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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봉하지 않은 편지~



  삼가 아룁니다. 매화 향이 감도는 계절이 더욱 더 번창해서 기쁠 따름입니다.


  우선은 이와 같은 형태로밖에, 사죄할 수 없는 것을 사과드립니다. 원래라면 얼굴을 맞대고,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당신과 정면에서 이야기를 할 용기가 없습니다. 당신을 앞에 둔다면, 제 입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이야기를 시작하겠지요. 그 때문에,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분명, 이 편지를 보내는 일 없이, 단상의 장롱 서랍에 넣어두고 말겠지요.

 

  정말로 폐를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 종이도, 이 잉크도 당신이 벌어 온 돈으로 산 것입니다. 단지, 당신도 아시는 대로 이런 성격이므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 없이, 이런 나이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맺어지고 나서, 당신은 서투르게나마 호의를 표현했지만, 그런데도 저는 마음속에 당신을 둘 수 없었습니다. 당신의 다정함도, 따스함도, 매우 귀중해서 얻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데도 그것을 사랑하는 것만은, 아무리 하여도 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라면 이런 가면을 쓰고, 부부를 연기해서는 안 되었지요. 당신의 호의를 뿌리치고, 혼자 살아가는 게 당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불행하게는 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분명 상당히 고생하고, 궁핍한 생활을 보냈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상상하면, 지금도 오싹오싹 공포가 치밀어 오릅니다.

 

  정말로 드릴 말이 없습니다. 저는, 자신의 마음의 평온을 위해, 당신의 상냥함을 이용했습니다. 당신에게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받았는데, 그것을 돌려주지 못하고, 그리고 사례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저는 겨우 당신을 해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기쁘다기보다도, 마음의 짐이 줄어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도 기쁩니다.

 

  이런 저에게서, 당신을 해방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이런 저를, 혐오하지 않게 된 것에,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부디 남은 인생을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주세요. 저는 부디 잊고, 다른 누군가와 멋진 여생을 보내, 평온한 생을 보내주세요.

 

  그것이 당신에게 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말입니다.

 

 

  삼가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