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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글에 앞서.

 

최근 종종 보는 7권 분기를, 원작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충실히 재현하면 어떻게 될까하고 생각해, 써 봤습니다. 뭐... 에비나 양이 고백을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충실하지 않지만.

그다지 긴 것도 아닙니다만, 글자에 힘을 쓰면 문자수가 쓸데없이 증가해 버렸습니다.ㅋ

그럼, 본편을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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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저와 교제해 주세요.」

 

 

당돌한 고백에, 에비나 양은 몹시 놀란다.

토베도 멍하니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바보처럼 입을 크게 열고 놀라고 있었다.

얼마쯤 있다가 에비나 양의 얼굴이 놀라움에서 당황으로 바뀌어, 뜻을 결정한 것 같은 눈이 되었다.

 

 

「응.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그래요 잘 부탁ㅎ-----핫? 잠깐, 기다려.

잠깐잠깐잠깐잠깐.......어라? 여기만 시공이 변형되고 있어? 눈만이 아니라 귀까지 부식 진행됐다든지? 설마, 일본어의 의미가 바뀌었다든가? 「잘 부탁드립니다.」가 「죄송합니다.」라고 바뀌었다든지? 어이어이 일본어 사전, 일해라... 뭐야, 너무나 블랙 뛰어넘어 일본어가 보이콧이라도 일으켜 버린 거야?

 

 

「하아앗 ! ? 히키타니 군, 잠깐, 그건 아니잖어!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아니야...」

 

 

토베가 「아니야-」를 반복해, 내게 다가선다. 잠깐, 가까워, 가까워요. 남자에게 재촉당하는 건 토츠카만으로 좋으니까. 오히려, 토츠카에게조차 재촉당하면 좋기까지 하다.

라고 할까, 에비나 양의 눈이 부해에 침식되기 시작했으니까 떨어져라.

 

 

「그러면, 지금부터 잘 부탁해, 히키타니 군.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제 돌아가는군요.」

 

 

타닷, 하며 종종걸음으로 떠나는 에비나 양.

그렇다 해도, 히키타니군 노력해라니. ...아니 나, 히키가야고. 히키타니 군 아니고.

....히키타니? 뭐야 그거, 썩은 귀부인 밖에 안 보인다고 하는 요정 같은 뭔가입니까?

 

 

「잠깐, 하야토 군도 말해 봐요! 이거, 너무 심하잖어? 나, 피에로잖어!」

 

「......뭐, 지금은 침착해. 자, 일단 여기에서 떠나자고. 이야기는 침착하고 나서 하자」

 

 

하야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라고 내게 눈으로 재촉 해 왔다. 모르겠어-, 하고 썩은 눈으로 노려본다. 그런 내게, 불쌍히 여기는 듯한, 한탄하는 듯한... 마지막으로 그런 눈을 향하고는, 하야마는 토베를 질질 끄는 듯이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너는 사람의 기분을 모르는 것이군요. 그러니까, 그런 방식 밖에 할 수 없어.』

 

 

하야마의 시선은, 차라리 불쌍히 여기고 있는 것 같아서— 거기에 고스란히 담긴 감정에, 부글부글 뜨거워지는 수치와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은 충동을 어떻게든 참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알 리가 없겠지. 마음대로 이해할 생각이 될 만큼, 오만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물며 사람의 기분은, 그 제일의 것이다.

겉은 미소를 띠워 속으로 비웃는----인간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나는 에비나 히나라는 인간을 잘못 읽었다.

마음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을 해, 잘못 생각했다.

언제나대로, 잘못했다.

단지 그뿐 만인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남겨진 사람은, 나와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 세 명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소극적으로 두 명의 근처로 향하자----

 

스윽, 하고. 공간의 기온이 단번에 차가워진 것 같았다.

유키노시타가 초승달 모양으로 눈을 가늘게 떠, 칼날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흘기고는.

 

 

「.......당신의 방식, 마음에 들지 않아.」

 

 

그것은, 차갑게 얼리듯이 규탄하는 음성이었다. 마음에 빙창이 꼽힌 듯한, 가열의 감정이 깃들인 소리. 그 안에서, 갈 곳이 없는 분노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듯한, 단죄자의 눈동자로 나를 흘기고는.

