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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 때 Ⅸ ~약간의 거짓말~ + 에필로그




  하치만 오빠와 교제한 뒤 처음 맞은 주말은,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하루는 하치만 오빠와 둘이서 유키노 씨와 유이 씨에게 인사하러 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우리들이 교제하게 된 것을 듣자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하고, 웃으며 축복해 주었습니다.

  도중부터는 여자 세 명의 걸즈 토크가 되어, 하치만 오빠의 고백에 대해 유이 씨에게 재촉 받은 대로 이야기하게 돼서, 하치만 오빠가 토라진 듯이 얼굴을 돌렸던 것이 인상적입니다.

  왠지 모르게, 전에 만났을 때보다 봉사부 세 명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같아서 물어보자, 「우리들 친구가 됐어.」라고 유이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전부터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틀림없이 처음부터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관계를 말로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깊어졌던 것이 정말로 기뻐서, 저도 유이 씨를 따라 살짝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날씨가 쾌청했던 이유도 있어서, 코마치와 둘이 데이트에 가서 새로 나온 여름옷을 구경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그 도중에 처음으로 하치만 오빠와 연인이 된 것과 그리고 앞으로도 친구로서 잘 부탁한다고 전했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부끄러워져서, 조금 목소리가 상기된 것을 부끄러워했더니 코마치가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걸 조금 반론하다가 점점 즐거워져서 마지막에는 둘 다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의 저녁식사. 식탁에 돈까스, 닭고기 볶음과 해산물 샐러드를 놓고 셋이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아버지가 우물거리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집 말인데, 그 땅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와서 말이다. 허물기로 했어.」

「그렇구나. 상당히 내버려뒀었지.」


  저는 어땠냐면 튀김의 칼로리가 신경 쓰여, 해산물 샐러드만 접시에 담고 있었던 탓도 있어서,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제가 어중간한 대답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아버지의 말을 보충하듯이 어머니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유언이야. 필요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는 그대로 둬달라고. 할머니가 살았던 곳을, 할 수 있는 한 남겨두고 싶었던 것 같아.」

「......정말로, 한결같네.」


  새우를 삼킨 뒤, 무심코 본심이 밖으로 새어나옵니다.


「뭔가 말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래도 할아버지 집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어머니가 내일 휴가를 내서 정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리할 때, 뭔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좋을 대로 하라고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갖고 싶은 것...이라 해도 특별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서재에 잠든, 할머니를 위해 수집한 고서의 행방이 신경 쓰였습니다. 그 책을 팔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손에 건네주는 것은 꺼려집니다.

  그 다음날, 코마치의 제안을 거절하고 어머니를 도우러 할아버지 집으로 갑니다. 오래되어 잘 열리지 않는 현관을 빠져나가자, 마지막에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주자가 없어진 건물은 쇠퇴하듯이, 사람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원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느 정도는 정리한 것 같아, 소품이나 식기류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된 벽걸이 시계는 몇 년이나 전에 작동을 멈추어 원래 시간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책상 위로는 할아버지가 썼을 거라 추측되는, 고급스런 넥타이 핀이나 손목시계가 놓여있었습니다. 혹시 아버지가 다시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재를 들여다보니 이쪽은 아직 손이 닿지 않아, 건조한 머리카락 냄새가 방안에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청소만은 어머니가 한 것 같아서, 책꽂이에 손을 대봐도, 손에 먼지가 묻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전처럼 할머니 방을 갔더니, 어머니가 장롱 앞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눈치 채자, 「어서 오렴」이라 말하고, 다시 단상으로 시선을 되돌렸습니다.


