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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⑤입니다. 10/19에 4페이지를 썼습니다. 데이트 DE 하루농 파트2. 밤의 데이트... 사실만 놓고 보면 굉장히 러브러브잖아요? 그런 이유로... 슬슬 하치만과 하루농의 관계성을 찾아내 가고 싶은 것. 차례차례 갱신 예정.

 

4페이지...죄송합니다. 작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쳐 썼습니다. 어쩐지 급히 했으므로. 고쳐 썼던 것이 반이 되었습니다. 이번은 부족감이 느껴집니다...(눈물) 그리고 ①의 서두 장면은, 조금 더 뒤에, 좀 더 중요하게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끝나는 건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고. 앞으로, ⑥⑦⑧+⑨로 끝납니다.

 

============================================================================================

 

 

⑤ 다시 ,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강습한다.

 

 

「...............」

 

「정말~, 그렇게 삐지지 마요. 갑자기 권했던 건 미안했다고 말했잖아」

 

「.....별로, 삐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래? 그럼 아까 전부터 눈을 돌려서, 밖만 보고 있는 건 어째서일까나?」

 

........하아.

이래서도 저래서도 아냐... 단지 그저 거북합니다.

내 짧은 인생 경험에는, 이런 좁은 공간에서 아름다운 누님과 둘만이 되는 상황,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 누님, 외모는 페이크에 성격은 암흑물질 같은 수준으로 정체불명이다.

...아니, 아무튼 정확히 말한다면 둘이서, 라는 것도 아니지만.

힐끔, 하고 전방으로 눈을 돌린다.

단지 묵묵히 앞을 보며, 때때로 조용히 핸들을 꺾는 남자의 뒷모습. 이렇게 말해도 그 등의 대부분은 시트에 가려 내가 있는 장소에서 보이는 건 완만하게 정돈한 후두부와, 의외로 비교적 견실한 어깨, 그리고 택시 기사 같은 흰색 장갑을 낀 손목 정도지만.

그래, 이 사람, 운전기사.

여기는 차안이었다. 게다가 주행 중. 도망칠 수 없다!

아마 이것이, 코마치가 오늘 아침에 우산을 건네 준 이유겠지...역시 내통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자전거로의 도주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든가 귀신인가. 아니 아마도, 「끝난 뒤 자전거 가져가러 학교 돌아오는 건 귀찮죠?」라는 친절심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배려의 방향성이 내가 바라는 것과 전혀 일치하고 있지 않다. 히키가야 남매 해산위기다...

게다가, 차라고 해도 예의 검은 하이어는 아니고, 극히 보통인, 작은 패밀리 카였다. 하루노 씨 가라사대, 「아니, 뭔가 히키가야 군 그 차 싫은 것 같았으니까-」...그러니까 이놈 저놈 모두 다 배려하는 방법 이상하겠죠, 말하고 있는 건 분명 실수는 아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고.

그렇다고는 해도, 이 사람...츠즈키 씨, 던가 (칫, 기억났다.)... 저 빈틈없이 차려입은 복장으로 보통 차 운전하고 있으면, 뭐랄까, 이상한 분위기가 있군... 저기만 다른 차원.

 

「응? 츠즈키가 신경 쓰이는 거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하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라는 말을 들어서 바로 바뀔 정도로 나란 인간이 그렇게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신경 쓰이는 건 어떻게 해도 신경이 쓰인다.

나의 뼈와 고교 데뷔의 꿈을 정리해 꺾은 운전기사는 이 사람인가라든지, 그 때의 운전기사가 운전이 능숙해서 뛰쳐나온 나도 전력하는 것만으로 끝났나라든지.... 내가 치었을 때 뒤에 타고 있던 유키노시타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 건가...라든지, 쓸데없는 것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버린다.

...뭐, 상관없는데. 이미 끝난 것이고. 이렇게 해서 나는 후유증도 없이 팔팔하고 있는 거고. 몇 번 시뮬레이션 해 봐도, 고교 데뷔는 역시 나한테는 무리 같았고. 아니 정말로, 별로 괜찮아... 중역은 지각하는 게 세상의 법칙이라고! ...내 지각 변명이지만.

우선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나는 재차, 시트의 구석에 다시 앉는다. 그런데도 퍼스널 스페이스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여기에서는 우선 그 자세가 중요하다. 접근하지마 오라를 방출하면서, 뒷좌석 가운데 부근에 보이지 않는 라인을 이미지한다. 이 쪽에는 먼저 들어가 있다구요!

 

「...히키가야 군, 뭐 하고 있는 거야?」

 

하루노 씨는, 내 경계 행동에 목을 갸웃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유키노 짱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돌아온다고 말해뒀는데, 돌아오지 않게 되어버렸군요. 히키가야 군, 뭔가 알고 있어?」

 

하루노 씨가 내게 얘기한다...슥 하고, 내 쪽으로 앉는 위치를 바꾼다. 제 1차 방위 라인은 쉽게 돌파되어 버렸다. 내 오라 너무 약해! 과연 있을지 어떨지조차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글쎄요. 볼 일이나 뭔가 있겠죠.」

 

그거야 아무튼 현장에 마침 있었으니까 알고 있지만... 그 백합백합스러운 공간에서군.

하루노 씨도 자신의 여동생이 그런 백합백합스러운 사태에 빠져 있다니 생각하고 싶은 일도 아닐 거다. 여기는 친절심을 발휘해서, 우선은 얼버무리는 것으로 한다.

 

「볼일이네...흐-응?」

 

「이, 이상한 거라도?」

 

그러자 이번에는 내 눈을 엿보듯이 빤히 응시한다. 반사적으로 눈을 돌렸지만, 돌린 틈을 찌르듯이, 빠져들 듯이, 하루노 씨의 손이, 제 2차 방위 라인 위에 놓였다. 좁은 차내다, 이미 다른 동작도 취할 수 없다.

 

「응-.....」

 

「.........」

 

아니, 츠즈키 씨, 뒷좌석의 상황을, 약간은 신경 써 주세요. 정말 보이지 않는 건가 이 사람.

하루노 씨는 잠시 동안 나를 관찰하고 있었지만, 문득 뭔가 번뜩인 듯이, 대담한 미소를 띠었다.

 

「알았다, 가하마 짱이겠지요?」

 

「...........」

 

「오, 맞는 것 같네」

 

「또 떠 본 겁니까...」

 

어이어이 내 얼굴, 너무 읽히지 않아? IC카드인가 뭔가야? 정신 차렸을 때는 얼마나 인출당한 거야?

 

「히키가야 군은 입으로는 거짓말하지만, 눈이 정직하니까요... 썩고 있는 비교적은」

 

싱긋하는 표정을 띄우는 하루노 씨. 내 눈 너무 쓸모없잖아... 사안 제어할 수 없잖아.

 

「그래... 뭐 크리스마스 이브네. 친구와 같이 파티 하는 편이, 우리 집 파티보다 즐거운 건 확실하고」

 

나는 뭐 하나 좋은 정보를 얻지 않고 있지만, 대답이 어디서부턴가 질질 끌고 있는 건 무슨 이유일까...

라고 할까,

 

「......유키노시타 씨 집도 파티 하는군요.」

 

「응? 그거야 뭐」

 

우와아, 뭐야. 하루노 씨와 유키노시타가 같은 테이블에 있는 파티라든지, 침묵이 너무 무거워 밤을 샐 듯한 광경 밖에 떠오르지 않아... 분향할 마음조차 생길 수 없다.

 

「뭔가 무례한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나... 아마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버지와 친한 현지 정계 사람이라든지 재계 사람이라든지 불러, 서서 먹는 형식으로 파티 하는 거야」

 

과연, 그건 또, 정치적이군.

 

「나는 오로지 술 담당이고.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따금 보이는 어색한 인간관계라든지 알게 되는 건 즐거울까나」

 

「....즐기는 방법 너무 검지 않습니까?」

 

좋은 미소로 무슨 말하는 거야 이 사람... 설마 부친도 딸이 그런 곳에서 낙을 찾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이렇게 치바의 명사는 약점을 잡혀 버리는군요...

거기서 하루노 씨는, 문득, 미소의 질을 바꾼다. 부드럽고, 그리고 어딘가 기쁜듯한 미소.

 

「그래도 그랬나, 유키노 짱, 올해는 가하마 짱을 선택했군요...응, 아직 사이가 좋은 것 같아서 감심감심」

 

「아직이라니...」

 

어째서 이 사람, 이렇게 목에 걸리는 말투를 쓸까. 아무튼, 일부러겠지만.

 

「후후, 하지만 실제, 가하마 짱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는, 우선 최장 기록인 걸.」

 

「.....최장기록?」

 

「그래. 유키노 짱과 제대로 친구가 되어 주고 있는, 최장 기록」

 

「.......」

 

「이렇게 길어진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니까-, 언니는 예상 밖이에요.」

 

―――당신은, 달랐으면 좋겠네.

불꽃놀이의 밤, 유이가하마가 하루노 씨 앞에서 맹세한 이래로, 아직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전부터의 흐름을 포함했다고 해도, 일 년에도 못 미친다.

그걸로 최장기록. 유키노시타의 스탠스가, 지금까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그것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 뚜렷한 것이었다.

...적지 않게, 유키노시타의 퍼스낼러티에도 원인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타협하면 좋을 텐데, 우선 가장된 웃음이라도 해 두면 좋을 텐데. 그것을 할 수 없는 그녀는, 잘못되어 있는 것을 잘못됐다고 규탄해 왔을 것이다. 친구를 자칭하는 상대에게. 친구라고 하는 면죄부에, 상관없이.

그 결과가 이거다.

질투하고 미워해, 거절하고 배척하기 시작한다... 유키노시타가 빠져 온 배신의 연쇄.

유이가하마는, 그런 와중에 아직도 유키노시타의 친구를 계속하고 있는 예외, 라는 것 같다.

 

「.....뭐어, 질투와는 무연한 녀석이니까요... 바보고」

 

「생각하지 않은 말을 입에 내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아?」

 

내 적당한 코멘트는, 하루노 씨에게 싹둑 잘려버린다.

 

「내가 가하마 짱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건, 그런 것을 분명 가지고 있는데도, 유키노 짱과 친구로 있을 수 있는 건데, 알고 있죠?」

 

「............」

 

「확실히 약간 천연인데. 그래도 그 아이는 하는 둥 마는 둥 클레버하고, 틈이 보이긴 하지만 계산력이 높아. 그런 아이라면 지금까지도 몇 명인가 있었는데... 가하마 짱은 어디가 다를까?」

 

타인의 안색을 엿보며 살아 온 그녀는 질투나 미움을 타인의 얼굴에서 찾아내 왔을 거다. 그런 감정에는, 민감할 것이다. 거기에 그녀 자신도, 그 가혹한 리얼충 라이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간 교활한 방법을 쓴 것도, 있을 게 틀림없다.

인간은 약한 생물이다. 몸도 약하고, 그런 것에 쌓이고 있는 멘탈은 좀 더 약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인간은 얼마든지 잔혹하게 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신에게 변명을 계속 허락한다.

전례의 「친구」라는 건, 거기에 따랐을 뿐이었던 거다. 시작은, 유키노시타를 동경해, 같이 있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고...그러자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그 감정은, 단번에 부의 감정으로 전환된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은 있을 것이다.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면서, 그녀와 그녀가 아직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건.

그녀가 다른 점이라고 하면...그건.

그건 뭘까.

 

「그렇다고는 해도... 보고 있었던 듯이 얘기하는군요.」

 

하루노 씨가 유이가하마와 얼굴을 맞댄 건, 진짜 몇 번일 텐데.

 

「후후, 나는 인간관찰이 취미니까」

 

「...그거, 취미 범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기본노선 게임 얘기하는 건 그만두라고. 여러 가지 생각해 버리잖아...

 

「뭐, 이건 가하마 짱이 없으니까 말하는데. 본인에게 말하면 안 돼요? 그도 그럴게 봐, 그 애도 라이벌이고... 히키가야 군 입으로, 너무 칭찬 하는 것도, 응?」

 

「라이벌이라니... 아니, 그러니까 친구겠죠? 유키노시타의」

 

「그런 게 아니라... 아무튼 상관없나. 추가로 히키가야 군도 최장기록 갱신중인 게 되지만, 새로운 기록갱신을 목표로 해 줬으면 하는 거야... 기대하고 있어요?」

 

「기록 갱신도 뭣도....」

 

실은 나, 친구도 아니니까. 아무래도 저 쪽 분은 그런 관계 바라는 바가 아닌 듯하니... 유감스럽지만 하루노 씨의 기대에 응하는 건, 할 수 없다.

다만, 이 화제에 관해 일의 경과를 설명하는 건 귀찮고, 하루노 씨에게 그런 얘기를 할 이유도 원래 없었으니까, 나는 화제를 잘라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갑니까, 이 차. 시내 쪽과는 반대 방향입니다만」

 

그래, 유키노시타의 크리스마스 프레젠트 살 거였다. 나도 한순간 목적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갑자기 납치되고 이 상황이다. 무리도 아니지만... 슬슬, 만회하지 않으면. 넋 놓고 있으면 뼈까지 빨릴 지도 몰라.

하루노 씨는 행선지를 떠올리고 있었던 걸까,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골똘히 생각한다.

 

「응-, 그러네... 때 마침이네?」

 

「뭐야 그건...」

 

「때・마・침・이・네?」

 

「왜 다시 말하는지....」

 

이 사람의 이런 행동은, 너무나 노골적이라 오해하지 않아도 되는 게, 어느 의미 구제인지도 모르려나. 그런데도 한순간 움찔하는 건, 아마 지병인가 뭔가라고 생각한다. 빨리 병원이군....

 

「아-봐요 츠즈키, 여기서 급 핸들 한번이라도 꺾어주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러면 합법적으로 히키가야 군이 기대서 이렇게 될 텐데.....」

 

영문 모를 무리한 주문을 하는 하루노 씨... 나쁜 고용주구만.

 

「...........」

 

말을 들은 츠즈키 씨는 무반응이었다. 이런 상황에는 익숙해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 위험해, 나를 쳤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동정해 버릴 것 같이 됐다... 복잡한 기분.

그곳에서부터 약간 달려서, 이윽고 그가 취한 행동은, 물론 급 핸들 꺾기 따위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조용하고 완만한 브레이크였다. 관성력에 의한 힘은, 아마 최소한으로 억제되고 있다고 해도 좋겠지. 매우 신사적. 추가로 히라츠카 선생님의 운전은 와일드에 마초남 같다. 어떤 쪽이 사랑받는 걸까 여자한테는.

 

「오,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네-」

 

하루노 씨가 근처를 둘러보면서 말한다. 거기에 이끌려, 나도 빙글하고 목을 돌렸다.

...어디야 여기? 내 머릿속 치바 맵에는 특별히 해당되는 건물이 없다. 즉, 그만큼 유명한 장소는 아니라고 하는 거다. 한적한 주택가, 게다가 집 지붕이나 벽이라든지에, 약간 부르주아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구획이었다.

츠즈키 씨가 어느 샌가 뒷좌석 측까지 와서 문을 열어 준다. 진짜로 기척 없잖아... 스승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하루노 씨는 그걸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차에서 내리고 나는 약간 거기에 미안해하면서 뒤를 따른다.

 

「그럼 잠깐 갔다 올 거니까. 히키가야 군, 여기에요.」

 

목례하는 스승... 츠즈키 씨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리들은 걷기 시작한다.

시각은 18시를 가리켜, 왕래도 거의 없다. 원래, 별로 인기가 없는 곳일 거다. 듬성듬성, 가로등이 밤길을 비추고 있다. 이런 시간, 이런 곳에 무슨 가게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          ×          ×

 

주택과 주택 사이에, 그 가게는 적막하게 있었다.

주위의 집과 비교하면 실루엣이 머리 하나 정도 낮은 단층집. 목조인 듯하고, 나무의 거무스름해진 색이 시간의 경과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가게 앞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 낡았다는 인상은 그리 받지 않았다.

 

「여기에요, 히키가야 군」

 

「하아...라고 할까, 가게 닫혀 있지만」

 

보면 미닫이문에, 『영업종료』의 간판이 걸려 있다. 아마, 5시라든지 그 정도로 끝나는 걸까. 별로 큰 가게도 아니고, 이 시간에는 손님도 오지 않겠지. 단, 가게 창문에서는 빛이 새고 있었다.

 

「괜찮아. 가게 사람한테는 얘기 해 뒀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주저 없이 미닫이문을 열었다. 당황해서 나도 하루노 씨를 따라간다.

땡땡하고, 문에 장착된 작은 종이 운다.

 

「..........에」

 

내 눈에 뛰어 들어온 것은, 잡동사니의 산이었다.

...아니, 잡동사니의 산처럼 보였다, 가 정답이다. 너무나도 어수선하게 놓여 있어, 한순간 그렇게 보인 것뿐으로.

오렌지색의 부드러운 조명아래, 상품이 좁은 곳에 늘어서 있다.

가까운 쪽의 테이블에는 연대물의 앤틱 돌이 앉아 있고, 그 안 쪽은 테디·베어 한 무리. 양철 블리크 로봇이 늘어선 곳에 그리운 솔비 인형이 몇 체인가 널려 있었다. 좌옥에는 전차나 군용 비행기의 프라모델에 디오라마, 특촬 히어로 피규어가 줄서 있다. 라고 생각하면 오른쪽 안쪽 선반에는 세세한 장식이 붙은 티포트나 접시, 글래스가 늘어서 있고... 도저히는 아니지만, 전부 묘사할 수 없다. 뭔가 마루까지 상품은 널려 있다. 마루에 깔려 있는 한 오래 전의 팬시인 융단도, 혹시 상품인지도 모른다.

요컨대, 잡화상 겸 완구가게라는 것일까.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 라인업에,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한다.

 

「뭡니까, 여기...」

 

「보면 알겠지만 완구점이에요? 약간 어수선하고는 있는데-」

 

뒤죽박죽 레벨이 아니다. 내 방보다 어수선한데.

 

「아버지의 아는 분이 하고 있는 가게야. 최근에는 오지 않았지만...아」

 

하루노 씨의 시선을 쫓자, 가게 안쪽에서 지긋이 나이가 든 작은 몸집의 할아버지가 나왔다. 하얀 수염이 애니처럼 수북히 나 있어, 지금도 「소귀다, 소귀가 있다」라든지 말을 할듯한 느낌... 저걸 보면서 생각하건데, 저 할아버지 확실히 인간 같지는 않군.

 

「오래간만입니다... 부탁 들어 줘서 고마워요.」

 

하루노 씨가 인사했으므로, 나도 우선 머리를 내린다. 할아버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게 끄덕이며 손을 들고 다시 가게 안쪽으로 돌아갔다... 뭐야 저건, 그 사람도 과묵 캐릭?

 

「그런데... 그럼 프레젠트 선택하기, 시작해볼까」

 

「프레젠트라니... 여기서?」

 

나는 다시 쌓인 물건의 산을 지긋지긋하게 바라본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를 진열방식이다, 이러면 아직 저번 주의 라라포트가 현격히 찾기 쉽다고 생각한다.

 

「라고 할까, 어째서 일부러 이런 데까지 튀어왔습니까?」

 

「응-, 전에 고양이 굿즈 찾고 있었잖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유키노 짱이 갖고 싶어 했었던 게 있었지 하고, 생각해 내서」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산 속으로 헤치고 들어간다. 아무래도 목적의 물건이 어디에 있는 건지는, 일단 기억하고는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상품의 산은, 일단 어떤 구분은 되고 있는 듯 하고, 나도 보고 있는 동안에 왠지 모르게 각 섹션의 컨셉을 알 게 됐다... 어디까지나 왠지 모르게, 지만.

 

「여기 할아버지, 취미로 여러 가지 사 들이고 있어서... 그래서, 그걸 대충 즐기면, 이렇게 가게에 늘어놓고 팔고 있는 거야. 싫증 잘 내는 사람에, 자신이 뭘 샀는지도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과연, 취미인의 앤틱인가...그래도 그렇군요. 중고라는 말 들어버리면 약간 힘이 빠지는데, 앤틱 카테고리에 들어간 순간, 오래 길들여진 맛이 좋다든가 하는 말들을 보면, 뉘앙스라는 건 중요.

하지만, 그렇다면 아까 전의 전차의 프라도... 지금 내 시야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미소녀 피규어도 할아버지의 취미라는 건가... 젊다고 할까, 할아버지의 취미의 깊이를 알고 싶은 것도 아닌데 깨달아 버렸다.

 

「확실히, 이 근처였는데」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가 몸을 수그려 웅크린다. 드리워진 세미 롱 머리카락을 손으로 고정해, 높이가 낮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물건을 검시하기 시작했다. 나도 뒤에서 들여다본다.

 

「뭔가요 이 상자...아아, 오르골인가....」

 

아무래도 이 테이블에는, 오르골이 놓여 있는 것 같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여러 가지 장식으로 꾸며진 상자가 쭉 정렬되어 있다.

하나를 손에 들어, 상자를 열어 보았다. 오르골 특유의, 금속적이면서도 포근한 음색이 상자 바닥에서부터 흘러나온다. 거기에 맞추어 상자 안에 있는 작은 인형이 댄스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의 일 절.

 

「유키노시타가 갖고 싶어 했던 것이, 오르골인가요?」

 

그 실리주의의 집합체 같은 녀석이 그런 걸 갖고 싶어 했다고는...그렇지도 않나. 팡 씨 굿즈라든가 사 들이고 있기도 하고....

 

「응-, 그렇다고 해도 꽤 오래 전이지만... 나도 여기, 오랜만에 왔었고.」

 

하루노 씨는, 작은 상자를 여닫아 안을 확인하면서 대답한다.

 

「부모님이 나와 유키노 짱도, 자주 왔었어. 그 할아버지, 아버지의 지원자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 나도 유키노 짱도, 이 가게 마음에 들어 했기도 해서. 뭔가, 보물산 같잖아?」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지도 모른다. 뭐가 묻히고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이 가득 찬 보물산. 나도 이정도로 눈이 썩기 전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언제쯤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노 씨는 대충 탐색을 끝낸 듯이, 마지막 상자를 열고, 닫고,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으-응...역시, 이제는 없어져 버렸을까....」

 

「에, 없었나요?」

 

「응... 열면 고양이 두 마리가 이렇게, 서로 장난치고 있는 느낌인 거였는데, 팔린 것 같네」

 

목적의 물품은 없, 나...그런데, 그럼 나 헛수고에 고생만 한 거 아냐? 또 어딘가로 찾으러 간다는 전개라든지는 사양이야....

하루노 씨는 단념하지 못한 듯이, 내게 등을 향해 다시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제 적당히 보고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하루노 씨에게 제안하려고 했을 때,

 

「나는, 받을 수 있었는데」

 

하루노 씨의 중얼거림이 그것을 차단했다.

 

「아버지에게, 이걸 갖고 싶다고 말했어. 어떤 거였는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그 정도의 기분으로 조르면, 시원스럽게 사 주셨어.」

 

상자를 손에 들어, 열고, 또 닫는다. 잠시 동안만 오르골 소리가 들려,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유키노 짱에게는 사주지 않았어.」

 

여전히 등 뒤를 향한 채로인 하루노 씨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는 모른다.

 

「히키가야 군... 왜인지, 알아?」

 

「어.....저 말입니까?」

 

「응」

 

갑자기 대답 요청을 받은 나는 약간 당황했다. 하루노 씨가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건지, 나에게는 몰랐으니까... 그리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하루노 씨에게, 어떻게 대응해도 좋을지 몰랐으니까, 하는 것도 있다.

평소의 밝고 애교 있는 누나라는 것도 아니고, 이따금 보이는 냉혹한 여왕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인상은... 속이 텅 빈 것이었다.

우선, 내 인생 경험적인 입장에서, 하루노 씨의 질문에 답하기로 한다.

 

「애정의 차이 아닙니까?」

 

「...히키가야 군, 심한 말 하네... 실제경험?」

 

「유키노시타 씨 쪽이야말로 심한 말 하고 있으니까요... 실제경험이지만」

 

하루노 씨는 쿡쿡하며 어깨를 작게 흔든다. 그다지 몸을 날린 개그를 할 작정은 없었지만, 웃어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 부분은 동정해 줬으면 한다.

 

내가 받지 못했는데, 코마치에게 사 줬다고 하는 수수께끼 사상. 그 해답은 코마치가 너무 사랑받고 있는 점에 있다. 그 쓰레기 아버지라고 하면...그런데, 이건 이미 회상이 끝난 상태였다. 일부러 괴로운 기억을 들춰내서 좋을 리 없다.

 

「우리 집 가족 사이는 양호해요, 아마. 나도 유키노 짱도, 평등하게 사랑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유키노시타의 태도를 보는 한,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 도메스틱인 문제에, 가벼운 기분으로 츳코미는 할 수 없었다.

 

「정답은... 깨닫게 하기 위해서, 에요.」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한 채, 다시 상자를 연다. 특별히 설명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업무 떠넘기기인가요. 빨리 보고 생각하라는 스타일.

 

...다만, 짐작이라면, 있다.

유키노시타는 초대받지 않고, 하루노 씨만 온 그 불꽃놀이.

실내파인 유키노시타가 원래 불꽃놀이 같은 것에 올까 하는 츳코미도 있겠지만, 만약 갈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그녀는 갈 수 없었겠지.

저것도 또,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대리는 어디까지나 하루노 씨라고 하는 것을.

그건 밖을 향한 의미뿐만이 아니라, 내향적으로도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매의 서열을 확실하게 새기기 위해서. 확실히, 깨닫게 하기 위해.

 

옛날 가족제도 중에는, 장남의 반찬이 하나 많다고 하는 건 상식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코마치가 비싼 음식을 부탁해도 아무 말도 듣지 않는데, 내가 그것을 부탁하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것과 같다... 아니 이상하죠 분명히. 부모님 나를 너무 싫어하잖아. 나는 지지 않아, 아무리 떨떠름한 표정 짓든지 말든지 패러사이트를 계속해 주겠어...

얘기가 엇나간 생각도 들지만, 이것도 또, 우리 집은 우리 집. 다른 집은 다른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론 낼 수밖에 없다.

 

「......아~아, 떠올려 냈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야. 뭐, 잊고 있었던 나도 난데... 역시 감상 같은 거에 흐르게 되면, 변변한 일이 없지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루노 씨는 간신히 일어선다. 천천히, 그것은 어딘가 아쉬운 듯하게.

 

「.....아무튼, 상관없을까」

 

그리고 뒤돌아보면...평소의 하루노 씨인 얼굴이었다.

 

「미안해 히키가야 군, 또 빗나가 버렸어... 우선 나올까. 나, 할아버지와 얘기하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에, 그 밖에도 찾지 않나요?」

 

여기서 결정해 주지 않으면, 다음이 있을지도 모르고...

 

「미안해... 여기는 이제 됐으니까」

 

손을 모아 사과하는 하루노 씨에게,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그 행동은,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계산된 듯한 동작이었다.

하루노 씨는 내 옆을 지나, 가게 안쪽으로 사라져 간다.

 

그것을 배웅한 뒤, 나는 문득 보물산을 바라본다.

보물을 순진하게, 즐거운 듯이 찾는, 두 명의 소녀―――그런 것을, 한순간 환시한다.

그녀들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었겠지. 이 보물산처럼, 뭐가 나올지 모르는 미래에, 희망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결국 현실 밖에 묻히지 않았다. 가차 없이, 잔혹해, 재미없는 현실만인, 매장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찾아 내 버렸다면, 보통 환멸을 느끼다 상심해서, 그녀처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요령이 좋겠지―――어쩔 수 없어, 뭐 상관없잖아, 라며. 현실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뭐, 타협을 하지 않으려는 녀석도, 가끔 있지만.

 

          ×          ×          ×

 

「히키가야 군, 뭐 먹고 갈래?」

 

츠즈키 씨가 기다리는 차로 돌아온 조속히, 하루노 씨는 내게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차는 역시 소리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루노 씨 아무것도 지시하고 있지 않은데, 이 차는 어디로 향해 가는 거지? 우선,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내츄럴하게 식사 길로 유인하는 것 같은데... 이대로 바로 돌아간다는 선택사항은 없는 건가요.」

 

「응-, 별로 그대로 상관없지만... 코마치 짱, 히키가야 군의 밥,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거짓말, 진짜로? 코마치가 내 몫을 준비해 주지 않다니, 그럴 리가 없어... 확신 범이 아닌 한. 코마치 녀석...위를 인질로 취급하는 건 좀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스스로 만들어도 좋겠지만, 돌아가고 나서 착수하게 되면 꽤 늦어진다. 냉장고 안 어땠나... 별로 변변한 게 들어가 있지 않았던 듯한 생각이 든다. 설마라고는 생각하는데, 거기까지 코마치가 계산한 건 아닐 거다... 아니, 그럴 리는 과연 없다고 믿고 싶다. 여동생까지 믿을 수 없게 되면 오빠 뭐를 믿으면 좋을지 몰라.

 

「하아... 갑니다, 가면 되겠죠.」

 

이미 포기, 라는 기분이었다. 내게 결정권이 돌아왔을 때는, 선택여지가 없어지고 있는 건 평소 일이고... 여럿이 합세해서 내 퇴로를 너무 끊잖아. 나는 그렇게 신용 없는 거야? ...뭐, 없겠지. 그 정도는 안다.

내 한숨 섞인 대답에, 하루노 씨는 만족스럽게 수긍한다.

 

「후후, 누나 이해가 빠른 아이는 싫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먹고 싶은 건 있어?」

 

「별로 뭐든지 상관없습니다만... 사 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알고 있다고, 무리하게는 사치하지 않아요.」

 

미리 못을 박는 내게, 하루노 씨는 쾌히 승낙했다. 했지만,

 

「.....히키가야 군이 낼 수 있다면, 말이야」

 

「.......에?」

 

 

결론부터 말하자, 낼 수 없었다.

 

 

「누나한테 한 턱 내게 해주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돼요?」

 

생글거리며 그런 말을 하는 하루노 씨를 옆으로, 나는 한 번 더 지갑 안을 확인한다...으으, 몇 번이나 세도 부족하다.

 

「왜...왜 이런 비싼 곳인가요.」

 

「히키가야 군이 뭐든지 괜찮다고 하니까....」

 

그거야 그렇게 말했지만...말했지만요, 한도라는 것이 있겠죠? 라고 할까 하루노 씨 이거 일부러가 아닙니까?

 

우리들이 들어간 곳은, 내가 자주 들리는 근방 역 가까이에 있는, 작은 요리점이었다. 대로에서 약간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조촐하고 아담하며 세련된 가게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것 같다. 지난번의 파스타를 볼 때, 하루노 씨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하는 건가.

헤에 근처에 이런 가게가 있는 건가-, 나 혼자서는 절대 오지 않겠지-라든지 두리번두리번 점내를 둘러보고 있었던 게 좋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메뉴를 보고 그 가격을 눈치 챘을 때에는, 하루노 씨가 재빨리 주문을 끝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여하튼, 이번에는 솔직히 부족한 분은 나한테 한 턱 내게 해 주세요. 이런 가게 선택해 버린 책임도 있고, 저번부터 어울려 줬던 감사의 의미도 있으니까」

 

「아니요... 돌려줍니다. 돌아가면 있으니까.」

 

아직 확실히, 연금술로 생긴 돈은 남아 있었을 거다...는 친구와 놀러 가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적어서, 의외로 돈이 줄어들지 않는 거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신작 게임은 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또 낳을 수밖에 없나, 무에서 유를.

 

「정말 고집쟁이네. 그건 폴리시인가 뭔가야?」

 

「별로... 타인에게 빚을 만드는 게 싫을 뿐이에요.」

 

특히 빌리는 상대가 상대인 때는 더욱 더 그렇군.

 

「...흐응, 타인한테는 그토록 빚을 지워두면서 그런 말을 하네.」

 

뭔가 찌르는 듯한 말을 들은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뭘 말하기 전에, 하루노 씨는 옮겨져 온 요리 편으로 흥미가 옮긴 듯하다. 「와아 맛있을 것 같아」라며 작게 환성을 올린다. 내 반론 같은 불평은, 목 안으로 들어간다.

 

「우선 먹어. 히키가야 군. 여기 요리 맛있다고 듣고 있었어-」

 

「...하아, 그럼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접시에 담긴 전채는 카프레제였다. 사이제의 메뉴에서 본 적 있다...그런데 나, 토마토 싫어해서 말이지.... 그래서 먹은 적 없다.

뭐, 고기 요리도 주문한 듯 하고, 그때까지는 인내일까...하고, 느릿하게 입에 넣는다.

 

「.....우와, 맛있어」

 

무심코 입에서 군소리가 샜다. 하루노 씨가 내 반응을 보고 기쁜 듯이 미소 짓는다. 그것이 눈에 들어와, 약간 부끄러워졌다.

아니 그래도 이거 진짜 맛있다고. 모짜렐라 치즈도 맛이 별로 없으니까 좋아하지 않았는데, 토마토를 곁들이면 진짜로 맛있다. 드레싱도 맛의 조화를 깨뜨리는 일 없이, 오히려 더더욱 북돋우는 것 같다고 해도 좋다. 위험하게도 「마시―――써!」라며 소리 지를듯하게 된 나를 어떻게든 억누른 그 군소리다... 다음에, 집에서도 만들어 볼까.

 

※ 마시―――써 : 죠죠 네타인듯 합니다. 정발본도 안 나온 것 같고, 해석은 대충 해서 대충 넘어갑시다.(이 무쓸모 자식이!)

 

 

「가끔 이런 곳에 먹으러 오는 것도 좋아요? 여러 가지 발견이 있고, 이런 곳은 데이트라든가 밀담이라든지에는 안성맞춤이니까... 자, 유키노 짱 권해 보면 어때?」

 

「지금 맛에 집중하고 있어서, 잠깐 내버려 둬 주실 수 있나요」

 

「...그랬지, 히키가야 군은 흔들리지 않네.」

 

데이트라든가 밀담이라든가 유키노시타라든가, 뒤숭숭한 단어를 꺼내지 말아 줬으면 한다. 맛을 모르게 되니까... 라고 할까 밀담이라니, 어떤 세계의 사람입니까 당신은.

뭐어, 요리에 죄는 없다. 돈 마련에 다시 곤란하게 될 것 같지만 이만큼 맛있는 음식이고, 불평은 말하지 않고 입 다물고 먹기로 하자. 밥은 입 다물고 먹는 것. 그건 어디까지나 양보할 수 없는 세계의 진리다.

 

「디저트 때 정도, 말해도 좋지 않아?」

 

「하아, 아무튼....」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얻어먹고 있는 이상, 상대의 말에는 조금은 양보하는 게 좋겠지... 그러니까, 얻어먹고 싶지 않았던 거다. 맛은 있지만 말이지.

추가로 디저트는 푸딩이었다. 푸딩은 고등학생이나 된 남자가 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위험해. 한입 먹고 나온 감상은, 위험해. 너무나도 위험해 내 일본어도 정말 위험하다. 위험한을 과하게 써서 게슈타트 붕괴 일어날 것 같군...위험해.

아까 전부터 홀짝홀짝 스푼으로 건져서 빨고 있다. 너무 한 번에 먹는 것도 아까우니까... 나로서도 가난근성이다.

 

「그런데 히키가야 군, 다음에 비는 날은 언제일까?」

 

「.........쿨럭」

 

푸딩이 목에 막혔다. 이런 부드러운 것이 막힌다니 무슨 일인가요..

내 상태를 보고, 하루노 씨는 쓴 웃음을 짓는다.

 

「아하하, 농담이야. 과연 더 이상, 끌고 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어?」

 

「어라? 뭐야 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아니, 저....」

 

믿을 수 없어...그도 그럴게 이 사람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유키노시타의 언니다.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쓸 수 있는 건 써서, 쓸 수 없는 것조차 당당하게 써서 목적을 달성한다...문화제에서, 나는 그 일면을 보았을 거다.

 

「프레젠트 사는 걸 그만둔 게 아니에요? 히키가야 군한테서 어느 정도 리서치는 할 수 있었고, 조금만 더 찾아보고 나서 살 생각. 너무 내가 히키가야 군을 휘두르는 것도-...유키노 짱한테 미안하고」

 

「또... 유키노시타는 관계없다니까요?」

 

「응-, 그래? 그럼 좀 더 누나와 나갈래? 나는 별로 상관없어요?」

 

나는 어깨를 움츠려 대답으로 대신한다. 설마겠지.

 

「그렇겠죠? 원래 내가 사줄까 하는 생각으로 히키가야 군이 어울려 주고 있었던 걸. 별로 끝까지 붙어 다닐 이유는 히키가야 군에게는 없으니까」

 

말하고 있는 건 지당하다. 나는 어디까지나 뒤따라 합류했을 뿐. 혹시 하루노 씨는 그 밖에도 몇 번 정도 혼자서 찾으러 나갔는지도 모른다. 그 중의 두 번, 내가 말려 들어갔을 뿐이다. 돈을 내는 건 하루노 씨니까, 최종적인 결정권은 하루노 씨에게 있는 것이고.

 

...단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케이스에 말려 들어가, 내가 도중에 이탈할 수 있던 시험은 거의 없었으니까.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 없어, 사축 유사 체험을 너무 반복했기 때문일까, 있다고 생각했던 잔업이 갑자기 없어져 버렸을 때의 불안과도 비슷한...어, 정말로 돌아가도 좋습니까?

역시, 이걸로 끝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 그 대신이긴 한데」

 

「거 봐요...」

 

무심코 입으로 나와 버렸다. 다행히도 하루노 씨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듯하지만. 내 경계 시스템은 감도 양호하다. 할 수 있으면 위기 회피 방법도 매뉴얼화 되고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부탁인데... 내 프레젠트,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한테 건네주길 바라는-데」

 

「어...제가 말인가요?」

 

「그래.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한테」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남아 있던 푸딩을 입에 옮긴다. 연분홍색의 입술에, 은빛의 스푼과 푸딩 조각이 빨려 들어간다. 조금 맛보고 나서, 꿀꺽 하고 삼켰다.

 

「아니, 왜.....」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크리스마스 파티, 히키가야 군도 가는 거겠지?」

 

「뭐어... 일단」

 

토츠카가 오면이지만.

