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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와 만난 마지막 날의 짧은 기억. 그것은 가슴 어딘가에, 소중히...... 정말 깊이 간직되어, 결코 잊을 리 없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날 때, 욱신욱신하고 둔탁한 아픔을 수반해서, 언제까지나 내 마음을 계속 상처 입힌다. 그래도, 그 아픔......... 어쩔 수 없는 그 슬픔이야말로, 의사가 된 자신을 떠받쳐 주었던 것이라는 것을, 지금이라면 안다.

 

――계절은 봄, 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내가, 무모하게도 NGO에 참가하려고, 아프리카로 출발하는 당일 아침.

새하얀 병실에 내리쬐는 봄의 부드러운 햇빛과, 바람에 흩날리는 연분홍빛 꽃잎...... 소꿉친구와 같은 이름인 꽃잎이, 열린 창을 통해 들어와, 둥실둥실하고 사쿠라가 누워있는 침대에 흩날리며 떨어진다. 변함없이 온화한 숨소리를 내고 있는, 아름답게 성장한 소꿉친구.

그녀의 고동에 맞추어 삑, , 하고 규칙적으로 소리를 내는 베드 사이트 모니터에도, 연분홍빛 꽃잎이 한 장 팔랑팔랑 흩날리며 떨어졌다.

 

 

사쿠라, 잠깐 진찰할 테니까. 저기, 꺼림직한 마음 같은 게 아니라고. , 제대로 의사가 될 수 있었어. 굉장하지?

 

 

새하얀 침대에 눕혀진 채로, 변함없이 눈이 감긴 채인 소꿉친구를 향해, 새삼스럽게 크게 얘기했다. 대답은 없다. 하지만, 사쿠라가 입은 옷의 앞가슴을 약간 벌리고, 우쇄골에 박힌 IVH의 카테터를 점검.

Intravenous Hyperalimentation 줄여서 IVH――중심 정맥 영양법, 장기간에 걸쳐 스스로 식사를 섭취할 수 없는 환자의 중심 정맥(체내에서 뻗은 굵은 정맥)에 직접, ――카테터를 삽입해, 영양가가 높은 수액을 보충시키는 방법.

여기 닥터의 기술은 명의와 평판이 높고, 나 같은 것보다 훨씬 경험도 많다. 나 같은 게 이런 짓을 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데도 사쿠라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다.

 

 

아프지 않아? 사쿠라?

 

 

밝게 말을 건네 보지만 대답은 없다. 소꿉친구의 가녀린 몸, 뼈가 앙상한 피부, 새하얀 피부에 굵은 바늘이 박힌 부분이 눈에 강렬하게 새겨져, 갑자기 넘쳐흐를 것 같아서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 모니터로 바이탈을 체크. 괜찮아...... 전부 문제없이 안정되어 있어.

아니, 그건 당연하다. 사쿠라는 나 같은 외과의 풋내기가 아니라, 몇 년이나 전부터 베테랑 내과의에게 진찰받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사쿠라의 몸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내 단순한 아집에 불과하다. 아무튼,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할 자격은 없겠지만.

여동생이나 다름없는 소꿉친구와 일찍이 주고받은 약속 같은 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자신만 생각하고 의사를 향해 앞 달려간 나.

그렇게 차가운 나를, 그런데도 따라 오려고 했던 건가? 아니면 우연일까? 간호사 자격을 따려고 도쿄의 간호학교에 입학했던 사쿠라. 하지만 몇 년 전......

 

 

사쿠라, 나도 힘낼 테니까. 너도, 힘내

 

 

작게 속삭이며, 간단한 선물로 사쿠라가 굉장히 좋아하는 먹거리...... 아레르야의 롤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어 두려고 움직인다. 이 녀석이 눈을 떴을 때,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냉장고 안에 있는, 지난주 내가 문병하러 왔을 때 넣어둔 같은 케이크――당연히, 먹은 흔적 같은 건 있을 리 없다.――를 꺼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사쿠라, 빨리 일어나줘. 케이크, ......썩어 버리잖아. 단 걸 좋아했던 너답지 않다고.

 

 

목 안쪽에서부터 넘쳐 나올 것 같은 절규...... 그것을 억지로 누르며, 소꿉친구의 손가락을 손댄다. 깔끔하게 정돈된 손톱――간호사 분이 착실히 손질해준 거겠지――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숨소리를 내고 있는 사쿠라를 계속 바라본다.

