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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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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입니다. 하치만 팬 여러분, 겨우 이 장부터 하치만의 턴이에요! (있는 건가 그런 녀석)

11/8에 3페이지 갱신. 글자 수 관계로, 전편으로 합니다. 이건, 회사 일정으로 11/19에는 늦을 것 같아...(땀)

 

3페이지...갑작스럽지만 퀴즈, 3페이지의 어디엔가, 유키농의 하치만을 향한 데레를 볼 수 있어요! 어디일까요? ...이건, 하치하루입니다. (속삭임)

 

그러고 보니 루키 80위라고 합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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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누구나가,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히키가야 하치만은.

 

 

「...후훗」

 

「........」

 

 

내가 준비한―――혹은, 준비되어 있었는지도 모를―――대답을 한 뒤, 하루노 씨는 잠시 뒤부터, 웃음을 흘린다. 우스꽝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듯한, 흐린 웃음.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됐는지 아하하, 하고 소리 높여 웃기 시작했다.

 

 

「정말~ 히키가야 군, 역시 상상력이 풍부하네-. 하필이면 결혼이라니...나 아직 대학생인데! 난처하네, 성인이 갓 된 여자애한테 혼담 얘기를 하는 것도」

 

「...........」

 

「대충 이래... 하야토가 말했던 거야? 그런 식으로」

 

 

하루노 씨는 어느 샌가 웃음을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신과 같이, 쓴 웃음을 짓는다.

 

 

「하아... 거기까지 말해버렸네. 비밀을 지킬 의무는 어디로 간 걸까...뭐, 하야토는 아직 변호사도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하야토한테서 거기까지 꺼내다니 꽤 신뢰받고 있는 걸까나?」

 

「...신뢰 같은 게 아니에요.」

 

 

그렇게 고상한듯한 건, 결코 아니다. 그 녀석은 나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다.

내가, 그랬듯이.

 

 

「...그래서, 이건 정답입니까?」

 

 

이런 볼품없어서, 믿기 어려운 듯한 가설이.

 

 

「정답과 오답으로 딱 떨어지는 것이라니, 허튼 생각은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내 질문에 그렇게 신랄하게 반격하면서, 하루노 씨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렇지만 뭐, 대체로 정답, 일까나. 그래, 그런 어마어마한 건 아니야. 결혼이라는 것보다는,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 라는 정도일지도 모르는데.」

 

「...그거, 뭐가 다릅니까?」

 

「전혀 달라요. 적어도 졸업까지는 보통으로 대학 다니게 해 주는 것이고...아무튼, 내년부터 약간 바빠질 것 같지만.」

 

「...........」

 

 

약간 바빠질 것 같, 은가. 원래 다방면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을듯한 하루노 씨다. 약간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아마, 그 나름대로 바쁘겠지... 혹시, 여유가 있는 동안에, 관계가 희미해질 곳에 인사 방문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모교라든지. 그것만이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라, 어째서 히키가야 군이 그런 곤란한 표정 짓는 거야? 나는, 별로 그 정도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

 

「아무튼 곤란한 표정 짓고 있는 사람이 곤란한 일을 생각하고 있을지 어떨지는 별개지만요.」

 

「...그거, 곤란한 표정 짓고 있는 사람 앞에서 할 말이 아니에요.」

 

 

거기에, 그다지 난 그런 표정 짓고 있을 작정은 아닌데...

내 모습을 보고, 하루노 씨는 후후, 하며 미소 짓는다.

 

 

「나와 유키노 짱의 집이라는 건, 이른바 여계 가족...이니까 지금도 어머니가 제일 강한데. 어머니 때도 그랬던 것 같다지만, 현지의 높은 분의 집에서 사위를 데려 오는 것. 그렇게 집의 지반을 굳혀 왔다고...하니까, 머지않아 이런 일이 되는 건 알고 있기도 했고」

 

 

하루노 씨는, 아무 느낌도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거기에, 난 운이 좋은 편 같고 말이야. 상대 편, 아직 만났던 적은 없지만 꽤 좋은 사람 같고. 얼굴도, 성격도네...응, 파트너로서는 더할 나위 없을까」

 

 

아무 느낌도 없다는 식으로... 남 일처럼, 자신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듯이.

 

 

「아직 만난 적도 없는데, 그렇습니까.」

 

「머지않아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 혹시 벌써 파티 같은 데서 대면했을지도 모르기도 하고. 적당히 서로 이야기해서...적당히 어울려 줘요.」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면 진지해져버릴지도, 하고 하루노 씨는 웃는다.

...아마, 하루노 씨라면 가능하겠지. 솜씨 좋게 해낼 것이다. 미소 지은 채로 적당히 대화를 맞추는 것도, 적당히 교제하는 것도...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도. 나도 별로, 만나는 방법이 어떻든가로 트집 잡을 생각은 없다. 그렇게 말하면, 맞선도 부정해 버린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도망칠 마지막 장소가, 없어져 버리니까.

...아니, 그거 상관없잖아... 사고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빗나갔다.

 

 

「그러니까, 어머니가...집이 결정한 것이라고 해서, 거기에 불만은 없어. 불만을 할 입장도 아니기도 하고」

 

 

하루노 씨의 얼굴은, 하루노 씨의 음색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게는 안 보인다. 뭐라고 할까, 결론짓고 있다고 할까. 실로 태연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유감이 있다고 하면」

 

 

그 표정이, 음색이 문득, 아주 조금만, 그늘진다... 그런 하루노 씨조차도 품는, 유감.

 

 

「유키노 짱에 대해서, 야」

 

「.............」

 

「그런데, 나에 관한 건 이걸로 끝. 그 밖에 히키가야 군한테 말할 것도 없기도 하고」

 

 

그러니까, 지금부터가 주제다.

하루노 씨는, 내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저기.... 그 전에 말입니다만, 유키노시타 씨.」

 

「왜?」

 

「이 선물... 어딘가에 내려도 괜찮겠죠.」

 

「...아아」

 

 

아까 전부터 손이 부들부들 하고 있습니다만...무겁고, 밸런스가 나쁘고. 말하고 보면 소설로 치면 1절 양 정도, 나는 이 선물 산의 중량감에 참으면서 하루노 씨와 대화를 계속해 왔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한 번 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슬프게도, 어느 정도, 라고 할까 상당히 얼간이였다.

하루노 씨는 슬쩍 로터리 구석의 벤치를 바라보고는,

 

 

「미안미안, 그럼 저기 벤치에라도 둬?」

 

「하아, 그럼 그렇게」

 

「그리고 이거, 가져가기 쉽게 봉투 준비되어 있었는데」

 

「...왜 그걸 빨리 꺼내지 않았어...」

 

 

내 노고는 대체 뭔가요. 그런 플레이 바라지 않았는데.

한숨을 내쉬면서 우리들은 벤치로 이동해서 짐들 두고,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나란히 앉아 버렸다. 짐을 사이에 두고 앉았으면 좋았다...라고 할까 앉지 않았으면 좋았어! 분위기에 흘러서 보통으로 앉아버렸다고...아까 전 이상으로, 하루노 씨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후후...그럼 이야기를 계속해볼까」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유도된 건 아닐까. 나를 보다...확실히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하루노 씨 가라사대, 여기부터가 주제...인 것 같으니까.

내 동요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하루노 씨는 선수를 치듯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히키가야 군이 아까 전 말한 그대로야...나는, 히키가야 군한테 유키노 짱을 맡기고 싶어. 히키가야 군이라면, 유키노 짱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어때?」

 

「어때라니...그러니까, 저는 그럴 생각이...」

 

 

내가 말한 대로라니...거기 강조할 필요 있는 걸까. 역시라고 할까, 말하게 되고 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다시 문제가 되어 온다.

