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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후...

 

 

귀를 간질이는 소리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무심결에 몸을 젖히려고 하지만, 목 뒤로 둘러진 팔 때문에 실패.

그 뿐 아니라 약간 기울어진 등에 비례해서 가죽 소파에 앉아서 이쪽에 밀착하는, 여름 스웨터 너머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보다 생생해져 뺨의 열기가 늘어난다.

옆에서 보면, 연상의 누나에게 농락당하는 젠장할 동정 자식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그 말 대로니까 난처하다.

고문이다. 타인 입장에서 보는 자신에게 생각보다 민감한 나로서는, 쓸데없이.

 

 

히키가야 구~

 

 

그런 내 고통 따위는 모르는 상태로 말하며, 연상의 누나인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는 더욱 더 이쪽으로 달라붙어서, 그 밀착도를 높여간다.

눈 앞에, 유리창에 비친 거울 속에서 활처럼 가늘게 뜬 눈동자는, 그녀가 지금 더 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할까 뺨을 문지르면서 달라붙는 거 그만둬줄 수 없겠습니까...... 이쪽의 무릎에 앉아 기대듯이 꼭 껴안는 것은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뭐라고 할까 이렇게, 신뢰와 친애를 표시하는 것 같아 정신적으로 확 오는 게 있다.

주로 그 하루노 씨가, 이런 관점에서.

 

 

~..........

 

 

고양이처럼 재롱부리며 달라붙는 미녀에게,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것이 그녀가 바란 경품이니까.

죽은 자는 입이 없고. 패자에게는 권리가 없으니까.

다만 잠자코 입을 다물고, 이 천국과도 같은 지옥을 감수하며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다.

혼자 소수라도 세면서, 내 엑스칼리버가 풍왕결계를 풀지 않도록 세심한 주위를 기울여두고, 앞으로는 다만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좋다.

뭐야 이 ぱらいぞ. 심장에는 나쁘지만 행복도는 다른 것과 비할 바 없다.

 

 

...........서비스 나쁘지 않아?

 

 

그런 식으로 방심한 순간 다가오는, 지독하게 차가운 목소리.

뺨에 뺨을 맞닿은 채로 들은 그 주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몸을 떨고 말았다.

 

 

껴안는 베개가 갖고 싶은 게 아닌데~

 

...........미안해요

 

 

불만스러운 것 같은 군소리.

입을 뾰족 내민 하루노 씨에게 나는 솔직하게 사과한다.

 

 

실례, 합니다

 

 

천천히 처져있던 팔을 올린다.

그녀의, 아름다운 등 뒤로.

 

 

..........

 

 

등에 두르고, 살짝 힘을 준다.

더욱 상승하는 밀착도를 생생하게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꼭 껴안는다.

 

 

.............

 

 

그것을 하루노 씨는 눈감고 받아들여, 그리고 나를 껴안는 힘을 더 세게 주었다.

한 손으로 슥슥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중얼거린다.

 

 

, 잘했어 잘했어. 정말 잘했어.

 

..........

 

 

그 고백의 날은, 잠깐이라고 해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는데...... 현실은 비정하다.

서로의 고동이 서로 느껴지는 거리에서, 하루노 씨는 어느 정도 만족했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지만, 5분 정도 하면 자극에 익숙해진 것 같아서.

 

 

~...... 좀 더 어리광부리게 해줬으면 하는데

 

?

 

그거 때문에 일부러 몇 번이나 대부호 했는데

 

? 따분하니까라고 처음에 말했잖아요......

 

 

당황하면서 향한 시선의 끝, 유리창 속의 하루노 씨와 눈이 마주친다.

 

 

...........

 

 

흘기는 듯한 시선.

빨개진 뺨.

미간에 보이는 주름은, 부끄러운 것을 감추려는 증거다.

 

 

..........미안해요.

 

 

 

무연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그녀의,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떨려서, 좋은 느낌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후후

 

 

즐거운 듯이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히키가야 군이라 다행이야

 

그건 감사합니다.

 

아직 눈치가 좀 나쁘지만

 

........헤아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잘 어울리는 상대라고는, 절대로 절대로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데도, 아무튼.

 

 

지금부터 정진하도록

 

..........선처합니다.

 

 

그걸로 좋다고, 그녀가 말한다면.

어울리지 않는 이 입장에도, 약간 정도는 안심할 수 있다.

 

 

있잖아, 히키가야 군

 

 

.........키스, 할까?

 

.........아니, 그 말을 일부러 입에 담는 건 어떨까요.

 

그런 말은 자신이 먼저 할 수 있게 되고 난 이후에 말하는 거야

 

..........

 

 

정말로 부족할 뿐이라고 내심 깊이 반성하면서, 두르던 팔을 떼어 놓고 정면을 향했다.

 

 

......

 

 

눈을 감고 애타게 기다리는 그녀를 보고 조금 당황한 뒤, 나는 떨리는 입술을 윤기로 가득 찬 그곳에 맞추었다.

 

 

 

 

 

그 날.

내가 어떤 아름다운 연상의 누나를 받아들인 날.

자아진 붉은 실은 지금도 아직 연결된 채로.

......아무튼, 뭐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 뒤로 당분간 흐른 현재도.

나와 하루노 씨는, 연인 관계이다.

 

 

 

 

, 히키가야 군 여기야 여기~

 

이런 때는 남자가 먼저 도착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 그래. 좋아, 갈까?

