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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 글은 단순히 내청춘 10권 네타만 담긴 것이 아닌, 10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까지 담겨 있는 글이므로, 아직 10권을 보지 않으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

 

 

 

 

 

 

 

 

 

============================================================================

 

 

 

한 달 만입니다. 내청춘 10권 나왔네요!

 

10권은 이미 표지도 하루농, 내용도 하루농, 확실히 하루농으로 다해서 하루농 신도로서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제 수기라든가 고찰이라든가, 어찌되든 상관없잖아. 모두들 하루농 사랑하자고.

 

겨우 10권 기념 SS를 썼으므로, 만약 괜찮으시다면 읽어주세요. 110000자 이상의 시리즈 물. 10권을 기준으로, 하루농 SS로 가져가는 평소의 패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덤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 명 취급이 곤란한 애가 있습니다. 아무튼 그건 머지않아 정리합니다.

 

수기, 뭘까요... 덧붙여서 저의 견해는 「○○는 미스리드, 도중까지는 ○○같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면 ○○같고 한 번 더 다시 읽으면 ○○가 아닐까. 이제 누구라도 상관없어.입니다. 네타 방지를 위해 복자로 썼습니다만, 왠지 모르게 알겠지요. 4곳에는 각각 다른 인명이 들어갑니다.

 

================================================================================

 

 

 

 

 

 

그래서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그와 그녀에게 물어본다.

 

낙장 지금은 아직, 그녀의 독백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그렇게 있었을까.

나는 느릿느릿 얼굴을 든다.

 

방안은 어둡고, 커튼을 활짝 열어놓은 채인 창에서 희미한 거리의 빛이 찔러 들어올 뿐.

그 아련한 빛이, 책상 위에 내던져진 책의 표지를 비추고 있다.

 

닫힌 책.

아마 이제 펼 일도 없을 그 이야기에서, 나는 눈을 돌렸다.

 

문득 몸이 차가워진 것을 깨닫고, 어깨를 껴안는다. 난방은 제대로 되고 있을 텐데. 웅크려 앉은 듯한 자세인 채로 계속 가만히 있던 탓일까. 아니면, 이 방의 휑한 한기가 한층 더 쓸데없이 그렇게 느끼게 한 것일까.

 

혹은, 그것은 자신의 안쪽에서 치솟은 냉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필사적으로 덮어 가리고, 오래 전에 보고도 못 본 척을 자처해 온 자신의 악성.

그것을 잊지 말라고, 사라지지 않았다고, 차가운 공기가 달라붙어서 나를 고문한다.

나는 한기를 억누르려는듯이 어깨나 목덜미를 가볍게 어루만진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당연할 것이다, 이 으스스함과는 분명 오랫동안 지내 왔으니까.

단지 거기서 시선을 돌린 것뿐이니까.

의심. 불신. 자신마저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안식을 얻을 수 있을 리도 없다.

 

아니.

 

분명 나는, 평온함 같은 건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 따위, 바라지는 않았다.

 

필요로 하는 것은 규탄이다.

진실에 의해 간파되고, 그리고 폭로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은 패배다.

진짜에 의해 유사품인 익살꾼이, 철저히 짓눌려 으깨지는 것.

 

그 남자는 그렇게 간파되어, 박살이 나 파멸의 길로 굴러 떨어져 갔다.

하지만 분명, 이 얽혀 붙는 듯한 한기를 뿌리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나로서는 모르는 거다.

 

이정도로 어물쩍 덮기를 계속한 허식을, 진실 같은 건 깰 수 있을까 하는.

간사하고 포악한 왕의 의심조차도, 풀어주는 것일까 하는.

 

처음부터.

그런 진실 같은 건, 진짜 같은 건, ―――

 

 

 

 

 

 

은근히,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예언한다.

 

 

―――진짜라는 건, 있는 걸까?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그렇게 중얼거린 뒤, 문득 정신을 차린 듯이 내 쪽을 보고는 방긋 웃어보였다. 그것은 마치, 바로 조금 전에 말한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아니, 그 뿐 아니라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해버릴 것 같은, 평소대로의 완벽한 미소였다.

 

 

히키가야 군, 커피 한잔 더는? 아니면 케이크라도 먹을래?

 

? ..., 아니, 괜찮아요. 별로 배 안 고파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듣고 약간 더듬더듬하면서 나는 겨우 대답한다. 아무래도 내 눈앞에 있는 컵이 거의 비어있었던 것을 신경써준 것 같다.