 

 

「그런데도에요. 거기에, 『그런 생각』이라면 있다고, 난 생각하고 있는데」

 

「...........」

 

「뭐, 하는 방식이 약간 조잡하다고 한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요. 유키노 짱한테도 걱정 끼치고, 거기는 조금씩이라도 고쳐 줬으면 하는데」

 

 

하루노 씨는, 조금만, 나와의 거리를 좁힌다. 나도 조금만, 옆으로 벗어난다. 다시 벌어지는 서로의 거리. 하루노 씨가 좁히고 내가 도망친다. 이미, 안정 구도라고 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별로」

 

「응?」

 

「별로, 그런데 원래부터... 그런 역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유키노시타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 녀석은 보통내기가 아니니까.」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사람의 도움이라는 걸 싫어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 무슨 일도 혼자서 다 해내 온, 그녀. 하루노 씨가 해 왔던 일은, 유키노시타의 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가령, 실제 유키노시타를 도와 준 것이라고 해도.

하지만, 하루노 씨는 내 의견을 이렇다 할 것도 없이 잘라내 버린다.

 

 

「유키노 짱의 기분은 몰라요. 마음대로 내가 하고 있을 뿐이니까.」

 

 

그건 태도를 바꿔 대담하게 나오는 것과도 다르다. 역시, 결론짓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는 어조였다. 유키노시타에게 거절 받는 것 따위,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는걸...그리고,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히키가야 군한테 이렇게 해서 부탁하고 있잖아.」

 

「...단순한 자기만족입니까」

 

 

그런 일에, 나를 말려들게 하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이 기분은 히키가야 군도 알지 않을까나.」

 

「하? ...뭐가」

 

「그건, 자」

 

 

다시 한 번, 슥 하고. 하루노 씨는 내게 접근한다. 내 퍼스널 스페이스를, 주저 없이 계속 침범한다. 나는 한 층 더 벗어나려고 생각했지만 짐이 방해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하루노 씨의 마안에 노출되어, 거기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게 봐...유키노 짱, 아름답잖아?」

 

「...아름다워?」

 

「물론 외모에 대한 게 아니에요. 그거야 외모도 아름답지만. 그런 게 아니라... 유키노 짱 그 자체가」

 

「...그 녀석의 입이 험한 거에는, 두 손 들고 있지만요.」

 

「정말, 귀엽지도 않은 말을 하네.」

 

 

내 농담을, 하루노 씨는 일축한다.

 

 

「히키가야 군 같은 애라면, 유키노 짱한테 동경했던 적이 있겠죠? ...없단 말은 하게 하지 않아요.」

 

「...........」

 

「동경해서, 가까워지고 싶어서, 손을 뻗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어?」

 

「.............」

 

「상냥해서, 올곧아서, 그리고...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고고해서」

 

「............」

 

 

...유키노시타 유키노. 얼어붙을 듯한 푸른 불길과도 같이 아름답고, 슬픔까지 어린 덧없는 소녀.

아름답다, 라는 말은 꾸밈없는 간소한 말이었지만,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일면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듯 하게도 생각됐다. 날카로운 칼날처럼, 불과 약간의 날이 빠지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계속 올곧은 의지를 관철하는 듯한 그 모습은 확실히, 아름답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보면, 그 애를 단번에 좋아하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가하마 짱은,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유키노시타를, 주저 없이 좋아한다고 외쳤던 유이가하마 유이. 유키노시타를 사랑스럽다고조차 평가하는 그 센스는 나한테는 이해되지 않지만...사람을 접근하지 않게 하는 유키노시타의 옆에, 아직도 친구로서 아마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따라갈 수 있는 그녀.

 

 

「그렇지만...모두가 전부 그렇진 않아. 모두가 전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인정할 수가 있는 게 아니야.」

 

 

―――아름다운 건, 깨뜨리고 싶어지겠죠?

 

 

「...............」

 

 

상냥한 것이 상냥하게 여겨질 이유는 없다. 바른 것이 바르다고 인정된다고는 할 수 없다.

 

 

―――세계가 상냥하지 않고 바르지 않으니까. 분명 살기 괴롭겠지.

 

그건,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이었나.

 

 

「그리고...아름다운 건, 망가지기 쉬워. 아름답게 존재하는 건 정말로 무력해. 아무리 아름다운 이상을 내걸어도, 그런 건 하찮아. 잔혹한 현실에 접하면, 그것만으로 무너져서 흩어져 버려, 변해 버려...약하니까」

 

 

겉치레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부정해도 좋을 일일까. 단념해도 좋은 것일까. 그 말 자체가, 아름다운 존재가 있을 장소를 빼앗고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때도 유키노 짱은 망가질 것 같았어. 문화제 때도, 조금만 더 하면 접혀 버릴 것 같았어. 계기를 만든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솔직한 심정으로는, 아직 이렇게 무르다니 정신이 까무라칠 정도로」

 

 

쿡, 하며 그녀는 웃는다. 자조하듯이. 자신의 계산착오를 비웃듯이.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모든 의미로의 한 조각의 미소도 띄우지 않고,

 

 

「나는 그걸 용납할 수 없어.」

 

 

그렇게, 단언했다.

 

 

「그 약함도 용납할 수 없지만―――약점을 이용해 그걸 깨뜨리려는 것을 용서할 수 없어.」

 

 

그녀의 눈동자 속은... 알 수 없는 혼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유키노 짱을 정~말 좋아해요.

 

 

그렇게 말했을 당시의 눈과, 그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 때보다, 더.

 

 

「그러니까,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 애가 강해질 때까지는. 지키지 않으면, 악의를 배제하지 않으면―――지키고 싶은 건 간단히 사라져 버리니까.」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는―――이상했다. 그 혼이 깃든 눈동자는, 전부를 끌어당기는듯한 마성과 주변을 침식시키는 듯이 흉포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까지 그 일부분 밖에 본 적이 없었던 철의 가면의 내용이...질척질척 흘러넘쳐 나오는 듯한. 질척질척 흘러넘친 그건, 시릴 정도로 차갑고, 가열찬 만큼 뜨겁고...그리고 끈적끈적한, 점성을 띠고 있다.

 

이것이―――여신의 얼굴을 한 웃물의 바닥에 가라앉는, 그녀의 내면. 모든 감정을 뒤섞어서 졸인, 감정의 스프.

 

 

「하야토한테는 무리였어.」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그런 기색이, 나를 휘감아 온다.

 

 

「뭐, 초등학생한테 그런 부탁한 나도 난데―――그래도 아마, 아직도 무리겠지.」

 

 

대부분을 떠안는 하야마는, 버릴 수가 없다. 그, 어중간한 상냥함 때문에.

 

 

「하지만」

 

 

눈치 채자, 그녀의 소리는 내 귓전으로 육박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피할 방도를 모른다.

 

 

「하지만...히키가야 군이라면, 할 수 있어. 변함없는 것의 중요함을, 변하는 것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히키가야 군이라면...변하고 싶어도 변할 수 없는, 당신이라면」

 

 

그녀의 말이, 내 귀로부터 머리로 직접 비집고 들어온다. 기어 오듯이. 휘감기듯이.

 

 

「거기에...나라면 가능해.」

 

 

귀에 닿는, 뜨거운 한숨. 머릿속의 어딘가가, 저려가는 듯한 감각.

 

 

「내가 히키가야 군을, 유키노 짱이 있는 데까지 데려가줄게. 내가 말하는 대로 하면, 유키노 짱의 마음이라도 쥐어 줄게...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의 옆에 있는 한이라면」

 

「............」

 

「.......왜」

 

 

나는, 사고가 흐트러지면서도, 어떻게든 말을 꺼낸다. 거기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되면서도

 

 

「왜, 거기까지」

 

「....왜라니? 그러니까 말했었잖아」

 

 

그녀는 내 요령부득인 질문에,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내 눈이 닿지 않게 돼서 누군가에게 부서질 정도라면...그 애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에 부탁하고 싶어요.」

 

「...........」

 

 

그 말에...나는 마음속 깊이 전율했다. 오싹, 해버렸다.

