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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14 ~히키가야가의 이웃 분~




  인터폰을 눌렀더니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나며 갈색 문이 힘차게 열린다.


「어머, 히키가야 군이잖아. 왜 그러니?」


  키리바나와 매우 닮은 눈에, 형태가 좋은 입술이 특징인 여성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밝은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이 뒤로 묶인 것이 연둣빛 앞치마와 어우러져서 생활감을 자아낸다.

  키리바나의 어머니인 키누에 씨는 오늘도 걸 맞는 미모가 잘 어울렸다.


「아니요, 키리......아카네와 나가자는 약속을 했는데, 불러주실 수 있나요?」

「그래? 지금 불러올 테니, 잠깐 기다려줘.」


  키누에 씨가 활짝 미소 지으며 다시 안으로 돌아가서, 한 숨을 돌리고 그 곳에 계속 선다.

  역시 키누에 씨와 키리바나는 눈매를 빼고는 별로 닮지 않았다. 차분한 느낌을 주는 키리바나와는 달리 키누에 씨는 어느 쪽이냐면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키리바나의 외모는 아버지 쪽의 피가 강한 것 같다. 나는 만난 적이 없지만, 키리바나 아버지의 여동생, 즉 고모와는 외모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나이 든 키리바나도 보고 싶어서, 언제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기도 하다.


「준비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려서, 안으로 들어와서 기다려줄 수 있겠니?」


  그 녀석, 준비하는데 일부러 시간을 들이는군.


「아, 아뇨. 밖에서 기다려도 괜찮아요.」

「아니아니, 일부러 와줬으니 들어와 들어와」

 
  키누에 씨에게 등을 밀리는 식으로, 키리바나의 집으로 발을 디뎌, 열 다다미 이상은 되는 거실로 간다.

  초등학교 이래로 처음 온 키리바나의 집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상당히 많이 바뀌어 있었다.

  벽지는 아주 새로운 흰 직물로 바뀌었고, 전에는 손상됐던 일본식 방의 다다미는 새로 갈았고, 근처를 지나자 풀냄새가 감돈다. 브라운관 TV는 대형 액정 TV로 바뀌었으며, 데스크탑 PC는 노트북으로 교체되어 공간절약이 되어 있었다.


「그, 그럼......」


  안내 받은 소파에는 먼저 온 손님인 키리바나의 아버지가 등을 기대면서 와이드 쇼를 보고 있었다.

  나와 키리바나의 아버지 사이는 별로 나쁘지 않다. 길에서 만나면 인사를 주고받고 잡담 정도는 한다. 가끔 장래 희망이나 졸업 후의 진로를 물을 정도로 딱히 사이가 나빠질 요소 같은 건 없다. 없겠지.

  다만 코마치가, 키리바나의 집에서 내 얘기가 나오면 미묘하게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말을 하니 내가 멋대로 무서워할 뿐이다.

  마침 TV에서는 20세 여배우가 속도위반해서 결혼한 화제가 한창 나오는 중이었다. 사귄지 반 년 만에 골인했다고 했나? 일이 잘 되는 시기에 이래서는 향후에 큰 영향이 있을 거라고 원숙한 해설자가 아우성치고 있다.


「오늘 어딘가 가는 건가?」


  키리바나의 아버지가 묻는다.


「영화 같은 거예요. 아니 그게 지인을 따라가는 거라고 할까요? 둘이서 나가는 게 아니에요. 듣기로는 둘 만이서는 긴장한다고 해서. 그거야 그래요. 둘 만이라면 좀 그렇죠.」


  입에서 말이 연달아서 뛰쳐나온다. 평소부터 이렇게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만, 평소부터 이런 상황이 되고 싶진 않으므로, 역시 지금 그대로가 좋을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영화라는 건 완전히 거짓말이다. 오늘의 코스는 이즈에 선배가 전부 맡아서, 직전이 되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군, 둘이서는 곤란한데」

「그,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 키리바나와 상가에 간 적이 있었지. 아니 여기서는 전혀 관계없지만. 진짜로.

  그렇게 해서, 원래대로라면 가족이 단란할 곳에 답답한 분위기가 내려 쌓인다. 키누에 씨는 구석에 있는 부엌에서 흥얼거리며 차를 끓이고 있다. 좀 더 분위기라는 것을 읽어줬으면 한다.


