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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초등학교 편 후편

 

 

 

 

 ◆

 

신에자키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도서관 안인데도 불구하고――크게 발소리를 내며 여기서 뛰쳐나가고 난 지 5분 정도가 지났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다. 처음에, 뒤쫓아 가서 사과해야 할까? 하고 고민했지만, 역으로 사태를 악화시킬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바로 돌아와서 지독하게 힐난한다――「이 야만인! 이래서 타지 사람은!」――고 생각했었지만, 예상 외로 아무 소식도 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그렇다면 많이 화나 보였으니까...... 나와는 말도 하기 싫어서 집에 돌아갔을 거라 판단을 내렸다.

 

 

하아......

 

 

뭐 이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한숨을 쉰 뒤, 의자에 앉아서 염원하던 의학책을 읽기로 한다. 다음 주 월요일, 그녀를 만날 때가 무섭지만, 그건 그거.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편 순간, 희미하게 솟아오르는 곰팡내. 하지만 불쾌하지 않고 어딘가 그립고 따스한 기분이 되살아난다.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유리를 통해서 들어오는 부드러운 5월의 태양 빛에 비춰지는 책상에 앉은 나는 조용히 책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

 

 

순간, 내 의식은 완전히 책에 빨려 들어갔다. 책상 위에 놓인 책은, 해부학의 고전이자 명저로 불리는 한 권의 책.

지금부터 150년 이상 전에 초판이 발행되고, 지금도 여전히 개정이나 수정이 거듭되어, 계속 팔리는 굉장한 책이다. 전편이 영어로 쓰여 있지만, 이래봬도 라고 할 정도로 인체 구조가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분명 (오레)도 이 책을 읽으며 공부했음이 틀림없었다. 거기에, 이 책의 소유자인 신에자키의 아버지도......

 

 

굉장해......

 

 

무심결에 입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그 정도로 책에 세세한 필기나 고찰, 포스트잇의 양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쓰지 않은 페이지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작은 글자로 빽빽이 임상과 비교한 의문점이나, 경험한 특례에 대한 필기가 되어 있어서 책의 페이지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에 현기증마저 날 것 같다.

인체......나아가서는 인간, 환자를 이 정도로 진지하게 마주보던 신에자키의 아버지는, 정말로 훌륭한 의사였겠지......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 열의에 지지 않게, 가방에서 요즘 쓰는 모눈노트를 꺼내, 기합을 넣으며 책상 위에 펼친다.

 

 

......좋아

 

 

심호흡을 반복하고, 평소처럼 인체를 이미지. 물려받은 (오레)의 지식은 굉장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약간 흐릿한 부분도 있었다. 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의학서를 보고 비교하면서 제대로 가다듬어 간다.

슥슥하고 움직이는 연필 끝에 몸을 맡기듯이 집중하고, 새하얀 노트에 스케치를 해간다. 부족했던 지식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보완되어 가는듯한 충실감――마른 모래가 물을 끝없이 빨아들여가듯이, 내 지식이 채워져간다.

하지만 부족하다......좀 더, 좀 더 여러 지식을 얻고 싶다. 나는 지식과 기술을 수련하고 싶다...... 그것이, 구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보답할 수 있는 길...... (오레)(보쿠)가 바라는 것.

 

 

......, 콜록!

 

 

그리고 머리에 멍하니 떠오르는 소중한 가족, 사쿠라의 모습. 그것은 지금의 소꿉친구와는 달리, 20세 정도에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었다. 입원용 유카타――부드러운 면소재로 핑크색의 심플한 디자인――조차, 마치 주문해서 맞춘 듯이 어울린다.

가슴은 작지만 아름답게 밸런스를 갖춘 용모. 자란 흑발은 완만하게 넘실거리고, 부서질 정도로 가녀린 어깨 위로 흐른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담홍색의 부드러운 입술, 아주 약간 붉은 기가 오른 뺨, 아치형의 긴 속눈썹, 계속 닫힌 채인 눈동자...... 그리고 온 몸에 삽입된 튜브.

