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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10 ~이즈에 메구미는 붙임성 좋은 미소를 뿌린다~




「앗, 형님! 여깁니다.」


  방과 후,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귀가부에 섞여서 정문 앞에 키리바나와 타이시가 멍하니 서 있었다.

  애들이 있는 데로 가서 근처를 둘러보지만 이 녀석들 외에 중학생은 아무도 없다.


「코마치는 어디 있어? 걔도 온다고 아침에 말했었는데」

「코마치는 수학 보충수업에 잡혔어요.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요.」


  오빠로서 좀 걱정되는 정보였다. 그 녀석, 고등학교 수험은 소부고로 볼 거라 말했는데 과연 합격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나도 중학교 때 수학 때문에 보충수업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유전자라는 것은 상당히 영향력이 강한 듯하다.

  거무스름한 응회석으로 쌓아올린 담벼락에 등을 기대며, 강물의 흐름처럼 늘어가는 인파로 시선을 자유롭게 이리저리 옮긴다. 「꽤나 안 오네」라고 타이시가 유감스러운 듯이 중얼대고 있는데, 흘러내리는 듯한 흑발과 경단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오는 게 너무 빠르다구, 힛키」

「너희들이 늦어. 항상 잡담하면서 왜 방과 후까지 남아서 얘기하는 거냐......」


  귀가부 여자 그룹은 왠지 방과 후에 교실에 남아서 수다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라면 그렇게 해는 없지만, 교실 청소할 때까지 눌러 앉는 게 성가시다. 저 녀석들, 내가 책상을 옮기려고 하면 엄청 싫은 표정을 한다. 게다가 다른 반 녀석이.

  이걸로 일단은 전원이 모인 셈이다. 카와사키(누나)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쉬는 시간에 들었다. 아무튼, 남동생의 연애상담 도움 같은 건 브라콘 누나라면 받고 싶지는 않겠지.


「.....좋아, 다섯 명이서 붙어도 의심받을 뿐이고, 남자와 여자로 나눌까」

「그렇게 하면 제가 온 의미가 완전히 없어지는데요......」


  키리바나가 툭 중얼거린다.


「멀리서 그럴듯한 사람이 오면, 바로 합류하면 되잖아.」


  사실을 말하자면, 방금 전부터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이 조금 신경 쓰인다. 키리바나와 타이시도 중학교 교복을 입은 채라서 여기에서는 매우 눈에 띈다.

  그 두 명이 우리들과 같이 있고 슬쩍 보기에는 딱히 아무것도 안 하고 말하고 있으니, 약간은 의심받겠지.


「그걸로 좋슴다.」


  주최자라고 할까 클라이언트의 의향에 의해, 두 패로 나뉘는 게 가결된다. 판별할 수 있는 사람이 타이시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들 남자 진영이 교문에서 조금 떨어져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위치로, 키리바나 일행이 교문 바로 옆에 있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근처에 심어진 방풍나무에 기대어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김에,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아무튼, 저기. 코마치는 학교에서 어때?」


 키리바나에게 가끔 듣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코마치와 친하기 때문에 약간 떨어진 시점에서 듣고 싶었던 거다.


「히키가야 말임까? 보통으로 인기 있슴다. 다정하고, 귀여워서 중심임다. 중심」


  무심코 안심한다. 코마치의 성격상, 잘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런데도 지뢰를 밟을 가능성은 항상 있으니, 약간 불안했던 것이다.


「......키리바나는 어때?」

「키리바나도 보통으로 인기 있슴다. 다만, 아름답고 어른스러워서 가끔 쩔쩔 맵니다.」


  ......보통인가, 아무튼 괜찮겠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와 얘기하는 키리바나를 본다. 어깨에 살짝 걸친 산들산들한 흑발과 높은 허리의 위치를 볼 때, 중학교 교복만 입지 않는다면 유키노시타 또래와 같은 나이로 보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놀랄 정도로 연하로는 안 보이니, 타이시 나이 대 애들이 보면 많이 어른스러워 보이겠지.


