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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청춘 팬픽번역/深海'에 해당되는 글 1

  1. 2013.10.06 서투르게 살아온 궤적의 끝에서 6

잠깐 숨 돌리기로 단편을 하나 써 봤습니다. 최근 옛날 노래를 많이 듣습니다만, 그 중의 하나에 인스파이어 되었다고 할까. 그들 세 명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는 것으로, 지금부터 또 무료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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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비탈길을 천천히 내려가는 듯한, 그런 나날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걷는 그 앞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절망이 입을 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온화하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소싯적부터, 자신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인 것을 멍하니 깨닫고 있어, 그리고 그건 확실히 끝까지 바뀌는 일은 없었다.

 

한 때 자신의 손에 잡힌 것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곧바로 이 손에서 떠나 사라져, 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 일을 한탄했는지 슬퍼했는지, 그 기억도, 또 상처받았음이 분명한 마음의 아픔조차도, 지금은 벌써 아득히 저편으로.

 

좋은 일 만이 아니라, 나쁜 일 또한 희미하게 보이는 현상을 생각해보면, 과연 세계는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태어나 자란 거리에서 도망치듯이 멀어진 날을, 지금도 자주 떠올린다.

 

아니, 약간 다를까---생각해 내려고 한다는 게 올바르겠지.

 

저 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한 격동이었던 머리의 기억마저, 시간의 흐름은 야속하게도 희미하게 하고 만다.

 

혹은, 그것을 잊는 것을 무의식중에 두려워해, 이렇게 해서 틈이 있으면 생각 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용서 받지 못할 길을 선택한 연유로, 적지 않은 것을 방치해, 도피행의 끝에 겨우 도착한 이 작은 마을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로, 벌써 몇 십 년이 흘렀을까.

 

아는 사람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싫어하는 상대조차 없고.

 

초조하게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으로 어떻게든 간절히 부탁해 빌린 싼 아파트 한 방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는 이 길에서, 그런데도 미소 지으며 따라와 준 그 사람도, 지금은 이제 없다.

 

그 뿐 아니라, 이미 없어지고 나서 시간이 길어져 버릴 정도다.

 

이 세계에서 그 녀석이 영원히 사라져 버린 그 순간마저,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는 머나먼 기억으로, 세월의 잔혹함을 알게 되고 만다.

 

둘이서 걸을 수 있는 그 남은 시간의 짧음에, 말로 하지 못할 외로움을 기억하는 것만은, 지금도 옛날도 변함없다.

 

그런데도 반드시, 이 작은 세계에서 살기 시작한 다음의 날들은 아마, 내 인생 중에서 유일하게 빛났다고 생각한다.

 

단지 매일이 필사적이었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과 지지하고 싶다는 소원이, 정열의 파편마저 없었음이 확실한 내 몸을 자극해.

 

그렇게 해서 얻은 약간의 양식과 때때로 보여 주는 그 녀석의 미소로, 내 생활은 성립되고 있었다.

 

 

 

그 날들을 행복하다고 부르는 것은 죄악일까.

 

그 생활을 구제라고 칭하는 것은 해악일까.

 

그 무렵의 나에게도, 그리고 분명 지금의 나도, 그 대답은 모른다.

 

마치 대갚음과도 같이 찾아온 이별을 원망한 날들도, 지금은 벌써 추억의 한 편이다.

 

 

 

이 세계는 많은 행복과 축복에 쌓여 있어, 그렇지만 같은 정도의 불행과 고민 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그것들이 단지 똑같이 우리들에게도 찾아왔을 뿐이라고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가능하게 되었다.

 

내 손에서 희망이 쏟아졌던 그 날,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이제 떠올리는 것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이 슬프다고 생각되지 않는 건, 과연 내게 구제일까, 아니면 속죄일까.

 

유일한 빛이라고 생각한 그 녀석을 잃어도, 세월의 흐름은 멈추지 않고, 세상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나도 또 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로부터도, 나는 이 작은 마을에 계속 머물며, 일을 계속해,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살고 있었던 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랐던 건가.

 

그 때마다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을 테지만, 그것조차 이 손에는 남김없이.

