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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입니다. ②-5처럼, 예외편 취급. 넘버링 되고 있잖아 라는 츳코미는 없는 걸로(웃음)

굉장히 단 얘기로 할까 생각했습니다만... 왠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 개로 끝나지 않았다. ...여러가지로 미안해요. 반성은 하지 않지만요.

 

결혼⑤의 끝으로 만족해 주신 분들은, 그 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본편⑤-8 후편의 계속입니다. 하지만, 테마를 약간 빗나가게 했습니다. 요점은 결혼①처럼, 얻기 위해서 잃는 이야기입니다. 단 미래에는, 씁쓸한 과거가 없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단적으로 말하면... 아수라장 이야기입니다.

사실, 역시 하치x유키가 가장 분쟁도 적지 않을까, 하는 결론으로 뛰어가고 싶어집니다.(웃음)

============================================================================================== 

 

⑨후일담 이를테면, 이런 허니문.(전편)

 

 

『...언니, 왜 저렇게 했어』

 

『저런 거? ...아아, 그거야 물론, 유키노 짱 때문인 게 당연하잖아?』

 

『..........』

 

『그도 그럴게, 유키노 짱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그럼 누군가가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잖아.』

 

『............』

 

『저기, 유키노 짱. 설마라고는 생각하는데, 그 애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요?』

 

『..............』

 

『나는 너무 했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바른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으응, 바른지 어떤지는 상관없어... 난,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인 걸. 아무튼 그렇게 말하면, 유키노 짱 때문이었는지도 미묘하지만 말야』

 

『.............』

 

『유키노 짱, 그건 상냥할 작정일까나. 유키노 짱은 아직도, 언젠가 그 애들이 알아줄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는 거야?』

 

『..............』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유키노 짱』

 

『...............』

 

『유키노 짱 혼자가 뭔가 말해서 바뀌다니, 자신감도 지나쳐.』

 

『...............』

 

『유키노 짱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그 악의를 어떻게 다른 데로 돌리고 가는 거예요. 어떻게 이용해서, 어떻게 두드려 잡을지. 그걸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잡히는 건 이쪽이니까.』

 

『................』

 

『모를까나. 유키노 짱이라면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아요.』

 

『......헤에, 왜?』

 

『그건...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언니는 역시, 잘못됐다고 생각해』

 

『흐음, 모르는데?』

 

『...그래요. 몰라도, 알아. 언니의 방식은, 언니의 생각은, 어딘가, 잘못됐어.』

 

『...............』

 

『언니의 방식을, 난 받아들일 수 없어.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러면, 너무도 희망이 없잖아.』

 

『................』

 

『...난, 언니와는 달라』

 

『................』

 

『그러니까 이제, 내 문제에 손대지 마. 그런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그래. 알았어, 그렇게 말한다면, 이제 난 유키노 짱을 돕거나는 하지 않아.』

 

『...............』

 

『도와는, 주지 않을 테니까』

 

『...............』

 

 

어째서 알아주지 않는 걸까. 여동생인데. 단지 둘 뿐인, 자매인데.

 

그런데, 어째서.

 

 

          ×          ×          ×

 

 

쾌청한 7월의 푸른 하늘 아래, 나는 아직도 익숙지 못한 감촉의 핸들을 잡으며, 조심조심하는 상태로 엑셀을 밟는다. 몇 년이나 손 때나게 오래 쓴 탓인지, 우리 집의 패밀리카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터음을 내며 가속한다. 아버지 빨리 새로 사서 바꿔 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이렇기 때문이야말로 부딪히거나 해도 불평 정도로 끝나니까, 그런 면을 생각하면 엇비슷한 생각도 든다.

표지를 힐끗 보고 속도를 확인하면서 안전 운전. 약간 뒤차가 재촉하는듯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걸 신경 쓰다가는 언제 미스할지 모르니까 무시다. 뒤차도 포기해 줬으면 한다. 초보운전 마크 보이잖아. 즉 그런 거예요.

하고 마음속으로 한창 불평 중인데... 전방 및 미러 확인에 힘겨운 내 옆에서, 자비 없는 한마디가 퍼부어졌다.

 

 

「히키가야 구-운, 느려-어. 좀 더 스피드 낼 수 없어?」

 

「...잠시 가만히 있어 줄 수 없습니까. 지금 진짜 이러니까」

 

「무으~...」

 

 

내가 딱 잘라서 말한 탓인지, 약간 불만기 어린 표정인 옆 사람은, 불쑥 기분이 나쁜 듯이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 여유는 없는 상황이지만, 살짝 그쪽으로 눈을 돌린다.

약간 정도 열린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으로, 세미 롱인 요염한 흑발이 산들산들 춤추고 있다. 밖을 향한 그 옆모습은, 턱부터 목덜미에 걸쳐 매끄러운 라인을 그리고 있고, 여름 한창인 햇볕 속에서도 여전히 희고, 치밀한 피부가 눈부시다. 올해 샀다고 한 새하얀 원피스인데도, 그건 잘 빛나고 있다. 아무튼, 나한테는 작년 산 것과 디자인 차이를 알아보는 건 어려웠지만.

 

 

「...히키가야 군, 앞을 보세요, 앞」

 

「............아, 미안해요.」

 

 

눈치 채면 힐끔할 경황은 아닌 시간까지 봐 버린 것 같았다. 그보다 이 사람, 보이고 있는 건 눈치 챈 것 같다. 이쪽을 되돌아 볼 것도 없이 그걸 거침없이 말해버리는 걸 보면, 무서운 센서를 지닌 감도다.

