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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편 ②】

 

 

사쿠라는 나한테 정말 여러 가지로 불평――코를 후비는 거라든가 팔꿈치를 대고 밥을 먹는다든가――을 하지만, 그 중에 제일 많은 것이 오빠는 흥미 없는 일에 너무 냉담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며,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나는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다.

――30분 정도 전의 등교 직후에 화장실로 뛰어가서, 교실에 내버려 두고 온 체육복으로 바지를 갈아입은 나는, 그 일로 누군가에게 추궁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전교 조회 시간을 보냈다.

그 때문에, 또 조회에 흥미가 없어져서, 어떤 주의사항이 있으며, 또 오늘부터 부임했다는 학교에 새로 온 교원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듣지 못했다. 만약 중요한 사항이라면 듣기 싫어도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온다......고 항상 하듯이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두근두근하며 보냈지만, 결국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것에 대해, 아무도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원래, 공부만 하던 나와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는 2, 3명밖에 없으니까, 대부분의 반 애들은 눈치도 못 챘을지도.

 

 

안녕, 아키라, 오늘 바지가 체육복?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무것도 아냐. 바보 사쿠라한테 좀 밀려서, 진흙탕에 굴러서 더러워졌어. 안녕, 반장

 

 

교실로 간 뒤에,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의 짧은 자유시간......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친구 중 한 사람――칸나즈키 코이――이 내게 말을 걸었다. 라고 쓰고, 그대로 코이라고 읽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반장.

 

 

후후, 어차피 아키라가 잘못한 거겠지. 정말로 넌 뭐라고 할까...... 정해둔 목표 이외에는 둔한 면이 있으니까. 그게 안심이라고 할까, 밉살스럽다고 할까...... 아하하

 

 

사랑스럽다......라는 이 형용사는 이 녀석을 위해 있는 게 아닐까? 그럴 정도의 매력적인 미소를 띠며, 내 어깨를 팡팡 두드리는 코이. 육상 경기를 좋아하고, 5월인데 벌써 햇볕에 갈색으로 탄 피부, 살짝 웨이브한 고양이처럼 부드러운 갈색 쇼트 컷. 건강하게 단련된 손발.

누가 봐도 건강한 미소녀 외모지만, 이 녀석은 훌륭한 남자. 명랑하고 인기 있는 반장, 칸나즈키 코이.

 

 

냅 둬. , 코이, 이거 고마워. 카피 다 했으니까 돌려줄게.

 

 

모르는 사람이 보면 100% 미소녀인 반장이지만, 그 내면은 책임감이 강하고, 적극적이며, 모두를 끌어당기는 소질이 가득 차있다. 그런 코이, 여동생이나 다름없는 사쿠라와,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에 필사적이고, 존경하는 어머니 이외에는 냉담한 내가 친구......라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약간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며칠 전, 코이에게 빌린 중학교 수험용 기출문제집을 가방에서 꺼내서 준다.

 

 

저기. 아키라, 어때? ......역시 도쿄에 있는 학교에 시험 칠 거야?

 

 

현재, 우리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창립 100년을 넘긴 전통 있는 학교――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단순히 너덜너덜한 건물, 어디에나 있는 공립 초등학교. 전교생은 350명 정도로, 한 학년이 대체로 30명 정도에 1반과 2반으로 나눠서 한 학년 당 60명 정도. 괴롭힘 같은 건 없는, 온화한 학교 분위기이지만, 학력에 관해서는 사립 초등학교에 뒤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대로 시험을 치지 않고 진학한다면 지역에 있는 공립 중학교가 되겠지만, 동급생 중에도 몇 명, 도쿄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있는 학생이 있었다. 문제집을 빌려준 반장은 당연한 것 같고, 어제까지의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아니, 솔직히 좀 애매해졌어

 

헤에, 역시 무슨 일 있었어? 왠지 아키라, 조금 여유가 있는 표정이네. , 그 편이 훨씬 좋아.

 

 

살짝 가볍게 이마를 어루만지듯이 맞아서, 왠지 약간 부끄럽다. 눈앞에서 부드럽게 미소 짓는 코이. 계속 공부만 하던 내게 억지로 말을 걸어, 교과서 이외의 여러 가지 것들을 가르쳐 준 사람은 이 녀석이다.

나만이 아니라, 사쿠라나 다른 후배들에게서도 남녀를 불문하고 절대적인 인기가 있다. 외모는 보통 아이돌보다 귀여운 여자애인데, 속은 두목......이라고 할까, 거물, 그릇이 크다는 거겠지.

