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가끔 번역물을 올리는 블로그입니다.
2ndboost

태그목록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⑤입니다. 10/19에 4페이지를 썼습니다. 데이트 DE 하루농 파트2. 밤의 데이트... 사실만 놓고 보면 굉장히 러브러브잖아요? 그런 이유로... 슬슬 하치만과 하루농의 관계성을 찾아내 가고 싶은 것. 차례차례 갱신 예정.

 

4페이지...죄송합니다. 작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쳐 썼습니다. 어쩐지 급히 했으므로. 고쳐 썼던 것이 반이 되었습니다. 이번은 부족감이 느껴집니다...(눈물) 그리고 ①의 서두 장면은, 조금 더 뒤에, 좀 더 중요하게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끝나는 건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고. 앞으로, ⑥⑦⑧+⑨로 끝납니다.

 

============================================================================================

 

 

⑤ 다시 ,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강습한다.

 

 

「...............」

 

「정말~, 그렇게 삐지지 마요. 갑자기 권했던 건 미안했다고 말했잖아」

 

「.....별로, 삐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래? 그럼 아까 전부터 눈을 돌려서, 밖만 보고 있는 건 어째서일까나?」

 

........하아.

이래서도 저래서도 아냐... 단지 그저 거북합니다.

내 짧은 인생 경험에는, 이런 좁은 공간에서 아름다운 누님과 둘만이 되는 상황,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 누님, 외모는 페이크에 성격은 암흑물질 같은 수준으로 정체불명이다.

...아니, 아무튼 정확히 말한다면 둘이서, 라는 것도 아니지만.

힐끔, 하고 전방으로 눈을 돌린다.

단지 묵묵히 앞을 보며, 때때로 조용히 핸들을 꺾는 남자의 뒷모습. 이렇게 말해도 그 등의 대부분은 시트에 가려 내가 있는 장소에서 보이는 건 완만하게 정돈한 후두부와, 의외로 비교적 견실한 어깨, 그리고 택시 기사 같은 흰색 장갑을 낀 손목 정도지만.

그래, 이 사람, 운전기사.

여기는 차안이었다. 게다가 주행 중. 도망칠 수 없다!

아마 이것이, 코마치가 오늘 아침에 우산을 건네 준 이유겠지...역시 내통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자전거로의 도주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든가 귀신인가. 아니 아마도, 「끝난 뒤 자전거 가져가러 학교 돌아오는 건 귀찮죠?」라는 친절심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배려의 방향성이 내가 바라는 것과 전혀 일치하고 있지 않다. 히키가야 남매 해산위기다...

게다가, 차라고 해도 예의 검은 하이어는 아니고, 극히 보통인, 작은 패밀리 카였다. 하루노 씨 가라사대, 「아니, 뭔가 히키가야 군 그 차 싫은 것 같았으니까-」...그러니까 이놈 저놈 모두 다 배려하는 방법 이상하겠죠, 말하고 있는 건 분명 실수는 아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고.

그렇다고는 해도, 이 사람...츠즈키 씨, 던가 (칫, 기억났다.)... 저 빈틈없이 차려입은 복장으로 보통 차 운전하고 있으면, 뭐랄까, 이상한 분위기가 있군... 저기만 다른 차원.

 

「응? 츠즈키가 신경 쓰이는 거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하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라는 말을 들어서 바로 바뀔 정도로 나란 인간이 그렇게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신경 쓰이는 건 어떻게 해도 신경이 쓰인다.

나의 뼈와 고교 데뷔의 꿈을 정리해 꺾은 운전기사는 이 사람인가라든지, 그 때의 운전기사가 운전이 능숙해서 뛰쳐나온 나도 전력하는 것만으로 끝났나라든지.... 내가 치었을 때 뒤에 타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 건가...라든지, 쓸데없는 것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버린다.

...뭐, 상관없는데. 이미 끝난 것이고. 이렇게 해서 나는 후유증도 없이 팔팔하고 있는 거고. 몇 번 시뮬레이션 해 봐도, 고교 데뷔는 역시 나한테는 무리 같았고. 아니 정말로, 별로 괜찮아... 중역은 지각하는 게 세상의 법칙이라고! ...내 지각 변명이지만.

우선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나는 재차, 시트의 구석에 다시 앉는다. 그런데도 퍼스널 스페이스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여기에서는 우선 그 자세가 중요하다. 접근하지마 오라를 방출하면서, 뒷좌석 가운데 부근에 보이지 않는 라인을 이미지한다. 이 쪽에는 먼저 들어가 있다구요!

 

「...히키가야 군, 뭐 하고 있는 거야?」

 

하루노 씨는, 내 경계 행동에 목을 갸웃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유키노 짱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돌아온다고 말해뒀는데, 돌아오지 않게 되어버렸군요. 히키가야 군, 뭔가 알고 있어?」

 

하루노 씨가 내게 얘기한다...슥 하고, 내 쪽으로 앉는 위치를 바꾼다. 제 1차 방위 라인은 쉽게 돌파되어 버렸다. 내 오라 너무 약해! 과연 있을지 어떨지조차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글쎄요. 볼 일이나 뭔가 있겠죠.」

 

그거야 아무튼 현장에 마침 있었으니까 알고 있지만... 그 백합백합스러운 공간에서군.

하루노 씨도 자신의 여동생이 그런 백합백합스러운 사태에 빠져 있다니 생각하고 싶은 일도 아닐 거다. 여기는 친절심을 발휘해서, 우선은 얼버무리는 것으로 한다.

 

「볼일이네...흐-응?」

 

「이, 이상한 거라도?」

 

그러자 이번에는 내 눈을 엿보듯이 빤히 응시한다. 반사적으로 눈을 돌렸지만, 돌린 틈을 찌르듯이, 빠져들 듯이, 하루노 씨의 손이, 제 2차 방위 라인 위에 놓였다. 좁은 차내다, 이미 다른 동작도 취할 수 없다.

 

「응-.....」

 

「.........」

 

아니, 츠즈키 씨, 뒷좌석의 상황을, 약간은 신경 써 주세요. 정말 보이지 않는 건가 이 사람.

하루노 씨는 잠시 동안 나를 관찰하고 있었지만, 문득 뭔가 번뜩인 듯이, 대담한 미소를 띠었다.

 

「알았다, 가하마 짱이겠지요?」

 

「...........」

 

「오, 맞는 것 같네」

 

「또 떠 본 겁니까...」

 

어이어이 내 얼굴, 너무 읽히지 않아? IC카드인가 뭔가야? 정신 차렸을 때는 얼마나 인출당한 거야?

 

「히키가야 군은 입으로는 거짓말하지만, 눈이 정직하니까요... 썩고 있는 비교적은」

 

싱긋하는 표정을 띄우는 하루노 씨. 내 눈 너무 쓸모없잖아... 사안 제어할 수 없잖아.

 

「그래... 뭐 크리스마스 이브네. 친구와 같이 파티 하는 편이, 우리 집 파티보다 즐거운 건 확실하고」

 

나는 뭐 하나 좋은 정보를 얻지 않고 있지만, 대답이 어디서부턴가 질질 끌고 있는 건 무슨 이유일까...

라고 할까,

 

「......유키노시타 씨 집도 파티 하는군요.」

 

「응? 그거야 뭐」

 

우와아, 뭐야. 하루노 씨와 유키노시타가 같은 테이블에 있는 파티라든지, 침묵이 너무 무거워 밤을 샐 듯한 광경 밖에 떠오르지 않아... 분향할 마음조차 생길 수 없다.

 

「뭔가 무례한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나... 아마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와 친한 현지 정계 사람이라든지 재계 사람이라든지 불러, 서서 먹는 형식으로 파티 하는 거야」

 

과연, 그건 또, 정치적이군.

 

「나는 오로지 술 담당이고.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따금 보이는 어색한 인간관계라든지 알게 되는 건 즐거울까나」

 

「....즐기는 방법 너무 검지 않습니까?」

 

좋은 미소로 무슨 말하는 거야 이 사람... 설마 부친도 딸이 그런 곳에서 낙을 찾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이렇게 치바의 명사는 약점을 잡혀 버리는군요...