 

「가하마 짱의 제안이고, 프레젠트 교환이라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때 건네준다면 좋은 것뿐이니까.」

 

그 녀석이라면 확실히 그런 말을 할 것도 같군.... 프레젠트 교환이라든가, 여러 명의 프레젠트가 오고 가겠지? 지뢰가 많이 매설되고 있다는 거죠? 뭐야 그건 무서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응?」

 

「그런 게 아니라... 왜 스스로 건네주지 않습니까?」

 

나의 당연한 의문에, 하루노 씨는 당연한 듯이 대답한다.

 

「싫은데, 유키노 짱이 내 프레젠트를 솔직히 받을 리가 없잖아」

 

「아니...바로 지난번에 보통으로 건네주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 고토우치 팡 씨라든지를. 유키노시타 엄청나게 기뻐했다고?

 

「으-응, 아무튼 그렇긴 한데... 그래도 저건 드문 패턴이니까. 봐, 유키노 짱은 내 앞에서는 솔직히 기뻐해 주지 않았겠죠?」

 

그건 뭐, 확실히 그렇다.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가장하고 있었으니까... 마치, 틈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처럼. 숨길 수 없었지만.

 

「나는, 솔직히 기뻐하는 유키노 짱이 보고 싶은 거야. 팡 씨도 두 번은 쓸 수 없고, 오늘 것도 빗나가 버렸고, 앞으로는 이제 주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그러니까, 부탁할 수 없을까나?」

 

「......인선 다시 생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발상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선물은 질이 아닌, 주는 사람의 마음이다...라고 하는 속론에 관해서는, 나도 생각하는 점이 있다. 프레젠트의 성공여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주는 사람이다. 선물의 내용도 거기에 담긴 감정도, 받을 마음이 없으면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다...소스는 나...트라우마 폴더가 불을 뿜는다.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건네줬다고 해서, 그 녀석이 기뻐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래, 발상은 나쁘지 않지만, 나로서는 유키노시타가 기뻐하지 않는다. 프레젠트 내용물이 유키노시타의 취미에 적중이었다고 해도다. 오히려 적중했을 경우, 「왜 내 취미를 이정도로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당신 스토커?」의 텐프레 대사로 따지기까지 할 거다.

 

「그럴까나... 기뻐한다고 생각하는데」

 

「뭐를 근거로 그런 말을....」

 

「에? 봐요, 히키가야 군이 유키노 짱과 라라포트 갔을 때라든지. 팡 씨 인형 받아서 기뻐했잖아」

 

「....꽤나, 예전 얘기를 꺼내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사람과는, 그 때 서로 알게 됐다.

 

「누군-가 본 적 있는듯한 애가 있다고 생각하면 유키노 짱 아냐? 즐거운 듯이 수다해서는. 한순간 오인했을까 하고 생각한 거야. 저거 크레인 상품이었지? 유키노 짱 그런 거 한 적 없고. 분명 히키가야 군이 집어 줬군요?」

 

「뭐어, 일단은....」

 

정확히는 타인 부탁이었지만. 낸 건 유키노시타의 돈이고.

 

「이렇게 기쁜듯한 유키노 짱은 오랜만에 봤으니까, 방해일지도 하고 생각했는데 그만 말을 걸어 버렸어... 그 때는 미안해?」

 

그런 예전의 일을 사과해도, 곤란하다. 거기에 나는 따로 사과 받을 도리는 없는 거고. 기분 나빠 했었던 사람은 유키노시타 뿐이다.

...라고 할까 그걸로 기쁜 거라니 기가 막힌다. 나는 팡 씨 꺼내 줬는데도, 굉장히 실례인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정말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

 

「............」

 

그렇게는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면, 아마 정찰과 견제를 겸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여동생에 붙은, 벌레에 대한, 도착이다. 나도 정말 대의를 품어야 하나. 견제라는 것보다 소독 단계가 나으려나. 이 자식, 공부를 구실로 코마치한테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말이야...

 

하루노 씨의 여동생에 대한 스탠스는 아직도 모른다. 찰싹찰싹하고 미움 받을 정도로 들러붙었나 하고 생각하면, 차갑게 떼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또 참견이라고 할까 시련 같은 것을 주고 있는 인상조차 받는다... 어느 쪽으로 해도 바보군. 유키노시타에게 미움 받는 데에 있어서, 아마 뛰어난 게 아닐까.

그것을 자각한 다음, 내게 이런 일을 부탁할 정도라면, 고치면 좋을 텐데.

 

「그럼, 유키노 짱이 히키가야 군한테서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는 건 증명된 거고, 아까 전의 얘기로 돌아오지만 부탁 받아 주지 않을까나? 봐봐, 유키노 짱과의 거리를 줄일 찬스야!」

 

「찬스」

 

「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위험해, 반응 해버렸잖아. 지금은 완전히 무의식. 어떻게 할 거야 자이모쿠자.

가 아니야... 모르는 점이라 한다면, 이것도 모르는 점이다.

왜 이렇게도 이 사람, 나와 유키노시타의...뭐라고 할까, 세트(?)에 집착하고 있는 거지? 할인은 되지 않지만. 누구한테 수요 있어요. 이 조합.

라라포트에서의 만남 이래, 특별히 소독된 기억도 없으니까 무해 판정 정도는 나왔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 무해하고. 무해 무독 무미 무취. 공기 같다고 빈번히 듣는 걸. 아니, 언급되지 조차 않는 걸, 공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그 소재로 만지작거려 온다. 부추겨 온다. 불꽃놀이 때도 그렇고, 문화제 때도 그렇다. 그리고 지금도...아니.

 

최근에는 보다 노골적이다. 선물인 고토우치 팡 씨를 빌미삼아, 유키노시타의 프레젠트 탐색에 끌고 다니고, 끝에는 하루노 씨가 선택한 것을 내게 시키려고 하고 있고. 코마치 레벨의 노골적임을 느낀다. 만지작거린다든가, 그런 레벨이 아니다. 어느 의미, 거절돼도 상관없는 맹러쉬다. 그건 마치,

 

「뭔가... 초조해 하고 있습니까?」

 

감히, 맥락도 없이 물어 본다. 이런 상대에게는, 논리적인 전개로 캐묻는 것보다는, 페이스를 흔들어 반응을 보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초조해 한다고? 응-, 확실히 초조하고 있는 걸까나. 두 사람 모두 반년 가까이 지났는데 전혀 진도 나가지 않으니까 언니는 걱정에 걱정이라서」

 

하지만, 내 질문은 불발로 끝난다. 하루노 씨의 페이스도 흐트러지지 않은 듯이 보인다... 이건 얼버무린 건가? 그렇지 않으면 내 억측이라든지? 의도가 너무나도 보여 틈이 보여서, 반대로 아직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버리는 건, 상대가 하루노 씨라서 그럴까.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인다면, 동생과의 교제를 언니가 인정해 지지도 해 주는, 남고생에게는 군침 도는 시추에이션일 거다. 하지만 그런 로맨틱 코미디적 전개를 머리부터 믿지 않는 나는 그것을 바보같이 고분고분하게 납득할 수 없고, 하물며 그 로맨틱 코미디 전개의 중개인 또한 하물며 한 층, 두 층도 더 숙련된 연기파다... 역시, 믿으라는 편이 무리인 얘기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루노 씨의 말에, 마음속이 간파된 듯한 생각이 들어 섬뜩한다. 가능한 한, 나는 평정을 가장하면서 남은 푸딩에 입을 댄다. 달다. 사고에 당분은 필수다.

 

「나는, 단지 그저 히키가야 군이라면 유키노 짱하고 잘 지내 나갈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을 뿐인데」

 

다시, 노골적이게까지 발을 디뎌. 유키노시타 하루노인 듯한 거침없는 말과, 유키노시타 하루노다운 단락적인 발언

 

「하...그만둬 주세요, 나한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그런 식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꽤나 초M인가, 유이가하마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 그래도 히키가야 군, 내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도, 유키노 짱을 꽤나 구해 주지 않았어?」

 

「...무슨 정보입니까, 그건」

 

근거를 말해라 근거를, 이라고 말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짐작이 간다.

시즈카 짱한테서 들었어요, 라며 하루노 씨는 계속한다. 역시 그런가. 하루노 씨는 생긋하며, 미소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내게 말을 건다. 그건그건, 기쁜 듯이. 궁지에 몰아넣듯이.

 

「예를 들면 임간학교... 초등학생인 여자애를 도와줬었지? 알게 되어 하루도 지나지 않은 여자애를 위해, 꽤 위험한 다리를 건넌 것 같지 않아? ...그런데, 히키가야 군은 그 여자애를 누구와 겹쳐 보고 있었겠지요?」

 

악의로 배제되어 버린 소녀. 주위를 단념해 버린 여자애. 그 모습에, 나는 누구를 겹쳐보고 있었을까.

 

「예를 들면 문화제... 이건 나도 옆에서 보고 있기도 했고, 별로 할 말도 없을까나... 재미있게 해 줬어 히키가야 군은. 그 문화제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군요... 그 문화제는, 히키가야 군에게 있어서 누구의 문화제였던 것일까나?」

 

위원장 부재인 후미. 위원장 부재로 직면할 뻔한 엔딩... 문화제에 주역 같은 건 없다. 물론, 그 성장이라는 말을 잘못 잡은 불쌍한 위원장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주역으로 한다면, 그건 누구였던 것일까.

 

「에트세트러에트세트러, 군요... 히키가야 군이 없었다면, 아마 유키노 짱은 이번 일 년으로 꺾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나... 예를 들면, 문화제 쯤에서」

 

「.........」

 

감히 문화제를 선택한 건... 역시 확신 범인가.

 

「뭐, 꺾여 버리는 편이 행복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꺾여서, 타협해서, 현실을 받아들여서... 그러면, 약간은 나한테 가까워질 텐데」

 

하루노 씨는 진짜 한순간만, 얼굴을 흐린...듯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것이 너무나도 한순간이라, 내 오인일지도 모르니까. 눈앞에는 방금 전과 다름없이, 즐거운 미소를 띤 하루노 씨 밖에 없다.

 

「그렇지만, 히키가야 군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어.」

 

「허용하지 않았다라니...」

 

「그러네, 유키노 짱이라도 꺾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고... 내 방식에, 굽히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고. 오기가 있으니까, 그 아이」

 

쿡하며, 하루노 씨는 웃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질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정정해요, 히키가야 군 덕분에, 유키노 짱은 꺾이지 않아도 됐다, 이걸로 좋아?」

 

「...이걸로 좋은 것도 아무것도... 유키노시타가 꺾이지 않았던 건, 유키노시타 자신의 힘이겠죠. 감히 말한다면...유이가하마라든가」

 

「가하마 짱이네... 별로 그 애를 더해도 상관없지만. 확실히 부목 정도로는 된 것인지도 모르네요. 그래도 외적을 쫓아버린 건 대체로, 히키가야 군이잖아? 근본적 해결이라고 할까... 시즈카 짱 가라사대 비스듬한 해소법이라고 할까. 아하, 뭔가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인 것 같네?」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요」

 

지친 소리를 내며, 나는 한숨 섞인 대답을 한다. 마음대로 이해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 이해를 강요하면 그건 강요라는 거다. 하루노 씨가 지금이 돼서 맹공을 퍼 오는 이유는 아직도 모르지만, 어쨌든, 압도적으로 방치했으면 했다.

맛있는 식사를 얻어먹는 것보다, 돌아가서 코마치의 매도를 받으면서 혼자 요리를 하고 있는 편이 몇 배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에 어울릴 정도라면.

 

「그런 게 아니야...네」

 

하루노 씨는 아직도 계속할 생각인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반응이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반론할 준비를 한다. 당분 보급이라도 할까...앞으로 한 입이나 두 입인가. 실로 아깝다.

 

「응...그럴지도 몰라」

 

「......어?」

 

물론 부정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루노 씨가 다음에 내뱉은 말은 의외롭게도 긍정의 말이었다. 너무 의외라 건져 올린 푸딩 조각을 접시에 떨어뜨려 버렸다. 다행이다, 마루가 아니라서.

 

「그러네. 그런 게 아니야. 내 입장에서 말한다면... 그것만이 아닐, 까나?」

 

문득, 하루노 씨와 눈이 마주쳤다. 가능한 한, 돌리고 있던 그 눈에.

미소는 아무것도 다름없다...다만, 그 눈은 이미 웃고 있지 않았다.

내 머릿속을 열고 들여다보는 과학자와 같이 차가운 눈.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본성이라고 내가 명명했던 때의, 그 냉철한 눈이다. 이 눈에 노출된 건, 언제 이래일까?

 

「....히키가야 군이 생각하고 있는 건 그것만이 아니야」

 

하루노 씨는 다시 그렇게 반복한다.

 

「음란하지 않은 면은, 누나 싫지 않아요... 하지만 말이야, 나는 히키가야 군을 생각해서 말하고 있는 거야... 히키가야 군은,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어긋나기 시작했어.」

 

내 눈을 엿보는 듯이, 내 머리를 엿보는 듯이.

 

「...아니, 어긋나 있는 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까나. 어느 쪽이든」

 

나는 뱀에 직시된 개구리처럼, 한 눈을 팔 수 없다.

 

「...이대로라면 다음에는, 히키가야 군이 파탄해요.」

 

           ×          ×          ×

 

―――이대로라면 다음에는, 히키가야 군이 파탄해요.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 말이, 내게 닿았는지 어떤지. 내 어디쯤에 닿았는지를, 확인하는 듯이.

 

「.....무슨 말을 하고 싶습니까?」

 

「그건 히키가야 군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아?」

 

「...의문형에 의문형으로 돌려주지 마세요.」

 

하루노 씨는, 그럼 분명히 말하는군요, 라며 서론을 하고 나서 말을 계속한다.

 

「히키가야 군의 생각은, 히키가야 군의 방식은, 어디선가 분명히 무리가 생겨. 히키가야 군이 누군가를 도우려고 하면 할수록―――자신의 가치를 필요이상으로 싸게 측정하는 건, 슬슬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나」

 

수학여행 얘기, 자세하게 들었어요, 라며 하루노 씨는 말한다.

...아마, 하야마한테서일 거다. 부실까지 와서 나한테 푸념하던 하야마의 지친 얼굴을 생각해 낸다. 그 녀석도, 주위에 좌지우지되어 걱정이 끊이지 않는 매일이야. 하루노 씨한테 좌지우지되면, 저런 얼굴로도 된다. 지금의 나도 그런 기분이었다.

 

「그 한 건으로, 조금은 알았던 것이 아닐까? 히키가야 군의 가치를 인정한 사람에게 있어, 히키가야 군의 방식은―――보고 있으면, 기쁘지 않아... 시즈카 짱도 전에 그런 말을 했었지, 몹시 취해 있었으니까 기억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다치는 것을 보고, 아픔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슬슬 눈치 채야 한다.

 

「아무튼 시즈카 짱이니까, 히키가야 군을 생각한 설교겠지만... 내 말은, 그런 게 아니에요―――히키가야 군이 변해 주지 않으면 괴로워 할 애가 있으니까」

 

 

 ―――당신의 방식,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람의 기분, 좀 더 생각하세요.

 

 

「그 애들한테도 듣지 않았어? 히키가야 군도, 알 수 있도록...으응, 사실은 히키가야 군도, 벌써 알고 있어. 히키가야 군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주변이 느끼고 있는 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은요.」

 

「...타인에 대해,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지긋지긋한 톤으로 그렇게 대답한다...아마, 지긋지긋한 감은 나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내 본심이다. 나를 마음대로 이해해, 꽉 눌러서, 설교라든지 그만뒀으면 좋겠다.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이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이해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거기를 착각 해 버리니까... 오해해서, 상처받고, 그리고―――잃는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하루노 씨는 그렇게 말을 잘랐다.

그 미혹이 없는 어조에, 무심코, 얼굴을 들어버린다.

 

「히키가야 군은 벌써 알고 있어. 주위 사람의 기분도, 이대로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어. 그런데도 변함없는 건―――히키가야 군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변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변하고 싶어도, 변할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한 하루노 씨의 표정을...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기가 막힌 듯한, 불쌍히 여기는 듯한, 바보취급 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듯한, 그렇게 몇몇의 모순이 섞인 감정이, 혼연일체가 된 표정.

하지만 그 표정은 곧바로 안쪽으로 숨어, 하루노 씨는 본래의 차가운 미소를 되찾는다.

 

「...일단, 못은 박아놨으니까요. 지금부터 히키가야 군이 어떻게 해도, 나는 흥미 없지만―――그래도, 유키노 짱을 울리면, 용서하지 않아요?」

 

그런, 마음속이 차가워지는 듯한 것을 단언하고는,

 

「슬슬 나갈까」

 

라며 하루노 씨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벽에 걸린 세련된 시계를 바라본다. 꽤나 시간이 흐른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식사가 끝나고 나서 그만큼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이블에는 텅 빈 작은 접시만이 남아 있었다.

 

 

내쉬는 숨이, 가로등에 비춰진 상태로 희미하게 퍼져, 그리고 곧장 어둠 속으로 녹아간다.

 

「.....춥군」

 

어깨를 움츠려 양손을 포켓 안에 넣고 걷는다. 치바의 밤도, 겨울이 되면 그 나름대로 춥다. 하늘도 개여 있고, 낮의 얼마 안 되는 따스함도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 같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뒤, 우리들은 걸어서 역까지 향하고 있었다. 츠즈키 씨의 차는, 하루노 씨의 지시로 돌아간 듯하다. 가라사대, 「왠지 걷고 싶으니까」...그렇다고는 해도, 이번에도 하루노 씨가 언제 츠즈키 씨에게 귀환을 명했는지 나는 몰랐다. 정말, 쿠로코 같다고 할까, 닌자 같은 사람이군... 입문 해볼까. 소질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딱히 걷는 건 좋다. 기본적인 이동 수단이 도보나 자전거인 나다. 어딘가의 부자처럼 차로 송영이라고 하는 건 솔직히 성에 맞지 않는다. 이 시간이라면 아직 빠듯이 버스도 다니고 있고.

우리들은 대로에 나오지 않고, 비교적 좁은 골목길을 걷는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사람의 그림자는 적다. 점점이 줄선 가로등이, 발밑을 불안하게 비출 뿐이다. 거리는, 조금씩 잠들고 있었다.

 

하루노 씨는, 약간 앞을 걷고 있다. 그 얼굴 옆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노 씨로 보였다. 방금 전 주고받은 말을 잊어버린 듯이, 방금 전의 차가운 가면을 어딘가에 두고 온 듯이, 고달픈 스마일로,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이 좋게 조차 생각되는...그야말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에 섞여, 희미하게 하루노 씨가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들린다.

그린 스리브스. 유명한 잉글랜드의 민요다.

관현악을 했던 사람답게, 하루노 씨가 연주하는 음색은 정확해, 그리고 약간의 잡음도 없이 투명하다. 콧노래 정도인데, 무의식중에 귀가, 그 소리를 가려서 들으려 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챈다.

곡조는 민요면서 어딘가 서글프고, 우울함조차 느끼게 한다. 그건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흥얼거리는 그녀에게는, 그만큼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 이 노래 좋아해」

 

원 프레이즈정도 노래하고 나서, 하루노 씨는 말한다.

 

「하아...그런데 의외군요.」

 

「...후후, 역시 그래?」

 

아마도, 문화제에서 본 하루노 씨의 스테이지의 인상도 있는 것일까. 그 정열적이고, 열광적인 오케스트라. 하루노 씨의 가열찬 부분을 구현화한듯한 음악... 그것과 비교하면, 이 곡은 상당히 어쩐지 쓸쓸하다.

 

「이 곡, 작자도 확실하지 않은 민요야. 해석도 여러 가지 있는데」

 

작자불상, 이라고 하는 건 음악 교과서인지 어디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틈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미술이나 음악 같은 실습계의 수업 중에, 교과서는 그다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한테는 구석에서 구석까지 읽을 만한 여유가 있었던 거다...이런 곳에도 얼굴을 내미는 외톨이 에피소드에 나로서도 약간 위축됐다.

 

「창녀를 노래한 곡이라든지, 궁정 여성과의 불륜의 노래라든지, 여러 가지로 말해지는데... 그래도 왠지 싫어할 수는 없어」

 

왜 일까나, 하며 하루노 씨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곡의 계속을 흥얼거린다. 어떤 것을 생각해 내려고 하듯이. 무엇을 확인하려는 듯이.

 

뭔가 생각에 빠진듯한 얼굴 옆을 살짝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레스토랑에 있던 때 한순간 보인, 그 표정에. 감정이 섞인 듯한, 그 얼굴에 대해.

그 표정이 의미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모른다....하지만 역시, 최근 들어서, 하루노 씨의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가면은 완벽하다.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에, 나는 일찍이 그 사람이 본성을 간파할 수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완벽한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아무튼, 아버지에 의한 쓰레기로 기르는 영재교육 덕분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최근의 하루노 씨는, 매우 보기 드물지만, 그 가면의 안쪽이 우연한 순간에 표면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계산된 가면을 벗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본인이 의도하고 있지 않은 듯이. 자칫하면, 목격한 내 쪽이 멍해질 정도로, 무방비하게.

유키노시타 하루노답지 않다. 완벽한 밸런스감각을 자랑하는, 그녀답지 않다.

단지, 그것조차도 나를 어떤 술책에 빠뜨리기 위해, 계산된 것이었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면도 또한,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왠지 생각하고 있으면 참 우습군. 대놓고 공전한다고 할까. 서투른 사람의 생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차라리 쉬고 싶다. 계속 휴일이라면 좋을 텐데.

 

「...히키가야 군, 무슨 일이야?」

 

「아...아무 것도 아니에요.」

 

갑자기 말을 걸어와, 나는 상당히 옆길로 새고 있던 사고를 중단한다... 내 쪽이야말로 단단히 하는 게 좋겠군. 이 사람 앞에서는, 방심은 금물이니까.

 

「봐, 역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길의 저 편에, 본 기억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버스의 로터리도 정확히 그 근처다.

 

「오늘도 고마워. 정말로 내가 사는 걸로 괜찮아요?」

 

「...그러니까, 돌려준다고 말했잖습니까.」

 

남자가 두 번 말하기는 없다. 아무튼, 때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그렇게 되면 두 번 말하는 것 보다는 일구이언이지만.

 

「그래? 뭐, 기분이 내키면 그렇게 해도 좋아. 그리고, 코마치 짱한테도 고맙다고 전해 줄래? 여러 가지 협력 받았고」

 

「...너무 여동생을 홀리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그 녀석도 수험생이고」

 

사실은 수험이 없어도 그다지 어울리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코마치가 검게 되는 건 오빠로서 단호히 저지다.

 

「홀릴 생각은 아닌데... 오빠 생각인 코마치 짱과, 여동생 생각인 히키가야 군은 여전히 사이가 좋네.」

 

「그렇지도 않아요. 보통입니다, 보통」

 

치바의 오빠가 여동생을 많이 아껴주는 건, 보통입니다. 정상적입니다. 지나치면 비정상이 되지만.

 

「보통이군요... 뭔가 좋아 보이네, 그런 것」

 

「네?」

 

「그럼 프레젠트 사면, 메일 할 테니까」

 

내가 한순간 느낀 감각을 긁어 지우듯이, 하루노 씨는 평소의, 극상의 미소를 내게 향한다. 그건 위협과도 같은, 더 이상의 추궁을, 허락하지 않는 미소.

 

「내가 부탁한 건..... 생각해 두는 거예요.」

 

그렇게 하고, 휙 등을 돌려 역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 미혹이 없는 발걸음은, 바야흐로 내가 알고 있는 유키노시타 하루노다.

다만,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가, 물론 내게는 모른다. 돌아서, 들여다 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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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멍한 상태로 있다가 MAX커피 마시고 각성해서 달렸습니다.

이걸로 또 기록경신이군요.


이번 편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저 둘의 관계성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참 복잡한 것 같아서...

 

하루노가 흥얼거린 그린 스리브스
(Green Sleeves : 우리말로는 푸른 옷소매 - 이렇게 바꿔서 써보니 갑자기 어떤 분이 튀어나와서 그뉵그뉵 스쿼트스쿼트! 할듯한 느낌입니다)

 

어떤가 해서 유투브에서 검색해서 들어봤는데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멜로디네요.

http://youtu.be/P5ItNxpwChE

클릭해서 한 번 들어보시길...


하아...이로서 연재 분은 거의 다 따라잡았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전체 예정 분량의 반을 넘었군요. 메데타시 메데타시~

아무튼, 언젠가 6편이 나온다면 그 때 다시 뵙도록 합시다.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④입니다. 10/9, 4페이지와 5페이지를 추가. 이것으로 ④는 마지막

 

4, 5페이지··· ⑤로 진행되기 위한 스텝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⑥의 포석. 아무튼 어디까지나 이벤트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것으로 ③→ novel/2871972 최초의① → novel/2837863

다음 회는 「⑤ 다시 ,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강습한다.」 → novel/292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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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누구나, 유키노시타 하루노를 알고 있다.

 

 

다시 휴일 밤이 지나고, 우울한 월요일이 시작된다. 어쩐지 최근, 시간 지나가는 게 빠르지 않아? 킹 크림슨인가. 메이드 인 헤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내 기분 따위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겨울 하늘은 푸르고 맑게 개여 있다. 창을 열면 오싹 하고 차가운 바깥 공기가 비집고 들어와, 난방으로 멍해진 머리를 약간 상쾌하게 해줬다.

창문을 그대로 두고, 나는 일인 소우자이 빵을 살며시 입으로 옮긴다.

 

점심시간, 특별동의 봉사부 부실.

 

왜 점심시간에 내가 이런 곳에 있는 건가 하면, 일단 부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의 봉사부 동기 합숙 신청 서류 작성이다. 유키노시타가 진심으로 내게 전력투구해 온다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문화제에서도 기록 잡무를 했겠지요, 그 요령으로 부탁해요.』

 

과거의 실적을 인용해 일을 척 넘긴다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일이 생기니까 일은 해도 좋을 게 없다는 거다.

다만, 나쁜 것뿐이라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 점심시간, 나는 거리낌 없이 밥을 먹을 장소를 일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 추워져, 평소의 장소를 쓰기 어려워졌고. 아무튼, 어디까지나 신청서 작성 겸이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 쓰고 싶다고 한 것을, 유키노시타도 시원스럽게 허가를 내줬다.

 

『그러네... 나도 히키가야 군의 사정은 알고 있으니까, 제대로 상냥하게 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친절한 것 같은 대사로 들리지만, 그 중심에는 나를 불쌍하다고 여기는 평소의 야유다. 눈을 보고 있으면 안다. 또 약간 위에서 보는 시선인 것도 유키노시타 다운 듯했다.

아무튼 결과 오라이다. 이렇게 해서 한가롭게 밥도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아니, 업무를 잊어버리면 안 돼. 지금은, 저거다, 먹으면서 문면을 생각해야 할 시간.

 

일단 봉사부 합숙이라고 하는 것으로, 뭔가 그거 같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건은 있었지만, 유키노시타와 히라츠카 선생님과 상담한 결과, 다른 학교의 자원봉사 활동 그룹과 약간의 토론회를 하게 된 듯한...이라도 분명히, 이쪽 동아리와 활동 취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거기는 유키노시타가 제대로 설명해 줄 것이다. 저 편도 약간 각오 하는 게 좋다, 적당한 활동 보고라면 유키노시타에게 총공격을 받게 될 테니.

 

합숙은 2박 3일, 아까 전의 토론회가 하루만이고, 앞으로의 이틀은 자유행동인... 아니 합숙에 자유행동이라니, 이라고 태클 걸고 싶지만, 슬프게도 그걸 변명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뭐어, 여행처의 자료관에서 선인에게 배우는 봉사 정신이 어떤 것 같다는 근거 부여를 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금년의 활동을 되돌다보는 반성회... 같은? 인솔은 히라츠카 선생님이니까 다소의 무리는 될지도 모르는데... 그 절차빼기에는 진심으로 화낼 테니까,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쓰는 건 위험해.

그런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고 있으면, 똑똑 하고 문이 노크되었다.

 

「...........」

 

우선 무언으로 응한다. 아무튼 입속에 빵이 들어가 있으니 말할 수 없고, 이상한 종교인이라든지 수금하는 사람이면 열면 안 되기도 하고.

그러나 노크의 주인은 그런데도 시험 삼아 문을 당겨 보는 것 같았다. 그 행동은 대 적중으로, 활짝 문이 열린다.

 

「아.....?」

 

나타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야아, 히키타니 군」

 

「.....하야마?」

 

하야마 하야토. 이케맨 리얼충으로, 나로서는 가장 폭발 해 줬으면 하는 사람 오브 디 이어다. 올해도 슬슬 마지막이고, 수상 기념으로 폭발해 주지 않으려나.

 

「...무슨 용건이야, 지금은 영업시간 밖인데」

 

「미안,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물으면, 여기라고 말하셔서」

 

...드물게도, 아무래도 나를 찾은 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클래스 카스트 최상위 인간이니까, 가장 밑바닥의 인간에게 말을 건넨다면 클래스 밖이 바람직하겠지. 일부러 수고했다, 그렇다면 말을 건네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래서 뭐야」

 

「아아.... 히키타니 군, 하루노 씨를 만났다고?」

 

「....만났지만」

 

싫은 추억을 되풀이하지 마. 라고 할까 뭐야, 왜 너도 알고 있는 거야?

 

「하루노 씨한테서 어제 전화가 왔어, 그래서 알았는데... 아니, 히키타니 군에게는 사과해 두려고 생각해서」

 

「.....뭐를?」

 

그것보다도 우선, 그 호칭을 우선 사과해야 마땅한 게 아닌 거야? 혹시 친밀감을 담고 있을 작정? 너희들이 그런 식으로 부르니까 클래스는 지금 히키타니가 유명인이다. 누구야 그 녀석.

 

「아니, 전에 하루노 씨와 만났을 때, 잠깐 얘기해 버려서... 수학여행에 관해. 여러 가지, 듣지 않은 건가 생각해서」

 

「아아......」

 

그러고 보니 하루노 씨, 수학여행 얘기는 하야마한테 들었던가.

 

「이라고 할까 그 사람은 너한테 어떻게 그 얘기 끌어낸 거예요. 너, 뭔가 약점이라도 잡힌 건가?」

 

그렇다면 꼭 가르쳐 줬으면 한다. 쓸 예정도 없지만, 패는 있는 것이 상책이고.

 

「아무튼 그런 것일까...」

 

나의 물음에, 하야마는 착실히 대답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신빙성을 띠게 되어 버렸습니다만. 아무튼 그래도 그러고 보니, 하루노 씨도 하야마는 남동생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었고, 얼마든지 가지고 놀 소재는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도 코마치한테 몇 가지 약점 잡히고 있었던가... 평생 머리를 못 들겠군요.

 

「...뭐어, 따로 신경 쓰지 마. 나도 결국 한층 더 조잘거리게 된 거고....」

 

「하하.... 그런 것 같네. 어제는 그 건으로, 전의 정보와 다르다고 혼났어.」

 

잘 보면 하야마의 디폴트, 이케맨 스마일에도 약간의 피로를 감지할 수 있다. 전화로 이만큼 체력을 빼앗아 가다니, 하루노 씨 진짜 장난 아니군.

 

「『하야토도 역시 하야토였네』... 라는 말 들어 버렸군.」

 

「...........」

 

아마, 수학여행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 한 건은, 아마 하야마에 있어서도 후회가 남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속박되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믿음직스럽지 못한 발판에 얽매여 있는가를, 통감했을 거다. 『더・존』은 나의 스텔스 능력 같이,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상시 발동형이다. 그 인력은 자신에게도 미치는.... 그야말로, 자신을 바꾸지 않는 한은.

 

아무튼 그렇게는 말하지만, 결국 속박 없는 내게 적합한 안건이었을 뿐인 얘기다. 유이가하마가 마음껏 화나고 유키노시타에게 잔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끝났으니까 최상일 거다. 너무나 싱거워서 다른 루트에 들어간 감도 있다... 아니, 혹시, 아직 끝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방금 전 게 하루노 씨의 대사야... 「하야토『도』」라고 말한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누구와 세트로 취급 되었을까, 하야마는.

그 하루노 씨다, 나와 하야마 얘기에서 대부분을 간파해 버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그것을 소재로, 실컷 하야마를 주물럭거리기라도 했을 거다. 하야마가 내게 온 건, 사죄의 건 만이 아니고, 그것을 푸념할 상대가 나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몰라... 성가신 얘기다. 하루노 씨든, 하야마든.

하야마는 잠시 입다물고 있었지만, 갑자기 얼굴을 올려 무리하게 스마일을 만든다... 무리하게, 가 보인 장면에서, 데미지의 깊이를 느꼈다.

 

「아무튼, 그런 거니까... 미안했어.」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나도 상대가 아무리 리얼충이라고 해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피해자끼리고. 약한 면을 지지고 볶을 정도로 쓰레기는 아닐 생각이다.

 

「그럼, 쉬고 있는데 방해 했네... 그러고 보니, 또 하루노 씨와 나간다고?」

 

「아-.... 예정이 맞으면」

 

아마,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할까 맞추지 않는다. 맞추고 싶지 않다.

 

「그런가... 아무튼, 조심해」

 

「뒤숭숭한 말투군.」

 

「하하... 그래도 하루노 씨 상대로 곤란하고 있으면 상담 해주세요. 아마... 어드바이스 정도라면 가능하니까」

 

그렇게, 손을 흔들면서 하야마는 휙 등을 돌렸다.

 

「....의지가 되는 말씀이군요.」

 

하야마가 부실에서 떠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아마, 의지할 일은 없겠지. 여전히 그 녀석은 좋은 녀석이었다.

 

... 그런데, 할 시간도 줄어버렸고, 약간은 일이라도 할까.

 

몇 분 뒤.

복도가 소란스럽다. 여기 특별동인데....

 

「.....잠깐.... 히나, 왜 이런 곳에 왔어 ! ?」

 

「하아하아.... 부후후... 이 근처에.... 이 근처에 방금 전, 하야하치의 향기가.....!」

 

「하아 ! ? 무-슨 말하고 있어.... 이라고 할까 의태하라고!」

 

「아얏」

 

...일에 집중시켜 주지 않겠어? 무서워서 펜 끝이 떨립니다만.

 

「아, 그래 크리파 하지 않아?」

 

유이가하마의 입에서 그런 수상쩍은 단어가 튀어 나온 건, 하야마와 오랜만에 입을 연 다음날의 방과 후였다.

 

「......하?」

 

「크리, 파? 크리... 밤나무? 유이가하마 양, 그건 나베파티와 같은 것일까. 그렇다고 하면... 조금 계절이 걸맞지 않은 게 아닐까?」

※ 栗=밤나무 → 발음이 쿠리입니다.

 

「? 계절에 안 맞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지금 밖에 없지 않아?」

 

「..........?」

 

여자 두 명은 얘기가 서로 맞물리지 않은 것 같고, 서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는 아마,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상황을 보기 힘들어서인지, 마침 부실에 와 있던 히라츠카 선생님이 도움을 준다.

 

왜 히라츠카 선생님이 있는 건가라고 하면, 내가 다 쓴 신청서류를 받으러 왔던 것이다. 일부러 취하러 와주다니 편집자 씨 친절하구나... 하는 김에 말하자면, 인솔자인 히라츠카 선생님을 포함 합숙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채우자고 하는 목적도 있다.

결코,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들뜬 단어가 튀어나오는 여지는 없었을 것이지만...

유키노시타도 거기에 눈치챈 것 같고, 유이가하마에게 말한다.

 

「유이가하마 양, 당신이 말하는 것이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하는 것은 알겠어요... 그래도 그건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이야기일까?」

 

「아니-, 합숙 얘기로 가득 올라 버려서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러네-, 크리스마스네-, 팟-하고 놀지 않으면이죠! 아, 물론 힛키도야!」

 

아니, 그러니까 그렇지 않다고.

 

「내가 아직 서류 내는 도중에 인가....」

 

「음, 그렇군」

 

나의 군소리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반응해 주었다.

 

「....흠, 이것이라면 신청도 통과하겠지. 너로서는 착실한 문장을 썼지 않나.」

 

「그건 아무쪼록.... 칭찬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만」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내가 낸 서류에 사인을 한다. 「히라츠카」...흠, 이 인감, 언제까지 사용하게 될까....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들리도록 말해」

 

「아니요... 바로 오케이가 나와서 다행이네-, 해서....」

 

「......그런가? 그런데 처음 문장인가, 상당히 문자가 번지고 있는 듯하군....」

 

「......그건 묻지 말아 주지 않겠습니까. 약간 무서워... 동요해 버려서」

 

아무튼 이번 서류는, 내 주장이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 같은 대용품은 아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문서다. 내 창조적인 사고를 반영시킬 여지가 별로 없었던 거다.

 

그러나 이런 따분한 문장도, 마음속으로 여기저기에 「토츠카와」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가득해지니까 이상하다. 토츠카와 토론회.... 토츠카와 사적순례... 토츠카와 밤의 반성회..., 「밤의」를 넣으면 약간 배덕적인 기분조차 되는군. 그런 상태로 일도 진척되었다. 재미없는 일도 토츠카가 있으면 색채가 더해진다. 이름은 실체를 나타낸다는 건 일반적으로 명언이다.

 

「봐봐, 이걸루 합숙도 앞으로는 갈 뿐! 크리파 해요 유키농!」

 

「갈 뿐이라니... 하지만 토론회의 자료라든지.....」

 

「괜찮아 괜찮아, 합숙은 연초잖아? 아직 시간 있잖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계획성의 조각도 없군... 거기에 너, 자료 제작이라든지 많이 서투르잖아. 바로 유키노시타라든지 나한테 울며 매달리겠지.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 너는 사가미인가.

그러나 사가미와는 달리, 유이가하마에는 가드가 무른 것에 정평이 있는 유키노시타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함락 하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라고 생각한 순간,

 

「추가로.... 그 파티, 언제의 예정일까?」

 

「응? 24일일까 하구 생각하는데」

 

거기서,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약간 흐려졌다.

 

「그래.... 23일로는, 안될까?」

 

「23일? 응-... 유미코들과 약속하고 있는 거예요... 하야토군, 24일은 사정이 나빠서」

 

또 하야마인가... 뭐야 그 녀석, 데이트 예정이라도 잡고 있는 건가. 아무튼 하야마를 빼놓고 그 무리는 모이지 않을 테고, 예정이 어긋나는 건 정말 당연하잖아.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이가하마의 24일을 비워 버렸다고 하는 죄는 무거워... 용서치 않아.

