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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과 개

 

<<전 이야기

데이트라는 건 뭘까요.....

게다가 2분할 되었습니다.

데이트 편은 다음으로 완결입니다. 죄송합니다.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고백한다.

 

 

1,

 

하치만에게 외식이라는 건 싸고 보통, 비싸고 그럭저럭의 두 종류 밖에 없다. 전자가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곳. 후자가 무슨 일이 있었을 때 여럿이서 가는 곳요컨대, 하치만에게는 거의 인연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하루노에게 이끌려 간 곳은, 그 둘의 어느 쪽과도 다른 곳이었다. 그럭저럭 비싸고 멋지며, 보이는 건 리얼충 밖에 없다. 혼자서는 절대 들어가지 않으며 그 이전에, 후보에 올리지도 않겠지.

 

메뉴도 분명 일본어로 쓰여 있을 터지만, 옆에 사진까지 붙어 있는데, 내용이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얼굴을 찡그리는 하지만을 보고, 하루노는 미소를 띤다. 당황하고, 곤란해하는 하치만을 보고 즐기는 중이다.

 

 

하치만, 뭐로 할래?

 

하루노의 추천으로

 

지갑은 괜찮아?

 

(loan)까지 끌어다 쓴 이상, 저한테 무서울 건 없어요.

 

 

남녀 둘이 나가서 여자에게 지갑을 열게 하는 시점에서, 남자 체면 따위 이미 부서졌다. 이제 와서 다소의 기세로 돈을 써봤자, 만회는 불가능하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면, 좋을 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

 

하루노는 익숙한 행동으로 점원을 불러, 메뉴를 가리키면서 주문한다. 가벼운 식사는 아니고, 음료수뿐인 것 같다. 메뉴명을 소리로 들어봐도, 하치만이 이해한 것은 그 정도였다.

 

 

자주 와요? 이런 데

 

혼자 느긋이 있고 싶을 때려나. 보통 가게라면, 대시 받아서 귀찮아.

 

하루노한테 말을 걸다니, 상당한 챌린저도 있군요.

 

 

소부고교에서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하루노가 혼자 있는 때가 학교 내에서는 거의 없다. 자신이 그 혼자 있음에, 하치만은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런데도 하루노가 전혀 간파할 수 없음에, 낙담함과 동시에, 안심한다.

 

 

몰랐어? , 제법 인기니까

 

상대편 남자가 무시되는 장면이 눈에 떠오르는 것 같아요.

 

하치만이 예상할 만큼 원 패턴은 아닐 텐데?

 

바로 죽일까, 나중에 죽일까의 차이 정도겠죠?

 

유감, 오답! 바로 죽일까, 약간만 기다렸다가 죽일까야. 나중에라니 시간낭비인걸.

 

 

높은 소리로, 유쾌한 듯이 하루노는 웃는다.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하루노는 한다면 한다. 그 결과, 상대편 남자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까지 예상하고 그런 대응을 하는 것이다. 남자와 맞서는 여자의 기분 같은 건, 남자인 하치만은 알 리도 없지만...... 하루노가 여성으로서 유례가 드문 정신력을 지닌 것만큼은 이해했다.

 

 

시험 삼아 교제해 봐야지라든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하치만은 잘 모르는 사람한테, 자신의 시간을 쏟고 싶어?

 

티끌만큼도 싫네요.

 

그치?

 

 

하루노와 사귀고 싶은 건 아니다. 심정은 오히려 반대다. 내뱉고 나니 꽤나 적당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하루노가 한 대답은 뜻밖에도 정곡을 찔렀다. 자신에게는 절대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본 적 없는 모르는 여자가 고백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잘 아는 여자에게라면 OK할거냐 물어봤자, 그것도 상상이 안 된다. 역시 뭔가 이유를 대고, 거절할 것 같다.

 

비록 상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 해도, 이쪽이 상대를 마음에 들어한다고는 할 수 없다. 선택할 입장이냐, 고 사람들은 말하겠지만,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의 시간을 대가로 하는 상대다. 약간 정도 가려낼 권리는, 누구라도 있겠지.

 

그리 생각하면, 연인이 있는 사람은, , 남편이나 아내가 있는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사람이라면에 도달했는지 신경 쓰인다.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자신의 부모님이다. 친아들에게 미인계에 속지 말라며 진지한 얼굴로 철저히 가르치는 부친이다.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 그 사실만으로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런 부친도 한 여자를 찾아내고 이 사람이다.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 애를 둘 낳고, 가족전원을 기르고 있다.

