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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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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전편

 

히키가야 하치만. 유키노시타 하루노. 그리고, 유키노시타 유키노. 세 명의 의지가 교착한다. 변함없는, 변할 수 없는 그의 책략은 하루노에게 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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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그리고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그 걸음을.

 

 

나는 스마트폰의 시계를 바라보고 약속 시간이 됐다는 것을 눈치 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빛이 조금도 없는, 흐린 날씨. 앞으로 일주일 안에 섣달그믐을 맞이하는 이 시기가 되면, 피부에 맞닿는 공기는 한층 더 차갑다. 목에 머플러를 감고, 양손은 포켓에 돌진한, 완전 방한 체제였다.

이렇게 해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으면, 예전의 그리운 기분에 싸인다. 학교 건물 뒤에서, 그 애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 때... 나는 두 시간 정도 기다려 봤지만, 그 애는 결국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 다음날에는, 부른 편지가 칠판에 자석으로 고정되어 있어, 일약 구경거리에...근데 역시 이것도 쓸데없는 기억이잖아. 저질러 버렸다.

아무튼, 그러니까, 기다림에는 익숙해져 있다. 기다리고 있는 상대가 오지 않는 것에도, 익숙해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선택되지 않으니까.

다만 이번 경우는, 내 명의가 아니고, 그녀는 분명 오겠지.

그녀가 올 명의와 용건으로 불렀으니까.

약속 시간으로부터 15분 뒤.

 

 

「............」

 

 

역시 그녀는 왔다.

주변이 어두워도, 그녀는 멀리서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다. 그토록의 존재감이고,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인물이니까, 그건 당연하지만.

그에 반해 그녀는, 내 존재를 잠시 눈치 채지 못했던 것 같았다. 아무튼 그것도 당연한가, 여하튼 나는 닌자 수준의 기척 밖에 없고, 그녀는 나를 찾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녀는 나의 존재를 간신히 깨닫는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슥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바깥 공기 이상의 냉기를 띤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는 없다.

 

 

「...히키가야 군」

 

「...얏하로, 유키노시타 씨」

 

 

하루노 씨가 가하마식 인사를 쓰지 않았으니까, 내가 써 봤다... 써 보고 나서 재차 실감하지만, 이 인사는 바보 같다. 아마, 이제 두 번 다시 쓸 일은 없겠지.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서?」

 

「우연히요, 아니, 잊어버린 게 있어서 찾으려고 왔었어요.」

 

「우연히...?」

 

 

하루노 씨의 눈썹이, 살짝 비틀린다. 그 표정은 본 적이 있다... 그 녀석의 「불쾌하군요.」 사인과 정말 비슷하다. 말 뿐만이 아니라 눈썹 하나로 내게 불쾌함을 나타내는 고등 기술이다.

아무튼, 그거야 그런가, 자매인 걸.

 

 

「히키가야 군, 무슨 생각?」

 

「무슨이라니...그러니까, 잊어버린 물건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포켓에 넣고 있던 오른손을 꺼낸다.―――잊어버린 물건과 함께.

하루노 씨의 시선이, 내 오른손에 날카롭게 꽂힌다.

 

 

「그거... 건네주지 않았어?」

 

 

그건, 깔끔하게 포장된 채인, 크리스마스 프레젠트. 하루노 씨도, 본 적이 있을 터다.

여하튼, 원래는 그녀가 나한테 건네준 거니까.

 

 

「...헤에, 그게 히키가야 군의 대답인 거네... 유감이야.」

 

 

하루노 씨는 입가를 비틀리게 한다. 원래 그건 미소를 만드는 건데, 그 표정은 일절 웃지 않았다. 그 눈동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를, 추측하는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지극히 불쾌한 것 같다... 뭐어 지금부터, 좀 더 불쾌해지게 되는데.

 

 

          ×          ×          ×

 

 

유키노시타 맨션에서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무사히 시작되고, 무사히 끝났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 꽤 여러 가지 있던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정확했다. 단지, 일부를 발췌하면,

 

 

「뼈빠지게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걸, 대체 뭐얏!?」

 

「...우리들 생활?」

 

「아하하하, 히키가야 정답! 그러니까 그럼 그럼...」

 

「이시카와 다쿠보쿠인가요...근데 누구야, 이 사람한테 술 줘버린 사람은...」

 

「미, 미안해 하치만, 선생님이 『물이니까 괜찮다고』...」

 

「아니 어쩔 수 없어요. 토츠카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흠... 이 무슨 손바닥 뒤집기...」

 

「히키가야 군, 당신 담당이니까 어떻게든 해 주세요.」

 

「어... 그 사람도 내 담당인 거야? 왜 나만 저런 느낌인...」

 

「왜, 왜 지금 내 쪽을 봤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아...」

 

「유키농, 잠깐 와 봐-! 어쩐지 냄비가 꽤 이상한데...」

 

「그러니까 보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했는데... 지금 가요.」

 

「아, 그럼 계속되어 제 2 질문, 가겠어 히키가야-!」

 

「...........하아」

 

 

하고 뭐어, 이런 느낌으로 지독한 상태였던 거다. 내가 예상한 형태와는 다른 트라우마가 새겨졌다. 파티 무서워.

그렇다고 할까 히라츠카 선생님... 완전히 홧술 아닙니까. 아무튼, 너무나도 페이스가 빨라서 그런가, 곧바로 잠에 떨어졌던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중간에 와서 가장 먼저 이탈한다든가. 누군가... 받아 줘.

히라츠카 선생님이 자고 나서는 약간 안정됐지만, 역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녀석이 한 사람 밖에 없다는 상황은 꽤 어렵다. 파티라는 거 이걸로 괜찮을까, 별로 참가한 적 없으니까 모르겠지만. 코마치라도 와 주면 도움 되는데...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의 합작 케이크를 다 먹을 즈음에, 간신히 2시간 반 정도가 흐르고 있었다.

 

 

「있지있지 힛키, 케이크 맛있어?」

 

「아앙? ...뭐어, 먹을 수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

 

「뭐야 그 미묘한 반응... 좀 잘난 척 하는 거 같구」

 

 

내 감상에 유이가하마가 발끈한 표정을 짓는다. 약간 거북해졌으므로, 말을 덧붙인다.

 

 

「저기...그거야, 나는 칭찬을 늘어놓는 타입이 아니야.」

 

「어라? ...그렇다는 건, 맛있었다는 거? 헷갈리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라고」

 

「칭찬 받았던 적이 없었다고, 그렇게 주위에 마구 화풀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나와 유이가하마의 대화에 끼어들어 온 사람은, 홍차를 더 가져 온, (사람을)두드리는 타입의 유키노시타였다.

 

 

「...하는 김에 말하면, 혼난 적도 별로 없어. 좋은 짓 하든지 나쁜 짓 하든지 눈치 채이지 않으니까.」

 

「아, 그래서 힛키가 성장하지 않았네.」

 

「너... 사람이 예방선 치고 있는데 추격하는 건 아니라고...」

 

 

인정 없는 유이가하마의 추격에 마음 아파하고 있자, 유키노시타가 납득한 얼굴로 수긍한다.

 

 

「과연, 그런 것... 당연히 히키가야 군은 아직까지도 무른 계획 밖에 세울 수 없는 거네.」

 

「진지하게 긍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하는 건, 내 교정도 또한 무르다는 거네, 반성해야겠어요.」

 

 

그리고, 쿡 하며 웃는다.

 

 

「...그 나름대로 성실히 임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허들을 올려도 좋은 것일까나?」

 

「너 그 상쾌한 미소로 무서운 말 하는 건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과 표정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다. 나는 M은 아니니까 오싹하지 않는다고.

 

 

「어머... 히키가야 군의 교정은, 내가 맡고 있는 의뢰에요. 감사히 생각하세요.」

 

「너 그거 지금 생각난 거잖아....」

 

 

꽤나 전부터 단념됐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요즘 화제조차도 나오지 않았고.

그러자 거기에 유이가하마도 분발하듯이 참가한다.

 

 

「앗, 나두 힛키가 사회복귀 할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

 

「아직 난 사회 나오지 않습니다만... 너도 스스로를 걱정해라...」

 

 

그 어휘력으로는 매우 불안했다. 면접 때 바보속성이 더 심해질 것 같다.

근데, 내 정면에 있던 자이모쿠자가 출렁하고 일어선다.

 

 

「....하치만」

 

「아? 왜 그래 자이모쿠자」

 

「이... 리얼충 자식이!」

 

「뭐?」

 

 

왜 그래 이 녀석. 유이가하마가 만들어 온 수수께끼 파이 먹어 버렸나? 저건 뭐라고 할까 여러 가지 섞었던 결과 맛이 위험해서 냉장고에 사장해 버렸던 건데.

자이모쿠자는 내게 그렇게 모멸한 뒤, 다시 내려앉아서는, 「대체 왜야... 나와 뭐가 달라... 자만심, 환경의 풍족함?」 같은 말을 투덜투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중2...?」

 

「글쎄.... 몰라. 그러고 보니 토츠카는?」

 

 

아까 전까지 자이모쿠자 근처에 있었는데(거기 비켜 자이모쿠자), 어느 샌가 사라졌다. 꽃을 따러 간다든지 한 건가.

