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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구성...이라 말했었지만, 약간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4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약간 사이가 비었습니다만, 후일담 그 2.

수라 루트라고 어디선가 말한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상해. 왜 러브러브 하지 않는 거야 이 녀석들 (어리둥절)

 

더블 대부호의 룰이라든가 카드라든지는 약간 적당합니다. 봐,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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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후일담 이를테면, 이런 허니문 (중편)

 

To : 히키가야 군

Subject : 혹시 괜찮으면 좋겠는데

Message :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래?

 

 

아까 전 보낸 메일을 다시 읽고, 화면을 닫는다.

대답은 아직 없다. 혹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경계심이 강한 그답다고 하면 그다울까. 지금까지 실컷 계략에 빠뜨리는 것 같은 짓을 해 왔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이건 내 자업자득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쓴웃음 같은 작은 한숨이 제멋대로 입에서 흘러나온다.

 

 

「...언니, 무슨 일 있어?」

 

「응?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티-포트를 얹은 쟁반을 가져온 여동생에게 권유를 받아, 폰을 치운다. 글래스제 포트 안, 희미한 진동으로 맑은 호박색의 수면이 작게 흔들린다. 여동생은 그것을 키 작은 테이블 위에 딱 하고 두고, 일인용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말해두는 편이 좋을 텐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까 전부터 계속 말해서 말야. 약간 지쳐서」

 

「...그렇다면, 좋지만」

 

 

팔랑팔랑 작게 손을 흔들며 한 내 말에, 여동생은 툭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렇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 서로 솔직히 얘기할 수 있을지 몰라요... 우리들은」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들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곧은 시선으로.

 

「...........그럴지도」

 

 

그 눈을 나도 들여다본다. 고요하고 투명한 호수 같은,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내가 비치고 있다. 그녀에게 나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내 눈동자에도, 똑같이 여동생의 모습이 비쳐 있었던 걸까. 그리고, 나는 제대로, 여동생의 모습을 인식해 줄 수 있을까.

거울의 저 편처럼 많이 닮은, 내 여동생.

하지만, 이 애는 깨끗하다.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을 정도로 깨끗하다. 부숴 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깨끗하다. 사랑스러울 만큼, 얄미울 만큼. 더럽혀지기를 거부하는 아름다움이, 거기에는 있다. 그녀에게 그럴 마음이 없다 해도, 그 본연의 자세 자체가, 마치 나를 책망하고, 몰아세우는 것 같아서.

 

 

「차, 끓였어요.」

 

「...아아, 응. 고마워.」

 

 

여동생은 깊이 추궁하지 않고, 포트를 손에 들고, 비워진 두 개의 티 컵에 새 홍차를 따른다. 살짝 코를 간질이는 차 향기는, 언제나 집에서 마시고 있던 것과 변함없다. 우리들이 예전부터 즐겨 마시던 종류다.

그래, 나와 여동생은,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같은 것을 먹고, 똑같이 생활하고, 같은 것을 좋아하게 되었을 텐데.

 

 

―――나는, 언니와는 달라.

 

 

왜, 이렇게까지 바뀌어 버렸을까. 서로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달라졌을까.

어머니 교육 때문, 이라고 말해 버리면 그걸로 끝일지도 모른다. 주어진 입장의 차이라고 말해 버리면 그걸로 끝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람이나 환경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차라리 편하겠지.

단지 그런 건, 나도 여동생도, 인정할 리가 없다. 인정 따위 할 수 없다. 인정해 버린 순간, 자신을 지탱하는 것이 뚝 하고 부러져 버리니까. 그렇게 되면, 상대를 볼 면목조차 없어져 버릴 테니까.

 

 

「...맛있네, 유키노 짱이 끓인 홍차는」

 

「...그래, 고마워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부러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 관계성이 옳은 것 같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잘못되어 있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잘못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이건 결과론이다. 내게도 여동생에게도, 이 관계를 어떻게 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 대로, 우리들은 계속 잘못해서, 계속 엇갈린 채였을지도 모른다. 집착과 미련에 얽매인 관계인 채. 어느 한 쪽이 파탄할 때까지, 계속.

 

 

「................」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나는 그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것을 끝낸, 균형을 무너뜨려 준, 그를

변함없는, 바뀔 수 없는 그가, 우리들의 관계를 바꾼 것을.

 

그 때도 그랬다.

여동생이 집을 나오는 계기가 됐던 것도, 그였다. 그가 그 때 뛰쳐나와서, 그 애는 치명적으로 꺾이지 않았다. 꺾이지 않고 깨끗한 그대로 있을 수 있었다. 그게 좋은 일이었는지 나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 아이에게 꺾이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여동생에게 친구를 준 사람도, 그였다. 그가 그 때 뛰쳐나왔기 때문에, 그 애는 그녀와 친구가 되었다. 될 자격을 잃지 않았다. 그 위태로운 관계를 나는 믿지 않았지만, 실제로 지금도, 그녀는 그 애의 옆에 있어서, 그 애를 지탱해 주고 있다.

 

뭐-, 이것도 결과론이지만.

그의 행동은, 어느 것을 봐도 애처롭고, 위태로워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리석다.

잘못된 신조를 바탕으로 한 계산식은 역시 잘못되어 있어서, 그런 계산에서 산출해 낸 해도 물론 잘못됐다. 현실도 또한 교묘한 상태로 비뚤어졌으니까, 결과만은 마치 하나의 정답인 것처럼 되어 버릴 뿐이다. 그건 그거대로 성질이 나쁘지만.

 

그는 결과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결과론으로 밖에 말할 수 없다, 고 하는 편이 맞다.

 

그러니까 그의 방식이, 그의 본연의 자세가 파탄한다고 하면 거기겠지. 결과론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그가, 결과론으로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릴 때. 그 계산식에, 그 신조에, 의문이 미쳤을 때. 옆에서 보고 있던 누군가의, 규탄이 그에게 이르렀을 때.

그는 변할지 변하지 않을지의 양자택일을 앞에 두고―――그런데도, 변할 수 없을까.

변하지 못하고, 남겨져 버리는 걸까.

 

그런 그에게는, 세계는 어떻게 비치고 있었을까. 주변에서 버려져 남겨진 그에게는. 정점에서 멈추고, 등 뒤를 바라볼 뿐인 그에게는.

나는 그것을 우습다고 비웃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할당된 역에 만족하는 것이 이상한 거라고. 그런 건 결국 갖지 못한 자의 시시한 소리에 불과하다고.

그런데도―――더 이상 나는, 웃어넘길 수 없었다.

관점이 다르지만, 아니 다르기 때문이야말로, 보이는 경치는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왜, 그런 방식 밖에 할 수 없습니까.

 

―――히키가야 군에게만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해 버렸으니까. 그렇게 기대해 버렸으니까.

비록 지나친 생각이라도. 정말 약간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저기, 유키노 짱」

 

「...무슨 일인데, 언니」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그가 잘못한 것을 용서할 수 없는, 올바르고 솔직한 이 애한테.

이 애가 말하는 대로, 지금이라면 조금은 솔직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지금이 아니면, 분명 솔직해질 수 없을 테니까.

적어도, 나는.

