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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weet Queen

2014. 3. 29. 16:23 | Posted by 2ndboost

단편입니다. 둘이 행복하게 키스하고 끝냅시다.

 

=================================================================================== 

 

아아, 또냐.

 

덮쳐오는 은색 승용차 라이트와, 귓속까지 울리는 클락션 소리를 각각 인식하며, 충격 받을 각오를 한다.

천천히다. 시간이 슬로우로 느껴지는 건 이걸로 두 번째다. 그리고 나는 또 차에 튕겨나간다. 이번에는, 사브레가 아니라 유이가하마를 밀어낸 것 같지만, 도움이 됐을까. 나와 같은 동아리에, 내 여친의 친구인 소녀를. 과연.

 

그리고, 비명을 울리며 주저앉은 유키노가 시야 끝에서 보이고는, 눈이 닫혔다.

 

 

 

 

...... 아무래도 난 살아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도 끈질기군. 입학식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교통사고 당했는데 살았다든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느 쪽이라도 이렇게 살아있다는 건 다행이다.

, ? 힘이 안 들어가네. 그뿐 아니라, 다리 감각이 없다. 아니, 겨우 오른쪽 발가락은 움직였다, 고 생각한다. 눈부셔서 눈을 못 여는 탓에, 감각이 없는 발가락 끝을 실제로 확인할 수 없어서다. 아무튼 침착하자. 이럴 때는 소수를 센다. 1, 2, 3, ......, 안 돼. 소수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

 

 

하치만! 깨어난 거지!?

 

-......

 

 

소리를 못 내겠다. 목이 바싹바싹에, 입 속은 여기저기 아프다. 아무튼 뭐지. 이 목소리를 다시 들은 것만으로도, 편해진다.

저기, 유키노. 너 지금 내 왼손 잡고, 떠는구나. 미안, 걱정 끼쳐서......

 

빨리 회복해서 안심시켜 줘야겠네.

 

 

, 이거 물이야, 바로 의사를 불러올 테니까, 살짝 입에 담고 적셔. 전부는 마시지 말고 입 끝부터 흘려 넣는 게 좋아요. ......우선, 지금은 이 정도만.

 

 

빨대 입을 물고 약간 들이마시자 미지근한 물이 흘러들어온다. 후우......살 것 같다. 사막에서 말라붙어서 죽는다니 절대로 사양이라고 생각한다. 입 안에 수분이 들어온 것만으로 약간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그나저나, 이 상황에서 정리할 것도 뭣도 없다. 질리지도 않고 또 치여서 입원했다, 그것뿐이다.

이마 언저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면서, 당장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유키노는 속삭인다.

 

 

정말로 걱정했어...... 바보.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어요.

 

, 안해......

 

후후, 또 당신과 얘기할 수 있어서 기뻐요. 가족 분들에게도 연락할 테니까 잠깐 자리를 비울게요. 곧 의사가 오니까, 확실히 쉬어주세요.

 

 

유키노가 나간 뒤, 겨우 빛에 적응된 눈을 뜨자, 역시 여기는 병원이며, 내 몸은 꽤나 너덜너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붕대가 빙빙 감겨있으니 상처라든가는 안 보이지만, 우선은 오체만족인 것 같고, 후우 숨을 돌렸다.

그런데, 그런 뒤에 의사를 데려온 유키노의 표정을 보고, 보통 일이 아님을 느꼈다. 혹시, 감각이 없는 것과 관계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

 

그리고 통보받은 건, 다리의 자유를 잃었다는 사실이다.

침대 옆에서 유키노는 울고, 간호사 아줌마도 아직 젊은데, 이런 동정하는 시선을 주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하반신 마비다. 다만 오른쪽 발은 간신히 감각이 남았고, 노력해서 발가락 정도라면 움직일 수 있다. 외상이라면 여기저기 스친 상처라든가 타박상이 있을 뿐이지만, 땅에 부딪혔을 때 해먹은 것 같다.

 

나을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유키노가 데려 온 아빠와 엄마, 코마치에게 각각 여러가지 말을 들었다. 평소 관심 없던 듯한 엄마가 울면서 꼭 껴안았을 때는 무심코 눈물이 흘러버렸다. 엄마라는 건 이래저래 상냥합니다......

그 뒤에 아빠가 머리를 쓰다듬은 건 꽤 의외였지만, 이런 상태라면 멘탈이 바득바득 깎이는 것 같아서, 기댈 수 있는 존재에게는 절로 솔직해지는군. 또냐고 만담해준다면 속이 편했겠지만, 과연 이번에는 부모님이 커다랗다는 것을 실감했다.

 

근데, 가장 고생했다고 할까, 큰일이었던 코마치. 평소의 미소 같은 건 없이 몹시 운 눈시울과 새빨간 뺨을 보면, 아까 전까지 진짜 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자마자 통곡하고, 마구 들러붙으니까 전신에 데미지를 입었다. 미안하다고...... 진짜로.

 

복도에서 기다린 듯한 유키노를 가족에게 맡기고, 저녁에는 집에 돌아갔다. 아무래도 난 이틀 누웠던 것 같다고 간호사에게 들었지만, 계속 간병해줬던 것 같다. 어느 샌가 지나가 버린 스마트폰 날짜를 보고, 다시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다. 착신 없고, 메일도 T뭐시기 포인트 관련된 것 밖에 안 왔다든가도 못 말하겠다. 시체에 채찍질한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만.

그 때, 메일이 도착한다. 평소 안 오던 게 오면 떨리는군. 보낸이는 유이가하마인가.

 

 

지금 병문안 가고 싶은데, 괜찮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한테도 걱정 끼쳤지. 상처는 안 났으려나. 우선 답장해서, 잠깐이라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되면 비관적이라기보다 득도한 기분이 되는구나. 장애인이 돼서, 일은 못하게 됐으니까, 일하고 싶지 않다를 목표로 했던 나지만,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됐다고 하니, 무슨 일이라도 좋아진다.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여러 사진들. 유키노에게 끌려서 간 관광지라든가, 유이가하마도 포함한 봉사부 3명이 바다에 갔을 때였나 그런 사진도 있다. 지루한 듯이 비친 내 얼굴은 이렇게 보면 즐거운, 아니, 즐거웠구나.

 

그렇게 기다리기를 수십 분,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유이가하마가 모습을 보였다.

쭈뼛쭈뼛하는 유이가하마에게 우선 의자를 가리켜서 앉게 했다.

 

 

저기......힛키, 정말로 고마워. 나 같은 걸 도와줘서......

 

상처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미안, ......

 

 

역시 울어버린다. 난 이렇게 하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봤자, 분명 유이가하마는 자신을 탓한다. 진짜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적어도 난 대역이 됐으니까. 하지만, 이런 나라도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이유는, 여기 있는 유이가하마가 나와 유키노를 맺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그 때 내가 돕지 않았다면, 이 녀석의 생명이 사라졌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될 정도라면, 내가 이렇게 되는 게 훨씬 낫잖아.

 

 

우선, 침착되면 오늘은 돌아가서 자. 그 기미, 너 계속 못 잔 거잖아. 난 이제부터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이 정도밖에 말할 수 없다. 그나저나, 슬슬 졸리다. 사고 데미지도 있고, 왠지 살아서 안심했는지 긴장의 끈이 풀린 것 같다.

유이가하마는 그 뒤로 조금 있다가 돌아갔다. 돌아가기 직전까지, 아니 돌아갈 때마저 울면서 사과했다.

 

아아, 졸려. 당분간은 느긋하게 쉬자.

 

 

 

 

정신이 든 내게 준비된 건 아침의 수치 플레이였다. 살짝 옷을 벗고, 이른바 요강을 준다. 사춘기 한창인 남고생이 거길 다른 사람 이목에 보이고, 대소변 시중을 받는 수치를 참아야 하다니, 이 무슨 시련이냐.

 

겨우 해방된 난 어제 코마치가 가져온 게임이라든가로 오전을 보냈다. 검진하러 온 할아버지 의사에게는 힘이 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생명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대답했더니 살짝 다리를 어루만져주었다.

