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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은 다음으로 마지막입니다. 예외라든지는 적당히 계속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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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예전에 했던 약속이다.

 

기억이 희미해져, 몇 장의 흐린 유리를 통해 보는 멀고 먼 경치처럼 윤곽도 희미해져가, 저건 몇 살 때 일이었는지, 어떤 것이 계기였는지, 원래 약속이라고 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다. 단지 그녀가 흘린 꿈 조각을 들은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그 무렵은, 어린 애가 보는 꿈같은 얘기 정도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완곡한 재촉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실현해 줄래 하고 마음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답은 본인밖에 알 수 없나.

 

그러고 보니 겉으로 표현한 적은 없었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 근성도 비뚤어져 있고, 그녀에게 표현하는 건 언제나 똑같은 변화구. 인생에서 한 번 정도는 스트레이트하게 행동해 볼까하고, 어딘가 정신이 헷까닥 했는지 , 그 일을 아무 생각 없이 상담했다.

 

눈앞의 그녀는 내가 서툴러하는, 체셔 고양이 같은 미소를 띠며 끄덕인다.

 

※체셔 고양이(Cheshire Cat)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가공의 고양이. 항상 얼굴에 히죽히죽 웃음을 띠고 사람의 말을 하며,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사라지거나 출현시킬 수 있는 성질을 가진 고양이로서 묘사된다.

 

 

「응응. 처형으로서는 대찬성입니다~! 쇠뿔은 단김에. 빨리 움직일까? 우선 부모님한테도 상담해서, 지인들 전부 말려들게 해서 성대하게 하자. 날짜는 언제가 좋을까? 역시 빠른 편이 좋지요」

 

「잠ㄲ! 난 아직 한다고는 말하지 ㅇ――」

 

 

인선을 잘못한 것을 내가 깨닫는 건 약간 늦고, 하이 텐션으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메일을 하는 그녀를 당황해서 멈춘다. 그녀—유키노시타 하루노 씨는 사모님의 언니로, 요컨대 내 처형. 그녀는 내 제지 따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중에서도 손가락을 움직인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는 순식간에 문장이 쓰여, 손을 뻗어 제지 했을 때에는 송신 완료 화면이 뜨고 있었다.

 

무슨 짓을.......

 

검토할까-하는 애매모호한 상담을 했을 뿐인데, 이 재빠른 수법. 기막혀 하고 있자 하루노 씨의 핸드폰에 착신이 온다. 램프를 반짝이며 밝은 음악을 연주하는 핸드폰. 전화를 받은 하루노 씨가 얘기를 시작한다. 희미하게 새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은 적이 있는 연로한 남성으로, 내 뺨은 성대하게 굳어져 간다. 두 마디 세 마디 말을 주고받고 전화를 끝낸 하루노 씨가 꺼낸 말은,

 

 

「아버지도 찬성이래!」

 

 

라는 말은 내 도망갈 길을 원천봉쇄로 파괴해 줬다.

 

 

「그렇다면 예비 조사하러 갈까. 아, 돈 있어?」

 

「아니, 있긴 합니다만.......」

 

「그래. 그렇다면 문제없네. 빨리 나가자. 아, 애들도 데리고 가자. 학교 끝나는 거 몇 시? 오래간만에 조카아들 딸들 귀여워 해줘야지-!」

 

 

어느 평일 오후. 나는 부주의한 발언을 후회하면서 하루노 씨에게 질질 끌려간다. 눈에 비치는 태양이 눈부시다. 상담 상대는 착실하게 선택하자.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는 처지가 된다. 지금의 나처럼.......

 

 

×  ×  ×

 

 

귀가하는 애들을 잡아 하루노 씨와 같이 향한 곳은 데스티니랜드의 오피셜 호텔. 넓은 로비에는 공을 세 개 늘어놓은 모양이 무수히 그려진 융단이 깔려 있어, 첫 번째 서는 곳에는 캐릭터 동상이 놓여 있다. 테마파크 분위기를 가져오면서도 품위 있게 정리된 공간은 고요해서 침착된 분위기였다.

 

하루노 씨를 선두로, 라운지를 향해 걸어간다. 아들과 딸은 학교에서 직행이므로 교복인 채. 약간 눈에 띄고 있지만 본인들은 신경 쓰진 않는 것 같다.

 

 

「앗, 할아버지」

 

 

한발 앞서 도착했던 노인을 찾아낸 아들이, 크게 손을 흔들며 말을 건다.

 

아들 앞에는 라운지 소파에 우아하게 허리를 내리고 커피 한 손에 신문을 읽는 노신사의 모습. 보기에도 품위 있는 노인은 뒤에 서 있던 비서에게 읽고 있던 신문을 건네며 얼굴을 이쪽으로 향한다.

 

노인은 아이들의 모습이 시야에 닿자, 매우 기쁜 듯이 손을 흔든다.