 

 

............?

 

 

집중한 상태로 일심불란으로 연필을 계속 움직이던 내 의식에 한 순간, 어떤 노이즈가 지나갔다.

――누군가, 헛기침한 것 같은...... 설마 신에자키가 돌아왔나? 나는 순간 노트를 덮어 가방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내가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정밀한 뎃생이 그려진 이 노트를, 만약 그녀가 보기라도 하면, 분명 귀찮은 일이 벌어진다.

재빨리 넣은 뒤, 아무렇지도 않은 식으로 꾸미고 나는 헛기침이 들린 것 같은 방향으로 뒤돌아보았다.

 

 

어라?

 

 

하지만, 거기에는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없다. 시선 끝에는 이 창고와 도서관 본관을 나누는 목제 문이 있을 뿐, 어떤 변화도 볼 수 없다......

 

 

(......아니, 틀려)

 

 

잘 보면 차이가 난다. 아까 전 신에자키가 튀어 나갔을 때, 완전히 닫힐 것이었던 문에, 불과 5센티 정도지만 틈이 벌어져 있었다.

역시 그녀가 왔던 건가? 아니, 그렇지 않다면 사서 누나가 뭔가 볼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5센티 정도의 틈이 신경 쓰인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문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때, 문의 저편에서 어딘가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매너가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문을 닫을 타이밍을 놓쳐, 무심코 그 말을 듣고 만다.

 

 

어머, 사오리 님. 조금 전부터 나오거나 들어가거나...... 괜찮아요, 잘 숨겨졌으니까 후훗, 그렇게 긴장하시지 않도록

 

, 아니야. 저기, 잠깐 볼 일이 생각나서, 정말이야. 왜 내가 저런 애한테 긴장해야 하는데

 

 

즐거운 것 같은 목소리와 대칭적으로, 뾰루퉁하게 화내는듯한 목소리. 몇 번이나 들은 적 있는 그 목소리...... 틀림없이 신에자키다. 다른 한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건 뭐든 상관없다.

이런...... 하고 침을 삼킨다. 지금, 나는 우연이라 해도 몰래 엿듣는 것 같은 형세이다. 만약 지금 당장 문이 열린다면, 거북하다는 수준이 아니다.

안달나서 빨리 문에서 멀어지려고 한 순간, ......그러나 비정하게도 기세 좋게 열리는 문.

 

 

「――?! 우으......!?

 

, 아아 신에자키. 아까 전에는......

 

 

나와 신에자키의 시선이 바로 정면으로 부딪힌다. ......놀라서 크게 열린 눈동자, 그리고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허리까지 내려온 흑발, 늠름하고 잘 갖춰진 용모, 가느다란 눈썹과 길게 째진 눈동자, 큰 가슴 앞에 있는 붉은 리본, 꽉 쥐어진 주먹, 검은 타이츠에 싸인 긴 다리. 그것들 모두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오라가 뿜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 물러나세요, 나도 안에 볼 일이 있으니까. 뭐야

 

 

서로 눈 맞대기는 바로 끝나고, 신에자키는 난폭하게 단언한 뒤, 내 옆을 빠져나가 빠른 걸음으로 창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살짝 나부끼는 그녀의 흑발.

그 순간......, 내 주위에 달콤한 듯한, 뭐라고 하기 어려운 좋은 향기가 감돌았다.

 

 

후후후, 그럼 사이좋게, 조용히 부탁드릴게요.

 

?

 

 

미소를 포함한 소리와 동시에 스르르 닫혀가는 문 저편에서, 힐끔 보인 사람은 입구에서 만난 사서 분이었다. 싱글벙글 미소를 띠며, 당연하다는 듯이 문을 닫는다.

 

 

우왓, , 잠깐

 

 

이대로라면, 이 공간에 신에자키와 둘만 있게 된다...... 확실히 그녀와는 친구인 코이의 조언도 있어서 지금까지의 서먹한 관계를 개선해, 잘 되면 친구가 되고 싶다고는 생각했었지만...... 역시 너무 갑작스럽다.

