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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초등학교 편 ③】

 

 

HR이 끝나고 방과 후의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보는 5월의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푸른색이 어디에나 퍼져 보였다. 꽃이 핀 안뜰을 향해 열어젖혀진 창을 통해서는, 상쾌한 바람이 우리가 지내는 교실 안으로 불어온다. 아름답다...... 하지만 매일 변하지 않는, 그 풍경.

그것과 마찬가지로, 평소와 무엇 하나 다름없는 학교에서의 하루를 마친 우리들. 성질이 급한 몇 명 정도의 애들은 교실에서 기세 좋게 뛰쳐나가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도 사쿠라가 기다리는 5학년 교실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뒤에서 친구――칸나즈키 코이――의 원망하는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키라? 설마라고 생각하는데, 반장 일로 난처한 나를 놔두고 자기만 가는 건 아니지? ?

 

......아니, 돌아갈 건데. 사쿠라 기다리게 하면 진짜 무섭다고. 오늘은 같이 요리하기로 약속하기도 했고. 그럼 힘내! ......근데, 어이 놔, 어딜 손대!? 어이 바보!

 

 

허둥지둥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은 체 만 체하고 도망치려는 나, 하지만 그것보다 한 순간 빨리, 내 바지...... 허리의 고무줄 부분이 제대로 코이의 손에 잡혀있었다. T셔츠에서 뻗은 밝은 다갈색 팔, 가느다란 손가락, 핑크색 발끝, 작은 손이, 절대로 놓지 않는다.....는 듯이 꽉 쥐고 있다.

하고 강아지처럼 갸르릉대면서, 귀여운 갈색 얼굴로, 화난 것 같게도, 약간 난처한 것 같게도 보이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코이. 립을 바른 것처럼 샤방샤방한 옅은 분홍색 입술, 그곳을 통해 약간 엿보이는 새하얀 이. 바비인형처럼 잘 갖춰진 브라운색의 큰 눈동자가, 눈물로 글썽글썽 물기를 띤 것 같아 보였다.

 

 

으으 다음 주에 있는 교외 레크리에이션......이라기보다 사회견학 말인데. 거기서 할 질문 선별하고 모두의 반을 나눠야 해. 점심시간 뒤에 억지로 맡아서 말야. 으으... 도와줘...... 그렇다고 할까 손수 나서서 도와달라구, 친구! 거기에, 아키라한테 부탁할 일도 있고......, 부탁이야

 

 

――확실히 필사. 거기에 코이의 미소녀 얼굴과 크고 눈물 젖은 눈동자로, 마치 버려진 강아지처럼 애원하면 아무래도 거절하기 어렵다. 나는 교실 앞쪽에 걸쳐진 시계를 힐끔 보고선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반장과 마주보는 형태로 의자에 다시 앉는다.

어쩔 수 없네..... 빨리 끝내고 나서 사쿠라를 마중하러 가기로 정했다.

 

 

, 15분 뿐이야. 정말이지, 코이의 그 얼굴은 치사하다고. 그런데, 뭐야? 부탁하고 싶다는 건

 

와아! 아키라라면 역시 도와줄 거라고 믿었어.ㅠㅠ 고마워. 그리고...... 부탁할 건 나중에

 

 

왠지 드물게 애매한 모습인 코이를 슬쩍 본 뒤, 책상에 놓여 있는 노트――다음 주의 교외 레크리에이션으로 가게 될 쓰레기 소각 시설에 대해 여러 가지가 쓰여 있다――를 펄럭펄럭 넘겨서, 몇 가지 항목을 읽어간다.

하루에 얼마나 쓰레기를 태우는가, 어떤 과정에서 소각되는가, 이 마을에서 하루에 얼마나 쓰레기가 나오는가, 에콜로지란 무엇인가...... 등등, 조사한 데이터가 프린트로 첨부되어 있다. 그것과 아울러 사회 시간에 나온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정리해서 질문이라는 형태로 제출한다고 한다. 확실히 조금 귀찮다.

일사천리로 코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예상되는 대답이 중복되는 것, 너무 어려운 것, 막연한 것을 빼고, 마지막으로 질문형식을 깔끔히 정돈해서 첨삭한다. 불과 5분 정도지만, 그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된 것 같다.

 

 

코이, 이런 느낌으로 어때?

