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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외편 그 2 ~인형(*お雛様)과의 만남~   ※ お雛様 : 제단에 진열하는 작은 인형




  히키가야 코마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다니는 초등학교에서의 긴장과 흥분도 점점 수그러들고, 조금씩 바쁜 매일에 익숙해졌을 때이다.
  초등학교는, 오빠인 하치만이 말하던 고독한 곳과는 매우 달랐다. 보통으로 친구가 생기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와 즐겁게 얘기하고, 급식을 먹고 집에 돌아간다. 그렇게 평화로운 매일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수다스런 반 친구가 어떤 소문을 입에 담았다.


「2반에 엄청 예쁜 애가 있대」


  그렇게 흥미로운 듯이 얘기하던 그녀였지만, 예의 그 인물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활기찬 어조로 「응, 어떤 애일까?」라고 코마치 일행에게 묻자, 그 애에 대해서 화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공주님 같다든지. 리카 인형 같다든지. 그런 식으로 상상을 부풀려 얘기하자, 코마치도 자연스럽게 어떤 애일까 하는 흥미가 들었다.
  코마치의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에 영화에서 본, 신데렐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까다로운 모친과 자매에게 시달리면서도,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애. 둥실둥실한 금빛 머리카락과 바비 인형처럼 잘 갖춰진 얼굴을 가진 여자애가 머릿속에 나타나서 웃고 있었다. 그런 상상을 하며, 그런 애라면 이미 눈에 띄었을 거라는 것을 깨닫는다. 살짝 웃고는 상상을 지웠다.
  그 애를 실제로 볼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들어가는 길. 「조용히 교실로 돌아가렴.」이라고 한 선생님의 말을 지키며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몇 명이서 소곤거리며 얘기하다가, 그 이야기를 했던 애가 옆의 교실 안을 가리켰다.


「봐봐, 예쁜 애는 꼭 쟤일 거야.」


  앞에 있는 교실은 조용한 채, 국어 선생님의 담담한 목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5월이 지나,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교실은 그곳만 시간이 더딘 듯 평온해서, 머리를 꾸벅꾸벅하거나 심심해서 교과서에 낙서하는 애들이 있다. 모두 어딘가 지루함 같은 게 있어서 이 시간이 지나는 것을 기다리는 중,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왠지, 인형 같았다.
  보기 좋게 볼록 부풀어 오른 입술과 투명한 듯 새하얀 피부. 세련된 얼굴은 놀랄 만큼 아름다워서, 정말 예술작품 같았다.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카락도, 코마치 같이 곱슬기가 없는 스트레이트에, 호리호리한 손발은 건드리면 깨질 것처럼 약해보였다.
  그런 그녀는 책상에 앉아 있다.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표정이었다. 누군가를 보고 지루하게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수업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혼자서 완성된 듯 차갑고, 슬픈 얼굴이었다.
  선생님이 판서하자, 그녀는 이끌리듯 팔을 움직여 노트한다. 그러나 그 동작은, 역시 인형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옆에 있는 여자애가 「진짜다」라며 웃는다. 한 번 꺼내기에 마침 좋은 화제라서인지, 「예쁘네」하고 속삭였다.
  하지만 코마치는 반 친구의 말에 잘 수긍할 수 없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가슴 속에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퍼져나가서 조금 몸서리가 났다.
  코마치 일행이 복도에 모인 것을 눈치 챈 선생님이, 「야, 빨리 교실로 돌아가」라고 큰 소리로 혼냈다. 그 말에 이끌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얼굴을 복도로 향했다. 그녀도 복도에 있는 코마치 일행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코마치는 그녀를 보는 상태 그대로였겠지만, 분명 눈은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단지 복도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뿐, 특정 누군가를 본 건 아니었으니까.
  사뿐한 아몬드형의 눈에 떠오른 눈동자는, 빨려 들어갈 정도로 검게 빛나고 있었다. 눈의 형태와 눈동자에 떠오른 색이 완전히 반대라, 묘하게 본 기억이 있다. 어디서일까 다시 생각하려고 하자, 어째선지 공포가 솟아올랐다.