1월도 끝, 추운 날씨에서의 오픈 카페다. 평범하게 앉아 있을 뿐인데 제법 추워지고, 하루노 씨가 도착할 때까지 대부분 다 마셔버렸던 것이다. 모티베이션은 전혀 높지 않은데 10분 전 집합해버린 것을 보면, 내 사축도도 순조롭게 향상되는 듯하다. 싫은 스킬만 익숙해지는구만, 진짜.

 

 

정말~ 누나는 다 마실 때까지 좀 더 걸릴 것 같은데-

 

 

그런 사축 같이 슬쩍 거절하는 방법이 마음에 드시지 않았던 건지, 하루노 씨는 볼멘소리를 내고는 눈으로 빤히 보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컵에서 입을 떼놓고, 뭔가 생각난 듯이 짓궂게 웃고, 그 컵을 쑥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래도 히키가야 군 추운 것 같고..., 그럼 이거 마실래? 소년?

 

......아니, 그런 건 괜찮으니까

 

에에-, 따뜻한데? 아직 입댄지 얼마 안 됐고

 

 

얼마 안 됐으니까 곤란하다고... 아마 인플루엔자를 의심하는 레벨로 발열할 거라고.

~~하고 억눌리는 컵에 맞추어 내가 피하는 모습이 이상했는지, 하루노 씨는 깔깔 웃고 그 손을 다시 되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물 흐르듯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 내 건 불만인 것 같으니 역시 새 걸로 가지고 올게.

 

아니, 그러니까....

 

 

멈출 새도 없이 하루노 씨는 레지로 가버린다. 나는 포기하고 들었던 허리를 다시 의자에 붙인다.

 

 

........

 

 

뭐라고 할까,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고쳐져버린 느낌이다. 이 이야기는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되묻는 것도 망설여진다.

마치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뿐인 일이라고 말하려는 듯한 의미심장한 태도는, 정말이지 하루노 씨답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내가 쓸데없이 생각하는 것까지 예측하는 것 같다.

사실, 아까 전에 들었던 말이 머리 구석에 걸린다.

 

 

―――그래, 저건 신뢰 같은 게 아니야. 좀 더 심한 무언가가.

 

―――적어도, 그것을 진짜라고는 부르지 않아... 너의 말이었지.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그 아득히 어두운 미소가 자아내기 시작한 말은.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여동생이 자기에게는 문/이과 선택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화풀이일 리는 없다. 그것을 나한테 푸는 것도 번지수가 안 맞고, 애초에 나한테 물고 늘어질 건덕지도 없고 간단히 물러난 것을 보면, 그 사람 자신도 그다지 흥미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고,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역시 그것은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향하고 있다. 자기 여동생의, 그 본연의 자세를 향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걸로 좋다고 생각한다는 거네. 그 애는. ...그게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

 

 

유키노시타의 그것이 신뢰는 아니라고 잘라낸 그녀의 말. 그것에 관해서는 나도 동감이다. 단지, 나는 그것을 아직 신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인식했던 것에 반해, 그녀는 좀 더 심한 무언가라고 형용했다. 거기에는 아마, 인식의 차이가 있다.

아무것도 변함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것은 대체 언제와 대조한 말일까.

약간 다른 뉘앙스로, 하지만 같은 말을 한 녀석을, 나는 기억한다.

 

 

―――그녀는 약간 바뀌었군. 이제 하루노 누나의 그림자는 좇지 않는 것처럼 보여.

 

―――...하지만, 그것뿐이야.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하야마 하야토. 그 둘은 알고,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것. 혹은 내가 옳다고 하고, 그들이 부정하는 것. 인식의 차이인가, 가치관의 차이인가. 아니면, 그 양쪽 모두가 이미 차이가 나는 건가.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유키노시타 유키노.

내가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변화는, 뭔가 잘못됐던 걸까.

 

 

, 늦어서 미안해

 

, ... 천만에요.

 

 

내가 코트 포켓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하자, 하루노 씨는 머리를 흔들면서 김이 나는 컵을 내 눈앞에 두었다.

 

 

이건 내가 내는 거. 이런 추운 데서 걷게 한 걷게 한 수고비. 그 뿐이야.

 

그렇다고 해도. 그보다, 이런 데서 약속을 안 잡았으면...

 

그래도 덕분에 한산했지? 나도 히키가야 군 독점할 수 있고

 

 

그거야, . 뒤에 이어진 말을 완벽히 무시하고, 빙글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확실히 한겨울의 오픈 카페는 앉는 사람도 하나 둘 정도로, 우리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하루노 씨가 눈에 띄는 탓인지, 대로에서 가끔씩 시선을 느낄 때는 있지만.

쿡 하고, 하루노 씨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작게 속삭였다.