 

, 엄청 나아졌다고 생각해. 역시 도움 받은 게 다행이야. 고마워

 

 

싱글벙글 미소 지으며, 기쁜 듯이 정리한 노트를 가방에 집어넣는 반장. 이렇게 크게 기뻐해주면 도와준 보람이 있다........ 코이는 정말로 부탁하는 방식이 뛰어나서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떠오른다. 이 질문의 선택은 확실히 귀찮았지만, 반장이라면 혼자서라도 여유 있게 만들 것이다. , 이렇게 필사적으로 내게 도와달라고 말했을까?

코이는 스포츠 만능, 성적 우수, 반 애들, 선생님에게 받는 신뢰도 두터운, 지금까지 공부에만 특화된 나와는 다른 진짜 우등생이다. 이런 질문 선별 정도로 그렇게 곤란하지 않다.

, 코이가 이렇게 곤란해하는 것은 사회 견학의 질문 쪽이 아니라, 정말로 귀찮은 것은......

 

 

진짜는 조 편성인가? ......아아, 그런가

 

, 이번 조 편성은 좀 특별하잖아. 그래서 그래

 

 

쓰레기 소각 시설에 관해 다 쓴 자료를 모두 책상 위에서 정리해서, 코이와 머리를 맞대는 형태로, 우리들 1반 명부와 옆 반인 2반 명부를 들여다본다. 죽 늘어서있는 이름, 이것을 반과 관계없이 6인조...... 합해서 10조로 나눠야 한다.

자주성을 존중한다.....라는 교장 선생님의 방침으로, 학생에게 이런 조 편성을 결정하게 하는 우리 학교. 학급 위원이나 도서 위원, 보건 위원의 선출 등도 학생만으로 행해져 선생님이 끼어드는 경우는 대체로 없다.

학년 인원수가 적은 이유도 있어서, 이런 사회과 견학이나 운동회, 소풍 때는 반 경계를 넘어 조를 만드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 1학년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 학년이 올랐을 때 반 편성이 되므로, 전부가 안면이 있는 친구. 그래서, 보통은 정말로 적당히(출석 번호순이나 홀수, 짝수 등) 반을 정해도, 그걸로 불만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 편성은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수학여행 편성인가

 

, 이번 편성이 크게 문제가 없으면, 올해 1년간...... 즉 수학여행까지 같은 반이 돼. 책임 중대해. 초등학교, 마지막 6학년이기도 하고

 

 

빙글빙글하고 작은 손으로 재주 좋게 빨간 펜을 돌리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듯이 얘기하는 반장.

코이가 정하는 다음 주 사회과 견학에서의 조, 그리고 다음 달에 할 소풍에서는 2반의 반장이 반을 결정하고 그것이 2학기에 가게 될 수학여행의 조로 결정된다. 일단, 2반 반장이 다음 달의 반 규칙으로 수정을 한다 해도, 이번에 결정되는 조는 꽤 영향력이 있다 해도 된다.

수학여행이라는 것은, 우리들 6학년에게 제일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그 반에 상당히 영향을 주니까, 확실히 괴롭겠지만........

 

 

뭐 그래도,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은 없을 거잖아? 너무 고민하지 마. 거기에 코이가 결정한 거라면 모두, 반드시 납득할 테니까. 괜찮아, 내가 보장해

 

 

어두운 표정으로 고민하는 코이의 머리――강아지처럼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곱슬거린다――를 팡팡하며 두드리듯이 쓰다듬으며, 나는 격려의 말을 한다.

반장은 다정하고, 누구나 만족하는 길을 찾으려고, 자진해서 책임을 떠맡아 노력하는 타입이라 생각한다. 미래의 꿈만을 위해, 자신의 공부만을 필사적으로 계속 해 온 나와는 다른...... 믿을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친구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녀석이 결정한 반이라면 모두, 납득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 , 아우, 그럴......? , 그렇게 말해주니...... 저기, , , 고마워

 

 

갑자기 해서 놀랐는지, 눈을 둥그렇게 크게 뜨고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숙이며 중얼거리는 코이. 그래도, 마음이 약간 놓였는지, 얼굴은 빨간 채이지만, 기쁜듯한 미소가 보였다. 그 귀여운 미소를 보고 나도 안심한다.

이 학교는 시골이니까....... 라는 것이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뉴스 같은 데서 보는 학교 붕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아주 가끔 싸우는 학생도 있지만,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제비뽑기로 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신뢰받는 코이가 결정한 반이라면, 누구에게도 불평이 나올 리 없다.

때때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우리들은 조의 임시규칙을 끝내간다.

하지만 그래도..... 도중에 나는 펜을 멈추고 코이의 얼굴을 본다. 만약 이 학년에서, 유일하게 주의해야 하는 인물이 있다면......