 

 

, 모두, 자리에 앉아

 

 

갑자기, 반에서 울려퍼지는 드르륵 소리. 어느새 교실 문이 열리고, 담임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60세 정도로 보이는 남성, 백발에 검은 테 안경, 불독처럼 늘어진 볼.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화내면 매우 무서운 담임......간사이 선생님.

당황해서 자리에 앉는 반 애들, 그리고 전원이 자리에 앉고, 간사이 선생님이 신호처럼 헛기침을 한 순간, 코이의 힘찬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일어서, 경례, 착석!

 

 

덜컹덜컹 책상을 울리며 인사하고 자리에 앉은 뒤, 나는 가방 안에서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복사한 초등학생 전국 통일 모의시험 기출문제를 꺼내서 펼친다. 펄럭펄럭하고 참고서――2달 정도 전에, 어머니에게 졸라서 산 것――를 대강 읽고, 통일 모의시험 기출문제를 힐끗 바라 본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의미가 없........)

 

 

알고 있던 거지만, 이렇게 문제를 보니 확실히 자각했다. 거의 모든 문제가, 본 순간에 답이 나온다.

역시 내 현재의 지식은 파릇파릇한 젊은 의사수준...... , 의학부에 입학할 수 있는 정도의 학력과 의사 국가시험을 클리어할 수 있는 지식, 순발력이 있다. 확실히 입시 직전에는 약간 공부해야겠지만, 그런데도 충분히 합격권내일 것이다.

 ――, 무리해서 지금, 도쿄의 높은 중학교에 갈 필요는 없다는 것.

예컨대...... 여기에서 목표 대학을 바꾸어 동나 경의, 또는 미국의 예일이나 하버드 같은, 최첨단 의료기술을 목표로 한다면, 그것을 목표로 한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나는 어디까지나 NGO나 시골에서 일하는 임상의를 목표로 하고 싶었다.

최첨단 연구나 의료기술도 매우 훌륭하다...... 그건 인류미래의 창조라고 할 수 있다. , 그것을 하려면 무서울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것도 현실이며...... 보통 사람이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손을 뻗을 수 없다.

나는 빈부 같은 건 관계없이, 긴급 구명 현장에서의 의료기술을 익히고 싶으니까. 그렇다면, 도쿄에 있는 중학교에 가는 것보다 사쿠라와 어머니――가족 옆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의료 기구가 있다면

 

 

선생님의 수업을 멍하니 들으며, 작게 입으로 중얼거린다. 머릿속에 지금 선명히 있는 지식과 기술, 그게 혹시라도 사라지지 않도록, 공부보다 수술 스킬을 계속 연습하고 싶었다. 학교 공부보다 의학 스킬을 단련하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의료기구가 없었다. 어머니의 진료소에서 훔친다.......는 건 생각할 것도 없는 것이고, 온라인으로 사려고 해도 가격이 꽤 비싸서 초등학생이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핀셋 하나만 해도 매우 비싼 건 2만엔 정도, 원래 전기 메스, 외과용 전동 톱 같은 위험한 기구는 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어서..... 히이라기 아키라 군, 읽어봐

 

「ㄴ,

 

 

딴 생각하던 나를 지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조금 놀라면서 크게 대답하고 교과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나, 내심 매우 긴장한다. 너무도 진지하게 수술 도구에 대해 생각해서, 어디부터 읽으면 될지 전혀 모른다......

 

 

......42페이지, 아래 문단, 3번째 줄부터

 

 

그 때, 바로 뒤에 앉은 반장이 낸 속삭이는 소리. 당황하면서도 들은 곳을 찾아내, 어떻게든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진 않아서, 간사이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이 끄덕이고 있다.

반장에게 감사하면서, 나는 계속 읽어나간다. 다만 머릿속은, 어떻게 해야 의료 기구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

 

 

점심시간...... 체육관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는 거울을 보며 손을 비누로 씻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부터 손등, 손바닥, 손톱 사이, 손목까지 확실히 거품을 내서, 꼼꼼히 씻어간다. 이것은 거의 습관 같은 것으로, 의식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들여 씻어도, 화장실 대변기 칸에 들어간 친구――칸나즈키 코이――는 아직 나오지 않는다.

반장은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데, 배가 약한 것 같고, 평소에는 누구와도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예외는 점심시간에만, 이렇게 대변기 칸에만 들어간다. 반장이 서서 용변을 보는 모습은, 6년간 아무도 봤던 적이 없는, 어느 의미로는 전설이다.