 

 

 

그런 전개를, 기대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툭하고 중얼거리는 내게, 내 무릎 위에서 마음대로 빈둥거리던 하루노 씨가 문득 멍한 얼굴로 다가온다.

 

 

? 평범하게 팔로 꼭 껴안으면서 기대는 게 좋았어?

 

아니, 그 부분은 하루노 씨가 좋아하는 쪽이 좋아요......

 

............. .............정말

 

 

, 하고 눈을 피하고 다시 움직이는 그녀의, 그 머리카락을 넌지시 쓰다듬으며 흘러가는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설마, 집에 리무진으로 데리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하치만 깜짝.

 

 

데이트 가자

 

 

매주 행사가 되어 있던 히키가야가 구구절절 대회 한 중간에, 갑자기 하루노 씨가 그렇게 선언했다.

 

 

데이트하러 갑니다

 

아니, 일부러 단정형으로 바꿔 말하지 않아도 갈 테니까. 거절 안 할 테니까

 

진짜로?

 

물론. ..........저도 가고 싶었으니까요, 데이트 같은 거

 

그러면 빨리 말하라고 바보

 

잠깐, 말투가 거칠..........아니 하루노 씨가 제 집에서 있으면 마음이 풀어진다고 일주일 정도 힘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잖아요.

 

말 안했어

 

?

 

말 안했어

 

,

 

 

무릎 위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이러니저러니 빨개진 얼굴로 부정하는 하루노씨에게 하치만은 폭발사산! 모에도적으로.

그런 사뿐한 느낌으로 첫 데이트가 정해졌지만.

 

 

히키가야 군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이번에는 내가 코스 결정할게

 

미안해요......

 

불평하면 헤어질 거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차이는 거네요.

 

...........죄송합니다

 

 

두 명의, 사람으로서의 최종 라인이 너무 약하다.........

 

 

...............아니, 불평 같은 건 안 하니까요

 

그래그래. 고분고분하게 배우면 된다구 소년

 

배우라니 뭔가요

 

가게 예약해 둬야~

 

잠깐 뭘 하는 거야, 무서워

 

 

불안에 가득 찬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했더니, 처음부터 리무진이다.

안일하게 생각했다.......... 하루노 씨의 상식, 그리고 그 세계.

 

 

전철은 치한이 무서우니까~

 

 

널찍한 차 안, 내 무릎 위에서 빈둥빈둥하고 계시는 아가씨는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부유층이다.

 

 

, 그거야 하루노 씨라면 치한도 전력으로 오겠지만요

 

히키가야 군한테 지켜달라고 할까도 생각했는데 히키가야 군한테 습격당해도 무섭고

 

그런 특수성벽 없어...........

 

 

남자친구에게 무슨 의심을 하는 거야 이 사람.

이걸 보니 의외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건가? 미인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치고는 개인 영역이 좁고...... 어디까지나 자신이 먼저 가까워질 때에는, 이라 말했지만 말이지. 갑자기 껴안으면 엄청 부끄러워하고. 그 이상으로 내가 부끄러워서 죽으니까 무승부까지 되지만.

 

 

그래서, 어디 가는 건데요

 

추리해볼래?

 

.........

 

 

추리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 창밖은 보지 말고

 

허들이 높네......

 

 

그렇다는 건 차안에 힌트가 있다는 말인가?

내비게이션은 없으니까, 뭔가 특징적인 게 있는 걸까.

 

 

맞추면, 포상 줄까?

 

 

그런 말을 들으면 힘낼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면..........

 

 

옆을 내려다보면 그곳에 있는 것은 눈부신 내부장식만.

그리고 즐거운 듯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하루노 씨 정도 뿐.

 

 

............

 

? ..................., ...........................

 

, 아니, 키스 같은 그런 신호가 아니에요.

 

........................

 

사과할 테니까 허벅지 꼬집는 건 좀 봐주세요......

 

 

확실히 암묵적인 신호는 있지만, 역시 운전기사가 있는 차내에서 그런 건 좀.

무릎베개하는 시점에서는 역시 하기 어려움 감이 있다.

하지만, 이제 하루노 씨 정도 밖에 보는 사람이 없다......

 

 

.................

 

...........이번에야말로?

 

아니, .......... 한 번 뿐이에요.

 

 

 

운전기사가 은근히 시선을 돌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누운 하루노 씨에게 다가가서,

 

 

..............?

 

 

문득, 브래지어 끈이 보여서 이런, 어떻게 하지...하고 엄청 긴장할 즈음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뭐라고 할까 이렇게, 묘하게 속옷이 단단해 보인다고 할까.

, 별로 똑바로 본 적 있는 게 아니니까!

......방에 오면 꽤 전력으로 빈둥거리니까, 브라 힐끔이나 배꼽 힐끔이라든가 엄청나다. 그렇다고 할까 아마 보이게 하고 있다. 마성이다.

그래서, 언제나 힐끔한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진 건데.

 

 

..............?

 

 

이상한 듯이,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나를 올려보는 미녀가 있다.

우선.......... 아니 우선이라 말하기는 역시 꺼려지지만, 우선.

먼저, 끝낼까.

 

 

............하루노 씨

 

...........

 

 

시야 구석, 브래지어 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뭔가에서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그 입술에 닿았다.

 

 

...........이런 데에서, 대담하네. 히키가야 군

 

..............아무튼, 가끔씩은

 

 

권한 쪽은 하루노 씨잖아요, 라는 말은 하지 않고 한숨을 쉰다.

 

 

..............