정신이 든 뒤 깨달았다, 여태까지 난 외톨이라고 외치고, 주변 사람은 내 인생과는 상관이 없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됐다. 목숨을 구해져, 이렇게 조용한 한 때를 보내는 것도, 역시 주변 버팀목이 있어야만 한다. , 리얼충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는 거겠지.

 

실제로, 내게는 아름답고 다정한 여친이 있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돕고 싶은 친구도 있다.

그렇게 싫어하던 리얼충 중에서도, 난 꽤나 상위 카스트에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까지 생각한다.

 

시계 바늘이 5시를 가리켰을 무렵, 유키노와 그 언니, 하루노 씨가 문병 왔다.

 

 

안녕 히키가야 군, 보아하니 평소와 별로 다름없네?

 

언니...... 미안해 하치만. 소란스러워져서 말렸지만, 마음대로 따라왔어.

 

 

유키노의 흘기는 눈빛을 받으면서도, 평소대로의 미소를 지으며 하루노 씨는 침대에 앉는다. 끼익 삐걱거리는 침대와, 미니스커트라 보이는 허벅지와, 살짝 밀려오는 향기에 심박수가 약간 오른 것 같았다. 유키노한테 들키면 난처하다.

소수를 센다...... 근데 그런 드립은 이제 됐나.

 

 

너무해~ 유키노 짱! 나라도 진심으로 걱정한다구. 좀 있으면 가족이 될 남자애니까, 병문안 하러 오는 건 당연해. 거기에 나도 운전면허는 딴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신경 써야한다고도 생각하는데?

 

, 가족이라니...... 하아, 됐으니까 거기서 떨어져주겠어? 거긴 하치만 침대고, 우리들이 앉을 곳은 이 의자야.

 

유키노 짱 무서워. 저기 히키가야 군, 이제부터라도 나로 안 바꿀래? 히키가야 군이라면 나도 OK!

 

, 아니. 괜찮아요. 유키노시타 씨의 그 파워풀한 느낌, 제 편으로 만들면 든든할 것 같지만, 계속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사양해 둡니다. 그보다, 전 유키노와 사귀는 중인데

 

 

나 치고도 이렇게나 부끄러운 대사가 펑펑 나온다. 얼굴이 빨개진 유키노를 보는 건 나쁘지 않으니까, 결과적으로 좋겠지.

이런 미인 자매에게 걱정되다니, 2학년 때는 생각도 못했지. 봉사부 활동에 힘쓰던 시기 아니, 매일 유키노한테 매도되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걱정되기까지 한다. 인생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 하치만! 언니를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무슨 일을 할지 모르잖아. , 지금도 흉계를 꾸미는 중이야.

 

~, 히키가야 군, 유키노 짱이 괴롭혀-!

 

 

매우 부드러운 2개의 감촉이 팔을 감싼다. 이건 위험해. 적어도 유키노시타한테는 없는 저거다. 하지만, , 지금 난 못 움직이잖아? 마음은 유키노 일편단심이라지만, 몸은 자유롭지 못하니까 말이지, 어쩔 수 없네요.

 

아무튼 당연하지만, 유키노의 역린을 건드려버린 난 몇 개월 분량의 짐승 이하 취급을 받고, 하루노 씨는 강제연행 되었다.

후우, 왠지 모르게 축 처진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걸 의도한 행동이라면, 나는 하루노 씨를 칭찬하고 싶다.

 

그런데, 오늘도 슬슬 자자. 내일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학교 얘기 같은 것을 하러 오는 건가. 사고 난 이래 난 휴학 취급으로 입원한 것 같고, 이런 면에서는 아빠에게 신세졌구나, 생각한다. 조금밖에 힘이 안 들어가는 오른쪽 다리를 만져보지만, 자기 다리를 만진다는 감각이 없다. 왼발은 단순히 무거운, 아니 장식일까. 그런 느낌이다.

정오 쯤 온다 했지만, 역시 학교 일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의지가 되는군. 정말로 감사하고 싶다. 그러니까 누군가 받아주세요. 난 무리니까 말야.

 

 

 

여어, 히키가야. 상태는 어때? 여전히 눈이 썩었군..... 약도 효과가 없나.

 

들어오자마자 그렇게 눈에 대해서 건드릴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역시 휴학이 아닌, 전학이라든가 그런 얘깁니까?

 

...... 이해가 빠른 건 여전하군. 거기에 자신을 가볍게 여기는 버릇도...... 하지만 괜찮다. 지금까지 그대로 넌 소부고 3학년이다. , 개인수업을 받아야 하니, 앉아서 졸기는 안 된다고.

 

그러면 전학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다리 못 움직이니까 단체 수업이라든가는 못 받을 테고

 

 

내 조크에 쓴 웃음 지으며 양손을 올려준다. 역시 이 선생님은 다정하다.

아마, 꽤 힘써줬을 거라 생각한다. 일단 이과 포함해서 성적은 상승세가 되었고, 앞으로 반년 정도로 졸업이니까 그렇겠지. 다행이다.

 

 

졸업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떻게 살아야 해? 누군가에게 손을 빌려서 살아가야만 한다.

누구에게? 보통은 부모일까? 코마치의 장래를 방해하고 싶진 않은데......

 

유키노는...... 그녀에게 자유를 뺏고 싶지 않은데.

 

아아, 그런가.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건가. 폐를 끼친다는 건. 지금까지 뭐든지 혼자 했으니까 신님이 심술부려서 혼자 살 수 없게 할만도 하군.

침대에 드러누운 이 순간도, 귀찮다면...... 차라리......

 

 

 

 

사고 날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몸에 둔통이 휘도는 날들이다. 이제 앞으로 2주 정도 지나면 리허빌리를 시작하는 것 같다. 일과가 된 악력 근련 트레이닝은 의외로 심심풀이도 돼서 나쁘지 않다.

그보다 한가하다. 처음에는 여름방학 연장이라든가로 여겼지만, 의외로 난 시간을 허비할 순 없게 되었던 것이다. 힐끔힐끔 5분 간격으로 시계를 봐서는 아직 수업 시간이라며 낙담한다. 그리고 또 시계를 본다.

 

어제는 천사 토츠카가 와 줬다. 병문안으로 가져온 사과는 분명, 낙원에 여문 금단의 과실이겠지. 아담과 이브다. 아니, 아담과 아담이지만, 문제없다. 그것마저도 넘어 보이겠어.

오늘은 아까 전 유키노에게 메일이 와서, 유이가하마와 둘이 온다는 것 같다. 얘네들이라면, 고민을 털어놓아볼까.

 

 

힛키, 얏하로

 

하치만, 제대로 쉬었니?

 

오우, 유이가하마 그 인사가 병원 내에서 유행하는 것 같으니까 그만둬. 마치 내가 지도자처럼 보이잖아. 유키노는 언제나 걱정 끼쳐서 미안해. 고마워.

 

힛키가 유행에 민감해졌어!?

 

바보냐 너, 난 유행 같은 건 앞지르니까. 오히려 유행을 예측해서 절대로 휩쓸리지 않기까지 한다.

 

그건 앞지르지 못했다는 거겠지. 여전하네, 당신. 조금은 커뮤니케이션을 주위 사람하고도 하는 것 같지만, 주변에 맞추지는 않네.

 

아무튼, 내가 간호사를 향해서 얏하로 라든가 해도 무시될 것 같고.

 

 

이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가 내게는 귀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다. 유키노도 유이가하마도 나를 지나치게 배려하지 않게 되었다는 게 가장 좋다. 마치 봉사부실에 돌아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기분 좋기까지 하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끝내고 싶다, .

 

 

저기 하치만. 당분간 앞의 일인데, 우리 집 별장에 같이 가지 않겠니? 유이가하마 양과도 얘기해보고 생각했어, 기분전환도 되고. 어떨까?

 

, 그래, 그러네...... 갈 수 있다면, 가보고 싶은데.

 

 

어이어이, 예측이냐...... 정말이지, 못 이기겠군. 유이가하마도 평소 같은 얼굴이 아니고, 꽤 진지하다. 기분이 우울해졌으니까, 그걸 헤아려주는 건가.

