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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후반에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켜는 건, 약간 성질이 급하다고 생각해... 오래간만의 투고입니다. 뭐라고 할까 죄송합니다. 약간 빠른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 툭 터놓고 말하면 다음 이야기의 서두입니다. 19세는 다음으로 끝낼 예정입니다. 우선 하루노 씨를 귀엽다고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히키가야 하치만, 19이브 날 밤에

 

 

척 척 척

 

 

그러니까, 아는 여긴가. 영차

 

 

휘릭

 

 

다음은 봉지라면인가

 

 

척 척 척

 

 

지금, 나는 대형 드러그 스토어에서 물품 운반 알바를 하고 있다.

시급은 900.

그렇게까지 높진 않지만, 손님과의 대화가 최소한으로 끝난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해봤자 상품의 위치를 질문 받았을 때 정도.

그 이외는, 묵묵히 상품 정리를 하면 된다.

 

※ 드러그 스토어 : 일본의 드러그 스토어는 단순 약국이 아닌 의약품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용품을 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약국+다이소'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 뭐 해?

 

?

 

 

갑자기 뒤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자, 푸른빛을 띤 긴 흑발을 뒤로 묶어서 정리한, 기분이 나쁜듯한 표정을 지은 여자가 서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날 노려본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카와하타 씨?

 

누구야, 그건

 

어라, 아니야? 그럼 카와시타 씨?

 

아니, 카와사키야. 너 사람 이름도 기억 못해?

 

아니 그도 그럴 게, 고등학교 이래로 못 만났잖아.

 

고등학교 이래라니... 아직 졸업한 지 1년이 채 안 지났다고? 기억력 저하 아냐?

 

아니라고. 그렇다고 할까 일하는 중이니까 얘기는 이 정도로 해줄래? 보면 알겠지만 바빠.

 

......아니, 그러니까 말인데. 너 뭐 하는 거냐고?

 

그러니까 알바라니까....

 

그런 게 아니라.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

 

...........

 

 

오늘의 일자는 1224.

보통 부르기를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날이다.

리얼충 커플이 러브러브하고, 사이좋은 가족이 와글와글 파티 하는 날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관계없다.

 

 

, 유키노시타의 언니와 사귀잖아? 근데 왜 이런 데에서 알바 하는 건데?

 

아니, 나하고 하루노 씨 안 사귀니까

 

...유키노시타한테는 사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들었는데

 

실수다, 잘못된 정보다, 더 말하면 날조다. 그런 사실은 없어.

 

...아 그래. 그래도 사이가 좋은 건 사실이지? 크리스마스 같이 보낸다든가는 생각 안했어?

 

그래, 딱히 생각 안했어. 뭔가 12월 되기 전에 이브 날은 참석해야 하는 파티가 있어.라고 들었으니까

 

그래서 알바 넣은 거?

 

아니, 자동적으로 들어왔다. 여친이라든가 남친 있는 녀석들은 재빨리 휴가 신청했었으니까 말이지. 예정이 없는 내가 동원되는 건 당연하잖아.

 

-...

 

 

살짝, 화내는 듯한 기가 막힌듯한 눈으로 날 노려본다.

딱히 무서운 건 아니지만, 흘기는 걸 보면 뭔가 신경 쓰인다.

그리고 일에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언제부터 알바 했어?

 

...10월 중순 정도부터

 

왜 알바 시작했어? 너 일 안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런 저런 사정이 있다고.

 

-...

 

 

아까 전부터 뭐야, 이 녀석.

 

 

아무 것도 준비 안 해?

 

......무슨 말이야?

 

선물이라든가, 케이크라든가

 

...어째선데?

 

......!

 

 

!

 

 

아얏!!

 

 

갑자기 킥을 맞았다.

진짜 아프다. 장딴지가 찡-한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시끄러워. 내가 하고 싶은 말 알잖아? 다음에 되도 않는 말 하면 명치에 먹여 줄 거야.

 

 

카와사키는 하고는, 떠났다.

 

 

.......시끄러워. 쓸데없는 참견이야.

 

 

아무 생각도 안할 리 없잖아.

 

그래도 저 쪽도 사정이 있다.

거기에 하루노 씨가 나와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고 싶다 같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착각이면 어쩌라고?

그렇게 생각하면......무섭다고.

 

 

 

 

알바가 끝나고 귀가 길에 오른다.

시각은 오후 9.

...지금쯤 하루노 씨는 뭘 하려나.

아직 파티장에 있으려나.

...다른 남자들이 말을 걸거나 할련지.

, 아무튼 하루노 씨라면 잘 처신해서 꼬시는 남자들을 깔끔하게 흘려내겠지.

그러니까 분명 괜찮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애초에 상류계급의 파티니까, 하루노 씨가 반해 버릴 정도의 남자도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하루노 씨에게 한해서 한 눈에 반한다든가....

그래도 혹시.....

 

...

......

.........

 

하루노 씨에 대해 고심하면서 걷자, 어느 새인가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알바 중에도 계속 하루노 씨를 생각해서 선배한테 혼났던가.

