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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⑥입니다. 10/27에 3페이지 갱신. 여기부터 이야기는 조금 가속합니다. 아무튼, 타이틀을 보면 왠지 예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3페이지... 수학여행 설교편 제 3탄. 8권의 예고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생각이 들지만... 클라이막스 시기는 결정하고 있었으므로, 이번에는 장소를 지정해 봤습니다. 그리고, 글자 수 관계상, 다음번에는 후편으로 투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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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예상과 달리,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는 시간이 없다.

 

「그럼, 갔다 올게」

 

「오, 오빠가 연속으로 외출하고 있어....!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외출이라니... 마침내 오빠도 소문으로 들은 리얼충이 돼 버린 거야? 오빠가 왠지 약간 멀어져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겠지만」

 

「시끄러, 어제는 니 탓이잖아.」

 

 

일부러 먼 눈을 하는 코마치에게, 나는 가볍게 츳코미를 넣는다.

하루노 씨에게 끌려 다닌 밤이 밝았던, 토요일.

점심을 먹고, 내가 나가려고 했는데, 코마치가 현관까지 배웅하러 와 줬다. 아무튼 내가 물려준 셔츠 한 장에, 반은 자고 있던 카마쿠라를 팔에 안으면서 배웅이다. 이 차림으로 밖에 내놓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할까 너, 겨울인데 그 상태로 춥지 않은 거야? 초등학교에나 있을 법한, 겨울인데 T셔츠에 짧은 팬츠라는 것. 아무튼 나지만.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어서 노력해 버린 결과, 감기에 걸려 3일 정도 학교를 쉬었다. 아마 내 바보같이 가감을 못한 행동에 모두가 비웃고 있었을 거다. 의도대로 화제 독점이다. 잘 됐네 하치만! ...유감스럽지만 나는 그 대화 고리에는 참가할 수 없었던 것 같지만.

 

 

「아니아니, 그렇게 감사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빠」

 

「.......어디를 어떻게 들으면 아까 전 말이 고맙다는 말로 들려요. 너 일본어 리스닝도 할 수 없는 거야?」

 

 

추가로 나도 영어 리스닝은 서투르다. 아니, 의미는 그 나름대로 아는데, 그만 의심해 버린다. 얘기하고 있는 제니퍼와 닉과 밥의 인간관계라든지, 제니퍼라니 혹시 꽤 빗치 아냐...라든가 생각하면 이미 마지막이다. 문제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근데 말야-, 오빠도 그 나름대로 즐거웠던 거 아냐? 하루노 씨가 사줬겠지? 코마치도 먹고 싶었는데, 이탈리안」

 

「너 말야 외식 갈 때마다 비싼 밥 먹고 있잖아. 거기에 몇 번이나 말하는데 얻어먹은 게 아니다, 제대로 돌려줄 작정이니까」

 

「고분고분하게 얻어먹으면 좋지 않아? 연상의 누나와의 데이트고, 가끔 씩은 코마치도 오케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얻어먹는 게 지나치면 오빠의 기둥서방화가 악화된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내가 기둥서방이 됐으면 하는 건지 안 됐으면 하는 건지 분명히 해라....」

 

「으-응, 자립은 해 줬으면 하는데... 가끔 씩은 코마치가 어리광부리길 원한다고 하는 절묘한 라인? 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시꺼.....

 

 

「거기에.......」

 

 

거기서 코마치는 힐쭉 웃는다. 고양이가 웃는다면 이런 얼굴, 이라는 느낌인 미소.

 

 

「오빠가 토마토 먹으려고 한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노 씨한테 하룻밤 맡긴 보람이 있었다고 하는 거예요! 오빠 훌륭해! 성장하고 있어!」

 

 

트레이닝 센터에 맡겨진 포켓몬 같은 식으로 취급되지 않았나, 나.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그 트레이닝 센터, 도움 안 되는 기술만 습득시켜서 돌려보내는 거 그만둬 줄 수 없을까.

 

 

「.....결국 먹을 수 없었지만」

 

 

어제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바로 점심 때 카프레제를 만들어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나 정도의 실력으로는, 역시 토마토는 토마토이고, 치즈는 치즈였다. 뭐야.... 뭐가 달라... ※ 추가로 먹지 않았던 나머지는, 코마치가 맛있게 받았습니다.

 

 

「확실히 념데레, 오빠의 진면목이네요!」

 

「그만둬, 나한테 이상한 캐릭터 붙이지 마....」

 

 

날 공략하려는 동인지가 나오면 어떻게 하지... 수요 있는 걸까 그거.

 

 

「칫.....이제 됐어. 갔다 올 테니까 집 지키기 잘 부탁해」

 

「네~에, 다녀~와. 오빠와 같이 놀 수 없는 건 유감이지만, 코마치 참으니까요! 여동생이니까!」

 

「네네 기특해기특해」

 

 

적당히 그렇게 말하며, 다시 뭔가 크게 떠드는 코마치를 두고 나는 집에서 나온다.

낮에는 아직 햇볕이 내리쬐기 때문에, 그만큼 추위는 느끼지 않는다. 다만 숨은 여전히 희고, 손발 끝은 신경이 곤두서는 차가움에 조속히 움츠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보, 여동생의 고생과 비교하면, 오빠인 내 고생이 몇 배 높다고. 몇 턴이나 참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거의, 코마치가 태어나고 나서 15년이라고? ......언제 풀리는 거야, 이건.

 

 

어제 밤, 하루노 씨에게 연행된 탓으로 시작된 수 시간동안, 내가 가진 하루노 씨의 인상은 약간이지만, 흔들렸던 건 확실하다.

평소의 하루노 씨라고 생각했더니, 그렇지 않은 순간을 눈앞에서 보고 두근....거린다고 할까 깜짝 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런 것을 하루노 씨한테서 느낄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가 날을 세운 게 실패했던 걸까.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간파한 면이, 문화제에서 엿본 면이,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아닌 걸까. 어디까지가 계산으로, 어디까지가 본성인 건지.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오늘은 약간 수면 부족이다. 젠장... 어떻게든 상관없는 일에 머리를 낭비했다. 이것도 하루노 씨의 계산 대로라면 더욱더 분하지만... 거기까지, 비도는 아니라고 믿고 싶은 장면이다.

이런 약간 블루한 기분인 채로, 신경 쓰이는 그 애를 만나도 좋은 걸까. 만약 그 애의 얼굴을 봐도 내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하면... 내 기분은, 그 정도일 ㅃ

 

 

「아, 하치만! 미안해, 기다렸어?」

 

「전혀! 전혀 기다리지 않았어! 지금 왔을 뿐이라고오오!!!」

 

「하, 하치만...... 기, 기분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그 정도일 리가 없었다. 나, 완전부활이다.

 

하루노 씨의 고찰? 그런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잖아. 뒷전이다 뒷전.

내가 오버 리액션을 너무 했기 때문인지, 토츠카의 미소가 약간 어색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좋다. 곤란해 하고 있는 토츠카도 귀엽다. 토츠카와이이.

 

슬슬 점심 즈음인 시간의, 해변 마쿠하리 역전.

후우.....추운 것을 참고 약속 2시간 전에 나와서 다행이다. 이전의 데이...놀러 갔을 때도, 내가 빨리 오고 있어서 죄책감을 느껴 버렸을 거다, 토츠카도 30분 전에 왔던 건데... 동아리가 있는데도 기특하기 짝이 없다. 응, 다음이 있다고 한다면 실례가 되지 않게, 좀 더 일찍부터 나오지 않으면 안 되겠네. 드디어, 약속 장소에 블루 시트라도 가지고 와서 대기... 꽃놀이인가. 아니, 꽃놀이보다 매력적이다.

 

 

「아니, 정말 미안해, 권유해서」

 

「그렇지 않아요. 하치만이 먼저 권해줘서 나, 기쁜데」

 

 

즈큐우우웅! 하고 하트가 관통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죽은 건지도 몰라. 그도 그럴게 미소 지은 천사가 눈앞에 있으니까. 그래도 천사라는 건 성별 불명이군. 그렇다는 건 토츠카도...꿀꺽.

라든가 속된 상상을 하는 걸 보아하니, 아직 나는 현세에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수행이 부족하군... 그래도 현세에 토츠카가 있다면 그걸로 좋은 거잖아? 그런가, 나는 벌써 구원받고 있었구나...무교라도 된다.

 

 

「그, 그럼 갈까, 토츠카」

 

「으, 응. 그래」

 

 

그렇게, 우리들은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팔이 닿을까 말까한, 아슬아슬한 거리감. 닿을 것 같은 부위가, 묘하게 간지럽다. 무심코, 입가가 올라갈 것 같다.

 

 

「이, 이야아, 오늘은 춥네」

 

「그러네, 요즘 꽤 추워 졌군요.」

 

「오, 오우. 정말 춥네」

 

「그러네.........」

 

「...............」

 

「...............」

 

 

너무 의식한 탓인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평소라면, 좀 더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데... 시추에이션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그래도, 이 낯간지러운 침묵도,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

 

 

「...있지, 하치만」

 

「응?」

 

「추..운거지?」

 

「아, 아아. 뭐어」

 

「그래... 그럼, 이렇게 해 줄게.」

 

「헤?」

 

 

가볍게, 내 목에 뭔가가 감겨 졌다.... 그건 부드러운, 털실의 머플러였다.

한순간에, 목둘레가 따뜻해진다... 아마, 머플러 때문만이 아니다. 두근두근하고 심장도 크게 울리고 있고.

 

에헤헷, 하며 토츠카가 웃는다.

 

 

「추워지겠다고 생각해서 가져오고 있었어.」

 

「오, 오우, 미안... 그래도, 좋은 거야?」

 

「좋아요. 하치만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어줬잖아? 코, 많이 붉어요?」

 

 

무심코 코에 손을 댄다. 굉장해 토츠카, 탐정 같잖아.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두근두근의 정체도, 부디 폭로해 줬으면 한다. 하지만 폭로해 버리면 어떡하지... 드러낼 수밖에 없나!

 

 

「하치만, 따뜻해?」

 

 

토츠카가 엿보듯이 물어본다. 나는 거기에, 가능한 한 최대한의 미소로 대답했다.

 

 

「오우.... 따뜻하다고」

 

「흐음..... 나는 주변 사이에 결계를 치고 있으니까. 그런 건 불필요한 것이니라.」

 

「여전히 바보 같은 말.....ㅎ......」

 

 

...........

..................?

 

 

 

「.....................후아!?」

 

「흠흠..... 나는 오늘도 새로운 인스퍼레이션을 위해 장서의 바다에 빠지고 있었지만... 누군가하고 생각해 보면 토츠카 공과 하치만이 아닌가. 기구한 운명을 느껴서, 이렇게 해서 달려와 참배한 것이지만... 근데, 하치만..... 왜 그렇게 삐지고 있는 거야?」

 

「시꺼.... 말 걸지 마」

 

「히익.....미, 미안」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낮은 소리가 나왔다.

나의 데스보이스로 몸을 움츠린 그 녀석.... 자이모쿠자는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와 버렸다.

장서의 바다가 어쩌구저쩌구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책방에서 라노베와 만화 같은 거나 마구 읽고 있었겠지. 사, 사서 가지고 있으라고. 폐 끼치는 손님이군.

 

 

「아니, 그, 뭐라고 할까, 휴일에 친구를 만나 버렸던 거니까 무심코... 아하하하하-」

 

「그러니까... 말 걸지 말라고 하고 있잖아.」

 

「윽.....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 취급하는 것 따위 그만 둬라.

 

 

「잠깐잠깐 하치만... 놀러간다면, 많은 편이 즐거워요.」

 

「토츠카.....그런 문제가 아니야.....」

 

 

내가 용기를 내 권했는데... 신님은 잔혹하군. 내가 무교라서 그런 걸까?

 

 

「거기에 우리들 지금부터 게임센터 갈 거야, 자이모쿠자 군이 있어주면 든든할까」

 

「호오...... 내 고유결계가 아닌가」

 

 

너.... 고유결계 의미 모르는 건가요. 그 정도의 이해라면 TYPE-MOON한테 사과하는 게 좋아.

게임센터. 이러쿵 저러쿵 토츠카와의 게임센터는... 세 번 째.

아니, 매너리즘이라든가 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이번에는 저거다, 토츠카의 리퀘스트다.

 

 

『하치만이 자신 있는 게임... 가르쳐 줬으면 좋겠는데』

 

 

즉, 하치만의 좋은 면을 보여줘.... 라는 거겠지. 거절할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 토츠카의 마음을 꽉... 잡아 보인다.

생각하면 마음속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려 버렸던 게 좋지 않았다. 아마 이것이, 녀석의 소환주문이었던 거다. 그렇다면 왜 어제 나와 주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게 하면 저런 시선에 노출되지 않아도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없었으면 할 때에는 오고, 오길 원할 때에는 오지 않는, 자이모쿠자인 듯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튼 어쩔 수 없어. 흘린 물은 담을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건 세상에 넘치고 있다. 내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흘러넘쳐 버린 밀크를 보지 않는 척 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는 것으로 나는 여기에 자이모쿠자라는 녀석이 없다고 믿어 버리기로 했다. 자이모쿠자 씨? 누구야 그 사람. 머릿속 메모리에서도 딜리트다.

두 명이, 다시 걷기 시작한다..... 두 명이다, 두 명이서만.

 

 

「아, 그러고 보니 하치만,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선데... 벌써 ㄱ」

 

「토츠카, 지금 그 말은 하지 마....」

 

「흐음?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당황해서 토츠카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아, 토츠카의 숨이 손에 스쳐 굉장히 간지러워요오... 가 아니야, 칫, 아무래도 들린 것 같다.

 

 

「크리스마스 파티.... 그런 것도 있는 건가. 그런 전승을 들었던 적이 있다... 하치만, 네가 간다고 하는 것이라면, 나도 가겠어!」

 

「아니, 부르지 않았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싶다면,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한테라도 부탁해라, 스스로」

 

「그런! 내게 그런 만용,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할 수 없으니까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옥쇄각오라는 것을 깨달아서 쓴 만용이라는 표현은 지극히 적절했다. 그렇지만 이 녀석, 어떻게 해서라도 참가할 것 같아서 싫은데....

 

퀴즈 매직 아카데미.

퀴즈 매직 아카데미라고 하는 짜가를 한 번 플레이 당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진짜다. 라고 할까 그 치바데미 케이스, 다른 게임센터에는 없었는데... 코마치의 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놓여 있던 듯한 것이군,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의 의사가 느껴진다.

 

내가 자신 있어 하는 게임 중의 하나다. 내 잡 지식은 그다지 치바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아니, 물론 치바 지식이라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는 자부는 있는데. 어쨌든, 여기서 내 스마트함을 과시해, 토츠카를 둘러싼 라이벌보다 한 걸음 앞서 두고 싶은 장면이다. 그런 녀석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호오, 여전히 하치만은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군....」

 

「뒤에서 말 걸지 마, 너도 뒤쪽으로 가서 놀고 있어라. 운이 좋으면 같은 스테이지에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옆도 비고 있는데 왜 구태여 뒤를 권해.....」

 

 

시야에서 사라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말하지 마 짜증 나.

추가로, 현재의 배치는 내 옆에 토츠카, 라고 해도 의자를 사이에 두고 뒤로 자이모쿠자다. 뭔가 이 녀석 체격 탓인지 압력이 장난 아니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마, 친구 3인조 같잖아...

 

 

「그러고 보니 너는 어떤 캐릭 쓰는 거야?」

 

「흠, 나는 마라리야 유저다.」

 

 

나쁘지 않은 취미군, 말하진 않지만... 나도 루키아인가 마라리야인가 고민하다...알로에로 했다.

 

 

「헤에 꽤나 빠져들고 있네... 그런데 하치만도 자이모쿠자 군도, 왜 남자 캐릭 쓰지 않는 거야?」

 

「엇」

 

「엇」

 

 

한순간, 자이모쿠자와 눈이 마주쳐 버린다. 후와아, 눈 마주쳐 버렸어...그렇지만 아마, 나도 자이모쿠자도 같은 표정 짓는 것일까. 「아기는 어디에서 오는 거야?」라고 어린 여자애가 멍하니 물었을 때와도 같은 거북함을 느낀다.

어쩌지...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 아, 그게 어떻든가, 『날 닮은 애를 써줬으면 하는군』...이라고 말하는 척일까. 아무튼 틀리군요.

 

 

「어, 어쨌든 토츠카, 우선 해 보면 어때!? 연습 모드라든지도 있고... 내 데이터, 써도 괜찮으니까」

 

「에? 좋은 거야?」

 

「물론이다, 자 스포츠라든지도 나도 모르고 있고, 토츠카가 진행해 주면 도움이 되니까.」

 

「으-응, 나도 테니스 이외에는 자신 없는데...알았어, 해 보겠어요!」

 

 

맡겨 줬던 것이 기뻤던 걸까, 토츠카는 안정되지 않은 손놀림으로 모니터를 만지작거린다. 아무튼 토츠카가 오인해서 상점에서 이상한 템을 샀다고 해도, 나는 미소로 허락한다. 응, 아무래도 토츠카의 의문은 얼버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하치만」

 

「뭐야 너, 아직도 있었어?」

 

「계속 있어! 나 계속 있다고!」

 

 

귀엽지 않으니까 그 어필은 관둬라.

 

 

「그래서, 뭐에요.」

 

「음...그, 아까 전의 크리파에 대한 거지만」

 

「너 크리파라고 생략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하지 않잖아.....」

 

 

유이가하마 정도로 파티에 끌려가지 않으면 쓰면 안 되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친구도 아닌 녀석을 닉네임으로 부르는 것 같은 것이다.

 

 

「괜찮지 않아? 별로. 그 파티말인데...그, 예의 그 사람도 참가하는 것이군?」

 

 

볼드모트 경... 다시, 유키노시타인가. 아무튼 아까 전의 흐름으로 보면 알까.

 

 

「하여튼,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그! 저기....그럼, 예의 그 사람의..... 누님은, 어떤 걸까?」

 

「하.......? 누님이라니」

 

 

하루노 씨, 에 대해선가.

왜, 이 녀석 입에서 그 사람 화제가 나오는 거야?

 

 

「아니, 저기 말이지, 실은 지난 달 그 사람의 누님과 우연히 만나 버려서 말이야」

 

 

지난달이라니... 역시, 그 날인가. 선물을 싸들고 봉사부에 내습했던, 그 날.

 

 

「내 다음 번 작의 플롯에 관해 여러 가지로 논의를 주고받았던 거다...이야 최고조에 달했다고. 너무나도 너무 최고조에 달해서 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

 

「안 되잖아 그럼... 여러 가지로」

 

 

아마 들떠 있던 건 자이모쿠자 뿐이었겠군. 그토록 충고했는데 완전히 농락되기나 해서는.....

 

 

「부디 완성한 원고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들어서 말이야... 가능하다면 그게... 그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다고 할까... 으응, 특히 히로인 묘사는, 자신이 있어서.....」

 

 

우와아... 분명 이 녀석 하루노 씨 모델로 하고 있겠지, 완전히 빠져들고 있어... 그래도 그렇군, 하루노 씨가 히로인이라든가 기분이 굉장히 섬뜩해지는데. 그런 소설을 잘도 썼군, 난 무서워서 읽을 수 없어.

아무래도 자이모쿠자는 하루노 씨와 조우한다는 사고를 당해 버린 듯하다. 마음까지 도둑맞아 버리고 있다... 하루노 씨 루팡인가.

 

 

「아, 그럼 나한테 왔던 사람도, 하루노 씨였을까」

 

「어? 토츠카도?」

 

「응.... 직접 만난 건 아닌데」

 

 

토츠카는 게임을 잠시 멈추고 대화에 참가 했다. 오오, 스포츠 분야 성적이 단번에 올라가고 있어. 축구 선수 이름이라든지 기억해도 그 화제를 공유할 녀석이 없었으니까 서툴렀었지만... 토츠카와 짜면, 나 꽤나 좋은 데까지 갈 수 있지 않아?

 

 

「내가 볼 일이 있어서 나가있을 때 동아리에 오고 있었던 것 같아서... 후배가 가르쳐 줬어. 부장의 언니라고」

 

 

후배라면 1학년이고, 과연 하루노 씨에 대해서는 모르려나. 문화제에 유지로 참석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멀리서 본 것만으로는 모를 것이고. 아무튼... 미형이라는 공통점은 있고, 언니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일까?

시기적으로 말한다면, 틀림없을 것 같지만....그렇다면, 정말로 그 사람은 그 날, 교내를 철저히 돌고 있었던 것이 된다.

 

유키노시타가 있는 봉사부나, 메구리 선배가 있는 학생회, 은사 히라츠카 선생님을 방문하는 건 알지만...너무나도 철저히 하지 않았나? 있을 데가 없는 자이모쿠자와 만난 건 우연이라고 해도, 테니스 부를 방문했다는 것은, 토츠카에게 볼 일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다. 토츠카든 자이모쿠자든, 문화제의 발사로 안면이 있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꼽으라면 어느 쪽이나 유키노시타의 관계자인 것 정도인데.....

 

하루노 씨가 모교를 방문했던 의미가.... 약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단지 그저 그립게 돼서, 여동생에게 선물을 건네주는 김에 휙 들른 건 아니고... 뭔가, 좀 더, 그렇게 하려는 동기가 있었다는 이유인걸까.

그러고 보면, 하루노 씨와 친한 두 명도,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왔던 거니까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했는데...뭐어 의외로, 건강해서 다행이었어요.

 

―――이런 때에 무슨 일일까하고 생각했지만...응, 평소의 하루 선배였어.

 

 

내 의문은 반드시 나만이 생각하는 건 아니다...뭔가가, 이상하다.

 

 

「멍하니 해선 왜 그래, 어~이 하치만~아」

 

 

내 사고를 차단하듯이, 자이모쿠자가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이, 있잖아 하치만... 그래서 그 사람은 오는가, 응?」

 

「시끄러워...아마, 오지 않겠지.」

 

 

유키노시타의 천적, 하루노 씨다. 그 밖의 타인이 허락해도 유키노시타가 허락할 리 없다. 아니아니 말려 들어가는 걸 허용한 나도, 과연 그 체면이라면 꾀병을 쓸 필요성을 검토해야겠고.

...그래, 유키노시타는.

유키노시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 언니의, 갑작스런 내습을.

 

 

          ×          ×          ×

 

 

「오빠... 결혼할 때가 임박한 여자는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겠어요.」

 

「.....너,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에? 코마치 별로 히라츠카 선생님을 말한 거 아니에요?」

 

「아니... 이 상황에서 듣는다면, 어떻게 생각해도 뭔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다만」

 

 

일요일, 내가 나가려고 했더니 코마치는 심각한 체를 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오늘의 예정은...그래,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았던 히라츠카 선생님과의 라면집 신규 개척이다. 한순간 작전상 취소할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전날 마구 기합이 들어간 심오한 라면 학식이 담긴 메일이 와서, 거절할레야 거절할 수 없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너무 무서워서 오늘도 수면 부족. 돌아가면 토요일 분도 포함해 잠을 자지 않으면....

어쨌든, 그런 예정으로 외출하기 직전에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하는 부분에, 그 말의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지 마라 하는 쪽이 무리인 얘기였다.

 

 

「코마치는 오빠가 분위기 타서 남편이 되는 게 걱정일 뿐이야! 오빠는 오빠의 의사로, 미래를 잡았으면 하니까! 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적극적인 말을 하는 것에 비해, 히라츠카 선생님을 향한 불신감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 타서 남편이라....그러니까 지금 타이밍에 말하면, 절찬 남편 모집 중인 그 사람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과연... 그런 강제적인 수단을 취할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아마.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 그런 이유로 오늘은 정시 보고할 것! 뭔가 이상한다든지 어딘가로 끌려 갈 것 같으면, 망설이지 말고 코마치를 불러요! 아, 코마치의 방범 상품, 빌려 줘?」

 

「.....너, 그렇게 성격 까맸었어? 뭔가 정조교육상 좋지 않은 책이라도 읽지 않은 거야?」

 

 

실화 · 사실은 무서운 여자 이야기...적인 뭔가다. 저거 읽은 적 있지만 정말로 무서워. 내 여자에 대한 불신감을 부추기는 거야 부추기는 거야. 정말로 실화려나.....

 

 

「그, 그런 게 아니에요.」

 

 

휘익하고 눈을 돌리는 코마치. 위험해, 너무 이상하다.

 

 

「됐으니까 말해 봐, 소스는 뭐야」

 

「.......하, 하루노 언니」

 

「.........」

 

 

그 사람.... 뭔 짓을 하는 거야. 티 없는 중 3인 코마치한테 뭘 불어넣고 있는 건지.

 

 

「......있잖아, 코마치」

 

「뭔데 오빠」

 

「히라츠카 선생님은, 저기....저렇게 보여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아무리 적령기를 놓치고 있다고 해도, 정도를 벗어날 리는 없잖아. 상식은 통하는 사람이야.」

 

 

나는 가능한 한, 온화한 상태로 코마치에게 말을 건다. 오오, 설마 내가 타인을 믿으라고 설득할 때가 온다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런 어떻게든 상관없는 때에.

 

 

「그래...그러네요, 코마치도 약간 어떻게 됐어요....」

 

 

코마치는 악몽에서 깬 듯한 얼굴로 끄덕인다. 아무래도, 해독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대체..... 뭐를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다지 남의 여동생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이제 됐지? 그럼, 갔다 올게. 아마 라면 먹자마자 돌아올 테니까」

 

「.......응 암튼암튼, 그렇게 말하지 말고, 천천히 하고 와요. 오빠 그렇다고는 해도 요즘 연상 여자한테 인기인기네-. 그런 방향성도, 코마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 전의 경계심은 어디 갔는지, 코마치는 후딱 히라츠카 선생님 밀기로 바뀌고 있었다. 잠깐 이 애... 얼마나 물들기 쉬운 거야.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게도, 코마치는 히죽히죽 하면서 이렇게 계속 말했다.

 

 

「에~, 그거야 오빠한테서 히라츠카 선생님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말을 들었는 걸...훗훗후, 하루노 언니의 계획대로!」

 

「뭣......」

 

 

방금 전은 연기인가요. 라고 할까 하루노 씨의 계획이라니.....

 

 

「아니~, 하루노 씨에 상담해 본 게 정답이었어요. 이름하야, 『코마치가 비뚤어지면 오빠가 솔직해지는 작전』!」

 

「.......갔다 올게」

 

「네~에, 다녀오세요~」

 

 

큰 탈진감을 느끼며 나는 집에서 나왔다.

뭐라고 할까 이렇게..... 지독한 짓을 하다니. 하필이면 여동생을 이용해 버린다고 하는 건, 너무 비겁하겠죠. 여동생을 아끼는 오빠의 심리를 마음대로 농락하다니... 아아, 이제 자포자기인가, 꽤나.

머지않아 복수를 해 주고 싶은 것이지만....여하튼 상대가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그런 기회가 찾아올지 어떨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약속했던 곳인 라면 가게 앞이었다. 자 봐라, 색기도 아무것도 없어...아니, 그다지 뭔가 마음 두근거리는 전개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니지만.

휴일이라서 그런가, 그 나름대로 일찍 왔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르는 길 앞에 아직도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과연 인기라고 할까 화제의 가게는 다른가. 그건 점점 사그라지는 듯했지만, 좀 더 계속될 것 같았다. 아무튼 이런 행렬도, 대부분 개시하고 나서 한 달 뿐이다. 라면계는 약육강식이다. 마치 세상을 비추듯이.

 

그렇다고는 해도... 히라츠카 선생님 아직 오지 않는 건가. 벌써 약속 시간부터 10분이 지나고 있다. 별로 시간에 루즈인 캐릭터도 아니었을 텐데... 더 이상 인기 없는 속성 늘려도 자신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잖습니까? 라든지 말하면 나를 위해서 안 되겠지... 요즘 자신의 몸이 소중하기 때문에 자중이다.

앞으로 5분이면 혼자라도 줄 설 겁니다....하고 생각한 그 때,

 

 

「야, 야아 히키가야....기, 기다렸는지?」

 

 

약간 어색한 듯한, 히라츠카 선생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거북함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히라츠카 선생님도 기특하다... 히라츠카 선생님다운 것도 아니다. 좀 더 당당하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면서, 뒤돌아보면,

 

 

「아, 아무쪼록 히라츠카 ㅅ.....푸핫」

 

 

어쩐지 이상한 공기가 폐에서 분출됐다.

 

 

「하......에? 잠ㄲ........에에?」

 

「~~읏.......」

 

 

거기에는, 수수께끼의 미녀가 있었다.

연령은 20대 중반 정도일까. 길고, 요염한 흑발이 인상적이다. 억척스러운 듯 치켜 올라간 눈썹을 곤란한 듯이 찌푸려 눈초리가 길게 째진 눈매는 검은 테 안경으로 덮여 있다. 주홍색으로 물든 뺨은 장미색으로, 건강미가 돋보이도록 하얀 피부를 물들이고 있다. 기장이 짧은 코트에, 터틀넥의 스웨터를, 몸의 바디라인을 덧쓰듯이 맵시 있게 입어, 그 쭉 빠진 웨스트와 풍만한 바스트를 부각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색의 롱 스커트로 그 각선미는 대부분이 가려져 버리고 있었지만, 약간 보이는 종아리와 복사뼈가, 그 형태가 아름다울 것을 싫어도 짐작하게 한다...근데 스커트라니.

 

 

「............」

 

 

갑자기 미인이 라면집 앞에 나타나 굳어진 내게, 그녀가 살짝 말을 건넨다.

 

 

「벼, 별로 빤히 보지 말아 줘... 늦어서 미안하다.」

 

 

그 들은 적이 있던 소리에 눈치 채서, 나는 아연실색하면서 응한다.

 

 

「그러니까.....히라츠카 선생님?」

 

「응.....왜 의문형이야?」

 

「어, 진짜로 히라츠카 선생님입니까. 그... 뭘 하고 있습니까? 안경이라든가...스커트라든가」

 

「.......벼, 변장」

 

 

우와아... 그 농담 진심으로 한 건가요. 하며 정색하고 싶었지만, 그 머뭇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 할래야 할 수 없었다.

 

 

「저기, 뭐야... 역시 이상한가, 어울리지 않을까?」

 

「아니, 변장에 변도 어울리지 않잖...」

 

 

변이라고 말한다면 그 행동과 거기에 도달하는 사고회로가 이상하다.

 

 

「우우... 그런 말이 아니라....」

 

「아, 아니, 별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우선은, 이상하지 않아요.」

 

「......저, 정말?」

 

 

그러니까 그렇게 눈물 어린 눈을 여기로 향하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오인해서 두근 하면 어떻게 해.

하지만, 의외라고 생각했던 건 본심이다. 평소의 멋진 팟 한 느낌의 히라츠카 선생님도 외모만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스커트 같은 것도 맵시 있게 입은 걸 보니, 미인이라는 건 뭐든지 어울리는구나 하고 신선함을 느꼈다. 기분 탓인지, 속까지 약간 단정하게 보인다...아마, 부끄러워 할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예, 뭐어.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그, 그런가...하아, 미안하군. 익숙하지 않은 것을 입으면 긴장한다...」

 

 

거기서 겨우 안심했는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 아직 얼굴은 붉고, 그 한숨은 매우 요염하게 보인다...위험해, 뭔가 이번에는 내 쪽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 어쨌든 줄서지 않겠습니까? 이제 조금 비려면 시간 걸릴 것 같고」

 

「으, 음, 그렇군... 모처럼 왔다, 지금부터 기분을 업 시키지 않으면」

 

 

...아니, 그 정도까지의 기합은 저한테는 없습니다만. 기분 전환이 됐는지, 꽉 하고 주먹을 쥐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보며, 아무튼 결국 뭘 입어도 히라츠카 선생님은 히라츠카 선생님이군, 이라 생각하면서, 우리들은 줄을 섰다.

 

 

「으-응...그래도 역시 스커트는 긴장되는데. 뭔가 발밑이 휑-휑-휑하다.」

 

 

여장한 쇼타 같은 감상을 흘리면서, 히라츠카 선생님은 줄을 서고 있는 동안에도 조마조마하고 있었다.

줄은 꽤나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마 이 상태라면 약간만 더 있으면 앉을 수 있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들, 어떤 식으로 보이고 있을까? 커플...은 아니겠군, 다소 연령적으로는 차이가 나고. 라면 가게에 커플로 오는 녀석은 용서할 수 없어. 나로서도, 그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무튼 누이와 동생이라든지? 부모와 자식....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울어버릴 테니까 다르다고 해 주고 싶은 장면이다.

 

 

「그런데 히라츠카 선생님 스커트 같은 거 가지고 있었군요....」

 

 

(타인의) 결혼식용의 드레스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저기... 하루노한테서 빌렸다.」

 

「왜 베스트를 다한 거야....」

 

 

이라고 할까 또 하루노 씨인가요. 이번에는 과연 날 표적으로 잡았을 리는 없겠지만, 뭐라고 할까 책으로 발하자면 각 페이지의 어디엔가 분명 하루노 씨의 그림자를 느끼는 레벨. 보이지 않는 의사의 힘이 작용하는 것일까.

 

 

「아니 다르다, 제자와 식사를 하러 간다고 말하면 변장하는 편이 좋다고 해선 듣지 않아. 일부러 집까지 밀어닥쳐 왔다...」

 

 

완전히 놀러 가고 있죠...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그렇다고는 해도, 사이좋군요. 하루노 씨와」

 

「별로... 지긋지긋한 관계야, 이제 와서야」

 

「그렇지만 시즈카 짱이라든가 하루노라든지 서로 부르는 사이잖아요.」

 

 

하는 김에 말하자면 스커트까지 대여하는 사이다. 아무튼 설마 하루노 씨도, 히라츠카 선생님이 먹으러 가는 장소가 라면 가게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만. 스프라든지 흘려버린다면 과연 화내겠지....

 

 

「저건 마음대로 하루노가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이야. 나는 그만두라고 말했지만... 거기에, 나라도 그 녀석을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건 졸업 후다.」

 

「헤에, 그런가요?」

 

「부주의하게 학생과 허물없이 지내는 것도 어떨까 생각해서 말이야, 기본적으로 나는 성으로 부르기로 하고 있어.」

 

 

그럼 지금 이렇게 학생과 라면 먹으러 오고 있는 건 뭘까요...뭐어, 동아리 고문이고 세이프인가. 혹은 주의보다 취미를 우선하고 있다는 건가. 이 사람, 취미에는 전력을 다할 것 같고...

 

 

「그 녀석은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것에 구애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무리가 그 녀석을 하루노라고 부르고 있었다, 학생이나 교사도」

 

 

그건 또, 굉장한 철저함이다. 아마 교내의 인심을 장악하고 있었을 거다. 히라츠카 선생님 같이, 거리를 벌리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거기에 주의하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가 가까워져 버린다. 확실히 카리스마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 녀석에게는 뭔가 성가신 일도 당했지만, 문화제라든지 여러 가지 교제도 있어서 말이야... 결국 졸업하고 나서는 문제도 없을 거라는 이유로, 이름으로 부르게 됐다, 그 뿐」

 

 

아무튼 그 녀석은 졸업 전부터 나를 그런 식으로 불러서 말이지, 라며 히라츠카 선생님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다행 아닙니까. 그 뒤 여동생이 들어 온 것이고, 구별하기 쉽겠죠.」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했었군.」

 

 

뭔가 생각난 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은 문득 위를 쳐다본다.

 

 

「확실히 졸업하기 조금 전에, 『여동생이 들어오니까 잘 부탁드려요.』라든가 했었나. 하루노 녀석, 여동생이 있다니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약간 놀랐어. 『날 이름으로 부르면 헷갈리기 어려우니까 좋겠죠?』라든가 말하고 있었던 생각이 들어.」

 

 

아무튼, 그건 그럴지도. 나도 이따금, 유키노시타를 가리키고 있는 건지 하루노 씨를 가리키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본인 앞에서 「유키노시타 씨」라고 부르니까 그럴 텐데. 그렇다고 해서 호칭을 바꿀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졸업 전, 분명히 졸업식 같은 시기에 합격 발표였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혹시 아직 발표 전이었던 게 아닌 건가?

...그런데도 분명, 하루노 씨는 주저 없이 말했을 것이다. 여동생이 떨어질 거라든지 이런 가능성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왠지 모르게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4월이 되어 1학년 교실을 보면 하루노와 많이 닮은 녀석이 들어 왔다고 생각했어. 저게 여동생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아무튼, 얼굴은 많이 닮았으니까요, 그 두 명은」

 

「후후, 얼굴만이 아니겠지」

 

「.....어라, 전에는 전혀 다르다고 말, 하지 않았었나요?」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대충 보면 다르지만, 그 애들의 근본적인 면은 꽤 비슷하다. 예를 들면, 자신이 강하게, 의지를 관철하는 것에 우수한 면이 있다든가... 손에 넣는 방식이, 다를 뿐」

 

「......손에 넣는 방식, 입니까」

 

 

손바닥을 보이는 일 없이 의지를 실현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

오로지 똑바로 나아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두 명에 대해서 일찍이 앞과 뒤, 여신과 마녀로 비유한 나지만, 그 수법을 본다면, 유키노시타야말로 바른 길이며, 하루노 씨의 방식을 나쁜 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결과를 보면 하루노 씨 쪽이 현실에 입각해 있고, 자신의 봄을 구가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아니, 애초에 유키노시타가 아직도 그 본연의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도망치는 것도 하지 않고, 자신이 올바르고 세계가 잘못됐다고 계속 말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몸을 도려내는 행위다. 항상 외부의 적의에 노출되는 것도 물론이지만, 그것보다 무엇보다도, 역시 세계가 올바르며 자신이 잘못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최대의 적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거기서 접혀서, 단념하고, 타협을 해서 어른이 되겠지.

 

―――접혀 버리는 편이 행복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접히고, 타협해서, 현실을 받아들여서...그러면, 약간은 나한테 가까워질 텐데.

 

하루노 씨와의 대화 한 구절. 그 때 그녀의 얼굴을 스쳐간 그림자.

그건, 혹시 자조, 같은 것이었을까.

주변 모두를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이 보이는 그녀에게도 또한, 현실에 굽히는 순간이 있었다는 것일까... 나한테는, 상상이 가지 않는데.

그 문화제에서, 그녀는 유키노시타의 마음을 꺾으러 왔는가. 그렇지 않으면―――

 

 

「히키가야, 자리가 빈 것 같아」

 

「어?」

 

 

히라츠카 선생님의 내 옷소매를 잡아당긴다. 나는 문득 정신이 들어, 살짝 잡힌 부분을 힐끔 보았다. 어, 뭐야 이 사람, 왜 토츠카처럼 깨우는 방법 하고 있는 거야? ...두근거렸잖아.

 

 

「왜 그래 멍하니 해선. 그렇게 빈속인가?」

 

「별로....라고 할까 빈속으로 멍하니 하고 있다니, 어떤 먹보 캐릭입니까.」

 


그런 동요가 드러나지 않게, 나는 쓴 웃음으로 속였다. 아무튼 나, 얼버무리는 건 정말 자신 있으니까.

 

 

잘게 썰려 수북하게 놓인 파에 두꺼운 차사오. 콩나물의 산을 밀어 헤쳐 보면, 물컹하고 허옇게 된 듯한 간장 베이스 스프와 거기에 듬뿍 담긴 우동일까 하고 착각할 정도의 태면.

 

※ 차사오 : 중국식의 돼지고기 구이

 

 

「.....나쁘진 않은데, 라고 할까 맛있지만... 이건 라면 맞죠?」

 

 

우선 라면의 삼보를 대충 만끽한 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감상을 말해보라고 들어서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이거 우동 아닌 거야? 간장으로 색이 스며들어서 그런지, 면의 색깔도 좀 이상하다.

 

 

「히키가야로서는 맥 빠진 의견이군. 라면이라고 하고 있으니까 라면이겠지. 본질을 잃고 있는 건 아니고 말이야.」

 

「그거, 라면 얘기가 아니었으면 멋질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들이 안내된 곳은 운이 좋았던 것일까 나빴던 것일까 테이블석이었다. 평소처럼 혼자라면 카운터 직행이지만... 옆으로 줄지은 카운터가 나는 그렇게 싫지 않다. 누구와도 눈 마주치지 않아도 좋고. 가게 주인의 완고도를 재는데도 최적.

거기에,

 

 

「어때, 최근은?」

 

 

이런 식으로 말을 걸기 어려운 것도, 카운터석의 특권이었다.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 말을 건넨 것에 비하면 시선은 라면으로 향한 채 그대로다. 추가로 변장용의 안경은 흐린다는 이유로 즉각 벗고 있었다...라고 할까, 성실하게 얼굴을 들어 버린 내가 바보 같잖아. 그렇게 라면을 좋아하면, 라면과 결혼하면 좋을 텐데. 아니, 라면가게와 결혼하면 좋을 텐데, 일까.

