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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2 ~유이가하마 유이는 동요한다~


「슬슬 중간고사인데, 벌써 공부 같은 거 하고 있어?」


  유이가하마가 홍차에 숨을 후후 불면서, 말을 건다.

  숨이 닿은 홍차가, 수면에 연달아 물결을 만들어, 하얀 김을 흩뜨리기 시작하고는, 바로 사라져간다.

  창문에서는 5월 치고는 약간 뜨거운 바람이 흘러들어와, 커튼을 끊임없이 펄럭이면서 우리들의 뺨 근처에 와 있다.

  유이가하마가 의뢰하러 와서, 그대로 봉사부에 들어왔지만, 이미 상당히 친숙해진 것 같다. 이처럼 평범한 이야기도 하고, 방과 후 당연한 듯이 얼굴을 내민다. ......친숙해졌다고 할까, 나와 유키노시타가 길들여졌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에도 공부를 하기 때문에, 시험이 다가왔다고 해서 특별히 공부를 하진 않아.」

「아하, 역시 유키농이야. 힛키는?」

「수학 이외의 과목이라면, 공부 안 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거의 손대지 않았어.」


  국어나 영어는, 평소의 수업을 들었으면 평균 정도는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만일을 위해, 시험 전 쉬는 시간에 단어나 한자를 확인하면, 우선 낙제점을 피할 수 있다.

  수학은 기본 공식만 외워, 처음의 간단한 문제에서만 점수를 벌어서 회피한다. 애당초 점수를 얻으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된다.


「어머, 히키가야. 현실도피는 안 된단다. 자랑의 국어는 공부하지 않는 거니?」

「어딘가의 국어 1위가, 성격이 못돼서 말이지. 1위가 되어 성격이 나빠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공부에도 손이 안 간다고.」

「그럼, 나도 3위가 되지 않게 조심하겠어. 눈이 썩고 싶지 않은 걸.」


  ......상당한 반격을 받고 말았다.

  유키노시타는 나를 이겨서 기분이 좋은지, 입가가 조금 풀어져서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 그래도 말야. 나라든가, 언제나 낙제점 빠듯해서, 유키농이나 힛키가 부러워.」


  유이가하마가 부럽다는 시선을 보내지만, 그대로 유키노시타에게 돌린다. 유키노시타는 기가 막힌 듯이 한숨을 쉬고, 유이가하마를 바라본다.


「원래 학교 시험은, 최소한의 점수는 확보하게 만들어지니, 요점을 파악한다면, 낙제점을 받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러고 보니 키리바나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지. 코마치가 공부하는 옆에서 만화를 읽는 것을 보고 뭐라 했더니, 「왜냐면 시험이라는 건,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거잖아요.」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덧붙여서,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면서 학년에서 수석을 차지했던 적이 없는 것을 야유를 섞어 물어봤더니, 키리바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애초에 80점을 받는 공부와 100점을 받는 공부는 완전 달라요. 대체로 공부량의 차이로는 2배 정도일까요. 그러니, 이렇다 할 목적이 없다면, 80점을 받는 공부를 하는 쪽이 현명해요.」라는 건 키리바나의 말이다. 무심결에 납득하고 말았던 것이 분하다.

  아무래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머리가 이상한 애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못하니까, 난처한 건데. 저기, 유키농. 오늘 이따가 같이 공부하지 않을래? 힛키도」

「나는 상관없어.」


  의외로 유키노시타가 바로 동의한다.

  의외로, 유키노시타는 남을 잘 돌봐주지. 유이가하마에게 요리를 제대로 가르쳐 주고.


「힛키는 어때? 아- 그래도, 실은 시험 같은 건, 없는 게 가장 좋지.」

「아아, 완전히 그 말대로다.」


  무심결에 동의하자, 유이가하마가 눈을 둥글게 뜨고, 나를 본다.

  그것에 반해 유키노시타는 전혀 놀라지 않고, 봄 날씨와 같은 사악...... 어흠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다.


「히키가야는 학원생활에 좋은 추억이 없는 거네.」

「애초에 시험 같은 것에 싫은 생각밖에 안 들지. 생각해 봐, 저거다. 평소 거의 말한 적이 없는데, 시험 전에 갑자기 시험범위를 물어보는 놈.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그런 경우가 있지. 시험범위를 타인에게 묻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람은 제법 있어. 보통으로 물어본다면, 가르쳐주겠지만 왠지 그런 말을 들으면 가르쳐줄 기분이 들지 않게 돼.」

「아하하... 난 그럴 때가 있어서, 좀 찔리는데」


  1년간 시험 전밖에, 얘기한 적 없는 놈이 몇 명이려나. 그보다, 시험범위를 누군가에게 듣는 것을 전제로, 빠뜨리고 못 듣는 게 애당초 잘못됐잖아.