그래도 너 멍 때리는 편이 일이 빠르니까 화내기 좀 그래라고도 했지.

즉 어떻게 하라고?

 

맨션 계단을 올라가서, 방 앞에 도착한다.

그러니까, 열쇠....... 찾았다.

 

탈칵 탈칵, 탈칵

끼이이

 

 

하아..... 지쳤다.....

 

 

구두를 벗고, 적당히 정리해서 방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뭐야 이건

 

 

방 입구에 큰 프레젠트 박스가 있었다.

만화 같은 데에서 자주 나오는, 정방형의 하얀 상자에 붉은 리본이 묶인 것.

그게 사람 한 명은 여유 있게 들어갈 정도로 큰 사이즈라서 솔직히 놀랐다.

뭐야 이건?

누군가의 장난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내 방에 들어갈 만한 사람은 하루노 씨와 코마치 뿐이군.

그 말은 코마치라는 건가.

하루노 씨는 지금쯤 파티장이겠고.

...우선 열어볼까.

아마 코마치 정도가 이 안에 들어가서, 날 놀래키려고 기다리고 있겠지.

 

뒤적뒤적

뒤적뒤적

 

...의외로 리본을 풀기 어렵다.

이렇게 세게 묶지 마.

 

뒤적뒤적

뒤적뒤적

 

...겨우 풀렸다.

그런데, 누가 들어가 있으려나...

 

활짝

 

큰 뚜껑을 열고 안을 보자, 메리 크리스마스!라 쓰인 플래카드를 목에 두른 코스튬 마네킹이 있었다.

 

 

......뭐야 이건

 

...하아. 히키가야 군 리액션 너무 없네.

 

 

방에 불이 켜짐과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있을 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자, 하루노 씨가 있었다.

왠지 보라색 파티 드레스를 입었다.

 

 

, 어라? 하루노, ? 왜 여기에......?

 

파티 주최자가 트러블로 참가 못해서 말야. 파티 자체는 일단 열긴 했는데, 예정보다 빨리 끝나서 여기에 왔어.

 

...그런, 가요?

 

~, 어쩐지 오늘의 히키가야 군은 반응이 별로네-? 뭔가 할 말 없어-?

 

 

그 말을 듣고, 다시 하루노 씨를 본다.

보라색의 파티 드레스는 스커트 부분에 프릴이 조합되어, 색채에 따른 어두운 이미지를 약간 밝게 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상반신은 가슴부터 윗부분이 옷의 면적이 적게 디자인되어 가슴과 어깨가 상당히 노출되어서 어른의 색기가 느껴진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아름답네요. 평소보다 하루노 씨가 눈부시게 보여요.

 

 

솔직하게 그런 말이 나온다.

그럴 정도로 하루노 씨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 어어! 저기, 그 쪽을 물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얼굴을 붉히고는, 숙여 버린다.

아무래도 하루노 씨는, 이 큰 선물 박스 장난에 대한 감상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해봤자.

평소 본 적 없는 차림을 한 하루노 씨를 눈앞에 두고 다른 걸 보라고?

무리입니다. 난 못해요.

 

 

-, 그러니까, 왠지 갑자기 이상한 말해서 미안해요.

 

 

쓰담쓰담

 

 

...히키가야 군은 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걸까?

 

, 저기, 어쩐지 그래요.

 

내 쪽이 연상이라고? 누난데? 애 취급은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어른 취급하는 건 어떻게 하면 좋아요?

 

-응 그러니까...... 이렇게?

 

 

와락

 

 

갑자기 하루노 씨가 내 가슴에 뛰어들었다.

그대로 세게 꼭 껴안는다.

반응해서, 나도 무심결에 꼭 껴안아버렸다.

 