 

 

어이, 반장, ? 이제 슬슬 됐잖아. 사쿠라가 기다리니까, 도서실에 가고 싶은데

 

-? 아키라. 조회에서 선생님이 말했었잖아, 수상한 사람이 목격됐으니까 주의해달라고. 나 무섭다고, 부탁이니까 기다려줘, ? 아까 수업할 때, 도와줬잖아.

 

 

그런 말을 했었나.....하는 놀라움과, 남자면서 수상한 사람의 어디가 무서워? 라고 불만스럽게 생각하지만, 확실히 반장 외모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소꿉친구인 사쿠라는 귀여움과 예쁜 게 균형 있게 믹스된 약간 한 인상이 있지만, 코이는 100% 귀여운 외모다. 스커트를 입으면, 절대로 여자애라고 생각될 거다.

왠지 메이드복을 입은 코이의 모습이 상상되어, 나는 무언가 거북한 생각이 들었다. 그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이, 화장실 칸 너머를 향해 큰 소리를 낸다.

 

 

아아 진짜, 알았다고. 그럼, 바로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손의 거품을 물로 흘려내고, 손수건으로 꼼꼼히 닦은 뒤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휑하니 교내에서 구석진 곳에 있는 여기...... 체육관 옆에 있는 화장실은, 낮인데도 어딘가 썰렁한 분위기가 있다. 최근 리폼한 바로 직후라 깔끔한데,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그런 어딘가 기분 나쁜 느낌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머, 히이라기 군 아니니? 이런 장소에......그런데, -, 혹시 또 칸나즈키 군과 사이좋게 화장실? 너희들은 항상 같이 있네. 이런 외딴 곳에서까지, 사이가 좋구나.

 

 

그 때, 멍하니 생각에 빠진 내 뒤에서, 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요염함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어른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학생은 한 사람밖에 없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천천히 뒤돌아보고, 예상이 적중한 것을 알고, 그 한숨을 눌러 참았다.

 

 

, 코이 기다리는 중이야. 안녕, 신에자키. 그런 신에자키야말로, 이런 데에는 왜?

 

 

거기에 있던 사람은 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블레이저 교복을 확실히 껴입은 소녀. 검은색 타이츠를 신은 긴 다리가 회색 체크무늬 스커트에서 뻗어 나와 있다. 몇 번이나 도쿄에서 모델로 스카우트되었다는 소문이 난 미모는, 칼 같이 잘 갖춰진 쿨한 인상. 그리고, 초등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큰 가슴...... 그것은 갑갑한 듯이 블레이저의 앞가슴, 빨간 리본을 누르고 있었다.

――옆 반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 신에자키 사오리. 그리고, 나는 이 신에자키 사오리와는 치명적으로 사이가 나쁘다.

 

 

수상한 사람이 나왔다고 선생님이 말했었지? 그래서 순찰. 내가 신에자키가의 영토 내에서...... 이상한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오싹하게 하는 시선이 나를 꿰뚫는다. 그녀의 집, 신에자키가라는 것은, 에도시대부터 이 지방을 지배해 온 영주님의 집안이라고 한다. 메이지가 되고 나서는, 이 지역 유일한 의사 가계로서 대대로, 존경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래, 의사였던 사오리의 아버지가(무책임한 소문으로는 애인과 같이인 것 같지만)실종되어, 급히 내 어머니가 이 지역에 부임할 때까지는......

그리고 신에자키의 장래의 꿈은, 당연하다고 할까, 집을 잇기 위해 의사.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치룬 전국 통일 초등학생 모의시험. 우연히 내가 그 순위를 웃돌아서, 그 때쯤부터 그녀의 악의는 확실히 강해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신에자키 혼자서는 만약의 경우에 위험하다고? 그렇게 위험한 일 하면 안 되잖아.

 

입 다물어, 상관없는 타인인 히이라기 군 같은 사람에게 명령될 만한 기억은 없어. 아니면, 작년 테스트에서 우수했다고 우쭐해 하는 거니? 장난치지 마, 다음에는 절대로 내가 이길 테니까!

 

 

찌릿하고 어딘가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흘기는 그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이 봄의 돌풍에 흔들려, 찰랑찰랑하고 떠오른다.

그 풍경은, 마치 패션잡지에 실린 사진과도 같아서...... 정말로 초등학생으로는 안 보인다.

스파르타라고 소문난 신에자키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명가 사람의 소양으로 무도, 화도, 아악, 다도를 가르친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행동거지에는, 손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딱 긴장감이 감겨 있어서, 섬세한 유리 세공과도 닮은 아름다움과 박력이 있다.

