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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11 ~이즈에 메구미의 이름은 유명하다~


『사랑의 빛이 없는 인생은 무가치하다』


  독일의 사상가인 시라아의 말이며, 연애의 격언으로서도 유명한 문구다.

  사랑이라는 것은 인생을 색칠하는 것이며, 사랑 없이는 아무리 유복한 생활을 해도 무가치하다는, 육체를 주체 못하는 현대의 젊은 아내가 들으면 불륜에 좋은 핑계가 될 법한 문구다.

  다만 시라아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남녀의 연애만이 아닌 이웃사랑도 가리킨다. 결코 「젊음은 빨리 지나간다, 사랑하라 소녀여」 같진 않다. 왜 시라아가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서양의 시인은, 형제 같은 말을 너무도 좋아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 9번, 제 4악장의 『환희의 송가』에서도, 「혼을 나누세, 형제여!」 같은 말을 하니까. ......『시간이여 멈춰라, 그대는 너무도 아릅답다!』는 괴테였지.

  연애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그런 자칭 사랑이 많은 소녀처럼, 연애를 특별시하는 풍조는 지금도 뿌리 깊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성(性)과 연애와 결혼이 분리된 현대에서는, 연애나 사랑 같은 것은 유행가의 일부로 다뤄지고, 단순한 오락으로서 소비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라아의 말은 지금은 통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연애가 취미가 되어버리면, 그 대체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설렘을 갖고 싶다면 책을 읽으면 되고, 유사적인 연애 체험을 하고 싶다면 미연시를 하면 된다. 성욕을 채우고 싶다면, 그야말로 유흥가라도 가면 된다. 연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니, 전부 거짓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연애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연애관계는 사람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의견의 충돌을 낳는다. 양다리에서 칼부림으로 확대되거나 「나, 그 사람하고 잤어......」라는 말을 듣고 따귀를 날려 친구관계가 파탄 나거나, 치정의 뒤얽힘이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예를 들어보면 끝이 없으리라.

  ......그런데, 슬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점심시간의 부실은, 침울한 분위기가 내려 쌓여 그 안에 있는 사람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부실의 색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하늘은 회색으로, 그 앞에 있는 푸른 하늘을 덮은 듯이 흐렸다.

  타이시의 짝사랑 상대가 이즈에 메구미 선배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이틀 정도, 우리들은 이즈에 선배에 관한 정보를 각자 모으고 있었다.

  유이가하마는 지인에게 평판을 묻고, 유키노시타는 교사의 평판을 탐문하고 그리고 나는 교내를 돌아다녔다.

  사람의 이야기는 과장되는 것이 당연하므로, 말을 반 정도만 들으며 모은 정보를 오늘 점심시간에 정리한 결과가 이와 같다.

  남자의 소문에 의하면, 귀엽다. 나한테도 상냥하다. 딱 한 번 만이라면 데이트해준다. 남자를 이것저것 번갈아 바꾼다. 재녀. 붙임성 있다. 왠지 보고 있으면 즐겁다.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싶다. 빈유. 빗치 등등

  여자의 소문에 의하면, 보통. 미인이지만 바보. 방화계(사건을 만든다). 뭔가 시끄럽다. 재미있다. 자신에 도취해 있다. 그보다 미인이 아니다. 글로리어스(glorious). 맹금류. 불판을 쿡쿡 찌른다. 친구로서는 괜찮다. 남친을 뺏겼다. 걔한테는 먹혀도 좋다, 기타 등등.

  덧붙이면 학년이 내려갈수록 평가가 나쁜 경향이 보였다.

  A4용지에 출력된 명조체들을 한 번 더 위에서 아래까지 보고서 무심결에 한숨을 토하고 말았다.


「......왠지 굉장하네, 이즈에 선배」


  유이가하마도 나와 똑같이 생각했는지, 뺨이 약간 경직돼 있었다.

  아니 뭐, 초면인 나나 타이시에게 그렇게까지 다정하게 대할 수 있다니, 상당한 천연 혹은 노리고 하는 건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런 평판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유이가하마의 중학교 선배에게 들어보니, 의외로 평판이 좋았다는 거네.」


  방금 전의 「미인이지만 바보」라는 건 유이가하마의 선배가 한 말이다. 어제 방과 후에 이야기를 들으러 갔지만, 그 선배는 깔깔하고 재미있는 듯이 웃으면서, 이즈에 선배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다만 세세한 부분에는 접하지 못하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든지, 보면 재미있는 애라든지 이렇게 대강으로밖에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슬슬 히키가야에게 일을 맡겨볼까?」


  내가 한 번 더 한숨을 내쉬고, 유이가하마가 이 분위기에 질려서 스마트폰에 손을 뻗었을 무렵, 유키노시타가 제안했다.


「응? 일이라면 이걸 타자로 친다거나 했잖아.」

「더 이상의 현실도피는 그만두렴. 히키가야, 이즈에 선배와 약속(アポ)을 잡아줘.」


  요전부터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된다.

  습기 찬 공기 탓인지, 아니면 이 날씨에 끌린 건지, 약간 수그러들었던 교내의 어수선함이 한 층 더 의식된다.

  이미 세 명과의 점심식사는 여기서 끝났다. 어떻게 잘 질질 끌 수 없을까.


  「어포라는 건 appointment의 약자겠지. 그리고 appointment는 appoint를 명사화한 거고. 거기서 난 항상 생각해. ment를 뒤에 붙였을 뿐인데 존재감이 너무 강하지 않아? 형용사화하거나 부사화할 때는 수수하게 추가되는데, 왜 그것만 본체를 잡아먹을 정도가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 안 해?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고양이를 쓰다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단 눈 안쪽이 묘하게 빛나고 있다.


「이즈에 선배와 만날 약속을 성립시키렴.」


  마침 뒤에서 기다려 마지않았던 벨이 울린다.

  유키노시타는 중간에 이론을 둘 여지를 일절 주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선다.


「힛키? 내가 먼저 이즈에 선배한테 얘기해 볼까?」


  유이가하마가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본다.


「아니, 사양해둘게......」


  벨 소리가 끝날 때까지, 나는 머리를 움켜잡으며 좋게 납득시킬만한 문구를 계속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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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번역한 미우라 SS가 제가 도저히 하루에 할 양이 아닌데 하루에 다 끝내고 탈력감에 빠져서 좀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