거기서 하루노 씨는, 문득, 미소의 질을 바꾼다. 부드럽고, 그리고 어딘가 기쁜듯한 미소.

 

「그래도 그랬나, 유키노 짱, 올해는 가하마 짱을 선택했군요...응, 아직 사이가 좋은 것 같아서 감심감심」

 

「아직이라니...」

 

어째서 이 사람, 이렇게 목에 걸리는 말투를 쓸까. 아무튼, 일부러겠지만.

 

「후후, 하지만 실제, 가하마 짱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는, 우선 최장 기록인 걸.」

 

「.....최장기록?」

 

「그래. 유키노 짱과 제대로 친구가 되어 주고 있는, 최장 기록」

 

「.......」

 

「이렇게 길어진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니까-, 언니는 예상 밖이에요.」

 

―――당신은, 달랐으면 좋겠네.

불꽃놀이의 밤, 유이가하마가 하루노 씨 앞에서 맹세한 이래로, 아직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전부터의 흐름을 포함했다고 해도, 일 년에도 못 미친다.

그걸로 최장기록. 유키노시타의 스탠스가, 지금까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그것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 뚜렷한 것이었다.

...적지 않게, 유키노시타의 퍼스낼러티에도 원인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타협하면 좋을 텐데, 우선 가장된 웃음이라도 해 두면 좋을 텐데. 그것을 할 수 없는 그녀는, 잘못되어 있는 것을 잘못됐다고 규탄해 왔을 것이다. 친구를 자칭하는 상대에게. 친구라고 하는 면죄부에, 상관없이.

그 결과가 이거다.

질투하고 미워해, 거절하고 배척하기 시작한다... 유키노시타가 빠져 온 배신의 연쇄.

유이가하마는, 그런 와중에 아직도 유키노시타의 친구를 계속하고 있는 예외, 라는 것 같다.

 

「.....뭐어, 질투와는 무연한 녀석이니까요... 바보고」

 

「생각하지 않은 말을 입에 내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아?」

 

내 적당한 코멘트는, 하루노 씨에게 싹둑 잘려버린다.

 

「내가 가하마 짱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건, 그런 것을 분명 가지고 있는데도, 유키노 짱과 친구로 있을 수 있는 건데, 알고 있죠?」

 

「............」

 

「확실히 약간 천연인데. 그래도 그 아이는 하는 둥 마는 둥 클레버하고, 틈이 보이긴 하지만 계산력이 높아. 그런 아이라면 지금까지도 몇 명인가 있었는데... 가하마 짱은 어디가 다를까?」

 

타인의 안색을 엿보며 살아 온 그녀는 질투나 미움을 타인의 얼굴에서 찾아내 왔을 거다. 그런 감정에는, 민감할 것이다. 거기에 그녀 자신도, 그 가혹한 리얼충 라이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간 교활한 방법을 쓴 것도, 있을 게 틀림없다.

인간은 약한 생물이다. 몸도 약하고, 그런 것에 쌓이고 있는 멘탈은 좀 더 약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인간은 얼마든지 잔혹하게 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신에게 변명을 계속 허락한다.

전례의 「친구」라는 건, 거기에 따랐을 뿐이었던 거다. 시작은, 유키노시타를 동경해, 같이 있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고...그러자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그 감정은, 단번에 부의 감정으로 전환된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은 있을 것이다.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면서, 그녀와 그녀가 아직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건.

그녀가 다른 점이라고 하면...그건.

그건 뭘까.

 

「그렇다고는 해도... 보고 있었던 듯이 얘기하는군요.」

 

하루노 씨가 유이가하마와 얼굴을 맞댄 건, 진짜 몇 번일 텐데.

 

「후후, 나는 인간관찰이 취미니까」

 

「...그거, 취미 범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기본노선 게임 얘기하는 건 그만두라고. 여러 가지 생각해 버리잖아...

 

「뭐, 이건 가하마 짱이 없으니까 말하는데. 본인에게 말하면 안 돼요? 그도 그럴게 봐, 그 애도 라이벌이고... 히키가야 군 입으로, 너무 칭찬 하는 것도, 응?」

 

「라이벌이라니... 아니, 그러니까 친구겠죠? 유키노시타의」

 

「그런 게 아니라... 아무튼 상관없나. 추가로 히키가야 군도 최장기록 갱신중인 게 되지만, 새로운 기록갱신을 목표로 해 줬으면 하는 거야... 기대하고 있어요?」

 

「기록 갱신도 뭣도....」

 

실은 나, 친구도 아니니까. 아무래도 저 쪽 분은 그런 관계 바라는 바가 아닌 듯하니... 유감스럽지만 하루노 씨의 기대에 응하는 건, 할 수 없다.

다만, 이 화제에 관해 일의 경과를 설명하는 건 귀찮고, 하루노 씨에게 그런 얘기를 할 이유도 원래 없었으니까, 나는 화제를 잘라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갑니까, 이 차. 시내 쪽과는 반대 방향입니다만」

 

그래, 유키노시타의 크리스마스 프레젠트 살 거였다. 나도 한순간 목적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갑자기 납치되고 이 상황이다. 무리도 아니지만... 슬슬, 만회하지 않으면. 넋 놓고 있으면 뼈까지 빨릴 지도 몰라.

하루노 씨는 행선지를 떠올리고 있었던 걸까,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골똘히 생각한다.

 

「응-, 그러네... 때 마침이네?」

 

「뭐야 그건...」

 

「때・마・침・이・네?」

 

「왜 다시 말하는지....」

 

이 사람의 이런 행동은, 너무나 노골적이라 오해하지 않아도 되는 게, 어느 의미 구제인지도 모르려나. 그런데도 한순간 움찔하는 건, 아마 지병인가 뭔가라고 생각한다. 빨리 병원이군....

 

「아-봐요 츠즈키, 여기서 급 핸들 한번이라도 꺾어주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러면 합법적으로 히키가야 군이 기대서 이렇게 될 텐데.....」

 

영문 모를 무리한 주문을 하는 하루노 씨... 나쁜 고용주구만.

 

「...........」

 

말을 들은 츠즈키 씨는 무반응이었다. 이런 상황에는 익숙해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 위험해, 나를 쳤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동정해 버릴 것 같이 됐다... 복잡한 기분.

그곳에서부터 약간 달려서, 이윽고 그가 취한 행동은, 물론 급 핸들 꺾기 따위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조용하고 완만한 브레이크였다. 관성력에 의한 힘은, 아마 최소한으로 억제되고 있다고 해도 좋겠지. 매우 신사적. 추가로 히라츠카 선생님의 운전은 와일드에 마초남 같다. 어떤 쪽이 사랑받는 걸까 여자한테는.

 

「오,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네-」

 

하루노 씨가 근처를 둘러보면서 말한다. 거기에 이끌려, 나도 빙글하고 목을 돌렸다.

...어디야 여기? 내 머릿속 치바 맵에는 특별히 해당되는 건물이 없다. 즉, 그만큼 유명한 장소는 아니라고 하는 거다. 한적한 주택가, 게다가 집 지붕이나 벽이라든지에, 약간 부르주아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구획이었다.

츠즈키 씨가 어느 샌가 뒷좌석 측까지 와서 문을 열어 준다. 진짜로 기척 없잖아... 스승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하루노 씨는 그걸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차에서 내리고 나는 약간 거기에 미안해하면서 뒤를 따른다.

 

「그럼 잠깐 갔다 올 거니까. 히키가야 군, 여기에요.」

 

목례하는 스승... 츠즈키 씨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리들은 걷기 시작한다.

시각은 18시를 가리켜, 왕래도 거의 없다. 원래, 별로 인기가 없는 곳일 거다. 듬성듬성, 가로등이 밤길을 비추고 있다. 이런 시간, 이런 곳에 무슨 가게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          ×          ×

 

주택과 주택 사이에, 그 가게는 적막하게 있었다.