「히앗」


  갑자기 손을 잡혀 무심결에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갑작스레 현실로 되돌려져, 옆을 보자 걱정스러운 듯이 얼굴을 들여다보는 반 친구가 있었다.


「코마치, 갈까?」


  옆에는 이미 코마치 친구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멀리서는 거미 새끼들이 흩어지듯 반 친구들이 도망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에게 사과의 표시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복도를 걸어간다.
  교실로 돌아가서 갈아입는 중에, 싫어도 그녀의 그 검은 눈동자가 뇌리에 새겨진 듯 떨어지지 않는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텐데, 떠올리려 하면 몽롱해진다.
  수업 중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한 걸음이면 닿을 것 같은데, 아무리 해도 계기를 잡을 수 없다. 수학이 지나고 국어 시간이 왔을 때, 코마치는 겨우 그 눈동자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었다.

  ......아아, 그 애는 인형이야.

  올해 3월, 거실 한 구석에 장식된 인형. 몇 년 전에 아빠가 사 왔고, 그 이래로 3월이 되면 매년 장식된다. 3단뿐인 작은 거지만 화려한 색채와 은은한 등불 덕분에, 초라하지 않아서 코마치 마음에 드는 것. 그 맨 첫 번째, 왕 옆에 있는 인형이 그녀와 꼭 닮았다.
  햇빛이 닿을 때는 미소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데, 어두운 곳에 둘러싸인 모습은, 오싹할 만큼 무섭다. 어떤 밤 - 빛 한줌 없는 곳에서 웃고 있는 그 인형과 그녀는 같은 눈동자이다.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걸까.
  마음속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코마치에게 학교 수업은, 신선하지만 가끔 지루해서, 빨리 쉬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와 수다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루한 수업 중에는, 다음 쉬는 시간에 뭘 할까 아니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를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재미있는 상상에 몸을 적시면, 지루한 시간은 바로 지나가고 벨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저 교실에 앉아, 혼자 수업을 들을 뿐이었다. 주변 학생이 눈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그 얼굴에는 싫증도 흥미도 도피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어째서 저렇게 차디찬 표정으로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한 비는 빗발이 점차 강해져, 코마치의 마음을 진흙투성이로 만들고 있다. 평소 느끼지 않는 약간의 분노와 요괴를 본 듯 부끄러운 생각을 한 그런 자신에게 조금 낙담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코마치는 그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무서운 건 변함없다. 그럴 때는 머릿속에서 점점 멀리해서 잊어버리는 게 가장 좋다. 당분간은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잊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수업에 집중해서 불필요한 생각이 흩어지기 직전에, 그 여자애의 모조품 같은 얼굴이 한 번 더 떠올랐다.


―――――――


  두 번째로 봤을 때는, 보통 여자애였다.
  급식을 먹고, 힘을 빼면 잠들어버릴 것 같은 따스함이 하늘하늘거리는 점심시간. 떠들썩한 목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지고,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운동장에서 놀거나 교실에서 모여 수다를 떠는 중에, 우연히 복도에서 그녀와 엇갈렸다.
  활기가 흘러넘치는 복도에서, 몇 명의 여자애들과 같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던 그녀는, 전에 봤을 때처럼 차가운 얼굴이 아니라 보통 여자애 같은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표정이 너무 달라서 깨닫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고 말았다. 나중이 되어 그 단정한 얼굴이 기억나서 다시 떠올리자, 그녀라는 것을 깨닫고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라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친구들의 의아한 시선을 눈치 채고 부끄러웠지만, 그 이상으로 안도한 것을 코마치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 애가 사뿐하게, 다정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게 타인인데도 왠지 기뻤다.