 

진짜로, 정말이지. 날 살려준다. 얘네들이.

 

 

 

휠체어는 아무리 끌어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진동이 그럭저럭 있는 이유도 있지만, 아직 탄 지 얼마 안 된 내게는 3센티의 턱도 난관이 되기 때문이다.

겨우 외출 허가가 나온 나는, 유키노시타의 별장에 신세지게 되었다. 계절은 가을, 밤이 되면 벌레가 시끄럽고, 여태껏 모기도 자기 좋을 대로 날아다니지만, 역시 T셔츠 계절은 지났다.

 

평소의 검은 차는 아니고, 휠체어인 채 그대로 탈 수 있는 벤에 흔들리면서 산간의 별장지까지 왔다. 하지만, 오늘 온 사람은 나와 유키노 뿐이다. 유이가하마는 집에 일이 있어서 못 온 것 같다. 무심코 이건 데이트잖아? 생각한 내게 미소 짓는 유키노.

 

 

역시 온 게 정답이었네. 하치만, 평소보다 탁한 눈이 옅어졌어요.

 

 

냅둬. 상당히 마일드하게는 됐지만, 그런데도 가끔 눈에 대한 걸로 놀린다. 아무튼 인사 같은 거다. 뭐야 그런 인사.

과연 평일답게 차도 우리들이 탄 차와 경차 한 대 밖에 없다. 누군가 그 밖에도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쇼핑이라든가, 별장에 있는 고용인 차겠지.

 

짐을 방에 둔 우리들은 밖으로 나왔다. 유키노가 휠체어를 밀어줘서, 둘이서 산책하러 나갔다.

완전히 가을다워진 바람을 맞으며, 산의 신선한 공기 중에서의 산책은 우울했던 내 기분을 새로이 해줬다. 병실 안의 살풍경한 하얀 벽이 아닌, 선명한 경치에 눈을 빼앗긴다. 군청색 하늘에, 짙은 녹색인 나무들. 아직 여기만은 여름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의 강력한 색채에 마음이 설렌다. 애처럼 쿡 웃자, 뒤에서 뻗은 손이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이건 내 어리광이지만, 처음으로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손 놓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유키노의 자유를 뺏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되돌아온 건, 따듯한 포옹과 뺨을 적시는 눈물. 그리고, 부드러운 입맞춤――.

 

 

 

 

제대로 된 식사는 며칠 만이려나. 유키노가 만들어 준 맛있는 음식을 먹어치우고, 소파에 몸을 맡겨서 배를 문지른다. 운동 같은 건 시원치는 않지만, 휠체어부터 팔만으로 움직이려고 단련하고 있으니 적당히 식욕은 있다. 거기에 나는 연령적으로도 식욕이 왕성한 시기이기도 하니까, 병원식만으로는 불만인 날들이었던 것이다.

들은 적도 없는 요리가 몇 개나 줄서서, 그 모두가 일품이라면, 내가 이렇게 배를 문지르며 괴로워하는 기분을 알아주겠지. 행복한 고통이지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지낼 수 있는 것도 오늘 하루뿐이라, 내일부터 또 검소한 식사로 돌아오려나, 싫구만.

이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자, 정리를 끝낸 유키노가 돌아왔다.

 

 

미안. 처음부터 끝까지 해 주고. 정말로 뭐라 할 말이 없어.

 

후후, 갖지 못한 자에게 주는 것이 봉사부의 이념인 걸. 당연한 일이에요. 거기에 그런 것이 없어도 난 당신을 언제까지나 지지해 갈 거예요...... 서투르게 사는 건 피차일반이야.

 

고마워...... 정말로

 

 

감사를 전하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비록 싫은 녀석이라도, 해 줬다면 말해야 한다. 좋아하는 녀석이라면, 그 이상의 뭔가를 주고 싶다. 이런 생각, 일찍이의 나라면 할 리 없었겠지.

비뚤어졌던 옛날의 자신을 떠올린다. 이른바 흑역사지만,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깐 쉬는 그녀에게서 예전의 당신도, 지금의 당신도, 어느 쪽도 좋아해. 그건 당신이니까이렇게 들어버리면, 흑역사라 부르는 건 그만둘 수밖에 없다.

 

사귄 지 이미 반년인데, 아직도 약간 닿는 정도로도 긴장하고, 하얀 뺨이 홍조되는, 그렇게 수줍은 유키노가 기대어 있다. 그런 지금의 상황에서는 반대로 내가 숨을 들이키게 된다. 침이 입에 엄청 고여서, 속이려 해도 이 근거리에서는 왜 목이 울리는지 질문 받는다. 제길. 내 쪽이 부끄럽잖아!

 

 

저기, 하치만...... 목욕해야, 저기 들어가자. , 같이

 

 

........라고........

 

 

 

 

(カポーン). 욕실 신에서 자주 울리는 이 SE는 타일 바닥에서, 어느 정도 넓어야 깔끔히 울리는, 것 같다. 누군가 자세한 원리를 알려줘. 유키피디아 씨는 현재 내 뒤에서 얼굴이 사과보다 붉어졌을 것이다. ? 말 안 해, 바보자식.

 

カポーン : 욕실에서 바가지 통 같은 것이 바닥에 닿을 때 나는 소리.

 

 

물 온도는 어떠니?

 

, 아아 좋은 느낌이야.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게 분하다. 유키노의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 최고라고. 아무튼 들려주진 않지만.

그나저나, 이 별장 나와 유키노밖에 없고. 고용인이나 누군가 있을까 생각한 내가 경솔했다. 머리카락도, 몸도 씻긴 다음에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여친이라 해도 동년배에게 씻긴다니 위험하군. 그렇다고 할까 손은 쓸 수 있는데 유키노가 말하는 대로 하다니 난 뭐야? 펫 같은 거려나. ......나쁘지 않을지도. 원래부터 여왕 같은 면은 있었고, 명령하거나, 따르게 하는 건 자신 있겠지.

 

 

슬슬 나가자고. 먼저 나가서 옷이나 뭔가 가져다줄래? 안 그러면, 저기..... 보여 버리고

 

, 그러네! 그럼 기다려주세요...... 보면 안 돼요.

 

 

(보는)척일까? 척할까!?

그런 내 속내를 모른 채, 유키노는 살짝 세면소로 갔다. 그런데, 같이 욕탕 들어갔었지...... 위험해. 의식하면, My son.

당황해서 타올을 향해 손을 뻗지만 한 걸음이 모자라서, 바닥에 엎어진 나. 그리고 열리는 유리제 문.

 

 

, 들어가요.

 

 

Oh.......

유키노는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문을 닫았다.

 

 

어떻게든 침대까지 왔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 것과, 욕탕에서의 사건으로 몸은 피곤하다. 그렇다고 할까, 정신도 그렇지만.

머리맡의 조명조작 리모컨을 천장으로 향한다. 잘 자라고 중얼거리며 방을 어둡게 바꾸었다.

 

 

.........치만.......

 

 

?

 

 

일어나, 하치만.......

 

유키노야?

 

 

어쩐지 꿈꾸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말을 걸면 일어날 정도의 얕은 잠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바로 옆에서 숨결이 느껴진다.

천천히 손을 뻗자, 부드러운 물체에 닿았다. ......가슴이 아닌, 팔이었지만.

 

 

있잖아, 하치만. 저기...... 병원에서는 못 했던 것.... 해줄게요.

 

, 뭐야 이런 밤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아, 날 입 다물게 했다. 약간 기다리자, 따뜻하고 젖은 것이 내 입술을 덧쓴다. 그리고, 내 반쯤 열린 입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몇 초, 아니 좀 더 긴 것도 같지만, 나와 유키노는 서로를 탐내듯이 키스한다. 약간 끈적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겨우 떨어졌다. 떨어지기 전에 순간 끌려간듯한 기분이 들어, 안타까워진다. 좀 더...... 깊게 하고 싶다. 좀 더......!

