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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와 소꿉친구와 재회했더니, 터무니없는 츤데레였던 모양

 

1

 

 

소독액의 코를 찌르는 냄새, 나는 어릴 적부터 그 냄새를 정말 좋아했다. 그건 역시, 어머니의 직업이 의사였으니까...... 라는 게 이유일 것이다.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아버지는 없었다. 남아 있는 기억의 처음은 어머니의 모습 뿐, 아버지가 어떤 얼굴이었는지조차 모르고, 애초에 흥미도 없다.

아직 논이 남은 작은 마을에서 진료소를 열어, 여자 혼자만의 힘으로 애정을 쏟아 준 아름다운 어머니. 안경 안 쪽에서 눈을 가느다랗게 하고 웃으면 힐끗 보이는 귀여운 덧니, 젊은 외모인 채로 조금도 쇠약해지는 기미가 없는 미모.

어렸을 때, 바쁜 나날 속에서, 보기 드물게 어리광부릴 수 있을 때 껴안으면, 여러 약품의 냄새 중에서, 소독액의 알코올 냄새가 한층 강하게 나고, 어느 샌가 내 마음 속에서는 소독액과 어머니의 냄새가 같은 것이 되어 있던 게 틀림없다.

 

 

어머, 후후, 아키라는 참, 어리광쟁이네

 

 

웃음소리를 들으며, 어머니가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것이, 나는 무엇보다도 정말 좋았다.

어머니의 냄새――아니,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계속 성장해서 장래의 꿈으로서 의사에 뜻을 두게 된 것은, 어느 의미로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근처에 사는 2세 연하의 소녀, 사쿠라와는 자주 병원놀이를 한 기억이 있다. 사람이 적은 시골에서, 근처에 사는 아이는 사쿠라밖에 없어서, 그리고 그녀도 내게 잘 따라주었다. 내가 의사, 그리고 사쿠라는 간호사. 망가진 인형이나 봉제인형을 써서, 눈동냥으로 수술 흉내 같은 것을 내던 기억이 있다.

 

 

, 어른이 되면 아키라 오빠하고 같이 병원에서 일할 거야.

 

 

사쿠라의 반짝반짝한 눈동자와, 소녀로서는 잘 갖춰진 얼굴 생김새에 약간 갈팡질팡하면서 끄덕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역시 여자애 쪽이 정신적으로 어른이겠지...... 소꿉친구인 사쿠라는, 어른이 되면 나와 같이 있겠다고 자주 말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의 이야기. 도쿄의 모 유명 중학교에 기적적으로 입학할 수 있었던 나는, 새롭게 시작된 기숙사 생활과, 무서울 정도로 어려운 공부로 너덜너덜 지쳐서, 그런 약속 같은 건 잊어버리고 떠나버렸다. 1년에 며칠만 친가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 며칠도 대량의 과제에 쫓겨 사쿠라와는 몇 시간밖에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 대학입시. 원래 시골의 진료의인 어머니에게 여분의 저축 같은 건 있을 리도 없고, 사립 의대에 들어갈 경제적인 여유는 없었다. 추천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국립 의대에 합격하기 위해서, 매일 죽을 각오로 공부를 계속했다.

놀고 싶었다......라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가슴 속에는 어머니의 등이 있었다. 시골 마을에서, 아침이나 밤도 없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던 어머니의 등 뒤. 그 따뜻하고 다정한 등 뒤를 계속 뒤쫓아 주위 사람들에게 격려 받아 대학에 합격, 그리고 괴로운 연수 기간을 거쳐 드디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곧바로 NGO에 참가하기로 결단했다.

 

통칭――빈부 없는 의료단. 가난한 국가나 분쟁 지역에서, 무상으로 의료행위에 종사하는 의료의 프로패셔널들. 사상, 인종, 종교, 국경도 관계없이 단지 오로지 환자를 계속 구하는 날들.

――처음 1년은 까놓고 말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방해가 되었음이 틀림없다. 일본에서 배운 의료와는 어떤 것과도 다르다. 요구되는 스피드는 굉장하고, 순간의 망설임이 가차 없이 환자의 생명을 빼앗는다.

허락되지 않는 오진...... 치료할 수 있을까 없을까? 를 순간적으로 가려내는 일. 항상 부족한 물자와 지금 있는 기구만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의 판단. 언어와 풍습이 다른 환자들과의 벽.

그리고, 요구되는 고도의 수술 스킬.

처음 1년은, 매일 당직이 끝날 때, 극도의 프레셔로 인해 토했었다. 일본에 돌아가고 싶다고 운 밤은 셀 수도 없고, 지나친 피로로 혈뇨를 흘린 적도 있었다.