 

 

「도대체, 지금부터 어떻게 할 생각인 거야?」

 

「.....몰라」

 

「----그래. 모르는 것이네. 기가 막혔어요.」

 

「......유키농」

 

 

잘라내는 듯한 소리에, 답답한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을 찢는 듯이, 툭하고 유이가하마가 소리를 흘린다. 그 소리는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아, 고뇌로 가득 찬 것 같이, 당장 울기 시작할듯한 믿음직스럽지 못한 소리였다.

 

 

「있잖아... 저기, ......」

 

 

약간 떨리는 손으로 앞가슴을 꽉 눌러, 짜내는 듯한 불안이 소리에 베인다.

 

 

「힛키, 그건 진심, 이었던 거야....?」

 

「......그럴 리 없잖아. 예정으로는 내가 차이고 끝나고, 있다.」

 

「그래. 그, 그렇구나. 앗하하, 어쩌지, 지금부터」

 

 

무리하게 만든 것 같은 애처로운 미소로, 굳은 미소를 짓는다.

.....그만 둬. 그런 얼굴로, 웃지 말아 줘. 그렇게 괴로운 듯한 얼굴로 웃는 건 그만 둬. 보고 있는 내가-----아파.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겠지. 모르겠어. 내가 잘못 읽었다, 그것만이다.」

 

「힛키는 말이야, 어째서 여러 가지를 아는데, 중요한 걸 모르는 거야.....?」

 

 

떨리는 소리로, 유이가하마는 묻는다.

 

 

「중요한 일?」

 

「사람의 기분, 이야」

 

 

퍽, 하고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마음속에 퍼지는 동요를 밖에, 얼굴로 드러내지 않게 입술을 강하게 씹는다. 피 맛이, 입 안에 퍼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모르는 거겠지.」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그렇게 답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응, 그러네. 그래두... 그래두 말이야. 알려고는 하자. 알려고 하는, 노력은 해요...」

 

 

갑자기 유이가하마가 내게 가까워져, 훌쩍거리는 듯이 약한 목소리를 내며, 내 교복을 매달리듯이 잡았다.

 

 

「그런 거 싫어. 그런 거 싫어요……」

 

 

힘이 빠진, 부모를 잃은 아이와 같은 슬픔을 띄고, 유이가하마는 참지 못한 듯이 하염없게 울었다. 뚝뚝 흘러넘치는 굵은 눈물에, 나는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평소의 야유도, 억지 정론도, 유야무야로 얼버무리는 듯한 농담도, 어떤 것이라도, 유이가하마의 우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뭉그러져 어지럽혀 지는 것 같아, 목에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이가하마 씨. 가도록 해요.」

 

 

유키노시타가 살짝 상냥하게 깨우는 듯이 유이가하마의 어깨를 안고, 내게서 멀어져 간다. 유키노시타는 마지막에 차라리 무기질이라도 해도 좋을 만큼 차갑게 나를 응시하고는,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이 시선을 돌려, 유이가하마를 부축하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나는 쫓을 수 없었다.

 

쫓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이가하마의 체온이 남은 교복에 손을 대, 단지 그 자리에서 멍하니 내내 서 있어,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하로하로~. 오래 기다리게 해 버렸을까나?」

 

 

밝고 순진한 소리에 얼굴을 올린다. 어깨까지의 세미 롱을 흔들며, 평소와 달리, 안경 안쪽 눈동자를 맑게 빛내며 내가 기다리는 사람, 에비나 히나가 나타났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어떻게 할 생각이냐니, 뭐가?」

 

「토베의 고백을 막아 줬으면 했던 게 아닌 건가? 어째서, 내 고백을 받아들였어?」

 

 

에비나 양의 진심을 파내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전과 같이, 단지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도리어 투철한 듯이, 초연한 미소.

 

모르고 있었다.

 

에비나 양은, 지금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미우라와 유이가하마라는 친구에, 그 옆에 하야마나 토베, 오오오카에 야마토라고 하는 교류의 고리까지 미친다.

그건 단지, 즐거운 공간에서. 분명 기분이 좋아서. 임시라는 걸 알면서 빠지는, 마약과도 같이 탐닉하는 시간.

그런 미온수와 같은 관계를 지키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관계도 언젠가는 끝난다. 이번에, 토베가 관계를 바꾸려고 행동으로 옮긴 것처럼, 언젠가는 변해서, 끝나 버린다. 덧없이 무른 지반 위에 쌓아 올린, 환상과도 같은 시간.