 

 

문득, 여름 임간 학교에서, 비슷한 옷감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노 씨, 목적지가............

 

 

역시 춥지 않을까요 라고 고하는 눈동자를 향해, 그녀는 안심한 듯이 미소를 짓고는.

 

 

괜찮아. 온수니까

 

온수인가요?

 

전세고

 

전세인가. ...........전세?!

 

수영복 새로 맞췄으니까. ..........히키가야 군 말고 다른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지 않았고

 

 

? 하고 목을 갸웃하면서 말하면 끄덕일 수밖에 없다.

 

 

.............내 수영복이

 

코마치 짱한테 부탁해뒀어. 트렁크에 실었으니까

 

 

아아, 집까지 데리러 온 게 그런 이유..........

 

 

마음껏 즐기는 거야, 히키가야 군

 

 

유쾌한 듯이 웃는 하루노 씨.

진짠가........

온수 풀.......... 그것도 전세..........

그리고 새로 맞춘 수영복을 입은 하루노 씨..........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뭣하면 부전패까지 된다.

그나저나 수영복 안에 입은 건가 이 사람.

너무 기뻐하는 거 아녜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미 괴로워하기 시작한 내게,

 

 

그래서, 말인데. 히키가야 군

 

 

작은 목소리로, 어딘가 멋쩍은 듯이 하루노 씨가.

 

 

포상, 줄 테니까. 좀 더 이쪽으로, 와봐

 

.........................

 

 

미소가 사라진, 진지한 표정은 긴장한 까닭으로.

말도 안 되게 귀여운 사람이라고 쓴 웃음을 지으며, 그 말대로, 얼굴에 다가간다.

나와 하루노 씨의 첫 데이트.

목적지는 아무래도, 늘 여름인 실내 리조트인 것 같다.

 

망가진 너와의 사랑하게 될 날들(http://2ndboost.tistory.com/163)의 다른 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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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리 말한다면, 믿을 수밖에 없겠지.

 

 

가치관의 강요라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힘없이 쓴 웃음 지은 건 아니다.

단지, 인생에서 처음으로 생긴 친구의 말을 의심할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을 뿐인 이야기.

 

 

덮쳐도 좋지만, 적어도 한 번 꼭 껴안고 나서 해줬으면 좋겠어.

 

 

내게 깔린 채 그 눈초리에 투명한 물방울을 띄우면서, 그런데도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는, 이유를 묻는 이쪽에게 미소를 돌려주었다.

 

 

적어도, 거기에 사랑이 있다고 마음대로 믿고 싶으니까

 

 

사랑이 있으면 좋은 거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끄덕였다.

 

 

연모하는 상대에게 안긴다면, 비록 습격당했다 해도 상관없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 하고 멍한듯한 소리만 새어나왔다.

 

 

그러니까, 저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덮쳐져도 괜찮다고 말하는 거야.

 

 

불쾌한 듯이 눈살을 찌뿌린 그녀에게, 나는 잠깐 생각하려고 시간을 쓴 뒤, 쓴웃음 지었다.

 

 

네가 그리 말한다면, 믿을 수밖에.

 

 

아까 전까지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독기가 빠져버린 나는 어린애를 안는 듯이 천천히 그녀를 꼭 껴안았다.

꼭 껴안아준 그녀가 그것을 기뻐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런데

 

 

덮쳤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사죄 받을까?

 

 

한 뒤에, 유키노시타는 바닥에 엎드려 조아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네............ 노예라도, 삼아 줄까?

 

 

그렇게 해서, 그녀의 노예로서의 날들이 막을 열었다.

 

아직, 장마철에 접어들지 않은 6월 즈음의 일이었다.

 

 

 

 

유키노시타를 좋아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신뢰하고 친구처럼 대해 준 유키노시타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쌓여버린 마음을 잘 토해내지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그녀를 범했다.

고백 같은 건,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받아줄 리는 없고, 하나 더 말하자면 고백한 시점에서 나와 그녀의 관계는 망가질 거라 예상했으니까.

하지만 참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눈 녹은 뒤에 피는 꽃처럼 가련한 미소는, 내 마음을 붙들어 매어 놓지 않았다.

담백한 이야기도, 조금 단순한 면도, 때때로 보여주는 상냥한 미소도, 전부가 매력적이었다.

그건, 그녀의 노예가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히키가야 군

 

방과 후, 교실까지 유키노시타가 온다.

문득 보면, 주위에서 뭔가 소곤소근 속닥거리기 시작한다.

소문으로는, 나와 유키노시타가 사귀는 게 된 것 같다.

유감스럽지만 그렇게는 되지 못했다.

한심한 내 탓에.

만약 중학생이라든가 그렇다면 아직 사춘기니까 같은 변명도 할 수 있었겠지만, 고등학생 정도라면 이미 발정난 개로 밖에 볼 수 없지요, 죄송합니다.

그 뒤로 몇 번이나 사과 했었다.

뭣하면 경찰에 넘겨도 상관없다고 두 세 번 유키노시타에게 말했다.

그럴만한 짓을 자신이 저질렀다는 자각은 있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별로 상관없어.라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노예로서 일해 준다면 그걸로, 단지 그렇게 반복할 뿐.

 

 

동아리, 가도록 하자

 

 

미소는 이전보다 따스하다.

따스함, 이라기보다도 자신이라고 해야 하려나?

어딘가 희미한, 자칫하면 사라질 것 같았던 일찍이의 그것과 비교해서 지금의 미소에는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미소에 뭔가 강력한 후원이 붙은듯한, 그런 인상을 받는다.