 

 

「그렇게 날 바라보고 싶으면, 차에서 내리고 나서 얼마든지 보게 해줄 텐데.」

 

「...아니, 그다지 그런 건 됐고」

 

「에, 그건 뭐야, 너의 얼굴은 보고 싶은 것도 아니라는 거? 누나 슬픈데」

 

「........저기요.」

 

「알고 있다고. ...후후」

 

 

한숨 섞인 내 어조에, 그녀는 즐거운 듯한 미소로 응한다. 앞을 보라고 들었던 바로 직후고, 실제 보지 않았고 어디서 그랬는지 모르니까 그 표정은 볼 수 없지만, 아마 평소와 같은 미소를 띠고 있는 걸까.

끝까지 읽을 수 없을 정도의 의미나 시사를 내포하면서, 그걸 눈부심으로 덮어 가리는 태양 빛처럼 미소 짓는다.

몇 년 전에 만났던 때부터 변함없는, 그녀의 단골손님 같은 표정을.

아무튼, 보지 않아도 안다. 익숙해졌다고는 하지 않고, 앞으로도 익숙해질 것 같지는 않지만.

 

 

「으~응, 그렇다고는 해도 재미없네.」

 

「...뭔가요? 아아, 내 리액션입니까.」

 

 

그 정도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와서 재미없다고 해도 곤란하다.

 

 

「얼마나 비굴할까-. 여전하다고 할까...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팔을 뻗어 백미러를 만진다. 호리호리한 손목이 묘하게 요염해. 좀, 사람이 운전하고 있을 때 그걸 만지작거리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생각했지만, 특별히 그걸 움직이지도 않고, 다만 그저 내게 후방을 봤으면 한다고 재촉했을 뿐인 것 같았다.

 

 

「...뒤가 무슨 일인가요?」

 

「아니~, 추격자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는 있을까 생각했는데」

 

「...추격자라니」

 

「역시 이런 때는 카-체이스(Car-Chase)일까 생각했는데. 뭣하면 내가 대신 운전해 주려고 생각했는데」

 

「그만해 주세요, 그런 뒤숭숭한 말은」

 

「어머, 내 걱정 해 주는 거야?」

 

「자신의 걱정을 하고 있는 거예요.」

 

「...너무해, 그거 나한테 포인트 낮아요?」

 

 

나로서도, 그렇게 사람의 여동생이 잘 하는 재주를 괴로운 듯한 얼굴로 쓰는 건 포인트 낮은데요. 그리고 이 사람이 핸들을 잡는다는 것도 그 이상으로 포인트가 낮았다. 그녀의 운전은... 그녀답게 완벽해서 정확무쌍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무서운 것이다. ※경험담.

 

 

「그건 어쨌든... 뭐어, 오지 않겠죠, 과연」

 

 

추격자라든지, 카-체이스라든가. 영화가 아니니까.

 

 

「에-, 그럴까나. 그 정도 해 줘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못된 장난을 공유하듯이 곁눈질로 힐쭉 웃는다.

 

 

「그도 그럴게 우리들... 결혼식에서 빠져 나왔어요?」

 

「................」

 

 

그건, 방심하면 한 순간에 빠져버릴 듯한, 고혹적인 포즈였지만.

 

 

「............아니」

 

 

나는 멋없게도 츳코미를 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타인의 결혼식이잖아요.」

 

「아하하, 어때? 사랑의 도피라는 것처럼 들렸어?」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 물어보는 그녀에게, 나는 어깨를 움츠릴 뿐이다. 운전 중이고, 그 정도 밖에 할 수 없기도 하다.

 

 

「...애초에 저, 초대받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마음대로 「우리들」이라고 묶지 말았으면 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결혼식이라는 것보다는 그 후의 피로연에서 이 사람이 자리를 떴을 뿐이다. 그래서 악질적인 강도가 줄어드는가 하면,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지만. 오해를 일으키는 발언은 하나하나 깨야 한다.

아무튼, 어떻게든 말해서 회피하려고 해도, 내가 그 한쪽을 현재 진행형으로 짊어지고 있음에 변함은 없겠지만.

 

 

「...그보다, 괜찮습니까. 일단 내빈이었을 텐데」

 

「괜찮아괜찮아. 내빈은 많이 초대받고 있으니까. 거기에 아버지도 있고.」

 

 

남겨진 쪽은 곤란할 텐데. 수습도 포함해서 완전히 떠넘기기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인상 나쁘겠죠. 잘 모르겠지만.」

 

「인상이네. 그렇다고 해도 저 쪽도 나하고 거의 안면 없고, 있어도 없어도 그다지 다를 바 없어요.」

 

「하아, 그런 건가요.」

 

 

내 맥 빠진 맞장구 뒤에, 그녀가 킥 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튼, 그 정도 사람들이라면 길게 연관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응」

 

「......미소가 무서워지고 있어요, 유키노시타 씨.」

 

「어머, 그래?」

 

 

그럴까나 하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결코 그렇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앞 밖에 보지 않았으니까 나도 시인한 건 아니지만, 이것도 뭐, 보지 않아도 아는 그런 것이다. 이런 말을 할 때의, 그녀의 표정이 얼마나 어두워서 바닥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것 정도는.

