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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 때 Ⅶ ~갖가지 눈물~




「그래서, 넌 잘못됐어.」


  그 말을 하치만 오빠가 했을 때, 몸 깊숙한 곳에서 뜨겁게 질척질척한 것이 올라와, 떨릴 것 같았습니다.

  떨림을 필사적으로 참으려고 하자, 곧바로 그리운 기분이 밀려와, 가슴 속에서 여러 감정이 얽혀서 생긴 것은 체념이었습니다.

  결국 하치만 오빠는, 그 때 이래로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성장하면서 눈이 점차 탁해지고, 근사함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제일 깊숙한 곳에 숨겼던 것은 그 때 그대로였습니다.

  8년 전의 그 돌아가던 길. 태양이 여름을 알리듯 날카로운 햇볕을 내리쬐고, 땀과 긴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던 그 때와.

  ......그리고 저도, 그 때 이후로 전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빠져 있던 부분은, 변함없이 텅 빈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왠지 모르게 하치만 오빠가 바라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말았습니다. 하치만 오빠의 곁에 있어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을 두 명 알고, 저 같은 것이 누리는 것보다도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심은 굉장히 간단하게 섰습니다. 방법도, 바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탄스러운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서투르게 봐왔으니까요.


「......그 생각은, 하치만 오빠의 자기만족이에요.」


  하지만 나온 말은, 제가 떠올린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외톨이를 정당화하고 있어요. 자신의 사정으로 누군가의 사정으로 친구를 만들 수 없는데, 외톨이가 된 것을 이유를 대서 속이고 있어요.」


  불합리한 말을 해서, 이런 녀석과 두 번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도록 화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넘쳐흐르는 말은 바로 포장이 벗겨져,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자기 마음에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서, 그래도 외로워서 실은 바라기 때문에 괜찮다고 속으로 생각할 뿐이잖아요.」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자꾸자꾸 날카로워져 가고, 가차 없이 하치만 오빠를 찔러갑니다. 제가 말을 자아낼 때, 조금씩 비통한 표정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하지만 저는 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중에 제일 화내는 건지도 모릅니다. 평소에 별로 화낼 일이 없어서, 침착한 기분을 모르게 되어, 마음을 완전히 주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별로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그건 분명 누구라도 있겠죠. ......다만, 그 자기만족을 제게 강요하지 마세요. 그 자기만족으로, 제 안에 있는 것을 부정하지 마세요. 그것이, 저는 가장 싫어요.」


  마지막에 토해낸 말은, 틀림없는 제 본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언하고 나서 하치만 오빠의 얼굴을 보았을 때, 말했던 모든 것을 후회했습니다.

  결국 저는, 하치만 오빠에게 상처 주었을 뿐입니다. 미움 받으려 해도 전혀 잘 되지 않고, 그저 머리에 피가 오른 채 무방비한 상대에게 심한 말을 퍼부었을 뿐입니다.

  그런 것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정말 참을 수 없이 싫어져, 눈 안쪽에서 눈물이 넘쳐흐르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눌렀습니다.

  상처를 준 사람이 울다니, 용서될 리가 없습니다.

  일단 하치만 오빠에게서 등을 돌리고, 긴장된 표정을 풉니다. 눈물이 넘치지 않게 주의하면서 평소의 표정을 어떻게든 만들어, 간신히 뒤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인사했을 때, 마침내 버티지 못하게 되어,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눈물은 아스팔트에 떨어져, 검은 얼룩을 몇 개 정도 만들었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 번 더 하치만 오빠에게서 등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한 번 터진 눈물은 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흐느끼며 울 것도 없이, 눈물은 뚝뚝 뺨을 타고 그저 계속 흐릅니다.

  눈물을 흘리자, 머릿속이 점점 냉정해져서 저런 말을 하게 된 이유에 짐작이 갔습니다.

  저는 저의 성격을 긍정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가치관은 어딘가 비뚤어졌고, 누구에게도 집착할 수 없다면 분명 혼자가 될 삶의 길을 주저 없이 걸어갈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윤리에서 벗어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저의 이 성격을 누군가에게 부정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부정할 정도라면, 방치해주길 바랐습니다.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그런대로 포기하고, 매듭을 짓고 사는 중인데, 그래도 잘못됐다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하면 좋은 건가요.

  올바르다고 듣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옳진 않지만 이 공허한 마음을 품은 그대로도 좋다고 말해줬으면 했습니다.

