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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화【초등학교편 ⑥ 후편】


  ◆


  ――코이와 처음으로 만났던 때는, 초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른해질 것 같은 더위 속에서, 코이는 다른 현에서 내가 사는 마을의 학교, 같은 반으로 전학 오고, 그리고 우연히 같은 반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서 딱히 친해진 건 아니고, 그저 아는 사이... 라는 상황이 5학년까지 계속되었다.
  5학년에 올라간 지 얼마 안 된 4월, 사소한 일로 어머니와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는, 무언가에서 도망치듯이――혹은 의어머니와의 유대를 갈망하듯이――공부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물론 어머니의 뒷모습을 동경해서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그렇게 순수한 동기만이 아니고, 분노나 공포를 털어놓는 대상으로 공부를, 나아가서는 의사를 목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질척질척한 앙심과 분노, 그리고...... 혹시 의사가 못되면 의어머니에게 버려지지 않을까? 이런 아무 근거도 없는 말도 안 되는 확신이 등에 철썩 달라붙어, 어떻게도 떨어지지 않았다.
  코이가 말을 걸어준 때는, 마침 그랬을 무렵. 날마다,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하던 내게, 잘도 얘기할 마음이 들었다고......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저기......히이라기, 기억나? 나, 칸나즈키 코이라고 해. 친구가 되지 않을래?」


  어느 금요일의 방과 후, 주황빛 석양이 내리쬐는 교실에서, 계속 공부하던 내게 똑똑히 다가온 말. 아무도 없는 교실, 붉게 물든 반 친구들의 책상과 의자. 운동장에서 달리기라도 했던 걸까, 땀으로 갈색 피부에 체육복이 붙은 채 활짝 미소 짓는 동급생의 모습.


「왜?」

「왜라니, 그......기억 안 나? 2학년 때, 네가 날 도와줬던 일. 굉장히......기뻤어. 그래서, 뭔가 할 수 없을까 해서」

「그런 거 기억 안 나고, 알 게 뭐야. 쓸데없는 참견. 공부하는데 방해하지 마.」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굉장히 차가운 태도를 취했다. 그런 지독한 얘기가, 5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코이와 주고받은 말.


「그래. 그래도...... 또 얘기해도 돼?」

「몰라, 마음대로 해. 어차피 상대하지 않을 거니까」


  그때는 내 실력을 알기 위해, 9월에 실시되는 전국 초등학생 통일 모의시험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다른 일은 어떻든 상관없었다. 갑자기 말을 건 칸나즈키 코이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전학생에 2학년 때는 반 친구, 3, 4학년은 다른 반이었던 것 정도밖에 모르고 흥미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참 건방진 애송이였을 거다. 평소 얘기하는 사람은 사쿠라와 어머니뿐, 학급회의 같은 데서도 전혀 발언하지 않고 참고서를 계속 푸는 나날들. 다른 급우들의 반감을 사는 것도 당연했지만, 그것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겼다.
  학교 선생님은 어머니가 마을에서 유일한 의사인 것, 신에자키가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신에자키가 이외에 의사가 있다는 것이, 일부 어른들에게는 큰 문제였던 것 같다――을 두려워해 나를 종기처럼 취급해서, 그렇게 불손한 태도도 주의 받지 않았다.


「히이라기. 나, 반장이야. 그래서 말인데, 이거 도와줘. 학급회의에서 정해진 거 들었지?」

「뭐어? 뭐야 그게!」

「포기해. 따지고 보면, 네가 전혀 참가 안 했던 탓이고. 후훗, 뭐 나도 도와줄 테니까. 자, 빗자루 들어. 아하하, 둘이서 하면 즐겁고, 빨리 끝난다구, 그치?」


