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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 때 Ⅵ ~가슴 속~




  제가 중학교 3학년으로, 하치만 오빠도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자,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치만 오빠가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봉사부라는 이름으로 미루어보면 교내 청소라도 할 것 같은 부입니다만, 하치만 오빠가 말하기로는 상담을 받는다고 합니다. 하치만 오빠의 설명이 애매해서 구체적인 것까지는 몰랐지만, 그런데도 그 활동내용은 하치만 오빠에게 상당히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치만 오빠는 부정하겠지만, 그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투덜대면서도, 결국은 지나치지 않고 상담에 응해주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어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심결에 살짝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코마치와 시험공부를 하고 하치만 오빠와 합류했을 때, 마침 하치만 오빠의 동아리 동료들과도 만났습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 씨와 유이가하마 유이 씨.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여자여서 많이 놀랐지만, 말을 해보니 두 사람 모두 매우 매력적인 여자라는 것을 바로 알았습니다.

  하치만 오빠도 지금까지 제가 본 것 중에서 가장이라고 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고 얘기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니 저는 기쁜 마음이 반, 납득하는 마음이 정확히 반 솟아올라 복잡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하치만 오빠와 함께 하는 사람은, 두 사람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으로 이야기한 것만으로 전부는 모르지만, 유키노 씨가 인간관계에 서투르고 유이 씨가 요령이 좋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제가 가지지 못한 따스한 것을 가진 것 같습니다.

  고민하고, 상처 입고, 엇갈리고. 그럼에도 거짓이나 기만으로 가리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서로 받아들이는 것. 하치만 오빠가 내심 바라는 것.

  그건 제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봉사부 두 사람을 만났을 때, 유이 씨에게 「사귀려고 생각하진 않았어?」라는 말을 듣고, 저는 「좋아하게 된 사람밖에 교제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대답은 역시 제 본심이며, 이제부터 평생 붙들고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2년을 보내고, 연애나 사랑에 대해 제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한다는 것은 지독하게 독선적인 것입니다.

  상대에게 자신을 이해해줄 것을 바라거나, 자신의 바람이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분개하거나 자신에게 이상적인 상대를 마음속에 그리거나.

  하지만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를 정도이며. 그렇게 바라기 때문에, 실현된 것은 어디까지나 행복으로 가득 차서 넘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숙해서 꿈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저는 그 생각을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를 제대로 좋아하게 될 수 있을 때까지, 누구와도 교제하지 않을 거라 결정했습니다. 만약 제가 누군가와 교제했다 해도, 제가 그 사람과 사랑 같은 것을 키울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다른 사람, 예를 들면 저와 교제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편이 매우 올바르고, 안심됩니다. 그 편이 분명 행복해질 수 있을 겁니다.

  ......아무것도 얻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군가의 행복을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그런 것을 누군가에게 잘 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좀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가 미사키 군에게 고백 받고 나서 며칠 지났을 때였습니다. 아침에 등교해서 자리에 앉고, 차례차례 오는 반 친구와 인사를 주고받던 때. 몇 명의 여자애에게서 대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애들은 반에서는 화려하게 꾸미고, 남자애가 좋아할 법한 용모를 지녔으며 네 명 정도로 뭉쳐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들과는 딱히 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리가 가까웠을 때는 유행하는 가수나 배우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인, 일반적으로는 반 친구(クラスメイト)이며, 여자애들 말로는 친구(友達) 정도의 관계입니다.

  기분이 나쁜 날일까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그녀들은 저와 명백하게 적대하진 않았지만, 고의적으로 저를 무시했습니다.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말을 퍼붓지는 않아도,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험담했습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자, 전부 옅은 화장을 한 여자애들이 굳어져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전원이 머리에 살짝 펌을 했고, 간신히 갈색으로 보일 정도로 염색한 애도 있었습니다.

  교내에서 화장해서는 안 되지만, 생활지도 선생님과 다투는 동안 타협점을 찾아내서 묵인 받을 수 있는 정도의 화장. 파운데이션과 아이브로우 정도밖에 허용되지 않았던 탓에, 눈과 입술이 묘하게 인상적인 옅은 얼굴이, 차갑게 웃고 있습니다.

  밋밋하다고, 그 때 생각했습니다. 치크를 안한 탓인지 그저 하얄 뿐인 얼굴은, 멀리서 보면 그렇다고 생각해버릴 정도로 표정이 빠져 있어서, 누가 누군지 식별할 수 없습니다.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예전처럼, 머릿속에 쳐 있던 실이 또 하나, 툭하고 끊어진 것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렇게 되면 뒤는 간단합니다. 저 편이 일방적으로 싫어한다면, 저는 그저 무관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딱히 어떤 문제도 없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끊어질 가느다란 실이, 1년 빨리 끊어졌을 뿐입니다.

  다만 이런 때는 좀 더 슬퍼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그걸 못하는 자신에게 진저리가 났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안한 탓에 그다지 커지지 않은 이 문제도, 여자들에게는 쉽게 퍼졌습니다.

  다행이라고 할지, 저를 싫어하는 애들은 여자들에게 적을 만들기 쉬운 성격이라 일이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반 애들이 약간 걱정하며, 그녀들이 저를 싫어하는 원인을 친절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야가, 츠요시를 좋아했었대.

  그런 말을 들어도, 아야도 츠요시 군도 전혀 짐작되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아야는 세리자와 아야라고 하고 그 그룹 내에서는 조금 수수한 아이. 츠요시 군은 제게 고백한 미사키 군의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았다 해도, 해결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미사키 군에게 흥미가 없는 것이나, 애초에 좋아하게 된 사람밖에 교제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을 전했어도 잘 되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그녀들을 억지로 화나게 할 것 같아서,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제 생활습관에 아야 애들과 얘기하던 것은, 훨씬 전에 사라지고 평온한 매일을 되찾았습니다.