여러 가지 언어가 난무하면서, 살기를 띤 가족에게 맞은 적도 전부 셀 수 없다. 구할 수 없는 환자 쪽이 많은 분쟁 지역에서의 의료 행위, 모처럼 치료할 수 있었던 환자가, 퇴원한 다음날 전몰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내 몸에 몇 개의 상처 자국과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는 추억이 생겼을 때...... 서서히 익숙해져갔다. 그렇다, ――각오 같은 것이 내 마음 속에 제대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자신이 의사인 것을 받아들이고, 생명을 구하는 일, 조금이라도 좋아진다고 희망을 계속 갖는 것을 배웠다. 수술 스킬은 아직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에게 자신감이 붙으면서, 기술도 향상되었다.

스탭과 신뢰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서로 보충하는 날들. 고통과 프레셔 뿐이었던 매일에, 조금씩, 달성감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또 1년이 지나, 당초 계획했던 NGO 기간이 끝나고, 일본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을 무렵에는, 나는 상당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거의 전원의 스탭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구한 환자들도 몇 명이나 눈물을 흘려주었다.

 

 

헤이, 아키라, 또 봐. 기다릴 테니까, 빨리 돌아오라고

 

 

처음 1, 나를 실컷 꾸짖고 지도해 준 의료단의 치프――세르게프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기쁜 나머지 눈물이 흘러넘쳤다. 세계에서도 톱 클래스인 구급 의료 팀의 리더에게 칭찬받은 것, 그건 엄청나게 명예로운 것이니까.

어쨌든 지금은, 시골에서 의사를 계속하는 어머니를 3년 만에 만나고, 다시 여기에 돌아올지 생각하자...... 아니, 분명 돌아오게 된다. 고 생각하면서, 나는 짐을 덕지덕지 짊어지고, 모두에게 인사를 한 뒤 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 비행기가 모든 시작이 되리라는 것을, 무엇 하나도 모르는 채로.

 

 

 

 

◆◆

 

......그건 테러였는지, 단순한 사고였는지, 내게는 알 길이 없었다.

, 어쨌든...... 탑승한 비행기――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 국제 공항발, 런던, 히스로 비행편은 추락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한 순간......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크게 흔들리고, 찢어지는듯한 비명이 들렸다고 생각했더니, 몸 전체에 붕.......하는 무서운 느낌이 습격했다. 고층빌딩에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의, -웅하는 감각을 몇 배나 크게 한 듯한 느낌.

무슨 일이 일어났지? 전신을 덮치는 감각...... 이것은, 추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무중력 감각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내 두 발은 공포로 바짝 섰다. 어느 샌가 눈앞에 산소마스크가 흔들흔들 거리고 있어 긴급사태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침착하게 산소마스크를 장착하고, 다리를 껴안듯이 상체를 숙여주세요. 반복합니다. 침착하시고 산소마스크를 장착한 뒤, 다리를 껴안듯이 상체를 숙여주세요.

 

 

, 거짓말이지!?

 

 

주위를 울리는 여러 가지 언어로 된 비명과 여러 신들을 향한 기도. 나는 무교였기 때문에 기도할 신은 없고, 대신에 뇌리에 떠오른 것은, 어머니의 변함없이 아름다운 미소와 친가 근처에 사는 2세 연하이자 여동생처럼 귀여워했던 소꿉친구, 사쿠라의 모습이었다.

그 뒤 차례차례로 떠오른 것은, 빈부 없는 의료단에서 함께 지냈던 동료들의 미소. 구할 수 있었던 환자...... 그리고 도와줄 수 없었던 사람들의 얼굴. 주마등......이라는 것은 정말 맞는 말로, 진짜로 밑도 끝도 없이 여러 장면이 머리에 떠오른다. 공포로 딱딱하고 이빨이 부딪히고, 비명과 같은 나약한 목소리가 목 안쪽에서 흘러넘친다.

 

 

, 그런......

 

 

지금까지 많이, 사람들의 죽음을 진찰해왔다. 옮겨 들어온 순간,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을 아는 환자는 셀 수 없을 정도이고, 구급 치료를 했다고 해도 약이 충분하지 않아서 죽은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아니, 치안이 나쁜 지역이었기 때문에, 유탄이 난무하는 곳에서 피난한 적도 있다. 강도에 습격당해서 지갑과 옷을 빼앗긴 적도......

그런데도, 확실히 닥쳐오는 죽음이라는 것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무섭다. 그래,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 본능...... 생물로서의 본능이, 전력으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쳐서, 내 마음을 공포로 분발케 하려고 한다.