게다가 내가 아까 전 팔을 잡고, 얼굴을 너무 가까이 댔던 탓에 분명 화났을 게 틀림없다. 가능하면 의학서를 가지고 밖에서 읽고 싶다...고 생각해서 발을 문에 내디딘 순간.

 

 

잠깐, 어디에 갈 생각? 설마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싫다는 거야?

 

? ...... 그런 건 아니야

 

 

뒤에서 차가운 듯한, 그러나 분노를 포함한 듯한, 하지만 약간 다른 것 같은......? 잘 모를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할까 어릴 적부터 타인에게 명령하는 것에 익숙한 위압감 있는 목소리로......그 박력에 나는 압도되어, 말을 제대로 돌려줄 수 없다.

 

거기에 귀찮다고 피하면, 친구인 코이가 말했듯이, 결국 누구와도 서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적당히 포기하고 뒤돌아서 창고 안쪽으로 발을 나아가게 한다.

내가 아까 전까지 앉았던 의자로 향한다. ......그 바로 옆 의자에는, 긴 다리를 꼰 포즈로 어딘가 시시한 듯이 먼 곳을 바라보는 신에자키가 앉아 있다.

그녀의 시선이, 진짜 한 순간만 내 얼굴을 빠르게 횡단해, 핑크색의 요염함이 담긴 입술이 움직인다.

 

 

저기...... 네가 파파의 책을 찢거나 할까봐 걱정돼서 어쩔 수 없이 옆에 앉은 거니까. 이제, 불평하게 하진 않을 거야.

 

 

빨간 얼굴인 채로 시선을 창 밖에 두고 턱에 손가락 끝을 댄 포즈로 단언하는 그녀. 그 너무 무례한 말에, 약간 올라온다. 이렇게 소중히 다루어진 책을, 내가 찢을 리가 없다. 가슴에 넘치기 시작하는 메슥메슥한 감정.

그것을 직접, 부딪치려다가...... 신에자키의 손가락이, 진짜 약간이지만 떨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치, 긴장한 아이처럼.

어째선지, 자신도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떨고 있는 손가락 끝을 본 순간, 내 가슴 속 메슥메슥함은 스륵....하고 사라져갔다. 단번에 냉정해지는 감정.

그래, 내게 어머니나 사쿠라가 소중한 가족이듯이, 신에자키에게 아버지는 소중한 가족인 거다.

 

 

「――그런 짓 안 한다고 약속할게. 아버지가 매우 훌륭한 의사에, 이 책을 매우 소중히 다뤘던 것을 알아. 그러니까 절대로 파손하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아. ......거기에, 신에자키에게 아버지는 소중한 가족이니까, 남기고 간 책을 타인이 보는 것이 걱정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

 

 

나라도, 만약 어머니가 사라지고, 그 남겨진 책을 사이가 나쁜 타인이 읽는다면 걱정돼서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가능한 한 마음을 담아, 진지함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신에자키를 본 채로 천천히 말을 꺼낸다.

 

 

그러니까 중요한 이 책들이 훼손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읽을게. 내게 읽게 해줘서, 고마워. 신에자키

 

「――!! , , 알았다면 됐어. 우물쭈물 하지 말고 빨리 앉으세요,

 

 

아직 화난 게 가라앉지 않은 모양인지, 어딘가 빨간 얼굴인 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그녀. 하지만――꽤 난폭하지만――일부러 의자를 당겨서, 앉으라고 말해주었다.

아무튼, 어떻게든 화해....라고 해도 될지도 모른다.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쉬며, 나는 천천히 앉았다.

그 순간, 옆에 앉아 있는 그녀가, 빤히...... 곁눈질로 나를 흘겨보면서, 시시하다는 듯이 입을 연다.

 

 

그런데 건방지네, 초등학생 주제에 의학서라니. 뭐야...... 영어 공부라도 할 생각?