 

 

「유키노 짱은 히키가야 군을, 어떻게 생각해?」

 

 

          ×          ×         ×

 

 

시가지를 약간 빠져나와, 작은 언덕 산기슭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여러 가지 의미로 두근두근거렸던 드라이브를 끝내고 축 늘어진 나를 슬쩍 보고, 하루노 씨는 냉큼 차에서 내려버렸다. 멍하니 그 등 뒤를 눈으로 좇고 있자, 그녀는 휙 하고 뒤를 돌아보고 저기저기(くいくい)하며 엄지로 신호를 보낸다. 빨리 나오라는 것 같다.

 

 

「...잠깐 정도 쉬게 해 주세요.」

 

 

그렇게 투덜대 보지만, 물론 차 밖에 있는 하루노 씨에게 들릴 리가 없고, 「뭔가 말했어?」 라는 느낌으로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입가는 히죽거리고 있다. 어쩌면 이쪽의 컨디션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거지로 시키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면 터무니 없는 S기질이다.

 

 

「그러니까 난 M이 아니라고...」

 

 

최근 몇 년간, 누구에게도 닿은 적이 없던 불평을 입에 담으면서도, 나는 마지못해하며 운전석의 도어를 열었다. 그 순간, 몸을 둘러싸는 열기에 말을 잃었다. 7월의 태양은 순조롭게 콘크리트를 계속 굽는 것 같아서, 그 반사열이 가차 없이 내게 달려든다.

 

 

「뜨거...」

 

 

그러니까 좀 더 차 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었는데. 약간 고장 난 느낌이 있지만, 아직 우리 집 패밀리 카 에이컨은 기특하게 일하고 있다. 그런 분발은 역시 감사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아? 움직이고 있는 때가 아름답다고도 하고, 좀 더 에어컨 짱과의 추억을 만들어 두고 싶은 때다.

아쉬운 듯이 발을 질질 끌면서 하루노 씨 쪽으로 걸어가자, 그녀가 말한다.

 

 

「히키가야 군, 어쩐지 반 정도 녹은 것 같은데 괜찮아?」

 

「아니...역시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더위에 약하네요. 봐요, 태어나고 나서 바로 쿨러가 있는 곳에서 편하게 자라버리잖아요. 그러니까...」

 

「같은 입에서 『아니, 역시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추위에 약하네요.』라고 들은 적 있는데, 나는」

 

「모순은 아니겠죠. 그럼 어느 쪽에도 약해요.」

 

 

잘도 기억하네, 그런 건. 나 자신이 말했던 것 따위는 곧 잊어버리지만. 그런데 부끄러운 추억이라든지 흑역사 같은 건 왠지 뇌에 깊이 새겨져 있다. 덕분에 초등학교 때까지는 이미 흑역사 밖에 생각나지 않아.

 

 

「추가로, 나도 여름에 태어났는데?.」

 

「아-, 그거야 뭐... 흔들리지 않네요, 하루노 씨는」

 

 

여름이나 겨울도 변함없이 시원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겨울에 시원스러운 건 그래도 이해가 가지만, 여름에 이르러도 그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 건 과연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아니, 히키가야 군도 흔들리지 않아요... 어느 의미로 말야.」

 

「큭...그거야 아무쪼록, 나라도 흔들리지 않는 것에는 정평 있으니까요.」

 

 

산뜻하게 나오는 야유에 얼굴 근육이 굳어진다. 억지웃음을 지을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지만,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것도 진 것 같으니까 우선 허세만 쳐 보기로 했다.

근데, 하루노 씨가 불길한 듯한 미소를 띤다.

 

 

「...후후」

 

「...뭔가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뭐-, 그렇게 고집 부려봤자 이 사람에게는 간파당하겠지만.

내 잔재주나 속임수 따위, 그 눈은 순식간에 간파해 버릴 테니까.

다만 다행히도, 하루노 씨는 그 이상 가지고 놀 생각은 없는 듯하고,

 

 

「그럼, 슬슬 갈까」

 

 

하고 언덕 위로 이어지는 계단을 턱으로 가리킨다.

파릇파릇한 잔디로 덮인 작은 언덕. 그 푸른 곳을 가로질러 계속 이어진, 나무 계단. 그 앞, 트인 언덕 위에는 아늑한 로그 하우스 풍의 카페테리아가 있다. 여름다운 원색 하늘과 언덕의 경계선에, 그 그림자는 여기에서도 뚜렷이 눈에 선해 보였다.

 

 

「아무개 씨 덕분에 꽤 좋은 시간이 됐고. 일단 여기가 호스트 같은 거니까, 먼저 도착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들을지도 몰라요.」

 

「...그 때는 카 체이스(Car Chase) 하고 있던 걸로 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녀석도 아니지만. 아마 신랄하게 반격 받고 차갑게 논파되는 것으로 끝난다. 오래간만이니까 시달리기까지 할지도.

...아무튼, 각오만 하고 있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대다.

하아, 하고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 계단에 다리를 얹으려고 했더니,

 

 

「...어라?」

 

 

어느 샌가 근처에서 걷고 있던 하루노 씨가 없어졌다. 아니, 라고 생각했더니 뒤에 있었다. 왠지 계단 앞에서 멈춰 서서는,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기, 무슨 일인가요?」

 

「...히키가야 군」

 

 

왜 그러지, 기분이라도 나빠졌나. 그렇게 생각하고 상태를 보고 있자,

 

 

「여기서 퀴즈입니다. 이런 가게에 들어갈 때, 히키가야 군은 레이디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아니아니」

 

 

뭘 진지한 체하는 얼굴로 그런 영문 모를 문제를 내는 거야. 순간 걱정했던 내가 바보 같잖아.

탈진감에 시달리면서, 나는 대답한다.

 

 

「정답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아닌가요. 별로 저기, 여기서 보아하니 보통 캐쥬얼 찻집이고, 드레스 코드라든지 에스코트라든지 그런 건 특별히 없겠죠.」

 

 

거기에 봐, 덥고.

 

 

「무으~, 재미없는 대답이네」

 

 

하지만 하루노 씨는 내 대답이 불만인 듯이, 빤히 보면서 볼을 부풀렸다.

 

 

「잘 공부해 주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판단은 약간 너무 고지식하지 않을까나. 에스코트라는 건 TPO에 따라서 요구되는 때가 있어요? 장소만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말야.」

 

「하아... TPO인가요.」

 

 

때(Time), 장소(Place), 경우(Occasion)군. 결코 마지막까지 초코 듬뿍 들어간 과자를 잘못 쓴 건 아니다.

 

 

「그래. ...지금부터 그 애를 만나러 가니까, 이쪽도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안 돼. 그 애를 기선제압하고 싶기도 하고, 마음껏 과시해 줄까 해서」

 

「...아니, 보통으로 하면 되잖아요.」

 

 

확실히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멸시되는 걸로 끝나겠지. 그 시선의 냉혹함부터 날카로움까지, 전부 리얼하게 상상이 된다. 내 이미지네이션이 대단한 건지, 시간을 둬도 거기까지의 이미지를 주는 그 녀석 눈이 위험한 건지는 판단이 엇갈린다.

 

 

「거기에, 자칫하면 돌아가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뭔가 기분 나쁜 게 있으니까, 라든가 말하고」

 

「흐응, 뭐- 그건 있을 법하네. ...응, 기분 나쁘지요.」

 

「...............」

 

 

그건 저거네요. 그런 바보 커플인 채를 하는 자기들이 기분 나쁘다는 말이죠. 단품이 아니지요. ...그 의미심장한 시선도 관계없죠?