 

 

괴로운 것 같네...... 편하게 해 줄게......

 

, , 키노.......

 

 

아플 정도로 발기한 내 저기를 문지르는 유키노의 손놀림에 이성이...... 아니, 이제 와서 이성도 뭣도 아니지만. 방해되는 옷을 밀쳐내듯이 솟아오른 그것을 꺼내곤, 귓전에 속삭인다.

 

 

손대면 안 돼. 내가 달래줄 테니까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거기에 유키노의 모습은 없었다. 대강의 준비도 온갖 고생을 하며 어떻게든 마쳤지만, 결국 유키노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후까지 휠체어로 근방을 찾아 돌았지만, 한 사람도 발견되지 않는다. 체력도 한계가 가깝다고 느낀 내가 별장으로 돌아오자, 언제나 유키노를 송영하는 츠즈키 씨가 마중 나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으로 떠올리는 문명의 이기. 스마트폰을 가져와보니 메일 한 통과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착신이 하나 왔었다. 츠즈키 씨에게는 잠깐 기다려 달라하고, 스마트폰을 조작한다. 우선 메일을 보면 보낸이는 유키노였다.

본문에는 한 마디, 친가에 볼 일이 생겨서 먼저 돌아가요. 라고만 쓰여 있고, 츠즈키 씨는 유키노에게 연락받아 날 마중하러 온 것 같다.

 

밴에 흔들리면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전화를 건다. 수업 시간이지만, 과연 받을 수 있으려나.

 

 

여보세요, 히키가야냐?

 

그렇긴 한데, 선생님. 대체 무슨 일인가요?

 

아니, 넌 벌써 알 거라 생각했지만, 유이가하마가 말이다......

 

 

 

병원으로 돌아와, 어떤 병실까지 가자, 붕대에 감긴 참혹한 상태의 유이가하마가, 거기에 있었다. 호흡기를 대고,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상태로 누워있다. 의사와 말하던 히라츠카 선생님이 내 쪽으로 달려와서 손을 잡는다. 언제나 약간 담배 냄새가 났지만 거의 나지 않는다는 건, 당분간 피우지 않은 것 같다.

 

 

침착하고 들어줘. 실은 어제 저녁 무렵에, 유이가하마가 자택 부근에서 뺑소니를 당했다. 네 사고 범인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렇게 연속으로 가까운 사람이 사고를 당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서........ 유이가하마는 괜찮습니까!?

 

수술은 성공했다, 지만 방심하면 안 될 용태인 것 같다. 그리고 여자니까, 결코 머리에 두른 붕대를 떼고...... 머리가 자랄 때까지는 너무 보지 말도록 해. 너와는 달리, 머리에도 큰 상처가 있어서 말이다......

 

알았습니다...... 유이가하마를, 부탁합니다.

 

그래, 우선 지금은 내가 간병한다. 정신이 들면 연락할게. 그 때까지는 너도 쉬어.

 

 

쉰다니 그럴 순 없다고요...... 못 쉬어......

내 병실까지 와서 눕지만, 완전히 초조해진다. TV받침대에 놓아둔 MAX커피를 쏟아 붓듯이 한 번에 다 마셔버렸는데도, 가빠진 호흡은 진정되지 않는다.

 

누군가......코마치......아니, 안 돼. 아빠도 아니야......토츠카, 아니......유키노, 유키노!!

유키노를 만나고 싶다! 심장이 폭탄처럼 뛴다! 파열할 것 같아. 목으로 전부 토해낼 것 같아........, 아아아......누군, .......

 

 

 

 

 

누구야? 날 부르는 이 소리는? 밝은 소리다. 한없이 밝고, 이제와선 아무 생각도 안 날까 착각하기까지 한다. 평소 듣던 목소리다. 코마치? 아니 달라. 유키노는 이렇게 부르지 않아.

 

 

힛키!

 

 

누가 히키코모리냐. 요즘 난 리얼충 중에서도 킹에 가깝다고. 그 하야마조차 날 보면 평소의 이케맨 스마일이 얼어붙을 거라고, 분명.

 

아아, 그러고 보니 날 이런 식으로 부르는 녀석이 있었던가.

내 여친의 친구이자. 봉사부원.

 

 

유이가하마!!

 

 

잠에서 깬 나는 땀투성이가 되어 침대에서 반신을 일으키려고 발버둥쳤다. 근처에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 지른 현재는 저녁. 그 뒤로 3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지만 착신도 메일도 없다.

매달리는 듯한 생각으로 메일을 쓴다.

 

 

지금 당장 만나고 싶어

 

 

송신자는 유키노. 짧은 글이라 바로 끝나서, 송신도 완료되었다. 물로 목을 적시고, 휠체어에 옮겨 탄다.

복도에서 마주친 간호사 아줌마에게 컨디션은 어떠냐고 들었다. 문제없다고 대답했다. 몸은 문제없다. 마음은 상당히 거칠어졌지만.

 

노크를 하고, 대답을 기다린다. 아무래도 선생님은 돌아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제 면회시간은 끝난 것 같군...... 유키노는 못 들었나. 이쪽도 답신이 없을까 홈 버튼으로 화면을 켜지만, 선생님에게 돌아간다는 취지의 메일이 왔을 뿐이었다.

 

 

.........

 

 

안에서 허약한 목소리가 들린다. , 떠올려냈다. 선생님에게 들은 말이 뇌리에 스쳐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야, 히키가야...... 열어도, ?

 

 

침묵.

당연하다. 일어나면 붕대에 감긴 자신의 모습에 쇼크를 받는 건 당연하다. 특히 여자애라면.

 

 

, 미안! 의식이 돌아왔다면, 다행이다. 난 돌아갈 테니까

 

괜찮아, 힛키를 만나고 싶어.

 

 

숨을 들이키고, 문을 연다. 반 정도 열고 거기서 멈춘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무사한 것이 다행이라 말하면 될지. 상처는 곧 낫는다고 격려하면 될지.

......귀여워. 라고, 그러고 보니 괜찮으려나.

 

 

에헤헤...... 나도 치여버렸어. 너덜너덜해졌어.

 

, 아아......

 

 

얼굴에 상처 입은, 유이가하마는 나를 보며 웃는다. 얼굴의 반을 덮고, 팔다리가 부러졌음에도 상관없이.

 

 

힛키는, 이런 걸 두 번이나 하고 있었네. 거기에, 난 시간이 지나면.....?

 

그래. 그러니까 빨리, 치료해. 이 병원이 쾌적하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있지 마.

 

하하, 그러네. 힛키도 빨리 나가자! 또 세 명이서 부실로 돌아가자? 유키농하고 나하고 힛키하고 같이. 평소대로 유키농이 홍차를 타주고, 모두들한테 오는 고민 메일에 대답하구. 그래서 힛키가 웃을 수 없는 흑역사를 얘기하구...... 힘내자?

 

그래. 유이가하마 치고는 좋은 말이군.

 

무으~, 나두 가끔 씩은 좋은 말 해, 근데 무슨 말이야!

 

미안하다고. 같이 빨리 치료하고 학교로 돌아가자.

 

- 힛키가 학교 가고 싶다니 드물어! 내일은 비구나!

 

시끄러.......

 

아하하

 

저기.........오늘만, 오늘밤만 여기 있어줄 수, 있어?

 

 

평소라면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할 말을, 똑바로 보면서 한다.

사고 날 밤은 무섭다. 어둠이 다가와서 자기 모습이 좀 더 애처로워지면 상상할지도 모른다. 밤에 치이거나 하면, 눈감은 순간 충격의 순간이 플래시백하는 일도 있다.

 

불안한 거다. 기분은 아플 정도로, 잘 안다.

 

 

고마워! ......그래두, 될 수 있으면 여긴 보지 말아줬으면, 좋을지도

 

알았어. 난 여기서 안 움직인다.

 

. 미안해. 어리광 부려서

 

 

이 날부터, 간호사에게 간절히 부탁해서 일주일만 밤에 같이 있기를 허락받았다. 밤이 되면 울음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 방에서, 나는 계속 떠는 손을 잡는다.