 

 

「토츠카 군이라면... 거기에」

 

 

유키노시타가 무심코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카펫이 깔려 있는 스페이스였다.

 

 

「저기 선생님, 거기서 자고 있으면 감기 걸려요...」

 

「응-... 괜찮아 내일 휴일이니까...」

 

「선생님은 내일 휴일 아니겠죠... 저기, 일어나 주세요.」

 

「으무-...」

 

 

보면 격침된 히라츠카 선생님을 토츠카가 흔들흔들 깨우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무리 모두 보지 않은 척 하고 있었는데, 역시 토츠카, 누구에게도 상냥한 녀석이다. 그런데 흔들흔들 흔드니까 그 부분도 흔들흔들 하는데... 뭐지, 유감스러움이 더 위였다.

남고생이 여교사를 깨우고 있는 이 시추에이션... 뭔가 배덕감이 감돌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단지 하나... 히라츠카 선생님, 자리 바꿔 주세요.

 

 

「응-... 히키가야?」

 

「에, 저 토츠카인데...」

 

「히키가야... 어부바」

 

「토, 토츠카라고요!」

 

「................」

 

 

깬다. 토츠카는 초조해 하고 있다. 자이모쿠자에 이르러서는 부들부들하고 떨고 있을 정도다.

 

 

「...히키가야 군, 지명이에요.」

 

「누가 가냐고 누가...」

 

 

싫어... 가면 여러 가지로 끝날 듯한 생각이 든다... 내 청춘이라든가, 히라츠카 선생님의 혼활이라든가.

 

 

「아-...그래두 슬슬 선생님도 술기운 빠지지 않았을까? ...많이, 지났고」

 

 

유이가하마가 내 쪽을 언뜻 봤다. 나는 가볍게 끄덕이며, 시계를 본다.

 

 

「응...그러네」

 

 

시각은 6시 반이라고 할까, 예정보다 약간 빨리 시작했으므로 대체로 3시간 좀 안됐다...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네... 슬슬 연회를 끝내기로 할까요.」

 

 

유키노시타가 그렇게 말하면서, 조속히 케이크 접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무리도 특별히 이론은 없는 것 같고, 제각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정리에 들어간 전원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오늘의 히라츠카 선생님의 건에 대해서는 은밀히... 교사의 신용 문제에 관련돼요. 특히... 그걸 협박 목적으로 쓰는 건 용서하지 않아요.」

 

 

...왜 나를 보고 말하는 거야? 어. 왜?

 

 

「야아~ 즐거웠지 힛키! 내년도 해요!」

 

「나는 여러 가지로 지쳤는데... 내년이라든지 몰라」

 

「정말... 사이 짱은?」

 

「응, 즐거웠어. 또 모두 모일 수 있으면 좋겠네.」

 

 

유키노시타의 방정리가 끝나, 우리들은 맨션에서 나왔다.

밖은 해도 떨어져 하늘에는 구름이 걸쳐 있다. 대로까지의 길을, 점점이 이어지는 가로등이 비추고 있다.

 

 

「하, 하치만」

 

「... 뭐야」

 

「보, 본관도...나쁘진 않았다. 크리스마스 같은 건 머지않아 내 손으로 매장시킬 생각이었는데... 결의가 무뎌져 버렸어. 벼, 별로 또 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니까!」

 

「...시끄러」

 

 

아무래도 유이가하마에게 질문 받지 않은 이유로, 외로워져서 이쪽에 말을 건 듯하다... 성가시기 짝이 없다.

또... 내년, 인가.

내년은 어떻게 될까. 수험도 있고, 바쁠 시기다. 그것보다 우선... 이렇게 모이는 일행이, 이대로 있는 건지 하는 것도 있다.

 

인간, 개인이라도 주위 흐름에 따라 어이없이 바뀐다. 남자는 본지 3일이 지나면 눈 크게 뜨고 보라고도 하고, 남자 너무 바뀌잖아 하고 태클 걸고 싶게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여자 편이라도 확 달라질듯한 생각이 드는데. 인간관계는 그런 무리 위에 성립되고 있으니까 모래 위의 누각과 동일하다.

그러니까 나는... 내년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내년의 자신이 어떻게 될지 정도는... 아무튼, 예상할 수 있지만.

변함없으려나.

 

 

「히라츠카 선생님 괜찮을까...」

 

 

옆에서 걷고 있던 토츠카가, 살짝 걱정스레 말한다. 여전히 천사다. 아니, 신일지도.

 

 

「.....뭐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달릴 수 있었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눈을 뜬 후,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곧 눈치 챈 듯 하고, 『오늘 일은 잊어 줘!』하며 뛰쳐나가 버렸다. 술을 그렇게 퍼먹고 자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훌륭한 각력이었으니까, 아마 괜찮겠지.

아까 전 메일을 확인한 김에 눈치 챘지만, 엄청 대단한 양의 문자로 해명 글을 보내오기도 했고... 그러니까 무섭다고. 절대로 나, 누구한테도 퍼뜨릴 수 없어요. 이건...

깨끗하게 정비된 골목길을 빠져나와, 대로로 나온다.

거기서 나는, 멈춰 섰다.

 

 

「...아」

 

「무슨 일이야 하치만?」

 

「미안, 나 잊어버린 물건 있어...」

 

「에, 힛키 진짜?」

 

 

긁적긁적하며, 머리를 긁는다.

 

 

「그건 오늘 가지러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겨울 방학 중에도 좋다면 유키노시타 씨한테 합숙 때 가져와 달라고 하면 좋지 않아?」

 

「가능하다면 오늘 가지고 돌아가고 싶은데... 코마치한테 줄 선물이야.」

 

「...으으응? 그런 거 있었던가?」

 

「아-, 그러구 보니 힛키 뭔가 봉투 가져왔었지.」

 

「그거야 그거. 나, 잠깐 가져올게... 여기서 해산하는 걸로」

 

 

내가 등을 돌리며 그렇게 말하자, 토츠카가 부른다.

 

 

「곧 가져온다고 하면, 나 기다리고 있어요?」

 

「어흠, 본관도다.」

 

「어...아니, 그래도 꽤 걸어 왔잖아. 많이 걸릴 거라고.」

 

「응-그러네, 힛키 달리게 하는 것두 불쌍하구...」

 

「아, 그것도 그러네...」

 

 

토츠카가 응 이라고 생각하는 틈을 찔러, 나는 말한다.

 

 

「고마워 토츠카. 뭐, 합숙도 있고, 그 때 보자」

 

「...응, 그럼, 또 다음에 놀까」

 

「오우, 미안해」

 

 

나는 토츠카에게 가볍게 손을 흔든다. 토츠카도 가슴 앞에서 손으로 작게 바이바이를 해 줬다.

 

 

「그럼 힛키 또 다음이야!」

 

「안녕히다. 하치만. 그런데 토츠카... 합숙이란 뭔지?」

 

「잠깐... 과연 그건 중2, 끼워주지 않을 테니까!」

 

「...토츠카, 뭔가 소란스럽지만 자세히」

 

「무시하지 말구!」

 

 

걷고 있는 동안, 조금씩 소란이 멀어져간다.

...굉장하네 유이가하마. 타임 킵도 그런 대로고, 편승하는 방법이라든지 분위기 전환하는 것도 티가 안나. 역시 분위기 읽기의 산물은 색다르다... 아무튼, 내 안에서 밖에 유행하지 않지만, 이 칭호. 세계가 다르면 에어로 마스터 칭호라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 녀석이 바보에 요리가 서툴러서 잘 됐다. 저거 덕분에 정신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서포트되면... 뭔가의 착각으로, 반해 버릴 참이었다.

뭐어, 그런 내 번뇌는 우선 놔두고.

나는 다시, 유키노시타의 맨션으로 향한다... 볼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          ×          ×

 

 

「그런데 무슨 일일까나? 나, 여기에 오라고 하야토한테서 들었는데?」

 

 

하루노 씨는, 내가 나오는 태도를 엿보듯이 묻는다.

 

 

「헤에, 그렇습니까? 하야마, 무슨 생각일까요. 유키노시타 씨, 바쁘다고 하는데」

 

「...속이 뻔히 보이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네, 히키가야 군은」

 

 

하루노 씨가 짜증났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과연 포커 페이스다.

다만, 나는 짜증나게끔 말하고 있을 작정이다. 시치미를 떼며, 거드름 피우며. 타인의 신경을 자극하는 데 그 나름대로 자신 있고... 스스로도 싫어지는 스킬이지만.

 

 

「히키가야 군, 언제부터 하야토와 연락 하고 있었어?」

 

「그 녀석과는 사이좋으니까요, 메일 친구에요 메일 친구」

 

 

메일친구군... 문자 그대로 메일뿐인 교환이다. 그건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유이가하마를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 생각해서 선택한, 두 개의 용건.