그러나 유키노시타도, 24일은 아무래도 지장이 있는 것 같다. 이 녀석도 대개 한가하다고 생각했지만.

유키노시타는 약간 주저하듯이 하고 나서, 툭하고 고했다.

 

「...유이가하마 양, 나, 겨울 방학에 접어들면 친가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이지만....」

 

「아......」

 

「.........」

 

올해 겨울 방학은 12월 25일부터다. 24일은 반공휴일에 수업도 끝나, 유이가하마는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유키노시타의 한마디로 무산됐다. 아무도, 왜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요전 날 이 부실에서, 하루노 씨가 떠날 때에 유키노시타에게 얘기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낸다.

 

―――아니, 겨울 방학에는 집에 돌아올까-해서

 

...하루노 씨의 의향, 이라는 것도 아니겠지.

여름방학, 갑자기 나타나 유키노시타를 데리고 떠나 간 하루노 씨와 검은 하이어가 뇌리를 스친다. 그건 내게도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유키노시타의 사정을 상징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응......그래. 미안 유키농. 나, 제멋대루 까불고 떠들거나 해 버려서.....」

 

「이쪽이야말로 죄송합니다... 권해 줬는데」

 

「으응, 괜찮아.」

 

유이가하마가, 손질하듯이 애매한 미소를 띠운다. 가능한 한,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그녀도 또, 모르는 대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친구가 안은,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을.

유이가하마의 얼굴은, 그런데도 희미하게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것을 친구에게는, 낌새를 눈치 채게 하지 않듯이. 그녀와 그녀 사이에 가로놓인 도랑을 신경 쓰지 않고, 친구를 격려하고 있는 것과 같이.

 

「..........」

 

그것을 보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잠시...잠시,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후우, 하고 숨을 정돈하고 나서 재빠르게 버튼을 조작 해, 귀에 댄다. 10초 정도 지나, 상대에게 연결된 것 같다.

 

「.....나에요. 조금 예정이 생겼으니까, 24일에는 돌아갈 수 없어요.」

 

상대가 어떤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그것을 개의치 않은 듯이 반격한다.

 

「별로 뒤라도 문제없을 것, 어떻게든 하기 때문에... 그다지... 친구와 만나, 그러면」

 

그렇게- 일방적으로 강한 어조로 말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다시 숨을 쉬고,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에게 다시 향했다.

 

「유이가하마 양... 24일로 괜찮아요.」

 

그 말을 듣고, 유이가하마는 많이 놀란다.

 

「...유키농? 에... 좋은 거야?」

 

「괜찮다고 말했을 텐데. 우선순위의 문제에요... 집의 용무보다, 당신과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당신이 대답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 무섭게 되는군요?」

 

그렇게, 짓궂은 장난처럼 웃고 있다. 그 미소는, 유키노시타에게는 드물게도,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키농.....」

 

팟하고, 유이가하마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떠오른다. 그건 아까 전의 무리를 한 듯한 미소는 아니고, 유이가하마인 것 같은 솔직한 미소였다.

 

「저, 정말... 유키농도 참... 저, 고마워」

 

「........」

 

그것은 여름방학과는 약간 다른 전개.

유키노시타 안에서 뭔가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언니와 대치한, 문화제 때부터.

나는 언뜻, 아까 전부터 혼자 골똘히 있는 사람 쪽을 되돌아본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그 시선을 눈치 채고는, 내게 가까이 와서 살짝 귀엣말 했다.

 

「...유키노시타는, 약간 하루노를 닮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나?」

 

「...별로. 평소의 유키노시타죠, 저건」

 

의가 깊고, 대담하고, 일직선으로 무리를 통하려는 그 자세는, 평소의 유키노시타 유키노 그 자체다.

그래... 이건, 바뀐 것이 아니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을 뿐이다. 용서가 없어졌을 뿐인 이야기다. 누구든, 가족이라도.

...하루노 씨는, 아직 골칫거리 같지만.

 

「후후... 아무튼, 그럴지도 몰라. 천적한테서 장점을 흡수하는, 그것도 소년 만화의 왕도일까하고 생각했을 뿐... 자, 너도 얘기에 참가하면 어때?」

 

「싫어요... 저런 백합 공간에 뛰어들 만큼 저는 뻔뻔하지 않아서」

 

「그런 말 하지 마라... 무엇보다도, 저 편은 너를 놓아 둘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

 

「아......?」

 

「자! 힛키!, 크리파 계획 세워요-!」

 

유이가하마가 나를 부른다. 벌써 완전히 아까 전 상태를 되찾은 것 같다.

그건 그걸로 좋은 일이겠지...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날 마음대로 참가시키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조금씩 연말연시 이벤트도 강제 참가, 내 겨울 방학 전부가 가하마색으로 염색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겨울 방학이다, 그것만큼은 피하지 않으면 될 리가 없어. 나도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라든지 애니라든지 꽤 있는 거니까.

 

「아-... 유이가하마, 나는 그... 용무가」

 

「용무라면 없다고 코마치 짱이 말했어요. 그리고 사이 짱도 불렀으니까. 답장 대기에요!」

 

...마침내 일행에게 내 처우가 결정되어 버렸다. 나를 말려들게 하는 2점 세트 완전 제패다... 매너리즘화라고 말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유이가하마가 엄청 저질렀을 뿐인 얘기다.

라고 할까 코마치... 그 녀석 또 나를 싸구려로 매도하다니... 그런데 하루노 씨라든지 유이가하마라든지, 판매자는 누구라도 괜찮은데 너! 그렇게 팔아넘기고 싶은 건가 나를... 빗댄 말로 계속 옆에 붙어있어 줄까!

 

「...뭐, 즐기다 오게. 도를 지나치지 않는 정도로」

 

탁 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떠나간다.

그 차고 싶은 등 뒤에, 약간 짜증이 나서, 나는 정중하게 보답해 두기로 했다.

 

「아-... 히라츠카 선생님도 어떻습니까? 24일, 이브『라면』 비어 있겠지요?」

 

「쿠핫...」

 

오, 효과있어 효과있어. 그런데 적중이었나... 그런 호들갑스러운 반응이라니... 아, 위험, 약간, 아니 꽤 화내고 있다. 여기 온다, 오지 말라고, 오, 오지 마세요. 미,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충동적이었던 거라서... 누군가 정말 받아 주세요! 지금 당장 받아 주지 않으면 내가 꽤나 곤란한 상황에...

 

          ×          ×          ×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을 화나게 한 결과가 이거다.

 

「왜 나는 이런 곳에 있을까....」

 

「미안해-, 너도 바빴지?」

 

「아, 아니요... 뭐, 한가했으니까요.」

 

사실은 항의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이겠지만, 이 사람의 온화한 사과를 받으면, 어떻게도 그 기분으로는 될 수 없었다.

학생회장... 아니, 전 학생회장 시로마와리 메구리 선배는, 파일 다발을 가지고 내 쪽으로 걸어온다... 어, 그거 혹시 추가 일은 아니겠지요....

히라츠카 선생님의 분노를 산 다음 날, 방과 후의 학생회실... 아니 정말, 왜 나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별로 봉사부에 있기 어려워져서 도망쳐 온 게 아니에요. 있기 힘들다 라고 한다면 벌써 머무르는 게 괴롭군. 마음 편안해지는 장소는 우리 집 정도다.

날이 지나도 화가 다스려지지 않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일이다.... 히키가야』

 

하고 유무를 말하게 하지 않는 어조로 전해 들었을 뿐. 그대로 질질 여기까지 끌려 와 버렸다. 일 내용조차 가르쳐 주지 않다니 확실히 블랙.

그리고, 갑자기 부원의 납치에, 우리들의 봉사부 부장은 무슨 말을 한 것인가 하면,

 

『알겠습니다... 얼마든지 빌려 드립니다. 돌려주지 않아도 사양이니까. 심심풀이로 써 주세요.』

 

이것이 파견 노동의 실태다. 상사도 나를 지켜 주지 않는다. 부하라고 할까, 까딱하면 사람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겠네요.

 

「그럼 이것도 부탁해」

 

메구리 선배는, 가지고 있던 파일을 텅 하고 책상에 둔다. 눈을 딴 데로 돌려도, 텅 하는 소리로 벌써 그 양이 추측 가능해지는... 이것도 문실의 기록 잡무로 길러진 사축(회사의 가축)스킬 중의 하나였다.

 

그래, 기록 잡무. 내게 밥통이 돌아 온 이유라고 하면, 또 다시 그것이었다. 일에서 일로 계속되는 무한루프. 마지막이 없는 것이 마지막... 일은 내 쪽으로 오는구나 아아-앗!

 

확실히는 모르지만, 메구리 선배에게 일을 넘겨받은 현 학생회장이, 연말 자료정리에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취임해서 아직 한 달이고,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을까. 익숙해지지 않으면 자료 정리 따위 겨울방학 끝나고 난 뒤로 돌려라... 뭐, 학생 총회라든지 후기 결산이라든지 여러 가지로 바쁠지도 모르지만.

거기서 메구리 선배가 도우러 달려온 것 같지만... 문화제의 기록에 대해 몇 가지 정리되지 않는 점이 있던 것 같아, 곤란해 하고 있었던 것을 히라츠카 선생님이 언뜻 들어서, 언제나 한가한 문실에 개근이었던 내가 연행되어 현재에 이른다. 흐르는 듯한 전개에, 불평 하나라도 끼얹고 싶어진다.

 

「그래도 많이 도움 됐어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역시 진행되네-」

 

메구리 선배는 내 근처에 앉아, 달그락 달그락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말한다. 그녀는 그녀대로, 다른 행사에 관계된 기록 정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면의 분위기로 보아, 아마 체육제 근처일 거다. 외형과 달리 일은 스피디하고 정중하다. 그런 면은 솔직히 호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습니까...아, 시계열이 빠져있군, 여기...」

 

내 일은 완벽했을 터지만, 어딘가의 의욕 없는 동료가 꽤 적당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무튼 이건 언제의 것인지도 모르겠군... 나는 매일 출석했었으니까 기억하고 있지만. 성실한 인간이 손해 본다는 것이 사축생도의 룰이다. 법전의 한 곳에 열거해도 괜찮지 않은 걸까.

 

「유키노시타 씨는 잘 지내?」

 

작업을 계속하면서 메구리 선배가 물어온다. 업무 도중에도 부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려고 하는 면이, 상사의 귀감 같은 존재다... 상사가 아니지만. 덧붙여서 나의 상사는 귀신인데. 두드려 늘린다고 하는 것보다는 두드려 잡고 있는 느낌의 교육 방침.

 

「뭐어... 여전히, 군요.」

 

「그래-. 문화제든 체육제든, 유키노시타 씨한테는 정말로 신세를 졌으니까요-... 그리고, 너한테도.」

 

「하아.... 아무쪼록」

 

메구리 선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꽤나 쓰기 어려운 후배였음이 틀림없다. 조용히 일을 하고 있나 생각하면 갑자기 분위기를 마구 흐트러뜨리는 쓰레기 발언을 시작하고... 그런 나에게도 인사를 해 주는 근처, 역시 메구리 선배는 그릇이 크겠지. 그리고 이마도 넓다. 여자는 좋겠다, 이마가 넓어도 귀엽다는 말 듣고...

 

「아, 그러고 보니 전에 하루 선배를 만났어.」

 

「....전에?」

 

「그래그래. 언제였을까-... 지난달의 반 지나고 정도일까?」

 

아아... 하루노 씨 학생회에도 놀러 오고 있었나. 아무튼 그렇게 올 것도 없겠지, 관계있는 장소는 대충 돌았을 거다... 그 사람의 경우, 교내행각해서 돌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지만. 발이 넓은 걸.

 

「응, 여러 군데 돌았다고 말했어요. 이런 시기에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응, 평소의 하루 선배였어.」

 

「그렇습니까...」

 

대화가 중단된다. 달그락 달그락 하고, 키보드 소리만이 잠시 학생회실에 울린다.

학생회실은 한산기인가, 임원이 몇 명 정도 있을 뿐이다. 안 쪽에서 필사적으로 자료 다발을 뒤지고 있는 성실한 듯한 여자가 아마 현 학생회장이겠지. 나도 투표했을 테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저.....」

 

「응?」

 

내가 흘린 소리에, 메구리 선배가 반응한다.

 

「아니... 3학년 때의 유키노시타 씨는, 어땠던 건가 해서」

 

침묵에는 익숙해지고 있을 생각이지만, 그런 잡담을 나는 왜일까 꺼내 버리고 말았다. 거대한 의사의 작용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약간 정도, 그 사람에게 흥미를 느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어두운 미소 한 순간에, 내면이 비쳐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3학년 때에... 응, 그러네. 나도 문실이 시작되고 나서 알게 됐는데....」

 

페이스를 떨어뜨리는 일 없이, 메구리 선배는 문서에 몰두하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지금과 다름없이... 상냥하고, 굉장히 바른 사람이었을까」

 

「...........」

 

그 프레이즈는, 어디선가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나에게는, 그 형용이 어울리는 사람은 그 밖에도 있었을 것이었다.

 

「2학년 때, 하루 선배가 실행 위원장이었던 건 알고 있지요?」

 

그야말로 메구리 선배한테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수긍했다. 확실히, 과거 최대의 동원수를 내쫓아 버렸다고 하는 전설 첨부로.

 

「그래그래. 그러니까 대단한 수완가인 건 소문으로 듣고 있었어. 그러니까 유지의 밴드 해보고 싶다고 문실에 왔을 때는, 조금 긴장했어...」

 

나 유지통제하는 보조 하고 있었는데, 메구리 선배는 말한다.

 

「전혀 사람이 모이지 않아서, 나 굉장히 곤란해하고 있었어. 하루 선배는 그런 나한테 이렇게 말해 줬어. 『메구리 짱 괜찮아, 나한테 맡기세요.』라고」

 

「.........」

 

「그러자 대단했어요. 하루 선배가 참가하기로 하고 나서, 유지의 참가도 자꾸자꾸 증가해서... 하루 씨가 여러 가지로 주선해 줬던 거야.」

 

전년의 연줄도 있었을 거다, 걸어 다니는 카리스마인 사람이니까... 아니, 카리스마는 보통 걸어 다닐까. 말해보고 싶었던 것 뿐.

 

「그 뒤에도, 몇 번인가 올 때마다 도와 줘서. 작년이 너무 큰 반동인지도 모르겠지만, 문실도 처음에 별로 잘 돌아가고 있지 않았었군요. 모두 클래스로 가버리거나 해서... 그것도 하루 선배의 한 마디로, 모두 곧장 돌아와 줬어.」

 

전의 결과가 너무나도 특출나면 모티베이션이 하락하는 건, 왠지 모르게 알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면, 인간 어디까지나 대충 하고 싶어지는 거다. 이것은 이것대로 하나의 길이다라든가 지껄이면서, 얼마든지 있는 도망칠 길로 달리기 시작한다.

 

「『문화제 실행 위원인 사람이 클래스에 얼굴을 내밀어서 지각이라니 무슨 짓이냐!』라는 느낌의 얘기를. 내내 미소였지만, 정말 무서웠어.」

 

그건 무섭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나라도, 마침 거기 있었으면 지려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공포의 사용법이라는 것을, 하루노 씨는 당시부터 몸에 익히고 있었을 테고. 장래가 두렵군... 지금도 아직 끝이 안 보이는 게 더욱 무섭다.

그래도, 거기까지 하루노 씨가 후진에 대해, 이것저것 보살펴 준 건 왜일까.

 

「나도 신경 쓰여서, 물어 본 적 있었어. 그러니까 웃으면서, 『책임은 끝까지 완수하지 않으면이라고, 나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라고 말하겠지요?』라며...나, 그래서 생각했어.」

 

※ 나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 : 떠날 때에는 뒤처리를 깨끗이 하라는 뜻.

 

 

이 사람은, 상냥하고, 똑바르다고.

 

「..........」

 

메구리 선배가 말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새겨 본다.

전설을 세운 문화제 실행 위원장. 다음 해, 기울어 가는 문화제를 뒤에서 지탱한 참견하기 좋아하는 선배. 메구리 선배가, 동경한 존재. 학생회 임원이면서도 교칙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패션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은, 화려한 하루노 씨의 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퍼스트 컨택트로 그 사람의 본질을 간파해 버린 사안소유인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본연의 자세에 위화감을 느껴 버린다. 그 배후에 있는 의미를 읽어내려고 한다. 그런 것이 있는지 모름에도 불구하고서, 다.

 

자신의 탓으로 다음 해의 문실이 필요이상으로 낙담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메구리 선배를 회유 해 자신의 부하로 넣어 두고 싶었다고... 자신의 뒤를 쫓아, 여동생이 머지않아 문실과 관련되는 일까지 예상해? ....어처구니 없다, 과연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는 것보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쓰레기 같은 면에 약간 싫증이 나니까.

 

「그러니까, 올해 문화제의 하루 선배는, 조금 이상했을지도....」

 

갑자기 메구리 선배의 목소리 톤이 내려갔다.

 

「.....이상?」

 

「응... 사가미 씨가 클래스에도 출석률이 괜찮다고 제안하고 있었겠지요? 그 뒤, 문실도 이상하게 되어 버려서... 나 그 때 약간 기대해 버렸어, 하루 선배가 또 뭔가 해주는 건가 해서...하지만」

 

「.........」

 

역시, 이 사람도 눈치 채고 있었던 건가. 시로마와리는, 하루노 씨를 단지 그저 신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바른 부분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심성이 온화하다고 학생회장 같은 것으로는 될 수 없다... 마음이 온화한 건 학생회장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물론, 별로 후배가 하는 일에 말참견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랬고」

 

...단지, 거기까지가 한계인 거겠지. 하루노 씨의 정면만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유키노시타와의 불화를, 본 적이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책할 수는 없다.

사람을 모을 수가 있는 하루노 씨라면, 반대로 사람을 해체시키는 것 또한 할 수 있다. 그 한순간에 사가미의 마음을 장악해 보인 건 확실히 훌륭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 결과, 유키노시타의 눈앞에, 일찍이 하루노 씨가 직면한 문실이 모습을 나타내 버렸다... 마치, 유키노시타가 그것을 어떻게 타개할까, 시험하는 듯이.

 

「그러니까, 너의 그 발언으로 문실이 기능하게 돼서, 꽤 안심했어요... 말하고 있는 내용은 꽤 최악이었지만」

 

「에? 아....」

 

갑자기 내게 비난의 화살이 향해져, 목소리가 막힌다.

메구리 선배는 웃어도 좋을지 어떨지 한, 애매한 얼굴로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표정으로 봐서는, 그녀가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저건... 어느 쪽 이었을까나? 그 때, 너는」

 

「그 때는... 저도 초조해 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하고 기선을 제압하듯이, 아무쪼록아무쪼록 사과한다. 그리고, 사실만을 단적으로 고했다.

초조해하고 있던 건 사실이다. 그 일에...그, 상황에.

 

「...그래」

 

나의 사죄를 받아 줬는지 어떤지, 메구리 선배는 이번은 언제나처럼,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마침 그 때, 차임이 울린다. 완전 하교 신호다. 아니 약간 늦어요, 메구리 선배의 질문 즈음에서 울어 줬다면 사과하지 않아도 됐는데.

주위 임원들도, 각각 정리에 들어간 것 같았다. 나도 진행된 곳까지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PC 전원을 끈다.

 

「어느 정도 진행 됐을까나? 끝날 것 같아?」

 

「그러네요... 뭐, 내일이면 끝나겠죠.」

 

아무래도 잘못된 기술이 많은 건, 같은 문책에 의한 게 많은 듯 했다. 즉, 그 바보의 기록만 뽑아내서 체크해 나가면, 십분 족하다.

 

「그럼 미안하지만, 내일도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떠나간다. 현 학생회장의 어깨를 상냥하게 두드리고, 학생회실의 문을 열고 나간다. 같이 돌아가자 라든가 말해주는 것을 약간 기대하고 있던 건 비밀이다. 아니, 전혀 외롭지 않은데.

 

...그렇지만 이상하군. 나에게는 메구리 선배가 말하는 하루노 씨 쪽이 의외였고, 메구리 선배에게는 하루노 씨의 올해 행동이 의외였던 것이다. 재차 그 사람의 이면성이라고 할까, 다면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여신과 야차의 얼굴을 구사하는 하루노 씨... 내가 간파한 본질 같은 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본질을 본 것만으로 알 만큼, 내 눈의 성능은 좋지 않다. 좀 더 말하면 썩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 어떻게도 하루노 씨의 기색이 내 생활권을 침범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하루노 씨 입장에서는, 유키노시타한테 가까워지고 있을 뿐이겠지만... 별로 그 복잡괴기한 캐릭터 생각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잠깐 사고에 취해버릴 듯한 기분이었다.

 

역시, 다음의 프레젠트 찾기는 혼자 가도록 하자고 나는 결의를 새롭게 다진다. 응, 토츠카로 휴일 채워 버리자. 용기를 내서, 메일로 확인해 보자. 이것으로 주말의 다른 한쪽은 채워지는군. 나머지는 누구로 할까... 이 경우, 자이모쿠자라도 좋은가... 막다른 길에 몰린 인간이 할 말인가 라고는 생각하는데.

 

          ×          ×          ×

 

「히키가야, 수고했군」

 

학생회 출장 이틀째가 끝나, 그것을 직원실에 보고하러 가자, 히라츠카 선생님은 대단히 기분 좋은 듯이 나를 맞아 줬다. 겨우 풀렸나... 아이인가요.

 

「어때?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 좋은 기분이겠지.」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그건」

 

그럴 리가 없잖아. 일에 대한 의욕이 더욱 더 감퇴했어요.

...그래도 뭐, 『많이 도움 받았어요-, 고마워』라며 기쁜 듯이 온화한 미소를 향해 준 메구리 선배에게는, 꽤 치유 받았던 것도 확실하다. 아마 학생회 남자는, 그 미소를 보고 싶어서 분발했을 거라고도 생각해 버린다...아무튼 그런 말을 하면, 눈앞의 이 사람의 기세를 올릴 뿐이니까 말하지 않지만.

 

「이번 건도, 학생회장의 보조라고 하는 의미에서는 봉사 부 활동에 포함해도 좋을 것이겠지. 좋아 히키가야, 보수로 너에게 1포인트 증정하지.」

 

「와-아 기쁘네-....」

 

뭐야 그 보수. 눈물이 나온다. 라고 할까 아직 그 포인트 제도 남았었군요... 이제 질려서 잊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라고 할까 지금 나나 유키노시타, 몇 포인트 가지고 있는 거지. 제대로 메모하고 있는 거겠죠?

 

「무으, 왠지 불만스럽군?」

 

「아니요, 별로.... 그것보다 이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동아리에는 얼굴 내밀고 가지 않는 것인가?」

 

「오늘은 결석하는 걸로 하고 와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유이가하마에게는 메일 해 뒀다. 어제의 단계에서 대체로 목표는 보이고 있었지만, 거기는 말하지 않고 두는 것이 현명할 거라고 판단했다. 과연 방과 후를 겸할 수 없는 일을 겸하면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원기는 없어.

 

「흠... 뭐 그다지 응석 부리게 하는 건 좋지 않겠지만, 너도 피곤한 듯하니. 돌아가서 쉬어라. 내일은 쉬지 않고 나오도록」

 

「....알겠습니다.」

 

으-응, 이거라면 오늘 동아리에 간 것으로 해서 내일 쉬는 편이 좋을까...그래도 오늘 가면 「그런가, 그렇게 동아리를 좋아하는가.」라든지 들어 결국 내일도 휴일이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직원실을 뒤로 한다.

 

그리고,

 

「히키가야」

 

뒤에서 뒤쫓아 온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불려서 멈췄다.

 

「무슨 일이라도」

 

「아니... 아까 전의, 보수의 건이지만. 어쩐지 불만이었던 것 같고, 이 상황에서는 좀 더 분발하려고 생각해서」

 

「하아」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2포인트 증정이라든지 말하기 시작하는 건 아니겠지. 저런 거 1포인트든 2포인트든 나한테 있어서는 같은 거지만. 요기도 되지 않아.

 

「라면」

 

히라츠카 선생님은 당돌하게 그 단어를 꺼냈다.

 

「네?」

 

「라면, 먹으러 가지 않겠는가?」

 

히라츠카 선생님은 싱긋 웃고는, 백의에 말아서 꽂아둔 잡지를 꺼낸다. 위험해, 잡지를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아저씨지만.

 

「아니, 일전에 오픈한 이 가게, 꽤 맛있다고 해서. 맛이 진한 고기에 우동 같은 태면이라던가, 꽤나 한 잔 걸치고 싶다라나.... 넷에서 조사했는데 이것이 의외로 좋다고 하는 것 같다. 상당한 볼륨감이지만, 너나 나처럼 젊은 동안이라면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역에서도 가깝고 그렇다면....」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눈을 빛내며 숨을 난폭하게 내 쉬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워워 안정시킨다.

라고 할까 지금 이 사람, 그런 식으로 자신을 나와 함께 포장해 「젊다」라고 말하고 있었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태연하지만 절대로 확신 범. 그렇지만 무서워서 지적할 수 없다.

 

「뭐야 히키가야」

 

「아니, 저, 그건, 지금부터입니까?」

 

「지금부터는 무리군. 일도 있고...뭐야, 너도 기대하고 있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후후후, 그렇겠지그렇겠지」

 

듣고 있지 않군, 이 사람. 내 주위에는 내가 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별로 시키는 대로 한다고는 말하진 않지만, 얘기 정도 들어줘도 상관없잖아. 나도 인간인 걸.

 

「그렇군... 그럼 다음 주말 중에 어느 쪽인가로 어때?」

 

「주말 입니까...」

 

거기서, 문득 눈치 챈다.

주말의 예정... 토츠카의 어포인트먼트가 잡히면 물론 그건 고정이지만, 그런데도 남아 버리는 나머지 하루. 자이모쿠자와 노는 정도라면, 히라츠카 선생님과 라면 먹으러 가는 쪽이 차라리 좋지 않나, 하고.

그렇다면, 여기는 올라타 두는 것이 현명하다.

 

「좋습니다... 갈까요.」

 

「.......헤?」

 

나의 대답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이상한 듯한 얼굴을 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이상해꽃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이상해꽃도 메가진화 하는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은 이상하네.

 

「이상한 점이라도?」

 

「아니...저기, 네가 그렇게 쉽게 승낙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하하, 뭐라고 할까...」

 

마지막 부분이 별로 흐릿흐릿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머뭇머뭇거리며 얘기하면, 왠지 내 쪽도 부끄러워진다.

 

「그... 나 같은 것과 가서, 정말로 좋은 건가?」

 

「어? 아무튼, 좋지 않겠습니까. 라면 먹으러 갈 뿐이고....」

 

「그, 그런가....」

 

히라츠카 선생님은 처음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완전히 얼굴을 숙여 버렸다. 입가가, 우물쭈물하고 움직이고 있다.

...뭔가 나, 이상한 플래그를 꽂아버린 것 같은데....

내 본능이, 어디선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마침내 나, 미래시에 눈을 떠버린 건가. 이건 매래의 나로부터의 경고인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쪽은 우선 도망치는 것으로 좁혀진다.

 

「아, 그, 그래도, 역시 어떨까요. 교사와 학생이 개인적으로 밥 먹으러 간다고 해도, 지금 시대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하고...」

 

「괜찮다, 변장해서 가니까」

 

엄청나게 비장한 표정으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나의 저자세를 일도양단한다.

 

「변장이라니... 불륜 커플도 아니잖습니까....」


「뭣,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해! 커플은 무슨 그런... 아직....」

 

어디에 혹해서 달라붙는 거야 이 사람.... 그러니까 그렇게 얼굴을 붉히지 말아 주세요...

 

「응, 응응...어, 어쨌든이다.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봐, 일전에도 문화제 뒤에 같이 연회하러 갔겠지. 그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문제는 아니다.」

 

「그, 그런 건가요.」

 

「그, 그렇다... 라면 동호회로서, 가끔 씩은 의견교환 하고 싶고」

 

「뭐어... 그런 거라면」

 

결국,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원래부터 「도망친다」 커맨드가 없었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저거다, 이벤트 배틀 때라든지에, 선택사항에 「도망친다」가 없어지는 경우 있겠지? 저건. 히라츠카 선생님은 보스 캐릭터급의 취급이라는 것으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만족스럽게 수긍했다.

 

「그럼, 주말에 예정이 비는 날이 정해지면 연락 줘. 후후... 기대하고 있어요.」

 

기분 좋은 듯이 경쾌하게 걸으며 직원실로 돌아가는 히라츠카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또 성급한 짓을 했는가 하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지는 나였다.

 

          ×          ×          ×

 

다만, 그런 기분도 이제 와서는 아득히 저 멀리 날려 버렸군!

 

「후...후후후...후히...해냈다, 해냈어 코마치....」

 

「오, 오빠가 평소보다 기분 나빠...가,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코마치는 흠칫흠칫하면서 내 쪽으로 온다. 평소라면, 친동생에게 기분 나쁘다는 말을 들어버리면 그 나름대로 처지는 나지만, 지금의 내게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데, 왜 그래 오빠... 익숙해지지 않은 미소 짓고 있으니까, 약간 경련하고 있어요.」

 

과연 구각근이 퇴화할 만큼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닐 테지만... 하지만, 지나친 미소에 근육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은 있었다.

히라츠카 선생님과 헤어진 뒤, 집에 돌아온 나는 지금, 행복의 절정에 있었던 것이다. 어쩌지, 이제 더 이상 좋은 일 일어나지 않는 거 아냐? 그건 그거대로 무섭다... 아무튼, 미래의 불안보다 지금의 행복이군요!

 

「코마치... 내가 왜 이 정도까지 기쁜 듯한지 알고 싶어? 알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할까나... 뭐, 좋겠지.... 지금의 나는 기분이 좋다....」

 

「우와아, 귀찮아」

 

「잠자코 있어라...훗, 괄목했다고! 너의 오빠는 여기까지 진보했다고!」

 

그리고 나는, 팟 하며 코마치의 눈앞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세웠다.

코마치가 그것을 들여다본다.

 

「......? 그러니까, 뭔데뭔데....」

 

 

From : 토츠카 사이카

Title : Re : 놀러 가지 않겠습니까 ? ? (^^)/

Message :

응, 괜찮아요.

토요일에 괜찮을까?

 

>>원래 메시지

 

오늘도 테니스부 수고 하셨습니다. 부장인 걸, 힘내!! (^^)! 추가로 나는 오늘 학생회의 도움을 하고 왔습니다. 봉사 부활동의 일환이야. 지쳤어―(;^ω^)그래도 타인을 위해 땀을 흘리는 것도 가끔 씩은 좋은 거네. 전 학생회장한테도 고맙다는 말 들을 수 있어서 기뻤고. 아, 미안 내 이야기만 해서(웃음) 토츠카는 어땠어? 벌써 꽤 추워졌지만 아직 밖에서 하고 있는 거구나(+_+) 상당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감기에는 조심해. 그런데 감기라고 하면 요새...

 

 

「..........」

 

 

말이 막히는 코마치. 아무튼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나도 돌아와서 메일박스 열었을 때, 똑같이 말을 잃었으니까. 꿈이지만, 꿈이 아니었다!

 

「라는 것으로 다음 토요일은 토츠카와 놀러 가니까. 조례 빠듯이까지 놀다 오니까. 집 지키기 부탁해.」

 

「에? 아아, 응.....」

 

나의 말에, 코마치는 영혼이 빠진 듯한 대답을 돌려주고는, 그리고 문득 제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머리를 싸안기 시작했다. 투덜투덜 뭔가 중얼거리고 있다.

 

「어쩌지.... 코마치가 제대로 일하기 시작한 다음 반년 넘게 지났는데... 왜 오빠는 이렇게 유감인 그대로일까.....?」

 

「핫.... 훌륭한 진보 아냐?」

 

내가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사람을 놀러가자고 권했잖아... 이런 건 중학교 2학년 이래 처음이니까! 게다가 전 번과는 달리, 제대로 권유에도 성공했던 거다. 전에는 메일조차 답장오지 않았고... 그 뒤에 말도 할 수도 없었고....

 

「아, 추가로 일요일은 히라츠카 선생님과 라면 먹고 올 테니까」

 

「히, 히라츠카 선생님...? 왜 또?」

 

「아니....왠지 분위기에 흘러버려서」

 

뒤집을 수 없는 운명에 흘러버려서. 억지로 관철이라고도 한다.

 

「여자보다 여자여자다운 남자인 토츠카 씨에... 미인이지만 교사에 여러가지로 문제 있는 히라츠카 선생님... 왜 하필이면 그런 보더라인 위에 있는 두 명을 선택하는 걸까나 오빠는... 좀 더 무난한 사람이라든가 있겠죠! 유이 씨라든가! 카와...무슨 씨라든가!」

 

「무난하다니... 본인이 들으면 낙담한다고... 아마 유이가하마라든지, 한순간 기뻐한 뒤 눈치 채고 나서 낙담할 거라고...」

 

바보애니까. 뭐어, 보통인 녀석이라든지, 수수한 녀석이라든지, 지금은 그건 그래서 귀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토츠카와 노는 약속을 얻어낸 것을 좀 더 칭찬하기를 원했다. 이번에 그 것을 위해 필요로 한 메일은 합계 1000자. 가볍게 저번의 기록을 웃돌고 있었던 것으로.

 

「아무튼 감동을 공유해 주지 않으면 그런데도 좋아... 어쨌든, 다음 주말은 나 바쁘니까. 어딘가 갈 틈이라든지, 없으니까」

 

「아-정말 알았다고 정말... 왜 그렇게 강조해」

 

그건 너와 하루노 씨와 내통하고 있으니까 그렇잖아. 아마 하루노 씨에 대해서다, 내가 휴일에 바쁘다고 말해도 솔직히 믿어 주지 않을 거다. 코마치에게 연락을 할 가능성은 높다. 모처럼 나로서는 드물게 휴일에 예정을 넣었는데, 그것을 방해받을 수는 없으니까. 이른바 견제라고 하는 것이었다.

코마치는 한 번 한숨을 쉬고는, 오빠고 어쩔 수 없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들리고 있어요? 아마 들리도록 한 거겠지만.

 

「....아무튼 상대가 누구든, 오빠가 밖에 나갈 수 있는 건 고맙지만요-. 바람직한 인간으로의 갱생 첫걸음은, 책을 버리고 거리에 나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나를 포함한 전국의 책벌레들에게 사과해라 너.... 어떻게 생각해도 책 읽고 있는 녀석이 거리에서 짤랑짤랑 놀고 있는 무리보다 착실하잖아...」

 

「그렇게 말하는 걸 말만 앞선다고 하는 거야 오빠. 오빠는 너무 놀지 않는다고. 옛날의 훌륭한 사람은 말했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노는 것이라고....」

 

뭔가 거침없이 자랑스레 얘기를 꺼낸 코마치를, 나는 멈춰 세운다.

 

「아-코마치 잠깐 기다려라... 아까 전부터 너 테라야마 슈지라든가 호이징가라든가 어중간한 지식 꺼내서는... 누군가 가르쳐 줬어?」

 

「에? 하루노 언니인데」

 

「역시 그런가...」

 

좋지 않아...내 코마치가 자꾸자꾸 오염되고 있어... 게다가 꽤 적당한 이론으로... 내가 그토록 정말 멋진 이론을 매일 계속 들려주고 있는 것과 관계없이 하루노 씨 쪽으로 기운다고는... 이것이 카리스마의 차이인가.

그 사람에게도 확실히 말하고 싶지만, 그런 짓을 하면 분명 배로 보복 당하는 건 눈에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 거리를 벌리는 방법 밖에 있을 리 없다. 재빨리 하루노 씨의 영향 하에서 코마치를 멀리하지 않으면....

역시 그걸 위해서도, 내 휴일은 강고하게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될 거다. 특히 토요일은 평소의 휴일 이상으로 중요하니까 단호히 사수다. 일요일은... 뭐, 적당히? 별로 긴장하는 상대도 아니고.

우선, 거절 메일이라도 넣어 둘까... 자신이 먼저 그 사람한테 메일 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지만... 우선은 기선을 제압해 둘 필요가 있다...네, 송신.

잠시 뒤에 메일이 되돌아 왔다.

 

 

From:harunon-yukunon@xxx.ne.jp

Title : Re : 죄송합니다만

Message :

그래-. 알았어!

 

...꽤나 이해가 빠른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 그래도 뭐, 토요일은 토츠카와 데이트...가 아니야 놀러 가는 거고, 그런 예감도 힘차게 날려버리는군요!

뭘 입을까... 빨리 토요일 오면 안 될까...

 

          ×          ×          ×

 

그리고 주말, 금요일.

이 날은 아침부터 기분도 최고였다. 여하튼 내일은 토츠카의 날이다. 내년 이후도 기념일로 하자. 내가 먼저 토츠카에게 놀러 가자고 권했다고 하는 위업을, 기념하기 위해서.

수업도 건성으로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던 나는, 아마 언제나 이상으로 바보 같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가 계속 보고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이따금 토츠카가 여기를 언뜻 보고는, 손을 작게 흔들어 와서 벌써 가슴은 가득 찼다.

 

「그럼 하치만, 내일 또 봐」

 

「오, 오우....또, 내일」

 

방과 후 평소처럼 동아리로 향하는 토츠카와 가볍게 내일의 확인을 하고 헤어진다. 또 내일... 토츠카와 내일도 만날 수 있다니...진짜인가. 주에 6일이나 토츠카 가까이에 있다니 혹시 내 청춘 로맨틱 코미디도 아주 버릴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히, 힛키가 이상해요 유키농... 아침부터인데, 좀... 기분 나빠」

 

「이 남자가 이상한 것은 평소의 일이에요. 유이가하마 양... 그래도 그러네... 썩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서는, 신선도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아요... 생선가게로 가져 가 볼까나」

 

방과 후 평소처럼 봉사부 여자 두 명에게서 말의 나이프가 날아 왔지만, 그것도 화려하게 스루다. 너무나도 반응이 없기 때문인지 평소 이상으로 심한 말을 들은 듯한 생각도 드는데, 토츠카를 봐서 그것도 우선은 놔두자... 내일이 지나고 나서 재차 원망하기로 한다.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해보라고...