주위의 집과 비교하면 실루엣이 머리 하나 정도 낮은 단층집. 목조인 듯하고, 나무의 거무스름해진 색이 시간의 경과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가게 앞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 낡았다는 인상은 그리 받지 않았다.

 

「여기에요, 히키가야 군」

 

「하아...라고 할까, 가게 닫혀 있지만」

 

보면 미닫이문에, 『영업종료』의 간판이 걸려 있다. 아마, 5시라든지 그 정도로 끝나는 걸까. 별로 큰 가게도 아니고, 이 시간에는 손님도 오지 않겠지. 단, 가게 창문에서는 빛이 새고 있었다.

 

「괜찮아. 가게 사람한테는 얘기 해 뒀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주저 없이 미닫이문을 열었다. 당황해서 나도 하루노 씨를 따라간다.

땡땡하고, 문에 장착된 작은 종이 운다.

 

「..........에」

 

내 눈에 뛰어 들어온 것은, 잡동사니의 산이었다.

...아니, 잡동사니의 산처럼 보였다, 가 정답이다. 너무나도 어수선하게 놓여 있어, 한순간 그렇게 보인 것뿐으로.

오렌지색의 부드러운 조명아래, 상품이 좁은 곳에 늘어서 있다.

가까운 쪽의 테이블에는 연대물의 앤틱 돌이 앉아 있고, 그 안 쪽은 테디·베어 한 무리. 양철 블리크 로봇이 늘어선 곳에 그리운 솔비 인형이 몇 체인가 널려 있었다. 좌옥에는 전차나 군용 비행기의 프라모델에 디오라마, 특촬 히어로 피규어가 줄서 있다. 라고 생각하면 오른쪽 안쪽 선반에는 세세한 장식이 붙은 티포트나 접시, 글래스가 늘어서 있고... 도저히는 아니지만, 전부 묘사할 수 없다. 뭔가 마루까지 상품은 널려 있다. 마루에 깔려 있는 한 오래 전의 팬시인 융단도, 혹시 상품인지도 모른다.

요컨대, 잡화상 겸 완구가게라는 것일까.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 라인업에,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한다.

 

「뭡니까, 여기...」

 

「보면 알겠지만 완구점이에요? 약간 어수선하고는 있는데-」

 

뒤죽박죽 레벨이 아니다. 내 방보다 어수선한데.

 

「아버지의 아는 분이 하고 있는 가게야. 최근에는 오지 않았지만...아」

 

하루노 씨의 시선을 쫓자, 가게 안쪽에서 지긋이 나이가 든 작은 몸집의 할아버지가 나왔다. 하얀 수염이 애니처럼 수북히 나 있어, 지금도 「소귀다, 소귀가 있다」라든지 말을 할듯한 느낌... 저걸 보면서 생각하건데, 저 할아버지 확실히 인간 같지는 않군.

 

「오래간만입니다... 부탁 들어 줘서 고마워요.」

 

하루노 씨가 인사했으므로, 나도 우선 머리를 내린다. 할아버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게 끄덕이며 손을 들고 다시 가게 안쪽으로 돌아갔다... 뭐야 저건, 그 사람도 과묵 캐릭?

 

「그런데... 그럼 프레젠트 선택하기, 시작해볼까」

 

「프레젠트라니... 여기서?」

 

나는 다시 쌓인 물건의 산을 지긋지긋하게 바라본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를 진열방식이다, 이러면 아직 저번 주의 라라포트가 현격히 찾기 쉽다고 생각한다.

 

「라고 할까, 어째서 일부러 이런 데까지 튀어왔습니까?」

 

「응-, 전에 고양이 굿즈 찾고 있었잖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유키노 짱이 갖고 싶어 했었던 게 있었지 하고, 생각해 내서」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산 속으로 헤치고 들어간다. 아무래도 목적의 물건이 어디에 있는 건지는, 일단 기억하고는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상품의 산은, 일단 어떤 구분은 되고 있는 듯 하고, 나도 보고 있는 동안에 왠지 모르게 각 섹션의 컨셉을 알 게 됐다... 어디까지나 왠지 모르게, 지만.

 

「여기 할아버지, 취미로 여러 가지 사 들이고 있어서... 그래서, 그걸 대충 즐기면, 이렇게 가게에 늘어놓고 팔고 있는 거야. 싫증 잘 내는 사람에, 자신이 뭘 샀는지도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과연, 취미인의 앤틱인가...그래도 그렇군요. 중고라는 말 들어버리면 약간 힘이 빠지는데, 앤틱 카테고리에 들어간 순간, 오래 길들여진 맛이 좋다든가 하는 말들을 보면, 뉘앙스라는 건 중요.

하지만, 그렇다면 아까 전의 전차의 프라도... 지금 내 시야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미소녀 피규어도 할아버지의 취미라는 건가... 젊다고 할까, 할아버지의 취미의 깊이를 알고 싶은 것도 아닌데 깨달아 버렸다.

 

「확실히, 이 근처였는데」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가 몸을 수그려 웅크린다. 드리워진 세미 롱 머리카락을 손으로 고정해, 높이가 낮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물건을 검시하기 시작했다. 나도 뒤에서 들여다본다.

 

「뭔가요 이 상자...아아, 오르골인가....」

 

아무래도 이 테이블에는, 오르골이 놓여 있는 것 같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여러 가지 장식으로 꾸며진 상자가 쭉 정렬되어 있다.

하나를 손에 들어, 상자를 열어 보았다. 오르골 특유의, 금속적이면서도 포근한 음색이 상자 바닥에서부터 흘러나온다. 거기에 맞추어 상자 안에 있는 작은 인형이 댄스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의 일 절.

 

「유키노시타가 갖고 싶어 했던 것이, 오르골인가요?」

 

그 실리주의의 집합체 같은 녀석이 그런 걸 갖고 싶어 했다고는...그렇지도 않나. 팡 씨 굿즈라든가 사 들이고 있기도 하고....

 

「응-, 그렇다고 해도 꽤 오래 전이지만... 나도 여기, 오랜만에 왔었고.」

 

하루노 씨는, 작은 상자를 여닫아 안을 확인하면서 대답한다.

 

「부모님이 나와 유키노 짱도, 자주 왔었어. 그 할아버지, 아버지의 지원자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 나도 유키노 짱도, 이 가게 마음에 들어 했기도 해서. 뭔가, 보물산 같잖아?」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지도 모른다. 뭐가 묻히고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이 가득 찬 보물산. 나도 이정도로 눈이 썩기 전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언제쯤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노 씨는 대충 탐색을 끝낸 듯이, 마지막 상자를 열고, 닫고,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으-응...역시, 이제는 없어져 버렸을까....」

 

「에, 없었나요?」

 

「응... 열면 고양이 두 마리가 이렇게, 서로 장난치고 있는 느낌인 거였는데, 팔린 것 같네」

 

목적의 물품은 없, 나...그런데, 그럼 나 헛수고에 고생만 한 거 아냐? 또 어딘가로 찾으러 간다는 전개라든지는 사양이야....

하루노 씨는 단념하지 못한 듯이, 내게 등을 향해 다시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제 적당히 보고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하루노 씨에게 제안하려고 했을 때,

 

「나는, 받을 수 있었는데」

 

하루노 씨의 중얼거림이 그것을 차단했다.

 

「아버지에게, 이걸 갖고 싶다고 말했어. 어떤 거였는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그 정도의 기분으로 조르면, 시원스럽게 사 주셨어.」

 

상자를 손에 들어, 열고, 또 닫는다. 잠시 동안만 오르골 소리가 들려,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유키노 짱에게는 사주지 않았어.」

 

여전히 등 뒤를 향한 채로인 하루노 씨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는 모른다.

 

「히키가야 군... 왜인지, 알아?」

 

「어.....저 말입니까?」

 

「응」

 

갑자기 대답 요청을 받은 나는 약간 당황했다. 하루노 씨가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건지, 나에게는 몰랐으니까... 그리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하루노 씨에게, 어떻게 대응해도 좋을지 몰랐으니까, 하는 것도 있다.

