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가끔 번역물을 올리는 블로그입니다.
2ndboost

태그목록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http://novel.syosetu.org/38226/





  소녀 때Ⅳ ~쌀쌀한 흐린 하늘~




  조금 키가 자라서 교복을 걸친 상태에서 벗어나, 감색 스커트에 익숙해진 가을 무렵, 1학년 사이에서 작은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 소문이라는 것은 저, 키리바나 아카네가 상급생과 사귀고 있다. 게다가 그 상대가 3학년인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시원치 않은 남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만, 소문이 사실무근이며 아무 근거도 없다, 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가끔 돌아가는 길에, 코마치와 하치만 오빠와 셋이서 돌아간 일이나.

  예를 들면 여름방학에 우연히 밖에서 만나, 그대로 같이 쇼핑한 일이라든지.

  그런 것을 누군가가 봐서, 아무래도 학년 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직접 가르쳐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 비밀 얘기를 하듯이 하나 둘씩 들렸을 뿐입니다.

  다만 그 소문은, 누군가에게 고백 받은 것처럼 우와 하고 퍼지는 식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멀리서, 소곤소곤하고 저의 눈치를 볼 뿐, 누구 한 명도 제게 자세히 묻지는 않았습니다.

  제 입장에서도 소문이 퍼져서 뭔가 실제로 손해가 나는 건 아니기에, 그저 멍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바뀐 것이라면, 여자애들과의 잡담 중에 아이들 몇 명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애인 이야기를 하거나 남자들에게 불만스러운 시선을 받는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가끔, 「취미가 나빠」나 「있는 척 한다」 등의 악담인지 무엇인지 미묘한 말이 들립니다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릅니다.

  원래 부정적인 감정을 받는 것에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아아,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구나」,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복도에서 교실로 돌아갈 때, 반 남자들이 교실 안에서 하치만 오빠의 험담을 해대는 것을 우연히 듣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하치만 오빠가 항상 혼자 있는 것이나, 친구가 없는 것을 일부러 과장한 내용을 농담 섞어 말하고 있었습니다. 입가를 흉하게 일그러뜨리고, 전원이 마찬가지로 보기 싫은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의 반 정도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 정도부터, 하치만 오빠의 눈이 자꾸자꾸 탁해지고, 그것에 따라 언동도 조금 유감스러워졌습니다. 이따금 혼자 있을 때 옅은 웃음을 띠는 것을 보면,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하치만 오빠의 가장 장점인 잘 돌봐준다는 것이나 비뚤어진 다정함은 전혀 변함없어서, 플러스 마이너스하면 0으로 수렴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하치만 오빠는 나쁜 말을 들을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왜 그래? 아카네.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고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이야기가 들렸겠지요, 남자들은 저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약간 거북한 침묵이 남고는,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축구부 고문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습니다.

  정말, 그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타인의 험담을 하는 것 정도는, 누구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어서, 그 불만을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으로 괴로움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하치만 오빠는 그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그리고 험담의 내용은 불만조차도 아닌, 사실과 허위가 섞인 헛된 말입니다. 그 이야기로 무엇을 얻는지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단 하나 아는 것이 있습니다.

  ......하치만 오빠의 화제가 나오는 계기는, 아마 제게 있겠지요.


―――――――


「요즘, 학교는 어때?」

「딱히 보통이에요. 주변이 약간 시끄럽지만요. ......하치만 오빠는 어때요?」

「보통이야. 가끔 모르는 녀석이 볼 때가 있다만」

「............」

「............」


  계기가 된 이야기는 정말 사소한 일로, 하지만 필연으로 발생합니다.

  왜냐면, 제가 싫습니다. 좋아하는 것에는 집착할 수 없는 주제에 싫은 일은 참을 수 없는, 제멋대로인 성격을 띤 저는, 하치만 오빠가 까닭 없는 비방에 노출되는 것이 싫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저라면, 해야 할 방도는 정해져 있습니다. ......원래, 누군가의 행복을 빼앗아서까지 얻고 싶은 것은, 정말 조금 밖에 없으니까요.

  그 이후로 제 생활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납니다. 밖에서 하치만 오빠와 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점점 피하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도, 가볍게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그대로 모르는 척하고 걸어갑니다.

  그렇게 거리를 둔 것에 대해 하치만 오빠에게 어떤 말을 들을지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 뿐만 아니고 저와 미리 짠 것처럼, 말을 걸지 않고 모르는 체를 해줍니다.

  저는 그것에 약간 안심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험담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상처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저는 왜 그러냐는 말을 들으면 거리를 벌린 이유에 대해 대답할 테니까요.