「그렇게 치면, 너의 누나 쪽이 무섭잖아. 카와사키에 비하면 키리바나는 그렇게 엄청나진 않지.」

「아니아니, 누나는 무뚝뚝할 뿐임다.」

「......그런 건가」

「그렇슴다......」


  결국,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평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나도 코마치의 장점과 같을 정도로 단점도 안다. 합치면 평가가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

  특별히 얘기할 거리도 떨어져서, 하교하는 학생들의 대화를 BGM 삼으며 다시 인파를 관찰한다.

  이러니저러니 충분히 보고 있었지만, 타이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가끔 남학생이 지나갈 때, 키리바나 일행을 눈치 채고 힐끔힐끔 곁눈질하는 게 눈에 들어온다.

  소부고 교복이 군청색을 바탕으로 한 블레이저 코트인 것에 반해, 키리바나는 흰색에 짙은 녹색을 조합한 세라복이다. 타이시는 아직 *가쿠란이라 우리들과 섞여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아무래도 키리바나의 교복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 가쿠란 : 검은색에 단추만 박힌 형태의 남자 교복. 애니에 자주 나온다.


  그런데 이 녀석, 중학교 교복이 별로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키리바나의 스타일에 중학생 전용의 디자인이라니, 아무래도 서로 맞지 않는다. 말투가 나쁘지만, 왠지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짝이 잘 맞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지적하면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서 키리바나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어느 쪽이냐면, 소부고처럼 정숙한 복장이 키리바나에게 어울릴 것이다.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키리바나는 세련된 색을 입는 때가 많았지.


「앗......! 아마, 저 사람임다.」


  타이시가 멀리 가리킨 쪽에 셋이서 걷는 여자 집단이 보인다. 멀리 떨어져서 얼굴까지는 잘 안 보이지만, 그 중 한 명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머리스타일과 체형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점심시간 정도.


「그 중간에 있는 짧은 머리 맞지?」

「그렇슴다. 틀림없어요.」


  노골적으로 보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섯 명이 얼굴을 맞대며 집단을 본다.

  가까워짐에 따라 얼굴이 확실하게 보이게 되자, 아까 전에 본 이즈에 메구미 선배라고 판별할 수 있었다. 역시 타이시가 만난 사람은 이즈에 선배였던 것 같다.

  3인조 가운데에서 즐거운 듯이 얘기하는 선배는, 조금 앞에 있는 나나 타이시를 눈치 챘는지 붙임성 좋은 미소를 듬뿍 실어서 손을 흔들어온다.


「지금 쟤네들, 아는 사람이야?」

「아니, 한 번 만난 적 있을 뿐이야.」

「또 그런 짓하고 있어......? ......너, 언젠가 찔릴 거야.」


  그대로 다른 화제로 넘어가며, 선배들은 내 앞을 지나간다. 같이 있던 살짝 웨이브한 여자가 흥미로운 듯이 우리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선배들의 가녀린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타이시가 칠칠치 못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등을 두드려서 제정신으로 되돌린다.


「어떻슴까? 누군가 아는 사람 없슴까?」

「히키가야 군, 어떠니?」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묻는다.


「이즈에 메구미. 아마 3학년이고 다른 건 몰라.」

「하치만 오빠, 아는 사람이에요?」


  키리바나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이름과 얼굴만 알 뿐이야. 그것보다 유이가하마는 몰라?」

「본 적은 있을지도. 그래도 잘은 모른다고 할까. 다른 사람한테 물으면 알지도 모르는데......」


  뭐, 이즈에 선배는 3학년이니 유이가하마가 모르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그렇게 되면, 우선은 착실하게 정보수집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즈에 선배와 타이시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선배와 직접 얘기할 마음은 안 들지만.