 

 

「그럼 아무튼, 티내지 않고 가는 게 좋을까나」

 

「그걸로 좋다고 생각해요. 이런 데에서까지, 딱딱하게 안 해도.」

 

 

아무래도 우선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운 사태는 벌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안심하고, 내가 계단 위를 내디딘 순간,

 

 

「아, 그래도 말인데」

 

 

그 말과 동시에, 내 왼손이 갑자기 살짝, 따뜻한 것으로 싸인다.

 

 

「...저기, 뭘 하는 건가요.」

 

「응? 에스코트라든가는 됐으니까... 손 정도, 잡고 가자.」

 

 

왼손을 잡은 손이, 꽉 하고 세진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체감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듯한 감각.

큭 하고 목에서 나올 뻔했던 소리를 누르고, 항의의 소리를 높인다.

 

 

「아니, 더운데요...」

 

「어머, 부끄러운 거야? ...뭐, 가게 앞까지니까. 응?」

 

「........가게 앞까지, 예요.」

 

 

한숨을 내쉰 내 옆에서, 그녀는 「좋아」라고 하며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진짜, 이 사람에게는 휘둘릴 뿐이다. 이쪽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자마자 이거다. 자유라고 할까, 분방이라고 할까. 거기에 내가 날마다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도 불길한 사태다.

다만, 그대로 이 사람에게 삼켜져버리는 것,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가게 앞까지, 떼어 놓지 않을 것」

 

「...네네」

 

 

아마 이 사람이 나한테 바라는 건, 그런 일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          ×          ×

 

 

옛날 이야기를 계속하자.

봉사부 동기 합숙, 토론회 다음 날. 이 날은 시내 관광이라는 것으로, 낮에는 봉사부 플러스 토츠카로 히라츠카 선생님의 차에 타서, 향토관이나 미술관이라든지를 돌거나 하고 있었다. 아무튼 실제로는 우리들이 치바보다 사랑해야 할 도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테고, 나는 그다지 흥미를 느낄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옆에서 걷는 토츠카에게는 흥미진진했으니까 지루하진 않았다.

추가로 시내관광을 전날 끝마쳐버렸던 하루노 씨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럼 나 오늘은 이 근처에서 돌 테니까」하고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어딘가로 나가 버렸다. 여전히 자유로운 사람이다. 뭐-, 덕분에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약간은 긴장이 풀렸는지, 두 명이 사이좋게 관광을 즐기는 것 같았지만.

 

 

「.............」

 

 

응응, 여자 두 명조, 남자 두 명조, 독신 혼자인 실로 밸런스 잡힌 파티 구성이다. 흔들리지 않아 보이는 철벽의 트라이앵글... 특히 마지막이라든가, 당분간 무너질 기미는 없겠네요. 믿음직할 따름이다.

 

 

「...뭔가 무례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안 그래?, 히키가야」

 

「아, 아니요. 그럴 리...」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확실히 입으로 하는 게 어때. 그 동정하는 시선만으로 말하는 건 그만둬 주겠나, 아앙?」

 

「아니, 그러니까 아파아파아파」

 

 

입으로 말하라고 하면서 말하게 냅두지 않을 정도로 비트는 거 그만두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선생님, 공공시설에서는 다른 이용자에게 폐가 되니까 조용히 하는 거예요. ...진짜 이 사람, 이름이 실체를 상징하지 않는구만.

 

 

 

그런데, 호텔로 돌아간 우리들이 뭐를 했냐 하면, 하루노 씨와 합류해서, 유이가하마의 제안으로 트럼프 대회를 즐기고 있었다. 여행의 고정적인 건가, 이건. 그리고 종목은 이건 또 그립다, 하지만 고정적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더블 대부호」다. 여러 가지 트라우마로 가득 차 있을 터지만 이것이 선택됐다. 물론 탈의는 없다... ㅂ, 봐, 토츠카가 져버리면 내 이성이 버틸지 모르겠고. 그, 그러니까 그런 놀이 같은 건 싫어한다고-(국어책읽기)

팀은 가위바위보로 다음과 같이. 유키노시타-유이가하마 페어, 토츠카-히라츠카 선생님 페어, 그리고 나-하루노 씨 페어다.

위험해, 옆에 조커 같은 사람이 있다.

 

 

「흠흠, 과연 그러네. 룰은 보통 대부호와 같고, 단 페어가 교대로 손에 든 패를 내고, 거기에 의논 없이 하는 거지? ...요컨대, 팀워크가 승리의 열쇠라는 거네.」

 

 

유키노시타가 담담하게 설명하는 룰을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고, 그 조커, 즉 하루노 씨는 한 번 끄덕인다. 안 듣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제대로 듣고 있군, 이 사람.

팀워크라...고 하면, 역시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페어가 하나 더 뛰어나겠지. 한 번이라고는 해도 더블 대부호 경험자이기도 하고, 패턴은 파악하고 있을 터다. 덤으로 다른 한 쪽은 고속연산 기능이 탑재된 유키노시타다. 좋게 말하면 치우치지 않고(クセのない), 나쁘게 말하면 특별한 장점이 없는 유이가하마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궁합은 좋다. 읽기 쉬우니까 말이지.

 

 

「무으-... 왠지 지금 나쁜 생각 하지 않았어?」

 

「뭐야 너희들? 그러니까 내 얼굴은 PASMO인가 뭔가냐고요.」

 

 

유이가하마의 빤히 보는 눈을 피하면서, 나는 다른 쪽 팀으로 눈을 돌린다.

 

 

「대부호인가, 언제적 이래지-. ...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옛날이군-아하하...」

 

「서, 선생님, 힘내요!」

 

 

왠지 슬픈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히라츠카 선생님과, 그녀를 격려하는 기특하고 귀여운 토츠카 페어. 각자의 전력은 미지수고, 팀워크도 미지수. 단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휙 날려지면 난 벌벌 떨어서 행동이 봉쇄될 테고, 토츠카에게 정열적인 시선을 받는다면 봐 줄 것이다. 그런 의미로는 위협적인 페어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와 하루노 씨 페어인데...

 

 

「후후... 유키노 짱 미안해. 편성에 불만 있지 않아?」

 

「...언니는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나. 그 남자를 떠맡길 수 있어서 후련해요.」

 

「어라? 난 편성에 불만 있지 않아? 밖에 말하지 않았어요? 헤에, 그래?, 유키노 짱은 히키가야 군과 짜고 싶었던 거네. 틀림없이 언니와 짜고 싶은 걸까 하고 생각했어.」

 

「...어느 쪽이든 거절이에요.」

 

 

상대편이 시작하기 전부터 다른 팀에 왠지 싸움을 걸고 있었다. 무사 안일주의인 나로서는 이 시점에서 팀 해소를 제안하고 싶은 바지만... 아무튼, 무리겠지.

여파가 센 하루노 씨의 도발에, 여파 내성 제로인 유키노시타도 또 전의를 고양시키는 것 같았다.

 

 

「언니야말로 그 남자와 짠 것을 후회하는 게 좋아요. 협조성이 티끌만큼도 없고, 자기 멋대로 치닫는 데에는 능가할 사람이 없으니까」

 

「아니, 그거 너한테만큼은 듣고 싶지 않은데」

 

「입 다무세요. 아니요, 싫어도 입 다물게 해주겠어요... 당신의 근성을 다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 몸에 철저히 가르쳐 줄게.」

 

「어이어이... 겨우 게임이잖아.」

 

 

그런 걸로 근성을 비틀 수 있는 건 유희왕 정도 밖에 없으니까. 추가로 나는 카드게임 하나로 진행하던 저번 화가 좋아. 카드게임 자체는 좋아하지만, 내 상대는 오로지 CPU였다.