뭘 근거로 그렇게 결론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것도 그녀의 계산 결과겠지. 그 연장선상에, 그녀의 지금의 행동이 있다. 저울에 달아 가벼운 쪽을 잘라 버렸다. 그녀에게는 그것뿐인 얘기다. 그런 면은, 옛날부터 변함없다.

아니, 혹은.

 

 

「오늘은 선약도 있었기도 하고. 그거야 선약을 지키는 게 예의라는 거 아냐?」

 

「...그런가요.」

 

 

그 선약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그녀에게 중요했으니까, 계산이라든가 제쳐놓고 저울에 얹을 필요도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포함해서 다시 생각하면, 계산이 앞인지 결론이 앞인지, 이제 와서는 미묘한 라인이었다.

 

 

「...빨리 만나고 싶은데」

 

 

그런 군소리가, 들려오고 있으면, 그렇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설마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아까 전, 부끄럼을 감추려 했다거나는 아니겠죠.」

 

「에-, 무슨 말일까나?」

 

「아니, 아무튼 전 어느 쪽으로도 괜찮습니다만...」

 

 

저런 간이 차가워지는 듯한 부끄러움 감추기, 어느 구석이나 무엇 하나도 귀염성은 없지만.

...단지 그런 사람이다. 그만한 교제가 되어 버렸고, 옆에 있으면 조금은 알게 된다.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꽤 솔직하지 않다. 솔직하지 않음이 너무 지나쳐서 이따금 자신의 본심조차 어딘가에 두고 올 지도 모를 사람이라고. 말하고 보면, 행동 원리가 자신을 능가해 버리는 사람이라고.

난 그것을, 몇 년 전부터 알고 있다.

 

 

「무슨 일이야, 히키가야 군?」

 

 

문득 골똘히 생각해버렸기 때문인지, 그녀가 이상한 듯이 얘기해 온다.

 

 

「...아니, 별로」

 

「그래. ...그런데 히키가야 군」

 

「네?」

 

「아까 전 나를, 『유키노시타 씨』라고 불렀지요?」

 

「...아-, 그랬던가?」

 

「불렀어. ...정정 해 줬으면 하는데」

 

「................」

 

「자, 빨리」

 

「............미소가 무서워지고 있어요, 하루노 씨」

 

「좋아. ...그렇다고는 해도 전반 부분까지 리피트 하다니, 좋은 배짱이네」

 

「아, 아니, 그래도 정정하라고 말하니까... 우와, 진짜 무서워요 그 미소. 가 아니라 보세요, 지금 운전 중이니까.」

 

「호오호오... 그런 변명이 누나한테 통한다고 생각해?」

 

 

약간 리얼한 생명의 위험에 직면해 위축되고 있는 내게 가차 없이, 그녀―――하루노 씨는 조금씩 다가오면서 대담하게, 그리고 사납게 미소 지었다. ...아니, 진짜 운전 중에는 위험하니까 좀 봐주세요. 그리고 내 가슴의 두근두근은 어디서 왔을까. 두근거릴 여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          ×          ×

 

 

그 후에 대해서 조금만, 말해보려 한다.

 

 

「――――, ―――――――――.」

 

 

하루노 씨의 말이 귀에 닿아, 내 사고를 멈춰 버린, 그 후.

 

 

「잠ㄲ...거, 거기! 뭐, 뭐하고 있어!?」

 

「어...」

 

 

정지한 날 무리하게 재기동시킨 건 유이가하마 유이의 그런 말이었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반사적으로 뒤돌아보면, 유이가하마가 척척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화내고 있는 것 같고 얼굴이 약간 빨갛다.

나와 하루노 씨의 근처까지 와서, 그 발을 멈추고, 으으ー하는 식으로 나와 그녀의 얼굴을 교대로 노려본다. ...뭐어 노려볼 작정이겠지만, 좀 더 무서운 사람들이 노려봐왔던 대상인 나는 내성이 생겼고, 하루노 씨는 하루노 씨대로 시원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다만 기백만은 충분한 것 같아서, 나는 약간 위축되면서 얘기한다.

 

 

「왜, 왜 그래 유이가하마」

 

「힛키-...하루노 언니하고 무슨 얘기 했어?」

 

「...뭐라니」

 

 

뭐라고 해봤자. 아니, 나도 잘 몰라. 아니, 들은 말의 의미는 알고 있는데, 의미를 알 뿐 사고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할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어디선가 표류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머리 한쪽 구석이 공전한 결과 열폭주 해서 멍하다고 할까. 응, 내가 하고 있는 말도 꽤 의미를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는 도중에, 거기에 끼어들어 온 한 사람.

 

 

「어머어머, 가하마 짱 신경 쓰이는 거야?」

 

 

말할 필요도 없다고 할까, 하루노 씨였다. 내 뒤에서 유이가하마에게 다가가면서, 생긋 미소 짓는다.

 

 

「나와 히키가야 군의 비밀 얘기였는데 말야... 그렇게 듣고 싶다면, 가르쳐 줘도 좋은데」

 

 

가르쳐 줘도 좋다고 하면서, 그 미소는 들으면 후회해요 하고 경고하는 듯한 으름장을 포함하고 있다. 외부인을 배제하려는 철저한 미소. 대단한 미소를 짓는 고등 기술이다. 특허 받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

 

 

주춤, 하며 유이가하마는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하루노 씨와 몇 번 정도 대면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미소에 노출된 경험은 별로 없겠지. 그야말로, 칠석 때 불꽃놀이 정도 밖에.