 

~~~, 오래간만의 히키가야 군의 냄새다~

 

 

하루노 씨가 머리를 부비부비 한다.

코 안이 하루노 씨가 향기로 가득 찬다.

이 향기, 의존증만으로 말하자면 마약보다 성질이 나쁘다.

 

 

...그러고 보니 2주 정도 못 만났죠.

 

그러네. 연말은 쓸데없이 바빠져서 싫은데

 

쓸데없다니...

 

진짜야~. 오늘 파티도 툭 터놓으면, 상류층의 독신자들에 의한 혼활 파티같은 거였고

 

그건 너무 솔직하잖아요?

 

괜찮아. 매력 한 톨도 없는 상대한테서 구애받는 파티 같은 건 재미도 아무 것도 없으니까

 

 

아무래도 하루노 씨는 꽤 스트레스가 쌓인 것 같다.

역시 요즘 바빠서 그러려나.

 

 

, 맞다맞다. 오늘 목적을 까먹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꼭 껴안은 힘을 풀었다.

그것을 따라서, 나도 꼭 껴안은 힘을 푼다.

하루노 씨는 한 걸음 뒤로 가서, 앉은 채로 발밑의 봉투를 찾기 시작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이거

 

 

하루노 씨는 봉투 안에 들은 것을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그건 손으로 짰다고 생각되는 머플러였다.

물색을 바탕으로 한 머플러로, 양단에는 하얀 고양이 무늬가 있다.

그 완성도는 상품으로 내놓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레벨이다.

 

 

...이거, 하루노 씨 손으로 짠 건가요?

 

, 그래요. 내가 주는 히키가야 군의 크리스마스 선물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내 목에 머플러를 감기 시작했다.

손으로 짠 머플러를 받는 건 물론 처음이지만, 생각보다 뻣뻣하다든가 따끔따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쓴 재료가 좋은 건지, 하루노 씨 솜씨가 좋은 건지.

아마 후자겠지.

 

 

..., 생각했던 대로. 히키가야 군 머플러가 어울리네.

 

그래요?

 

응응, 정말 어울려.

 

...감사합니다. 이거, 소중히 할게요.

 

 

이런, 기뻐서 히죽거릴 것 같아.

여자한테서 직접 만든 것을 처음으로 받은 것도 있지만, 하루노 씨한테서 받을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도 기쁘다.

 

 

, 그래. 잠깐 괜찮나요? 하루노 씨

 

, 뭐가?

 

 

하루노 씨 옆을 빠져나가서, 서류 종류를 넣은 서랍에서 리본에 싸인 작은 봉투를 꺼낸다.

1주일 전에, 하루노 씨의 예정을 알면서 준비한 것이다.

 

 

, 하루노 씨. 메리 크리스마스

 

? 이거 나한테?

 

. 좋다면 받아 주세요.

 

, 고마워. ...열어봐도 돼?

 

부디

 

 

사삭사삭

 

 

포장 안에서 나온 건, 벚꽃잎 모양의 팬던트.

어떤 잡화점에서 한번 보고, 하루노 씨가 그것을 단 모습이 순간 상상돼서 사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해도 가격이 꽤 나가서 바로는 못 사고, 알바를 시작해서 돈을 버는 동안에 한 달 이상 지나버렸다.

그래서, 사려고 했더니 하루노 씨한테서 파티 얘기를 듣고,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구입.

결과적으로는 사서 다행이었군.

 

 

...예뻐. 진짜로 받아도 좋아?

 

물론이에요. 하루노 씨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샀으니까요.

 

후후후... 나하고 물건은 다르지만, 이유가 같네.

 

 

그렇게 말하며 쿡쿡 웃는 하루노 씨.

이 미소를 볼 수 있던 것만으로, 이제 충분히 만족스럽다.

 

 

히키가야 군, 이거, 내 목에 끼워줄래?

 

? 지금 말인가요?

 

, 지금 바로

 

...알겠습니다.

 

 

팬던트를 받아서, 하루노 씨 목에 손을 둘러서 체인을 연결한다.

연결하는 도중에, 하루노 씨의 얼굴이 눈앞에 있어서 두근두근 했다.

덕분에 연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마 내 얼굴, 빨개졌으려나.

아무튼, 하루노 씨도 뺨을 살짝 붉게 물들었으니 무승부라고 생각한다.

 

 

달칵

 

 

, 다 됐어요.

 

고마워. ...어때? 어울려?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수줍은 미소로 물어본다.

그렇지 않아도 빨랐던 심장 소리가, 한층 더 빨라진 것 같은 기분이다.

 

 

정말 어울려요. 역시 그걸로 사서 다행입니다.

 

후후후....

 

 

기쁜듯한 미소가 흘러넘친다.

조금 부끄러웠는지, 약간 숙여버렸다.

조금만 더 바라보고 싶었는데.

 

 

저기, 히키가야 군

 

왜요?

 

저기, , 그러니까 말인데...

 

?

 

 

왠지 횡설수설해진 하루노 씨.

왜 그러지?

뭔가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있나.

 

 

, 있잖아!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내며, 확 얼굴을 든다.

그 표정은 아까 전의 부드러운 것과는 달리, 진지한 표정이었다.

뺨의 빨간 물은 빠지지 않았다.

 

 

저기, 히키가야 군은 참 치사하다니까. 두근두근하게 만들면서 와 주지 않으니까, 가끔 불안해져.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그러니까, 이제 이대로는 싫으니까, 말할게.

 

저기, 하루노 씨...?

 

저는! 히키가야 군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제 히키가야 군이 옆에 없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내 장래의 반려가 되는 걸 전제로 사귀어 주세요!!

 

..............

 

, 말했으니까! 농담 같은 게 아니니까 말야! 제대로 대답해 줘! ......, 그럼 난 이제 돌아갈 테니까!!

 

 

한층 더 얼굴을 붉힌 하루노 씨는 단번에 말하고는, 엄청난 기세로 현관까지 달려가서,

 

 

덜컹

 

내 방에서 떠났다.

 

.........? 지금, 어라?

 

, 고백 받았어?

고백 받았군, 엄청 스트레이트한 말로.

그런데 장래의 반려?

즉 결혼도 염두 해둔다는 말, 맞지?

그러니까 저기, 즉 저거다.

뭐지?

 

 

, ....... 이 마네킹, 어쩌지

 

 

혼란한 난, 그런 얼빠진 말 밖에 중얼거릴 수 없었다.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