――――――


  그 이후로는, 이따금 복도에서 그녀와 엇갈리는 때가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이거나 부드러운 표정이기도 해서 코마치를 많이 곤혹시켰지만, 그런 건 점차 익숙해져, 어느 쪽의 그녀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낼 수 있게 된 어느 날. 아침의 HR을 통해, 학교에서 기르던 토끼 두 마리가 죽었다는 것을 담임 선생님에게 들었다.
  토끼 두 마리는 학교에서 기르고, 주로 1학년과 6학년이 보살피고 있었다. 코마치도 당번으로 두 번 정도 먹이를 준 적이 있었고, 생김새가 귀여운 토끼들은 여자들에게 인기 있어, 당번이 아니어도 점심시간 같은 때 보러가서, 종종 걸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곤 했다.
  담임 선생님이 말한 「죽었다」의 의미를 잘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이별보다 훨씬 슬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그 토끼들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더니, 놀았던 추억과 동시에 절로 눈물이 흘러넘쳤다.
  매우 가느다란, 나뭇가지 같은 여자 선생님이 방과 후에 장례식을 한다고 해서, 참가는 임의였지만 코마치는 친구들하고 같이 가기로 했다.
  작고 조촐한 장례식은 운동장 한 구석, 나무가 무성해 하루 내내 그림자가 지는 그런 곳에서 치러졌다. 실은 토끼우리에서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뭔가 사정이 있어서 할 수 없다고 소문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들었다.
  저녁하늘에 주홍색으로 물든 흙은, 한 곳만이 파내진 듯 검붉은 색이라, 거기에 시체가 매장됐다는 것이 싫어도 상상되었다. 등교 중에 가끔 보이는 고양이의 흉한 시체를 떠올리고는, 기분이 갑자기 나빠졌다.
  장례식에는 코마치와 동갑만한 여자애가 몇 명이나 모여,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거나 눈물짓고 있었다.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 선생님이 손을 모아 기도하자고 해서, 그 말에 따라 코마치도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막 닫히기 직전, 그 인형 같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대로 넘기고 기도를 마친 다음, 눈을 바로 뜬다.

  ......역시 그녀는 그대로였다.

  반듯한 얼굴이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고, 단지 잠시 멈춰 서서 파내진 부분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등골이 쭉 뻗은 깔끔한 예였다. 그런데도 그녀의 얼굴에는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아, 도저히 토끼들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죽은 토끼들을 향한 애도로 가득 찬 이 공간에서, 그녀는 붕 떠있었다. 어째서 저런 표정으로 있을 수 있지?
  그걸 보며 앞머리가 흔들리는 그녀의 얼굴 옆을 보고 있으면, 부글부글하고 분노가 복받쳐온다. 일단 자각한 분노는 한 방울의 먹처럼 서서히 하얀색을 침식해간다.
  왜 그녀가 이 장례식에 참가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여긴 토끼들을 애도하려고 모인 곳이다. 그렇다면 슬퍼해야 하고, 아니면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토끼들에게 실례다.
  한 번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멈추지 않아서, 실제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건 실례인 것 같아, 내일로 접어두었다.
  다음 날 점심시간. 결심하고 교실을 찾아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고,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놓이지 않았다.
  교실에 있는 애를 붙잡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지금 와서 이름을 모르는 것을 깨달았다. 실례지만 어쩔 수 없어서 「인형」 같은 여자애라고 묻자, 여자애는 한 순간 고개를 갸웃했지만 바로 납득하고,