 

단지, 잡동사니만이 겹겹이 쌓여 갔다.

 

 

 

때는 흘러 마을은 조금씩 바뀌어, 일의 내용도 변해갔지만, 내 본질은 변함없었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 자신에게 믿음직함조차 느꼈던 것도, 이미 지금 와서는 옛날이다.

 

변함없었던 것은 사는 곳도 같아서, 그 녀석과 처음으로 빌린 아파트에서, 그로부터도 줄곧 살고 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제일 길게 함께한 것이 되어버렸고,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유령 저택으로 불리는 일조차 있는 고물가게였지만, 떨어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끝난다면, 이곳이 좋다. 언제부턴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다미 6장 크기의 한 방인 좁은 방은 물건으로 흘러넘쳐 오히려, 잘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고생할 정도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품이 화가 된 것이지만, 원래부터 널찍한 장소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바꾸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녀석과 살고 있었던 때에 쓰고 있던 것들 뿐.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들에 추억을 바라는 건, 이미 상당히 옛날얘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변질되어, 머문 구상조차 희미해져 가, 점차 아무것도 상기시켜 주는 것은 없어져 있었다. 생각해도 이제, 눈물이 나올 일도 없다.

 

그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시간이 준 소중한 추억마저, 그렇게 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희미해져 버리는 것만은, 참을 수 없이 외로웠다.

 

텅 비어버리게 된 그것들을 버리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 미련인가 향수인가.

 

오늘도 나는, 그것들에 둘러싸여 잠들며 그것들에 지켜봐져 눈이 깬다. 단지 그 반복의 날들.

 

이 마을에 오고 나서 몸에 새겨진 습관이 하나. 그건, 맑은 날에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는 것.

 

돈을 가지지 못한 우리들이, 놀이터가 없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찾아낸 여가 방식이다.

 

세상의 흐름에서 뒤쳐진 듯한 이 마을에서는, 손이 닿지 않은 자연도 많이 남아 있어, 걷는 그때그때마다 보이는 모습이 바뀌어 가므로,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두 명이 가는 길에서 여러 가지 꽃을 찾아내 계절 바람을 느끼고 선명한 나무들의 소리를 듣는다. 단지 그것만으로 채워졌다고 생각한다.

 

 

 

걸어가는 발소리가 하나가 되어도, 나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봄이 되면 벚꽃 아래를 걷고, 여름은 해바라기 옆을 걸으며, 가을에는 은행잎을 바라보며 겨울은 흰색 일색인 경치 속에 녹는다.

 

그런 풍경 안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 발견될 리는 없었지만, 그만두려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몸이 움직이는 한은, 그 분위기에 잠기고 싶었으니까.

 

 

 

사진 안에서 온화하게 미소 짓는 그 녀석만이 변함없는 가운데, 집도, 물건도, 그리고 나도 늙어갔다.

 

기억은 보다 멀어져, 지금은 그 녀석이 어떤 소리를 내고 있었는지조차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아. 그게 몹시 답답했다.

 

하지만, 생각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외로워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리라.

 

언제부터인가 허리가 약해지기 시작해 환절기에는 쉽게 컨디션이 무너지고, 얼굴에 새겨지는 주름도 늘어간다.

 

이윽고 먼 곳을 보는 것도 근처를 보는 것도 어려워져,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최근에는, 그 시기가 날마다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잠들기 전, 일어난 직후, 언제나 멍하니 생각한다.

 

그 녀석은, 그 나날 속에서,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무리만 시키고, 노고만 끼쳐, 나는 그 녀석에게 뭐를 해줄 수 있었나, 뭐를 갖게 해 줄 수 있었나. 그 녀석은 분명히, 많은 것을 내게 남겨 줬는데.

 

퇴색한 사진 속의 그 녀석에게 몇 번이고 물어 봐도, 물론 어떤 대답도 돌아 올 리는 없다.

 

그 옆에서 무뚝뚝한 얼굴을 경련을 일으키면서 억지로 미소 짓는 남자는 확실히, 행복을 느끼고 있었을 터인데.

 

부모님이나 여동생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모른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건강하실지, 여동생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그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그 거리를 떠나고 나서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은 없다.