 

 

「....별로, 아무것도 없어요. 동아리에도 큰 의뢰는 오지 않고」

 

 

검호 라든가 하는 부끄러운 펜 네임의 손님에게서 스팸 메일을 받는다든지, 아무개 씨한테 연행되어 학생회의 장표 정리 따위라든지 되곤 했습니다만.

 

 

「흠, 그런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스스로 합숙이라는 건 너희들한테도 적극성이 생긴 것 같고 최상이다. 토론회의 자료 제작은 순조로울까?」

 

「글쎄요, 저건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담당이니까」

 

 

추가로 나는 변변한 말을 하지 않으니까 라는 이유로 토론회에서의 발언이 금지되고 있었다. 그런 건 부탁받아도 안한다고요. 아마 클립보드라도 들게 해서 군데군데 붙어 있는 씰을 벗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되려나. 와이드 쇼인가요.

 

 

「그렇군. 유이가하마가 봉사부 측 보고자를 담당한다고 듣고 있었는데」

 

「헤에, 그런가요.」

 

「너도 부원이겠지....」

 

 

지난주는 여러 가지로 바빴으니까. 토츠카에 관한 걸로 머리가 가득해서 듣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고. 그래도 유이가하마가 보고자라... 원고의 한자 읽는 법 틀리지 않으면 좋을 텐데. 「답습」을 「후슈(토슈가 맞음)」라든가. 아마, 유키노시타의 교육적 배려겠지, 그 인선. 그런 것도 없는 나는 교육해도 소용이 없다는...포기해 버렸어?

 

 

「여하튼 유키노시타가 보조해 준다면 안심할 수 있다. 순조라고 하는 거다... 그에 반해서, 너는 심각한 표정인 것 같은데」

 

「.....평소에도 이렇잖아요.」

 

「후후, 그럴지도 몰라」

 

「아니, 거기는 보충해 주세요.....」

 

 

그렇게 나 심각한 표정인가요... 아무튼 들뜨지 않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들뜨지 않는다는 건 흥망성쇠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매우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수입이라든가 너무 행복한 단어잖아.

 

 

「동아리 관계가 아니라고 하면.... 공부라든지, 진로에 관해서일까?」

 

「그러니까.....아무것도 아니라고요」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별로 지금까지는, 문제라고 할 정도의 문제는 없다. 오히려, 문제가 있지 않은 걸까, 거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심각한 표정을 하는 이유겠지.

 

...다만, 예감이 들 뿐이다. 움찔움찔하며, 귀 깊숙한 곳에서 귀 울림이 나는 것처럼.

히라츠카 선생님은 내 대답에 흐응, 하며 납득했는지 하지 않은 건지, 잘 모를 맞장구를 친다. 그리고, 모르는 대로 생각해 줬는지, 어드바이스 같은 것을 줬다.

 

 

「아무튼, 스스로 문제를 마주본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는 거다. 정신론은 아니고, 현실적인 의미군. 네가 고민하고 있는 건, 그 종류일지도 몰라.」

 

「.....타인을 의지하는 게 좋다는 말입니까?」

 

「의지한다는 말의 어감이 좋지 않으면, 이용하는 것도 좋고 말이야」

 

「.....뭔가 더 나빠지지 않았나요?」

 

 

단번에 섬뜩한 말이 된 것 같습니다만. 드라이라고 할까 쿨이라고 할까.

 

 

「당당히 말할 정도로,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교활한 너잖아. 몇 개정도 짐작은 있을 거다... 지금까지의 의뢰 중에서도, 너는 뭐라고 해도 여러 가지로 타인을 이용하고 있다.」

 

「하아, 저 그렇게 상사 재능 있었습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일본 경제계에는 큰 타격이다.... 나 일하지 않으니까.

 

 

「그런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너의 경우, 좋은 역은 타인에게 주는데, 너 자신은 그렇지 않은 역만 맡고 있는 것 같게도 보이니까. 손해 보는 역만 맡으니까 기껏해야 평사원 정도겠지」

 

 

너무해, 평생 힐러라든가 혹사당해서 휙 던져지는 거 아닙니까. 싫어-. 뭐어 약간 올라간 정도의 중간 관리직도, 비참한 이미지 밖에 없겠지만. 이걸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2개, 사람이 거만해질 정도로 크게 되든지, 애초부터 일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어.

 

 

「.....적재적소에요. 좋은 역에는 속박이라든지 책임이라든지, 여러 가지 세트로 따라 오고. 시기라든지 비뚤어짐이라든지 험담이라든지 원한이라든가」

 

「네가 말하면 완전히 좋은 역이라 생각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 흠, 적재적소인가. 아무튼, 너다운 발상법이군. 하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뭔가 말을 시작하려다가, 그만둔다.

 

 

「......아니, 됐나. 나도 같은 내용으로 설교할 생각은 없기도 하고....아아, 먹고 있는 중간에 미안하다. 빨리 먹는 게 좋아. 면이 불겠어.」

 

「히라츠카 선생님도 전혀 드시지....어라?」

 

 

한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눈을 비벼도 변함없고, 그건 현실 같다.

이상하네... 나와 조금 전까지 얘기하고 있었을 텐데, 왜 히라츠카 선생님의 라면 사발은 비워져 있는 거지? 면이나 재료는커녕, 스프마저도 다 없어진 뒤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이상한 듯한 표정인 나를 보고,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너는 아직 쓸 수 없는 건가.... 이 기술을」

 

 

기술이라니 뭔가요. 대화하면서, 눈치 채지 못할 스피드로 라면을 몸에 넣는 비술에 관해서인가? 몇 년이나 라면에 집착하면 그런 거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여전히 유감인 사람이었다. 아마 옷을 빌려 준 하루노 씨조차 예상할 수 없는 레벨로. 몇 번이나 말하지만, 역시 옷차림이 바뀌든지 않든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람도 또, 캐릭성이 변함없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 변함없는 건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이 사람을 보고 있으면, 약간 생각이 흔들릴 때가 있군요.

 

 

          ×          ×          ×

 

 

「언니의 향기가 나요.」

 

「하.....?」

 

갑자기 그렇게 말을 내뱉은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내 반응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스으스으하며 주위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하고 있는 짓은 결코 품위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데도 천성의 품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유키노시타다. 눈을 가늘게 떠서, 길고 가느다란 코를 뾰족이 세워, 작은 소리로 스으스으하는 모습은, 거만한 고양이가 코를 울리는 모습을 닮고 있다.

 

 

「저, 저기... 유키노시타 씨?」

 

「입 다물어. 지금 집중 하고 있으니까」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 것 같다. 뭐어, 이 녀석 허언은 하지 않으니까, 아마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월요일 방과 후, 봉사부실. 유이가하마는 아직 오고 있지 않은 것 같고, 나를 맞이해 준 사람은 문고본을 읽는 무언의 유키노시타 뿐이었다. 유이가하마가 와 있지 않은 이유는 모른다. 유키노시타는 언제나처럼, 필요이상으로 말을 걸지 말아주겠어? 라는 느낌의 오라를 휘두르고 있어, 나도 그것을 생각해서 말을 건네지 않았으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해도 말을 걸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얼마간 굳어진 기색인 내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무언가를 끌어당겨서 대듯이 냄새의 탐구에 매진하고 있던 유키노시타였지만, 어느 방향을 향해 딱 멈췄다. 그리고, 가늘게 하고 있던 눈을 떠서 그 앞에 있는 대상을 가만히 응시한다.

...근데, 나?

 

 

「.........」

 

「어, 저기....」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나?

아니, 확실히 지난 주말 하루노 씨에게 연행됐을 때 교복인 채였지만... 교복도 옷장 안에 넣어뒀을 테지만...보통은 냄새로 눈치 채지 못하겠죠.

 

 

「히키가야 군...」

 

「뭐, 뭐야...」

 

 

유키노시타의 날카로운 시선이 꽂힌다. 이미 뭔가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레벨. 이 녀석도 마안소유인가...라니 농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척...하며 한 걸음 유키노시타가 내게 접근한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는 것을 참으면서, 꿀꺽 하고 침을 삼켜버렸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신중히.

당분간 서로가 노려본 것이 계속된 듯한 생각이 든다. 서로 노려보는 것보다는, 뱀과 마주친 개구리다. 바야흐로 히키가에루(두꺼비) 군이었다... 그럴듯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침묵하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한 번 더 스-, 하며 코를 킁킁거리고 나서,

 

 

「...기분 탓이었을까나. 더듬을 수 없게 되어 버렸어요.」

 

 

라고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냄새는 너무나 엷어서, 공중으로 무산되어 버린 것 같다.

 

 

「그, 그런가...」

 

 

추궁에서 피해서 안심했던 것이 발각되지 않게, 짧게 대답한다. 라고 할까 원래, 별로 꺼림직한 일이 있는 것도, 그것이 비난받을 만한 이유도 없을 터인데...

 

 

「언니의 향기가 난 것 같았으니까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해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렇게 뒤숭숭한 말을 중얼거리면서 자리로 돌아가는 유키노시타를 보는 한, 우선 큰일을 피했다는 느낌이었다. 무심코 한숨이 새어나온다.

 

 

「하아...너, 정말로 자신의 언니한테 서투르구나.」

 

「서투르다고?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것일까 이 남자는. 인류 전반에 약한 생물에게, 내 서투름에 대해서 들을 이유는 없는 것이지만」

 

「날 인류에서 제외하지 말아주겠어? 나도 자신 있는 인간 정도 있어요, 토츠카라든지...라고 할까 너 나한테 폭언 내뱉지 않으면 얘기할 수 없는 거야? 폭언이 커뮤니케이션인 거야?」

 

「당신이 평소처럼 시시한 말을 하기 시작하니까요.」

 

 

위험해, 뭔가 다른 스위치를 눌러 버린 것 같았다.

 

 

「나는 별로, 언니를 싫어하고 있는 것도 서투른 것도 아니에요.」

 

 

유키노시타는 무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유이가하마 가라사대, 여자 말로는 거북한 사람도 싫은 사람도 동의어인 것 같았지만.

 

 

「...확실히 마음의 준비 없이 만나는 건 망설여지고, 그 일부러인 듯하게도 보이는 허물없는 태도가 비위에 거슬린 적이 있지만」

 

「...그게 서투르다는 거잖아」

 

 

오히려 싫기까지 하다. 아까 전의 행동으로 봐도, 마치 천적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안보였는데.

 

 

「입 다무세요,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때가 있고, 사람이 하려고 하는 일을 시시콜콜 방해하려고 하고...」

 

 

그러니까, 그건 싫은 게 아닌 건지... 그런 요소만 하나하나 예를 들고 있는데.

 

 

「...그런데도, 언니의 격이 다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

 

 

그렇게 말했을 때의 유키노시타는, 복잡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동경인가 외경심인가 질투인가. 그러나 어떤 것이든, 혐오와는 또 다른 감각. 아마, 유키노시타는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겠지. 약간 말이 안 되는 감이 있지만, 단순히 서투르다거나 혐오와는 다른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일찍이 하루노 씨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마 유키노시타가 가장, 언니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정면 밖에 본 적이 없는 메구리 선배나 뒷면 밖에 보고 있지 않은 나보다, 훨씬. 그거야 자매니까, 그만큼 많은 측면을 보고 있던 거겠지만.

 

...그래도, 가족 중에 저런 존재가 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면 오싹해진다. 좀 더 하루노 씨가 소극적인 사람이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존재감과 재능의 집합체 같은 인간이 옆에 있다고 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마, 빨리 무너져 버리지 않을까...유키노시타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면.

 

언니에게 지지 않을 뿐인 재능과 노력과 철의 의지가 없다면.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또, 특별하겠지. 절대로 본인한테는 말하지 않지만. 말했다고 해도 받아들인다고도 생각되지 않고.

 

 

「...저것이 분명히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걸로 그친다. 그 뒤에 말을 계속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이전에 벌써 말해버려서이다. 그 때는 소란 상태에서 해 버린 거라,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말을 끈질기게 하는 취미는 내게 없다.

유키노시타는 내 의도를 참작한 건 아니겠지만, 거기에 응한다.

 

 

「뭐, 그건 그러네... 나도 언니의 가치관을 높게 평가할 수는 있어도... 언니의 방식을 인정할 생각은 안 드는 걸」

 

「방식?」

 

 

―――손에 넣는 방식이, 다를 뿐.

 


바로 요전날,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하고 있었던 것을 떠올린다.

 

 

「예...결과는 어찌됐든 이군요. 저렇게, 사람을 부하같이 휘두르는 듯한 수단은...인정하고 싶지 않아.」

 

「...........」

 

 

유키노시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먼 곳을 바라본다. 그 앞의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이.

하루노 씨의 방식...이라. 한 눈에 인간관계나 의식의 심연을 간파하는 듯한 분별력과 그것을 읽은 다음 고하는 한마디. 있는 것만으로 그 장소의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좌우할 수 있는 그 존재감. 그건 그래서 훌륭하겠지 하지만, 유키노시타의 방식과는 호환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부하로서 취급하는 이상, 하루노 씨는 거기에 필요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 유키노시타가 말하는 듯한 성장 같은 건 바랄 수 없고, 어디까지나 이용해서, 밟아 부수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 한다고 하는 수법.

 

문화제의 사가미가 좋은 예일 테지. 유키노시타의 프레셔에서 피할 구실을 주고 또 그 발언력을 이용해 유키노시타를 궁지로 몰아간 솜씨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을 빼앗아 궁지에 빠뜨린다는 건 확실히 장기 같다. 아무튼 그런 자매한테 말려 들어간 사가미는, 어떤 의미로는 피해자였는지도 모른다. 동정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침묵하고 있자, 유키노시타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아니요...별로」

 

 

아니, 별로 그렇다는 건 아니잖아. 굉장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시선이었는데. 아, 하지만 내 하트에 상처 주는 계산을 가다듬고 있었다면 봐 줬으면 한다.

내 무언의 항의를 뿌리치듯이, 유키노시타는 화제를 바꾼다.

 

 

「그런 것보다... 당신 아까 전부터 상당히 언니에게 관심이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이지만...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 아니, 그런 생각은 아닌데... 네 언니 화제를 꺼낸 건 너잖아.」

 

「당신의 경우 거의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 질리지도 않게 썩고 있는 눈이군요.」

 

「왜 다시 말하는 거야... 그 묘사 필요 없잖아.」

 

 

눈은 입을 대변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아무튼, 최근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하루노 씨만 계속 만났으니까... 싫어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숫자로 하면 관심도 마이너스에서, 제로정도의 변화라고는 생각하지만.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언니와 무슨 일인가 있었어?」

 

「아니, 전혀, 아무것도.」

 

 

의심의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즉답한다. 거기에 이건 사실이다. 어느 건에 관해서도, 하루노 씨와 내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단지 말려들어간 것만으로, 거기에는 적대도, 우정도, 대차 관계도 생기지는 않았으니까..., 금전의 대차는 하고 있었군. 뭐 그래도 그건 돌려줄 예정이고. 우선 노 카운트.

 

 

「...........」

 

 

유키노시타는 내 눈을 들여다봤지만, 이번에는 내 정직함이 전해졌을 것이다. 단념한 듯이 시선을 돌리고, 그 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특별히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예상대로 떠 봤을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아무튼 언니가 당신 같은 것에 뭔가 장치해놨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지나친 생각일까.」

 

「믿어줄 수 있어서 영광이다.」

 

 

같은 거라니 그게 뭐야 라고는 감히 태클할 수 없는 형편으로.

 

 

「이 때니까 그 밖에도 뭔가 숨기고 있다면 말하는 편이 좋아요?」

 

「...전혀 믿지 않고 있군 나를....」

 

 

무슨 바보 같은 말을, 이라는 눈을 하면서 유키노시타는 나를 힐끗 흘기고.

 

 

「무슨 바보 같은 말을...」

 

「눈이 먼저 그렇게 말하고 있던 건 알고 있으니까, 재차 때리는 건 그만두세요...」

 

「당신에게는 전과가 있는 거예요?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전과?」

 

「예, 당신이 뭔가 생각하면 변변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걸... 독단으로 일을 끝내는 건 이제 허락하지 않아요.」

 

 

유키노시타가 뭐를 전과라고 말하는 건지는, 곧바로 알았다.

 

 

「...아니, 너의 허가라면 제대로 얻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 유키노시타는 「당신에게 맡길게」라고 말했을 거다. 같은 부원인 유이가하마에게 쓴 소리를 듣는 건 아직 모를 일도 아니지만, 부장인 유키노시타는 허가를 낸 이상, 결과에 대해 책임이 있다. 불평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네, 그 때는 허가를 해 버렸어. 반성하고 있어요, 당신 같은 것에 맡긴 내가 바보 같았다고...」

 

「반성하고 있는 녀석의 말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러니까 이것은, 앞으로의 얘기에요.」

 

 

유키노시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도망가고 싶어질 정도로 날카롭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선.

 

 

「한 번 더 분명히 말해요... 나는, 당신의 방식이 싫어.」

 

 

―――잘 설명할 수 없어서, 안타까운 것이지만...

 


한 달 전은, 그렇게 들었을 거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반 모르는 듯한 어조로. 감정만이 앞선 듯한, 그 눈동자로.

 

이제 그 눈동자에는, 미혹이 없다.

 

 

「약함을 긍정하는 것, 그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어.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성장하느니 말하는 건 도망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문화제에서, 나는 그것을 깨달았는 걸.」

 

 

지금의 자신을 부정해서, 안이한 상표를 붙여 대체를 「성장」으로 칭한 사가미 미나미. 혹은, 그건, 언니의 주박에 사로잡히고 있던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만 당신의 방식은, 거기에서부터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아무것도 나아가지 않은 채, 애매하게 해 버려. 아무것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언니의 방식과 같아요.」

 

「...전혀 다르잖아, 그건」

 

 

하루노 씨의 얘기를 하고 나서 유키노시타가 뭔가 나한테 말했던 건, 이 탓일까.

하지만 다르다, 그건 전혀 달라...그야말로 정상(底辺)의 방식과 최하의 방식이다. 거기에는 공간적인 거리처럼,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나에게는 같은 것이에요. 오히려 상태가 나쁜 걸로 보면, 당신 쪽이 성질이 나빠.」

 

「너무한 말이군...변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쪽이 효율이 좋잖아.」

 

 

같은 변명을, 그 때도 아까 전에도, 유이가하마에게 한 것을 생각해 낸다.

 

 

「효율이군요...당신은 그렇게, 언제나 자신을 버리는 말처럼 쓰고 있는 것일까」

 

「별로...그런 게 아니야.」

 

 

자기희생에 도취하고 있을 생각은 아니다. 그 밖에 싼 자원이 있다면 그것을 쓸 때까지다. 싼 우정이라든지, 싼 프라이드라면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다...아마 그 다음 정도로 자신을, 싼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다지 주목받지도 않고, 기대도 되지 않는 나니까.

 

 

「...당신의 방식은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몰라. 실제로 당신은 누구나 구원해 온 것이고.」

 

「구원하다니 과장된 표현이야, 일개 고등학생이 쓸 표현이 아니잖아.」

 

 

나의 얼버무림에, 유키노시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다면―――」

 

 

유키노시타는 한 번 살짝 숙여서, 말을 자른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연다.

 

 

「주위가 구원받아도, 그렇다면 당신이」

 

「얏하로-!」

 

「.............」

 

「.............」

 

「...........어라?」

 

 

유키노시타의 대사를 차단해, 분위기를 박살내듯이 등장한 그 녀석은... 역시라고나 할까 뭐라고 할까, 봉사부의 세 번째 사람인, 유이가하마였다.

 

 

「어라, 어라라?」

 

 

분위기 읽기에 능한 유이가하마는, 스스로 박살 낸 분위기를 재빨리 눈치 챘는지,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나와 유키노시타를 보며 비교한다. 분위기는 읽을 수 있어도 부숴버리는 녀석이라는 건 있지요.. 이 녀석도 그 종류인가. 아무튼, 나로서는 살아났지만.

 

 

「혹시, 나 또 뭔가 해버렸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와아와하고 부산떠는 유이가하마에게,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짧게 대꾸한다. 그리고 내 쪽으로 시선도 돌리지 않고, 문고본을 열어 거기에 눈을 떨어뜨린다.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은, 대체로 했다고 생각해요.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가차 없이 잡을 테니까.」

 

 

그렇게 한 마디만, 내게 던진다...아무래도, 못을 박아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도, 하루노 씨한테도 같은 안건으로 못을 박혔었나. 이제 나 책형 아니야? 혹은 표본 상자의 곤충이나 뭔가. 아니, 스스로 말했지만 벌레는 봐 줬으면 한다, 좋아하지 않으니까.

유이가하마는 그런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살짝 봤으니까,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유키농한테 뭔가 했어?」라고도 말하고 싶은 듯한 눈이다... 자, 몰라. 라고도 말할까 내가 뭔가 당했다고 할 가능성은 생각해 주지 않네요...

내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불복으로 생각했는지, 유이가하마는 약간 발끈한 표정을 띄우고는 다시 유키노시타를 향한다. 그대로 종종걸음으로 접근해서. 유키노시타 옆에 의자를 두고 툭 하고 앉았다. 너...겁도 없는 거냐? 필시 기분이 나쁜 유키노시타 씨의 옆에 앉는다든가, 미친 짓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아.

 

 

「저기. 유키농, 잠깐 괜찮아?」

 

 

한층 더 무섭게도, 그런 유키노시타에게 말을 건네버리는 유이가하마. 진성 바보였나 이 녀석. 분위기 읽는 게 장점이었던 게 아닌 건가... 읽어라...이런 때야말로 그 스킬 발휘하세요...

하지만 의외였던 건 유키노시타의 반응이었다.

 

 

「무슨 일일까 유이가하마 양.」

 

 

유키노시타는,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 않은 듯이 대답한다. 어라...화나지 않았네. 아까 전에는 대단히 기분 나쁜 것 같았었는데... 이 녀석은 꽤 원한을 질질 끄는 타입이다. 그 말은 지금의 유키노시타가 겉을 꾸미고 있다는 건가... 혹은, 아까 전의 유키노시타도 그만큼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지,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이 된다.

유이가하마는 그 한 순간에, 유키노시타의 기분을 읽기라도 했을까.

 

 

「저기...크리스마스 파티 말인데」

 

「예」

 

「약간 준비 시작하는 게 늦어서, 생각하고 있던 가게, 벌써 차 버리고 있던 거예요-」

 

「아무튼... 당신의 착상에 의한 발안이었던 것이군요.」

 

 

잡지에 실린 듯한 크리스마스적인 가게라도 찾고 있었던 걸까. 오늘은 예약 전화라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튼 잡지에 실려 버렸던 단계에서 24일 자리는 곧바로 채워져 버린 걸까. 그런 가게는 리얼충들에게는 유아등 같은 것이다.

 

※ 유아등 :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작물 근처에 설치해 놓은 전등.

 

 

오, 그래도 장소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면... 혹시 중지라고 하는 가능성도?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거야? 조금 더 찾아보는 것일까?」

 

「응, 그래서 말인데」

 

 

유이가하마는 거기서 유키노시타의 눈을 가만히 응시해서는,

 

 

「파티는 유키농 집에서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서」

 

「에... 우리 집?」

 

 

유키노시타는 무방비한 곳이 찔린듯한 표정이 됐다.

 

 

「응. 유키농 맨션에서 말야, 모두하고 과자 가지구 모여서 파티 하는 거야! 그리고 프레젠트 교환이라든지 해서...가게보다 유키농 집이 편하구.... 안될까?」

 

「그건...안 되는 건 아니지만...」

 

「에, 진짜로?」

 

「에.. 예」

 

 

약삭빠르다. 유이가하마 씨 약삭빨라. 그런 식으로 눈을 보고 유키노시타에게 간절히 부탁하면, 유키노시타가 굽히지 않을 리가 없다. 이번만은 고의로 한 거겠지... 만약 천연으로 하고 있다면, 벌써 무의식중에 행동패턴이 짜 넣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 쪽이 무서워요.

 

 

「다행이야! 아, 그럼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필요하겠네! 사도 괜찮지만... 뭣하면 내가」

 

「아니, 그건 안 되잖아.」

 

 

무심코 대화에 참가하고 있지 않았는데 태클 해버렸다. 거의 반사적으로 말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아마, 생명의 위기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 그러네. 그건, 그만둬 줄 수 있을까」

 

 

유이가하마의 천연 마력에 유혹되고 있었던 건지, 한 발 늦게 유키노시타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너, 너무해...」

 

 

이렇게 해서, 크리스마스 파티의 협의가 시작된다. 라고는 해도 날 제외한 두 명이 마음대로 대화를 해 나갈 뿐이지만. 아무튼 나한테는 토츠카가 오는 것 정도밖에 희망이 없으니까. 특별히 나한테 해가 없는 한 마음대로 결정해도 좋아. 그렇게 생각해서, 가져온 문고본을 읽기로 했다.

그로부터 잠시 후.

 

 

「...죄송합니다, 잠시 전화를 받아요. 꺼두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아.」

 

 

유키노시타가 진동하는 핸드폰을 꺼낸다.

 

 

「아, 응」

 

 

유키노시타는 일어서면서 착신 상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얼굴을, 희미하게 찡그린다. 그 표정은, 그녀가 뒤를 향해 버려서 잠깐밖에 안보였지만.

 

 

「....네」

 

 

그러나 그 음색도 또, 방금 전까지의 온화한 느낌과는 돌변해, 불쾌함이 섞인다.

 

 

「...또 그런 것일까? ...그러니까 모른다고 말했었지요.」

 

 

뭐야 이건, 데자뷰?

...아니, 데자뷰라고 할 만큼 짐작이 가는 일이 없는 건 아니다. 그건 바로 지난달의 기억이다.

 

 

「예 그래요...어쨌든, 내가 있는 곳에는 와 있지 않으니까...예, 그러면」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 뒷모습에, 유이가하마는 조용히 얘기했다.

 

 

「유키농...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별로...아무것도 아니에요.」

 

 

유키노시타는 짧게, 그렇게만 대답했다.

 

 

「...응?」

 

 

그 때, 내 스마트폰도 포켓 안에서 작게 진동한다. 메일 착신이다.

왠지 어떤 예감이 들어, 나는 그것을 두 명에게서 숨기듯이 화면을 연다.

 

 

From : 유키노시타 하루노

Subject : 부탁한 건

Message :

이번 주 금요일, 방과 후, 역전으로 와 주세요.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⑤입니다. 10/19에 4페이지를 썼습니다. 데이트 DE 하루농 파트2. 밤의 데이트... 사실만 놓고 보면 굉장히 러브러브잖아요? 그런 이유로... 슬슬 하치만과 하루농의 관계성을 찾아내 가고 싶은 것. 차례차례 갱신 예정.

 

4페이지...죄송합니다. 작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쳐 썼습니다. 어쩐지 급히 했으므로. 고쳐 썼던 것이 반이 되었습니다. 이번은 부족감이 느껴집니다...(눈물) 그리고 ①의 서두 장면은, 조금 더 뒤에, 좀 더 중요하게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끝나는 건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고. 앞으로, ⑥⑦⑧+⑨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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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다시 ,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강습한다.

 

 

「...............」

 

「정말~, 그렇게 삐지지 마요. 갑자기 권했던 건 미안했다고 말했잖아」

 

「.....별로, 삐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래? 그럼 아까 전부터 눈을 돌려서, 밖만 보고 있는 건 어째서일까나?」

 

........하아.

이래서도 저래서도 아냐... 단지 그저 거북합니다.

내 짧은 인생 경험에는, 이런 좁은 공간에서 아름다운 누님과 둘만이 되는 상황,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 누님, 외모는 페이크에 성격은 암흑물질 같은 수준으로 정체불명이다.

...아니, 아무튼 정확히 말한다면 둘이서, 라는 것도 아니지만.

힐끔, 하고 전방으로 눈을 돌린다.

단지 묵묵히 앞을 보며, 때때로 조용히 핸들을 꺾는 남자의 뒷모습. 이렇게 말해도 그 등의 대부분은 시트에 가려 내가 있는 장소에서 보이는 건 완만하게 정돈한 후두부와, 의외로 비교적 견실한 어깨, 그리고 택시 기사 같은 흰색 장갑을 낀 손목 정도지만.

그래, 이 사람, 운전기사.

여기는 차안이었다. 게다가 주행 중. 도망칠 수 없다!

아마 이것이, 코마치가 오늘 아침에 우산을 건네 준 이유겠지...역시 내통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자전거로의 도주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든가 귀신인가. 아니 아마도, 「끝난 뒤 자전거 가져가러 학교 돌아오는 건 귀찮죠?」라는 친절심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배려의 방향성이 내가 바라는 것과 전혀 일치하고 있지 않다. 히키가야 남매 해산위기다...

게다가, 차라고 해도 예의 검은 하이어는 아니고, 극히 보통인, 작은 패밀리 카였다. 하루노 씨 가라사대, 「아니, 뭔가 히키가야 군 그 차 싫은 것 같았으니까-」...그러니까 이놈 저놈 모두 다 배려하는 방법 이상하겠죠, 말하고 있는 건 분명 실수는 아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고.

그렇다고는 해도, 이 사람...츠즈키 씨, 던가 (칫, 기억났다.)... 저 빈틈없이 차려입은 복장으로 보통 차 운전하고 있으면, 뭐랄까, 이상한 분위기가 있군... 저기만 다른 차원.

 

「응? 츠즈키가 신경 쓰이는 거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하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라는 말을 들어서 바로 바뀔 정도로 나란 인간이 그렇게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신경 쓰이는 건 어떻게 해도 신경이 쓰인다.

나의 뼈와 고교 데뷔의 꿈을 정리해 꺾은 운전기사는 이 사람인가라든지, 그 때의 운전기사가 운전이 능숙해서 뛰쳐나온 나도 전력하는 것만으로 끝났나라든지.... 내가 치었을 때 뒤에 타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 건가...라든지, 쓸데없는 것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버린다.

...뭐, 상관없는데. 이미 끝난 것이고. 이렇게 해서 나는 후유증도 없이 팔팔하고 있는 거고. 몇 번 시뮬레이션 해 봐도, 고교 데뷔는 역시 나한테는 무리 같았고. 아니 정말로, 별로 괜찮아... 중역은 지각하는 게 세상의 법칙이라고! ...내 지각 변명이지만.

우선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나는 재차, 시트의 구석에 다시 앉는다. 그런데도 퍼스널 스페이스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여기에서는 우선 그 자세가 중요하다. 접근하지마 오라를 방출하면서, 뒷좌석 가운데 부근에 보이지 않는 라인을 이미지한다. 이 쪽에는 먼저 들어가 있다구요!

 

「...히키가야 군, 뭐 하고 있는 거야?」

 

하루노 씨는, 내 경계 행동에 목을 갸웃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유키노 짱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돌아온다고 말해뒀는데, 돌아오지 않게 되어버렸군요. 히키가야 군, 뭔가 알고 있어?」

 

하루노 씨가 내게 얘기한다...슥 하고, 내 쪽으로 앉는 위치를 바꾼다. 제 1차 방위 라인은 쉽게 돌파되어 버렸다. 내 오라 너무 약해! 과연 있을지 어떨지조차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글쎄요. 볼 일이나 뭔가 있겠죠.」

 

그거야 아무튼 현장에 마침 있었으니까 알고 있지만... 그 백합백합스러운 공간에서군.

하루노 씨도 자신의 여동생이 그런 백합백합스러운 사태에 빠져 있다니 생각하고 싶은 일도 아닐 거다. 여기는 친절심을 발휘해서, 우선은 얼버무리는 것으로 한다.

 

「볼일이네...흐-응?」

 

「이, 이상한 거라도?」

 

그러자 이번에는 내 눈을 엿보듯이 빤히 응시한다. 반사적으로 눈을 돌렸지만, 돌린 틈을 찌르듯이, 빠져들 듯이, 하루노 씨의 손이, 제 2차 방위 라인 위에 놓였다. 좁은 차내다, 이미 다른 동작도 취할 수 없다.

 

「응-.....」

 

「.........」

 

아니, 츠즈키 씨, 뒷좌석의 상황을, 약간은 신경 써 주세요. 정말 보이지 않는 건가 이 사람.

하루노 씨는 잠시 동안 나를 관찰하고 있었지만, 문득 뭔가 번뜩인 듯이, 대담한 미소를 띠었다.

 

「알았다, 가하마 짱이겠지요?」

 

「...........」

 

「오, 맞는 것 같네」

 

「또 떠 본 겁니까...」

 

어이어이 내 얼굴, 너무 읽히지 않아? IC카드인가 뭔가야? 정신 차렸을 때는 얼마나 인출당한 거야?

 

「히키가야 군은 입으로는 거짓말하지만, 눈이 정직하니까요... 썩고 있는 비교적은」

 

싱긋하는 표정을 띄우는 하루노 씨. 내 눈 너무 쓸모없잖아... 사안 제어할 수 없잖아.

 

「그래... 뭐 크리스마스 이브네. 친구와 같이 파티 하는 편이, 우리 집 파티보다 즐거운 건 확실하고」

 

나는 뭐 하나 좋은 정보를 얻지 않고 있지만, 대답이 어디서부턴가 질질 끌고 있는 건 무슨 이유일까...

라고 할까,

 

「......유키노시타 씨 집도 파티 하는군요.」

 

「응? 그거야 뭐」

 

우와아, 뭐야. 하루노 씨와 유키노시타가 같은 테이블에 있는 파티라든지, 침묵이 너무 무거워 밤을 샐 듯한 광경 밖에 떠오르지 않아... 분향할 마음조차 생길 수 없다.

 

「뭔가 무례한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나... 아마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와 친한 현지 정계 사람이라든지 재계 사람이라든지 불러, 서서 먹는 형식으로 파티 하는 거야」

 

과연, 그건 또, 정치적이군.

 

「나는 오로지 술 담당이고.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따금 보이는 어색한 인간관계라든지 알게 되는 건 즐거울까나」

 

「....즐기는 방법 너무 검지 않습니까?」

 

좋은 미소로 무슨 말하는 거야 이 사람... 설마 부친도 딸이 그런 곳에서 낙을 찾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이렇게 치바의 명사는 약점을 잡혀 버리는군요...

거기서 하루노 씨는, 문득, 미소의 질을 바꾼다. 부드럽고, 그리고 어딘가 기쁜듯한 미소.

 

「그래도 그랬나, 유키노 짱, 올해는 가하마 짱을 선택했군요...응, 아직 사이가 좋은 것 같아서 감심감심」

 

「아직이라니...」

 

어째서 이 사람, 이렇게 목에 걸리는 말투를 쓸까. 아무튼, 일부러겠지만.

 

「후후, 하지만 실제, 가하마 짱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는, 우선 최장 기록인 걸.」

 

「.....최장기록?」

 

「그래. 유키노 짱과 제대로 친구가 되어 주고 있는, 최장 기록」

 

「.......」

 

「이렇게 길어진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니까-, 언니는 예상 밖이에요.」

 

―――당신은, 달랐으면 좋겠네.

불꽃놀이의 밤, 유이가하마가 하루노 씨 앞에서 맹세한 이래로, 아직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전부터의 흐름을 포함했다고 해도, 일 년에도 못 미친다.

그걸로 최장기록. 유키노시타의 스탠스가, 지금까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그것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 뚜렷한 것이었다.

...적지 않게, 유키노시타의 퍼스낼러티에도 원인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타협하면 좋을 텐데, 우선 가장된 웃음이라도 해 두면 좋을 텐데. 그것을 할 수 없는 그녀는, 잘못되어 있는 것을 잘못됐다고 규탄해 왔을 것이다. 친구를 자칭하는 상대에게. 친구라고 하는 면죄부에, 상관없이.

그 결과가 이거다.

질투하고 미워해, 거절하고 배척하기 시작한다... 유키노시타가 빠져 온 배신의 연쇄.

유이가하마는, 그런 와중에 아직도 유키노시타의 친구를 계속하고 있는 예외, 라는 것 같다.

 

「.....뭐어, 질투와는 무연한 녀석이니까요... 바보고」

 

「생각하지 않은 말을 입에 내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아?」

 

내 적당한 코멘트는, 하루노 씨에게 싹둑 잘려버린다.

 

「내가 가하마 짱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건, 그런 것을 분명 가지고 있는데도, 유키노 짱과 친구로 있을 수 있는 건데, 알고 있죠?」

 

「............」

 

「확실히 약간 천연인데. 그래도 그 아이는 하는 둥 마는 둥 클레버하고, 틈이 보이긴 하지만 계산력이 높아. 그런 아이라면 지금까지도 몇 명인가 있었는데... 가하마 짱은 어디가 다를까?」

 

타인의 안색을 엿보며 살아 온 그녀는 질투나 미움을 타인의 얼굴에서 찾아내 왔을 거다. 그런 감정에는, 민감할 것이다. 거기에 그녀 자신도, 그 가혹한 리얼충 라이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간 교활한 방법을 쓴 것도, 있을 게 틀림없다.

인간은 약한 생물이다. 몸도 약하고, 그런 것에 쌓이고 있는 멘탈은 좀 더 약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인간은 얼마든지 잔혹하게 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신에게 변명을 계속 허락한다.

전례의 「친구」라는 건, 거기에 따랐을 뿐이었던 거다. 시작은, 유키노시타를 동경해, 같이 있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고...그러자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그 감정은, 단번에 부의 감정으로 전환된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은 있을 것이다.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면서, 그녀와 그녀가 아직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건.

그녀가 다른 점이라고 하면...그건.

그건 뭘까.

 

「그렇다고는 해도... 보고 있었던 듯이 얘기하는군요.」

 

하루노 씨가 유이가하마와 얼굴을 맞댄 건, 진짜 몇 번일 텐데.

 

「후후, 나는 인간관찰이 취미니까」

 

「...그거, 취미 범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기본노선 게임 얘기하는 건 그만두라고. 여러 가지 생각해 버리잖아...

 

「뭐, 이건 가하마 짱이 없으니까 말하는데. 본인에게 말하면 안 돼요? 그도 그럴게 봐, 그 애도 라이벌이고... 히키가야 군 입으로, 너무 칭찬 하는 것도, 응?」

 

「라이벌이라니... 아니, 그러니까 친구겠죠? 유키노시타의」

 

「그런 게 아니라... 아무튼 상관없나. 추가로 히키가야 군도 최장기록 갱신중인 게 되지만, 새로운 기록갱신을 목표로 해 줬으면 하는 거야... 기대하고 있어요?」

 

「기록 갱신도 뭣도....」

 

실은 나, 친구도 아니니까. 아무래도 저 쪽 분은 그런 관계 바라는 바가 아닌 듯하니... 유감스럽지만 하루노 씨의 기대에 응하는 건, 할 수 없다.

다만, 이 화제에 관해 일의 경과를 설명하는 건 귀찮고, 하루노 씨에게 그런 얘기를 할 이유도 원래 없었으니까, 나는 화제를 잘라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갑니까, 이 차. 시내 쪽과는 반대 방향입니다만」

 

그래, 유키노시타의 크리스마스 프레젠트 살 거였다. 나도 한순간 목적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갑자기 납치되고 이 상황이다. 무리도 아니지만... 슬슬, 만회하지 않으면. 넋 놓고 있으면 뼈까지 빨릴 지도 몰라.

하루노 씨는 행선지를 떠올리고 있었던 걸까,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골똘히 생각한다.

 

「응-, 그러네... 때 마침이네?」

 

「뭐야 그건...」

 

「때・마・침・이・네?」

 

「왜 다시 말하는지....」

 

이 사람의 이런 행동은, 너무나 노골적이라 오해하지 않아도 되는 게, 어느 의미 구제인지도 모르려나. 그런데도 한순간 움찔하는 건, 아마 지병인가 뭔가라고 생각한다. 빨리 병원이군....

 

「아-봐요 츠즈키, 여기서 급 핸들 한번이라도 꺾어주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러면 합법적으로 히키가야 군이 기대서 이렇게 될 텐데.....」

 

영문 모를 무리한 주문을 하는 하루노 씨... 나쁜 고용주구만.

 

「...........」

 

말을 들은 츠즈키 씨는 무반응이었다. 이런 상황에는 익숙해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 위험해, 나를 쳤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동정해 버릴 것 같이 됐다... 복잡한 기분.

그곳에서부터 약간 달려서, 이윽고 그가 취한 행동은, 물론 급 핸들 꺾기 따위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조용하고 완만한 브레이크였다. 관성력에 의한 힘은, 아마 최소한으로 억제되고 있다고 해도 좋겠지. 매우 신사적. 추가로 히라츠카 선생님의 운전은 와일드에 마초남 같다. 어떤 쪽이 사랑받는 걸까 여자한테는.