 

 

...밀담에는 안성맞춤이네.

 

아무튼 실제로는 단순한 잡담입니다만

 

분위기 나쁘네. 그런 때는 자, 좀 더 얼굴 가까이 대고 이야기하자구

 

...공교롭게도, 저는 딱히 털어놓을만한 비밀 같은 건 갖고 있질 않아서

 

 

피아의 거리는 적절히. 너무 가까우면 저거다, 뭔가 본 느낌도 저거고 내 기분도 저게 된다. 저거라는 건 편리하군, 너무 과하게 쓰면 치매의 징조인 것 같겠지만.

그래도 말하고 보니, 도시의 맹점이라고 할까, 명당일지도 모른다. 사람도 적고, 말소리도 혼잡에 묻혀서 주위에는 들리지 않는다. 멀리서는 뭐라고 지껄이는지조차 모르겠지.

그렇게 의식해 보면, 하루노 씨가 그런 말을 꺼낸 탓도 있어선지, 왠지 이 회합이라고 할까 약속도 왠지 꺼림칙해진다. 누구에게 떳떳하지 못하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밖에 볼 일이 있습니까. 유키노시타의 진로 이외에

 

 

나는 지갑에서 커피 대금을 딱 꺼내서 테이블에 두면서 묻는다. 아마 맞을 것이다. 하루노 씨는 어깨를 움츠리며 그것을 받았다.

일부러 한 잔 더 가져왔다, 무언가 붙들어 둘 이유가 있나 생각했습니다만.

 

 

-, 별로 없다구. 모처럼 시간 내서 만나는 거고, 조금만 더 뭔가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게 담박하게 대답해서, 약간 맥이 빠졌다. 아니... 그러면 돌려보내 달라구요. 배려하는 법이 이상하잖아요.

 

 

얘기라니... 저도 딱히, 아무것도

 

재미있는 화제를 내는 것도 신사의 소양인데... 맞다-

 

 

흠 하고 하루노 씨는 깊이 생각하는듯한 행동을 한 뒤, 바로 뭔가 생각난 듯이 얼굴을 들었다.

 

 

, 그럼 말인데. 지난번에 했던 거 계속 이어서 해볼까?

 

계속?

 

그래, 진로상담. 신경 쓰이는 거 누나한테 말해봐. 대금은 아까 전의 커피대로 포함해두는 걸로

 

...........하아

 

 

내지 말걸 하고 속으로 후회하면서, 나는 박박하며 머리를 쓴다.

진로상담이라는 것은, 하루노 씨가 소부고의 진로 상담회에 튜터로 불린 날에 귀가하던 중의 저거일 것이다. 단지 내게 해준 상담은, 유키노시타의 진로를 듣기 위한 수단(ダシ)에 불과한 느낌이지만. 나는 참 너무 잘 울궈먹히잖아. *냄비 요리 같은 것에 넣으면 아마 맛있을 거다.

 

수단(ダシ-다시-다시마) : 이래서 냄비 요리에 비유한 겁니다.

 

 

...그렇게 말하셔도 말이죠. 이미 조사표 냈는데

 

문이과는 대충 알고, 그렇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희망 대학도 썼지? 어디에 썼어?

 

하아, 아무튼...

 

 

딱히 말해도 놀랄만한 대학도 아니고,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 문과 분야의 강점을 살릴 수 있고, 그 나름대로 실적도 있는 사립대학이다. 자택에서도 어떻게든 통학권내.

하루노 씨는 그 말을 들으면서 응응하고 끄덕인다.

 

 

착실하네. 1 지망으로 그 학부를 쓴 건... 일단 어드바이스 들어준 거야?

 

... 그것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그건. 상담해준 보람이 넘치네.

 

 

내가 애매하게 말한 대답에, 하루노 씨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다. 설마 하루노 씨에게 알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정말 부끄럽다. 덕분에 무심코, 필요 없는 것까지 말해버린다.

 

 

...잘 되면 시험으로 좋은 점수 얻어서, 장학금 노릴 수 없을까 같은 일을 생각하고 있지만요.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제도 있었지 그 대학. 내 친구 중에도 장학생 된 애 있었는데. 의외로 괜찮지 않아?

 

...그렇습니까

 

 

딱히 아무 논거도 없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은 나쁘지 않다. 전혀 본 적도 없는 아무개 씨라도 그 특별우대생 제도를 누리는 실례가 있다는 것은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어쩐지 의외네

 

? 뭐가?

 

아니, 히키가야 군도 집을 약간은 이것저것 신경 쓴다고 생각해서 말야. 누나 약간 안심했어.

