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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의 덤 같은 약간 짧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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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가야 하치만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거역할 수 없다.(4.5)

 

평소와 다름없는 평일 아침. 내가 준비한 아침 식사를 딸과 아들이 한가롭게 먹고 있다. 딸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있던 탓인지 약간 피로한 것 같다. 이제 곧 여름방학. 딸이나 아들도 부 활동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현격히 많아진다.

 

이 무슨 부러운 상황인 걸까. 사회인에게 있는 건 기껏해야 휴가정도.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진, 사축이 되어 회사로 간다.』 이것이 일본인으로서 올바른 삶의 방법이다. 태풍이 와도 회사로 가려고 하는 거다. 일 너무 열심히 하잖습니까.

 

※ 미야자와 켄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 패러디입니다.

 

 

나라고 하면 드물게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툭 터놓으면 마감이 가까워서 울 것 같아. 원인을 더듬으면 출판사가 마음대로 내 신작 발매일을 신문 광고로 고지했던 게 지금 바쁜 원인이다. 당초의 예정보다 꽤나 앞당겨진 마감에 깜짝 놀랐습니다.

 

항의를 해도 「기성사실이라도 만들지 않으면 너는 글 진도가 나가지 않잖아」라며 상쾌한 미소로 고해 온 지긋지긋한 관계의 남자. 그 녀석 나한테는 사양도 자비도 없이 일을 강압해서는. 다른 인간에게는 팔방미인으로 신경 써주는 이케맨 주제에. 용서하지 않아 하야마 하야토.

 

「슬슬 학교에 가니까요.」

 

식기를 정리해, 나갈 준비를 시작한 딸의 발밑에 한 마리의 고양이가 접근한다.

 

「후냥?」

 

「아-군도 같이 갑니까?」

 

고개를 갸웃하고 다가 온 고양이는 딸에게 질문 받아 「후니」하고 대답을 돌려준다. 대굴대굴한 그의 이름은 『아오바』, 대게는 『아-군』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딸이다. 수컷인 그는 매일 아침에 딸의 등교를 마중하고 있다. 호위할 생각인 것 같다. 정말 상냥한 성격의 고양이에 머리도 좋아 우리 집 여성진에게 사랑받고 있다.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네. 준비가 끝나자마자 갑니다.」

 

아들은 한발 앞서 준비를 끝내 집 밖으로 나간다. 도중까지 같이 가므로 사이좋게 등교. 두 명과 한 마리가 나란히 학교로 향하는 광경은 왠지 흐뭇하다.

 

추가로 우리 집 고양이가 제일 따르고 있는 사람은 아들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들 곁으로 가고, 밤에 잘 때는 이불에 몰래 들어가 있다. 당초는 성가신 듯이 하고 있던 아들도 지금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아들의 폰에 저장된 대량의 사진을...... 응, 고양이 귀엽지요.

 

딸이나 유키노시타는 아들에게 찰싹인 고양이에게 부러운듯한 표정을 짓지만, 별로 두 명에게 따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부르면 기쁜 듯이 달려가고, 아들이 없으면 그녀들에게 응석부리러 다가간다. 제일 따르고 있는 사람이 아들일 뿐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제대로 문단속해라」

 

「냐아!」

 

사이좋게 나가는 아이들을 배웅한다. 현관문을 닫으려고 하자, 엇갈리는 식으로 유키노시타가 집에 돌아왔다. 어라, 회사 가지 않았던 거야?

 

「잊어버린 물건을 가지러 왔을 뿐이에요. 곧바로 나가요.」

 

내 의문이 전해진 듯이, 그녀가 사정을 설명한다. 드문 일도 있네, 유키노시타가 잊어버리다니. 오늘은 창이라도 내리는 걸까?

 

의아한 표정을 한 내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바로 근처에서 살짝 흔들리는 흑발과 코를 간질이는 달콤한 향기. 그것은 희미한 여운을 남기고 떨어져 간다.

 

「일, 힘내....」

 

「오, 오우....」

 

그것만 고하며 유키노시타는 빠른 걸음으로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살짝 보인 뺨은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입가를 눌러 현관에 주저앉는다. 긴 교제이지만 데레가 발동하는 법칙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이따금 보이는 귀여운 모습은 파괴력 발군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바빠서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군.

 

왠지 정말로 몹시 유키노시타가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