「무슨 일이야? 그런 데서 가만히 있고」

「그게 말이야, 할머니가 쓰던 기모노를 어떻게 할까 해서」


  어머니가 뺨에 손을 대고, 서랍 안에 선명하게 피어있는 채색을 보고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양가 출신이라서, 젊었을 때 입었던 옷이 좋은 거야. 이 오오시마 명주도 굉장히 고급이고, 그 *우치카케(打掛)는 좀 더 비쌀 것 같아. ......하지만 우치카케는 어머님이 결혼식에서 입은 것 같아서 팔 수도 없잖니.」

※ 우치카케 : 화려한 신부의상


  추억의 기모노, 라고 하면 할머니는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소중한 물건일 것입니다.

  일생에 한 번, 결혼식에서밖에 입을 수 없는 너무나 호화로운 우치카케. 할머니가 몸에 두르고 나서 몇 년 지났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완전히 퇴색하지 않은 그대로, 아름다운 무늬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새어나왔습니다.


「그거, 내가 결혼할 때 입고 싶어.」


  언젠가 제가 결혼할 때, 이 우치카케를 입고, 그리고 마음껏 행복한 미소를 짓고 싶다고 이 때 생각했습니다. 이 할머니와 매우 닮은 용모와 성격인 채로.

  결혼은 아직 상당히 나중의 이야기라서 그런 나이가 된 저를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 바로 일전에 조금 의식할만한 일이 있었으니까요. *아직 안 잡힌 너구리 가죽이 알게 뭔가요?

※ 아직 안 잡힌 너구리 가죽을 파는 생각은 하지 마라 : 불확실한 것으로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의미.


  어머니는 제 말을 듣자, 부드럽게 꽃이 피는 듯한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그러네, 아카네는 할머니를 닮아서 아름다우니까, 반드시 잘 어울릴 거야.」

「......응」


  그 밖에 갖고 싶은 것이 없는지 찾아보라는 말을 남기고 어머니는 할머니의 방을 뒤로하며 다른 방을 정리하러 갔습니다.

  벽에 기대어 멍하니 방안을 바라봅니다. 이곳도 조금 더 지나면 해체되어 할머니의 잔향이 완전히 스러지겠지요.

  할머니의 흔적을 하나하나 확인하듯이 보던 중, 하나만 머리에 걸리는 것이 있어, 방구석에 있는 찬장의 서랍을 엽니다. 노송나무의 향기가 나던 중에 전처럼 칠흑색 비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꺼내어 손바닥에 살짝 놓습니다. 아름다워서 빨려 들어갈 만큼 검고 윤이 나는 그것은, 서늘한 감촉을 줍니다. 이것도 분명, 소중한 것이겠지요. 남에게 건네줄 수 없고, 먼지를 쓰게 내버려둘 수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과중할지도 모르지만, 기회가 있을 때 머리에 꽂아볼까 합니다.

  모처럼이므로 그 자리에서 머리카락을 모아볼까 했지만, 잘 묶지 못하고 포니테일 밖에 되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조금 납득이 되지 않아서 장롱으로 갑니다. 그리고 방금 제 것이 된 우치카케를 손에 듭니다.

  조금 먼지 냄새가 나는 우치카케를, 교복 위로 대강 걸쳐 입었습니다. 상상한 것보다 옷이 무거운 것에 놀라며, 어울릴지 어떨지 기대하면서 화장대의 삼베를 치우고 제 모습을 바라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하의가 중학교 교복인 것이 문제인 건지, 머리 모양이 문제인 건지, 화장을 안 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만, 우치카케의 품위에 완전히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어른스러운 표정을 만들어봐도, 우치카케는 저와 요만큼도 어울려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맵시 있게 입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강 제 옷차림을 만끽한 뒤, 우치카케를 다시 개려고 했는데, 개는 방법을 몰라서 난처합니다. 다다미 위에 놓고 접힌 자국을 따라 개어 봐도 잘 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어머니를 부르려고 일어섰는데, 다다미 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그러나 전보다 퇴색하지 않은 봉투가 떨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떨어지지 않은 걸로 보아, 아무래도 이 우치카케 안에 끼워져 있던 것 같습니다.