 

「오,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네-」

 

하루노 씨가 근처를 둘러보면서 말한다. 거기에 이끌려, 나도 빙글하고 목을 돌렸다.

...어디야 여기? 내 머릿속 치바 맵에는 특별히 해당되는 건물이 없다. 즉, 그만큼 유명한 장소는 아니라고 하는 거다. 한적한 주택가, 게다가 집 지붕이나 벽이라든지에, 약간 부르주아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구획이었다.

츠즈키 씨가 어느 샌가 뒷좌석 측까지 와서 문을 열어 준다. 진짜로 기척 없잖아... 스승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하루노 씨는 그걸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차에서 내리고 나는 약간 거기에 미안해하면서 뒤를 따른다.

 

「그럼 잠깐 갔다 올 거니까. 히키가야 군, 여기에요.」

 

목례하는 스승... 츠즈키 씨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리들은 걷기 시작한다.

시각은 18시를 가리켜, 왕래도 거의 없다. 원래, 별로 인기가 없는 곳일 거다. 듬성듬성, 가로등이 밤길을 비추고 있다. 이런 시간, 이런 곳에 무슨 가게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          ×          ×

 

주택과 주택 사이에, 그 가게는 적막하게 있었다.

주위의 집과 비교하면 실루엣이 머리 하나 정도 낮은 단층집. 목조인 듯하고, 나무의 거무스름해진 색이 시간의 경과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가게 앞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 낡았다는 인상은 그리 받지 않았다.

 

「여기에요, 히키가야 군」

 

「하아...라고 할까, 가게 닫혀 있지만」

 

보면 미닫이문에, 『영업종료』의 간판이 걸려 있다. 아마, 5시라든지 그 정도로 끝나는 걸까. 별로 큰 가게도 아니고, 이 시간에는 손님도 오지 않겠지. 단, 가게 창문에서는 빛이 새고 있었다.

 

「괜찮아. 가게 사람한테는 얘기 해 뒀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주저 없이 미닫이문을 열었다. 당황해서 나도 하루노 씨를 따라간다.

땡땡하고, 문에 장착된 작은 종이 운다.

 

「..........에」

 

내 눈에 뛰어 들어온 것은, 잡동사니의 산이었다.

...아니, 잡동사니의 산처럼 보였다, 가 정답이다. 너무나도 어수선하게 놓여 있어, 한순간 그렇게 보인 것뿐으로.

오렌지색의 부드러운 조명아래, 상품이 좁은 곳에 늘어서 있다.

가까운 쪽의 테이블에는 연대물의 앤틱 돌이 앉아 있고, 그 안 쪽은 테디·베어 한 무리. 양철 블리크 로봇이 늘어선 곳에 그리운 솔비 인형이 몇 체인가 널려 있었다. 좌옥에는 전차나 군용 비행기의 프라모델에 디오라마, 특촬 히어로 피규어가 줄서 있다. 라고 생각하면 오른쪽 안쪽 선반에는 세세한 장식이 붙은 티포트나 접시, 글래스가 늘어서 있고... 도저히는 아니지만, 전부 묘사할 수 없다. 뭔가 마루까지 상품은 널려 있다. 마루에 깔려 있는 한 오래 전의 팬시인 융단도, 혹시 상품인지도 모른다.

요컨대, 잡화상 겸 완구가게라는 것일까.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 라인업에,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한다.

 

「뭡니까, 여기...」

 

「보면 알겠지만 완구점이에요? 약간 어수선하고는 있는데-」

 

뒤죽박죽 레벨이 아니다. 내 방보다 어수선한데.

 

「아버지의 아는 분이 하고 있는 가게야. 최근에는 오지 않았지만...아」

 

하루노 씨의 시선을 쫓자, 가게 안쪽에서 지긋이 나이가 든 작은 몸집의 할아버지가 나왔다. 하얀 수염이 애니처럼 수북히 나 있어, 지금도 「소귀다, 소귀가 있다」라든지 말을 할듯한 느낌... 저걸 보면서 생각하건데, 저 할아버지 확실히 인간 같지는 않군.

 

「오래간만입니다... 부탁 들어 줘서 고마워요.」

 

하루노 씨가 인사했으므로, 나도 우선 머리를 내린다. 할아버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게 끄덕이며 손을 들고 다시 가게 안쪽으로 돌아갔다... 뭐야 저건, 그 사람도 과묵 캐릭?

 

「그런데... 그럼 프레젠트 선택하기, 시작해볼까」

 

「프레젠트라니... 여기서?」

 

나는 다시 쌓인 물건의 산을 지긋지긋하게 바라본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를 진열방식이다, 이러면 아직 저번 주의 라라포트가 현격히 찾기 쉽다고 생각한다.

 

「라고 할까, 어째서 일부러 이런 데까지 튀어왔습니까?」

 

「응-, 전에 고양이 굿즈 찾고 있었잖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유키노 짱이 갖고 싶어 했었던 게 있었지 하고, 생각해 내서」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산 속으로 헤치고 들어간다. 아무래도 목적의 물건이 어디에 있는 건지는, 일단 기억하고는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상품의 산은, 일단 어떤 구분은 되고 있는 듯 하고, 나도 보고 있는 동안에 왠지 모르게 각 섹션의 컨셉을 알 게 됐다... 어디까지나 왠지 모르게, 지만.

 

「여기 할아버지, 취미로 여러 가지 사 들이고 있어서... 그래서, 그걸 대충 즐기면, 이렇게 가게에 늘어놓고 팔고 있는 거야. 싫증 잘 내는 사람에, 자신이 뭘 샀는지도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과연, 취미인의 앤틱인가...그래도 그렇군요. 중고라는 말 들어버리면 약간 힘이 빠지는데, 앤틱 카테고리에 들어간 순간, 오래 길들여진 맛이 좋다든가 하는 말들을 보면, 뉘앙스라는 건 중요.

하지만, 그렇다면 아까 전의 전차의 프라도... 지금 내 시야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미소녀 피규어도 할아버지의 취미라는 건가... 젊다고 할까, 할아버지의 취미의 깊이를 알고 싶은 것도 아닌데 깨달아 버렸다.

 

「확실히, 이 근처였는데」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가 몸을 수그려 웅크린다. 드리워진 세미 롱 머리카락을 손으로 고정해, 높이가 낮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물건을 검시하기 시작했다. 나도 뒤에서 들여다본다.

 

「뭔가요 이 상자...아아, 오르골인가....」

 

아무래도 이 테이블에는, 오르골이 놓여 있는 것 같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여러 가지 장식으로 꾸며진 상자가 쭉 정렬되어 있다.

하나를 손에 들어, 상자를 열어 보았다. 오르골 특유의, 금속적이면서도 포근한 음색이 상자 바닥에서부터 흘러나온다. 거기에 맞추어 상자 안에 있는 작은 인형이 댄스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의 일 절.

 

「유키노시타가 갖고 싶어 했던 것이, 오르골인가요?」

 

그 실리주의의 집합체 같은 녀석이 그런 걸 갖고 싶어 했다고는...그렇지도 않나. 팡 씨 굿즈라든가 사 들이고 있기도 하고....

 

「응-, 그렇다고 해도 꽤 오래 전이지만... 나도 여기, 오랜만에 왔었고.」

 

하루노 씨는, 작은 상자를 여닫아 안을 확인하면서 대답한다.

 

「부모님이 나와 유키노 짱도, 자주 왔었어. 그 할아버지, 아버지의 지원자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 나도 유키노 짱도, 이 가게 마음에 들어 했기도 해서. 뭔가, 보물산 같잖아?」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지도 모른다. 뭐가 묻히고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이 가득 찬 보물산. 나도 이정도로 눈이 썩기 전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언제쯤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노 씨는 대충 탐색을 끝낸 듯이, 마지막 상자를 열고, 닫고,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으-응...역시, 이제는 없어져 버렸을까....」

 

「에, 없었나요?」

 

「응... 열면 고양이 두 마리가 이렇게, 서로 장난치고 있는 느낌인 거였는데, 팔린 것 같네」

 

목적의 물품은 없, 나...그런데, 그럼 나 헛수고에 고생만 한 거 아냐? 또 어딘가로 찾으러 간다는 전개라든지는 사양이야....

하루노 씨는 단념하지 못한 듯이, 내게 등을 향해 다시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제 적당히 보고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하루노 씨에게 제안하려고 했을 때,

 

「나는, 받을 수 있었는데」

 

하루노 씨의 중얼거림이 그것을 차단했다.

 

「아버지에게, 이걸 갖고 싶다고 말했어. 어떤 거였는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그 정도의 기분으로 조르면, 시원스럽게 사 주셨어.」

 

상자를 손에 들어, 열고, 또 닫는다. 잠시 동안만 오르골 소리가 들려,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유키노 짱에게는 사주지 않았어.」

 

여전히 등 뒤를 향한 채로인 하루노 씨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는 모른다.

 

「히키가야 군... 왜인지, 알아?」

 

「어.....저 말입니까?」

 

「응」

 

갑자기 대답 요청을 받은 나는 약간 당황했다. 하루노 씨가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건지, 나에게는 몰랐으니까... 그리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하루노 씨에게, 어떻게 대응해도 좋을지 몰랐으니까, 하는 것도 있다.

평소의 밝고 애교 있는 누나라는 것도 아니고, 이따금 보이는 냉혹한 여왕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인상은... 속이 텅 빈 것이었다.

우선, 내 인생 경험적인 입장에서, 하루노 씨의 질문에 답하기로 한다.

 

「애정의 차이 아닙니까?」

 

「...히키가야 군, 심한 말 하네... 실제경험?」

 

「유키노시타 씨 쪽이야말로 심한 말 하고 있으니까요... 실제경험이지만」

 

하루노 씨는 쿡쿡하며 어깨를 작게 흔든다. 그다지 몸을 날린 개그를 할 작정은 없었지만, 웃어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 부분은 동정해 줬으면 한다.

 

내가 받지 못했는데, 코마치에게 사 줬다고 하는 수수께끼 사상. 그 해답은 코마치가 너무 사랑받고 있는 점에 있다. 그 쓰레기 아버지라고 하면...그런데, 이건 이미 회상이 끝난 상태였다. 일부러 괴로운 기억을 들춰내서 좋을 리 없다.

 

「우리 집 가족 사이는 양호해요, 아마. 나도 유키노 짱도, 평등하게 사랑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유키노시타의 태도를 보는 한,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 도메스틱인 문제에, 가벼운 기분으로 츳코미는 할 수 없었다.

 

「정답은... 깨닫게 하기 위해서, 에요.」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한 채, 다시 상자를 연다. 특별히 설명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업무 떠넘기기인가요. 빨리 보고 생각하라는 스타일.

 

...다만, 짐작이라면, 있다.

유키노시타는 초대받지 않고, 하루노 씨만 온 그 불꽃놀이.

실내파인 유키노시타가 원래 불꽃놀이 같은 것에 올까 하는 츳코미도 있겠지만, 만약 갈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그녀는 갈 수 없었겠지.

저것도 또,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대리는 어디까지나 하루노 씨라고 하는 것을.

그건 밖을 향한 의미뿐만이 아니라, 내향적으로도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매의 서열을 확실하게 새기기 위해서. 확실히, 깨닫게 하기 위해.

 

옛날 가족제도 중에는, 장남의 반찬이 하나 많다고 하는 건 상식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코마치가 비싼 음식을 부탁해도 아무 말도 듣지 않는데, 내가 그것을 부탁하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것과 같다... 아니 이상하죠 분명히. 부모님 나를 너무 싫어하잖아. 나는 지지 않아, 아무리 떨떠름한 표정 짓든지 말든지 패러사이트를 계속해 주겠어...

얘기가 엇나간 생각도 들지만, 이것도 또, 우리 집은 우리 집. 다른 집은 다른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론 낼 수밖에 없다.

 

「......아~아, 떠올려 냈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야. 뭐, 잊고 있었던 나도 난데... 역시 감상 같은 거에 흐르게 되면, 변변한 일이 없지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루노 씨는 간신히 일어선다. 천천히, 그것은 어딘가 아쉬운 듯하게.

 

「.....아무튼, 상관없을까」

 

그리고 뒤돌아보면...평소의 하루노 씨인 얼굴이었다.

 

「미안해 히키가야 군, 또 빗나가 버렸어... 우선 나올까. 나, 할아버지와 얘기하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에, 그 밖에도 찾지 않나요?」

 

여기서 결정해 주지 않으면, 다음이 있을지도 모르고...

 

「미안해... 여기는 이제 됐으니까」

 

손을 모아 사과하는 하루노 씨에게,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그 행동은,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계산된 듯한 동작이었다.

하루노 씨는 내 옆을 지나, 가게 안쪽으로 사라져 간다.

 

그것을 배웅한 뒤, 나는 문득 보물산을 바라본다.

보물을 순진하게, 즐거운 듯이 찾는, 두 명의 소녀―――그런 것을, 한순간 환시한다.

그녀들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었겠지. 이 보물산처럼, 뭐가 나올지 모르는 미래에, 희망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결국 현실 밖에 묻히지 않았다. 가차 없이, 잔혹해, 재미없는 현실만인, 매장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찾아 내 버렸다면, 보통 환멸을 느끼다 상심해서, 그녀처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요령이 좋겠지―――어쩔 수 없어, 뭐 상관없잖아, 라며. 현실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뭐, 타협을 하지 않으려는 녀석도, 가끔 있지만.

 

          ×          ×          ×

 

「히키가야 군, 뭐 먹고 갈래?」

 

츠즈키 씨가 기다리는 차로 돌아온 조속히, 하루노 씨는 내게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차는 역시 소리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루노 씨 아무것도 지시하고 있지 않은데, 이 차는 어디로 향해 가는 거지? 우선,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내츄럴하게 식사 길로 유인하는 것 같은데... 이대로 바로 돌아간다는 선택사항은 없는 건가요.」

 

「응-, 별로 그대로 상관없지만... 코마치 짱, 히키가야 군의 밥,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거짓말, 진짜로? 코마치가 내 몫을 준비해 주지 않다니, 그럴 리가 없어... 확신 범이 아닌 한. 코마치 녀석...위를 인질로 취급하는 건 좀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스스로 만들어도 좋겠지만, 돌아가고 나서 착수하게 되면 꽤 늦어진다. 냉장고 안 어땠나... 별로 변변한 게 들어가 있지 않았던 듯한 생각이 든다. 설마라고는 생각하는데, 거기까지 코마치가 계산한 건 아닐 거다... 아니, 그럴 리는 과연 없다고 믿고 싶다. 여동생까지 믿을 수 없게 되면 오빠 뭐를 믿으면 좋을지 몰라.

 

「하아... 갑니다, 가면 되겠죠.」

 

이미 포기, 라는 기분이었다. 내게 결정권이 돌아왔을 때는, 선택여지가 없어지고 있는 건 평소 일이고... 여럿이 합세해서 내 퇴로를 너무 끊잖아. 나는 그렇게 신용 없는 거야? ...뭐, 없겠지. 그 정도는 안다.

내 한숨 섞인 대답에, 하루노 씨는 만족스럽게 수긍한다.

 

「후후, 누나 이해가 빠른 아이는 싫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먹고 싶은 건 있어?」

 

「별로 뭐든지 상관없습니다만... 사 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알고 있다고, 무리하게는 사치하지 않아요.」

 

미리 못을 박는 내게, 하루노 씨는 쾌히 승낙했다. 했지만,

 

「.....히키가야 군이 낼 수 있다면, 말이야」

 

「.......에?」

 

 

결론부터 말하자, 낼 수 없었다.

 

 

「누나한테 한 턱 내게 해주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돼요?」

 

생글거리며 그런 말을 하는 하루노 씨를 옆으로, 나는 한 번 더 지갑 안을 확인한다...으으, 몇 번이나 세도 부족하다.

 

「왜...왜 이런 비싼 곳인가요.」

 

「히키가야 군이 뭐든지 괜찮다고 하니까....」

 

그거야 그렇게 말했지만...말했지만요, 한도라는 것이 있겠죠? 라고 할까 하루노 씨 이거 일부러가 아닙니까?

 

우리들이 들어간 곳은, 내가 자주 들리는 근방 역 가까이에 있는, 작은 요리점이었다. 대로에서 약간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조촐하고 아담하며 세련된 가게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것 같다. 지난번의 파스타를 볼 때, 하루노 씨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하는 건가.

헤에 근처에 이런 가게가 있는 건가-, 나 혼자서는 절대 오지 않겠지-라든지 두리번두리번 점내를 둘러보고 있었던 게 좋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메뉴를 보고 그 가격을 눈치 챘을 때에는, 하루노 씨가 재빨리 주문을 끝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여하튼, 이번에는 솔직히 부족한 분은 나한테 한 턱 내게 해 주세요. 이런 가게 선택해 버린 책임도 있고, 저번부터 어울려 줬던 감사의 의미도 있으니까」

 

「아니요... 돌려줍니다. 돌아가면 있으니까.」

 

아직 확실히, 연금술로 생긴 돈은 남아 있었을 거다...는 친구와 놀러 가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적어서, 의외로 돈이 줄어들지 않는 거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신작 게임은 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또 낳을 수밖에 없나, 무에서 유를.

 

「정말 고집쟁이네. 그건 폴리시인가 뭔가야?」

 

「별로... 타인에게 빚을 만드는 게 싫을 뿐이에요.」

 

특히 빌리는 상대가 상대인 때는 더욱 더 그렇군.

 

「...흐응, 타인한테는 그토록 빚을 지워두면서 그런 말을 하네.」

 

뭔가 찌르는 듯한 말을 들은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뭘 말하기 전에, 하루노 씨는 옮겨져 온 요리 편으로 흥미가 옮긴 듯하다. 「와아 맛있을 것 같아」라며 작게 환성을 올린다. 내 반론 같은 불평은, 목 안으로 들어간다.

 

「우선 먹어. 히키가야 군. 여기 요리 맛있다고 듣고 있었어-」

 

「...하아, 그럼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접시에 담긴 전채는 카프레제였다. 사이제의 메뉴에서 본 적 있다...그런데 나, 토마토 싫어해서 말이지.... 그래서 먹은 적 없다.

뭐, 고기 요리도 주문한 듯 하고, 그때까지는 인내일까...하고, 느릿하게 입에 넣는다.

 

「.....우와, 맛있어」

 

무심코 입에서 군소리가 샜다. 하루노 씨가 내 반응을 보고 기쁜 듯이 미소 짓는다. 그것이 눈에 들어와, 약간 부끄러워졌다.

아니 그래도 이거 진짜 맛있다고. 모짜렐라 치즈도 맛이 별로 없으니까 좋아하지 않았는데, 토마토를 곁들이면 진짜로 맛있다. 드레싱도 맛의 조화를 깨뜨리는 일 없이, 오히려 더더욱 북돋우는 것 같다고 해도 좋다. 위험하게도 「마시―――써!」라며 소리 지를듯하게 된 나를 어떻게든 억누른 그 군소리다... 다음에, 집에서도 만들어 볼까.

 

※ 마시―――써 : 죠죠 네타인듯 합니다. 정발본도 안 나온 것 같고, 해석은 대충 해서 대충 넘어갑시다.(이 무쓸모 자식이!)

 

 

「가끔 이런 곳에 먹으러 오는 것도 좋아요? 여러 가지 발견이 있고, 이런 곳은 데이트라든가 밀담이라든지에는 안성맞춤이니까... 자, 유키노 짱 권해 보면 어때?」

 

「지금 맛에 집중하고 있어서, 잠깐 내버려 둬 주실 수 있나요」

 

「...그랬지, 히키가야 군은 흔들리지 않네.」

 

데이트라든가 밀담이라든가 유키노시타라든가, 뒤숭숭한 단어를 꺼내지 말아 줬으면 한다. 맛을 모르게 되니까... 라고 할까 밀담이라니, 어떤 세계의 사람입니까 당신은.

뭐어, 요리에 죄는 없다. 돈 마련에 다시 곤란하게 될 것 같지만 이만큼 맛있는 음식이고, 불평은 말하지 않고 입 다물고 먹기로 하자. 밥은 입 다물고 먹는 것. 그건 어디까지나 양보할 수 없는 세계의 진리다.

 

「디저트 때 정도, 말해도 좋지 않아?」

 

「하아, 아무튼....」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얻어먹고 있는 이상, 상대의 말에는 조금은 양보하는 게 좋겠지... 그러니까, 얻어먹고 싶지 않았던 거다. 맛은 있지만 말이지.

추가로 디저트는 푸딩이었다. 푸딩은 고등학생이나 된 남자가 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위험해. 한입 먹고 나온 감상은, 위험해. 너무나도 위험해 내 일본어도 정말 위험하다. 위험한을 과하게 써서 게슈타트 붕괴 일어날 것 같군...위험해.

아까 전부터 홀짝홀짝 스푼으로 건져서 빨고 있다. 너무 한 번에 먹는 것도 아까우니까... 나로서도 가난근성이다.

 

「그런데 히키가야 군, 다음에 비는 날은 언제일까?」

 

「.........쿨럭」

 

푸딩이 목에 막혔다. 이런 부드러운 것이 막힌다니 무슨 일인가요..

내 상태를 보고, 하루노 씨는 쓴 웃음을 짓는다.

 

「아하하, 농담이야. 과연 더 이상, 끌고 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어?」

 

「어라? 뭐야 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아니, 저....」

 

믿을 수 없어...그도 그럴게 이 사람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유키노시타의 언니다.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쓸 수 있는 건 써서, 쓸 수 없는 것조차 당당하게 써서 목적을 달성한다...문화제에서, 나는 그 일면을 보았을 거다.

 

「프레젠트 사는 걸 그만둔 게 아니에요? 히키가야 군한테서 어느 정도 리서치는 할 수 있었고, 조금만 더 찾아보고 나서 살 생각. 너무 내가 히키가야 군을 휘두르는 것도-...유키노 짱한테 미안하고」

 

「또... 유키노시타는 관계없다니까요?」

 

「응-, 그래? 그럼 좀 더 누나와 나갈래? 나는 별로 상관없어요?」

 

나는 어깨를 움츠려 대답으로 대신한다. 설마겠지.

 

「그렇겠죠? 원래 내가 사줄까 하는 생각으로 히키가야 군이 어울려 주고 있었던 걸. 별로 끝까지 붙어 다닐 이유는 히키가야 군에게는 없으니까」

 

말하고 있는 건 지당하다. 나는 어디까지나 뒤따라 합류했을 뿐. 혹시 하루노 씨는 그 밖에도 몇 번 정도 혼자서 찾으러 나갔는지도 모른다. 그 중의 두 번, 내가 말려 들어갔을 뿐이다. 돈을 내는 건 하루노 씨니까, 최종적인 결정권은 하루노 씨에게 있는 것이고.

 

...단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케이스에 말려 들어가, 내가 도중에 이탈할 수 있던 시험은 거의 없었으니까.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 없어, 사축 유사 체험을 너무 반복했기 때문일까, 있다고 생각했던 잔업이 갑자기 없어져 버렸을 때의 불안과도 비슷한...어, 정말로 돌아가도 좋습니까?

역시, 이걸로 끝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 그 대신이긴 한데」

 

「거 봐요...」

 

무심코 입으로 나와 버렸다. 다행히도 하루노 씨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듯하지만. 내 경계 시스템은 감도 양호하다. 할 수 있으면 위기 회피 방법도 매뉴얼화 되고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부탁인데... 내 프레젠트,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한테 건네주길 바라는-데」

 

「어...제가 말인가요?」

 

「그래.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한테」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남아 있던 푸딩을 입에 옮긴다. 연분홍색의 입술에, 은빛의 스푼과 푸딩 조각이 빨려 들어간다. 조금 맛보고 나서, 꿀꺽 하고 삼켰다.

 

「아니, 왜.....」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크리스마스 파티, 히키가야 군도 가는 거겠지?」

 

「뭐어... 일단」

 

토츠카가 오면이지만.

 

「가하마 짱의 제안이고, 프레젠트 교환이라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때 건네준다면 좋은 것뿐이니까.」

 

그 녀석이라면 확실히 그런 말을 할 것도 같군.... 프레젠트 교환이라든가, 여러 명의 프레젠트가 오고 가겠지? 지뢰가 많이 매설되고 있다는 거죠? 뭐야 그건 무서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응?」

 

「그런 게 아니라... 왜 스스로 건네주지 않습니까?」

 

나의 당연한 의문에, 하루노 씨는 당연한 듯이 대답한다.

 

「싫은데, 유키노 짱이 내 프레젠트를 솔직히 받을 리가 없잖아」

 

「아니...바로 지난번에 보통으로 건네주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 고토우치 팡 씨라든지를. 유키노시타 엄청나게 기뻐했다고?

 

「으-응, 아무튼 그렇긴 한데... 그래도 저건 드문 패턴이니까. 봐, 유키노 짱은 내 앞에서는 솔직히 기뻐해 주지 않았겠죠?」

 

그건 뭐, 확실히 그렇다.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가장하고 있었으니까... 마치, 틈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처럼. 숨길 수 없었지만.

 

「나는, 솔직히 기뻐하는 유키노 짱이 보고 싶은 거야. 팡 씨도 두 번은 쓸 수 없고, 오늘 것도 빗나가 버렸고, 앞으로는 이제 주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그러니까, 부탁할 수 없을까나?」

 

「......인선 다시 생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발상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선물은 질이 아닌, 주는 사람의 마음이다...라고 하는 속론에 관해서는, 나도 생각하는 점이 있다. 프레젠트의 성공여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주는 사람이다. 선물의 내용도 거기에 담긴 감정도, 받을 마음이 없으면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다...소스는 나...트라우마 폴더가 불을 뿜는다.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건네줬다고 해서, 그 녀석이 기뻐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래, 발상은 나쁘지 않지만, 나로서는 유키노시타가 기뻐하지 않는다. 프레젠트 내용물이 유키노시타의 취미에 적중이었다고 해도다. 오히려 적중했을 경우, 「왜 내 취미를 이정도로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당신 스토커?」의 텐프레 대사로 따지기까지 할 거다.

 

「그럴까나... 기뻐한다고 생각하는데」

 

「뭐를 근거로 그런 말을....」

 

「에? 봐요,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과 라라포트 갔을 때라든지. 팡 씨 인형 받아서 기뻐했잖아」

 

「....꽤나, 예전 얘기를 꺼내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사람과는, 그 때 서로 알게 됐다.

 

「누군-가 본 적 있는듯한 애가 있다고 생각하면 유키노 짱 아냐? 즐거운 듯이 수다해서는. 한순간 오인했을까 하고 생각한 거야. 저거 크레인 상품이었지? 유키노 짱 그런 거 한 적 없고. 분명 히키가야 군이 집어 줬군요?」

 

「뭐어, 일단은....」

 

정확히는 타인 부탁이었지만. 낸 건 유키노시타의 돈이고.

 

「이렇게 기쁜듯한 유키노 짱은 오랜만에 봤으니까, 방해일지도 하고 생각했는데 그만 말을 걸어 버렸어... 그 때는 미안해?」

 

그런 예전의 일을 사과해도, 곤란하다. 거기에 나는 따로 사과 받을 도리는 없는 거고. 기분 나빠 했었던 사람은 유키노시타 뿐이다.

...라고 할까 그걸로 기쁜 거라니 기가 막힌다. 나는 팡 씨 꺼내 줬는데도, 굉장히 실례인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정말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

 

「............」

 

그렇게는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면, 아마 정찰과 견제를 겸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여동생에 붙은, 벌레에 대한, 도착이다. 나도 정말 대의를 품어야 하나. 견제라는 것보다 소독 단계가 나으려나. 이 자식, 공부를 구실로 코마치한테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말이야...

 

하루노 씨의 여동생에 대한 스탠스는 아직도 모른다. 찰싹찰싹하고 미움 받을 정도로 들러붙었나 하고 생각하면, 차갑게 떼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또 참견이라고 할까 시련 같은 것을 주고 있는 인상조차 받는다... 어느 쪽으로 해도 바보군. 유키노시타에게 미움 받는 데에 있어서, 아마 뛰어난 게 아닐까.

그것을 자각한 다음, 내게 이런 일을 부탁할 정도라면, 고치면 좋을 텐데.

 

「그럼, 유키노 짱이 히키가야 군한테서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는 건 증명된 거고, 아까 전의 얘기로 돌아오지만 부탁 받아 주지 않을까나? 봐봐, 유키노 짱과의 거리를 줄일 찬스야!」

 

「찬스」

 

「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위험해, 반응 해버렸잖아. 지금은 완전히 무의식. 어떻게 할 거야 자이모쿠자.

가 아니야... 모르는 점이라 한다면, 이것도 모르는 점이다.

왜 이렇게도 이 사람, 나와 유키노시타의...뭐라고 할까, 세트(?)에 집착하고 있는 거지? 할인은 되지 않지만. 누구한테 수요 있어요. 이 조합.

라라포트에서의 만남 이래, 특별히 소독된 기억도 없으니까 무해 판정 정도는 나왔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 무해하고. 무해 무독 무미 무취. 공기 같다고 빈번히 듣는 걸. 아니, 언급되지 조차 않는 걸, 공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그 소재로 만지작거려 온다. 부추겨 온다. 불꽃놀이 때도 그렇고, 문화제 때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도...아니.

 

최근에는 보다 노골적이다. 선물인 고토우치 팡 씨를 빌미삼아, 유키노시타의 프레젠트 탐색에 끌고 다니고, 끝에는 하루노 씨가 선택한 것을 내게 시키려고 하고 있고. 코마치 레벨의 노골적임을 느낀다. 만지작거린다든가, 그런 레벨이 아니다. 어느 의미, 거절돼도 상관없는 맹러쉬다. 그건 마치,

 

「뭔가... 초조해 하고 있습니까?」

 

감히, 맥락도 없이 물어 본다. 이런 상대에게는, 논리적인 전개로 캐묻는 것보다는, 페이스를 흔들어 반응을 보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초조해 한다고? 응-, 확실히 초조하고 있는 걸까나. 두 사람 모두 반년 가까이 지났는데 전혀 진도 나가지 않으니까 언니는 걱정에 걱정이라서」

 

하지만, 내 질문은 불발로 끝난다. 하루노 씨의 페이스도 흐트러지지 않은 듯이 보인다... 이건 얼버무린 건가? 그렇지 않으면 내 억측이라든지? 의도가 너무나도 보여 틈이 보여서, 반대로 아직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버리는 건, 상대가 하루노 씨라서 그럴까.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인다면, 동생과의 교제를 언니가 인정해 지지도 해 주는, 남고생에게는 군침 도는 시추에이션일 거다. 하지만 그런 로맨틱 코미디적 전개를 머리부터 믿지 않는 나는 그것을 바보같이 고분고분하게 납득할 수 없고, 하물며 그 로맨틱 코미디 전개의 중개인 또한 하물며 한 층, 두 층도 더 숙련된 연기파다... 역시, 믿으라는 편이 무리인 얘기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루노 씨의 말에, 마음속이 간파된 듯한 생각이 들어 섬뜩한다. 가능한 한, 나는 평정을 가장하면서 남은 푸딩에 입을 댄다. 달다. 사고에 당분은 필수다.

 

「나는, 단지 그저 히키가야 군이라면 유키노 짱하고 잘 지내 나갈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을 뿐인데」

 

다시, 노골적이게까지 발을 디뎌. 유키노시타 하루노인 듯한 거침없는 말과, 유키노시타 하루노다운 단락적인 발언

 

「하...그만둬 주세요, 나한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그런 식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꽤나 초M인가, 유이가하마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 그래도 히키가야 군, 내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도, 유키노 짱을 꽤나 구해 주지 않았어?」

 

「...무슨 정보입니까, 그건」

 

근거를 말해라 근거를, 이라고 말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짐작이 간다.

시즈카 짱한테서 들었어요, 라며 하루노 씨는 계속한다. 역시 그런가. 하루노 씨는 생긋하며, 미소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내게 말을 건다. 그건그건, 기쁜 듯이. 궁지에 몰아넣듯이.

 

「예를 들면 임간학교... 초등학생인 여자애를 도와줬었지? 알게 되어 하루도 지나지 않은 여자애를 위해, 꽤 위험한 다리를 건넌 것 같지 않아? ...그런데, 히키가야 군은 그 여자애를 누구와 겹쳐 보고 있었겠지요?」

 

악의로 배제되어 버린 소녀. 주위를 단념해 버린 여자애. 그 모습에, 나는 누구를 겹쳐보고 있었을까.

 

「예를 들면 문화제... 이건 나도 옆에서 보고 있기도 했고, 별로 할 말도 없을까나... 재미있게 해 줬어 히키가야 군은. 그 문화제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군요... 그 문화제는, 히키가야 군에게 있어서 누구의 문화제였던 것일까나?」

 

위원장 부재인 후미. 위원장 부재로 직면할 뻔한 엔딩... 문화제에 주역 같은 건 없다. 물론, 그 성장이라는 말을 잘못 잡은 불쌍한 위원장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주역으로 한다면, 그건 누구였던 것일까.

 

「에트세트러에트세트러, 군요... 히키가야 군이 없었다면, 아마 유키노 짱은 이번 일 년으로 꺾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나... 예를 들면, 문화제 쯤에서」

 

「.........」

 

감히 문화제를 선택한 건... 역시 확신 범인가.

 

「뭐, 꺾여 버리는 편이 행복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꺾여서, 타협해서, 현실을 받아들여서... 그러면, 약간은 나한테 가까워질 텐데」

 

하루노 씨는 진짜 한순간만, 얼굴을 흐린...듯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것이 너무나도 한순간이라, 내 오인일지도 모르니까. 눈앞에는 방금 전과 다름없이, 즐거운 미소를 띤 하루노 씨 밖에 없다.

 

「그렇지만, 히키가야 군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어.」

 

「허용하지 않았다라니...」

 

「그러네, 유키노 짱이라도 꺾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고... 내 방식에, 굽히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고. 오기가 있으니까, 그 아이」

 

쿡하며, 하루노 씨는 웃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질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정정해요, 히키가야 군 덕분에, 유키노 짱은 꺾이지 않아도 됐다, 이걸로 좋아?」

 

「...이걸로 좋은 것도 아무것도... 유키노시타가 꺾이지 않았던 건, 유키노시타 자신의 힘이겠죠. 감히 말한다면...유이가하마라든가」

 

「가하마 짱이네... 별로 그 애를 더해도 상관없지만. 확실히 부목 정도로는 된 것인지도 모르네요. 그래도 외적을 쫓아버린 건 대체로, 히키가야 군이잖아? 근본적 해결이라고 할까... 시즈카 짱 가라사대 비스듬한 해소법이라고 할까. 아하, 뭔가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인 것 같네?」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요」

 

지친 소리를 내며, 나는 한숨 섞인 대답을 한다. 마음대로 이해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 이해를 강요하면 그건 강요라는 거다. 하루노 씨가 지금이 돼서 맹공을 퍼 오는 이유는 아직도 모르지만, 어쨌든, 압도적으로 방치했으면 했다.

맛있는 식사를 얻어먹는 것보다, 돌아가서 코마치의 매도를 받으면서 혼자 요리를 하고 있는 편이 몇 배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에 어울릴 정도라면.

 

「그런 게 아니야...네」

 

하루노 씨는 아직도 계속할 생각인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반응이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반론할 준비를 한다. 당분 보급이라도 할까...앞으로 한 입이나 두 입인가. 실로 아깝다.

 

「응...그럴지도 몰라」

 

「......어?」

 

물론 부정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루노 씨가 다음에 내뱉은 말은 의외롭게도 긍정의 말이었다. 너무 의외라 건져 올린 푸딩 조각을 접시에 떨어뜨려 버렸다. 다행이다, 마루가 아니라서.

 

「그러네. 그런 게 아니야. 내 입장에서 말한다면... 그것만이 아닐, 까나?」

 

문득, 하루노 씨와 눈이 마주쳤다. 가능한 한, 돌리고 있던 그 눈에.

미소는 아무것도 다름없다...다만, 그 눈은 이미 웃고 있지 않았다.

내 머릿속을 열고 들여다보는 과학자와 같이 차가운 눈.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본성이라고 내가 명명했던 때의, 그 냉철한 눈이다. 이 눈에 노출된 건, 언제 이래일까?

 

「....히키가야 군이 생각하고 있는 건 그것만이 아니야」

 

하루노 씨는 다시 그렇게 반복한다.

 

「음란하지 않은 면은, 누나 싫지 않아요... 하지만 말이야, 나는 히키가야 군을 생각해서 말하고 있는 거야... 히키가야 군은,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어긋나기 시작했어.」

 

내 눈을 엿보는 듯이, 내 머리를 엿보는 듯이.

 

「...아니, 어긋나 있는 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까나. 어느 쪽이든」

 

나는 뱀에 직시된 개구리처럼, 한 눈을 팔 수 없다.

 

「...이대로라면 다음에는, 히키가야 군이 파탄해요.」

 

           ×          ×          ×

 

―――이대로라면 다음에는, 히키가야 군이 파탄해요.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 말이, 내게 닿았는지 어떤지. 내 어디쯤에 닿았는지를, 확인하는 듯이.

 

「.....무슨 말을 하고 싶습니까?」

 

「그건 히키가야 군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아?」

 

「...의문형에 의문형으로 돌려주지 마세요.」

 

하루노 씨는, 그럼 분명히 말하는군요, 라며 서론을 하고 나서 말을 계속한다.

 

「히키가야 군의 생각은, 히키가야 군의 방식은, 어디선가 분명히 무리가 생겨. 히키가야 군이 누군가를 도우려고 하면 할수록―――자신의 가치를 필요이상으로 싸게 측정하는 건, 슬슬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나」

 

수학여행 얘기, 자세하게 들었어요, 라며 하루노 씨는 말한다.

...아마, 하야마한테서일 거다. 부실까지 와서 나한테 푸념하던 하야마의 지친 얼굴을 생각해 낸다. 그 녀석도, 주위에 좌지우지되어 걱정이 끊이지 않는 매일이야. 하루노 씨한테 좌지우지되면, 저런 얼굴로도 된다. 지금의 나도 그런 기분이었다.

 

「그 한 건으로, 조금은 알았던 것이 아닐까? 히키가야 군의 가치를 인정한 사람에게 있어, 히키가야 군의 방식은―――보고 있으면, 기쁘지 않아... 시즈카 짱도 전에 그런 말을 했었지, 몹시 취해 있었으니까 기억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다치는 것을 보고, 아픔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슬슬 눈치 채야 한다.

 

「아무튼 시즈카 짱이니까, 히키가야 군을 생각한 설교겠지만... 내 말은, 그런 게 아니에요―――히키가야 군이 변해 주지 않으면 괴로워 할 애가 있으니까」

 

 

 ―――당신의 방식,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람의 기분, 좀 더 생각하세요.

 

 

「그 애들한테도 듣지 않았어? 히키가야 군도, 알 수 있도록...으응, 사실은 히키가야 군도, 벌써 알고 있어. 히키가야 군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주변이 느끼고 있는 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은요.」

 

「...타인에 대해,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지긋지긋한 톤으로 그렇게 대답한다...아마, 지긋지긋한 감은 나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내 본심이다. 나를 마음대로 이해해, 꽉 눌러서, 설교라든지 그만뒀으면 좋겠다.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이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이해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거기를 착각 해 버리니까... 오해해서, 상처받고, 그리고―――잃는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을 잘랐다.

그 미혹이 없는 어조에, 무심코, 얼굴을 들어버린다.

 

「히키가야 군은 벌써 알고 있어. 주위 사람의 기분도, 이대로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어. 그런데도 변함없는 건―――히키가야 군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변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변하고 싶어도, 변할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한 하루노 씨의 표정을...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기가 막힌 듯한, 불쌍히 여기는 듯한, 바보취급 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듯한, 그렇게 몇몇의 모순이 섞인 감정이, 혼연일체가 된 표정.

하지만 그 표정은 곧바로 안쪽으로 숨어, 하루노 씨는 본래의 차가운 미소를 되찾는다.

 

「...일단, 못은 박아놨으니까요. 지금부터 히키가야 군이 어떻게 해도, 나는 흥미 없지만―――그래도, 유키노 짱을 울리면, 용서하지 않아요?」

 

그런, 마음속이 차가워지는 듯한 것을 단언하고는,

 

「슬슬 나갈까」

 

라며 하루노 씨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벽에 걸린 세련된 시계를 바라본다. 꽤나 시간이 흐른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식사가 끝나고 나서 그만큼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이블에는 텅 빈 작은 접시만이 남아 있었다.

 

 

내쉬는 숨이, 가로등에 비춰진 상태로 희미하게 퍼져, 그리고 곧장 어둠 속으로 녹아간다.