 

 

부실에서 기다려도 되잖아? 일부러 오기도 귀찮겠지?

 

괜찮아요, 이 정도는. 전처럼 도망가면 성가신 걸.

 

아아, 그래.............

 

 

이상한 부분에서 신용이 없다.

저런 짓을 해도 옆에 있어주니까 그 나름대로 믿어주고 있을 테지만, 역시 그런 면을 보면 그녀도 또 보통과는 약간 어긋났다는 거겠지.

좋잖아 이단. 조금 더 두드러지는 개성.

나 같은 실패작은 어쨌든, 유키노시타처럼 뛰어난 사람은 좀 더 존중받는 게 마땅하겠지.

그리고 하는 김에 츤데레라든가 폭력계 히로인도 현실에서는 존재할 것 같지 않으니, 존중하거나 보호해야 하잖아? 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히라츠카 선생님 같이 됩니다. 부탁이니까 신부로 받아줘.

 

 

, 빨리 가자.

 

 

꽈악, 팔이 끌려가, 끌려가듯이 교실에서 나온다.

 

 

쓸데없는 말을 했던 건 이 입?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시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입 끝을 집어서, 쭈욱, 하고 잡아당겼다.

 

 

, 나 뭔가 말했었나?

 

 

섬뜩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에 허둥지둥하며 되묻자, 유키노시타는 뺨을 꽁하게 부풀렸다.

 

 

점심시간, 즐거운 듯이 잡담하고 있었지. 유이가하마 양과

 

말을 걸었으니까 그랬지...... 무시할 수는 없어. 반 여자와 이야기라든가, 희소가치잖안 돼어어........?

 

안 돼.

 

아니, 유키노시

 

안 돼.

 

 

입술이 이리저리 밀린다. 저건가, 입 지퍼라는 건가. 저거 리얼하게 생각하면 보통으로 아픈 것 같아서 싫은데....... 지퍼 어떻게 하지? 꿰매는 거야? 입에? 우와 무서워.

 

 

무서워, 유키노시타 무서워........

 

뭐니? 말대꾸할 생각? 노예 주제에

 

아무 것도 아님다.......

 

 

피해망상이긴 하지만 꿰맸을 때 고통을 상상해버렸다.

손가락이 바늘로 찔렸을 때 같은 느낌이, 몇 땀이나 말랑한 살에......

 

 

...................

 

 

맥 빠진 내게, 유키노시타는 약간 불안한 듯이 눈썹을 내리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무서워?

 

, 뭐야 그 입 찢어진 여자 같은 질문. 아니겠지, 넌 설아파파파파파파

 

설녀라고 하려다 제재당함.

 

 

냉동실에 방치해줄까?

 

멀쩡하게 안 끝나잖아..... 미안했어, 네네 예뻐 예뻐. 입 찢어진 유키노시타 님은 오늘도 예뻐요.

 

아무도 그런 말 물은 적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뺨을 붉히는 유키노시타.

 

 

..............아니 진짜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고.

 

?

 

. .....................아니, 아니야 유키노시타. , 저거다, 난청 스킬, 난청 스킬 발동시키자. 안 들은 걸로 하자, ? 안 그러면 시리즈 끝나고 편집자가 화내잖아.

 

히키가야 군!

 

어엇

 

 

꽈당하고 의자에서 바닥으로 넘어진다.

그렇다고 할까 밀려서 넘어진 나.

유키노시타가 밀어서 넘어뜨렸다.

하하, 뭐야 치녀냐.

 

 

, 침착해, 치녀노시타..........

 

무리

 

어어-...........

 

 

즉답. 게다가 치녀노시타라 불렀는데 태클도 없음.

 

 

으윽 등 아파...........

 

 

신음하는 나를 덮친 채, 유키노시타는 미소 짓는다.

 

 

다음에 자국(シップ)을 붙여주겠어.

 

シップ : 스킨십 할 때

 

 

그거야 아무쪼록. ..........그나저나, 뭐가. 그렇게 좋았어? 그렇다고 할까 기뻤으니까 껴안은 거야? 강아지야? 따르는 상대한테 달려들기?

 

히키가야 군은 개와 고양이 어느 쪽이 좋아?

 

....................그건, 저거냐. 좋아한다고 말하는 쪽이 되는 그런 거?

 

둘 다 고양이라면 큰일이니까, 내가 개가 되는 편이 좋을까

 

난 고양이냐?...

 

아니야? 적어도, 개처럼 순진하게 안겨올 것 같이는 안 보이는데. .........아무튼, 발정 날 때는 하는 것 같지만, ?

 

 

심술기 어린 미소에, 나는 포기했다.

 

 

죄송합니다.............. 이제 익히든지 굽든지 마음대로 해주세요.

 

그래. 그러면 내가 당신 위에서 떨어지지 않게 받쳐.

 

 

그렇게 말하자마자 유키노시타는 기분 좋은 듯이 눈을 부드럽게 뜨고 나를 꼭 껴안았다.

 

 

히키가야 군~, 후후

 

 

이렇게나 순진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처음에는 놀랐다.

고등학생이라도, 추잡한 사회를 봐도 여전히, 이렇게나 순진무구한 미소를 띨 수 있나, 하고.

간직해 왔겠지.

소중하게 소중하게, 두꺼운 천으로 싸서, 가슴 속에 은밀히.

어지간한 일로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바깥 공기에 못 닿게.