  쓴 사람은 짐작이 갔으므로, 전처럼 주저 없이 봉투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편지지를 읽어갔습니다. 소극적인 내용이라도 딱히 상관없었습니다. 다만, 결혼한 후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생활했는지를 지금까지보다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접고, 가슴에 꼭 껴안습니다. 쓰여 있던 글을 되새기자, 선명한 감정이 더 없이 밀려들어 와서 마음이 간단히 흔들립니다.

  뺨에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리고 나서, 이 소중한 편지를 쓴 사람을 떠올리며 투덜거렸습니다.


 

 

 

( http://acidrain.ky-3.net/%E7%B5%B5/%E3%81%A8%E3%82%8A%E3%81%82%E3%81%88%E3%81%9A )



「뭐예요, 할머니 평범하게 행복했었잖아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이 앞에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받았습니다.

  다만, 그래도 하나만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건 확실하게 말로 전하세요, 이 바보.」


―――――――


  다음 일요일, 날씨가 많이 풀린 이유도 있어서 저는 습관이 된 성묘를 하러 갔습니다. 지금껏 한 대로 묘를 청소하고, 꽃을 세워두고, 손을 모아 죽은 세 명에게 말을 겁니다.

  물건을 몇 개 정도 받은 것과 최근 있던 기쁜 일을 보고한 뒤, 마지막에 남동생을 향해 「미안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런 성격인 채 살아가려고 합니다. 당신이 죽었을 때 슬퍼할 수 없었던 저인 그대로라서, 죄송합니다.

  남동생의 뼈를 묻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말이 없는 차가운 묘를 보고 말합니다. 대답은 당연히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평소의 순서를 마친 뒤, 가방에서 한 통의 편지지를 꺼냅니다. 제가 마지막에 찾아낸, 할머니가 할아버지 앞으로 보낸 편지입니다.

  다른 편지는 제가 정중히 맡아서, 방 한쪽 구석에라도 보관할까 생각했습니다만, 그래도 이 편지만은 제대로 할아버지에게 보내고 싶습니다.

  근처를 둘러보고, 그 밖에 참배하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성냥을 비벼서 불을 붙입니다.

  한들한들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오렌지색 불을, 편지지에 가져다 댑니다. 편지지의 겉면을 맛보듯이 접하던 작은 불은, 점점 편지지를 삼켜갑니다.

  오래된 종이가 조금씩 티끌이 되어가는 모습에 묘하게 매료됩니다. 할머니가 살았던 증거 중 하나가, 단순한 재가 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갑니다. 제가 남겨뒀다면 분명 큰 버팀목이 되었을 그것은, 이미 그 의미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불길이 반 정도 편지지를 침식하자, 집은 왼손까지 날카로운 열이 전해져, 점점 들기 괴로워졌습니다.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어중간하게 태우면 공양이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너, 뭘 하고 있느냐!」


  그런 상태로 약간 고민하면서, 불길이 편지지를 삼켜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묘지 입구에서 엄한 소리가 날아왔습니다.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이 절의 주지 스님이 목소리 그대로 엄한 표정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네? 저기, 이건. ......앗」


  제가 횡설수설하는 동안에, 불은 전부 다 타서 마지막에는 제 손가락을 살짝 스치고 툭하고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불이 닿은 부분을 손대어보니, 날카로운 통증이 스쳐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상입니다.

  처음에는 무서운 표정을 짓던 주지 스님은, 그런 제 멍한 모습에 맥이 빠졌는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고는, 무뚝뚝하게 말했습니다.


「......우선, 여기로 오거라. 아내에게 치료하게 할 테니.」


  설교는 도착할 때까지의 얼마 안 되는 시간에 행해집니다.

  불을 취급한다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다뤄라. 애초에 이 절은 공양을 안 하니까, 공양하고 싶으면 좀 더 큰 절에 가라. 너도 고등학생이니 좀 더 절도와 상식을 갖고 행동하는 편이 좋다, 등등.

