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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8 ~카와사키 타이시의 만남~




「아, 오빠~ 여기야 여기!」


  사이제리아에 도착했더니, 종이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린다.

  석양에 비치는 가게 안을 보면, 수업이 끝난 대학생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일을 땡땡이친다고 생각되는 샐러리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혼잡하지는 않다.

  다가온 점원에게 카와사키의 이름을 말하자, 납득한 표정을 짓고는 안쪽 테이블 석으로 안내했다.

  우리들을 알아차린 코마치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키리바나가 머리를 숙여 가볍게 인사했지만, 예의 카와사키의 남동생은 우리들에게 등을 돌려서 앉아 있었다.


「그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


  코마치와 키리바나에게 대답하자, 카와사키의 남동생이 뒤돌아보고 일어선다.

  중학생답게 약간 짧은 머리에, 카와사키와 닮아 보이는 약간 기가 센 눈이 인상적이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친절한 분위기를 내는 꽤나 호청년이다. 이 상태라면, 숙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 형님과 누님들임까? 불러내서 죄송함다.」

「누가 형님이냐, 죽인다.」


  무심코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그래도 난 나쁘지 않다.


「야! 우리 동생한테 무슨 말이야?」

「그, 그래. 미안......」


  정정, 내가 나빴다.

  시선이 느껴져서 무심코 좌우를 보자, 카와사키 남매 이외의 시선이 얼굴에 꽂혀서 따갑다. ......아니, 유키노시타가 혼자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피식하며 웃고 있다.

  저런 모 런쳐 씨 같이 죽일 것 같은 눈으로 보면, 사과할 수밖에 없잖아.


「자, 타이시도 제대로 자기소개 해.」

「아, 맞다. 카와사키 타이시임다, 히키가야와 키리바나의 반 친구입니다.」


  ......굉장해, 카와사키가 제대로 누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코마치는 제대로 맞는 발음으로 불리는구만......

  비어 있는 자리에 적당히 앉아, 드링크 바 4인 분을 주문하고 각자 좋아하는 음료수를 가지고 와서 한 숨 돌린다.


「자, 그러면 카와사키 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유키노시타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는, 말을 꺼냈다.

  타이시는 빨대를 입에서 빼고, 긴장한 얼굴로 등을 펴고는 「그렇슴다」라는 잘 모를 대답을 한다.

  왠지 모르게 옆에 앉은 키리바나의 얼굴을 봤지만, 흥미가 없는 듯이 컵 표면에 생긴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상태로 보건대, 코마치와 키리바나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히키가야와 키리바나는 알 거라 생각하는데, 소부고등학교에 있는 한 사람을 알고 싶슴다.」

「그건, 너의 누나에게 들었어. 우리들이 알고 싶은 것을 자세한 사항이야.」

「아, 그렇군요.」


  그로부터 타이시가 말한 내용을 정리하면, 요컨대 이런 것 같다.

  요전 날 동아리를 마친 타이시는, 평소 다니던 통학로가 아니라 우회해서 돌아간 것 같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아, 아무튼, 서점에 가려고 했슴다.」라고 말을 흐리면서 대답했으니, 아마 그런 일이겠지.

  그리고 아무 일 없이 쇼핑을 마친 타이시는, 이미 해가 떨어져 군데군데 조명이 끊어진 가로등에 비치는 길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거기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서둘러서 왔던 길로 돌아가봤지만, 이미 밤의 장막이 쏟아진 보도는, 가로등 빛만으로는 발밑을 보기에 충분치 못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서점까지의 길을 걸어갔다는 듯하다.

  서점도 가까워져서, 결국 타이시가 포기할 무렵, 타이시는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쇼트 컷 여고생을 발견했다. 소부고 교복을 입은 그 여자의 손에는, 타이시의 지갑이 들려 있어서, 타이시는 바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는 놀란 듯이 타이시를 마주보고는


『다행이야. 여기에 떨어져 있어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어.』


  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타이시에게 지갑을 전해줬다고 한다.

  그대로 타이시에게 등을 돌린 여자는, *뒤돌아보는 미인처럼 뒤돌아보고는, 『다음에는 잃어버리지 말고, 응?』이렇게 말하고, 타이시가 돌아가는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떠나버렸다는 듯하다.