「하치만 군이 집에 오는 것도 오랜만이네. 이렇게 보면, 역시 많이 자랐어.」


  차 줄기가 선 차를 눈앞에 내주고, 키누에 씨는 내 약간 옆에 앉는다. 왜 이 부부는 나를 사이에 끼고 앉는 걸까.


「역시 키는 컸죠. 하지만 그렇다면, 그 쪽이 키가 자랐겠지요.」


  받은 차에 입을 대지만, 뜨거워서 맛을 모른다.

  키리바나 부모님의 앞에서는 성씨로 부르기 어려워서, 무심결에 대명사를 쓰고 말았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이름으로 부르는 건 꺼려지므로, 이 정도가 고작이다.


「그치. 너무 키가 자라면, 남자애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네.」


  차를 한 모금 더 마시지만, 역시 맛을 모르겠다. 혹시 키누에 씨의 가사 능력이 떨어진 걸지도 모른다.


「.....바로 그 본인은 아직 안 내려오나요?」

「좀 더 걸릴지도 몰라. 모처럼 왔으니, 과자라도 먹으렴. 자, 장어파이」


  이제 슬슬 탈출해서 빨리 약속장소로 가고 싶지만, 장어파이를 주셨으므로 한 입 갉아 먹는다.

  장어파이는 자칭 밤의 과자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밤에 가족 단란용으로 써달라는 희망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장어가 어떤 것을 증강하기 때문에, 밤의 과자라고 불린다. 후자는 완전히 속설이지만 왠지 믿는 사람은 많다.

  그 뒤 시간이 충분히 지나서 키누에 씨와 골치 아픈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던 때, 겨우 키리바나가 2층에서 내려온다.

  세련되고 포근포근한 검은 원피스에 얇은 핑크 자켓을 맵시 있게 입은 키리바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차분한 느낌이었다. 사복 때는 주로 스타킹을 신었지만, 오늘은 맨발을 드러내고 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그럼 가볼까요?」


  전혀 주눅 든 기미가 없는 키리바나는, 나와 그 양쪽에 앉은 부모님을 보고 살짝 웃는다. ......이 녀석, 틀림없이 일부러 늦게 왔구만.

  곧바로 인사하고 키리바나의 집에서 나오자, 「너무 늦지 말렴.」이라고 키누에 씨에게 주의를 받는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이런 면을 보면 역시 어머니다.

  연상자로서 수긍하는 의미로 뒤돌아보자, 「그리고 하치만 군도 가끔씩은 코마치랑 같이 밥이라도 먹으러 와.」라고 말한다.




「......늦어져서 죄송해요.」

「너 말이다, 그렇게까지 미안하다고 생각 안하잖아. 아직 웃고 있다고.」


  모이는 장소인 역의 동쪽 출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역시 일요일답게, 아이를 동반한 부부가 즐거운 듯이 지나가는 광경이 흔히 보인다.

  최근 3일 정도 비가 올 법한 날씨였지만, 오늘은 선명한 파랑색이고 적란운이 치워져 있다. 오랜만에 하늘이 맑아서인지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왠지 밝아 보인다.


「카와사키 군이 전하는 말인데, 상황을 잘 봐서 빠지길 바라는 것 같아요. 듣기로는 할 수 있으면, 오늘 결정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어도, 우선 오늘 예정을 모르면 할 수 없잖아.」


  왠지 과정을 확 건너뛰려 한다고 할까, 타이시는 왜 평범하게 데이트한 다음에 과정을 밟으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이런 초조해하는 상태가 중학생답다는 생각도 들지만, 상대가 고등학생 3학년인 만큼, 불안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이즈에 선배 같은 타입은 한 번 놀러 갈 정도라면 별 거 아니니까, 타이시만 너무 의욕에 넘쳐 보인다.

  10분 정도 걷자 역에 도착했으므로, 혼잡 중에서 타이시나 이즈에 선배를 찾는다. 키리바나의 집에서 시간을 소비했지만, 거의 약속 시각에 도착했으니 어느 쪽인가는 왔겠지.


