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가끔 번역물을 올리는 블로그입니다.
2ndboost

태그목록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http://novel.syosetu.org/38226/




  그 17 ~비오는 날의 월요일~




  침울한 표정을 띤 비늘구름과 함께 월요일이 온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시간에 집을 나온다. 그리고 나서 가라앉은 표정을 짓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과 섞여, 학교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간다.

  하늘은 당장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 같고, 그 때문인지 우산을 손에 든 학생들이 걱정스러운 듯이 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우산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일기예보에서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했었지.

  ......뭐 오는 길에 비가 흩뿌린다면, 최악이라도 직원실에 가서 우산을 빌리면 되는 일이다.

  그다지 느리게 걸을 생각은 없었지만, 교실에 들어선 타이밍에 수업 시작 종소리가 울린다. 평소라면 도착하고 나서 울리기까지 몇 분의 유예가 있었으니 걸음이 느렸던 거겠지.


「안녕 힛키」


  유이가하마와 스쳐 지나가면서 받은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대충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지루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학교 수업은 기본적으로 다수를 가르치는 것을 전제로 내용이 만들어진다. 그 때문에 전에 배운 문법이나 한 번 읽으면 외울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반복한다.

  기억한 내용을 복습하는 것만큼 지루하고 효과적인 공부는 없다. 즉 수업의 6할이 새로운 내용이라도 나머지 4할은 복습이 되므로 수업이 지루해지는 것도 별 수 없다.

  즉 내가 졸려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현대문만을 등을 세우고 들은 체 만 체 하고, 나머지는 수면 유도제로 활용해서 하루의 수업을 소화한다. 왠지 『매트릭스』의 배경 같은 숫자가 나열된 꿈을 꾸기도 했지만, 방과 후에는 이상할 정도로 머리가 상쾌했다.

  그러고 보니, 타이시는 어떻게 됐을까. 일단 데이트를 거들었으니 결과 정도는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 전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서 이즈에 선배의 교실을 들여다봤지만, 갈색 머리카락과 특징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인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저기...... 메구미라면 오늘 볼 일 있다고 해서 먼저 돌아갔어.」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메구미라니 누구지? 아마 모르는 사람일 테니, 나한테 한 말은 아닐 거다.


「저기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무시하고 교실 안을 보고 있었더니 초조한 듯한 목소리가 들리며, 어깨를 난폭하게 얻어맞았다.

  어깨에 지워진 미덥지 못한 감촉을 느끼며 뒤돌아보니,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발을 살짝 펌한 선배가 불쾌한 듯이 서있었다.

  이 사람 이즈에 선배의 친구였을 텐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미야와 카세이, 어느 쪽이지?


「히, 히, 히키가야 군이던가? 메구미 찾는 거지?」

「아무튼, 그래요.」


  메구미라는 건 이즈에 선배의 이름인가? 성씨가 너무 두드러져서 이름으로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고.


「메구미는 오늘 돌아가서 찾고 있다면 헛걸음이야.」

「......그런가요」


  그대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부실로 가려고 했지만,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말을 꺼내본다.


「저기, 선배는 운동 같은 걸 했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농구를 했어.」

「......예를 들면 농구 아마추어인 제가, 선배의 플레이에 대해서 잘 안다는 듯이 지적해서 고치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카세이(?) 선배는 턱을 약간 잡아당기고, 위를 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즈에 선배의 버릇이라도 따라하는 건지, 허리에 댄 오른손 검지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얼마 안 있어 생각났는지, 밝은 미소로 선배는 말한다.


「때리고 싶어져.」


  상상한 것보다 폭력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 그런가요......」

「응. 왜냐면 짜증나잖아. 서투르다든가 생각하는 건 딱히 상관없는데, 그걸 말로 하려면 그것에 걸맞는 설득력이 갖고 싶어지잖아.」

「그건 제가 올바른 것을 지적해도 그런가요?」

「물론이지. 왜냐면 히키가야 군은 그 플레이가 맞는 건지, 상상으로밖에 모르잖아? 반대로 말하면, 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지적이라도 래리 브라운이 말하면 고분고분하게 들을 거야.」


  선배는 양손으로 슛 자세를 취하고는, 허공을 향해 가공의 볼을 던진다.

  그 때 스커트가 약간 떠서 탄탄하고 하얀 허벅지가 보이는 면적이 증가한다.


「......뭐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무적으로 두 가지 의미로 감사하고 몸을 돌리려고 하자, 선배는 「뭔가 전할 말이 있으면 전해줄 수 있는데」라고 말하며 스마트폰을 나를 향해 흔든다. 그 표정은 아까 전과 다름없어서, 남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 그랬을 거다.


「......그럼 내일 점심시간에라도 만나러 올 거라고 말해주세요.」

「그래-」


  바로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쓰기 시작하는 선배를 보며, 한 번 더 감사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카세이 선배」


  한 번 더 감사를 하자, 선배는 유감스러운 것을 보는 시선으로,


「내 이름, 미얀데......」

「................」


  다행히도 주먹은 날아오지 않았다.



―――――――



  「......그럼, 어제 있던 일을 보고해주렴.」


  부실에 들어감과 동시에, 예리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끼얹어졌다.