 

 

응응하고 감탄하듯이 끄덕이는 하루노 씨. 하지만, 그 눈을 슥 가늘게 떠서 우울한듯한 표정을 만들고,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어딘가의 아무개 씨도 조사표의 내용 정도는 알려주셔도 될 텐데... 결국, 돈을 내는 건 집이니까

 

..........

 

 

말 못해... 잘 되면 장학금 통째로 가로채서 4년에 걸친 대연금술로 사욕을 채울 생각이었다고는, 이제 와서 말 못해!

, 어쩐지 나까지 따끔해졌다고... 이건 함정이었나. 실은 이런 행동을 하니까 이 사람 앞에서 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덧붙여서 아까 전의 연금술, 통째로 하면 분명히 눈치 채이니까, 반쯤 뜯어내는-정도가 현실적. 어중간하다... 자신이 너무 소악당이라 되려 귀엽게 생각되었다.

아무튼 그래도, 하루노 씨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현실적으로, 자비로 대학에 다니는 고학생은 지금 상당히 드물다. 대학이라 해도 꽤 전부터 모리토리엄의 범위 내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돈을 주니까 진로에 대해서도 세세히 보고해야 한다, 는 말은 정론이라고는 생각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 집 사정까지 연관된다는 것도 이상한 얘기일 것이다. 그것은 역시 가족 사이에서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정론이다. 알고 있으니까 나를 개입시켜서 묻는 것은 페어가 아니다.

유키노시타도 머지않아 말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그녀의 타이밍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화제를 넘기려고, 새로운 화제를 찾는다.

 

 

-, 그러고 보니, 아무튼 참고 같은 겁니다만... 유키노시타 씨는 지망교 어떻게 선택했어요?

 

?

 

 

놀란 표정으로 하루노 씨는 자신을 가리킨다.

 

 

아무튼 뭐, 문이과 선택 정도는 정했습니다만, 지망교는 직전까지 바꿀 수 있고

 

센터 전후로 폭은 많이 다른데. , 그러네...

 

 

하루노 씨도 조금 전의 화제를 추궁할 생각은 그만큼은 없는지, 그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도 모의시험 성적으로 노릴 수 있을만한 데는...이렇게 생각했으려나. 그래도 뭐, 그 뒤에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곳에 하라고..., 이 대화 전에도 하지 않았었어? 꽤 오래 전이지만

 

? ...아아, 말하고 보니

 

 

그 말을 듣고 떠올린다. 확실히 여름 불꽃놀이 때였나. 좀 더 높은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에게 무슨 말을 들었다고 했던가, 그런 말을 했던 생각이 든다.

 

내가 드문드문 떠올리자, 하루노 씨도 뭔가 생각났는지, 힐쭉 웃고 말참견한다.

 

 

그러고 보니 그 때도 가하마 짱하고 같이 있었지-... 거기에 일전에도 둘만 만났기도 하고. -, 역시 뭔가, 약간은 진전 있었어?

 

...유이가하마도 말했잖아요. 전에 한 건 쇼핑이라고.

 

흐음, 저건 데이트, 일전에 한 건 쇼핑이네... 어라, 뭔가 후퇴하지 않았어?

 

아니... 그러니까 후퇴도 뭣도

 

 

그나저나 이거, 지난번에 코마치한테 들었지... 그러니까 여러 가지 있다니까, 두 번이나 설명 안 해.

아무튼 확실히, 언젠가 결정했음이 분명한 거리를 벌리는 방법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로는, 그건 후퇴일지도 모른다. 단지, 전의 거리 감각이 어디를 향했었는지 물어본다면, 분명 그건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거리를 벌리고 있었으니까.

내 애매한 대답이 불만인 듯이, 하루노 씨는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내쉰다.

 

 

안 된다구. 그런 애매한 태도가 가장 곤란한데, 누나 걱정

 

유키노시타 씨에게 걱정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라? 섭섭한 말이네. 모처럼 신경 써 줬는데

 

 

아무도 부탁 안 했습니다만... 거북해져서, 무심결에 눈을 돌린다.

내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건 지적될 것도 없이 알고 있다. 지금 어디까지 발을 디뎌도 좋은 선인지, 그리고 어떻게 되면 발로 넘어도 좋은 선인지, 거기에는 명확한 기준 같은 건 없고, 분명 나는 보이지 않는 라인 근처에서 우왕좌왕 제자리에서 걷고 있으려나.

그러한 관계성의 구축을 일부러 땡땡이 쳐 온 나다. 말하고 보면 이건 외상인 거다. 그런 삶의 방법을 선택해온 이상,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없고, 이제 와서 한탄하는 것은 과거의 자신에게 불성실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건 지금의 나 자신을 부정하게도 되는 거니까.