그런데도, 에비나 양은 그 환상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꿈같은 시간을 깨고 싶지 않다고 바랐다. 그런 연유로, 내게 의뢰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히키타니 군의 고백으로, 깨달아 버렸던 거야. 으응, 생각하지 않게 하고 있던 걸 실감해 버렸다, 그런 느낌인가? 그러면, 지금 바뀌어도 좋으니까, 졸업 후에도 절대로 변함없는 관계를 갖고싶다고 생각했어.」

 

「......변함없는 관계?」

 

「히키타니 군과라면,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누구와도 연결이 없는 히키타니 군이라면, 처음으로 이룬 연결을 소중히 해 준다고 생각했어. 꾸미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과대 평가다. 사람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후회할거라고.」

 

 

나처럼 말이야.

핫, 하고 토해 버리듯이 웃는다.

 

 

「그럴까? 그럼, 히키타니 군은 애인인 나를 버리는 거야? 말하는데, 히키타니 군과라면 잘 교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잇는 건 사실이야? 사랑, 인지는 모르겠는데 좋아하게 되고 싶다, 고 생각하고 있어」

 

「그만 둬, 무심코 반해버리잖아.」

 

「하핫, 빠질 정도로 반해 줘도 좋아요?」

 

 

계속 열정적으로 응시하는 에비나 양에게, 목에 막힌 것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눈동자의 안쪽에 남아 있는 감정은 마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문이 막힌 나를 보고, 에비나 양은 간파한 것처럼, 아하하, 하며 웃었다.

 

 

「봐, 난 썩고 있으니까」

 

 

아무도 믿지 않는듯한 공허함으로. 사람을 의심할 줄 밖에 몰라서. 배신에 겁쟁이가 됐다. 만약, 나와 같은 의미로 썩어 있는 거라고 한다면, 그건— 왠지 모르게, 에비나 히나라고 하는 인간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확인하듯이, 물어 본다.

 

 

「에비나 양은, 지금을 믿을 수 없는 건가?」

 

「끝나버린다고 믿고 있어요. 그러니까, 히키타니 군이야. 히키타니 군이라면 배신당하는 고통은 몸으로 알고 있겠죠?」

 

 

그러니까, 나를 배신할 수 없겠죠? 라며. 그렇게, 속삭이듯이 계속했다.

그 속삭임에, 오싹, 하며 소름이 났다.

여름방학의 임간학교 때, 유이가하마와 한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유이가하마와 같은 팔방미인이라도, 초등하교 졸업 뒤, 서로 여태껏 연락하고 있는 인간은, 고작 5% 이하. 보통 인간이라면 2명 분인 미인정도니까, 겨우 1% 정도로 그런 건 잘라 낼 수 있는 오차다.

 

잘라 낼 수 있는 오차.

에비나 히나는, 그걸 체감해 온 것은 아닐까?

초등학교, 중학교와 사이좋은 그룹에 소속해, 졸업 후에는 자연 소멸해 갈듯한 관계를 계속 체감해 온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신용할 수 없다. 친구라는 관계를, 신용하지 못하고 단념하고 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사람을 신용할 수 없었다.

이쪽은, 우수하지만 고통스럽게 치이고, 또 정직하지만 고통스럽게 경원시 되었다. 우수하기 때문이야말로 시기당해, 그 질투를 처리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었다. 아니, 몸에 익힌다는 발상이 없었다. 몸에 익히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 같은 세계가 잘못됐다고 판단해 완고하게 자신을 관철해, 수련을 계속했다.

 

에비나 히나는 사람과의 거리에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사람을 신용하지 못하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너무 멀기 때문에 신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사람을 신용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이가하마 유이라는 친구를 만들었다.

내 쪽에서 보고 있어도 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유이가하마 유이를 소중이 여기고 있다고, 반드시 졸업 뒤에도 계속된다고, 계속해 가고 싶다고 바라는 관계일 거다.

 

1% 이하의, 잘라 낼 수 있는 오차. 기적과도 같은 관계.

그것을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바란다, 유이가하마 유이는 분명 그걸 받아들이고 있다.

일방통행이 아닌 관계. 그렇기 때문이야 말로의 기적이다.

 

......그렇다면, 보다 좋은 건 에비나 양에게 친구를 단념시키지 않고, 신용시키는 일일 거겠지. 그게 성공하면, 우리들의 기만으로 가득 찬 관계도 끝낼 수 있다...지만, 내게는 무리다.