평소의 밝고 애교 있는 누나라는 것도 아니고, 이따금 보이는 냉혹한 여왕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인상은... 속이 텅 빈 것이었다.

우선, 내 인생 경험적인 입장에서, 하루노 씨의 질문에 답하기로 한다.

 

「애정의 차이 아닙니까?」

 

「...히키가야 군, 심한 말 하네... 실제경험?」

 

「유키노시타 씨 쪽이야말로 심한 말 하고 있으니까요... 실제경험이지만」

 

하루노 씨는 쿡쿡하며 어깨를 작게 흔든다. 그다지 몸을 날린 개그를 할 작정은 없었지만, 웃어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 부분은 동정해 줬으면 한다.

 

내가 받지 못했는데, 코마치에게 사 줬다고 하는 수수께끼 사상. 그 해답은 코마치가 너무 사랑받고 있는 점에 있다. 그 쓰레기 아버지라고 하면...그런데, 이건 이미 회상이 끝난 상태였다. 일부러 괴로운 기억을 들춰내서 좋을 리 없다.

 

「우리 집 가족 사이는 양호해요, 아마. 나도 유키노 짱도, 평등하게 사랑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유키노시타의 태도를 보는 한,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 도메스틱인 문제에, 가벼운 기분으로 츳코미는 할 수 없었다.

 

「정답은... 깨닫게 하기 위해서, 에요.」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한 채, 다시 상자를 연다. 특별히 설명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업무 떠넘기기인가요. 빨리 보고 생각하라는 스타일.

 

...다만, 짐작이라면, 있다.

유키노시타는 초대받지 않고, 하루노 씨만 온 그 불꽃놀이.

실내파인 유키노시타가 원래 불꽃놀이 같은 것에 올까 하는 츳코미도 있겠지만, 만약 갈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그녀는 갈 수 없었겠지.

저것도 또,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대리는 어디까지나 하루노 씨라고 하는 것을.

그건 밖을 향한 의미뿐만이 아니라, 내향적으로도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매의 서열을 확실하게 새기기 위해서. 확실히, 깨닫게 하기 위해.

 

옛날 가족제도 중에는, 장남의 반찬이 하나 많다고 하는 건 상식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코마치가 비싼 음식을 부탁해도 아무 말도 듣지 않는데, 내가 그것을 부탁하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것과 같다... 아니 이상하죠 분명히. 부모님 나를 너무 싫어하잖아. 나는 지지 않아, 아무리 떨떠름한 표정 짓든지 말든지 패러사이트를 계속해 주겠어...

얘기가 엇나간 생각도 들지만, 이것도 또, 우리 집은 우리 집. 다른 집은 다른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론 낼 수밖에 없다.

 

「......아~아, 떠올려 냈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야. 뭐, 잊고 있었던 나도 난데... 역시 감상 같은 거에 흐르게 되면, 변변한 일이 없지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루노 씨는 간신히 일어선다. 천천히, 그것은 어딘가 아쉬운 듯하게.

 

「.....아무튼, 상관없을까」

 

그리고 뒤돌아보면...평소의 하루노 씨인 얼굴이었다.

 

「미안해 히키가야 군, 또 빗나가 버렸어... 우선 나올까. 나, 할아버지와 얘기하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에, 그 밖에도 찾지 않나요?」

 

여기서 결정해 주지 않으면, 다음이 있을지도 모르고...

 

「미안해... 여기는 이제 됐으니까」

 

손을 모아 사과하는 하루노 씨에게,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그 행동은,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계산된 듯한 동작이었다.

하루노 씨는 내 옆을 지나, 가게 안쪽으로 사라져 간다.

 

그것을 배웅한 뒤, 나는 문득 보물산을 바라본다.

보물을 순진하게, 즐거운 듯이 찾는, 두 명의 소녀―――그런 것을, 한순간 환시한다.

그녀들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었겠지. 이 보물산처럼, 뭐가 나올지 모르는 미래에, 희망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결국 현실 밖에 묻히지 않았다. 가차 없이, 잔혹해, 재미없는 현실만인, 매장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찾아 내 버렸다면, 보통 환멸을 느끼다 상심해서, 그녀처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요령이 좋겠지―――어쩔 수 없어, 뭐 상관없잖아, 라며. 현실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뭐, 타협을 하지 않으려는 녀석도, 가끔 있지만.

 

          ×          ×          ×

 

「히키가야 군, 뭐 먹고 갈래?」

 

츠즈키 씨가 기다리는 차로 돌아온 조속히, 하루노 씨는 내게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차는 역시 소리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루노 씨 아무것도 지시하고 있지 않은데, 이 차는 어디로 향해 가는 거지? 우선,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내츄럴하게 식사 길로 유인하는 것 같은데... 이대로 바로 돌아간다는 선택사항은 없는 건가요.」

 

「응-, 별로 그대로 상관없지만... 코마치 짱, 히키가야 군의 밥,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거짓말, 진짜로? 코마치가 내 몫을 준비해 주지 않다니, 그럴 리가 없어... 확신 범이 아닌 한. 코마치 녀석...위를 인질로 취급하는 건 좀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스스로 만들어도 좋겠지만, 돌아가고 나서 착수하게 되면 꽤 늦어진다. 냉장고 안 어땠나... 별로 변변한 게 들어가 있지 않았던 듯한 생각이 든다. 설마라고는 생각하는데, 거기까지 코마치가 계산한 건 아닐 거다... 아니, 그럴 리는 과연 없다고 믿고 싶다. 여동생까지 믿을 수 없게 되면 오빠 뭐를 믿으면 좋을지 몰라.

 

「하아... 갑니다, 가면 되겠죠.」

 

이미 포기, 라는 기분이었다. 내게 결정권이 돌아왔을 때는, 선택여지가 없어지고 있는 건 평소 일이고... 여럿이 합세해서 내 퇴로를 너무 끊잖아. 나는 그렇게 신용 없는 거야? ...뭐, 없겠지. 그 정도는 안다.

내 한숨 섞인 대답에, 하루노 씨는 만족스럽게 수긍한다.

 

「후후, 누나 이해가 빠른 아이는 싫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먹고 싶은 건 있어?」

 

「별로 뭐든지 상관없습니다만... 사 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알고 있다고, 무리하게는 사치하지 않아요.」

 

미리 못을 박는 내게, 하루노 씨는 쾌히 승낙했다. 했지만,

 

「.....히키가야 군이 낼 수 있다면, 말이야」

 

「.......에?」

 

 

결론부터 말하자, 낼 수 없었다.

 

 

「누나한테 한 턱 내게 해주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돼요?」

 

생글거리며 그런 말을 하는 하루노 씨를 옆으로, 나는 한 번 더 지갑 안을 확인한다...으으, 몇 번이나 세도 부족하다.

 

「왜...왜 이런 비싼 곳인가요.」

 

「히키가야 군이 뭐든지 괜찮다고 하니까....」

 

그거야 그렇게 말했지만...말했지만요, 한도라는 것이 있겠죠? 라고 할까 하루노 씨 이거 일부러가 아닙니까?

 

우리들이 들어간 곳은, 내가 자주 들리는 근방 역 가까이에 있는, 작은 요리점이었다. 대로에서 약간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조촐하고 아담하며 세련된 가게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것 같다. 지난번의 파스타를 볼 때, 하루노 씨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하는 건가.

헤에 근처에 이런 가게가 있는 건가-, 나 혼자서는 절대 오지 않겠지-라든지 두리번두리번 점내를 둘러보고 있었던 게 좋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메뉴를 보고 그 가격을 눈치 챘을 때에는, 하루노 씨가 재빨리 주문을 끝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여하튼, 이번에는 솔직히 부족한 분은 나한테 한 턱 내게 해 주세요. 이런 가게 선택해 버린 책임도 있고, 저번부터 어울려 줬던 감사의 의미도 있으니까」

 

「아니요... 돌려줍니다. 돌아가면 있으니까.」

 

아직 확실히, 연금술로 생긴 돈은 남아 있었을 거다...는 친구와 놀러 가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적어서, 의외로 돈이 줄어들지 않는 거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신작 게임은 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또 낳을 수밖에 없나, 무에서 유를.