 

 

「기껏해야 게임, 그래도 게임, 이라. 유키노 짱 같네」

 

 

유키노시타를 들쑤신 본인, 하루노 씨는 히죽히죽하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도 있잖아 유키노 짱, 걱정할 필요 없어. ...그렇게 우리들, 궁합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그것보다도, 졌을 때 할 변명이라도 생각해 두는 게 어때? 언니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상대해 줄게요.」

 

「...재미있는 말이네요. 그 말, 전부 돌려 드려요. ...아무튼, 언니야말로 진다면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거기까지 말한 만큼 히키가야 군을 패인으로는 할 수 없어요.」

 

「괜찮아 괜찮아. ...질 예정 같은 건,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말인데, 이 자매는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너무 오기 있잖아, 둘 다 말이야.

이렇게 해서 트럼프를 제안한 유이가하마가 움츠러들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일부) 속에, 페어 대항 더블 대부호 대회는 조용히 시작됐다. 아니 전혀 조용하지 않잖아, 이건.

 

 

 

대부호는 그 나름대로 전략성이 있는 게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결국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잘라 낼지, 그 취사선택을 반복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전반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필요 없는 카드를 잘라 내서 패를 가볍게 할지, 그리고 후반은 어디서 승부를 걸어서 이길까. 거기에 필요한 건, 술책과 냉철한 판단력이다.

그것을 이 3, 4회전을 하는 동안 나는 꽤 생각하게 되었다.

 

 

「흠... 그러면 이걸로 어때...!」

 

 

어려운듯한 표정을 짓고 다시 카드를 낸 사람은 히라츠카 선생님이다. 단, 절찬 대빈민. 눈이 약간 진심이 된 것이 조금 불안하다.

이 사람, 초반은 냉정 침착 그 자체였지만, 이렇게 종반이 되면서 점점 엄청 긴장하는군... 초조한 탓인지 잘못 읽어서, 승부해야 할 때를 잘못 읽어서 연패 당했다. 요점은 이 때다 싶은 타이밍에 빗나가버린다. 평소에는 좋은 사람인데.

...저거군, 「평소에는 좋은 사람인데」라고 마지막에 덧붙이면 왠지 다른 얘길 하고 있는 것 같군. 아니 아무튼, 나는 결혼도 어느 의미로 갬블이라고 생각해요, 네. 그런 눈으로 보면 히라츠카 선생님의 전패는 마치 도박타천록과도 같다.

이어서 유이가하마가 에잇하고 카드를 다시 낸다. 스페이드 9에 하트 10. 무난한 카드진행이다. 그 바보스러운 외모와는 정반대로, 이 녀석도 꽤나 신중하다.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친구도 많고 인기 있었을 때 꽤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너무 나대면 좋지 않은 꼴을 당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패스...」

 

「어, 하치만 패스야?」

 

「오우, 그래 토츠카, 내도 돼.」

 

 

그리고 나도 또 이 때는 신중히 판단한다. 아무튼 낼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세트를 무너뜨려서까지 여기서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다. 거기에 봐, 그거야 토츠카가 기뻐해주면 양보해버리니까.

 

 

「그럼 낼게... 이걸로」

 

 

토츠카의 플레이 스타일? 그런 건 어떻게든 상관없잖아. 그것보다도 카드를 선택할 때 골똘히 생각하는 행동이라든가, 흠칫흠칫 카드를 낼 때 약간 불안한 눈이라든지, 그런 것에 눈을 빼앗겨 솔직히 전법 분석이라든가 할 수 없었다. 추가로 토츠카가 낸 카드는 하트 Q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의 흐름이다.

 

 

「................」

 

 

냉정한 눈으로 카드를 노려보는 유키노시타. 이 녀석에게는, 판에 나온 카드를 전부 기억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기억력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적절한 카드를 버리는 법을 계산할 정도의 머리도 있다. 카드게임을 즐기는 방법으로는 잘못됐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가장 정답에 가까운 판단을 할 수 있는 것도 또, 유키노시타 유키노 뿐이겠지.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슥 하고 카드 한 장을 판에 놓는다. 스페이드 A. 내가 패스했으니까 하루노 씨도 카드는 낼 수 없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히라츠카 선생님의 턴.

 

 

「큭, 으으...패스」

 

 

왜 그렇게 분해합니까. 그리고 1이나 2정도 작았으면 낼 수 있었다고 말하려는듯한 형상.

아니, 아마 진짜로 하나 부족할 뿐이다. 유키노시타는 그 빠듯한 지점을 공격하고 있다. 자신의 패에 여유를 두려고, 일부러 그 지점을 노리고 있다. 판에는 상당한 수의 카드가 모여 있으니까, 유키노시타에게는 어느 정도 주변의 패가 보이고 있음이 틀림없다. 유키노시타 전법의 진면목은 이 종반전에 있다. 이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 짓을 하고 있는 건지도, 종반이 되고 나서야 간신히 알았다.

그리고 다시 유이가하마가 카드를 선택한다. 아마도 유키노시타의 예측대로 무난한 한 장. 이것을 버리는 것으로, 슬슬 유키노시타도 오를 생각인 건 틀림없겠지.

그에 반해, 하루노 씨는,

 

 

「으-응, 어떻게 할까나」

 

 

그렇게 말하면서, 토츠카 뒤에서 처진 히라츠카 선생님의 안색을 본다. 시선을 느꼈는지, 히라츠카 선생님도 얼굴을 든다.

 

 

「뭐, 뭐야 하루노...?」

 

「응? 별로 아무것도 아닌데? ...흐응, 과연이네」

 

「뭐, 과연이라니, 뭐가?」

 

 

당황하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보면서, 하루노 씨는 스윽 하고 눈을 가늘게 뜬다. 마치 카드를 투시하는 듯이. 혹은, 히라츠카 선생님의 사고를 꿰뚫어보듯이.

그리고 카드를 한 장 선택해서,

 

 

「시즈카 짱... 이것도 낼 수 없지?」

 

 

가학심으로 가득 찬 미소를 띠우고 카드를 판에 내민다. 다이어 K. 유키노시타가 낸 것보다, 딱 하나 작은 카드. 아까 전의 반응으로 보면 그 카드가 통과할지는 미묘한 라인이었지만...

 

 

「크헉」

 

「...으으, 패스네」

 

 

토혈 하듯이 신음하며 히라츠카 선생님이 쓰러지고, 계속해서 토츠카도 곤란한 듯이 웃으면서 패스를 선언했다. ...아무래도 통과인 것 같다. 그 밖에도 좋은 카드를 온존하는 건지,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구나.

 

 

「아하하, 유감이었습니다, 시즈카 짱! 또 승부에서 너무 긴장했잖아? 긴장하면 안 돼요, 재미있는 장면은 여기부터였는데」

 

 

벌렁 자빠진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결정타를 날리고 기뻐하는 하루노 씨. 은사라도 자비 없구만 이 사람... 뭐- 여동생도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그나저나,

 

 

「저기... 혹시 유키노시타 씨도 판에 나온 카드 전부 기억하고 있다든지?」

 

「에? 뭐야 그게, 그렇게 귀찮은 짓 하는 애가 있어?」

 

 

내 질문에 하루노 씨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쓸데없는 짓이야... 누가 뭘 가지고 있는지, 그런 건 얼굴 보면 아는데」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힐끗 유키노시타 쪽을 본다. 이거, 분명 알고 있으면서 말하는 거군. 유키노시타의 눈썹이 꿈틀 하고 움직인다.