 

 

,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앗

 

 

옆 좌석에 있는 흑인 중년이 벌벌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신에 기원을 바치고 있다. 굉음과 추락하는 충격 속에서, 기원하는 말만은 왠지 확실히 들리는구나...... 하고 머리로 어디선가 멍하니 생각하면서도, 나도 공포로 무서워하며 울고 있었다. 패닉으로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아니, 마음의 움직임을 뇌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은 상황.

시간으로 따지면, 분명 몇 초겠지. 하지만 그 몇 초는, 물엿처럼 꼬물꼬물하고 길게 늘어져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다. 머릿속 일부는 변함없이 어머니와 소꿉친구의 모습을 비춘다. 다른 부분에서는, NGO 동료들이 미소 짓고, 환자들의 표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져간다.

입에서는 비명과 군침이 넘쳐나고, 모처럼 동료에게 받은 슈트에 얼룩이 진 것을 보고, 그것을 아깝다고 느끼는 나를 느낀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모두가 공포로 전부 칠해져, 거기에서 도피하기 위해, 또 어머니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른다.

 

 

『――침착하게 산소마스크를 장착하고, 다리를 껴안듯이 상체를 숙여주세요. 반복합니다. 침착하시고 산소마스크를 장착한 뒤, 다리를 껴안듯이 상체를 숙여주세요.

 

 

어떤 국가의 말로 반복되는 기계음. 그 미친 듯이 큰 볼륨마저, 내게 공포를 느끼게 한다. 빙빙 주위가 돌아가는 감각. 급격한 기압 변화로, 참지 못할 구토감과 두통. 귀 울림에 참을 수 없다. 아니, 언제 고막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일 것이다.

――이제, 살아나지 못하겠지. 라고 뇌 일부에서 멍하니 생각하면서, 나는 꾸물꾸물하고 오른 팔을 움직여간다. 눈앞에 매달린 화려한 오렌지색의 산소마스크에, 간신히 손가락 끝이 닿는다. 산소...... 고농도의 산소를 들이마시면 동맥혈 산소 분압이 정상적으로...... 두서도 없이 떠오르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지식. 압도적인 공포로 실신할 것 같은 의식 속에서, 나는 입에서 위액이 섞인 침을 발밑으로 토해내고, 제대로 산소마스크를 장착했다.

눈을 감고, 몇 번이나 심호흡을 반복한다. 기관을 빠져나가는 차가운 산소, 그 감각......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두근두근하고 파열할 것 같은 심장을 느끼며, 나는 전신의 모든 힘을 담아서 절규를 지른다. 주먹을 꽉 쥐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인생 마지막의 우렁찬 외침을 계속 지르고 있었다.

땅과 격돌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있다는 생각과 빨리 기절해서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 엉망진창인 머릿속에서, 단지 계속해서 큰소리를 지르고.....

 

 

아키라 오빠, 괜찮아!?

 

 

어딘가 익숙한 소리로 나는 눈을 뜬다......(보쿠)? (오레)? 아니, 어라? , 여긴?

두리번두리번하고 주위를 바라본다. 여기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목욕탕, 본 적이 있는 세면기와 의자. 그리고, 그 의자에 앉아 쓱쓱 등을 닦고 있는 초등학생 정도의..... 사쿠라!?

 

 

? , ?! 어라, , 비행기는? 그보다......어라.....?

 

 

허리 정도까지밖에 닿지 않는 미적지근한 온수에서 확하고 일어나면서, 나는 혼란의 극지에 있었다. 기억이 왠지 터무니없고 이상하다. 무엇보다도 몸이 작다...... 아니, 작은 건 당연...... 왜냐면 초등학생이니까. 왜 이런 생각을 한 거지? 마치 나는 어른 같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키라 오빠, 괜찮아? 현기증 났어?

 

 

거품투성이인 몸으로, 내 얼굴을 사이에 두고 양손을 뻗어오는 사쿠라. 걱정스러운 듯이 똑바로 응시해오는 큰 눈동자가, 매우 아름답게 보여서...... 나는 기쁜 건지 부끄러운 건지, 변함없이 혼란스러운 기분인 채, 난폭하게 그 양손을 뿌리친다.

 

 

괜찮다고. 나 참, 애초에 사쿠라가 주스를 흘린 게 나빠.

 

「――!? 그렇지 않은 걸. 오빠가 간지럽힌 게 나빠! 저렇게 되면 누구라도 웃잖아.