  그것은, 초등학생이라도 있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줬으면 하는, 유치한 마음.

  ......뭐야, 저는 이렇게나 하치만 오빠를 좋아하는 거잖아요.

  나는 하치만 오빠가 그 말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대로도 좋다고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제가 먼저 제 성격을 보여준 사람은 하치만 오빠뿐이기 때문에. 혹시 코마치나 부모님도 알지도 모르지만, 저 먼저 보여주려고 생각한 사람은 하치만 오빠뿐입니다.

  하지만, 그 짝사랑도 오늘로 끝입니다.

  제가 보여준 심장은, 하치만 오빠에게 부정되었습니다.

  눈물은 이제 저를 탓하는 건지, 아니면 실연에서 온 건지 모릅니다. 분명 전자겠지요.

  그걸로 좋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연정도, 내일이나 모레가 될지 모르지만, 바로 사라집니다. 후회를 질질 끌게 되어도, 미련만은 계속되지 않는다고, 제 머리가 냉철히 호소합니다.

  겨우 눈물이 멈춰, 조금 우회해서 편의점의 세면소에 들러서 얼굴을 씻습니다. 뺨에 남아 있던 눈물 자국은, 물에 닿아 조금 문지른 것만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얼굴을 씻자 기분도 많이 풀려, 평소대로의 제가 돌아옵니다.

  가게를 나와 하늘을 올려봤더니, 어느 새 밤의 장막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눈부실 뿐인 별들은, 손닿지 않는 머나먼 저 편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


  어제의 맑은 하늘과는 달리 돌변한 회색 하늘이 가린 아침. 눈이 깨어 밥을 먹고 세면대 거울 앞에 서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얼굴의 제가 비치고 있었습니다.

  물론 잠버릇으로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삐쳐 있고, 눈시울이 반 정도 닫혀 있었지만, 평소의 제 아침 얼굴입니다.

  얼굴을 씻고, 화장수와 유액을 묻혀 머리를 빗습니다. 매일의 준비를 마치고, 손가락으로 뺨을 들어 올리자, 완전히 평소대로.

  집을 나와 코마치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코마치는 벌써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얼굴을 마주치자 먼저 한 말이,


「아카네, 어제 오빠하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라고 중얼거려서, 저는 반사적으로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왜 그걸 물을까요. 저는 평소 그대로의 표정일 거라, 겉으로 봐서는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치만 오빠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들은 걸까요. 하지만 하치만 오빠가 누군가에게 말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째서, 알았어?」


  대답을 잘못했던 것을 깨닫고, 살짝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이래서는 무슨 일이 있었다고 본인이 먼저 자백할 뿐입니다.


「있잖아,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는데, 아카네는 기쁜 일이 있었을 때는 그런대로 표정으로 나오지만, 싫은 일이 있으면 엄청 평범한 표정을 지어.」

「응」

「그런데, 오빠랑 데이트한 아카네가 평범하게 반응할 리 없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나 해서」

「..........」


  여러 가지로 하고 싶은 말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대체로 정곡을 찌르고 있어서 입 다물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실은 코마치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꺼려지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부터 어제의 일을 이야기하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방과 후에 좋아?」

「좋아! 느긋하게 얘기하자.」


  코마치는 그렇게 말하고는, 상쾌한 미소를 띠고 훌쩍 제 앞으로 뛰쳐나가서, 학교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갔습니다.

  수업 내용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채, 학교에서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쉬는 시간에 아야 일행에게 무슨 말을 들었지만, 중요한 내용이 아닌 것 같아 곧바로 잊어버렸습니다.

  방과 후가 되어 코마치와 학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갑니다. 날씨는 자꾸자꾸 나빠져, 사람들이 우산을 한 손에 들고 걱정스러운 듯이 하늘을 올려보는 모습이 하나둘씩 보였습니다. 저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해질녘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우리들 말고도 학생이 대부분, 점원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드링크 바를 주문합니다.

  그러고 나서 오렌지 주스가 2개, 테이블 위에 놓이자, 겨우 코마치가 「그래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오늘 아침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얘기했습니다.

  제가 계속 하치만 오빠를 좋아했던 것, 거기에 자신의 성격이 잘못됐다는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화내서 심한 말을 퍼부어버린 것.