그보다 얼굴 보면 안다는 것도 또 터무니없는 말이군. 정확하게는, 어느 정도 카드를 기억한 다음, 나머지는 주변 상태를 보면서 가지고 있는 패를 예측한다는 거겠지만. 트럼프가 대인전인 이상, 심리전이라는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심리전이라고 하면 하루노 씨의 독무대다. 카드를 일일이 세세하게 기억하지 않아도, 그걸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라고 하루노 씨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페어끼리 소곤거리는 말은 상담으로 간주해요. ...페널티가 필요할까」

 

 

굉장히 차가운 소리로 유키노시타가 나와 하루노 씨의 대화를 끝내버린다. 그렇다고 할까 패널티라니 뭘 할 생각이야. ...탈의는 진짜로 없음이니까!

 

 

「뭐라고 했니? 히키가야 군. 뭔가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어머, 혹시 또 벗고 싶어?」

 

「전혀 아니다! 날 변태취급 하지 말라고」

 

「그래? 틀림없이 그 때부터 버릇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그런 씬 여태까지 어디에 있었냐? 어이」

 

 

빤히 보는 눈이라기에는 너무도 귀염성 없는 시선으로 쏘아보는 유키노시타. 아까 전부터 부추기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하루노 씨인 이유로, 꽤나 말려든 감이 반 정도였다.

거기에 다시 하루노 씨가 끼어들었다.

 

 

「아무튼 아무튼 유키노 짱, 이 정도로 눈 꼬리 세우지 마. 그도 그럴 게 유키노 짱... 벌써 이기고 있지?」

 

「헤? 진짜로?」

 

「에? 어, 어째서 알고 있어!?」

 

「.............」

 

 

카드가 안 보이는 나와, 카드가 보이는 유이가하마가 동시에 반응한다. 그에 반해 유키노시타는 무언의 무반응.

 

 

「아직 하트 2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말야. 시즈카 짱이 저렇게 됐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유키노 짱이겠지? 나머지는 K 2장과 클로버 J로 올라. 그런 느낌일까나?」

 

「...언니의 손에 있는 건 Q 2장과 다이어 4와 A군요. 이미 3은 전부 나왔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더 이상 2세트(二枚組)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내가 오르면 언니도 오를 수 있어.」

 

 

그러니까 뭐냐고요 이 자매. 언제부터 그런 패 읽기 싸움 하고 있었어. 그보다 하루노 씨도 뭔 소리냐고 말했으면서 제대로 카드 세고 있잖아.

 

 

「내, 내가 알고 있는 대부호와 달라...」

 

 

유이가하마의 중얼거림에 전면동의였다. 나도 이런 대부호, 몰라.

범인들의 한탄에도 아랑곳없이, 하루노 씨는 한 놈 두시기 하고 손꼽아 센다.

 

 

「그런데, 이걸로 나와 히키가야 군이 2승, 유키노 짱과 가하마 짱이 2승. 응, 시간도 시간이고, 다음이 마지막이 되는 거지?」

 

「...그러네. 다음으로 마지막이군요.」

 

「그래?. 아니~, 이렇게 고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왠-지 카드 패가 평소보다 나쁜 기분도 들기도 하고,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라고 말하면서 저를 보지 말아주시겠습니까」

 

 

뭐야, 내가 운을 떨어뜨리기라도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 뭐, 부정은 하지 않지만. 나 어지간히 복권 운이라든가 나쁘고. 반면 하루노 씨는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는」 느낌인 사람이다. 세상에서는 이따금 이런 은 스푼을 입에 물고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아무튼, 그래도 좋아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하루노 씨는 그래도 그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고, 힐쭉하고 대담하게 웃는다.

 

 

「히키가야 군 탓으로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기도 하고. 거기에 이걸로 내가 이기면, 유키노 짱이라도 불만 없지?」

 

 

그리고 내 쪽을 보며, 한 마디.

 

 

「히키가야 군, 가끔 씩은 이겨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제 5전. 사실상 우승자 결정전.

이쯤 돼서,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를 짓누르려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지독한 수를 썼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대해서는 확실히 유키노시타만을 노린 공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부하의 증가.

이 더블 대부호의 특징은 패를 둘이서 공유한다는 거지만, 그 결과로 1조당 분배되는 카드 장수도 물론 많다. 조커의 장수에도 달렸지만, 원래 여섯 명이서 하면 한 사람당 9장이었던 것이, 3조가 하면 1조당 18장. 단순히 끊어서 생각해도 패는 배로 증가한다.

즉 그건 취할 수 있는 수단도 또 배로 증가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단지, 이길 생각이 있다면 취할 수단은 자연스럽게 좁힐 수 있다. 물론 전에 싸운 유희왕이나 지금 모여 있는 사람들도 또 이기기 위해 플레이하고 있으니까, 그 행동은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해도 합리적으로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 보통으로 이길 생각이라면.

하지만 그것을, 굳이 배제한다.

 

 

왜 여기서라는 타이밍에 강한 카드를 내서, 어떻게든 좋을 때에 혁명을 일으킨다. 흐름을 읽지 않는 *8자 끊기(8切り), 취지를 모를 *일레븐 백. 정체 모를 패스.

 

※ 8자 끊기(8切り) : 대부호의 로컬 룰. 누가 8을 내면 그 이상의 카드를 낼 수 없게 되어 턴이 종료된다. 승리 금지 패를 피하면서 쉽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룰이 적용되면 8이 사실상 최강 패가 된다.

 

※ 일레븐 백 : J(11)이 나왔을 경우 혁명이 일어난다. 물론 일반 혁명과 마찬가지로 선택이 가능하다. 단, 이 경우는 한 턴만 *혁명 상태가 유지된다.

 

※ 혁명 : 같은 숫자 4장을 동시에 내면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이 일어나면 카드의 강약이 반대가 된다. 즉, 3이 최강이고 4,5.....K,A,2 순서로 약해진다. 단, 조커는 혁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4장을 동시에 내도 혁명을 일으키기 싫을 경우에는 혁명을 발동하지 않아도 된다. 혁명 상태는 그 게임이 끝날 때까지, 또는 혁명 되돌리기(재혁명, 혁명 상태에서 한 번더 혁명이 일어남)이 일어날 때까지 지속된다.

 

※ 대부호의 자세한 룰은 이 쪽을 참고 : http://cjy1000kr.egloos.com/2369944

 

 

당초 나도 따라할 수 없었지만, 도중에 뭐가 목적인지는 어렴풋하게 알아낸 듯한 생각이 든다. 요점은, 유키노시타의 처리 능력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유키노시타의 전법은 그 기억력과 예측에 의해 성립되고 있다. 예측을 하는 이상 합리적인 사고가 없으면 안 된다. 게임 이론의 대전제는, 당사자가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곳에 있다. 모두가 최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야말로 합리성이 성립되니까.

하루노 씨는 그것을 망치는 것으로, 유키노시타가 상정해야 할 패턴을 의도적으로 늘리고 있다. 유키노시타의 수단은 유키노시타의 캐퍼시티가 있기 때문에 실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넘는 부하를 주면 된다, 고.