 

 

아무튼 주의해야 할 사람은, 공주...... 정도?

 

 

도무지 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공주...... 긴장된 분위기를 두른 미소녀의 모습을 상상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 긴 손발과 매우 잘 어울리는 교복, 풍부한 가슴에 장식된 붉은 리본, 코로 비웃듯이 강한 미소를 띤, 언제나 그런 표정.

그 반듯하고 차가운 미모나 모델처럼 아름다운 체형뿐만이 아닌, 정신, 분위기까지 일반인과는 다른...... 오라를 주위에 내뿜는 공주, 신에자키 사오리.

교사마저 그녀에게는 거스르지 못하고, 소문으로는 교장 선생님도 무언가 시설을 만들 때, 신에자키에게 허가를 받는 것 같다. 실제로, 새롭게 증축, 개축된 도서관에 있는 책에는 전부 신에자키 당주 계승자신에자키 사오리 기증이라고 금빛 문자로 쓰여 있다. 초등학생 주제에 책을 기증...... 못된 농담 같다.

그런 그녀와 같은 반이 된다면, 여러 가지로 큰 일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며...... 아니, 애초에 그녀가 이번 반에 납득하지 않으면, 무엇 하나 정해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뭐, 그녀는 평소의 추종자 멤버로 반을 정하면 문제없을 터.......

 

 

앗 응...... 그래, 맞아. 공주가 문제라..... 그래서 말인데, 아키라한테 부탁할 게 그거야.

 

? 그거라니 뭔데?

 

 

아까 전 내가 쓰다듬은 머리카락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어쩐지 어색한 듯이 입을 열려는 코이.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애매한 말투도 이상하고, 무엇보다도 항상 직구 승부인 코이가, 내게 미안한 듯이 눈을 돌리고 있다.

 

 

아키라, 공주랑 같은 반이 되어 주지 않을래? 이건 2반 반장하고도 상담한 거야, 부탁이야!

 

잠깐, , 어째서 내가

 

 

내게 비는 듯이 두 손을 모으는 코이. 호리호리한 팔과 어깨, 내린 머리의 안쪽에서 보이는 가녀린 목...... 그리고 너무 진지한 어조에 순간, 나는 뒷걸음질 칠 생각을 고쳐서 반격한다.

우선 왜 신에자키와 가장 상성이 나쁜 내가 같은 반이 되어야 해? 거기에 그녀에게는 분가관계 등 많은 추종자들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이 들어갈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논리를 세워서 반장에게 부딪치려고 했을 때, 한 순간 빨리 코이가 입을 열었다.

 

 

아키라는 말야, 흥미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지금, 소문이 자자해. 신에자키 집안이, 재혼 문제로 혼란스럽다고. 공주의 어머니가 대단한 갑부와 재혼하는 것 같다고 모두가 그래...... 그래서 공주의 기분이 계속 나쁜 것 같아서...... 지금, 많이 예민한 것 같아.

 

그럼 더더욱, 나 같은 게 들어갈 의미 없잖아. 신에자키의 기분이 쓸데없이 나빠질 뿐이라고

 

 

신에자키가의 소문 같은 건 난 들은 적이 없었다. 아니, 귀에 들린 적은 있었지만, 흥미가 없었으니까 들은 체 만 체 했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흥미 없다.

 

 

아아 진짜, 아니라구. 아키라, 깨닫지 못했어? 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을 합친 사람 중 단 한 사람, 그녀에게 주의를 줄 수 있고, 거기에 그걸 마지못해서라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사람...... 그건 너 밖에 없다구.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하는 말 같은 건 듣지도 않아.

 

?

 

 

반장의 너무나 있을 수 없는 착각에, 반론할 기운마저 솟아나지 않고 아연실색한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거지? 나와 신에자키는 얼굴을 맞댈 때, 서로 싸우기 일보직전처럼 말싸움할 뿐이다.

실제로, 오늘 점심시간 때도......

 

 

, 어라.......?

 

 

점심시간에 있던 일을 생각하고, 목을 약간 갸웃거린다. 고요한 화장실 앞에서 만난 나는, 그녀에게 위험하니까 교실로 돌아가이런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신에자키는 얼굴을 붉히며 화냈지만..... 결국, 교사로 돌아갔다? 그래서...... 내가 도서실에 갔기 때문에, 다시 그곳에 나왔다는 말?