 

「정말 고집쟁이네. 그건 폴리시인가 뭔가야?」

 

「별로... 타인에게 빚을 만드는 게 싫을 뿐이에요.」

 

특히 빌리는 상대가 상대인 때는 더욱 더 그렇군.

 

「...흐응, 타인한테는 그토록 빚을 지워두면서 그런 말을 하네.」

 

뭔가 찌르는 듯한 말을 들은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뭘 말하기 전에, 하루노 씨는 옮겨져 온 요리 편으로 흥미가 옮긴 듯하다. 「와아 맛있을 것 같아」라며 작게 환성을 올린다. 내 반론 같은 불평은, 목 안으로 들어간다.

 

「우선 먹어. 히키가야 군. 여기 요리 맛있다고 듣고 있었어-」

 

「...하아, 그럼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접시에 담긴 전채는 카프레제였다. 사이제의 메뉴에서 본 적 있다...그런데 나, 토마토 싫어해서 말이지.... 그래서 먹은 적 없다.

뭐, 고기 요리도 주문한 듯 하고, 그때까지는 인내일까...하고, 느릿하게 입에 넣는다.

 

「.....우와, 맛있어」

 

무심코 입에서 군소리가 샜다. 하루노 씨가 내 반응을 보고 기쁜 듯이 미소 짓는다. 그것이 눈에 들어와, 약간 부끄러워졌다.

아니 그래도 이거 진짜 맛있다고. 모짜렐라 치즈도 맛이 별로 없으니까 좋아하지 않았는데, 토마토를 곁들이면 진짜로 맛있다. 드레싱도 맛의 조화를 깨뜨리는 일 없이, 오히려 더더욱 북돋우는 것 같다고 해도 좋다. 위험하게도 「마시―――써!」라며 소리 지를듯하게 된 나를 어떻게든 억누른 그 군소리다... 다음에, 집에서도 만들어 볼까.

 

※ 마시―――써 : 죠죠 네타인듯 합니다. 정발본도 안 나온 것 같고, 해석은 대충 해서 대충 넘어갑시다.(이 무쓸모 자식이!)

 

 

「가끔 이런 곳에 먹으러 오는 것도 좋아요? 여러 가지 발견이 있고, 이런 곳은 데이트라든가 밀담이라든지에는 안성맞춤이니까... 자, 유키노 짱 권해 보면 어때?」

 

「지금 맛에 집중하고 있어서, 잠깐 내버려 둬 주실 수 있나요」

 

「...그랬지, 히키가야 군은 흔들리지 않네.」

 

데이트라든가 밀담이라든가 유키노시타라든가, 뒤숭숭한 단어를 꺼내지 말아 줬으면 한다. 맛을 모르게 되니까... 라고 할까 밀담이라니, 어떤 세계의 사람입니까 당신은.

뭐어, 요리에 죄는 없다. 돈 마련에 다시 곤란하게 될 것 같지만 이만큼 맛있는 음식이고, 불평은 말하지 않고 입 다물고 먹기로 하자. 밥은 입 다물고 먹는 것. 그건 어디까지나 양보할 수 없는 세계의 진리다.

 

「디저트 때 정도, 말해도 좋지 않아?」

 

「하아, 아무튼....」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얻어먹고 있는 이상, 상대의 말에는 조금은 양보하는 게 좋겠지... 그러니까, 얻어먹고 싶지 않았던 거다. 맛은 있지만 말이지.

추가로 디저트는 푸딩이었다. 푸딩은 고등학생이나 된 남자가 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위험해. 한입 먹고 나온 감상은, 위험해. 너무나도 위험해 내 일본어도 정말 위험하다. 위험한을 과하게 써서 게슈타트 붕괴 일어날 것 같군...위험해.

아까 전부터 홀짝홀짝 스푼으로 건져서 빨고 있다. 너무 한 번에 먹는 것도 아까우니까... 나로서도 가난근성이다.

 

「그런데 히키가야 군, 다음에 비는 날은 언제일까?」

 

「.........쿨럭」

 

푸딩이 목에 막혔다. 이런 부드러운 것이 막힌다니 무슨 일인가요..

내 상태를 보고, 하루노 씨는 쓴 웃음을 짓는다.

 

「아하하, 농담이야. 과연 더 이상, 끌고 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어?」

 

「어라? 뭐야 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아니, 저....」

 

믿을 수 없어...그도 그럴게 이 사람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유키노시타의 언니다.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쓸 수 있는 건 써서, 쓸 수 없는 것조차 당당하게 써서 목적을 달성한다...문화제에서, 나는 그 일면을 보았을 거다.

 

「프레젠트 사는 걸 그만둔 게 아니에요? 히키가야 군한테서 어느 정도 리서치는 할 수 있었고, 조금만 더 찾아보고 나서 살 생각. 너무 내가 히키가야 군을 휘두르는 것도-...유키노 짱한테 미안하고」

 

「또... 유키노시타는 관계없다니까요?」

 

「응-, 그래? 그럼 좀 더 누나와 나갈래? 나는 별로 상관없어요?」

 

나는 어깨를 움츠려 대답으로 대신한다. 설마겠지.

 

「그렇겠죠? 원래 내가 사줄까 하는 생각으로 히키가야 군이 어울려 주고 있었던 걸. 별로 끝까지 붙어 다닐 이유는 히키가야 군에게는 없으니까」

 

말하고 있는 건 지당하다. 나는 어디까지나 뒤따라 합류했을 뿐. 혹시 하루노 씨는 그 밖에도 몇 번 정도 혼자서 찾으러 나갔는지도 모른다. 그 중의 두 번, 내가 말려 들어갔을 뿐이다. 돈을 내는 건 하루노 씨니까, 최종적인 결정권은 하루노 씨에게 있는 것이고.

 

...단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케이스에 말려 들어가, 내가 도중에 이탈할 수 있던 시험은 거의 없었으니까.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 없어, 사축 유사 체험을 너무 반복했기 때문일까, 있다고 생각했던 잔업이 갑자기 없어져 버렸을 때의 불안과도 비슷한...어, 정말로 돌아가도 좋습니까?

역시, 이걸로 끝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 그 대신이긴 한데」

 

「거 봐요...」

 

무심코 입으로 나와 버렸다. 다행히도 하루노 씨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듯하지만. 내 경계 시스템은 감도 양호하다. 할 수 있으면 위기 회피 방법도 매뉴얼화 되고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부탁인데... 내 프레젠트,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한테 건네주길 바라는-데」

 

「어...제가 말인가요?」

 

「그래.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한테」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남아 있던 푸딩을 입에 옮긴다. 연분홍색의 입술에, 은빛의 스푼과 푸딩 조각이 빨려 들어간다. 조금 맛보고 나서, 꿀꺽 하고 삼켰다.

 

「아니, 왜.....」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크리스마스 파티, 히키가야 군도 가는 거겠지?」

 

「뭐어... 일단」

 

토츠카가 오면이지만.

 

「가하마 짱의 제안이고, 프레젠트 교환이라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때 건네준다면 좋은 것뿐이니까.」

 

그 녀석이라면 확실히 그런 말을 할 것도 같군.... 프레젠트 교환이라든가, 여러 명의 프레젠트가 오고 가겠지? 지뢰가 많이 매설되고 있다는 거죠? 뭐야 그건 무서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응?」

 

「그런 게 아니라... 왜 스스로 건네주지 않습니까?」

 

나의 당연한 의문에, 하루노 씨는 당연한 듯이 대답한다.

 

「싫은데, 유키노 짱이 내 프레젠트를 솔직히 받을 리가 없잖아」

 

「아니...바로 지난번에 보통으로 건네주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 고토우치 팡 씨라든지를. 유키노시타 엄청나게 기뻐했다고?