그런데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걸 보면, 의외로 담력이 있는 유이가하마였다.

 

 

「힛키한테까지, 참견하지 말아주세요.」

 

「응-, 그럴 생각은 아닌데?」

 

 

분명 노려보는듯한 유이가하마의 시선과 그 도발에 응하는 듯한 하루노 씨의 미소가 교착한다. 두 명 사이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긴장 같은 것이 지나간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으로, 하루노 씨가 어깨를 움츠려 후훗하고 소리를 내며 미소를 느슨하게 풀었다.

 

 

「슬슬 출발이지요? 난 이제 차에 탈 테니까. 가하마 짱, 히키가야 군에게 볼 일이 있는 거지?」

 

「...네. 힛키, 유키농이 협의한다고 하니까. 여기로 와」

 

「아, 아아. ...그런데 어이, 잡아당기지 말라고」

 

「됐으니까」

 

 

유이가하마에게 갑자기 팔을 빼앗겨, 척척하고 끌려간 탓으로 다리가 엉킬 뻔 한다. 어떻게든 자세를 정돈해 얼굴을 들자, 유이가하마의 등과... 그 앞에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우와」

 

 

뭐라고 할까, 무섭게 기분이 나쁜 것 같은데. 언제나 영하인 그 시선은, 한층 더 온도를 내려 절대 영도 영역까지 도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시선이 나를 향하는 중이다. 일격 필살로 심장을 얼어붙게 하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차가움이었다. 저것 명중률 3할 아니었나요.

 

 

「기, 기다려 줘 유이가하마...그렇다고 할까, 기다려주세요.」

 

「......싫어.」

 

 

이쪽도 꽤나 기분이 나쁜 것 같다. 대답 정도는 해 줬지만, 팔을 풀어 주거나 멈추거나 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확실히 형장으로 가는 죄인의 기분. 노래 같은 걸 흥얼거릴 여유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기다린다고 해도, 좋은 일은 없을 것 같구」

 

「어, 뭐야 그건?」

 

「...아무것도 아냐」

 

 

한층 더, 팔을 잡는 힘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있잖아, 그렇게 관절을 고정하면 꽤 아프다고? 히라츠카 선생님도 아니고, 아마 초보자라고 생각하지만... 초보자 고로 힘이 들어간 부분이 위험한 건지, 극히 좋은 느낌이었다.

 

 

「.............」

 

 

왠지 모르게 단념해서, 끌려가는 대로 맡기기로 한다. 어느 의미로, 이후에 예정되어 있는 협의 등에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살짝 뒤돌아본다.

그녀는 먼저 가고 있겠다고 하면서 아직 거기에 서 있었다. 나와 눈이 맞자, 슥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볍게 대고 생긋 미소 짓는다. 그리고 우아하게 휙 등을 돌려서 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아까 전 귓전으로 속삭인 말이, 머릿속에서 반향한다.

나 이외에 아무도 듣지 못한, 내게만 향했던 말을.

그건 그 진위를 의심하지 못하게, 주도면밀하게 준비된 말.

오해할 틈을, 도망칠 틈을 주지 않도록 계산된 말.

진짜 몇 초 안 되는 중에, 있었던 가열을 숨긴 그 말은.

내 어딘가를 확실히 관철해, 제대로 꿰뚫어 고정시킨 것 같았다.

그녀의 독기에 침식되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건지, 혹은 그녀의 냉기에 침식되어 깨어 있는지조차 모를 그 머리로,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한다.

계속 끝없이 도망쳐 왔지만, 마침내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져 버렸다, 고.

 

이제 도망칠 수 없다고, 자각해 버렸다.

 

 

          ×          ×          ×

 

 

봉사부 동계 합숙 1일 째를 마친, 밤.

나는 사람이 없는, 호텔 로비 한 귀퉁이에 있는 소파에서, 멍하니 캔커피를 한 손에 들고 앉아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호텔에는 MAX 커피 같은 대용품은 두지 않았다. 메이저만 있다. 메이저로만 흐르지 말고, 이문화 교류라든지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호텔 경영방침에 불평도 하고 싶어졌지만, 아무튼 말해도 어쩔 수 없고.

 

 

「...역시, 충분히 달지가 않군.」

 

 

한 입 마시고, 목을 돌린다. 일단 카페오레를 선택한 생각이었지만, 그 연유 레벨의 달콤함이 표준인 내게는 어딘가 부족했다. 뭐야 저건, 중독이라도 된 건가. 역시 나에게 부족한 건 당분이 아니라 MAX 커피분이라는 이유일까. 아, 왠지 의식하면 손까지 떨리고 있습니다만... 아니 거짓말인데.

캔커피를 눈앞의 높이가 낮은 책상에 두고, 소파에 기댄다.

 

 

「아-...어쩐지, 지쳤다.」

 

 

출발 전의 어수선함도 그랬지만, 아무튼, 그 뒤도.

하루노 씨의 내습과 그 폭탄 발언 미수에 의해서인지,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의 경계심은 꽤 높아진 것 같았다. 유이가하마가 경계하는 건 모르지는 않다. 하루노 씨가 유키노시타 앞에 나타나면 변변한 일이 생기지 않는 건 몇 번이나 경험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있는 것만으로 주위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나한테 쓸데없는 간섭하는 걸 간과할 수 없겠지. ...실태를 말하자면, 참견할 경황은 아닌 듯한 생각도 들지만.