내가 접한 그 질척질척한 내면에는, 아니다.

그런 감정 덩어리를 토해내면서, 뭔가를 가려잡는 그 의지에 대해서다. 뭔가를 잘라내는, 그 의지에... 말하자면, 그 철저한 결론짓기에.

 

수렁과도 같은 감정을 밀어 헤치듯이,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 감정조차도, 도구처럼 일회용이라고. 잘라내고 선택해, 다음 단계로. 멈춰 설 줄을 모르는, 거듭해서 계속 가동하는 기관처럼.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하는, 본연의 자세.

거기에 두려워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바보 같은...말 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짜내듯이, 그렇게만 돌려준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말하고 싶은 말은, 있었을 테지만. 몸이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다.

그 때 갑자기, 그녀가 숨을 돌리는 것을 깨달았다.

 

 

「...바보 같은 건지 어떤지는, 한 번 더 잘 생각해 보면 좋다고 생각해요.」

 

 

내 귓전에서 하루노 씨의 기색이 옅어져간다.

내가 꾸물꾸물 무시했을 때에는, 그녀는 이미, 나를 보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오늘은, 마감 시간 같으니까」

 

「어...」

 

 

하루노 씨의 시선의 끝은, 로터리의 정거장으로 향해 있었다.

거기에는...이미 수차례 봐서 익숙해진, 검은 하이어가 멈춰 있었다. 거기에서 내린 사람은, 예상대로, 내 마음의 스승...아니, 운전기사 츠즈키 씨였다.

또 이번에도, 어느 샌가 불러낸 것이려나.

 

 

「츠즈키...오늘은 부르지 않았는데」

 

 

어라, 부르지 않았...던 건가?

하루노 씨는 입가를 비틀면서, 츠즈키 씨에게 말한다.

 

 

「있잖아 츠즈키, 당신도 보면 알겠죠? 우리들 지금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어.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어떨까 생각하는데?」

 

 

하루노 씨의 소리는, 닿았을 것이다.

하지만, 츠즈키 씨는 그녀의 빈정거리는 클레임에, 평소대로의 공손한 목례로 돌려줄 뿐이었다. 그녀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의 의견에, 느끼는 바가 없다는 듯이.

그런 츠즈키 씨를 봐도, 하루노 씨는 특별히 표정을 바꾸지는 않았다.

 

 

「...뭐어, 츠즈키도 별로 그럴 작정이 아니겠지만...일이니까 어쩔 수 없을까. 명령 받아서 왔다면요.」

 

「어, 그건...」

 

「아무튼 그런 것. 응, 당해 보면 꽤...아니, 그런 걸까나. 말없이 나온 내가 나쁘고. 오히려 돌아갈 버스라든가 생각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마침 잘됐네. 미안해, 오늘은 직행편이니 태우지 못하려나」

 

 

그렇게 말하며, 내게 짓궂은 장난을 하듯이 미소 짓는다. 나는 거기에, 돌려줄 말이 없었다.

 

 

「츠즈키, 지금 갈 테니까 기다려...그럼 히키가야 군, 프레젠트 제대로 건네 줘. 그리고...언제라도 대답,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서, 하루노 씨는 내게 손을 흔들고 나서, 등을 보이며 걸어 나갔다.

이제 그녀는, 앞으로 밖에 향하지 않겠지. 미련이 남아 떨쳐낼 수 없는 듯한 행동은, 무엇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발걸음도 또한, 미혹이 없다.

 

 

「유키노시타 씨」

 

「......왜?」

 

 

내가 불러도,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잠깐 멈춰 설 뿐이다.

 

 

「왜....그런 방식 밖에 할 수 없습니까.」

 

「.............」

 

 

그녀는 잠시 침묵하고서,

 

 

「....히키가야 군에게만큼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만 말하며, 차에 탑승했다.

그녀를 실은 차는, 소리도 없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속해, 곧바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벤치에 놓인 선물이 담긴 봉투만이 남겨졌다.

 

 

          ×          ×          ×

 

 

「..............」

 

 

부실 문 앞에서, 나는 그곳에 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주초의 방과 후, 봉사부실 앞.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나누면 3개.

하나는, 하루노 씨에게서 건네받은 유이가하마의 선물에 관한 처우다. 일단 가져올 만큼 가져 왔지만, 부실에서 이걸 건네주는 건 꽤 곤란하지 않을까...유키노시타도 있고. 그 앞에서 준다는 건 나와 하루노 씨 사이에 접촉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다지 꺼림칙한 일이 있는 것도 그것을 책망 받을 이유도 없겠지만, 유키노시타의 기분이 나빠지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뭐... 우연히 만나서 그 때 하는 김에 받았다고 잘 둘러댈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좀 더, 상태를 보고 싶다.

 

두 번째는...이것도 또 하루노 씨 관련이다.

...지난 주 금요일, 그녀와 얘기했던 내용을 떠올려 낸다.

유키노시타의 옆에 있어달라고 내게 간절히 부탁해 온 하루노 씨. 그 때는 분위기에 휘말려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지만―――아마, 하루노 씨도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어 냈을까―――이 이틀간 정도에, 잠시 그렇게 생각해 봤다.

 

결론은...물론, 반대다.

봐달라고, 하고 싶다...그런 내 반응이 눈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니까 더더욱, 하루노 씨는 그 장소에서 나를 수긍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으로서는, 꽤나 강제적인 수단으로. 그 장소에 츠즈키 씨가 온 건, 역시 하루노 씨에게 있어서는 계산 밖이었던 일일 것이다.

나와 유키노시타가 사이좋게 옆에 있다는 건...상상도 할 수 없고,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았다. 우선, 내 정신이 버틸 수 없다. 너무 외톨이한테 쓰디쓴 경험을 겪게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독 내성은 있어도, 두 명 이상으로 있는 것에 대한 내구성은 바야흐로 창호지 레벨이니까. 거기에...무엇보다 유키노시타에게도 달갑지 않잖아.

 

...아니, 유키노시타의 폐라든가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 사람은.

이건 철두철미,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에고에서 태어난, 나를 향한 의뢰일 것이다. 무언가를 잘라 내서 뭔가를 선택한 하루노 씨가, 강하게 관철해 온 에고다. 그 사람이 얼마나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성공을 보증한다고 해도...내가 거기에 응할 의리는, 없다.

하루노 씨는 나를 높게 평가해 주고, 내게 메리트가 있는 거래라고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몇 번이라도 말한다, 날 잘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비록 만약에, 그녀에게 들었던 말이 어느 정도 맞고 있다고 해도...그런 건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로, 나는 지금 위치에 서 있으니까. 빠듯하게,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어떤 말을 듣는다고 해도 그 의뢰에 대한 대답은, 노(NO)다.

단지...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현실적인 문제로 나는 하루노 씨의 의뢰에 대해, 침묵하지 못하는 것도 확실하다.

내가 거부하든지, 혹은 대답 자체를 꺼려하든지, 하루노 씨는 자신의 책략을 관철할 것이다. 의지를 꿰뚫을 거다. 소모전이 되면, 내가 굽히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 그리고 아마...지금까지 대로라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내게는 지지 않는다는 자신은 없다.

 

그러니까...이 쯤에서 나로서도 한 수를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 되겠지.

도망치는 방법이 아니라, 격퇴를 위한 방법을.

...아무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지만. 하루노 씨 상대로, 효과가 있는 수단은 그리 간단하게 생각해내지 못하겠지, 보통으로.

그러니까 가능한 한 고민이 적은 인생을 보내고 싶은 나는, 가능한 한 그 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있었지만...봉사부 문 앞까지 와서, 그걸 잊은 채로 있는 건 곤란했다.

