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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키가야 하치만

  그 1 ~키리바나 아카네는 납득하지 못한다~

 


  인간이라는 것은 흘러가는 생물이다.

  주변에 휘둘리고, 분위기에 흘러가고, 물에 흘려지고, 시간에 쓸려간다.

  왠지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려 도둑질을 해서 보도되거나, 「어라? 그거 될 것 같은데?」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고백을 하고 옥쇄한다. 괴롭혔던 놈이 성인식 때, 멋대로 과거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고 친한 척하거나 하며, 매일 계속 흘러가게 된다.

  그 후에 누구나 생각한다. 「아아, 그 때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즉 휩쓸린다는 것에는 후회가 항상 따라다니며, 씁쓰레한 추억이 되어 남아, 10년 정도 지나면 어렸을 때의 치기로서 만담의 대상이 된다.

  아무튼, 인간이 사회를 형성――Yetzirah――하는 이상, 화합을 존중하고, 주변에 맞추는 것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무슨 일에도 흘러가서는, 불이익을 뒤집어 쓸 뿐이다. 때로는 상대에게 『No』라고 들이대는 것으로,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나도 그렇다.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물리적으로 휩쓸리게 되면서, 봉사부라는 잘 모를 동아리에 끌려가, 더군다나 강제적으로 입부당했던 것이다. 소부고의 교풍인 『자유를 구가한다.』라는 말은 대체 어디에 가버렸을까. 아니면 그건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은근히 내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내가 『No』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혹시 지금과는 다른 세계선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미소녀와 둘이서 부활동이라고 말하면, 왠지 허둥지둥할 법한 소리지만, 실제로는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이따금 대화 정도는 하지만, 결함이 발각되고 매도되고는 그 외는 서로 책을 읽을 뿐이다. 가슴이 아파질만한 전개는 없고, 아파진 것은 위뿐이었다.

  우선 내일 동아리를 빼먹는 것부터 생각해야한다. 우선은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처럼 행동하면 되려나.

  그렇게 뒤가 켕기는 생각을 한 탓인지, 여러 가지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인다. 차를 운전하는 샐러리맨은 이후에 산더미 같은 업무가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고, 아까 전에 엇갈린 밴드맨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에서 게거품을 뿜는 것처럼 보이며, 세탁물을 거두는 주부의 그림자에 모르는 남자의 그림자를 환시하고 만다.

  거기에 조금 앞의 T자 도로 앞쪽에서, 「나와 사귀어 주지 않을래?」라고 필사적으로 고백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그건 분명 차이겠지.

  그나저나, 길 한복판에서 고백하는 건, 과연 어떨까. 그런 곳에서 고백하면 누군가가 들어버릴 텐데. 이를테면 나라든가. 이것이 다른 사람이라면, 사진 찍혀서 소셜 미디어에 투고되어, 다음 날에는 반 전체에 들키는 게 대부분일 거다.

  정말 다행이구만, 우연히 지나갔던 사람이 나라서. 나이기에, 쌍방의 얼굴을 보고, 못생겼으면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고, 미인이라면 「차여라」라고 저주를 보낼 뿐이다. 뭐, 여자에게 차이는 것도, 청춘에 붙어 다니는 거니까.

  그렇게 속으로 변명하면서, 담벼락에 손을 대고, 소리가 나는 쪽을 들여다본다. 까칠까칠한 촉감과 동시에, 모르타르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우선 처음 보는 모르는 남자의 등이 눈에 들어온다. 남학생복을 입은 너머로 보니 어깨 폭이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운동이라도 하는 거겠지.

  상상 이상으로 체격이 좋은 탓에, 상대 편 여자의 얼굴이 전혀 안 보인다. 단지 남자 다리 틈새로, 짙은 감색 스커트와 윤기가 나고, 잘 뻗은 다리가 보인다. 멀찍해서 그것밖에 안 보이지만, 그런데도 다리만으로 미인이라는 느낌이 온다.

  조금 더 상체를 앞으로 내밀어, 여자의 앞모습을 확인한다.

  생각보다 허리 위치가 높구만. 키는 남자 쪽이 크지만, 그것보다도 허리 위치가 높다. 스커트 자체는 조금 길게 입었지만, 그런데도 다리까지 고려하면, 짧게 입은 것처럼 보인다.