그런 봉사부활동도 대강 평소처럼 무사히 끝나, 나는 평소대로 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와 떨어져 현관으로 나왔다. 이 시간이 되면 날은 벌써 가라앉아, 공기도 으스스하니 춥다.

그리고 평소대로 주륜장으로 발길을 향하다, 문득 눈치챘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자전거 아니었다....」

 

오늘 아침 코마치한테, 저녁비가 내린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버스 통학으로 했었다. 인파에 약하다고는 해도, 이 시기의 비는 솔직히 차갑고 괴롭다. 마치 아무개 씨의 말처럼. 너무 뒤집어쓰면 마음도 감기에 걸린다. 우울함은 마음의 감기라는 건 잘 맞는 말이었다.

코마치는 친절하게도 접는 우산까지 건네줬지만...

 

「전혀 내릴 기미 없는데....」

 

뭐어, 일기 예보가 빗나갈 때도 있으려나. 이 시기에 비라고 해도 드물고.

다행히 등교 시간 정도로 버스 타는 학생도 적겠고, 우선 유이가하마가 타는 버스 다음에 오는 거라도 타면 좋을까 다리를 내디딘 순간.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

 

블랙아웃? 실신? 빈혈? ....아니, 의식은 있는데. 이렇게 해서 생각하고 있는 거고.

거기에 무슨... 어두운 것에 덮인 눈이 굉장히 따뜻하지만....

거기서, 간신히 깨닫는다.

쿡쿡하고, 유쾌한 듯이 웃는 배후의 존재를.

스며드는 듯이, 등 뒤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사람이 있는 기색.

그 소리는 일단 웃는 것을 멈추고, 내 귓전으로 이렇게 말했다.

 

「히키가야 군... 누구~게?」

 

「히익.....」

 

심장이 덜컥 튄다.

귀청을 간질이는, 달짝지근한 소리. 따뜻한 한숨이, 목덜미를 휘돌아다닌다.

그리고 살짝 희미하게 나는, 감귤계 향기.

이 소리에, 이 향기에 기억이 있었다.

머릿속 검색을 실행할 것도 없이, 어떤 인물이 해당된다.

그거야 그렇다... 그도 그럴게,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었으니까.

 

「유...」

 

「응~?」

 

「유키노시타....씨」

 

「에~? 모르는데, 네가 알고 있는 어느 쪽 유키노시타 씨?」

 

「하루...아, 언니 쪽」

 

「어머... 의외로 침착하네」

 

그리고, 살짝 눈을 가리고 있던 따뜻한 것이 떨어진다. 한순간 시야에서 멀어진 그것은, 물론 예상대로, 호리호리한 하얀, 그녀의 손이었다.

나는 힘없이 뒤돌아본다... 뒤를 잡힌 단계에서, 완전히 나의 패배다. 나한테 고르고 같은 수준의 경계 능력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토츠카에 대해서 밖에 머리에 없었던 것이 실패였다...

뒤를 향한 앞에는,

 

「얏하로~ 히키가야 군! 휴일에 무리라고? 어쩔 수 없으니까 오늘로 해 버렸어~. 뭐, 내일은 휴일이고, 잠깐으로 좋은데, 지금부터 누나한테 교제할 수 없을까나?」

 

초저녁의 어스름을 밝히는 듯한 미소를 띤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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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래서 하루노를 싫어할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그런 이유로, ③입니다.

 

제 1회 데이트 DE 하루농.

 

좀 더 나가면, 하루농과 시즈카 짱의 젊었을 무렵(지금도 젊습니까. 그렇군요.)을 예외 편으로 써 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 가능하다면 전 편에 링크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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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역시,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여동생을 향한 사랑은 비뚤어지고 있다.

 

 

「....................응?」

 

뭔가 떠들썩한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방안의 공기를 진동시키는 듯한, 금속적인 벨 소리.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신세를 진 그립고도 밉살스러운 적이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다.

 

「자명종 어디...?」

 

중얼거림과 동시에, 하품이 새어나온다.

 

스멀스멀하고 손을 움직여, 머리맡에 놓아둔 충전중의 스마트폰을 기동.

 

캘린더를 보면 보통의 휴일이었다. 12월에 접어들고 나서 첫 휴일. 이소노가의 엔들리스 일요일이다. 도라에몽의 경우도 그렇지만, 저 녀석들의 생활양식을 지금 아이가 아나. 수요 있는 거야? 그 시간도 프리큐어 하면 좋지 않아?

 

라고 할까, 왜 휴일인데 자명종 울리는 걸까... 원래 나, 자명종 가지고 있지 않은데. 지금은 스마트폰 짱의 바이브레이션이 상냥하게 나를 일으켜 주니까. 스마트폰 짱이 내 스케줄 관리도 해주고, 심심풀이 상대도 해주고, 엄청나게 기특해. 나, 스마트폰 짱과 결혼해볼까... 그래도 이 녀석 돈 들어가는군. 단념.

 

무거운 몸에 채찍을 치면서, 자명종이 놓여 있는 벽 옆까지 이동한다. 일부러 걷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는 곳에 놓아두는 것에 교활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고양이 귀가 난 귀여운 자명종,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다, 고 할까 코마치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5년 전에 사준 것이다. 왜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그 해 나는 그 남자가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용서 못해.

 

...과연, 아무래도 저래도, 코마치의 소행으로 파이널 앤서다. 오디언스(Audience:청중)에게 물어보나 마나다. 물을 오디언스도 없고. 텔레폰도 어렵다.

 

우선 시끄럽기 때문에 손을 들어 스위치를 찾았다. 머리의 귀를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는 5분 뒤에 또 울리기 시작하니까. 뿌리를 끊어 버릴 필요가 있다. 대체로 이런 타입의 자명종은 뒤에 스위치가 있을 거다.

 

그 때, 손에 바스락거리는 질감이 느껴졌다.

 

「...아앙?」

 

시계 뒤에, 메모가 붙여 있었다.

 

『코마치는 나갔다 옵니다! 그런 코마치로부터 사랑의 프레젠트! 제대로 일어나는군요!』

 

「...시끄러」

 

사람의 휴일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녀석.

 

하고, 거기에 마치 타이밍을 가늠한 듯이, 메일을 알리는 스마트폰 짱의 진동. 우와, 안 좋은 예감이지만요.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좋은 아침 힛키

 

Message:정말 귀여운 시누이를 맡았다. 돌려주기를 원하면 낮까지 혼자 라라포트에 올 것.

 

 

 

적중이다. 나의 안 좋은 예감은 8할 정도 맞는다. 위험해, 나 점집 할 수 있잖아? 단 좋은 예감은 대체로 빗나가니까, 장사로서는 평판이 나쁠 것 같은데. 라고 할까 시누이라니.

 

우선 자명종을 멈추고 1층에 내려가 보기로 했다.

 

지친 얼굴을 한 어머니가, 내 얼굴을 보고 놀라고 있다. 아니, 그런 유령 본 듯한 얼굴 마세요. 대체로 당신 그대로니까요. 성격은 아버지를 닮고 있는 모습이. 매우 유감. 머지않아 넘어준다, 쓰레기적인 의미로.

 

뭐어, 내가 이런 시간에 일어났던 게 놀라움이었던 걸까. 여하튼 동굴에 틀어박힌 신 같은 수준으로 일어나지 않는 나다. 이것으로부터 나의 신다움이 비쳐 보인다고 하는 거다. 역시 내가 신이었다.

 

아까부터 유이가하마식으로 두리번두리번 해봤지만, 코마치의 모습은 없다.

 

어머니가 만든 야채 볶음을 다시 데워, 토스트를 우유와 같이 흘려 넣는다... 이 야채 볶음 분명 코마치가 남긴 거라고 생각한다. 코마치가 요리할 때 쓰지 않는 야채, 즉 코마치가 싫어하는 야채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할까 코마치가 먹지 않는다면 그런 야채 존재의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출하 그만두는 게 어때? ...농가 사람이 들으면 진짜 열 받겠군요. 잘 먹겠습니다.

 

코마치는 무슨 일인 걸까 하고 물으면, 벌써 나갔다고 한다. 과연, 그 편지와 메일은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다.

 

진심인가... 그 녀석 수험생이잖아.

 

뭘 태평하게 라라포트에 놀러가는 거예요. 게다가 터무니없는 사람 소환해서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안이하다. 간단해.

 

내가 언제까지나 코마치를 미끼로 잡히는 송사리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하는 것을, 슬슬 주위 무리에게도 가르쳐 두지 않으면. 그 점에서 유이가하마의 선택은 잘못되어 있지 않다. 토츠카라면 그 앞이 낚시 줄이더라도, 아무튼 끌려가버리는군요.

 

마음대로 해라, 떨어져도 몰라. 오빠는 언제까지도 무르지는 않아. 오빠한테 벗어나주세요, 오빠한테 독립해.

 

...라고는 해도 그렇군. 이번에는 상대가 그 하루노 씨니까.

 

코마치와 하루노씨는, 쓸데없이 궁합 좋고. 별로 내용까지 닮았다는 건 아니겠지만, 겉은 다소 비슷하다. 하물며 하루노 씨라고 하면 유키노시타를 가볍게 누르는 카리스마니까... 코마치가 악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 코마치가 하루노 씨처럼 되어버린다면, 나 쇼크사 할지도 몰라.

 

이 경우, 도요스 방면의 라라포트라도 갈까. 항의의 의미도 담아서. 바로 미안 잘못했어-데헷할짝, 으로 용서 받자. 그렇게 하면 그 두 명도 단념해서 빨리 해산할지도 모르고. 단어가 짧은 게 나쁜 거야. 하치만 나쁘지 않아.

 

응, 메일이다.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덧붙여서

 

Message:

 

「후나바시의」 라라포트니까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있어요. 굳이 멀리 나갈 돈 따위, 차근차근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고 있고.

 

라고 할까, 아까 전부터 메일 타이밍이 너무 무섭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메일과는 또 다른 공포다. 어디에 카메라 설치하고 있는 거야? 아니 카메라가 있어도 모르겠죠. 지금은.

 

아무튼 됐어... 무슨 용무인지 모르지만, 냉큼 코마치 데리고 돌아가자. 코마치만 돌려받을 수 있으면, 이 쪽의 턴이고.

 

 

 

          ×          ×          ×

 

 

 

「햣하로~! 히키가야 군」

 

「아무쪼록... 어라, 코마치는?」

 

「에-, 오지 않았어요?」

 

「...왜?」

 

「왜라고 말해도.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코마치 짱 진로상담 해줬는데-... 오늘은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던가?」

 

히죽이죽하고 미소를 띠는 하루노 씨를 보고, 간신히 나는 깨달았다.

 

이놈의 코마치... 짰군.

 

확실히 코마치는 『나갔다 올게』라고 밖에 메모 하고 있지 않다. 거기에 하루노 씨의 메일의 왔기 때문에, 무심코 같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버린 거다. 서술 트릭도 참 좋은 곳에 있다. 게다가 꽤 치프하군. 쓸데없는 연계 플레이 밀어 붙이고...

 

돌아가고 나서 화내려고 해도, 공부하고 왔는데 라든가 하고 듣는다면, 화내고 싶어도 화낼 수 없는 곳까지, 책사 코마치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노 씨의 꾀일까...라고 한다면 하루노 씨의 침식이 이제 시작되어 있다고 하는 거다, 시급히 대처하지 않으면.

 

라고 할까 이 사람의 진로 상담이라니 참고가 안 돼 분명. 아마 유키노시타와 비슷비슷하게. 과연 자매, 유키노시타의 이름은 겉멋이 아니군.

 

...그래도 공부하고 있다고 들어 약간 진심으로 안심해 버렸다. 아, 지금 하치만적으로 포인트 높아... 그러나, 분합니다.

 

이렇게 해서 침대에서 후나바시까지 단번에 끌려왔던 거지만, 유감스럽게도 먹이가 붙어있지 않은 낚싯대에, 이제 매력은 없다. 낚시하고 있는 사람이 무서운 어부니까 더더욱 그렇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코마치도 없는 것 같고, 이만」

 

「안 돼요. 히키가야 군.」

 

오른쪽으로 돌아서 U턴 한 순간, 꽉 잡히는... 손. 와아, 따뜻해...가 아니야,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이 사람. 촉촉하고 매끈매끈한 손의 감촉에, 마음이 마음껏 동요된다. 무심하게 되어라, 무심하게...

 

「히키가야 군, 나와의 용무가 있어서 와 준 것이겠지요?」

 

「아니, 코마치를 데리러 온 것 뿐이고... 무슨 일 있었던 가요?」

 

「어라? 메일 보지 않은 거야?」

 

「보지 않았어요. 그거야」

 

오늘은 너무나도 타이밍이 좋았던 거니까 열어버렸지만. 기본적으로 스팸메일 같은 건 열지 않고 방치다. 삭제하는 건 과연 무서우니까... 이미 보통으로 판도라 상자 취급해서, 열면 패배다.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그 말을 들은 하루노 씨는 조금 슬픈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약간, 눈이 물기를 띠어 있는 듯하게도 보인다. 울기 시작하기 직전의 유이가하마 같은 표정이다... 솔직히, 똑바로 볼 수 없다. 보면 아마, 가슴 근처의 혈관이 수축해서, 아픔도 느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꽤 미움 받아 버렸던 거네... 뭔가 화내고 있지 않아? 그렇게 나, 나쁜 짓 해버린 걸까? 괜찮다면 가르쳐 주지 않겠어? 고칠 테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

 

약간 떨리는 소리로, 똑바로 응시하는 시선에, 무심코 뒷걸음질 친다.

침착해 히키가야 하치만... 연기... 이건 연기... 라고 할까 그 싸워 버린 커플 같은 얘기 그만둬 주세요. 모두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기분 나쁘다든가?」

 

「뭐어, 그렇게 좋지는 않네요.」

 

오전 중에 두드려 맞아 깨어나고, 한층 더 이런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불려 가는 상황은 휴일의 외톨이에게는 견딜 수가 없다. 기분이라고 할까 속이 메스껍다. 생활 리듬도 어긋나고, 급격한 환경 변화에 현기증이 날 것 같다. 외톨이라는 건 이렇게 약한 생물이에요, 그러니까 상냥하게 대해주도록 하자.

 

나의 대답을 듣고, 하루노 씨는 푹하고 숙인다.

 

「그랬었어 유감이네... 그렇다면」

 

「.....어?」

 

「그렇다면, 히키가야 군의 기분 전환을 위해, 누나가 놀아 줄게요! 내 용무는 그 다음으로 좋으니까!」

 

하루노 씨는 숙이고 있던 얼굴을 올려, 니파~☆하고 웃었다. 아니, 그거 캐릭터 다르잖아, 라고 해버릴 듯한 만면의 미소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연기였나. 알고 있어도 걱정해 버리는 것은 참, 나도 사람이 너무 좋다.

 

「...그렇게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마 돌아가면 회복될 테니까」

 

오히려 여기에 있으면, 자꾸자꾸 기분이 나빠질 것 같다.

 

「그렇다고 정했으면 가도록 해요, 히키가야 군!」

 

듣지 않았어....

 

그러나 손을 단단히 잡히고 있는 이상, 도망치는 것도 할 수 없어...라고 할까, 생각나지 않도록 하고 있었더니 진짜 지금까지 손이 연결된 걸 잊었다. 마침내 무심의 경지에 다다랐는가, 나는. 이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기쁘지 않지만.

 

눈치 채면, 또 피가 역류 해 왔다. 진짜로 상태가 좋아질 것 같지가 않다.

 

...이대로는 생명에도 연관되고, 어디선가 도망갈 틈을 찾자. 전화위복이라고 하지만, 다행히도 사람은 많기 때문에. 떨어지면 이쪽의 승리다. 떨어지는 건 자신 있기도 하고. 나를 넘어뜨리면 보통 사람보다 대부분 경험치가 들어오는 건 보증.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찾아내 줘.

 

...그러고 보니 생각해 내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여기는 하루노 씨와 처음으로 외출당해 버린 장소이기도 하군, 우선 나는 현실에서 도피하기로 했다.

 

 

 

「저기... 추가로, 용무라는 건 뭔가요?」

 

「응? 응-그러네... 유키노 짱의 크리스마스 선물 찾으러, 에요」

 

 

 

「자, 다음에는 어디 가볼까?」

 

「....그-렇군요.」

 

「아, 저 옷 귀여워! 있지, 잠깐 보고 와도 좋아?」

 

「....그-러네요.」

 

「.....히키가야 군, 텐션 낮지 않아?」

 

「....그-러네요.」

 

아니, 그 정도는 헤아려 주세요. 맞장구를 치는 것만으로도 힘껏이다.

 

유키노시타의 선물 찾기를 시작하고 난지 벌써 한 시간.

 

과연 손을 놓아주긴 했지만, 그 손도 벌써 다른 것으로 차고 있다.

 

하나하나가 그 나름대로 무거운 봉투다. 어느 것도 읽는 법조차 모르는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다. 전부 하루노 씨가 산 것이었다.

 

그것을 좌우로 두 개씩 안고 비틀비틀거리며 걷는 내 앞에서, 하루노 씨는 바람처럼 걷고 있다.

 

확실히 주인과 하인. 적어도 연인으로는 안 보이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덧붙여서, 이 안의 어느 것이, 유키노시타의 선물입니까?」

 

「에? 아직 사지 않았는데」

 

......이 여자, 때리고 싶다.

 

멍한 얼굴로 되돌아보는 하루노 씨에게, 은밀히 투지를 태워 본다.

 

라고는 해도, 주먹을 뻗어야 할 손은 벌써 짐으로 가득차고 있고,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주먹을 마디마디 강하게 쥘 뿐이다. 뭐야 그건 허무해.

 

아무튼 거기에, 생각할 뿐이고 실행에는 옮길 수 없겠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

 

 

 

「이야~, 고마워 히키가야 군. 이렇게 들게 해 버려서 미안해?」

 

「...별로, 제가 든다고 했으니까」

 

손을 놓아주는 편이 좋았지만, 설마 이렇게 사 들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완전히 계산미스... 해 버렸다!

 

추가로 그 큰 짐은 배달 카운터로 옮겼다. 아무튼, 하루노 씨에게 그걸 나르게 하는 건 위험해. 하루노 씨 집까지 내가 옮긴다는 것도... 여러 가지로 무섭고.

 

「근데 뭐랄까... 과연 부자의 쇼핑은 다르군...」

 

「무으~, 그건 흘려버릴 수 없는데.....」

 

나의 혼잣말을, 하루노 씨는 귀가 밝게도 주워낸다. 외톨이의 혼잣말은 습성 같은 거니까, 하나하나 줍고 있으면 몸이 버텨내지 못해요. 그렇다고 할까 부끄러우니까 줍지 말아 주세요.

 

나와 하루노 씨는, 벤치에 허리를 내려 쉬고 있었다. 라고 말해도, 휴식이 필요한 건 나뿐이지만.

 

라라 포트 안은 제법 크리스마스 모드다. 야자나무 근처에 전나무라니 어떤 기후 조건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성질이 급해, 너무 빨라. 유럽은 크리스마스 근처가 되면 독신자 비율이 증가하는 것 같다고? 그렇다면 앞당기면 안 되죠. 리얼충 때문에 외톨이가 시달리는 세계에는 단호히 반대.

 

내가 크리스마스 폐절 운동에 대해 한순간 골똘히 생각했더니, 하루노 씨가 약간 뾰루퉁 하면서 아까 전 나의 혼잣말에 항의했다.

 

「약간이라도 옷차림에 신경 쓰는 여자애라면, 저것 정도는 보통이니까? 거기에, 내가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이야. 어디에 쓸지도 마음대로겠지요.」

 

「......유키노시타 씨,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건가요?」

 

「왜 그런 의외라는 얼굴 하는 걸까.... 별로 아가씨라는 것도 아니니까. 아무튼 확실히 수입은 좋을지도, 아버지의 소개고」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노 씨라면 뭐든지 소화해 내 버릴 것 같다. 성격적으로도 커넥션으로 들어가도 시기당하지 않는 타입. 나는 커넥션도, 어느 것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처를 잃어버리니까... 원래부터 거쳐는 없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거기에 돈으로 집에 성가시다고 할까, 빌린 걸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라고는 해도, 그런 걸 생각할 나이가 될 때까지, 대체로의 애는 그렇게 돌려줄 수 없을 정도로 빚을 만들어 버린다지만」

 

빌린다니... 여전히 삭막한 가정환경에 계시는군요... 문화제 때도 자매로 대여가 어쨌다든가 이익이 어떻다든가 말했었지요. 나는 빌릴 만큼 빌려, 최후는 밟아 쓰러뜨릴 생각으로 만만하다... 그래도 그게 부모와 자식이라고 할까 가족 아닙니까? 나로서는 꽤 정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우리 집은 우리 집, 다른 집은 다른 집이라는 거다.

 

「아, 그래, 히키가야 군도 뭔가 소개해 줄까? 나름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마 문화제에서의 업무태도를 본 거겠지. 하루노 씨 같은 사람에게 높게 평가되는 건 솔직히 기쁘다. 하지만,

 

「......일할 관심이 없어서, 괜찮아요.」

 

슬프게도 내게는 원래부터 의욕이 없다. 뭐가 즐거워서 고등학생부터 회사의 가축 흉내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나는 하루노 씨의 제안을, 삼가 거절했다.

 

「정말...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장래 제부가 되는 애가 이런 사람이면, 처형은 불안한데」

 

「또 알 수 없는 말을....」

 

「그렇게 말하고 보니-. 들었어요, 유키노 짱하고 교제하고 있는 거겠죠?」

 

하.........?

 

「하...........?」

 

의미 모를 말을 듣고, 무심코 순수하게 반응해 버린다. 마음의 소리 그대로.

 

「어라? 달랐어?」

 

내 바보 같은 표정이 너무나도 티 없기 때문인지, 하루노 씨도 의외인 듯한 얼굴을 했다.

 

「아니, 다른 것도 아무것도」

 

뭐가 어떻게 되면 그런 유언비어가 흐르는 건지. 저건가, 내 평판을 깎아 내리려는 새로운 방법의 음모인가... 이제 떨어질 여지도 없을 정도로 떨어지는군요, 그러고 보면.

 

「이상하네.... 히키가야 군이 수학여행에서 고백했다고 들어서 틀림없이... 호, 혹시 가하마 짱?! 배신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라고 할까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그런 얘기」

 

「아아, 하야토한테. 전에 만나면 뭔가 심각한 표정 했었으니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해서, 입을 열게 하는 게 큰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하야마와 사이 좋았던가, 하루노 씨. 그렇다고 할까 그 하야마의 입을 열게 한다든가 어떻게 한 거야 이 사람. 묻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무서워서 물을 수 없어.

 

과연... 하야마한테 캐물어 알아낸 정보가 부족해서 생긴 고의 오해인가. 하루노 씨 넘겨짚기로 말했던 것도 있고...나 완전히 피해자잖아. 그러니까 리얼충이 말하는 걸 신용하면 안 돼.

 

「아-, 아니... 다른 여자에요. 이라고 해도 속공으로 차였지만」

 

「.....그게 뭐야, 제 3세력 출현?」

 

하루노 씨의 목소리 톤이 왠지 약간 낮아진다. 우와, 무서워. 미소지만 눈이 웃지 않아. 본성 다 숨길 수 없지 않습니까, 의태해라고.

 

하지만 이것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예쁜 누나가 티 없는 남자에게 참견을 걸치고 있는 걸로 밖에 안 보이는 거다. 이거니까 세상의 눈은 옹이 구멍이라고.

 

「아니, 아무튼 뭐라고 할까...」

 

서투르게 추궁 받아 하야마의 반복된 실패를 연기하는 건 사양이라고 판단해, 사정을 요약해서 설명하기로 했다. 요컨대 내가 로맨틱 코미디의 주역일리 없고, 현실은 비정하다고 하는 게 전해지면 그걸로 좋다.

 

「흐응.....」

 

과연이라고 할까, 하루노 씨는 이해가 빨랐다. 까딱하다간, 말하지 않은 곳까지 뭔가 감지할 가능성조차 있다. 뭐를 이해했는지는 발을 디디지 말고 두자.

 

이야기를 다 들은 하루노 씨는, 한 마디,

 

「......그건 기특하지 않은데.....」

 

기가 막힌 듯이 한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여자는 내 얼굴 보고 한숨 쉬는 거 금지라고. 끝에는 울어버린다고.

 

「뭐라고 할까, 저거네요. 히키가야 군은... 뭐 좋은가, 우선은. 일단 바람피운 것도 아니었던 거고」

 

......바람기도 아무것도, 나는 아직 진심을 내지 않은 것뿐입니다만.

 

「아무튼 그건 어떻게든 됐고, 슬슬 유키노시타의 선물 결정해서, 냉큼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에? 아아, 응」

 

「.....뭔가 의욕 없어지지 않았나요?」

 

「.....그렇지는 않은데. 나하고 같이, 남자친구인 히키가야 군이 선택한 걸 유키노 짱에게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약간 임팩트가 부족할까 해서」

 

「마치 내가 나쁘다는 듯이 말하는군요.」

 

「그럴 생각으로 말했으니까」

 

아니, 그 이치는 이상하잖아. 마음대로 오해해 두고 이 태도다. 하지만 한 순간 미안해요라든가 말할 것 같게 된 것은 기분 탓으로 해 두자.

 

「뭐어, 그런데도 현상 제일 후보고. 히키가야 군, 뭐가 좋다고 생각해?」

 

내가 제일 후보라든가, 유키노시타가 불쌍하다... 그렇게 생각해 버린 내가 제일 불쌍해. 너무 비굴하다.

 

그래도 나도 배는 고파왔고, 인파로 지쳤고, 뭐든지 좋으니까 해산하고 싶다는 무책임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뭔가 대꾸하지 않으면

 

「......그걸로 좋지 않겠습니까? 팡 씨 굿즈라든지」

 

그 정도 밖에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라면 데스티니 숍 있고... 라고 할까 유키노시타 당사자와 간 거긴가. 그러니까 조달은 가능하다. 가격도 그 나름대로 하고, 선물에는 안성맞춤일 거다.

 

「팡 씨 상품이네.... 그건 조금 어려울지도.」

 

그 나름대로 좋은 안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루노 씨는 흥미가 없다.

 

「유키노 짱, 눈에 띠는 굿즈는 아마 벌써 대부분 사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신품이라든지도 체크하고 있을 거고. 그야말로, 고토우치 만한 레어도가 아니면」

 

그야말로 치바의 인간에 치바산이 아닌 낙화생을 보낸다고 하는 리스키 행위인가. 유키노시타와 얘기한 것을 생각해 낸다. 설마 이렇게 해서 또 같은 상황에 빠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팡 씨 이외라면 어떤가요? 그 밖에도 있겠죠, 그 늑대 같은 것이라든가」

 

「유키노 짱, 팡 씨 이외에는 흥미 없으니까요...」

 

얼마냐 좋아하냐고요 팡 씨.

 

「애초부터 그 팬더의 뭐가 좋은 건가... 아아, 그러고 보니 원작이 어떻든지 하던....」

 

「『팬더즈 가든』이네, 나도 좋아해요. 알고 있어? 원작의 팡 씨는, 취권 쓰지 않아. 언뜻 취권을 다루고는 있지만」

 

「하아... 그런가요.」

 

비교적 어떻게든 상관없는 지식이 늘어나 버렸다. 텔레비전의 잡학 프로그램에라도 투고해 줄까.

 

「어라, 그렇다는 건 유키노시타 씨도 원작 읽었습니까?」

 

「응」

 

「.....원서로?」

 

「물론」

 

물론을 사용하는 기준이 아무래도 나와는 다른 것 같다. 저건가, 만화가 아니고 원작 소설판으로 읽는 게 좋아, 같은 것일까. 다르려나.

 

「옛날에, 유키노 짱과 같이 사전을 손에 들고 읽었던가. 유키노 짱, 스스로 번역한다고 묻지 않고, 그럴듯한 번역가 같이 말이야. 해석하는 방법으로 싸운다든지, 자기식대로 어미라든가 바꾸거나 해서... 즐거웠어.」

 

그렇게 말한 하루노 씨의 얼굴에, 문득 눈이 끌어당겨진다.

 

하루노 씨에게는 드문, 무방비한 미소였다. 그 표정은, 드물게도 유키노시타가 보이는 미소와 꽤 비슷했다. 보는 사람 모두를 매료시키는, 그 눈이 녹는 듯한 미소에.

 

하지만 그것도 진짜 한순간이고, 다시 하루노 씨는 태양 빛처럼 눈부신 미소를 되찾는다.

 

「그런 거니까, 팡 씨 굿즈는 이번에 제외로 부탁하는군요. 그 밖에 뭔가 없을까나?」

 

「아니.... 그게 봉쇄되면 어려운데요... 아아, 고양이 상품이라든가?」

 

「고양이인가... 또 범위가 넓어질 것 같네. 고양이 무늬는 어디라도 붙어 있고. 그럼 점심 먹고, 그 뒤에 또 빙 돌아볼까」

 

「어, 아직 계속합니까?」

 

「에, 아직 히키가야 군 배 고프지 않은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이 아니군요.」

 

「그럼 가자! 마침 좋은 타이밍에 피크도 지났고, 어디가 좋을까나」

 

그게 아니라요, 나 슬슬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말하... 듣고 있지 않은 건가 역시. 내 변명을 막으려면 묵살이 제일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외톨이의 무시라고 하는 컨텐츠에 대해 상응하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것까지 간파하고 있을 것 같아 성질이 나쁘다. 도망칠 틈이 있으면 도망쳐야지라든가 말했었던 건 어디의 어떤 놈이에요.

 

아직 이 고행 계속되는지... 진심으로 득도의 문이 열릴까, 이 기회에.

 

 

 

하루노 씨에게 끌려간 곳은, 시설 안의 한 구석에 있는 카페였다. 파스타 요리도 된다고 해, 여성끼리 커플이나 가족동반에게, 손님 층도 넓다.

 

피크를 지나고 있다고는 해도 과연 휴일, 아직 꽤 혼잡하고는 있었지만, 운 좋게도 곧바로 앉을 수 있었다. 작은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자리에 앉는다.

 

...굉장히 밥 먹기 힘들군, 이 환경. 기본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이를 계속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는, 이건 뭐라고 할까 희망이 없다. 퍼스널 스페이스도 만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밥을 먹고 있는 행동을 타인에게 보여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히키가야 군 뭘로 해? 뭐든지 좋아하는 거 말해 보세요.」

 

「아-... 혹시 내 주시는 겁니까?」

 

「그거야 뭐, 이렇게 해서 쇼핑에 어울려 주고 있고... 나 부자기도 하고?」

 

잠깐 원한을 품었네요, 방금 전.....

 

「......기분만으로 충분해서. 제 몫은 제가 낼게요.」

 

「그래? 그러면, 아무튼 좋은데」

 

하루노 씨는 특별히 끈질기게 할 것도 없이, 산뜻하게 물러난다.

 

아까 전 이 사람의 말이기도 하지만, 나도 하루노 씨에게 빚을 만들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담보로 무슨 말을 들을지도 알 수도 없을 것 같군.

 

「여전히 이상한 데서 완고하네....그래도, 뭐하면 제가 한 턱 냅니다. 이렇게 말해줘도 좋았을지도, 여자 쪽에서는」

 

「하하... 유키노시타 씨 부자겠지요.」

 

얻어먹을 이유도 없지만, 한 턱 내줄 이유도 없고. 그런 돈도 없고... 단숨에 궁상맞아 지는군, 돈 얘기를 하면.

 

 

식사가 끝나, 내 앞에는 커피가, 하루노 씨 앞에는 홍차가 나온다.

 

「.....약간 놀랐어. 히키가야 군 정말로 말하지 않네...」

 

「밥 먹기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식사중은 조용히 하고 있는 거라고」

 

식사라는 것을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무리가 많은 요즈음, 나는 목소리를 높여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인종이다. 뭐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은 벌써 옛날에 흘려버렸다. 중학 때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해 보면 넌지시 거절된 근처에 버리고 왔다... 뭐야, 그 책상 4개 이상 연결하면 안 돼? 같은 색으로 맞추면 사라진다든지? 연쇄 대기상태인가요.

 

요리의 맛은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요리 무시로 나불나불 말하는 녀석이라든지 자신이 뭐를 먹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만든 사람에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나는 소우자이 빵의 재료명도 읽고 있으니까... 몸에 해로울듯한 라인업이군, 하는 것까지 알면서 먹고 있다. 우회적인 자살 행위군.

 

※ 소우자이 빵 : 반찬, 나물 등을 끼워서 먹는 빵

 

「그래서, 거기까지 말했던 만큼 그만한 감상을 들을 수 있겠네?」

 

「응-... 맛있는 게 아닙니까, 가격도 적당하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네-, 히키가야 군은」

 

하루노 씨는 곤란한 듯한 미소를 띄우면서, 티 컵을 손에 든다.

 

「덧붙여서 티타임은 어떻게 하는 거야? 아직 침묵이야?」

 

「그다지, 뭔가 질문하면 대답합니다만」

 

원래라면 커피 향기를 음미하면서 마시고 싶은 거지만, 아무튼 설탕이나 밀크라든지를 주저 없이 처넣은 내게, 그런 말 할 자격은 없군.

 

「그래? 그럼 얘기 해볼까. 그러네-... 으음....」

 

「..........」

 

오, 하루노 씨가 화제를 찾고 있다. 이건 내 작전이 성공했나.

 

내가 은밀히 프티 리셋이라 부르고 있는 대화방법이다.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상대와 대화가 계속되어 버리는 일이 있을 거다. 그런 때는 차라리 약간 입 다물고 바라보면 좋다. 이야기가 계속되지 않게 되어 거북해지면, 대화의 재개는 보다 곤란해지게 된다. 그 근처를 가늠해 슥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것으로 피니쉬.

 

....대화 방법이 아니군, 이건.

 

그건 됐다고 치고, 내 트라우마에서 태어난 이 프티 리셋은 그 나름대로 효과적이다. 인간은 분위기에 흐르기 쉽다. 거북해지면 철저히 거북해지는 것이다. 다만,

 

「그럼, 최근 유키노 짱 얘기라도 할까, 모두들 정말 좋아 유키노 짱♪」

 

「하아......아무튼 상관없습니다만」

 

다만, 분위기를 읽지 않기도 하고, 읽은 뒤에도 분위기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런 것이 통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개량할 여지가 있군.

 

「그래서, 요즘 유키노 짱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도 아무것도... 전에 봤잖아요, 저런 느낌이에요.」

 

「어머, 유키노 짱이 내 앞에서 평상심일 리가 없잖아」

 

「뭐, 그것도 그렇지만... 자각 있는 것이군요.」

 

자각이 있으면 좋아, 라는 걸로는 되지 않겠지.

 

확실히 하루노 씨가 가까이 있으면 유키노시타가 무리를 한다는 건 이미 법칙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자명한 이치다. 그야말로, 컨디션을 무너뜨릴 정도로.

 

「그거야 그토록 노골적으로 나타내면요... 그렇게 싫어하지 않아도 좋은데」

 

아무튼, 그 녀석 기본적으로 솔직하니까. 내 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걸. 미간이 이렇게, 큭 하고 비뚤어지면 「불쾌하구나」의 사인. 그건 기억했다.

 

「.....미움 받는 짓 하고 있어서 아닙니까? 그토록 부추겨 두고」

 

「.....응-, 그럴까나」

 

그거야 정말 들쑤셔 들쑤셔. 곤로에서 꽁치 구우면 분명 맛있을 거라는 상태로 들쑤시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른 법칙도 성립되는군.... 유키노시타가 연관되면 하루노 씨의 본성이 표면으로 나온다고 할까. 엄청나게 박정하고, 불필요하게 가혹한 그녀의 본성이.

 

그 결과, 이제 이 녀석들 같이 있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장소의 분위기가 나빠진다. 목욕탕의 세제처럼, 섞으면 위험한 두 명이다. 뭐 나도 타인에게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단품으로 이 위력... 스스로도 무섭다.

 

「아무튼, 이라고는 해도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유키노시타에요. 나도 동아리로 얼굴 맞추는 것 정도밖에 없습니다만. 책 읽고, 이따금 홍차 마시고, 그리고 또 책 읽는 듯한」

 

찻잔까지 반입한 건, 하루노 씨라는 태풍이 떠나, 약간 안심했기 때문인지도 몰라. 그건 사유물일까. 조만감 고양이 사진집이라든지도 선반에 줄서는 것일까.

 

「흐응..... 그래 그래, 평소의 유키노 짱이네」

 

뭔가를 납득한 듯이, 하루노 씨는 수긍한다.

 

「............」

 

그 모습을, 나는 약간만 관찰한다.

 

혼자 친가를 떠난 여동생에 대해 걱정하는, 좋은 언니. 좋은 언니라면 여동생 걱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좋은 언니라면. 나의 견해가 핵심을 잘 파고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하루노 씨의 질문은, 마치 뭔가를 확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준 영향을, 확인하는 것처럼.

 

「응? 무슨 일이야 히키가야 군. 갑자기 입 다물어서는」

 

「아니요... 별로」

 

무심코, 눈을 돌린다. 그 눈이, 나의 사고를 읽어내기 전에.

 

「뭐어, 히키가야 군이 갑자기 입 다무는 건 평소 일이지요.」

 

「내가 마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는 사람같이 말하는 건, 그만둬 줄 수 없겠습니까.」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짐작 가는 구석이라도 있지 않은 걸까나?」

 

산뜻하게 내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그렇게 그 녀석에 대한 게 신경 쓰인다면, 전화라도 해서 본인한테 직접 들으면 좋지 않습니까.」

 

「싫은데, 내가 전화해서 솔직히 말하는 유키노 짱이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습니까....」

 

그 녀석도 그 녀석대로 상당히 완고하다. 과연 불쌍하게 되어 버렸다.

 

「메일도 보내고 있었지만, 집의 용무라든지도 있고. 하지만 대체로, 『그래』라든지 『무리』라든가 하는 답장이 오는 정도일까」

 

통합 사념체의 단말기 같은 대답이다... 독서광이라든가 가슴 크기라든지, 의외로 캐릭터 일치하고 있는 거 아냐. 뭐, 불합리한 것을 말하기 시작하는 곳이라든지 사람을 매도할 경우에 말이 길어지는 곳이라든지는, 어느 쪽인가 하면 단장에 가까운가. 우리 부장도 대충 해뒀으면 좋겠다.