  제가 무언가 말할 때 코마치는 응응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잠시 동안, 기묘한 침묵이 감돌았고 겨우 코마치는 맞장구 이외의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카네는 어떻게 하고 싶어?」

「그건, 사과하고 싶다......고 할까 사과할 거야. 심한 말을 했고」

「그것만? 사과한 뒤에는 뭔가 안 해?」


  묘하게 위압감 있는 목소리로, 코마치가 말합니다.


「......으, 응」


  코마치는 저를 위에서 아래까지 쳐다보고는, 기막힌 듯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주스를 한 모금 마십니다.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아카네는 진짜 둔감. 왜 이렇게 간단한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둔감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구! 왜냐면 아카네는 어차피 오빠한테 미움 받고, 이대로 인연이 끊어진다는 생각 같은 걸 하잖아. 게다가 그 편이 오빠를 위한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할 거고」


  몹시 놀라며, 코마치를 다시 봅니다. 코마치는 아직도 말을 다 못했는지, 투덜투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그건 제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알아맞힐 수 있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있었지만, 그런데도 이렇게나 간파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저는, 코마치가 생각하는 것을 반 이상 모릅니다.

  하지만 제 사고를 「어차피」라고 부르는 것은 납득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실이니까」

「거기가 둔하다는 거야! 그렇게 사소한 걸로 오빠가 아카네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잖아. 아카네는 자기를 너무 과소평가해.」

「그야말로 과대평가야. 나, 코마치 생각보다 싫은 애야.」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기, 아카네. 내가 아카네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가 뭔지 알아?」


  코마치는 어딘가 그리워하는 듯한, 비밀 이야기를 공유하는 듯한 표정을 띠고, 앞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하치만 오빠에게 부탁받아서 그런 거 아니야?」

「그건 친구가 된 계기. ......실은 오빠한테 소개받기 전에 우리들 한 번, 얘기한 적 있어.」


  제가 목을 기울이고 있자, 코마치는 「역시 기억 못했어.」라고 입을 뾰로통하게 하며 말했습니다. 빨대로 컵 안을 뒤섞자, 찰랑찰랑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하치만 오빠에게 소개되기 전에 코마치와 만난 기억은 없습니다. 교내에서 마주친 적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얘기한 때는 승강구가 처음일 겁니다.


「초등학교 때 교정 구석에 토끼우리가 있던 건 기억나?」

「응. ......입학하자마자 죽었지만」


  우리들의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과 6학년이 조를 짜서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학예회나, 레크리에이션이나, 요컨대 1학년이 초등학교에 익숙해지기 위해 행해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풍습 중에 교내에서 사육된 토끼를 보살피는 것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2대인 흰토끼와 흑토끼. 하나와 부치라 불리던 토끼는, 두 마리 모두 눈이 작고, 동그랗고 제가 토끼우리에 들어가면 종종걸음으로 와서 재롱부리듯이 따라오는 귀여운 아이들이었습니다.

  보살핌이라고 해도 토끼 먹이를 주는 정도입니다. 식사 때 제가 서툴러하는 당근을 입에 대주면, 맛있게 갉아먹는 것이 흐뭇해서 그만 몇 번이나 주고 바라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와 부치는 우리들이 입학하고 나서, 불과 두 달 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사인은 칼로 배가 찢긴 것에 의한 실혈사. 범인은, 현지의 중학생이었습니다.

  ......기억합니다. 그 기억은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두 마리의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저였으니까요.

  그 날 아침, 먹이 당번이었던 저는 필연적으로 모든 것을 봤습니다. 쇠망치로 파괴된 자물쇠, 차가워져 움직이지 못하게 된 토끼 두 마리의 내장, 피가 스며들어 거무스름해진 흙과, 그 광경을 보고 먼저 기분이 나빠진 저도, 전부 기억합니다.


「......맞아. 그래서 죽은 뒤에, 토끼의 장례식 같은 것을 했던 것도 기억나?」

「그건, 조금만」


  그 이야기의 어디까지를 코마치가 알고 있을지는 모릅니다. 저는 발견자여서 경찰에게 이야기하고 사건의 전말까지 물었지만, 그 전말이 전교 조회에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 장례식 때 코마치가 울려고 했는데, 아카네가 가까이 있어서」

「......말은 걸지 않았겠네.」

「그래. 하지만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어. 진짜 요만큼도. 주위 여자애들은 모두 침울했는데 아카네만 그런 표정이어서, 화났어.」


  그 즈음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아마 저는 코마치가 말한, 태연한 표정을 지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체를 본 뒤 나쁜 기분이 먼저 일고, 살해당한 하나와 부치에 대한 동정심이 부풀어 올랐을 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있다고 하면 슬퍼할 수 없었던 죄책감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뭐라고 할 뻔했는데, 선생님도 그 때 있어서 포기했어. 다음 날 아카네한테 다시 뭐라고 하려고 했더니, 아카네. 그 토끼 무덤 앞에서 손을 모았어.」

「......그건」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뒤가 약해져갑니다. 그 모습은 다른 동급생에게도 이상하게도 별로 듣지 못했습니다.