 

「.....춥군」

 

어깨를 움츠려 양손을 포켓 안에 넣고 걷는다. 치바의 밤도, 겨울이 되면 그 나름대로 춥다. 하늘도 개여 있고, 낮의 얼마 안 되는 따스함도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뒤, 우리들은 걸어서 역까지 향하고 있었다. 츠즈키 씨의 차는, 하루노 씨의 지시로 돌아간 듯하다. 가라사대, 「왠지 걷고 싶으니까」...그렇다고는 해도, 이번에도 하루노 씨가 언제 츠즈키 씨에게 귀환을 명했는지 나는 몰랐다. 정말, 쿠로코 같다고 할까, 닌자 같은 사람이군... 입문 해볼까. 소질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딱히 걷는 건 좋다. 기본적인 이동 수단이 도보나 자전거인 나다. 어딘가의 부자처럼 차로 송영이라고 하는 건 솔직히 성에 맞지 않는다. 이 시간이라면 아직 빠듯이 버스도 다니고 있고.

우리들은 대로에 나오지 않고, 비교적 좁은 골목길을 걷는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사람의 그림자는 적다. 점점이 줄선 가로등이, 발밑을 불안하게 비출 뿐이다. 거리는, 조금씩 잠들고 있었다.

 

하루노 씨는, 약간 앞을 걷고 있다. 그 얼굴 옆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노 씨로 보였다. 방금 전 주고받은 말을 잊어버린 듯이, 방금 전의 차가운 가면을 어딘가에 두고 온 듯이, 고달픈 스마일로,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이 좋게 조차 생각되는...그야말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에 섞여, 희미하게 하루노 씨가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들린다.

그린 스리브스. 유명한 잉글랜드의 민요다.

관현악을 했던 사람답게, 하루노 씨가 연주하는 음색은 정확해, 그리고 약간의 잡음도 없이 투명하다. 콧노래 정도인데, 무의식중에 귀가, 그 소리를 가려서 들으려 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챈다.

곡조는 민요면서 어딘가 서글프고, 우울함조차 느끼게 한다. 그건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흥얼거리는 그녀에게는, 그만큼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 이 노래 좋아해」

 

원 프레이즈정도 노래하고 나서, 하루노 씨는 말한다.

 

「하아...그런데 의외군요.」

 

「...후후, 역시 그래?」

 

아마도, 문화제에서 본 하루노 씨의 스테이지의 인상도 있는 것일까. 그 정열적이고, 열광적인 오케스트라. 하루노 씨의 가열찬 부분을 구현화한듯한 음악... 그것과 비교하면, 이 곡은 상당히 어쩐지 쓸쓸하다.

 

「이 곡, 작자도 확실하지 않은 민요야. 해석도 여러 가지 있는데」

 

작자불상, 이라고 하는 건 음악 교과서인지 어디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틈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미술이나 음악 같은 실습계의 수업 중에, 교과서는 그다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한테는 구석에서 구석까지 읽을 만한 여유가 있었던 거다...이런 곳에도 얼굴을 내미는 외톨이 에피소드에 나로서도 약간 위축됐다.

 

「창녀를 노래한 곡이라든지, 궁정 여성과의 불륜의 노래라든지, 여러 가지로 말해지는데... 그래도 왠지 싫어할 수는 없어」

 

왜 일까나, 하며 하루노 씨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곡의 계속을 흥얼거린다. 어떤 것을 생각해 내려고 하듯이. 무엇을 확인하려는 듯이.

 

뭔가 생각에 빠진듯한 얼굴 옆을 살짝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레스토랑에 있던 때 한순간 보인, 그 표정에. 감정이 섞인 듯한, 그 얼굴에 대해.

그 표정이 의미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모른다....하지만 역시, 최근 들어서, 하루노 씨의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가면은 완벽하다.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에, 나는 일찍이 그 사람이 본성을 간파할 수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완벽한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아무튼, 아버지에 의한 쓰레기로 기르는 영재교육 덕분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최근의 하루노 씨는, 매우 보기 드물지만, 그 가면의 안쪽이 우연한 순간에 표면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계산된 가면을 벗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본인이 의도하고 있지 않은 듯이. 자칫하면, 목격한 내 쪽이 멍해질 정도로, 무방비하게.

유키노시타 하루노답지 않다. 완벽한 밸런스감각을 자랑하는, 그녀답지 않다.

단지, 그것조차도 나를 어떤 술책에 빠뜨리기 위해, 계산된 것이었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면도 또한,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왠지 생각하고 있으면 참 우습군. 대놓고 공전한다고 할까. 서투른 사람의 생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차라리 쉬고 싶다. 계속 휴일이라면 좋을 텐데.

 

「...히키가야 군, 무슨 일이야?」

 

「아...아무 것도 아니에요.」

 

갑자기 말을 걸어와, 나는 상당히 옆길로 새고 있던 사고를 중단한다... 내 쪽이야말로 단단히 하는 게 좋겠군. 이 사람 앞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니까.

 

「봐, 역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길의 저 편에, 본 기억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버스의 로터리도 정확히 그 근처다.

 

「오늘도 고마워. 정말로 내가 사는 걸로 괜찮아요?」

 

「...그러니까, 돌려준다고 말했잖습니까.」

 

남자가 두 번 말하기는 없다. 아무튼, 때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그렇게 되면 두 번 말하는 것 보다는 일구이언이지만.

 

「그래? 뭐, 기분이 내키면 그렇게 해도 좋아. 그리고, 코마치 짱한테도 고맙다고 전해 줄래? 여러 가지 협력 받았고」

 

「...너무 여동생을 홀리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그 녀석도 수험생이고」

 

사실은 수험이 없어도 그다지 어울리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코마치가 검게 되는 건 오빠로서 단호히 저지다.

 

「홀릴 생각은 아닌데... 오빠 생각인 코마치 짱과, 여동생 생각인 히키가야 군은 여전히 사이가 좋네.」

 

「그렇지도 않아요. 보통입니다, 보통」

 

치바의 오빠가 여동생을 많이 아껴주는 건, 보통입니다. 정상적입니다. 지나치면 비정상이 되지만.

 

「보통이군요... 뭔가 좋아 보이네, 그런 것」

 

「네?」

 

「그럼 프레젠트 사면, 메일 할 테니까」

 

내가 한순간 느낀 감각을 긁어 지우듯이, 하루노 씨는 평소의, 극상의 미소를 내게 향한다. 그건 위협과도 같은, 더 이상의 추궁을, 허락하지 않는 미소.

 

「내가 부탁한 건..... 생각해 두는 거예요.」

 

그렇게 하고, 휙 등을 돌려 역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 미혹이 없는 발걸음은, 바야흐로 내가 알고 있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다만,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가, 물론 내게는 모른다. 돌아서, 들여다 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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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멍한 상태로 있다가 MAX커피 마시고 각성해서 달렸습니다.

이걸로 또 기록경신이군요.


이번 편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저 둘의 관계성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참 복잡한 것 같아서...

 

하루노가 흥얼거린 그린 스리브스
(Green Sleeves : 우리말로는 푸른 옷소매 - 이렇게 바꿔서 써보니 갑자기 어떤 분이 튀어나와서 그뉵그뉵 스쿼트스쿼트! 할듯한 느낌입니다)

 

어떤가 해서 유투브에서 검색해서 들어봤는데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멜로디네요.

http://youtu.be/P5ItNxpwChE

클릭해서 한 번 들어보시길...


하아...이로서 연재 분은 거의 다 따라잡았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전체 예정 분량의 반을 넘었군요. 메데타시 메데타시~

아무튼, 언젠가 6편이 나온다면 그 때 다시 뵙도록 합시다.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④입니다. 10/9, 4페이지와 5페이지를 추가. 이것으로 ④는 마지막

 

4, 5페이지··· ⑤로 진행되기 위한 스텝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⑥의 포석. 아무튼 어디까지나 이벤트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것으로 ③→ novel/2871972 최초의① → novel/2837863

다음 회는 「⑤ 다시 ,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강습한다.」 → novel/292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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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누구나,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알고 있다.

 

 

다시 휴일 밤이 지나고, 우울한 월요일이 시작된다. 어쩐지 최근, 시간 지나가는 게 빠르지 않아? 킹 크림슨인가. 메이드 인 헤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내 기분 따위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겨울 하늘은 푸르고 맑게 개여 있다. 창을 열면 오싹 하고 차가운 바깥 공기가 비집고 들어와, 난방으로 멍해진 머리를 약간 상쾌하게 해줬다.

창문을 그대로 두고, 나는 일인 소우자이 빵을 살며시 입으로 옮긴다.

 

점심시간, 특별동의 봉사부 부실.

 

왜 점심시간에 내가 이런 곳에 있는 건가 하면, 일단 부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의 봉사부 동기 합숙 신청 서류 작성이다. 유키노시타가 진심으로 내게 전력투구해 온다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문화제에서도 기록 잡무를 했겠지요, 그 요령으로 부탁해요.』

 

과거의 실적을 인용해 일을 척 넘긴다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일이 생기니까 일은 해도 좋을 게 없다는 거다.

다만, 나쁜 것뿐이라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 점심시간, 나는 거리낌 없이 밥을 먹을 장소를 일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 추워져, 평소의 장소를 쓰기 어려워졌고. 아무튼, 어디까지나 신청서 작성 겸이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 쓰고 싶다고 한 것을, 유키노시타도 시원스럽게 허가를 내줬다.

 

『그러네... 나도 히키가야 군의 사정은 알고 있으니까, 제대로 상냥하게 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친절한 것 같은 대사로 들리지만, 그 중심에는 나를 불쌍하다고 여기는 평소의 야유다. 눈을 보고 있으면 안다. 또 약간 위에서 보는 시선인 것도 유키노시타 다운 듯했다.

아무튼 결과 오라이다. 이렇게 해서 한가롭게 밥도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아니, 업무를 잊어버리면 안 돼. 지금은, 저거다, 먹으면서 문면을 생각해야 할 시간.

 

일단 봉사부 합숙이라고 하는 것으로, 뭔가 그거 같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건은 있었지만, 유키노시타와 히라츠카 선생님과 상담한 결과, 다른 학교의 자원봉사 활동 그룹과 약간의 토론회를 하게 된 듯한...이라도 분명히, 이쪽 동아리와 활동 취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거기는 유키노시타가 제대로 설명해 줄 것이다. 저 편도 약간 각오 하는 게 좋다, 적당한 활동 보고라면 유키노시타에게 총공격을 받게 될 테니.

 

합숙은 2박 3일, 아까 전의 토론회가 하루만이고, 앞으로의 이틀은 자유행동인... 아니 합숙에 자유행동이라니, 이라고 태클 걸고 싶지만, 슬프게도 그걸 변명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뭐어, 여행처의 자료관에서 선인에게 배우는 봉사 정신이 어떤 것 같다는 근거 부여를 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금년의 활동을 되돌다보는 반성회... 같은? 인솔은 히라츠카 선생님이니까 다소의 무리는 될지도 모르는데... 그 절차빼기에는 진심으로 화낼 테니까,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쓰는 건 위험해.

그런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고 있으면, 똑똑 하고 문이 노크되었다.

 

「...........」

 

우선 무언으로 응한다. 아무튼 입속에 빵이 들어가 있으니 말할 수 없고, 이상한 종교인이라든지 수금하는 사람이면 열면 안 되기도 하고.

그러나 노크의 주인은 그런데도 시험 삼아 문을 당겨 보는 것 같았다. 그 행동은 대 적중으로, 활짝 문이 열린다.

 

「아.....?」

 

나타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야아, 히키타니 군」

 

「.....하야마?」

 

하야마 하야토. 이케맨 리얼충으로, 나로서는 가장 폭발 해 줬으면 하는 사람 오브 디 이어다. 올해도 슬슬 마지막이고, 수상 기념으로 폭발해 주지 않으려나.

 

「...무슨 용건이야, 지금은 영업시간 밖인데」

 

「미안,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물으면, 여기라고 말하셔서」

 

...드물게도, 아무래도 나를 찾은 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클래스 카스트 최상위 인간이니까, 가장 밑바닥의 인간에게 말을 건넨다면 클래스 밖이 바람직하겠지. 일부러 수고했다, 그렇다면 말을 건네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래서 뭐야」

 

「아아.... 히키타니 군, 하루노 씨를 만났다고?」

 

「....만났지만」

 

싫은 추억을 되풀이하지 마. 라고 할까 뭐야, 왜 너도 알고 있는 거야?

 

「하루노 씨한테서 어제 전화가 왔어, 그래서 알았는데... 아니, 히키타니 군에게는 사과해 두려고 생각해서」

 

「.....뭐를?」

 

그것보다도 우선, 그 호칭을 우선 사과해야 마땅한 게 아닌 거야? 혹시 친밀감을 담고 있을 작정? 너희들이 그런 식으로 부르니까 클래스는 지금 히키타니가 유명인이다. 누구야 그 녀석.

 

「아니, 전에 하루노 씨와 만났을 때, 잠깐 얘기해 버려서... 수학여행에 관해. 여러 가지, 듣지 않은 건가 생각해서」

 

「아아......」

 

그러고 보니 하루노 씨, 수학여행 얘기는 하야마한테 들었던가.

 

「이라고 할까 그 사람은 너한테 어떻게 그 얘기 끌어낸 거예요. 너, 뭔가 약점이라도 잡힌 건가?」

 

그렇다면 꼭 가르쳐 줬으면 한다. 쓸 예정도 없지만, 패는 있는 것이 상책이고.

 

「아무튼 그런 것일까...」

 

나의 물음에, 하야마는 착실히 대답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신빙성을 띠게 되어 버렸습니다만. 아무튼 그래도 그러고 보니, 하루노 씨도 하야마는 남동생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었고, 얼마든지 가지고 놀 소재는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도 코마치한테 몇 가지 약점 잡히고 있었던가... 평생 머리를 못 들겠군요.

 

「...뭐어, 따로 신경 쓰지 마. 나도 결국 한층 더 조잘거리게 된 거고....」

 

「하하.... 그런 것 같네. 어제는 그 건으로, 전의 정보와 다르다고 혼났어.」

 

잘 보면 하야마의 디폴트, 이케맨 스마일에도 약간의 피로를 감지할 수 있다. 전화로 이만큼 체력을 빼앗아 가다니, 하루노 씨 진짜 장난 아니군.

 

「『하야토도 역시 하야토였네』... 라는 말 들어 버렸군.」

 

「...........」

 

아마, 수학여행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 한 건은, 아마 하야마에 있어서도 후회가 남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속박되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믿음직스럽지 못한 발판에 얽매여 있는가를, 통감했을 거다. 『더・존』은 나의 스텔스 능력 같이,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상시 발동형이다. 그 인력은 자신에게도 미치는.... 그야말로, 자신을 바꾸지 않는 한은.

 

아무튼 그렇게는 말하지만, 결국 속박 없는 내게 적합한 안건이었을 뿐인 얘기다. 유이가하마가 마음껏 화나고 유키노시타에게 잔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끝났으니까 최상일 거다. 너무나 싱거워서 다른 루트에 들어간 감도 있다... 아니, 혹시, 아직 끝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방금 전 게 하루노 씨의 대사야... 「하야토『도』」라고 말한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누구와 세트로 취급 되었을까, 하야마는.

그 하루노 씨다, 나와 하야마 얘기에서 대부분을 간파해 버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그것을 소재로, 실컷 하야마를 주물럭거리기라도 했을 거다. 하야마가 내게 온 건, 사죄의 건 만이 아니고, 그것을 푸념할 상대가 나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몰라... 성가신 얘기다. 하루노 씨든, 하야마든.

하야마는 잠시 입다물고 있었지만, 갑자기 얼굴을 올려 무리하게 스마일을 만든다... 무리하게, 가 보인 장면에서, 데미지의 깊이를 느꼈다.

 

「아무튼, 그런 거니까... 미안했어.」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나도 상대가 아무리 리얼충이라고 해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피해자끼리고. 약한 면을 지지고 볶을 정도로 쓰레기는 아닐 생각이다.

 

「그럼, 쉬고 있는데 방해 했네... 그러고 보니, 또 하루노 씨와 나간다고?」

 

「아-.... 예정이 맞으면」

 

아마,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할까 맞추지 않는다. 맞추고 싶지 않다.

 

「그런가... 아무튼, 조심해」

 

「뒤숭숭한 말투군.」

 

「하하... 그래도 하루노 씨 상대로 곤란하고 있으면 상담 해주세요. 아마... 어드바이스 정도라면 가능하니까」

 

그렇게, 손을 흔들면서 하야마는 휙 등을 돌렸다.

 

「....의지가 되는 말씀이군요.」

 

하야마가 부실에서 떠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아마, 의지할 일은 없겠지. 여전히 그 녀석은 좋은 녀석이었다.

 

... 그런데, 할 시간도 줄어버렸고, 약간은 일이라도 할까.

 

몇 분 뒤.

복도가 소란스럽다. 여기 특별동인데....

 

「.....잠깐.... 히나, 왜 이런 곳에 왔어 ! ?」

 

「하아하아.... 부후후... 이 근처에.... 이 근처에 방금 전, 하야하치의 향기가.....!」

 

「하아 ! ? 무-슨 말하고 있어.... 이라고 할까 의태하라고!」

 

「아얏」

 

...일에 집중시켜 주지 않겠어? 무서워서 펜 끝이 떨립니다만.

 

「아, 그래 크리파 하지 않아?」

 

유이가하마의 입에서 그런 수상쩍은 단어가 튀어 나온 건, 하야마와 오랜만에 입을 연 다음날의 방과 후였다.

 

「......하?」

 

「크리, 파? 크리... 밤나무? 유이가하마 양, 그건 나베파티와 같은 것일까. 그렇다고 하면... 조금 계절이 걸맞지 않은 게 아닐까?」

※ 栗=밤나무 → 발음이 쿠리입니다.

 

「? 계절에 안 맞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지금 밖에 없지 않아?」

 

「..........?」

 

여자 두 명은 얘기가 서로 맞물리지 않은 것 같고, 서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는 아마,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상황을 보기 힘들어서인지, 마침 부실에 와 있던 히라츠카 선생님이 도움을 준다.

 

왜 히라츠카 선생님이 있는 건가라고 하면, 내가 다 쓴 신청서류를 받으러 왔던 것이다. 일부러 취하러 와주다니 편집자 씨 친절하구나... 하는 김에 말하자면, 인솔자인 히라츠카 선생님을 포함 합숙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채우자고 하는 목적도 있다.

결코,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들뜬 단어가 튀어나오는 여지는 없었을 것이지만...

유키노시타도 거기에 눈치챈 것 같고, 유이가하마에게 말한다.

 

「유이가하마 양, 당신이 말하는 것이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하는 것은 알겠어요... 그래도 그건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이야기일까?」

 

「아니-, 합숙 얘기로 가득 올라 버려서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러네-, 크리스마스네-, 팟-하고 놀지 않으면이죠! 아, 물론 힛키도야!」

 

아니, 그러니까 그렇지 않다고.

 

「내가 아직 서류 내는 도중에 인가....」

 

「음, 그렇군」

 

나의 군소리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반응해 주었다.

 

「....흠, 이것이라면 신청도 통과하겠지. 너로서는 착실한 문장을 썼지 않나.」

 

「그건 아무쪼록.... 칭찬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내가 낸 서류에 사인을 한다. 「히라츠카」...흠, 이 인감, 언제까지 사용하게 될까....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들리도록 말해」

 

「아니요... 바로 오케이가 나와서 다행이네-, 해서....」

 

「......그런가? 그런데 처음 문장인가, 상당히 문자가 번지고 있는 듯하군....」

 

「......그건 묻지 말아 주지 않겠습니까. 약간 무서워... 동요해 버려서」

 

아무튼 이번 서류는, 내 주장이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 같은 대용품은 아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문서다. 내 창조적인 사고를 반영시킬 여지가 별로 없었던 거다.

 

그러나 이런 따분한 문장도, 마음속으로 여기저기에 「토츠카와」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가득해지니까 이상하다. 토츠카와 토론회.... 토츠카와 사적순례... 토츠카와 밤의 반성회..., 「밤의」를 넣으면 약간 배덕적인 기분조차 되는군. 그런 상태로 일도 진척되었다. 재미없는 일도 토츠카가 있으면 색채가 더해진다. 이름은 실체를 나타낸다는 건 일반적으로 명언이다.

 

「봐봐, 이걸루 합숙도 앞으로는 갈 뿐! 크리파 해요 유키농!」

 

「갈 뿐이라니... 하지만 토론회의 자료라든지.....」

 

「괜찮아 괜찮아, 합숙은 연초잖아? 아직 시간 있잖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계획성의 조각도 없군... 거기에 너, 자료 제작이라든지 많이 서투르잖아. 바로 유키노시타라든지 나한테 울며 매달리겠지.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 너는 사가미인가.

그러나 사가미와는 달리, 유이가하마에는 가드가 무른 것에 정평이 있는 유키노시타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함락 하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라고 생각한 순간,

 

「추가로.... 그 파티, 언제의 예정일까?」

 

「응? 24일일까 하구 생각하는데」

 

거기서,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약간 흐려졌다.

 

「그래.... 23일로는, 안될까?」

 

「23일? 응-... 유미코들과 약속하고 있는 거예요... 하야토군, 24일은 사정이 나빠서」

 

또 하야마인가... 뭐야 그 녀석, 데이트 예정이라도 잡고 있는 건가. 아무튼 하야마를 빼놓고 그 무리는 모이지 않을 테고, 예정이 어긋나는 건 정말 당연하잖아.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이가하마의 24일을 비워 버렸다고 하는 죄는 무거워... 용서치 않아.

그러나 유키노시타도, 24일은 아무래도 지장이 있는 것 같다. 이 녀석도 대개 한가하다고 생각했지만.

유키노시타는 약간 주저하듯이 하고 나서, 툭하고 고했다.

 

「...유이가하마 양, 나, 겨울 방학에 접어들면 친가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이지만....」

 

「아......」

 

「.........」

 

올해 겨울 방학은 12월 25일부터다. 24일은 반공휴일에 수업도 끝나, 유이가하마는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유키노시타의 한마디로 무산됐다. 아무도, 왜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요전 날 이 부실에서, 하루노 씨가 떠날 때에 유키노시타에게 얘기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낸다.

 

―――아니, 겨울 방학에는 집에 돌아올까-해서

 

...하루노 씨의 의향, 이라는 것도 아니겠지.

여름방학, 갑자기 나타나 유키노시타를 데리고 떠나 간 하루노 씨와 검은 하이어가 뇌리를 스친다. 그건 내게도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유키노시타의 사정을 상징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응......그래. 미안 유키농. 나, 제멋대루 까불고 떠들거나 해 버려서.....」

 

「이쪽이야말로 죄송합니다... 권해 줬는데」

 

「으응, 괜찮아.」

 

유이가하마가, 손질하듯이 애매한 미소를 띠운다. 가능한 한,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그녀도 또, 모르는 대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친구가 안은,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을.

유이가하마의 얼굴은, 그런데도 희미하게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것을 친구에게는, 낌새를 눈치 채게 하지 않듯이. 그녀와 그녀 사이에 가로놓인 도랑을 신경 쓰지 않고, 친구를 격려하고 있는 것과 같이.

 

「..........」

 

그것을 보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잠시...잠시,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후우, 하고 숨을 정돈하고 나서 재빠르게 버튼을 조작 해, 귀에 댄다. 10초 정도 지나, 상대에게 연결된 것 같다.

 

「.....나에요. 조금 예정이 생겼으니까, 24일에는 돌아갈 수 없어요.」

 

상대가 어떤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그것을 개의치 않은 듯이 반격한다.

 

「별로 뒤라도 문제없을 것, 어떻게든 하기 때문에... 그다지... 친구와 만나, 그러면」

 

그렇게- 일방적으로 강한 어조로 말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다시 숨을 쉬고,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에게 다시 향했다.

 

「유이가하마 양... 24일로 괜찮아요.」

 

그 말을 듣고, 유이가하마는 많이 놀란다.

 

「...유키농? 에... 좋은 거야?」

 

「괜찮다고 말했을 텐데. 우선순위의 문제에요... 집의 용무보다, 당신과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당신이 대답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 무섭게 되는군요?」

 

그렇게, 짓궂은 장난처럼 웃고 있다. 그 미소는, 유키노시타에게는 드물게도,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키농.....」

 

팟하고, 유이가하마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떠오른다. 그건 아까 전의 무리를 한 듯한 미소는 아니고, 유이가하마인 것 같은 솔직한 미소였다.

 

「저, 정말... 유키농도 참... 저, 고마워」

 

「........」

 

그것은 여름방학과는 약간 다른 전개.

유키노시타 안에서 뭔가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언니와 대치한, 문화제 때부터.

나는 언뜻, 아까 전부터 혼자 골똘히 있는 사람 쪽을 되돌아본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 시선을 눈치 채고는, 내게 가까이 와서 살짝 귀엣말 했다.

 

「...유키노시타는, 약간 하루노를 닮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나?」

 

「...별로. 평소의 유키노시타죠, 저건」

 

의가 깊고, 대담하고, 일직선으로 무리를 통하려는 그 자세는, 평소의 유키노시타 유키노 그 자체다.

그래... 이건, 바뀐 것이 아니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을 뿐이다. 용서가 없어졌을 뿐인 이야기다. 누구든, 가족이라도.

...하루노 씨는, 아직 골칫거리 같지만.

 

「후후... 아무튼, 그럴지도 몰라. 천적한테서 장점을 흡수하는, 그것도 소년 만화의 왕도일까하고 생각했을 뿐... 자, 너도 얘기에 참가하면 어때?」

 

「싫어요... 저런 백합 공간에 뛰어들 만큼 저는 뻔뻔하지 않아서」

 

「그런 말 하지 마라... 무엇보다도, 저 편은 너를 놓아 둘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

 

「아......?」

 

「자! 힛키!, 크리파 계획 세워요-!」

 

유이가하마가 나를 부른다. 벌써 완전히 아까 전 상태를 되찾은 것 같다.

그건 그걸로 좋은 일이겠지...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날 마음대로 참가시키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조금씩 연말연시 이벤트도 강제 참가, 내 겨울 방학 전부가 가하마색으로 염색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겨울 방학이다, 그것만큼은 피하지 않으면 될 리가 없어. 나도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라든지 애니라든지 꽤 있는 거니까.

 

「아-... 유이가하마, 나는 그... 용무가」

 

「용무라면 없다고 코마치 짱이 말했어요. 그리고 사이 짱도 불렀으니까. 답장 대기에요!」

 

...마침내 일행에게 내 처우가 결정되어 버렸다. 나를 말려들게 하는 2점 세트 완전 제패다... 매너리즘화라고 말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유이가하마가 엄청 저질렀을 뿐인 얘기다.

라고 할까 코마치... 그 녀석 또 나를 싸구려로 매도하다니... 그런데 하루노 씨라든지 유이가하마라든지, 판매자는 누구라도 괜찮은데 너! 그렇게 팔아넘기고 싶은 건가 나를... 빗댄 말로 계속 옆에 붙어있어 줄까!

 

「...뭐, 즐기다 오게. 도를 지나치지 않는 정도로」

 

탁 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떠나간다.

그 차고 싶은 등 뒤에, 약간 짜증이 나서, 나는 정중하게 보답해 두기로 했다.

 

「아-... 히라츠카 선생님도 어떻습니까? 24일, 이브『라면』 비어 있겠지요?」

 

「쿠핫...」

 

오, 효과있어 효과있어. 그런데 적중이었나... 그런 호들갑스러운 반응이라니... 아, 위험, 약간, 아니 꽤 화내고 있다. 여기 온다, 오지 말라고, 오, 오지 마세요. 미,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충동적이었던 거라서... 누군가 정말 받아 주세요! 지금 당장 받아 주지 않으면 내가 꽤나 곤란한 상황에...

 

          ×          ×          ×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을 화나게 한 결과가 이거다.

 

「왜 나는 이런 곳에 있을까....」

 

「미안해-, 너도 바빴지?」

 

「아, 아니요... 뭐, 한가했으니까요.」

 

사실은 항의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이겠지만, 이 사람의 온화한 사과를 받으면, 어떻게도 그 기분으로는 될 수 없었다.

학생회장... 아니, 전 학생회장 시로마와리 메구리 선배는, 파일 다발을 가지고 내 쪽으로 걸어온다... 어, 그거 혹시 추가 일은 아니겠지요....

히라츠카 선생님의 분노를 산 다음 날, 방과 후의 학생회실... 아니 정말, 왜 나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별로 봉사부에 있기 어려워져서 도망쳐 온 게 아니에요. 있기 힘들다 라고 한다면 벌써 머무르는 게 괴롭군. 마음 편안해지는 장소는 우리 집 정도다.

날이 지나도 화가 다스려지지 않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일이다.... 히키가야』

 

하고 유무를 말하게 하지 않는 어조로 전해 들었을 뿐. 그대로 질질 여기까지 끌려 와 버렸다. 일 내용조차 가르쳐 주지 않다니 확실히 블랙.

그리고, 갑자기 부원의 납치에, 우리들의 봉사부 부장은 무슨 말을 한 것인가 하면,

 

『알겠습니다... 얼마든지 빌려 드립니다. 돌려주지 않아도 사양이니까. 심심풀이로 써 주세요.』

 

이것이 파견 노동의 실태다. 상사도 나를 지켜 주지 않는다. 부하라고 할까, 까딱하면 사람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겠네요.

 

「그럼 이것도 부탁해」

 

메구리 선배는, 가지고 있던 파일을 텅 하고 책상에 둔다. 눈을 딴 데로 돌려도, 텅 하는 소리로 벌써 그 양이 추측 가능해지는... 이것도 문실의 기록 잡무로 길러진 사축(회사의 가축)스킬 중의 하나였다.

 

그래, 기록 잡무. 내게 밥통이 돌아 온 이유라고 하면, 또 다시 그것이었다. 일에서 일로 계속되는 무한루프. 마지막이 없는 것이 마지막... 일은 내 쪽으로 오는구나 아아-앗!

 

확실히는 모르지만, 메구리 선배에게 일을 넘겨받은 현 학생회장이, 연말 자료정리에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취임해서 아직 한 달이고,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을까. 익숙해지지 않으면 자료 정리 따위 겨울방학 끝나고 난 뒤로 돌려라... 뭐, 학생 총회라든지 후기 결산이라든지 여러 가지로 바쁠지도 모르지만.

거기서 메구리 선배가 도우러 달려온 것 같지만... 문화제의 기록에 대해 몇 가지 정리되지 않는 점이 있던 것 같아, 곤란해 하고 있었던 것을 히라츠카 선생님이 언뜻 들어서, 언제나 한가한 문실에 개근이었던 내가 연행되어 현재에 이른다. 흐르는 듯한 전개에, 불평 하나라도 끼얹고 싶어진다.

 

「그래도 많이 도움 됐어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역시 진행되네-」

 

메구리 선배는 내 근처에 앉아, 달그락 달그락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말한다. 그녀는 그녀대로, 다른 행사에 관계된 기록 정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면의 분위기로 보아, 아마 체육제 근처일 거다. 외형과 달리 일은 스피디하고 정중하다. 그런 면은 솔직히 호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습니까...아, 시계열이 빠져있군, 여기...」

 

내 일은 완벽했을 터지만, 어딘가의 의욕 없는 동료가 꽤 적당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무튼 이건 언제의 것인지도 모르겠군... 나는 매일 출석했었으니까 기억하고 있지만. 성실한 인간이 손해 본다는 것이 사축생도의 룰이다. 법전의 한 곳에 열거해도 괜찮지 않은 걸까.

 

「유키노시타 씨는 잘 지내?」

 

작업을 계속하면서 메구리 선배가 물어온다. 업무 도중에도 부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려고 하는 면이, 상사의 귀감 같은 존재다... 상사가 아니지만. 덧붙여서 나의 상사는 귀신인데. 두드려 늘린다고 하는 것보다는 두드려 잡고 있는 느낌의 교육 방침.

 

「뭐어... 여전히, 군요.」

 

「그래-. 문화제든 체육제든, 유키노시타 씨한테는 정말로 신세를 졌으니까요-... 그리고, 너한테도.」

 

「하아.... 아무쪼록」

 

메구리 선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꽤나 쓰기 어려운 후배였음이 틀림없다. 조용히 일을 하고 있나 생각하면 갑자기 분위기를 마구 흐트러뜨리는 쓰레기 발언을 시작하고... 그런 나에게도 인사를 해 주는 근처, 역시 메구리 선배는 그릇이 크겠지. 그리고 이마도 넓다. 여자는 좋겠다, 이마가 넓어도 귀엽다는 말 듣고...

 

「아, 그러고 보니 전에 하루 선배를 만났어.」

 

「....전에?」

 

「그래그래. 언제였을까-... 지난달의 반 지나고 정도일까?」

 

아아... 하루노 씨 학생회에도 놀러 오고 있었나. 아무튼 그렇게 올 것도 없겠지, 관계있는 장소는 대충 돌았을 거다... 그 사람의 경우, 교내행각해서 돌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지만. 발이 넓은 걸.

 

「응, 여러 군데 돌았다고 말했어요. 이런 시기에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응, 평소의 하루 선배였어.」

 

「그렇습니까...」

 

대화가 중단된다. 달그락 달그락 하고, 키보드 소리만이 잠시 학생회실에 울린다.

학생회실은 한산기인가, 임원이 몇 명 정도 있을 뿐이다. 안 쪽에서 필사적으로 자료 다발을 뒤지고 있는 성실한 듯한 여자가 아마 현 학생회장이겠지. 나도 투표했을 테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저.....」

 

「응?」

 

내가 흘린 소리에, 메구리 선배가 반응한다.

 

「아니... 3학년 때의 유키노시타 씨는, 어땠던 건가 해서」

 

침묵에는 익숙해지고 있을 생각이지만, 그런 잡담을 나는 왜일까 꺼내 버리고 말았다. 거대한 의사의 작용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약간 정도, 그 사람에게 흥미를 느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어두운 미소 한 순간에, 내면이 비쳐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3학년 때에... 응, 그러네. 나도 문실이 시작되고 나서 알게 됐는데....」

 

페이스를 떨어뜨리는 일 없이, 메구리 선배는 문서에 몰두하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지금과 다름없이... 상냥하고, 굉장히 바른 사람이었을까」

 

「...........」

 

그 프레이즈는, 어디선가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나에게는, 그 형용이 어울리는 사람은 그 밖에도 있었을 것이었다.

 

「2학년 때, 하루 선배가 실행 위원장이었던 건 알고 있지요?」

 

그야말로 메구리 선배한테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수긍했다. 확실히, 과거 최대의 동원수를 내쫓아 버렸다고 하는 전설 첨부로.

 

「그래그래. 그러니까 대단한 수완가인 건 소문으로 듣고 있었어. 그러니까 유지의 밴드 해보고 싶다고 문실에 왔을 때는, 조금 긴장했어...」

 

나 유지통제하는 보조 하고 있었는데, 메구리 선배는 말한다.

 

「전혀 사람이 모이지 않아서, 나 굉장히 곤란해하고 있었어. 하루 선배는 그런 나한테 이렇게 말해 줬어. 『메구리 짱 괜찮아, 나한테 맡기세요.』라고」

 

「.........」

 

「그러자 대단했어요. 하루 선배가 참가하기로 하고 나서, 유지의 참가도 자꾸자꾸 증가해서... 하루 씨가 여러 가지로 주선해 줬던 거야.」

 

전년의 연줄도 있었을 거다, 걸어 다니는 카리스마인 사람이니까... 아니, 카리스마는 보통 걸어 다닐까. 말해보고 싶었던 것 뿐.

 

「그 뒤에도, 몇 번인가 올 때마다 도와 줘서. 작년이 너무 큰 반동인지도 모르겠지만, 문실도 처음에 별로 잘 돌아가고 있지 않았었군요. 모두 클래스로 가버리거나 해서... 그것도 하루 선배의 한 마디로, 모두 곧장 돌아와 줬어.」

 

전의 결과가 너무나도 특출나면 모티베이션이 하락하는 건, 왠지 모르게 알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면, 인간 어디까지나 대충 하고 싶어지는 거다. 이것은 이것대로 하나의 길이다라든가 지껄이면서, 얼마든지 있는 도망칠 길로 달리기 시작한다.

 

「『문화제 실행 위원인 사람이 클래스에 얼굴을 내밀어서 지각이라니 무슨 짓이냐!』라는 느낌의 얘기를. 내내 미소였지만, 정말 무서웠어.」

 

그건 무섭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나라도, 마침 거기 있었으면 지려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공포의 사용법이라는 것을, 하루노 씨는 당시부터 몸에 익히고 있었을 테고. 장래가 두렵군... 지금도 아직 끝이 안 보이는 게 더욱 무섭다.

그래도, 거기까지 하루노 씨가 후진에 대해, 이것저것 보살펴 준 건 왜일까.

 

「나도 신경 쓰여서, 물어 본 적 있었어. 그러니까 웃으면서, 『책임은 끝까지 완수하지 않으면이라고, 나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라고 말하겠지요?』라며...나, 그래서 생각했어.」

 

※ 나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 : 떠날 때에는 뒤처리를 깨끗이 하라는 뜻.

 

 

이 사람은, 상냥하고, 똑바르다고.

 

「..........」

 

메구리 선배가 말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새겨 본다.

전설을 세운 문화제 실행 위원장. 다음 해, 기울어 가는 문화제를 뒤에서 지탱한 참견하기 좋아하는 선배. 메구리 선배가, 동경한 존재. 학생회 임원이면서도 교칙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패션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은, 화려한 하루노 씨의 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퍼스트 컨택트로 그 사람의 본질을 간파해 버린 사안소유인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본연의 자세에 위화감을 느껴 버린다. 그 배후에 있는 의미를 읽어내려고 한다. 그런 것이 있는지 모름에도 불구하고서, 다.

 

자신의 탓으로 다음 해의 문실이 필요이상으로 낙담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메구리 선배를 회유 해 자신의 부하로 넣어 두고 싶었다고... 자신의 뒤를 쫓아, 여동생이 머지않아 문실과 관련되는 일까지 예상해? ....어처구니 없다, 과연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는 것보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쓰레기 같은 면에 약간 싫증이 나니까.

 

「그러니까, 올해 문화제의 하루 선배는, 조금 이상했을지도....」

 

갑자기 메구리 선배의 목소리 톤이 내려갔다.

 

「.....이상?」

 

「응... 사가미 씨가 클래스에도 출석률이 괜찮다고 제안하고 있었겠지요? 그 뒤, 문실도 이상하게 되어 버려서... 나 그 때 약간 기대해 버렸어, 하루 선배가 또 뭔가 해주는 건가 해서...하지만」

 

「.........」

 

역시, 이 사람도 눈치 채고 있었던 건가. 시로마와리는, 하루노 씨를 단지 그저 신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바른 부분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심성이 온화하다고 학생회장 같은 것으로는 될 수 없다... 마음이 온화한 건 학생회장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물론, 별로 후배가 하는 일에 말참견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랬고」

 

...단지, 거기까지가 한계인 거겠지. 하루노 씨의 정면만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유키노시타와의 불화를, 본 적이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책할 수는 없다.

사람을 모을 수가 있는 하루노 씨라면, 반대로 사람을 해체시키는 것 또한 할 수 있다. 그 한순간에 사가미의 마음을 장악해 보인 건 확실히 훌륭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 결과, 유키노시타의 눈앞에, 일찍이 하루노 씨가 직면한 문실이 모습을 나타내 버렸다... 마치, 유키노시타가 그것을 어떻게 타개할까, 시험하는 듯이.

 

「그러니까, 너의 그 발언으로 문실이 기능하게 돼서, 꽤 안심했어요... 말하고 있는 내용은 꽤 최악이었지만」

 

「에? 아....」

 

갑자기 내게 비난의 화살이 향해져, 목소리가 막힌다.

메구리 선배는 웃어도 좋을지 어떨지 한, 애매한 얼굴로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표정으로 봐서는, 그녀가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저건... 어느 쪽 이었을까나? 그 때, 너는」

 

「그 때는... 저도 초조해 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하고 기선을 제압하듯이, 아무쪼록아무쪼록 사과한다. 그리고, 사실만을 단적으로 고했다.

초조해하고 있던 건 사실이다. 그 일에...그, 상황에.

 

「...그래」

 

나의 사죄를 받아 줬는지 어떤지, 메구리 선배는 이번은 언제나처럼,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마침 그 때, 차임이 울린다. 완전 하교 신호다. 아니 약간 늦어요, 메구리 선배의 질문 즈음에서 울어 줬다면 사과하지 않아도 됐는데.

주위 임원들도, 각각 정리에 들어간 것 같았다. 나도 진행된 곳까지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PC 전원을 끈다.