 

 

신에자키에게 명령할 생각 같은 건 없다고. 다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이 걱정하잖아? 거기에, 나는 이제 통일 모의시험 안 볼 거니까

 

「――?! 뭐야 그건, 내게서 도망칠 생각!? 그런 건 허락 못해!

 

딱히 허락받을 필요 같은 건 없고. 화장실 갈 테니까, 위험한 행동 하지 말고 빨리 교실로 돌아가

 

 

맹렬히 타오르는 불처럼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분노를 드러내는 그녀. 도저히 상대해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신에자키의 소리를 들으면서, 재빨리 뒤를 돌아보고, 코이가 있는 화장실 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한 순간 빨리,

 

 

기다렸지 아키라. 고마워. , 도서실에 가자. 사쿠라짱이 기다리고 있어.......근데, ? 공주!?

 

, 바보

 

 

드르륵 열리는 문. 거기서 나타난 반장이 신에자키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공주라는 그 단어를 들었는지, 움찔이라는 느낌으로, 잘 손질된 가는 눈썹을 꿈틀하는 신에자키. 팔짱을 낀 손가락 끝, 그 길고 가느다란 검지손가락이 똑똑하고 움직인다.

――언제, 누가 말하기 시작했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신에자키 사오리의 별명은 공주였다. 우리들이 사는 이 시골에서, 현재도 강한 영향력이 있는 일족의 아가씨. 당연히 그녀의 영향력도 세서 마치 하인처럼 보이는 추종자를 몇 명 거느린 적도 많다. 확실히 공주님.

지금은 어쩐지 아무도 거느리지 않지만......

 

 

!? 히이라기 군, 누가 공주라고!? ......아무튼 좋아요. 다음 전국 모의시험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아. , 도망치기라도 하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잠깐, 난 공주라고 말한 적 없고, 거기에, 그런 일방적인 ㄱ」

 

 

내 항의를 전혀 듣지 않고, 찌릿......하는 시선으로 노려본 뒤 빠른 걸음으로 교사로 돌아가는 신에자키. 검은 타이츠로 싸인 긴 다리를 슥 움직이고, 허리까지 내려온 흑발은 봄바람에 길게 뻗어나가고, 그 뒷모습은 확실히 공주님......이라는 분위기.

뒤 따라가서 불평할까? 하고 순간 생각했지만, 무슨 말을 해도 쓸데없다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도서실에서 사쿠라가 기다리는 중이고.

 

 

저기...... 미안해 아키라. 설마 너하고 공주가 얘기할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놀라서 말야

 

아니, 뭐 상관없어. 도서실 가자

 

 

아직 점심시간은 시작된 바로 직후...... 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도서실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교사로 들어가기 직전, 나는 뒤를 돌아, 힐끗 공주신에자키가 수상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던 쪽을 본다. 거기에는, 어두운 이 변두리 중에서도 더욱 어두컴컴하고, 매우 외로운 분위기. 저런 곳에서 단지 혼자서......

 

 

신에자키, 어째서?

 

 

이상하게 생각한다. 신에자키는 확실히 야무지고, 속으로 그녀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것과 같을 정도로, 그녀에게는 친구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쓸쓸한 곳에 혼자서? 그녀가 한 마디 하면 얼마든지 같이 돌아봐 줄 친구가 모일 텐데?

 

 

? 아키라, 왜 그래?

 

 

순간, 멈춰선 내 뒤에서 신경 써주는 듯한 코이의 목소리.

 

 

아니, 잠깐 좀 그래서. 미안

 

 

밝게 대답하고, 코이의 어깨...... 가녀려서 꺾일 것 같은, 마치 소녀처럼 보이는 거기를 가볍게 치고, 우리들은 같이 복도로 걸어갔다.

 

 

 

 ◆◆◆

 

 

 

점심시간, 이렇게 도서위원으로 대출한 책을 접수할 때의 사쿠라는, 약간 큰 검은 테 안경을 쓴다. 내 어머니가 안경을 새로 맞췄을 때, 필요 없어진 테. 거기에 도수가 없는 렌즈를 낀 것을 그녀는 착용하고 있었다.

예전에 의미 없잖아?라고 놀리자, 시끄럿, 도서위원이라는 느낌 나잖아? 분위기라구라고 대답했다. 확실히, 평소 눈에 익은 소꿉친구의 얼굴보다, 왠지 모르게 날카롭고, 지적이며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분위기라고 사쿠라는 말하지만...... 이 학교에서 도서실을 이용하는 학생은 적어서,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라는 것도, 작년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도서관이 개축과 증축을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쪽에서 책을 읽기 때문이다.