  그렇게 오만한 나를 이것저것 보살펴주고, 가끔 불평하며 마음 써주는 코이. 이따금 반장 권한이라며 억지로 청소나 잡일을 하게 했다. 엄청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명령으로 반 억지로라도 하지 않았다면, 반 애들의 불만이 한 번에 폭발해서, 나는 싸움이나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초등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거기서 미래를 위한 교우관계를 배운다. 그것은 공부 성적과는 관계가 없지만, 어떤 의미로는 공부보다 훨씬 중요한 일. 그런 사회성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코이 덕분에――다소 억지로――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당초, 성가시다면서 코이를 계속 거부했지만, 반장 권한으로 명령되어 일하던 중 조금씩 말을 하게 되어, 그것이 참고서 대신으로 발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헤에, 반장도 현 외 중학교에 진학하는구나. 역시 도쿄 공립 아니면 사립?」

「아, 아마 도쿄였나? 어쨌든 사립이야, 응. 아ㅃ......아니 친척. 그, 옛날에 만난 적 있는 친척이 거기 오지 않을까? 해서. 그래도 고민 중이야.」

  우리들이 사는 시골은 관동 서북부에 있어서, 극히 일부 학생은 도쿄에 있는 중학교에 수험 진학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사가 목표인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을 때에, 코이도 마찬가지로 수험 진학이 목표라는 것을 알고, 여러 가지를 서로 얘기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터놓아갔다.
  그렇게 하면서 등 뒤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던 공포, 불안, 분노 같은 부글부글함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갔다.
  그리고 9월, 여름방학이 끝났을 무렵에는 코이는 내 얼마 안 되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5학년 2학기에 접어들어, 점심시간에 사쿠라와 같이――코이와 사쿠라 사이는 꽤 삐걱거렸지만――셋이서 도서실에서 보내는 일도 늘어났을 무렵, 초등학교 전국 모의시험 결과가 발표되고......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다.



 ◆◆


  후교의 중심 시가지에는, 보행자 전용의 넓고 청결한 도로가 있고――구석에서는 화단이 끝없이 나란히 놓여 있어 각양각색의 꽃이 핀다――거기는 빨간 벽돌 같은 것으로 포장되어 있다.
  이 도로는 행사가 주로 열리는 곳이라...... 현재, 많은 커플이 북적이는 상황이다.
  연령은 정말로 다양한데, 가장 많은 층은 고등학생부터 25세 정도까지의 커플이지만, 사이좋은 할아버지 할머니 짝도 있는 한편, 작은 아이를 동반한 부부도 있다. 그리고 수는 적지만, 우리들만 한 나이로 보이는 초등학생 커플도 있었다.
  대충 보기에 총 참가자수, 100조 정도라는 느낌이려나?


「우웃, 아키라. 긴장돼, 내(ボク)......가 아니라, ㄴ, 나(私)」

※ ボク : 남자가 주로 쓰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
   私 : 남녀 모두 쓰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


「코이, 이제 포기하고 평소대로 얘기하는 게 어때? 나(ボク)라고 말해도 들키지 않을 거야. 어딜 봐도 귀여운 여자애로밖에 안 보이는데」


  지나친 인파에 서로 떨어지지 않게 확실히 손잡은 채로, 주변에 들리지 않게 코이의 귀 가까이서 속삭인다.
  산 지 얼마 안 된 물색 헤어밴드를 쓴 친구. 같이 구입한 붉은 프레임의 안경은, 물색 파커의 가슴 부분에 액세서리 대신 달려있다. 핑크빛 입술은 글로즈를 발랐기 때문인지, 반들반들 볼록한 느낌으로 윤기를 띄고, 원래 긴 속눈썹도 뷰러로 곱게 다듬어져 있었다. 크게 뜬 두 눈동자가 더욱 강조되어, 완벽한 여자애, 단발 보이쉬계 미소녀의 모습이다.


