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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13 ~러브 코미디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담임의 「수고했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오늘 하루 수업이 무사히 끝난다.

  단번에 풀어진 분위기와 동시에 바쁘게 교실에서 뛰쳐나가는 운동부에 섞여 교실에서 나왔더니 복도에 불쑥 튀어나온 기둥에 등을 기댄 이즈에 선배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반은 아직 HR이 끝나지 않았는지 복도는 한산했다. 오늘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와 더불어 어둑어둑하고 가라앉은 공기가 정체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선배는 창 밖에서 쏟아지는 비를 따분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있으면 좋은 얼굴 생김새가 더 두드러져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든다.


「......오, 히키가야 군. 겨우 왔구나.」

「이런 데에서 뭘 하는 겁니까?」


  그것보다도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위층에서 어딘가의 반이 HR을 끝낸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므로 혹시 이즈에 선배는 6교시를 땡쳤는지도 모른다.


「잘 생각해보니 봉사부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래서 히키가야 군을 따라가려고」


  그러고 보니 자세한 장소까지는 말을 안했던 것 같다. 이래서 마이너 문화부라는 건 성가시다. 서예부나 취주악부처럼 이름과 장소가 일치하면 도움이 될 텐데.

  그러나 봉사실이 될 방이 있어봤자 기본적으로 쓰이지 않고, 쓰인다 해도 남고생의 망상 정도일 거다.


「북쪽 교사 3층, 가장 서쪽에 있는 방이에요.」

「우와! 가장 멀리 있어.」


  봉사부는 최근 신설된 동아리인 이유도 있어서, 입지 조건은 문화부 중에서도 꽤나 나쁘다. 그 탓에 매일, 필요이상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같다.

  한 번 교실 안을 본다. 유이가하마는, 아직 미우라 일행들과 얘기하는데 빠진 것 같아서 해방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 가볼까요?」


  그렇게 대답하고 봉사부로 발길을 향한다.

  곧바로 다른 반이 간만의 차이로 HR이 끝나,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며 교내가 갑자기 활기를 띤다.

  주말 예정을 상담하는 여자. 승강구로 빠르게 걸어가는 운동부. 유행하는 연예인 흉내를 내며 요란하게 복도를 걷는 문화부. 인구밀도는 점점 더 빠르게 높아져, 곧바로 익숙한 광경이 완성된다.

  그 혼잡 중에서 하나 둘씩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일찍이 내가 받았던 시선도, 시기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호기심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것이 이즈에 선배가 아니라, 왠지 나를 향한다는 게 이상하다.


「저기, 선배는 2학년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응?」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생각하고는, 「전 남친이랑 나머지는 중학교 때 동아리 후배 정도려나? 그래서 좀 거북해」라고 가볍게 대답한다.

  ......틀림없이 그게 원인이다.

  즉, 그 전 남친이나 중학교 후배 입장에서 보면, 내가 이즈에 선배의 새 남자로 보이며, 그 남자인 내가 어떤 놈인지 흥미진진이라는 건가.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오해다.


「거북하면 여기까지 안 오면 되지 않아요?」

「그래도 전 남친을 꺼려해서 자신이 행동하기 힘들어지면 의미 없잖아? 그건 그거대로 끝난 관계고」


  이즈에 선배는 깨끗한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그렇다. 끝난 인간관계에 휘둘려서 자신이 손해 보는 건 좋지 않다. 자신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당당히 있으면 될 일이다. 타인을 너무 신경 쓰는 건 분명 눈치만 보도록 강요받는다는 것이리라.

  건물을 잇는 복도를 지나, 문화동 3층으로 올라간다. 지나갈 때 왠지 커피콩 향기가 감도는 생물실을 지나고서, 바로 봉사부 문 앞에 선다.


「꽤 여러 가지가 있구나. 부럽네~ 포트도 있어.」


  아무도 없는 부실에 들어갔더니, 이즈에 선배가 부실 내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커피, 홍차 어떤 게 좋겠어요?」

「그럼 커피로 부탁해, 블랙이면 돼.」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종이컵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두 잔 만든다. 설탕 3개째를 넣어, 이즈에 선배가 나를 유감스러운 시선으로 보기 시작할 무렵,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부실에 왔다.

  유키노시타가 홍차를 2인분 만들고 전원이 손에 든 음료를 한 모금 머금자, 이즈에 선배가 말을 꺼낸다.


