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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Ⅱ ~태양 빛~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어머니가 둘째를 임신했습니다. 벚꽃이 다 떨어지기 직전, 한 장만 남겨진 꽃잎이 생명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신록에 둘러싸여 왠지 쓸쓸하게 흔들리고 있었을 무렵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세 명이서, 휴일에 공원에 놀러가기도 했던 때입니다. 그 주에는 부모님이 매우 기분이 좋아서 이상하게 여겼는데,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점심을 먹고 있던 중에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아카네, 동생이 태어난단다.」


  저는 그때까지, 별로 남동생이나 여동생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같은 유치원에 형제나 자매끼리 다니는 애들은 사이가 좋아서 즐거워 보이네, 정도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유리 상자 너머로 보는 정도의 느낌이며, 결코 부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남동생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저는 왠지 매우 소중한 것을 얻은 기분이 들어서, 아직 별로 부풀어 오르지 않은 어머니의 배를 만지며, 「안녕」이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바쁜 나날이 지나갔습니다.

  할아버지는 둘째 손자가 태어난다고 듣자, 기쁜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소중히 여기려무나」라고 말하면서,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할머니가 먼저 가시고 나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는, 제가 놀러 갈 때마다 눈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친구를 소중히 하렴, 물건을 잘 다뤄주렴 이라고 항상 말씀하십니다.

  어머니의 배가 점점 부풀어가자, 부모님은 정기 검진을 갔다 와서 모자 모두 건강하다고 제게 전했습니다. 하경에는 배 안에 있는 아이가 남자애라는 것을 알게 되어, 제가 쓰던 유모차를 남아용으로 바꿨습니다.

  저는 저대로, 좀처럼 누나로서의 준비를 하지 못해서, 누나동생이 같이 유치원에 다니던 애한테,


「남동생이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라고 묻곤 했습니다.

  그녀는 「울기 잘하고, 시끄러울 뿐이야.」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것은 가족 얘기를 할 때 특유의 표현 같은 것이고, 실은 매우 소중히 여기며 잘 돌봐준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봐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자는 동안에 이불 안에서 어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누나라는 건, 뭘 하면 되는 거야?」

「별로 특별한 건 안 해도 된단다. 단지 가족으로서 사랑해주면 돼. 딱히 누나라고 해서 뭔가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같이 있어주면 된다는 말이야?」

「그래. 하지만 아카네는 여자애니까, 언제까지나 같이 있는 것도 아니야.」


  거기서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듯이 담홍색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는,


「......그러니까, 가족으로 있기 위해서 노력할 것. 같이 있을 수 없어도,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


  그 말을 열심히 들으며, 제 나름대로 상상해봤습니다.

  상상 속의 저는 초등학생으로, 얼굴도 모르는 남동생은 유치원만한 나이였습니다. 역시 남자애니까 전대물이나 히어로를 동경하겠지요. 저는 남동생의 소꿉놀이 상대를 하면서도, 가끔 지루해집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며, 끝까지 놀아줄지도 모릅니다.


「......응, 즐거워졌어.」

「어머, 그러니?」


  그리고 나서 이불 속에서 어머니와 둘이 웃으며 다가붙습니다. 옆에서 자던 아버지가 의아한 듯이 여기를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즐거움의 성질이 어떤 건지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그 이후로 일상을 보내갔습니다.

  계절이 하나 지나, 가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남동생은, 어머니의 배 안에서 생이 끝났습니다.


―――――――


  그 날은 가을치고는 꽤 시원하고, 뜰에 있는 화분에 작은 서리가 내려와 있었습니다. 부엽토를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보니, 삭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가라앉았습니다.

  3일 정도 전부터 몸 상태가 나빠져 입원했던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와서는 비통한 표정으로 남동생의 죽음을 알리자,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죽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일단 아버지가 설명해주셨지만, 아이인 저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부드럽게 웃는 어머니가, 「미안해」라는 말을 오열과 함께 쏟아냅니다. 병원에서 같이 돌아온 아버지는 달래듯이 어머니의 등을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눈앞에 마주하면서, 제 안에서 실이 끊어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확실히 그 실은 팽팽히 뻗어서 내 감정을 잇고 있었을 텐데.