약간 설명이 길어졌지만, 그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런데 세 번째인 거지만...혹시 이것이, 지금 확실히 직접적인 이유인지도 모른다. 유이가하마의 선물보다다.. 내가 부실에 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있는, 이유.

 

 

그건―――부실 바닥에, 자이모쿠자가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부실은 드물게도 문이 열려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들어가지 않아도 안의 상태는 대충 관찰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뛰어들어 왔던 것이, 꿈틀꿈틀하며 바닥에 키스하고 있는 자이모쿠자의 모습이었다. 바닥 짱 불쌍해.

누구라도 들어오는 건 싫잖아, 이거?

 

 

「아, 힛키 왔다 왔어」

 

 

그러자 부실 안에서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나서, 불쑥하고 문 쪽으로 얼굴을 내민다.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어디 갔었던 거야?」

 

「아니...잠깐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볼 일이」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선물을 건네주고 있었던 거다. 아무튼 그 사람이라면 감사인사는 하루노 씨에게 직접 말할 것이고. 추가로 선물내용은 토산 술이었다...아니, 이런 걸 학교에 들이게 하면 안 되잖아요. 내가 처분되면 어떻게 할 거야. 그걸 기꺼이 받아 버린 히라츠카 선생님도 그렇긴 하지만.

 

 

「흐응...어쨌든, 와 줘서 다행이야.」

 

「응...」

 

 

내 말에 특별히 깊이 파고들지 않은 유이가하마는 히죽하고 미소 지었다. 내가 와서, 마음 깊이 안도한 듯한 표정...무심코, 정신없이 보게 될 듯한 천진난만한 미소. 하루노 씨 탓에, 미소 공포증에 걸려 버리고 있던 나는, 뜻밖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 중2, 어떻게든 해 주지 않을래?」

 

「.............」

 

「어떻게든 하라고 해도... 애초에, 왜 저게 있는 거야?」

 

「아~, 뭔지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부실에 저게 와서...아」

 

 

유이가하마를 따라 「저것」이 있는 쪽을 보면,

 

 

「으...그 소리는...」

 

 

꿈틀하고, 그 녀석은 몸을 약간 움직였다.

아, 안 돼, 눈을 떴어.

 

 

「나, 볼 일이 생각났어요. 코마치가 어쩌구 저쩌구 뭔가 해서, 큰일이야 진짜. 그렇다는 걸로」

 

「잠깐, 도망치지 말구!」

 

 

재빨리 교복의 소매가 잡힌다. 아니, 그렇잖아, 피해 인원은 적은 편이 좋잖아.

그러나, 벌써 늦었던 것 같다.

 

 

「그 소리는... 이 몸의 동포 히키가야 하치만!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늦었던 게 아닌갓!」

 

 

조금 전까지 시체였던 그 녀석...자이모쿠자는 기세 좋게 일어섰다. 그 체격에도 불구하고, 마치 만화 같은 몸놀림이다. 이것이 지금 유행하는 모션이라는 건가...

 

 

「힉...」

 

「우오」

 

 

유이가하마가 한층 더 내 소매를 잡고, 부실 안으로 질질 끌어당긴다. 그대로 나를 방패로 삼는 식으로, 자이모쿠자와 대립한다. 그 녀석은 몬스터인지 뭔가야... 약간 불쌍하게도 느껴진다고.

그러니까 나는 친절하게도, 자이모쿠자가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기로 했다.

 

 

「왜 그래 자이모쿠자... 출구라면 여기라고」

 

「한 마디로 돌아가라니 심하잖아!?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어!?」

 

 

뭐라니...음, 뭘까.

내가 자이모쿠자의 존재 의의를 찾지 못하고 있으면, 부실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당신에게 용무가 있는 것 같은데, 히키가야 군」

 

「.....너도 있었던 건가」

 

「무례한 말이군요. 존재감의 희박함으로 말한다면 당신 쪽이 몇 배 위일 텐데」

 

「...........」

 

 

아니 아무튼, 있던 건 알고 있었다. 자이모쿠자가 넘어져 있었을 때부터 바로, 긴 테이블 가장 안쪽에서 동요도 없이 문고본을 넘기고 있던 유키노시타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도 무리인 얘기다.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친다. 그 얼굴과 많이 닮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 내고는, 곧 거기에 뚜껑을 닫았다.

우선, 그전에 이 녀석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어쨌...든...나한테 볼 일? 이라고 할까 왜 넘어진 거야?」

 

「흠흠, 그렇다 하치만. 자네한테 사무적인 일이 있어서 나는 왔던 것이야.」

 

 

내 두 번째의 의문을 당연한 듯이 스루해, 자이모쿠자는 잘난 듯이 말한다.

 

 

「사무적인 일 정도로 오길 바라지는 않는데...그래서, 뭐야」

 

 

들으면 돌아가주려나.

 

 

「음...그, 예의 24일의 건이다.」

 

「24일?」

 

 

유이가하마가 되묻는다. 자이모쿠자도 그 소리에 한순간 반응했지만,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콤마 1초만 힐끗 보고 나서 다시 내 쪽으로 향했다. 라고 할까 유이가하마, 슬슬 보내줘도 좋지 않을까.

 

 

「...24일이다.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나도 예정은 없어.」

 

「그런 건 확인하지 않아도 알 텐데」

 

 

나 같은 타입이나 자이모쿠자 같은 타입의 인간은 24일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대체로 예정은 없으니까...지금 감히 나는 자이모쿠자와 동류에 속하는 것을 거부해 보았습니다. 알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그렇게 세세한 데를 찌르지 마 하치만아... 그래서, 다. 나도 예정이 없으니까...크, 크리파에 달려가서 참배해도 괜찮, 을까해서...」

 

「그러니까 크리파라니」

 

「잠깐, 힛키!? 왜 중2한테 가르쳐 준 거야!?」

 

 

힘껏 소매가 끌려간다. 그만 둬, 벗겨진다고... 누가 득을 본다고 그래.

유이가하마 쪽을 보면, 무으-하고 부풀려서는 빤히 흘겨왔다.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꽤나 기분 나쁜 것 같고.

 

 

「아, 아니, 그거 내가 아냐...저기...」

 

 

아, 그렇지만 토츠카 탓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 그 녀석의 귀여운 실패 탓으로 이 사태를 불러 버렸던 거라고 하면...나는 기꺼이 진흙탕에 빠지는 것을 선택한다.

 

 

「뭔데?」

 

「아-...뭐라고 할까, 미안하다.」

 

「벼, 별로, 사과했으면 하는 게 아니구...」

 

 

내 솔직한 사죄가 의외였는지, 유이가하마는 휙 하고 얼굴을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유키노시타가 있다.

 

 

「힛키, 유키농 집에서 해요? 과연 중2를 유키농 집에 들일 수는...」

 

「...그런가, 그런 걱정도 있는 건가...」

 

 

내가 그렇게 납득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 문득 자이모쿠자 쪽을 보면,

 

 

「컥」

 

 

자이모쿠자는 다시 쓰러져서 엎어져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바닥을 눈물로 적시면서. 그러니까 바닥 짱이 불쌍하다고.

 

 

「본관 앞에서 나를 쓸모없는 애 취급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아-, 아무튼 그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나이찌몬메라든가 어렸을 때 그랬지. 그 때 나, 끝날 때까지도 같은 장소에 있던 적 있었고...후반에서였나, 내 눈앞에서 나로 할까 다른 녀석으로 할까 서로 얘기하는 건 그만둬 줬으면 했다. 일부러 노는 거 멈추고 끼리끼리 얘기하지 마... 하지만 그 때는, 아직 하나이찌몬메에 참가할 정도의 커뮤력은 있었던 건 아니였나.

 

※ 하나이찌몬메 : 일본 동요 및 어린이들의 놀이. 어린이들이 둘로 나뉘어서 하나이치몬메 노래를 부르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한 뒤에 각 패에서 부모 역에 해당되는 아이가 나와서 상대편 팀에서 무작위로 한 아이를 지정한 뒤 지정된 아이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아이가 이긴 아이의 팀으로 가 최종적으로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하는 놀이이다.