 

하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예정한 시간에 끝내 내 중간 이탈을 도움 받는 것이다. 파티의 주최자인 유이가하마라면 시작 시간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고, 끝내는 방법도 익숙해 있을 거라고 어림잡아 부탁하기로 했다... 그 녀석을 유키노시타 맨션에서 갈라놓는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가만히 두면 계속 있을 것 같고.

 

그리고 하나 더는... 하야마 하야토와의 연락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에비나 양 같은 귀찮은 센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일일이 하야마를 호출하는 건 내가 귀찮다. 시간도 걸리고. 그러니까 유이가하마를 개입시켜, 하야마의 연락처를 손에 넣었다고 하는, 단지 그것뿐인 일.

왜 하야마냐 하면, 단순한 얘기다... 유키노시타의 친가에서 행해지는, 파티의 참가자였으니까.

하야마 일행들과 유이가하마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던 날이 23일. 24일로 하지 않았던 건, 하야마에게는 용무가 있었다는 이유. 그리고 유키노시타의 아버지와 친한 사람을 모은 파티... 고문 변호사이자 가족 모두가 사교성이 있다고 하는, 하야마의 아버지가 불릴 가능성은 높고... 거기에 하야마가 따라갈 가능성도 또한, 낮지는 않다.

그 녀석은, 유키노시타가 참석하지 않는 걸 몰랐었던 것 같고...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즉시 메일로 확인했던 건 대적중이었다는 거다.

 

 

「하야마에게는 어떤 식으로 들었습니까?」

 

「...별로, 대단한 말은 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오라고... 유키노 짱이 나한테 할 얘기가 있다, 정도」

 

 

협의한 대로라는 건가. 아무튼, 말하는 방식은 맡겼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야마와의 정보 교환으로, 나는 유키노시타가의 크리스마스 파티 개요를 파악하고 있다. 몇 시에 시작되고, 몇 시에 끝나는지. 참석자의 인사라든가 간단한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그리고 하야마에게는, 하루노 씨가 파티 도중에 빠져 나가도록 하게 했다.

 

 

「...하야토한테서 듣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기르던 개한테 물린 기분이에요.」

 

「자신의 동생뻘인 사람한테 꽤나 심한 말이군요.」

 

 

하루노 씨가 경계하고 있던 건 아마 나였을 테니까, 기습 정도의 효과는 있었을 거다. 단념한 사람에게, 간섭받는 건 어떤 기분일까. 사진에서조차 단념되어 버린 적이 있는 내게는, 그 심경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날 여기에 불러서, 히키가야 군은 어떻게 하자는 걸까나?」

 

 

하루노 씨는, 기분을 전환하듯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묻는다.

 

 

「...그러니까 하야마에게서 들었겠죠」

 

 

나는 뒤를 되돌아보면서 대답한다.

 

 

「유키노시타, 언니에게 볼 일이 있다고 해요.」

 

「..........」

 

 

내가 등지고 있는 건, 높이 우뚝 솟은 타워 맨션.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주거지다.

하루노 씨는, 확실히 그 15층 근처를 매섭게 째려본다.

 

 

「히키가야 군, 물어보고 싶은데」

 

「네」

 

「유키노 짱한테... 무슨 말 했어?」

 

「무슨, 말이란」

 

 

나는 하루노 씨의 질문을 앵무새처럼 다시 흉내 낸다.

하루노 씨의 눈이, 다시 맨션에서 나로 옮겨진다.

 

 

「그럼 확실히 말하는데」

 

 

그 눈에는 약간 정도, 경계심이 떠올라 있다. 그것을 간파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반응하고 있는 걸까.

 

 

「하야토한테는 이런 말을 들었어. 『당신의 결혼에 관해, 여동생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라고... 히키가야 군, 유키노 짱한테 얘기했어.」

 

「...........」

 

「있지 히키가야 군, 유키노 짱한테 무슨 얘길 했어?」

 

 

반복되는 하루노 씨의 질문에, 나는 그 때를 떠올리며 대답한다.

 

 

「.......뭐어, 전부일까요.」

 

 

있는 것과 없는 걸 뭉뚱그려서, 전부.

 

 

 

          ×          ×          ×

 

 

『―――네』

 

「아-, 유키노시타, 나다.」

 

『...누구?』

 

「저기... 소부고 2학년 히키가야라고 합니다.」

 

『......누구?』

 

 

적당히 좀 해라 이 년이...

유이가하마 일행과 헤어져, 나는 바로 유키노시타 맨션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엔트란스의 인터폰으로 호출하기를 세 번, 간신히 연결됐다고 생각하면 이 처사다.

 

 

『후우, 그래서 무슨 일일까, 그러니까...히키, 가에...루, 씨?』 ※ 히키가에루 : 두꺼비

 

「왜 애매모호한 건가요. 아까 전 실례하고 있었다고 나」

 

『그래, 일단 실례라는 자각은 있었던 거군요.』

 

「바보냐 너, 나만큼 방해되지 않는 녀석은 없다고. 내가 얼마나 얌전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용건은 무엇일까?』

 

 

산뜻하게 화제를 바꿨다... 아무튼 됐어.

 

 

「아니, 아까 전 놓고 간 물건이 있어서 말이야... 가능하면, 한 번 더 그쪽으로 가고 싶은데.」

 

『잊어버린 물건...? 물건과 놓은 장소를 말하세요, 지금 찾아 가지고 가요.』

 

「수고는 들이게 않게 해요. 내가 찾으면 좋잖아.」

 

『됐으니까 말하세요.』

 

「...미안, 까먹었다. 역시 내가 그 쪽에」

 

『그렇다면 생각해 내세요... 당신, 혼자겠지요? 혼자 외톨이겠지요?』

 

「왜 다시 말했어...」

 

 

확실히 현재 혼자지만. 계속적으로 외톨이일 뿐이지만.

 

 

『...당신을 혼자 있는 집에 부르는 건 내키지 않아요... 보기에도 수상한 사람인 걸.』

 

「너 지금 나 보고 있지? 카메라 붙어 있는 건가 이거?」

 

『붙어 있어요... 거기에 소리만으로도 알아요. 그 비열한 본성을』

 

 

너무한 말투다... 그리고, 어떻게든 나를 들일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약간 카드를 내밀까. 약간은 반응이 바뀔지도 모르고.

 

 

「...유키노시타, 할 말이 있다.」

 

『싫어요.』

 

「너의 언니에 관해선데」

 

 

유키노시타의 거부를 무시해, 나는 가능한 한 감정을 읽어낼 수 없게, 평탄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뭐?』

 

「그러니까, 너의......」

 

 

내가 다시 입을 연 동시에, 뚜 하고 대화가 중단된다. 그 녀석, 끊어버렸다.

라고 생각했는데, 엘리베이터 홀로 통하는 자동문이 열린다.

 

 

「...이런이런」

 

 

나는 한 번 목을 돌리고, 홀로 향했다. 할 수 있으면 그 녀석한테, 생각할 틈 같은 건 주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서? 왜 당신의 입에서 언니 얘기가 나올까」

 

「...어, 진짜 나 여기서 얘기하는 거야?」

 

 

맨션의 15층. 유키노시타 집―――의, 현관문.


나는, 신발을 벗는 것도 허락되지 않고, 그곳에 서게 되고 있었다. 맨션이라고 해도 과연 고급, 차분히 서 보면 알지만 그 나름대로 넓은데. 계속 서 있기는 괴롭지만.

대치하는 유키노시타도 또한, 서 있긴 하지만. 현관의 높이차 탓인지, 딱 시선이 같은 정도가 되어있었다. 평소보다 시선의 날카로움이 두드러진다. 그게 원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것보다도 유키노시타의 발밑에 있는, 치한 격퇴용 스프레이가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

유키노시타는 내 표정을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생각을, 간파하려는 듯이.

아무튼, 흥미를 가져 준다니 잘 됐다. 그렇지 않으면 곤란해.

 

 

「...역시 언니와 무슨 일 있었던 것일까?」

 

「역시라니 저건가, 언니 냄새가 난다든가 뭔가 하는 건가」

 

「질문에 질문으로 돌려주지 마세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어?」

 

 

어딘가의 제5부 같은 말하는 녀석이군... 꽤나, 기분이 안 좋게 보인다. 언니라는 단어가 나온 것만으로, 거기까지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아도 될 텐데.

...하지만, 그런 자매인 것이다. 그건 알고 있다.

 

 

「당신을 위해서 말해두는데, 그 언니에게는 관련되지 않는 게 좋아요. 변변한 일이 안 일어나니까」

 

 

그것도 알고 있다... 지금은 말하지 않지만.

 

 

「아무튼 조금은 내 얘기도 들어요. 잠깐 나, 지금 그 사람한테서 부탁받았어.」

 

「부탁한 일...?」

 

 

유키노시타는 의아한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하필이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다.