 

「이쪽으로서는 유키노 짱이 걱정으로 걱정이어서 듣고 있는 거예요, 약간 누나 상처받아요.」

 

곤란한 듯한 미소로 얘기하는 하루노 씨. 그 표정으로부터는, 여동생을 신경 쓰는 언니의 얼굴 밖에 찾아낼 수 없다.

 

다만... 뭐지, 이 위화감은.

 

그것만은 아닌, 이라는 감각은.

 

「아, 그러고 보니, 집에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듣고 있었는데―――」

 

문화제에 대해 생각해 낸다. 일순간 나쁜 기억까지 되살아 나버렸지만 서둘러 뚜껑을 닫아, 필요한 부분만큼을 꺼내 본다.

 

문실을 엉망진창 휘저었나 생각하면, 그 탓으로 몰린 유키노시타의 보조에 서려고 한 하루노 씨.

 

...그건 마치, 휘젓는 걸로 자신이 들어갈 공백을 만들어 낸 것과 같아서.

 

「유키노 짱의 진로 희망, 문이과 선택 어느 쪽으로 했는지, 히키가야 군 몰라?」

 

유키노시타에게 몰인정하게 대해지면서도 그녀의 문화제를 끝까지 지켜본 언니.

 

교제가 많고 바쁨에도 불구하고, 깨달으면 그녀 가까이 언제나 다가서듯이 계속 눌러 앉은 이 유키노시타 하루노라고 하는 사람은.

 

「응, 히키가야 군?」

 

이 사람은,

 

「유키노시타 씨는」

 

나는, 일찍이 그녀가 말한 것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유키노시타를, 『정말 좋아』하는군요.」

 

그녀는 한순간 멍한 얼굴을 해서는,

 

「―――어라? 말하지 않았던가?」

 

벌써 나온 대답을, 다 알고 있는 대답을, 한 번 더 반복했다.

 

 

「나는 유키노 짱을, 정~말 좋아해요.」

 

 

어느 것도 섞이지 않은, 한 점 흐림도 없이 사나운 미소로.

 

 

 

「으응~ 아무래도 팍하고 꽂히는 게 떠오르지 않네.」

 

「......그런가요. 그럼 돌아갑니까?」

 

「끈기 한 조각도 없네.... 왜 그렇게 내츄럴하게 귀가를 제안할 수 있는 거야?」

 

식사를 끝낸 나와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프레젠트 수색을 재개하고 있었다.

 

하루노 씨는 실로 효율적으로 가게를 돌고 있다. 머릿속에 지도가 들어가 있는듯한 내비게이션이다. 방향치인 유키노시타와는 하늘과 땅차이다. 덕분에 처음부터 쇼핑 목적이 아닌, 취미 범주였다는 것을 잘 알았다... 나 오후부터 출근으로 다행이지 않은 거야? 왜 그 시간에 불러내는 거야?

 

「그럼, 다음에는 그 가게일까」

 

무심결에 손가락으로 찔러, 하루노 씨는 총총하며 걷는다. 가게 명을 보아하니, 일상생활용품을 많이 갖추고 있는 가게 같다. 쓸데없이 부드러운 채색이 내게 있어서는 이공간이다. 뭔가 플로라향기조차 날 것 같다. 들어간 순간 정화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

 

하루노 씨의, 늘씬한 등 뒤를 눈으로 쫓으면서 생각한다.

 

조금 전의, 카페에서의 약간의 사건을.

 

―――나는 유키노 짱을, 정말 좋아해요.

 

하루노 씨는 당연한 듯이 말해버렸다. 자명한 것을 대답하듯이. 미리 준비되어 있던 대답을 읽어 내리듯이.

 

그건 그렇다. 그녀의 대답은, 그 불꽃놀이 때 이후로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그녀라면 얼마든지 표정을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미소.

 

매우 냉철해, 너무나도 가열해, 그리고 어디까지나 어두운, 그 미소.

 

응시하고 있는 것만으로 끌려 들어갈 것 같은, 어딘가 매력적이기도 한 심연.

 

곧바로 한 눈을 팔아서 다행이었다... 저것 이상으로 시야에 노출되고 있었으면, 다이스 흔들어 SAN 체크였다.... 신화 생물인가요. 하지만 그 정도로 움찔 했어요 나.

 

다행인 게, 하루노 씨도 곧장 그 표정을 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키노 짱 귀엽다는 얘기를 재개했지만.

 

그런데도, 내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고양이 무늬 고양이 무늬....」

 

하루노 씨는 점내에 들어가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물색을 시작했다.

 

「아, 이거 귀여워! 사버릴 까나... 히키가야 군 어떻게 생각해?」

 

「어때라도 하셔도... 좋은 디자인이라고는 생각해요.」

 

「그래에.... 응, 사 버려!」

 

허겁지겁 작은 바구니에 상품을 넣는 모습을 보면, 변덕스러운 면은 자매라고 생각된다.

 

그녀에게서는, 방금 전의 분위기를 티끌만큼도 느낄 수 없다. 평소의, 붙임성이 좋고 약간 어덜티한, 남자를 휘두르는 예쁜 누나.

 

「..........」

 

그 미소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의도라면 추측할 수 있다.

 

굳이 그 표정을 내게 향한 의도.

 

아마도, 경고.

 

내가 왠지 모르게 말하려고 했던 것을, 또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을 이해한 다음, 더 이상 발을 디디는 것을 막는, 의지 표명.

 

...그건 거절일까.

 

어떤 것이라도 관용적인 것 같은 그녀가 일순간 보인 거절, 인 것일까.

 

「.....있지 히키가야 군은 정말? 어~이」

 

콕, 하고 뺨에 가늘고 따뜻한 것이 닿은 감각.

 

「.....에?」

 

「아하, 겨우 눈치 챘어?」

 

보면 하루노 씨가 내 뺨에 검지 손가락을 꽂고 있었다. 짓궂은 장난이 성공한 소녀처럼, 쿡쿡하고 웃는다. 그녀의 손가락 끝 근처를 중심으로, 천천히 스며 나오듯이 뺨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저.....뭘 하고......아 아파아파아파」

 

둥글둥글 하지 말아 주세요. 약간 손톱이 파고들고 있으니까....

 

「정말, 멍하니 해선.... 있지, 이거라면 어느 쪽이 좋다고 생각해?」

 

하루노 씨는 나에게서 손가락을 떼어 놓고는, 옆에 놓여 있던 홍차 포트를 두 개 선택했다. 다른 한 쪽은 고양이 꼬리를 모티브로 한 손잡이가 있고, 또 하나에는 고양이 발자국 실루엣이 프린트 되고 있다. 어느 쪽이나 귀여운 디자인이면서, 그 나름대로 공을 들여 고급감을 깎지 않는... 유키노시타의 프레젠트로, 라는 것이군.

 

라고는 말해도, 나 그 녀석의 취미 모르고 있구나.... 고양이를 좋아한다고는 말하지만, 어떤 고양이라도 좋은 건지, 고양이의 어디를 좋아하는지도 몰라. 그걸 모르는 이상, 무턱대고 선택할 수 없다. 꼬리 모양 손잡이를 쓰는 마음은 불편할 것 같지만, 그 녀석이 꼬리 정말 좋아한다면 그런대로 참고 사용하고 싶어 할 것이고... 이런 때, 선물하는 측도 되는 측도 경험치가 적은 나는 쓸모없는 반편이다.

 

결국 뭐를 근거로 선택하면 좋을지 생각해내지 못했으니까,

 

「.....어느 쪽으로도 좋지 않겠습니까. 비싼 편이라든지」

 

가장 알기 쉬운 지표를 채용하기로 했다. 생각하고 있는 만큼 돈을 얹는다, 라는 것으로. 내 경우는 돈이 아니고.

 

하지만 내 대답이 하루노 씨에게는 불만이었던 것 같다.

 

「.....성실하게 선택하면 좋겠는데. 히키가야 군이 선택하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불끈 뺨을 부풀려 보이는 하루노 씨. 싱싱한 탄력이 있을 것 같아, 무심코 손가락으로 손대고 싶어진다... 위험해, 상대가 코마치라면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일단은 회피다... 그래도 그렇구나, 왜 남자가 그렇게 하면 범죄성을 띠는 걸까.

 

「내가 말하고 있는 것, 아무리 둔한 히키가야 군이라도 알겠지요?」

 

「........」

 

그거야 안다. 결코 나는 둔하지 않아, 오히려 민감한 편이다. 그런 것으로 다양하게 실패를 반복해 왔으니까, 모를 리가 없다... 말하고 있으니 슬퍼지는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몰라.

 

하루노 씨가 나와 유키노시타에게 뭔가 획책하고 있다, 그건 확실하다... 라고 할까 하루노 씨가 너무 노골적이고. 요점은 코마치가 부탁하지 않았는데 암약하고 있는 것처럼, 초등학교 여자애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상이다. 그렇지만 그건 하루노 씨에게 있어서 어떤 메리트가 있다는 걸까. 여동생의 연애 사정을 걱정하는 공연히 참견하는 언니의 마음이라고 해석해도, 날 끌고 다니는 것을 보면 센스 한 조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훈훈한 리얼리얼한 남자 친구 정도 쓸어버릴 만큼 있을 텐데. 아무튼 유키노시타와 잘 되어간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지만... 뭔가 사고 방향이 살짝 어긋나 있는듯한 생각도 드는군.

 

어쨌든, 이번에는 의미는 알지만 의도를 모른다.

 

원래부터, 그녀의 행동 원리를 아직껏 포착해 내지 못했으니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아까 전부터 분위기가 나쁘네... 어라, 그래도 그것도 평소의 히키가야 군하고 뭐가 다르지?」

 

「들어보라는 듯한 혼잣말은 주위를 상처 입히니까요.」

 

약간 들어맞는 것에 한 층 더 상처받는다.

 

「그래도 역시 뭔가 이상해... 정말로 컨디션 나쁘거나 해?」

 

「............」

 

나를 바라보는 하루노 씨의 얼굴은 진심으로 걱정인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아마 방금 전의 대화가 없었으면, 나도 나 같은 것을 걱정해 준다니 하고 억수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아니, 과연 그건 아닌가.

 

......내가 하루노 씨를 보고 살피듯이, 그녀도 또 나를 관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밥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휴일이라면 소파에서 낮잠 자고 있는 시간이니까」

 

조심에 또 조심을 거듭해, 가능한 한 눈치 채이지 않게 말을 선택한다. 눈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고서다. 아무튼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도, 직시 되면 눈을 돌린다, 는 건 이제 조건 반사로 포함되어 있지만. 카마쿠라와 서로 노려봐도 질 자신이 있다. 야생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 필연.

 

「그래? ...그렇다고는 해도 건강하지 못한 생활 하고 있네.」

 

「그 나름대로 즐거워요...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만」

 

「아하하, 뭐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는데」

 

대화가 공중을 활주하고 있는 것을 안다. 대화의 배팅 센터, 치고 있을 뿐이라고 하는 건가.

 

의미가 없는 이야기. 상대와의 거리를 측정할 뿐인 이야기. 그건 내가 거북해 하는 것 중, 싫어하는 하나다. 원래 이야기라고 하는 행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설도 있다. 이야기로 사람됨을 알 수 있다고도 말하지만, 알고 싶은 것도 아닌 정보를 이것저것 교환하는 게 귀찮다... 가치가 있는 얘기라든지도 있지만, 토츠카에 대해서라면 어떤 세세한 얘기라도 들어 놓치고 싶지 않다.

 

슬슬 다시 한 번 프티 리셋이라도 시험해 볼까... 하고 생각한 순간,

 

「으-응, 히키가야 군이 그럴 기분이 아니면, 오늘은 그만두고 또 다른 날에 할까」

 

라며, 갑자기 하루노 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해냈다, 돌아갈 수 있어! 하며 환희가 솟아올라 그 제안에 혹한다.

 

「아, 그렇게 하죠....근데, 다른 날?」

 

아차, 실수했다.

 

「그거야 그래요. 히키가야 군이 선택해 준다는 게 컨셉이니까」

 

하루노 씨는 뭘 당연한 말을, 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본다.

 

「아니, 봐요, 저도 잠시 지금부터 예정이 있어서... 저거에요 그」

 

「흐응... 저거라니 뭔데?」

 

분명 알면서도 묻고 있겠지. 약간은 봐 줘도 상관없잖아.....

 

「....아무튼, 뭔가가 있으면 다음에 알려주세요. 예정 맞춰서 가도록 해요?」

 

어떻게 하든지 간에 가게 할 생각이다... 나의 「적당히 연락해 줘」와 쌍을 이루는 듯한 대처기술. 단, 예정이 없는 외톨이에게만 유효.

 

이 순간 진심으로 매일 스케줄 넣어볼까... 내 커넥션으로는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노력해 보자.

 

 

「오늘은 고마워-. 여러 가지로 참고가 됐어요.」

 

「하아.....아무쪼록」

 

뭐를 가리켜 어떻게 참고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묻지는 않는다.

 

「다음에는 다른 장소로 할까... 유키노 짱 얘기를 하고 있으면, 조금 신경 쓰이는 가게가 생각나서, 거기에 가보지 않을래?」

 

「아무튼.. 뭔가 정해지면 적당히 연락 주세요.」

 

「제대로 메일 봐요?」

 

....칫, 못을 박았나.

 

날이 짧아진 탓인지, 아직 그 정도의 시간은 아니긴 하지만, 하늘에는 저녁 기운이 구석에서 퍼지고 있다.

 

하루노 씨와 나란히 건물에서 나오자, 출구에서 바로 옆 도로에 검은 하이어가 주차되어 있었다. 본 적이 있는 운전기사가 차 옆에 똑바로 서 있다.

 

저건 하루노 씨의 차겠군. 언제 불렀었나...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고? 오히려 계속 달라붙어 있었는데? ...약간의 미스테리다.

 

하루노 씨가 가까워지자, 운전기사가 공손하게 목례를 해, 뒷좌석의 문을 연다.

 

「히키가야 군도 타고 가?」

 

「아니요... 돌아갈 전철 비 정도는 있으니까」

 

「사양하지 않아도 좋아요? 집 앞까지 데려다 줄 수 있고」

 

「.....전철을 좋아해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 하이어보다는, 이지만.

 

「그래? 그럼, 다시 또 보자 히키가야 군! ...츠즈키」

 

운전기사는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이동한다. 여전히 매끄러운 움직임이다.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든가 저것이야말로 닌자다... 나도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리고, 하루노 씨를 실은 차는 느긋하게 발진했다.

 

창 너머로, 하루노 씨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보인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그대로 역으로 발길을 향했다. 뒤돌아 볼 것도 없이.

 

어깨를 빙글하고 돌리면, 뚜둑뚜둑하는 소리가 났다. 응, 어깨가 뻐근했다.

 

코마치는 벌써 돌아가고 있을까 멍하니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혼내 줄까.

 

 

 

 

「다녀왔습니다-」

 

날은 벌써 저물어, 저녁 식사시간을 약간 지났을 무렵.

 

현관에서 코마치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읽고 있던 문고본을 덮고 소파에서 일어난다.

 

「오우, 어서 와... 공부는 잘 됐어?」

 

「응, 즐거웠어!」

 

아니, 그거 공부에 쓰는 감상이 아니잖아. 이 녀석 진짜 제대로 공부해 오긴 한 건가...

 

야아- 지쳤어지쳤어 하고 코마치는 가지고 있던 가방을 마루에 내려놓고, 내 쪽을 다시 향하서는 뭔가를 함축하고 있는듯한 미소를 보인다.

 

「근데근데, 그래서 오빠는? 진전 됐을까나?」

 

어떤 것을 기대하는 듯한 눈을 한 코마치에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아? 뭐가?」

 

「어, 어라-? 오빠, 외출하지 않았던 거야?」

 

「......너, 내가 휴일에 어딘가 나갈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만 말을 남기고, 코마치의 앞을 지나 부엌으로 향한다.

 

「에, 에에? 어라- 이상한데」

 

틀림없이 뭔가 책망하는 말 한마디라도 듣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내 허탕인 대답에 코마치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코마치와 하루노 씨의 훌륭한 제휴 플레이는... 이라든지 투덜투덜하며 중얼거리고 있다.

 

「......이런이런」

 

물론 코마치가 무관계인 척을 하고 있으니까, 보복도 겸해 거기에 올라탔을 뿐인데. 하루노 씨에게 확인하면 그만이지만... 그때까지 안달복달 하고 있으면 됐어.

 

코마치 쪽을 보면 아니나 다를까 톡톡톡톡 메일을 초스피드로 보내고 있었다. 완전히 내 손바닥 위에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빨라, 손가락이 빛나 보인다고.

 

메일을 다 송신한 코마치는, 집 안을 흘끔 둘러본다.

 

「....어라, 엄마들은?」

 

「외식한다고, 꽤나 호화로운 곳에서라나」

 

「아아.... 근데 오빠 가지 않은 거야?」

 

「.....너를 기다렸어.」

 

「헤에.....? 잠ㄲ, 오빠... 또 그런 기둥서방 대사 배워가지고는....」

 

아무튼, 그저 권유받지 않았던 것뿐이지만. 아버지라고 하면 코마치는 부를 생각 만만이라는 것이 또 그 남자는 쓰레기다. 빈말이라도 좋으니까 권해! 가진 않지만.

 

그렇다고 할까 코마치, 너도 사람을 기둥서방이라든지 부르는 건 그만둬 줄래. 슬픈 얘기지만 그거 너의 오빠라고? 거기에 내 희망은 전업 주부라는 거야. 거기는 굽히면 안 돼.

 

「저녁밥 만들어져 있고, 따뜻하게 해서 먹자고...아, 혹시 외식하고 왔어?」

 

「으응, 그러자고 했는데 거절했어.」

 

「...뭐야, 혼자서 공부하던 게 아닌 건가」

 

「혼자서 공부한다면 일부러 외출 하지 않아요-」

 

어.....하지 않는 거야? 환경 바꾸고 싶어서 밖에서 공부하는 것 등등 있잖아. 그건 외톨이에게는 꽤 있다고 생각하는데. 찻집 같은 데서 보이잖아? ....그것도 외톨이일까....

 

「흐응, 누구하고?」

 

「뭐어, 친구하고? 타이시 군이라든가」

 

「너... 아직도 그 독충과 친구 하고 있어?」

 

「오빠... 타이시군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코마치에게 접근하는 독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코마치한테는 살충제 들려 줬으면 좋았을까....

 

기분을 고쳐, 냄비에 불을 놓고 저녁밥 준비를 한다. 오늘은 오야코동으로 해 보았다. 만들어 둔 재료가 가열된 곳에 계란을 풀어 완성.

 

밥을 얹고, 두 명이 사이좋게 식탁에 앉는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오, 카 군도 밥이네」

 

발밑에 느릿느릿 나타난 건 우리 집 고양이, 카마쿠라다. 자고 일어났는지 느긋한 발걸음으로, 먹이가 들어간 그릇에 접근해, 느릿느릿 하고 먹는다. 맛이 없는 듯이 먹는데...라고 해서 양파가 들어간 오야코동을 먹일 수도 없고, 참아 줘.

 

두 명과 한 마리의 단란. 오늘이 시작되고 나서 제일 안심하는 시간이 흐른다. 여러 가지로 지치고 있었군, 나.

 

응, 나로서도 좋은 성과다... 약간 맛내기가 진한 생각도 들지만, 아직 우리들 젊으니까. 이 정도가 딱 좋다. 코마치도 맛있게 먹어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코마치」

 

「응, 왜 그래 오빠」

 

「너... 나 좋아해?」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코마치는 사발에 얼굴을 푹 넣듯이 대단한 기세로 숙였다. 아무래도 기관에 들어간 것 같다.

 

「으욱... 콜록, 에, 무, 무슨 일이야 오빠 ! ?」

 

「아니.... 어떤가-하고 생각해서」

 

코마치는 내 말을 듣고, 조금 정도가 아니라 꽤나 얼굴을 당기고 있었다. 의아스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조심조심 내게 묻는다.

 

「에... 그게뭐야그게뭐야 오빠... 뭔가 나쁜 거라도 먹은 거야?」

 

「너, 내 밥에 불평할 생각인가」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에-, 그런 거 물어봤자...다시 말하는 거 부끄럽고....」

 

목이 막혔던 게 그만큼 괴로웠던 걸까, 코마치는 얼굴을 붉히며 우물거린다.

 

....아무튼, 그렇겠지.

 

그래. 이것이 남매라는 거다.

 

가까워서, 배려를 하지 않아도 좋고, 막상 배려하게 되면 반대로 부끄러워질 듯한 존재.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는 피가 연결된, 같은 유전자의 편성에서 태어난 존재.

 

혹시 내가 코마치였을지도 모르고, 코마치가 나였을 지도 몰라, 자신이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할 가능성의 하나.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아, 나는 나고 코마치는 코마치다. 그런 건 철이 들었을 때에는 납득하고 있고, 그것을 불복으로 생각할 것도 없다. 그건 그런 걸로 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가까이 있다.

 

그것이 보통 남매라는 거다.

 

.....다만, 그 자매는 어떤 걸까.

 

그 꼭 닮았으면서, 동시에 동떨어져 있는 듯하게도 보이는 그 자매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와 유키노시타 유키노.

 

우수한 언니와 언니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우수하면서 하나 정도 미치지 않는 여동생.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빛을 받는 언니와 고고함을 견지해 적막하게 사는 여동생.

 

태양과 달.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앞과 뒤. 아무튼, 부르는 법은 뭐든지 상관없지만.

 

그 두 명이 왜 그토록 극적인 캐릭터를 획득하게 된 건지 나는 모른다. 아마 그 가정환경이 작용하고 있는 건가 생각하지만, 그런 건 내게 알 수 없고, 또 알기 위해 발을 디딜 의의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옆에서 보고 있어도, 이 정도로 동떨어져 있으면서, 그녀들의 뿌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예를 들면, 여동생은,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언니의 등 뒤를 언제나 뒤쫓아 온 여동생. 아킬레스와 거북이처럼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차이를 계속 메워 언니의 주박에 계속 붙잡혀 온 그녀. 무엇보다도, 그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리고 언니도 또,

 

 ―――나는 유키노 짱을 정말 좋아해요.

 

여동생 앞에서 계속 가로막는 언니. 떼어 낼 것 같으면서도, 항상 여동생의 시야에 계속 머무르고 의식하지 않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그녀. 그건 죄인이 결코 자지 않게 일정한 감각으로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옛날 고문과도 비슷하고, 천 길의 골짜기에 자식을 떨어뜨리는 사자와도 비슷하다.

 

그것이 가족에 대한 증오에서 오고 있는 건지 본래 애정인 것인지, 나는 헤아릴 수 없다. 혹시, 그것들은 복잡하게 마구 뒤섞여, 이미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동생처럼, 언니도 또 자신의 분신에 집착하고 있는 건 확실할 것이다. 여하튼, 여동생이 거절한다고 해도, 그토록 가까이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내가 그 어두운 미소를 보고 생각했던 것은, 하나.

 

―――그 집착을, 감히 애정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역시 유키노시타 하루노의 여동생을 향한 사랑은... 어딘가 비뚤어지고 있다.

 

어딘가, 상궤를 벗어나고 있다, 고.

 

 

 

「응.... 오빠, 코마치는 여동생이지만, 사랑만 있으면 관계없지요! 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너 그토록 생각한 결론이 그건가요. 그만 둬, 여러 가지로」

 

가가가 문고적으로는 포인트 낮으니까... 우리들 남매도, 약간 사이가 너무 좋은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그건 허용의 범주지요.

 

■ 간단한 설명

 

만약, 하치만과 약혼자라면

원작 설정 무시 소재입니다.

 

소설은 다음 페이지부터. 아래와 같은 차례가 됩니다.

 

1페이지 : 지금 페이지

2페이지 : 유이가하마 유이(소꿉친구 설정)

3페이지 : 히라츠카 시즈카(집이 근처인 옛날 친구 설정)

4페이지 : 유키노시타 유키노(초대면 설정)

 

캐릭 붕괴를 웃어넘길 수 있는 분은 봐 주세요.

특히 후반의 2명은 뭔가 잘못됐다. 약혼자의 의미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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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가하마 유이의 경우

 

「코마치, 유이가하마를 일으켜 줄래?」

 

「응!」

 

상쾌한 아침,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만드는 나는 코마치에게 부탁해 유이가하마를 깨운다. 소꿉친구인 그녀는 놀러 오면, 그대로 묵어가는 것이 항례다. 그런 이유로, 밥을 만드는 건 내 역할. 보통 반대 아니냐고? 게임이라든지의 이벤트라면 귀여운 연인이 만드는 아침 식사에 입맛을 다시면서 럭키색골을 발동하는 거겠지.

 

그러나, 유이가하마의 절망적인 요리 센스를 생각해 내고는 망상을 멈췄다. 위험해, 사망 플래그를 세울 뻔했어.

 

「얏하로-」

 

힘이 빠진 소리로, 눈을 문지르면서 유이가하마가 자리에 앉는다. 내 근처가 그녀의 정위치다. 하품을 흘리고 있는 건 어제 늦게까지 과제를 하고 있었으니까. 소스는 나. 가르치는데 동원됐다.

 

식사 준비를 하는 내 뒤에. 리빙에서는 코마치와 유이가하마가 소곤소곤 하고 있다. 얘기 소리는 TV소리에 싹 지워져 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시시한 내용일 거다.

 

「유이 언니. 어제는 뭔가 진전 없었어?」

 

「전혀 없었어... 이렇게 젊은 남녀가 한 방에서 밤늦게까지 같이 있었는데, 도중에 졸리니까 잔다든지 말하구 정말로 자버리구. 힛키는 바보......」

 

「뭐라고 해야 할지, 오빠가 실례했어요...」

 

준비만단. 아침 식사가 인원수만큼 완성됐으므로 두 명에게 얘기한다.

 

「너희들 준비 도와줘」

 

「응.....」

 

지그시 한 눈으로 유이가하마가 노려보는데. 몸에 기억이 없기 때문에 무시한다.

 

파자마 옷자락을 질질 끌면서 유이가하마가 준비를 돕는다. 약간 큰 사이즈의 파자마는 내 것이다. 어제는 묵을 예정이 없었으니까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든가 하고 훔쳐갔다.

 

어이어이, 옷자락 밟고 넘어지잖아. 보기 힘들어 유이가하마 옆으로 가서, 옷자락을 되접는다.

 

「있지, 힛키는 약혼자지요?」

 

「아아, 부모끼리 결정한 저거? 꽤나 오래된 얘기군......」

 

어렸을 적, 사이가 좋았던 우리들을 보고 부모님이 마음대로 결정한 거다. 별로 유서 깊은 집안도 아니기 때문에 강제력 같은 건 전혀 없다. 툭 터놓자면 잊고 있었다.

 

「뭐라고 할까. 약혼자라고 하는 것보다는 여동생 같은 느낌인 듯 한데」

 

유이가하마와는 어렸을 적부터의 인연이다. 옛날에는 목욕탕에도 같이 들어간 사이. 이제 와서 연애 운운 하는 의식 같은 건 없다. 어느 쪽이냐 하면 코마치 2호.

 

그렇게 생각하면서 얼굴을 올리자 화난 얼굴의 유이가하마. 안 좋은 예감이 들고 있자, 얼굴을 마음껏 맞는다.

 

「힛키는 바보 ! ! !」

 

우리들의 콩트를 코마치가 한숨을 쉬면서 보고 있었다.

 

 

 

 

 

■ 히라츠카 시즈카의 경우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잡혀서 연행되고 있다. 목적지는 선생님의 집이다.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 안, 방문할 미래에 눈을 흐리면서 한숨을 토한다.

 

「왜 그래 히키가야. 기운이 없는데」

 

「어차피 집 청소시킬 생각이겠지......」

 

말이 막힌 선생님은, 몹시 서투른 휘파람을 불면서 변명을 한다.

 

「아니아니, 모처럼 주말이니까 약혼자와 같이 보내고 싶고. 별로 세탁물 모이고 있으니까라든지, 방 청소를 부탁하고 싶다든지, 손 요리를 먹고 싶다든지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해 준다면, 거절은 안하겠지만.」

 

이 사람은 옛날부터 흐리터분하다. 방치해두면 방에는 부해가 발생할 기세로 오물이 모이고. 그나마 G가 붙는 악마가 발생하지 않는 결과로 끝나는 건 내 노력 덕분일 거다.

 

그러고 보니, 왜 나는 이 사람과 약혼자일까.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나이도 상당히 떨어져 있다. 어렸을 때는 집 근처의 누나에 지나지 않았던 생각이 들지만. 어느 샌가 약혼자로 그레이드 업해서, 마치 세뇌처럼 매일 약혼자 어필을 하고 있던 것 같은... 대체로 초등학생 정도부터.

 

「아아, 그건 내가 결정했던 거다.」

 

「네?」

 

언제부터 약혼자였는지? 그렇게 물어보면, 이 한마디.

 

「네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는지, 여동생을 위해 요리를 시작한 건. 참으로 훌륭함에 감탄해서 말이야, 너의 부모님에게 약혼자로 삼아주세요 하고 간절히 부탁했다. 즉시 OK를 받을 수 있었어.」

 

「..........」

 

「그렇다고는 해도, 약혼자라는 건 훌륭하군. 부모에게 결혼을 재촉 받을 일도 없고, 맞선으로 눈물을 흘릴 것도 없다. 세상의 혼활 여자가 불쌍하게 보여요. 나는 승자로군.」

 

「돌아가도 좋습니까?」

 

「핫핫핫. 도망치게 놔두지 않겠어. 히키가야」

 

안 된다. 이 사람,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이 유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승부는 이미 결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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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본의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군요. 당신 약혼자가 되세요.」

 

엇.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사람. 초대면의 여자에게 갑자기 들은 말을 되새긴다. 역시 이해할 수 없어. 나는 이세계로 날아간 것일까? 실은 모르는 세계의 언어로, 일본어로 번역하면 「네 녀석의 목은 받았다.」라든가......

 

위험해, 어느 쪽이든지 나 아웃이잖아. 히키가야 하치만, 인생 최대의 위기다. 어째서 이렇게 됐지......

 

 

 

■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경우

 

 

나는 낯선 여학생과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녀는 내게 수갑을 채우고는 주저 없이 열쇠를 밖으로 내던졌다. 뭐야 이건 체포? 이 사람 제니가타 경부?

 

※ 제나가타 경부 : 애니 루팡 3세에 등장하는 인물

 

 

「그러면, 가겠어요.」

 

눈앞의 소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질질 끌고 간다. 수갑 끝에서는 손이 애인처럼 쥐여져 있었다. 부끄럽게도.

 

「있잖아, 너 누구. 라고 할까 뭐야 이 상황?」

 

「당신의 뇌는 텅 비었을까나. 조금 전 말했었지요. 약혼자가 되세요. 라고」

 

「아니,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눈앞의 소녀는 멈춰 서 나를 응시한다. 아름다운 애라고 생각했습니다. 초딩수준 감상으로.

 

「약혼자라는 의미를 모르는 것일까?」

 

「그거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유년기에 부모끼리 결정한 아이의 약혼자에 대한 거겠지. 그게 이 상황과 관계있는 건가.」

 

「나에게는 그것이 있어요. 부모가 마음대로 결정한 약혼자가.....」

 

「하아.....」

 

「흥미가 없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생각해?」

 

생각할 리 없잖아, 나 남자고......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은 싫어요. 그래서, 당신을 확보했어.」

 

「어?」

 

「약혼자를 거부한 내게 부모가 제시한 조건이 대신할 사람을 찾아내 올 것. 당신으로 결정했어요.」

 

상쾌한 미소로 단언했다. 포●몬 겟이다! 처럼 가볍게...

 

「잠깐 기다려. 라고 할까 나는 안 되겠지. 나는 너에 대해서 모르고, 너도 본의가 아니잖아!」

 

「나는 당신을 알고 있는 거예요. 히키가야 하치만이겠지요?」

 

어째서 알고 있는 거야?

 

「거기에 본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런 형태로 당신을 손에 넣는 것을 가리키고 있어. 별로 당신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니에요.」

 

사고 정지. 히키가야 하치만의 메모리와 CPU로는 처리를 다 할 수 없다.

 

「그러면, 집에 가볼까요. 우선 기정사실을 만들면 수갑은 풀어 주겠어요.」

 

다시 질질 끌려가 검은 고급차에 밀어 넣어진다.

 

「자기소개를 하고 있지 않았군요. 유키노시타 유키노에요. 잊으면 각오하세요.」

 

그 뒤,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걸한 생각이 들지만, 별로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 날, 눈을 뜬 나의 목에는 목걸이가 추가되고 있었다.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수학여행 뒤고, 다루지 않는 것도 그래서 산뜻하게 소화해 보았다. 메인은 하루농이므로, 히로인 두 명에게 얽힐 시간도 없다.(웃음) 원작은 어떻게 소화할까요. 가능하다면 한 권정도 질질 끌면 좋겠네요.

 

하루노 씨의 나이문제에 관해서는, SS에 반영할 생각 중...

미스프린트든 복선이든 수습할 방향으로 기우는 중(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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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실수로, 히라츠카 시즈카는 말려든다.

 

 

「그러니까... 치, 치바 현 횡단 고민상담 메일」

 

 

더듬거리며 읽힌 타이틀 콜에, 나는 혼자서 만래의 박수를 보냈다. 분쇄·옥쇄·대갈채다. 손이 저릿저릿하고 아팠지만, 그런데도 박수치는 손은 멈출 줄 모른다.

 

 

「우, 우와아...힛키, 이 무슨 기뻐하는 미소...」

 

「이 남자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왠지 부아가 치미는군요... 왜 그럴까?」

 

 

유이가하마나 유키노시타도 내가 깬다는듯이 쳐다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여하튼 오늘의 상담 메일은, 다름 아닌 바로... 토츠카가....토츠카가! 게스트로 참가 해줬던 것이다.

 

 

「하, 하치만, 나 합숙 상담할 게 있다고 해서 여기 불려왔는데...」

 

「괜찮아, 신경 쓰지마 토츠카. 그런 건 유이가하마가 될 대로 해 주고 말이야」

 

「그, 그런 거라니 너무하잖아 ! ?」

 

 

유이가하마가 항의했지만, 마찬가지로 스루한다. 대체로,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았는데도 토츠카를 부른다는 발상을 모르겠어. 토츠카가 난처하잖아. 그렇지만 이렇게 난처해 하는 토츠카를 볼 수 있었으므로, 유이가하마에게 굿잡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저번의 상담 메일만으로 꽤나 우리들 세 명의 모티베이션이 떨어졌으니까... 이쯤에서의 이 특별조처는 솔직히 고맙다. 다른 두 명은 모르겠지만 내 의욕은 현격히 올랐다. 지금이라면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조속히 빨리빨리 진행하자고. 토츠카도 바쁜 가운데 와 주기도 했고」

 

「사이 짱의 볼 일은 이게 아니라구 생각하는데...」

 

「거기 시끄러워. 토츠카, 부탁해」

 

「으, 응」

 

 

토츠카는 익숙해지지 않은 손놀림으로 PC 마우스를 조작한다. 너무나 미덥지 못해서, 살짝 손을 거들어 도와주려고 생각했지만, 그 희고 부드러운 듯한 손을 보고 있자니, 왠지 죄악감마저 들어서 포기했다. 사랑하는 것이...죄라니 유토피아?

 

 

「그럼 첫 번째가... 어 PN : 검호장군 님에게서」

 

「아, 토츠카 그건 됐으니까」

 

 

마우스를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조작해 메일을 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하는 김에 쓰레기통 안의 메일도 삭제해서, 꺼림직한 데이터를 토츠카 눈에 띌만한 곳에서 완전 소거했다. 거기까지 5초. 나치고도 좋은 스코어다.

 

 

「힛키 외도야!」

 

「벌써 충분하잖아 이 자식 메일... 내 담당이고, 처리는 나한테 맡겨」

 

「당신치고는 당연한 판단이네. 괜찮겠지요, 허가해요.」

 

「유키농도 허가해버렸어...」

 

 

유이가하마가 전율하는 표정을 띠고 있었지만, 아무튼 이 정도는 해야. 어중간하게 상냥히 대하면 곧 착각한다. 이 녀석이라면... 그리고 나라든가. 거기에 이미 삭제 해버렸고, 복원하는 거 귀찮잖아?

 

 

「미안 토츠카」

 

 

토츠카의 망막에 추잡한 문장을 새기는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마침 이 때고, 그 자식 이제 집필하는 건 그만 둬라. 이런 곳에 상담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지간히 궁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게 좋다.

 

 

「잘 모르겠지만...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면 되는 거지?」

 

「부탁해」

 

「응, 알았어. 두 번째는... PN : Y짱의 언니@S고 졸업생 씨에게서」

 

「헤에-, 졸업생두 쓸 수 있네 이거!」

 

 

어디에 놀라는 거야. 유이가하마. 그게 아니잖아... 눈치 채라고.

 

유키노시타를 힐끔 본다... 그거야 눈치 채겠지, 엄청 불쾌함.

 

아무튼 그래도 일단 첫 손님이다, 이유 없이 딱 잘라 방치할 수도 없다.

 

 

「토츠카... 계속을」

 

「응, 오케이... 타이틀은, 『내 여동생과 동아리 친구가 너무 아수라장이다.』」

 

 

안 돼, 여러 가지로 글러먹었다, 이건.

 

 

「토츠카... 잠깐 기다려 주겠어?」

 

「에? 무슨 일이야 하치만?」

 

 

토츠카 옆에서, 메일 내용을 들여다본다.

 

만약을 위해 한 번 읽고... 확신을 얻어 화면을 닫았다.

 

 

「...자, 합숙 상담하자고. 나는 토츠카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 그렇다고 할까 나 토츠카와 여행가요, 따로. 그걸로 좋지?」

 

「아, 안 좋아! 그나저나 메일 내용 뭐였어! ?」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히키가야 군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네요...」

 

 

미안 토츠카... 나도 그 엔젤 보이스로 편지 읽어 줬으면 했지만, 여기에는 토츠카가 읽어도 될만한 메일이 한 통도 안 왔어...