다만... 그런 이유로, 내디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것에 걸 맞는 시간이.

 

 

그래도, 시간은 유한한 거야.

 

?

 

 

마음을 읽은듯한 타이밍에 속삭이는 말을 듣고, 무심결에 얼굴을 든다.

하루노 씨는 내 반응을 슬쩍 보고 웃고는, 그 시선을 한 손에 든 커피 컵으로 옮긴다.

 

 

, 너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아. 너의 사정은 상관없이, 시시각각 지나가는 거니까.

 

 

나를 비웃는 것과 같은 그 말과는 대조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은 아까 전까지의 느낌이나 기학성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온화하기까지 했다.

 

 

언젠가 일지도 몰라. 그래도 유한한 이상, 어딘가 마지막은 있는 거야. 그래서 깨달았을 때에는 마감 시간이 되어, 어떤 것에도 손을 쓸 수 없게 돼... 그런 말도 있어.

 

 

느긋하게 한 손으로 컵을 흔들면서, 식은 커피의 수면에서 생긴 소용돌이를 들여다보며, 그녀는 담담하게 경쾌한 어조로 계속한다. 그 온도가 없는 말은, 칠흑의 눈동자는, 마치 아는 것을 단지 고하는 것과도 같았다. 예언, 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 눈동자가, 갑자기 나를 붙들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

 

 

헤아리는듯한 시선이, 내 속에 비집고 들어온다. 그 말이 어디까지 내게 침투했는지를 지켜보듯이.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를 시험하듯이.

 

 

...어드바이스할 생각이라면,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는 안 되는 겁니까.

 

 

나는 그것을 뿌리치듯이 그녀에게서 눈을 돌리고 중얼거린다. 이 사람이 어떻게 대답할지는, 왠지 모르게 상상은 되지만.

훗하고 하루노 씨가 웃는 기색이 난다. 바란 대로 대답해주겠다고 곧 말할 것처럼.

 

 

주어진 대답에 만족할 수 있는 애였을까, 히키가야 군은?

 

...............

 

 

나를 입 다물게 하고, 하루노 씨는 미소 지으며 가슴 앞에서 짝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근처 의자에 둔 핸드백으로 살짝 눈길을 준다.

 

 

그럼, 진로 상담은 끝내고. 슬슬 돌아갈까, 추워졌고

 

...

 

 

그렇게 말하고 일어선 그녀를 따라가듯이 나도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루노 씨는 나를 선도하듯이 조금 앞을 걷기 시작하면서, 옆을 보는 것만으로 뒤돌아보았다.

 

 

오늘은 고마워, 바쁘지 않았어?

 

...바쁜 것처럼 보입니까, 제가

 

 

뭐야, 먼발치서 보면 최근 일주일 예정이 없는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건가. 실은 한가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 누나에게 불려, 치바 변두리까지 나올 정도로 한가해요라고 대답해 주려고도 생각했지만,

 

 

아니, 히키가야 군하고 만났을 때는 대체로 항상 일하고 있었으니까 말야. 문화제 때도 지난 번 상담회 때도. 메구리한테 들었는데, 하야토하고 놀러갔을 때도 선거가 연관된 일이 있었으니까 그랬지? 미안해, 알았다면 좀 더 생각했을 텐데

 

 

절대로 거짓말이다... 생각해준다(말려들게 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라는 거겠지. 결과는 변함없었다고 생각한다. 또 슬쩍 최근의 트라우마 폴더를 열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래도 확실히, 말하고 보면 나 일 하고 있을 뿐이군... 너무나 한가해서 그 한가한 틈에 일을 넣은 결과, 아마 대충 부활동하는 녀석보다 바빠진 기분이 든다. 게다가 대체로 환경은 블랙이니까 이 직장 위험해.

 

 

아니, 아무튼, 제 동아리 바쁠 때와는 낙차가 상당하니까... 지금은 한가해요.

 

 

바쁘지만 한가할 때는 매우 한가한 직장이라는 선전에 속아선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 어떻게 봐도 빠릿한 게 너무 넘쳐서 느슨함과 밸런스가 안 맞으니까. 자칫하면 느슨할 때에도 생각보다 바쁘기도 한다. 그나저나 용법이 맞는 건가 이거.

단지 미우라와 하야마의 한 건이 끝난 뒤, 아직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봉사부가 틈을 주체 못하던 것은 사실이다. 어제도 성실히 그 짬을 보내고 있었다. 유키노시타가 끓인 홍차를 마시면서 책 읽거나 유이가하마의 바보 토크에 어울리거나.