 

 

 

 

 

일주일 중 마지막 날.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오래간만이네...... 하치만. 미안해요, 친가로 돌아갔더니 진로나 여러 가지 일에 부딪혔어. 연락도 할 수 없었어.

 

아니, 그건 괜찮아. 그것보다도, 유이가하마와는 만났어?

 

......가하마 양이네.

 

 

? 왠지 목소리가 작아진 유키노가 왜 그런지 궁금했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뭔가 생각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여자끼리밖에 안 통하는 뭔가라는 거다.

 

 

이 뒤에, 같이 가도록 해요. 그런데 하치만. 유이가하마 양이 있는 곳에서 매일 밤 지냈다고 하던데.......

 

? 아아, 사고 뒤에는 역시 불안해지는 거야. 나조차 이번에는 위험했고. 토츠카가 없었으면 위험했어.

 

헤에....... 토츠카 군에게는 상당히 집착하는 것 같네. 난 필요 없었니?

 

삐지지 마...... 유키노가 없었으면 난 좀 더 썩었다고.

 

후후, 눈은 이미 늦었지만요.

 

냅 둬

 

 

여친과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어쩐지 부끄러워서 밉살스럽게 말한다고 리얼충들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얘기했었지만, 아무래도 이런 게 그런 것 같다. 겉으로는 평소대로지만, 실은 꽤 화낼 것 같아서 무섭구만. 다음에 고양이 영상이라도 보여주자.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의 재회는 생각보다는 보통으로, 우리들은 평소처럼 대화를 즐겼다.

시간도 빨리 지나서, 어느 새 3시를 가리킨다. 손가방에서 수통과 종이컵을 꺼낸 유키노는,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홍차를 끓인다.

 

 

실은 제대로 된 도구를 쓰고 싶지만, 오늘은 이것으로 참아주세요.

 

아니야, 고마워 유키농! ......좋은 향기네

 

 

컵을 받은 유이가하마는 향기를 음미하듯이, 코 가까이서 컵을 가볍게 돌리는 중이다. 와인이 아니라니까....

난 가져온 머그컵에 담아서, 유키노도 내 방에서 가져온 고양이 무늬 컵으로 홍차를 마신다. 이렇게 있으면 진짜 봉사부가 떠오른다.

 

그래그래, 이렇게 있으면 검호장군이라든가 그런 녀석한테서 고민 메일이 오지만, 오늘은 PC가 없으니까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

담소를 계속하던 중에, 평소라면 없는 착신이 울리고, 잠깐 누굴까 생각했지만 나 자신이라고 깨닫고, 당황해서 복도 구석에 통화 스페이스까지 휠체어를 끌어갔다.

 

 

죄송해요, 선생님. 이동하는 데 시간 걸려서

 

별로 상관없어. 전화한 이유는 유키노시타에 대해서다. 요새 학교에 안 왔던데, 왠지 알아?

 

유키노는 친가에 돌아갔던 것 같아서, 연락을 못했다고 말했어요. 그나저나, 지금도 병원에 와서 유이가하마와 말하는 중이고

 

그게 사실인가....... 정말이지, 그럼 어쩔 수 없나. 우선 내일부터는 제대로 등교하도록 전해 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단 너에게는 말해두는데, 유이가하마를 치고 달아난 자의 차는 아무래도 검은 경차인 것 같다. 치바만으로도 많이 있어서, 경찰도 꽤 난처한 것 같다고 한다.

 

그렇, 습니까...... 그러면, 실례합니다.

 

 

방으로 돌아가서 유키노에게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을 전하자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이제 와서 강의를 착실히 들어봤자 모르는 곳 같은 건 없는 걸. 그렇다면 이렇게 둘이 얘기하는 편이 유익해요. 거기에, 하치만? 당신에게는 수학을, 유이가하마 양에게는 전 과목을 가르쳐 줄 테니까 그렇게 알아두세요.

 

, 유키농...... 나 왠지 머리 다쳐서 공부하면 안 될 느낌, 일지도?

 

아니 유키노, 난 스스로 할 테니까 괜찮아. 유이가하마를 철저히 가르쳐줘.

 

잠깐, 힛키 배신은 안 돼!

 

두 사람 다?

 

 

오랜만에 얼음의 여왕입니다. 이건.

 

그 뒤에 잠시 잡담에 빠졌던 우리들이지만, 점차 유이가하마가 조용해졌다. 약간 안절부절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뭐지?

유키노도 딱히 깨닫지 못한 상태로 홍차 한 잔을 더 권한다. 그런데 여전히 좋은 홍차 잎을 쓰는구만. 맛있다.

 

 

유이가하마 양, 한 잔 더 어떠니?

 

, 그러니까, 지금은 괜찮으, 려나

 

그래, 조금 남은 건데, 그렇다면 하치만, 마셔주세요.

 

 

 

옅은 적갈색 홍차가 추가되어, 다시 방에 좋은 향기가 퍼진다.

문득 유이가하마를 보자, 어렸을 적의 코마치가 떠올랐다. 어째서? 아마 그건, 오줌을 참던 코마치의, 그 때 모습과 지금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짝 유키노에게 귓말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내가 화장실에 갈 흐름을 만들면, 유이가하마도 가기 쉽겠지. 아니 쓸데없는 추측이라는 건 알지만, 다리뼈가 골절됐으니, 아까 전의 나처럼 너스 콜을 해야 할 것이다.

 

 

미안해요, 유이가하마 양. 잠깐 하치만과 나갔다 와요. 10분 정도는 걸리니까, 쉬어주세요.

 

미안

 

, , 괜찮아......

 

 

, 가겠어요. 라며 유키노가 내 휠체어를 밀었을 때, 그 일은 일어났다. 침대 다리에 휠체어의 앞바퀴가 닿아서, 침대가 흔들린다. 그 충격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작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울기 시작하는 유이가하마.

시트에 퍼진 얼룩과, 흘러넘치는 눈물이 떨어진 얼룩. 그것들은 한순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 뒤, 나는 곧장 내쫓겨, 바삐 움직이는 간호사에게, 잊으라고 다짐 받는다. 그거야 말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데 유키노는 어떠냐면, 물로 식힌 홍차를 유이가하마에게 뿌렸다. 아니, 장난치는 게 아니라, 그대로를 말한 거다.

속이는 법으로는 가장 적합했겠지. 덕분에 간호사에게 혼나는 처지가 된 유키노였지만, 유이가하마에게 감사라는 폴로를 받은 덕에, 설교는 곧장 끝났다.

 

그리고 밤, 그 밖에 빈 방이 없었다는 이유로, 내 독실에 급거 유이가하마의 침대가 옮겨졌다. 우선 하룻밤만이라는 말에, 난 속죄도 겸해서 허락했지만. 툭 터놓고 거북하다는 레벨이 아니다. 실금을 동급생한테 보인 그 날 밤에, 같은 방에서 잔다니, 엄청나게 무서운 복불복이다 이건.

당연히 조용한 병실. 유키노는 집에 돌아가고, 완전히 둘 뿐이지만, 말이 없다. 나부터 말을 걸어야겠지만, 무리다.

 

건강이 장점인 가하마 씨가 이래서야, 난 두 손 들었다. 뭣하면 복도에서 자는 편이 나은 레벨.

 

 

, 기뻤어.

 

, 뭐야 넌, 보여서 좋아하는 타입인 거야?

 

, 뭐어어어어어!? 아니야! 기분 나빠! 힛키 기분 나빠!!

 

 

아차! 무심코 생각했던 게 그대로 나와버렸다. 기분 나빠를 연발하는 유이가하마였지만, 놔두니 조용해졌다.

그리고 말하기 시작하는 유이가하마.

 

 

있잖아...... 아까 전에, 알아 줬지? 저런 식으로 알아채 주면, 여자애는 기쁘다고 말하고 싶었어.

 

코마치 덕분이다. 다음에 만나면 감사해 둬.