 

뭐, 그런 이유로 본편을 부디~...라니, 이거 무슨 서두냐고요.

 

 

 

 

「오빠 전화」

 

「그래....어?」

 

 

금요일, 휴일을 맞이해 학교라는 감옥에서 해방되어 외톨이가 일주일 중 가장 들뜨는 날. 실제, 2연속 휴일 전 금요일 밤에 가장 텐션이 오른다. 텐션 너무 올라 밤샌 결과, 토요일은 반나절 자며 보내고, 또 사자에 씨적인 일요일을 맞이한다는 패턴도 포함으로, 역시 금요일이야말로 최고.

 

봉사부에서 적당히 보낸 뒤, 귀가해서 밥 먹고 소파에서 빈둥거리던 중에, 코마치가 핸드폰을 던져서 넘겨줬다. 넘겨줬지만,

 

 

「이거, 네 거잖아」

 

 

건네받은 건 코마치 폰이었다. 요새 유이가하마의 영향인지, 팬시 씰을 붙이거나 한다. 그만두라고, 바보같이 보이니까.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지명이에요」

 

 

지명이라니... 나 캬바레 아가씨라든지가 아닌데.

 

납득하지 못한 채로, 보류를 해제하고 전화를 받는다.

 

 

「네, 누구세요?」

 

『햣하로~! 힛키 나에요-하루노 누나에요-!』

 

 

지지익 하는 소리가 나며 통화는 끝났다. 어라라- 전파 안 통하나- 이 폰 소○트뱅크던가?

 

아, 실수로 전화 끊어버렸군. 정말, 나도 참 장난꾸러기.

 

하하하.....하아.

 

왈칵 피로가 어깨를 짓누른다. 이래선 이미 목욕시간까지 일어나기는 불가능하다. 코마치가 상냥하게 두드려서 깨워주기를 기다리기로 하자... 상냥한 건지 안 그런 건지 확실히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유심히 생각하는 동안, 왠지 진짜로 졸려진다. 파트라슈, 난 이제 지쳤어.

 

의식이 현실과 꿈의 경계에 걸쳐, 경계선 위를 호라이즌하기 시작한, 그 쯤에서,

 

 

「오빠 전화」

 

「...어?」

 

 

뭐야 그거, 데자뷰?

 

라 생각할 틈도 없이, 발군의 컨트롤로 날아 온 폰을 빠듯하게 캐치한다. 이거 내 스마트폰이잖아. 떨어져서 망가지면 어떻게 하려고! 아무튼 잃을만한 데이터 같은 건, 거의 없지만 말이야!

 

 

「뭐에요... 또 유키(雪)언니야?」

 

 

이렇게 생략하면 마치 설녀의 일족 같군. 아무튼 전부 잘못된 건 아니라는 게 무서운 점이다. 그런가, 저 녀석들 요괴였나. 그래서 사람한테 저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었군...

 

 

「으-응, 아니에요.」

 

「아니야? 그럼 누구야...」

 

 

나한테 이 정도로 계속 전화가 걸려올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입장에서도 말하기에 약간 슬픈 대사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통화버튼을 누른다.

 

아, 그러고 보니 착신 상대 확인하는 거 잊었다...

 

 

「...네」

 

『히키가야아-、마시고 있나!?』

 

「켁...」

 

 

마신다니 무슨 전화 하는 겁니까. 그렇게 내가 좋으면 받아주지 않겠습니까, 라든지, 여러 가지 기분을 억누른 결과가 표출된 것이 「켁...」이다. 아무튼 상대에게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겠지만. 전해지면 역시 나 사토라레다.

 

아니나 다를까 그건 통하지 않았던 것 같고,

 

 

『켁, 은 아니잖아! 전전부터 생각했지만, 너는 저거다, 윗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걸 모르는구나... 우우, 연상...연상이라고 해도, 그렇게 차이는 안 나는데...』

 

뭘 자폭하는 거야 이 사람.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진짜 우는 것 같다. 진짜로 깬다.

 

 

『우우...히키가야, 내 이름을 말해 봐랏!』

 

 

세기말 포효에 난감해 하면서, 대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대답한다.

 

 

「그러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정답이다 바보자식...우우, 뭐 하는 거야 난』

 

 

전화 상대는 우리들의 봉사부 고문,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아무래도 만취중인 듯하고, 제정신과 광기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어째서 이런 시간에 전화 걸었냐고.

 

그리고,

 

 

『시즈카 짱 시즈카 짱』

 

 

수화기의 저편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닌, 하지만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바로 요새. 그보다 바로 아까 전.

 

바스락바스락하고 뭔가에 부딪히는 듯한 소리 뒤에, 갑자기 소리가 클리어 된다.

 

 

『햣하로~! 힛키 나에요 하루노 누나에요~!』

 

「...끊어도 되겠습니까」

 

『아앗, 잠깐 기다려. 미안미안 히키가야 군』

 

「무슨 볼 일입니까... 유키노시타 씨」

 

『싫어~ 하루노라고 불러』

 

「...끊어도 되겠습니까」

 

 

히라츠카 선생님 대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하루노 씨 같았다. 이쪽도 왠지 텐션이 높은 상태로.

 

 

『미안해, 지금 시즈카 짱하고 마시고 있었는데 말야』

 

「하아... 그건 압니다만」

 

 

수화기 저편에서, 아직 투덜투덜 뭔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배후령인가, 무섭습니다.

 

월요일에라도 약속했겠지. 사이가 좋군. 할 수 있으면 나와 관계없는 곳에서 잘 해주셨으면 한다.

 

아무래도 처음에 코마치에게 하루노 씨가 전화를 걸고, 내가 끊어서 이번은 히라츠카 선생님의 폰으로 내게 다시 건 것 같다. 거기까지 하다니 내게 무슨 볼 일이 있길래?

 

 

『시즈카 짱이 히키가야 군 이야기만 하길래, 그만 전화했어.』

 

『어, 어이, 그렇게 말하면 오해 받잖아!?』

 

 

뒤에서 중얼거리던 목소리가 갑자기 당황한 듯이 끼어든다.

 

아아 과연... 취한 기세로 전화인가. 아무튼 어른이 되면 그런 일도 있겠지. 추가로, 대체로 전화 받는 쪽은 굉장히 로우 텐션이니까? 텐션의 낙차로 한층 더 기분이 가득 내려가기까지 한다.

 

즐거운 때를 방해하는 건 언제나 전화다. 그거야 이쪽 사정은 모른 채 울리니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갑작스러운 호출이라든지, 진짜 그만두세요.

 

내 그렇지 않아도 낮은 텐션이 수렁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루노 씨는 변함없이 하이텐션으로 물어 온다.

 

 

『그래서, 이때니까 물어보고 싶은데- ...히키가야 군, 결국 유키노 짱하고 가하마 짱 어느 쪽으로 할 생각이야!? 누나, 그게 걱정에 걱정이라서...』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만」

 

『나도 몰~라, 취해서 그럴까?』

 

「...아니, 하루노 씨 19세였죠? 마시면 안 되잖아요.」

 

『・・・기억해 줬네. 조금, 기쁠지도』

 

 

슥 하고, 하루노 씨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것 같다.

 

히라츠카 선생님도 어른으로서의 상식은 빠져있지만, 교사로서의 양식은 있다. 미성년에게 음주 같은 걸 시키는 바보짓은 안 한다.

 

아무튼 우연히, 8월 불꽃놀이에서의 기억이 머릿속에 스쳤을 뿐이지만...응?

 

 

「하루노 씨, 생일 언제입니까?」

 

『에? 히키가야 군 축하해 줄 거야? ...7월 7일인데』

 

 

그러니까, 8월 단계에서 19세라... 그리고, 나보다 3살 위라고 했었나. 아무튼 내 생일 같은 건 몰라도, 고등학교 2학년이라면 17세라 여기고 말했겠지. 그렇다는 건...어?

 

 

「하루노 씨... 정말로 19세입니까?」

 

『・・・히키가야 군, 이 얘기 시작하면 길어지는데, 그래도 좋아?』

 

『・・・・・・・・・아뇨, 사양 해 둡니다.』

 

 

여기서, 그렇게 무거운 얘기라든지 들어도, 난처하고. 거기에 저거다, 아까 전부터 저 쪽에서 『나이 얘길 꺼내지 마라』적인 오오라를 느낀다.

 

 

『그래? 별로 대단한 얘기는 아닌데. 아무튼 그래도, 많이 취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시즈카 짱 부축, 해야 하고... 시즈카 짱, 이제 그 정도로 하자?』

 

『괜찮다고... 내일 쉬는 날이고, 쉬는 날 동안 누구하고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이제 누군가... 누군가 받아 줘! 적어도... 놀러가자고 권해 줘!

 

큭, 나도 권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휴일 바깥에 나오면 죽어버리는 병이. 매우 유감입니다, 네. 집에서 빈둥거릴 수밖에 없다니 분하군.

 

 

『아, 시즈카 짱 그만하라고... 죄송합니다, 지금은 캔슬로. 자, 일어나자? 잠깐 시즈카 짱, 거긴 건드리지 말아주겠어?-...아, 안 된다니까... 그럼, 히키가야 군 다시 또 보자, 아』

 

 

툭 하고, 거기서 통화는 끊겼다.

 

...뭐야 그나저나, 어른이라는 건 큰일이구나. 술에 빠지지 않으면 잊을 수 없는 고통이 있고, 거기에 술에 빠진 사람을 동반해 돌아가야 하는 고통이 있고. 바야흐로 고통의 연쇄, 부의 스파이럴. 어쩌지, 지금부터라도 네버랜드에 갈 수 없을까...

 

 

「저기 오빠, 결국 무슨 볼 일이었던 거야?」

 

「글쎄, 몰라」

 

 

단지, 엄청나게 슬픈 기분만 들었다. 이 기분은 내 가슴 속에 묻어 두기로 하자... 완전히 희생.

 

그래도 진짜, 무슨 일이었을까. 결국 하루노 씨, 안 취했었고.

 

그 사람이 주위에서 어물쩡 거리면, 변변치 않은 것 같군... 주로 내가.

 

 

 

 

 

「아니, 저, 히키가야... 정말로 미안했다...」

 

 

  풀이 죽은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은 패기 없이 사과했다.

 

  휴일 뒤의 점심시간.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에 왔었다. 내 귀중한 점심시간이... 라고 해도 할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구태여 말하자면 뇌가 휴식을 취하는... 즉 낮잠 시간인데. 그건 그거대로 귀중.

 

  추가로 뭔가 또 히라츠카 선생님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짓을 했을까 낮까지 덜덜 작은 사슴처럼 떨었던 건 비밀이다. 아마 옆에서 보면 필시 수상해 보였겠지. 단지 나, 교실에서는 기본 투명 인간이니까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투명 망토라기보다는 비니 모자(ころ帽子)가 가깝겠지만.

 

 

「취했다고는 해도, 제자 앞에서 저런 추태를 보여 버렸다... 부끄러워서 이제... 나는...」

 

「아니... 별로 본 게 아니라... 들었을 뿐이라고 할까」

 

「충분하겠지 그걸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풀썩하고 낙담한다.

 

  이 사람, 오늘 오전에 수업 착실하게 할 수 있었을까... 오후부터 히라츠카 선생님 수업이 있을 텐데, 진짜로 오긴 하려나... 설마 자습 시간?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다. 우선, 공무원이기도 하고 세금만큼은 일해야. 아무튼 난, 안 내지만. 앞으로도 낼 생각 없고. 어쨌든, 어떻게든 회복해 줘야만.

 

 

「아-, 저기, 새삼스럽게 이제와서에요. 전에도 한 번 봤으니까」

 

「큭...후, 후후...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학습 능력조차 없다니, 나는 얼마나 멍청이야...」

 

 

  ...안 되나. 안 된다고 할까, 쓸데없이 데미지를 줘 버린 느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취중에 저지른 실태로 이렇게 패이는 사람이라니... 성인이 돼도, 나는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자. 회사 사람과의 술자리라든가 참가하지 말자. 그렇다고 할까 차라리, 일하지 말자. 은사한테 배운 거라고 변명하는 거다.

 

  그래도 뭐, 진짜로 불쌍해졌군... 이대로 놔두면, 책임을 진다든가 할 것 같다... 책임이라니 어떻게 지는 건가요... 꿀꺽.

 

 

「아니... 진짜로 저, 신경 안 쓰니까. 뭐라고 할까... 히라츠카 선생님 답다고 할까」

 

 

  깜짝하고, 푹 숙였던 히라츠카 선생님의 어깨가 움직인 것 같았다.

 

 

「저, 정말인가...?」

 

 

  뭐에 반응했을까, 이 사람.

 

 

「네, 아무튼...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이제 잊어 주세요.」

 

 

  툭 터놓으면, 말할 상대가 없으니까 말이지. 중학생 시절, 「그 선생님은 참 ○○지?」라고 험담했더니, 「...무슨 말이야?」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받아쳐진 이래로, 나는 타인의 험담을 좋아하는 애 앞에서는 안 하기로 정했으니까. 이런 좋은 청년인데, 아무도 좋게 봐주지 않는다.

 

 

「그, 그런가... 이것도, 나 다운, 거군...」

 

 

  팟 하고, 약간 얼굴을 반짝이는 히라츠카 선생님. 위험해, 약간 귀엽다.

 

  하지만 순간, 책상 위에 놓인 잡지에 「결혼하고 싶은 사람... 나를 전부 받아들여 주는 이상의 서방님」이라든가, 「비밀은 절대 엄수! 입은 단단한 사람이 좋다!」라든지 그런 로고가 쓰인 것이 눈에 뛰어들어 왔다... 큭, 경솔했나.

 

그리고 선생님, 결혼 정보지라든가 업무 중에 늘어놓지 마세요.

 

 

「하하... 조금 안심했다... 고마워」

 

 

우선 히라츠카 선생님은 침착성을 되찾은 것 같았다.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쓸어내린 가슴에 눈이 갈 것 같았지만, 인력에 거역하고 뿌리쳤다.

 

 

「사실, 히키가야에게 미움 받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했어...」

 

 

  그런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왠지 무겁고... 그 미소 지키고 싶다든가 잠깐 생각해 버렸잖아요. 이거 누구 루트야... 지금 내 모놀로그에 뭔가가 끼어들었는데.

 

  뭐 어쨌든, 수업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한 것 같다. 여러 가지 희생을 치른듯한 기분도 들지만.

 

 

「후... 그렇다고는 해도, 옛 제자와 저렇게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군.」

 

「그런 건가요」

 

「그런 거다. 졸업한 무리가 어떻게 됐는지, 신경 쓰이지 않는 교사는 없어. 너나 하루노 같은 문제아일 경우 더더욱 그래.」

 

 

  아니 나라든가는 엄청이 붙을 정도로 성실하니까요. 수업 중에도 안 말하고, 뭣하면 쉬는 시간에도 입을 안 열 정도다.

 

 

「하루노 씨는 성적 좋았겠죠? 유키노시타 같이」

 

「성적은 우수했었지. 단, 우등생은 아니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 전에도 들은 것 같다.

 

 

「어쨌든 그 녀석은 나를 포함해 선생의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이었어. 하나를 듣고 열을 안다는 녀석이었다, 그런데도 불편하진 않았으려나. 나도 몇 번 교정하려고 했었지...그래도, 그게 끝나기 전에 그 녀석은 냉큼 졸업해 버렸다.」

 

 

  말하자면 진 자의 도전을 거부하고 자리를 뜬 것, 같은 거라며 히라츠카 선생님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아무튼 그렇게는 말해도, 하루노 씨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상당히 따르는 것 같은데. 둘이서 마시러 가는 걸 보면.

 

 

「어라... 혹시 그걸 계기로 봉사부를 만들었다든가는 아니죠?」

 

 

  그 때의 후회는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아! 라든가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면 말할 것 같다. 리벤지는 소년 만화의 기본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것도 원인을 가려내자면 하루노 씨 탓이라는 게 된다. 그렇다면 용서치 않아. 절대로 용서치 않는 리스트에 신규 등록이다.

 

  내 질문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갑자기 웃음으로 돌려준다.

 

 

「.....글쎄.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너희들 같은 대형 신인이 들어 왔다, 둘러싸고 싶어지는 게 인정이라는 거겠지?」

 

 

  드래프트 회의의 이면이 아니니까. 외톨이는 방목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생각지 않는 건지. 자유로운 교풍은 어디에 가셨을까.

 

 

「그런 이유로 그만 이야기에 열중해서 말이야. 술도 잘 넘어가고, 너의 화제를 술안주로 꽤 분위기가 올랐다고.」

 

「잠깐... 제 화제입니까?」

 

 

    뭘 제멋대로 말합니까. 오히려 그걸 사과하면 좋겠다.

 

 

「아니, 하루노가 듣고 싶어 해서 말이야... 그 녀석도 잘 들어주니까 무심코」

 

 

  무심코, 가 아니잖아요. 그나저나,

 

 

「유키노시타 씨가... 말인가요?」

 

「음, 문화제에 대해서라면 하루노도 대체로 알고 있으려나... 너의 무용담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임간 학교 때의 일라든가, 즐거운 듯이 듣고 있었지.」

 

 

  어라, 확실히 하루노 씨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마음대로 말했다는 식으로 말했었는데... 하루노 씨가 그 화제를 유도했다는 말인가?

 

...뭐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왜 그래? 아무튼 그런 언짢은 표정 짓지 마라. 너도 너 나름대로, 사람의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해 왔다, 그건 자랑해도 좋지 않을까」

 

「...아니, 대체로는 흑역사만 얼굴 내밀었잖아요, 난」

 

 

  임간 학교의 루미루미도 그렇고, 문화제의 사가미도 그렇다. 아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 랭킹 1위라든가 뽑힐 것 같다. 2위는 유키노시타, 그 녀석은 문답무용으로 무서우니까.

 

 

「그런데도 그렇다. 옆에서 봐도 깔끔하다고는 할 순 없지만, 다소 통쾌한 면은 있으니까... 하루노 입장에서 봐도, 좋은 기분전환이 되지 않았을까.」

 

「그 사람이...」

 

 

  기분 전환의 필요성이라고 할까, 고민 자체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짐이 세상의 봄을 계속 구가한다고 할까. 추가로 코마치는 고민이 없다고 해도 덜렁이 부류에 속한다.

 

 

「아무튼, 그 녀석은 그 녀석대로 여러 가지로 큰일이다. 사정이 복잡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그래.」

 

「하아, 그런 건가요...」

 

 

  이렇게 밖에 대답할 수 없다. 특별히... 감개도 없고.

 

  사정이라는 건 아마, 집에 대한 거겠지. 유키노시타도 유키노시타대로 뭔가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이러니저러니 할만한 얘기가 아닌 건 확실하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타인의 사정에는 깊이 끼어들지 않는다고 정했다. 봐봐, 타인은 타인, 나는 나라고 옛날부터 예의범절을 주입받았으니까.

 

  그러니까 봉사부 활동이라니, 우리 집 교육 방침적으로도 당치도 않지만... 아무튼, 저건 의뢰다. 발을 디뎌 달라면, 발을 디뎌도 된다는 이유로 세이프 취급.

 

 

「지난 주 갑자기 와서 무슨 일인가 생각했지만... 아무튼 의외로, 건강해서 다행이었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훗 하고 자모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띠웠다.

 

  정말, 학생을 잘 생각해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진짜로 엄마가 되는 건... 언제 쯤이려나?

 

 

「...그런가요」

 

 

  히라츠카 선생님은 손목시계를 보고는, 시간 쓰게 해서 미안하다며, 겨우 나를 해방해 줬다.

 

  아니아니 신경 쓰지 마시고... 어차피 한가하니까요.

 

 

 

 

20XX/11/2X 16:1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얏하로~

 

 

「유이가하마, 지금 나한테 메일 보냈어?」

 

「에, 왜? 안 했는데?」

 

 

  나의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멍한 표정을 띠운다.

 

  흠, 내가 보기에도, 메일을 한 기색이 없다. 이래도 메일을 썼다면, 상당한 고수라고 생각해도 좋겠지. 무슨 고수야.

 

  그렇다면, 이 메일은 도대체 뭐지? 이 괴상한 인사, 치바 전체에서 유행한다는 말인가?

 

  아무튼, 우선 방치할까. 이럴 때는, 이상한 전화번호는 무시라는 현대인다운 안정 행동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책상에 두었다.

 

 

「그것보다 힛키, 합숙이야 합숙. 슬슬 이야기해야」

 

「그 화제, 대화 소재거리 아니였냐...」

 

 

 

  방과 후, 봉사부실

 

  부실에는 유이가하마와 나, 둘 밖에 없었다. 유이가하마 가라사대, 유키노시타는 외출 중이라고.

 

  드물게도 나는 나치고도 약간 늦게 왔다. 도중에 자이모쿠자한테 잡혀서, 상담 메일에 관한 전반적인 불평을 받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니까 접객업은 힘들다. 이쪽이 아직 발런티어로 하는 거니까 희망은 있었지만. 물론, 손님에게는 잘 설명해서 돌려보냈습니다, 네.

 

 

「전에 힛키 흥미였잖아. 사이 짱하고 같이라면 간다구」

 

「어, 그건 내가 토츠카와 둘이서 여행한다는 걸로 결론 나온 거잖아?」

 

「나오지 않았구! 나두 유키농도 같이!」

 

「...너희들 따라오는 건가, 싫은데」

 

「진짜로 싫은 듯이 말하지 말구! ...사이 짱 권할 용기는 없는 주제에」

 

 

큭... 살짝 투덜댄 유이가하마의 독설은 그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그런 건 알고 있다고!

 

최근 유키노시타의 영향인지, 유이가하마까지 독설을 토하게 된 듯한... 아니, 그렇지도 않나. 전부터 산뜻하게 상처주고 있었던 적은 몇 번이나 있고. 이 천연 씨가!

 

 

「대체로, 행선지도 개요도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잖아. 이런 백지 계약서에 도장 누르라고 말해봤자...」

 

「힛키가 얘기에 참가해 주지 않기 때문이야! 힛키도 멤버니까 응?」

 

 

언제 그런 파티에 들어가고 있었던 거야 나는. 몇 시 몇 분, 지구가 몇 번 돌았을 때?

 

 

「원래부터 갈 마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너희들이야말로 사이좋으니까 둘이서 가줘도 좋잖아... 무리하게 나라든지 부르지 않아도 좋으니까.」

 

 

괘념으로 가득 찬 나의 말에, 유이가하마는 문득 얼굴을 흐린다.

 

 

「...별루, 무리하지 않구」

 

「그렇게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들은 제군들보다 혹독한 사회경험이 풍부한 만큼, 빈말에는 익숙해져 있다. 나를 권한다, 이콜, 빈말이라고 하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건 경험으로부터 얻은 살기 위한 지식이다. 매우 귀중.

 

그런 나를 지그시 바라본 뒤, 유이가하마는 하아, 하고 한숨을 토했다.

 

사람의 얼굴 보고 한숨 쉬는 거 그만두지 않겠어? 중학 때, 자리 바꾸고 나서 당한 입장으로 돼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후 유이가하마가 띠운 표정은, 의외롭게도 미소였다.

 

약간 기가 막힌 듯이, 단념한 것처럼, 근심을 띤 것처럼, 하지만 부드러운, 쓴 웃음.

 

그 근심을 띤 눈을, 나는 아까 전에, 본 듯한 생각이 든다.

 

 

「...힛키는, 정말 흔들리지 않는.... 벽창호지요.」

 

「...무슨 말이야, 나만큼 이해력이 좋은 인간은 그렇게 없다고」

 

 

그녀가 미소를 띤 이유를 모르는 채로, 조건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뭐 그래도 실제로, 나는 이해력이 너무 좋아, 이미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기까지 하다. 수학여행의 집합사진도, 이제와서는 득도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기까지 하다. 저것이 그대로 앨범에 실린다. 지금이라면 수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교사진은 무수정이라는 말에 동경이라도 하는 건지.

 

 

「...벽창호에요. 지난 번 수학여행 때도, 그랬구」

 

 

도피처의 화제와 유이가하마의 얘기로, 마음을 읽힌듯한 생각이 들어 덜컥 한다.

 

...아니, 그게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뭐가?」

 

「알고 있겠죠? ...힛키 또 주위 기분이라든지 전혀 무시해 버리고는... 혼자서 힘차게 달려서」

 

「......」

 

 

아마, 수학여행 때의, 토베와 에비나 양의 건일 거다.

 

그런 것을, 당시의 유이가하마한테도 들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뉘앙스의 말을.

 

하지만 여기는, 나도 나 나름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저게 제일 효율적이었다고. 실제 만사 해결됐으니까 좋잖아.」

 

 

나 같은 외톨이로 말하자면 효율화된 인간의 최종 형태다. 혼자서 수련을 쌓아 적당한 하이 스펙에, 혼자서 있는 것으로 상태가 좋은 로우 코스트. 집 안에 한 명, 외톨이는 어떻습니까. 아마, 그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유이가하마는 납득해 주지 않는 것 같다.

 

 

「알고 있어요... 결국 힛키가 전부 흐지부지 해줬다는 것도 알구 있어. 그래도... 좀 더 그 밖에, 방법 없었던 거야?」

 

「...너도 저건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든가 하는 인종인가」

 

「얼버무리지 마요.」

 

 

유이가하마의 한마디에는, 약간의 노기도 섞이지 않았다. 조용히, 모기가 우는 듯이 희미한 한마디.

 

그렇지만 그건, 나를 입 다물게 하기에는 왠지 충분했다.

 

 

「힛키, 만약이 되면 아아 하자고 결정하고 있었던 거지? 왜 우리들한테 말해주지 않았어? 혹시... 정말로 혹시라도, 힛키가 말하는 것처럼 고립적이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 밖에도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일지도 몰라(かもしれない), 일지도 몰라, 하지 마. 오늘 밤은 오리 냄비(鴨鍋)요리인가요. 잘 됐네! ...미묘하군. 이 아니라,

 

※ 일지도 몰라의 かも와 오리(鴨:かも)의 발음이 같음을 이용한 말장난.

 

 

「그거야...」

 

「그건... 뭐?」

 

「아니, 그...」

 

 

유이가하마가 바라봐서 그런지, 평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이 때 자학이라도 심한 욕이라도 뭐든지 좋으니까, 여기를 벗어날 만한 말을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찾는다.

 

하지만 몇 초의 침묵 밖에, 그녀는 허락해 주지 않았다.

 

 

「있지, 힛키, 혹시」

 

 

그 때 돌연 책상이 세세하게 떨렸다.

 

두 명이 움찔한다.

 

 

「....메일?」

 

 

어. 지진일까 생각했지만, 무슨 일도 없이 책상에 둔 스마트폰이 진동했을 뿐이었다. 메일을 수신했을 때의 진동음이다.

 

 

「아, 미안...」

 

「아, 으, 으응」

 

 

서로, 앉은 자세를 바로잡는다. 눈치 채면 상당히 가까운 채로 얘기하고 있던 것 같다. 퍼스널 스페이스적으로 말한다면 확실히 아웃. 아니, 이 경우는 인인가.

 

 

「어, 어쨌든!」

 

「우옷, 뭐야 갑자기」

 

 

앉은 자세를 바로잡고 있는 중간에 유이가하마가 큰 소리를 질렀으니까, 다시 자세가 무너져 버렸다. 추가로, 유이가하마가 기세로 책상을 두드리려고 했는지, 턱하는 약간 얼간이 같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나면 손이 아프군요.

 

 

「어쨌든, 힛키의 그 때 방식이 나는 싫었던 거야!」

 

「오오, 오오우, 미안」

 

 

기세에 휩쓸려 물개 같은 소리를 지른 결과, 하는 김에 사과해 버렸다.

 

 

「그러니까... 재시도? ...보충해? ...속죄? 우-... 뭐든지 좋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힛키는!」

 

「하, 아니, 왜?」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말구! 그리구, 어떤 거야, 대답은?」

 

「아, ㄴ, 네」

 

 

거기까지 내게 말하게 하고, 유이가하마는 후우하고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라고 할까 무서워. 무섭다. 평상시 온화한 녀석을 화나게 하면 정말 무섭다. 무심코 땅에 엎드려 조아릴 뻔할 정도다. 초등학생 때도 있었군요, 언제나 실실거리고 있던 녀석이 놀리고 있던 녀석에게 폭발해 모두를 굳어버리게 한다든지. 덕분에 놀리러 온 녀석만이 아니라 놀고 있었던 녀석까지 다가가지 않게 되어 버렸다... 내 얘기가 아니에요.

 

조금 사이, 무읏 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유이가하마였지만,

 

 

「...그래. 그럼, 합숙 참가 결정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생긋 기쁜 듯이 웃었다. 말참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미소.

 

아까 전의 무서움과, 그 반칙적인 미소에, 나도 저항할 생각이 사라져 간다.

 

 

「마음대로 해라... 아니, 적어도 토츠카는 불러 줘」

 

「응, 알았어.」

 

 

최저한의 확실한 약속을 달면서, 이렇게 해서 나는 여름에 이어 봉사부 합숙 강제 참가가 결정됐던 것이었다.

 

그리고,

 

 

「끝났을까나?」

 

 

활짝 문을 열어 시원스러운 바람과 함께 시원스러운 녀석이 방에 들어온다. 아까 전에 약간 상승한 것 같은 실내 온도가, 슥 누그러지는 것을 느낀다. 한 집에 한 사람, 유키노시타 씨다. 상품 애칭명은 「유키농」으로 결정이다.

 

 

「아, 유, 유키농,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자. 이것, 교외활동 신청서에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서 받아 왔어요. 정당한 이유라고 인정되면 학교에서 보조도 나오고, 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초안용과 제출용일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같은 내용의 프린트를 2장, 책상 위에 둔다.

 

 

「최초는요... 그래도, 유이가하마 양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그 말투 심하잖아!?」

 

「후... 농담이에요.」

 

 

그렇다고는 해도 유키노시타 씨 무르다, 유이가하마에 대해서는 MAX커피 레벨로 정말 무르다. 내게는 블랙이라든지 그런 레벨이 아니야. 콩을 통째로 덥석 먹게 되는듯한 일도 자주 있습니다만.

 

 

「그런데, 참가자도 정식으로 정해진 것이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재개합시다. 먼저, 이번 합숙의 목적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돼요.」

 

「에? 모두 즐겁게, 라든지는 안 되는 거야?」

 

「...유이가하마 양, 적어도 서류 심사를 통과할 정도의 변명을 생각해 두세요... 그러네, 변명이라고 하면, 아무개 씨의 가장 특기라고 하는 것이군요. 적재적소라고도 하고, 발언을 허가해요, 냉큼 이야기하세요.」

 

「그런 말을 듣고 자랑스럽게 변명한다고 생각할까...」

 

 

유이가하마가 바보에, 유키노시타가 태클을 걸면서 나를 힐책한다고 하는, 봉사부적인 이야기가 재개한다. 최근에는 하루노 씨 관계로 유키노시타가 기분 나쁘거나 토츠카가 훨훨 내려앉아 내가 들뜨거나, 침착성이 사라진다거나 할까. 이런 미온수적인 교환에, 아주 약간, 그리움을 떠올린다. 마침내 감각이 죽었나, 나.

 

...뭐, 그것 뿐만은 아닌 지도 모르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전 메일은 어떤 내용이었지. 자.

 

 

 

 

 

20XX/11/2X 16:3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햣하로~!

 

 

 

...아아, 새로운 방식의 스팸메일인가.

 

 

 

20XX/11/2X 16:1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얏하로~

 

Message:

 

하루농이에요! 등록 잘 부탁해!

 

080-xxx-xxxx

 

 

 

***

 

 

 

20XX/11/2X 16:3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햣하로~!

 

Message:

 

어라? 메일 도착하고 있어?

 

 

***

 

 

 

20XX/11/2X 17:0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햣하로?

 

Message:

 

무시해도, 별로 좋을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

 

 

 

20XX/11/2X 18:23

 

From:히키가야 군

 

Title:Re:햣하로?

 

Message:

 

무섭습니다. 그만둬 주세요.

 

코마치한테서 들었습니까?

 

 

 

***

 

 

20XX/11/2X 18:4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재차 햣하로~!

 

Message:

 

다행이다~(*^^*)

 

전에 마셨을 때 시즈카 짱한테서 들었습니다.

 

 

 

***

 

 

 

20XX/11/2X 19:42

 

From:히키가야 군

 

Title:Re:재차 햣하로~!

 

Message:

 

그렇습니까, 그럼.

 

 

 

***

 

 

 

20XX/11/2X 19:4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그건 그렇고

 

Message:

 

시즈카 짱한테, 화내지 말아 줬으면 해?

 

이번 주말, 어느 쪽인가 비고 있어?

 

 

 

***

 

 

 

20XX/11/2X 20:56

 

From:히키가야 군

 

Title:Re:그건 그렇고

 

Message:

 

엄청나게 바쁩니다.

 

 

 

***

 

 

 

20XX/11/2X 21:00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또 또~

 

Message:

 

잠깐 같이 외출해 줬으면 하는데.

 

 

 

***

 

 

 

20XX/11/2X 21:02

 

From:히키가야 군

 

Title:Re:그건 그렇고

 

Message:

 

엄청나게 바쁩니다.

 

 

 

***

 

 

 

20XX/11/2X 21:15

 

From:harunon-yukinon@xxx.ne.jp

 

Title:조잡해(웃음)

 

Message:

 

자세한 건 가까운 시일 내로 또 연락할 테니까. 잘 자 (-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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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서움과 귀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캐릭은 뭘까요.

<작가>

글에 앞서.

 

최근 종종 보는 7권 분기를, 원작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충실히 재현하면 어떻게 될까하고 생각해, 써 봤습니다. 뭐... 에비나 양이 고백을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충실하지 않지만.

그다지 긴 것도 아닙니다만, 글자에 힘을 쓰면 문자수가 쓸데없이 증가해 버렸습니다.ㅋ

그럼, 본편을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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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저와 교제해 주세요.」

 

 

당돌한 고백에, 에비나 양은 몹시 놀란다.

토베도 멍하니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바보처럼 입을 크게 열고 놀라고 있었다.

얼마쯤 있다가 에비나 양의 얼굴이 놀라움에서 당황으로 바뀌어, 뜻을 결정한 것 같은 눈이 되었다.

 

 

「응.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그래요 잘 부탁ㅎ-----핫? 잠깐, 기다려.

잠깐잠깐잠깐잠깐.......어라? 여기만 시공이 변형되고 있어? 눈만이 아니라 귀까지 부식 진행됐다든지? 설마, 일본어의 의미가 바뀌었다든가? 「잘 부탁드립니다.」가 「죄송합니다.」라고 바뀌었다든지? 어이어이 일본어 사전, 일해라... 뭐야, 너무나 블랙 뛰어넘어 일본어가 보이콧이라도 일으켜 버린 거야?

 

 

「하아앗 ! ? 히키타니 군, 잠깐, 그건 아니잖어!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아니야...」

 

 

토베가 「아니야-」를 반복해, 내게 다가선다. 잠깐, 가까워, 가까워요. 남자에게 재촉당하는 건 토츠카만으로 좋으니까. 오히려, 토츠카에게조차 재촉당하면 좋기까지 하다.

라고 할까, 에비나 양의 눈이 부해에 침식되기 시작했으니까 떨어져라.

 

 

「그러면, 지금부터 잘 부탁해, 히키타니 군.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제 돌아가는군요.」

 

 

타닷, 하며 종종걸음으로 떠나는 에비나 양.

그렇다 해도, 히키타니군 노력해라니. ...아니 나, 히키가야고. 히키타니 군 아니고.

....히키타니? 뭐야 그거, 썩은 귀부인 밖에 안 보인다고 하는 요정 같은 뭔가입니까?

 

 

「잠깐, 하야토 군도 말해 봐요! 이거, 너무 심하잖어? 나, 피에로잖어!」

 

「......뭐, 지금은 침착해. 자, 일단 여기에서 떠나자고. 이야기는 침착하고 나서 하자」

 

 

하야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라고 내게 눈으로 재촉 해 왔다. 모르겠어-, 하고 썩은 눈으로 노려본다. 그런 내게, 불쌍히 여기는 듯한, 한탄하는 듯한... 마지막으로 그런 눈을 향하고는, 하야마는 토베를 질질 끄는 듯이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너는 사람의 기분을 모르는 것이군요. 그러니까, 그런 방식 밖에 할 수 없어.』

 

 

하야마의 시선은, 차라리 불쌍히 여기고 있는 것 같아서— 거기에 고스란히 담긴 감정에, 부글부글 뜨거워지는 수치와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은 충동을 어떻게든 참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알 리가 없겠지. 마음대로 이해할 생각이 될 만큼, 오만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물며 사람의 기분은, 그 제일의 것이다.

겉은 미소를 띠워 속으로 비웃는----인간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나는 에비나 히나라는 인간을 잘못 읽었다.

마음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을 해, 잘못 생각했다.

언제나대로, 잘못했다.

단지 그뿐 만인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남겨진 사람은, 나와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 세 명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소극적으로 두 명의 근처로 향하자----

 

스윽, 하고. 공간의 기온이 단번에 차가워진 것 같았다.

유키노시타가 초승달 모양으로 눈을 가늘게 떠, 칼날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흘기고는.

 

 

「.......당신의 방식, 마음에 들지 않아.」

 

 

그것은, 차갑게 얼리듯이 규탄하는 음성이었다. 마음에 빙창이 꼽힌 듯한, 가열의 감정이 깃들인 소리. 그 안에서, 갈 곳이 없는 분노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듯한, 단죄자의 눈동자로 나를 흘기고는.

 

 

「도대체, 지금부터 어떻게 할 생각인 거야?」

 

「.....몰라」

 

「----그래. 모르는 것이네. 기가 막혔어요.」

 

「......유키농」

 

 

잘라내는 듯한 소리에, 답답한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을 찢는 듯이, 툭하고 유이가하마가 소리를 흘린다. 그 소리는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아, 고뇌로 가득 찬 것 같이, 당장 울기 시작할듯한 믿음직스럽지 못한 소리였다.

 

 

「있잖아... 저기, ......」

 

 

약간 떨리는 손으로 앞가슴을 꽉 눌러, 짜내는 듯한 불안이 소리에 베인다.