아무튼... 그런 것도, 가끔씩은 좋은 거겠지. 사축에게도 휴일이 필요하다.

 

 

그래 그랬어? 한가하면 다행이야.

 

 

하루노 씨는 안심한 듯이 숨을 내쉰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럼 또 다음에 만나서 얘기할까? 히키가야 군 다음에 언제 시간 나?

 

...?

 

 

무슨 말하는 거야 이 사람. 무심결에 말이 막혀버린 내게, 하루노 씨는 짓궂은 미소를 띤다.

 

 

~ 왜냐면 히키가야 군 안 알려줬잖아, 유키노 짱의 희망

 

아니...

 

 

역시 원한을 품었던 거다... 데이트를 강요해서 나를 괴롭힌다든가. 이런 미인과의 데이트를 싫어하는 나와 그것을 싫어하는 것을 무시하고 강요하는 하루노 씨 어느 쪽에 성격에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게 되었습니다만.

내가 대답에 난처해하고 있자, 그 상태를 보고 하루노 씨가 쿡쿡 웃는다.

 

 

, 그건 농담이지만... 그러면, 히키가야 군이 말해줄 수 있어? 유키노 짱한테

 

하아, 뭐를?

 

 

내가 되묻자 하루노 씨는 난처한듯한 표정을 띠우며 뺨에 손을 대었다.

 

 

전화로도 편지라도 좋으니까, 어머니에게 빨리 가르쳐 달라고. 나도 어머니에게 재촉당하는 중이야. 나를 통해 말하는 거, 그만해줬으면 하는데

 

 

보란 듯이 후우, 하고 우울한듯한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나를 슬쩍 시선을 보낸다... 약삭빠르다. 아무튼 이 사람에 한해서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남에게 우위를 빼앗길 리는 없지만.

, 이것이 여동생 코마치라면 약삭빠르다는 것을 알아도 마지못해하면서 끄덕였을 것이다. 하루노 씨가 유키노시타의 여동생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보다 보통으로 생각하면 싫다고 이런 여동생...

 

 

...머지않아 말하지 않겠어요? 가만히 둬도. 애초에 진짜 언니가 물어봐도 대답 안하니까, 제가 말해봤자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하루노 씨는 흐음, 하고 불만스러운듯이 입술을 오므린다.

 

 

그래? 히키가야 군이 말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데 말야...

 

의미?

 

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냐-. 히키가야 군은 어떻게 왔어? 전철?

 

 

하루노 씨가 서는 것과 맞춰서, 나도 걸음을 멈춘다. 눈치 채면 치바역에 도착한 것 같다. 눈앞에 JR치바역 역사, 우측 안 쪽은 모노레일의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좌측에는 역전의 쇼핑몰이 보인다.

 

 

-... 전철이지만, 모처럼 치바 왔으니까 뭐 좀 사갈까 해서

 

 

하루노 씨도 여기까지 왔다는 건, 오늘은 전철을 이용할 생각인 거겠지. 하루노 씨와 돌아가는 길까지 같이 있는 건 정말 피하고 싶어서 나는 적당히 변명했다. 쇼핑하고 싶다고 말한 건 딱히 거짓말이 아니다. 책이라든가 다른 물품 종류는 내가 사는 곳보다 더 좋고.

 

 

그래? 그럼 여기서 해산이네. 나는 약간 볼 일이 있어서 지금 대학으로 돌아갈 거야.

 

하아, 바쁜 것 같네요.

 

 

아무래도 하루노 씨도 처음부터 나와 돌아갈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하루노 씨는 그럼, 하고 손을 올리려다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그 손을 내렸다.

 

 

그래 맞다, 까먹고 있었어. 이거

 

...뭔가요, 그거

 

 

하루노 씨가 핸드백에서 꺼낸 것은, 작은 노트였다. 내가 항상 쓰던 것에 비하면 더 작다.

내가 의아한 듯이 보자, 그것을 쑥 눈앞에 내민다.

 

 

코마치 짱한테 전해줘. 예의 그것, 이라고 말하면 알 테니까

 

? 코마치한테?

 

 

반 반사적으로 받고 나서 궁금해한다. 하지만 하루노 씨에게 물어보려고 얼굴을 들었을 때는, 그녀는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

 

 

수험 공부 힘내라고 전해줘, 그리고 너무 몰아세우지 않도록

 

아니, 그건 압니다만, 그나저나 왜...

 

 

내 의문에 답하지 않고, 하루노 씨는 역사 쪽으로 걸어서 떠나갔다. 붉은 스톨이 살짝 한 번 바람에 나부껴, 점점 멀어져간다.