확실히, 그곳에 볼 일이 있었다면, 일부러 교사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내 말 따위는, 공주답게 무시해두면 될 뿐인데...... 설마, 진짜 내가 말해서? 아니, 그럴 리 없어. 지나친 우연이다.

 

 

, 아냐, 우연일 게 뻔하잖아! 코이, 난 싫으니까. 공주와 같은 반이 되면, 어떤 무서운 일을 강제로 떠맡게 될지......

 

그렇게 말하지 마. 그녀가 만약 폭주하면, 멈춰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아키라밖에 없다구

 

그럴 리 없어, 우연이야

 

 

도저히 상대해줄 수 없다. 나는 의자에서 기세 좋게 일어나서, 서둘러 교실에서 떠나자고 결의했다. 주위를 보면, 어느새 반애들은 누구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넓은 교실 안은 나와 코이 둘 뿐. 대화에 열중한 거겠지.

당황해서 시계를 보면, 사쿠라와 약속한 시간에 30분 가까이 늦어 있었다.

 

 

갈게

 

잠깐 기다려줘, 아키라

 

 

빠른 걸음으로 문으로 향한 내 뒤에서 탁탁하는 발소리가 울려, 뒤쫓아 온 코이의 오른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작은 키, 가녀린 외관치고는 의외일 정도의 힘으로, 굳게 내 오른손목을 잡고 놓지 않는다.

 

 

놔줘

 

도망치지 마 아키라. 저기...... 말할까 망설였는데...... 이건 너를 위해서라고도 생각해. 또 그렇게, 공부와 사쿠라짱하고 선생님만을 소중히 하고 가는 거야? 공주나...... 나 같은 타인은 흥미가 없다고, 처음부터 서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잘라내고. 그런 건 외롭잖아! 거기에 만약 미래에 아키라가 공부를 못 따라잡으면 어떻게 할 거야. 머지않아...... 사쿠라짱이나 선생님도 잘라내 버리게 되지 않을까?

 

 

진지한 코이의 목소리...... 그 소리가 내 다리를 얼어붙게 하는 듯이 멈춘다. 사쿠라의 몸에 링겔 관이 꽂힌 광경이 뇌리에 떠올라, 나는 넘쳐 나오는 씁쓸한 침을 어떻게든 삼킨다.

뭔가 반론을...... 공부나 의학 지식은 풍부한데, 하지만 지금은 도움이 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뒤돌아서 코이의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고 목 안쪽에서 필사적으로 소리를 쥐어짜냈다.

 

 

공부는 절대로 괜찮고. 거기에 사, 상관없잖아. 그게, 왜 내가 신에자키와 같은 반이 되어야 할 이유가 되는데?

 

우선 첫째는, 신에자키가 아키라가 하는 말이라면 들을 테고, 너 앞에서는 공주는 별로 고집을 안 부리니까. 그리고 또 하나, 너와 공주는 대등한 친구로서 서로서로 안다고 생각하니까. ――아키라가 신에자키를 인정한다는 건 알고 있어. , 너도 친구와 함께 수학여행을 즐겨줬으면 해. 아키라, 부탁이야. 필사적으로 공부만을 계속해온 너를 쭉 봐 왔어. 소풍일 때도 넌 항상 흥미 없는 것 같아서...... 적어도 수학여행 정도는 추억으로 남겼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코이의 긴장한듯한 표정에, 나는 무심결에 숨을 들이킨다. 밝은 다갈색이지만 살결이 고운 피부, 단단히 닫힌 옅은 분홍빛 입술, 울려는 듯이 뿌옇게 된 큰 눈동자. ――반칙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이런 울 것 같은 귀여운 얼굴로 부탁받고,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거기에, 내가 어딘가 신에자키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 어제까지의 (보쿠)는 정말로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 중에서, 흥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사이가 나쁘든 뭐든――코이 이외의 같은 학년생을 의식한 것은, 신에자키만이라고 해도 좋다.

 

 

아아 진짜, 어쩔 수 없네. 알았어, 내가 나빴다고. 정말이지, 그 얼굴은 비겁해

 

진짜........? 진짜로?

 

 

코이의 큰 눈동자에서, 이제 곧 넘쳐 나올 것 같은 눈물. 그 눈가를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살짝 누른다. 하지만, 닦아내지 못한 눈물이 한 줄기, 갈색 피부 위를 스륵하며 흘러서 떨어져간다.