  혹시 하치만 오빠는, 「그런 건 익숙해」라고 한마디로 대답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치만 오빠가 익숙해질 때까지 험담을 들은 것을 생각하면, 역시 그런 사실을 들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11월에 접어들어, 추운 겨울이 찾아옵니다.

  우리들의 행동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릅니다만, 그 시기가 되니 소문도 상당히 수그러들었습니다. 10월 말에는, 「그냥 헤어졌다」라든지 「키리바나가 찼다」라든지 그런 제멋대로인 억측이 돌았지만, 그 화제도 차가운 서풍으로 깎여, 점점 옅어져갔습니다.

  그런 저는, 무엇 때문인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의 감정이 철썩 밀려왔습니다. 그, 남동생이 죽고 나서 반년 정도 이후.

  그토록 마음에 불이 붙었을 텐데, 지금은 완전히 연기만 나고. 그것이 남동생을 잃었을 때와 너무나도 비슷해서, 남동생에게도 하치만 오빠에게도 미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문은 기세가 죽었지만, 요즘은 하치만 오빠와 만날 기회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10월 초순 정도부터 수험 때문에 예비학교에 다니게 되어, 히키가아가에 들러도 대부분 외출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딱히 어떻다 생각하지 않지만, 평소보다 사람이 줄어든 히키가야가는 매우 넓고, 자주 들르는 거실도, 저와 코마치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코마치가 요리를 만들자고 했던 것도 요 근래부터였습니다.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코마치 나름대로 우리들을 신경 써서, 배려를 해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따금 교대로 하치만 오빠의 식사에 원하는 메뉴를 메일로 물어, 대답이 없으면 하치만 오빠가 싫어하는 것을 만들어서, 반응을 듣곤 했습니다.

  1월이 되어, 길에 얇은 얼음이 서리기 시작하고, 때때로 눈이 살랑살랑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해 겨울은 예년보다도 매우 추워서, 차가워진 공기가 근방에 가득 차, 평소보다 한층 더 겨울의 서글픔이 두드러졌습니다. 아침과 저녁에는, 숨을 하아-하고 내면, 하얀 숨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습니다. 눈이 옅게 쌓인 날에는, 코마치와 같이 길에서 미끄러질락 말락 하며, 꺄아꺄아하고 떠들면서 등교했습니다.

  2월이 되어 공기가 조금 더 차가워지자, 3학년의 분위기가 점점 팽팽해졌습니다. 수험이 가까워진 그들, 그녀들은 여태까지보다 더 어른스러워져서, 또 한 걸음 어른을 향한 계단을 올랐던 거라고 어째서인지 제가 실감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하치만 오빠와 이야기하는 것도 현저히 줄어들어서, 가끔 히키가야가에서 같이 있게 되어도, 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고, 그저 인사하는 것만으로 끝났습니다.

  조금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3월. 하치만 오빠는 무사히 소부 고등학교에 합격하고,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식 날에는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인 채였고, 조금 따분했습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불리던 중, 하치만 오빠의 이름이 불려도 주변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 시시한 소문은 이미 사라져, 누구에게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봄방학에 접어들어도 생활은 변함없어서, 코마치나 반 여자애들과 놀며,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빌려야만 할 수 있는 숙제 하나가 있었는데, 빌린 책이 의외로 무거워서, 책을 넣은 가방을 들었을 때, 팔에서 듣기 싫은 비명이 들렸습니다. 이런 책도 빨리 전자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봄의 양기에 싸이며 돌아갈 때 생각합니다.

  ......앞으로 백년만 지나면 분명, 과학이 발달해서 우리들의 마음도 전자처럼 취급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의 온갖 것들이 0과 1로 되어, 맛있는 것을 먹어 들뜨는 기분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 받아 가슴이 뜨거워진다거나, 그런 우리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 보물처럼 숨겼던 감정을, 재미없는 이유를 치덕치덕 붙여서 인공적으로 재현해가겠지요.

  그렇게 되면 분명, 사람은 전자의 바다에 빠지면서 행복한 꿈을 계속 꿀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나 할머니처럼 고민할 일도, 자신을 혐오할 일도 없이,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가 언젠가는 옵니다.

  그 꿈은 스위치 하나로 쉽게 무산되는 아지랑이 같은 것으로, 모두 그렇게 애매한 것에 기대어, 점차 약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광경을 보는 것은 조금 동경하게 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망상과 함께 시간이 매우 빨리 흐르고 4월에 접어들어, 2학년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시업식 날, 저는 코마치에게 하치만 오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