*뒤돌아보는 미인 : 일본의 그림.
http://www.tnm.jp/modules/r_collection/index.php?controller=dtl&colid=A60


  ......아무튼, 즉


「즉, 너는 그 여성에게 한눈에 반했다, 는 말이네.」


  유키노시타가 내 생각을 대변해준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단지, 제대로 감사의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할까......」

「그렇다면 고등학교를 아니까, 정문에서 매복이라도 해서 감사의 말을 하면 되잖니?」


  유키노시타와 타이시가 서로 말하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생각한다.

  뭐라고 할까, 잘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할까, 이후에 뭔가 익살스럽게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그 여자가 실은 남자였다든지.

  무엇보다도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고 해서, 그 자리에 머무는 여자가 이 세상에 있을까?


「저기, 키리바나. 너 이 얘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했어?」

「『네』 나 『아니요』라면 『아니요』인데, 『YES』나 『NO』라면 『YES』같은...」


  약간 멍한 상태로 키리바나가 대답한다.


「......그 속은?」

「본심은 상대의 변덕, 대항은 새로운 방식의 미인계, 예상 밖의 괴담이라는 거예요.」

「우연이군, 나도 미인계라는데 3천점 정도 걸겠어.」


  즉 나나 키리바나 둘 다, 타이시 쪽에 전혀 싹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아아, 그래서 얘가 지루해보였던 건가.

  유이가하마는 허둥지둥, 카와사키는 기분이 나쁜 듯하고, 코마치는 재미있게 타이시의 변명을 듣고 있었지만, 마침내 타이시가 백기를 들었는지, 풀썩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렇슴다...... 할 수 있으면 이름과 남자친구가 있는지 어떤지를 알고 싶슴다. 그리고 좋아하는 타입이라든지」

「그래,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는 게 좋았단다.」


  유키노시타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품위 있게 홍차에 입을 댄다.

  ......이 녀석, 중반부터 즐겼구만. 아무튼, 여기까지 와서 말을 흐리는 타이시도 잘못한 점이 있지만.


「찾는다고 해도 어떻게? 학년 같은 건 몰라?」

「어른스러웠슴다. 그리고 키는 누나 정도에, 약간 밝은 갈색 머리였습니다. 그리고 미인입니다.」

「그러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과 같구나.」


  유키노시타가 말하는 대로다. 미인의 기준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눈이 현기증 날만한 금발이나, 불타는 듯한 적색이라면 찾아내기 쉽지만, 갈색 머리에 쇼트 컷이라는 건 해당되는 인물이 비교적 많다.

  게다가 그 여자를 찾아냈다 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을 좋아하게 된 중학생이 있는데, 남자친구가 있는지 가르쳐 달라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우선, 카와사키 군에게 우리 학교 교문 앞에서 그 사람을 특정하게 해. 문제는 그 뒤야.」


  문제라는 건, 방금 전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을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거리낌 없이 애인의 유무나 좋아하는 타입을 묻는 건 뭔가 이상하다. 나와 유키노시타는 애초에 교우 관계가 전무하고, 유이가하마라 해도 다른 학년까지 아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다.

  턱에 손을 괴고 고심하는 표정을 짓던 유키노시타는, 타이시를 위에서 아래로 뚫어지게 보고는, 혼자서 수긍한다.


「그리고, 몇 개 정도 내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겠니? 카와사키 군에 대해 모른다면, 우리들도 어떻게 공격해갈지 결정할 수 없으니까. 아무튼 가치관 체크 같은 거야.」

「옙, 뭐든지 물어주세요!」


  타이시는 긴장한 얼굴로 자세를 바로잡고, 손을 무릎 위에 둔다. 그거야, 유키노시타가 보면 긴장도 된다.

  그렇게 해서 간단한 문답이 시작된다. 유키노시타는 취미부터 시작해서 휴일을 보내는 방식, 장단점, 가족구성,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몇 촌까지인지 꼼꼼하게 물어간다.


「앗, 저도 괜찮아요?」

「상관없어, 부디 좋아할 대로」


  키리바나의 부탁에, 유키노시타는 부담없이 응했다. 물론 타이시에게는 확인을 하지 않고. ......그 키리바나에게 하는 배려를, 좀 더 주변에 나눠 달라고. 예를 들면 나라든지.


「복권에서 1억 엔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 거야?」

「어이, 그거 필요한 거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적당히 떠오른 거잖아.