친구가 없는 내가 친구를 믿어라, 라고는 죽어도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 졸업 후에 자연 소멸을 계속했던 거라고 한다면, 분명 그 뿌리는 깊다.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것에게 졸업 후에도 계속되는 애인 관계를 바랄 리가 없다.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아픔을 아는 나는, 에비나 히나를 배신할 수 없다—어디까지나 에비나 양의 주관이지만, 끝은 잘못되어 있지 않으니까 질이 나쁘다.

 

유키노시타라면, 어떻게 할까?

유이가하마를 믿은 유키노시타라면, 에비나 양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아직도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는 에비나 양에게, 무리하게 만든 얇은 미소를 돌려주며, 나는 단지 조용히 숙고했다.

 

 

 

 

계속되면 좋겠구만.

 

 

 

후서.

마지막에 약간의 희망을 보여, 제일 쓰고 싶은 것도 써 버렸으니, 나는 분명 이 이후를 쓰지 않습니다.

만약 계속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 허가라든지 필요 없으니까, 스스로 써 주세요.ㅋ 뭐, 이 작품에 거기까지 수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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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폭발적인 코멘트.

 

작가 : 젠장...... 감동했다든가, 제일 어울리는 커플링이라든지, 수요 있다고 들어버리면 시나리오 생각해서 쓰고 싶어지는 게 아닙니까! 친구와 일차 창작도 써야 하는데(울음)

 

 

2side : 고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허허허.

<이 글은 pixiv - tetsukugi 님의 번역허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예외편이 아닌 5는, 예외편이 아닌 하루노 씨 루트.

(2side : 예외편 중에 페이크 하루노 루트-[실은 단지 하루노가 하치만을 휘두를 뿐인 얘기]가 있습니다.)

 

다음 회는, ②실수로, 히라츠카 시즈카는 말려든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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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도, 약점이라는 건 반드시 있다.

 

  거대한 바위가 있다고 하자. 어떻게 봐도 부서질 것 같지 않은 큰 바위라도, 돌결을 파악해, 정확한 지점을 찌르면, 필요한 최소의 힘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아이스 픽으로 산산조각 부서지는 얼음과도 같은 것, 이러면 알기 쉬우려나.

 

  아무튼 만화에서 배운 지식이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지는 매우 의문이지만, 요점은 뭐를 말하고 싶은 거냐면, 그건 사람의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나같이 어렸을 적부터 지독한 정신환경에 노출되어, 강철의 마음에 도달한 용자라도, 아직 위크 포인트라는 건 엄연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과거의 트라우마를 후벼낼만한 언동이나, 현재 절찬리에 붐비는 르상티망을 자극할만한 상황이나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증대시킬만한 정보이거나..... 어라, 나 너무 약하잖아?

 

※ 르상티망 : 원한. 유한. 증오. 특히, F.W. 니체의 용어로서, 약자의 강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울적한 심리 상태.

 

 

  아니, 그렇지 않다. 반대로 생각하자, 나조차도 이 모양이라....고.

 

  ....후우, 위험했다. 역전의 발상을 할 수 없었으면 사고의 미궁에 빠질 뻔했다. 그리고 어나더라면 죽었어.

 

  어쨌든, 나한테도 있으니 다른 무리에게도 있겠지. 약점 하나나 두 개 쯤은.

 

  봉사부 고문인 히라츠카 선생님은 참 알기 쉽다. 그 사람이 신경 쓰는 건 대체로 처음이 「ㄱ(け)」으로 시작해서 끝이 「ㄴ(ん)」으로 끝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무방하다. 추가로 「케이온(けいおん!)」이 아니니까, 저건 엄밀하게 말하면 「!」으로 끝나니까 제외다. 거기냐구요.

 

  유이가하마도 알기 쉽지. 히라츠카 선생님처럼 특정 단어에 과잉 반응하지는 않지만, 약한 부분에 접했을 때, 뿌리가 순수하다고 할까 단순한 유이가하마는 그것이 그대로 얼굴이나 태도로 드러난다. 그건 그거대로 위협 아닐까 생각해.

 

  유키노시타는, 알기 힘든....듯이 보여도, 실은 상당히 알기 쉽다. 거기가 그 여자의 비뚤어진 면이기도 하다. 표정도 별로 변하질 않아서, 무심코 대처같은 철의 여잔가 생각했지만, 약한 면은 철저하게 약하다.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고 믿으며 살아 온듯한 녀석이니까, 공격이 전부인 식으로 인생을 살아왔겠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면, 곧바로 알게 될 것이다. 단, 그 뒤 몸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 공격한 대가는, 극히 클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를 인종이라는 것도 세상에 있다. 어디가 약한 부분인지, 전혀 보이지 않고, 만약 거기에 건드릴 수 있었다고 해도, 미소의 가면을 쓴 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적지만 존재한다.