 

, ? 아무튼 상관 없어. 그래서 말인데. 오늘도지만, , 내가 울고 있을 때 일어나 줬잖아. 정말 기뻤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소중한 사람이 거기에 있어서. 그 사람을 역시 좋아한다고, 다시 생각했어. 아아, 나 아직도, 좋아하네, 라고...

 

.........

 

그래도 말야. 아니야. 둘은 어울리고, 사귀기 시작했을 때, 어울리지 않다고 힛키는 말했어지만, 후후, 비밀이었지만, 유키농이 고백하기 10분 전에도 나한테 전화해줬어. 고백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무려 38번이나 전화로 상담했어. 귀엽지, 유키농...... 그러니까, 나 둘을, 정말 좋아하니까, 계속, 언제까지나 행복했으면 하는 거야.

 

 

 

좋아해주지 않아도 되니까, 할 수 있으면 옆에서 같이 있어줬으면 하는데

 

.......부탁받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야.

 

고마워, 힛키

 

 

 

꿈을 꾸고 있었다. 흑과 은의, 뭔가 정체 모를 뭔가가 날 찌르는 순간을 몇 번이나 맛보는 꿈. 하지만 왠지, 거기에는 부드러운 빛과 따스함. 너무나도 갭이 있는 꿈을 꾸던 나는, 정신이 들자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런데 꿈에서 깼을 텐데, 으드득 하고 금속음이 울리는 소리가 난다. 난 움직이지 않았으니 소리는 안 날 터. 잠에 취한 머리로 유이가하마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 쪽으로 의식을 돌리자 스치는 소리와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단번에 정신이 든다.

 

 

누구냐!!

 

 

고함 소리를 내서 너스 콜을 잡아 버튼을 밀어 넣는다.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서, 허공에 내던진다. 아니, 분명 누군가 있다.

침대에서 뛰어내린 듯한 그 누군가에게 스마트폰이 부딪혀서, 순간 빚에 비춰진 모습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흑발이 보였다.

 

놀라서 기막힌 내 정신을 재빨리 되돌린 것은 심하게 기침하는 유이가하마의 목소리였다. 병실 불을 켜고, 이름을 외친다.

 

 

.............콜록, 안 돼......

 

무사해?! 괜찮아!?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가슴에 꽂힌, 은 나이프. 피투성이가 된 유이가하마의 얼굴은 덧없이, 사라질 듯한 미소를 띤다.

바닥에 내팽개쳐지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 녀석 가까이, 옆에 있겠다고 약속했잖아!

 

납작 업드린 채로 침대로 손을 뻗어 반신을 걸친다. 급히 달려온 간호사는 비명을 질렀다가 바로 의사를 부르러 달려간다.

 

 

저기, 울지 마..... , 괜찮아.

 

바보야?! ! 말하지 마!

 

 

머리를 흔든다. 오른손을 내 뺨에 대고,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좀 더 얘기하고 싶, 잖아.... 마지막이에요?

 

그만둬! 아직이야! 아직 부실에 못 돌아갔잖아! 아직 요리 형편없잖아!

 

하하, 그랬었지. 힛키한테, 맛있는 쿠키....... 주고 싶었는데

 

얼마든지 먹을게. , 쿠키, 쓰지만, 또 먹어 줄게!

 

미안, ..... 고마워.........ᅟᅵᆺ키, 유키.....

 

 

유이가하마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저기, 유키노 짱하고 연락이 안 돼. 히키가야 군은 왜 그런지 몰라...........?

 

저도........ 만나고 싶어요.

 

나나 경찰도, 유키노시타가도 찾는데, 발견되지 않다니 이상해..... 유키노 짱, 어디 갔을까

 

 

유키노를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어? 그 때의 광경이 뇌리에 떠오른다.

어둠에 스며든 듯한 검은 머리카락이 순간 비치고, 유이가하마가 은 나이프에 꽂힌, 그 순간.

 

 

가족에게도, 연인에게도 행방을 알리지 않다니, 어지간히 하지요.

 

 

그 뒤에, 경찰에 질문을 받았지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봤다고. 그리고 그 정체의 예상도.

 

 

하아, 요즘 이미지 체인지해서 머리카락 길러서 사람들이 가끔 유키노 짱하고 헷갈리는데, 역시 자매니까 닮은 거네.

 

 

히라츠카 선생님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사람을 슬퍼하게 하거나, 나처럼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소부고를 떠나기 전에, 가르쳐 줬지만, 유키노는 학교를 쉬던 중에도, 친가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친가에 확인했지만, 대답은 NO였던 것 같다. 하루노 씨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있잖아, 히키가야 군

 

무슨 일인데요? 하루노 씨

 

 

 

난 계속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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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4) 2014.02.11

마지막의

2014. 2. 11. 01:33 | Posted by 2ndboost

<이 글은 Pixiv -

 

 

약간 판타지 요소가 있습니다.

어조가 이상할지도 모릅니다만, 그런데도 괜찮으시다면.

 

=========================================================================================

 

 

 

 

「어머, 이제야 왔군요. 지각가야 군.」

 

「두뇌명석한 유키노시타치고는 너무 억지스러운 네이밍이군. 거기에 딱히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을 테지. 즉 네가 말하는 지각이라는 건 잘못됐다.」

 

 

오랜만의 대화, 이런 식으로 만나면 매도하는 그녀를 나는 찾고 있었다. 아니, 결단코 매저키스트가 아니에요? 단지, 오래간만의 매도에는 약간 그리움과 기쁨을 느꼈지만... 어라, 이러면 안 되잖아? 나.

그 무렵과 전혀 다르지 않은 그 미소를 보고 나는 일부러 들리도록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스루하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뒤로 뻗어 문을 닫아, 나는 일찍이의 정위치에 걸터앉았다. 먼지 한 톨 없는 그 의자에.

 

 

「그래서? 여기에는 뭘 하러 왔니?」

 

 

여길 보려 하지도 않고 손에 든 책을 보면서 묻는다. 조금 정도는 관심이 있는듯한 시늉은 내봐라. 안 그러면 앞으로 내 대사가 전부 혼잣말 취급 받을지도 모르잖아. 아까 전의 스루도 그렇고 유키노시타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퀴즈다. 시작은 다리 4개, 다음은 2개, 마지막은 다리 3개인 생물은 뭐지?」

 

 

...

평소대로 혼잣말이 된 것 같다.

 

 

「........뭐지?」

 

 

안 돼, 밀어붙이기다. 여기까지 말해버렸다. 이제 끝까지 갈 수 밖에 없어.

근데 진짜, 겨우 여길 봤다고 생각했는데, 길가에 떨어진 껌이라도 보는듯한 눈은 그만뒀으면 하는데......

 

 

「히키가야 군.」

 

「뭐, 뭔데.......」

 

「너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네. 그 썩은 눈도. 시시한 얘기도. 그러니까 당신은 언제까지나 광합성 할 수 없어요.」

 

 

이런이런 하며 기막힌 표정으로 인간에게는 평생 인연이 없는 욕을 먹었다. 그나저나, 광합성 할 수 있게 되면 피부가 녹색으로 되잖아, 뭐야 그건 좀비 같아... 아니, 눈이 이러니 저러니 같은 공격은 필요 없으니까, 진짜로.

하지만, 이렇게 보면 역시 변함없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우회는 할 수 없다.

 

 

「......정답은, 인간이다. 하지만 너는 언제까지나, 계속 다리가 2개겠지.」

 

 

 

 

흡혈귀.

 

판타지 같은 것이라면 친숙한 그 괴물. 이 경우는 드라큐라라고 해야 하나, 특징적으로는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브람 스토커를 읽든지, 붉은 코트의 어딘가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주인의 만화(旦那の漫画)를 읽었어도, 적당한 올백에 망토를 쓴 창백한 낯빛의 중년신사가 나오는 영화 여러 편을 봐도, 그 존재는 요만큼도 믿지 않았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귀여운 여동생인 귀여운 코마치가 공포에 떨면서 같이 본 영화에서는, 기분 나쁜 흡혈귀가 십자가에 고통스러워하거나 햇빛으로 타 죽었기 때문에, 그 뒤로 당분간 십자가 목걸이가 새겨진 셔츠를 입었던 내 흑역사도 지금은 관계없다. ......관계없다. 해골 있는 옷은 누구나가 입던 시절이 있겠지? 그것과 마찬가지다.