그렇게 해서, 그녀는 이 순백의 미소를 간직해왔을 것이다.

..............어쩐지 미안해졌다.

나 같은 게 그걸 봐도 좋을까, 거기에 독점해도 좋을까.

이건 저래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아이돌인가 뭔가로 데뷔시켜 사람들에게 널리 보여주는 건 안 되려나.

 

 

뭣하면 프로듀서가 되겠어, 유키노시타

 

프로듀서? 뭔가 프로듀스할 생각?

 

,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아까 전에도 그랬지만, 입으로 나온다든가 나도 드디어 러브 코미디 주인공다워졌군 싱긋.

히로인 누가 되려나. 우선 토츠카와 코마치와, 아아, 할 수 있으면 유이가하마와. 히라츠카 선생님도 좋지.

다음에 자이모쿠자한테 부탁해서 게임 만들기 도와달라고 하자.

 

 

그것보다, 손이 멈춘 것 같은데?

 

?

 

제대로 받치라고, 말했겠지요. , 빨리

 

「그, 그래, 미안...........

 

 

유키노시타 님 밸런스 감각도 좋으니까 안 받쳐도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주인 명령이라면 할 수 밖에 없네.

그럼 받칠까. ..................받쳐야 하나.

 

 

.........................

 

뭘 사양하니?

 

아니, 그게...........

 

그 때는 그렇게 세게 안은 주제에

 

.............

 

이틀 정도 자국 남았었지, 저거. 놀랐어.

 

.....................미안

 

지난 일이야. 그것보다 지금은 안아서....... 받치는 데 전념해.

 

오우............

 

 

거의 얼싸 안은듯한 상태였으므로, 떠받치게 되면 허리에 손을 두르게 된다.

이 가느다란 유키노시타의 허리에.

뭐야 이거 진짜 사람? 이렇게 불안해질 정도의 멋진 웨스트가 있는 그녀를 꼭 껴안으려면 그 나름대로 걱정이 필요하다.

약간 힘주면 꺾일듯한, 유키노시타의 가녀린 몸.

성욕으로 점철되어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그 때는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잘도 안 꺾였다고 절실히 생각한다.

신중히 껴안으면 몇 번이나 힘이 들어간 정도를 확인해야만 해서, 그렇게 되면 불필요하게 껴안는다는 동작을 의식해서 부끄럽다.

거기에, 그 때 손 댄 눈처럼 희고 예쁜 그녀의 피부가 플래시백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 빨개졌네요.

 

동상이겠지.

 

아직 6월인데?

 

.............

 

 

신음하는 날 보고 쿡쿡 웃고, 유키노시타는 손가락으로 뺨을 더듬는다.

 

 

, 유키노시타..................

 

 

견디다 못해 뒤로 젖히려고 해도 이미 다른 쪽 손으로 퇴로가 막혔다.

 

 

귀엽네, 히키가야 군

 

, 여자의 귀여움은 믿으면 안 된다고.

(女子可愛いはアテにしねえってめてんだよ)

 

내가 한 말이라도?

 

.................오우

 

대답까지 공백이 있었군요.

 

산소 결핍이야. 네가 올라탄 탓에 폐에 공기가 못 들어갔어.

 

어머나, 그건 미안하네. ............그런데 히키가야 군

 

뭔데?

 

인공호흡은 참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날숨을 불어넣어도, 제대로 호흡이 되다니

 

? 저건 날숨 자체의 산소 비율이 공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말이잖아?

 

알고 있었네. 그러면 이야기는 빠르단다.

 

? ........

 

 

열렸던 입이 막혔다.

후두부를 손에 눌려서 도망칠 수 없다.

 

 

후우..............

 

응읏.........!?

 

 

거길 통해서, 숨이 들어갔다.

폐 속이 강제로 채워지는 감각.

유키노시타가 뱉은 숨이, 내 폐를 채워간다.

 

 

.............후우

 

 

한숨 정도 하고 그녀는 입을 떼어놓았다.

 

 

너무 넣으면 폐가 파열하는 것 같으니까, 조금만. 어때? 산소 결핍은 나았어?

 

「ㄴ, .................

 

어머, 횡설수설해진 것 같구나. 그러면 한 번 더 해주겠어.

 

, 이제 됐어!

 

사양 안 해도 괜찮은데.......... 아니면

 

 

심술궂은 미소로, 유키노시타는 나를 바라본다.

 

 

기뻤어? 내 숨으로, 폐가 가득 차서

 

.............!

 

얼굴, 새빨개졌네. 적중?

 

 

, 하고 내 코를 쿡쿡 찌르고, 집는다.

 

 

그러네, 히키가야 군은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걸. 무심코 덮칠 정도로

 

..................

 

정말 좋아하는 내가 내쉰 숨은, 포상일 수밖에 없어. 그렇지?

 

................................

 

 

유키노시타의 독설에, 하지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어가는 자신을, 깨닫고 있다.

그 날. 덮쳐져서, 그런데도 받아들여 준 그녀에게, 마음속부터 충성을 맹세해버렸다.

그 정도로 자신을 인정해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서일까,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사람을, 나는...................

 

 

응읏!? , 잠깐 히키가야 군, 그렇게 갑자기 키스라니, 응읏!

 

 

그녀의 입술을 탐내며, 거기에서 작게 숨을 들이마신다.

유키노시타가 말한 대로, 정말 좋아하는 그녀의 숨을 들이마신다.