 

  예를 들면, 그래, 그녀다.

 

  내가 강화외골격이라고까지 칭한 그녀의 가면은, 아마 그리 간단하게 벗길 순 없을 것이다. 그녀도 인간인 이상, 아무리 작아도 약점이 있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고, 그 이전에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왜냐면, 그녀는 완벽하니까.

 

  능력도 환경도 풍족한 그녀는, 그런고로 단 하나의 하자도 용서되지 않는다. 기대 받은 일에 기대 받은 이상으로 응하는 게 가능한 그녀에게는, 일체의 좌절도 용서되지 않았다. 누구한테 용서받지 못하냐면, 아마, 자기 자신에게.

 

  나약한 소리도 아픔도 후회도, 그녀의 미소는 덮어 가린다.

 

  태양이 발하는 빛으로, 나 같은 일반인은 흑점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구가 타 버린다. 그러니까, 그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그녀와 같은 인종 밖에 지닐 수 없는 고민일 것이다.

 

  ...하

 

  그런 건, 결국 가진 자의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우물쭈물한 내적인 고민거리 정도, 나 같은 외톨이의 세력권으로 해 줘도 될 텐데. 리얼충이라는 건 철저히 탐욕스런 무리다. 역시 리얼충 더럽다.

 

  ...평소의 나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뭣하면, 거기에 이쪽에서 외톨이의 우위성까지 논증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저기, 히키가야 군...」

 

 

  내 옷깃을 잡고, 굳게 움켜쥔 손.

 

  그리고 슥, 그 위로 꽉 눌린 무게감.

 

  내 쪽에서는 그녀의 얼굴은 볼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손과 머리가 닿은 내 가슴만이, 천천히 열을 띤다.

 

 

「히키가야 군에게라면, 이런 나를 보여도 될까...그런데, 안 믿지?, 히키가야 군인 걸」

 

 

  후후, 하며 자조적으로, 어딘가 외로운 듯이 들리는, 소리 죽인 웃음.

 

  하지만 그녀의 몸은, 옆에서 봐도 모를 정도로, 떨고 있었다.

 

  나만이 그것을 안다. 알고 싶은 것도 아닌데, 알아 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안 보인다.

 

  그녀는 지금 가면을 쓰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나는,

 

  소녀처럼 떨고 있는 이 사람에게, 나는―――

 

 

 

①히키가야 하치만의 러브 코미디는, 소리도 없이 시작된다.

 

 

  어느 날, 역 앞, 하루농하고, 만났다♪

 

  ...아니, 전혀 즐겁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다. 원곡대로, 만나버렸으면 그 뒤는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게 정답이다. 추가로 곰과 조우했을 때는 등 뒤를 보이며 도망치면 쫓아오는 것 같다. 죽은 체도 효과가 없으니까 각하다. 약간 들어맞지 않는 느낌도 있지만, 목표에서 눈을 돌리게 하면서, 조금씩 도망치는 게 일단 정답.

 

  물론, 만나지 않게 집에 틀어박히는 게 대적중이지만.

 

  그 점에서, 나는 실패해버린 것 같다.

 

 

「어라, 히키가야 군이잖아. 얏하로-」

 

「아무쪼록」

 

 

  사근사근하게 가하마식으로 인사해 온 하루농, 유키노시타 씨에게, 나는 NHK-BS식의 인사로 대답한다. 그런데 이「아무쪼록」이라니 대체 뭐지? 「아무쪼록 이런 곳에서 만나 버리다니 운이 나쁘다, 외출하지 안 할 걸 그랬어!」의 약어라면, 비교적 본심에 가깝다. 정답은 웹으로.

 

  그나저나 그 가하마식 인사, 유이가하마의 허가 맡은 거죠? 아니라면 매니저인 내가 철저히 징수해요? 아무튼 본인한테는 1원이라도 돌아가지 않겠지만.

 

 

「히키가야 군, 이런 데서 뭐해?」

 

「뭐라니... 그, 산책...일까요?」

 

「의문형으로 돌려줘도 곤란한데...」

 

 

  나도 약간 곤란하다. 나 대체 뭐 하러 역전까지 왔지?