 

 

「힛키, 그건 진심, 이었던 거야....?」

 

「......그럴 리 없잖아. 예정으로는 내가 차이고 끝나고, 있다.」

 

「그래. 그, 그렇구나. 앗하하, 어쩌지, 지금부터」

 

 

무리하게 만든 것 같은 애처로운 미소로, 굳은 미소를 짓는다.

.....그만 둬. 그런 얼굴로, 웃지 말아 줘. 그렇게 괴로운 듯한 얼굴로 웃는 건 그만 둬. 보고 있는 내가-----아파.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겠지. 모르겠어. 내가 잘못 읽었다, 그것만이다.」

 

「힛키는 말이야, 어째서 여러 가지를 아는데, 중요한 걸 모르는 거야.....?」

 

 

떨리는 소리로, 유이가하마는 묻는다.

 

 

「중요한 일?」

 

「사람의 기분, 이야」

 

 

퍽, 하고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마음속에 퍼지는 동요를 밖에, 얼굴로 드러내지 않게 입술을 강하게 씹는다. 피 맛이, 입 안에 퍼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모르는 거겠지.」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그렇게 답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응, 그러네. 그래두... 그래두 말이야. 알려고는 하자. 알려고 하는, 노력은 해요...」

 

 

갑자기 유이가하마가 내게 가까워져, 훌쩍거리는 듯이 약한 목소리를 내며, 내 교복을 매달리듯이 잡았다.

 

 

「그런 거 싫어. 그런 거 싫어요……」

 

 

힘이 빠진, 부모를 잃은 아이와 같은 슬픔을 띄고, 유이가하마는 참지 못한 듯이 하염없게 울었다. 뚝뚝 흘러넘치는 굵은 눈물에, 나는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평소의 야유도, 억지 정론도, 유야무야로 얼버무리는 듯한 농담도, 어떤 것이라도, 유이가하마의 우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뭉그러져 어지럽혀 지는 것 같아, 목에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이가하마 씨. 가도록 해요.」

 

 

유키노시타가 살짝 상냥하게 깨우는 듯이 유이가하마의 어깨를 안고, 내게서 멀어져 간다. 유키노시타는 마지막에 차라리 무기질이라도 해도 좋을 만큼 차갑게 나를 응시하고는,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이 시선을 돌려, 유이가하마를 부축하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나는 쫓을 수 없었다.

 

쫓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이가하마의 체온이 남은 교복에 손을 대, 단지 그 자리에서 멍하니 내내 서 있어,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하로하로~. 오래 기다리게 해 버렸을까나?」

 

 

밝고 순진한 소리에 얼굴을 올린다. 어깨까지의 세미 롱을 흔들며, 평소와 달리, 안경 안쪽 눈동자를 맑게 빛내며 내가 기다리는 사람, 에비나 히나가 나타났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어떻게 할 생각이냐니, 뭐가?」

 

「토베의 고백을 막아 줬으면 했던 게 아닌 건가? 어째서, 내 고백을 받아들였어?」

 

 

에비나 양의 진심을 파내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전과 같이, 단지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도리어 투철한 듯이, 초연한 미소.

 

모르고 있었다.

 

에비나 양은, 지금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미우라와 유이가하마라는 친구에, 그 옆에 하야마나 토베, 오오오카에 야마토라고 하는 교류의 고리까지 미친다.

그건 단지, 즐거운 공간에서. 분명 기분이 좋아서. 임시라는 걸 알면서 빠지는, 마약과도 같이 탐닉하는 시간.

그런 미온수와 같은 관계를 지키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관계도 언젠가는 끝난다. 이번에, 토베가 관계를 바꾸려고 행동으로 옮긴 것처럼, 언젠가는 변해서, 끝나 버린다. 덧없이 무른 지반 위에 쌓아 올린, 환상과도 같은 시간.

그런데도, 에비나 양은 그 환상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꿈같은 시간을 깨고 싶지 않다고 바랐다. 그런 연유로, 내게 의뢰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히키타니 군의 고백으로, 깨달아 버렸던 거야. 으응, 생각하지 않게 하고 있던 걸 실감해 버렸다, 그런 느낌인가? 그러면, 지금 바뀌어도 좋으니까, 졸업 후에도 절대로 변함없는 관계를 갖고싶다고 생각했어.」

 

「......변함없는 관계?」

 

「히키타니 군과라면,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누구와도 연결이 없는 히키타니 군이라면, 처음으로 이룬 연결을 소중히 해 준다고 생각했어. 꾸미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과대 평가다. 사람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후회할거라고.」

 

 

나처럼 말이야.

핫, 하고 토해 버리듯이 웃는다.

 

 

「그럴까? 그럼, 히키타니 군은 애인인 나를 버리는 거야? 말하는데, 히키타니 군과라면 잘 교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잇는 건 사실이야? 사랑, 인지는 모르겠는데 좋아하게 되고 싶다, 고 생각하고 있어」

 

「그만 둬, 무심코 반해버리잖아.」

 

「하핫, 빠질 정도로 반해 줘도 좋아요?」

 

 

계속 열정적으로 응시하는 에비나 양에게, 목에 막힌 것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눈동자의 안쪽에 남아 있는 감정은 마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문이 막힌 나를 보고, 에비나 양은 간파한 것처럼, 아하하, 하며 웃었다.

 

 

「봐, 난 썩고 있으니까」

 

 

아무도 믿지 않는듯한 공허함으로. 사람을 의심할 줄 밖에 몰라서. 배신에 겁쟁이가 됐다. 만약, 나와 같은 의미로 썩어 있는 거라고 한다면, 그건— 왠지 모르게, 에비나 히나라고 하는 인간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확인하듯이, 물어 본다.

 

 

「에비나 양은, 지금을 믿을 수 없는 건가?」

 

「끝나버린다고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히키타니 군이야. 히키타니 군이라면 배신당하는 고통은 몸으로 알고 있겠죠?」

 

 

그러니까, 나를 배신할 수 없겠죠? 라며. 그렇게, 속삭이듯이 계속했다.

그 속삭임에, 오싹, 하며 소름이 났다.

여름방학의 임간학교 때, 유이가하마와 한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유이가하마와 같은 팔방미인이라도, 초등하교 졸업 뒤, 서로 여태껏 연락하고 있는 인간은, 고작 5% 이하. 보통 인간이라면 2명 분인 미인정도니까, 겨우 1% 정도로 그런 건 잘라 낼 수 있는 오차다.

 

잘라 낼 수 있는 오차.

에비나 히나는, 그걸 체감해 온 것은 아닐까?

초등학교, 중학교와 사이좋은 그룹에 소속해, 졸업 후에는 자연 소멸해 갈듯한 관계를 계속 체감해 온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신용할 수 없다. 친구라는 관계를, 신용하지 못하고 단념하고 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사람을 신용할 수 없었다.

이쪽은, 우수하지만 고통스럽게 치이고, 또 정직하지만 고통스럽게 경원시 되었다. 우수하기 때문이야말로 시기당해, 그 질투를 처리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었다. 아니, 몸에 익힌다는 발상이 없었다. 몸에 익히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 같은 세계가 잘못됐다고 판단해 완고하게 자신을 관철해, 수련을 계속했다.

 

에비나 히나는 사람과의 거리에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사람을 신용하지 못하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너무 멀기 때문에 신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사람을 신용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이가하마 유이라는 친구를 만들었다.

내 쪽에서 보고 있어도 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유이가하마 유이를 소중이 여기고 있다고, 반드시 졸업 뒤에도 계속된다고, 계속해 가고 싶다고 바라는 관계일 거다.

 

1% 이하의, 잘라 낼 수 있는 오차. 기적과도 같은 관계.

그것을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바란다, 유이가하마 유이는 분명 그걸 받아들이고 있다.

일방통행이 아닌 관계. 그렇기 때문이야 말로의 기적이다.

 

......그렇다면, 보다 좋은 건 에비나 양에게 친구를 단념시키지 않고, 신용시키는 일일 거겠지. 그게 성공하면, 우리들의 기만으로 가득 찬 관계도 끝낼 수 있다...지만, 내게는 무리다.

친구가 없는 내가 친구를 믿어라, 라고는 죽어도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 졸업 후에 자연 소멸을 계속했던 거라고 한다면, 분명 그 뿌리는 깊다.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것에게 졸업 후에도 계속되는 애인 관계를 바랄 리가 없다.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아픔을 아는 나는, 에비나 히나를 배신할 수 없다—어디까지나 에비나 양의 주관이지만, 끝은 잘못되어 있지 않으니까 질이 나쁘다.

 

유키노시타라면, 어떻게 할까?

유이가하마를 믿은 유키노시타라면, 에비나 양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아직도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는 에비나 양에게, 무리하게 만든 얇은 미소를 돌려주며, 나는 단지 조용히 숙고했다.

 

 

 

 

계속되면 좋겠구만.

 

 

 

후서.

마지막에 약간의 희망을 보여, 제일 쓰고 싶은 것도 써 버렸으니, 나는 분명 이 이후를 쓰지 않습니다.

만약 계속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 허가라든지 필요 없으니까, 스스로 써 주세요.ㅋ 뭐, 이 작품에 거기까지 수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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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폭발적인 코멘트.

 

작가 : 젠장...... 감동했다든가, 제일 어울리는 커플링이라든지, 수요 있다고 들어버리면 시나리오 생각해서 쓰고 싶어지는 게 아닙니까! 친구와 일차 창작도 써야 하는데(울음)

 

 

2side : 고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허허허.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예외편이 아닌 5는, 예외편이 아닌 하루노 씨 루트.

(2side : 예외편 중에 페이크 하루노 루트-[실은 단지 하루노가 하치만을 휘두를 뿐인 얘기]가 있습니다.)

 

다음 회는, ②실수로, 히라츠카 시즈카는 말려든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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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도, 약점이라는 건 반드시 있다.

 

  거대한 바위가 있다고 하자. 어떻게 봐도 부서질 것 같지 않은 큰 바위라도, 돌결을 파악해, 정확한 지점을 찌르면, 필요한 최소의 힘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아이스 픽으로 산산조각 부서지는 얼음과도 같은 것, 이러면 알기 쉬우려나.

 

  아무튼 만화에서 배운 지식이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지는 매우 의문이지만, 요점은 뭐를 말하고 싶은 거냐면, 그건 사람의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나같이 어렸을 적부터 지독한 정신환경에 노출되어, 강철의 마음에 도달한 용자라도, 아직 위크 포인트라는 건 엄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과거의 트라우마를 후벼낼만한 언동이나, 현재 절찬리에 붐비는 르상티망을 자극할만한 상황이나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증대시킬만한 정보이거나..... 어라, 나 너무 약하잖아?

 

※ 르상티망 : 원한. 유한. 증오. 특히, F.W. 니체의 용어로서, 약자의 강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울적한 심리 상태.

 

 

  아니, 그렇지 않다. 반대로 생각하자, 나조차도 이 모양이라....고.

 

  ....후우, 위험했다. 역전의 발상을 할 수 없었으면 사고의 미궁에 빠질 뻔했다. 그리고 어나더라면 죽었어.

 

  어쨌든, 나한테도 있으니 다른 무리에게도 있겠지. 약점 하나나 두 개 쯤은.

 

  봉사부 고문인 히라츠카 선생님은 참 알기 쉽다. 그 사람이 신경 쓰는 건 대체로 처음이 「ㄱ(け)」으로 시작해서 끝이 「ㄴ(ん)」으로 끝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무방하다. 추가로 「케이온(けいおん!)」이 아니니까, 저건 엄밀하게 말하면 「!」으로 끝나니까 제외다. 거기냐구요.

 

  유이가하마도 알기 쉽지. 히라츠카 선생님처럼 특정 단어에 과잉 반응하지는 않지만, 약한 부분에 접했을 때, 뿌리가 순수하다고 할까 단순한 유이가하마는 그것이 그대로 얼굴이나 태도로 드러난다. 그건 그거대로 위협 아닐까 생각해.

 

  유키노시타는, 알기 힘든....듯이 보여도, 실은 상당히 알기 쉽다. 거기가 그 여자의 비뚤어진 면이기도 하다. 표정도 별로 변하질 않아서, 무심코 대처같은 철의 여잔가 생각했지만, 약한 면은 철저하게 약하다.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고 믿으며 살아 온듯한 녀석이니까, 공격이 전부인 식으로 인생을 살아왔겠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면, 곧바로 알게 될 것이다. 단, 그 뒤 몸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 공격한 대가는, 극히 클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를 인종이라는 것도 세상에 있다. 어디가 약한 부분인지, 전혀 보이지 않고, 만약 거기에 건드릴 수 있었다고 해도, 미소의 가면을 쓴 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적지만 존재한다.

 

  예를 들면, 그래, 그녀다.

 

  내가 강화외골격이라고까지 칭한 그녀의 가면은, 아마 그리 간단하게 벗길 순 없을 것이다. 그녀도 인간인 이상, 아무리 작아도 약점이 있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고, 그 이전에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왜냐면, 그녀는 완벽하니까.

 

  능력도 환경도 풍족한 그녀는, 그런고로 단 하나의 하자도 용서되지 않는다. 기대 받은 일에 기대 받은 이상으로 응하는 게 가능한 그녀에게는, 일체의 좌절도 용서되지 않았다. 누구한테 용서받지 못하냐면, 아마, 자기 자신에게.

 

  나약한 소리도 아픔도 후회도, 그녀의 미소는 덮어 가린다.

 

  태양이 발하는 빛으로, 나 같은 일반인은 흑점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구가 타 버린다. 그러니까, 그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그녀와 같은 인종 밖에 지닐 수 없는 고민일 것이다.

 

  ...하

 

  그런 건, 결국 가진 자의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우물쭈물한 내적인 고민거리 정도, 나 같은 외톨이의 세력권으로 해 줘도 될 텐데. 리얼충이라는 건 철저히 탐욕스런 무리다. 역시 리얼충 더럽다.

 

  ...평소의 나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뭣하면, 거기에 이쪽에서 외톨이의 우위성까지 논증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저기, 히키가야 군...」

 

 

  내 옷깃을 잡고, 굳게 움켜쥔 손.

 

  그리고 슥, 그 위로 꽉 눌린 무게감.

 

  내 쪽에서는 그녀의 얼굴은 볼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손과 머리가 닿은 내 가슴만이, 천천히 열을 띤다.

 

 

「히키가야 군에게라면, 이런 나를 보여도 될까...그런데, 안 믿지?, 히키가야 군인 걸」

 

 

  후후, 하며 자조적으로, 어딘가 외로운 듯이 들리는, 소리 죽인 웃음.

 

  하지만 그녀의 몸은, 옆에서 봐도 모를 정도로, 떨고 있었다.

 

  나만이 그것을 안다. 알고 싶은 것도 아닌데, 알아 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안 보인다.

 

  그녀는 지금 가면을 쓰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나는,

 

  소녀처럼 떨고 있는 이 사람에게, 나는―――

 

 

 

①히키가야 하치만의 러브 코미디는, 소리도 없이 시작된다.

 

 

  어느 날, 역 앞, 하루농하고, 만났다♪

 

  ...아니, 전혀 즐겁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다. 원곡대로, 만나버렸으면 그 뒤는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게 정답이다. 추가로 곰과 조우했을 때는 등 뒤를 보이며 도망치면 쫓아오는 것 같다. 죽은 체도 효과가 없으니까 각하다. 약간 들어맞지 않는 느낌도 있지만, 목표에서 눈을 돌리게 하면서, 조금씩 도망치는 게 일단 정답.

 

  물론, 만나지 않게 집에 틀어박히는 게 대적중이지만.

 

  그 점에서, 나는 실패해버린 것 같다.

 

 

「어라, 히키가야 군이잖아. 얏하로-」

 

「아무쪼록」

 

 

  사근사근하게 가하마식으로 인사해 온 하루농, 유키노시타 씨에게, 나는 NHK-BS식의 인사로 대답한다. 그런데 이「아무쪼록」이라니 대체 뭐지? 「아무쪼록 이런 곳에서 만나 버리다니 운이 나쁘다, 외출하지 안 할 걸 그랬어!」의 약어라면, 비교적 본심에 가깝다. 정답은 웹으로.

 

  그나저나 그 가하마식 인사, 유이가하마의 허가 맡은 거죠? 아니라면 매니저인 내가 철저히 징수해요? 아무튼 본인한테는 1원이라도 돌아가지 않겠지만.

 

 

「히키가야 군, 이런 데서 뭐해?」

 

「뭐라니... 그, 산책...일까요?」

 

「의문형으로 돌려줘도 곤란한데...」

 

 

  나도 약간 곤란하다. 나 대체 뭐 하러 역전까지 왔지?

 

  휴일치고는 드물게도 일찍 일어났지만, 밥 먹고 공부했더니 한가해져서, 역전에 있는 서점에서 서서 읽고 있었다. 뭔가 샀으면 쇼핑이라 우길 수도 있지만...그다지 좋은 책이 안 보였다.

 

 

「유키노시타 씨는, 뭘 하시나요?」

 

 

  특별히 흥미도 없지만, 그렇게 묻는 게 예의 같아서 형식적으로 묻는다.

 

 

「나? 여행이야」

 

 

  하루노 씨는 옆에 놓인 작은 트렁크를 가리켰다. 약간 레트로한 느낌의 세련된 트렁크군요. 하지만 그렇게 작으면 아무것도 못 넣지 않나? 나이프라든가 램프 정도 밖에 못 넣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여행이라... 그러고 보니 취미라고 했던 것 같다. 언제였지... 소부선 게임... 별로 떠올리지 말자. 나는 앞을 향해 걷지 않으면 언젠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인식했습니다.

 

 

「아무튼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사실은 해외라든지 가고 싶었는데」

 

「그런가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잠깐 기다려 히키가야 군, 열차 출발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시간 있으니까... 무슨 일인데요?」

 

「좀 더, 처형하고 얘기하지 않을래?」

 

 

  싱긋, 매우 화사한 미소로 제안하는 하루노 씨. 그나저나, 뭔가 말의 뉘앙스에 위화감이 든 기분이..., 아니, 그것보다도,

 

 

「그건 괜찮습니다만 유키노시타 씨, 슬슬 일행이라든지, 안 오나요?」

 

 

  그래, 여기는 지금부터 리얼충들에게 오염당한다. 만약 늦게 도망치면 나까지 리얼충화 되어버린다. 뭐야 그 바이오해저드. 그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리얼충이 되어도 좋을지도 모를만큼 간단하다.

 

  하지만 하루노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말을 부정한다.

 

 

「에, 없어요?」

 

「어라... 그러니까, 혼자입니까?」

 

「응, 이른바 나 홀로 여행」

 

 

  의외다. 하루노 씨라면 물론 그룹 여행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 오히려 나 홀로 여행이라면서, 짐꾼이라든가 운전기사가 붙었다든지. 그런가 서술트릭인가.

 

 

「히키가야 군이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 혼자서도 자주 여행 가요? 모르는 마을이라든가에서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

 

「헤에...」

 

 

  그건, 어쩐지 안다. 나도 중학교 때,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길을 걸어, 우회해서 돌아가거나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방과 후가 너무 길어길어... 그런데도 오빠의 귀가가 빠르다고 코마치가 말했었지... 순진함은 때로는 나이프보다 날카롭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볼 거리도 있고. 그리고, 현지 사람과 친해지거나」

 

 

  ...그건 감탄할 수 없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을 걸거나 하면 안 된다고, 엄마한테서 안 배웠나. 추가로 그걸 충실히 지키면 나처럼 될 수 있다.

 


「그런 건 친구와 함께라면 간단히는 할 수 없지. 모두의 의견도 들어야 하니까, 여행도 묘미가 없어진달까. 뭐, 많으니까 기세로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으니, 그게 그거지만.」

 

 

  이 여자... 설마 리얼충과 외톨이 이도류인가? 나 같은 외톨이는 양손이니까, 공격력만은 되게 높다고. 덧붙이면 방패를 못 끼니까 방어력은 종이수준.

 

  아무튼 그렇게 어중간한 패션 외톨이는 외톨이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역시 하루노 씨는 리얼충이에요, 유감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꽤나 추운 시기에 외출하네요.」

 

 

  이미 가을 기색도 사라지고 있다. 수학여행 시즌도 이미 끝나 버렸다. 계절은 머지않아 겨울을 맞이한다. 나라면 휴일 정도는 집에서 따끈따끈하게 쉬고 싶을 텐데.

 

 

「하하...계속 일정이 생겨서 말야. 좀처럼 비울 수 없어서」

 

 

  하루노 씨는 약간 난처한 듯이 웃는다.

 

  리얼충다운 이유다. 일정이라는 것도, 어차피 유흥인가 뭔가겠지. 그런 걸로 자유 시간을 뺏기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업무 시간 외 커뮤니케이션이 어쩌고 하는데, 쉬는 날 정도 혼자 냅두세요!

 

  그 점에서 외톨이는 자유다. 뭐니뭐니해도 스케줄 장부는 계속 백지. 뭣하면 없어도 괜찮기까지 하다. 스케줄 장부를 산건 좋지만 곧 잃어버린다는 자네는 거의 외톨이다. 필요성이 없으니까 무의식중에 내던진다고 생각해.

 

 

「아, 뭣하면 히키가야 군도 갈래? 집 가깝지? 왕복과 준비로 그러니까... 열차 3, 4편이라면 늦춰도 좋아요?」

 

 

  내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하루노 씨도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참으로 명안이라는 듯이 영문 모를 제안을 했다. 이 기세에 휩쓸려, 이상한 서류에 도장을 찍는 녀석이라든가 있을 듯하다.

 

 

「ㄴ.....아니, 괜찮습니다.」

 

 

  확실히 오늘도 내일도 휴일이지만, 나는 집에 중요한 볼 일이 있으므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그거야 프라이버시와 관련되니까.

 

 

「그래? 유감이네」

 

 

    하루노 씨는 그리 유감도 아닌 듯이 중얼거리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럼 슬슬 가볼까. 아, 그래, 선물 사올 테니까 기대해... 물론, 유키노 짱 것도 같이야!」

 

 

  다음에는 유키노 짱 얘기도 하자. 는 말을 남기고, 트렁크를 한 손에 들며, 하루노 씨는 떠났다.

 

 

「하하... 진짜 내버려둬」

 

 

  선물이든 뭐든, 당분간 하루노 씨와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과 말하면, 왠지 쓸데없이 지치는군... 긴장한다고 할까, 긴장을 강제당한다고 할까.

 

  그런데, 휴일인데 불려가서 일하는 기분이 됐다...돌아가면 한 번 더 자자.

 

 

 

 

「있잖아, 유키농은 어디가 좋아?」

 

「...유이가하마 양, 아직 나는 간다고는 안 했는데」

 

 

  휴일 다음 날, 아직 우울함이 치유되지 않은 월요일 방과 후. 뭐, 일요일에 사자에 씨가 아니더라도 나는 언제라도 참 우울하지만. 슬슬 심료내과에서 진찰받아도 되지 않을까.

 

  봉사부실에서는, 여자 둘이 꺄꺄하고(라고는 해도 티끌만큼이지만) 어떤 화제로 들뜬 것 같았다.

 

  책상에 늘어놓은 것은 여행 팜플렛. 비교적 근처뿐이지만 행선지는 다양하다. 이 정도만 봐도 모든 길은 치바로 통한다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전제를 확인하고 싶은데... 유이가하마 양, 합숙의 의미는 알고 있니?」

 

「에? 그러니까, 어딘가 가서, 맛있는 거 먹구, 놀구, 잠깐 동아리 같은 일 하는 거?」

 

「제일 중요한 일이 뒷전인 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럼 유이가하마 양, 당신은 이 후보지에서, 대체 어떤 동아리다운 활동을 하겠다는 거야?」

 

 

  유키노시타는 책상 위의 현란한 광고지로 시선을 돌린다.

 

  아무래도 유이가하마는 여름방학에 이어, 동계기간 중의 봉사부 합숙을 제안하는 것 같았다. 그 엉망진창 합숙을 한 번 더 반복한다는 신경을 나는 더 이상 잘 모르겠지만, 본인은 대단히 의욕에 가득찬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루미루미라든가 하는 애는 잘 지낼까. 세상의 진리에 굴하지 않고, 나 같이 똑바로 자라 준다면 좋겠는데.

 

  단지, 유이가하마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내 프리젠트 능력 같은 수준으로 괴멸적이라, 그 결과 유키노시타에게 두통을 유발하는 듯했다. 아무튼, 후보지가 전부 완전히 노는 목적이니까. 그런데 디스티니 랜드까지 들어간다는 건 어찌된 영문인지. 왜 일부러 저런 비싼 곳에 묵으러 가는 거야? 치바 현민이라면 뜰에 텐트 쳐서 자는 정도로 됐다고. 쓸데없어, 낭비낭비.

 

 

「동아리 같은 일...으-응」

 

 

  유키노시타의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팔짱을 낀다.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생각은 하고 있어요-어필이 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아무 생각도 없거나 혹은 충분히 생각지 않았다.

 

  유이가하마는 미간을 찡그리며 응응 하는 신음소리를 내지만, 결국 아무 생각도 못해낸 것 같고,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응-, 그나저나, 봉사부다운 활동...이라니 뭐지?」

 

「흠... 그러네」

 

 

  존재라기보다는 존재 의의를 잘 모를 이 봉사부에, 합숙에서 할 수 있는 동아리다운 활동을 찾는다는 건, 의외라 할 것도 없이 어려움이 확실하다.

 

  유키노시타도 설마 또 애를 상대로 발런티어 하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 「아이라니 싫어요...바보니까」라든가 애를 상대로 진심으로 말할 것 같은 걸 이 사람. 티 없는 아이의 꿈을 완전 논파까지 할 것 같다.

 

  그럼 저건가, 출장! 치바 현 횡단고민 상담메일! 이라든가. 어디의 감정단이야. 애초에 출장가고 싶지 않으니까 메일 대응한다. 요새는 경비 삭감 때문인지 출장도 재미가 없으니까...

 

  나도 떠올리지 못하고, 원래 생각할 의리도 없다고 눈치 챌 즈음에,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든다. 아무래도 뭔가 생각난 것 같다.

 

 

「그러네... 눈 속 행군 같은 건 어떻겠니? 주로 히키가야 군이」

 

「뭐? 왜 나?」

 

「봉사부 유일한 남자부원인 걸, 귀중한 남자 일꾼이에요. 좀 더 활약하기 위해, 체력을 붙여 주려고 생각했어요. 뭐, 도중에 체력이 떨어져도 결과 오라이긴 하지만」

 

「산뜻하게 사람을 사고사 시키지 마」

 

 

  좋은 미소로 뒤숭숭한 말을 꺼내는 유키노시타에게 대답을 내뱉는다. 이 자식, 실은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거 아냐... 내가 M이라면 푹 빠질 레벨. 다행이다, M이 아니라서.

 

 

「암튼암튼...아, 그래도 눈 산에서 스키도 있어! 어... 그러니까 스키스키, 하고...」

 

「유이가하마 양, 그러니까 스키의 어디가 봉사부다운 활동인 거예요...」

 

 

  유이가하마는 유이가하마답게 자신의 길을 힘차게 달리는 듯하고, 기획서 후보란에 스키라고 쓰고 있었다. 기획서라고 해도, 이번은 유키노시타가 흥미가 없기 때문에 「합숙! ☆한 곳」 이라는 머리가 비어보이는 히라가나 타이틀의 가하마식이다.

 

※ ☆きかくしょ : 별(star)과의 발음 유사성을 이용한 すてきかくしょ(멋진 곳) 같네요.

 

 

  이제 보통 여행이라도 적어 놔... 라고 할랬더니 유키노시타의 말이 그것을 차단했다.

 

 

「...미안해요, 잠깐 전화 받고 와요.」

 

 

  그렇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실 구석으로 이동한다. 일단 교내에서는 통화 금지니까, 쓰는 녀석도 있긴 하지만, 과연 복도에서 교사한테 발견되면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유키노시타가 전화라니 드물다. 그보다, 그 녀석의 핸드폰이라든가 본 적 없었는데, 있는지도 수상쩍지만, 유이가하마가 연락할 수 있는 이상, 있겠지. 그런 의미로는 귀중한 광경이다. 별로 기쁘지도 않지만.

 

 

「유키농이 전화라니, 드무네」

 

 

  유이가하마도 같은 감상인 것 같고, 약간 신경 쓰이는지 곁눈질로 힐끔힐끔하며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유키농은 확실히, 볼 일 없을 때는 껐던 거 같은데...」

 

 

  그게 뭐야, 핸드폰 의미 있는 거냐? 아무튼 그 녀석 우등생(웃음)이고, 그런 부분에서 빈틈없이 해 두고 싶은 폴리시라도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핸드폰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착신이력 거의 코마치니까! 집에 가서 해도 좋은 일이기라도 하면, 코마치의 마음씀씀이에 울 것 같다. 그렇게 애써서 수신이력 채워 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그럼 전원 끄기를 잊었으려나. 혹은, 뭔가 전화 올 일이 있기라도 한가?

 

  한편 그 유키노시타는,

 

 

「...그러니까, 내게 묻지 말아주겠어?」

 

「..........무서워」

 

 

  왠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예, 언제나 그렇겠지. 그러면 이번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그래, 내버려 두면 가까운 시일 내로 돌아가요.」

 

 

  말이 가시 돋친 건 평소에도 그렇지만, 그 말의 마디마다, 불쾌함이 사이사이로 보인다. 유키노시타의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온 나니까 그 미묘한 뉘앙스를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뭐야 그 쓸데 없는 스킬.

 

 

「...........」

 

 

  유이가하마도 분위기를 감지한 것 같고,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유키노시타에게 향했다.

 

 

「...뭐?, 대리? ...잠깐 기다려주세요, 아직 시간은 있겠지요? ...예, 그래요. 그 때까지는 그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어?」

 

 

  ...아무튼, 타인의 전화를 몰래 엿듣는 것도 취미가 나쁘겠지. 나는 책상에 놓아둔 문고본을 다시 손에 든다. 나도 별로, 분위기도 모르는 게 아니야. 파악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대체로 파악하지 않는 거다, 이거 중요.

 

  ...그렇다 쳐도,「돌아간다」에, 유키노시타가 「대리」라... 뭔가, 짐작 갈만한 게 있군.

 

 

「이, 있잖아 힛키, 힛키는 어딘가 가고 싶은 데 있어?」

 

「앙?」

 

 

  유이가하마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기획서 만들기를 재개하는 것 같다.

 

 

「그렇군... 가이힌 마쿠하리에서 도보 수 십분 정도인, 귀여운 여동생과 고양이가 있는 히키가야 씨 집일까」

 

「돌아가고 싶은 거야!?」

 

 

  그거야 그렇다. 일 년 전까지는 바로 귀가가 안정행동이었으니까.

 

 

「어라? 그래두, 그렇다는 건 힛키 집에서 합숙해도 된다는 말이지?」

 

「무슨 말이냐 넌. 난 자신이 지금 가고 싶은 곳을 솔직히 전했을 뿐이라고」

 

 

  집까지 쑥쑥 오는 날에는, 평온한 장소가 어디에도 없게 되잖아. 좀 봐주세요.

 

 

「으-... 합숙 얘기라구! 힛키도 가는 거니까」

 

「나? 안 가요?」

 

「아무렇지두 않게 거부당했다! 에~, 좋잖아 가자-」

 

「봐, 나는 겨울 방학 저거니까, 봐 저거」

 

 

  나는 평소의 중요한 볼 일「저것」을 인용해서 저항한다.

 

 

「암튼 확실히, 남자 힛키뿐이면 불쌍하구... 사이 짱이라도 부를까?」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겠나.」

 

 

  유이가하마, 내 취급에 익숙해진 것 같군. 방심하면 안 돼.

 

  그리고,

 

 

「...예,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 전달해 주세요. ...별로, 화난 건 아니에요, 그럼」

 

 

유키노시타는 전화가 끝난 것 같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까 전까지의 험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평소의 태연한 얼굴로 앉는다.

 

 

「그래서? 합숙 얘기는 진행됐니?」

 

「유키농, 힛키가 안 간다구 억지 부리는데」

 

「어머... 히키가야 군, 오는 거야?」

 

「잠깐, 유키농!?」

 

「...너희들, 전혀 의사소통 못하잖아」

 

 

  이 녀석은 기분이 나빠도 좋아도, 내게는 상냥하지 않다. 약간만 더라도 좋으니까 친절하게 대해 줬으면 한다. 아무튼 친절하게 해 줘도 아무 보답도 못하지만.

 

  그런 식으로 합숙...이라고 할까 단순한 여행으로 랭크 다운한... 것에 대해 서로 얘기하던 도중, 봉사부실 문이 드르르 열렸다.

 

 

「근데, 어라? 히라츠카 선생님?」

 

「선생님, 노크를... 저기, 괜찮습니까?」

 

 

  나타난 사람은, 봉사부 고문이자 독신, 성씨가 바뀔 기미를 전혀 안 보이는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그것 치고는 평소의 무사 같은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유키노시타가 걱정할 정도다, 보기에도 축 처져 보인다. 뒷 일 생각 안하고 지른 뒤에 청구서가 돌아왔을까.

 

 

「아아, 노크 안했군. 미안하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에게 솔직하게 사과할 정도로 피곤한 것 같다. 유키노시타도 많이 놀랐다.

 

 

「히라츠카 선생님... 무슨 일입니까?」

 

「...아아, 약간 지쳤을 뿐이다. 미안한데, 이 녀석을 상대해 줄 수 없을까」

 

「...이 녀석?」

 

 

  그렇게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에서 짠하고 얼굴을 내민 사람은,

 

 

「햣하로~ 유키노 짱하고 히키가야 군! 그리고 가하마 짱! 선물 가져왔어-!」

 

 

  목에「졸업생」이라 쓰인 카드를 단, 하루노 씨였다.

 

 

「이게 유키노 짱 거고, 이건 히키가야 군한테. 가하마 짱은... 미안, 까먹었어!」

 

「언니」

 

「농담이라니까. 네, 이거」

 

 

  하루노 씨는 예의 작은 트렁크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 우리들 세 명 앞에 각각 두었다.

 

  색깔 별로 나눈 것을 보아하니, 일단 내용물은 다르겠지. 아무튼, 그래서 어떻다는 건 아니지만. 선물을 부탁하지도 않았고.

 

  추가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당초의 피로한 얼굴인 채 터벅터벅 떠나갔다. 마치 혼활파티 도중에 내쫓긴 듯한 얼굴이다. 우와, 리얼.

 

  가라사대,

 

 

『이 녀석은 진짜 어포인트먼트도 없이 갑자기 와서 말이야... 하아, 이 쪽은 숙취랬는데 지껄여지껄여...』

 

 

  벌써 방과 후인데 숙취라니 어제 얼마나 마신 거예요. 계획성이 없다고 할까... 그렇게 일요일이 우울했습니까. 이래서야 사회인이 되면 나 같은 나이브 군은 일주일도 못 가겠네요... 건강 사정상, 일하는 건 포기. 정말로 유감스럽다.

 

  우리 소부고는 그 개방성이 이유인지, 졸업생이 훌쩍 들르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그 중에는 너무 편해서 눌러 앉는 녀석도 나올 정도다. 소스는 모 유도부.

 

  하루노 씨도 문화제 왔었고, 아직도 여기에는 이따금 놀러 오려나. 히라츠카 선생님과도 사이 좋은 것 같고, 선생님이 결혼... 아니다, 전근할 때까지는 관계도 끊어지지 않으려나. 근데 그러면, 결혼이 먼저일지 전근이 먼저일지... 어렵습니다.

 

 

「자~자~ 열어 봐」

 

「언니, 그런 게 아니라...」

 

「좋으니까, 안 열어 주면 얘기 안 들어줄 거예요?」

 

 

  하루노 씨 등장으로, 부실 분위기는 단번에 하루노 씨 주도로 옮겨 간다. 여전히 강탈 스킬이 끝내준다. 유키노시타도 한숨을 내쉴 뿐이다.

 

  유키노시타의 아름다운 손가락이, 봉투 입구를 묶은 리본을 천천히 풀고... 아니, 별로 그냥 보고 있었다니까, 손가락 페티이라든가 아니라고. 뭐가 나올까- 말한 게 신경 쓰였을 뿐. 뭐라 하면 될지...그...추잡스런 얘기입니다만...후후.

 

  리본을 다 풀어낸 유키노시타가 봉투 안에 든 물건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거기서 유키노시타는 동작을 멈췄다.

 

 

「이, 이건...!」

 

 

  어, 뭐야 그 리액션. 유키노시타한테는 드문, 말꼬리에 「 ! 」가 붙을 정도의 감탄.

 

  유이가하마도 신경 쓰이는 것 같고, 허겁지겁 자신의 봉투에 매달린다. 이 녀석 완전히 분위기 탔구만...

 

 

「후후후... 그래요 유키노 짱. 유키노 짱이 정말 좋아하는, 디스티니 랜드의 인기인...」

 

「판 씨...」

 

 

  거기에서 나온 건, 앙증스러운 눈초리가 나쁜 팬더... 판 씨 키홀더였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다. 대나무 대신, 뭔가 이상한 식물 들었고.

 

 

「게다가... 이건 현 내 디스티니 샵 외에는 팔지 않는 고토우치 판 씨...」

 

「오, 한순간에 깨닫다니 과연 대단하네-유키노 짱. 그래그래, 그거 손에 넣느라 힘냈어. 언니가」

 

 

  고토우치 판 씨라니 뭐야. 디스티니 랜드가 그런 지역 밀착형 장사에 손댔었나... 키티 짱이 아니니까. 짜가는 아닌가, 이거?

 

  다만 유키노시타가 이정도로 달려들어 무는 이상은, 제대로 된 공인이겠군...

 

 

「어, 언니치고는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닐까...?」

 

 

  유키노시타는 분한 듯 하면서도 판 씨를 잡은 손을 떼지 않는다. 언니에 대한 적의와 판 씨를 향한 애정이 갈등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상관없나.

 

 

「우와- 내 것도 귀여워! 하루노 언니 고마워요!」

 

 

  유이가하마의 것도 판 씨인 듯하다. 아무래도 다른 버전인 것 같고, 판 씨는 대나무 대신 칼을 들었다. 뒤숭숭하군 어이. 그리고 하루노 씨 어디 갔다 왔습니까.