 

 

, 노예 주제에 그런, 방자함이 허락된다고 생, 응읏!

 

 

좀 더 나아가,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린다.

약점은, 그 날 다 알았다.

어디를 만지면 숨이 난폭해질지, 더 헐떡거릴지는 잘 안다.

 

 

, 싫엇........... 이런, 부실에서라니...........아앗!

 

날뛰는 몸을 힘으로 억누른다.

싫다싫다 하면서, 그녀의 팔은 이쪽의 목에 감긴 채 떨어지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보다 더 강하게 껴안아서 몸을 갖다 대려고 한다.

유키노시타 자신도 또, 바라는 것 같다.

그 증거로,

 

 

...................미안해, 유키노시타

 

.......................

 

 

입술을 떼놓고, 팔에서 놓아줘도, 유키노시타는 내게서 떨어지려하지 않고, 볼을 상기한 채로 어깨로 숨을 쉬고 있다.

 

 

..............., 좀 더

 

뭐가?

 

, 해줘..............

 

아니, 그런 건, 나쁘잖아. 싫어해하는 녀석을 억지로라든가,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 싫지 않아, 싫지 않으니까.............

 

 

도리도리 유키노시타는 머리를 흔들며, 이쪽에 입술을 댄다.

 

 

계속, 하자?

 

.............물론

 

 

받아들여 준 그녀에게, 인정해 준 그녀에게, 보답하고 싶다.

어떤 어리광이라도, 들어주고 싶다.

비록 급우들과 말하지 말라고 해도, 그 말을 받아주자.

사랑이라는 건 그런 거겠지?

그 애를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뭐든지 말해, 유키노시타. 내가, 뭐든지 해 줄 테니까

 

 

정말 좋아하는 그녀에게 요구받아, 최고의 행복을 얻는다.

그 날부터, 난 망가졌을 것이다.

조금씩 익숙해져야하는 것이 한 번에 주어져.

너무나도 작은 내 그릇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서졌다.

만약, 그 날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때는,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으려나.

 

지금은 아직, 모른다.

 

어쩐지 생각나서 썼습니다.

novel/2425600을 기반으로, novel/2455483 소재를 이해하기 전에 청춘이 내뿜는 에너지나 뭔가에 침식돼서. 일단 R18로 해 둡니다.

괜찮으시다면 아무쪼록.

자화자찬입니다만, 오리지널 novel/3217726, novel/2931361도 꼭 부탁드립니다. 비교적 절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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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좋아하게 될 일 같은 건 없잖아.

 

 

가치관의 강요라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는 나는 잘 알고 있었을 터였다.

누가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폐가 되지 않는 한 자유라는 건 이 나라에도 다른 나라에도 반드시 보장된다.

감정만큼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재산일 터다.

그것을 부정해버린 것은, 그건 거짓말이라고, 농담이라고 거절해버린 것은, 그 말이 너무나도 현실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덮쳐도 좋지만, 적어도 한 번 꼭 껴안고 나서 해줬으면 좋겠어.

 

 

내게 깔린 채 그 눈초리에 투명한 물방울을 띄우면서, 그런데도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는, 이유를 묻는 이쪽에게 미소를 돌려주었다.

 

 

적어도, 거기에 사랑이 있다고 마음대로 믿고 싶으니까

 

 

사랑이 있으면 좋은 거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끄덕였다.

 

 

연모하는 상대에게 안긴다면, 비록 습격당했다 해도 상관없어.

 

 

장난치지 말라고, 단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런 건 말도 안 된다고 잘라냈다.

 

 

네가, 날 좋아하게 될 일 같은 건 없겠지.

 

 

그건 누구를 향해 던진 말이었는지.

이제 와서는 모른다.

다만,

 

 

.................그래

 

 

그 말은,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그러네,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될 리는 없구나.

 

 

그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처음 보이는 절대 영도의 시선을 내게 던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죄 받을까, 히키가야 군

 

 

행위 뒤에, 유키노시타는 바닥에 엎드려 조아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네............ 노예라도, 삼아 줄까?

 

 

그렇게 해서, 그녀의 노예로서의 날들이 막을 열었다.

아직, 장마철에 접어들지 않은 6월 즈음의 일이었다.

 

 

 

유키노시타를 좋아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신뢰하고 친구처럼 대해 준 유키노시타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쌓여버린 마음을 잘 토해내지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그녀를 범했다.

고백 같은 건,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받아들여질 리는 없고, 하나 더 말하자면 고백한 시점에서 나와 그녀의 관계는 망가질 거라 짐작했기 때문에.

하지만 참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눈 녹은 뒤에 피는 꽃처럼 가련한 미소는, 내 마음을 붙들어 매어 놓지 않았다.

담백한 이야기도, 조금 단순한 면도, 때때로 보여주는 상냥한 미소도, 전부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그런 그녀의 매력을, 전부 빼앗아버렸다.

마지막 최후로, 유키노시타를 믿지 못한 탓에.

결국, 난 사람을 믿는다는 것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히키가야 군

 

 

방과후, 교실까지 유키노시타가 온다.

문득 보면, 주위가 뭔가 소곤소근 속닥거리기 시작한다.

소문으로는, 나와 유키노시타가 사귀는 게 된 것 같다.

유감스럽지만 그렇게는 되지 못했다.

한심한 내 탓으로.

 

 

동아리, 가도록 하자

 

 

미소에 예전의 따스함은 없다.

꾸몄을 뿐인 외면, 용모가 아름다울 뿐인 가면에 불과하다.