 

 

「언니에게 무슨 바람이 든 것일까... 속지 않는다고 호언하고 있던 것에 반해서, 세 걸음만 걷는 동안에 잊어버리다니, 과연 히키가야 군이네.」

 

「어이, 내가 속은 전제로 얘기하는 건 그만 둬」

 

「속는 것 이외에 당신이 언니와 관계될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유키노시타는 무례하게도, 내가 하루노 씨에게 농락됐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는듯하다. 그러니까 나의 쓰레기 아버지와 같은 선상에 놓지 말라고. 내가 반응다운 반응을 보이지 않은 탓인지, 한층 더 갖은 험담을 퍼부어 온다.

 

 

「결국 개 이하의 지성 밖에 가지지 않은 남자는 다르군요. 약간 추파를 받은 것만으로 복종하다니... 기가 막힌 것을 넘겨서 경멸해요.」

 

「그러니까 기가 막힌 걸 넘기면 존경하는 거 아냐 보통...」

 

 

꽤나 말하는 구만... 나는 개도 싫지 않으니까 개를 인용하고 싶진 않았지만... 뭐어 세상에는 사브레 같은 얼빠진 개도 있으니까, 잘못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튼 좋아. 나는 이것에는 반론은 하지 않는다. 주제는 그게 아니니까. 오해 받는 거에는 익숙해지고 있고.

유키노시타가 조바심 내야 할 부분은, 거기가 아니다.

 

 

「아무튼 내 얘기는 따로 상관없어. 확실히 너의 언니 미인이고, 나라든가 잠깐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몰라... 아무튼, 이제 그런 착각 같은 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나는 거기서, 억지로 한 순간의 틈을 파고든다.

 

 

「아무래도, 너의 언니 결혼한다던데」

 

「...........뭐?」

 

 

유키노시타의 욕설이 프리즈한다. 예상 밖의 단어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거기에 눈치 채지 못한 체를 해서, 잡담을 중간에 끼워 넣는다. 사고를, 어지럽히기 위해서.

 

 

「...경사스럽군, 정말. 설마 히라츠카 선생님보다 빨리 상대가 발견되다니 놀라워. 학생한테 추월된다든가, 이거 완전히 외통수 아냐? 거기에」

 

「기다리세요... 언니가, 결혼해?」

 

「어라... 몰랐었어?」

 

 

나는 살짝 유키노시타를 관찰한다. 본 느낌으로는 동요하고 있다... 정말로, 소문조차도 몰랐던 것 같다. 혹시 하루노 씨 자신이 정보를 규제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녀의 혼란이 수습되기 전에, 나는 한층 더 결정타를 날린다.

 

 

「정략결혼이라고 했던가? 내게는 인연이 없는 얘기지만. 아무튼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네 형부가 될 사람. 얼굴도 성격도 괜찮다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다. 리얼충은 폭발해라, 영원히 라는 느낌.」

 

「왜」

 

「응?」

 

「왜 내가 모르는 일을, 당신이 알고 있는 거예요.」

 

「당연하잖아, 본인한테서 들은 거야... 의뢰하는 김에 말이지.」

 

「............의뢰」

 

「그래, 의뢰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틈을 이용하듯이, 주제를 꺼낸다.

마음에도 없는 듯한, 주제를.

 

 

「유키노시타... 너는 언니와 화해할 생각은 있을까」

 

 

나는, 가능한 한 비열한 미소를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내 눈은 필시 썩고 있을 것이다. 평소의 3할 증가한 정도로. 거울을 보면 「...........파!?」 이렇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 유키노시타 유키노.

지금부터 네가 안고 있는 환상을, 언니의 주박인지 뭔지를 박살 내 준다.

있는 것 없는 걸, 끼워 넣은 얘기로.

먹칠해서, 엉망으로 해 준다.

 

 

          ×          ×          ×

 

 

「흐응, 전부, 네... 유키노 짱, 전부 알고 있어.」

 

하루노 씨는 내 말을 음미하듯이 반복한다. 무슨 생각하고 있을지는 좀 모르겠지만...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유키노 짱은, 뭐라고 말했었어?」

 

「어떨까요. 그런 건, 본인에게 듣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나는 스마트폰을 다시 잡으면서 말한다. 그러고 보니 손에 든 채 그대로였다. 추위로 고장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심술쟁이네... 뭐어 지금 시작된 일도 아니지만. 그래서? 히키가야 군은 유키노 짱한테 그걸 전해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야?」

 

「그건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나는 다만 그저 유키노시타가 듣고 싶어 해서, 가르쳤을 뿐이니까. 어떤 일을 하는 건지는, 그 녀석이 결정하겠죠.」

 

「그럼... 유키노 짱한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거야?」

 

「......캐묻고 싶은 건 여러 가지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건 히키가야 군이 그렇게 유도하지 않았던 거야?」

 

 

글쎄, 그건 이제 와서는 모른다. 나는 그녀를 몰랐으니까, 모르는 걸 적당히, 들려줬을 뿐이니까... 내게 적당한, 얘기를.

 

 

          ×          ×          ×

 

 

「너는 물론 모르겠지만, 나도 언제 하루노 씨의 결혼 화제가 부상했는지는 몰라. 아마 11월 정도 아냐? 갑작스런 얘기였던 건 확실한 듯하지만.」

 

 

이건 허위와 기만의 이야기.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언니에게 먹칠을 할, 그 뿐만을 위한 이야기.

 

 

「우리 부실에 놀러 왔었지, 그 뒤다... 그 사람, 하필이면 나한테 의뢰해 왔다고―――『여동생과 화해하고 싶어』라면서」

 

「당신에게...아니요, 애초부터 왜 당신일까나?」

 

「글쎄 말이야. 너와 같은 동아리고, 일단 아는 사이고, 그 밖에 없었겠지.」

 

 

핵심에 접할 수도 있는 질문은 가볍게 흘려내 버린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내 연락처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물었던 것 같아. 아까 전 같은 느낌으로 술이 들어갔던 것 같지만, 제자의 정보를 누설하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있는 듯 없는 듯 끼워 넣는다. 그런 대화에 있어서 중요한 건, 한 줌 모래 정도의 진실을 더하는 것. 그것만으로, 이야기는 존재성을 띤다. 평온한 마음을, 위협한다.

...앞으로는, 그게 진부하면 진부할수록 좋다.

 

 

「너의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가고 있어서 말인데. 요점은 내가 그 사람과 행동했었던 건 그런 의뢰가 있었다는 거야. 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주고, 그걸 계기로 화해하자고 계산하고 있었던 것 같아... 웃기는군, 물건으로 낚으려고 했었으니까. 뭐어, 팡 씨 굿즈 받고 있던 너에게라면 효과는 있었을지도 모르려나.」

 

「그럴, 리」

 

「오르골」

 

 

그리고, 나는 어떤 가게 명을 꺼낸다. 나와 하루노 씨와 갔던, 그 작은 가게 명을.

실은 진짜 같은 표정을 지어, 이야기를 포장한다.

 

 

「...왜, 알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나도 갔어. 그 사람한테 끌려가서 말이지... 아무튼, 목적의 물건은, 네가 먼저 사 간 것 같았지만.」

 

「..............」

 

 

참으로 씁쓸하다. 그 사실도. 내가 말하는, 이 이야기도.

그녀의 어떤 것이라도 옳았던 그녀의, 사소하게 작은, 에고이즘의 이야기.

 

 

「너의 언니, 지금부터 여기에 올 거야. 그럴 준비가 되어 있어.」

 

「...언니가」

 

 

선택해, 잘라 냄으로써 계속 나아가는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선택되지 않았던 유키노시타 유키노와 접점을 계속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에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등을 지고 있는 듯하게 보이면서도 손을 뻗친다고 하는, 모순된 관계밖에 쌓아 올릴 수 없었다.

 

 

「전에 또 어딘가에 휙 여행 가버렸잖아. 그 뒤에도 만났어, 여행지에서 좋은 게 발견됐다고 기뻐했고... 그거 가져왔었잖아.」

 

「.........」

 

 

하지만 그렇게 연약한 관계는, 언제까지도 계속되는 게 아니다.

 

 

「저기 유키노시타, 어떻게 생각해. 도와준 내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형편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금까지 실컷 방치해 두고. 결혼에 관한 것도 전혀 말하지 않고. 그런데도 화해하고 싶다니」

 

「....그만해」

 

 

그러니까, 그런 관계는, 그런 기분 나쁜 관계는,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너의 언니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강하진 않아.」

 

「그만해주세요.」

 

 

그만두지 않는다. 여기까지 말한 만큼, 여기까지 말한 이상, 멈출 수 없다. 최저인 내가 말하기에 어울리는, 최악인 이야기. 하루노 씨의 생각 따위 완전히 무시한, 전부를 뭉뚱그린 하찮은 이야기. 이런 때만 나는 얼마든지 말을 늘어놓을 수 있게 된다... 스스로도 자신이 싫어지는데.

 

 

「시시한 감상에 사로잡혀, 이런 나 정도 밖에 부탁할 수 있는 녀석이 없어서」

 

 

이런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얘기를 듣고, 되먹지 못한 얘기를 듣고.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여동생으로서, 어떤 기분이 들어?