 

 

유이가하마가 내게 작은 소리로 말을 건다.

 

 

「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거절할 생각?」

 

「그렇군...그 녀석만 집합 장소 바꾼다든지」

 

「...힛키 너무 외도야...」

 

「아니, 난 내가 당한 적 있는 걸 경험담으로...」

 

 

축 늘어져 있는 자이모쿠자를 곁눈질로, 우리들이 대화를 계속하고 있자,

 

 

「나는...별로, 상관없어요.」

 

 

그렇게, 시원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물론 한사람 밖에 없다.

 

 

「에...좋은 거야 유키농?」

 

「예. 특별히 꺼리는 해를 끼칠 의도가 있는 건 아닌 듯하고...조금 전은 뭐를 말하고 싶은 건지 몰랐으니까, 우선 방치했던 것이긴 하지만」

 

 

그런가, 아까 전 부실에서 넘어졌었던 건 유키노시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실패했으니까였다...방치했다니, 그 때 무슨 말을 들은 거예요...

그리고...이 녀석, 내가 말한 대로 진짜로 파티에 참가하려고 봉사부를 방문한 것 같다. 아무튼 통역계인 내가 있을 거라는 무른 짐작 하에 왔겠지...그 정도로 오고 싶었나, 이 무슨 관심종자. 이것도 성장이라고 한다면...싫은 성장이군.

 

 

「...물론, 책임을 지고 당신이 관리하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유키노시타는 다시 책으로 눈을 떨어뜨렸다. 더 이상 흥미 없다는 식으로.

이 녀석은 동물인가 뭔가인지...거기에 너는 내 엄마인가요.

유이가하마 쪽을 힐끔 본다.

 

 

「...잘 됐네 힛키, 유키농이 좋으면, 나두 별로 상관없어」

 


쓴 웃음을 짓는 유이가하마. 아니, 난 별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데.

아무튼, 뭐라고 할까 자이모쿠자는 유이가하마 생일파티에도 왔었으니까...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도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럼없이 생각될 거라고, 잘못하면 반해 버릴지도 모르려나...거기까지는 책임도 못 지고.

 

 

「그런데...」

 

 

나는 방금 내린 중재 안을 쓰러져서 엎어져 있는 그 녀석한테 전하기로 했다. 라고 할까 들리잖아, 일어나라.

 

 

「...이라고 한다. 자이모쿠자. 다행이군.」

 

「...후」

 

「앙?」

 

「후후후후...후우-하, 쿨럭, 하하하!」

 

「아니, 그 자세로 무리하지 웃지 말아요...」

 

 

한 바탕 웃고는, 출렁...하고 자이모쿠자는 뻔뻔하게 일어났다.

 

 

「봤는가 하치만...」

 

「하, 뭘?」

 

「강한 신념은 철도 쳐부순다...기억해 두면 좋다.」

 

「너의 추태라면 이미 잊고 싶을 정도로 보고 있는데....」

 

 

형편 좋은 녀석...역시 이런 건, 권하지 말았어야 했다...뭐, 권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깊은 한숨을 쉬고 있자, 살며시 자이모쿠자가 접근해 온다. 그만둬, 가까우니까...그만두세요. 진짜로.

 

 

「그, 그래서 저기 하치만, 『그 사람』은 오는지?」

 

「그 사람?」

 

「아-유이가하마 아무것도 아니야」

 

 

위험해, 쓸데없는 말 내뱉지 마.

거기에...그러니까 말했잖아, 올 리 없다고.

 

 

「결국 참가하는 사람은, 유키농, 나하고 힛키, 사이 짱에...중2, 나머지는 히라츠카 선생님일까?」

 

「어...히라츠카 선생님 오는 거야?」

 

 

의기양양해서 짜증스러움을 유발하며 자이모쿠자가 떠난 뒤, 간신히 나와 유이가하마는 차분히 진정할 수 있었다. 뭐라고 할까, 지쳤군, 진짜로...

 

 

「응, 약간 미묘한데. 아직 예정이 생길지도 모른다구 말했었고」

 

「............」

 

 

희망적 관측이 지나쳐서 눈물이 나온다. 그렇다고 할까 선생님, 학생에게는 좀 더 말을 포장해 주세요. 나같이 감성이 풍부하다면, 간접적이라도 심경을 상상할 수 있게 되니까.

애초에 학생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교사가 참가하는 것도 뭐야? 일단 봉사부 관련이라는 걸로 오케이일까... 그런 것보다 술이라든지 들여와서 자작으로 마시기 시작할거라고 그 사람. 왔을 때 바디 체크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보아하니, 이놈도 저놈도 자기 마음대로 할 것 같아서 무서워...마음의 위안은 토츠카 정도 밖에 없잖아...분위기를 중재해 줄 것 같은 사람은 유이가하마 정도일 것이다. 거기에,

 

 

「결국 코마치 짱은?」

 

「무리라고 했잖아, 그 녀석도 수험행이라고. 공부다 공부」

 

 

뭐어, 나도 가끔 씩은 숨 돌릴 겸 이런 것도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밤늦게까지 할 예정도 없는 것 같고, 일단 권했지만...거절당했다.

 

 

『유키노 언니 집에서 파티!? 오빠 해냈네! 이건 코마치가 방해를 할 수는 없어요...이건 말하자면 코마치한테서 오빠한테 내는 기말 시험이에요! 코마치 없이 극복해 오세요, 이상!』

 

 

...쓸데없는 참견이다, 바보.

내가 마음속으로 여동생한테 악담하고 있자, 유이가하마가 생각난 듯이 물었다.

 

 

「그러구 보니 힛키, 중2가 말하고 있던 『그 사람』이라니?」

 

「...아?」

 

 

젠장, 넘길 수 없었나... 저 자식, 정말로 쓸데없는 말 밖에 하지 않네.

 

 

「아-, 저거다, 코마치를 말하는 거야」

 

「코마치 짱?」

 

「아아, 그 녀석 아무래도 코마치한테 집착하는 것 같고...봐, 네 생일파티 때도 뭔가 관련되려고 했잖아. 나도 곤란하고 있어.」

 

「우와아, 리얼하게 기분 나빠...」

 

 

유이가하마가 엄청나게 혐오하고 있었다. 뭐어, 코마치에 대해 여러 가지 물어 온 건 사실이고... 쓸데없는 말을 한 빚은 스스로 해결하라고, 자이모쿠자...라고 하고 싶은 참이지만, 약간 불쌍해질 정도로 싫어하고 있다. 일단 보충 해 둘까...

 

 

「아니, 저건 그 녀석 일류의 개그야...누구한테도 통하지 않을 뿐이고」

 

「...개그가 안 된다구. 유키농, 정말로 그런 거 불러도 괜찮은 거야?」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시타에게 그 화제로 말을 건넨다. 이걸로 허사가 되면 그 녀석 울겠지...

 

 

「...확실히 역겹지만...벌써, 불러 버렸고」

 

 

역겹다고 했습니까...이건 이거대로 그 녀석 들으면 울 거다. 한 바퀴 빙 돌아 뭔가에 눈을 뜰지도 몰라. 그걸 빌기로 하자.

 

 

「거기에 저것이 뭔가 저질렀을 때에는, 히키가야 군이 책임을 져서 응분의 벌을 받기 때문에,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그거, 나 괜찮은 건가요.」

 

「감독 책임이라는 건 그런 것이에요.」

 

 

산뜻하게 무서운 내용을 미소 지으며 말하는 유키노시타.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기분이 좋은데 이런 말을 듣고 있다는 건 대체 뭔가요.

감독 책임이군요...그렇겠지, 후배의 미스는 자신의 미스, 선배의 미스는...왠지 자신의 매스. 선배 이상하네요, 감독 책임이겠죠?