 

물론 저 편에서의 연락도 한 번도 없었다.

 

남의 집 소중한 딸과 사랑도피를 해버리는 바보 아들이다, 분명히 벌써 의절취급 되고 있겠지. 다만 폐를 끼쳐버린 것만큼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이 없는 이 마을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잘 해준 사람도 있었지만, 그 분들도 이미 돌아가셨다.

 

지금 아파트를 알선해 준 사람도, 일을 소개해 준 사람도, 의심스러운 내게 다양한 일을 가르쳐 준 사람도, 모두.

 

한 사람, 또 한 사람 지인이 없어져 가는 일상을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기일에는 무덤에 가서, 손을 모아 빈다. 되돌아오는 말은 아무것도 없고, 귀에 닿는 것은 벌레 울음소리나 바람소리 정도다.

 

남겨진 건, 단지 나 혼자. 이런 생각을 누군가에게 맛보지 않게 하며 끝나는 것만큼은, 내게 얼마 안 되는 확실한 구제였다. 이것이라면 틀림없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나도 온화하게 갈 수 있으리라.

 

아는 사람은 이제 없고, 생각할 사람도 이미 멀고, 피로가 심해진지 오래 되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앓아눕는 일이 많아져 갔다.

 

신체 마디들이 삐걱거려, 오랜 세월의 노고를 회상하게 한다. 지금까지 무리했어도 잘도 노력해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이라고 해도 칭찬해 주고 싶었다. 감사의 마음마저, 전하고 싶었다.

 

 

 

정말로, 길었다고 생각한다. 길고 긴 여로였다.

 

이제, 괜찮을까――아니, 분명 이제, 괜찮을 것이다.

 

넓은 세계의 한쪽 구석에, 가까스로 허락된 내가 있을 곳――그곳에서 떠날 날이 가까운 것을, 내 안의 뭔가가 느끼고 있다.

 

 

야생동물은 죽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그것을 이해하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고 하는데, 그건 사람도 분명 다름없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다.

 

내 몸은 그 때가 어느 때인지를 깨달아, 마음도 또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을 슬프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마중하러 오면, 그 때는,

 

일본어에서는 자주 그렇게 표현된다.

 

 

그것이 만약 말 그대로의 의미라면.

 

나를 맞이하러 오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그 녀석이라면 좋다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허황된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세상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그리고 만약 거기서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이, 많이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었다.

 

사과하고 싶었다, 감사하고 싶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있었다.

 

 

 

 

 

 

그것뿐인 나날을 보내고, 그것뿐인 생각을 겹친, 그저 그것뿐인 나날이었다.

 

괴롭고, 슬프고, 외로웠던 시간마저, 이제 와서는 벌써 그 아쉬움밖에 마음에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모두가 이미, 희미하다.

 

시들고 있던 마음에, 빈 껍질과도 같았던 신체에, 뜨거운 뭔가가 촉촉이 울컥거려 온다.

 

밤의 어둠 속, 몽롱한 의식의 뒤편에서, 작은 빛을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몸이 가볍게 되어 가는 감각.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어떤 것이라도 뒤로 하는 듯한, 이별의 감촉.

 

마지막에, 겨우 만날 수 있었던 빛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넘쳤다.

 

 

 

 

 

 

 

 

 

 

 

 

 

 

 

 

 

 

 

「..........」

 

「..........」

 

「우우......히끅.....」

 

 

 

 

망연해하는 나.

 

오른쪽 옆의 녀석은 똑같이 망연해서, 할 말을 잃었고, 왼쪽 옆의 녀석에 이르러서는 계속 흐느껴 울고 있다. 공통되는 건,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됐다는 점 만이다.

 

그런 우리들의 반응을 보며 만족스럽게 끄덕이는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그래서, 그런 이유로, 지금인 채라면 오빠는 이런 외로운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어버리는 거에요! 이 무슨 비극, 아 실로 무섭습니다!」

 

「친오빠가 고독사하는 미래를 태연히 예상하는 여동생의 존재가 지금 무엇보다도 무섭다.」

 

 

 

기가 막힌 기색을 힘껏 배이게 하고, 눈앞에 그 사람의 그림자――코마치에게 그렇게 말해 준다.