 

 

「너의 언니는, 그 정도인」

 

「―――그만두라고, 말했겠지요.」

 

「................」

 

 

나는 그렇게 해서, 입을 다문다.―――아니,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었다.

유키노시타의 심연에서 나온듯한 차가운 말과 그 날카롭다고 말해도 아직 부족할 정도의, 꽂히는 듯한 시선에 의해. 이런 눈으로 노려봐진 건... 오랜만의 감각이다.

그 시선을 느슨하게 하지 않은 채, 유키노시타는 작게, 그렇지만 단언한다.

 

 

「언니를―――당신이 더 이상 험담하는 건, 용서하지 않아.」

 

「...........」

 

 

...하.

겨우, 본심을 끌어냈나.

이런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언니가 험담 받고.

여기서 잠자코 있으면,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아니고―――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여동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무리 사이가 멀어져 있어도, 아무리 열등감에 시달려도, 타인에게 말참견 받아 침묵할 수 없다면-――그건 훌륭한 자매인 것이다.

자매로서의, 조건을 성립시키고 있다.

내 여동생이 말한 대로.


그 언니가 없었다면, 그녀는 그녀일 수 없을 테니까.

언니를 부정하는 건―――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니까.

그녀는 언니를, 오래 전부터 인정하고 있으니까.

 

 

「...그런가.」

 

「..............」

 

 

언질은 취했다.

그런데, 그렇기에 한 번 더 들어 두자.

언니를 인정한 그녀에게, 그런 자신을 인정한 그녀에게, 한 번만 더 들어 두자.

 

 

「유키노시타, 너는 자신의 언니와 화해할 마음이 있을까」

 

 

그 제멋대로인 언니에게. 그 꼼짝도 할 수 없는 언니에게.

여동생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냐, 고.

 

 

           ×          ×         ×

 

 

내 승리 조건을 확인해 두자―――하루노 씨에게 강요된 역할에서의 해방.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택한 책략은―――하루노 씨의 에고를, 실현해 줄 것이었다.

비뚤어진 형태가 아니라...진정한 의미로, 실현해 줄 것이었다.

그녀가 잘라 버리려 하는 에고.

그건 요약해 버리면, 「여동생의 곁에 있고 싶다」...그저 그것뿐이다.

원래 그건, 나 같은 사람이 대역이 되었다고 해서 안심하고 단념할 수 있을듯한 건 아니고, 아마... 누가 대역이 된다고 해도 채워지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잘라 내려고 생각하는 면이, 하루노 씨 답다고 하면 답다고 할까.

다만, 그녀에게는 아직 미련이 있었을 것이다. 단념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겠지. 아무리 그 행동에, 한 점 흐림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완벽한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아가는 오랜 상처처럼, 무리하게 비틀어 열면 또, 붉은 피가 흐른다.

 

그렇다면... 그걸 전면적으로, 인정해 버리면 된다. 인정하게 만들면 된다.

자신의 에고를 부정해서까지, 앞으로 나아갈 필요 따위 없으니까.

그것도 자신의 일부니까.

그러니까,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자신의 에고로 붙들어 맨다. 유키노시타 유키노 옆에, 붙들어 맨다.

갈피를 못 잡는 사이에―――천칭을 의도적으로 기울여 준다.

이건 그녀의 결혼이 이러니 저러니 하는, 그 이전의 문제다. 그녀의 의지에 관한 문제다.

의지를 흔들어 굳혀 버리면, 그녀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위해... 나는 유키노시타를 부추겼다.

내 말로는 멈춰 서지 않을 것이었던 그녀도―――여동생의 소리라면, 닿는다. 닿아 버린다. 여하튼, 그녀의 미련 그 자체니까. 그녀가 비틀어 엎어누르려 하는, 후회 그 자체니까.

...앞으로는 바로 그 여동생을 어떻게 부추길지 하는 것이었다.

그 녀석은, 온전히 얘기해도 본심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시간을 들이면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겠지만... 아니, 여하튼 시간이 없다. 하루노 씨의 마음이 요동치는 사이에, 어떻게든 해야 했으니까... 아무튼, 어쩔 수 없었다.

유키노시타의 언니를 향한 본심을 끌어낸 뒤, 세팅한 씨름판에 올려 준다.

나머지는...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면 된다.

캐물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있는 것 없는 것 전부, 말했으니까.

...경박한 익살꾼, 노릇을 해보였으니까.

 

 

「유키노 짱한테 무슨 말을 불어넣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루노 씨는, 내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말한다.

 

 

「혹시 유키노 짱을 이용해서 나를 흔들 거라 생각하고 있을까나」

 

「......」

 

「진심으로 말하면 알게 된다든지, 시즈카 짱 같은 말이라도 할 생각?」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면, 점프식으로 싸운 둘 다 벌주는 걸로 해피엔딩 해피엔딩이라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게 무른 결론에 달려들 생각은 없다. 아무튼 히라츠카 선생님도, 거기까지 단순하진 않을 거고. 세상이 너무 복잡하니까, 아마 그 사람은 단순한 얘기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건 결과다. 과정 따위 어떻게든 좋다.

그러니까 여기서, 나의 승률을 올려 둘 필요가 있다.

 

 

「알게 될지 어떻지는 난 모르지만... 흔들린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유키노시타 씨라면」

 

「지금의 나?」

 

「파티를 내팽개치고, 여동생이 있는 곳 같은 데 와 있는, 미련이 뚝뚝 흘러넘치는 유키노시타 씨라면」

 

「...........」

 

 

그래, 그 자체, 유키노시타 하루노 답지 않은 짓이다.

집안의 장녀라면, 그녀가 선택한 길을 똑바로 간다면... 이런 데에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집에서 손님을 접대해야 한다. 하야마의 말 따위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당당하게 있으면 좋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와 버렸다. 버려도 좋은 것을 위해서, 발길을 향해 버렸다. 말하자면, 여기는 그녀에게는 이미 어웨이다.

잘라 냈던 것에 대한 미련, 후회... 흔들릴 요소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을 선택했다.

양자택일을 강요할 수 있는 이 날을. 파티 준비라든지에 쫓겨 아직 예의 그 약혼과 직면하지 않은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러니까... 그녀가 집보다 유키노시타를 선택한 시점에서, 내 목적은 반 이상 달성되고 있다.

미련과 후회를 질질 끄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에게,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억지로 부딪히게 한다. 그 수단이 아무리 잘못되어 있어도, 결과적으로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걸음을 멈추는 게 가능하다면 그걸로 좋다.

과정 따위 뭐가 됐든 저질러 주자―――원하는 해가 나온다면.

그것이 히키가야 하치만의, 방식이니까.

 

 

「미련 뚝뚝....이네」

 

 

하루노 씨는, 내 말을 음미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아니, 그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하나 리드일 것이다. 이대로 포인트를 빼앗아, 유키노시타에게 넘기고 싶은데...

내가 다음에 공격할 장소를 생각하고 있자,

 

 

「흐음. 후후, 히키가야 군은 역시 재미있네」

 

「어...」

 

 

하루노 씨는... 여기까지 와서 처음으로 웃는다. 뭔가를 내포하듯이. 나를 조롱하듯이.

 

 

「아니,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해요? 유키노 짱을 부추겨서, 나와 대면시킨다는 안은」

 

 

...이건, 허세일까. 그녀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 넘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게 본심인지는 모른다.

 

 

「그러네... 인정해 줄게. 나는 아무래도... 유키노 짱한테 미련 넘치는 것 같아. 유인돼서 나올 정도로는 말야. 유키노 짱한테 뭔가 들어버리면, 마음이 흔들릴 정도. 그렇게 내 마음을 꺾을 생각이라면... 잘 알고 있어.」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이 사람은.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꺾이지 않아.」

 

「............」

 

「그래서 내가 납득한다고 생각할까나? 그래? 히키가야 군」

 

 

크게, 그녀의 눈동자 안쪽이, 다시 흔들린다. 내 사고를 읽어내려는, 그 눈동자가.

 

 

「히키가야 군은 조금 전, 유키노 짱한테 전부 얘기했다고 말했었지만... 저건 거짓말이겠죠?」

 

「.............」

 

「히키가야 군에게는, 그런 건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내가 히키가야 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거기에 있으니까... 히키가야 군이라면,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않고 맡아 줄 거라고... 뭐어, 하야토를 말려들게 한 건 예상 밖이었지만.」

 

「내가... 혼자이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있지만요-... 그렇다고 할까, 상담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니, 그렇게 생각해도 스스로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 히키가야 군은 겁쟁이니까.」

 

 

후, 하며 하루노 씨의 눈이, 경멸하는 기색을 띤다.

 

 

「겁쟁이니까, 자신이 떠안고 있는 걸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건 할 수 없는 걸. 그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소중한 사람에게, 드러낸 결과 미움 받으면, 회복할 수 없으니까. 그 정도라면, 히키가야 군은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해서 미움 받기를 선택해. 그렇다면 뒤에서 얼마든지 변명할 수 있는 걸... 자신에게 거짓말을 내뱉을 수 있어.」

 

「.............」

 

「봐, 누나가 히키가야 군과 유키노 짱 사이를 응원하고 있다니, 부끄러워서 유키노 짱한테는 말할 수 없죠? 하물며 유키노 짱한테 진심으로 미움 받을 거라 생각하면... 말할 이유가 없어.」

 

 

그러니까 히키가야 군은 거짓말을 했을 거예요, 라고 하루노 씨는 결론 붙인다.