  진지한 얼굴로 하지만 저를 고등학생이라고 착각하는 게 재미있어서 살짝 웃자, 듣고 있는 거냐면서 더 혼나고 말았습니다.

  본당과 연결되는 툇마루로 따라갔더니, 주지 스님은 「여기서 당분간 손을 차게 해두거라.」 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 흐르는 물에 담급니다. 차가운 물이 닿자 통증이 심해졌지만, 그것도 한 순간으로 점점 통증이 누그러져갑니다.

  당분간 차가운 물의 상쾌함을 맛보고 있던 중, 툇마루로 이어지는 다다미방의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 묘 앞에서 불장난해서 화상 입은 여자애가 너였구나.」


  가까운 사람에게 하듯이 말을 걸어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실례지만, 처음으로 만난 게 맞죠?」


  살갗이 흰 초로의 여성은 재미있는 것을 보듯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웃었더니 눈이 가늘어져서, 얼굴이 여우처럼 되었습니다. 양손에는, 반창고와 연고가 각각 들려 있었습니다.

  제가 흐르는 물에서 손을 꺼내려고 하자, 여성은 「좀 더 차게 하는 편이 좋단다.」라고 하며 툇마루에 앉아서, 방금 전의 제 질문에 답했습니다.


「너, 늘 우리 절에 와서 얼굴을 기억한 거란다.」


  여성은 쾌활하게 웃으면서, 청바지에 싸인 가느다란 다리를 아이처럼 흔들거리며 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주지 스님의 부인이라서 그럴까요. 조금 속세와 멀어진 분위기와 산뜻하게 웃는 모습은, 어떤 의미로는 절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잠시 동안 아주머니는, 제 모습을 따분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후훗하고 숨을 내쉬고는 예리한 눈초리로 제게 물었습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니?」

「......네」

「어째서 그렇게 자주 참배하러 오는 거니?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 정도의 나이에 그렇게 참배하러 오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어」

「......긴장을 늦추면, 죽은 사람을 멀리 두고, 그대로 놓아버릴 것 같아요. 잊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아주머니는 제 눈을 빤히 바라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근처 숲에서 휘파람새의 장단이 어긋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슬슬 됐으려나. 안으로 오렴.」하고는 문 너머로 들어가서, 당황하며 손을 닦으면서 아주머니를 따라갑니다.

  유서 깊은 일본 가옥은 역시 다다미 방 뿐으로, 여기저기에 풀냄새가 감돌아서 절로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멀리서 자갈을 밟는 소리와 나무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이 들립니다.

  제가 치료한다고 호소했지만, 아주머니는 전혀 듣지 않아서 할 수 없이 되는대로 치료를 받습니다. 아주머니는 유백색 연고를 가져다 대며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 왜 장례식 뒤에도 49제나 3주기를 한다고 생각해?」

「사후의 안녕을 빌기 위해서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건 고인에 대한 이야기지. 그럼 유족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왠지 학교 선생님에게 배우는 기분이라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궁리합니다.


「......마음의 정리인가요?」


  제가 대답함과 동시에 연고가 발라집니다. 피부에 달라붙는 것을 느끼며, 이렇게 치료받는 건 초등학교 이래로 처음이라고 마음 구석에서 생각했습니다.


「맞아. 종교라는 건 기본적으로 산 사람을 위해서니까, 구제나 해탈 운운을 제외하고도, 반드시 세속적인 이유가 있어.」

「하아......」


  아주머니는 기세 좋게, 가볍게 말합니다만 그 말은 조금 꺼림칙하게 느껴졌습니다.

  절이라는 것은 시주하는 사람은 어쨌든, 주지 스님이나 스님들은 교의를 진지하게 믿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족이 이런 말을 하면 과연 부처님이 허락해주실지 어떨지 모릅니다.