 

「어느 정도 진행 됐을까나? 끝날 것 같아?」

 

「그러네요... 뭐, 내일이면 끝나겠죠.」

 

아무래도 잘못된 기술이 많은 건, 같은 문책에 의한 게 많은 듯 했다. 즉, 그 바보의 기록만 뽑아내서 체크해 나가면, 십분 족하다.

 

「그럼 미안하지만, 내일도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떠나간다. 현 학생회장의 어깨를 상냥하게 두드리고, 학생회실의 문을 열고 나간다. 같이 돌아가자 라든가 말해주는 것을 약간 기대하고 있던 건 비밀이다. 아니, 전혀 외롭지 않은데.

 

...그렇지만 이상하군. 나에게는 메구리 선배가 말하는 하루노 씨 쪽이 의외였고, 메구리 선배에게는 하루노 씨의 올해 행동이 의외였던 것이다. 재차 그 사람의 이면성이라고 할까, 다면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여신과 야차의 얼굴을 구사하는 하루노 씨... 내가 간파한 본질 같은 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본질을 본 것만으로 알 만큼, 내 눈의 성능은 좋지 않다. 좀 더 말하면 썩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 어떻게도 하루노 씨의 기색이 내 생활권을 침범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하루노 씨 입장에서는, 유키노시타한테 가까워지고 있을 뿐이겠지만... 별로 그 복잡괴기한 캐릭터 생각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잠깐 사고에 취해버릴 듯한 기분이었다.

 

역시, 다음의 프레젠트 찾기는 혼자 가도록 하자고 나는 결의를 새롭게 다진다. 응, 토츠카로 휴일 채워 버리자. 용기를 내서, 메일로 확인해 보자. 이것으로 주말의 다른 한쪽은 채워지는군. 나머지는 누구로 할까... 이 경우, 자이모쿠자라도 좋은가... 막다른 길에 몰린 인간이 할 말인가 라고는 생각하는데.

 

          ×          ×          ×

 

「히키가야, 수고했군」

 

학생회 출장 이틀째가 끝나, 그것을 직원실에 보고하러 가자, 히라츠카 선생님은 대단히 기분 좋은 듯이 나를 맞아 줬다. 겨우 풀렸나... 아이인가요.

 

「어때?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 좋은 기분이겠지.」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그건」

 

그럴 리가 없잖아. 일에 대한 의욕이 더욱 더 감퇴했어요.

...그래도 뭐, 『많이 도움 받았어요-, 고마워』라며 기쁜 듯이 온화한 미소를 향해 준 메구리 선배에게는, 꽤 치유 받았던 것도 확실하다. 아마 학생회 남자는, 그 미소를 보고 싶어서 분발했을 거라고도 생각해 버린다...아무튼 그런 말을 하면, 눈앞의 이 사람의 기세를 올릴 뿐이니까 말하지 않지만.

 

「이번 건도, 학생회장의 보조라고 하는 의미에서는 봉사 부 활동에 포함해도 좋을 것이겠지. 좋아 히키가야, 보수로 너에게 1포인트 증정하지.」

 

「와-아 기쁘네-....」

 

뭐야 그 보수. 눈물이 나온다. 라고 할까 아직 그 포인트 제도 남았었군요... 이제 질려서 잊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라고 할까 지금 나나 유키노시타, 몇 포인트 가지고 있는 거지. 제대로 메모하고 있는 거겠죠?

 

「무으, 왠지 불만스럽군?」

 

「아니요, 별로.... 그것보다 이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동아리에는 얼굴 내밀고 가지 않는 것인가?」

 

「오늘은 결석하는 걸로 하고 와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유이가하마에게는 메일 해 뒀다. 어제의 단계에서 대체로 목표는 보이고 있었지만, 거기는 말하지 않고 두는 것이 현명할 거라고 판단했다. 과연 방과 후를 겸할 수 없는 일을 겸하면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원기는 없어.

 

「흠... 뭐 그다지 응석 부리게 하는 건 좋지 않겠지만, 너도 피곤한 듯하니. 돌아가서 쉬어라. 내일은 쉬지 않고 나오도록」

 

「....알겠습니다.」

 

으-응, 이거라면 오늘 동아리에 간 것으로 해서 내일 쉬는 편이 좋을까...그래도 오늘 가면 「그런가, 그렇게 동아리를 좋아하는가.」라든지 들어 결국 내일도 휴일이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직원실을 뒤로 한다.

 

그리고,

 

「히키가야」

 

뒤에서 뒤쫓아 온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불려서 멈췄다.

 

「무슨 일이라도」

 

「아니... 아까 전의, 보수의 건이지만. 어쩐지 불만이었던 것 같고, 이 상황에서는 좀 더 분발하려고 생각해서」

 

「하아」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2포인트 증정이라든지 말하기 시작하는 건 아니겠지. 저런 거 1포인트든 2포인트든 나한테 있어서는 같은 거지만. 요기도 되지 않아.

 

「라면」

 

히라츠카 선생님은 당돌하게 그 단어를 꺼냈다.

 

「네?」

 

「라면, 먹으러 가지 않겠는가?」

 

히라츠카 선생님은 싱긋 웃고는, 백의에 말아서 꽂아둔 잡지를 꺼낸다. 위험해, 잡지를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아저씨지만.

 

「아니, 일전에 오픈한 이 가게, 꽤 맛있다고 해서. 맛이 진한 고기에 우동 같은 태면이라던가, 꽤나 한 잔 걸치고 싶다라나.... 넷에서 조사했는데 이것이 의외로 좋다고 하는 것 같다. 상당한 볼륨감이지만, 너나 나처럼 젊은 동안이라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역에서도 가깝고 그렇다면....」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눈을 빛내며 숨을 난폭하게 내 쉬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워워 안정시킨다.

라고 할까 지금 이 사람, 그런 식으로 자신을 나와 함께 포장해 「젊다」라고 말하고 있었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태연하지만 절대로 확신 범. 그렇지만 무서워서 지적할 수 없다.

 

「뭐야 히키가야」

 

「아니, 저, 그건, 지금부터입니까?」

 

「지금부터는 무리군. 일도 있고...뭐야, 너도 기대하고 있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후후후, 그렇겠지그렇겠지」

 

듣고 있지 않군, 이 사람. 내 주위에는 내가 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별로 시키는 대로 한다고는 말하진 않지만, 얘기 정도 들어줘도 상관없잖아. 나도 인간인 걸.

 

「그렇군... 그럼 다음 주말 중에 어느 쪽인가로 어때?」

 

「주말 입니까...」

 

거기서, 문득 눈치 챈다.

주말의 예정... 토츠카의 어포인트먼트가 잡히면 물론 그건 고정이지만, 그런데도 남아 버리는 나머지 하루. 자이모쿠자와 노는 정도라면, 히라츠카 선생님과 라면 먹으러 가는 쪽이 차라리 좋지 않나, 하고.

그렇다면, 여기는 올라타 두는 것이 현명하다.

 

「좋습니다... 갈까요.」

 

「.......헤?」

 

나의 대답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이상한 듯한 얼굴을 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이상해꽃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이상해꽃도 메가진화 하는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은 이상하네.

 

「이상한 점이라도?」

 

「아니...저기, 네가 그렇게 쉽게 승낙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하하, 뭐라고 할까...」

 

마지막 부분이 별로 흐릿흐릿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머뭇머뭇거리며 얘기하면, 왠지 내 쪽도 부끄러워진다.

 

「그... 나 같은 것과 가서, 정말로 좋은 건가?」

 

「어? 아무튼, 좋지 않겠습니까. 라면 먹으러 갈 뿐이고....」

 

「그, 그런가....」

 

히라츠카 선생님은 처음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완전히 얼굴을 숙여 버렸다. 입가가, 우물쭈물하고 움직이고 있다.

...뭔가 나, 이상한 플래그를 꽂아버린 것 같은데....

내 본능이, 어디선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마침내 나, 미래시에 눈을 떠버린 건가. 이건 매래의 나로부터의 경고인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쪽은 우선 도망치는 것으로 좁혀진다.

 

「아, 그, 그래도, 역시 어떨까요. 교사와 학생이 개인적으로 밥 먹으러 간다고 해도, 지금 시대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하고...」

 

「괜찮다, 변장해서 가니까」

 

엄청나게 비장한 표정으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나의 저자세를 일도양단한다.

 

「변장이라니... 불륜 커플도 아니잖습니까....」


「뭣,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해! 커플은 무슨 그런... 아직....」

 

어디에 혹해서 달라붙는 거야 이 사람.... 그러니까 그렇게 얼굴을 붉히지 말아 주세요...

 

「응, 응응...어, 어쨌든이다.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봐, 일전에도 문화제 뒤에 같이 연회하러 갔겠지. 그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문제는 아니다.」

 

「그, 그런 건가요.」

 

「그, 그렇다... 라면 동호회로서, 가끔 씩은 의견교환 하고 싶고」

 

「뭐어... 그런 거라면」

 

결국,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원래부터 「도망친다」 커맨드가 없었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저거다, 이벤트 배틀 때라든지에, 선택사항에 「도망친다」가 없어지는 경우 있겠지? 저건. 히라츠카 선생님은 보스 캐릭터급의 취급이라는 것으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만족스럽게 수긍했다.

 

「그럼, 주말에 예정이 비는 날이 정해지면 연락 줘. 후후... 기대하고 있어요.」

 

기분 좋은 듯이 경쾌하게 걸으며 직원실로 돌아가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또 성급한 짓을 했는가 하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지는 나였다.

 

          ×          ×          ×

 

다만, 그런 기분도 이제 와서는 아득히 저 멀리 날려 버렸군!

 

「후...후후후...후히...해냈다, 해냈어 코마치....」

 

「오, 오빠가 평소보다 기분 나빠...가,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코마치는 흠칫흠칫하면서 내 쪽으로 온다. 평소라면, 친동생에게 기분 나쁘다는 말을 들어버리면 그 나름대로 처지는 나지만, 지금의 내게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데, 왜 그래 오빠... 익숙해지지 않은 미소 짓고 있으니까, 약간 경련하고 있어요.」

 

과연 구각근이 퇴화할 만큼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닐 테지만... 하지만, 지나친 미소에 근육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은 있었다.

히라츠카 선생님과 헤어진 뒤, 집에 돌아온 나는 지금, 행복의 절정에 있었던 것이다. 어쩌지, 이제 더 이상 좋은 일 일어나지 않는 거 아냐? 그건 그거대로 무섭다... 아무튼, 미래의 불안보다 지금의 행복이군요!

 

「코마치... 내가 왜 이 정도까지 기쁜 듯한지 알고 싶어? 알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할까나... 뭐, 좋겠지.... 지금의 나는 기분이 좋다....」

 

「우와아, 귀찮아」

 

「잠자코 있어라...훗, 괄목했다고! 너의 오빠는 여기까지 진보했다고!」

 

그리고 나는, 팟 하며 코마치의 눈앞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세웠다.

코마치가 그것을 들여다본다.

 

「......? 그러니까, 뭔데뭔데....」

 

 

From : 토츠카 사이카

Title : Re : 놀러 가지 않겠습니까 ? ? (^^)/

Message :

응, 괜찮아요.

토요일에 괜찮을까?

 

>>원래 메시지

 

오늘도 테니스부 수고 하셨습니다. 부장인 걸, 힘내!! (^^)! 추가로 나는 오늘 학생회의 도움을 하고 왔습니다. 봉사 부활동의 일환이야. 지쳤어―(;^ω^)그래도 타인을 위해 땀을 흘리는 것도 가끔 씩은 좋은 거네. 전 학생회장한테도 고맙다는 말 들을 수 있어서 기뻤고. 아, 미안 내 이야기만 해서(웃음) 토츠카는 어땠어? 벌써 꽤 추워졌지만 아직 밖에서 하고 있는 거구나(+_+) 상당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감기에는 조심해. 그런데 감기라고 하면 요새...

 

 

「..........」

 

 

말이 막히는 코마치. 아무튼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나도 돌아와서 메일박스 열었을 때, 똑같이 말을 잃었으니까. 꿈이지만, 꿈이 아니었다!

 

「라는 것으로 다음 토요일은 토츠카와 놀러 가니까. 조례 빠듯이까지 놀다 오니까. 집 지키기 부탁해.」

 

「에? 아아, 응.....」

 

나의 말에, 코마치는 영혼이 빠진 듯한 대답을 돌려주고는, 그리고 문득 제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머리를 싸안기 시작했다. 투덜투덜 뭔가 중얼거리고 있다.

 

「어쩌지.... 코마치가 제대로 일하기 시작한 다음 반년 넘게 지났는데... 왜 오빠는 이렇게 유감인 그대로일까.....?」

 

「핫.... 훌륭한 진보 아냐?」

 

내가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사람을 놀러가자고 권했잖아... 이런 건 중학교 2학년 이래 처음이니까! 게다가 전 번과는 달리, 제대로 권유에도 성공했던 거다. 전에는 메일조차 답장오지 않았고... 그 뒤에 말도 할 수도 없었고....

 

「아, 추가로 일요일은 히라츠카 선생님과 라면 먹고 올 테니까」

 

「히, 히라츠카 선생님...? 왜 또?」

 

「아니....왠지 분위기에 흘러버려서」

 

뒤집을 수 없는 운명에 흘러버려서. 억지로 관철이라고도 한다.

 

「여자보다 여자여자다운 남자인 토츠카 씨에... 미인이지만 교사에 여러가지로 문제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 왜 하필이면 그런 보더라인 위에 있는 두 명을 선택하는 걸까나 오빠는... 좀 더 무난한 사람이라든가 있겠죠! 유이 씨라든가! 카와...무슨 씨라든가!」

 

「무난하다니... 본인이 들으면 낙담한다고... 아마 유이가하마라든지, 한순간 기뻐한 뒤 눈치 채고 나서 낙담할 거라고...」

 

바보애니까. 뭐어, 보통인 녀석이라든지, 수수한 녀석이라든지, 지금은 그건 그래서 귀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토츠카와 노는 약속을 얻어낸 것을 좀 더 칭찬하기를 원했다. 이번에 그 것을 위해 필요로 한 메일은 합계 1000자. 가볍게 저번의 기록을 웃돌고 있었던 것으로.

 

「아무튼 감동을 공유해 주지 않으면 그런데도 좋아... 어쨌든, 다음 주말은 나 바쁘니까. 어딘가 갈 틈이라든지, 없으니까」

 

「아-정말 알았다고 정말... 왜 그렇게 강조해」

 

그건 너와 하루노 씨와 내통하고 있으니까 그렇잖아. 아마 하루노 씨에 대해서다, 내가 휴일에 바쁘다고 말해도 솔직히 믿어 주지 않을 거다. 코마치에게 연락을 할 가능성은 높다. 모처럼 나로서는 드물게 휴일에 예정을 넣었는데, 그것을 방해받을 수는 없으니까. 이른바 견제라고 하는 것이었다.

코마치는 한 번 한숨을 쉬고는, 오빠고 어쩔 수 없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들리고 있어요? 아마 들리도록 한 거겠지만.

 

「....아무튼 상대가 누구든, 오빠가 밖에 나갈 수 있는 건 고맙지만요-. 바람직한 인간으로의 갱생 첫걸음은, 책을 버리고 거리에 나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나를 포함한 전국의 책벌레들에게 사과해라 너.... 어떻게 생각해도 책 읽고 있는 녀석이 거리에서 짤랑짤랑 놀고 있는 무리보다 착실하잖아...」

 

「그렇게 말하는 걸 말만 앞선다고 하는 거야 오빠. 오빠는 너무 놀지 않는다고. 옛날의 훌륭한 사람은 말했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노는 것이라고....」

 

뭔가 거침없이 자랑스레 얘기를 꺼낸 코마치를, 나는 멈춰 세운다.

 

「아-코마치 잠깐 기다려라... 아까 전부터 너 테라야마 슈지라든가 호이징가라든가 어중간한 지식 꺼내서는... 누군가 가르쳐 줬어?」

 

「에? 하루노 언니인데」

 

「역시 그런가...」

 

좋지 않아...내 코마치가 자꾸자꾸 오염되고 있어... 게다가 꽤 적당한 이론으로... 내가 그토록 정말 멋진 이론을 매일 계속 들려주고 있는 것과 관계없이 하루노 씨 쪽으로 기운다고는... 이것이 카리스마의 차이인가.

그 사람에게도 확실히 말하고 싶지만, 그런 짓을 하면 분명 배로 보복 당하는 건 눈에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 거리를 벌리는 방법 밖에 있을 리 없다. 재빨리 하루노 씨의 영향 하에서 코마치를 멀리하지 않으면....

역시 그걸 위해서도, 내 휴일은 강고하게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될 거다. 특히 토요일은 평소의 휴일 이상으로 중요하니까 단호히 사수다. 일요일은... 뭐, 적당히? 별로 긴장하는 상대도 아니고.

우선, 거절 메일이라도 넣어 둘까... 자신이 먼저 그 사람한테 메일 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지만... 우선은 기선을 제압해 둘 필요가 있다...네, 송신.

잠시 뒤에 메일이 되돌아 왔다.

 

 

From:harunon-yukunon@xxx.ne.jp

Title : Re : 죄송합니다만

Message :

그래-. 알았어!

 

...꽤나 이해가 빠른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 그래도 뭐, 토요일은 토츠카와 데이트...가 아니야 놀러 가는 거고, 그런 예감도 힘차게 날려버리는군요!

뭘 입을까... 빨리 토요일 오면 안 될까...

 

          ×          ×          ×

 

그리고 주말, 금요일.

이 날은 아침부터 기분도 최고였다. 여하튼 내일은 토츠카의 날이다. 내년 이후도 기념일로 하자. 내가 먼저 토츠카에게 놀러 가자고 권했다고 하는 위업을, 기념하기 위해서.

수업도 건성으로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던 나는, 아마 언제나 이상으로 바보 같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가 계속 보고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이따금 토츠카가 여기를 언뜻 보고는, 손을 작게 흔들어 와서 벌써 가슴은 가득 찼다.

 

「그럼 하치만, 내일 또 봐」

 

「오, 오우....또, 내일」

 

방과 후 평소처럼 동아리로 향하는 토츠카와 가볍게 내일의 확인을 하고 헤어진다. 또 내일... 토츠카와 내일도 만날 수 있다니...진짜인가. 주에 6일이나 토츠카 가까이에 있다니 혹시 내 청춘 로맨틱 코미디도 아주 버릴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히, 힛키가 이상해요 유키농... 아침부터인데, 좀... 기분 나빠」

 

「이 남자가 이상한 것은 평소의 일이에요. 유이가하마 양... 그래도 그러네... 썩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서는, 신선도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아요... 생선가게로 가져 가 볼까나」

 

방과 후 평소처럼 봉사부 여자 두 명에게서 말의 나이프가 날아 왔지만, 그것도 화려하게 스루다. 너무나도 반응이 없기 때문인지 평소 이상으로 심한 말을 들은 듯한 생각도 드는데, 토츠카를 봐서 그것도 우선은 놔두자... 내일이 지나고 나서 재차 원망하기로 한다.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해보라고...

그런 봉사부활동도 대강 평소처럼 무사히 끝나, 나는 평소대로 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와 떨어져 현관으로 나왔다. 이 시간이 되면 날은 벌써 가라앉아, 공기도 으스스하니 춥다.

그리고 평소대로 주륜장으로 발길을 향하다, 문득 눈치챘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자전거 아니었다....」

 

오늘 아침 코마치한테, 저녁비가 내린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버스 통학으로 했었다. 인파에 약하다고는 해도, 이 시기의 비는 솔직히 차갑고 괴롭다. 마치 아무개 씨의 말처럼. 너무 뒤집어쓰면 마음도 감기에 걸린다. 우울함은 마음의 감기라는 건 잘 맞는 말이었다.

코마치는 친절하게도 접는 우산까지 건네줬지만...

 

「전혀 내릴 기미 없는데....」

 

뭐어, 일기 예보가 빗나갈 때도 있으려나. 이 시기에 비라고 해도 드물고.

다행히 등교 시간 정도로 버스 타는 학생도 적겠고, 우선 유이가하마가 타는 버스 다음에 오는 거라도 타면 좋을까 다리를 내디딘 순간.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

 

블랙아웃? 실신? 빈혈? ....아니, 의식은 있는데. 이렇게 해서 생각하고 있는 거고.

거기에 무슨... 어두운 것에 덮인 눈이 굉장히 따뜻하지만....

거기서, 간신히 깨닫는다.

쿡쿡하고, 유쾌한 듯이 웃는 배후의 존재를.

스며드는 듯이, 등 뒤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사람이 있는 기색.

그 소리는 일단 웃는 것을 멈추고, 내 귓전으로 이렇게 말했다.

 

「히키가야 군... 누구~게?」

 

「히익.....」

 

심장이 덜컥 튄다.

귀청을 간질이는, 달짝지근한 소리. 따뜻한 한숨이, 목덜미를 휘돌아다닌다.

그리고 살짝 희미하게 나는, 감귤계 향기.

이 소리에, 이 향기에 기억이 있었다.

머릿속 검색을 실행할 것도 없이, 어떤 인물이 해당된다.

그거야 그렇다... 그도 그럴게,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었으니까.

 

「유...」

 

「응~?」

 

「유키노시타....씨」

 

「에~? 모르는데, 네가 알고 있는 어느 쪽 유키노시타 씨?」

 

「하루...아, 언니 쪽」

 

「어머... 의외로 침착하네」

 

그리고, 살짝 눈을 가리고 있던 따뜻한 것이 떨어진다. 한순간 시야에서 멀어진 그것은, 물론 예상대로, 호리호리한 하얀, 그녀의 손이었다.

나는 힘없이 뒤돌아본다... 뒤를 잡힌 단계에서, 완전히 나의 패배다. 나한테 고르고 같은 수준의 경계 능력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토츠카에 대해서 밖에 머리에 없었던 것이 실패였다...

뒤를 향한 앞에는,

 

「얏하로~ 히키가야 군! 휴일에 무리라고? 어쩔 수 없으니까 오늘로 해 버렸어~. 뭐, 내일은 휴일이고, 잠깐으로 좋은데, 지금부터 누나한테 교제할 수 없을까나?」

 

초저녁의 어스름을 밝히는 듯한 미소를 띤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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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래서 하루노를 싫어할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그런 이유로, ③입니다.

 

제 1회 데이트 DE 하루농.

 

좀 더 나가면, 하루농과 시즈카 짱의 젊었을 무렵(지금도 젊습니까. 그렇군요.)을 예외 편으로 써 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 가능하다면 전 편에 링크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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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역시,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여동생을 향한 사랑은 비뚤어지고 있다.

 

 

「....................응?」

 

뭔가 떠들썩한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방안의 공기를 진동시키는 듯한, 금속적인 벨 소리.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신세를 진 그립고도 밉살스러운 적이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다.

 

「자명종 어디...?」

 

중얼거림과 동시에, 하품이 새어나온다.

 

스멀스멀하고 손을 움직여, 머리맡에 놓아둔 충전중의 스마트폰을 기동.

 

캘린더를 보면 보통의 휴일이었다. 12월에 접어들고 나서 첫 휴일. 이소노가의 엔들리스 일요일이다. 도라에몽의 경우도 그렇지만, 저 녀석들의 생활양식을 지금 아이가 아나. 수요 있는 거야? 그 시간도 프리큐어 하면 좋지 않아?

 

라고 할까, 왜 휴일인데 자명종 울리는 걸까... 원래 나, 자명종 가지고 있지 않은데. 지금은 스마트폰 짱의 바이브레이션이 상냥하게 나를 일으켜 주니까. 스마트폰 짱이 내 스케줄 관리도 해주고, 심심풀이 상대도 해주고, 엄청나게 기특해. 나, 스마트폰 짱과 결혼해볼까... 그래도 이 녀석 돈 들어가는군. 단념.

 

무거운 몸에 채찍을 치면서, 자명종이 놓여 있는 벽 옆까지 이동한다. 일부러 걷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는 곳에 놓아두는 것에 교활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고양이 귀가 난 귀여운 자명종,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다, 고 할까 코마치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5년 전에 사준 것이다. 왜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그 해 나는 그 남자가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용서 못해.

 

...과연, 아무래도 저래도, 코마치의 소행으로 파이널 앤서다. 오디언스(Audience:청중)에게 물어보나 마나다. 물을 오디언스도 없고. 텔레폰도 어렵다.

 

우선 시끄럽기 때문에 손을 들어 스위치를 찾았다. 머리의 귀를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는 5분 뒤에 또 울리기 시작하니까. 뿌리를 끊어 버릴 필요가 있다. 대체로 이런 타입의 자명종은 뒤에 스위치가 있을 거다.

 

그 때, 손에 바스락거리는 질감이 느껴졌다.

 

「...아앙?」

 

시계 뒤에, 메모가 붙여 있었다.

 

『코마치는 나갔다 옵니다! 그런 코마치로부터 사랑의 프레젠트! 제대로 일어나는군요!』

 

「...시끄러」

 

사람의 휴일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녀석.

 

하고, 거기에 마치 타이밍을 가늠한 듯이, 메일을 알리는 스마트폰 짱의 진동. 우와, 안 좋은 예감이지만요.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좋은 아침 힛키

 

Message:정말 귀여운 시누이를 맡았다. 돌려주기를 원하면 낮까지 혼자 라라포트에 올 것.

 

 

 

적중이다. 나의 안 좋은 예감은 8할 정도 맞는다. 위험해, 나 점집 할 수 있잖아? 단 좋은 예감은 대체로 빗나가니까, 장사로서는 평판이 나쁠 것 같은데. 라고 할까 시누이라니.

 

우선 자명종을 멈추고 1층에 내려가 보기로 했다.

 

지친 얼굴을 한 어머니가, 내 얼굴을 보고 놀라고 있다. 아니, 그런 유령 본 듯한 얼굴 마세요. 대체로 당신 그대로니까요. 성격은 아버지를 닮고 있는 모습이. 매우 유감. 머지않아 넘어준다, 쓰레기적인 의미로.

 

뭐어, 내가 이런 시간에 일어났던 게 놀라움이었던 걸까. 여하튼 동굴에 틀어박힌 신 같은 수준으로 일어나지 않는 나다. 이것으로부터 나의 신다움이 비쳐 보인다고 하는 거다. 역시 내가 신이었다.

 

아까부터 유이가하마식으로 두리번두리번 해봤지만, 코마치의 모습은 없다.

 

어머니가 만든 야채 볶음을 다시 데워, 토스트를 우유와 같이 흘려 넣는다... 이 야채 볶음 분명 코마치가 남긴 거라고 생각한다. 코마치가 요리할 때 쓰지 않는 야채, 즉 코마치가 싫어하는 야채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할까 코마치가 먹지 않는다면 그런 야채 존재의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출하 그만두는 게 어때? ...농가 사람이 들으면 진짜 열 받겠군요. 잘 먹겠습니다.

 

코마치는 무슨 일인 걸까 하고 물으면, 벌써 나갔다고 한다. 과연, 그 편지와 메일은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다.

 

진심인가... 그 녀석 수험생이잖아.

 

뭘 태평하게 라라포트에 놀러가는 거예요. 게다가 터무니없는 사람 소환해서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안이하다. 간단해.

 

내가 언제까지나 코마치를 미끼로 잡히는 송사리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하는 것을, 슬슬 주위 무리에게도 가르쳐 두지 않으면. 그 점에서 유이가하마의 선택은 잘못되어 있지 않다. 토츠카라면 그 앞이 낚시 줄이더라도, 아무튼 끌려가버리는군요.

 

마음대로 해라, 떨어져도 몰라. 오빠는 언제까지도 무르지는 않아. 오빠한테 벗어나주세요, 오빠한테 독립해.

 

...라고는 해도 그렇군. 이번에는 상대가 그 하루노 씨니까.

 

코마치와 하루노씨는, 쓸데없이 궁합 좋고. 별로 내용까지 닮았다는 건 아니겠지만, 겉은 다소 비슷하다. 하물며 하루노 씨라고 하면 유키노시타를 가볍게 누르는 카리스마니까... 코마치가 악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 코마치가 하루노 씨처럼 되어버린다면, 나 쇼크사 할지도 몰라.

 

이 경우, 도요스 방면의 라라포트라도 갈까. 항의의 의미도 담아서. 바로 미안 잘못했어-데헷할짝, 으로 용서 받자. 그렇게 하면 그 두 명도 단념해서 빨리 해산할지도 모르고. 단어가 짧은 게 나쁜 거야. 하치만 나쁘지 않아.

 

응, 메일이다.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덧붙여서

 

Message:

 

「후나바시의」 라라포트니까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있어요. 굳이 멀리 나갈 돈 따위, 차근차근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고 있고.

 

라고 할까, 아까 전부터 메일 타이밍이 너무 무섭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메일과는 또 다른 공포다. 어디에 카메라 설치하고 있는 거야? 아니 카메라가 있어도 모르겠죠. 지금은.

 

아무튼 됐어... 무슨 용무인지 모르지만, 냉큼 코마치 데리고 돌아가자. 코마치만 돌려받을 수 있으면, 이 쪽의 턴이고.

 

 

 

          ×          ×          ×

 

 

 

「햣하로~! 히키가야 군」

 

「아무쪼록... 어라, 코마치는?」

 

「에-, 오지 않았어요?」

 

「...왜?」

 

「왜라고 말해도.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코마치 짱 진로상담 해줬는데-... 오늘은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던가?」

 

히죽이죽하고 미소를 띠는 하루노 씨를 보고, 간신히 나는 깨달았다.

 

이놈의 코마치... 짰군.

 

확실히 코마치는 『나갔다 올게』라고 밖에 메모 하고 있지 않다. 거기에 하루노 씨의 메일의 왔기 때문에, 무심코 같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버린 거다. 서술 트릭도 참 좋은 곳에 있다. 게다가 꽤 치프하군. 쓸데없는 연계 플레이 밀어 붙이고...

 

돌아가고 나서 화내려고 해도, 공부하고 왔는데 라든가 하고 듣는다면, 화내고 싶어도 화낼 수 없는 곳까지, 책사 코마치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노 씨의 꾀일까...라고 한다면 하루노 씨의 침식이 이제 시작되어 있다고 하는 거다, 시급히 대처하지 않으면.

 

라고 할까 이 사람의 진로 상담이라니 참고가 안 돼 분명. 아마 유키노시타와 비슷비슷하게. 과연 자매, 유키노시타의 이름은 겉멋이 아니군.

 

...그래도 공부하고 있다고 들어 약간 진심으로 안심해 버렸다. 아, 지금 하치만적으로 포인트 높아... 그러나, 분합니다.

 

이렇게 해서 침대에서 후나바시까지 단번에 끌려왔던 거지만, 유감스럽게도 먹이가 붙어있지 않은 낚싯대에, 이제 매력은 없다. 낚시하고 있는 사람이 무서운 어부니까 더더욱 그렇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코마치도 없는 것 같고, 이만」

 

「안 돼요. 히키가야 군.」

 

오른쪽으로 돌아서 U턴 한 순간, 꽉 잡히는... 손. 와아, 따뜻해...가 아니야,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이 사람. 촉촉하고 매끈매끈한 손의 감촉에, 마음이 마음껏 동요된다. 무심하게 되어라, 무심하게...

 

「히키가야 군, 나와의 용무가 있어서 와 준 것이겠지요?」

 

「아니, 코마치를 데리러 온 것 뿐이고... 무슨 일 있었던 가요?」

 

「어라? 메일 보지 않은 거야?」

 

「보지 않았어요. 그거야」

 

오늘은 너무나도 타이밍이 좋았던 거니까 열어버렸지만. 기본적으로 스팸메일 같은 건 열지 않고 방치다. 삭제하는 건 과연 무서우니까... 이미 보통으로 판도라 상자 취급해서, 열면 패배다.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그 말을 들은 하루노 씨는 조금 슬픈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약간, 눈이 물기를 띠어 있는 듯하게도 보인다. 울기 시작하기 직전의 유이가하마 같은 표정이다... 솔직히, 똑바로 볼 수 없다. 보면 아마, 가슴 근처의 혈관이 수축해서, 아픔도 느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꽤 미움 받아 버렸던 거네... 뭔가 화내고 있지 않아? 그렇게 나, 나쁜 짓 해버린 걸까? 괜찮다면 가르쳐 주지 않겠어? 고칠 테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

 

약간 떨리는 소리로, 똑바로 응시하는 시선에, 무심코 뒷걸음질 친다.

침착해 히키가야 하치만... 연기... 이건 연기... 라고 할까 그 싸워 버린 커플 같은 얘기 그만둬 주세요. 모두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기분 나쁘다든가?」

 

「뭐어, 그렇게 좋지는 않네요.」

 

오전 중에 두드려 맞아 깨어나고, 한층 더 이런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불려 가는 상황은 휴일의 외톨이에게는 견딜 수가 없다. 기분이라고 할까 속이 메스껍다. 생활 리듬도 어긋나고, 급격한 환경 변화에 현기증이 날 것 같다. 외톨이라는 건 이렇게 약한 생물이에요, 그러니까 상냥하게 대해주도록 하자.

 

나의 대답을 듣고, 하루노 씨는 푹하고 숙인다.

 

「그랬었어 유감이네... 그렇다면」

 

「.....어?」

 

「그렇다면, 히키가야 군의 기분 전환을 위해, 누나가 놀아 줄게요! 내 용무는 그 다음으로 좋으니까!」

 

하루노 씨는 숙이고 있던 얼굴을 올려, 니파~☆하고 웃었다. 아니, 그거 캐릭터 다르잖아, 라고 해버릴 듯한 만면의 미소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연기였나. 알고 있어도 걱정해 버리는 것은 참, 나도 사람이 너무 좋다.

 

「...그렇게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마 돌아가면 회복될 테니까」

 

오히려 여기에 있으면, 자꾸자꾸 기분이 나빠질 것 같다.

 

「그렇다고 정했으면 가도록 해요, 히키가야 군!」

 

듣지 않았어....

 

그러나 손을 단단히 잡히고 있는 이상, 도망치는 것도 할 수 없어...라고 할까, 생각나지 않도록 하고 있었더니 진짜 지금까지 손이 연결된 걸 잊었다. 마침내 무심의 경지에 다다랐는가, 나는. 이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기쁘지 않지만.

 

눈치 채면, 또 피가 역류 해 왔다. 진짜로 상태가 좋아질 것 같지가 않다.

 

...이대로는 생명에도 연관되고, 어디선가 도망갈 틈을 찾자. 전화위복이라고 하지만, 다행히도 사람은 많기 때문에. 떨어지면 이쪽의 승리다. 떨어지는 건 자신 있기도 하고. 나를 넘어뜨리면 보통 사람보다 대부분 경험치가 들어오는 건 보증.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찾아내 줘.

 

...그러고 보니 생각해 내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여기는 하루노 씨와 처음으로 외출당해 버린 장소이기도 하군, 우선 나는 현실에서 도피하기로 했다.

 

 

 

「저기... 추가로, 용무라는 건 뭔가요?」

 

「응? 응-그러네... 유키노 짱의 크리스마스 선물 찾으러, 에요」

 

 

 

「자, 다음에는 어디 가볼까?」

 

「....그-렇군요.」

 

「아, 저 옷 귀여워! 있지, 잠깐 보고 와도 좋아?」

 

「....그-러네요.」

 

「.....히키가야 군, 텐션 낮지 않아?」

 

「....그-러네요.」

 

아니, 그 정도는 헤아려 주세요. 맞장구를 치는 것만으로도 힘껏이다.

 

유키노시타의 선물 찾기를 시작하고 난지 벌써 한 시간.

 

과연 손을 놓아주긴 했지만, 그 손도 벌써 다른 것으로 차고 있다.

 

하나하나가 그 나름대로 무거운 봉투다. 어느 것도 읽는 법조차 모르는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다. 전부 하루노 씨가 산 것이었다.

 

그것을 좌우로 두 개씩 안고 비틀비틀거리며 걷는 내 앞에서, 하루노 씨는 바람처럼 걷고 있다.

 

확실히 주인과 하인. 적어도 연인으로는 안 보이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덧붙여서, 이 안의 어느 것이, 유키노시타의 선물입니까?」

 

「에? 아직 사지 않았는데」

 

......이 여자, 때리고 싶다.

 

멍한 얼굴로 되돌아보는 하루노 씨에게, 은밀히 투지를 태워 본다.

 

라고는 해도, 주먹을 뻗어야 할 손은 벌써 짐으로 가득차고 있고,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주먹을 마디마디 강하게 쥘 뿐이다. 뭐야 그건 허무해.

 

아무튼 거기에, 생각할 뿐이고 실행에는 옮길 수 없겠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

 

 

 

「이야~, 고마워 히키가야 군. 이렇게 들게 해 버려서 미안해?」

 

「...별로, 제가 든다고 했으니까」

 

손을 놓아주는 편이 좋았지만, 설마 이렇게 사 들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완전히 계산미스... 해 버렸다!

 

추가로 그 큰 짐은 배달 카운터로 옮겼다. 아무튼, 하루노 씨에게 그걸 나르게 하는 건 위험해. 하루노 씨 집까지 내가 옮긴다는 것도... 여러 가지로 무섭고.

 

「근데 뭐랄까... 과연 부자의 쇼핑은 다르군...」

 

「무으~, 그건 흘려버릴 수 없는데.....」

 

나의 혼잣말을, 하루노 씨는 귀가 밝게도 주워낸다. 외톨이의 혼잣말은 습성 같은 거니까, 하나하나 줍고 있으면 몸이 버텨내지 못해요. 그렇다고 할까 부끄러우니까 줍지 말아 주세요.

 

나와 하루노 씨는, 벤치에 허리를 내려 쉬고 있었다. 라고 말해도, 휴식이 필요한 건 나뿐이지만.

 

라라 포트 안은 제법 크리스마스 모드다. 야자나무 근처에 전나무라니 어떤 기후 조건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성질이 급해, 너무 빨라. 유럽은 크리스마스 근처가 되면 독신자 비율이 증가하는 것 같다고? 그렇다면 앞당기면 안 되죠. 리얼충 때문에 외톨이가 시달리는 세계에는 단호히 반대.

 

내가 크리스마스 폐절 운동에 대해 한순간 골똘히 생각했더니, 하루노 씨가 약간 뾰루퉁 하면서 아까 전 나의 혼잣말에 항의했다.

 

「약간이라도 옷차림에 신경 쓰는 여자애라면, 저것 정도는 보통이니까? 거기에, 내가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이야. 어디에 쓸지도 마음대로겠지요.」

 

「......유키노시타 씨,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건가요?」

 

「왜 그런 의외라는 얼굴 하는 걸까.... 별로 아가씨라는 것도 아니니까. 아무튼 확실히 수입은 좋을지도, 아버지의 소개고」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노 씨라면 뭐든지 소화해 내 버릴 것 같다. 성격적으로도 커넥션으로 들어가도 시기당하지 않는 타입. 나는 커넥션도, 어느 것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처를 잃어버리니까... 원래부터 거쳐는 없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거기에 돈으로 집에 성가시다고 할까, 빌린 걸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라고는 해도, 그런 걸 생각할 나이가 될 때까지, 대체로의 애는 그렇게 돌려줄 수 없을 정도로 빚을 만들어 버린다지만」

 

빌린다니... 여전히 삭막한 가정환경에 계시는군요... 문화제 때도 자매로 대여가 어쨌다든가 이익이 어떻다든가 말했었지요. 나는 빌릴 만큼 빌려, 최후는 밟아 쓰러뜨릴 생각으로 만만하다... 그래도 그게 부모와 자식이라고 할까 가족 아닙니까? 나로서는 꽤 정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우리 집은 우리 집, 다른 집은 다른 집이라는 거다.

 

「아, 그래, 히키가야 군도 뭔가 소개해 줄까? 나름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마 문화제에서의 업무태도를 본 거겠지. 하루노 씨 같은 사람에게 높게 평가되는 건 솔직히 기쁘다. 하지만,

 

「......일할 관심이 없어서, 괜찮아요.」

 

슬프게도 내게는 원래부터 의욕이 없다. 뭐가 즐거워서 고등학생부터 회사의 가축 흉내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나는 하루노 씨의 제안을, 삼가 거절했다.

 

「정말...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장래 제부가 되는 애가 이런 사람이면, 처형은 불안한데」

 

「또 알 수 없는 말을....」

 

「그렇게 말하고 보니-. 들었어요, 유키노 짱하고 교제하고 있는 거겠죠?」

 

하.........?

 

「하...........?」

 

의미 모를 말을 듣고, 무심코 순수하게 반응해 버린다. 마음의 소리 그대로.

 

「어라? 달랐어?」

 

내 바보 같은 표정이 너무나도 티 없기 때문인지, 하루노 씨도 의외인 듯한 얼굴을 했다.

