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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청춘 팬픽번역/ALMA'에 해당되는 글 1

  1. 2015.02.26 졸업 2

졸업

2015. 2. 26. 00:22 | Posted by 2ndboost

 

 

졸업식이 끝난, 교정 구석.

수풀을 둘러싸듯이 줄선 블록에서 1시간 정도 앉아 있다.

교복 스커트는 이미 더러워져서, 이제 와선 상관없다.

 

3년간 그를 계속 봐 왔다.

언제나, 레벨이 안 맞는 얘기에 어울려주고, 그런데도 미소로 대답해주는 그를 좋아했다.

비록, 그 미소가 애정에서 온 게 아니라 해도.

 

 

좋아했는데.....

 

 

생각했더니 소리로 흘러나오고, 눈물이 넘친다.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도, 오늘 밖에 없었다.

시야가 일그러져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잃어버린 감각을 채우는 듯이 아까 전의 기억이 몇 번이나 되살아난다.

 

-는 차였다.

하야토에게 고백했지만, 안 됐다.

마음을 전하고 확실히 알았다.

하야토는, - 같은 건 보지 않았다.

흐린 미소로 미안하다는 듯이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차인 건 나-인데.... 하야토를 때리고 말았다.

자신이 한 행동에 놀라 얼굴을 들었더니, 하야토가 뭐라고 말했을 것 같아?

미안하다고......

내가 고백하고, 차이고, 울고.

최악이잖아......

 

 

 

 

*   *   *

 

 

 

 

아얏...

이거, 참 새빨개졌잖아.

선명한 단풍 모양.

오늘이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때리는 건 아니잖아.

......얻어맞았으니까, 때릴 만한 일이었으려나.

끝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오른손에 든 졸업 증서가 든 통은 가벼운데, 마음은 매우 무겁다.

뺨에 2개의 새빨간 손자국.

태어나서 처음이었을지도 모르겠군......

 

이대로 돌아가면, 코마치에게 3번째로 맞겠지...

그렇게 생각해서 교내를 산책한다.

졸업식이라는 이유도 있어서 남아 있는 사람도 나름대로 있지만,

교사에서 멀어지자, 한산하다.

산책하기에는 마침 적당하다.

졸업식이라는 이벤트의 분위기에 물들었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교사의 사진을 찍으며 교정을 산책한다.

그런 행동을 하던 도중에, 교정의 수풀 아래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

저건 상관하면 안 되는 거다.

평소부터 서투른데, 저건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 자리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녀와 얘기하고 싶어져서 다가가고 말았다.

뭘 하는 건지......

그녀가 발소리에 반응해서 나를 눈치 챈다.

나를 인식하자 교복 소매로 눈을 비벼서 눈물을 감춘다.

또 팬더가 됐다고.

 

 

히키오... 너 뭐야 그게.

 

패션이야, 너야말로 눈가가 엄청나

 

시끄러, 패션이야

 

 

아직, 진정하지 못했는지 코를 훌쩍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물을 것도 없다.

그녀들과 같겠지.

 

 

뭐 하러 왔어?

 

보였으니까, 어쩐지

 

그게 뭐야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별로 사이 안 좋고.

어떻게 하지...

 

 

너의 그건 뭐야?

 

...보고도 모르겠어?

 

그게 아니라, 누구한테 맞았는지 묻는 거야.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 둘 다 찼어?

 

...둘 다에게 차였다.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역시 그렇게 되는군.

설마, 아싸였던 내가 2명을 상대로 고백하고 차인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네가, 둘에게 고백하고 차였다는 말?

 

...그래

 

 

내가 봐도 엉망진창인 소릴 한다고 생각하지만, 잘도 알아듣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얼굴에 충격을 받아서 뒤로 젖혀진다.

미우라에게 맞았다.

 

 

최악!! 그런 놈이라고 생각 안 했어!!

 

유이한테 미안하다고 생각 안 해?!! 계속 알고 있었잖아!!

 

...아아

 

그럼, 왜 유이가 아닌데?!

 

....둘 다 같은 정도로 좋아했어.

 

 

정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인가를 슬퍼하게 할 순 없었다.

둘 다 행복해졌으면 한다.

차라리 내가 아니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들을 좋아했다.

실현되지 않았던 꿈을 생각했더니, 마음이 텅 빈 것을 의식하고 말았다.

참을 수 없어서, 말로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된다.

 

 

생각해봐, 유키노시타도 성격이 저래도 미인이잖아?

 

그런 일이 아니잖아...

 

나라도 꿈은 꿀 수 있잖아? 양손에 꽃, 최고 아니냐?

 

 

아니야......

 

맞다고

 

 

점점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

아무리 입을 움직여도, 폐에서 공기를 내보내도,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히키오... 너 우는 거야?

 

 

닿은 손은 차가웠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소리가 새어나온다.

부실에서는 참을 수 있었는데...