「아아-, 아카네? 볼 일이 있다고 해서, 어딘가 갔어.」


  라고 했다.
  딱히 그녀에게 잘못은 없지만, 왠지 자신이 무시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메슥메슥한 코마치는, 그녀――키리바나 아카네라 불리는 소녀를 찾아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분위기가 느슨해진 직원실에, 상급생밖에 없는 위층. 급식실에 도서실. 그녀는 그 어디에도 없어서, 한숨을 쉬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의 운동장은 여기저기 전부 학생 투성이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피부색과 흙색이 비슷한 탓인지, 멀리서 보면 빨강이나 파란색만이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사람들에게 가서 그 얼굴 하나하나를 일일이 확인하고, 가끔 다른 쪽에서 날아오는 공을 피하며 운동장을 헤매다가, 역시 발견하지 못해서 포기하려던 참에, 코마치는 겨우 아카네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운동장 구석에 있었다. 나무들의 술렁임과 멀리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장소는 마치 잊혀진 듯 아카네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곳은, 그 토끼들의 무덤이었다. 어제 일이었는데 코마치 기억의 한쪽 구석에 놔둔 탓에, 왠지 모르게 떠올리기 어려운 장소.
  그곳에서, 그녀는 어제처럼 감정 없이, 그러나 진지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기원하듯이 손을 모아, 눈을 감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약간 얼굴에 비쳐, 반듯한 얼굴이 보다 선명해진다.
  뺨에 눈물이 흘러내리진 않았지만, 그 모습은 어딘가 우는 것처럼 보였다.
  왠지 말을 걸기 어려워서, 화내는 걸 또 다음날로 미루고 말았다. 왠지 미룰 뿐이라 생각하며 또 다음날 점심시간에 만나러 가자, 그녀는 정해진 듯이 토끼 무덤 앞에 서서, 코마치에게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그 애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색이 없는 눈물을 아카네는 그 날부터 계속 흘리고 있었다.
  어느덧 코마치 안에 뒤틀려 있던 감정이 깎아내려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미 그 애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데, 그런데도 코마치는 아카네가 매일 성묘하는 모습을 보러갔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작은 등에 대고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매일 여기에 오는 거야?」


  등이 흔들리고, 얼마간 침묵한 뒤,


「이 아이들이 죽고, 슬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천국에서나마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빌고 싶었던 거예요.」


  거기에 있던 것은, 인형도 어떤 것도 아닌, 그저 연약한 여자애였다.
  정말 서투른 애다. 그렇게 사후의 행복을 비는 시점에서 이미 슬퍼하고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코마치는 아직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사회에서는 속마음을 감춰두고, 꺼내지 않는 편이 좋을 때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틀림없이 모두 그러겠지. 하지만 코마치 주변에서 이제 죽은 토끼 얘기를 하는 애는 없다. 싫은 일을 점점 잊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내고 있다.
  무엇이 아카네를 그렇게까지 움직이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사소한 죄책감을 질질 끌만큼, 연약한 여자애라는 것은 알았다. 엄청 상냥한 애라는 것도.
  슬퍼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그녀는, 죄책감에 짓눌리며, 역시 우는 것처럼 보였다.
  이 애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코마치는 이 때 생각했다. 서투르고, 약하고, 그리고 누구보다 상냥한 애와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그로부터 잠시 뒤, 코마치는 이윽고 그 인형――키리바나 아카네와 친구가 되었다. 어째서인지 오빠인 하치만과 아카네가 먼저 만나서, 소개받는 형태가 되었지만.
  그 아카네와 친해지고,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어, 좋은 부분도 싫은 부분도 서서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중학교에 올라가, 시간이 흘러 3학년이 되었을 무렵. 아카네는 마침내, 그 전부 들킨 짝사랑을 성취해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만약 오빠랑 결혼하면, 코마치는 아카네 여동생이 되는 걸까?」


  떠오른 것을 그대로 말로 옮기자, 아카네는 한 쪽 팔꿈치를 댄 채로 한숨을 쉬고는,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며 다른 쪽을 보면서 적당히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컵의 얼음을 돌리는 탓에, 달그락달그락대는 소리가 나고 있다.
  그렇게 나른하게 있는 모습은 엄청 그림이 되지만, 코마치가 기대한 귀여운 반응이 아니라 약간 뾰로통해졌다. 오빠와 아카네가 사귄 지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이다.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자주 놀린 탓인지, 아카네도 꽤 익숙해져서, 적당히 넘기게 되었다.
  8월 중순의 3시. 수험생인 코마치와 아카네는 예외 없이 일반적으로, 큰 예비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아침부터 이어진 수업이 겨우 끝나고 빠져 나와, 자습실을 향해 라이벌들을 배웅하고, 우리들은 찻집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코마치는 평소처럼 오렌지 주스를, 아카네는 카페오레를 주문해서 둘이서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는데, 역시 이야기는 오빠와 아카네 얘기로 가고 말았다.