 

「아니, 다른 것도 아무것도」

 

뭐가 어떻게 되면 그런 유언비어가 흐르는 건지. 저건가, 내 평판을 깎아 내리려는 새로운 방법의 음모인가... 이제 떨어질 여지도 없을 정도로 떨어지는군요, 그러고 보면.

 

「이상하네.... 히키가야 군이 수학여행에서 고백했다고 들어서 틀림없이... 호, 혹시 가하마 짱?! 배신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라고 할까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그런 얘기」

 

「아아, 하야토한테. 전에 만나면 뭔가 심각한 표정 했었으니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해서, 입을 열게 하는 게 큰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하야마와 사이 좋았던가, 하루노 씨. 그렇다고 할까 그 하야마의 입을 열게 한다든가 어떻게 한 거야 이 사람. 묻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무서워서 물을 수 없어.

 

과연... 하야마한테 캐물어 알아낸 정보가 부족해서 생긴 고의 오해인가. 하루노 씨 넘겨짚기로 말했던 것도 있고...나 완전히 피해자잖아. 그러니까 리얼충이 말하는 걸 신용하면 안 돼.

 

「아-, 아니... 다른 여자에요. 이라고 해도 속공으로 차였지만」

 

「.....그게 뭐야, 제 3세력 출현?」

 

하루노 씨의 목소리 톤이 왠지 약간 낮아진다. 우와, 무서워. 미소지만 눈이 웃지 않아. 본성 다 숨길 수 없지 않습니까, 의태해라고.

 

하지만 이것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예쁜 누나가 티 없는 남자에게 참견을 걸치고 있는 걸로 밖에 안 보이는 거다. 이거니까 세상의 눈은 옹이 구멍이라고.

 

「아니, 아무튼 뭐라고 할까...」

 

서투르게 추궁 받아 하야마의 반복된 실패를 연기하는 건 사양이라고 판단해, 사정을 요약해서 설명하기로 했다. 요컨대 내가 로맨틱 코미디의 주역일리 없고, 현실은 비정하다고 하는 게 전해지면 그걸로 좋다.

 

「흐응.....」

 

과연이라고 할까, 하루노 씨는 이해가 빨랐다. 까딱하다간, 말하지 않은 곳까지 뭔가 감지할 가능성조차 있다. 뭐를 이해했는지는 발을 디디지 말고 두자.

 

이야기를 다 들은 하루노 씨는, 한 마디,

 

「......그건 기특하지 않은데.....」

 

기가 막힌 듯이 한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여자는 내 얼굴 보고 한숨 쉬는 거 금지라고. 끝에는 울어버린다고.

 

「뭐라고 할까, 저거네요. 히키가야 군은... 뭐 좋은가, 우선은. 일단 바람피운 것도 아니었던 거고」

 

......바람기도 아무것도, 나는 아직 진심을 내지 않은 것뿐입니다만.

 

「아무튼 그건 어떻게든 됐고, 슬슬 유키노시타의 선물 결정해서, 냉큼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에? 아아, 응」

 

「.....뭔가 의욕 없어지지 않았나요?」

 

「.....그렇지는 않은데. 나하고 같이, 남자친구인 히키가야 군이 선택한 걸 유키노 짱에게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약간 임팩트가 부족할까 해서」

 

「마치 내가 나쁘다는 듯이 말하는군요.」

 

「그럴 생각으로 말했으니까」

 

아니, 그 이치는 이상하잖아. 마음대로 오해해 두고 이 태도다. 하지만 한 순간 미안해요라든가 말할 것 같게 된 것은 기분 탓으로 해 두자.

 

「뭐어, 그런데도 현상 제일 후보고. 히키가야 군, 뭐가 좋다고 생각해?」

 

내가 제일 후보라든가, 유키노시타가 불쌍하다... 그렇게 생각해 버린 내가 제일 불쌍해. 너무 비굴하다.

 

그래도 나도 배는 고파왔고, 인파로 지쳤고, 뭐든지 좋으니까 해산하고 싶다는 무책임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뭔가 대꾸하지 않으면

 

「......그걸로 좋지 않겠습니까? 팡 씨 굿즈라든지」

 

그 정도 밖에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라면 데스티니 숍 있고... 라고 할까 유키노시타 당사자와 간 거긴가. 그러니까 조달은 가능하다. 가격도 그 나름대로 하고, 선물에는 안성맞춤일 거다.

 

「팡 씨 상품이네.... 그건 조금 어려울지도.」

 

그 나름대로 좋은 안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루노 씨는 흥미가 없다.

 

「유키노 짱, 눈에 띠는 굿즈는 아마 벌써 대부분 사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신품이라든지도 체크하고 있을 거고. 그야말로, 고토우치 만한 레어도가 아니면」

 

그야말로 치바의 인간에 치바산이 아닌 낙화생을 보낸다고 하는 리스키 행위인가. 유키노시타와 얘기한 것을 생각해 낸다. 설마 이렇게 해서 또 같은 상황에 빠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팡 씨 이외라면 어떤가요? 그 밖에도 있겠죠, 그 늑대 같은 것이라든가」

 

「유키노 짱, 팡 씨 이외에는 흥미 없으니까요...」

 

얼마냐 좋아하냐고요 팡 씨.

 

「애초부터 그 팬더의 뭐가 좋은 건가... 아아, 그러고 보니 원작이 어떻든지 하던....」

 

「『팬더즈 가든』이네, 나도 좋아해요. 알고 있어? 원작의 팡 씨는, 취권 쓰지 않아. 언뜻 취권을 다루고는 있지만」

 

「하아... 그런가요.」

 

비교적 어떻게든 상관없는 지식이 늘어나 버렸다. 텔레비전의 잡학 프로그램에라도 투고해 줄까.

 

「어라, 그렇다는 건 유키노시타 씨도 원작 읽었습니까?」

 

「응」

 

「.....원서로?」

 

「물론」

 

물론을 사용하는 기준이 아무래도 나와는 다른 것 같다. 저건가, 만화가 아니고 원작 소설판으로 읽는 게 좋아, 같은 것일까. 다르려나.

 

「옛날에, 유키노 짱과 같이 사전을 손에 들고 읽었던가. 유키노 짱, 스스로 번역한다고 묻지 않고, 그럴듯한 번역가 같이 말이야. 해석하는 방법으로 싸운다든지, 자기식대로 어미라든가 바꾸거나 해서... 즐거웠어.」

 

그렇게 말한 하루노 씨의 얼굴에, 문득 눈이 끌어당겨진다.

 

하루노 씨에게는 드문, 무방비한 미소였다. 그 표정은, 드물게도 유키노시타가 보이는 미소와 꽤 비슷했다. 보는 사람 모두를 매료시키는, 그 눈이 녹는 듯한 미소에.

 

하지만 그것도 진짜 한순간이고, 다시 하루노 씨는 태양 빛처럼 눈부신 미소를 되찾는다.

 

「그런 거니까, 팡 씨 굿즈는 이번에 제외로 부탁하는군요. 그 밖에 뭔가 없을까나?」

 

「아니.... 그게 봉쇄되면 어려운데요... 아아, 고양이 상품이라든가?」

 

「고양이인가... 또 범위가 넓어질 것 같네. 고양이 무늬는 어디라도 붙어 있고. 그럼 점심 먹고, 그 뒤에 또 빙 돌아볼까」

 

「어, 아직 계속합니까?」

 

「에, 아직 히키가야 군 배 고프지 않은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이 아니군요.」

 

「그럼 가자! 마침 좋은 타이밍에 피크도 지났고, 어디가 좋을까나」

 

그게 아니라요, 나 슬슬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말하... 듣고 있지 않은 건가 역시. 내 변명을 막으려면 묵살이 제일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외톨이의 무시라고 하는 컨텐츠에 대해 상응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것까지 간파하고 있을 것 같아 성질이 나쁘다. 도망칠 틈이 있으면 도망쳐야지라든가 말했었던 건 어디의 어떤 놈이에요.

 

아직 이 고행 계속되는지... 진심으로 득도의 문이 열릴까, 이 기회에.

 

 

 

하루노 씨에게 끌려간 곳은, 시설 안의 한 구석에 있는 카페였다. 파스타 요리도 된다고 해, 여성끼리 커플이나 가족동반에게, 손님 층도 넓다.

 

피크를 지나고 있다고는 해도 과연 휴일, 아직 꽤 혼잡하고는 있었지만, 운 좋게도 곧바로 앉을 수 있었다. 작은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자리에 앉는다.

 

...굉장히 밥 먹기 힘들군, 이 환경. 기본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이를 계속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는, 이건 뭐라고 할까 희망이 없다. 퍼스널 스페이스도 만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밥을 먹고 있는 행동을 타인에게 보여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히키가야 군 뭘로 해? 뭐든지 좋아하는 거 말해 보세요.」

 

「아-... 혹시 내 주시는 겁니까?」

 

「그거야 뭐, 이렇게 해서 쇼핑에 어울려 주고 있고... 나 부자기도 하고?」

 

잠깐 원한을 품었네요, 방금 전.....

 

「......기분만으로 충분해서. 제 몫은 제가 낼게요.」

 

「그래? 그러면, 아무튼 좋은데」

 

하루노 씨는 특별히 끈질기게 할 것도 없이, 산뜻하게 물러난다.

 

아까 전 이 사람의 말이기도 하지만, 나도 하루노 씨에게 빚을 만들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담보로 무슨 말을 들을지도 알 수도 없을 것 같군.

 

「여전히 이상한 데서 완고하네....그래도, 뭐하면 제가 한 턱 냅니다. 이렇게 말해줘도 좋았을지도, 여자 쪽에서는」

 

「하하... 유키노시타 씨 부자겠지요.」

 

얻어먹을 이유도 없지만, 한 턱 내줄 이유도 없고. 그런 돈도 없고... 단숨에 궁상맞아 지는군, 돈 얘기를 하면.

 

 

식사가 끝나, 내 앞에는 커피가, 하루노 씨 앞에는 홍차가 나온다.

 

「.....약간 놀랐어. 히키가야 군 정말로 말하지 않네...」

 

「밥 먹기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식사중은 조용히 하고 있는 거라고」

 

식사라는 것을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무리가 많은 요즈음, 나는 목소리를 높여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인종이다. 뭐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은 벌써 옛날에 흘려버렸다. 중학 때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해 보면 넌지시 거절된 근처에 버리고 왔다... 뭐야, 그 책상 4개 이상 연결하면 안 돼? 같은 색으로 맞추면 사라진다든지? 연쇄 대기상태인가요.

 

요리의 맛은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요리 무시로 나불나불 말하는 녀석이라든지 자신이 뭐를 먹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만든 사람에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나는 소우자이 빵의 재료명도 읽고 있으니까... 몸에 해로울듯한 라인업이군, 하는 것까지 알면서 먹고 있다. 우회적인 자살 행위군.

 

※ 소우자이 빵 : 반찬, 나물 등을 끼워서 먹는 빵

 

「그래서, 거기까지 말했던 만큼 그만한 감상을 들을 수 있겠네?」

 

「응-... 맛있는 게 아닙니까, 가격도 적당하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네-, 히키가야 군은」

 

하루노 씨는 곤란한 듯한 미소를 띄우면서, 티 컵을 손에 든다.

 

「덧붙여서 티타임은 어떻게 하는 거야? 아직 침묵이야?」

 

「그다지, 뭔가 질문하면 대답합니다만」

 

원래라면 커피 향기를 음미하면서 마시고 싶은 거지만, 아무튼 설탕이나 밀크라든지를 주저 없이 처넣은 내게, 그런 말 할 자격은 없군.

 

「그래? 그럼 얘기 해볼까. 그러네-... 으음....」

 

「..........」

 

오, 하루노 씨가 화제를 찾고 있다. 이건 내 작전이 성공했나.

 

내가 은밀히 프티 리셋이라 부르고 있는 대화방법이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상대와 대화가 계속되어 버리는 일이 있을 거다. 그런 때는 차라리 약간 입 다물고 바라보면 좋다. 이야기가 계속되지 않게 되어 거북해지면, 대화의 재개는 보다 곤란해지게 된다. 그 근처를 가늠해 슥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것으로 피니쉬.

 

....대화 방법이 아니군, 이건.

 

그건 됐다고 치고, 내 트라우마에서 태어난 이 프티 리셋은 그 나름대로 효과적이다. 인간은 분위기에 흐르기 쉽다. 거북해지면 철저히 거북해지는 것이다. 다만,

 

「그럼, 최근 유키노 짱 얘기라도 할까, 모두들 정말 좋아 유키노 짱♪」

 

「하아......아무튼 상관없습니다만」

 

다만, 분위기를 읽지 않기도 하고, 읽은 뒤에도 분위기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런 것이 통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개량할 여지가 있군.

 

「그래서, 요즘 유키노 짱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도 아무것도... 전에 봤잖아요, 저런 느낌이에요.」

 

「어머, 유키노 짱이 내 앞에서 평상심일 리가 없잖아」

 

「뭐, 그것도 그렇지만... 자각 있는 것이군요.」

 

자각이 있으면 좋아, 라는 걸로는 되지 않겠지.

 

확실히 하루노 씨가 가까이 있으면 유키노시타가 무리를 한다는 건 이미 법칙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자명한 이치다. 그야말로, 컨디션을 무너뜨릴 정도로.

 

「그거야 그토록 노골적으로 나타내면요... 그렇게 싫어하지 않아도 좋은데」

 

아무튼, 그 녀석 기본적으로 솔직하니까. 내 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걸. 미간이 이렇게, 큭 하고 비뚤어지면 「불쾌하구나」의 사인. 그건 기억했다.

 

「.....미움 받는 짓 하고 있어서 아닙니까? 그토록 부추겨 두고」

 

「.....응-, 그럴까나」

 

그거야 정말 들쑤셔 들쑤셔. 곤로에서 꽁치 구우면 분명 맛있을 거라는 상태로 들쑤시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른 법칙도 성립되는군.... 유키노시타가 연관되면 하루노 씨의 본성이 표면으로 나온다고 할까. 엄청나게 박정하고, 불필요하게 가혹한 그녀의 본성이.

 

그 결과, 이제 이 녀석들 같이 있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장소의 분위기가 나빠진다. 목욕탕의 세제처럼, 섞으면 위험한 두 명이다. 뭐 나도 타인에게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단품으로 이 위력... 스스로도 무섭다.

 

「아무튼, 이라고는 해도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유키노시타에요. 나도 동아리로 얼굴 맞추는 것 정도밖에 없습니다만. 책 읽고, 이따금 홍차 마시고, 그리고 또 책 읽는 듯한」

 

찻잔까지 반입한 건, 하루노 씨라는 태풍이 떠나, 약간 안심했기 때문인지도 몰라. 그건 사유물일까. 조만감 고양이 사진집이라든지도 선반에 줄서는 것일까.

 

「흐응..... 그래 그래, 평소의 유키노 짱이네」

 

뭔가를 납득한 듯이, 하루노 씨는 수긍한다.

 

「............」

 

그 모습을, 나는 약간만 관찰한다.

 

혼자 친가를 떠난 여동생에 대해 걱정하는, 좋은 언니. 좋은 언니라면 여동생 걱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좋은 언니라면. 나의 견해가 핵심을 잘 파고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하루노 씨의 질문은, 마치 뭔가를 확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준 영향을, 확인하는 것처럼.

 

「응? 무슨 일이야 히키가야 군. 갑자기 입 다물어서는」

 

「아니요... 별로」

 

무심코, 눈을 돌린다. 그 눈이, 나의 사고를 읽어내기 전에.

 

「뭐어, 히키가야 군이 갑자기 입 다무는 건 평소 일이지요.」

 

「내가 마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는 사람같이 말하는 건, 그만둬 줄 수 없겠습니까.」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짐작 가는 구석이라도 있지 않은 걸까나?」

 

산뜻하게 내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그렇게 그 녀석에 대한 게 신경 쓰인다면, 전화라도 해서 본인한테 직접 들으면 좋지 않습니까.」

 

「싫은데, 내가 전화해서 솔직히 말하는 유키노 짱이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습니까....」

 

그 녀석도 그 녀석대로 상당히 완고하다. 과연 불쌍하게 되어 버렸다.

 

「메일도 보내고 있었지만, 집의 용무라든지도 있고. 하지만 대체로, 『그래』라든지 『무리』라든가 하는 답장이 오는 정도일까」

 

통합 사념체의 단말기 같은 대답이다... 독서광이라든가 가슴 크기라든지, 의외로 캐릭터 일치하고 있는 거 아냐. 뭐, 불합리한 것을 말하기 시작하는 곳이라든지 사람을 매도할 경우에 말이 길어지는 곳이라든지는, 어느 쪽인가 하면 단장에 가까운가. 우리 부장도 대충 해뒀으면 좋겠다.

 

「이쪽으로서는 유키노 짱이 걱정으로 걱정이어서 듣고 있는 거예요, 약간 누나 상처받아요.」

 

곤란한 듯한 미소로 얘기하는 하루노 씨. 그 표정으로부터는, 여동생을 신경 쓰는 언니의 얼굴 밖에 찾아낼 수 없다.

 

다만... 뭐지, 이 위화감은.

 

그것만은 아닌, 이라는 감각은.

 

「아, 그러고 보니, 집에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듣고 있었는데―――」

 

문화제에 대해 생각해 낸다. 일순간 나쁜 기억까지 되살아 나버렸지만 서둘러 뚜껑을 닫아, 필요한 부분만큼을 꺼내 본다.

 

문실을 엉망진창 휘저었나 생각하면, 그 탓으로 몰린 유키노시타의 보조에 서려고 한 하루노 씨.

 

...그건 마치, 휘젓는 걸로 자신이 들어갈 공백을 만들어 낸 것과 같아서.

 

「유키노 짱의 진로 희망, 문이과 선택 어느 쪽으로 했는지, 히키가야 군 몰라?」

 

유키노시타에게 몰인정하게 대해지면서도 그녀의 문화제를 끝까지 지켜본 언니.

 

교제가 많고 바쁨에도 불구하고, 깨달으면 그녀 가까이 언제나 다가서듯이 계속 눌러 앉은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하는 사람은.

 

「응, 히키가야 군?」

 

이 사람은,

 

「유키노시타 씨는」

 

나는, 일찍이 그녀가 말한 것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유키노시타를, 『정말 좋아』하는군요.」

 

그녀는 한순간 멍한 얼굴을 해서는,

 

「―――어라? 말하지 않았던가?」

 

벌써 나온 대답을, 다 알고 있는 대답을, 한 번 더 반복했다.

 

 

「나는 유키노 짱을, 정~말 좋아해요.」

 

 

어느 것도 섞이지 않은, 한 점 흐림도 없이 사나운 미소로.

 

 

 

「으응~ 아무래도 팍하고 꽂히는 게 떠오르지 않네.」

 

「......그런가요. 그럼 돌아갑니까?」

 

「끈기 한 조각도 없네.... 왜 그렇게 내츄럴하게 귀가를 제안할 수 있는 거야?」

 

식사를 끝낸 나와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프레젠트 수색을 재개하고 있었다.

 

하루노 씨는 실로 효율적으로 가게를 돌고 있다. 머릿속에 지도가 들어가 있는듯한 내비게이션이다. 방향치인 유키노시타와는 하늘과 땅차이다. 덕분에 처음부터 쇼핑 목적이 아닌, 취미 범주였다는 것을 잘 알았다... 나 오후부터 출근으로 다행이지 않은 거야? 왜 그 시간에 불러내는 거야?

 

「그럼, 다음에는 그 가게일까」

 

무심결에 손가락으로 찔러, 하루노 씨는 총총하며 걷는다. 가게 명을 보아하니, 일상생활용품을 많이 갖추고 있는 가게 같다. 쓸데없이 부드러운 채색이 내게 있어서는 이공간이다. 뭔가 플로라향기조차 날 것 같다. 들어간 순간 정화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

 

하루노 씨의, 늘씬한 등 뒤를 눈으로 쫓으면서 생각한다.

 

조금 전의, 카페에서의 약간의 사건을.

 

―――나는 유키노 짱을, 정말 좋아해요.

 

하루노 씨는 당연한 듯이 말해버렸다. 자명한 것을 대답하듯이. 미리 준비되어 있던 대답을 읽어 내리듯이.

 

그건 그렇다. 그녀의 대답은, 그 불꽃놀이 때 이후로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그녀라면 얼마든지 표정을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미소.

 

매우 냉철해, 너무나도 가열해, 그리고 어디까지나 어두운, 그 미소.

 

응시하고 있는 것만으로 끌려 들어갈 것 같은, 어딘가 매력적이기도 한 심연.

 

곧바로 한 눈을 팔아서 다행이었다... 저것 이상으로 시야에 노출되고 있었으면, 다이스 흔들어 SAN 체크였다.... 신화 생물인가요. 하지만 그 정도로 움찔 했어요 나.

 

다행인 게, 하루노 씨도 곧장 그 표정을 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키노 짱 귀엽다는 얘기를 재개했지만.

 

그런데도, 내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고양이 무늬 고양이 무늬....」

 

하루노 씨는 점내에 들어가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물색을 시작했다.

 

「아, 이거 귀여워! 사버릴 까나... 히키가야 군 어떻게 생각해?」

 

「어때라도 하셔도... 좋은 디자인이라고는 생각해요.」

 

「그래에.... 응, 사 버려!」

 

허겁지겁 작은 바구니에 상품을 넣는 모습을 보면, 변덕스러운 면은 자매라고 생각된다.

 

그녀에게서는, 방금 전의 분위기를 티끌만큼도 느낄 수 없다. 평소의, 붙임성이 좋고 약간 어덜티한, 남자를 휘두르는 예쁜 누나.

 

「..........」

 

그 미소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의도라면 추측할 수 있다.

 

굳이 그 표정을 내게 향한 의도.

 

아마도, 경고.

 

내가 왠지 모르게 말하려고 했던 것을, 또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을 이해한 다음, 더 이상 발을 디디는 것을 막는, 의지 표명.

 

...그건 거절일까.

 

어떤 것이라도 관용적인 것 같은 그녀가 일순간 보인 거절, 인 것일까.

 

「.....있지 히키가야 군은 정말? 어~이」

 

콕, 하고 뺨에 가늘고 따뜻한 것이 닿은 감각.

 

「.....에?」

 

「아하, 겨우 눈치 챘어?」

 

보면 하루노 씨가 내 뺨에 검지 손가락을 꽂고 있었다. 짓궂은 장난이 성공한 소녀처럼, 쿡쿡하고 웃는다. 그녀의 손가락 끝 근처를 중심으로, 천천히 스며 나오듯이 뺨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저.....뭘 하고......아 아파아파아파」

 

둥글둥글 하지 말아 주세요. 약간 손톱이 파고들고 있으니까....

 

「정말, 멍하니 해선.... 있지, 이거라면 어느 쪽이 좋다고 생각해?」

 

하루노 씨는 나에게서 손가락을 떼어 놓고는, 옆에 놓여 있던 홍차 포트를 두 개 선택했다. 다른 한 쪽은 고양이 꼬리를 모티브로 한 손잡이가 있고, 또 하나에는 고양이 발자국 실루엣이 프린트 되고 있다. 어느 쪽이나 귀여운 디자인이면서, 그 나름대로 공을 들여 고급감을 깎지 않는... 유키노시타의 프레젠트로, 라는 것이군.

 

라고는 말해도, 나 그 녀석의 취미 모르고 있구나.... 고양이를 좋아한다고는 말하지만, 어떤 고양이라도 좋은 건지, 고양이의 어디를 좋아하는지도 몰라. 그걸 모르는 이상, 무턱대고 선택할 수 없다. 꼬리 모양 손잡이를 쓰는 마음은 불편할 것 같지만, 그 녀석이 꼬리 정말 좋아한다면 그런대로 참고 사용하고 싶어 할 것이고... 이런 때, 선물하는 측도 되는 측도 경험치가 적은 나는 쓸모없는 반편이다.

 

결국 뭐를 근거로 선택하면 좋을지 생각해내지 못했으니까,

 

「.....어느 쪽으로도 좋지 않겠습니까. 비싼 편이라든지」

 

가장 알기 쉬운 지표를 채용하기로 했다. 생각하고 있는 만큼 돈을 얹는다, 라는 것으로. 내 경우는 돈이 아니고.

 

하지만 내 대답이 하루노 씨에게는 불만이었던 것 같다.

 

「.....성실하게 선택하면 좋겠는데. 히키가야 군이 선택하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불끈 뺨을 부풀려 보이는 하루노 씨. 싱싱한 탄력이 있을 것 같아, 무심코 손가락으로 손대고 싶어진다... 위험해, 상대가 코마치라면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일단은 회피다... 그래도 그렇구나, 왜 남자가 그렇게 하면 범죄성을 띠는 걸까.

 

「내가 말하고 있는 것, 아무리 둔한 히키가야 군이라도 알겠지요?」

 

「........」

 

그거야 안다. 결코 나는 둔하지 않아, 오히려 민감한 편이다. 그런 것으로 다양하게 실패를 반복해 왔으니까, 모를 리가 없다... 말하고 있으니 슬퍼지는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몰라.

 

하루노 씨가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뭔가 획책하고 있다, 그건 확실하다... 라고 할까 하루노 씨가 너무 노골적이고. 요점은 코마치가 부탁하지 않았는데 암약하고 있는 것처럼, 초등학교 여자애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상이다. 그렇지만 그건 하루노 씨에게 있어서 어떤 메리트가 있다는 걸까. 여동생의 연애 사정을 걱정하는 공연히 참견하는 언니의 마음이라고 해석해도, 날 끌고 다니는 것을 보면 센스 한 조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훈훈한 리얼리얼한 남자 친구 정도 쓸어버릴 만큼 있을 텐데. 아무튼 유키노시타와 잘 되어간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지만... 뭔가 사고 방향이 살짝 어긋나 있는듯한 생각도 드는군.

 

어쨌든, 이번에는 의미는 알지만 의도를 모른다.

 

원래부터, 그녀의 행동 원리를 아직껏 포착해 내지 못했으니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아까 전부터 분위기가 나쁘네... 어라, 그래도 그것도 평소의 히키가야 군하고 뭐가 다르지?」

 

「들어보라는 듯한 혼잣말은 주위를 상처 입히니까요.」

 

약간 들어맞는 것에 한 층 더 상처받는다.

 

「그래도 역시 뭔가 이상해... 정말로 컨디션 나쁘거나 해?」

 

「............」

 

나를 바라보는 하루노 씨의 얼굴은 진심으로 걱정인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아마 방금 전의 대화가 없었으면, 나도 나 같은 것을 걱정해 준다니 하고 억수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아니, 과연 그건 아닌가.

 

......내가 하루노 씨를 보고 살피듯이, 그녀도 또 나를 관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밥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휴일이라면 소파에서 낮잠 자고 있는 시간이니까」

 

조심에 또 조심을 거듭해, 가능한 한 눈치 채이지 않게 말을 선택한다. 눈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고서다. 아무튼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도, 직시 되면 눈을 돌린다, 는 건 이제 조건 반사로 포함되어 있지만. 카마쿠라와 서로 노려봐도 질 자신이 있다. 야생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 필연.

 

「그래? ...그렇다고는 해도 건강하지 못한 생활 하고 있네.」

 

「그 나름대로 즐거워요...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만」

 

「아하하, 뭐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는데」

 

대화가 공중을 활주하고 있는 것을 안다. 대화의 배팅 센터, 치고 있을 뿐이라고 하는 건가.

 

의미가 없는 이야기. 상대와의 거리를 측정할 뿐인 이야기. 그건 내가 거북해 하는 것 중, 싫어하는 하나다. 원래 이야기라고 하는 행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설도 있다. 이야기로 사람됨을 알 수 있다고도 말하지만, 알고 싶은 것도 아닌 정보를 이것저것 교환하는 게 귀찮다... 가치가 있는 얘기라든지도 있지만, 토츠카에 대해서라면 어떤 세세한 얘기라도 들어 놓치고 싶지 않다.

 

슬슬 다시 한 번 프티 리셋이라도 시험해 볼까... 하고 생각한 순간,

 

「으-응, 히키가야 군이 그럴 기분이 아니면, 오늘은 그만두고 또 다른 날에 할까」

 

라며, 갑자기 하루노 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해냈다, 돌아갈 수 있어! 하며 환희가 솟아올라 그 제안에 혹한다.

 

「아, 그렇게 하죠....근데, 다른 날?」

 

아차, 실수했다.

 

「그거야 그래요. 히키가야 군이 선택해 준다는 게 컨셉이니까」

 

하루노 씨는 뭘 당연한 말을, 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본다.

 

「아니, 봐요, 저도 잠시 지금부터 예정이 있어서... 저거에요 그」

 

「흐응... 저거라니 뭔데?」

 

분명 알면서도 묻고 있겠지. 약간은 봐 줘도 상관없잖아.....

 

「....아무튼, 뭔가가 있으면 다음에 알려주세요. 예정 맞춰서 가도록 해요?」

 

어떻게 하든지 간에 가게 할 생각이다... 나의 「적당히 연락해 줘」와 쌍을 이루는 듯한 대처기술. 단, 예정이 없는 외톨이에게만 유효.

 

이 순간 진심으로 매일 스케줄 넣어볼까... 내 커넥션으로는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노력해 보자.

 

 

「오늘은 고마워-. 여러 가지로 참고가 됐어요.」

 

「하아.....아무쪼록」

 

뭐를 가리켜 어떻게 참고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묻지는 않는다.

 

「다음에는 다른 장소로 할까... 유키노 짱 얘기를 하고 있으면, 조금 신경 쓰이는 가게가 생각나서, 거기에 가보지 않을래?」

 

「아무튼.. 뭔가 정해지면 적당히 연락 주세요.」

 

「제대로 메일 봐요?」

 

....칫, 못을 박았나.

 

날이 짧아진 탓인지, 아직 그 정도의 시간은 아니긴 하지만, 하늘에는 저녁 기운이 구석에서 퍼지고 있다.

 

하루노 씨와 나란히 건물에서 나오자, 출구에서 바로 옆 도로에 검은 하이어가 주차되어 있었다. 본 적이 있는 운전기사가 차 옆에 똑바로 서 있다.

 

저건 하루노 씨의 차겠군. 언제 불렀었나...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고? 오히려 계속 달라붙어 있었는데? ...약간의 미스테리다.

 

하루노 씨가 가까워지자, 운전기사가 공손하게 목례를 해, 뒷좌석의 문을 연다.

 

「히키가야 군도 타고 가?」

 

「아니요... 돌아갈 전철 비 정도는 있으니까」

 

「사양하지 않아도 좋아요? 집 앞까지 데려다 줄 수 있고」

 

「.....전철을 좋아해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 하이어보다는, 이지만.

 

「그래? 그럼, 다시 또 보자 히키가야 군! ...츠즈키」

 

운전기사는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이동한다. 여전히 매끄러운 움직임이다.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든가 저것이야말로 닌자다... 나도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리고, 하루노 씨를 실은 차는 느긋하게 발진했다.

 

창 너머로, 하루노 씨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보인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대로 역으로 발길을 향했다. 뒤돌아 볼 것도 없이.

 

어깨를 빙글하고 돌리면, 뚜둑뚜둑하는 소리가 났다. 응, 어깨가 뻐근했다.

 

코마치는 벌써 돌아가고 있을까 멍하니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혼내 줄까.

 

 

 

 

「다녀왔습니다-」

 

날은 벌써 저물어, 저녁 식사시간을 약간 지났을 무렵.

 

현관에서 코마치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읽고 있던 문고본을 덮고 소파에서 일어난다.

 

「오우, 어서 와... 공부는 잘 됐어?」

 

「응, 즐거웠어!」

 

아니, 그거 공부에 쓰는 감상이 아니잖아. 이 녀석 진짜 제대로 공부해 오긴 한 건가...

 

야아- 지쳤어지쳤어 하고 코마치는 가지고 있던 가방을 마루에 내려놓고, 내 쪽을 다시 향하서는 뭔가를 함축하고 있는듯한 미소를 보인다.

 

「근데근데, 그래서 오빠는? 진전 됐을까나?」

 

어떤 것을 기대하는 듯한 눈을 한 코마치에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아? 뭐가?」

 

「어, 어라-? 오빠, 외출하지 않았던 거야?」

 

「......너, 내가 휴일에 어딘가 나갈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만 말을 남기고, 코마치의 앞을 지나 부엌으로 향한다.

 

「에, 에에? 어라- 이상한데」

 

틀림없이 뭔가 책망하는 말 한마디라도 듣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내 허탕인 대답에 코마치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코마치와 하루노 씨의 훌륭한 제휴 플레이는... 이라든지 투덜투덜하며 중얼거리고 있다.

 

「......이런이런」

 

물론 코마치가 무관계인 척을 하고 있으니까, 보복도 겸해 거기에 올라탔을 뿐인데. 하루노 씨에게 확인하면 그만이지만... 그때까지 안달복달 하고 있으면 됐어.

 

코마치 쪽을 보면 아니나 다를까 톡톡톡톡 메일을 초스피드로 보내고 있었다. 완전히 내 손바닥 위에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빨라, 손가락이 빛나 보인다고.

 

메일을 다 송신한 코마치는, 집 안을 흘끔 둘러본다.

 

「....어라, 엄마들은?」

 

「외식한다고, 꽤나 호화로운 곳에서라나」

 

「아아.... 근데 오빠 가지 않은 거야?」

 

「.....너를 기다렸어.」

 

「헤에.....? 잠ㄲ, 오빠... 또 그런 기둥서방 대사 배워가지고는....」

 

아무튼, 그저 권유받지 않았던 것뿐이지만. 아버지라고 하면 코마치는 부를 생각 만만이라는 것이 또 그 남자는 쓰레기다. 빈말이라도 좋으니까 권해! 가진 않지만.

 

그렇다고 할까 코마치, 너도 사람을 기둥서방이라든지 부르는 건 그만둬 줄래. 슬픈 얘기지만 그거 너의 오빠라고? 거기에 내 희망은 전업 주부라는 거야. 거기는 굽히면 안 돼.

 

「저녁밥 만들어져 있고, 따뜻하게 해서 먹자고...아, 혹시 외식하고 왔어?」

 

「으응, 그러자고 했는데 거절했어.」

 

「...뭐야, 혼자서 공부하던 게 아닌 건가」

 

「혼자서 공부한다면 일부러 외출 하지 않아요-」

 

어.....하지 않는 거야? 환경 바꾸고 싶어서 밖에서 공부하는 것 등등 있잖아. 그건 외톨이에게는 꽤 있다고 생각하는데. 찻집 같은 데서 보이잖아? ....그것도 외톨이일까....

 

「흐응, 누구하고?」

 

「뭐어, 친구하고? 타이시 군이라든가」

 

「너... 아직도 그 독충과 친구 하고 있어?」

 

「오빠... 타이시군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코마치에게 접근하는 독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코마치한테는 살충제 들려 줬으면 좋았을까....

 

기분을 고쳐, 냄비에 불을 놓고 저녁밥 준비를 한다. 오늘은 오야코동으로 해 보았다. 만들어 둔 재료가 가열된 곳에 계란을 풀어 완성.

 

밥을 얹고, 두 명이 사이좋게 식탁에 앉는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오, 카 군도 밥이네」

 

발밑에 느릿느릿 나타난 건 우리 집 고양이, 카마쿠라다. 자고 일어났는지 느긋한 발걸음으로, 먹이가 들어간 그릇에 접근해, 느릿느릿 하고 먹는다. 맛이 없는 듯이 먹는데...라고 해서 양파가 들어간 오야코동을 먹일 수도 없고, 참아 줘.

 

두 명과 한 마리의 단란. 오늘이 시작되고 나서 제일 안심하는 시간이 흐른다. 여러 가지로 지치고 있었군, 나.

 

응, 나로서도 좋은 성과다... 약간 맛내기가 진한 생각도 들지만, 아직 우리들 젊으니까. 이 정도가 딱 좋다. 코마치도 맛있게 먹어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코마치」

 

「응, 왜 그래 오빠」

 

「너... 나 좋아해?」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코마치는 사발에 얼굴을 푹 넣듯이 대단한 기세로 숙였다. 아무래도 기관에 들어간 것 같다.

 

「으욱... 콜록, 에, 무, 무슨 일이야 오빠 ! ?」

 

「아니.... 어떤가-하고 생각해서」

 

코마치는 내 말을 듣고, 조금 정도가 아니라 꽤나 얼굴을 당기고 있었다. 의아스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조심조심 내게 묻는다.

 

「에... 그게뭐야그게뭐야 오빠... 뭔가 나쁜 거라도 먹은 거야?」

 

「너, 내 밥에 불평할 생각인가」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에-, 그런 거 물어봤자...다시 말하는 거 부끄럽고....」

 

목이 막혔던 게 그만큼 괴로웠던 걸까, 코마치는 얼굴을 붉히며 우물거린다.

 

....아무튼, 그렇겠지.

 

그래. 이것이 남매라는 거다.

 

가까워서, 배려를 하지 않아도 좋고, 막상 배려하게 되면 반대로 부끄러워질 듯한 존재.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는 피가 연결된, 같은 유전자의 편성에서 태어난 존재.

 

혹시 내가 코마치였을지도 모르고, 코마치가 나였을 지도 몰라, 자신이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할 가능성의 하나.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아, 나는 나고 코마치는 코마치다. 그런 건 철이 들었을 때에는 납득하고 있고, 그것을 불복으로 생각할 것도 없다. 그건 그런 걸로 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가까이 있다.

 

그것이 보통 남매라는 거다.

 

.....다만, 그 자매는 어떤 걸까.

 

그 꼭 닮았으면서, 동시에 동떨어져 있는 듯하게도 보이는 그 자매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유키노시타 유키노.

 

우수한 언니와 언니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우수하면서 하나 정도 미치지 않는 여동생.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빛을 받는 언니와 고고함을 견지해 적막하게 사는 여동생.

 

태양과 달.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앞과 뒤. 아무튼, 부르는 법은 뭐든지 상관없지만.

 

그 두 명이 왜 그토록 극적인 캐릭터를 획득하게 된 건지 나는 모른다. 아마 그 가정환경이 작용하고 있는 건가 생각하지만, 그런 건 내게 알 수 없고, 또 알기 위해 발을 디딜 의의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옆에서 보고 있어도, 이 정도로 동떨어져 있으면서, 그녀들의 뿌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예를 들면, 여동생은,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언니의 등 뒤를 언제나 뒤쫓아 온 여동생. 아킬레스와 거북이처럼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차이를 계속 메워 언니의 주박에 계속 붙잡혀 온 그녀. 무엇보다도, 그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리고 언니도 또,

 

 ―――나는 유키노 짱을 정말 좋아해요.

 

여동생 앞에서 계속 가로막는 언니. 떼어 낼 것 같으면서도, 항상 여동생의 시야에 계속 머무르고 의식하지 않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그녀. 그건 죄인이 결코 자지 않게 일정한 감각으로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옛날 고문과도 비슷하고, 천 길의 골짜기에 자식을 떨어뜨리는 사자와도 비슷하다.

 

그것이 가족에 대한 증오에서 오고 있는 건지 본래 애정인 것인지, 나는 헤아릴 수 없다. 혹시, 그것들은 복잡하게 마구 뒤섞여, 이미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동생처럼, 언니도 또 자신의 분신에 집착하고 있는 건 확실할 것이다. 여하튼, 여동생이 거절한다고 해도, 그토록 가까이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내가 그 어두운 미소를 보고 생각했던 것은, 하나.

 

―――그 집착을, 감히 애정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역시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여동생을 향한 사랑은... 어딘가 비뚤어지고 있다.

 

어딘가, 상궤를 벗어나고 있다, 고.

 

 

 

「응.... 오빠, 코마치는 여동생이지만, 사랑만 있으면 관계없지요! 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너 그토록 생각한 결론이 그건가요. 그만 둬, 여러 가지로」

 

가가가 문고적으로는 포인트 낮으니까... 우리들 남매도, 약간 사이가 너무 좋은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그건 허용의 범주지요.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수학여행 뒤고, 다루지 않는 것도 그래서 산뜻하게 소화해 보았다. 메인은 하루농이므로, 히로인 두 명에게 얽힐 시간도 없다.(웃음) 원작은 어떻게 소화할까요. 가능하다면 한 권정도 질질 끌면 좋겠네요.

 

하루노 씨의 나이문제에 관해서는, SS에 반영할 생각 중...

미스프린트든 복선이든 수습할 방향으로 기우는 중(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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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실수로, 히라츠카 시즈카는 말려든다.

 

 

「그러니까... 치, 치바 현 횡단 고민상담 메일」

 

 

더듬거리며 읽힌 타이틀 콜에, 나는 혼자서 만래의 박수를 보냈다. 분쇄·옥쇄·대갈채다. 손이 저릿저릿하고 아팠지만, 그런데도 박수치는 손은 멈출 줄 모른다.