―――――――


  저와 코마치가 봉사부 일을 돕게 된 것은 정말 우연입니다. 우연히 같은 반인 카와사키 군이 봉사부에 부탁이 있어서, 우리들이 그 중개를 했기 때문입니다.

  상담 내용은 단순한 첫눈에 반한 사랑, 솔직히 말해서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은 채 카와사키 군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제가 가장 신경 쓰인 사람은, 카와사키 군의 누나인 사키 씨였습니다.

  교복을 흩뜨리고, 강해보이는 눈과 조금 무뚝뚝한 말투인 사람. 틀림없이 무서운 사람으로 누이 동생 사이가 나쁜가 생각했지만, 막상 카와사키 군을 앞에 두면 누나로 돌변합니다.

  카와사키 군도 카와사키 군대로, 반에서의 행동과 매우 차이가 났습니다. 사키 씨가 뭔가를 주의하면, 투덜대며 대답하고, 그것을 또 사키 씨가 주의하는 가족다운 광경이, 제 앞에 펼쳐졌습니다.

  결국 헤어질 때까지 누이와 동생의 흐뭇한 광경은 계속되어, 저녁노을로 물들여진 길을 누이, 동생이 사이좋게 가는 모습을 보고 생각합니다.

  그 광경은 제가 손에 넣었을지도 몰랐던 것이나, 이미 옛날에 어딘가 멀리 사라지고, 그 뒤로 손을 뻗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제가 누나 입장에서 남동생을 타이르고, 남동생도 귀찮은 듯이 꿍하니 대답하고. 그것을 코마치나 하치만 오빠가 쓴 웃음을 지으며 지켜보는 현재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매우 따뜻하고, 훌륭하고, 마음이 채워지는 것으로.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런 광경을 지금도 유리 케이스 너머 멀리서 바라볼 뿐, 그저 지나치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가슴이 괴로워졌습니다.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잊었던 것이 목까지 차 올라와서, 구역질을 참는 것으로 필사적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미소를 만들어 코마치와 하치만 오빠에게 「우리들도 돌아가자」고 말하고 발을 내디뎠을 때, 위가 뒤틀려서 상태가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자주 성묘하러 가는 이유를, 겨우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제 나름의 속죄입니다.

  죽어버린 남동생을 떠올리며 울 수 없었으니까, 지금도 떠올리듯이 절에 가서, 남동생에 대한 기억을 새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는 분명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로 고쳐 생각하고, 남동생을 방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만큼은 안 된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았기 때문에, 적어도 마음속에 간직하려고 생각했습니다.


―――――――


  카와사키 군이 첫 눈에 반한 상대는 이즈에 메구미라는, 조금 독특한 성격에 예쁜 용모를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산뜻한 인상에, 처음 만났을 때에도 거리를 느끼게 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즈에 씨가 때때로 보이는 표정이 저는 서툴렀습니다.
  처음으로 이즈에 씨와 이야기한 날. 그녀는 묘하게 투명한 눈으로 저를 들여다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묻고, 「없다」고 대답했을 때 이즈에 씨는 「흐음」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습니다.

  그 웃는 방식은 연하의 여자애를 이런이런하고 지켜보는 것 같았습니다. 모멸할 마음도 없이, 옛날의 자신을 떠올리는 듯한 따스한 눈으로. 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저의 깊숙한 곳에 봉했던 감정이 억지로 뽑혀, 제 앞에 속속들이 드러날 것 같은 공포감이 몸을 지배했습니다.

  그 예감은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갑니다.

  그 다음날. 하치만 오빠와 저, 이즈에 씨와 카와사키 군이 데이트하기로 되었습니다. 하치만 오빠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았을 때는 뛰어오를 정도로 놀랐습니다. 반드시 뭔가 뒤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유를 묻자, 이즈에 선배의 발안이라고 해서 조금 수상했지만, 그래도 거절할 이유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주말, 평범한 데이트 같이 꾸미고 나가서, 평범한 데이트를 했습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개와 장난치고, 재미없는 영화를 보고 둘이서 내용에 대해 푸념하고, 밥을 먹고.

  그것은 꿈에서 본 것은 아니었지만, 꿈처럼 즐거워서. 이즈에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와서 다행이라고, 이즈에 씨가 데이트 제안을 해줘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가장 좋은 장면이 오기 전에 아주 쉽게 깨지고 말았습니다.

  세련된 카페에서, 아야 일행과 만났을 때, 정말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제 안에서는 그녀들과의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에, 후회도 미련도 전혀 없고, 따라서 그녀들이 보내는 시선은 어떻든 상관없고, 생크림을 듬뿍 얹은 팬케이크를 맛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치만 오빠는 역시 그런 저를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외롭지 않아?」


  하치만 오빠가 말했을 때, 거짓말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외로워. 모르는 동안 상처 주고 무시되었어. 화해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계속 이대로라면 어쩌지?

  그렇게 말하면, 하치만 오빠는 분명 평소대로 퉁명스럽게 말하고, 독특한 인간 관계론을 설파하며 타이르겠지요. 그렇게 풍파를 일으키지 않고, 지나가게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할 수 없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려고 하면 입술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머릿속에 그리던 말은 목을 통과하는 것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솔직히 제 안에 있는 마음을 내뱉었을 뿐입니다.

  한탄스러운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 불길한 예감을 실행한 사람은 저입니다. 스스로 가슴에 손을 넣고, 엉망진창으로 휘저은 뒤 뽑아서, 하치만 오빠와 제 앞에 내민 사람은, 저 자신입니다.

  ......내며진 것은, 공허한 형태를 띤 제 심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