NGO에 간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 소꿉친구는 화낼까? 아니면 응원해줄까?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과 다름없이 자란 사쿠라.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지금의 그녀와 대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불가능이다.

 

 

그러면, 갔다 올게. 아프리카는 분명 괴롭겠지만...... 조금이라도, 스킬을 갈고 닦아서, 사람들의 도움이 되고 싶어.

 

 

의학은 자꾸자꾸 진보를 계속한다, 사쿠라는 장래에, 반드시 눈을 뜬다고 믿는다. 그 때, 내가 훌륭하게 의사로서 힘낼 수 있도록,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여기서 의사로서 사쿠라를 치료할 수 있다면, 계속 남아도 좋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머니와 같은 외과의 길로 나아간 내게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경험을 쌓아, 기술을 갈고 닦는 일을.

――분명 사쿠라도 기뻐해 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열린 창을 통해, 차례차례로 들어오는 벚꽃의 꽃잎. 살짝 한 장, 그 연분홍빛 조각을 꽉 쥐고 병실에서 복도로 주저 없이 나왔다. 아프리카――빈부 없는 의료단에서, 힘껏 노력해 보기 위해.

 

 

 

 ◆◆

 

뺨을 따라 눈물이 흘러 내려간다...... 그 감촉으로 나는 깨어났다. 확실한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픈 기분인 채, 천천히 눈을 떠간다.

우선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욕실에서 금방 나와 알몸인 채로 내 가슴에 붙어서, 흐느껴 울고 있는 사쿠라. 목욕 타올로 내 몸을 감싸고 작은 양손으로 매달려있다. 계속 오열하면서, 가녀린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사쿠라, 아파. 아프니까 손톱 좀

 

, 오빠!? 일어났어?! 정말, 바보, 바보! 바봇!!

 

 

아프다고 말하는데도 상관없이, 쓸데없이 손톱을 세우는 소꿉친구. 그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해서, 운 탓이겠지...... 콧물까지 나왔지만, 지적할 용기는 내겐 없다.

 

 

사쿠라, 난 얼마나 기절했었어?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는 욕실 밖에 있는 복도. 심호흡을 하면서, 손을 뻗어 사쿠라의 까만 머리카락을 손댄다.――아직 물기가 남아 있어서 몸도 따듯하다――이 상태라면 대략 5분 정도겠지. 천천히 몸을 일으켜, 훌쩍이는 사쿠라의 손을 잡아당긴다.

 

 

....... 잠깐, 5분 정도라구. 그래도, 몇 번이나 말을 걸어도 계속 내 이름만 부르고 있어서......

 

「――아앗!? 아파, 손톱, 손톱이 아프다고 말했잖아, 바보 사쿠라

 

 

잡은 채인 사쿠라의 손가락이, 내 손등을 꽉꽉 누른다. 피가 나올 정도로 세진 않았지만, 너무 아프다. 찌릿..... 하는 눈초리로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원망하는 듯한 소리를 내는 사쿠라.

 

 

선생님 부르려고 전화하려고 했더니, 계속 사쿠라, 사쿠라 라고 소리쳐서 옆에서 떨어질 수 없어서. 오빠 얼굴을 보면 울고 있고..... 엄청 무서웠어.

 

잠깐 현기증 난 것 같아...... 걱정 끼쳐서 미안

 

 

사쿠라의 손을 떼어 놓고, 볼을 부풀린 채인 얼굴을 향해 목욕 타올을 던진다.

 

 

「――――!? , 걱정 같은 건 안 했다!

 

 

사쿠라의 허둥지둥한 목소리, 그리고 시선을 피하듯이 등지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지금 자신의 상황, 대체 나는 어떻게 된 걸까? 를 말이다.

의식은 선명했고, 욕실에서 나온 뒤의 멍함은 없다. 확실히 초등학생인 (보쿠)라도 자각이 있다. 하지만, 지식이 다르다. 머리의 어딘가가 변했다.

눈을 감고, 제대로 집중하면, 인간의 몸 구조...... 장기가 어떻게 되어 있고, 주요 혈관은 어떤 것이며, 순환기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그런 것이 차례대로 머릿속에 넘쳐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급의학에 대한 지식. 이건 어떤 건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치 미래의 (오레)에게서 현재의 (보쿠)에게 의료와 지식의 데이터가 전송된 것 같다. 그러나, 기억.....이라고 할까 추억은 전혀 없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사쿠라가 장래에.......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기억.

사쿠라와 어머니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에는 무엇 하나 변함은 없다. 사쿠라와 어머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 (보쿠)(오레)를 이어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공포는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족...... 사쿠라와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몇 살일지라도 (보쿠)니까.