 

자신이 그렇게 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없다. 장래의 꿈은 전업주부라고 공언하는 하치만이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자신을 상상했던 적은 의외일 정도로 적었다.

 

 

.......언짢은 표정인데, 격에도 안 맞는 생각하는 거 아냐?

 

아니에요. 낼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암산했을 뿐이에요.

 

틀림없이 남녀의 관계란같은 생각하는 줄 알았어.

 

 

핵심을 찌른 하루노의 질문에, 하치만은 포커페이스를 관철했다. 표정으로는 나오지 않았겠지만, 하루노를 상대로 다 속일 수 있었을지 자신 없다. 대인 상대로는, 유례없는 강력함을 자랑하는 괴물이다. 하루노 앞에서 비밀을 비밀인 채 넘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팬터마임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꽤 대단하지 않을까, 학생회에 입회당한지 약 반년. 상당히 경험은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여태껏 하루노의 형체는 보이지 않는다.

 

팬터마임 : 움직이지 않고 말도 없이,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것.

 

 

아무튼, 그건 됐어.

 

 

확신이 없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다만 찔러봤을 뿐인지. 하루노는 빨리 단념하고 화제를 바꿨다. 하루노에게 들키지 않게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 하치만은 물을 마신다.

 

 

오늘은 지금부터 영화라도 보러 갈까 생각하는데, 하치만은 뭔가 보고 싶은 거 있어?

 

특별히 이렇다 할 건...... 그래도, 요샌 안 봐서, 가면 뭔가 보고 싶어질거라 생각해요.

 

그건 다행이네. 옷 보고 카페 들렀다 영화 보고, 꽤 고정적이라고 할까 평범한 코스지만, 지루하지 않아?

 

하루노와 같이 있는데 지루할 리 없어요.

 

 

솔직히 이미 피곤하지만, 그건 말하진 않았다. 그런 건 하루노도 충분히 알겠지. 어쨌든 (하치만을) 쓰는 본인이니까. 하치만의 모범적인 해답에는, 다른 의미도 충분히 담겼지만, 하루노는 깨닫지 못한 척했다. 자신에게 형편이 나쁜 건 건드리지 않는 모습이, 평소의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그럼 다행이야. 그럼 여기에서는, 잡담이라도 할까. 요새 코마치 짱은 어때?

 

여전히 세계 최고로 귀여워요.

 

세계 최고로 귀여운 건 내 유키노 짱인데?

 

........

 

.........

 

 

사람이라도 죽일듯한 표정, 이라는 건 이런 것을 말하려나. 하루노의 얼굴에는, 일체의 미소가 사라졌다. 자신의 얼굴을 볼 순 없지만, 이 때는 하치만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몇 초정도 상대를 봤을까. 먼저 숨을 내쉰 사람은 하치만이었다.

 

 

그만할까요. 이 문제를 끌고 가면, 서로 피 보게 될 것 같고 거기에, 결말도 안 나.

 

그러네. 유키노 짱은 귀엽지만, 코마치 짱도 귀엽기도 하고

 

여동생 분도 귀여워요.

 

고마워. 그래도 안 줄 거야?

 

 

쿡쿡 하루노가 웃는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죽일 것 같은 표정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동생에 대해서라면, 하루노는 약간 인격이 바뀐다. 그 정도로 유키노를 좋아하는 거겠지.

 

하루노에게 가장된 웃음을 돌려주면서, 하치만은 카루이자와에서 잠깐 얼굴을 맞댄 연하의 소녀를 떠올린다. 자매답게 하루노와 많이 닮은 생김새였지만, 방향성이 상당히 다르다. 그 뿐 아니라 하치만은, 유키노에게 자신과 비슷한 뭔가를 느꼈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얼굴을 맞댈 뿐인 자신이니까, 이 정도로 걱정하는 것이다. 피가 이어져, 매일 집에서 얼굴을 맞대는 동성인 여동생의 입장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의외로 어렵네요, 적당한 화제라는 건

 

말에 익숙하지 않은 증거네? 그럼 트레이닝이라도 할까. 하치만이 먼저 꺼내 봐? 난 거기에 대답해 줄게.

 

갑자기 허들이 올랐군요.......