 

 

 

 

*   *   *

 

 

 

 

둘에게 고백 받고, 둘을 좋아해서 어느 쪽 한 명과는 사귈 수 없다고 말하고, 마지막에는 따귀를 맞는 마무리.

진짜 바보다.

원거리 연애에 지쳐서 다른 녀석과 사귀는 여자라든지,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얘네들 둘을 정말로 좋아해서 그렇게 전했다.

 

 

너 바보지?

 

...

 

보통은 말야, 어느 쪽이 좋다든가, 어느 쪽이 편하다든가 그런 게 있잖아?

 

.....

 

그런 생각 안 했어?

 

...그렇게 타협할 수 있었으면, 나라도 친구 정도는 있었을지도.

 

...무리 아냐? 그래도 그런 면이 히키오답고

 

밑도 끝도 없이 절망적인 소린 하지 마

 

 

둘이, 뜰에 앉아서 투덜대고 있다.

차인 동료라 어울리지 않아?

그래도, 히키오는 찬 쪽인가?

까다롭네......

 

 

-, 하야토한테 따귀 날렸어.

 

?

 

왠지 미안한듯한, 그런 느낌이라

 

보고 있었더니 그만 확 올라와서

 

너 최악이다. 보통 고백한 상대에게 따귀를 날리냐?

 

시끄러. 왜냐면, 고백 받는데 싫은 표정 지었다고?

 

그거야 고백받기 싫은 상대라면... 아얏 아파!!

 

또 말하면 귀 뜯을 거니까......

 

 

얘와 말하니, 아까 전의 실연이 사소한 일로 되어간다.

아수라장에서 바보짓한 얘는, 타인이라면 만담이 된다.

 

 

너도 꽤나 쓰레기야

 

...할 말이 없네

 

오늘 졸업파티 하는데, 유이 오면 어떻게 할 거야?

 

몰라, 애초에 너 갈 수 있어?

 

 

......

그랬지, 하야토도 오는 거지....

생각하지 못했다.

서로 실실대면서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하늘을 보니,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여기에 오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밖의 공기가 차가워져서, 몸이 약간 떨린다.

 

 

히키오는 제대로 고백한 거구나

 

? 어떠려나, 제대로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확실히 최악인데, 제대로 좋아한다고 전했을 거잖아?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안 나

 

부끄러워하지 마, ...징그러

 

...죄송함다.

 

 

-한테 머리를 숙이는 히키오가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짓는다.

윗도리를 벗어서, 덮어주려고 한다.

눈치가 빨랐던 것은 의외였지만, 거절했다.

 

 

뭐야... 미안했어

 

아하하, 별로 히키오가 싫다는 건 아닌데

 

왠지 딴 남자 옷 입으면 가벼운 거 같잖아?

 

뭐야 그건, 그런 거 신경 써?

 

애초에 너, 날 남자로 인식한 적 없잖아.

 

그런 적은 없는데, ...뭐 없었지

 

....그렇슴까

 

 

히키오의 새우등을 보면서, 그를 떠올린다.

하야토는 끝까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무엇을 봤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를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차였다.

히키오를 포함한 봉사부에 의뢰하러 간 일을 떠올린다.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 잊었지만, 히키오가 상담해 응해주었다.

이 녀석은, 최악이지만 대답은 해준다.

어느 쪽도 실연이지만, 이왕이면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히키오

 

?

 

「졸업 파티 가자

 

, 오우... 갔다 와

 

너도 가는 거야!! 이왕에 유이한테도 얘기 듣고 싶고

 

농담하지 마!! 누가 가겠냐

 

괜찮잖아, 하야토도 올 거고! 혹시 따귀 흔적 있을지도

 

안 봐, 그런 거. 나 갈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히키오가, 가려고 한다.

폼 잡으려고 했는지, 등 너머로 손을 흔든다.

뭐야 저건, 촌스러.

거기에 분위기 못 맞추는 놈은 진짜 싫다.

 

가벼워진 걸음으로, 스텝을 밟듯이 뛴다.

오른손에 가지고 있던 졸업증서 통을 히키오 머리에 던져서 맞춘다.

멍청한 소리가 나며 통이 툭하고 울리고,

위로 날아간 뚜껑이, 머리에 맞는 것을 보고 웃었다.

누군가 비디오 같은 걸로 찍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히키오, 가자

 

...가기만 할 거야

 

 

머리를 누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OK해준다.

고분고분하게 네 하면 좋잖아?

 

시계를 보니, 지금 집에 갔다 오면 파티에는 빠듯하게 맞출 수 없다.

내 교복을 보고, 히키오를 보고, 거울로 화장을 확인한다.

이건 이거대로 뭔가 있어 보이네.

이제, 아마 자포자기.

이대로 가서 후회하는 건 눈에 보인다.

둘의 빨갛게 부은 눈을 보고 웃는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지각하니까. 그런 변명을 하고는 히키오를 억지로 잡아서 끌고 간다.

 

이 날, -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여러 가지 못한 일이 있지만,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957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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