 

 

너무나 스트레이트한 질문. 그렇지만 당연한 의문일 것이다. 보통 초등학생은 의학서는 절대 읽지 않으니까. 하지만, 신에자키가, 영어 공부할 생각? 이라고 물어줘서 다행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나는 대답한다.

 

 

그래, 그거도 당연히 있는데...... , 미래에 나는 반드시 의사가 되기로 정했으니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 취미 같은 거야. 그렇다 해도 이상하다면 이상하지.

 

뭐야, 자각이 있잖아. 그래, 넌 엄청 이상해! 초등학생 주제에 그렇게 강한 결의가 있다니, 정말 건방져, 알고 있어?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숨길 생각도 없는지, 빨간 얼굴로 창밖을 보며 시선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는 그녀. 곱게 다듬어진 손톱――잘 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구슬이 붙어 있다.――을 입가에 댄 채로, 힐끔힐끔 내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그런 건 신에자키도 똑같잖아. 의사가 된다고 정했지? 그렇다면 신에자키라 해도 괴짜야. 하하, 같은 괴짜 동료네

 

「――――!! , 누가 동료라고!? 실례야

 

 

벌떡 소리를 내며 신에자키가 의자에서 일어선다. 상당히 화났는지, 나와 절대로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는 느낌으로, 다른 쪽을 보고 있다.

그대로, 출구로 발을 내딛는 그녀. 하지만, 한눈을 팔던 탓에, 우연히 의자 다리가......

 

 

, 위험해

 

꺄아악!

 

 

휘청......하는 느낌으로 자세가 무너져, 바닥에 넘어질 것 같게 된 신에자키.

――그 순간, 내 양손은, 그녀가 균형을 무너뜨린 것과 동시에 반응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일어서면서 그녀의 무섭게도 호리호리한 허리에 오른손을 두르고, 찰랑찰랑한 흑발의 감촉을 느끼며, 작은 머리를 왼손으로 받아낸다.

그것과 동시에, 공중을 잠시 헤매던 그녀의 양손이, 버팀목을 바라 내 목을 두른다. 신에자키의 몸――여러 군데가 부드럽고, 따뜻하고, 그리고 매우 좋은 향기가 난다――을 부드럽게 꼭 껴안을 수 있었다.

 

 

괜찮아?

 

, , ......

 

 

팔 안에서, 엄청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가까이 대는 우리들. 위기일발이었던 탓인지, 아니면 그 밖의 이유 때문인지,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격렬하게 고동쳐서, 신에자키에게 들리는 게 아닐까? 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잠깐 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쩐지 떨어지기 어렵다. 쑥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서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다.

 

 

......저기, 히이라기 군, 조금 전에는 미안해. 그러니까...... 조금 실례였을지도

 

 

꼬옥......하고 내 목과 어깨를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올려다보는 그녀의 젖은 눈동자, 붉어진 뺨. 부끄럽다는 듯이 깨문, 젖은 핑크빛으로 빛나는 입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사쿠라 이외의 여자와 얼굴을 맞댄 적은 처음에, 신에자키는 터무니없이 예쁘다.......바보 같이 멍해져서 잘 대답할 수 없다.

 

 

, 저기, 조금 심술맞다....고 할까, , 어째서인지 모르는데, 히이라기 군을 생각하면, 저기...... 가슴 깊숙한 곳이 꽉.......

 

 

무섭게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요동친다. 내 품 안에서, 평소에 이렇게 무뚝뚝하던 신에자키가, 엄청 기특해서...... 그 갭 때문일까? 머리가 뜨겁게 끓어올라서 아무것도 생각해내지 못한다.

나를 올려다보듯이 바라보는 그녀도,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입을 계속 움직인다. 그 때, 매우 좋은 향기가 올라와서 그 향기가 또, 내 마음을 녹여간다.

위험하다...... 뭔가, 터무니없는 짓을 해버릴 것 같은 분위기. 내 전신에 오싹오싹한 감각이 스쳐 지나간다.