 

「으-응, 아무튼 그렇긴 한데... 그래도 저건 드문 패턴이니까. 봐, 유키노 짱은 내 앞에서는 솔직히 기뻐해 주지 않았겠죠?」

 

그건 뭐, 확실히 그렇다.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가장하고 있었으니까... 마치, 틈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처럼. 숨길 수 없었지만.

 

「나는, 솔직히 기뻐하는 유키노 짱이 보고 싶은 거야. 팡 씨도 두 번은 쓸 수 없고, 오늘 것도 빗나가 버렸고, 앞으로는 이제 주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그러니까, 부탁할 수 없을까나?」

 

「......인선 다시 생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발상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선물은 질이 아닌, 주는 사람의 마음이다...라고 하는 속론에 관해서는, 나도 생각하는 점이 있다. 프레젠트의 성공여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주는 사람이다. 선물의 내용도 거기에 담긴 감정도, 받을 마음이 없으면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다...소스는 나...트라우마 폴더가 불을 뿜는다.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건네줬다고 해서, 그 녀석이 기뻐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래, 발상은 나쁘지 않지만, 나로서는 유키노시타가 기뻐하지 않는다. 프레젠트 내용물이 유키노시타의 취미에 적중이었다고 해도다. 오히려 적중했을 경우, 「왜 내 취미를 이정도로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당신 스토커?」의 텐프레 대사로 따지기까지 할 거다.

 

「그럴까나... 기뻐한다고 생각하는데」

 

「뭐를 근거로 그런 말을....」

 

「에? 봐요,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과 라라포트 갔을 때라든지. 팡 씨 인형 받아서 기뻐했잖아」

 

「....꽤나, 예전 얘기를 꺼내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사람과는, 그 때 서로 알게 됐다.

 

「누군-가 본 적 있는듯한 애가 있다고 생각하면 유키노 짱 아냐? 즐거운 듯이 수다해서는. 한순간 오인했을까 하고 생각한 거야. 저거 크레인 상품이었지? 유키노 짱 그런 거 한 적 없고. 분명 히키가야 군이 집어 줬군요?」

 

「뭐어, 일단은....」

 

정확히는 타인 부탁이었지만. 낸 건 유키노시타의 돈이고.

 

「이렇게 기쁜듯한 유키노 짱은 오랜만에 봤으니까, 방해일지도 하고 생각했는데 그만 말을 걸어 버렸어... 그 때는 미안해?」

 

그런 예전의 일을 사과해도, 곤란하다. 거기에 나는 따로 사과 받을 도리는 없는 거고. 기분 나빠 했었던 사람은 유키노시타 뿐이다.

...라고 할까 그걸로 기쁜 거라니 기가 막힌다. 나는 팡 씨 꺼내 줬는데도, 굉장히 실례인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정말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

 

「............」

 

그렇게는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면, 아마 정찰과 견제를 겸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여동생에 붙은, 벌레에 대한, 도착이다. 나도 정말 대의를 품어야 하나. 견제라는 것보다 소독 단계가 나으려나. 이 자식, 공부를 구실로 코마치한테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말이야...

 

하루노 씨의 여동생에 대한 스탠스는 아직도 모른다. 찰싹찰싹하고 미움 받을 정도로 들러붙었나 하고 생각하면, 차갑게 떼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또 참견이라고 할까 시련 같은 것을 주고 있는 인상조차 받는다... 어느 쪽으로 해도 바보군. 유키노시타에게 미움 받는 데에 있어서, 아마 뛰어난 게 아닐까.

그것을 자각한 다음, 내게 이런 일을 부탁할 정도라면, 고치면 좋을 텐데.

 

「그럼, 유키노 짱이 히키가야 군한테서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는 건 증명된 거고, 아까 전의 얘기로 돌아오지만 부탁 받아 주지 않을까나? 봐봐, 유키노 짱과의 거리를 줄일 찬스야!」

 

「찬스」

 

「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위험해, 반응 해버렸잖아. 지금은 완전히 무의식. 어떻게 할 거야 자이모쿠자.

가 아니야... 모르는 점이라 한다면, 이것도 모르는 점이다.

왜 이렇게도 이 사람, 나와 유키노시타의...뭐라고 할까, 세트(?)에 집착하고 있는 거지? 할인은 되지 않지만. 누구한테 수요 있어요. 이 조합.

라라포트에서의 만남 이래, 특별히 소독된 기억도 없으니까 무해 판정 정도는 나왔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 무해하고. 무해 무독 무미 무취. 공기 같다고 빈번히 듣는 걸. 아니, 언급되지 조차 않는 걸, 공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그 소재로 만지작거려 온다. 부추겨 온다. 불꽃놀이 때도 그렇고, 문화제 때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도...아니.

 

최근에는 보다 노골적이다. 선물인 고토우치 팡 씨를 빌미삼아, 유키노시타의 프레젠트 탐색에 끌고 다니고, 끝에는 하루노 씨가 선택한 것을 내게 시키려고 하고 있고. 코마치 레벨의 노골적임을 느낀다. 만지작거린다든가, 그런 레벨이 아니다. 어느 의미, 거절돼도 상관없는 맹러쉬다. 그건 마치,

 

「뭔가... 초조해 하고 있습니까?」

 

감히, 맥락도 없이 물어 본다. 이런 상대에게는, 논리적인 전개로 캐묻는 것보다는, 페이스를 흔들어 반응을 보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초조해 한다고? 응-, 확실히 초조하고 있는 걸까나. 두 사람 모두 반년 가까이 지났는데 전혀 진도 나가지 않으니까 언니는 걱정에 걱정이라서」

 

하지만, 내 질문은 불발로 끝난다. 하루노 씨의 페이스도 흐트러지지 않은 듯이 보인다... 이건 얼버무린 건가? 그렇지 않으면 내 억측이라든지? 의도가 너무나도 보여 틈이 보여서, 반대로 아직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버리는 건, 상대가 하루노 씨라서 그럴까.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인다면, 동생과의 교제를 언니가 인정해 지지도 해 주는, 남고생에게는 군침 도는 시추에이션일 거다. 하지만 그런 로맨틱 코미디적 전개를 머리부터 믿지 않는 나는 그것을 바보같이 고분고분하게 납득할 수 없고, 하물며 그 로맨틱 코미디 전개의 중개인 또한 하물며 한 층, 두 층도 더 숙련된 연기파다... 역시, 믿으라는 편이 무리인 얘기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루노 씨의 말에, 마음속이 간파된 듯한 생각이 들어 섬뜩한다. 가능한 한, 나는 평정을 가장하면서 남은 푸딩에 입을 댄다. 달다. 사고에 당분은 필수다.

 

「나는, 단지 그저 히키가야 군이라면 유키노 짱하고 잘 지내 나갈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을 뿐인데」

 

다시, 노골적이게까지 발을 디뎌. 유키노시타 하루노인 듯한 거침없는 말과, 유키노시타 하루노다운 단락적인 발언

 

「하...그만둬 주세요, 나한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그런 식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꽤나 초M인가, 유이가하마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 그래도 히키가야 군, 내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도, 유키노 짱을 꽤나 구해 주지 않았어?」

 

「...무슨 정보입니까, 그건」

 

근거를 말해라 근거를, 이라고 말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짐작이 간다.

시즈카 짱한테서 들었어요, 라며 하루노 씨는 계속한다. 역시 그런가. 하루노 씨는 생긋하며, 미소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내게 말을 건다. 그건그건, 기쁜 듯이. 궁지에 몰아넣듯이.

 

「예를 들면 임간학교... 초등학생인 여자애를 도와줬었지? 알게 되어 하루도 지나지 않은 여자애를 위해, 꽤 위험한 다리를 건넌 것 같지 않아? ...그런데, 히키가야 군은 그 여자애를 누구와 겹쳐 보고 있었겠지요?」

 

악의로 배제되어 버린 소녀. 주위를 단념해 버린 여자애. 그 모습에, 나는 누구를 겹쳐보고 있었을까.