  천천히 위로 시선을 향하자, 옷으로 가려져있지만, 형태가 좋은 가슴이 살짝 솟아있다. 이 느낌이라면 C정도는 되려나. D라면 꽤 큰 이미지가 있으니, 아마 C겠지. 뭐 상상이다만.

  그렇게 해서 겨우, 목에 가까스로 도달한다. 어깨에 가볍게 걸친 정도의 매끄러운 흑발이, 태양 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잘 아는 얼굴이었다. 뭐야, 이 녀석인가...... 일부러 하반신부터 관찰하지 말걸.

  무심코 얼빠져있던 중에, 키리바나 아카네와 눈이 마주친다.

  그 녀석은 생긋 웃고는, 몸 앞에서 깍지 끼던 손으로, 4개의 숫자를 만든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구부려서 『3』, 엄지만을 세운 『1』, 새끼손가락만 세운 『1』, 새끼손가락만 세운 『1』.

  어릴 때 만든 암호를 해독하면, 『기다려(待て)』라는 두 글자가 떠오른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다. *브레이크 등을 다섯 번 깜박인 거라면 기뻐할 수라도 있지, 이런 건 단지 성가실 뿐이다.

※ 브레이크 등을 다섯 번 깜박이면 모르스 부호로 '아이시테루 → 사랑합니다'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 표정을 무심결에 드러내고는, 바로 후회한다. 이래서야 싸인을 해독할 수 있었던 게 들킨 거잖아.

  그 자리에 머물지 어떨지를 생각해보지만, 이후에 집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을 생각하면, 도망쳐도 쓸데없다고 판단해서 그대로 눌러앉기로 한다.

  단지, 문득 자신의 상황을 찬찬히 뜯어보면, 파릇파릇한 중학생 남녀를 구석진 곳에서 보는 남고생. 어떻게 생각해봐도, 스토커로밖에 안 보인다......


「할 수 있으면 지금, 대답을 듣고 싶은데......」

「아, 응, 그러네. 미안. 잠시 멍했어.」


  오오, 고백받고 있는데 멍 때린 시점에서, 벌써 대답이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런데도 키리바나는, 남자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평가하는듯한 눈으로, 끄덕이면서 둘러본다. 아무래도, 그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답은?」

「......미안, 미사키 군은 싫어하지 않지만, 사귀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


  아니나 다를까, 아까 전 휘청휘청 걸으면서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나는 전혀 관계없었지만, 어쩐지 미사키 군에게 미안한 기분이 든다.


「그래...... 어딘가 내가 나쁜 부분이 있었어?」


  아무래도 미사키 군은, 꽤나 용감하고 끈기 있는 성격인 듯하다. 다만, 왜인지, 그런 미사키 군을 보고 있으면, 지뢰벌판에 필사적인 표정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광경을 떠올리고 만다.


「특별히 없는데...... 단지 미사키 군과 사귀고, 소녀처럼 사랑하는 모습이, 어떻게도 상상할 수 없는 것뿐이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그런 사람은 없다고 할까......」


  그렇게 말하며 키리바나는, 손가락에 아랫입술을 끼운다. 모양이 좋은 입술이 일그러져서, 새빨간 혀가 약간 들여다보였다.


「아무튼, 내 이상이 높다고 생각해. 아마 그게 맞을 거니까」

「......」

「아, 아니, 정말로 싫지 않아. 단지, 뭐라고 할까」


  당황하고, 미안해보이는 목소리가 땅으로 빨려 들어간다. 다만, 뭐라고 할까 지금은 추가타를 넣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차인다면, 깔끔하게 차인다. 그것이 가장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다.


「......그래, 일부러 붙잡아서 미안했어.」


  미사키 군은 그대로 무거운 걸음으로 떠난다. 농담 반으로 엿봤지만, 왠지 죄책감이 솟아오른다.

  발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된 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겨울이 마른듯한 목소리가 들려서, 담벼락에서 몸을 뺀다.

  만일을 위해, 한 번만 더 주변을 둘러본다. 고백한 아이가, 그 후 모르는 남자와 만나다니, 나라면 여자를 믿지 않게 되어, 그 녀석의 악평을 퍼뜨릴 레벨이다.


「......뭔가 나한테 볼 일이라도 있어?」

「아뇨, 마침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키리바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원래 왔던 길로 되돌린다. 여기부터라면 나와 얘가 돌아가는 길은 같으므로, 걸으면서 말할 생각 같다.