 

 

「우, 우와아...힛키, 이 무슨 기뻐하는 미소...」

 

「이 남자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왠지 부아가 치미는군요... 왜 그럴까?」

 

 

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도 내가 깬다는듯이 쳐다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여하튼 오늘의 상담 메일은, 다름 아닌 바로... 토츠카가....토츠카가! 게스트로 참가 해줬던 것이다.

 

 

「하, 하치만, 나 합숙 상담할 게 있다고 해서 여기 불려왔는데...」

 

「괜찮아, 신경 쓰지마 토츠카. 그런 건 유이가하마가 될 대로 해 주고 말이야」

 

「그, 그런 거라니 너무하잖아 ! ?」

 

 

유이가하마가 항의했지만, 마찬가지로 스루한다. 대체로,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았는데도 토츠카를 부른다는 발상을 모르겠어. 토츠카가 난처하잖아. 그렇지만 이렇게 난처해 하는 토츠카를 볼 수 있었으므로, 유이가하마에게 굿잡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저번의 상담 메일만으로 꽤나 우리들 세 명의 모티베이션이 떨어졌으니까... 이쯤에서의 이 특별조처는 솔직히 고맙다. 다른 두 명은 모르겠지만 내 의욕은 현격히 올랐다. 지금이라면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조속히 빨리빨리 진행하자고. 토츠카도 바쁜 가운데 와 주기도 했고」

 

「사이 짱의 볼 일은 이게 아니라구 생각하는데...」

 

「거기 시끄러워. 토츠카, 부탁해」

 

「으, 응」

 

 

토츠카는 익숙해지지 않은 손놀림으로 PC 마우스를 조작한다. 너무나 미덥지 못해서, 살짝 손을 거들어 도와주려고 생각했지만, 그 희고 부드러운 듯한 손을 보고 있자니, 왠지 죄악감마저 들어서 포기했다. 사랑하는 것이...죄라니 유토피아?

 

 

「그럼 첫 번째가... 어 PN : 검호장군 님에게서」

 

「아, 토츠카 그건 됐으니까」

 

 

마우스를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조작해 메일을 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하는 김에 쓰레기통 안의 메일도 삭제해서, 꺼림직한 데이터를 토츠카 눈에 띌만한 곳에서 완전 소거했다. 거기까지 5초. 나치고도 좋은 스코어다.

 

 

「힛키 외도야!」

 

「벌써 충분하잖아 이 자식 메일... 내 담당이고, 처리는 나한테 맡겨」

 

「당신치고는 당연한 판단이네. 괜찮겠지요, 허가해요.」

 

「유키농도 허가해버렸어...」

 

 

유이가하마가 전율하는 표정을 띠고 있었지만, 아무튼 이 정도는 해야. 어중간하게 상냥히 대하면 곧 착각한다. 이 녀석이라면... 그리고 나라든가. 거기에 이미 삭제 해버렸고, 복원하는 거 귀찮잖아?

 

 

「미안 토츠카」

 

 

토츠카의 망막에 추잡한 문장을 새기는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마침 이 때고, 그 자식 이제 집필하는 건 그만 둬라. 이런 곳에 상담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지간히 궁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게 좋다.

 

 

「잘 모르겠지만...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면 되는 거지?」

 

「부탁해」

 

「응, 알았어. 두 번째는... PN : Y짱의 언니@S고 졸업생 씨에게서」

 

「헤에-, 졸업생두 쓸 수 있네 이거!」

 

 

어디에 놀라는 거야. 유이가하마. 그게 아니잖아... 눈치 채라고.

 

유키노시타를 힐끔 본다... 그거야 눈치 채겠지, 엄청 불쾌함.

 

아무튼 그래도 일단 첫 손님이다, 이유 없이 딱 잘라 방치할 수도 없다.

 

 

「토츠카... 계속을」

 

「응, 오케이... 타이틀은, 『내 여동생과 동아리 친구가 너무 아수라장이다.』」

 

 

안 돼, 여러 가지로 글러먹었다, 이건.

 

 

「토츠카... 잠깐 기다려 주겠어?」

 

「에? 무슨 일이야 하치만?」

 

 

토츠카 옆에서, 메일 내용을 들여다본다.

 

만약을 위해 한 번 읽고... 확신을 얻어 화면을 닫았다.

 

 

「...자, 합숙 상담하자고. 나는 토츠카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 그렇다고 할까 나 토츠카와 여행가요, 따로. 그걸로 좋지?」

 

「아, 안 좋아! 그나저나 메일 내용 뭐였어! ?」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히키가야 군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네요...」

 

 

미안 토츠카... 나도 그 엔젤 보이스로 편지 읽어 줬으면 했지만, 여기에는 토츠카가 읽어도 될만한 메일이 한 통도 안 왔어...

 

뭐, 그런 이유로 본편을 부디~...라니, 이거 무슨 서두냐고요.

 

 

 

 

「오빠 전화」

 

「그래....어?」

 

 

금요일, 휴일을 맞이해 학교라는 감옥에서 해방되어 외톨이가 일주일 중 가장 들뜨는 날. 실제, 2연속 휴일 전 금요일 밤에 가장 텐션이 오른다. 텐션 너무 올라 밤샌 결과, 토요일은 반나절 자며 보내고, 또 사자에 씨적인 일요일을 맞이한다는 패턴도 포함으로, 역시 금요일이야말로 최고.

 

봉사부에서 적당히 보낸 뒤, 귀가해서 밥 먹고 소파에서 빈둥거리던 중에, 코마치가 핸드폰을 던져서 넘겨줬다. 넘겨줬지만,

 

 

「이거, 네 거잖아」

 

 

건네받은 건 코마치 폰이었다. 요새 유이가하마의 영향인지, 팬시 씰을 붙이거나 한다. 그만두라고, 바보같이 보이니까.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지명이에요」

 

 

지명이라니... 나 캬바레 아가씨라든지가 아닌데.

 

납득하지 못한 채로, 보류를 해제하고 전화를 받는다.

 

 

「네, 누구세요?」

 

『햣하로~! 힛키 나에요-하루노 누나에요-!』

 

 

지지익 하는 소리가 나며 통화는 끝났다. 어라라- 전파 안 통하나- 이 폰 소○트뱅크던가?

 

아, 실수로 전화 끊어버렸군. 정말, 나도 참 장난꾸러기.

 

하하하.....하아.

 

왈칵 피로가 어깨를 짓누른다. 이래선 이미 목욕시간까지 일어나기는 불가능하다. 코마치가 상냥하게 두드려서 깨워주기를 기다리기로 하자... 상냥한 건지 안 그런 건지 확실히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유심히 생각하는 동안, 왠지 진짜로 졸려진다. 파트라슈, 난 이제 지쳤어.

 

의식이 현실과 꿈의 경계에 걸쳐, 경계선 위를 호라이즌하기 시작한, 그 쯤에서,

 

 

「오빠 전화」

 

「...어?」

 

 

뭐야 그거, 데자뷰?

 

라 생각할 틈도 없이, 발군의 컨트롤로 날아 온 폰을 빠듯하게 캐치한다. 이거 내 스마트폰이잖아. 떨어져서 망가지면 어떻게 하려고! 아무튼 잃을만한 데이터 같은 건, 거의 없지만 말이야!

 

 

「뭐에요... 또 유키(雪)언니야?」

 

 

이렇게 생략하면 마치 설녀의 일족 같군. 아무튼 전부 잘못된 건 아니라는 게 무서운 점이다. 그런가, 저 녀석들 요괴였나. 그래서 사람한테 저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었군...

 

 

「으-응, 아니에요.」

 

「아니야? 그럼 누구야...」

 

 

나한테 이 정도로 계속 전화가 걸려올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입장에서도 말하기에 약간 슬픈 대사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통화버튼을 누른다.

 

아, 그러고 보니 착신 상대 확인하는 거 잊었다...

 

 

「...네」

 

『히키가야아-、마시고 있나!?』

 

「켁...」

 

 

마신다니 무슨 전화 하는 겁니까. 그렇게 내가 좋으면 받아주지 않겠습니까, 라든지, 여러 가지 기분을 억누른 결과가 표출된 것이 「켁...」이다. 아무튼 상대에게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겠지만. 전해지면 역시 나 사토라레다.

 

아니나 다를까 그건 통하지 않았던 것 같고,

 

 

『켁, 은 아니잖아! 전전부터 생각했지만, 너는 저거다, 윗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걸 모르는구나... 우우, 연상...연상이라고 해도, 그렇게 차이는 안 나는데...』

 

뭘 자폭하는 거야 이 사람.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진짜 우는 것 같다. 진짜로 깬다.

 

 

『우우...히키가야, 내 이름을 말해 봐랏!』

 

 

세기말 포효에 난감해 하면서, 대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대답한다.

 

 

「그러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정답이다 바보자식...우우, 뭐 하는 거야 난』

 

 

전화 상대는 우리들의 봉사부 고문,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아무래도 만취중인 듯하고, 제정신과 광기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어째서 이런 시간에 전화 걸었냐고.

 

그리고,

 

 

『시즈카 짱 시즈카 짱』

 

 

수화기의 저편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닌, 하지만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바로 요새. 그보다 바로 아까 전.

 

바스락바스락하고 뭔가에 부딪히는 듯한 소리 뒤에, 갑자기 소리가 클리어 된다.

 

 

『햣하로~! 힛키 나에요 하루노 누나에요~!』

 

「...끊어도 되겠습니까」

 

『아앗, 잠깐 기다려. 미안미안 히키가야 군』

 

「무슨 볼 일입니까... 유키노시타 씨」

 

『싫어~ 하루노라고 불러』

 

「...끊어도 되겠습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대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하루노 씨 같았다. 이쪽도 왠지 텐션이 높은 상태로.

 

 

『미안해, 지금 시즈카 짱하고 마시고 있었는데 말야』

 

「하아... 그건 압니다만」

 

 

수화기 저편에서, 아직 투덜투덜 뭔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배후령인가, 무섭습니다.

 

월요일에라도 약속했겠지. 사이가 좋군. 할 수 있으면 나와 관계없는 곳에서 잘 해주셨으면 한다.

 

아무래도 처음에 코마치에게 하루노 씨가 전화를 걸고, 내가 끊어서 이번은 히라츠카 선생님의 폰으로 내게 다시 건 것 같다. 거기까지 하다니 내게 무슨 볼 일이 있길래?

 

 

『시즈카 짱이 히키가야 군 이야기만 하길래, 그만 전화했어.』

 

『어, 어이, 그렇게 말하면 오해 받잖아!?』

 

 

뒤에서 중얼거리던 목소리가 갑자기 당황한 듯이 끼어든다.

 

아아 과연... 취한 기세로 전화인가. 아무튼 어른이 되면 그런 일도 있겠지. 추가로, 대체로 전화 받는 쪽은 굉장히 로우 텐션이니까? 텐션의 낙차로 한층 더 기분이 가득 내려가기까지 한다.

 

즐거운 때를 방해하는 건 언제나 전화다. 그거야 이쪽 사정은 모른 채 울리니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갑작스러운 호출이라든지, 진짜 그만두세요.

 

내 그렇지 않아도 낮은 텐션이 수렁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루노 씨는 변함없이 하이텐션으로 물어 온다.

 

 

『그래서, 이때니까 물어보고 싶은데- ...히키가야 군, 결국 유키노 짱하고 가하마 짱 어느 쪽으로 할 생각이야!? 누나, 그게 걱정에 걱정이라서...』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만」

 

『나도 몰~라, 취해서 그럴까?』

 

「...아니, 하루노 씨 19세였죠? 마시면 안 되잖아요.」

 

『・・・기억해 줬네. 조금, 기쁠지도』

 

 

슥 하고, 하루노 씨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것 같다.

 

히라츠카 선생님도 어른으로서의 상식은 빠져있지만, 교사로서의 양식은 있다. 미성년에게 음주 같은 걸 시키는 바보짓은 안 한다.

 

아무튼 우연히, 8월 불꽃놀이에서의 기억이 머릿속에 스쳤을 뿐이지만...응?

 

 

「하루노 씨, 생일 언제입니까?」

 

『에? 히키가야 군 축하해 줄 거야? ...7월 7일인데』

 

 

그러니까, 8월 단계에서 19세라... 그리고, 나보다 3살 위라고 했었나. 아무튼 내 생일 같은 건 몰라도, 고등학교 2학년이라면 17세라 여기고 말했겠지. 그렇다는 건...어?

 

 

「하루노 씨... 정말로 19세입니까?」

 

『・・・히키가야 군, 이 얘기 시작하면 길어지는데, 그래도 좋아?』

 

『・・・・・・・・・아뇨, 사양 해 둡니다.』

 

 

여기서, 그렇게 무거운 얘기라든지 들어도, 난처하고. 거기에 저거다, 아까 전부터 저 쪽에서 『나이 얘길 꺼내지 마라』적인 오오라를 느낀다.

 

 

『그래? 별로 대단한 얘기는 아닌데. 아무튼 그래도, 많이 취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시즈카 짱 부축, 해야 하고... 시즈카 짱, 이제 그 정도로 하자?』

 

『괜찮다고... 내일 쉬는 날이고, 쉬는 날 동안 누구하고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이제 누군가... 누군가 받아 줘! 적어도... 놀러가자고 권해 줘!

 

큭, 나도 권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휴일 바깥에 나오면 죽어버리는 병이. 매우 유감입니다, 네. 집에서 빈둥거릴 수밖에 없다니 분하군.

 

 

『아, 시즈카 짱 그만하라고... 죄송합니다, 지금은 캔슬로. 자, 일어나자? 잠깐 시즈카 짱, 거긴 건드리지 말아주겠어?-...아, 안 된다니까... 그럼, 히키가야 군 다시 또 보자, 아』

 

 

툭 하고, 거기서 통화는 끊겼다.

 

...뭐야 그나저나, 어른이라는 건 큰일이구나. 술에 빠지지 않으면 잊을 수 없는 고통이 있고, 거기에 술에 빠진 사람을 동반해 돌아가야 하는 고통이 있고. 바야흐로 고통의 연쇄, 부의 스파이럴. 어쩌지, 지금부터라도 네버랜드에 갈 수 없을까...

 

 

「저기 오빠, 결국 무슨 볼 일이었던 거야?」

 

「글쎄, 몰라」

 

 

단지, 엄청나게 슬픈 기분만 들었다. 이 기분은 내 가슴 속에 묻어 두기로 하자... 완전히 희생.

 

그래도 진짜, 무슨 일이었을까. 결국 하루노 씨, 안 취했었고.

 

그 사람이 주위에서 어물쩡 거리면, 변변치 않은 것 같군... 주로 내가.

 

 

 

 

 

「아니, 저, 히키가야... 정말로 미안했다...」

 

 

  풀이 죽은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은 패기 없이 사과했다.

 

  휴일 뒤의 점심시간.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에 왔었다. 내 귀중한 점심시간이... 라고 해도 할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구태여 말하자면 뇌가 휴식을 취하는... 즉 낮잠 시간인데. 그건 그거대로 귀중.

 

  추가로 뭔가 또 히라츠카 선생님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짓을 했을까 낮까지 덜덜 작은 사슴처럼 떨었던 건 비밀이다. 아마 옆에서 보면 필시 수상해 보였겠지. 단지 나, 교실에서는 기본 투명 인간이니까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투명 망토라기보다는 비니 모자(ころ帽子)가 가깝겠지만.

 

 

「취했다고는 해도, 제자 앞에서 저런 추태를 보여 버렸다... 부끄러워서 이제... 나는...」

 

「아니... 별로 본 게 아니라... 들었을 뿐이라고 할까」

 

「충분하겠지 그걸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풀썩하고 낙담한다.

 

  이 사람, 오늘 오전에 수업 착실하게 할 수 있었을까... 오후부터 히라츠카 선생님 수업이 있을 텐데, 진짜로 오긴 하려나... 설마 자습 시간?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다. 우선, 공무원이기도 하고 세금만큼은 일해야. 아무튼 난, 안 내지만. 앞으로도 낼 생각 없고. 어쨌든, 어떻게든 회복해 줘야만.

 

 

「아-, 저기, 새삼스럽게 이제와서에요. 전에도 한 번 봤으니까」

 

「큭...후, 후후...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학습 능력조차 없다니, 나는 얼마나 멍청이야...」

 

 

  ...안 되나. 안 된다고 할까, 쓸데없이 데미지를 줘 버린 느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취중에 저지른 실태로 이렇게 패이는 사람이라니... 성인이 돼도, 나는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자. 회사 사람과의 술자리라든가 참가하지 말자. 그렇다고 할까 차라리, 일하지 말자. 은사한테 배운 거라고 변명하는 거다.

 

  그래도 뭐, 진짜로 불쌍해졌군... 이대로 놔두면, 책임을 진다든가 할 것 같다... 책임이라니 어떻게 지는 건가요... 꿀꺽.

 

 

「아니... 진짜로 저, 신경 안 쓰니까. 뭐라고 할까... 히라츠카 선생님 답다고 할까」

 

 

  깜짝하고, 푹 숙였던 히라츠카 선생님의 어깨가 움직인 것 같았다.

 

 

「저, 정말인가...?」

 

 

  뭐에 반응했을까, 이 사람.

 

 

「네, 아무튼...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이제 잊어 주세요.」

 

 

  툭 터놓으면, 말할 상대가 없으니까 말이지. 중학생 시절, 「그 선생님은 참 ○○지?」라고 험담했더니, 「...무슨 말이야?」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받아쳐진 이래로, 나는 타인의 험담을 좋아하는 애 앞에서는 안 하기로 정했으니까. 이런 좋은 청년인데, 아무도 좋게 봐주지 않는다.

 

 

「그, 그런가... 이것도, 나 다운, 거군...」

 

 

  팟 하고, 약간 얼굴을 반짝이는 히라츠카 선생님. 위험해, 약간 귀엽다.

 

  하지만 순간, 책상 위에 놓인 잡지에 「결혼하고 싶은 사람... 나를 전부 받아들여 주는 이상의 서방님」이라든가, 「비밀은 절대 엄수! 입은 단단한 사람이 좋다!」라든지 그런 로고가 쓰인 것이 눈에 뛰어들어 왔다... 큭, 경솔했나.

 

그리고 선생님, 결혼 정보지라든가 업무 중에 늘어놓지 마세요.

 

 

「하하... 조금 안심했다... 고마워」

 

 

우선 히라츠카 선생님은 침착성을 되찾은 것 같았다.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쓸어내린 가슴에 눈이 갈 것 같았지만, 인력에 거역하고 뿌리쳤다.

 

 

「사실, 히키가야에게 미움 받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했어...」

 

 

  그런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왠지 무겁고... 그 미소 지키고 싶다든가 잠깐 생각해 버렸잖아요. 이거 누구 루트야... 지금 내 모놀로그에 뭔가가 끼어들었는데.

 

  뭐 어쨌든, 수업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한 것 같다. 여러 가지 희생을 치른듯한 기분도 들지만.

 

 

「후... 그렇다고는 해도, 옛 제자와 저렇게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군.」

 

「그런 건가요」

 

「그런 거다. 졸업한 무리가 어떻게 됐는지, 신경 쓰이지 않는 교사는 없어. 너나 하루노 같은 문제아일 경우 더더욱 그래.」

 

 

  아니 나라든가는 엄청이 붙을 정도로 성실하니까요. 수업 중에도 안 말하고, 뭣하면 쉬는 시간에도 입을 안 열 정도다.

 

 

「하루노 씨는 성적 좋았겠죠? 유키노시타 같이」

 

「성적은 우수했었지. 단, 우등생은 아니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 전에도 들은 것 같다.

 

 

「어쨌든 그 녀석은 나를 포함해 선생의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이었어. 하나를 듣고 열을 안다는 녀석이었다, 그런데도 불편하진 않았으려나. 나도 몇 번 교정하려고 했었지...그래도, 그게 끝나기 전에 그 녀석은 냉큼 졸업해 버렸다.」

 

 

  말하자면 진 자의 도전을 거부하고 자리를 뜬 것, 같은 거라며 히라츠카 선생님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아무튼 그렇게는 말해도, 하루노 씨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상당히 따르는 것 같은데. 둘이서 마시러 가는 걸 보면.

 

 

「어라... 혹시 그걸 계기로 봉사부를 만들었다든가는 아니죠?」

 

 

  그 때의 후회는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아! 라든가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면 말할 것 같다. 리벤지는 소년 만화의 기본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것도 원인을 가려내자면 하루노 씨 탓이라는 게 된다. 그렇다면 용서치 않아. 절대로 용서치 않는 리스트에 신규 등록이다.

 

  내 질문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갑자기 웃음으로 돌려준다.

 

 

「.....글쎄.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너희들 같은 대형 신인이 들어 왔다, 둘러싸고 싶어지는 게 인정이라는 거겠지?」

 

 

  드래프트 회의의 이면이 아니니까. 외톨이는 방목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생각지 않는 건지. 자유로운 교풍은 어디에 가셨을까.

 

 

「그런 이유로 그만 이야기에 열중해서 말이야. 술도 잘 넘어가고, 너의 화제를 술안주로 꽤 분위기가 올랐다고.」

 

「잠깐... 제 화제입니까?」

 

 

    뭘 제멋대로 말합니까. 오히려 그걸 사과하면 좋겠다.

 

 

「아니, 하루노가 듣고 싶어 해서 말이야... 그 녀석도 잘 들어주니까 무심코」

 

 

  무심코, 가 아니잖아요. 그나저나,

 

 

「유키노시타 씨가... 말인가요?」

 

「음, 문화제에 대해서라면 하루노도 대체로 알고 있으려나... 너의 무용담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임간 학교 때의 일라든가, 즐거운 듯이 듣고 있었지.」

 

 

  어라, 확실히 하루노 씨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마음대로 말했다는 식으로 말했었는데... 하루노 씨가 그 화제를 유도했다는 말인가?

 

...뭐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왜 그래? 아무튼 그런 언짢은 표정 짓지 마라. 너도 너 나름대로, 사람의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해 왔다, 그건 자랑해도 좋지 않을까」

 

「...아니, 대체로는 흑역사만 얼굴 내밀었잖아요, 난」

 

 

  임간 학교의 루미루미도 그렇고, 문화제의 사가미도 그렇다. 아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 랭킹 1위라든가 뽑힐 것 같다. 2위는 유키노시타, 그 녀석은 문답무용으로 무서우니까.

 

 

「그런데도 그렇다. 옆에서 봐도 깔끔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다소 통쾌한 면은 있으니까... 하루노 입장에서 봐도, 좋은 기분전환이 되지 않았을까.」

 

「그 사람이...」

 

 

  기분 전환의 필요성이라고 할까, 고민 자체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짐이 세상의 봄을 계속 구가한다고 할까. 추가로 코마치는 고민이 없다고 해도 덜렁이 부류에 속한다.

 

 

「아무튼, 그 녀석은 그 녀석대로 여러 가지로 큰일이다. 사정이 복잡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그래.」

 

「하아, 그런 건가요...」

 

 

  이렇게 밖에 대답할 수 없다. 특별히... 감개도 없고.

 

  사정이라는 건 아마, 집에 대한 거겠지. 유키노시타도 유키노시타대로 뭔가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이러니저러니 할만한 얘기가 아닌 건 확실하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타인의 사정에는 깊이 끼어들지 않는다고 정했다. 봐봐, 타인은 타인, 나는 나라고 옛날부터 예의범절을 주입받았으니까.

 

  그러니까 봉사부 활동이라니, 우리 집 교육 방침적으로도 당치도 않지만... 아무튼, 저건 의뢰다. 발을 디뎌 달라면, 발을 디뎌도 된다는 이유로 세이프 취급.

 

 

「지난 주 갑자기 와서 무슨 일인가 생각했지만... 아무튼 의외로, 건강해서 다행이었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훗 하고 자모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띠웠다.

 

  정말, 학생을 잘 생각해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진짜로 엄마가 되는 건... 언제 쯤이려나?

 

 

「...그런가요」

 

 

  히라츠카 선생님은 손목시계를 보고는, 시간 쓰게 해서 미안하다며, 겨우 나를 해방해 줬다.

 

  아니아니 신경 쓰지 마시고... 어차피 한가하니까요.

 

 

 

 

20XX/11/2X 16:1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얏하로~

 

 

「유이가하마, 지금 나한테 메일 보냈어?」

 

「에, 왜? 안 했는데?」

 

 

  나의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멍한 표정을 띠운다.

 

  흠, 내가 보기에도, 메일을 한 기색이 없다. 이래도 메일을 썼다면, 상당한 고수라고 생각해도 좋겠지. 무슨 고수야.

 

  그렇다면, 이 메일은 도대체 뭐지? 이 괴상한 인사, 치바 전체에서 유행한다는 말인가?

 

  아무튼, 우선 방치할까. 이럴 때는, 이상한 전화번호는 무시라는 현대인다운 안정 행동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책상에 두었다.

 

 

「그것보다 힛키, 합숙이야 합숙. 슬슬 이야기해야」

 

「그 화제, 대화 소재거리 아니였냐...」

 

 

 

  방과 후, 봉사부실

 

  부실에는 유이가하마와 나, 둘 밖에 없었다. 유이가하마 가라사대, 유키노시타는 외출 중이라고.

 

  드물게도 나는 나치고도 약간 늦게 왔다. 도중에 자이모쿠자한테 잡혀서, 상담 메일에 관한 전반적인 불평을 받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니까 접객업은 힘들다. 이쪽이 아직 발런티어로 하는 거니까 희망은 있었지만. 물론, 손님에게는 잘 설명해서 돌려보냈습니다, 네.

 

 

「전에 힛키 흥미였잖아. 사이 짱하고 같이라면 간다구」

 

「어, 그건 내가 토츠카와 둘이서 여행한다는 걸로 결론 나온 거잖아?」

 

「나오지 않았구! 나두 유키농도 같이!」

 

「...너희들 따라오는 건가, 싫은데」

 

「진짜로 싫은 듯이 말하지 말구! ...사이 짱 권할 용기는 없는 주제에」

 

 

큭... 살짝 투덜댄 유이가하마의 독설은 그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그런 건 알고 있다고!

 

최근 유키노시타의 영향인지, 유이가하마까지 독설을 토하게 된 듯한... 아니, 그렇지도 않나. 전부터 산뜻하게 상처주고 있었던 적은 몇 번이나 있고. 이 천연 씨가!

 

 

「대체로, 행선지도 개요도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잖아. 이런 백지 계약서에 도장 누르라고 말해봤자...」

 

「힛키가 얘기에 참가해 주지 않기 때문이야! 힛키도 멤버니까 응?」

 

 

언제 그런 파티에 들어가고 있었던 거야 나는. 몇 시 몇 분, 지구가 몇 번 돌았을 때?

 

 

「원래부터 갈 마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너희들이야말로 사이좋으니까 둘이서 가줘도 좋잖아... 무리하게 나라든지 부르지 않아도 좋으니까.」

 

 

괘념으로 가득 찬 나의 말에, 유이가하마는 문득 얼굴을 흐린다.

 

 

「...별루, 무리하지 않구」

 

「그렇게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들은 제군들보다 혹독한 사회경험이 풍부한 만큼, 빈말에는 익숙해져 있다. 나를 권한다, 이콜, 빈말이라고 하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건 경험으로부터 얻은 살기 위한 지식이다. 매우 귀중.

 

그런 나를 지그시 바라본 뒤, 유이가하마는 하아, 하고 한숨을 토했다.

 

사람의 얼굴 보고 한숨 쉬는 거 그만두지 않겠어? 중학 때, 자리 바꾸고 나서 당한 입장으로 돼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후 유이가하마가 띠운 표정은, 의외롭게도 미소였다.

 

약간 기가 막힌 듯이, 단념한 것처럼, 근심을 띤 것처럼, 하지만 부드러운, 쓴 웃음.

 

그 근심을 띤 눈을, 나는 아까 전에, 본 듯한 생각이 든다.

 

 

「...힛키는, 정말 흔들리지 않는.... 벽창호지요.」

 

「...무슨 말이야, 나만큼 이해력이 좋은 인간은 그렇게 없다고」

 

 

그녀가 미소를 띤 이유를 모르는 채로, 조건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뭐 그래도 실제로, 나는 이해력이 너무 좋아, 이미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기까지 하다. 수학여행의 집합사진도, 이제와서는 득도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기까지 하다. 저것이 그대로 앨범에 실린다. 지금이라면 수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교사진은 무수정이라는 말에 동경이라도 하는 건지.

 

 

「...벽창호에요. 지난 번 수학여행 때도, 그랬구」

 

 

도피처의 화제와 유이가하마의 얘기로, 마음을 읽힌듯한 생각이 들어 덜컥 한다.

 

...아니, 그게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뭐가?」

 

「알고 있겠죠? ...힛키 또 주위 기분이라든지 전혀 무시해 버리고는... 혼자서 힘차게 달려서」

 

「......」

 

 

아마, 수학여행 때의, 토베와 에비나 양의 건일 거다.

 

그런 것을, 당시의 유이가하마한테도 들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뉘앙스의 말을.

 

하지만 여기는, 나도 나 나름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저게 제일 효율적이었다고. 실제 만사 해결됐으니까 좋잖아.」

 

 

나 같은 외톨이로 말하자면 효율화된 인간의 최종 형태다. 혼자서 수련을 쌓아 적당한 하이 스펙에, 혼자서 있는 것으로 상태가 좋은 로우 코스트. 집 안에 한 명, 외톨이는 어떻습니까. 아마, 그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유이가하마는 납득해 주지 않는 것 같다.

 

 

「알고 있어요... 결국 힛키가 전부 흐지부지 해줬다는 것도 알구 있어. 그래도... 좀 더 그 밖에, 방법 없었던 거야?」

 

「...너도 저건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든가 하는 인종인가」

 

「얼버무리지 마요.」

 

 

유이가하마의 한마디에는, 약간의 노기도 섞이지 않았다. 조용히, 모기가 우는 듯이 희미한 한마디.

 

그렇지만 그건, 나를 입 다물게 하기에는 왠지 충분했다.

 

 

「힛키, 만약이 되면 아아 하자고 결정하고 있었던 거지? 왜 우리들한테 말해주지 않았어? 혹시... 정말로 혹시라도, 힛키가 말하는 것처럼 고립적이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 밖에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일지도 몰라(かもしれない), 일지도 몰라, 하지 마. 오늘 밤은 오리 냄비(鴨鍋)요리인가요. 잘 됐네! ...미묘하군. 이 아니라,

 

※ 일지도 몰라의 かも와 오리(鴨:かも)의 발음이 같음을 이용한 말장난.

 

 

「그거야...」

 

「그건... 뭐?」

 

「아니, 그...」

 

 

유이가하마가 바라봐서 그런지, 평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이 때 자학이라도 심한 욕이라도 뭐든지 좋으니까, 여기를 벗어날 만한 말을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찾는다.

 

하지만 몇 초의 침묵 밖에, 그녀는 허락해 주지 않았다.

 

 

「있지, 힛키, 혹시」

 

 

그 때 돌연 책상이 세세하게 떨렸다.

 

두 명이 움찔한다.

 

 

「....메일?」

 

 

어. 지진일까 생각했지만, 무슨 일도 없이 책상에 둔 스마트폰이 진동했을 뿐이었다. 메일을 수신했을 때의 진동음이다.

 

 

「아, 미안...」

 

「아, 으, 으응」

 

 

서로, 앉은 자세를 바로잡는다. 눈치 채면 상당히 가까운 채로 얘기하고 있던 것 같다. 퍼스널 스페이스적으로 말한다면 확실히 아웃. 아니, 이 경우는 인인가.

 

 

「어, 어쨌든!」

 

「우옷, 뭐야 갑자기」

 

 

앉은 자세를 바로잡고 있는 중간에 유이가하마가 큰 소리를 질렀으니까, 다시 자세가 무너져 버렸다. 추가로, 유이가하마가 기세로 책상을 두드리려고 했는지, 턱하는 약간 얼간이 같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나면 손이 아프군요.

 

 

「어쨌든, 힛키의 그 때 방식이 나는 싫었던 거야!」

 

「오오, 오오우, 미안」

 

 

기세에 휩쓸려 물개 같은 소리를 지른 결과, 하는 김에 사과해 버렸다.

 

 

「그러니까... 재시도? ...보충해? ...속죄? 우-... 뭐든지 좋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힛키는!」

 

「하, 아니, 왜?」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말구! 그리구, 어떤 거야, 대답은?」

 

「아, ㄴ, 네」

 

 

거기까지 내게 말하게 하고, 유이가하마는 후우하고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라고 할까 무서워. 무섭다. 평상시 온화한 녀석을 화나게 하면 정말 무섭다. 무심코 땅에 엎드려 조아릴 뻔할 정도다. 초등학생 때도 있었군요, 언제나 실실거리고 있던 녀석이 놀리고 있던 녀석에게 폭발해 모두를 굳어버리게 한다든지. 덕분에 놀리러 온 녀석만이 아니라 놀고 있었던 녀석까지 다가가지 않게 되어 버렸다... 내 얘기가 아니에요.

 

조금 사이, 무읏 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유이가하마였지만,

 

 

「...그래. 그럼, 합숙 참가 결정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생긋 기쁜 듯이 웃었다. 말참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미소.

 

아까 전의 무서움과, 그 반칙적인 미소에, 나도 저항할 생각이 사라져 간다.

 

 

「마음대로 해라... 아니, 적어도 토츠카는 불러 줘」

 

「응, 알았어.」

 

 

최저한의 확실한 약속을 달면서, 이렇게 해서 나는 여름에 이어 봉사부 합숙 강제 참가가 결정됐던 것이었다.

 

그리고,

 

 

「끝났을까나?」

 

 

활짝 문을 열어 시원스러운 바람과 함께 시원스러운 녀석이 방에 들어온다. 아까 전에 약간 상승한 것 같은 실내 온도가, 슥 누그러지는 것을 느낀다. 한 집에 한 사람, 유키노시타 씨다. 상품 애칭명은 「유키농」으로 결정이다.

 

 

「아, 유, 유키농,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자. 이것, 교외활동 신청서에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서 받아 왔어요. 정당한 이유라고 인정되면 학교에서 보조도 나오고, 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초안용과 제출용일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같은 내용의 프린트를 2장, 책상 위에 둔다.

 

 

「최초는요... 그래도, 유이가하마 양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그 말투 심하잖아!?」

 

「후... 농담이에요.」

 

 

그렇다고는 해도 유키노시타 씨 무르다, 유이가하마에 대해서는 MAX커피 레벨로 정말 무르다. 내게는 블랙이라든지 그런 레벨이 아니야. 콩을 통째로 덥석 먹게 되는듯한 일도 자주 있습니다만.

 

 

「그런데, 참가자도 정식으로 정해진 것이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재개합시다. 먼저, 이번 합숙의 목적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돼요.」

 

「에? 모두 즐겁게, 라든지는 안 되는 거야?」

 

「...유이가하마 양, 적어도 서류 심사를 통과할 정도의 변명을 생각해 두세요... 그러네, 변명이라고 하면, 아무개 씨의 가장 특기라고 하는 것이군요. 적재적소라고도 하고, 발언을 허가해요, 냉큼 이야기하세요.」

 

「그런 말을 듣고 자랑스럽게 변명한다고 생각할까...」

 

 

유이가하마가 바보에, 유키노시타가 태클을 걸면서 나를 힐책한다고 하는, 봉사부적인 이야기가 재개한다. 최근에는 하루노 씨 관계로 유키노시타가 기분 나쁘거나 토츠카가 훨훨 내려앉아 내가 들뜨거나, 침착성이 사라진다거나 할까. 이런 미온수적인 교환에, 아주 약간, 그리움을 떠올린다. 마침내 감각이 죽었나, 나.

 

...뭐, 그것 뿐만은 아닌 지도 모르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전 메일은 어떤 내용이었지. 자.

 

 

 

 

 

20XX/11/2X 16:3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햣하로~!

 

 

 

...아아, 새로운 방식의 스팸메일인가.

 

 

 

20XX/11/2X 16:1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얏하로~

 

Message:

 

하루농이에요! 등록 잘 부탁해!

 

080-xxx-xxxx

 

 

 

***

 

 

 

20XX/11/2X 16:3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햣하로~!

 

Message:

 

어라? 메일 도착하고 있어?

 

 

***

 

 

 

20XX/11/2X 17:0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햣하로?

 

Message:

 

무시해도, 별로 좋을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

 

 

 

20XX/11/2X 18:23

 

From:히키가야 군

 

Title:Re:햣하로?

 

Message:

 

무섭습니다. 그만둬 주세요.

 

코마치한테서 들었습니까?

 

 

 

***

 

 

20XX/11/2X 18:4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재차 햣하로~!

 

Message:

 

다행이다~(*^^*)

 

전에 마셨을 때 시즈카 짱한테서 들었습니다.

 

 

 

***

 

 

 

20XX/11/2X 19:42

 

From:히키가야 군

 

Title:Re:재차 햣하로~!

 

Message:

 

그렇습니까, 그럼.

 

 

 

***

 

 

 

20XX/11/2X 19:4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그건 그렇고

 

Message:

 

시즈카 짱한테, 화내지 말아 줬으면 해?

 

이번 주말, 어느 쪽인가 비고 있어?

 

 

 

***

 

 

 

20XX/11/2X 20:56

 

From:히키가야 군

 

Title:Re:그건 그렇고

 

Message:

 

엄청나게 바쁩니다.

 

 

 

***

 

 

 

20XX/11/2X 21:0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또 또~

 

Message:

 

잠깐 같이 외출해 줬으면 하는데.

 

 

 

***

 

 

 

20XX/11/2X 21:02

 

From:히키가야 군

 

Title:Re:그건 그렇고

 

Message:

 

엄청나게 바쁩니다.

 

 

 

***

 

 

 

20XX/11/2X 21:1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조잡해(웃음)

 

Message:

 

자세한 건 가까운 시일 내로 또 연락할 테니까. 잘 자 (-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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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서움과 귀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캐릭은 뭘까요.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예외편이 아닌 5는, 예외편이 아닌 하루노 씨 루트.

(2side : 예외편 중에 페이크 하루노 루트-[실은 단지 하루노가 하치만을 휘두를 뿐인 얘기]가 있습니다.)

 

다음 회는, ②실수로, 히라츠카 시즈카는 말려든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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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도, 약점이라는 건 반드시 있다.

 

  거대한 바위가 있다고 하자. 어떻게 봐도 부서질 것 같지 않은 큰 바위라도, 돌결을 파악해, 정확한 지점을 찌르면, 필요한 최소의 힘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아이스 픽으로 산산조각 부서지는 얼음과도 같은 것, 이러면 알기 쉬우려나.

 

  아무튼 만화에서 배운 지식이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지는 매우 의문이지만, 요점은 뭐를 말하고 싶은 거냐면, 그건 사람의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나같이 어렸을 적부터 지독한 정신환경에 노출되어, 강철의 마음에 도달한 용자라도, 아직 위크 포인트라는 건 엄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과거의 트라우마를 후벼낼만한 언동이나, 현재 절찬리에 붐비는 르상티망을 자극할만한 상황이나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증대시킬만한 정보이거나..... 어라, 나 너무 약하잖아?

 

※ 르상티망 : 원한. 유한. 증오. 특히, F.W. 니체의 용어로서, 약자의 강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울적한 심리 상태.

 

 

  아니, 그렇지 않다. 반대로 생각하자, 나조차도 이 모양이라....고.

 

  ....후우, 위험했다. 역전의 발상을 할 수 없었으면 사고의 미궁에 빠질 뻔했다. 그리고 어나더라면 죽었어.

 

  어쨌든, 나한테도 있으니 다른 무리에게도 있겠지. 약점 하나나 두 개 쯤은.

 

  봉사부 고문인 히라츠카 선생님은 참 알기 쉽다. 그 사람이 신경 쓰는 건 대체로 처음이 「ㄱ(け)」으로 시작해서 끝이 「ㄴ(ん)」으로 끝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무방하다. 추가로 「케이온(けいおん!)」이 아니니까, 저건 엄밀하게 말하면 「!」으로 끝나니까 제외다. 거기냐구요.

 

  유이가하마도 알기 쉽지. 히라츠카 선생님처럼 특정 단어에 과잉 반응하지는 않지만, 약한 부분에 접했을 때, 뿌리가 순수하다고 할까 단순한 유이가하마는 그것이 그대로 얼굴이나 태도로 드러난다. 그건 그거대로 위협 아닐까 생각해.