  남동생이 생기기를 기대했었습니다. 나이는 조금 차이나지만, 제 나름대로 열심히 돌보려고 생각했었습니다. 제 안에 서서히 그가 있을 곳을 쌓아 올려, 확실히 그 부분을 크게 잡았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해도, 미련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제 안에서 길러지던 것은 남동생의 죽음과 동시에 전부 불타버리고, 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남동생이 있을 곳이 사라졌는데도, 마음은 침착해서 더 이상 닿지 않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손을 뻗으려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제 감정보다, 그가 태양 빛을 받지 못하고 무명의 어둠 속에 가라앉는 것보다, 어머니가 눈앞에서 우는 쪽이 훨씬 슬펐습니다.

  하지만 남동생은 살아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어머니가 울음을 그쳐주는지 몰라서, 어머니가 항상 해주시듯이 몸을 껴안았습니다.


「아카네, 미안해. 이렇게나 기대해줬는데」


  어머니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울지 마.」


  그날 밤은 오랜만에, 가족 세 명이 저를 사이에 끼고 같이 잤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몇 번이나 뒤척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확실히 가족이 거기에 있는 것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잠시 후 겨우 잠들 수 있었지만, 한 밤 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이불에서 나왔습니다.

  얼마 안 되는 거리를 비틀비틀하며 걷고 있는데, 밤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소리에 뒤섞여 아기 울음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아기가 자주 내는, 주변을 향해 마구 소리치는 울음소리가 아니라 단지 제게 호소하는 듯한 울음소리였습니다.

  아기가 우는 이유는, 뭔가를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어머니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호소하는 걸까 생각하자, 곧바로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치고 침실로 돌아왔습니다.

  미끄러져 들어가듯이 이불에 돌아와 울음소리를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몸을 웅크리고 귀를 막아도, 작은 틈새로 울음소리가 흘러 들어와서 제게 말을 겁니다.

  왜 울어주지 않는 거냐고. 왜 내가 죽었는데 외롭다고 생각해주지 않는 거냐고, 단 하나 있는 누나인데, 그런데 왜 너는.

  아무리 힘내도, 머릿속에 달라붙는 소리를 떼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눈이 선명해지기까지 하면서 한층 더 심해졌습니다.

  이윽고 견딜 수 없게 되어 부모님을 깨우려고도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마음 고생하는 두 분에게, 더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할 수 없이 혼자 현관 바깥에 가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가을의 긴 밤은 으스스 춥고, 세차게 부는 바람이 옅게 입은 제 몸을 차게 했습니다. 이웃집은 모두 잠들어서 등불이 전혀 없어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중에, 제 기억에 기대어 소리 나는 쪽으로 걸어갑니다.

  실은 밤에 밖으로 나가는 건, 무서워서 하지 않습니다. 도깨비나 잘 모르는 요괴를 당시에는 믿어서, 밤이 되면 밤거리를 활보한다고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소리를 내버려두면, 도깨비보다 좀 더 무서운 뭔가를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 큰 공포심으로 작은 공포심을 눌러 참고 발을 움직였던 것입니다.

  간신히 그곳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2개의 황금빛을 띤 눈동자가 떠올라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이외에는 칠흑 같은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점차 눈이 익숙해지니, 어둠에 녹아들어 윤곽이 희미해진 검은 고양이의 몸이 간신히 보입니다.

  검은 고양이가 입을 움직입니다. 예의 울음소리에 가까운,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직되었던 몸의 긴장이 풀리고 조금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안도했던 것도 한순간으로, 그 검은 고양이의 두 눈동자가 저를 완전히 붙들어 매고 바라보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제 안에 있는 텅 빈 곳을 지적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결국 무서워져서 이불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불 속에서 부모님의 따스함에 싸이며, 제 자신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이면서도 빈약한 어휘를 필사적으로 써서, 얼마 안 되는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이 마음이 평온한 이유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겨우 대답이 나왔습니다.

  요컨대 저는, 사람에 대한 집착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 결론이 나오고 나서 곧장 날이 밝아, 저는 태양 빛을 흠뻑 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