  그런 제 생각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한 아주머니는, 제 대답을 듣고는 계속 말합니다.


「이런 생각을 주지 스님은 싫어하지만, 조금 전 말한 49제나 3주기도, 처음은 유족들을 위해 마련한 기간이라고 생각해. 이만큼 지났으니까, 고인에 대해서는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하지만 고인을 잊으면 안 돼요.」

「딱히 완전히 잊으라는 게 아니야. 그래도 가끔, 그래. 일 년에 한 번 정도 떠올리고, 사과하거나 사후의 안녕을 빌거나 할 정도로 괜찮아. 그것만 해주면 충분해.」


  거칠고 울퉁불퉁한 반창고가 손가락에 감겨집니다. 말한 그대로 대충 감긴 탓에, 손가락이 전혀 구부러지지 않게 되었지만, 받는 입장이니만큼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뭔가, 적당한 사고방식이네요.」

「적당한 거면 돼. 물론 우리들 입장에서는 묘 청소 정도는 하러 오길 바라지만, 그 이외는 뭐. 거기에 고인의 행복을 빈다고 해도, 매월이라면 지치겠지? 고인도, 너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분명 제 후회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울 수 없었던 것은, 언제까지나 제 안에서 그림자를 드리우겠지요.

  그것을 잊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주머니가 말한 본연의 자세도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조금 살기가 편해질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머 그래? 그렇다면 이번에, 주지 스님 대신에 반야심경이라도 불러볼까?」


  입가를 일그러뜨리면서 아주머니는 농담인 척 말하고는, 「이걸로 끝」 하며 제 손등을 탁 두드렸습니다. 아직 아픔은 조금 남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편해진 것 같습니다.

  재차 아주머니에게 감사인사를, 주지 스님에게 사과하고 절을 뒤로 합니다. 경내에 깔린 옥석을 밟자,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발이 잠겨갑니다.

  다음에 참배하는 건 오봉 때로 합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겠지만, 대신 그 때 많이 이야기합시다.


―――――――


  처음으로 둘이서 탄 자전거는, 예상외로 자세가 불안정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하치만 오빠가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덜컹덜컹 짐받이가 흔들려, 저는 자전거에서 떨어질까봐 무서워하며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딘가 잡을 것을 찾아봐도, 붙잡을 곳이 하치만 오빠의 몸밖에 없습니다. 또 짐받이를 잡으면 다리를 뻗다가, 스커트 안이 보일까 하는 불안에 주저합니다.

  그렇지만 하치만 오빠의 허리에 손을 두르는 것은 역시 부끄럽고, 그 쪽도 사양할 것입니다.

  당분간 자전거에 흔들리면서 생각하다가, 미덥진 못하지만 하치만 오빠의 교복을 잡기로 했습니다. 조심조심 셔츠 옷자락을 잡자, 하치만 오빠가 신경 쓰였는지 뒤돌아봐서 쑥스러워지고 말았습니다.

  성묘하다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하치만 오빠와 만났는데, 설마 이런 체험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하치만 오빠가 할아버지의 책 몇 권을 맡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행운이라는 건 겹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6월의 푸른 하늘 아래, 자전거를 둘이서 타며 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우리들은, 정말 연인 같다는 생각에 허둥지둥합니다.

  조금만 얼굴을 내밀자, 정면에서 습기 찬 바람에 부딪힙니다. 눈을 가늘게 뜨며 근처를 둘러보자, 아직 오전중이라 그런지, 길을 가던 사람들은 어딘가 한가로운 모습으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조금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자전거에서 보이는 경치는 평온하고, 가로수를 빛나게 하는 신록이 한층 더 눈에 띄었습니다.

  자전거의 흐름에 몸을 맡기던 중, 한 가지가 떠올라서 입을 엽니다.


「하치만 오빠. 그러고 보니, 하나 말하는 걸 잊은 게 있어요.」

「뭔데?」


  하치만 오빠가 시선을 살짝만 담아서 대답했습니다.