 

어쨌든 그렇다. 그런 농담 같은 존재라도 실제로 있으면 좋을지도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겠지. 상상에서 태어난 존재가, 반대로 창조됐다 같은 말도 안 되는 얘기, 신화만으로 충분하다. 신님의 모습을 따서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라면, 약간은 전지전능한 힘을 줘도 좋잖아. 아니, 갖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말이야, 만약 있으면 토츠카라든가 토츠카를, 신부로 삼는다는 것도 가능하잖아.

이런 더 이상 엔젤 토츠카 얘기를 계속하면 어딘가의 썩은 여자가 코피를 분출하니까, 그만두자.

 

아아, 맞다, 흡혈귀다. 십자가와 마늘에 약하고. 흐르는 물과 햇볕에 약하다는 꽤 약점이 많은 것 같지만, 아무튼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면 은이나 말뚝으로 심장을 찌를 수밖에 없고. 햇빛으로 소멸시키는 것도 작품에 따라서는 마지막 수단이 되고, 괜찮을지도.

그래서, 결국 말하고 싶은 게 뭐냐면.

 

 

「히키가야 군, 나, 실은 흡혈귀야.」

 

 

학년 수준이 아니라, 학교 넘버원인 미소녀에게서 그런 것이 폭로되었으니까, 여러 가지 흑역사라든지와 같이 옛날 알게 된 흡혈귀 지식을 대충 늘어놓아 봤을 뿐이다.

 

 

 

 

 

「얏하로-! 유키농! 그리구 힛키도」

 

 

어이, 그 바보 같은 인사는 어찌되든 상관없는데, 끝에 그리고를 붙이는 건 그만둬라. 과연 나라도 상처받는다고.

평소처럼 유이가하마가 유키노시타에게 달라붙어 화목한 공간을 전개한다. 아아, 왜 내가 여기에 있지. 아, 지금이라면 안 들키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쇠뿔은 단김에.

 

 

「안녕하세요 유이가하마 양. 그리고 거기 있는 사람, 지금은 아직 동아리 시간인데. 대체 어디 갈 생각?」

 

「아-! 힛키 왜 돌아가려는 거야!?」

 

「칫, 어째서 알아챈 거야, 언제나 공기 같은 취급 하면서. 뭣하면 유령 부원으로 해주는 쪽이 서로 바람직할 거라고.」

 

 

속공으로 들켜서 도망칠 수 없었다. 유키노시타 녀석, 평소처럼 유이가하마와 백합백합 하고 있으면 도망쳤을 텐데. 저거라고 할까, 거기 있는 사람이라고 불렸다는 건 내가 아닐 가능성도? .....아니, 그럴 리는 없나.

어쩔 수 없이 정위치로 돌아간다. 옆에서 꺄-꺄-하고 시끄럽지만 무시한다. 우선 독서에 힘쓰자. 오늘은 아버지 책장에서 적당히 가져온 소설이다. 타이틀은 『햇빛』오렌지색에 흰 문자로 된 타이틀만 쓰인 표지를 넘기면, 뒤는 작자의 한마디가 쓰여 있다.

 

 

『햇빛에 치유되는 건, 인간만이 아니다.』

 

 

뭘 당연한 말을, 이렇게 생각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술렁거렸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 문득 석양이 비친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러고 보니 평소처럼 폰을 만지작거리는 유이가하마가 몇 시간인가 전에 클래스메이트와 나간다는 말을 하고 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여기에 없다는 건 리얼충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말이려나.

 

소설을 요약하면 장수해서,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혼자 남은 남자와 식물이 얘기한다는 뭐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햇빛이 비치는 방에서 식물을 향해 계속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남자, 슬픔이나 괴로움을 느낄 수 없다고 남자는 말한다. 감정의 표현력이 결핍됐다는, 평범한 내용일까 생각했더니, 원인은 햇볕에 계속 노출되어 이상하게 됐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따뜻하다고 해도, 너무 쐬면 좋지 않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면 최종적으로는 식물도 시들고 남자도 죽는다는, 어디가 위안이야! 이렇게 소리치고 싶어지는 결말이었다.

 

문득 창가를 봤더니 유키노시타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얼굴을 돌린 건 딱히 싫어서는 아냐, 이 녀석이라면, 「여길 보지 말아주겠니?, 썩은 눈으로 보면, 매우 불쾌해요.」 이렇게 말할 게 틀림없다.

 

 

「-저기, 괜찮겠니?」

 

 

어라? 매도가 안 오네.

아니, 결코 매도 받고 싶은 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 그래, 뭔데?」

 

 

여기서 처음으로 유키노시타가 눈을 돌리고 가볍게 숙였다. 이 정도로도 그림이 되니까 신님은 불공평하다. 코마치 가라사대 나도 얼굴 파츠가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눈이 썩었으니까 전부 엉망이라고... 울어도 되나요. 친 여동생에게도 희망이 없다고 들어버리면 오빠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번에, 믿음직한 치바의 시스콘 오빠에게 편지를 보내볼까.

 

 

「만약, 내가, 저기..... 목을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면 히키가야 군은 기꺼이 목을 내주겠니?」

 

 

오케이. 침착하자.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예쁘잖아, 학교의 남자들이라면 간단히 목을 잘라 줄 것이다.

네! 부디 유키노시타 님, 이건 히키가야의 목입니다! 이렇게. 나 살해당하는 거냣!!!

꽃도 무색하게 할 만한 미소녀가 석양 때문만이 아니라, 틀림없이 얼굴을 붉히고 있는 이 상황. 내가 아니면 틀림없이 함락됐다. 그래, 나는 오인하지 않는다, 이건 함정이다.

 

 

「바보냐, 어째서 내가 그런 산 제물틱한 짓을 해야 하냐. 거기에 그런 짓 하는 건 빗치 같아서 너 답지 않은데, 아무튼 뭣하면 그쪽 속성인 남학생 붙잡고 말해봐? 아마 헌혈회장에서 보상으로 모에 캐릭 포스터를 증정할 때처럼 줄이 길게 늘어설 거라고.」

 

 

그렇게는 말했지만, 만약 토츠카가 같은 대사를 하면 음속으로 목을 씻고 와서 내밀겠지. 그리고 분명 그 부드러울 듯한 입술이 피부에 닿은 것만으로 이렉트(erect:발기)한다. 소스는 없지만 난 알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동요를 숨긴 이 대답, 잘도 혀 깨물지 않고 말했군. 부들부들 떨리는 소설 책을 들키기 전에 쿨해지자, 아니 토츠카가 뇌리에 스쳐간 탓에 히트해버려.

 

내 수상한 거동을 봤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한 유키노시타가 일어서서 내 옆까지 걸어온다.

 

 

「너, 내가 하는 말 듣지 않았어? ......아니, 혹시, 이 썩은 눈이 원인으로.....」

 

 

아니, 바로 정면에서 우뚝 서서, 나를 내려다본 뒤에 한 말도 신경 쓰이지만, 대체 뭐야, 보통 만화 같은 데서는 군소리는 들리지 않는 설정인데 엄청 잘 들리고 있습니다만. 매도는 평소대로지만.......

 

 

「너, 너 말야, 아무리 내가 스쿨 카스트 최하층에 있다고 해도 그건 너무하잖아. 뭐야? 유키노시타 님의 명령은 절대적이야?」

 

「그 스쿨 카스트라는 건 잘 모르겠지만, 그래, 들어주지 않는 거네.」

 

「........ㅇ, 알았다. 잠깐만이라고.」

 

 

어라? 나 지금 무슨 말을......

올려다 본 유키노시타의 눈은 석양보다 붉은 색을 띠고 있고, 빨려 들어갈 정도로 깊었다.

나는 소설책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양손을 벌려 눈앞의 미소녀를 손짓해서 부른다.