「――우우웃, 그, 그래? 그, 그럼 평소대로 얘기할까? 헤, 헤에......아, 아키라 눈으로 봐도, 나(ボク), 귀, 귀엽게 보여? 헤에, 그렇구나. 흐-응......」

「그거야 그치, 빌어먹게 건방진 사쿠라보다 훨씬 귀여워 보여...... 그나저나 봐, 예선 결과 발표야.」
 

  아무리 상급 때문이라고 해도 여장한 것이 부끄럽겠지...... 뺨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는 친구.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완전 미경험이지만――조금이나마 커플답게 보이려고 에스코트하듯이 코이의 손을 잡아, 둘이서 예선 결과가 붙은 게시판으로 간다.
  예선 결과......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후교 상점가 커플 콘테스트에 예선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가 손에 넣은 팸플릿에 의하면 이번에 제 3회를 맞이하는 이 콘테스트는 해마다 참가자가 늘어나서, 이번부터 접수와 동시에 필기시험이 시행되었다.
  시험 내용이 뭐냐면, 후교시에 관한 문제와 퍼즐 같은 것으로, 일정 성적을 받은 커플만이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시스템.


「앗, 있다! 해냈어, 있다구 아키라!」

「응, 역시 럭키였네」


  코이가 가리키는 곳, 게시판에 붙은 종이에는 우리들의 등록 번호가 확실히 쓰여 있었다.
  그런데 행운이었던 건, 몇 개월 전 사회 수업으로 후교시에 관한 수업이 있었던 거겠지. 그것 덕분에, 상당히 난관이라고 생각된 예선 시험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퍼즐에 관해서도 감이 예리한 코이와 둘이 의논하면서 풀었기 때문에 불안은 별로 없고, 의외로 합격할 수 있을지도? 이렇게 내심 생각했다.


『그럼, 예선을 통과한 커플 20조는 이쪽으로 와주세요. 반복합니다. 예선을......』

「좋아, 가자구.」

「으응, 지금부터가 실전이야.」


  긴장한 코이가 속삭이는 소리와 동시에, 이어진 왼손을 꼬옥......하고 쥐었다. 친구의 수줍은 듯한 붉은 뺨과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젖은 눈동자, 그리고 글로즈로 빛나는 입술. 기쁜 듯이 수줍어하는 미소.


「아, 아아...... 그러네.」


  순간, 진짜 여자애――게다가 엄청나게 사랑스럽다――로 보여, 허둥지둥하며 대답했다. 나는 완전히 정상이 아니다, ......하고 자신에게 살짝 혐오감 같은 감정마저 생긴다.


「있잖아, 아키라...... 나, 이거 잊지 못할 거야.」


  그 때, 마치 혼잣말처럼 작은 코이의 군소리. 시선을 향하자, 기쁜 듯이 얼굴을 붉히고 미소 짓는 코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아무튼 괜찮으려나......라고 나도 기쁘게 생각했다.


 ◆◆◆


  술렁이는 소음을 들으며, 나는 꿀꺽하고 크게 침을 삼킨다. 특설된 단상에서 아래를 바라보자, 우리들 본선 진출 커플을 보는 많은 시선이 꽂힌다. 그렇게 사양 없는 시선에 노출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엄청나게 긴장한다.
  그런 내 심경을 눈치 챈 듯, 꼬옥......하고 팔을 잡아온 코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있잖아, 아키라, 괜찮아? 나, 기권해도 좋은데」

「아, 아니...... 약간 깜짝 놀랐을 뿐. 괜찮아. 힘내자.」


  진심으로 걱정하는 시선을 받고, 내 기분은 분발한다. 마치 장기를 스케치할 때처럼, 다른 일은 일절 생각하지 않는다. 단상을 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시선, 사양 없는 말을 전부 의식에서 지워간다. ――집중, 이 단상에서 벌어지는 일만을 생각한다.


『그럼 시작합니다. 제 3회 후교시 베스트 커플 콘테스트! 주제는 이거다!』


  사회자의 소리와 동시에, 우리들 20조의 본선 진출자 앞에 대그락대그락하고 긴 받침대가 옮겨진다. 하얀 옷감이 위를 덮어 가리고 있었지만, 그것이 단번에 벗겨진다.