 

 

「어느 정도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적당한 말을 했겠지. 시간이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변명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아니야... 히키가야 군 자신이 치명상을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 겠죠?」

 

 

내 마음의 뒤편을 더듬듯이, 하루노 씨의 시선이 내 표정을 덧쓴다.

 

 

「있잖아, 거짓말로 구슬려진 유키노 짱의 말로, 내가 굽히는 걸 납득한다고 생각해?」

 

「............」

 

「할 리가 없어, 할 리가 없어요. 히키가야 군은 결과에는 닿았지만... 수단을 잘못했어. 다른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유키노 짱한테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됐어.」

 

 

검게 침체된 감정이, 그 눈동자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천천히, 내 주위를 둘러싸듯이. 그런 기색을, 느낀다.

 

 

「그도 그럴게 난 눈치 채버린 걸.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한테 거짓말을 했던 걸. 그런 여동생의 말로, 나는 흔들릴 수는 없어.」

 

「..............」

 

 

―――사람의 마음, 좀 더 생각하세요.

 

 

그건, 언젠가, 누군가의 말이었던가.

 

나는... 또 오인했나. 역시라고 할까, 당연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그것을 긍정하듯이, 그녀의 말이 꽂힌다.

 

 

「그러니까 그런 히키가야 군의 졸책에―――나는 넘어가지 않아.」

 

「...........」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고, 휙 하며 등을 돌린다.

 

 

「.......어디 갑니까.」

 

「돌아가세요. 볼 일은 끝났으니까」

 

「.....유키노시타가 기다립니다.」

 

「....어라? 나 아직 한마디도 유키노 짱과 만난다든가 하지 않았어요?」

 

 

쿡, 하며 하루노 씨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거야 하야토한테 듣고 왔는데... 어떻게 생각해도, 히키가야 군이 뭔가 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죠? 그러니까 뭘 하고 있을지, 상태를 보러 왔을 뿐」

 

 

그 말은, 거짓인지 진실인지... 등을 돌린 하루노 씨의 표정은, 더 이상 읽을 수 없다.

나는 한 걸음만, 저벅, 하고 하루노 씨에게 다가선다. 거기에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채.

그렇게 허약한 한 걸음을, 하루노 씨는 쳐 내듯이 말한다.

 

 

「아, 그리고 히키가야 군한테는, 이제 부탁하지 않아.」

 

「.........」

 

 

내 발은, 거기서 멈춘다. 멈춰 버린다.

 

 

「.....잘됐네요, 히키가야 군의 계획은, 달성되지 않았어?」

 

 

흥미를 잃은 듯한 하루노 씨의 어조.

...내 승리 조건. 하루노 씨에게 강요된 역할에서의, 해방.

이렇게, 어이없게 달성 되다니.

 

 

「...또, 다시 선택해요. 그렇다고 해도, 이제 후보는 가하마 짱 정도일까나」

 

「...........」

 

「약간 타격에 약한 애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히키가야 군보다는 의욕은 있을 테고, 잘 부탁하면 응해 줄지도 몰라.」

 

「............」

 

「유키노 짱하고는... 납득이 끝나고 나서 만나는 걸로 해요.」

 

 

나는, 그녀의 뒤를 쫓을 수 없다.

쫓을 이유를, 잃었으니까.

나도 또, 버려졌으니까.

그런 내게, 하루노 씨는 비웃는 듯이 중얼거린다.

 

 

「...하야토도 그렇지만, 하나하나 행동에 이유를 붙여야만 움직일 수 있는 애라는 건 성가시네.」

 

 

...이것이, 내 책략의 맹점. 무대를 정돈했음에도, 아무도 춤추지 않는다.

나는, 오인했던 것이다. 유키노시타 하루노가,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향하는 비뚤어진 애정의 크기를.

가려내서 고치는 등의, 멀리 떨어지려는 작업을 반복하려 하는, 그녀의 의지의 강함을.

...그거야 그렇겠지. 나는, 계속 시선을 돌려왔으니까. 그것이 너무나도 비뚤어져서, 너무 눈부셔 직시할 수 없었으니까. 마주볼 수 없었으니까.

...사람의 마음을, 좀 더 생각해, 인가.

나는, 실패했다. 언제나 실패 아슬아슬한 라인을 저공비행하고 있었으니까, 머지않아 할 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마침내, 완전히 실패했다.

 

 

「아무튼...그러니까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억지 부리는 듯한 나의 군소리는,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아마 하루노 씨에게는, 닿을 리 없다.

그렇게, 나는 실패했다. 나의 책략의 범주에서, 하루노 씨는 벗어났기 때문에.

 

 

하지만―――이건 아직, 「그녀」가 예상한 범주 내였다.

 

 

하루노 씨가 떠나려고 한, 그 순간을 가늠하듯이.

 

 

「어머―――언니, 이런 곳에서 뭐를 하고 있을까」

 

 

그렇게 시원스런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 왔다.

움찔, 하고 하루노 씨의 어깨가 떨린다. 그리고, 천천히 뒤돌아본다.

그 어두운 앙금을 품은 눈동자가, 약간 정도 크게 뜨인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까, 차 정도는 마시고 가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유키, 노 짱.....」

 

「무슨 일이라도? 아 그리고 언니가 내게 용무가 있다고, 우리 부원에게서 들었지만, 그것도 말하지 않고 돌아갈 생각인 거야?」

 

 

그녀는 내 옆까지 걸어와, 서 있는 근처에서 멈춰 선다.

 

 

「언제부터....」

 

「요령부득이군요... 언니답지도 않아. 뭔가 우리 부원이 실수라도 저질렀던 것일까. 그렇다고 하면 사과해요... 아랫사람의 잘못을 바로잡는 건, 위에 서는 사람의 책임이니까.」

 

 

살짝 그녀는 내 쪽을 흘긴다.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저 쪽을 바라본다.

 

 

「.....늦어요.」

 

「아무튼, 부원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건 뒷전으로 하기로 하고」

 

 

그녀는 나를 노려보는 걸 그만두고, 다시 하루노 씨 편으로 시선을 돌린다.

 

 

「우연이지만, 나도 언니에게 용무가 있어요.―――절대로 놓치지 않으니까」

 

 

그런데, 선수 교대 알림이다. 아니 아무튼, 나는 처음부터 부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건 언니와 여동생의 문제니까.

마지막에 대치하는 사람은, 이 두 명이겠지.

 

히키가야 하치만과 교체한, 봉사부 부장·유키노시타 유키노.

재차 나는, 그녀와의 대화를 회상한다.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          ×          ×

 

 

「싫어요.」

 

「............어?」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있는 것 없는 것을 불어넣고―――그 본심을 끌어낸 뒤.

나의 질문에, 그녀는, 싫다고 대답했다.

쌀쌀하게, 단언했다.

..어라, 그렇게 말하는 장면인 거야, 이건?

 

 

「저기, 유키노시타 씨.....」

 

「불쾌하네요.」

 

「........」

 

 

유키노시타는 내 말을, 탁 차단한다.

그리고 잠시 동안 침묵하고 나서, 하아, 하고 한숨을 토했다. 그건 뭔가에 기가 막혀하는 듯한, 체념해버린 듯한 한숨.

 

 

「자신이 당하면 어떤 기분이 될까 생각하고는 있었지만―――정말로 불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군요.」

 

「저기, 뭐가」

 

「....알고 있겠죠. 방금 전에 대해서예요.」

 

「..........」

 

「사가미 양의 기분을 약간 알겠어요. 당신이 교내에서 미움 받는 이유도 재차 이해할 수 있었어.」

 

 

그렇게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불쑥 거실로 향해 버렸다. 내가 멈출 새도 없이. 나는 우두커니, 현관에 남겨진다... 더 이상 용무는 없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약간 지나자 유키노시타는 티 컵을 두 개 들고 나타났다.

하나를 내게 내밀어 온다.

 

 

「이건....」

 

「벌써 식어 버렸고 향기도 날아갔지만, 마침 남아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식은 홍차 같았다. 파티할 때 너무 많이 만든 것 같다.

 

 

「...저기, 차 마신다면 따뜻한 거실에 가고 싶은데...」

 

「사람에게 뭔가 부탁할 입장이 아닌 걸 아직 이해하고 있지 않네. 당신은」

 

 

어떻게 해서든 거실에는 들여 보내주지 않는 것 같다.

 

 

「...잠시 지금, 어질러져 있어요.」

 

「뭐? 아까 전 전원이 청소했잖아.」

 

 

히라츠카 선생님은 잤지만.

 

 

「...프레젠트가」

 

「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내 반문을 싹둑 잘라내고, 유키노시타는 차가운 홍자에 입을 대고 눈썹을 찡그린 뒤, 대화를 재개한다.