「히키가야 형! 여김다.」


  체육계 사람 같은 존댓말이 들려서, 들은 적 있는 목소리 쪽으로 뒤돌아보자 타이시가 눈에 들어온다. 체육계 사람답게 짧은 바지에 디자인이 괜찮은 티셔츠를 맞춰 입었을 뿐이지만, 썬탠한 흔적도 어우러져서 꽤나 보기 좋다.


「이즈에 선배는?」

「아직임다. 아까 전부터, 이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눈에 띄지 않던데요.」


  아무튼 5분, 10분 정도라면 늦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걸어도 소용없으니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셋이서 기다리기로 한다.


「정말로 와주시는 겁니까? 왠지, 믿기지 않슴다.」

「안심해라, 오는 도중에 교통사고라도 당하지 않는 한은 확실히 올 거다.」


  타이시는, 우리들이 데이트 세팅까지 해줬다고 믿은 건지, 몇 번이나 내게 감사인사를 한다. 데이트는 이즈에 선배가 멋대로 말했을 뿐이지만, 남중생의 꿈을 부수는 것도 미안하니 그대로 둔다.

  약속시각이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멀리서 이즈에 선배가 오는 것이 보인다.

  아쿠아 블루색 플레어 스커트에, 연유색 가디건을 맞춰 입은 청초한 모습이지만, 묘하게도 이즈에 선배에게 어울린다. 스커트라지만 교복보다 길어서 무릎이 가려져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니, 전혀 그렇지 않슴다.」


  타이시가 인대가 손상될 정도의 기세로 머리를 흔들자, 이즈에 선배는 미소 지으며 타이시에게 손을 내민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두 번째구나. 이즈에 메구미입니다, 잘 부탁해.」

「카, 카와사키 타이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한 얼굴로 마찬가지로 손을 내민 타이시와 악수를 하고, 이즈에 선배는 우리들을 향하며 나와 키리바나를 본다.


「키리바나도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

「아니요,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와서 다행이었어요.」


  날 힐끔 보고, 기분 좋은 소리로 키리바나가 대답했다.

  키리바나의 기분이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그것보다도 이즈에 선배가 생각보다는 평소 그대로인 것에 놀랐다. 청초한 차림이지만, 그 표정에는 평소의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미소가 떠올라 있다. 의외로 캐릭터를 만드는 타입은 아닐지도 모른다.


「늦은 것은 전혀 상관없는데, 오늘 어디에 가심까?」

「윈도우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할 뿐이야. 중학생이 둘 있기도 하고, 그렇게 돈이 드는 것도 싫겠지?」


  손가락을 바짝 세우며 이즈에 선배가 말한다.

  확실히 영화는 고등학생에게는 의외로 싸다. 천 팔...... 고등학생은 천 엔으로 볼 수 있으니, 섣불리 노래방에 가는 것보다 싸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생 요금이라고 딱히 두 번 볼 수 있다든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블루레이가 있어서, 영화관에는 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제일 좋다. 특히 약간 한가한 때에 영화관에 가서 상영되는 것을 보는 건 꽤 재미있다. 게다가 영화는 그 어두운 공간에서 비춰지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최적의 미디어로 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우선은 영화관으로 가면서 슬슬 돌아볼까?」


  선배와 키리바나가 얘기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서, 혼잡 속을 빠져나간다. 지금은 딱히 막히지 않고 타이시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조금 안심한다.


「왠지 좋은 분위기네요.」

「지금은... 말이지. 선배니까 어떻게 될지 읽지 못하겠는데......」


  확실히 그 자리에서 돌아간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웃는 얼굴로 딱 잘라서 타이시를 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고, 반대로 눈치 채면 어딘가 나갔을지도 모른다.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겠지.

  근처에 있는 가게를 가볍게 둘러보며 흐느적거리면서 걷고 있는데, 이즈에 선배가 한 가게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여기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괜찮아?」


  검지 손가락이 가리키는 끝에는 창문이나 벽에 귀여운 개나 고양이, 토끼 등의 사진이 실린 포스터와 간판에 쓰인 「애완동물 샵」이라는 글자가 춤추고 있었다.

  포스터로 보기에는, 애완동물이라고 해도 여자에게 인기가 있을법한 동물만 취급하는 것 같다. 새나 물고기처럼 냄새 나는 생물은 판매하지 않는 듯하다.