「......그래서,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뭐야?」


  이즈에 선배가 타이시의 지갑을 주워준 것, 그리고 그 건으로 타이시가 보답을 하고 싶다는 것을 전하자, 이즈에 선배는 떠올리듯이 흠흠하고 끄덕이고 있었다.


「타이시, 생각나요?」

「응. 지갑은 웬만해서는 못 주우니까」


  이즈에 선배는 스커트 옷자락을 정리하고는, 파이프 의자에 제대로 앉는다.

  기억난다면 이야기는 빠르다. 나머지는 적당히 어디선가 둘을 만나게 하면, 우리들의 일은 끝나게 된다. 의외로 편한 일이었군.

  유키노시타는 턱에 손을 대고 고심하고선, 뭔가 수상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그래, 그래」

「이즈에 선배는 지갑을 주운 뒤, 왜 일부러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셨나요? 경찰서에 보내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 생각됩니다만......」


  나와 같은 의문을, 나와는 다르게 꺼낸다.


「내 마음이 천사처럼 청순하기 때문에?」

「의논할 가치가 없어요.」


  이즈에 선배는 「난처하네......」라고 전혀 난처하지 않은 소리로 대답하고선, 우리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음미하듯이 빤히 보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기」라며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발설 금지 자세를 만든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지만, 신경 써선 안 된다.


「툭 터놓고 말하자면, 지갑을 주웠을 때 학생증이 들어있어서, 얼굴하고 이름을 알았던 거야. 얼굴은 그럭저럭이어서 우선 만나볼까? 라고 생각했어.」

「우와아......」


  유이가하마가 무심결에 소리를 내고 말았다.

  즉 저건가, 타이시는 이즈에 선배의 먹이로 보기 좋게 낚였다는 말인가.


「그래서 어차피 만난다면 한 번 정도 데이트해서 어떤 사람인지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할까?」


  우와, 이 사람 빗치다.

  그건 타이시 입장에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것이겠지만, 이대로 넘겨도 괜찮을까? 왠지 불량품을 넘기게 된 것 같군. 이래서 서비스업이 싫은 거다.


「그건 아마 괜찮겠지만요......」

「그럼 하는 김에 하나 부탁해도 돼?」

「내용에 따릅니다.」


  어차피 변변찮은 부탁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지 이즈에 선배는 의자를 내 쪽으로 향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히키가야 군, 같이 데이트할래?」

「에엑!」

「................」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게다가 입가를 야하게 일그러뜨리고는, 흘러내리듯이 우리들 한 명 한 명을 둘러보고 있다.


「왜 세 명이서 데이트해야 하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방해입니다만.」

「맞아요! 힛키 같은 건 있어봤자 방해가 될 뿐이라구요.」


  ......저기, 자신이 방해라고 말을 했다만 힛키 같은 거라니 너무하지 않냐?


「미안, 말이 부족했네. 더블 데이트를 하자는 거야. 갑자기 둘만으로는 타이시 군도 긴장하지 않겠어?」


  어쩐지 이치에 맞기도 안 맞기도 한 듯한 느낌이다. 애초에 연상의 누나 입장에서 보면, 그 파릇파릇함이 좋다고 어딘가의 만화에서 본 것 같은데.....


「더블 데이트라니, 애시당초 전 누구와 가야 하는데요?」

「많이 있잖아? 유키노시타나 유이가하마나. ......아니면 키리바나라든지」


  왠지 키리바나의 이름만을 똑똑히 구분 짓듯이 말한다.


「......만약 제가 안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나와 타이시 군이 둘이서 데이트에 갈 뿐이야. 단지, 어디서 뭘 할지는 우리들 마음이지. 히키가야 군의 일은 타이시 군을 나한테 소개하는 것뿐이니까. 그 뒤에 간섭하는 건 쓸데없는 참견이야.」

「손 댈 생각 만만이라는 말입니까?」

「그렇게까지는 말 안했어. 다만 나도 타이시 군도 젊으니까, 넘치는 감정을 거역하지 못해서 실수가 일어날지도 모를 뿐이야.」


  이 사람, 마음껏 손댈 생각이잖아.

  그렇다고는 해도 데이트인가. 가고 싶은가 가기 싫은가로 치자면 물론 가기 싫지만, 그렇다 해도 이대로 사자에 먹히는 토끼를 못 본 체 하는 것도 개운치 않다.

  거기에 이즈에 선배의 성격을 알고서도 타이시를 만나게 한 것을 카와사키가 알게 되면 틀림없이 카와사키에게 혼날 것 같다.