 

 

부실에서 기다려도 되잖아? 일부러 오기도 귀찮겠지?

 

괜찮아요, 이 정도는. 전처럼 도망가면 성가신 걸.

 

아아, 그래.............

 

 

전에 말했던 소문이 있어서, 급우도 솔직히 내 하교라는 이름의 도주를 유키노시타에게 말해버린다.

유키노시타가 맞이하러 오기 전에 도망치려고 서두르면 더더욱 눈에 띄어 버리겠지.

 

 

, 빨리 가도록 하렴.

 

 

꽈악, 팔이 끌려가, 끌려가듯이 교실에서 나온다.

 

 

쓸데없는 말을 했던 건 이 입?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홍차가 들어간 컵을 내 입가에 대며, 기울였다.

 

 

..................

 

 

끓인 홍차가 입술에 닿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솟아오른다.

 

 

후후, 아파? 아픈 거야? 히키가야 군?

 

 

얼굴을 찡그린 나를 보고, 그녀는 입가에 뒤틀린 미소를 드러낸다.

 

 

학교에서는, 부실 이외의 장소에서 말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잘 잊어버리네.

 

..................

 

어머, 침묵? 지금은 말해도 좋아요. , 평소의 빈정거림을 보여줘?

 

 

미소 짓는 그녀에게,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외롭네요. 외로워서, 무심코 컵을 기울여버릴 것 같아.

 

...........!

 

 

입술이 타는 것 같다.

유키노시타는 빨개진 입술에 손대면서,

 

 

이렇게나 붓다니, 불쌍하네, 히키가야 군. 지금 식혀 주겠어.

 

 

컵에 수돗물을 담아 와, 그걸로 적신 손가락을 입술에 댄다.

 

 

, 이걸로 식겠지?

 

 

호리호리한 그녀의 손가락 끝이, 천천히 내 입술 위를 덧써간다.

이쪽의 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은은한 열로 가득 차있었다.

어딘가 비틀린, 미열과 같은 뜨거움.

 

 

주인에게 이런 수고를 들이게 하다니, 대단한 잡견이네.

 

..............................미안해요............

 

 

눈을 내린 내게,

 

 

....................!

 

 

그녀는 일어서서, 마음껏 뺨을 때렸다.

뜨겁다.

뺨이 뜨겁다.

몸에서 거기만이, 열이 있는 것 같다.

차가워졌다.

그 날부터, 나는 굉장히 차가워졌다.

마음속부터 전신에 멀리 퍼질 정도로, 지독한 추위에 떠는 것이다.

 

 

.....! .....! 아앗!

 

 

분노에 찬, 그녀는 내 몸을 찼다.

첫 번째 타격에 나는 의자에서 넘어져, 두 번째는 배에, 세 번째는 얼굴을 맞았다.

나는 쓰러진 채로 당한 채.

아무 의욕도 솟아나지 않는다.

지독하게 추운 몸은, 고통마저 못 느끼기 시작했다.

 

 

................!

 

 

어깨로 숨을 쉬면서, 유키노시타는 내 머리카락을 꽉 잡고, 힘껏 끌어올린다.

결국 여자 힘이다, 겨우 상반신을 약간 일으키는 정도밖에 못 한다.

 

 

..............!

 

 

머리카락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뺨을 쳤다.

바로 정면으로 얼굴을 되돌린다.

유키노시타의 얼굴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본 적 없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듯한 분노가 그녀를 채우고 있다.

 

 

....................!

 

 

맞은 시점에서 꽈당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상처 날 리 같은 건 없다.

정전기 같은, 희미한 자극이 밀려올 뿐.

괴롭다.

다만 괴롭고, 미안하다.

그녀에게 빼앗아버렸다.

그 눈 녹은 때의 꽃처럼 가련한 미소를.

그녀의 마음을 다시 언 땅으로 바꿔버렸다.

상처 입혔다.

가해자는 나다.

그녀는 피해자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무슨 행동을 당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말할 권리가 없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내게 초조함을 숨기지 못한 채, 마지막에 마음껏 뺨을 때리고, 그녀는 손을 떼어 놓았다.

쿵하고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찡하고 스며드는 뺨의 아픔이, 몸에 열을 준다.

그런데도, 예전의 체온은 되찾을 수 없다.

 

 

.......................

 

 

쓰러진 나를 보고, 유키노시타의 눈의 색이 바뀐다.

 

 

, 미안해요...........

 

 

떨면서, 그녀는 사죄하는 말을 입에 담는다.

 

 

무심결에, 화가 났어. 악의는 없었어, 그러니까 용서해줘, 용서해 주세요.

 

 

날 끌어당겨 안으며, 매달리듯이 가슴에 얼굴을 꽉 누른다.

 

 

용서해줘, 용서해줘..........이제 안 해, 이제 안 할 테니까........

 

 

망가진 라디오 카세트처럼, 그녀는 사죄를 반복한다.

 

 

이제 안 할 테니까, 싫어하지 말아줘........ 착하게 있을 테니까.........

 

 

당황한 상태로, 유키노시타는 자신의 몸을 꽉 대기 시작한다.

 

 

내 몸,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어떤 거라도 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라며 버려진 강아지처럼 허약하게 우는 얼굴로, 유키노시타는 말한다.

 

 

나를, 거절하지 말아줘...................

 

 

목에 달려들어 안겼다 생각했더니,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망가진 상태다.

아니, 망가져버렸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사람은 망가졌다.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상대에게 거절 받아, 맥없이 망가졌다.