「의외로 저, 일본식 옷이 잘 어울린답니다?」

「그, 그래......」


   그것은 처음으로 한 작은 거짓말과 대수롭지 않은 선언입니다. 지금은 아직 어울리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 우치카케를 맵시 있게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여성이 되어, 그 모습을 이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치만 오빠가 기막힌 듯이 수긍했습니다. 그 어중간하게 대답하는 방식도 재미있고, 그리고 귀엽게 느껴져서 저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하치만 오빠의 등에 맡겼습니다. 가슴의 고동이 더욱 빨라집니다.

  태양이 구름에 막혀, 옅은 그림자가 땅에 퍼져갑니다. 아직 봄 날씨를 머금은 바람이 흘러들어와, 제 머리카락을 휩쓸어갑니다. 긴장으로 인한 고동은 이윽고 얼굴까지 올라와서, 이렇게 보내기 쉬운 날씨인데, 더위가 맹렬하게 덮쳐왔습니다.

  ......어쩌면, 여름은 이미 눈앞까지 왔을지도 모릅니다.


―――――――


  에필로그 ~봉하지 않은 편지~


  의사에게 남은 시간을 듣고 나서, 제 인생을 자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죽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무섭습니다. 사후 세계를 공연히 믿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후에 찾아올 깊은 어둠 속을 상상하면, 밤에도 잘 수 없을 정도로 떨립니다.

  결코 올바른 인생이 아닙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되어, 그리고 그 사람의 돈으로 생활했던 사람의 인생이 올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제 주변에는 항상 미소 짓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있고,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제 오빠나 언니들은, 당신과 같이 가끔 얼굴을 보이는 탓인지, 이 연령이 되어도 이상하게 인연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웃 분들과도 반상회 행사로 종종 교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답게 살 수 있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속에 계속 있는 듯한, 그렇게 온화한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지낼 수 있는 것은, 그리 간단하게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틀림없이, 제 인생은 행복했겠지요. 당신에게는 폐를 끼쳤지만, 그래도 행복했다고, 되돌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을 가져다 준 사람은 당신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애정이나 사랑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정말 제멋대로 살아왔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에 감사하게 해주세요.

  이런 저와 결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이런 온화한 나날은 보낼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기적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보답으로, 당신의 남은 인생이 끝없는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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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함께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2014) 11월 중순으로, 약 8개월간의 투고가 되었습니다.

  봐주신 분, 감상을 써주신 분, 평가해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UA가 늘어나거나 감상을 받거나 평가를 받을 때마다 기운이 나서 어떻게든 완결까지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카네와 아카네의 할머니 캐릭터가 가장 처음으로 생각나서, 그 이래로 쓰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뭐, 짝사랑한 여자애를 쓰고 싶었다는 이유도 있지만요.

  처음에는 아카네를 움직이는 것이 꽤 큰일이라, 이 애다운 행동은 뭘까, 이 뒤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것들이 걸려서, 꽤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결까지 도착했을 때, 이제 더는 아카네에 대해서 쓸 수 없다고 생각했더니, 허전해지기도 하고...... 정말로 이 애를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역시 엔드 마크는 어디선가는 찍어야 하므로, 이 시점에서 끝내려고 합니다.

 
  ......라고 썼습니다만, 메인 줄기와는 관계없는 곳에서 거북이 갱신이 됩니다만, 예외편을 5편 정도 써볼까 합니다. 후일담을 3화 정도로, 아카네에게 차인 남자애 시점에서의 이야기를 1화. 나머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하지만 본편은 이걸로 완결이라는 걸로, 거듭해서 말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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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첨부한 그림은 작가 분이 그린 게 아니지만 제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그림을 우연히 보고 어울리겠다 싶어서 임의로 넣었습니다. 아카네와 다른 면은 분명 있겠지만 그건 양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