  유키노시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눈을 돌리자, 마침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친다. 몇 초 정도 서로 본 뒤, 유키노시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큰 숨을 내쉬었다.


「히키가야. 딱히 나라도, 유이가하마라도, 그야말로 키리바나라도 좋으니 따라가도 되겠니?」

「별로 상관없다만, 왜 그렇게 뜻이 담긴 말투지?」

「딱히 아무것도 아니란다. 다만 조금 여자로서도 자존심이 관계될 뿐이야.」


  즉 저건가. 내가 누구를 선택할지에 따라, 여자의 등급이 결정된다는 건가. 여자라는 건 참으로 성가시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남자도 그런 부분은 많이 있어서 여자만을 비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왠지 뺨에 여기 있는 전원이 보내는 시선이 느껴진다. 빗발이 세차게 되어, 시끄러울 정도로 창문을 때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하늘이 보랏빛으로 채워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번개라도 떨어지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각자 장단점이 있어서 누구를 선택해도 그다지 차이점이 없는 것 같다. 이즈에 선배를 감시하는 의미로는 유키노시타가 가장 적합하고, 건전한 데이트 코스를 돈다면 유이가하마가 좋다. 키리바나는, ......뭐 가장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그것보다도 아까 전부터 퀵 세이브 버튼을 찾고 있는데, 어지간히 안 보인다. 뭐야, 이 쓰레기 게임은.


「......키리바나한테 부탁해 볼게. 키리바나라면 타이시와 같은 반이고, 타이시도 편하겠지.」

「아무튼, 무난한 선택이구나.」

「역시 힛키는 아카네를 선택했어......」


  내 대답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각자 반응을 보였고, 이즈에 선배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럼, 결정이네. 미안한데, 타이시 군하고 키리바나한테 이 일을 전해줘.」


  역시 선택지를 잘못 골랐을지도 모른다고, 머리 구석에서 생각했다.


―――――――


「키리바나, 너 주말에 한가해?」

「특별히 예정은 없는데요......」


  두 번째로 새우에 젓가락을 뻗었을 때, 키리바나에게 물어봤다.


「좋아, 그렇다면 데이트하자.」

「네에!?」


  키리바나가 놀란 바람에, 목이 막혀서 귀엽게 기침하고 있었다.

  이즈에 선배에게 더블 데이트를 제안 받은 그날 밤, 마침 키리바나가 우리 집에 저녁을 먹으러 와 있어서 말을 꺼내봤다. 덧붙여서 우리 집 식단은 새우와 야채 튀김, 닭고기 조림, 고등어 소금구이로 저녁밥치고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엄마가 저녁밥을 만들지만, 그 모친 가라사대 닭고기 조림은 키리바나가 맛내기를 잘 한다는 것 같다. 꽤 맛있지만, 완전히 우리 집 맛이 되어 있어서, 대놓고 칭찬하기는 어렵다.


「어? 오빠, 무슨 일이야? 아니, 전혀 문제없는데......」

「코마치, 문제 있어......」


  흠흠하고 헛기침을 한 키리바나는,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해주세요. 대체 무슨 일인 거예요?」라고 말하고는 가지 튀김을 입에 넣는다. 기분 탓인지, 얼굴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이즈에 선배가 타이시와 데이트를 해주게는 되었지만, 선배를 방치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한다.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점점 납득한 표정으로 바뀌어가고, 그 행동거지에 귀찮음이 배인 키리바나는 기름 때문인지 입술이 글로즈를 바른 것처럼 반짝였다.

  그 모습이 평소보다도 요염해서, 얘기하고 있으면 무심코 시선이 입술에 붙들리고 말았다.


「괜찮잖아, 같이 다녀와. 아카네 미안한데, 우리 애를 돌봐주지 않겠니?」


  그때까지 묵묵히 연근을 먹던 엄마가, 젓가락을 두고 말한다. 무뚝뚝한 말이지만, 눈초리가 약간 웃고 있다.

  덧붙여서 이 모친, 키리바나가 없을 때는 「신부로 온다면, 아카네 같은 애가 좋아.」라고 나한테 들리게 자꾸 말한다. 장래에 틀림없이 질 나쁜 시어머니가 될 거다.


「......알았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되어, 키리바나와 같이 이즈에 선배를 따라가기로 했다. 유키노시타가 말한 대로, 이것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