진짜 그 사람,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어떤 설명도 안하는구만. 버려지는 쪽 입장이 되어봤으면 좋겠다... 아까 전의 그것도, 지금 한 것도.

 

 

그래도 아무튼, 이것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억지로 받은 노트를 지긋지긋한 기분으로 바라본다. 이 타이밍에, 코마치에게라면 싫어도 일의 경위를 알게 된다는 거겠지. 수험이 어떻다든가도 말했었고.

, 역시다. 그렇게 해독해 나가는 건가... 쓸데없는 스킬을 익혔다.

 

 

 

 

× × × × ×

 

 

 

다녀왔습니다...

 

, 오빠 어서와

 

 

현관문을 열자, 탁탁하고 한가한 발소리를 내며 코마치가 마중 나왔다. 왠지 아버지의 겉옷을 단상 안쪽에서 가져온 것 같아, 헐렁헐렁한 그것을 걸쳐 입는 것의 등장이다. 본인이 이르길, 수험생 같아 보이니까라고... 아무튼 더 이상 언급하진 말자.

 

 

오늘은 아래에서 공부했었어?

 

 

신발을 벗으며 코마치에게 물어본다. 돌아오고 나서의 리스폰스가 엄청 빨랐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난 가능성은, 오빠의 귀가를 여동생적 직감으로 짐작해줬는가 아닌가하는 거지만, 아무튼 평범하게 생각하면 그럴 리 없군.

 

 

, 엄마하고 아빠 없기도 했고. 혼자서 위에 있는 것도 좀 그래서

 

 

코마치는 그렇게 말하면서 거실 쪽으로 돌아간다. 코마치를 따라 방에 들어가자, 안심 되는 온기가 몸을 감싼다.

 

 

부모님은... 그런가, 밥 먹으러 갔나

 

 

오늘은 1월 말의 토요일. 부모님의 월급도 들어온 바로 직후이고, 우리 집에서는 외식한다면 대체로 이런 월말의 휴일이 된다. 그래도 아버지는 참, 내가 나갈 때 그런 말 한 마디도 안 했는데... 내츄럴하게 따돌리는 건 그만두라고, 가족이잖아.

 

 

어라? 너 안 갔어?

 

-..., 아무튼 뭐라고 할까, 안 내켜서

 

 

하하 하고 코마치는 쓴 웃음을 띤다. 그 표정을 보고, 왠지 모르게 헤아린다.

 

 

...기분 전환도 중요하지 않았던가

 

-, 아무튼 그래... 아빠도 끈질겼는데, 평소보다

 

 

아무래도 코마치는 시험이 가까워짐에 따라, 문자 그대로 밥도 목에 안 넘어가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아버지가 열렬하게 기분 전환을 권했던 것도 역효과였겠지. 사실 그런 면은 서투르다 남자는... 아들에게 확실히 유전해버렸습니다만.

 

 

, 그래도, 코마치는 오빠하고 같이 밥 먹는 게 기분 전환이 될지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그런가. , 먹을 거 사왔어.

 

 

꺄삐하고 포즈를 취하는 코마치의 머리에 탁 손을 얹고, 다른 한 쪽 손에 먹을 게 들어간 봉투를 보인다. 치바 역전 지하가에서 사 온 거다.

 

 

가끔씩은 사 먹는 것도 좋잖아. 여기서 살 수 없는 것도 있고

 

, , 고마워... 오빠, 치바까지 갔었던 거네

 

 

받은 봉투를 (^o^)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코마치가 중얼거린다. 나는 부엌에 가서 냉장고 문에 손을 대며 대답한다.

 

 

아무튼-그렇지. 어딘가의 아무개 씨 덕분에, 치바 변두리까지 불려갔었지.

 

아니, 아하하... 왜냐면 봐, 전화번호 알고 있다고 해서 말야

 

 

약간 미안함에 배인 코마치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쉰다.

아무래도 예상한 대로, 이번에 하루노 씨가 부른 것에는 코마치도 한몫 껴 있던 것 같다. 내가 한가할 때에 전화가 온다고 생각한 것도 당연한 거지... 아무튼 제 1의 전범은 무엇보다도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하야마지만. , 전부 하야마가 나빠. 코마치는 나쁘지 않아, 귀여워.

 

 

저기, 하루노 언니 건강했어? 요새 전화라든가 메일로밖에 연락 안 했는데

 

... 여전히 그래

 

 

여전히 활기차게 나를 가지고 놀아서 즐거운 것 같다. 필요 없는 일 여러 가지 꼬드겨 가르친 기분도 들고.