 

아아, 알았다고. 저기...... 친구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신에자키와 같은 반이라는 건 이해했어. 확실히 기억에 계속 남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친구와 수학여행을 즐기라고 한다면...... 코이도 같은 반이 되어 줄 거지? 저기, 반장은 가장 친한 친구니까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서,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우물우물 중얼거린다. 그 순간, 확하고 꽃이 피는 듯한 미소를 보이는 코이.

 

 

, !! 당연하잖아. 친구니까.....

 

 

포옥......이런 느낌으로, 내 배에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대는 코이. 무심결에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 쑥스러움을 감추려는 거겠지. 반 남자들 중에서 가장 작은 몸...... 접힐 듯이 가녀린 어깨와 호리호리한 목.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우리들은 멋쩍게 웃고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주먹을 가볍게 부딪쳤을 때......

 

 

「――――오빠? 걱정돼서 와봤더니 어~엄청 즐거운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후후, 약속시간보다 40분 뒤랍니다? 40분이나 방치플레이 되다니......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을 테니까...... 라고 어젯밤 말씀해주신 분은 어디의 어떤 분이셨는지? ? 아키라 오빠......?

 

 

등줄기가 얼 듯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 우와아아아앗! , 사쿠라...... 그게!

 

「나, 난 갈게! 아키라 고마워 그럼 또 내일 보자!!!

 

 

도망가는 토끼처럼...... 이라는 말은 정말로 맞는 말이다. 학교에서 기르는 토끼가 도망쳤을 때를 떠올리게 할 기세로, 교실에서 뛰쳐나가는 반장. 눈 깜짝할 순간에 멀어져가는 발소리...... 역시 단거리 달리기, 현재 기록 보유자답다. 아까 전까지 그토록 친구라고 말했던 것이 환상인 것처럼.......

반면 나는, 소꿉친구의 박력에 완전히 압도되어 바보처럼 우뚝 서 있었다. 교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사쿠라를 멍하니 바라볼 뿐.

 

 

별로 신경 안 썼답니다? 그러네요...... 이제 이 시간이라면 곧 선생님이 돌아오시니까, 오빠와 둘 만이서 요리를 만들기는 어려워지겠지만요. , ~언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후훗

 

 

옅은 보라색 스커트에서 뻗어 나온 하얀 다리, 새빨간 란도셀을 매고 약간 주름이 진 핑크색 가디건, 내가 5학년 때, 가정 수업에서 만든 하얀 리본. 어느 것도 전부 어울려서 귀여운, 여동생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소꿉친구의 모습.

하지만, 싱글벙글 미소 짓는 얼굴이 어쩐지 반대로 엄청 무섭다. 겉으로만 오래 교제한 것이 아니다...... 사쿠라는 지금, 맹렬히 화났다.

 

 

, 사쿠라? , 침착하라니까, ? 코이에게 여러 가지 일을 떠맡아서 말야. 저기...... 널 잊었던 게 아니라고. , 당연하잖아?

 

...... 그건 그렇겠죠. ......오빠의 소중한...... 뭐였더라?

 

 

싱긋 미소 지으며 내 바로 앞에 서는 소꿉친구...... 어딘가 오한이 나지만 기분 탓인 게 틀림없다. 진심으로 성심성의껏, 마음을 전하면 반드시 알아줄 것이다.

꺾일 것 같은 자신을 격려하면서, 사쿠라의 어깨를 잡고, 확실히 정면에서 그녀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단언했다.

 

 

가족! , 사쿠라는 소중한 가족...... 여동생이니까, 잊을 리 없어. 가족! 그래, 가족이야! ? 알아줘서 기뻐!

 

......됐어, 어차피 알기도 했고. 전혀 분하지 않아.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 몇 번이나 가족, 가족이라고 말 안 해도 되잖아! ......오빠는 바보, 바보바보바보오오오오오옷!

 

, 어어어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 말이 변명 같이 들린 건가? 마치 울 것 같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진 채 투닥투닥 전혀 안 아픈 주먹을 치켜드는 사쿠라. 보라색 스커트를 팔랑팔랑 휘날리면서, .....하고 때때로 힘없이 계속 휘두르는 로우킥.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잘못 피해서 사쿠라의 균형이 무너져 넘어지거나 하면 큰 일. 나는 일부러 모든 공격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 울고 싶은 건 이쪽......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필사적으로 달래려고 나는 여러 가지를 계속 제안했다.

――결국, 소꿉친구의 기분이 나아진 때는 그 이후로 5분 정도 지난 뒤...... 히이라기 아키라 1일 자유이용권이라는 이유 모를, 엄청 무서운 티켓이 노트에 만들어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