 

「예를 들면 문화제... 이건 나도 옆에서 보고 있기도 했고, 별로 할 말도 없을까나... 재미있게 해 줬어 히키가야 군은. 그 문화제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군요... 그 문화제는, 히키가야 군에게 있어서 누구의 문화제였던 것일까나?」

 

위원장 부재인 후미. 위원장 부재로 직면할 뻔한 엔딩... 문화제에 주역 같은 건 없다. 물론, 그 성장이라는 말을 잘못 잡은 불쌍한 위원장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주역으로 한다면, 그건 누구였던 것일까.

 

「에트세트러에트세트러, 군요... 히키가야 군이 없었다면, 아마 유키노 짱은 이번 일 년으로 꺾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나... 예를 들면, 문화제 쯤에서」

 

「.........」

 

감히 문화제를 선택한 건... 역시 확신 범인가.

 

「뭐, 꺾여 버리는 편이 행복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꺾여서, 타협해서, 현실을 받아들여서... 그러면, 약간은 나한테 가까워질 텐데」

 

하루노 씨는 진짜 한순간만, 얼굴을 흐린...듯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것이 너무나도 한순간이라, 내 오인일지도 모르니까. 눈앞에는 방금 전과 다름없이, 즐거운 미소를 띤 하루노 씨 밖에 없다.

 

「그렇지만, 히키가야 군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어.」

 

「허용하지 않았다라니...」

 

「그러네, 유키노 짱이라도 꺾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고... 내 방식에, 굽히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고. 오기가 있으니까, 그 아이」

 

쿡하며, 하루노 씨는 웃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질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정정해요, 히키가야 군 덕분에, 유키노 짱은 꺾이지 않아도 됐다, 이걸로 좋아?」

 

「...이걸로 좋은 것도 아무것도... 유키노시타가 꺾이지 않았던 건, 유키노시타 자신의 힘이겠죠. 감히 말한다면...유이가하마라든가」

 

「가하마 짱이네... 별로 그 애를 더해도 상관없지만. 확실히 부목 정도로는 된 것인지도 모르네요. 그래도 외적을 쫓아버린 건 대체로, 히키가야 군이잖아? 근본적 해결이라고 할까... 시즈카 짱 가라사대 비스듬한 해소법이라고 할까. 아하, 뭔가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인 것 같네?」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요」

 

지친 소리를 내며, 나는 한숨 섞인 대답을 한다. 마음대로 이해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 이해를 강요하면 그건 강요라는 거다. 하루노 씨가 지금이 돼서 맹공을 퍼 오는 이유는 아직도 모르지만, 어쨌든, 압도적으로 방치했으면 했다.

맛있는 식사를 얻어먹는 것보다, 돌아가서 코마치의 매도를 받으면서 혼자 요리를 하고 있는 편이 몇 배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에 어울릴 정도라면.

 

「그런 게 아니야...네」

 

하루노 씨는 아직도 계속할 생각인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반응이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반론할 준비를 한다. 당분 보급이라도 할까...앞으로 한 입이나 두 입인가. 실로 아깝다.

 

「응...그럴지도 몰라」

 

「......어?」

 

물론 부정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루노 씨가 다음에 내뱉은 말은 의외롭게도 긍정의 말이었다. 너무 의외라 건져 올린 푸딩 조각을 접시에 떨어뜨려 버렸다. 다행이다, 마루가 아니라서.

 

「그러네. 그런 게 아니야. 내 입장에서 말한다면... 그것만이 아닐, 까나?」

 

문득, 하루노 씨와 눈이 마주쳤다. 가능한 한, 돌리고 있던 그 눈에.

미소는 아무것도 다름없다...다만, 그 눈은 이미 웃고 있지 않았다.

내 머릿속을 열고 들여다보는 과학자와 같이 차가운 눈.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본성이라고 내가 명명했던 때의, 그 냉철한 눈이다. 이 눈에 노출된 건, 언제 이래일까?

 

「....히키가야 군이 생각하고 있는 건 그것만이 아니야」

 

하루노 씨는 다시 그렇게 반복한다.

 

「음란하지 않은 면은, 누나 싫지 않아요... 하지만 말이야, 나는 히키가야 군을 생각해서 말하고 있는 거야... 히키가야 군은,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어긋나기 시작했어.」

 

내 눈을 엿보는 듯이, 내 머리를 엿보는 듯이.

 

「...아니, 어긋나 있는 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까나. 어느 쪽이든」

 

나는 뱀에 직시된 개구리처럼, 한 눈을 팔 수 없다.

 

「...이대로라면 다음에는, 히키가야 군이 파탄해요.」

 

           ×          ×          ×

 

―――이대로라면 다음에는, 히키가야 군이 파탄해요.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 말이, 내게 닿았는지 어떤지. 내 어디쯤에 닿았는지를, 확인하는 듯이.

 

「.....무슨 말을 하고 싶습니까?」

 

「그건 히키가야 군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아?」

 

「...의문형에 의문형으로 돌려주지 마세요.」

 

하루노 씨는, 그럼 분명히 말하는군요, 라며 서론을 하고 나서 말을 계속한다.

 

「히키가야 군의 생각은, 히키가야 군의 방식은, 어디선가 분명히 무리가 생겨. 히키가야 군이 누군가를 도우려고 하면 할수록―――자신의 가치를 필요이상으로 싸게 측정하는 건, 슬슬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나」

 

수학여행 얘기, 자세하게 들었어요, 라며 하루노 씨는 말한다.

...아마, 하야마한테서일 거다. 부실까지 와서 나한테 푸념하던 하야마의 지친 얼굴을 생각해 낸다. 그 녀석도, 주위에 좌지우지되어 걱정이 끊이지 않는 매일이야. 하루노 씨한테 좌지우지되면, 저런 얼굴로도 된다. 지금의 나도 그런 기분이었다.

 

「그 한 건으로, 조금은 알았던 것이 아닐까? 히키가야 군의 가치를 인정한 사람에게 있어, 히키가야 군의 방식은―――보고 있으면, 기쁘지 않아... 시즈카 짱도 전에 그런 말을 했었지, 몹시 취해 있었으니까 기억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다치는 것을 보고, 아픔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슬슬 눈치 채야 한다.

 

「아무튼 시즈카 짱이니까, 히키가야 군을 생각한 설교겠지만... 내 말은, 그런 게 아니에요―――히키가야 군이 변해 주지 않으면 괴로워 할 애가 있으니까」

 

 

 ―――당신의 방식,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람의 기분, 좀 더 생각하세요.

 

 

「그 애들한테도 듣지 않았어? 히키가야 군도, 알 수 있도록...으응, 사실은 히키가야 군도, 벌써 알고 있어. 히키가야 군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주변이 느끼고 있는 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은요.」

 

「...타인에 대해,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지긋지긋한 톤으로 그렇게 대답한다...아마, 지긋지긋한 감은 나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내 본심이다. 나를 마음대로 이해해, 꽉 눌러서, 설교라든지 그만뒀으면 좋겠다.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이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이해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거기를 착각 해 버리니까... 오해해서, 상처받고, 그리고―――잃는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을 잘랐다.

그 미혹이 없는 어조에, 무심코, 얼굴을 들어버린다.

 

「히키가야 군은 벌써 알고 있어. 주위 사람의 기분도, 이대로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어. 그런데도 변함없는 건―――히키가야 군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변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변하고 싶어도, 변할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한 하루노 씨의 표정을...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기가 막힌 듯한, 불쌍히 여기는 듯한, 바보취급 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듯한, 그렇게 몇몇의 모순이 섞인 감정이, 혼연일체가 된 표정.

하지만 그 표정은 곧바로 안쪽으로 숨어, 하루노 씨는 본래의 차가운 미소를 되찾는다.

 

「...일단, 못은 박아놨으니까요. 지금부터 히키가야 군이 어떻게 해도, 나는 흥미 없지만―――그래도, 유키노 짱을 울리면, 용서하지 않아요?」

 

그런, 마음속이 차가워지는 듯한 것을 단언하고는,

 

「슬슬 나갈까」

 

라며 하루노 씨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벽에 걸린 세련된 시계를 바라본다. 꽤나 시간이 흐른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식사가 끝나고 나서 그만큼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이블에는 텅 빈 작은 접시만이 남아 있었다.