 

딸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건지, 가볍게 인사를 하곤 아들 뒤에서 긴장하고 있다. 당연한가. 요전 날 얼굴을 맞댄 이래, 아직 세 번 정도 밖에 노인과 애들이 얘기했던 적이 없다. 혈연상은 조부와 손주 관계지만, 오랜 세월의 간극도 있어 딸과 조부모와의 사이에는, 어색함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반해, 아들은 사양도 없이, 상당히 프랭크하게 대하고 있다. 그 녀석의 대담함은 천성이겠지. 장래에 거물이 된다고 하루노 씨도 감탄할 정도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어.」

 

 

하며 웃음 짓는 노인은, 아이들에게 다가서서 상냥하게 머리를 어루만졌다. 아들의 머리를 어루만지던 노인이 「이런?」 하며 소리를 높인다.

 

 

「약간 키가 자랐는지?」

 

「그럴까? 그렇다면 좋은데」

 

 

아들이 별거 아닌 듯이 응하자 노인은 한 쪽 눈을 가늘게 뜨며.

 

 

「성장기니까. 앞으로 점점 계속 커 가겠지. 장래가 유망하다. 누나 편은, 더욱 더 아름다워 진 것 같구나.」

 

「후엣!? 가, 감사합니다.」

 

 

갑자기 닥쳐온 조부의 칭찬에 딸은 당황하면서도 예의를 표한다. 어색하게 수줍은 딸을 보고 노인은 눈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약간 먼 위치에서 멍하니 있던 나를 보며 손짓을 한다. 인사를 하며 당황하면서 다가간다.

 

 

「오래간만입니다.」

 

「아아, 모두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하루노에게서 연락을 받고, 나잇값도 못하고 기쁨이 솟아났어. 아니, 손주들의 얼굴을 보니 젊어진 기분이 드는군.」

 

「저기,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아니네 아니네. 어차피 하루노가 억지로 움직였을 테지. 오히려 히키가야 군이 말려 들어간 쪽이 아닌 건가. 아니, 저 애의 행동력에는 두 손 놓은 것이야.」

 

 

곤란한 표정으로 말하는 노인에 이끌려 이쪽도 쓴 웃음을 띤다. 과연 부친답게 잘 알고 있다.

 

 

「아버지 너무한 거 아냐? 좋은 건 빨리 하라고 하잖아.」

 

 

그렇게 불평을 하는 하루노 씨. 그녀는 어느새 내 등에 반 기대는 듯이 하고 있었다. 잠ㄲ, 닿고 있으니까. 뭔가 크고 부드러운 게 2개. 굉장해-닿고 있으니까!

 

 

「아버지.......」

 

「바람은 안돼요.......」

 

 

아들이 차가운 시선을 던져 온다. 딸에게 다짐을 받는다.

 

 

「그러네 히키가야 군. 바람은 안 되고 진지해지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하루노 씨가 나를 들볶는다. 그녀는 한층 더 내게 밀착해 왔다. 필사적으로 피하려는 나와 안겨 오려는 하루노 씨. 그 광경을 보고, 노인이 「핫핫핫!」 하고 소리 높여 웃는다. 아니, 멈춰 주세요, 이거.

 

 

「자, 두 사람 모두 앉으세요. 배는 비어 있지 않아?」

 

 

내 구원 요청을 눈치 채지도 않고 노인은 아이들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한다.

 

 

「아, 나 케이크 먹고 싶어. 밀·크레이프 있어?」

 

「남동생 군. 조금은 사양하지 않으면 안 돼요.」

 

 

딸이 아들을 넌지시 나무란다. 노인은,

 

 

「상관없고 말이야. 아이는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일중 하나다.」

 

 

하며 한층 더 기분을 돋운다.

 

 

「누나도 사양하지 말고 뭐든지 부탁하세요.」

 

「.......그렇다면, 난 커피로」

 

「그리고 후르츠 타르트. 누나 좋아하지?」

 

 

웨이터를 불러 아들이 주문을 한다. 진짜 너 자중해라. 딸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나도 부끄럽다. 하루노 씨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으며 폭소하고 있다. 기르는 법이 잘못됐나...

 

 

「그러면 자, 다 먹으면 회장의 예비 조사하러 가도록 하자꾸나.」

 

 

노인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매우 기분 좋은 듯이 웃었다.

 

하루노 씨가 꺼낸 팜플렛을 보며, 유키노시타에게 비밀로 계획은 진행되어간다. 딸과 하루노 씨는 드레스 디자인을 진지하게 선택해, 아들과 장인어른은, 메뉴나 플랜에 관한 검토를 해가고 있다.

 

아무래도 논의에 빠져 있는 것 같고, 도착한 케이크에 손은 닿지 않고 음료도 대부분 줄어들지 않았다.

 

상상 이상으로 커진 소동에 약간만 머리를 감싼다. 이 소란의 계기는, 내 사소한 한마디였다.

 

 

「결혼식 올리면 유키노시타는 기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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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완결까지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