하지만, 사정을 알고 있을 유키노시타까지 이 정도로 기분이 나쁜듯한 이유는 뭘까. 아무튼 확실히,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의향을 무시해 소규모의 혼란을 일으키려고 한 것이고, 불필요한 말을 더 이상 하게 하지 않는다는 압력은 느낀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결국, 잘 모르지만.

그리고 그런 경계심을 가차 없이 느끼고 있을, 바로 그 본인... 하루노 씨는 아랑곳하지 않은 듯이 평소 그대로였다. 차내에서도 조수석에서 운전석의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장난을 계속하면서, 뒤의 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에게 태연히 말을 건넨다. 매정한 대답에 질린 모습도 없고, 잠시 하다 질렸는지 지쳤는지, 중간에 점심식사를 할 때까지 쿨쿨 잠들어 버렸다. 하루노 씨가 잔 뒤의 안도감만은, 차내의 전원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폭풍우와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재해로 지정되어도 손색없는 레벨로. 하루노 씨 주의보라든지 있으면 굉장히 편리. 도망가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일찍이 찾아낸 법칙 같은 건 아직도 건재했던 것 같다. 하루노 씨라고 하는 열대 저기압이라고 할까 태풍이 일시적으로 떠난 뒤, 찾아 온 건...맹렬한 한파였다.

요점은 유키노시타가 발분해 버렸던 것이다. 하루노 씨가 관광한다고 말하고 없어진 뒤의, 다른 학교와의 토론회에서.

확실히 저 쪽은 미지근한 동아리였다. 인원수만 많아, 안이한 친절심과 어중간한 행동력으로 성립되고 있는 듯한 활동 내용인 건, 내가 봐도 일목요연했다. 배부된 자료에도 그것이 여실하게 드러나 있고, 이건 유키노시타에게 태클당하겠군 하고 쓴웃음이 나왔을 정도.

하지만, 그건 가벼운 츳코미로는 끝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됐다고 명기되어 있습니다만. 그렇게 단언하기에는 그 후의 경과 관찰이 빠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으로 유키노시타가 말하기 꺼냈을 때, 흐리멍텅한 쓴웃음이 일어난 건 확실하다. 동료에게 찔린 보고자가 히죽거리며 거기에 회답한다.

그러나 그들도, 언제까지나 웃고 있을 수 없었다.

 

 

『과연, 목표수치를 웃돌고 있다, 고. 하지만 이 목표로 해도, 어떤 기준으로 정해진 것인지 의문이군요. 근거로 삼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그것을 보여주세요.』

 

 

유키노시타가 입을 열 때, 주위의 미소가 얼어 가는 것이 명확히 보인다. 목표의 근거는, 그 달성에 있어서의 효용은, 수단은 적절했는지, 목적과 행동의 불일치에 대해, 투입한 인원수에 비해 결과가 너무 작다... etc.

처음에 적당히 받아 넘기려 했던 회답자도, 질문이나 이의가 거듭되는 동안 점차 궁지에 몰려, 수중의 자료를 펄럭펄럭하고 넘기기 시작한다. 물론 적당히 만든 것 같고, 뭔가 의지가 되는 정보 같은 게 거기에 쓰여 있을 리가 없지만. 그 안색은 수치인지 분노인지 중간에 한 순간 빨개졌지만, 그로부터 급전직하로 퍼런색으로 변해간다.

뭐라고 할까, 문화제 실행 위원회를 방불케 할 정도의 날카로움이었다. 태만이나 짜고 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걸 들추어내서 규탄한다. 유이가하마나 저 쪽의 고문이 도중에 수습하지 않았으면, 회답자의 TKO가 선고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튼 사실상 KO 같은 거지만. 보고 있자니 약간 불쌍해질 정도였다.

그건 그녀답다면 그녀답다. 서로 간 활동의 한층 더 발전을 위해, 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상, 이 토론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건 결코 잘못된 건 아니고, 그녀의 추궁에도 또한 이유가 있어서, 저 편에서 반론할 수 없을 정도로는 옳았다.

다만, 그녀답지 않다고 하면 답지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상은 아니다. 유키노시타는, 분명히 무리하고 있다. 너무 분발하고 있다. 마치, 뭔가에 초조해 하듯이. 뭔가에 애타고 있는 듯이.

그건, 오늘 아침부터 느끼고 있는 그녀의 태도와 어딘가 연관이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야아, 언짢은 표정 짓고 있네, 청소년」

 

「............어?」

 

 

눈치 채자, 내 눈앞에 하루노 씨의 얼굴이 있었다.

나는 로비의 소파에 늘어져, 머리를 멍하니 위로 향하고 있었지만, 그걸 위에서 들여다보는 모습이 된다. 하루노 씨의 얼굴이 오렌지색의 조명을 차단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요염한 머리카락이, 조명을 반사해 빛나고 있다.

 

 

「옆에, 괜찮아?」

 

「...맞은편으로 해 주세요, 적어도」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소파를 돌아...테이블까지는 가지 않고, 내 옆에 앉는다. 그런데, 어이.

 

 

「...사람의 말을 들었습니까?」

 

「들었어요? 들었을 뿐이지만.」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생긋 웃는다. 그녀의 손은 아이스 티 캔을 쥐고 있다. 그걸 나처럼 테이블 위에 두었다.