 

 

내쉬는 숨이, 가로등에 비춰진 상태로 희미하게 퍼져, 그리고 곧장 어둠 속으로 녹아간다.

 

「.....춥군」

 

어깨를 움츠려 양손을 포켓 안에 넣고 걷는다. 치바의 밤도, 겨울이 되면 그 나름대로 춥다. 하늘도 개여 있고, 낮의 얼마 안 되는 따스함도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뒤, 우리들은 걸어서 역까지 향하고 있었다. 츠즈키 씨의 차는, 하루노 씨의 지시로 돌아간 듯하다. 가라사대, 「왠지 걷고 싶으니까」...그렇다고는 해도, 이번에도 하루노 씨가 언제 츠즈키 씨에게 귀환을 명했는지 나는 몰랐다. 정말, 쿠로코 같다고 할까, 닌자 같은 사람이군... 입문 해볼까. 소질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딱히 걷는 건 좋다. 기본적인 이동 수단이 도보나 자전거인 나다. 어딘가의 부자처럼 차로 송영이라고 하는 건 솔직히 성에 맞지 않는다. 이 시간이라면 아직 빠듯이 버스도 다니고 있고.

우리들은 대로에 나오지 않고, 비교적 좁은 골목길을 걷는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사람의 그림자는 적다. 점점이 줄선 가로등이, 발밑을 불안하게 비출 뿐이다. 거리는, 조금씩 잠들고 있었다.

 

하루노 씨는, 약간 앞을 걷고 있다. 그 얼굴 옆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노 씨로 보였다. 방금 전 주고받은 말을 잊어버린 듯이, 방금 전의 차가운 가면을 어딘가에 두고 온 듯이, 고달픈 스마일로,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이 좋게 조차 생각되는...그야말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에 섞여, 희미하게 하루노 씨가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들린다.

그린 스리브스. 유명한 잉글랜드의 민요다.

관현악을 했던 사람답게, 하루노 씨가 연주하는 음색은 정확해, 그리고 약간의 잡음도 없이 투명하다. 콧노래 정도인데, 무의식중에 귀가, 그 소리를 가려서 들으려 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챈다.

곡조는 민요면서 어딘가 서글프고, 우울함조차 느끼게 한다. 그건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흥얼거리는 그녀에게는, 그만큼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 이 노래 좋아해」

 

원 프레이즈정도 노래하고 나서, 하루노 씨는 말한다.

 

「하아...그런데 의외군요.」

 

「...후후, 역시 그래?」

 

아마도, 문화제에서 본 하루노 씨의 스테이지의 인상도 있는 것일까. 그 정열적이고, 열광적인 오케스트라. 하루노 씨의 가열찬 부분을 구현화한듯한 음악... 그것과 비교하면, 이 곡은 상당히 어쩐지 쓸쓸하다.

 

「이 곡, 작자도 확실하지 않은 민요야. 해석도 여러 가지 있는데」

 

작자불상, 이라고 하는 건 음악 교과서인지 어디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틈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미술이나 음악 같은 실습계의 수업 중에, 교과서는 그다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한테는 구석에서 구석까지 읽을 만한 여유가 있었던 거다...이런 곳에도 얼굴을 내미는 외톨이 에피소드에 나로서도 약간 위축됐다.

 

「창녀를 노래한 곡이라든지, 궁정 여성과의 불륜의 노래라든지, 여러 가지로 말해지는데... 그래도 왠지 싫어할 수는 없어」

 

왜 일까나, 하며 하루노 씨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곡의 계속을 흥얼거린다. 어떤 것을 생각해 내려고 하듯이. 무엇을 확인하려는 듯이.

 

뭔가 생각에 빠진듯한 얼굴 옆을 살짝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레스토랑에 있던 때 한순간 보인, 그 표정에. 감정이 섞인 듯한, 그 얼굴에 대해.

그 표정이 의미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모른다....하지만 역시, 최근 들어서, 하루노 씨의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가면은 완벽하다.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에, 나는 일찍이 그 사람이 본성을 간파할 수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완벽한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아무튼, 아버지에 의한 쓰레기로 기르는 영재교육 덕분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최근의 하루노 씨는, 매우 보기 드물지만, 그 가면의 안쪽이 우연한 순간에 표면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계산된 가면을 벗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본인이 의도하고 있지 않은 듯이. 자칫하면, 목격한 내 쪽이 멍해질 정도로, 무방비하게.

유키노시타 하루노답지 않다. 완벽한 밸런스감각을 자랑하는, 그녀답지 않다.

단지, 그것조차도 나를 어떤 술책에 빠뜨리기 위해, 계산된 것이었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면도 또한,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왠지 생각하고 있으면 참 우습군. 대놓고 공전한다고 할까. 서투른 사람의 생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차라리 쉬고 싶다. 계속 휴일이라면 좋을 텐데.

 

「...히키가야 군, 무슨 일이야?」

 

「아...아무 것도 아니에요.」

 

갑자기 말을 걸어와, 나는 상당히 옆길로 새고 있던 사고를 중단한다... 내 쪽이야말로 단단히 하는 게 좋겠군. 이 사람 앞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니까.

 

「봐, 역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길의 저 편에, 본 기억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버스의 로터리도 정확히 그 근처다.

 

「오늘도 고마워. 정말로 내가 사는 걸로 괜찮아요?」

 

「...그러니까, 돌려준다고 말했잖습니까.」

 

남자가 두 번 말하기는 없다. 아무튼, 때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그렇게 되면 두 번 말하는 것 보다는 일구이언이지만.

 

「그래? 뭐, 기분이 내키면 그렇게 해도 좋아. 그리고, 코마치 짱한테도 고맙다고 전해 줄래? 여러 가지 협력 받았고」

 

「...너무 여동생을 홀리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그 녀석도 수험생이고」

 

사실은 수험이 없어도 그다지 어울리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코마치가 검게 되는 건 오빠로서 단호히 저지다.

 

「홀릴 생각은 아닌데... 오빠 생각인 코마치 짱과, 여동생 생각인 히키가야 군은 여전히 사이가 좋네.」

 

「그렇지도 않아요. 보통입니다, 보통」

 

치바의 오빠가 여동생을 많이 아껴주는 건, 보통입니다. 정상적입니다. 지나치면 비정상이 되지만.

 

「보통이군요... 뭔가 좋아 보이네, 그런 것」

 

「네?」

 

「그럼 프레젠트 사면, 메일 할 테니까」

 

내가 한순간 느낀 감각을 긁어 지우듯이, 하루노 씨는 평소의, 극상의 미소를 내게 향한다. 그건 위협과도 같은, 더 이상의 추궁을, 허락하지 않는 미소.

 

「내가 부탁한 건..... 생각해 두는 거예요.」

 

그렇게 하고, 휙 등을 돌려 역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 미혹이 없는 발걸음은, 바야흐로 내가 알고 있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다만,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가, 물론 내게는 모른다. 돌아서, 들여다 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


어제 멍한 상태로 있다가 MAX커피 마시고 각성해서 달렸습니다.

이걸로 또 기록경신이군요.


이번 편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저 둘의 관계성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참 복잡한 것 같아서...

 

하루노가 흥얼거린 그린 스리브스
(Green Sleeves : 우리말로는 푸른 옷소매 - 이렇게 바꿔서 써보니 갑자기 어떤 분이 튀어나와서 그뉵그뉵 스쿼트스쿼트! 할듯한 느낌입니다)

 

어떤가 해서 유투브에서 검색해서 들어봤는데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멜로디네요.

http://youtu.be/P5ItNxpwChE

클릭해서 한 번 들어보시길...


하아...이로서 연재 분은 거의 다 따라잡았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전체 예정 분량의 반을 넘었군요. 메데타시 메데타시~

아무튼, 언젠가 6편이 나온다면 그 때 다시 뵙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