  창밖의 흐린 하늘과는 180도 다르게, 형광등의 창백한 빛이 쏟아지는 부실에는 벌써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있었다.

  아무튼 3층에 들르고 나서 문화동까지 왔으니 늦어져도 어쩔 수 없다.

  책과 폰으로 눈을 떨어뜨리는 둘을 곁눈질로 보면서 정 위치로 가서 철제 의자에 대강 앉는다.


「보고할 것도 없어. 끝까지 붙어있질 않았으니까. 타이시가 고백했는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일단 마지막에 둘이서 어디엔가 간 것 같지만......」


  덤으로 오늘은 이즈에 선배에게 묻지도 못했으니, 그 이상은 보고할 방도가 없다.


「어? 그것뿐이야?」


  유이가하마가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키노시타도 얼굴을 들어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도 결과만을 보고하라고는 하지 않았어. 중간 경과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니?」

「그런 걸 말해봤자 의미가 없잖아. 아무리 좋은 분위기라도, 차일 땐 차이는 거다. 그렇다면 보고해도 의미는 없어.」

「......그런 걸까」


  유키노시타의 말이, 부실 벽으로 빨려 들어간다.

  부실로 오는 김에 사 온 MAX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목을 지나가는 달콤함을 느끼며 반 넘게 남아 있는 캔을 테이블 위에 둔다.

  그렇게 당분간 창밖을 바라본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운동부는 평소대로 운동장에서 활동하는 듯하다. 멀찍이서 하야마 일행이라고 생각되는 애들이 팔팔하게 체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히키가야의 눈이 평소보다도 그림자를 띠는 것은 어제의 데이트와 관계있는 거니?」


  운동부를 관찰하는 것도 질려서 유들유들한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쉬게 하는 참새를 관찰하고 있자, 유키노시타가 묻는다.


「......무슨 말이야?」

「보아하니 침체된 분위기를 휘감고 있잖니.」

「그건 평소에도 그렇다만.」

「그런 말을 들으면, 그렇긴 하지만......」


  유키노시타가 턱에 손가락을 대고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와 맞은편에 앉은 유이가하마가 나를 향해 몸짓 손짓으로 설명해준다.


「힛키는 평소에는 뵹-한 눈을 하잖아? 근데 오늘은 뭐랄까 묭-한 눈을 하는 느낌인 거야......」


  묭-이라니, 왜 그런 나고야 사람처럼 비유하는 거냐.

  유이가하마는 나란히 내민 양팔을 내리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서......」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코마치한테도 비슷한 말을 들었지. 평소보다도 눈이 이상하댔나 뭐랬나. 왜 이 놈도 저 놈도 사람 상태를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거야?


「......딱히 아무 일도 없었어. 이즈에 선배와 타이시를 따라가서 중간에 빠지고, 어떻든 상관없는 얘기를 하고 돌아갔을 뿐이다.」


  그래, 어떻든 상관없는 얘기다. 처음부터 결론이 나왔고, 그게 싫어서 떼를 썼을 뿐.

  그렇게 부실 안이 더 조용해진다. 멀리서 들리는 운동부의 구호와 어렴풋이 풍기는 비 냄새가 우리들 사이를 메워간다.

  왠지 모르게 목을 돌리고는, 책으로 시선을 내려뜨리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유키노시타는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잠시 멈추고, 눈을 내려뜨린 채로 말한다.


「그렇다면 그 기분을 겉으로 드러내는 건 그만두렴.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런 식으로 행동해.」

「그렇군, 미안」


  왠지 유이가하마가 옆에서 「굉장해, 힛키가 사과했어......」라고 중얼거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하지만 듣고 보니 그렇다. 누군가에게 기댈 생각이 없다면, 그런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나와 유키노시타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낙담했던 것 같다.

  등을 과감히 한 번 꼿꼿이 세워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습 찬 공기를 폐에 넣고, 무거워진 공기를 폐에서 내뱉는다.

  눈을 감고 어깨 힘을 뺀다. 약간 나른한, 언제나 짓는 표정을 만들고는 눈을 뜬다.

  ......그리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것을 떠올려낸다.


「나, 오늘은 돌아간다.」

「어? 힛키 그냥 들른 거야?」

「우산 안 가져왔어. 그래서 비가 내리기 전에 돌아가고 싶어.」


  왠지 감상적인 기분에 잠겨 있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애초에 아직 비가 오지 않았으니 그 사이에 안 돌아가면 젖은 생쥐가 될 거다.


「그러면 유키농이라든가 내, 내 우산을 같이 쓰면 되잖아......」


  유이가하마가 약간 흠칫흠칫하며 말한다.


「나는 접는 우산밖에 없어서 애초에 무리야.」


  애초부터 같이 쓰게 해줄 생각이 없을법한 녀석이, 지당한 이유를 붙여서 부정했다.

  게다가 유키노시타와 돌아가는 시점에서 바늘방석이 될 게 틀림없다. 그런 건 질색이다.


「그런 이유로 이만」

「아, 잠깐, 힛키」


  가방을 어깨에 매고,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를 뒤로 받으며 부실에서 나온다.

  역시 나한테는 이 정도의 분위기가 딱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