  진짜 성가시다. 뭐가 성가시냐면 이렇게 되면 유이가하마의 힘에 전부 기대게 된다는 게 이미 좋지 않다.


「메구미 씨임까...... 좋은 이름이군요.」


  타이시가 넋을 잃고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 하지만 그 이름, 전국에 많이 있다고 생각해.


「우선 얼굴과 이름은 파악했어. 나머지는 본인에게 넌지시 확인하거나 소문을 들을 수밖에 없구나.」

「그렇군요. 죄송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늘은 해산?」


  유이가하마의 말에 유키노시타가 끄덕인다. 본인도 눈앞을 지나가버렸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 해도 방과 후라면 사람이 적어서 듣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키리바나가 진짜 헛걸음을 하고 말았군. 오라고 한 게 나라서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타이시는 카와사키와 돌아간다고 하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으므로 키리바나 일행들과 마주본다.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가는 길에 쇼핑을 같이 할 거라고, 우리들에게 인사만 하고 먼저 돌아간다.


「......키리바나는 안 가?」

「조금 전에 코마치에게 출소했다는 메일이 와서, 보호 관찰이라도 할까 생각해서요.」


  왜 그렇게 재수 없는 비유를 하는 거냐.

  곧바로 카와사키가 타이시에게 와서, 유키노시타 애들과 같이 인사를 하고 돌아가자, 우리들 둘이 남겨진다.

  하교의 흐름이 일단락됐는지, 근처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거의 없다. 조금 전까지 이 근처를 지배했던 소란은, 멀리 들리는 운동부의 구호에 쓸려갔다. 더 있어도, 이제 아무것도 할 일이 없겠지.


「......돌아갈까」

「네, 돌아가요.」


  신록이 물든 가로수 길을 빠르게 걷는다. 이미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하늘은 물에 주홍색을 푼 듯한, 저녁노을이라고도 푸른 하늘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키리바나는 코마치에 비하면 걷는 속도가 빠르다. 그렇다기보다는 보폭이 나와 비슷한 탓인지, 나와 걷는 속도가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코마치와 걸을 때에는 걷는 속도를 맞추라고 교육을 받아왔지만, 그런 점에서는 매우 편하다.


「카와사키 군과 언니, 사이가 좋네요.」


  우리들이 초등학교 무렵부터 있는 오래된 막과자가게를 지나갈 즈음에서 키리바나가 먼 곳을 다정하게 보며 말을 건다.


「카와사키도 브라콘이지만, 타이시도 꽤나 그래 보이던데.」

「카와사키 군도 학교에서는 그런대로 견실하게 행동하지만요. 그래서 좀 재미있고, 보기 좋았어요.」


  손을 뒤로 끼며 경쾌하게 걷는 키리바나의 표정은, 그 말대로 부드러웠다.

  다만 키리바나라 해도, 그 견실한 타이시에게 어른스럽다고 들었으니 그다지 변함없는 거겠지.


「뭐, 누이와 동생 사이가 좋은 건 다행이겠지. 만약 코마치에게 반항기가 오면 진심으로 울 거다.」


  실제로 아버지에게는 반항기는 오지 않았지만 권태기는 이미 왔으니까.


「둘은 충분히 사이가 좋으니 괜찮아요.」

「그래...」

「거기에 나는 코마치와 하치만 오빠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는 건 굉장히 좋아해요.」

「...............」

「아, 부끄러워요? 얼굴이 빨개요.」


  태양이 지평선으로 가라앉아 가는 중, 키리바나는 짓궂은 표정을 띠며 웃고 있었다.

  석양 탓으로 하려고 그대로 입을 다물자, 키리바나도 아무 말 없이 옆에서 걷는다. 이따금 그 표정을 들여다보고, 뭐가 즐거운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세계가 주홍색으로 전부 물들 때까지 키리바나의 표정이 바뀌지 않고, 나는 부끄러운 생각을 하며 귀로에 발자국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