냉장고에서 반찬이 될 것 같은 것을 보고 있자, 코마치도 부엌으로 들어왔다. 전자레인지에 사 온 반찬을 넣고 찌개가 들어간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는다. , 아무튼 그 나름대로 괜찮은 저녁식사가 된 것 같군.

 

락앤락을 꺼내고 문을 닫자, 코마치가 나를 힐끗 보고 흠칫흠칫 물어본다.

 

 

그래서 저기... 하루노 언니한테 뭔가 맡거나 하지 않았어?

 

. 아아, 그러고 보니 너 앞으로 된 노트 같은 것을 받았지... 그런데, 저거 뭐야?

 

어라, 안 봤어?

 

아니, 봤지만. 뭐야 저건... 참고서?

 

 

속이 검은 누나에게 받은 정체불명의 노트다, 여동생에게 미칠 악영향을 염려해서 검열하는 것은 오빠로서의 의무다. 대체 뭐가 쓰인 건지, 마도서 레벨로 경계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주 정당한, 수제 참고서라고도 불러야 할 노트였다.

 

 

. , 하루노 언니도 소부 고등학교 출신이잖아? 코마치도 소부고 노린다고 얘기하니까, 그럼 뭔가 도움이 되는 자료 준다고 해서

 

그래서 그 노트인가... 또 상당히 공이 많이 들어간 것을

 

 

슬쩍 본 정도지만, 제법 견실하게 만든 거였다고. 기출문제 가져와서, 해설도 섬세하게 되어있고. 진짜 그 사람 한가한 거 아냐? 너무 주체 못하는 거 아냐?

 

 

그나저나 애초에, 그 사람과 그렇게 자주 연락했었던 거냐?

 

자주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 작년에 오빠하고 싸움, 같은 걸 한 적 있었잖아? ...그 때부터, 가끔

 

 

약간 말하기 어려운 듯이 코마치는 말한다. 아아, 그런 일도 있었지... 그러고 보니 그 때도 하루노 씨에게 부르는 전화가 왔었던가, 코마치를 통해서.

확실히 그 때는 남매 사이도 약간 말하기 거북했고, 그 뒤에도 봉사부의 건이 안정될 때까지의 사이, 코마치 나름대로 배려해 줬던 거겠지. 나와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가 미묘한 감정이 있는 이유도 있어서, 저 녀석들과도 연락하기 힘들었을 테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소부고 졸업생이라 해도... 아무리 한가한 것 같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가버리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만, 오빠는. 아무튼 확실히 너희들 파장 맞을 것 같았지만. 그게 또 걱정이었다고... 나쁜 영향이 없으면 좋을 텐데.

 

 

아니, 아무튼 알았어... 노트는 밥 먹은 다음에 줄게. 그러면 되지?

 

 

뭔가 여동생을 통해서 터무니없는 빚이 생긴 감이 있지만, 아마 신경 쓰기 시작하면 패배다. 이 때는 낯짝을 두껍게 해서, 태연히 떼어먹을 생각으로 있자.

 

 

. 고마워, 오빠

 

아무튼, 너무 기대진 마. 그 밖에도 학원 같은 데에서 여러 가지 받았잖아, 그쪽을 우선으로 하는 편이 효율적이야. 아무튼, 별로 시간도 없고

 

 

―――시간은 유한한 거야.

 

 

코마치에게 말했음이 분명한 말이, 하루노 씨의 말이 되어 나를 향해 튀어서 되돌아온다. 그 막연한, 예언인듯한 말. 저건 대체 무엇을 가리켜서, 내게 어떻게 하라고 말했던 걸까.

 

 

...우선 밥 먹자고

 

. 하아... 앞으로 2주간인가...

 

 

코마치가 우울한 듯이 한숨을 내쉰다. 앞으로 2. 소부고 입학시험까지 남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얼마나 유효하게 쓸 수 있는가, 그건 코마치 자신의 손에 달렸다.

문득 코마치가, 뭔가 생각난 듯이 내게 얼굴을 향했다.

 

 

... 그러고 보니 말인데, 올해 어떻게 할 거야? 코마치는 마침 시험 끝났을 거고, 힘이 남았으면 만들 건데

 

? 뭐를?

 

 

내가 되묻자, 코마치는 기막힌 듯이 한숨을 토한다.

 

 

뭐라니... 쵸콜릿. 오빠, 앞으로 2주면 발렌타인 데이라구?

 

 

그리고, 이힛하고 짓궂게 웃으며 말한다.

 

 

코마치가 만드는 게 좋아? 아니면... 올해야말로 필요 없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