그건 마치 문화제의 재래 같은 것이었다. 떠맡아 버리는 유키노시타라서 생기는 함정. 현실은 결코 합리성 따위가 문제도 아니라고, 비웃는 듯이 그녀의 부담을 늘려간다. 그녀가 이상으로 삼는 올바름 따위 그림에 그린 떡에 불과해, 그렇게 깨끗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하는 것처럼.

 

 

「..............」

 

 

그런데도 유키노시타는 달려든다. 하루노 씨도 물론 질 생각은 없으니까, 자포자기인 수는 쓰지 않는다. 그 빠듯한 라인을 공격해간다. 그 희미한 줄기를 더듬어, 전략을 만들고 파괴하고, 만들고 파괴하기를 반복한다.

이 정도라면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의 처리능력도 또 빠듯한 라인으로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이 정도라면.

물론, 이 정도 뿐은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그 친구가 말했던 건데. 아, 그 친구라는 건 내가 늘 가는 책방에서 알바하고 있는 애인데...다음, 토츠카 군 차례야?」

 

「에? ...와왓, 미안해요.」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생각해. 그 책방, 약간 바뀌어 버려서...」

 

「............」

 

 

유이가하마는 아마, 이 여행을 좋은 추억으로 하고 싶어서 트럼프 대회를 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물론, 게임 중에 하는 수다를 금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더블 대부호니까, 페어와의 얘기는 다소 제한되지만, 그것도 보통 얘기라면 문제없다. 그런 느슨한 룰인 것이다.

그러니까 하루노 씨가 잡담을 계속 하고 있어도, 물론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주변 플레이어의 생각을 방해한다고 해도.

사실, 별로 하루노 씨가 엄청 시끄럽다는 건 아니다. 유키노시타의 소리와 상당히 비슷한 그 소리는, 시원스러워서 듣기 좋다. 하는 말의 내용도 어떻게든 좋은 것부터 학술적인 것까지 다방면에 걸쳐, 때때로 그 교양을 짐작하게 하는 어조에, 그만 끌려버릴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멈추면 왠지 미안하게 될 정도로.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술. 공간의 분위기를 지배해 버리는 화술. 하루노 씨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 유키노시타에게는 그 정도로 효과는 없을 것이다. 셧아웃하면 끝나는 얘기다.

 

다만, 그 표적은, 분명.

 

 

「후에-, 그런가요...」

 

 

하루노 씨의 말에 응응 하고 끄덕이면서, 그 녀석은 패를 살짝 판에 놓았다.

뒤에서 들여다보던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순간 흐려진다.

 

 

「유이가하마 양, 그건」

 

「...후엣!?」

 

「이런 유키노 짱, 그건 상담일까나? 상담했을 경우에는 패널티였지?」

 

 

뭔가 말을 꺼낸 유키노시타를 하루노 씨가 재빨리 멈춘다. 아니, 멈추게 해도 때는 이미 늦었으니까, 이건 아마 단순한 견제일 테지만.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우...유키농, 미안...」

 

「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니에요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말야... 승부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루노 씨는 유이가하마가 낸 카드에 패를 겹친다. 그 카드에는 아무도 손대지 않고, 그 카드는 패스된다.

그래, 하루노 씨의 표적은 아마 처음부터, 유키노시타의 파트너인 유이가하마였다.

유이가하마라면, 만들어진 이 판의 페이스를 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 룰과 유이가하마의 성격을 역으로 이용한,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책략.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를 탓할 수 없고, 룰에 준거하는 이상 하루노 씨에게 뭐라 할 수도 없다.

다만 이제 실제로, 이것으로 유키노시타가 짠 작전은, 아마 대폭적인 변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녀의 부담을 한층 더 증대시킨다. 어쩌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실로, 유키노시타 하루노다운 지독한 수단이었다. 이상주의자를 비웃는, 현실주의자다운 전술. 그런 이상은 이뤄지지 않아, 세상은 게임 같이 단순하게는 움직이지 않고, 때로는 악의가 없는 아군에게 등 뒤를 찔리는 일도 있다고 타이르듯이, 냉혹한 현실을 들이댄다.

그리고,

 

 

「네, 히키가야 군」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내게 얼마 남지 않은 패를 건네줬다.

전국(戦局)도 대단원이다. 어느 팀도 남은 장수는 3~5장일 뿐.

아니, 그보다 이 패로, 게다가 이 턴 중에 난 이길 수 있다.

손에 든 패에는 A, Q, 거기에 8. 나도 과연 초반의 혁명으로 2와 조커를 벌써 썼던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유키노시타 팀에 의한 혁명 되돌리기로 카드의 강약은 보통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A를 내고 8자 끊기에서 Q, 로 나는 오를 수 있다.

 

 

「.............」

 

 

카드를 건네줄 때 하루노 씨의 표정은 웃는 상태였다.

이걸로 이길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기고 싶지, 하고 유혹하듯이.

그래, 확실히 이길 수 있겠지. 이거라면 그 유키노시타라도, 끽 소리도 못한다.

 

 

「...............」

 

 

유키노시타 쪽을 힐끗 본다.

아마 그녀는 알고 있다. 내 손에 있는 패도, 히라츠카 선생님의 패도. 그러니까 알고 있을 터, 내게는 이길 수 없다고...아니, 언니에게는 이길 수 없다고. 모든 카드를 기억해 버리는 그녀에게는, 싫어도 그 사실을 알아버리게 된다.

그리고 상상하겠지. 만약 하루노 씨가 초전부터 그 수를 써왔다면, 자신은 1승도 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하고. 언니는 대충 봐 주면서 자신을 상대했던 게 아닐까 하고.

다만 필시, 그건 아니다. 하루노 씨는 그런 수를 쓰지 않으면,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이길 수 없다고 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이길 수 있는 확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부득이하게 썼다. 나를 이기게 하기 위해서. 그런 싸구려 같은 이유를 위해서.

 

 

―――그도 그럴게 봐. 유키노 짱, 깨끗하지 않아?

 

―――깨끗한 건, 망가뜨리고 싶어지지?

 

 

그렇게 유키노시타에 대해서 말했던 그녀. 그 눈동자에 떠올랐던, 애정과도, 증오와도, 질투라고도 할 수 없는 질척질척한 감정을 떠올려낸다. 거울의 저 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듯한, 그리고 마음속으로부터 미워하는 듯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덩어리를.

거울의 저 편에는 결코 닿을 수 없다. 거기에는 차갑고 딱딱한, 절대적인 경계면이 있을 뿐.

그것이 일찍이의 자신이었다고 해도. 시간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따위는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일찍이 자신이 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도. 인생의 레일은 외길이다. 그 때 그렇게 될 수 없었으면, 더 이상 될 수 없다.

그러니까 지금의 자신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같은 건, 생각해봤자 부질없는 논의다.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다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

 

 

다만, 그런데도.

그런데도, 사람은 동경한다.

될 수 없었던 것을. 앞으로도 될 수 없는 것을, 동경한다.

그건 딱히, 부정할 필요 같은 건 없겠지.

그것을 계속 품더라도, 아무도 그것을 나무라거나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같은 마음을 품은 적이 있던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히라츠카 선생님」

 

「............응?」

 

 

내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히라츠카 선생님이 반응했다. 움직임은 둔하다. 그거야 그렇다, 그녀의 팀은 더 이상 이겨봤자 우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에 연전연패였던 탓인지, 전황이라든가 어떻게든 상관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너무 쳐졌잖아요. 몇 살이야 당신.

 

단지 나는 보고 있었다.