「응? 이건 과자잖아.」

「그러네, 엄청 보통 초콜릿 스틱인데?」


  우리들 앞에 놓인 것은, 접시에 가로놓인 초콜릿 과자 5개 정도. 가느다랗고 사각사각한 막대기 모양의 프레첼에 초콜릿이 코팅된 것. 어디에나 있는 흔한 과자로, 붉은 포장은 누구라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룰은 간단, 처음에 입에 물 때 빼고는 손을 일체 쓰지 말고 과자를 전부 먹은 팀이 승리입니다. 단, 도중에 과자가 부러지거나 해서 떨어지면 실격. 그렇게 둘이서 사이좋게 먹는 것입니다. 즉 같은 한 과자의 양단을 서로가 입에 문 채로 시작해주세요. 아시겠죠? 그럼 준비를!』


  순간,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홀쭉한 막대기 과자의 형태를 보고는 납득했다. 즉 이건......


「그런 거겠지. 코이, 그럼 그쪽 구석을 입에 물어봐. 자, 응ー」

「앗, 그, 그런, 이건...... 아, 아키라...... ㄴ, 나, 마음의 준비가, 우와앗, 에, 그래도...... 키, 키, 키, 키스하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착란한 듯이 머리를 붕붕 흔드는 코이.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내 얼굴을 더 할 나위 없을 정도로 빨간 얼굴로 바라본다. 순간, 내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것을 눌러 참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작게 단언한다.


「코이, 진정해. 하지만 우리들 남자끼리지? 혹시 입술이 닿는다 해도 인공호흡과 마찬가지잖아. 남자끼리 하는 키스는 안 세어도 되잖아. 자, 그것보다 부러뜨리지 않게 조심해.」

「그, 그, 그, 그런 말도 안 돼. 그래도......나, 나...... 우우웃, 정말, 몰라! 바보 아키라, 후회하지 마!!」


  눈동자를 닫고 에잇하는 느낌으로 입술로 한 쪽 구석을 무는 코이. 알고는 있었지만, 서로의 입술 사이가 20cm도 안 되는 매우 근접한 거리다. 반장의 빨갛고 매끈매끈한 피부, 글로즈가 칠해진 요염한 입술까지 또렷이 보인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감도는 레몬 같은 좋은 향기.
  이런, 집중이다. 그래...... 수술에 도전하는 것 같은 집중을!


『그럼 스타트!』


  사회자의 신호로 나는 단번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척척 앞니를 써서 단번에 과자를 먹어가......지만, 눈앞의 코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얼굴이 빨갛고, 눈동자를 꼭 닫은 채, 잘 보면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소리를 내서 뭐라 하고 싶지만, 자칫 입을 잘못 움직이면 과자가 떨어진다. 아니 그 뿐 아니라, 코이가 이대로 불안정하면 언제 과자가 부러져도 이상할 게 없다.
  ――별 수 없다. 나는 양손을 펴서, 친구의 어깨를 단단히 껴안아 고정하고, 그대로 얼굴을 접근해 과자를 먹어간다.


『오오, 자료에 의하면 지금 대회 이색의 초등학생 커플, 히이라기 아키라 군과 칸나즈키 아이 양, 매우 사이가 좋아서 대회장 분위기도 고조된다!』

「꺄아아아앗」 「우오오오옷!」 「아, 아키라 오빠앗, 칸나즈키 선배에!!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오옷!!」


  다른 환성 따위 신경 쓸 수는 없다. 코이가 빨리 진정되도록, 꼭 껴안은 채 척척 첫 번째를 입술 빠듯이까지 먹는다. 그 틈새, 불과 1cm도 안 될 정도이려나? 진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서로의 입술이 닿을 것 같다.
  입술이 닿지 않게 조심해 혀를 써서, 코이의 입 속으로 과자를 밀어 넣고, 힘을 줘서 가녀린 몸을 꼭 껴안으며, 빨갛게 물든 귓전에 속삭였다.