 

  휴일치고는 드물게도 일찍 일어났지만, 밥 먹고 공부했더니 한가해져서, 역전에 있는 서점에서 서서 읽고 있었다. 뭔가 샀으면 쇼핑이라 우길 수도 있지만...그다지 좋은 책이 안 보였다.

 

 

「유키노시타 씨는, 뭘 하시나요?」

 

 

  특별히 흥미도 없지만, 그렇게 묻는 게 예의 같아서 형식적으로 묻는다.

 

 

「나? 여행이야」

 

 

  하루노 씨는 옆에 놓인 작은 트렁크를 가리켰다. 약간 레트로한 느낌의 세련된 트렁크군요. 하지만 그렇게 작으면 아무것도 못 넣지 않나? 나이프라든가 램프 정도 밖에 못 넣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여행이라... 그러고 보니 취미라고 했던 것 같다. 언제였지... 소부선 게임... 별로 떠올리지 말자. 나는 앞을 향해 걷지 않으면 언젠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인식했습니다.

 

 

「아무튼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사실은 해외라든지 가고 싶었는데」

 

「그런가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잠깐 기다려 히키가야 군, 열차 출발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시간 있으니까... 무슨 일인데요?」

 

「좀 더, 처형하고 얘기하지 않을래?」

 

 

  싱긋, 매우 화사한 미소로 제안하는 하루노 씨. 그나저나, 뭔가 말의 뉘앙스에 위화감이 든 기분이..., 아니, 그것보다도,

 

 

「그건 괜찮습니다만 유키노시타 씨, 슬슬 일행이라든지, 안 오나요?」

 

 

  그래, 여기는 지금부터 리얼충들에게 오염당한다. 만약 늦게 도망치면 나까지 리얼충화 되어버린다. 뭐야 그 바이오해저드. 그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리얼충이 되어도 좋을지도 모를만큼 간단하다.

 

  하지만 하루노 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말을 부정한다.

 

 

「에, 없어요?」

 

「어라... 그러니까, 혼자입니까?」

 

「응, 이른바 나 홀로 여행」

 

 

  의외다. 하루노 씨라면 물론 그룹 여행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 오히려 나 홀로 여행이라면서, 짐꾼이라든가 운전기사가 붙었다든지. 그런가 서술트릭인가.

 

 

「히키가야 군이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 혼자서도 자주 여행 가요? 모르는 마을이라든가에서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

 

「헤에...」

 

 

  그건, 어쩐지 안다. 나도 중학교 때,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길을 걸어, 우회해서 돌아가거나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방과 후가 너무 길어길어... 그런데도 오빠의 귀가가 빠르다고 코마치가 말했었지... 순진함은 때로는 나이프보다 날카롭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볼 거리도 있고. 그리고, 현지 사람과 친해지거나」

 

 

  ...그건 감탄할 수 없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을 걸거나 하면 안 된다고, 엄마한테서 안 배웠나. 추가로 그걸 충실히 지키면 나처럼 될 수 있다.

 


「그런 건 친구와 함께라면 간단히는 할 수 없지. 모두의 의견도 들어야 하니까, 여행도 묘미가 없어진달까. 뭐, 많으니까 기세로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으니, 그게 그거지만.」

 

 

  이 여자... 설마 리얼충과 외톨이 이도류인가? 나 같은 외톨이는 양손이니까, 공격력만은 되게 높다고. 덧붙이면 방패를 못 끼니까 방어력은 종이수준.

 

  아무튼 그렇게 어중간한 패션 외톨이는 외톨이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역시 하루노 씨는 리얼충이에요, 유감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꽤나 추운 시기에 외출하네요.」

 

 

  이미 가을 기색도 사라지고 있다. 수학여행 시즌도 이미 끝나 버렸다. 계절은 머지않아 겨울을 맞이한다. 나라면 휴일 정도는 집에서 따끈따끈하게 쉬고 싶을 텐데.

 

 

「하하...계속 일정이 생겨서 말야. 좀처럼 비울 수 없어서」

 

 

  하루노 씨는 약간 난처한 듯이 웃는다.

 

  리얼충다운 이유다. 일정이라는 것도, 어차피 유흥인가 뭔가겠지. 그런 걸로 자유 시간을 뺏기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업무 시간 외 커뮤니케이션이 어쩌고 하는데, 쉬는 날 정도 혼자 냅두세요!

 

  그 점에서 외톨이는 자유다. 뭐니뭐니해도 스케줄 장부는 계속 백지. 뭣하면 없어도 괜찮기까지 하다. 스케줄 장부를 산건 좋지만 곧 잃어버린다는 자네는 거의 외톨이다. 필요성이 없으니까 무의식중에 내던진다고 생각해.