 

 

「히키가야 군... 당신 말이야, 아무리 주위가 타인뿐인 외로운 인간이라고 해서, 옆에서 몇 번이고 봐 온 나에게 함정을 걸다니 무슨 생각일까. 한 바퀴 돌려 나를 바보취급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

 

「나는, 속지 않아요.」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을 잘랐다.

 

 

「다른 사람이 속을지라도, 나는, 속아주지 않아.」

 

 

유키노시타의 너무나도 직선적인 시선이, 나를 쏘아 맞춘다. 올곧은, 그 눈이.

 

 

「당신의 방식은 언제나 그랬던 걸. 당사자도 보고 있는 사람도 정말로 불쾌. 너무 불쾌해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을 정도예요. 그다지 나라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지만... 구원받은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불쾌한, 당신의 방식에는 정말로 구제가 없어.」

 

 

그렇게 불쾌라고 연호하지 마세요... 라고 하고 싶게도 됐지만, 나는 입을 다문다.

 

 

「당신, 한 번이 아니라 두 번도 세 번이라도 거울을 보는 편이 좋아요. 봐서 어떻게든 되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는, 얼굴에 나오고 있으니까. 평소의 5할 증가한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있어요, 당신.」

 

「.............」

 

 

―――그런 얼굴로 말하고 있을 때의 힛키, 절대 쓸데없는 일 밖에 생각하지 않으니까.

 

 

비슷한 대사를, 나는 무심코 최근, 다른 녀석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나, 예상 이상으로 눈이 썩고 있었던 것 같군. 3할이 아니었다.

 

 

「조금 전의 이야기도, 대부분 거짓말이겠지요... 아무래도 전부가 거짓말이라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그걸 샀던 가게명도 알았고, 언니와 외출해서 뭔가 획책하고 있던 건 사실 같네.」

 

 

유키노시타는 살짝 거실 쪽을 바라본다. 그 오르골을 의식했겠지.

어쩌면 어렸을 적, 언니가 사 준다고 약속한, 그 오르골에 대해서.

 

 

「그래서, 히키가야 군.」

 

「...뭐야」

 

「언니가 결혼 한다고 말한 건... 사실인 거야?」

 

「..........」

 

 

나는 말없이 수긍했다.

 

 

「그래... 그건 거짓말은 아니었다는 거네.」

 

 

유키노시타는 약간 숙이고, 그렇게 혼잣말했다. 그게 어떤 감정에 기인한 건지까지는 몰랐지만. 보는 한으로는... 쓸쓸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 사람은 언제나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거드름 피우지 않고서, 하지만 눈치 챘을 때에는 이미 어떤 일이라도 손을 쓸 수 없게 되고 있어. 그 사람이 생각한대로 되어 있어.」

 

 

그건 평소의 원망하는 말과는 달리, 어딘지 비통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음성.

 

 

「저기 히키가야 군... 이번에는 아직, 뒤늦지 않았어? 당신이 이렇게 해서, 나에게 통지하러 온 건」

 

「...........아마」

 

 

그래, 아마다. 그녀는 아직, 나뉘어 떨어지지 않았다. 미련과의 실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끌어당긴다면, 반드시.

 

 

「그래... 그렇다면, 고마워요.」

 

「.............」

 

 

유키노시타의 생각할 수도 없는 말에, 나는 말을 잃는다. 그런 말, 이 녀석의 입으로 한 적은... 거의 없을 터인데. 아니, 누구의 입으로도, 들은 경험은 거의 없지만.

 

 

「그렇지만... 당신은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지요. 일부러 이런 빙 돌려 말하는 수단을 취했으니까.」

 

「............」

 

「당신도 그래요. 언제나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품은 채로... 독단으로 일을 끝내서 제멋대로 주변이나 우리들을 불쾌하게 해. 그렇게, 혼잡을 틈타서, 누군가를 구하고 있어.」

 

 

묻는 듯한 시선이 내게 향해진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냐, 고.

그런 말... 할 이유가 없다. 내 야비한 생각이라는 건, 들여다보면 더더욱 불쾌하게 될 뿐이다. 싫어질 뿐이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해버리는 이유는... 결국, 추악하고, 시시한 이유겠지.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뿐이니까.

 

 

「그래... 당신은 변함없는 거네.」

 

 

나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 유키노시타는 무표정하게 한 번 끄덕인다.

 

 

「히키가야 군... 나 말했었지요.」

 

「....뭐를」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용서하지 않아.』라고」

 

「...........」

 

 

그런 말을 했었지, 그러고 보니.

왠지 아까 전의 약간 괜찮은 분위기 같은 게, 점점 검은 오라로 물들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만...

 

 

「지도와, 교육과―――교정이 필요한 것 같네.」

 

「..........히익」

 

 

무심코 내 목에서 공기가 새어 나온다. 공포는 호흡조차 곤란하게 하는 것 같다. 공기가 얼어붙어 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현관이 추운 것만은 아니겠지.

 

 

「히키가야 군」

 

「...............」

 

 

위험해, 살해당해 버려.

―――하고 생각했지만, 잠시 기다려도 철퇴는 휘둘리진 않았다.

 

 

「...무슨 준비를 하고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래도 전부 내 환상이었던 것 같다. 지쳐 있는 건지도 몰라, 난.

유키노시타는 목을 가볍게 기울인 후, 정신을 가다듬듯이 후, 하고 호흡을 정돈했다.

 

 

「우선 당신은 지금부터 잘못할 테니까... 그것을 교정하도록 합시다.」

 

「어......? 무슨 말이야?」

 

「언니에 대해서예요... 지금부터 오겠지요?」

 

「아아, 뭐」

 

 

하야마가 제대로 한다면... 그리고, 내 읽기가 맞다면 이지만.

 

 

「당신은 언니를 아직 얕잡아 보고 있는 구석이 있으니까... 아마, 실패해.」

 

「.............」

 

 

그 말은, 누구보다도 무게가 있다. 여하튼 17년간, 그녀의 여동생을 하고 있던 사람의 말이니까.

 

 

「당신이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모르지만... 당신이니까 언니에게 휘둘려서, 도중에 싫어졌으니까 어떻게든 해서 빠져나가고 싶다라고도 생각하고 있겠죠... 그 사람의 결혼에 얽힌 일일까」

 

 

유키노시타는 팔짱을 끼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무섭게도 대부분 맞고 있었다. 맞지 않아도 머지않아 맞추겠지...

 

 

「당신의 방금 전의 언동에서 헤아리건데, 나를 이용하려고 한 것 같아... 그것도, 내게 무슨 말을 하게하고 싶었어... 그것도, 왠지 모르게 알아요.」

 

「.............」

 

「그렇지만... 당신은 실패해. 그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잘라 내는 사람이야... 거기에, 물러날 때를 분별하고 있어.」

 

 

물러나는 건 최악일 때지만, 이라고 유키노시타는 덧붙였다. 거기까지 몰린 하루노 씨를 본 적이 없으니까, 나는 뭐라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할까 그런 일 할 수 있는 녀석 있는 건가... 어머니, 라든가?

 

 

「...그렇다고 할까, 유키노시타... 아까 전부터」

 

 

왜 그런 걸 열심히 생각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일일까? 나도 갈 거예요, 언니를 잡으러」

 

 

그렇게 시원스러운 말에, 대답이 궁해진다.

 

 

「말했었지요. 당신의 실패를―――바로잡아 준다, 고」

 

 

그렇게 말하고, 대담한 미소를, 정말 어렴풋한 미소를 띄운다.

 

 

「당신이 계속 잘못하는 한. 그런, 의뢰인 걸. 당신이 바라든지, 바라지 않든지.」

 

 

원망한다면 히라츠카 선생님을 원망하세요, 라며 시치미 뗀 얼굴로 하는 말을 들으면...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이 놈도 저 놈도, 정말로 내가 말하는 것 따위 들어 주지 않아.

...그건 아마, 평소의 행동이 나빠서 그렇겠지.

 

 

「알고 있을까 히키가야 군, 언니를 잡을 때는, 양보 같은 건 해서는 안 돼요. 정말 몇 안 되는 틈이 생명의 위기가 돼요. 가능한 한 물려서 죽지 않게 말이야.」

 

 

          ×          ×          ×

 

 

「언제부터...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대답해 두는데」

 

 

맨션 문 앞에 나타난 유키노시타는, 하루노 씨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처음부터, 야. 언니의 대화는, 처음부터 듣고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핸드폰을 꺼내 보이는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군... 그거」

 

 

느릿느릿하게 하루노 씨는, 내 수중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 그러고 보니 끊는 걸 잊고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도 손에 가진 스마트폰을 가볍게 내걸어 보인다.

이미 끊어지곤 있었지만... 방금 전까지, 통화중이었던 것이다. 유키노시타의 핸드폰과.

 

 

『언니가 나타나면 여기에 전화해. 끊기지 않게』

 

 

그렇게 말하고 건네받은 종잇조각이, 내 포켓에 들어가 있다. 내 스마트폰 말이야, 적외선 없으니까. 편리해진 것 같기도 하고 불편해진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맛폰한테는, 춥게 해버렸다. 나중에 충전해 주지 않으면.