「아 그래도, 나는 역시 이제 와서 언니는 되고 싶지 않은데」


  코마치는 얘기가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카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후회를 조금 머금으며 아카네는 가슴 속 깊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표정은 왠지 후련했다. 그대로 뭔가 생각난 듯이 코마치에게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기울인다. 아카네의 어깨에 비단 같은 흑발이 사르르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할까, 코마치가 생일이 빠르니, 내가 여동생이 되지 않아?」

「아니 시동생 언니 관계는 아마도 그런 기준이 아니야...... 아 그래도, 아카네가 여동생이라는 건 뭔가 신선할지도!」


  초등학생까지 코마치와 아카네의 키는 거의 비슷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해서 아카네의 키가 부쩍부쩍 자란 탓에, 둘이서 걷고 있으면 아카네가 연상 취급받는 때가 꽤 많아졌다.
  그것과 관해서는 큰 키나 용모 때문에 그런 거라 별로 신경 쓰진 않고, 그럴 만큼 사이가 좋다고 생각되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다만 코마치는 계속 여동생으로 자라온 탓에, 따라서 「언니」로 불리는 것을 동경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아카네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그녀의 입으로 들으면, 둥실둥실해서 아무래도 침착되지 않는다.
  눈앞에서 카페오레를 마시고 있는 아카네를 본다. 처음으로 봤을 때보다 키가 커지고, 몸매도 여자다워진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졌다.
  옛날에도 인형처럼 예뻤지만, 현재는 보통으로 귀여운 여자애가 되었다. 본인이 내심 신경 쓰는 키도, 그녀의 얼굴과는 매우 잘 어울려서 걱정하진 않지만, 키가 작은 코마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고민이므로 그 자리에서는 위로하지 않았다. 어차피 몇 년 정도 있으면 그걸 알아차릴 거고.
  그런 그녀의 키는 최근 겨우 멈춘 것 같아서, 아카네는 신체 측정 결과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드물게 푸념을 내뱉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묻자, 「키가 큰 건, 할머니 대부터 물려받은 최악의 유산이니까」라며 몹시 야단스럽게,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아카네의 할머니는, 아카네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만난 적은 없지만, 한 번 생전의 사진을 아카네의 할아버지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그 처음에 본 무서운 아카네가 그대로 어른이 된 것 같은 할머니는, 확실히 여자치고는 키가 컸던 것 같다. 거기에 아카네의 숙모도 손발이 늘씬하게 긴 장신의 여성이었기 때문에, 키가 큰 것에 관해서는 정말로 유전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렇게 사소한 것을 나쁜 유산이라고까지 말하며 이제는 없는 할머니에게 악담하는 아카네는 평소보다 훨씬 아이 같아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심결에 미소가 흘러넘친다. 그야말로 여동생처럼 사랑스러웠다.
  그런 코마치의 모습을 아카네는 이상한 듯이 보고 있었지만, 그녀 나름대로 납득했는지, 카페오레와 커피 우유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라는 잘 모를 의문을 코마치에게 던졌다. 혹시, 방금 전 얘기는 농담이라 생각한 건지도 모른다.
  아카네는 농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코마치는 몇 할 정도 소망이 섞여있다. 언젠가 앞으로, 아카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언제부턴가 코마치가 품게 된 소망 중 하나니까.
  만약 코마치의 소망이 실현되어, 아카네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버진 로드를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은 남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울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을지도 모른다.
  그 애는 우는 게 서투르니까, 대신 기쁜 눈물을 많이 흘려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