 

 

「그러니까 유이가하마 양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히키가야 군이 죽을 각오로 노력하면 좋은 걸.」

 

「...응, 그러네」

 

 

그러네가 아니라고요. 왜 내가 휴일에 죽을 각오를 품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평일조차도 의욕 없는데...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가 안심한 것을 보고는, 훗 하며 작게 미소 지었다.

 

 

「...올해는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 말까한 정도의 음량으로 중얼거렸다...아마, 무의식중에 본심이 새어나왔다고 생각한다. 아까 전부터 상당히 기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이 녀석이 떠들고 있어서인가.

유이가하마에게는 닿지 않았던 것 같고...나도, 들리지 않은 척했다.

 

올해는, 그러네...그러고 보니 하루노 씨가, 유키노시타가에서도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다든가 말하고 있었다.... 아버님과 사이가 돈독한 사람을 부른다고 했던...뭐라고 할까, 정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파티.

올해도, 그녀는 그 파티에 나가겠지...여동생은, 나가지 않을 것 같지만.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기고 있자, 유키노시타와 흐뭇한 분위기가 되고 있던 유이가하마가 뭔가에 눈치 챈 듯이 탁하고 손뼉을 쳤다.

 

 

「그래두, 여섯 명일까...유키농, 준비 괜찮아?」

 

「면적으로는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식기는 조금 부족할지도」

 

「아, 역시? 그럼 뭔가 가져갈까?」

 

「예, 그렇게 해주면 도움이 돼요.」

 

 

그러고 보니 확실히 식기는 부족할지도...그 방도. 쓸데없이 넓으니까 수용 인원수는 그다지 문제는 아니겠지만, 원래 유키노시타 혼자서 쓰고 있는 방이라, 대접용 식기도 티 세트 정도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앗, 그럼 그럼 유키농」

 

 

유이가하마가 하나 더 뭔가 생각난 듯이 손을 들었다. 언제부터 거수제가 된 거야, 여기.

 

 

「무슨 일이니 유이가하마 양」

 

「하는 김에 말인데...파티장 예비 조사와 장식은, 어때?」

 

「파티장이라니... 내 방이겠지요?」

 

「물론! 역시 말야-, 이런 건 분위기 만들기가 중요하지 않아? 뭣하면 트리라든지 가져 가구! 창문에 글자라든지 그림이라든지 쓰구!」

 

「에...그, 그건 필요한 거니, 이런 크리스마스 파티에도...나는 사정을 모르겠지만」

 

「필요한 거야! 그치, 괜찮잖아 유키농, 유키농 집 가구 싶은데-」

 

 

아니, 너 유키노시타 집에 가고 싶은 것뿐인 건가, 그거... 전에도 묵지 않았어? 여자여자다운데...뭐어, 여자겠지만.

다만, 유감스럽게도 여기에는 유이가하마에게 츳코미를 넣는 녀석이 부재였다.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지식에 대해서는, 나도 유키노시타도 이 녀석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아무래도 그렇게 정해질 것 같다.

뭐어, 마음대로 준비라도 장식이라도 해 주면 된다. 내가 연관되지 않으면, 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이런 전개만은, 봐 줬으면 하는데...이거, 플래그 아냐?

 

 

          ×          ×          ×

 

 

...뭐어, 예상대로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였다, 역시.

 

 

「무거워...남은 거리는 어느 정도?」

 

「아, 힛키 간 적 있잖아, 조금만 더 앞...이라구 할까 이거 몇 번째지?」

 

「후아아...」

 

 

내 입에서 귀여운 신음 소리가 귀엽지 않은 소리로 새어 나온다.

12월로 접어들고 나서부터는 으스스하게 추운 날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무슨 변덕인지 약간 정도 그게 느슨해진 듯한, 황혼 전의 방과 후. 이렇게 말해도 춥기는 춥지만.

 

완전히 크리스마스 열기에 빠진 유이가하마의 선언대로, 우리들은 파티장 예비 조사 and 장식을 목적으로, 유키노시타 맨션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난 도와준다 같은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추가로 내가 한탄했던 대로, 상당한 짐을 들고 있다.

 

 

「그래서, 이 트리는 어떻게 조달한 거야?」

 

 

나는 오른 손에 든 트리 세트 상자를 분한 듯이 째려보면서 물었다.

 

 

「응-? 우리 집 거야. 이제 꾸미지 않아서 가져와 버렸어」

 

「꾸미지 않는 건가요, 아무튼 우리 집도 비슷하지만...그럼 필요 없는 거 아냐?」

 

「이런 때는 필요한 거야!」

 

「그런 건가? 모르겠어...」

 

 

그 사용 구분법을 모르겠다고... 아무튼, 결국은 분위기 문제겠지.

추가로 왼손도 또 가득 차 있다. 트리 장식(볃도로)이나, 반짝반짝한 니스, 스노우 스프레이 캔 몇 개 등등...하나하나는 전혀 무겁진 않지만, 물량 작전이라고 자주 말하듯이, 티끌도 쌓이면 태산인 것이었다.

...요즘 나 짐꾼만 되고 있지 않아? 하루노 씨와 쇼핑 갔을 때의 짐들기라든지, 하루노 씨에게 강요된 선물의 산이라든지. 뭐라고 할까, 뭔가 형언하기 어렵긴 하지만 수수한 악의를 느낍니다만...

추가로 유키노시타는 청소를 한다든가 해서 한 발 앞서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그 녀석, 설마 이걸 예측해서 도망치지 않았을까... 그런 의혹도 생겨 버린다.

 

 

「크리스마스도 가까워졌네-」

 

「뭐어, 그렇군」

 

 

밖은 춥고, 큰 짐도 있는 이유로, 이번에는 유키노시타의 맨션에 갈 즈음해서 케이요선을 이용했지만, 탄 역도 내린 역도 크리스마스적인 데코레이션 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걷고 있는 한 중간도, 벽이라든지 뜰의 나무라든지에 전식을 감고 있는 집이 하나 둘씩. 벌써 거리가 유이가하마의 핸드폰 같은 수준으로 데코데코다. 밤이라면 분명 아름답겠지만, 밝은 동안은 뭐라고 할까, 데코라는 건 묘하게 허전해.

 

 

「이런 건 운치가 있어서 좋지요-」

 

「운치...? 분위기에 흘러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무으~...어째서 그런 비뚤어진 생각 밖에 할 수 없을까. 분위기는 타도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다구 생각하는데」

 

 

역시 분위기 읽기 달인인 유이가하마는 그녀 나름의 지론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건 견해차이라는 것이다. 논의해도 평행선을 더듬을 뿐일 테고, 관계되는 건 피하고 싶다.

 

 

「...뭐, 그게 힛키겠지만요.」

 

 

유이가하마도 내 의견에는 체념한 것 같다. 기가 막힌 듯한, 하지만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미소를 내게 전해온다. 그런 얼굴을 향하면, 나로서는 대응이 곤란해지는데.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응-? 별루-」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가 타타탓 하고 약간 종종걸음으로, 내 옆으로 뛰어 오른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등 뒤 밖에 안 보이는 나로서는 모른다.

 

 

「어이, 서두르면 구른다고」

 

 

라고 할까 기다려, 나 짐이라든지 들고 있으니까.

유이가하마도 식기라든지 등등, 상당한 짐을 가지고 있겠지만...정말 기운 좋다, 이런 때는.

...아무튼, 그게 유이가하마겠지.

 

 

 

 

「대체 뭐가 시작된다는 것일까...」

 

 

그런 우리들의 중장비를 보고, 유키노시타는 전율의 표정을 띄웠다.

뭐어 그런, 그렇게도 말하고 싶어지겠군. 단지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유이가하마 뿐이다. 나는 뭐가 시작될지 몰라. 가능하면 짐을 두고 그런 건 모르는 채 돌아가고 싶었다.