 

 

머리를 쥐어짜는 하치만을 보고, 하루노는 웃는다. 이렇게 되면 하루노는, 자신부터 화제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쪽이 당황하면, 그녀는 언제까지도 그것을 볼 것 같다. 하루노는 유능한 사람이지만, 악취미다. 남이 곤란한 모습을 보는 건, 하루노의 기뻐하는 것 중 하나다.

 

숨겨진 약점을 드러내는 것도 부아가 난다.

 

뭘 말할까. 머리를 쥐어짜낸 결과, 하치만은 자신에 대해서 말하기로 했다. 결코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있고 하루노에게는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웃게 할 자신은 없지만, 지루할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

 

아무 얘기도 안 하면 그건 그거대로 가시방석이다. 같은 자리라면 앉는 곳은 자신이 선택한다. 반 자포자기한 하치만은 중학교 시절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왠지, 미안해?

 

아니, 사과받아도 난처합니다만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화제는, 역시 받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하루노는 유달리 드문 딱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평소 볼 수 없던 하루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플러스지만, 하치만의 마음도 큰 데미지를 받는 중이다. 토탈하면, 확실히 마이너스였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네. 하치만에 대해서, 나 엄청나게 오해했어. 앞으로는 아주 약간 정도 하치만한테 상냥하게 대해줄게요.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려?

 

하루노, 즐기고 있죠?

 

잘 아네. 아니,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네, 하치만은

 

즐기셨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갈까요

 

 

 

 

 

2,

 

,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죽는 영화하고, 사람이 많이 죽는 영화하고, 사람이 엄청나게 죽는 영화하고 어떤 게 좋아?

 

사람이 죽는 영화밖에 안 해요?

 

 

이마를 짚으면서 예정표를 본다. 하루노가 말했던 것은 각각, 비련물 같은 연애영화와 할리우드 스타를 전면에 등장시킨 액션영화와 사회쟁점영화 전쟁영화 3개다. 그 이외는 적당한 시간이 없다. 3개 중에서라면, 하치만이 선택하는 건 정해졌다.

 

 

저라면 액션 영화일까요.

 

여자애하고 같이 보는데? 그 생각은?

 

우선 전쟁영화는 논외입니다. 작품의 완성도는 둘째 치고, 쓸데없이 마음을 무겁게 할 필요도 없겠죠, 우리 둘이서는 사회쟁점영화도 아니죠. 남은 2개는 단순히, 그런 연애영화는 내 취미는 아니라는 이유로 그렇습니다만..... 보고 싶습니까? 이런 연애영화

 

나도 취미는 아닐까

 

그럼, 3개 중에서는 소거법으로 액션이 되네요. 분위기도 그리 어둡게 안 돼서 좋지 않을까 하고

 

. 나도 이 3개 중이라면, 이걸로 골랐으려나. 그런데, 아까 전부터 힐끔힐끔 저길 보는 거, 난 알아챘는데?

 

 

히죽히죽 웃는 하루노에게서, 하치만은 눈을 딴 데로 돌렸다. 뒤가 켕기는 건 아니다. 단지 이번 달부터 공개된 프리큐어 영화가 신경 쓰여서 보고 있었을 뿐. 후보에 오른 3개가 아니라, 저걸 보고 싶다 같은 엄청난 생각은 안 했다. 프리큐어가 명작이라는 건 하치만에게는 확고한 진실이지만, 이런 때 보기에 좋지 않은 내용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저건 명작이다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그 말을 입으로 낼 때는, 상황을 잘 생각해야겠지. 하루노 상대로 프리큐어는, 어떻게 봐도 NG.

 

 

하치만이 보고 싶으면, 같이 봐 줘도 좋아요?

 

좀 봐주세요. 그런 수치 플레이 취미는, 저한테는 없어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하치만이 부끄럽다니까 참을게.

 

 

그거야 재미있겠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하치만도, 변대 입장이면 보고 싶어할 게 틀림없다.

 

 

팝콘이라든가 먹을래?

 

음료수만 마실게요. 제가 사올게요. 뭐가 좋아요?

 

아이스티로 부탁해. M사이즈야

 

알겠습니다.

 

 

영화관에서 팝콘은 흔하지만,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소리내기도 꺼려진다. 외톨이는 평범하게 행동하는 부분에서는 눈에 띄는 게 싫다. 레지 카운터에서 보이는 맛있을 것 같은 프레젤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음료수를 사서 하루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씨어터 안으로.

 

프레젤 : 막대, 매듭 모양의 비스킷의 일종.