 

그래, 그렇게 하면 돼. 색정적인 소리로 속삭이자 유키노시타는 내 손을 잡아 손가락을 끼고 무릎에 앉았다. 아니, 기다려, 이상하잖아! 라며 머리로는 반항하지만, 몸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눈을 가늘게 뜨고 기쁜 듯이 미소 짓는 유키노시타가 가까워지자, 자연스럽게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목을 내민다.

 

 

「당신이 처음이에요.... 그리고 내 마지막도 당신에게......」

 

 

그렇게 귓가에서 속삭인 뒤, 목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뜨겁고 촉촉한 것이.

허벅지에 올라 탄 유키노시타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고, 요염한 흑발에서는 샴푸 향기와 아마, 유키노시타의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어질어질하고 취한 듯이 내 의식은 안개가 낀 것처럼 멀어져간다. 추가로 나는 정월 말고는 술 같은 건 마신 적 없으니까.

 

혀로 핥고 나서 한 번 떼어 놓는다. 그리고, 그녀의 송곳니가 내 목에 박혔다.

 

 

 

 

 

「그 퀴즈의 정답이라면, 너라도 계속 다리가 2개잖아.」

 

「아니아니, 잘 보지 않아도 알겠지만, 나는 지팡이를 쓰니까 3개다.」

 

 

그 날부터 정확히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도 벌써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 있는 유키노시타는 미소녀인 채. 정말, 심술궂구만 신님은.

완전히 연로한 나는 백발이 되어 버린 머리를 긁고, 후우 하며 한숨을 내쉰다. 아, 삐친 머리는 건재하다.

 

 

「그 퀴즈는 너 같은 억지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그럴지도. 그래도, 확실히 통하는 건 있잖아. 그러니까 문제없어.」

 

「아무튼 좋아요. ......그래서?」

 

「......유이가하마가 죽었어. 오늘 아침 손자에게서 전화 왔어.」

 

 

그래, 하고 중얼거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 날의 정경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때 미소 지었기 때문이다. 입에서 흐른 핏줄기를 닦지도 않고, 거의 사라져가는 석양 속에서, 유키노시타는 웃고 있었다.

 

 

「인간 흉내는 그만 둬. 너는 이미 흡혈귀니까.」

 

「어머나, 예전 친구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도 없다는 거야?」

 

「그러면, 그 입가로 약간은 슬퍼해라. 웃고 있다고.」

 

「그러네. 하지만 슬픈 건 정말이에요, 이것으로 이제 내가 인간이었던 시절의 친구는 모두 죽어 버렸어요. 슬프네요.」

 

 

어라? 어쩐지 내가 내츄럴하게 친구가 아닌듯한 말투입니까. 하지만, 뭐- 코마치나 토츠카가 죽었을 때 눈물이 말랐던 나도, 유키노시타에게 뭐라고 할 수 없을지도.

그래도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유이가하마가 죽은 것과 상관없지는 않다. 고등학교 때, 우리들이 지냈던 이 교실에, 그 때의 둘이 있으니까, 상관 많겠지.

 

 

「저기 유키노시타. 나도 아마, 이제 길지 않아.」

 

「그래.」

 

「그러니까 너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고.」

 

 

그렇게 전에 내가 여기서 읽었던 아버지의 책, 실은 그 때부터 계속 이 교실에 있어서, 지금은 이미 너덜너덜하지만, 유키노시타의 손에서 지금도 넘겨지고 있다.

 

 

「그러네.」

 

「너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거야? 햇빛도 마늘도 흐르는 물도 문제없는 불사의 넌, 앞으로도 단 한 명으로 살아가는지?」

 

「.......아직 시험하지 않았어.」

 

 

겨우 손에 있는 책을 닫고 테이블에 둔다. 그리고 눈물을 닦지도 않고 일어선다. 그 모습은 아름답다. 나 같은 할아범에게도 마침내 천사가 마중하러 왔나 착각할 만큼. 아니, 이 녀석은 천사와는 먼 존재지만.

늠름한 표정으로, 똑바로 등골을 세우고 이쪽으로 걸어온다. 약간 정도 경계한 건 할아버지니까 그렇다!

 

그리고 그 때 같은 눈동자의 유키노시타는 내게 미소 짓는다.

 

 

「그 지팡이는, 나를 죽여주기 위해 있겠지?」

 

「그래. 나도 너도 시들 때가 왔어.」

 

「당신의 경우는 썩는다, 를 잘못 말한 게 아닐까?」

 

「시꺼...... 정말로 괜찮아? 저기, 뭐야. 너 같이 아름다운 채라면,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잖아?」

 

「그러네. 확실히 나는 아름답지만, 그것과 이것과는 달라. 거기에.......」

 

 

양손을 벌리고,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손가락을 얽히게 한다.

주름 낀 손과 윤기 나는 아름다운 손.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전에도 그런 느낌이다. 아무튼 주름은 없었지만.

 

 

「당신은 지금도, 내가 사랑한 그 때와 아무것도 변함없어요. 그 눈도, 어떤 것도. 외모를 사랑한 건 아니야. 내 마음은 당신에게 줬을 터, 벌써 잊어 버렸을까?」

 

「바보 같은 소리 마. 난 거기가지 바보는 아니라고. ......그러니까, 여기 있다.」

 

 

유키노시타의 눈물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무엇에 대한 눈물인지는, 이제 뭐든지 상관없다.

멈춰 주고 싶다. 그것뿐이다.

 

 

「그래. 고마워. .......마지막에 한 번만 더, 부탁해도 좋겠니?」

 

「그래, 좋아.」

 

 

일어서서 꼭 껴안아 준다. 호리호리한 몸매인 유키노시타는 지금의 나라도 간단히 떠받칠 수 있을 정도다.

전과는 다른 향기에 두근거리지만, 이미 할아범인 나는 그것 뿐이다. 이런 미소녀를 안아도.

 

그리고 목에 달콤한 감촉이 찾아오고, 이윽고 전신으로 퍼졌다. 그 사이에 지팡이를 꺾어, 은빛의 칼날을 꺼낸다.

이것을 유키노시타의 심장에 꽂는다. 그리고, 그 뒤는.

 

 

「먼저 가요. 유이가하마 양이나, 코마치 양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네, 그러니까 당신은 천천히 와주겠니? 그녀와 많이 얘기하고 싶고, 유이가하마 양의 요리 솜씨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돼.... 약속했어요.」

 

「알았어. 그렇군, 적어도 유이가하마의 요리가 온전히 될 때까지는 그쪽에는 가지 않아. 그 세상에서도 살인 요리 먹게 되면 곤란할 테고.」

 

「악담이네, 여전히. .......또 만날 수 있을까, 당신과」

 

「그래, 반드시. 그 때는 이제 독설은 하지 말아 줘, 아무리 나라도 울고 싶어져.」

 

 

유키노시타는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렇게는 말했지만, 진짜로 외톨이인 건 나다. 결국 결혼 같은 건 하지 않았고, 이 세계에서 살아있는 지인은 더 이상 없다.

구면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은 요절해버렸고, 아니, 진짜로 토츠카의 장례식에서는 자살도 생각했다. 코마치가 멈추지 않았으면 5번은 죽었을 테지.

 

문득 유키노시타가 둔 책을 주우러 간다.

많이 긁혀서 읽기 어렵지만, 읽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군, 이것을 읽으면 그 쪽에 가자.

 

남겨진 남자의 기분은, 실은 나쁘지 않다. 유키노시타는 의자를 늘어놓고 그 위에 눕혔으니까, 자고 있는 미소녀 옆에서 쿨하게 독서하는 모습은 멋진 그림이 된다.

70년 젊었으면, 침착하게 있을 수 없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런 건 어찌되든 상관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부실을 비추는 석양은 이미 사라졌고, 어둠 속에서 후서까지 다 읽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뒤 쪽을 본다.

 

 

「앗... 이봐 이봐 진짜야?」

 

 

뺨을 긁고 유키노시타를 보았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아름다워서, 죽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도 뭐-, 해 줄까. 의외로 욕심쟁이구나, 이 녀석도.

 

 

 

 

 

『키스로, 나를 치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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