 

타워 맨션 15층. 주변을 일망할 수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방.

오랜만에 방문했지만, 역시 휑하니 넓다. 3LDK는 겉멋이 아니려나...

...그런 감상을, 전에도 품었던가. 문화제 준비 중, 유키노시타가 컨디션이 무너져, 우리들이 문병하러 왔을 때에도.

단지 전에 왔을 때보다, 왠지 모르게지만, 방의 분위기가 온화해 보였다. 그 황량함이라고 할까... 쓸쓸한 듯한 건, 다소 사라져 없어진 기분이 든다. 뭐가 원인일까, 아무튼 방문한 측의 기분이라는 것도 있을 테지만.

 

 

「그럼 역할 분담인데, 힛키는 트리 조립을 부탁해. 나와 유키농은 다른 장식이라든지 할 테니까」

 


유키노시타가 우려낸 홍차를 후우후우하고 식혀 마시면서, 유이가하마가 팔팔하며 임무를 지정한다.

 

 

「좀만 더 쉬게 해줘...」

 

 

그렇게 말하면서 나도 홍차를 입에 머금는다. 유이가하마의 소행을 봐서 뜨거울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적당히 미지근하다. 살짝 차 잎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당장이라도 당신은 일해 줬으면 하는데...」

 

「사람 다루기가 난폭해, 넌」

 

「아니요, 그런 건 아니라...빨리 끝내서, 냉큼 돌려보내고 싶어요, 당신은」

 

「말씨가 난폭하군, 넌...」

 

 

아무튼 난폭하다고 할까, 오히려 잘 지나치게 갈아져서 상처나 버리는 느낌이긴 하지만, 폭언인 건 변함없었다.

내 불평에도 모르는 체하는 얼굴로, 유키노시타는 후우, 하고 조심스럽게 홍차를 식히면서, 입으로 옮긴다.

 

 

「그런데 유이가하마 양... 파티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도, 벌써 장식하는 거야?」

 

「응? 그래요?」

 

「저기...나는 그 사이에도 여기서 자고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데」

 

「...? 그러네」

 

「뭐라고 할까... 침착되지 않는데」

 

「........에엣」

 

 

당황하면서 그런 말을 하기 시작하는 유키노시타에게, 유이가마하도 당황하는 것 같았다.

 

 

「도구만 두고 가준다면... 전 날에라도, 내가 해 두어요?」

 

「아아-, 유키농,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약간 조바심 난 느낌으로,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에게 츳코미를 넣는다.

 

 

「...그럼 어떤 것일까」

 

「응-, 크리스마스라는 건 크리스마스까지가 즐거운 거잖아? 끝나자마자 그믐날이라든가 설날 준비 시작돼버리구...나는 유키농한테두 두근거려 줬으면 해서 오늘 왔는데」

 

「흐음...말하고 보면 그러네. 나는 크리스마스 무드를 앞당기는 이유가, 시민의 구매의욕 향상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그것만은 아니다, 라는 것일까」

 

「유키농...이유가 너무 각박해...」

 

 

슬픈 듯한 얼굴로 유이가하마가 한탄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도 어느 쪽이냐고 하면 유키노시타의 크리스마스 음모론에 한 표다. 만약 다수결로 결정한다면, 이 곳에서는 유이가하마의 패배다.

다만,

 

 

「으-응...그럴까. 유키농이 싫으면 어쩔 수 없네...그럼 전날에라도 또 올까...」

 

 

그렇게 해서 유이가하마가 띄우는 표정에, 유키노시타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유키노시타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유이가하마에게 말을 건넨다.

 

 

「기다려주세요. 유이가하마 양. 초조해지지만...그건 그래서, 당신이 말하듯이 정취가 있을지도 모르기도 하고. 올해는, 시험적으로지만...조금 빨리 크리스마스 기분을 맛보기로 해요.」

 

「에...유키농...」

 

 

아무튼, 여기부터 앞은 평소와 같은 흐름이었다. 벌써 질렸겠죠, 이거. 평소대로 헤벌레한 백합백합이랍니다, 나머지는 알겠지.

...라고 말하면서도. 봐서 익숙한 광경이기 때문이야 말로, 뭐라고 할까,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라도 이런 느낌으로 계속될 거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는. 착각해도 된다면...조금만 생각해 버릴 정도로는.

그럼...난, 방해 같고 돌아가도 좋으려나.

 

 

...아, 역시 안 되는군요.

 

 

「힛키 괜찮아? 조립하는 방법 알아?」

 

「아아...왠지 모르게는. 우리 집에도 있고」

 

「그래? 그럼 그쪽을 맡길게」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는 후딱후딱 유키노시타가 있는 창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저 녀석들, 우선은 스노우 스프레이로 창에 문자라든지 그림이라든지 그리는 것 같고.

 

 

「그런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져온 상자를 연다.

내게 할당된 일은, 크리스마스 트리 조립이었다. 아무튼, 이라고 말해도 매우 일반적인, 가정용의 크리스마스 트리다. 길이도 내 허리 정도까지인, 극히 표준적인 사이즈.

유이가하마가 사전에 청소를 해 뒀는지, 먼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의외로 그런 건 야무지게 하고 있었군, 그 녀석.

상자니까 기둥과 트리 본체를 꺼내, 끼워서 세운다. 나머지는 꺾여서 접힌 트리 가지를 펴서, 꼭대기에 별님 붙이고, 전식을 감아, 적당히 장식을 달면 완성일 거다. 설명서도 동봉되고 있었지만,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까 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도 코마치와 같이 트리 조립이라든지 하고 있기도 했고. 최근에는 코마치 기분 나름이므로, 저번에 창고에서 꺼낸 건 2년 정도 전이지만. 뭐라고 할까 그리운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코마치는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려나...뭐어, 내가 없는 걸 다행으로 삼아, 아버지가 빨리 돌아올 듯한 생각은 든다. 혹시 둘이서 밥이라도 먹으러 갈지도...혼자보다는 좋고, 그렇다면 그걸로 됐지만. 추가로 어머니는 초 드라이한 캐리어 우먼이므로, 아마 평소대로의 시간에 돌아오지 않을까.

내가 트리의 팔을 펴서 전식을 두르고 있자,

 

 

「응-, 글자의 경우에는 거울 문자로 해야 할까...」

 

 

하고 창문 쪽에서 두 명이 서로 얘기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머, 왜니」

 

「가게라든지 그렇게 되고 있는 데 많아요?」

 

「그건 밖에 보일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요...우리들이 보니까 이쪽에서 읽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게다가 여기는 15층이에요.」

 

 

아무래도 꽤나 성과가 없는 대화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유이가하마, 너는 좀 생각을 하고 말을 해 줘...불의의 습격을 당하면 어떻게 할래.

 

 

「그것두 그럴까...어라, 뭐야 이거 귀여워! 이 팡 씨 뭐야?」

 

「...샀어요, 신 디자인이에요.」

 

「헤에-...그래두 이거 저번 것하구 뭐가 다른 거야?」

 

「눈초리를 보면 알아요...정면을 향하고 있는 팡 씨는, 드문 거예요.」

 

「헤, 헤에...아, 이것도 새로운 거네...고양이의 육구?」

 

「리얼함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30초 정도 만져 봐. 고양이와 같은 정도의 체온이 되니까」

 

「그, 그렇구나...」

 

 

성과가 없다... 유이가하마가 굳어진다니, 상당한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창가에 장식하고 있던 팡 씨 인형이라든지 정체를 모를 고양이 아이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인형...전에 들른 데스티니 스토어에 놓여 있던 인형과 뭐가 다를까, 나한테는 극소의 차이도 찾아낼 수 없는데.

 

...흐음. 나는 주변을 빙글하고 바라보았다.