  잠깐 쓴 웃음을 짓던 유이가하마였지만, 깜짝하고 무언가 생각난 표정을 짓는다.


「마, 맞다, 힛키. 메, 메일주소 알려줘. 자, 같은 반이고, 시험 범위 같은 거 못 들었으면 물어봐도 되니까」


  그렇게 말하고, 액세서리 투성인 핸드폰이라고 할까, *마리모 같은 것을 짤랑짤랑 울리며 꺼낸다.

※ 마리모 : 해초의 일종

  그건 이미 쓰기 어렵다는 것은, 말해서는 안 된다.


「뭐...... 상관없는데. 자, 이 스마트폰으로 주소를 주고받은 적이 없으니, 미안하다만 네가 해줘.」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밀어서 미끄러지게 한다. 생각보다는 세게 밀었지만, 정확히 유이가하마의 눈앞으로 잘 미끄러져 들어갔다.

  유이가하마는 눈앞에 있는 스마트폰을 쭈뼛쭈뼛 만지고는, 흠칫흠칫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만지고 나서 말하기도 좀 그런데, 폰 봐도 되는 거야?」

「어차피, 여동생이나 아마존에서만 오니까. 딱히 누가 봐도 곤란한 건 없어.」


  조금 전까지는 요즘 실적이 나빠진 대형 햄버거 체인점 메일 매거진 등록을 했었지만, 지금은 해제했다. 월요일 수업 중, 신상품 이름을 보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점심시간에 먹으러 가고 싶어지잖아.

  그렇게 바보 같은 생각을 하던 중 마침, 내 스마트폰이 화려하게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보다 말하던 중에 딱 맞게 울렸고. 그나저나 착신음이 웅장해!」

「『운명』의 제 4악장 서두네. 의외구나, 히키가야에게 그런 교양이 있었다니」

「옛날에 메일이 올 때 기뻐서 말이지. 메일이 오자마자 알 수 있게 했는데, 오지 않는 착신음만이 남았다.」


  다스 베이더의 테마나, 비장하게 바꾸는 것도 몇 번인가 검토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슬퍼서 각하했다.


「아무튼, 별 볼일 없는 메일일 테니, 그냥 내버려둬」

「음...... 그게...」


  뭔가 미묘하게 반응이 나쁘다.

  유이가하마는 내 스마트폰을 불안하게 보는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스마트폰을 약간 세게 잡는 게 내 눈에 비친다.


「저기, 힛키 폰에 여자애한테서 메일이 왔어......」


  유이가하마가 보인 화면에는, 「키리바나 아카네」라는 글자와 최근 본문에 『오늘 저녁밥 뭔가 먹고 싶은 거 있어요?』라고 쓰여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엄마가 늦는다고 아침에 말했었지. 그 말은 코마치와 같이 밥이라도 만든다는 걸까.


「아- 걔는 여동생의 친구다. 그렇게 신경 쓸 것 없어.」


  그렇다고 할까, 이런 메일 같은 건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올지 말지 할 빈도다. 어떤 의미로는 정시 보고 같은 거라서,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아, 그래도, 보통 친구 오빠한테 밥 만들어주진 않잖아, 유키농」

「그러네, 히키가야, 자백한다면 지금이야. 협박을 한 거니? 아니면 돈을 줬어? 지금이라면 평생 경멸하는 정도로 봐줄 테니까」


  뭔가 심한 오해를 받는 것 같다.

  특히 유키노시타는, 평소의 점잖은 표정이,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창문에서 봄의 따스한 빛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유키노시타의 주변은 지독히 가슴이 답답해지는 무언가가 감돈다.


「아니, 오히려 약점 잡힌 쪽은 난데」


  어울린 날짜를 고려해보면, 키리바나는 내가 발광할만한 추억을 꽤 많이 안다. 놀렸다가는 자칫, 3배 이상으로 되돌아오므로 나와 키리바나 사이에는 상호 불간섭이 체결되어 있다.


「그보다 저거다. 이 메일을 무시하면, 저녁밥이 내가 싫어하는 것 투성이가 되니까.」


  전에 한 번 메일을 방치했더니, 그 날 저녁식사가 전부 버섯이나 토마토를 쓴 요리가 됐다. 게다가 가늘게 썰어 요리에 섞어서, 그것만을 피할 수도 없었다.

  어쩐지, 여동생의 친구라기보다는 시어머니와 싸우는 신부 같은 느낌이다. 물론 시어머니는 나다.