 

갑자기 우리들 세 명을 모아 뭘 시작할까 생각했더니,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내 미래 예상도의 그림 연극이었다.

 

또 쓸데없이 완성도가 높은 게 은근히 화난다. 그림의 한 장 한 장에도 일절의 부실 없음. 너 그 재능을 좀 더 다른 곳에 써라.

 

외로운 노후와 고독사를 이래도 라고 할까 전면으로 밀어 내 와도,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해? 뭐야? 이건 새로운 방법의 이지메인 거야? 나 코마치한테 뭔가 나쁜 짓 한 건가?

 

 

「힛키!」

 

「우왓, 잠깐, 침착해 유이가하마!」

 

「히끅, 너, 너무 불쌍해, 이런 건 아니라구.....」

 

「읏, 너 얼마나 감정이입하는 거야, 이런 건 말하자면 단순한 연극 각본이잖아」

 

 

 

눈을 새빨갛게 해 코를 훌쩍거리면서 계속 울고 있는 유이가하마가, 내 어깨에 매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흥분된 감정 그대로, 덜컹덜컹하고 흔들어 온다.

 

마치 내가 지금 죽을 듯이 생각될 정도로 감정적인 행동이다.

 

뭐야? 나 기뻐해야 하는 거야? 슬퍼해야 하는 거야?

 

 

 

「우우, 괘, 괜찮으니까, 힛키, 흑, 내, 내가 붙어 있으니까. 절대, 절대로, 힛키를 혼자 두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너, 별로 이런 건 실제로 있는 일도 지금부터 일어나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영화를 본 거라고 생각해라 진짜.」

 

「그래도 그래도, 뭔가 굉장히 리얼했으니까, 읏, 마, 마지막 부분이라든지 진짜 힛키 같았고, 우, 우리들이 붙어있어 주지 않으면 정말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우와-앙」

 

「울지 마, 오히려 내가 울고 싶어......」

 

 

 

감수성이 풍부한 녀석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이입했잖아.

 

이 녀석 저거다, 아마 영화라든지 보면 내용에 상관없이 울어버리는 타입. 전미가 운다는 문구가 붙고 있으면 우선 그것만으로 눈물이 나와 버리는 것 같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눈앞에서 울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곤란하잖아. 작게 흔들리는 어깨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아직 훌쩍훌쩍 계속 우는 유이가하마를 보기 힘들어, 왠지 모르게 코마치에게 해주듯이 그 등을 툭툭하며 작게 두드려 준다. 아-진짜, 왜 내가 위로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 날 위로해 줘라. 제일 울고 싶은 건 나잖아, 어떻게 봐도.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천천히 입을 열어, 거듭 중얼거린다. 그 표정은 드물게도 약간 새파래져 있다.

 

 

 

「아니, 리얼리티가 있던 건 확실해, 너의 미래를 보고 왔다고 말해도 의심하지 않아.」

 

「잠깐, 너 지금의 나한테 후속타를 날리다니, 너무 잔인하잖아」

 

「무슨 말이니? 자신에 대해서잖니,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내가 세상을 비관해 자살해버릴지도 몰라, 이런 미래」

 

 

 

 

너무 슬프잖아, 그런 건.

 

그나저나 지금, 난 진짜 친동생한테 너는 행복하게 될 수 없다고 선고된 것 같은 것이랍니다? 조금은 상냥하게 대해줘도 벌은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야! 오빠」

 

「뭐야, 코마치, 지금 나, 너의 애정을 믿을 수 없게 된 참인데」

 

「상관없으니까 들어, 오빠. 코마치는요, 지금인 채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전업주부 지망이나, 절대 일하지 않는다든지, 계속 혼자라도 좋다든지, 집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길러진다든지, 그런 걸 계속 말하고 있으면 이렇게 된다구, 그런 건 절대 싫잖아?」

 

「어째서 그것만으로 이런 슬픈 스토리 확정되는 거냐, 내 인생 무리계 확정이잖아.」

 

「그래도, 맞지 않아도 머지않아서라고 생각해. 확실히 지금인 채로는 변변한 인생을 보낼 수 없는 건 틀림없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는 말할 수 없어.」

 

 

의외로 진지한 표정으로 유키노시타가 이쪽으로 시선을 향해 온다. 왠지 진심으로 걱정되는 모습.