 

 

「그런데 히키가야 군, 그토록 끊지 않도록 말했는데 왜 끊었을까나. 온·오프 정도의 조작도 헷갈린다면, 보물을 가지고도 썩힌다고 해도 되겠군요..」

 

「아-, 미안. 눈치 채지 못했다.」

 

「비가 올 즈음에서 끊어졌으니까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샌들로 나와 버렸잖아.」

 

「...그거, 내 책임인가.」

 

 

나는 투덜대면서,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위험했다. 하루노 씨가 나를 콕콕하고 들볶던 부분의 얘기는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건 어쨌든」

 

 

유키노시타는 하루노 씨를 다시 보며 말한다.

 

 

「덕분에 조금은, 상황은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에 반해 하루노 씨는 반응인 듯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유키노시타의 구두 언저리를 가만히 응시할 뿐이다.

 

 

「상당히,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암약하고 있던 것 같네... 내 일인데도 불구하고」

 

「............」

 

「우리 부원을 홀려서, 무슨 일을 시킬 생각이었을까」

 

「...........」

 

「언니는 역시 아무것도 말하지 않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일만을 진행시키려고 해. 언제나」

 

「...........」

 

 

그런데도, 하루노 씨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유키노시타도, 그것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듯이 자신의 언니에게 말을 건다.

 

 

「미련, 이라든가 내게는 모르지만. 언니가 내게 품어야 할 미련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계속, 언니는 앞 밖에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나에 대해서는, 실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그렇지만... 만약 그 때처럼, 언니가 도와줬던 그 때같이, 나를 지켜 봐주고 있던 것이라고 하면... 그건 실수였던 게 되어요.」

 

「..............」

 

 

그 때, 라는 게 뭐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하나 짐작 가는 부분이 있다.

하야마의, 옛날이야기. 초등학생・중학생 시절의 유키노시타 자매.

그 다음은, 여기로 이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때의 내 말이, 지금의 언니의 미련으로 이어지고 있다면―――내가 그걸 끊어야 하는 것이군요.」

 

「......유키노 짱」

 

 

그 마지막이, 방문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언니가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내가 앞을 향하지 않으면 안 돼... 사실, 나는 언제나 언니의 방해를 하고 있을 뿐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리」

 

 

유키노시타의 얼굴이, 한 순간 자학으로 비뚤어져... 그리고 곧바로 그 진지한 얼굴을 되찾는다.

그 검을 내리친다. 미련의 실을, 의도를 끊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라고 하는 철의 의지를 내세운다.

 

 

「이제, 그런 언니는, 미련에 사로잡힌 언니는---내게 필요 없어.」

 

 

언니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해 나갈 수 있다고 유키노시타는 소리 높여 선언했다.

 

 

「그래...그런가」

 

 

하루노 씨는, 그 의지에, 조용히 응한다.

 

 

「그러네요. 강하게 됐네... 유키노 짱은」

 

「...나는 간신히 그렇게 될 수 있었어요... 17년 간, 언니와 함께 있었으니까」

 

 

그 뒤를, 계속 쫓았으니까.

유키노시타는, 하루노 씨의 미련의 실을, 끊었다.

뭔가 잘못되어 있는듯한, 비틀린 언니와 여동생의 관계를, 자신의 손으로 바로잡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도중까지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힐끔 내 쪽을 본다. 방관자라고 할까 해설자가 되어 있던 나는, 갑자기 시선을 향해져 당황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키노시타는 하루노 씨를 향해, 한 층 더 말을 뽑았다.

 

 

「그렇지만, 언니에게는 여동생으로서 해 두고 싶은 말이 산만큼 있어」

 

「.............」

 

「하고 싶었던 불만이라든지, 하고 싶었던 약속이라든지... 거기에」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장난처럼 미소 짓는다.

 

 

「들어줬으면 하는 어리광이 있어. 들어줄래? 나도 조금은, 누군가를 곤란하게 해 보고 싶어요.」

 

 

언제나 곤란하게 되고 있는 나로서는, 어느 입이 그 말을 하냐고 반론해 주고 싶었지만... 아무튼, 이런 때 정도는, 분위기를 읽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가끔씩은 나도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할 찬스니까.

 

 

『히키가야 군, 이제 돌아가도 괜찮아요.』

 

 

그런 말을 듣고 나서, 딱 5분 정도 지났다.

나와 하루노 씨는, 아직도 유키노시타 맨션 앞에 내내 서 있었다.

돌아가도 좋다고 들었는데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별로 사축적 본능이 일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언니는 10분 뒤에 올라 와. 간단히 청소할 테니까. 히키가야 군은 언니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제대로 지켜 두세요.』

 

 

정식으로, 잔업을 선고받았던 것이다. 정확하게는 일이 끝나면 돌아가도 좋아, 라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할까 정말로 경계심 덩어리 같은 녀석이군. 아직 포박의 손을 느슨하게 하지 않는다고는.

추가로 바로 그 포박 대상, 하루노 씨는 손에 있는 시계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있기가 대단히 괴롭다. 방금 전까지 여러 가지 콕콕하고 괴롭혔던 상대와는.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역시」

 

 

그렇게 하루노 씨가 얘기해 왔다. 작고, 가냘픈 소리였지만.

 

 

「역시...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두 명은」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농담이 아니다. 기사보다 레벨이 높은 공주님이라든가... 만담도 안 된다.

 

 

「그래? ...아무튼 상관없어요. 그게 지금의 히키가야 군의 대답이라면, 그건 그래서」

 

 

후후, 하며 그녀는 작게 웃는다. 약간 정도, 평소 상태를 회복한 것 같다.

 

 

「...그렇지만 유키노 짱, 자기 멋대로라니 무슨 말을 할 생각일까. 언니는 약간 무서울지도.」

 

「변변한 일이 아니에요, 분명」

 

 

단지, 나는 왠지 모르게, 예상이 들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살짝 봤을 때에, 정말로, 왠지 모르게지만.

내가 말했으니까 그렇게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본심에서 나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아니, 잘난 체도 정도껏이다. 아마, 후자겠지.

그렇다면 그로 인해... 하루노 씨는 지금부터 상당한 일을 당할 게 틀림없다. 여동생에게 휘둘릴 게 틀림없다.

 

 

「....여동생 최강 이론인가」

 

「에? 히키가야 군 그게 뭐야?」

 

「아-... 뭐어 세상은 여동생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제가 수립한 이론이라서」

 

「...그게 뭐야」

 

 

하루노 씨는 쓴 웃음을 띠우고 대화는 거기서 어중간하게 뜬다. 아무튼, 나로서도 대응하기 어려운 화제라고는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화신과 같은 하루노 씨를 곤란하게 한다고는, 나도 꽤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할까 흘려 버리라고.

 

 

「....슬슬 10분이에요.」

 

「.....응, 그러네」

 

하루노 씨는 시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 유키노시타의 맨션을 바라본다. 아까 전 노려본 것과는 돌변해서, 거기에는 온화한 시선만이 있었다.

 

 

「그럼 갔다올까나... 감시 수고했습니다.」

 

「.....서비스 잔업입니다만」

 

「딱딱한 말 하지 않는 거야. 아마 샐러리맨이 되면 일상다반사에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되고 싶지 않다고. 자면서 할 수 있는 일 없을까... 없겠지.

 

 

「아아, 그리고, 이거」

 

 

하루노 씨가 걷기 시작할 쯤에, 나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응?」

 

「...여동생의 집에 실례한다고 해도, 선물인가 뭐라도 있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기분 좋아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포켓에서 다시, 그것을 꺼낸다.

 

 

「...열지 않았으니까 모릅니다만. 이거, 분명 유키노시타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취향 스트라이크라고... 보증 받고 있으니까.」

 

 

눈앞의 사람에게서.

그러니까 아마, 그렇겠지.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헤에, 그건 든든하네.」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그것을, 솔직하게 받았다.

약간만 손이 접하고... 곧바로 떨어진다.

그리고, 느긋하게 맨션의 엔트란스로 걸어간다. 그녀가 인터폰으로 가볍게 말을 주고받아,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때까지를 보고, 나는 맨션에서 등을 돌린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갈까. 이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고, 여러 가지 있어서 지쳤다.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역시 나는 집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정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거겠지?

코마치도 과연, 슬슬 내 자택 추방을 해제해 주고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할까 아버지와 밥 먹으러 간 거지? 빈둥거리고 있으면,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메일이라도 보내 볼까하고 스마트폰을 꺼냈을 때, 그것이 작게 진동했다.

 

 

「응, 코마치일까...」

 

 

 From : 유키노시타 하루노

 Subject : 만약 괜찮다면 좋겠는데

 Message: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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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boost : 이렇게 해서 하치만 혼자서는 실패했지만 유키노와 힘을 합쳐서 성공했군요.

이번 편만은 더 신경 써서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지만 제 국어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안타까웠습니다.

후편이 본편 완결이며, ⑤-9는 후일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