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가끔 번역물을 올리는 블로그입니다.
2ndboost

태그목록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지문의 기본적인 역할은, 대략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래의 3개입니다.
  (단어의 의미는 편의상 지칭한 것으로, 일반적인 정의가 아닙니다.)


①정경묘사
  사건이 진행되는 장면에 대해서,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끼는 것에 대한 실시간 묘사.


②심리묘사
  등장인물의 심경 그 자체나, 심경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나 풍경의 묘사.


③설명문
  사건이 진행되는 장면을 봐도 모르는 사실이나, 과거의 사건에 대한 설명.


【예문】


1. 그것은 여름방학에 접어들어, 여동생과 처음으로 데이트하러 간 날.


2.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을에서 유일한 영화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있는 곳이었다.


3. 보도와 차도 구별조차 없는 아스팔트 위. 아무도 없는, 차마저 지나다니지 않는 주택가 뒷길.


4. 한여름인데 하늘은 어두컴컴하게 흐리고, 둘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람은 차갑다.


5. 「저기. 아까 전 영화, 어떻게 생각했어?」


6. 그때까지 눈앞을 걷고 있던 여동생은 갑자기 뒤돌아보고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7. 평소 나와 같이 있을 때는 무조건 싱글벙글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입술을 뾰족하게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8. 분명 영화 내용이 상당히 불만이었던 거겠지, 라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헤아린다.



  1행과 행은 ③설명문. 지금부터 시작될 장면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3행은 ①정경묘사. 현재 진행 중인 장면에서, 눈으로 본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4행은 ①정경묘사와 ②심리묘사를 조합. 눈으로 본 것이나 피부로 느낀 것을 통해, 「나」나 「여동생」의 심리 상태가 울적한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6행은 「그때까지 눈앞을 걷고 있었다.」라는 ③설명문과 「여동생은 갑자기 뒤돌아보고는~」이런 ①정경묘사를 한 문장으로 만든 조합기술.
  7행은 「평소 나와 같이 있을 때는~」이라는 ③설명문에, 「지금은 입술을 뾰족하게 하고는~」이런 ①정경묘사를 첨가하면서, 동시에 현재 여동생의 기분이 나쁜 것을 느끼게 하는 ②심리묘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8행은 단순한 ②심리묘사입니다만, 여동생이 우위인 남매 관계를 암시하는 ③설명문적인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분해해보면 소설의 지문은 닥치는 대로 보고 들은 것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정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독자에게 전해지도록 연구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술술 읽히는 문장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정보를 군데군데 넣는다.」이렇게 바꿔 말하면 알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불필요한, 맥락이 없는 문장은 철저히 배제. 남은 문장에 필요한 정보를 전면에 까는 것으로 세련된 문장이 완성됩니다.
  뭘 쓰면 좋을지 모르는 초반에는, 전술한 세 가지 지문의 역할에 입각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써나가면 됩니다. 습관을 들여 이것을 감각적으로 잘 해낼 수 있도록 합시다.

  그리고, ①정경묘사와 ②심리묘사와 ③설명문을, 어느 것이나 한 종류에 치우쳐서 계속 쓰면 기본적으로 표현이 나쁜 글이 됩니다. 끝없이 정경묘사만을 하거나 심리묘사를 길게 반복한다거나 계~~~~속 설명만으로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 소설은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고, 어느 장면이나 다각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지 못함을 이유로 일부러 정경묘사밖에 쓰지 않는 「완전 객관방식」이라는 테크닉도 있습니다만,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이와 같이, 「지문만」 「대화문만」인 문장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대화문과 지문의 균형은 작풍에 따라 다양합니다만, 숙련된 사람의 소설은 분명 잘 읽히는지를 신경 써서, 제대로 생각한 다음 각 요소의 균형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지문을 어느 정도 쓴 뒤에는 일단 펜을 멈추고, 독자 입장에서 읽기 쉽고, 상황을 알기 쉽게 쓰였는지를 확인해 보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