  하나와 부치를 잊은 것은 아닌데, 어째서일까 지금도 생각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기도하고 있었으니까, 다음 날로 할까 생각했더니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매일 참배하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한 번만 뒤에서 말을 걸어서 이유를 물었던 거야.」


  확실히 기억납니다. 그 때, 선생님 말고 걱정해준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이야기했을 때 저는 등을 돌리고 있어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요.


「그랬더니 아카네, 『이 아이들이 죽고 슬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적어도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빌려고 해서』라고 말했어. 그 때 생각했어, 이 상냥한 애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코마치는 귀중한 추억을 말하듯이, 그리움이 담긴 얼굴로 웃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저는 자꾸만 뺨이 뜨거워져서, 그 부끄러움을 억누르는데 필사적이었습니다.

  남동생이 죽은 뒤, 처음으로 성묘하러 갔을 때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무덤 앞에서 손을 모으는 것은, 죽은 다음에 행복하게 살 수 있게 신님에게 부탁하는 것이라고.


「놀라서 기막혀하고 있는데 아카네, 어디론가 가버리고. 방과 후에 말을 걸려고 찾아도 못 찾겠고. 결국에는 오빠한테 소개받는 식이었지만, 그래도 코마치는 아카네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어.」

「......응」

「그래서야, 코마치는 아카네가 말하는 싫은 부분을 가장 처음에 보고, 그 다음에 상냥한 부분을 알았던 거야. 하지만 아카네가 전혀 싫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좋아하게 됐어.」


  어쩌죠, 울 것 같습니다. 점점 시야가 희미해져 코마치의 얼굴이 비뚤어져 보입니다. 가슴 속에서 선명한 감정이 치솟아, 몸을 감싸갑니다.

  이제, 그만하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더 이상 들으면, 저는 분명 울어버릴 테니까요. 보기 흉하게 코마치 앞에서 크게 울어버릴 테니까요. 그건,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코마치는, 그런 아카네를 좋아하는 거야. 약간 별나지만, 그래도 굉장히 상냥한 아카네라서 좋아하게 됐어.」


  코마치는 겨우 미소를 바꿔서는, 방금 전처럼 발끈한 표정을 만듭니다.


「그래서 아카네가 둔하다는 거야. 우리들의 기분을 전혀 몰라. 자기가 없는 편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코마치는 아카네가 없어지는 쪽이 싫어. 그래서 다른 사람하고 사이좋게 되어봤자, 아카네하고 떨어지면 아무 의미도 없는걸.」

「......읏」


  결국 견디다 못해, 울어버렸습니다. 어제와 오늘 눈물샘이 망가졌기 때문일까요, 애처럼 보기 흉하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왜냐면, 기뻤습니다. 그렇게 저와 같이 있는 편이 좋다고 말해준 것이 이렇게나 기뻤습니다.

  제가 흐느껴 우는 것을 깨닫고, 코마치가 정면에서 제 옆으로 옵니다. 그리고 달래듯이 제 머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졌습니다. 최근 제 키만 자라서, 차이가 많이 나게 됐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이 작은 손으로 어루만져 줍니다.

  그것이, 한층 더 제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아~아, 모처럼 이쁜 얼굴이 엉망이야.」

「코마치가 울리니까 나쁜 거야.」

「곤란한 애네.....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아카네.」

「......뭔데」

「아카네의 성격으로 볼 때, 자기가 먼저 고백하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혹시 오빠가 그런데도 아카네랑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 제대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져봐.」

「사람을 바보처럼 말하지 마. ......그래도 힘내볼게.」


  저는 울음을 멈추고 나서 그 이후로, 가게 내에서 궁금해하는 시선에 노출되었습니다. 견디다 못해, 재빨리 계산만 마치고, 코마치에게 손을 끌려가듯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분명 이 애한테는 평생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평생 친구로 있을 수 있다면, 그건 멋진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