 

 

휴일 낮, 대중을 대상으로 한 액션 영화지만, 첫 공개부터 2주째라는 이유도 있어서, 사람들은 드문드문했다. 커플보다 친구 느낌인 사람이 많은 건, 보통 커플이라면 연애물 상영관으로 가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아 약간 기분이 우울해졌지만, 옆에 앉아 빨대를 무는 하루노를 보면, 그녀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잘 안다. 평범하지 않다면,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하겠지. 무엇보다, 사람이 적다는 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자고 싶어지면 어깨 빌려줄 테니까

 

일어날 테니까 괜찮아요.

 

.........

 

.........

 

.............빌려줄게, 라고는 안 해?

 

딱히 나부터 할 말은 아니라서. 쓰고 싶으면 써도 상관없어요. 내 어깨라도 좋다면

 

갖다 붙인 것 같아서 시시해

 

 

-- 항의하는 하루노를 가볍게 받아넘기자, 영화가 시작된다.

 

특별히 새로운 설정은 없었지만, 액션영화답게 적당히 즐길 거리가 있었다. 대충 보아하니, 하루노도 때때로 입을 열고 -하고 있었다. 취미에 안 맞아 재미없다는 일도 없는 것 같아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영화관에서 나오면, 황혼이 지고 있었다.

 

앞으로의 행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 휴일, 언제까지 같이 있겠다고 정했던 건 아니다. 슬슬 적당한 시간이니까 여기서 헤어져야, 저녁식사할 곳을 정할 필요가 있겠지. 지출이 겹치지만, 론까지 한 하치만에게 더 이상 무서운 건 없다.

 

 

저녁식사는 어떻게 할까요?

 

시간은 괜찮아?

 

숙박이라든가 하면 곤란합니다만, 막차까지 집에 갈 수 있으면 괜찮아요. 코마치가 이러면 부모님도 불평 하나라도 하겠지만, 나라면 딱히 뭐라고는 안 해요.

 

신용 받고 있네, 부모님에게

 

이런 건 방임주의라고 합니다.

 

 

내친듯한 말이지만, 부모님과의 거리감은 싫지 않았다. 코마치 만큼 손이 안 갈 뿐이고, 지켜봐주긴 한다. 필요이상 간섭받지 않는다는 건, 하치만 성격으로 볼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불만이 있다면, 그런 처지에 놓인 하치만을, 코마치가 걱정하는 것이지만..... 가족에게 바라는 하치만의 희망은, 코마치가 건강하게 자라준다는 것뿐이다. 걱정시키는 건 미안하지만, 그것을 빼면 최고의 환경이었다.

 

 

나한테 맡긴다는 걸로 OK?

 

어딘가 정해둔 데 있어요?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말야...... 시간이 OK라면, 괜찮으려나 별로

 

어디 갈 생각인데요?

 

무드 있는 곳. 남자애와 여자애가 같이 있으니까, 마지막 정도는 그런 데로 가야겠지?

 

 

 

 

 

 

3,

 

목적지를 듣지 않고, 하루노에게 끌려간 곳은 공원이었다. 단지 안에 있을만한 작은 공원은 아니고, 산책길 같은 것도 있는 넓은 공원이다. 밤의 장막이 내리기 시작한 공원은 사람 기척은 없었지만, 제대로 전등이 있어서, 어슴푸레하지는 않았다.

 

하루노 뒤에서 걸으면서, 하치만은 날뛰는 마음을 억누르는데 필사적이었다. 리얼충이라고 해도 양갓집 태생인 하루노는, 불량은 아니다. 놀긴 하지만 밤에 나가 경찰에 보도된 적은 전무한 학생생활을 보낼 것이다.

 

그러니까 밤, 질 나쁜 무리가 어떤 짓을 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은 커플이 들르는 고정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무리에게도, 형편 좋은 곳이다. 커플 같은 건, 질 나쁜 무리의 좋은 먹이다. 그런 무리는 없는지, 걸으면서 주위를 탐색한다. 오토바이 소리는 나지 않고, 이야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저런 무리는 기본적으로 큰 소리로 말하니까, 어느 정도 떨어져도 알아들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는 건, 근처에 없다는 뜻이다.

 

지면의 체크도 잊지 않는다. 쓰레기가 떨어졌으면 그 안까지 검시한다. 담배꽁초 같은 게 떨어졌으면 단번에 아웃이지만, 담배꽁초는커녕 쓰레기 하나도 없었다. 드물게도 이용하는 사람의 모랄이 높은 탓인지, 청소업자가 우수한 건지. 어쨌든, 질 나쁜 무리가 버리고 가는 고정적인, 편의점 봉투 같은 것도 전혀 안 보였다.