내가, 부숴버렸다.

 

 

코마치야? 미안, 오늘도 동아리 친구 집에 묵을 테니까

 

? 굉장하네 오빠, 고등학교 데뷔 성공?

 

아무튼 그런 거야. 했어도 고 2때부터지만 말야.

 

 

쓴웃음지은 내게, 통화중인 저편에서 코마치는 의아한 듯이 말했다.

 

 

...........괜찮아?

 

뭐가?

 

아니, 오빠 요새 계속 상처나니까........

 

..........근처 고양이라든가 개와 놀았더니 이래. 볼에 든 멍이라든가는 캐치 볼 하다가 미스났을 뿐이야.

 

.............그러면, 괜찮은데

 

이제 됐지? 그럼 끊는다.

 

............... 잘 자.

 

 

통화를 끝낸 직후,

 

 

.......................!

 

 

귀에 고통이 밀려왔다.

보면, 오른쪽에서 커터 나이프가 빛나고 있다.

 

 

고양이와 개라... 주인에게 심한 표현이잖아.

 

 

쿡쿡 웃으면서 유키노시타는 커터 나이프로 귓불 위를 덧쓰고,

 

 

말투가 거친 하인에게는, 벌이 필요하네.

 

 

배인 피를, 혀로 빨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음에는 마음껏 상처를 깨물었다.

 

 

..............!

 

 

파내듯이, 상처를 후비듯이, 그녀는 요령 좋게 깨물었다.

밀려오는 아픔에 신음할 때마다, 유키노시타는 즐거운 듯이 웃음소리를 낸다.

 

 

좋은 소리네, 히키가야 군. 귀 씹는 느낌이 좋아.

 

 

, 하고 마지막에 한 번 깨물고, 유키노시타는 내 등에서 떨어졌다.

 

 

밥이야. 식기 전에 먹으렴.

 

 

주방에 갔지만, 테이블 위에 식기류는 한 세트 밖에 없다.

 

 

어딜 보고 있어? 밑이야.

 

 

바닥을 보자, 물과 밥이 담긴 접시가 각각 놓여 있었다.

 

 

하인이니까, 이걸로 충분하지?

 

......................그래

 

 

교실 밖에서, 이렇게 된 그녀에게 대답한 건 꽤 오래간만이었다.

 

 

..................! 히키가야 군

 

 

낭패한 그녀가 뭔가 말하기 전에, 단언한다.

 

 

그 말 대로다.

 

 

끄덕이며, 나는 그릇 앞에 무릎 꿇으려한다.

 

 

........!

 

 

차였다.

얼굴, 옆을 맞아서.

또 넘어졌다.

엉뚱한 화풀이인 마냥 그릇을 차버렸다.

물이, 바닥을 적셨다.

 

 

..........!

 

 

몇 번인가 차였다.

얼굴도, 몸도.

배를 밟히기도 했다.

 

 

하앗, 하앗, 하앗, 하앗.............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어깨로 숨을 쉬는 중이다.

체력은 조금도 늘어나지 않는다.

 

 

~~~~~~~아아!

 

 

혼신의 발차기다.

명치에 깊이 박혀, 참지 못하고 토했다.

위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던 이유로, 투명한 위액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몇 번이나 기침했다.

 

 

......................

 

 

그것이 발단이 되었을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표정을 바꿨다.

 

 

「ㄸ, ..............

 

 

재미있을 정도로 안색이 파래진, 그녀가 나를 꼭 껴안는다.

 

 

미안해요 히키가야 군, 미안해요..............!

 

 

일어나려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다.

 

 

, 가면 안 돼............! 싫어............!

 

 

필사적으로 내 몸에 매달려, 어떻게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응읏...........응응읏.............!

 

 

억지로 입술을 억누르고 몸을 가까이 댄다.

여자로서의 무기마저 써서, 그녀를 나를 옆에 두려고 한다.

 

 

가지 말아줘, 가지 말아줘 히키가야 군.............! 부탁이니까...........!

 

 

어린 아이 같은 그녀를, 하지만 난, 껴안을 수도 없다.

그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열이 이 몸에는 남지 않았다.

한 번 거절해 버린 내게, 그럴 권리는 없다.

그러니까,

 

 

.............!

 

 

자그마하게 부푼 곳에 닿자, 유키노시타는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히키가야 군............

 

 

내게는 이제, 욕정한 체 하지 않으면 그녀를 만질 수 없다.

제정신으로는 아니고, 제정신으로 네게 손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유키노시타에게 전하기 위해.

하지만,

 

 

기뻐............... 이런 나라도, 필요로 해 주다니..............

 

 

이런 접촉으로도, 유키노시타는 기쁨을 얻는다.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이걸로는 안 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접촉하는 것마저 그만두면, 유키노시타는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그러니까, 그만둘 수는 없다.

 

 

유키노시타...................

 

 

욕정한 채로 끌어안은 팔 안에서, 유키노시타는 망가진 미소를 보인다.

그건 몹시 처참해서, 그러면서도 무서울 정도의 색기가 배여 있었다.

 

 

히키가야 군, ~말 좋아해................

 

 

사랑하는 사람의 녹아들 것 같은 미소에, 가슴 속 욕망이 솟구친다.

그렇게 해서, 평소와 다름없는 밤을, 나는 그녀와 보냈다.

그녀가 잠에 떨어질 때까지, 계속 껴안았다.

망가져버린 그녀의 마음이, 부서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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