「코이, 내가 할 테니까, 그대로 가만히 있어, 괜찮아? 기분은 나쁘지 않아?」

「기분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 아키라...... 미안. 나, 나, 뜨거워서 몸에 힘이 안 들어가......」


  끄덕......하고 떨면서도 수긍하는 친구.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새 과자를 입술에 물게 한다.


「코이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되니까. ......갈게. 가만히 있어」

「응.....으응.....」


  과자를 입에 물고 뺨이 새빨갛게 물든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친구. 마치......영화의 키스 씬 같다고 순간 생각해서, 두근하고 심장이 뛴다. ――안 돼, 집중, 집중하자.
  다시 코이의 어깨를 꼭 껴안고, 아무 생각 없이 과자를 계속 먹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하나, 또 하나 과자가 사라져간다. 더더욱 높아지는 주위의 환성...... 하지만 전부 무시한다.
  지금 이 순간, 과자를 먹을 때까지는...... 이 세상에 코이와 나밖에 없다. 오늘 본 영화, 아름답지만 조금 슬픈 라스트 씬처럼.



 ◆◆◆◆


  쿵, 쿵하고 리듬처럼 반복되는 선로 소리를 들으며, 우리들은 말 없는 채 돌아가는 전철 좌석에 앉아 있다. 어느 쪽이나 입을 열려고 했지만, 눈이 마주치면 코이가 얼굴이 빨개져서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헤어밴드는 이미 빼고 글로즈도 지워, 평소의 친구와 변함없을 테지만, 나도 어딘가 코이를 의식해서 부끄럽다. 진짜로 정상이 아니다......하고 몇 번째가 될지 모르는 한숨을 쉬었다.
  그 때,


「아, 아키라, 저, 저기...... 미안해. 내, 내가 적극적으로 했으면, 우승은 무리라도, 3등 정도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신경 쓰지 마, 도서 카드 받았고. 거기에 자칫 입상했다면, 사진 같은 게 엄청 찍혔을 거잖아. 분명 큰 문제였을 거야.」


  코이가 간신히 말을 한다. 나는 내 부글부글한 이상한 기분을 바꾸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밝게 대답한다.


「그, 그래? 그래도 확실히 그럴지도. 우승한 커플은, 엄청나게 둘러싸였던걸.」

「응. 게다가 서투르게 눈에 띄면, 지인이 알아챌지도 모르고」


  실제로, 그 대회장에는 상당히 많은 관객이 있었다. 혹시, 그 중에는 우리들이 아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코이는 가명――아이(愛)라는 이름――으로 등록했지만, 혹시 들켰을 가능성도 있다. 뭐, 그 인파에 그렇게 들키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모처럼 아키라가 헤어밴드 사줬는데.......」

「나 참, 괜찮다고. 친구잖아.」


  거기서, 나는 팟하고 떠올린다. 멋진 헤어밴드나 화장품을 산 잡화점, 거기서 코이는 확실히......


「그것보다 코이, 너 말야. 관서 중학교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어?」

「......응」

「어째서야? 도쿄에 있는 같은 중학교에 가자고 했잖아!」


  왠지 모르게 고개를 숙인 친구. 그 가느다란 팔을 잡은 채, 나는 점점 더 열을 올려 말한다.


「미안해 아키라, 말을 꺼내기 어려워서, 아빠가 교토에서 살고 있어서, 전부터 오라고 했었어. 거기에, 이대로 여기에 있어도...... 괴로우니까」

「괴로워? 괴롭다는 게 뭔데? 고민이 있다면 나한테 말해! 항상 날 도와주고는, 그런데도 중요한 때는 입 다물기야?!」

「잠깐, 아키라, ......팔, 아파. 그리고......미안. 무슨 일이 있어도 말 못해. 그래도 오늘 일로, 조금 구원받았어.」


  마치 울 것 같은 소리..... 나는 무심코 손을 떼고,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키라. 나, 이 헤어밴드, 평생 소중히 간직할게.」


  전철 창으로 내리쬐는 석양. 거기에 비춰지듯이, 활짝 미소 지으며 말하는 코이. 그것은 매우 사랑스러운 미소인데...... 어딘가 울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심코 꼭 껴안아 위로해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충동을 억지로 누른다. 대체 내가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냉정을 되찾는다. 코이는 친구인데.