 

 

, 신에자키. 저기......

 

? , 뭐니?

 

 

부끄러운 듯이, 수줍은 미소를 띠는 신에자키. 평소 본 적이 없는, 그 표정이 더더욱 내 머리를 끓어오르게 한다. 역시 그녀는 엄청난 미소녀다. 여기서, 이렇게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꿈같다고도 느껴진다.

까놓고 말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멍한 채, 머리에 떠오른 것을 무심결에 중얼거리듯이 말로 내뱉고 말았다.

 

 

저기 말인데... 이상해. 여드름이 없어. 아까 전 얼굴을 가까이서 봤을 때는, 신에자키의 이마에 빨간 여드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깨끗해

 

「――――?

 

 

처음에, 이 방으로 안내받았을 때, 나는 신에자키의 팔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 때는 나를 잊고 몰두해서 깨닫지 못했지만, 어디선가 의식했을 것이다.

이렇게 다시 그녀와 얼굴을 엄청 가까이 맞대봤더니, 그 때의 영상이 머릿속에 겹쳐, 그리고 여드름이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아까 전에는 툭 튀어나온 빨간 여드름이 있었을 텐데, 지금의 그녀의 이마에는 안 보인다.

신에자키의 피부는 부드럽고, 매우 매끈매끈해서 아름다워서...... 기적과도 같이 생각되어, 나는 그저 그대로 중얼거렸다.

 

 

「――?! 으읏, 너는 참!! 이 괴짜! 정말, 떨어져!

 

? 잠깐, 날뛰면 위험해

 

 

신에자키의 양손이 투닥투닥 내 가슴에 부딪힌다. 뭔가 무례한 말을 한 건가? 생각한 대로 중얼거렸을 뿐인데......

날뛰는 그녀에게 애를 먹으면서도, 천천히 균형을 잡듯이 손을 떼어놓는다.

 

 

우쭐하지 마! 너 때문에 화장한 게 아니니까!

 

. 어어?

 

으으읏, 신경 쓰던 걸! 최악, 최악이라구!

 

 

이번이야말로 번뜩......한 날카로운 시선을 뿌리고는, 큰 걸음으로 문 저편으로 나가는 신에자키. 빨간 얼굴, 회색 체크무늬 미니스커트, 검은 타이츠에 싸인 스타일 좋은 다리의 잔상이 뇌리에 비친다.

그리고 나는 뭐가 나빴는지 정말 모르는 채, 멍하니 꼼짝달싹 못한다.

 

 

그렇게 심한 말 했나?

 

 

――결국, 그 이후로 신에자키는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2시간 정도――가끔 건성이면서도――확실히 의학책을 읽으며, 뎃생을 했다.

그리고 해가 떨어진 저녁에 돌아갈 때, 도서관의 접수처에서,

 

 

, 히이라기 군이지? 전할 말이 있어. ......그러니까, 사오리 아가씨가 다음부터 의학책을 읽을 때도, 너를 전혀 믿을 수 없어서, 앞으로도 감시할 테니까, 나한테 정중하게 말을 걸도록이래. 후후후, 귀엽지?

 

 

전혀 귀여운 게 아니라, 단순한 심술부리기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무심코 우울해진다. 하지만 뭐가 즐거운 건지, 싱글벙글 미소 짓는 사서 누나. 입가에 손을 대고, 쿡쿡 몇 번이나 떠올리고는 계속 웃는다.

 

 

그러면, 히이라기 군, 사오리 아가씨와 둘이 또 오는 거네. 그리고, 여자애에게 상처 주는 말, 하면 안 된단다?

 

...... 하아......

 

 

상냥하게 손을 흔들었지만, 온전히 대답을 할 기력도 솟아나지 않는다. 여드름을 지적하는 게, 그렇게 나쁜 거였나? 진짜로,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일은 휴일, 코이한테 물어보자......고 생각하면서, 나는 혼자,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