 

아무래도 코마치의 이 소연극에 기가 막히고 있는 건 나뿐인 것 같다. 뭐야 이 소외감, 나 뭔가 나쁜 짓 했었나?

 

 

 

「그래요그래요, 유키노 언니! 그리고 유이 언니! 이제 두 분만이 희망이에요, 이대로 오빠가 불행에 전속력으로 돌진할 것 같은 현상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여동생으로서!」

 

「으, 응! 맡겨줘 코마치 짱! 힛키는 우리들이 제대로 갱생시켜 줄 테니까! 반드시 행복해지게 해 줄 테니까!」

 

「잠깐, 저기, 유이가하마 양,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에.....? 유키농, 힛키 도와주지 않을 거야?」

 

「아니, 그 , 딱히 그럴 생각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네, 생각해보면 그의 갱생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의뢰받은 것이었지, 나도 좀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해.」

 

「유키농!」

 

 

 

내게서 떨어진 유이가하마가, 이번에는 유키노시타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놀랄 정도의 열열허그. 넌 서양인이냐.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나를 무시한 채, 두 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다. 피아의 사이에 상당한 온도차가 생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진 것 같군-.

 

 

 

「생각하면 나도 조금 놀라 버렸어, 지금부터는 좀 더 진지하게 갱생 프로그램을 생각해가자. 유이가하마 양, 손을 빌려주겠니?」

 

「물론이야 유키농! 둘이서 힘내자! 그, 여, 여기서 도망친다든가, 그런 건, 역시 싫고....」

 

「유이가하마 양?」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 있잖아, 상대방이 불쌍하니까!」

 

「응 그러네――먼저 죽다니 절대 사양인 걸」

 

「어?」

 

「.......아무것도 아니란다, 나도, 상대편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을 뿐」

 

「으, 응. 어떻게든 해야해. 어, 그래도 유키농, 갱생한다니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까?」

 

「괜찮아, 이미 몇 번이나 방법은 생각 중이야. 우선――」

 

 

 

 

왠지 바로 그 본인인 나를 방치하고 흥이 가득 오른 두 사람한테서 시선을 딴 데로 돌려, 창밖으로 향한다. 석양에 눈이 시린다.

 

 

「왜 먼 눈 하고 있어? 오빠, 둘 다 모두 오빠를 위해 힘내고 있는데」

 

「너, 즐기고 있잖아.」

 

「응-, 그럴지도. 유키노 언도 유이 언도 진지하게 돼서, 코마치는 기뻐.」

 

「어쩌겠다는 거야 이거, 난, 갱생 프로그램 같은 거 싫다고」

 

「불평하지 말 것, 모처럼 생각해 줬으니까 열심히 하자」

 

「그러니까 원래부터 말한다면 네가――」

 

「코마치 양, 너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네~에, 기꺼이-」

 

 

 

유키노시타에게 불려, 활짝 웃으며 거기로 날아가는 코마치.

 

내 이야기일 텐데, 완전히 내가 외부인 취급받고 있었다. 아니 어째서야?

 

하아, 하며 크게 한숨을 쉰다. 보면, 코마치가 섞인 세 명은 한층 더 흥이 올랐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시끄럽다는 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방치된 그림 연극으로 눈을 돌린다.

 

결국 확언되지 않았지만, 코마치는 내가 누구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묻는 것도 무섭고 아는 것도 무서우니까, 접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아직도 끝날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이유로,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읽었던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 시간이다.

 

여전히 세 명의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상담소리가 귀에 들렸지만, 오늘은 왠지 그것이 기분 좋게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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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른 거 하기 전에 숨돌리기로 해 봤습니다.


근데... 코마치! 중학생 글이 왜이리 퀄리티가 높아!

...작가 분이 글을 잘 쓰시는 거겠지만요.

초반부분 읽었을 때 저도 약간 감정이입 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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