  그렇다 해도 복권을 사러 가는 아버지의 등은, 몇 번을 봐도 가슴에 꽂히는 게 있다. 만약 당첨됐다고 해도, 그 대부분은 대출을 갚는 것으로 나가는 것이 특히 슬프다.

  확실히 우리들은 꿈을 샀을 터인데, 실현된 뒤에 등장하는 것은 가혹한 현실이다.


「아니, 돈의 사용법이라는 건 생각보다는 사람의 성격이 많이 나오지 않나요?」


  무심코 납득해 버렸으므로, 그대로 입을 다물기로 했다.

  백만 엔 다발이 백 개 있는 것을 상상하는 한 편, 타이시는 비교적 진지하게 생각한 끝에 답을 냈다.


「우선 집을 삽니다, 집. 그리고 외제차도 갖고 싶슴다.」


  꽤나 꿈에 흘러넘치고 있다. 역시 꿈의 이름을 쓰고 있을 뿐이다.

  키리바나는 천장을 보며 생각한 뒤, 웃음 띤 얼굴로 내게 손바닥을 향한다.


「참고하는 정도로 하치만 오빠 부디」

「우선 내게 백 만, 코마치에게 백 만을 나누겠지. 그 뒤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저금하고, 주부 일을 하면서 사치한다.」

「여전히, 너는 변함없구나.」


  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집의 대출금은 아버지가 일해서 갚게 한다. 괜찮아, 앞으로 20년 정도 일할 뿐이니까!

  그 뒤에도 몇 개 정도 질문이 계속됐지만, 대부분이 집에 관한 화제였다. 아니, 중요하다면 중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걱정할 단계를 너무 건너뛰었잖아.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전부 대답한 타이시는, 녹초가 된 모습으로 테이블에 푹 엎드리고는 그대로 축 늘어진 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무리임다. 세세한 종파까지 기억할 리가 없어요......」

「아무래도 신변에 이상한 건 없어 보이네. 누군가와 달리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는 상대방 나름일까?」

「저기, 제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필요한가요?」


  역시 키리바나도 궁금했는지 끼어들었다.


「어머, 친족 문제라는 것은 중요해. 본인들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고, 인연을 끊으려고 생각해도 금전이 관련되어 있어서 어려워.」


  확실히 그렇다. 가족이라는 것은 최소이자 최초의 사회 단위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나눠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산 상속에는 가족이 가장 우선된다. 비록 서로 무관심해도, 사회가 인연을 만들어내고 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쐐기가 박힌다. 그것이 가족이다.

  키리바나가 「그렇군요. 고부문제에서도 타인을 마음대로 가족으로 연결시키니까 벌어지는 그런 문제겠네요.」라고 납득한 듯이 대답하자, 유키노시타가 좋은 제자를 둔 교사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런 키리바나의 머리가 좋은 점을, 유키노시타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다. 파장이 맞는다고 할까, 유이가하마와는 다른 의미로 이야기하기 즐거운 타입인 것 같다.


「조금 전에도 말했는데, 우선 내일 방과 후에 소부고까지 와 줘도 괜찮겠니?」

「넵, 잘 부탁드립니다.」


  카와사키는 누나로서 끝까지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불만스러운 표정인 채로 의논은 결정되었다. 뭐, 동급생이라면 몰라도, 모르는 고등학생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말해봤자, 응원하기 어렵겠지.

  뜻밖의 의뢰인만큼, 왠지 귀찮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지도 모르는 것을 생각하면, 더 우울해진다.


「......맞다. 야, 너네들도 도와. 너희들이 말려들게 했잖냐.」

「아무튼, 그 말을 들으면 찔리니까......」


  코마치와 키리바나의 협력을 얻어낼 때 쯤 해서, 이 회합이 끝난다.


「소부고는 여자의 레벨이 높슴까? 누나야 어쨌든, 두 사람 모두 굉장하네요.」


  갈림길로 가는 도중, 여성진이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후방에서 보고 있는데 타이시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건다.


「코마치, 키리바나와 같은 반인 시점에서, 남의 말이 아니잖아.......」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부가 같아도 반은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면, 코마치, 키리바나와 같은 반이 귀중하다.


「게다가 그 분도 있고, 전 절대로 소부고에 들어갑니다.」


  뭔가 할 의욕이 넘쳐흐르는 타이시에게서 눈을 돌리고, 유키노시타 일행의 옆모습을 들여다본다.

  ......뭐, 비교적 여자 레벨은 높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