  나도 이 녀석과 같이 걷기 시작하자, 이 녀석의 머리 위치가 내 머리보다 조금 낮아진다. 밖에서 별로 만났던 적이 없어서 깨닫지 못했지만, 이 녀석 키가 크구나. 내 키로 짐작해보면, 165정도는 되겠지. 힐을 신으면 내 키보다 커질지도 모른다. 휴일에는 만나지 않도록 하자.

  그러고 보니, 옆에서 나란히 걷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마지막에 같이 있던 때가, 얘가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니, 그야말로 2년만일지도 모른다.


「왠지 너, 많이 컸구나」


  그러자 키리바나는 걸음을 멈추고, 유감스러운 것을 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기, 그건 남자가 여자에게 하면 안 될 말이에요. 좀 더 말을 부드럽게 해주세요. 예를 들면......스타일이 좋아졌구나, 라든지」

「왠지 너, 스타일 좋아졌구나.」

「......미안해요, 역시 무리였어요. 왠지 성희롱 같아 보여요.」


  키리바나는 양손으로 자신의 몸을 껴안고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그건 나한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니?


「그래서,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뭔데?」

「그랬죠.」


  그렇게 말하고는, 대화하던 거리를 한 걸음 좁혀서 나를 조금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내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이런 행동은 코마치와 사이가 좋은 탓인지, 많이 비슷하다.


「저기, 남자라는 건 왜 저렇게 쉽게 고백하는 거예요?」


  뭔가, 심오하다고 할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왔군. 애초에 반하면 고백하겠다만.


「그보다, 왜 그걸 나한테 물어?」

「아니아니, 오타가야 선배의 소문은, 전해 들었어요. 어떤 고백에도, 대 베테랑이라고」


  무시무시하게 싫은 추억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 녀석의 표정을 보면 생각보다는 진지하게 질문하는 것 같다, 농담하는 듯한 말투에 비해서는, 입가는 웃고 있지 않다.


「흠, 그렇군. 하나 묻겠는데, 넌 미사키 군과는 뭘 했어?」

「그러니까, Line으로 자주 대화하고, 자리가 가까웠으니까 자주 이야기하고, 코마치하고 돌아갈 때, 같이 돌아가자고 들어서, 같이 돌아가거나 했어요.」

「좋아, 너에 대해서는 어떻든 상관없다. 세 번째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라」


  그 중대사건은 대체 뭐야? 만약 실제로 손을 대는 무리가 있으면, 나도 무력개입을 해야 한다.


「다른 남자 중에서 코마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으니, 안심해주세요. 그것보다도, 자. 계속을」

「그런가, 그렇다면 됐어. 거기에 하나 더, 너 미사키 군을 좋아하는가 싫은가로 말하자면 어느 쪽이야?」


  그러자 키리바나는 멀리 보이는 타워 맨션을 노려보듯이, 눈썹을 바싹 옆에 붙이고는


「그 둘 중에서 말하자면 좋아해요. 다정하고, 이야기도 재미있으니까」


  라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정말로 자각이 없는 것 같다.


「확실히 말하겠어. 이번에는 네가 나쁘다.」

「아니, 그렇지가 않은데요?」


  키리바나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검은 눈동자가 바로 옆으로 온다.


  「저기 말이다...... 남중생은 기본적으로 단순해. 이성의 호의와 우정으로서의 호의를 전혀 구별하지 못해서, 조금 상냥한 대우를 받으면 『어? 날 좋아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고, 상대를 의식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번의 경우, 거기까지 생각하는 척한 네가 반성해야 해.」


  키리바나는 무언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발을 멈춘다. 이 교차점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키리바나의 집, 똑바로 걸어가면 우리집으로 이어진다.


「아니, 그런 정도로 좋아하게 되어도, 기쁘지 않은데요.」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게 싫다면, 행동을 조심하라는 거야.」

「뭔가 납득할 수 없지만, 조금 조심해 볼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녀석은 그리 간단히는 고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이 딱히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지, 자신에 대해서는 어딘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키리바나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도움이 됐어요.」


  그렇게 감사하지 않은 것 같이 사무적인 말로 인사하고, 키리바나는 그대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뒤돌아보지 않고 간다. 아무래도 오늘은, 코마치와 집에서 놀 약속은 안한 것 같다.

  조금 불쾌한 듯이 어깨를 흔들며 걷는 키리바나의 등을 보면서 생각한다.

  역시 이 녀석은, 어딘가 어긋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