이렇게 되는 건 예측하고 있던 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예감은 있었다. 내 안 좋은 예감은 그 나름대로 맞는다. 그러니까, 나는 보고 있었다.

유키노시타 정도의 기억력도 없으며, 하루노 씨 정도의 장악력 따위 티끌만큼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따위, 진짜 사소한 범인 레벨이다.

그런데도, 1팀 정도의 패라면,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패를 내는 방법에서, 어느 정도 전력을 예측하는 것 정도라면 가능하다. 어떤 것이 남았나 같은 건 모르지만, 그 정도로 불리한 내기가 아니다. 내기인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이런 일 뿐이다. 누구도 행복하게 될 수 없는, 겨우 하나의 깨끗하지 않은 방식. 기만이겠지,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그런 선택을 하는 건 기만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나는 그렇게 하겠지. 뒷일은 어떻게든 속여 버리면 된다. 나대고 있다, 지금은 반성하고 있지만. 운 좋게도, 패가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

나는 힐쭉 웃고,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까 전 누군가가 해 보인 것처럼, 가학적으로.

 

 

「히라츠카 선생님... 이거, 낼 수 있습니까?」

 

 

그리고 패 한 장을 슬쩍 둔다.

그 순간,

 

 

「...역시 히키가야 군은 참, 어쩔 수 없네.」

 

 

그렇게, 뒤에서 쿡쿡하고 재미있는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내 손에는, 다이어 A와 스페이드 8.

 

 

          ×          ×          ×

 

 

문을 열자 전자음과 동시에, 1월 밤의 한기가 뛰어 들어온다.

부석부석 왼손에 든 비닐 봉투가 소리를 낸다. 로고가 새겨진 그 봉투에서, 나는 캔 커피를 꺼내서 오른손으로 잡았다. 추위로 언 손에는 약간만 뜨거울 뿐이다.

 

 

「히키가야, 잠깐 숨 돌리러 가자.」

 

「어...추운데」

 

「아무튼 그런 말 하지 말고, 그리고 *하이볼 꺼내 줘」

 

※ 하이볼 : 위스키에 소다수를 넣고 얼음을 띄운 음료.

 

 

「...게다가 마실 생각인가요.」

 

 

나는 부스럭부스럭 봉투를 뒤져서, 하이볼 캔을 던져서 건네준다. 어이 던지지 마, 탄산이니까 하고 그 사람은 투덜대면서도, 주저 없이 캔을 열고, 내용물이 흘러넘치기 전에 입에 댄다. 주접스럽구만, 진짜.

 

 

「응...춥군, 하이볼 마셨더니 더 춥다.」

 

「당연하겠죠,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말했는데...」

 

「괜찮아. 이제 조금이면 따뜻해질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캔을 손에 든 채로, 한 손으로 코트 포켓에서 시거렛 케이스를 꺼내고, 한 개 피를 입에 물며 불을 켠다. 바람이 불어도 안심인 터보 라이터였다. 이런 때만 준비성이 좋다. 그리고 약간 근사했다.

 

 

「몰라요, 그런 건...추워」

 

 

그렇게 중얼대면서 편의점 벽에 기대며, 커피에 입을 댄다. 희미한 달콤함이 입 안으로 퍼진다. 다만 그렇게는 말하지만 캔 커피, 들고 있는 동안에도 온도는 순조롭게 내려가는 것 같았다.

 

 

「아니, 미안하구나, 따라 오게 해서」

 

 

후우 하고, 흰 연기를 밤바람에 날려 보내며, 히라츠카 선생님은 방긋 하고 웃었다.

 

 

「아무튼, 저도 약간 찬바람은 맞고 싶었으니까 괜찮지만요. ...이거, 진짜로 지금부터 전부 마십니까?」

 

 

나는 손에 건 봉투를 슬쩍 보고 전율하면서 묻는다.

 

 

「남으면 차에라도 실으면 되지. 일단 내일도 운전하니까, 일본 술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양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 많은 건 아니야, 뭣하면 하나 정도는 눈 감아 준다고?」

 

「교사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잖아요...」

 

 

거기에 별로 술 같은 건 좋아하지 않으니까. 몇 번이나 아버지에게 받은 적이 있지만, 어떻게도 맛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지금부터 그것을 맛있듯이 느끼게 될까. 그런, 보통 어른처럼.

왠지 모르게 알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과 호텔 주변의 편의점에 술을 사러 와 있었다. 아니 물론, 내가 술을 한 손에 들고 레지에 서는 건 위험하니, 단순한 짐꾼이지만. 그런 건 필요 없다고도 생각했지만, 들고 있는 분량을 합치면 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양을 히라츠카 선생님은 사들이고 있었다. ...이건 이거대로 이상하군.

 

 

「하루노와 다른 애들은 아직 트럼프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제가 있던 때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대부호는 그만하고 포커하고 있었습니다만」


 

결국 그 승부가 5회전에서 끝나고, 히라츠카 선생님도 빠졌다는 이유로 게임을 바꿨던가. 유키노시타나 하루노 씨는 포커 방식도 아는 것 같아, 모르는 유이가하마나 토츠카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플레이하고 있었다. 나는 베드 구석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을 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잡혔던 것이다.

 

 

「트럼프는 오래간만이었다. 수학여행 때도, 내 경우 학생과 섞여서 트럼프보다는 동료와 술잔치니까 말이지.」

 

「하아, 아무튼 뭐라고 할까, 히라츠카 선생님답네요.」

 

 

꽃보다 경단인 사람이겠지. 좀 더 말하면 남자보다 술,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야 만남도 없어요.

문득 히라츠카 선생님은 작게 연기를 내쉬고, 다 피운 담배를 편의점 앞 재떨이에 누르고는, 그대로 손을 뗐다. 재떨이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는 것 같아, 약간 지-익 하고 소리가 난다.

 

 

「...슬슬 갈까요.」

 

 

그 때가 앞으로 걸어갈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나는 기대고 있던 벽에서 등을 뗀다.

하지만,

 

 

「아무튼 기다려라. 한 개 더... 안 될까」

 

「...폐 나빠져요.」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아무튼 그건 자기책임이야」

 

 

그렇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다. 나도 또 편의점 벽에 다시 등을 기댄다. 약간 미지근해진 덕분인지, 등 뒤가 오싹할 일은 없다.

뭐지. 돌아가고 싶지 않나. 뭐- 확실히 그 호텔, 모든 방이 금연이었지. 흡연 장소는 호텔 밖이다. 호텔로 돌아가면 자유롭게 피울 수 없으니까, 그렇다든지?

내가 그런 눈을 향해선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응 하고 담배에서 입을 뗀다. 살랑하고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아-, 뭐라고 해야, 하나」

 

「하아」

 

 

거기까지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꺼낼 말을 찾는 듯이, 긁적긁적하고 머리를 긁었다. 잠시 동안 입을 다물고는, 하나 더 담배를 피워, 가늘고 길게 연기를 토해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 하루노에 대해서다.」

 

「................」

 

 

나는 구태여 끼어들지도 않고,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린다.

 

 

「하루노에게, 고백 받은 것 같던데」

 

「..........누구한테서 들었습니까.」

 

「그거야 물론 하루노 본인이다. 『시즈카 짱, 잠깐 상담할 게 있는데』랬나 그런 느낌의, 평소 상태로 말이야.」

 

「...............」

 

 

아무튼, 그렇겠지. 이 사람이 알고 있었다면, 그 정도 밖에 정보원이 있을 리 없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캔을 기울여, 꿀꺽 하고 삼킨다.