 

 

「...잠 자지 않습니까?」

 

「시즈카 짱의 술 상대 하고 있으면 지쳐 버렸어.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어서 말야.」

 

 

그 사람, 이런 곳에서까지 술 마시는 건가요... 수학여행 때도 술 사러 간다든가 뭐라 말했었지. 라면까지 먹고는, 이 사람 심상하지 않다고 할까, 벌써 뒤늦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 건 비밀이다.

 

 

「히키가야 군은 자지 않아?」

 

「뭐어, 약간 잠들 수 없어서」

 

 

추가로,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조속히 쉬는 것 같았다. 유키노시타의 토론회에서의 모습을 보면, 안 그래도 적은 체력이 버틸 수 없는 것 같았고. 타당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이라는 건 지치지요-. 익숙해지지 않는 곳에서 숙박하기 때문인지, 그렇게 잤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나는 그런데도 익숙해진 편이라고 생각하지만요. 히키가야 군도, 베개가 바뀌면 잘 수 없는 타입?」

 

「글쎄... 뭐, 여동생이 근처에 없으면 안심하고 잘 수 없다고 할까...」

 

「대단한 시스콘이네. ...누나 약간 질렸어요.」

 

 

하루노 씨가 약간 소파에서 이동한다. 나에게서 멀어지듯이. 나도 약간 놀랐다. 자신의 시스콘 상태에. ...그것과 그런 수상쩍은 말을 사람 앞에서 흘려버린 자기 자신에게.

 

 

「아-, 저기. 역시 지금은 없었던 일로...」

 

「그래? 아무튼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그런 어쩔 수 없는 면도 다 포함해서, 좋아하고」

 

「.................」

 

「어라, 들리지 않았어? 다시 한 번 말해줄까?」

 

「...그만둬 주세요.」

 

 

아마, 평탄했던 채 소리를 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을 정도로는, 평탄하게.

 

 

「그만두라고 들으면, 그만두고 싶지 않게 되어버리는데」

 

 

그러나 그런 노력도 하루노 씨에게는 통하지 않은 것 같고, 하루노 씨는 히죽히죽하고 웃는다.

 

 

「히키가야 군이 잘 수 없는 이유는... 예쁜 누나한테서 고백 받았기 때문에, 라든지가 아닌 거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늘 아침 일에 대해서도 꺼낸다. 부끄러움도 뽐내는 일도 없이.

 

 

「............」

 

「그렇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틀린 걸까나?」

 

「...........그럴 리 없겠죠.」

 

 

나는, 한숨을 용수철 삼아 기대고 있던 소파에서 일어선다.

 

 

「옆에서 자고 있는 녀석의 자는 얼굴이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에요.」

 

「...그건, 토츠카 군?」

 

 

그래요, 그 말대로. 나는 천천히 입을 연다.

 

 

「네, 토츠카도 참 위험해요. 이렇게 약간 입을 반쯤 벌린 상태로, 쿨쿨하고 숨소리 내서. 잘 듣고 있으면 이따금 『음냐』라든가 합니다. 들은 적 있습니까, 순수하게 『음냐』라고 했는데 약삭빠름조차 느끼지 않는다든가 반칙이잖아. 속눈썹이라든지 남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길고 아름답고, 약간 식은땀이 살짝 보이는 앞머리라든지 진짜 위험해, 그리고...」

 

「...히키가야 군?」

 

 

갑자기, 거침없이 청산유수할 기세로 토츠카의 매력을 말하기 시작한 내게, 하루노 씨는 의아스러운 듯한 눈을 향한다. 나는 그 시선을 눈치 채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식으로 말을 계속한다.

 

 

「...목욕탕에서 갓 나온 모습이라든지도, 하얀 피부가 상기되어 있어, 눈에 비누가 들어가면 눈도 붉어서 눈물로. 그것만으로 보호욕구를 돋운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

 

 

하루노 씨의 눈동자가 점점 온도가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기가 막히고 있는 걸까. 마음껏 대화의 맥을 꺾으려는 나에게. 그것도 노골적으로, 적 앞에서 도망치려는 게 뻔히 보이는 모습에.

그렇다고 할까, 그걸로 좋다. 마음껏 기막혀 해준다면 좋다. 엄청나게 질려주면 좋다. 토츠카의 잠자는 얼굴이 내 토츠카 폴더에 새겨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 탓에 너무 두근거려 잘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스콘으로, 옆에서 숨소리를 내는 남자 얘기를 끝없이 계속하는 나 같은 놈에게, 상관하지 말아줘.

 

 

「...그런 이유로, 토츠카가 최고랍니다.」

 

 

말이 끝날 무렵에는, 약간 헐떡이는 감도 있었다. 호흡을 잊는다든가 얼마나 말한 거야, 난.

그리고, 필시 썩는듯한 눈으로 나는 하루노 씨를 노려봤다. 하고 싶은 말은, 그걸로 알겠지.

하루노 씨는 내 시선에, 차가운 안광으로 응했다. 나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듯한 뭔가 장엄하다고도 할 수 있는 눈동자. 거기에 계속 참을 수 없어서, 나는 시선을 돌려버린다. 다만 시야의 구석에서, 그녀가 눈동자를 느긋하게 닫고 그리고 다시 열었던 것이 보였다.

 

 

「......결국」

 

 

하루노 씨의 맑은 목소리가 조용히 닿는다.