 

공원 안에는, 귀가 아플 정도의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진짜로, 자신과 하루노 둘 뿐이겠지. 어슴푸레한 인척이 없는 공원에 미소녀와 둘만 있으면, 확실히 히키가야 하치만이라 해도 긴장한다. 하루노는 어떨까. 주변의 체크를 그만두고 하루노에게 시선을 돌리자, 마침 그녀가 뒤돌아봤다.

 

 

앉을까

 

 

하루노가 가리키는 것은 벤치였다. 2인용의 별로 크지 않은 벤치 구석에 허리를 내리자, 하루노도 그 옆에 허리를 내렸다.

 

옆에 앉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타인과의 마음의 거리는 철벽에다가 인식 저해 마법까지 거는 하루노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적당히 가깝다. 상대를 착각시키려는 거겠지. 특히 남자와의 거리를 취하는 방식은 절묘했다. 에로이벤트는 절대로 일으키지 않고, 상대의 의식만을 만족시킨다. 천연인지 수수께끼지만, 의도적으로 할 수 있다면, 하치만이 보기에는 이미 괴물이다.

 

그 행동은 학생회 멤버에게도 적용된다. 가장 거리가 가까운 사람은 동성에 사이가 좋은 시즈카고, 그 다음이 동성이자 후배인 메구리다. 메구리보다 안지는 오래됐지만, 남자인 하치만은 꼴찌였다.

 

그 근방을 걷는 남자보다는 아주 약간, 이라는 레벨이지만, 보통과 다른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하루노를 보면 잘 안다.

 

그러니까 옆에 하루노가 앉는 건, 하치만에게는 평소 일이었다. 두근두근 따위, 새삼스러운 것이다. 침착해, 침착해, 하고 일단 빌자 심장박동이 바로 멈췄다.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미소녀라는 사실만을, 단지 받아들일 뿐이다.

 

 

오늘은 즐거웠어?

 

혼자 보내는 것보다도,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즐거웠어요, 옷도 살 수 있었고

 

여차하면 갚는 건 나중에 해도 돼요?

 

매달의 반제는 확실히. 돈 떨어지면 정분도 떨어진다고 하니까요. 반제가 늦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습니다만, 해야 할 일을 안 해서 평가가 떨어지는 것도 바보 같고

 

선물이라도 좋았을 텐데.....

 

그건 나빠요. 저는 하루노한테, 거기까지 받을 이유가 없어요.

 

사람이 뭘 하는데 이유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 소중한 사람한테 할 말이에요. 내가 아니라, 여동생이라든가

 

유키노 짱은 소중하긴 한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 너무 귀여워서, 괴롭힐 만큼

 

너무 괴롭히면, 미움 받아요?

 

딱히 상관없어. 내가 유키노 짱을 좋아하는 건, 변함없으니까

 

자신이 좋다면 그걸로 됐어요.

 

우선,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면야. 하고 싶은 건 해, 하기 싫은 건 안 해. 할 수 있는 한 타협하고 싶지 않아.

 

하루노라도 타협하나요?

 

자주. 나라도 고생한다고?

 

 

몰랐습니다, 라고는 할 수 없었다. 본인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행동할 뿐, 하루노가 하루노 나름대로 고생한다는 건 옆에서 보니까 안다. 유키노시타 하루노니까, 라는 이유만으로 신성시하는 사람이, 소부고에는 너무 많았다. 완벽하지만 고로, 누구에게도 알아채이지 않는다. 걱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진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펑크날 수도 있는 위험성이, 하루노에게는 있었다.

 

하루노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보충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역할을, 하치만도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보다 장기적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에서의 히키가야 하치만의 사명이다. 의식할 수 있게 되자, 일은 잘 돌게 되었다. 메구리라는 새 멤버도 늘어나 유키노시타 정권은 보다 효율 좋게 돌아가도록 진화하는 중이다.

 

 

드물게 약한 소리했네. 뭐지?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그럴까 나

 

나쁘지는 않은 것 같네요. 나쁠 때는 더, 아주 굉장히 공격적으로 되니까

 

하치만이 그렇다면, 그렇겠네. 그럼, 고백하는 김에 말해버릴까

 

 

그렇게 하고 하루노는 미소 지으며,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말했다.

 

 

 

나 말야, 아마 하치만을 좋아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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