 

 

뿌우 하고 볼을 부풀리면서, 나를 흘기는 사쿠라. 일본인형 같은 흑발의 직모가 물에 젖어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와 등에 붙어있다. 그것이 왠지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서...... 이상하다, 지금까지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얼굴이 왠지 뜨거워진다. 소꿉친구인 사쿠라와 같이 목욕한 적은 셀 수 없이 많고, 이 녀석은 얼굴은 뭐 좋다고 해도 성격은 최악인데...... 뭔가, 많이 이상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무심코 사쿠라의 새까맣고 커다란 눈동자를 바라보게 된다.

 

 

, 뭐야, 갑자기 입 다물고는. 바보!

 

 

그것이 사쿠라를 화나게 했는지, 이 녀석은 갑자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갑자기 세면기의 뜨거운 물을 마구 퍼붓는다.

 

 

, 시끄러워, , 먼저 나갈 거니까

 

 

이 녀석의 알몸을 보고, 뭔가 어떻게 되었다는 이유도 아니다――애초에, 사쿠라는 초등학생에 가슴은 평평하다――그래도, 왠지 엄청 부끄럽다. 분명 내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겠지. 소꿉친구의 몸이 가능한 한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욕조에서 발을 꺼내고, 뜨거운 물로 젖은 타올을 걸치고 밖으로 향한다.

 

 

, , 기다리라구. 나도 나갈 거야.

 

 

주스로 더러워진 몸을 씻고 온수로 거품을 흘려낸 사쿠라가 힘차게 내 옆에 선다. 이 녀석은 정말, 항상 옆에 붙고, 가끔 방해......는 아닌데, 어쩐지 나는, 이렇게 같이 놀 수 있는 때는 지금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한 적 없는데......

 

 

, 사쿠라. 등 닦아줄게. 뒤 돌아봐

 

?! 오빠가 상냥하다니, , 왜 그래? 진짜로 괜찮아!?

 

, 진짜, 괜찮다고. , 빨리 뒤 돌아보라고. 바보 사쿠라!

 

 

목욕 타올을 들고, 우리들은 싸우듯이 장난치면서, 서로의 몸을 닦아준다. 탈의실에 있는 창문 밖은 이미 어슴푸레해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급환으로 오늘 밤도 늦어진다고 말했었고, 사쿠라의 부모님은 매일 밤마다 일을 한다. 오늘 밤도 소꿉친구와 둘뿐이라서 떠들썩한 밤이 될 것 같다.

 

 

사쿠라, 오늘 밤은 스튜를 만들어 줄게.

 

 

떠드는 사쿠라를 달래면서, 그 윤기 나는 흑발을 닦으며 나는 말했다. 냉장고에 재료가 있다면....... 이 전제인 말이지만, 왠지 오래간만에 요리하고 싶은 기분. 냄비로 부글부글하고 익혀서...... 그래, 사쿠라는 별 모양으로 자른 당근을 좋아했었지.

 

 

!? 오빠가 요리? 아하하

 

뭐야, 이래봬도 의대에서 혼자 자취할 때는, 계속 요리했으니까...... 어라? 자취에, 의대?

 

 

의대.......라니 뭐야? 뭔가, 뭔가 이상하다. 내 전신에서 핏기가 빠지고, 시야가 어둡고 좁아져가는 느낌. 공연히 목이 마르다.

 

 

오빠? 역시 좀 이상하다구. 선생님 불러 올까?

 

 

걱정스러운 듯이 양손을 잡는 사쿠라. 작은 그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열을 느끼며, 나는 질질 바닥에 주저앉는다. 의식이 끊길듯한, 혼탁해질 것 같은 느낌. ――마치, 마취 투입에 분량을 잘못 넣은 것 같은 둥실둥실한 만취감.

맙소사, NGO에서는 그 나름대로 마취의도 해냈는데...... 이러면, 또 세르게프에게 혼나잖아.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사쿠라가 뭔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것 같지만, 그 소리는 귀에 닿지 않는다.

내 몸을 덮는듯한 자세인 채 패닉이 된 사쿠라. 눈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아, 이건 장래 엄청난 미인이 된다. ――아니, 미인이 됐던가? 사쿠라의 어리면서 잘 갖춰진 얼굴 생김새를 올려다보면서,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한다.

흔들흔들 내 몸을 흔들면서, 전력으로 매달리는 사쿠라. 그 몸의 부드러움과 온기를 느낀다. 대체,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나는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졸린 것뿐...... 난 단지, 많이 졸린 것 뿐........

 

 

괜찮다니까, 사쿠라. 만나고 싶었을 뿐이야. 사쿠라와 어머니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었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입으로, 어떻게든 말을 끝마쳤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말이 되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도...... 아무튼, 상관없나.

마치 추락해가는 비행기를 타는듯한 느낌이 들어, 생각하기도 귀찮다. 빙글빙글 도는 시야.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