 

  유키노시타는, 알기 힘든....듯이 보여도, 실은 상당히 알기 쉽다. 거기가 그 여자의 비뚤어진 면이기도 하다. 표정도 별로 변하질 않아서, 무심코 대처같은 철의 여잔가 생각했지만, 약한 면은 철저하게 약하다.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고 믿으며 살아 온듯한 녀석이니까, 공격이 전부인 식으로 인생을 살아왔겠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면, 곧바로 알게 될 것이다. 단, 그 뒤 몸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 공격한 대가는, 극히 클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를 인종이라는 것도 세상에 있다. 어디가 약한 부분인지, 전혀 보이지 않고, 만약 거기에 건드릴 수 있었다고 해도, 미소의 가면을 쓴 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적지만 존재한다.

 

  예를 들면, 그래, 그녀다.

 

  내가 강화외골격이라고까지 칭한 그녀의 가면은, 아마 그리 간단하게 벗길 순 없을 것이다. 그녀도 인간인 이상, 아무리 작아도 약점이 있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고, 그 이전에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왜냐면, 그녀는 완벽하니까.

 

  능력도 환경도 풍족한 그녀는, 그런고로 단 하나의 하자도 용서되지 않는다. 기대 받은 일에 기대 받은 이상으로 응하는 게 가능한 그녀에게는, 일체의 좌절도 용서되지 않았다. 누구한테 용서받지 못하냐면, 아마, 자기 자신에게.

 

  나약한 소리도 아픔도 후회도, 그녀의 미소는 덮어 가린다.

 

  태양이 발하는 빛으로, 나 같은 일반인은 흑점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구가 타 버린다. 그러니까, 그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그녀와 같은 인종 밖에 지닐 수 없는 고민일 것이다.

 

  ...하

 

  그런 건, 결국 가진 자의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우물쭈물한 내적인 고민거리 정도, 나 같은 외톨이의 세력권으로 해 줘도 될 텐데. 리얼충이라는 건 철저히 탐욕스런 무리다. 역시 리얼충 더럽다.

 

  ...평소의 나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뭣하면, 거기에 이쪽에서 외톨이의 우위성까지 논증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저기, 히키가야 군...」

 

 

  내 옷깃을 잡고, 굳게 움켜쥔 손.

 

  그리고 슥, 그 위로 꽉 눌린 무게감.

 

  내 쪽에서는 그녀의 얼굴은 볼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손과 머리가 닿은 내 가슴만이, 천천히 열을 띤다.

 

 

「히키가야 군에게라면, 이런 나를 보여도 될까...그런데, 안 믿지?, 히키가야 군인 걸」

 

 

  후후, 하며 자조적으로, 어딘가 외로운 듯이 들리는, 소리 죽인 웃음.

 

  하지만 그녀의 몸은, 옆에서 봐도 모를 정도로, 떨고 있었다.

 

  나만이 그것을 안다. 알고 싶은 것도 아닌데, 알아 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안 보인다.

 

  그녀는 지금 가면을 쓰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나는,

 

  소녀처럼 떨고 있는 이 사람에게, 나는―――

 

 

 

①히키가야 하치만의 러브 코미디는, 소리도 없이 시작된다.

 

 

  어느 날, 역 앞, 하루농하고, 만났다♪

 

  ...아니, 전혀 즐겁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다. 원곡대로, 만나버렸으면 그 뒤는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게 정답이다. 추가로 곰과 조우했을 때는 등 뒤를 보이며 도망치면 쫓아오는 것 같다. 죽은 체도 효과가 없으니까 각하다. 약간 들어맞지 않는 느낌도 있지만, 목표에서 눈을 돌리게 하면서, 조금씩 도망치는 게 일단 정답.

 

  물론, 만나지 않게 집에 틀어박히는 게 대적중이지만.

 

  그 점에서, 나는 실패해버린 것 같다.

 

 

「어라, 히키가야 군이잖아. 얏하로-」

 

「아무쪼록」

 

 

  사근사근하게 가하마식으로 인사해 온 하루농, 유키노시타 씨에게, 나는 NHK-BS식의 인사로 대답한다. 그런데 이「아무쪼록」이라니 대체 뭐지? 「아무쪼록 이런 곳에서 만나 버리다니 운이 나쁘다, 외출하지 안 할 걸 그랬어!」의 약어라면, 비교적 본심에 가깝다. 정답은 웹으로.

 

  그나저나 그 가하마식 인사, 유이가하마의 허가 맡은 거죠? 아니라면 매니저인 내가 철저히 징수해요? 아무튼 본인한테는 1원이라도 돌아가지 않겠지만.

 

 

「히키가야 군, 이런 데서 뭐해?」

 

「뭐라니... 그, 산책...일까요?」

 

「의문형으로 돌려줘도 곤란한데...」

 

 

  나도 약간 곤란하다. 나 대체 뭐 하러 역전까지 왔지?

 

  휴일치고는 드물게도 일찍 일어났지만, 밥 먹고 공부했더니 한가해져서, 역전에 있는 서점에서 서서 읽고 있었다. 뭔가 샀으면 쇼핑이라 우길 수도 있지만...그다지 좋은 책이 안 보였다.

 

 

「유키노시타 씨는, 뭘 하시나요?」

 

 

  특별히 흥미도 없지만, 그렇게 묻는 게 예의 같아서 형식적으로 묻는다.

 

 

「나? 여행이야」

 

 

  하루노 씨는 옆에 놓인 작은 트렁크를 가리켰다. 약간 레트로한 느낌의 세련된 트렁크군요. 하지만 그렇게 작으면 아무것도 못 넣지 않나? 나이프라든가 램프 정도 밖에 못 넣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여행이라... 그러고 보니 취미라고 했던 것 같다. 언제였지... 소부선 게임... 별로 떠올리지 말자. 나는 앞을 향해 걷지 않으면 언젠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인식했습니다.

 

 

「아무튼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사실은 해외라든지 가고 싶었는데」

 

「그런가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잠깐 기다려 히키가야 군, 열차 출발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시간 있으니까... 무슨 일인데요?」

 

「좀 더, 처형하고 얘기하지 않을래?」

 

 

  싱긋, 매우 화사한 미소로 제안하는 하루노 씨. 그나저나, 뭔가 말의 뉘앙스에 위화감이 든 기분이..., 아니, 그것보다도,

 

 

「그건 괜찮습니다만 유키노시타 씨, 슬슬 일행이라든지, 안 오나요?」

 

 

  그래, 여기는 지금부터 리얼충들에게 오염당한다. 만약 늦게 도망치면 나까지 리얼충화 되어버린다. 뭐야 그 바이오해저드. 그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리얼충이 되어도 좋을지도 모를만큼 간단하다.

 

  하지만 하루노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말을 부정한다.

 

 

「에, 없어요?」

 

「어라... 그러니까, 혼자입니까?」

 

「응, 이른바 나 홀로 여행」

 

 

  의외다. 하루노 씨라면 물론 그룹 여행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 오히려 나 홀로 여행이라면서, 짐꾼이라든가 운전기사가 붙었다든지. 그런가 서술트릭인가.

 

 

「히키가야 군이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 혼자서도 자주 여행 가요? 모르는 마을이라든가에서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

 

「헤에...」

 

 

  그건, 어쩐지 안다. 나도 중학교 때,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길을 걸어, 우회해서 돌아가거나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방과 후가 너무 길어길어... 그런데도 오빠의 귀가가 빠르다고 코마치가 말했었지... 순진함은 때로는 나이프보다 날카롭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볼 거리도 있고. 그리고, 현지 사람과 친해지거나」

 

 

  ...그건 감탄할 수 없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을 걸거나 하면 안 된다고, 엄마한테서 안 배웠나. 추가로 그걸 충실히 지키면 나처럼 될 수 있다.

 


「그런 건 친구와 함께라면 간단히는 할 수 없지. 모두의 의견도 들어야 하니까, 여행도 묘미가 없어진달까. 뭐, 많으니까 기세로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으니, 그게 그거지만.」

 

 

  이 여자... 설마 리얼충과 외톨이 이도류인가? 나 같은 외톨이는 양손이니까, 공격력만은 되게 높다고. 덧붙이면 방패를 못 끼니까 방어력은 종이수준.

 

  아무튼 그렇게 어중간한 패션 외톨이는 외톨이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역시 하루노 씨는 리얼충이에요, 유감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꽤나 추운 시기에 외출하네요.」

 

 

  이미 가을 기색도 사라지고 있다. 수학여행 시즌도 이미 끝나 버렸다. 계절은 머지않아 겨울을 맞이한다. 나라면 휴일 정도는 집에서 따끈따끈하게 쉬고 싶을 텐데.

 

 

「하하...계속 일정이 생겨서 말야. 좀처럼 비울 수 없어서」

 

 

  하루노 씨는 약간 난처한 듯이 웃는다.

 

  리얼충다운 이유다. 일정이라는 것도, 어차피 유흥인가 뭔가겠지. 그런 걸로 자유 시간을 뺏기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업무 시간 외 커뮤니케이션이 어쩌고 하는데, 쉬는 날 정도 혼자 냅두세요!

 

  그 점에서 외톨이는 자유다. 뭐니뭐니해도 스케줄 장부는 계속 백지. 뭣하면 없어도 괜찮기까지 하다. 스케줄 장부를 산건 좋지만 곧 잃어버린다는 자네는 거의 외톨이다. 필요성이 없으니까 무의식중에 내던진다고 생각해.

 

 

「아, 뭣하면 히키가야 군도 갈래? 집 가깝지? 왕복과 준비로 그러니까... 열차 3, 4편이라면 늦춰도 좋아요?」

 

 

  내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하루노 씨도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참으로 명안이라는 듯이 영문 모를 제안을 했다. 이 기세에 휩쓸려, 이상한 서류에 도장을 찍는 녀석이라든가 있을 듯하다.

 

 

「ㄴ.....아니, 괜찮습니다.」

 

 

  확실히 오늘도 내일도 휴일이지만, 나는 집에 중요한 볼 일이 있으므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그거야 프라이버시와 관련되니까.

 

 

「그래? 유감이네」

 

 

    하루노 씨는 그리 유감도 아닌 듯이 중얼거리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럼 슬슬 가볼까. 아, 그래, 선물 사올 테니까 기대해... 물론, 유키노 짱 것도 같이야!」

 

 

  다음에는 유키노 짱 얘기도 하자. 는 말을 남기고, 트렁크를 한 손에 들며, 하루노 씨는 떠났다.

 

 

「하하... 진짜 내버려둬」

 

 

  선물이든 뭐든, 당분간 하루노 씨와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과 말하면, 왠지 쓸데없이 지치는군... 긴장한다고 할까, 긴장을 강제당한다고 할까.

 

  그런데, 휴일인데 불려가서 일하는 기분이 됐다...돌아가면 한 번 더 자자.

 

 

 

 

「있잖아, 유키농은 어디가 좋아?」

 

「...유이가하마 양, 아직 나는 간다고는 안 했는데」

 

 

  휴일 다음 날, 아직 우울함이 치유되지 않은 월요일 방과 후. 뭐, 일요일에 사자에 씨가 아니더라도 나는 언제라도 참 우울하지만. 슬슬 심료내과에서 진찰받아도 되지 않을까.

 

  봉사부실에서는, 여자 둘이 꺄꺄하고(라고는 해도 티끌만큼이지만) 어떤 화제로 들뜬 것 같았다.

 

  책상에 늘어놓은 것은 여행 팜플렛. 비교적 근처뿐이지만 행선지는 다양하다. 이 정도만 봐도 모든 길은 치바로 통한다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전제를 확인하고 싶은데... 유이가하마 양, 합숙의 의미는 알고 있니?」

 

「에? 그러니까, 어딘가 가서, 맛있는 거 먹구, 놀구, 잠깐 동아리 같은 일 하는 거?」

 

「제일 중요한 일이 뒷전인 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럼 유이가하마 양, 당신은 이 후보지에서, 대체 어떤 동아리다운 활동을 하겠다는 거야?」

 

 

  유키노시타는 책상 위의 현란한 광고지로 시선을 돌린다.

 

  아무래도 유이가하마는 여름방학에 이어, 동계기간 중의 봉사부 합숙을 제안하는 것 같았다. 그 엉망진창 합숙을 한 번 더 반복한다는 신경을 나는 더 이상 잘 모르겠지만, 본인은 대단히 의욕에 가득찬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루미루미라든가 하는 애는 잘 지낼까. 세상의 진리에 굴하지 않고, 나 같이 똑바로 자라 준다면 좋겠는데.

 

  단지, 유이가하마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내 프리젠트 능력 같은 수준으로 괴멸적이라, 그 결과 유키노시타에게 두통을 유발하는 듯했다. 아무튼, 후보지가 전부 완전히 노는 목적이니까. 그런데 디스티니 랜드까지 들어간다는 건 어찌된 영문인지. 왜 일부러 저런 비싼 곳에 묵으러 가는 거야? 치바 현민이라면 뜰에 텐트 쳐서 자는 정도로 됐다고. 쓸데없어, 낭비낭비.

 

 

「동아리 같은 일...으-응」

 

 

  유키노시타의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팔짱을 낀다.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생각은 하고 있어요-어필이 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아무 생각도 없거나 혹은 충분히 생각지 않았다.

 

  유이가하마는 미간을 찡그리며 응응 하는 신음소리를 내지만, 결국 아무 생각도 못해낸 것 같고,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응-, 그나저나, 봉사부다운 활동...이라니 뭐지?」

 

「흠... 그러네」

 

 

  존재라기보다는 존재 의의를 잘 모를 이 봉사부에, 합숙에서 할 수 있는 동아리다운 활동을 찾는다는 건, 의외라 할 것도 없이 어려움이 확실하다.

 

  유키노시타도 설마 또 애를 상대로 발런티어 하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 「아이라니 싫어요...바보니까」라든가 애를 상대로 진심으로 말할 것 같은 걸 이 사람. 티 없는 아이의 꿈을 완전 논파까지 할 것 같다.

 

  그럼 저건가, 출장! 치바 현 횡단고민 상담메일! 이라든가. 어디의 감정단이야. 애초에 출장가고 싶지 않으니까 메일 대응한다. 요새는 경비 삭감 때문인지 출장도 재미가 없으니까...

 

  나도 떠올리지 못하고, 원래 생각할 의리도 없다고 눈치 챌 즈음에,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든다. 아무래도 뭔가 생각난 것 같다.

 

 

「그러네... 눈 속 행군 같은 건 어떻겠니? 주로 히키가야 군이」

 

「뭐? 왜 나?」

 

「봉사부 유일한 남자부원인 걸, 귀중한 남자 일꾼이에요. 좀 더 활약하기 위해, 체력을 붙여 주려고 생각했어요. 뭐, 도중에 체력이 떨어져도 결과 오라이긴 하지만」

 

「산뜻하게 사람을 사고사 시키지 마」

 

 

  좋은 미소로 뒤숭숭한 말을 꺼내는 유키노시타에게 대답을 내뱉는다. 이 자식, 실은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거 아냐... 내가 M이라면 푹 빠질 레벨. 다행이다, M이 아니라서.

 

 

「암튼암튼...아, 그래도 눈 산에서 스키도 있어! 어... 그러니까 스키스키, 하고...」

 

「유이가하마 양, 그러니까 스키의 어디가 봉사부다운 활동인 거예요...」

 

 

  유이가하마는 유이가하마답게 자신의 길을 힘차게 달리는 듯하고, 기획서 후보란에 스키라고 쓰고 있었다. 기획서라고 해도, 이번은 유키노시타가 흥미가 없기 때문에 「합숙! ☆한 곳」 이라는 머리가 비어보이는 히라가나 타이틀의 가하마식이다.

 

※ ☆きかくしょ : 별(star)과의 발음 유사성을 이용한 すてきかくしょ(멋진 곳) 같네요.

 

 

  이제 보통 여행이라도 적어 놔... 라고 할랬더니 유키노시타의 말이 그것을 차단했다.

 

 

「...미안해요, 잠깐 전화 받고 와요.」

 

 

  그렇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실 구석으로 이동한다. 일단 교내에서는 통화 금지니까, 쓰는 녀석도 있긴 하지만, 과연 복도에서 교사한테 발견되면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유키노시타가 전화라니 드물다. 그보다, 그 녀석의 핸드폰이라든가 본 적 없었는데, 있는지도 수상쩍지만, 유이가하마가 연락할 수 있는 이상, 있겠지. 그런 의미로는 귀중한 광경이다. 별로 기쁘지도 않지만.

 

 

「유키농이 전화라니, 드무네」

 

 

  유이가하마도 같은 감상인 것 같고, 약간 신경 쓰이는지 곁눈질로 힐끔힐끔하며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유키농은 확실히, 볼 일 없을 때는 껐던 거 같은데...」

 

 

  그게 뭐야, 핸드폰 의미 있는 거냐? 아무튼 그 녀석 우등생(웃음)이고, 그런 부분에서 빈틈없이 해 두고 싶은 폴리시라도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핸드폰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착신이력 거의 코마치니까! 집에 가서 해도 좋은 일이기라도 하면, 코마치의 마음씀씀이에 울 것 같다. 그렇게 애써서 수신이력 채워 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그럼 전원 끄기를 잊었으려나. 혹은, 뭔가 전화 올 일이 있기라도 한가?

 

  한편 그 유키노시타는,

 

 

「...그러니까, 내게 묻지 말아주겠어?」

 

「..........무서워」

 

 

  왠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예, 언제나 그렇겠지. 그러면 이번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그래, 내버려 두면 가까운 시일 내로 돌아가요.」

 

 

  말이 가시 돋친 건 평소에도 그렇지만, 그 말의 마디마다, 불쾌함이 사이사이로 보인다. 유키노시타의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온 나니까 그 미묘한 뉘앙스를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뭐야 그 쓸데 없는 스킬.

 

 

「...........」

 

 

  유이가하마도 분위기를 감지한 것 같고,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유키노시타에게 향했다.

 

 

「...뭐?, 대리? ...잠깐 기다려주세요, 아직 시간은 있겠지요? ...예, 그래요. 그 때까지는 그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어?」

 

 

  ...아무튼, 타인의 전화를 몰래 엿듣는 것도 취미가 나쁘겠지. 나는 책상에 놓아둔 문고본을 다시 손에 든다. 나도 별로, 분위기도 모르는 게 아니야. 파악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대체로 파악하지 않는 거다, 이거 중요.

 

  ...그렇다 쳐도,「돌아간다」에, 유키노시타가 「대리」라... 뭔가, 짐작 갈만한 게 있군.

 

 

「이, 있잖아 힛키, 힛키는 어딘가 가고 싶은 데 있어?」

 

「앙?」

 

 

  유이가하마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기획서 만들기를 재개하는 것 같다.

 

 

「그렇군... 가이힌 마쿠하리에서 도보 수 십분 정도인, 귀여운 여동생과 고양이가 있는 히키가야 씨 집일까」

 

「돌아가고 싶은 거야!?」

 

 

  그거야 그렇다. 일 년 전까지는 바로 귀가가 안정행동이었으니까.

 

 

「어라? 그래두, 그렇다는 건 힛키 집에서 합숙해도 된다는 말이지?」

 

「무슨 말이냐 넌. 난 자신이 지금 가고 싶은 곳을 솔직히 전했을 뿐이라고」

 

 

  집까지 쑥쑥 오는 날에는, 평온한 장소가 어디에도 없게 되잖아. 좀 봐주세요.

 

 

「으-... 합숙 얘기라구! 힛키도 가는 거니까」

 

「나? 안 가요?」

 

「아무렇지두 않게 거부당했다! 에~, 좋잖아 가자-」

 

「봐, 나는 겨울 방학 저거니까, 봐 저거」

 

 

  나는 평소의 중요한 볼 일「저것」을 인용해서 저항한다.

 

 

「암튼 확실히, 남자 힛키뿐이면 불쌍하구... 사이 짱이라도 부를까?」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겠나.」

 

 

  유이가하마, 내 취급에 익숙해진 것 같군. 방심하면 안 돼.

 

  그리고,

 

 

「...예,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 전달해 주세요. ...별로, 화난 건 아니에요, 그럼」

 

 

유키노시타는 전화가 끝난 것 같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까 전까지의 험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평소의 태연한 얼굴로 앉는다.

 

 

「그래서? 합숙 얘기는 진행됐니?」

 

「유키농, 힛키가 안 간다구 억지 부리는데」

 

「어머... 히키가야 군, 오는 거야?」

 

「잠깐, 유키농!?」

 

「...너희들, 전혀 의사소통 못하잖아」

 

 

  이 녀석은 기분이 나빠도 좋아도, 내게는 상냥하지 않다. 약간만 더라도 좋으니까 친절하게 대해 줬으면 한다. 아무튼 친절하게 해 줘도 아무 보답도 못하지만.

 

  그런 식으로 합숙...이라고 할까 단순한 여행으로 랭크 다운한... 것에 대해 서로 얘기하던 도중, 봉사부실 문이 드르르 열렸다.

 

 

「근데, 어라? 히라츠카 선생님?」

 

「선생님, 노크를... 저기, 괜찮습니까?」

 

 

  나타난 사람은, 봉사부 고문이자 독신, 성씨가 바뀔 기미를 전혀 안 보이는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그것 치고는 평소의 무사 같은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유키노시타가 걱정할 정도다, 보기에도 축 처져 보인다. 뒷 일 생각 안하고 지른 뒤에 청구서가 돌아왔을까.

 

 

「아아, 노크 안했군. 미안하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에게 솔직하게 사과할 정도로 피곤한 것 같다. 유키노시타도 많이 놀랐다.

 

 

「히라츠카 선생님... 무슨 일입니까?」

 

「...아아, 약간 지쳤을 뿐이다. 미안한데, 이 녀석을 상대해 줄 수 없을까」

 

「...이 녀석?」

 

 

  그렇게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에서 짠하고 얼굴을 내민 사람은,

 

 

「햣하로~ 유키노 짱하고 히키가야 군! 그리고 가하마 짱! 선물 가져왔어-!」

 

 

  목에「졸업생」이라 쓰인 카드를 단, 하루노 씨였다.

 

 

「이게 유키노 짱 거고, 이건 히키가야 군한테. 가하마 짱은... 미안, 까먹었어!」

 

「언니」

 

「농담이라니까. 네, 이거」

 

 

  하루노 씨는 예의 작은 트렁크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 우리들 세 명 앞에 각각 두었다.

 

  색깔 별로 나눈 것을 보아하니, 일단 내용물은 다르겠지. 아무튼, 그래서 어떻다는 건 아니지만. 선물을 부탁하지도 않았고.

 

  추가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당초의 피로한 얼굴인 채 터벅터벅 떠나갔다. 마치 혼활파티 도중에 내쫓긴 듯한 얼굴이다. 우와, 리얼.

 

  가라사대,

 

 

『이 녀석은 진짜 어포인트먼트도 없이 갑자기 와서 말이야... 하아, 이 쪽은 숙취랬는데 지껄여지껄여...』

 

 

  벌써 방과 후인데 숙취라니 어제 얼마나 마신 거예요. 계획성이 없다고 할까... 그렇게 일요일이 우울했습니까. 이래서야 사회인이 되면 나 같은 나이브 군은 일주일도 못 가겠네요... 건강 사정상, 일하는 건 포기. 정말로 유감스럽다.

 

  우리 소부고는 그 개방성이 이유인지, 졸업생이 훌쩍 들르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그 중에는 너무 편해서 눌러 앉는 녀석도 나올 정도다. 소스는 모 유도부.

 

  하루노 씨도 문화제 왔었고, 아직도 여기에는 이따금 놀러 오려나. 히라츠카 선생님과도 사이 좋은 것 같고, 선생님이 결혼... 아니다, 전근할 때까지는 관계도 끊어지지 않으려나. 근데 그러면, 결혼이 먼저일지 전근이 먼저일지... 어렵습니다.

 

 

「자~자~ 열어 봐」

 

「언니, 그런 게 아니라...」

 

「좋으니까, 안 열어 주면 얘기 안 들어줄 거예요?」

 

 

  하루노 씨 등장으로, 부실 분위기는 단번에 하루노 씨 주도로 옮겨 간다. 여전히 강탈 스킬이 끝내준다. 유키노시타도 한숨을 내쉴 뿐이다.

 

  유키노시타의 아름다운 손가락이, 봉투 입구를 묶은 리본을 천천히 풀고... 아니, 별로 그냥 보고 있었다니까, 손가락 페티이라든가 아니라고. 뭐가 나올까- 말한 게 신경 쓰였을 뿐. 뭐라 하면 될지...그...추잡스런 얘기입니다만...후후.

 

  리본을 다 풀어낸 유키노시타가 봉투 안에 든 물건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거기서 유키노시타는 동작을 멈췄다.

 

 

「이, 이건...!」

 

 

  어, 뭐야 그 리액션. 유키노시타한테는 드문, 말꼬리에 「 ! 」가 붙을 정도의 감탄.

 

  유이가하마도 신경 쓰이는 것 같고, 허겁지겁 자신의 봉투에 매달린다. 이 녀석 완전히 분위기 탔구만...

 

 

「후후후... 그래요 유키노 짱. 유키노 짱이 정말 좋아하는, 디스티니 랜드의 인기인...」

 

「판 씨...」

 

 

  거기에서 나온 건, 앙증스러운 눈초리가 나쁜 팬더... 판 씨 키홀더였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다. 대나무 대신, 뭔가 이상한 식물 들었고.

 

 

「게다가... 이건 현 내 디스티니 샵 외에는 팔지 않는 고토우치 판 씨...」

 

「오, 한순간에 깨닫다니 과연 대단하네-유키노 짱. 그래그래, 그거 손에 넣느라 힘냈어. 언니가」

 

 

  고토우치 판 씨라니 뭐야. 디스티니 랜드가 그런 지역 밀착형 장사에 손댔었나... 키티 짱이 아니니까. 짜가는 아닌가, 이거?

 

  다만 유키노시타가 이정도로 달려들어 무는 이상은, 제대로 된 공인이겠군...

 

 

「어, 언니치고는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닐까...?」

 

 

  유키노시타는 분한 듯 하면서도 판 씨를 잡은 손을 떼지 않는다. 언니에 대한 적의와 판 씨를 향한 애정이 갈등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상관없나.

 

 

「우와- 내 것도 귀여워! 하루노 언니 고마워요!」

 

 

  유이가하마의 것도 판 씨인 듯하다. 아무래도 다른 버전인 것 같고, 판 씨는 대나무 대신 칼을 들었다. 뒤숭숭하군 어이. 그리고 하루노 씨 어디 갔다 왔습니까.

 

 

「자~자~, 히키가야 군도 열어봐 열어봐」

 

「아니... 전, 프레젠트는 집에 돌아간 뒤에 여는 취향이라. 두근두근함을 즐기고 싶다고 할까」

 

 

  애초부터 프레젠트 같은 건 거의 받은 적 없었으니까, 어느 타이밍에 열면 좋을지 모른다. 혹시 이대로 안 열고 방치해 두는 선택지도 있으려나- 생각할 정도다. 아마 유키노시타 정도가 슬쩍슬쩍 해 줄 거다. 그 녀석의 판 씨를 향한 사랑이 준법정신을 이기면 그렇겠지만.

 

 

「그런 말 하지 말고. 여・기・서, 열어줬으면 하는데~」

 

 

  하루노 씨가 슥 가까워져, 눈을 치켜 뜨며 부탁한다. 눈이 자동으로 하루노 씨의 반짝반짝한 눈과, 그리고 약간 굽은 자세가 된 탓에 보이는 앞가슴에 유혹되어 버렸으므로, 당황해서 매뉴얼로 바꿔서 궤도수정했다. 위험해, 사고 날 뻔했다.

 

 

「아무튼, 별로 상관 없습니다만... 와- 엄청 귀엽구나-」

 

「좋은 국어책읽기네 히키가야 군은」

 

 

  내 것도, 열어 보면 역시 판 씨였다.

 

  역시 정체불명의 식물을 들었다... 근데 이거, 유키노시타 것과 같잖아.

 

  슬쩍 하루노 씨를 보자, 하루노 씨는 윙크를 돌려준다. 저건 진심이었나. 유키노시타가 아니라 유이가하마가 너무 불쌍하다. 아직 눈치 못 챈 것 같은데... 바꿔 줄까.

 

  그나저나, 애초에 이런 거 받아도 난처한데... 버려도 상관 없지만, 지금 유키노시타 앞에서 그런 소행에 이르면 마지막에, 확실히 베인다.

 

  뭐, 집에 돌아가고 나서 코마치한테라도 주자.

 

 

「그런데 언니, 선물들은 열었지만... 할 말은 끝이 아니에요.」

 

「어, 속일 수 없었나-」

 

 

  데헷, 하며 연분홍색의 예쁜 혀를 내미는 하루노 씨. 못된 장난을 들킨 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다.

 

  반면, 유키노시타는 늠름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단지 손만이, 허겁지겁 판 씨 키홀더를 가방에 넣고 있었다... 물건에 얽매일 생각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뇌물을 돌려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외도.

 

 

「언니, 지금의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여행?」

 

「평소처럼,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고 갑자기?」

 

「어라, 안 말했었나?」

 

「...아무도 듣지 못했던 것 같은데」

 

 

  하루노 씨는 힐끔 내 쪽을 본다...아니, 봐도 곤란해.

 

  물론 나는 토요일에 하루노 씨와 우연히 만난 일을 누구한테도 말하지는 않았다. 만약을 위해서지만, 말할 상대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 말이 유키노시타 귀에 들어가면, 이 녀석이 기분 나빠할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구태여 지뢰를 밟지는 않는다. 아무튼 밟을 생각이 없어도 제법 밟지만. 마인스위퍼는 꽤 자신 있지만 말이야. 게임과 현실을 헷갈려서는 안 됩니다.

 

 

「언니가 어디에 가는 것은 마음대로지만... 내일 용무가 있겠지? 찾는 것 같아요.」

 

「아아, 맞다. 아버지한테 전화 왔어?」

 

 

  과연, 아까 전의 통화 상대는 유키노시타의 부친인가.

 

  하지만, 상당히 일부러 같은 리액션이군. 유키노시타를 능가하는 완벽 초인인 하루노 씨가 스케줄을 잊고 돌아다닌다다니 말도 안 된다. 스케줄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나와는 이유가 다르다.. 이따금 예정이 들어가거나 하면, 그 날의 전날 정도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걸. 기특하구나 나.

 

 

「상당히 어수선한 것 같아요, 내가 대리로 내세워질 뻔할 정도로」

 

「그래? 그럼 나 안 가도 되지?」

 

「그럴 리가 없겠지...」

 

 

  유키노시타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며 한숨을 쉰다. 언니에게 좌지우지되면, 익숙해진 여동생이라도 그 나름대로 지치는 것 같다. 나도 코마치한테는 가능한 한 폐를 끼치지 않게 마음가짐을...뭐 그래도, 코마치는 성가시게 해도 기뻐하는 면도 있고.. 적당히, 나한테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그렇다는 건 평소대로 해도 괜찮다는 건가?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즐기듯이 당분간 보고 나서, 좋아라고 하며 트렁크를 손에 들었다.

 

 

「...그럼 급한 대로 돌아갈까. 약간 걱정시킨 것 같고」

 

 

  봉사부에 안심했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괴수의 습격을 면한 듯한 기분.

 

  그 틈을 찌르듯이,

 

 

「아아, 추가로 유키노 짱」

 

 

떠날 때,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를 부른다.

 

 

「...무슨 일인데?」

 

「아니, 겨울 방학에는 집에 돌아올까 – 해서」

 

 

  유키노시타는 잠시 동안 하루노 씨를 쏘아보듯이 노려본다. 하루노 씨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 다시, 긴장감 같은 것이 부실 안에 팽팽해진다.

 

 

「...글쎄,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어요.」 

 

「그래? ...아무튼 연말연시만이라도 돌아와. 나... 모두들도, 가끔 씩은 유키노 짱하고 만나고 싶으니까」

 

 

  그럼 기분이 내키면 연락해주세요, 히키가야 군도 가하마 짱도, 또 보자.

 

  그런 말을 남기고, 드르륵 문을 열며 하루노 씨는 떠났다.

 

  그 모습을 배웅하며,

 

 

「...정말로, 언니는 언제나...」

 

 

  유키노시타의 한숨 섞인 말이, 툭하고 부실에 울려 퍼졌다.

 

 

 

 

 

「오빠~, 여기 모르겠는데」

 

 

  코마치가 문제집 페이지를 펼치고 내게 보인다.

 

  부엌에서 그것을 힐끗 보고, 나는 수중의 감자에 다시 눈을 돌리며 한마디,

 

 

「음-... 수학인가, 패스군. 스스로 생각해라」

 

「중학 수학이야 오빠...」

 

 

  그런 말 마, 코마치. 이게 사랑 있는 교육이라는 것을 왜 눈치 못 채?

 

  자립심을 기른다는 것도 훌륭한 교육의 목적이다. 네가 할 말이냐는 하늘의 소리가 들린 기분도 들지만, 여동생의 자립심이라면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는 자신이 내게는 있다, 사랑으로. 이 기회에, 나를 기를 수 있을 정도까지 자립해 주면 더욱 기쁘다.

 

  동아리가 끝나고 그 뒤 바로 귀가한 나는, 코마치를 공부시키기 위해, 오랜만에 부엌에 섰다. 겨울 느낌이 강해져, 중고생 모두 수험이 마침내 리얼해지는 시기다. 아무튼, 대체로 새삼스럽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부엌에서 묵묵히 감자를 벗기면 마음이 안정되는 건 왜 그럴까. 마치 오랫동안 지낸 친구 같이 딱 들어맞는다. 아니, 친구 없으니까 그 감각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게 전업 주부는 천직이라는 말이군.

 

  내게 거절당한 뒤에도, 코마치는 잠시 동안 그 문제집을 노려보다가, 곧 체념한 듯, 샤프 펜을 휙 내던지고 문제집에 붙어있던 해설지를 꺼냈다. 미련 없다고 할까 인내심 없다고 할까... 어느 쪽도 시험에는 필요하니까, 평가하기 어렵다.

 

  코마치는 해설을 제대로 읽는지 아닌지, 손에 든 빨강 펜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살짝 중얼거린다.

 

 

「여행인가... 코마치도 가고 싶은데」

 

「수험 끝나고 나서 해 주세요.」

 

「에~, 이런 건 기분 전환이 중요해 오빠」

 

「기분 전환을 빼먹는 이유로 꺼내면 위험한 징조라고, 예비학교 강사가 말했었다고」

 

 

  시험 전이라든가에 방 청소를 시작하는 저런 거지. 안 그래도 시간 없는 중에 청소 같은 걸 하니까, 효율이 올랐다고는 해도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해져서 결국 본말전도를 맞이한다는 결말이 반드시 따라온다. 소스는 나를 포함한 전국의 학생 제군.

 

  아~ 듣고 싶지 않아~하고 불평하며, 코마치는 테이블 옆에 놓여 있던 하루노 씨의 선물로 손을 뻗는다.

 

 

「그래도 하루노 언니도 여동생 생각 많이 하네-, 유키노 언니한테 이런 귀여운 걸 사오는 걸. 오빠도 본받기를 바라는 바예요.」

 

「바보냐 너, 나도 매일 너한테 오빠로서 애정을 따라주잖아.」

 

 

주로 치바 사랑. 치바의 잡학에 능통해진 건 내 덕분이겠지. 코마치는 내가 길렀다.

 

 

「싫어, 그런 거 받아도...뭐, 오빠한테는 재력도 생활능력도 없고, 처음부터 별로 기대는 안 했으니까 안심해!」

 

 

  역시 돈인가... 싫은 세상이 되어 버렸군. 추가로 때에 따라서는 코마치가 부자라는 게 우리 집의 불가사의. 연공서열이 아닌 것 같군, 여기는. 과연 일본의 최첨단을 계승한 면이 있다.

 

 

「뭐어 그래도, 그건 겸사겸사 그런게 아닐까, 아마」

 

 

  코마치가 묭묭하고 만지작거리는 고토우치 판 씨를 바라보며 말한다.

 

  여행이 취미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 상태라면 여동생에게 연락이 간 것도 예상했던 것 같고, 비위맞추기 위해 사 왔다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 효과는 발군이었지만, 문제는 유키노시타가 의외로 탐욕적이었던 점일까.

 

 

「근데 오빠... 이 판 씨, 혹시 어쩌면, 유키노 언니 거하고 같지 않았어?」

 

「...뭐? 무슨 말이야 갑자기」

 

「그 얼굴, 빙고네?」

 

「아니, 그게...」

 

 

  너도 저거냐?, 에스퍼 류냐? 혹은 내가 사토라레라는 설도 부상할 기세.

 

  ※ 사토라레 : 모든 사고가 사념파의 형태로 주위에 전파되어 버리는 증상을 나타내는 가공의 병명.

 

 

「후후후, 코마치는 오빠 얼굴 질릴 정도로 봤으니까 그래. 그 정도는 훤히 보여요.」

 

「질리게 봤다니 미묘하게 상처받으니까 그만둬」

 

 

권태기 커플인가요. 아,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기쁘다.

 

 

「그래도 맞춤이라... 즉, 하루노 언니의 허가도 받았다는 말이네. 오빠, 드디어 됐어!」

 

「뭔데...」

 

 

지긋지긋해 하면서 질문에 답한다. 이 녀석이 말하고 싶은 것도 대체로 싫증나게 들었으니까, 안다.

 

 

「자, 앞으로 한 달 쯤 뒤에 크리스마스야! 이 때가 승부시점이라고 코마치는 생각합니다!」

 

「어떤 경기라도, 이길 생각 없다고...」

 

 

  오기가 있으니까, 그 애.

 

 

「그런 의미가 아니라니까! 정말,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 있는 거, 금지할 테니까!」

 

「어, 자택 추방 됐어? 나 도로에 헤매버려요?」

 

「왜 어딘가 놀러 가기를 못 떠올려? 오빠는... 자, 유키노 언니의 맨션이라도, 유이 언니 집이라도 어디라도 초대받으면 되잖아! 뭣하면 히라츠카 선생님하고 디너라든가도 상관없으니까!」

 

 

  뭣하면이라니... 히라츠카 선생님의 취급이 너무 엉성해 눈물난다.

 

 

「아, 그래도 그 날 안에는 돌아와야 해? 아침에 돌아오는 건 오빠한테는 아직 빠르다고 할까... 코마치도, 오빠하고 같이, 크리스마스 축하하고 싶으니까」

 

「.............」

 

「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 바보같은 말 말고, 입 다물고 공부해」

 

「무으-... 네-에」

 

 

  다시, 눈앞의 요리에 집중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클래스의 주부라면 벌써 자동인형처럼 손이 움직이니까. 속 재료를 다 자르고 냄비에 넣어, 확실히 볶는다. 다시다를 적당량, 간장이나 미림이든가로 간을 맞추고, 앞으로는 뚜껑을 닫고 잠시 동안 기다린다. 극히 일반적인 소고기 감자조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미림의 위대함은 비정상적이다. 달고 짠 일본식 요리라면 어디라도 넣을 수 있으니까.

 

  하나 더 만들까 하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적당히 재료를 꺼낸다.

 

  코마치는 들은 대로 묵묵히 공부하고 있었다. 때때로 응하고 골똘히 생각하거나 종종 노트 구석에 쓰거나. 귀엽구나... 그 약삭빠름이 없다면.

 

  부글부글하고 냄비에서 익는 소리가 난다. 사삭 샤프펜슬이 미끄러지는 소리도.

 

  이 침묵이, 나는 싫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알고, 굳이 아무 말도 안 해도, 서로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공간이, 솔직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좋아 오빠 결정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올해 크리스마스도 오빠, 코마치하고 같이 집에 있을거니까! 지금 하치만적으로 포인트 높아.

 

  아무튼 치바의 남매는 사이좋게 둘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만 하는 숙명이 있으니까, 하는 수 없다.

 

  내가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스파라에 돼지 삼겹살을 넣자, 코마치가 일어서서 이 쪽으로 걸어왔다.

 

 

「일단락되기도 했고, 코마치도 도울게.」

 

「됐으니까 공부해, 이제 조금이면 되고」

 

「이런 것도 기분전환이야」

 

「너. 너무 기분전환 하잖아...」

 

 

  코마치는 내 잔소리를 스루해, 싱크대에서 손을 씻기 시작한다.

 

  ...정말로, 오빠 마음을 모른다는 건 맞는 말이다. 틀린가? 아무튼 상관없잖아.

 

  ......그럼, 언니 마음을 모른다, 는 건 어떠려나.

 

  테이블에 내던져진 판 씨를 보며 문득 생각한다.

 

  아무튼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그 총명한 여동생도 모를 테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 같은 타인이 알 리도 없겠지만.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의, 하루노 씨를 떠올린다.

 

  집의 용무를 내팽개치듯이, 훌쩍 여행을 떠난 그녀의 얼굴.

 

  그 태양 같은 미소는, 혹시 약간은,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도 모른다.

 

  ...아니,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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