그리고, 사쿠라가 저렇게 되는 미래를 절대로 막아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지킨다...... 내 상태가 어떨까? 그건 모르겠지만, 단지 소꿉친구를 지킨다고 심플하게 생각해간다.

 

 

「――사쿠라, 약속할게.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을 거니까

 

.............?!!!!

 

 

뒤돌아보고, 사쿠라의 눈을 바라보며, 강한 결의를 표명하듯이 단언한다. 의사로서 사쿠라의 오빠 같은 존재로서...... 병실 침대에서 잠든 채로, 가녀린 몸에 수많은 카테터가 삽입되어 모니터에 감시되는 소꿉친구의 모습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다.

내가 갑자기 한 선언에 놀랐는지, 큰 눈동자를 데굴데굴 상하좌우로 굴리며, 멍한 표정을 짓는 사쿠라. 그 부드러울 것 같은 뺨이, 단번에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 , .....!? , 그 말은...... 오빠, 저기...... 그러니까......... , ......안 돼, , 기쁜데...... 부끄러워서 말 못해.

 

사쿠라는 가족, 여동생 같은 거니까 말야. 어머니와 나와 사쿠라..... 계속 건강하게 지내고 싶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뭔가 작은 소리로 속닥속닥거리는 사쿠라. 하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도 뭐, 아무리 가족과 다름없어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상했을까?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도 약간 부끄러워져서, 나는 변명처럼 큰 소리로 말하고, 사쿠라 옆을 지나가며 부엌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어어!? 가족!? 여동생?! , 잠깐 기다리라구, 오빠, 뭐야 그거!

 

 

어쩐지 화난듯한 사쿠라의 큰 소리를 들은 체 만체하며 부엌에 겨우 도착해서, 냉장고 안을 체크한다.

――우유, 소맥분, 버터, 닭다리, 당근, 양파, 감자. 역시 어머니, 적당한 식재료는 갖춰져 있었다. 무시무시하게 다가오는 소꿉친구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재빨리 재료를 체에 담아간다.

 

 

오빠, 진짜, 바보, 바보, 바봇!! 무슨 말이야? 설명하라구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부엌에서 소리치는 사쿠라. 마음에 드는 핑크색 물방울이 프린트 된 파자마를 입고 있지만, 당황하며 입은 탓인지...... 바지 앞뒤가 바뀌었다. ――애초에, 왜 사쿠라가 이렇게 화내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재료를 넣은 체를 일단 테이블에 두고, 왜 그러는지 모를 사쿠라를 어떻게든 달래려고, 나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엄청 얼굴이 빨개. 사쿠라, 원숭이 같아. 거기에 파자마도 거꾸로 입었어.

 

 

무심결에 입에서 솔직한 감상이 넘쳐흘렀다. 말이 없는 채, 부들부들 온몸을 떠는 소꿉친구. 그리고 다음 순간, 휙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감자.

 

 

잠깐, 잠깐만, 사쿠라. 진정해, 진정하래도

 

시끄러, 오빠는 바보, 죽엇! 죽어버려!

 

 

흑발을 찰랑찰랑 흩날리며, 전력으로 감자를 던지는 사쿠라. 예쁜 눈동자는 치켜 올라가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노려본다. 퍽 하는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히는 감자.

 

 

, 그만하라니까, 바보 사쿠라! 가족이잖아, 사이좋게 지내자고

 

「――!!! 몰라! 오빠는 바보!

 

 

감자가 끝난 뒤에는 양파, 당근을 내던지는 소꿉친구. 벽이나 냉장고에 부딪힌 그것들이 데굴데굴 바닥으로 떨어진다. 빠각하고 부러진 당근......, 퍽하고 패인 양파. 벽에 일부분이 깎인 감자.

――아무래도, 오늘 밤의 스튜는, 대단히 야성미 넘치는 요리가 될 것 같았다.

 

 

 

 

◆◆◆

 

 

사쿠라, 맛있었어?

 

 

말이 없는 채, 거북한 식사가 끝난 뒤, 내 근처...... 마음에 드는 소파에서 무릎을 껴안고 앉은 소꿉친구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안 해주는 사쿠라....... 변함없이 말이 없는 채, 가만히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슬슬 기분 풀라고. 사과할 테니까

 

 

폭신폭신한 소꿉친구의 뺨을 쿡쿡 찌른다. 사쿠라의 피부는 고와서,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다. 내 오른손을 파리라도 쫓아내듯이 성가신 것처럼 왼손을 흔드는 그녀. 그리고,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본 채로, 사쿠라의 핑크빛 입술이 움직인다.