 

 

「자~자~, 히키가야 군도 열어봐 열어봐」

 

「아니... 전, 프레젠트는 집에 돌아간 뒤에 여는 취향이라. 두근두근함을 즐기고 싶다고 할까」

 

 

  애초부터 프레젠트 같은 건 거의 받은 적 없었으니까, 어느 타이밍에 열면 좋을지 모른다. 혹시 이대로 안 열고 방치해 두는 선택지도 있으려나- 생각할 정도다. 아마 유키노시타 정도가 슬쩍슬쩍 해 줄 거다. 그 녀석의 판 씨를 향한 사랑이 준법정신을 이기면 그렇겠지만.

 

 

「그런 말 하지 말고. 여・기・서, 열어줬으면 하는데~」

 

 

  하루노 씨가 슥 가까워져, 눈을 치켜 뜨며 부탁한다. 눈이 자동으로 하루노 씨의 반짝반짝한 눈과, 그리고 약간 굽은 자세가 된 탓에 보이는 앞가슴에 유혹되어 버렸으므로, 당황해서 매뉴얼로 바꿔서 궤도수정했다. 위험해, 사고 날 뻔했다.

 

 

「아무튼, 별로 상관 없습니다만... 와- 엄청 귀엽구나-」

 

「좋은 국어책읽기네 히키가야 군은」

 

 

  내 것도, 열어 보면 역시 판 씨였다.

 

  역시 정체불명의 식물을 들었다... 근데 이거, 유키노시타 것과 같잖아.

 

  슬쩍 하루노 씨를 보자, 하루노 씨는 윙크를 돌려준다. 저건 진심이었나. 유키노시타가 아니라 유이가하마가 너무 불쌍하다. 아직 눈치 못 챈 것 같은데... 바꿔 줄까.

 

  그나저나, 애초에 이런 거 받아도 난처한데... 버려도 상관 없지만, 지금 유키노시타 앞에서 그런 소행에 이르면 마지막에, 확실히 베인다.

 

  뭐, 집에 돌아가고 나서 코마치한테라도 주자.

 

 

「그런데 언니, 선물들은 열었지만... 할 말은 끝이 아니에요.」

 

「어, 속일 수 없었나-」

 

 

  데헷, 하며 연분홍색의 예쁜 혀를 내미는 하루노 씨. 못된 장난을 들킨 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다.

 

  반면, 유키노시타는 늠름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단지 손만이, 허겁지겁 판 씨 키홀더를 가방에 넣고 있었다... 물건에 얽매일 생각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뇌물을 돌려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외도.

 

 

「언니, 지금의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여행?」

 

「평소처럼,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고 갑자기?」

 

「어라, 안 말했었나?」

 

「...아무도 듣지 못했던 것 같은데」

 

 

  하루노 씨는 힐끔 내 쪽을 본다...아니, 봐도 곤란해.

 

  물론 나는 토요일에 하루노 씨와 우연히 만난 일을 누구한테도 말하지는 않았다. 만약을 위해서지만, 말할 상대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 말이 유키노시타 귀에 들어가면, 이 녀석이 기분 나빠할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구태여 지뢰를 밟지는 않는다. 아무튼 밟을 생각이 없어도 제법 밟지만. 마인스위퍼는 꽤 자신 있지만 말이야. 게임과 현실을 헷갈려서는 안 됩니다.

 

 

「언니가 어디에 가는 것은 마음대로지만... 내일 용무가 있겠지? 찾는 것 같아요.」

 

「아아, 맞다. 아버지한테 전화 왔어?」

 

 

  과연, 아까 전의 통화 상대는 유키노시타의 부친인가.

 

  하지만, 상당히 일부러 같은 리액션이군. 유키노시타를 능가하는 완벽 초인인 하루노 씨가 스케줄을 잊고 돌아다닌다다니 말도 안 된다. 스케줄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나와는 이유가 다르다.. 이따금 예정이 들어가거나 하면, 그 날의 전날 정도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걸. 기특하구나 나.

 

 

「상당히 어수선한 것 같아요, 내가 대리로 내세워질 뻔할 정도로」

 

「그래? 그럼 나 안 가도 되지?」

 

「그럴 리가 없겠지...」

 

 

  유키노시타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며 한숨을 쉰다. 언니에게 좌지우지되면, 익숙해진 여동생이라도 그 나름대로 지치는 것 같다. 나도 코마치한테는 가능한 한 폐를 끼치지 않게 마음가짐을...뭐 그래도, 코마치는 성가시게 해도 기뻐하는 면도 있고.. 적당히, 나한테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그렇다는 건 평소대로 해도 괜찮다는 건가?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즐기듯이 당분간 보고 나서, 좋아라고 하며 트렁크를 손에 들었다.

 

 

「...그럼 급한 대로 돌아갈까. 약간 걱정시킨 것 같고」

 

 

  봉사부에 안심했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괴수의 습격을 면한 듯한 기분.

 

  그 틈을 찌르듯이,

 

 

「아아, 추가로 유키노 짱」

 

 

떠날 때,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를 부른다.

 

 

「...무슨 일인데?」

 

「아니, 겨울 방학에는 집에 돌아올까 – 해서」

 

 

  유키노시타는 잠시 동안 하루노 씨를 쏘아보듯이 노려본다. 하루노 씨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 다시, 긴장감 같은 것이 부실 안에 팽팽해진다.

 

 

「...글쎄,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어요.」 

 

「그래? ...아무튼 연말연시만이라도 돌아와. 나... 모두들도, 가끔 씩은 유키노 짱하고 만나고 싶으니까」

 

 

  그럼 기분이 내키면 연락해주세요, 히키가야 군도 가하마 짱도, 또 보자.

 

  그런 말을 남기고, 드르륵 문을 열며 하루노 씨는 떠났다.

 

  그 모습을 배웅하며,

 

 

「...정말로, 언니는 언제나...」

 

 

  유키노시타의 한숨 섞인 말이, 툭하고 부실에 울려 퍼졌다.

 

 

 

 

 

「오빠~, 여기 모르겠는데」

 

 

  코마치가 문제집 페이지를 펼치고 내게 보인다.

 

  부엌에서 그것을 힐끗 보고, 나는 수중의 감자에 다시 눈을 돌리며 한마디,

 

 

「음-... 수학인가, 패스군. 스스로 생각해라」

 

「중학 수학이야 오빠...」

 

 

  그런 말 마, 코마치. 이게 사랑 있는 교육이라는 것을 왜 눈치 못 채?

 

  자립심을 기른다는 것도 훌륭한 교육의 목적이다. 네가 할 말이냐는 하늘의 소리가 들린 기분도 들지만, 여동생의 자립심이라면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는 자신이 내게는 있다, 사랑으로. 이 기회에, 나를 기를 수 있을 정도까지 자립해 주면 더욱 기쁘다.

 

  동아리가 끝나고 그 뒤 바로 귀가한 나는, 코마치를 공부시키기 위해, 오랜만에 부엌에 섰다. 겨울 느낌이 강해져, 중고생 모두 수험이 마침내 리얼해지는 시기다. 아무튼, 대체로 새삼스럽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부엌에서 묵묵히 감자를 벗기면 마음이 안정되는 건 왜 그럴까. 마치 오랫동안 지낸 친구 같이 딱 들어맞는다. 아니, 친구 없으니까 그 감각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게 전업 주부는 천직이라는 말이군.

 

  내게 거절당한 뒤에도, 코마치는 잠시 동안 그 문제집을 노려보다가, 곧 체념한 듯, 샤프 펜을 휙 내던지고 문제집에 붙어있던 해설지를 꺼냈다. 미련 없다고 할까 인내심 없다고 할까... 어느 쪽도 시험에는 필요하니까, 평가하기 어렵다.

 

  코마치는 해설을 제대로 읽는지 아닌지, 손에 든 빨강 펜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살짝 중얼거린다.

 

 

「여행인가... 코마치도 가고 싶은데」

 

「수험 끝나고 나서 해 주세요.」

 

「에~, 이런 건 기분 전환이 중요해 오빠」

 

「기분 전환을 빼먹는 이유로 꺼내면 위험한 징조라고, 예비학교 강사가 말했었다고」

 

 

  시험 전이라든가에 방 청소를 시작하는 저런 거지. 안 그래도 시간 없는 중에 청소 같은 걸 하니까, 효율이 올랐다고는 해도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해져서 결국 본말전도를 맞이한다는 결말이 반드시 따라온다. 소스는 나를 포함한 전국의 학생 제군.

 

  아~ 듣고 싶지 않아~하고 불평하며, 코마치는 테이블 옆에 놓여 있던 하루노 씨의 선물로 손을 뻗는다.

 

 

「그래도 하루노 언니도 여동생 생각 많이 하네-, 유키노 언니한테 이런 귀여운 걸 사오는 걸. 오빠도 본받기를 바라는 바예요.」

 

「바보냐 너, 나도 매일 너한테 오빠로서 애정을 따라주잖아.」

 

 

주로 치바 사랑. 치바의 잡학에 능통해진 건 내 덕분이겠지. 코마치는 내가 길렀다.

 

 

「싫어, 그런 거 받아도...뭐, 오빠한테는 재력도 생활능력도 없고, 처음부터 별로 기대는 안 했으니까 안심해!」

 

 

  역시 돈인가... 싫은 세상이 되어 버렸군. 추가로 때에 따라서는 코마치가 부자라는 게 우리 집의 불가사의. 연공서열이 아닌 것 같군, 여기는. 과연 일본의 최첨단을 계승한 면이 있다.

 

 

「뭐어 그래도, 그건 겸사겸사 그런게 아닐까, 아마」

 

 

  코마치가 묭묭하고 만지작거리는 고토우치 판 씨를 바라보며 말한다.

 

  여행이 취미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 상태라면 여동생에게 연락이 간 것도 예상했던 것 같고, 비위맞추기 위해 사 왔다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 효과는 발군이었지만, 문제는 유키노시타가 의외로 탐욕적이었던 점일까.

 

 

「근데 오빠... 이 판 씨, 혹시 어쩌면, 유키노 언니 거하고 같지 않았어?」

 

「...뭐? 무슨 말이야 갑자기」

 

「그 얼굴, 빙고네?」

 

「아니, 그게...」

 

 

  너도 저거냐?, 에스퍼 류냐? 혹은 내가 사토라레라는 설도 부상할 기세.

 

  ※ 사토라레 : 모든 사고가 사념파의 형태로 주위에 전파되어 버리는 증상을 나타내는 가공의 병명.

 

 

「후후후, 코마치는 오빠 얼굴 질릴 정도로 봤으니까 그래. 그 정도는 훤히 보여요.」

 

「질리게 봤다니 미묘하게 상처받으니까 그만둬」

 

 

권태기 커플인가요. 아,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기쁘다.

 

 

「그래도 맞춤이라... 즉, 하루노 언니의 허가도 받았다는 말이네. 오빠, 드디어 됐어!」

 

「뭔데...」

 

 

지긋지긋해 하면서 질문에 답한다. 이 녀석이 말하고 싶은 것도 대체로 싫증나게 들었으니까, 안다.

 

 

「자, 앞으로 한 달 쯤 뒤에 크리스마스야! 이 때가 승부시점이라고 코마치는 생각합니다!」

 

「어떤 경기라도, 이길 생각 없다고...」

 

 

  오기가 있으니까, 그 애.

 

 

「그런 의미가 아니라니까! 정말,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 있는 거, 금지할 테니까!」

 

「어, 자택 추방 됐어? 나 도로에 헤매버려요?」

 

「왜 어딘가 놀러 가기를 못 떠올려? 오빠는... 자, 유키노 언니의 맨션이라도, 유이 언니 집이라도 어디라도 초대받으면 되잖아! 뭣하면 히라츠카 선생님하고 디너라든가도 상관없으니까!」

 

 

  뭣하면이라니... 히라츠카 선생님의 취급이 너무 엉성해 눈물난다.

 

 

「아, 그래도 그 날 안에는 돌아와야 해? 아침에 돌아오는 건 오빠한테는 아직 빠르다고 할까... 코마치도, 오빠하고 같이, 크리스마스 축하하고 싶으니까」

 

「.............」

 

「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 바보같은 말 말고, 입 다물고 공부해」

 

「무으-... 네-에」

 

 

  다시, 눈앞의 요리에 집중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클래스의 주부라면 벌써 자동인형처럼 손이 움직이니까. 속 재료를 다 자르고 냄비에 넣어, 확실히 볶는다. 다시다를 적당량, 간장이나 미림이든가로 간을 맞추고, 앞으로는 뚜껑을 닫고 잠시 동안 기다린다. 극히 일반적인 소고기 감자조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미림의 위대함은 비정상적이다. 달고 짠 일본식 요리라면 어디라도 넣을 수 있으니까.

 

  하나 더 만들까 하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적당히 재료를 꺼낸다.

 

  코마치는 들은 대로 묵묵히 공부하고 있었다. 때때로 응하고 골똘히 생각하거나 종종 노트 구석에 쓰거나. 귀엽구나... 그 약삭빠름이 없다면.

 

  부글부글하고 냄비에서 익는 소리가 난다. 사삭 샤프펜슬이 미끄러지는 소리도.

 

  이 침묵이, 나는 싫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알고, 굳이 아무 말도 안 해도, 서로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공간이, 솔직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좋아 오빠 결정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올해 크리스마스도 오빠, 코마치하고 같이 집에 있을거니까! 지금 하치만적으로 포인트 높아.

 

  아무튼 치바의 남매는 사이좋게 둘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만 하는 숙명이 있으니까, 하는 수 없다.

 

  내가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스파라에 돼지 삼겹살을 넣자, 코마치가 일어서서 이 쪽으로 걸어왔다.

 

 

「일단락되기도 했고, 코마치도 도울게.」

 

「됐으니까 공부해, 이제 조금이면 되고」

 

「이런 것도 기분전환이야」

 

「너. 너무 기분전환 하잖아...」

 

 

  코마치는 내 잔소리를 스루해, 싱크대에서 손을 씻기 시작한다.

 

  ...정말로, 오빠 마음을 모른다는 건 맞는 말이다. 틀린가? 아무튼 상관없잖아.

 

  ......그럼, 언니 마음을 모른다, 는 건 어떠려나.

 

  테이블에 내던져진 판 씨를 보며 문득 생각한다.

 

  아무튼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그 총명한 여동생도 모를 테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 같은 타인이 알 리도 없겠지만.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의, 하루노 씨를 떠올린다.

 

  집의 용무를 내팽개치듯이, 훌쩍 여행을 떠난 그녀의 얼굴.

 

  그 태양 같은 미소는, 혹시 약간은,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도 모른다.

 

  ...아니, 모르겠지만.

 

내청춘 8권 개요가 나왔습니다.

2013. 10. 10. 01:25 | Posted by 2ndboost

아마존에 떴더군요.

 

11월 19일 예약접수중이며

 

내용설명

 

그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위는 변해간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당신의 방식, 싫네” 하며, 부정했다.
유이가하마 유이는 “사람의 기분, 좀 더 생각해요......” 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찝찝한 뒷맛을 남긴 채, 수학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봉사부. 세 명의 관계는 또 어색한 채로 돌아오는 것인가.....

그런 때, 봉사부에 새로운 의뢰가 와 버린다.

서로의 방식을 인정받지 않은 채인 봉사부 3명은, 각각이 다른 방식으로 의뢰내용을 행하는 것으로.

제각각인 봉사부. 알고 있었다. 이 관계는 언제까지도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자신이 바뀌지 못하는 것도.

--너의 방식으로는, 정말로 돕고 싶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도울 수 없어--

자연 소멸인가, 공중분해인가. 누구의 방식으로도 봉사부는 해산을 면할 수 없다.
그 행동은 누군가를 위해. --그런데도 자신의 방식을 관철해 발버둥치는 '그'는 큰 실패를 범하고 만다--.

 

 

 

으어어어... 엄청나게 심각하군요.

캔커피 맛 리뷰

2013. 10. 8. 11:42 | Posted by 2ndboost

저번에 근처 마트 가서 캔커피를 하나씩 사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 마셔서 포스팅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종류와 가격입니다.

 

 

 

 

 

 

뭔가 이상한 게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만 기분 탓일 겁니다.(?)

 

제가 마신 순서대로 감상 들어갑니다.

 

 

1. 조지아 오리지널 - 뭔가 밍밍하다.

 

제일 처음 마셔본 것이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뭔가 밍밍하네요. 그렇게 달지도 않은 것 같고...

단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은 드릴 수 없네요.

 

 

2. 조지아 맥스 - 달달하니 좋습니다.(과연 내 인생은 쓰니 이거라도 달아도 벌은 받지 않...)

 

하치만이 열광하는 그 커피입니다. 과연 말한대로 꽤 답니다.

저 같은 단맛 추종자들에게 좋습니다. 추천.

 

 

3. 맥스웰 오리지널 - 부드럽고 달달하다. 근데 약간 설탕물 같기도?

 

달긴 단데... 취향이 갈릴지도? 한 번 사서 시음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4. 맥스웰 블루엣마일드 - 오리지널에 뭔가 카라멜이 약간 들어간듯한 느낌?

 

맥스웰 오리지널보다 약간 더 달아졌습니다. 무난하네요.

 

 

5. 조지아 카페라떼 - 오리지널에 카라멜을 넣은 느낌입니다.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6. 나는 카푸치노 (해태) - 먹자마자 이건 초코우유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커피우유를 사먹을듯...

 

 

7. 악마의 유혹 프렌치 카페 카푸치노 - 달긴 단데 6번보다는 커피라는 인식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나쁘진 않군요.

 

 

8. 악마의 유혹 프렌치 카페 카페오레 마일드 - 달지만 뒤끝에서 느껴지는 커피 맛.

 

그러나 마일드라 우유함량이 높아서 그런지 깔끔함은 떨어집니다. 취향을 탈 것 같네요.

 

 

9. 레쓰비 마일드 커피 - 답니다.

 

전체적인 특징은 8번 악마의 유혹 프렌치 카페 카페오레 마일드와 비슷하나

 

거기에서 우유를 조금 적게 넣어 더 깔끔해진 느낌이다. 괜찮네요.

 

 

 

맛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제 되도 않는 머리와 초 중력으로 바닥으로 끝없이 떨어져가는 글솜씨로 설명하려니 이런 괴상한 감상이 나오네요.

 

캔커피라는 것이 대부분은 달게 나오는데 그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아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싼 것을 추구하겠다고 하면 4번, 아니라면 7번 MAX커피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외에도 마트에 없었던 종류인 칸타타 종류나, TOP도 있는데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아내기도 했고

 

저 2개는 비싸니 패스할 생각;;

 

언제 마셔볼 기회가 있으면 또 비교해보겠지만요.

잠깐 숨 돌리기로 단편을 하나 써 봤습니다. 최근 옛날 노래를 많이 듣습니다만, 그 중의 하나에 인스파이어 되었다고 할까. 그들 세 명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는 것으로, 지금부터 또 무료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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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비탈길을 천천히 내려가는 듯한, 그런 나날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걷는 그 앞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절망이 입을 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온화하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소싯적부터, 자신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인 것을 멍하니 깨닫고 있어, 그리고 그건 확실히 끝까지 바뀌는 일은 없었다.

 

한 때 자신의 손에 잡힌 것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곧바로 이 손에서 떠나 사라져, 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 일을 한탄했는지 슬퍼했는지, 그 기억도, 또 상처받았음이 분명한 마음의 아픔조차도, 지금은 벌써 아득히 저편으로.

 

좋은 일 만이 아니라, 나쁜 일 또한 희미하게 보이는 현상을 생각해보면, 과연 세계는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태어나 자란 거리에서 도망치듯이 멀어진 날을, 지금도 자주 떠올린다.

 

아니, 약간 다를까---생각해 내려고 한다는 게 올바르겠지.

 

저 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한 격동이었던 머리의 기억마저, 시간의 흐름은 야속하게도 희미하게 하고 만다.

 

혹은, 그것을 잊는 것을 무의식중에 두려워해, 이렇게 해서 틈이 있으면 생각 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용서 받지 못할 길을 선택한 연유로, 적지 않은 것을 방치해, 도피행의 끝에 겨우 도착한 이 작은 마을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로, 벌써 몇 십 년이 흘렀을까.

 

아는 사람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싫어하는 상대조차 없고.

 

초조하게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으로 어떻게든 간절히 부탁해 빌린 싼 아파트 한 방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는 이 길에서, 그런데도 미소 지으며 따라와 준 그 사람도, 지금은 이제 없다.

 

그 뿐 아니라, 이미 없어지고 나서 시간이 길어져 버릴 정도다.

 

이 세계에서 그 녀석이 영원히 사라져 버린 그 순간마저,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는 머나먼 기억으로, 세월의 잔혹함을 알게 되고 만다.

 

둘이서 걸을 수 있는 그 남은 시간의 짧음에, 말로 하지 못할 외로움을 기억하는 것만은, 지금도 옛날도 변함없다.

 

그런데도 반드시, 이 작은 세계에서 살기 시작한 다음의 날들은 아마, 내 인생 중에서 유일하게 빛났다고 생각한다.

 

단지 매일이 필사적이었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과 지지하고 싶다는 소원이, 정열의 파편마저 없었음이 확실한 내 몸을 자극해.

 

그렇게 해서 얻은 약간의 양식과 때때로 보여 주는 그 녀석의 미소로, 내 생활은 성립되고 있었다.

 

 

 

그 날들을 행복하다고 부르는 것은 죄악일까.

 

그 생활을 구제라고 칭하는 것은 해악일까.

 

그 무렵의 나에게도, 그리고 분명 지금의 나도, 그 대답은 모른다.

 

마치 대갚음과도 같이 찾아온 이별을 원망한 날들도, 지금은 벌써 추억의 한 편이다.

 

 

 

이 세계는 많은 행복과 축복에 쌓여 있어, 그렇지만 같은 정도의 불행과 고민 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그것들이 단지 똑같이 우리들에게도 찾아왔을 뿐이라고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가능하게 되었다.

 

내 손에서 희망이 쏟아졌던 그 날,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이제 떠올리는 것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이 슬프다고 생각되지 않는 건, 과연 내게 구제일까, 아니면 속죄일까.

 

유일한 빛이라고 생각한 그 녀석을 잃어도, 세월의 흐름은 멈추지 않고, 세상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나도 또 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로부터도, 나는 이 작은 마을에 계속 머물며, 일을 계속해,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살고 있었던 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랐던 건가.

 

그 때마다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을 테지만, 그것조차 이 손에는 남김없이.

 

단지, 잡동사니만이 겹겹이 쌓여 갔다.

 

 

 

때는 흘러 마을은 조금씩 바뀌어, 일의 내용도 변해갔지만, 내 본질은 변함없었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 자신에게 믿음직함조차 느꼈던 것도, 이미 지금 와서는 옛날이다.

 

변함없었던 것은 사는 곳도 같아서, 그 녀석과 처음으로 빌린 아파트에서, 그로부터도 줄곧 살고 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제일 길게 함께한 것이 되어버렸고,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유령 저택으로 불리는 일조차 있는 고물가게였지만, 떨어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끝난다면, 이곳이 좋다. 언제부턴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다미 6장 크기의 한 방인 좁은 방은 물건으로 흘러넘쳐 오히려, 잘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고생할 정도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품이 화가 된 것이지만, 원래부터 널찍한 장소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바꾸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녀석과 살고 있었던 때에 쓰고 있던 것들 뿐.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들에 추억을 바라는 건, 이미 상당히 옛날얘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변질되어, 머문 구상조차 희미해져 가, 점차 아무것도 상기시켜 주는 것은 없어져 있었다. 생각해도 이제, 눈물이 나올 일도 없다.

 

그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시간이 준 소중한 추억마저, 그렇게 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희미해져 버리는 것만은, 참을 수 없이 외로웠다.

 

텅 비어버리게 된 그것들을 버리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 미련인가 향수인가.

 

오늘도 나는, 그것들에 둘러싸여 잠들며 그것들에 지켜봐져 눈이 깬다. 단지 그 반복의 날들.

 

이 마을에 오고 나서 몸에 새겨진 습관이 하나. 그건, 맑은 날에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는 것.

 

돈을 가지지 못한 우리들이, 놀이터가 없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찾아낸 여가 방식이다.

 

세상의 흐름에서 뒤쳐진 듯한 이 마을에서는, 손이 닿지 않은 자연도 많이 남아 있어, 걷는 그때그때마다 보이는 모습이 바뀌어 가므로,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두 명이 가는 길에서 여러 가지 꽃을 찾아내 계절 바람을 느끼고 선명한 나무들의 소리를 듣는다. 단지 그것만으로 채워졌다고 생각한다.

 

 

 

걸어가는 발소리가 하나가 되어도, 나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봄이 되면 벚꽃 아래를 걷고, 여름은 해바라기 옆을 걸으며, 가을에는 은행잎을 바라보며 겨울은 흰색 일색인 경치 속에 녹는다.

 

그런 풍경 안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 발견될 리는 없었지만, 그만두려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몸이 움직이는 한은, 그 분위기에 잠기고 싶었으니까.

 

 

 

사진 안에서 온화하게 미소 짓는 그 녀석만이 변함없는 가운데, 집도, 물건도, 그리고 나도 늙어갔다.

 

기억은 보다 멀어져, 지금은 그 녀석이 어떤 소리를 내고 있었는지조차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아. 그게 몹시 답답했다.

 

하지만, 생각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외로워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리라.

 

언제부터인가 허리가 약해지기 시작해 환절기에는 쉽게 컨디션이 무너지고, 얼굴에 새겨지는 주름도 늘어간다.

 

이윽고 먼 곳을 보는 것도 근처를 보는 것도 어려워져,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최근에는, 그 시기가 날마다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잠들기 전, 일어난 직후, 언제나 멍하니 생각한다.

 

그 녀석은, 그 나날 속에서,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무리만 시키고, 노고만 끼쳐, 나는 그 녀석에게 뭐를 해줄 수 있었나, 뭐를 갖게 해 줄 수 있었나. 그 녀석은 분명히, 많은 것을 내게 남겨 줬는데.

 

퇴색한 사진 속의 그 녀석에게 몇 번이고 물어 봐도, 물론 어떤 대답도 돌아 올 리는 없다.

 

그 옆에서 무뚝뚝한 얼굴을 경련을 일으키면서 억지로 미소 짓는 남자는 확실히, 행복을 느끼고 있었을 터인데.

 

부모님이나 여동생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모른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건강하실지, 여동생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그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그 거리를 떠나고 나서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은 없다.

 

물론 저 편에서의 연락도 한 번도 없었다.

 

남의 집 소중한 딸과 사랑도피를 해버리는 바보 아들이다, 분명히 벌써 의절취급 되고 있겠지. 다만 폐를 끼쳐버린 것만큼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이 없는 이 마을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잘 해준 사람도 있었지만, 그 분들도 이미 돌아가셨다.

 

지금 아파트를 알선해 준 사람도, 일을 소개해 준 사람도, 의심스러운 내게 다양한 일을 가르쳐 준 사람도, 모두.

 

한 사람, 또 한 사람 지인이 없어져 가는 일상을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기일에는 무덤에 가서, 손을 모아 빈다. 되돌아오는 말은 아무것도 없고, 귀에 닿는 것은 벌레 울음소리나 바람소리 정도다.

 

남겨진 건, 단지 나 혼자. 이런 생각을 누군가에게 맛보지 않게 하며 끝나는 것만큼은, 내게 얼마 안 되는 확실한 구제였다. 이것이라면 틀림없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나도 온화하게 갈 수 있으리라.

 

아는 사람은 이제 없고, 생각할 사람도 이미 멀고, 피로가 심해진지 오래 되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앓아눕는 일이 많아져 갔다.

 

신체 마디들이 삐걱거려, 오랜 세월의 노고를 회상하게 한다. 지금까지 무리했어도 잘도 노력해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이라고 해도 칭찬해 주고 싶었다. 감사의 마음마저, 전하고 싶었다.

 

 

 

정말로, 길었다고 생각한다. 길고 긴 여로였다.

 

이제, 괜찮을까――아니, 분명 이제, 괜찮을 것이다.

 

넓은 세계의 한쪽 구석에, 가까스로 허락된 내가 있을 곳――그곳에서 떠날 날이 가까운 것을, 내 안의 뭔가가 느끼고 있다.

 

 

야생동물은 죽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그것을 이해하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고 하는데, 그건 사람도 분명 다름없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다.

 

내 몸은 그 때가 어느 때인지를 깨달아, 마음도 또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을 슬프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마중하러 오면, 그 때는,

 

일본어에서는 자주 그렇게 표현된다.

 

 

그것이 만약 말 그대로의 의미라면.

 

나를 맞이하러 오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그 녀석이라면 좋다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허황된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세상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그리고 만약 거기서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이, 많이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었다.

 

사과하고 싶었다, 감사하고 싶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있었다.

 

 

 

 

 

 

그것뿐인 나날을 보내고, 그것뿐인 생각을 겹친, 그저 그것뿐인 나날이었다.

 

괴롭고, 슬프고, 외로웠던 시간마저, 이제 와서는 벌써 그 아쉬움밖에 마음에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모두가 이미, 희미하다.

 

시들고 있던 마음에, 빈 껍질과도 같았던 신체에, 뜨거운 뭔가가 촉촉이 울컥거려 온다.

 

밤의 어둠 속, 몽롱한 의식의 뒤편에서, 작은 빛을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몸이 가볍게 되어 가는 감각.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어떤 것이라도 뒤로 하는 듯한, 이별의 감촉.

 

마지막에, 겨우 만날 수 있었던 빛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넘쳤다.

 

 

 

 

 

 

 

 

 

 

 

 

 

 

 

 

 

 

 

「..........」

 

「..........」

 

「우우......히끅.....」

 

 

 

 

망연해하는 나.

 

오른쪽 옆의 녀석은 똑같이 망연해서, 할 말을 잃었고, 왼쪽 옆의 녀석에 이르러서는 계속 흐느껴 울고 있다. 공통되는 건,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됐다는 점 만이다.

 

그런 우리들의 반응을 보며 만족스럽게 끄덕이는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그래서, 그런 이유로, 지금인 채라면 오빠는 이런 외로운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어버리는 거에요! 이 무슨 비극, 아 실로 무섭습니다!」

 

「친오빠가 고독사하는 미래를 태연히 예상하는 여동생의 존재가 지금 무엇보다도 무섭다.」

 

 

 

기가 막힌 기색을 힘껏 배이게 하고, 눈앞에 그 사람의 그림자――코마치에게 그렇게 말해 준다.

 

갑자기 우리들 세 명을 모아 뭘 시작할까 생각했더니,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내 미래 예상도의 그림 연극이었다.

 

또 쓸데없이 완성도가 높은 게 은근히 화난다. 그림의 한 장 한 장에도 일절의 부실 없음. 너 그 재능을 좀 더 다른 곳에 써라.

 

외로운 노후와 고독사를 이래도 라고 할까 전면으로 밀어 내 와도,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해? 뭐야? 이건 새로운 방법의 이지메인 거야? 나 코마치한테 뭔가 나쁜 짓 한 건가?

 

 

「힛키!」

 

「우왓, 잠깐, 침착해 유이가하마!」

 

「히끅, 너, 너무 불쌍해, 이런 건 아니라구.....」

 

「읏, 너 얼마나 감정이입하는 거야, 이런 건 말하자면 단순한 연극 각본이잖아」

 

 

 

눈을 새빨갛게 해 코를 훌쩍거리면서 계속 울고 있는 유이가하마가, 내 어깨에 매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흥분된 감정 그대로, 덜컹덜컹하고 흔들어 온다.

 

마치 내가 지금 죽을 듯이 생각될 정도로 감정적인 행동이다.

 

뭐야? 나 기뻐해야 하는 거야? 슬퍼해야 하는 거야?

 

 

 

「우우, 괘, 괜찮으니까, 힛키, 흑, 내, 내가 붙어 있으니까. 절대, 절대로, 힛키를 혼자 두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너, 별로 이런 건 실제로 있는 일도 지금부터 일어나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영화를 본 거라고 생각해라 진짜.」

 

「그래도 그래도, 뭔가 굉장히 리얼했으니까, 읏, 마, 마지막 부분이라든지 진짜 힛키 같았고, 우, 우리들이 붙어있어 주지 않으면 정말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우와-앙」

 

「울지 마, 오히려 내가 울고 싶어......」

 

 

 

감수성이 풍부한 녀석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이입했잖아.

 

이 녀석 저거다, 아마 영화라든지 보면 내용에 상관없이 울어버리는 타입. 전미가 운다는 문구가 붙고 있으면 우선 그것만으로 눈물이 나와 버리는 것 같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눈앞에서 울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곤란하잖아. 작게 흔들리는 어깨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아직 훌쩍훌쩍 계속 우는 유이가하마를 보기 힘들어, 왠지 모르게 코마치에게 해주듯이 그 등을 툭툭하며 작게 두드려 준다. 아-진짜, 왜 내가 위로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 날 위로해 줘라. 제일 울고 싶은 건 나잖아, 어떻게 봐도.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천천히 입을 열어, 거듭 중얼거린다. 그 표정은 드물게도 약간 새파래져 있다.

 

 

 

「아니, 리얼리티가 있던 건 확실해, 너의 미래를 보고 왔다고 말해도 의심하지 않아.」

 

「잠깐, 너 지금의 나한테 후속타를 날리다니, 너무 잔인하잖아」

 

「무슨 말이니? 자신에 대해서잖니,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내가 세상을 비관해 자살해버릴지도 몰라, 이런 미래」

 

 

 

 

너무 슬프잖아, 그런 건.

 

그나저나 지금, 난 진짜 친동생한테 너는 행복하게 될 수 없다고 선고된 것 같은 것이랍니다? 조금은 상냥하게 대해줘도 벌은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야! 오빠」

 

「뭐야, 코마치, 지금 나, 너의 애정을 믿을 수 없게 된 참인데」

 

「상관없으니까 들어, 오빠. 코마치는요, 지금인 채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전업주부 지망이나, 절대 일하지 않는다든지, 계속 혼자라도 좋다든지, 집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길러진다든지, 그런 걸 계속 말하고 있으면 이렇게 된다구, 그런 건 절대 싫잖아?」

 

「어째서 그것만으로 이런 슬픈 스토리 확정되는 거냐, 내 인생 무리계 확정이잖아.」

 

「그래도, 맞지 않아도 머지않아서라고 생각해. 확실히 지금인 채로는 변변한 인생을 보낼 수 없는 건 틀림없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는 말할 수 없어.」

 

 

의외로 진지한 표정으로 유키노시타가 이쪽으로 시선을 향해 온다. 왠지 진심으로 걱정되는 모습.

 

아무래도 코마치의 이 소연극에 기가 막히고 있는 건 나뿐인 것 같다. 뭐야 이 소외감, 나 뭔가 나쁜 짓 했었나?

 

 

 

「그래요그래요, 유키노 언니! 그리고 유이 언니! 이제 두 분만이 희망이에요, 이대로 오빠가 불행에 전속력으로 돌진할 것 같은 현상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여동생으로서!」

 

「으, 응! 맡겨줘 코마치 짱! 힛키는 우리들이 제대로 갱생시켜 줄 테니까! 반드시 행복해지게 해 줄 테니까!」

 

「잠깐, 저기, 유이가하마 양,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에.....? 유키농, 힛키 도와주지 않을 거야?」

 

「아니, 그 , 딱히 그럴 생각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네, 생각해보면 그의 갱생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의뢰받은 것이었지, 나도 좀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해.」

 

「유키농!」

 

 

 

내게서 떨어진 유이가하마가, 이번에는 유키노시타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놀랄 정도의 열열허그. 넌 서양인이냐.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나를 무시한 채, 두 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다. 피아의 사이에 상당한 온도차가 생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진 것 같군-.

 

 

 

「생각하면 나도 조금 놀라 버렸어, 지금부터는 좀 더 진지하게 갱생 프로그램을 생각해가자. 유이가하마 양, 손을 빌려주겠니?」

 

「물론이야 유키농! 둘이서 힘내자! 그, 여, 여기서 도망친다든가, 그런 건, 역시 싫고....」

 

「유이가하마 양?」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 있잖아, 상대방이 불쌍하니까!」

 

「응 그러네――먼저 죽다니 절대 사양인 걸」

 

「어?」

 

「.......아무것도 아니란다, 나도, 상대편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을 뿐」

 

「으, 응. 어떻게든 해야해. 어, 그래도 유키농, 갱생한다니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까?」

 

「괜찮아, 이미 몇 번이나 방법은 생각 중이야. 우선――」

 

 

 

 

왠지 바로 그 본인인 나를 방치하고 흥이 가득 오른 두 사람한테서 시선을 딴 데로 돌려, 창밖으로 향한다. 석양에 눈이 시린다.

 

 

「왜 먼 눈 하고 있어? 오빠, 둘 다 모두 오빠를 위해 힘내고 있는데」

 

「너, 즐기고 있잖아.」

 

「응-, 그럴지도. 유키노 언도 유이 언도 진지하게 돼서, 코마치는 기뻐.」

 

「어쩌겠다는 거야 이거, 난, 갱생 프로그램 같은 거 싫다고」

 

「불평하지 말 것, 모처럼 생각해 줬으니까 열심히 하자」

 

「그러니까 원래부터 말한다면 네가――」

 

「코마치 양, 너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네~에, 기꺼이-」

 

 

 

유키노시타에게 불려, 활짝 웃으며 거기로 날아가는 코마치.

 

내 이야기일 텐데, 완전히 내가 외부인 취급받고 있었다. 아니 어째서야?

 

하아, 하며 크게 한숨을 쉰다. 보면, 코마치가 섞인 세 명은 한층 더 흥이 올랐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시끄럽다는 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방치된 그림 연극으로 눈을 돌린다.

 

결국 확언되지 않았지만, 코마치는 내가 누구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묻는 것도 무섭고 아는 것도 무서우니까, 접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아직도 끝날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이유로,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읽었던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 시간이다.

 

여전히 세 명의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상담소리가 귀에 들렸지만, 오늘은 왠지 그것이 기분 좋게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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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른 거 하기 전에 숨돌리기로 해 봤습니다.


근데... 코마치! 중학생 글이 왜이리 퀄리티가 높아!

...작가 분이 글을 잘 쓰시는 거겠지만요.

초반부분 읽었을 때 저도 약간 감정이입 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