 

 

「그래서... 사실인 건가?」

 

「예, 아무튼」

 

「뭐야 그건. 꽤나 김빠진 대답이군.」

 

 

하하, 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쓴 웃음 짓는다. 그리고 후우, 하고 숨을 토한다.

 

 

「그렇지만 역시 사실이었나. 나는 또 언제나처럼 그 녀석이 나를 속일 생각 아닐까 해서 반신반의였다, 여태껏.」

 

「아무튼, 그러네요.」

 

 

나라도 지금도 반신반의다. 그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장기 스팬(span)으로 몰래카메라를 꾸며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 슬슬 플래카드 들고 『깜짝 대성공』이라든가 듣지 않으면 약간 불안해진다.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닐까 하고, 착각해 버릴 것 같아서.

 

 

「그래도, 그렇다면 진심이다.」

 

「........어?」

 

「그렇다면, 그 녀석은 진심이다.」

 

 

그러니까, 그런 히라츠카 선생님의 확신하는 듯한 말에, 나는 덜컥 했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니, 라고 말을 자르고,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다.

 

 

「아마. 나도 그 녀석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으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 녀석은, 어느 때도 자신의 본심을 말한 적이 없으니까」

 

「...............」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도, 얼마나 칭찬을 받아도, 그녀는 혼자다. 혼자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 녀석은 아무도 믿지 않았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그건 나라도 모른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자신에게 오는 악의 때문에, 혼자가 되었다.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가 들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게 계속 혼자 있었다.

유키노시타 하루노도 그랬을까. 그 많은 사람에게 호의를 받으며, 부러워하는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그녀도.

나는 상상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다. 그건 유키노시타 유키노에 대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나와 유키노시타 이상으로, 훨씬 멀리 떨어진 사람일 테니까.

하지만 어땠을까.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접근해오는 사람들. 그 호의 틈새로 보이는 계산이나 호기심. 그것을 그녀가 깨닫지 못했을 리 있을까. 그 예리한 그녀가.

눈치 채지 못했을 리는 없다. 눈치 못 채는 것이 허락될 리가 없다. 그녀는 알아버렸겠지. 순수한 호의 같은 건 없고, 그 뒤에 있는 건 계산과 체면뿐이라고. 그리고 그런 시선에 계속 노출되어 물들어가는 자신도,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히라츠카 선생님께는, 약간은 그, 본심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의 말을 흘리고 있었잖습니까.」

 

「...어떠려나. 아무튼 확실히, 긴장 푸는(ガス抜き) 정도로는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봐, 나도 놀기 좋으니까. 적당히 어울려 줬을 뿐일지도 모르고」

 

 

거기에 내가 관계된 건 학교뿐이니까, 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약간 자조하는 느낌으로 중얼거린다.

학교. 그건 대부분의 학생에게 있어서는, 세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기간 한정의, 좁디 좁은 상자 안.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건 반에도 못 미쳤던 곳일지도 모른다.

 

 

「너도 본 적 있겠지, 하루노가 여동생을 대할 때의 그 태도를. 나도 그 녀석에게는 여러 가지로 어두운 면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런 그녀는 처음 봤다.」

 

 

그 극단적으로 치우친, 무자비하고 가열찬 대응.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하는, 너무나도 위태로운 관계성.

 

 

「그래도 나는, 저게 그녀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한다.」

 

 

아무도, 어쩌면 자신조차도 믿지 않는 그녀의, 그저 하나 뿐인 감정의 행선지.

거울에 비친, 저 편의 자신.

그녀는 선택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혼자 있을 수 있었다.

그녀는 선택됐다. 그러니까 혼자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의 분신을 미워하며, 그리고 사랑했을 것이다. 깨끗한 그대로인 여동생을, 깨끗한 채로 존재하는 것이 허락된 여동생을.

집착하고―――그리고 동경했겠지.

 

 

「그 둘은 비슷하다고, 그렇게 말했었지?」

 

 

둘은 마찬가지로 위태롭고, 마찬가지로 고독하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멀리 떨어져 있다. 같은 동시에 다른 존재.

 

 

「아무튼, 그러니까 놀랐지만. 그 녀석이 저런 말을 꺼내서」

 

「...거기서 말을 돌립니까.」

 

「2개 째도 슬슬 마지막이니까」

 

 

히라츠카 선생님이 한 번 숨을 들이마시자, 담배 앞이 붉게 어렴풋이 빛난다.

 

 

「네가 그 자매에게, 뭘 했는지는 구체적으로는 몰라. 하루노도 말하지 않았고, 아마 너도, 말할 생각은 없겠지.」

 

 

나는 이번 한 달 정도를 되돌아본다. 내가 말려들어간 그녀와 그녀의 사건을. 그리고 목을 작게 세로로 흔들었다.

 

 

「뭐- 그건 별로 상관없어. 다만 그것이, 그녀들이 관계성을 바꾼 건 확실하다. 나라도 알 정도로는 말이야.」

 

「...저는 아무 것도 안 했다니까요. 진짜.」

 

「그런데도야. 네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너는 누군가에게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

 

 

끝까지 피워버린 것 같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리고, 캔의 내용물을 쭉 들이킨다. 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마시는 모습이었다. 뭐- 그건 어쨌든.

 

 

「거기에, 아까 전 그건 뭐야?」

 

「...아까 전?」

 

「아가 전 카드게임에서 말이다. ...너는 일부러 졌지?」

 

「..........게임 중간부터 축 쳐졌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축 쳐졌으니까. 제 3자가 시비를 더 잘 안다고 잘 언급되지? 5전 째는, 난 방치됐으니까 말이다.」

 

 

역시 쳐졌었나, 너무 솔직하잖아 이 사람.

 

 

「너는 그 때 바로 패를 섞어버렸으니까 뭘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너는 이길 수 있었을 터다. 그 게임은 하루노가 충분히 주도권을 잡고 있었으니까.」

 

「............」

 

「이것도 전에 말했었나. 그녀들은 비슷하다, 단지 손에 넣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들은 적은 있네요.」

 

「방법론은 때로는 자신을 옭아매는 거야. 그건 너 자신이, 잘 알고 있잖아?」

 

「...........」

 

 

―――당신의 방식,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런 말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들어봤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그 말은 아직 가슴 속 어디엔가 박힌 채.

 

 

「그리고 그건 별로 너만의 얘기가 아니다. 그녀도 그럴지도 몰라. 결국 그렇게 하는 것으로 밖에, 그녀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은.」

 

「...............」

 

「그걸, 너는 막았어. 그렇게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겨우 게임이에요.」

 

 

나는 어느 샌가 다 마시고 있던 커피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번에야말로 벽에서 멀어져 걷기 시작한다. 밖은 춥고, 커피를 마신 탓인지 한층 더 몸이 차가워졌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숨을 내쉬는 기척이 난다. 캉 하고,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소리. 그리고 뒤에서 걸어오는 기색도.

 

 

「...너는 변함없구나.」

 

 

몇 번 들었는지 모를, 그 기막힘 섞인 말을 등에 받는다. 그 말에 대해서 나는 특별히 할 말도 없다. 그러니까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계속 걸어갔다.

 

 

「다만 네가 변함없는 것도 또한, 누군가를 구해 왔던 것이고, 그리고 앞으로도 구할지도 모른다. ...교사로서는, 매우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 소리는 약간 슬픈듯해서.

역시 나는 뒤돌아본다는 건,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