 

 

「호의가 향해져도, 거절하는 거네, 히키가야 군은」

 

「.................」

 

「그토록 착각시키지 않게, 번거롭게 전했는데도」

 

「................」

 

 

아마, 그렇겠지.

 

이번에는 혹시, 나는 착각하고 있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렇게, 전해 왔으니까. 착각할 여지를 봉했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역시 믿을 수 없었다.

그녀 같은 사람에게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을. 그러니까, 거기에 평소 같은 거짓을 느끼지 않았다고 해도, 단순한 변덕이라든지, 마음의 미혹이라는 가능성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이 사람의 변덕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이번 한 달 반 사이의 작은 사건도, 그녀에게는 그 나름대로 큰 사건이었던 건 알고 있다. 그 동요로 발단한 귀신의 일사병이라는 것도, 있을 지도 모른다.

상대가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 그건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터. 나는 누군가의 가치관을 따라 살 수 있을 만큼 재치 있지도 않고, 그걸 연기해봤자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옛날에는 이래봬도 상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해 봤던 적은 있었지만, 어김없이 화근이 되었다. 그러니까 아마, 지금부터 해도 화근이 된다.

경멸 시키겠지. 내가 품고 있는 철학 같은 뭔가는, 아마 그런 종류다. 타인에게 경멸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사고회로. 그런데도 나는 그걸로 성립되고 있고, 그런 자신이 싫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간파되어 경멸된다는 과정을 밟는 걸 생각하면, 이번에야말로, 그런 자신이 싫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생각되어도 상관없는 상대라고, 특별히 감개도 떠오르지 않는 상대라고, 조금 전까지의 나라면 생각하고 있었을 테지만. 다만 이 한 달 정도 사이, 몰랐던 그 옆얼굴을, 몰랐던 그 위태로움을 봐 온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하아」

 

 

약간 짧은 한숨 뒤에,

 

 

「...정말, 히키가야 군은 어쩔 수 없네.」

 

 

차가운, 그런 목소리가 쏟아졌다.

 

 

「히키가야 군 같은 사람에게, 막혔다고 하면, 도움 받았다고 하면, 솔직히 말해서 부끄러워져.」

 

「...그러니까, 그것도 착각이에요.」

 

 

나는 그 때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막았던 것도 도왔던 것도, 내가 아니다.

 

 

「정말, 부끄러운 얘기네.」

 

 

그녀는 반복한다. 잘 설명해서 납득시키듯이.

그리고, 계속했다.

 

 

「이대로라면 내 체면에 관계될 정도로, 말이야.」

 

「......체면?」

 

「그래. 나를 막았던 사람이, 이런 한심한 남자애로 좋을 리가 없어.」

 

「...무슨」

 

「내가 좋아하게 된 애가 그렇다고,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

 

「...............」

 

「그러니까, 누나는 그 남자애를 갱생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어떨까나?」

 

「...어떻다니, 뭐가」

 

「응? 내가 히키가야 군을 계속 상대하는 이유. 적당히 날조해 봤는데」

 

「..................」

 

 

돌리고 있던 시선의 끝에, 그녀의 눈동자가 끼어들어 온다. 그 눈은, 여전히 기가 막힌 걸 보는 눈초리였지만.

 

 

「있잖아, 히키가야 군. 대부분의 이유 같은 건 뒤에서 어떻게라도 따라오는 거야. 감정이나 행동을 수식할 뿐인, 위안 같은 거야. 히키가야 군처럼, 이유를 최우선 하는 애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하나하나 행동에 이유를 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애라는 건 불편하네.

 

 

그러고 보니 그녀와 대치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던 생각도 든다.

 

 

「히키가야 군이 그걸 빼앗아봤자, 내 의지는 변함없어요. 유감스럽지만. 뭣하면, 그런 이유 없어도 돼. 적어도 난, 그렇게 해 왔고, 이렇게 해 왔으니까.」

 

「...그건」

 

 

과연 폭론이겠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그 정도의 재능과, 이유에 의지하지 않을 정도의 정신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고 싶은 듯이 할 수 없어서, 뭐가 즐거운 건지. ...뭐,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도, 최근까지지만. 이유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 왜 움직일 수 없는 건지, 알고 있을 생각이었지만... 응,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아.」

 

「................」

 

「그걸 가르쳐 준 사람은, 히키가야 군이라는 거예요.」

 

 

선택해야 할 길을 잘못하지 않았던 그녀. 잘못할 수 없었던 그녀. 그녀가 발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유가 필요했다. 미련과 후회를 긍정해, 뒤를 보기에 충분한 이유가.

 

 

「그런데도 난, 역시 이유를 절대시 할 생각으로는 될 수 없지만. 그런 게 없어도... 확실히 마음은 있는 거고, 사람은 움직이는 거야. 그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눌러 참는 건, 잘못됐어.」

 

「............」

 

「거기에, 너무 나를 얕보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슥, 하고 하루노 씨의 손이 뻗는다.

그건 내 머리카락을 매끈하게 어루만지고, 두 번, 세 번 가거나, 오거나 한다.