별로 변함없는 것처럼 보여도....소품 같은 게 증가하고 있다. 유리 테이블 위도, 전에는 TV 리모컨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뭔가 분위기가 변했다고 생각하면, 과연, 단순히 물건이 증가했다는 것도 있을지도 모른다. 일부는 유키노시타 취미가 아닌 것도 있지만...유이가하마가 두고 간 것일까.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도 독신 생활을 시작해 그 나름대로 시간이 지났던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라든가 말하고 있었던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하면 슬슬 2년인가. 아무튼 익숙해져도 좋을 무렵일지도 모른다. 독신 생활의 외로움이라고 할까, 그런 것에.

그러고 보니 언젠가 코마치가 말하고 있었다. 혼자서 사는 건 외롭겠지 라고. 아무튼 나는 독신 생활 한 적은 없고, 당분간 독신 생활은 할 생각도 없으니까, 실제로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소를 빌려 한 번 더 선언하자, 나는 바위에 매달릴 기세로 패러사이트 합니다!

 

그것과...남겨진 측도, 외롭다고 생각한다는, 거였나.

유키노시타 집의 경우, 남겨진 측이라는 사람...그 사람은, 누구일까.

예전 같으면, 그녀가 그 정도로 그런 감정을 품다니 코로 비웃으며 끝날 얘기겠지만. 지금은...조금, 모르겠다. 그토록의 감정을, 보게 된 다음에는. 흉기처럼, 휘둘려서 당해버린 뒤에는.

 

 

―――그러니까,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 감정이, 나는 가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가 한 말도, 가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거짓말이라면, 허구라면, 그 사람은 좀 더 능숙하게 할 것이다. 내가 의심을 품을 정도로...완벽하게 해내보일 것이다. 오히려 거짓말이면 얼마나 편할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질척질척하게 끓어오르는듯한 감정은, 뒤 섞인듯한 감정의 덩어리는...너무나 비뚤어져서, 다듬어지지 않았다...그러니까, 저것이 진짜다. 아무튼, 그것조차 이용해 나를 구워삶는 면이, 하루노 씨 답다고 한다면,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그것조차 이용해서...도구처럼 일회용이라며, 다른 길을 선택한 그녀. 유키노시타가의 장녀로서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한 그녀. 인생의 말을, 하나 앞으로 진행시킨 그녀.

 

그녀는, 자유롭다라고는 생각한다. 홀가분하게, 춤추듯이 인생을 구가하고 있는 건, 잘라 내야 할 것을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일까. 사람이든 뭐든, 그야말로, 필요하지 않게 된 말처럼.

 


잘라 내야 할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현실에 얽매이는 것도 아니고,

내거는 이상과 직면하는 현실의 딜레마에 빠진 것도 아니고,

물론, 지금 있는 장소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자유롭다. 분명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다만, 그 모습은.

잘라 버린 것들의 잔해 앞에서 잠시 멈춰선 그녀는.

몹시―――고독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왜, 이런 방식 밖에 할 수 없는 건가, 하고.

그 당시 그녀는, 내게 뭐라고 말했었지―――

 

 

「―――...............앗 뜨뜨뜨거!」

 

 

너무 뜨거워서, 문득 현실로 돌아온다. 놀라면서도 손을 바라본다.

보면, 손바닥 위에 있는 전식의 소형 전구가 점등하고 있었다.

오오우...아무래도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손은 제멋대로 작업을 진행한 것 같다. 휘감긴 전식의 점등 시험을 하고 있는 한 중간에, 전식이 처져 버린 것 같다. 이거, 의외로 뜨거운 것 같아. 그리고 나, 트리 조립에 너무 익숙해있다. 아무튼, 코마치가 초등학생 때는 매년 하고 있기도 했고.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건 잘 들어맞는 말인 것이다.

방금 전의 바보짓이 주위에 발각되지 않았을까, 슬쩍 두 명이 있는 편을 본다.

아무래도 두 명은...뭐라고 할까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가 최근 사 들인 상품 얘기에 빠진듯하다. 내가 무의식중에 작업하고 있는 듯이...

그렇다고 할까 유이가하마 씨는 작업해 주세요, 그렇게 말할까 하고 내가 허리를 든 순간,

 

 

「아, 이것두 신경 쓰여-...응-... 예쁜 상자네? 뭐야 이건」

 

「아아, 그건...」

 

 

유키노시타가 설명하려고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그것보다 먼저 그 정체를 눈치 챈 것 같다.

 

 

「알았어! 오르골이죠?」

 

 

나는 허리를 든 채로, 움직임을 멈췄다. 뭔가가, 머릿속에 걸린다.

 

 

「있지, 열어 봐도 좋아?」

 

「별로 상관없지만」

 

 

유이가하마가 작은 상자의 뚜껑을 연다.

흘러나오는 멜로디. 천천히, 금속이 연주하는 음악.

 

 

「어...」

 

 

그건, 들은 적이 있는 곡이었다...매우, 최근에.

 

...그린 슬리브스(Green Sleeves). 하루노 씨가, 흥얼거리고 있던 곡이다.

 

 

―――나, 이 노래 좋아해.

―――왠지 모르겠지만, 싫어할 수 없어.

 

 

나는 유이가하마의 손 안을 바라본다. 확실히 유이가하마가 말하는 대로, 아름다운 장식이 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물론 본 적 따위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헤에- 움직임도 꽤 세세하네...역시 유키농, 고양이로 선택한 거야?」

 

「예, 그러네...전부터, 갖고 싶었던 거예요.」

 

「전부터? 어쩐지 의외」

 

「전이라고 해도 상당히 옛날이야기에요. 어디서 봤는지도 기억나지 않기도 하지만... 몇 가지 짚이는 곳을 돌고 있는 동안에, 우연이군요.」

 

「와아, 어쩐지 운명 같네-」

 

「..............」

 

 

바보 같군, 운명이라니.

그런 형편 좋은 전개는 로맨틱 코미디 안에서만 해둬라. 그렇다면 어째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운명 같은 게 찾아오지 않아, 아니야. 왜 언제나 나는 그쪽으로 사고가 빗나가. 이런 때 정도는 진지하게 하고 싶은데.

 

하지만...생각해 보면, 당연이라고 말해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것을 갖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찾고 있었던 것이다...갖고 싶어 하던 그녀 자신이, 그것을 찾았을 뿐, 아무것도 이상하진 않다.

그러니까, 이 우연은, 이 전개는...결코 가능성이 낮은 것이 아니다.

 

 

「...사실은 사 준다고 약속해 주고 있었지만...아무래도, 저 쪽도 잊어버린 것 같아. 그러니까 찾아냈을 때, 사 버렸어요.」

 

「흐응...그, 아버지라든지?」

 

「아무튼...그런 것이네요.」

 

 

―――떠올려 냈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야. 잊고 있었던 나도 난데.

 

 

그녀의 말을 떠올려 낸다.

 

 

「하...........」

 

 

무심코, 웃음이 흘러넘친다. 공기를 약간만 진동시킬 정도의,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쓴 웃음.

 

 

―――역시 감상 같은 것에 흐르게 되면, 변변한 일이 없지요.

 

 

물론 그렇다, 유키노시타 하루노.

 

감상 같은 일에 흐르게 되면...변변한 일은 되지 않아.

그녀가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잘라버린 것이, 단념한 것이, 저절로 사라질 리가 없다. 그것은 그녀가 잘라 버린 뒤에도, 변함없이 존재하고 있어, 계속 살아가고 있다...이렇게 해서, 누군가가, 주워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관계없이, 그건 어느 날, 그녀의 발밑을 따라 잡아, 그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혹시라도, 그래서 발을 멈추게 되는 일도.

주운 누군가가 그런 것이다.

 

 

―――아가씨, 기다리세요. 잠시, 떨어뜨린 물건이.

 

 

같으려나.

 

그녀는, 기다릴까. 그 걸음을, 멈출까.

 

 

그걸―――지금부터 증명해 준다.

앞으로는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