「어머, 연하의 여자애에게 그런 취급을 받다니, 역시 히키가야네.」


  역시 유키노시타 님은 매우 기쁜 듯이 그렇게 말씀하신다. 입 언저리가 올라가 있잖아.


「여, 여동생은 몇 살이야?」


  유이가하마가 물어본다.


「......올해로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주, 중학교 3학년한테 요리로 졌어......」


  책상에 푹 엎드린 유이가하마가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 애수가 감도는 등을 보니,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뭐, 연하에게 진다는 건 우리들 나이에서는 꽤나 뼈아프지.

  유키노시타도 조금 불쌍히 여겼는지, 시간을 들여 말을 고른 뒤에 말한다.


「유이가하마, 사람에게는 적성이 있어. 그러니 중학생인데 요리를 잘하는 아이가 있다 해도, 걱정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신경 쓰인다구. 그나저나!」


  유이가하마는 기세 좋게 몸을 일으키고는, 나를 가리킨다.


「그 아카네하고 사귀는 거야? 힛키?」


뭐야, 그런 거였나.


「너 말이다, 나한테 여친이 있다면 유키노시타에게 성대하게 자랑하고, 깔보는 발언을 고치게 할 거라고.」

「확실히 히키가야에게 여친이 있다면, 그 정도는 할 것 같네.」


  자신이 말하는 것과 남에게 듣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보다, 유키노시타의 눈이 미묘하게 웃지 않는 게 꽤 무섭다. 혹시 깔보면서 말해도, 무언가 보복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 진짜로 여친 없어?」

「아까 전에도 말했잖아. 그렇게 훌륭한 게 있으면, 냉큼 자랑했다.」


  애초에 친구가 없는 놈이 여친을 만들 수 있을까? 앗, 네네 양이 있었나......


「그래? 그렇구나......」


  유이가하마는 안도한 듯이 숨을 내쉰다. 그 표정이 너무나도 평온하고 따스했기 때문에 솔직히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바로 내 스마트폰을 마주 본 유이가하마는, 약간 쓰기 어려운 듯하면서도 자신의 주소를 입력하고 메일을 보낸다.


「자, 이게 내 주소니까, 메일하면 꼭 답장해주기야.」


  그렇게 말하고 유이가하마의 연락처에 실린 내 이름을 기쁜 듯이 보여준다.

  빛이 비치는 탓에 약간 보기 불편한 화면에는, 별명 투성이로 전혀 판별할 수 없는 중에 「☆★힛키★☆」라는 글자가 춤추고 있다. ......그 관리법으로는 5년 정도 뒤에 다시 봤을 때 누군지 모르게 되어, 「어라? 이 누룩, 그 누룩 맞지?」이런 식으로 난처해질 거다.


「슬슬 수다는 마치고, 공부를 하자.」


 유키노시타가 나무란다.


「어? 공부는 사이제 가서 하려고 했는데」


  나왔다, 사이제. 왜 고등학생이란 것들은 카페가 아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는 걸까. 게다가 저 녀석들, 게임부터 숙제까지 전부 한다.

  나도 예전에는 사이제를 이용했던 적이 있었지만, 우연히 들어가는 타이밍이 같았던 2인조 여대생과 같은 그룹으로 오해받아 그 2인조에게 「뭐? 기분 나쁜데」 이런 시선에 노출되어 게다가 자리가 옆이라, 엄청 거북스럽게 식사하고 난 뒤로는, 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끄러운 곳에서는 집중할 수 없지 않겠니?」

「괜찮다니까, 오히려 모르는 게 생기면 묻기 쉽고, 힛키도 갈 거지?」


  솔직히 말해서, 딱히 가고 싶은 생각은 안 들지만, 이대로 코마치와 키리바나의 밥을 먹는 것도 평범해서 재미가 없다. 이렇게 말해도, 이 녀석들과 공부하는 것도 어딘가, 긴장되겠지.


「난 사양해둘게.」

「으~음, 다음에는 셋이서 공부하자. 그럼 되잖아, 힛키?」


  솔직히 말해서, 다음에도 사양하고 싶으니, 말끝을 흐려두자.


「뭐..... 생각해볼게.」

「그럼, 다음에는 같이 공부하자! 유키농, 그럼 사이제 갈까?」


  유이가하마가 활기 띤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선, 스마트폰을 꺼내서 코마치에게 『오늘 저녁밥은 필요 없어』라고 보낸다. 어차피 코마치와 키리바나는 같이 있을 테니, 전해지겠지.

  시험이 가깝고, 나도 앞으로 좀만 이따가, *가스토에 가자.

※ 가스토 :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