 

 

오빠, 뭔가 숨기지 않아?

 

 

라며 중얼거리는 사쿠라. 화내는 느낌이 아니라, 진지한 표정. 나를 새까만 눈동자로 잡은 채, 뚫어져라...... 올려다본다. 어딘가 어른스러운 아름다운 표정에, 내 심장소리가 빨라진다.

무엇보다도, 사쿠라의 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 뭐가?

 

요리....... 아키라 오빠가 요령이 좋아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건 알아. 엄청 노력가라는 것도 알아. 그래도, 오늘 밤에 한 요리는 이상하다구. 맛있을 뿐만 아니라...... 만드는 데 익숙하다는 느낌

 

 

사쿠라의 지적에, 꿀꺽...... 침을 삼켜버린다. 확실히 사쿠라가 말하는 대로, 요리할 때, 내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는 느낌이었다. 일일이 생각하지 않아도, 다음에 뭘 하면 좋은지? 를 몸이 알고 움직이는 식으로.

 

 

, 가끔이라고. 전에, 어머니를 도와드린 지 별로 안 돼서 그래. 그래서, 왠지 기억나서

 

 

횡설수설해질 것 같은 입을 집어넣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단언한다. 뚫어져라..... 올려다보는 사쿠라. 그 잘 갖춰진 얼굴을 계속 보지 못하고, 무심코 눈을 딴 데로 돌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납득했는지, 하아......하고 한숨을 쉬는 사쿠라. 팔을 위로 뻗고, 천천히 말을 꺼낸다.

 

 

-, 그럼 괜찮은데...... 어쩐지, 이상하다구. 미묘하게 다정하구. 아무튼, 바보인 건 그대로지만 말야

 

바보라고 하는 쪽이 바보라고. 바보 사쿠라

 

「――!?

 

 

순간, 서로 째려본 뒤, 펑펑하고 쿠션으로 서로 두들기는 우리들. 부드러운 쿠션으로 서로 장난하면서,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내 상태는 될 수 있으면 비밀로 하고 싶었다. 이런 말을 해도, 믿어줄 리도 없고, 애초에 사쿠라에게 뭐라고 말하면 돼?

 

 

미래에 사쿠라는 식물인간이 될 지도 몰라

 

 

그런 무서운 말을 해서 뭐가 돼? 올지 어떨지도 모르는 미래를 무서워하게 해서 어떻게 할 건데?

 

 

아야, 잠깐, 사쿠라, 찌르는 건 그만해, 잠깐, 아파

 

아하하, 여자애를 좋아하다 말게 한 벌이라구, 오빠. 얌전히 있어.

 

 

순진한 미소를 띠는 사쿠라. 조금 전까지의 부풀린 볼은 없고, 즐거운 듯이 미소 지으며 공격해온다.――어딘가, 꼬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단순한 초 S일지도...... 서로 웃으면서, 소파 위에서, 펑펑하고 쿠션을 휘두른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을 힘껏 즐기고, 다시 의사가 된다, 그리고 사쿠라를 지키는 것.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내가 그렇게 결의를 굳혔을 때.

 

 

다녀왔어. 아키라, 사쿠라 짱, 사이좋게 지냈어?

 

 

멀리 현관에서 들려온 그리운 목소리.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눈물이 흘러넘칠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참았다. 당황해서 쿠션을 정리하고 소파의 진 주름을 펴려는 사쿠라.

그 작은 손을 이끌어, 우리들은 나란히 현관까지 마중하러 간다.

 

 

어서 와요, 어머니. 그리고, 다녀오셨어요?

 

선생님, 어서 오세요, 실례 중이에요.

 

그래. 어머, 사이가 좋네, 후후, 진짜 남매 같아.

 

 

현관에서 미소 짓는 어머니의 미소. 쇼트 컷 머리, 입가에 살짝 보이는 덧니. 안경 안 쪽의 기쁜듯한 눈동자. ――그 모습은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한층 더 아름답고 귀엽고, 젊었다. 어머니가 아니라, 누나라고 오해받은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 하고 코에 소독액 냄새가 난다. 그것은 의붓어머니의 향기.

비록 피가 이어지지 않았어도, 우리들은 진정한 가족과 마찬가지다. 의붓어머니의 향기에 싸이면서, 나는 혼자 깊이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