 

 

「아, 뭣하면 히키가야 군도 갈래? 집 가깝지? 왕복과 준비로 그러니까... 열차 3, 4편이라면 늦춰도 좋아요?」

 

 

  내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하루노 씨도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참으로 명안이라는 듯이 영문 모를 제안을 했다. 이 기세에 휩쓸려, 이상한 서류에 도장을 찍는 녀석이라든가 있을 듯하다.

 

 

「ㄴ.....아니, 괜찮습니다.」

 

 

  확실히 오늘도 내일도 휴일이지만, 나는 집에 중요한 볼 일이 있으므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그거야 프라이버시와 관련되니까.

 

 

「그래? 유감이네」

 

 

    하루노 씨는 그리 유감도 아닌 듯이 중얼거리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럼 슬슬 가볼까. 아, 그래, 선물 사올 테니까 기대해... 물론, 유키노 짱 것도 같이야!」

 

 

  다음에는 유키노 짱 얘기도 하자. 는 말을 남기고, 트렁크를 한 손에 들며, 하루노 씨는 떠났다.

 

 

「하하... 진짜 내버려둬」

 

 

  선물이든 뭐든, 당분간 하루노 씨와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과 말하면, 왠지 쓸데없이 지치는군... 긴장한다고 할까, 긴장을 강제당한다고 할까.

 

  그런데, 휴일인데 불려가서 일하는 기분이 됐다...돌아가면 한 번 더 자자.

 

 

 

 

「있잖아, 유키농은 어디가 좋아?」

 

「...유이가하마 양, 아직 나는 간다고는 안 했는데」

 

 

  휴일 다음 날, 아직 우울함이 치유되지 않은 월요일 방과 후. 뭐, 일요일에 사자에 씨가 아니더라도 나는 언제라도 참 우울하지만. 슬슬 심료내과에서 진찰받아도 되지 않을까.

 

  봉사부실에서는, 여자 둘이 꺄꺄하고(라고는 해도 티끌만큼이지만) 어떤 화제로 들뜬 것 같았다.

 

  책상에 늘어놓은 것은 여행 팜플렛. 비교적 근처뿐이지만 행선지는 다양하다. 이 정도만 봐도 모든 길은 치바로 통한다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전제를 확인하고 싶은데... 유이가하마 양, 합숙의 의미는 알고 있니?」

 

「에? 그러니까, 어딘가 가서, 맛있는 거 먹구, 놀구, 잠깐 동아리 같은 일 하는 거?」

 

「제일 중요한 일이 뒷전인 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럼 유이가하마 양, 당신은 이 후보지에서, 대체 어떤 동아리다운 활동을 하겠다는 거야?」

 

 

  유키노시타는 책상 위의 현란한 광고지로 시선을 돌린다.

 

  아무래도 유이가하마는 여름방학에 이어, 동계기간 중의 봉사부 합숙을 제안하는 것 같았다. 그 엉망진창 합숙을 한 번 더 반복한다는 신경을 나는 더 이상 잘 모르겠지만, 본인은 대단히 의욕에 가득찬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루미루미라든가 하는 애는 잘 지낼까. 세상의 진리에 굴하지 않고, 나 같이 똑바로 자라 준다면 좋겠는데.

 

  단지, 유이가하마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내 프리젠트 능력 같은 수준으로 괴멸적이라, 그 결과 유키노시타에게 두통을 유발하는 듯했다. 아무튼, 후보지가 전부 완전히 노는 목적이니까. 그런데 디스티니 랜드까지 들어간다는 건 어찌된 영문인지. 왜 일부러 저런 비싼 곳에 묵으러 가는 거야? 치바 현민이라면 뜰에 텐트 쳐서 자는 정도로 됐다고. 쓸데없어, 낭비낭비.

 

 

「동아리 같은 일...으-응」

 

 

  유키노시타의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팔짱을 낀다.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생각은 하고 있어요-어필이 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아무 생각도 없거나 혹은 충분히 생각지 않았다.

 

  유이가하마는 미간을 찡그리며 응응 하는 신음소리를 내지만, 결국 아무 생각도 못해낸 것 같고,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응-, 그나저나, 봉사부다운 활동...이라니 뭐지?」

 

「흠... 그러네」

 

 

  존재라기보다는 존재 의의를 잘 모를 이 봉사부에, 합숙에서 할 수 있는 동아리다운 활동을 찾는다는 건, 의외라 할 것도 없이 어려움이 확실하다.

