있던 IS 보급용 차량.... 모두를 지워 없애며, 직경 3km의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나는, 시간이동과 동시에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몸은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다?

 

아니, 주위가 움직이고 있나? 그렇지 않으면 내가 움직이고 있나?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히고 있던 중, 갑작스럽게 눈앞에 빛이 뛰어들어 왔다.

 

 

뭔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앞으로 숙이며 어떻게든 견뎠다.

 

 

「하아......하아..... 도착했나.....?」

 

 

베레타에 손을 대며 근처를 경계한다.

 

IS학원 가까운 모노레일 역, 저녁.

 

안심한 나는, 하늘을 올려다 봐서 심호흡을 하고, 사막전용의 IS를 생각하며「꼴 좋다」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슈트에 붙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주차장에 세워진 차 중에 적당한 차를 찾는다.

 

검은 레거시, 이 걸로 하자.

 

 

나는 발꿈치를 세워, 주위를 바라본다.

 

사람의 왕래는 드문드문하고, 차의 열쇠를 서둘러 해제하고, 탄다.

 

계기판을 떼어내, 배선을 노출시켜 엔진에 시동을 건다.

 

목표는 IS학원. 오리무라 이치카.

 

내비의 화면을 본다.

 

 

 

「2010년 9월 4일인가, 좋아!」

 

 

저녁의 IS학원. 그리운 풍경이... 흙먼지에 기침하며 반격하던 것을 잊게 해 준다.

 

과거의 나를 찾는다.

바로 발견됐다.

사람이 없는 교내. 한층 더 유일한 남자니까 볼 것도 없나.

 

 

「저건가..... 태평하고는..... 좋아! 가자!」

 

 

나는 담벼락에서 뛰쳐나와, 단번에 뜰을 가로질러, 그리고 과거의 내 뒤로 접근해, 얘기한다.

 

 

「네 놈이 오리무라 이치카인가?」

 

 

놀란 모습으로 내 얼굴을 보고 대답하는, 과거의 나.

 

 

이치카 「그래.... 그렇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본다. 굉장한 위화감에 습격당한다.

자신의 소리를 녹음해서, 스스로 듣고 있는듯한 위화감.....

 

『놈』도 이런 감각을 느꼈으리라.

그 전에도, 전에도, 전에도, 전에도.....

 

자, 『오리무라 이치카』와의 약속을 실현하자......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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