이 도서실은 3층 가장 구석에 있고 낡은 책밖에 두지 않는데다가, 저쪽 도서관에는(내용은 한정되어 있지만) 만화까지 있어서 대인기. 그런 이유로 점심시간은 거의, 나와 사쿠라, 코이 세 명의 전세라고 해도 좋은 상태였다.

 

 

칸나즈키 선배, 오늘 오빠 이상하지 않았어요?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나를 수상한 눈으로 흘겨보면서 소꿉친구가 말한다. 아침에 나빴던 기분이 약간은 회복된 것 같아서,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 사쿠라의 질문에, 창가에서 햇볕을 쬐며 동물 사전을 보던 반장이, 얼굴을 들고 고운 소프라노로 대답한다.

 

 

헤에 그럴까? 별로 느껴지진 않았는데? 후훗,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왠지 어젯밤부터 이상해요. 묘하게 상냥하고. ...... 부끄러운 말해요...... 여전히, 엄청 바보지만!

 

잠깐..... 사쿠라, 그건

 

 

소꿉친구가 말한 부끄러운 말이라는 건 어젯밤, 내가 말한 가족으로서 계속 같이 있을게라는 거겠지. 딱히 타인에게 알려져도, 거짓 없는 본심이니까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다. 그래도, 역시 부끄럽다.

 

 

헤에....... 뭔데? 성실한 아키라가 부끄러운 말을 하다니, 후후, 엄청 흥미 있어. 가르쳐줘 사쿠라 짱

 

 

빙긋 웃으며 기쁜 듯이 이쪽을 보는 코이. 사쿠라와 반장은, 일찍이 내가 발단이 된 사건을 계기로 친해져서,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둘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선후배라기보다는 마치 자매처럼 보인다.

밝고 스포츠를 좋아하며 활동적인 언니와 도서실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도 오기가 있는 여동생. ......아무튼, 반장은 남자지만, 외모는 100% 귀여운 여자애니까 어쩔 수 없다.

 

 

바보 사쿠라. 코이한테 이상한 말 하지 마

 

아하하, 어떻게 할까? 오빠, 알려지기 싫으면 다음에 쇼핑에 어울려줘

 

, 좋겠는데? 그럼 나도 데려가줘. 당연히 아키라가 계산

 

 

제멋대로 말하면서 서로 웃는다. 도서실에 우리들 이외에 아무도 없을 때는, 이렇게 책을 읽으며 잡담이나 때로는 공부하는 게 일과이다. 한가롭고 릴렉스한 분위기.

지금만큼은, 수험도 수술 도구에 관해서도 잊고, 점심시간의 어쩐지 나른한 시간을 사쿠라, 친구와 함께 즐겁게 보내기로 결정한다.

 

 

........ 그건?

 

 

몇 분 뒤, 책을 다 읽고, 창가의 선반으로 가지고 가려던 내 눈에 살짝 눈 아래 있는 풍경이 비쳤다. 그곳은 교사의 구석...... 점심시간 초반에 나와 반장이 있던 화장실 근처.

 

 

공주........

 

 

입속으로 불쑥 중얼거린다. 화장실에서 더더욱 깊숙한 곳...... 사람 그림자가 없는 쓸쓸한 곳에서 모습을 보인 사람은, 틀림없이 신에자키였다. 다시 외톨이로, 이 거리에서는 표정을 몰랐지만, 어쩐지 매우 외로운듯한 분위기.

수상한 사람을 찾기 위한 순찰.......이라기보다는, 그 사람과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고 싶어서 찾길 바라듯이.

 

 

오빠,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냐.

 

 

창밖을 보던 내게 말을 건 사쿠라에게 대답하면서, 천천히 책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가슴속으로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아는 신에자키는, 언제나 강하고 오만,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오늘 본 그녀에게는, 마치 부모를 찾으며 우는 미아와 같은 연약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5학년 때 나는 모의시험에서 전국에서 톱클래스의 성적을 받았고, 그녀도 거의 같았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정말로 공부밖에 생각하지 않고, 주위에 폐를 끼치고...... 어머니나 사쿠라, 그리고 코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도 고생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신에자키는 다른 것을 배우며, 주위의 기대, 명가의 후계자로서의 책임으로 시작해서, 나보다 더 큰 압박 속에서 혼자 싸우고 있다.

 

 

아키라, 사쿠라 짱, 정리하고 슬슬 교실로 돌아가자

 

 

반장의 말에 끄덕이고 정리정돈하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신에자키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뭔가, 불안...... 내 직감이 불길한 예감을 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