「코이, 5학년 때 말이야. 네가 억지로 말을 걸어줘서...... 정말로 다행이었고, 감사해. 몇 번이나 감사해도 부족해. 사실이야.」

「아니. 요즘 들어, 아키라가 엄청 안정된 느낌이 들어. 분명, 내가 없어도 이제 괜찮아. 응......괜찮아...... 미안......아키라, 조금만......여기, 보지 말아줘......부탁해」


  ――그대로 다시 우리들은 침묵에 싸여, 전철로 집에 간다. 뒤에서 들리는 코이의 울음소리에,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말없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리고, 길게 늘어져 영원처럼 느껴진 시간이 흐른 뒤, 전철은 역에서 멈춘다.


「그럼 다음주 월요일이네...... 그 때는 평소와 다름없는 나니까! 어리광 들어줘서, 저, 정말 고마워!」

「응. 또 보자, 친구.」


  자전거에 뛰어 올라타고,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친구의 등. 그것을 배웅하며, 나는 오늘 산 가방을 어깨에 다시 맨다. 약간 묵직한 무게...... 하지만, 그 무게가 내 정신을 확실히 되찾게 한다.


「앗, 아차......」


  그 때, 또 신에자키의 여드름에 대해 묻는 것을 깜박했던 것을 떠올렸다. 할 수 없다, 오늘 밤은 사쿠라가 집에 있을 테니......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하지만, 녀석한테 물어볼까.
  하고, 생각을 정리한 뒤 집을 향해 발을 내디뎠을 때.


「오빠, 어서 오세요. 엄마가 차로 여기까지 보내줬어요. 같이 돌아가자」

「오, 사쿠라? 헤에, 그거 잘 됐네.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역 근처에 있는 나무 그늘에서, 불쑥하고 소꿉친구가 모습을 보였다. 청초한 느낌인 황색 원피스에, 심플한 스니커즈, 싱글벙글 기뻐 보이는 느낌으로 미소 짓는 사쿠라.


「헤에, 그래요? 후후후, 나도 오빠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답니다.」

「왜, 왠지 말하는 게 이상한데? 또 바보 됐어?」

「..........읏, 그럴 리 없잖아요! 자, 빨리 집에 돌아갑시다.」


  꽈악하는 느낌으로 팔을 잡히는 나. 그대로 질질 끌려갈 기세로 간다.
  ――뭐, 뭔가 위험해. 엄청 위험한 기색밖에 안 느껴져.


「사, 사쿠라? 무슨 일이야?」

「아뇨, 아무것도. 아, 맞다. 오빠? 내일 일요일, 『히이라기 아키라 1일 자유권』 쓸 거니까, 각오해 두기예요.」

「에, 에엑!?」


  변함없이 싱글벙글 미소 짓는 사쿠라. 하지만 오랜 세월의 감이 속삭였다. 얘 엄청나게 화났다....고. 그리고, 팟하고 짐작이 간다. 혹시...... 이 녀석?


「사, 사쿠라? 너, 오늘 낮에 어디 있었어?」

「후후, 글쎄? 그건 오늘 밤 차분히 얘기하도록 하죠.」

「오, 오해야, 사쿠라. 오해......」

「어디가 오해인지, 부디, 꼬치꼬치 캐내고 싶네요, 그치? 오빠?」


  새빨간 석양이 찌르는 도로. 집으로 향하는 그 길을, 소꿉친구에게 꽉 붙잡힌 채, 나는 반 처형대로 가는 죄수 같은 기분으로 계속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