  흠. 누가 제안했는지는 모르지만, 꽤 좋은 곳이군. 이야깃거리로 삼기도 쉽고, 귀여운 생물을 보면 누구라도 편안한 기분이 들 것이다.


「전 괜찮지만, 키리바나가......」

「어라? 키리바나는 동물에 약해?」

「기본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괜찮아요. 부디, 들어가주세요.」


  이즈에 선배는 조금 걱정스러운 듯이 몇 번이나 키리바나에게 확인했지만, 키리바나가 괜찮다고 딱 거절해서 할 수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이, 괜찮아?」

「제가 카와사키 군의 데이트를 방해하면 안 돼요. 게다가 움직이면서 울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고, 멀리서 개라도 볼 테니까 괜찮아요.」


  덧붙여서 말하자면, 키리바나는 고양이에 약하다.

  딱히 고양이 알러지가 아니고, 키리바나도 이런 성격이라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데도 움직이는 고양이에게는 할 수 있는 한 다가가려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개나 토끼 등은 그럭저럭 괜찮아서, 사람의 특기나 서툰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사진이라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지만, 그건 괜찮다는 축에 들어가진 않겠지.

  그 때문에, 우리집에 키리바나가 올 때는 애묘인 카마쿠라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내 방으로 피한다. 대단히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고양이지만, 누굴 닮았는지 외출하기 싫어해서 그 뒤로 당분간 내 침대를 점거하는 것이 곤란한 점이다.

  이즈에 선배를 따라 애완동물 샵에 들어갔더니 가게 안 구석구석에서 귀여운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중에 섞인 고양이 울음소리에, 키리바나는 잠깐 동안만 몸을 움츠리지만, 그대로 걷는다.

  ......나 참, 싫으면 안 들어가면 될 텐데.


「어이 타이시. 우리들 강아지 코너에 있을 테니까, 선배와 적당히 돌아보고 있어.」

「네? 괜찮슴까? 그럼, 어느 정도 돌면 그 쪽으로 가겠슴다.」


  「나중에 봐」라고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며, 고양이 코너로 가는 이즈에 선배를 배웅한 곳에서, 개 울음소리가 시끄러운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자, 가자」

「고마워요.」


  키리바나의 말을 등으로 받아들인 채, 가게 구석으로 간다.

  개 코너에는,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가 우리에 있었다. 옆을 봐도 어느 정도 큰 개가 안 보이는 것을 보면, 이 가게는 강아지를 주로 취급하는 거겠지.

  키리바나는 아주 잠깐 몸이 굳었지만, 우리 안에 있는 강아지들을 보고 점차 얼굴이 풀어진다.


「아, 이 아이가 차분하고 귀엽네요.」


  키리바나의 시선 끝에는, 검은색과 갈색이 섞인 혈통의 영리해 보이는 강아지가 엎드린 자세로 키리바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우리에 달린 명찰에 따르면, 견종은 게르만 셰퍼드라는 듯하다. 확실히 경찰견이나 군용견으로도 쓰일 정도니, 지능이 높을 것이다.


「너, 그런 영리해 보이는 개를 좋아하는구나.」

「치와와나 마메시바보다는 좋아해요. 대화할 수 있는 느낌을 특히」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 너머로 셰퍼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역시 머리가 좋은지, 셰퍼드는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키리바나가 하는 대로 따르는 중이다.

  애완동물 같은 외형보다는, 셰퍼드나 리트리버 같이 사냥개에서 개량된 견종을 좋아하는 기분은 조금은 알겠다. 우리집 카마쿠라도, 아까 전에는 건방지다고 했지만, 그 생물다움이 장점이기도 하니까.


「괜찮으시면, 안아 보시겠어요?」


  키리바나의 뒤에서 젊은 여점원이 말을 건다.


「아니요, 오늘은 사러 온 건 아니라서.」

「딱히 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또 올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꽤나 당당한 점원이지만 그 만큼 우리도 사양하지 않아도 되니 손님을 대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키리바나가 잠시 우물쭈물한 뒤, 「그럼, 부탁합니다.」라고 말하자, 왠지 점원은 내게 윙크를 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딱히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는 안했다고.

  그런데도 강아지를 팔에 안은 키리바나가 기뻐보였기 때문에, 약간은 참견이 심한 점원에게 감사해도 좋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