 

 

「이래봬도 사람 보는 눈은 자신 있는데. 히키가야 군 같은 사람보다, 계속 말이야.」

 

「...저기, 머리카락」

 

「이 정도는 상관없잖아. 닳는 것도 아니고. 아, 혹시 줄어드는 거 신경 쓰고 있어?」

 

「...............」

 

「당첨인가보네. ...뭐, 이런 느낌으로, 대체로 알고 있어요. 히키가야 군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꽤 전부터 알고 있어. 타인의 애완동물을 위해서 몸을 던질 정도의 터무니없는 바보라는 것도 들었던 적이 있었나」

 

「...바보라니」

 

「불쾌한 생각을 시킬 정도라면 처음부터 멀리하자는, 바보가 아니면 생각해내지 못해요. 그게 상냥함이라고 해도... 그렇게 멀어진 쪽의 입장도, 됐으면 하는데」

 

「.................」

 

「내가 말하는 것도 오만하지만 말야, 조금만 더 생각해 봐. 그 어쩔 수 없는 상냥함을 발휘하기 전에. ...이제, 대답을 재촉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

 

 

그리고 하루노 씨는, 내 머리카락에 대고 있던 손을 떼어 놓는다. 아이스 티를 한 모금 꿀꺽하고 마시고, 캔을 흔들면서 다시 입을 연다.

 

 

「히키가야 군,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고민, 들어주지 않을래.」

 

「...그건, 의뢰입니까?」

 

「달라요. 들어주는 것만으로 좋아. 이건 내 문제니까, 응」

 

「...아무튼, 들을 뿐이라면」

 

 

그걸로 좋아요, 하고 하루노 씨는 끄덕인다.

 

 

「나, 여동생하고 자매 싸움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최근 화해했던 바로 직후 아니었나요.」

 

 

내가 하려했던 건 대체...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오늘 단계에서 꽤 그거 같아지고 있던 것 같은데. 저것 이상을 요구할 생각일까.

 

 

「그건 그거. 이건 이거예요.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고... 양보할 수 없는 거니까, 더욱 더네.」

 

「하아」

 

 

상황이 다르다, 인가. 확실히 그건 그럴지도 모른다. 그녀와 그녀의 비틀린 관계는, 이전의 한 건으로 해소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지금이라면 서로 거리낌 없이 정면에서 부딪힐 수 있다, 그런 일도 있을지도 모른다. 이 자매에 대해 말하자면, 사이좋게 끈적끈적하고 있는 것보다도, 그쪽이 이 자매답다고 하면 자매답다. 투쟁심의 강함은, 언니와 여동생 모두 왕성한 것 같으니까. 양보할 수 없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저 쪽이 흥미가 없는 것 같아서. 아무튼 분명...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의 하루노 씨의 행적을 떠올려 본다. 선전포고라고 말한 것도. 오로지 유키노시타를 부추기는 듯한 언동을 펼치고 있었던 것도.

그리고 유키노시타에 대해서도 떠올려 본다. 뭔가에 초조해하는 듯한...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듯한, 그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건...이유, 인 걸까. 이유가 없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건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말로 움직일 수 없는 건지. 하루노 씨가 말하는 대로, 그건 뭔가를, 눌러 참고 있다는 걸까.

 

 

「나는, 한다면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거야. 이유 같은 건 어떻게든 좋다고까지는 이제 말할 생각도 없지만. 그런데도... 그 애가 이대로 침묵을 자처한다면, 진짜 이긴 기분으로는 될 수 없어.」

 

「..................」

 

「거기에... 여동생의 후물림이라 생각되면, 웃으려 해도 웃을 수 없으니까 말야.」

 

 

그렇게, 마지막에 왠지 내 쪽을 살짝 보면서 말하고, 하루노 씨는 일어선다.

그리고 어디에서 꺼냈는지, 호텔 키를 빙글빙글 돌리고, 그걸 쥐고는 짓궂은 장난을 치듯이 웃었다.

 

 

「그런데, 난 이제 방으로 돌아가지만... 어떻게 해? 토츠카 군 탓에 잠들 수 없지? 아, 그래. ...누나 방에라도, 올래?」

 

「........싫어요.」

 

 

나는 어깨를 움츠려 쓴 웃음을 띠며 그 말을 거절한다.

 

 

「좀 봐주세요. ...그쪽에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있으니까」

 

 

그런 맹수를 옆에 두고 잘 수 있을 정도로 내 간도 배짱이 두둑하지 않다. 아니 물론, 없으면 따라간다는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이 사람도 어느 의미로 같은 클래스고. 어느 쪽이든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천사의 자는 얼굴을 보고 있는 편이, 기분으로서는 약간 풀어지겠지?

 

 

「어머」

 

 

내 대답에, 하루노 씨는 부자연스럽게 놀란 시늉을 한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잊었어. ...후후, 분위기에는 흐르지 않네.」

 

「...흐르지 않는 게 장점이니까」

 

 

이제 와서 그 정도의 데스트랩에 난 걸리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할까 부담 없이 데스트랩을 설치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내 일상이 너무 위험하다.

 

 

「후후... 좋아, 건전한 건 좋은 인상이에요.」

 

 

하루노 씨는 그 보통의 교환에 만족한 것 같고, 빙긋하고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그녀로서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것이었다.

 

 

「그럼 히키가야 군... 또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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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노 편을 하는 건 꽤나 오래간만인 것 같습니다.

새로 나온 유키노시타 두번째 루트 프롤로그를 올렸더니만, 갑자기 후일담이 나타나서 놀랐습니다.

작가님의 말을 보면 아시겠지만, 하루농의 데레를 기대하셨던 분들은 약간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저는 하루노가 일반적으로 그러는 건 도무지 상상이 안 가서...

이런 정도로 하는 게 하루노의 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어쨌든 후편이 나오면 그 때 다시 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