 

  유키노시타도 설마 또 애를 상대로 발런티어 하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 「아이라니 싫어요...바보니까」라든가 애를 상대로 진심으로 말할 것 같은 걸 이 사람. 티 없는 아이의 꿈을 완전 논파까지 할 것 같다.

 

  그럼 저건가, 출장! 치바 현 횡단고민 상담메일! 이라든가. 어디의 감정단이야. 애초에 출장가고 싶지 않으니까 메일 대응한다. 요새는 경비 삭감 때문인지 출장도 재미가 없으니까...

 

  나도 떠올리지 못하고, 원래 생각할 의리도 없다고 눈치 챌 즈음에, 유키노시타가 얼굴을 든다. 아무래도 뭔가 생각난 것 같다.

 

 

「그러네... 눈 속 행군 같은 건 어떻겠니? 주로 히키가야 군이」

 

「뭐? 왜 나?」

 

「봉사부 유일한 남자부원인 걸, 귀중한 남자 일꾼이에요. 좀 더 활약하기 위해, 체력을 붙여 주려고 생각했어요. 뭐, 도중에 체력이 떨어져도 결과 오라이긴 하지만」

 

「산뜻하게 사람을 사고사 시키지 마」

 

 

  좋은 미소로 뒤숭숭한 말을 꺼내는 유키노시타에게 대답을 내뱉는다. 이 자식, 실은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거 아냐... 내가 M이라면 푹 빠질 레벨. 다행이다, M이 아니라서.

 

 

「암튼암튼...아, 그래도 눈 산에서 스키도 있어! 어... 그러니까 스키스키, 하고...」

 

「유이가하마 양, 그러니까 스키의 어디가 봉사부다운 활동인 거예요...」

 

 

  유이가하마는 유이가하마답게 자신의 길을 힘차게 달리는 듯하고, 기획서 후보란에 스키라고 쓰고 있었다. 기획서라고 해도, 이번은 유키노시타가 흥미가 없기 때문에 「합숙! ☆한 곳」 이라는 머리가 비어보이는 히라가나 타이틀의 가하마식이다.

 

※ ☆きかくしょ : 별(star)과의 발음 유사성을 이용한 すてきかくしょ(멋진 곳) 같네요.

 

 

  이제 보통 여행이라도 적어 놔... 라고 할랬더니 유키노시타의 말이 그것을 차단했다.

 

 

「...미안해요, 잠깐 전화 받고 와요.」

 

 

  그렇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실 구석으로 이동한다. 일단 교내에서는 통화 금지니까, 쓰는 녀석도 있긴 하지만, 과연 복도에서 교사한테 발견되면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유키노시타가 전화라니 드물다. 그보다, 그 녀석의 핸드폰이라든가 본 적 없었는데, 있는지도 수상쩍지만, 유이가하마가 연락할 수 있는 이상, 있겠지. 그런 의미로는 귀중한 광경이다. 별로 기쁘지도 않지만.

 

 

「유키농이 전화라니, 드무네」

 

 

  유이가하마도 같은 감상인 것 같고, 약간 신경 쓰이는지 곁눈질로 힐끔힐끔하며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유키농은 확실히, 볼 일 없을 때는 껐던 거 같은데...」

 

 

  그게 뭐야, 핸드폰 의미 있는 거냐? 아무튼 그 녀석 우등생(웃음)이고, 그런 부분에서 빈틈없이 해 두고 싶은 폴리시라도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핸드폰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착신이력 거의 코마치니까! 집에 가서 해도 좋은 일이기라도 하면, 코마치의 마음씀씀이에 울 것 같다. 그렇게 애써서 수신이력 채워 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그럼 전원 끄기를 잊었으려나. 혹은, 뭔가 전화 올 일이 있기라도 한가?

 

  한편 그 유키노시타는,

 

 

「...그러니까, 내게 묻지 말아주겠어?」

 

「..........무서워」

 

 

  왠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예, 언제나 그렇겠지. 그러면 이번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그래, 내버려 두면 가까운 시일 내로 돌아가요.」

 

 

  말이 가시 돋친 건 평소에도 그렇지만, 그 말의 마디마다, 불쾌함이 사이사이로 보인다. 유키노시타의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온 나니까 그 미묘한 뉘앙스를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뭐야 그 쓸데 없는 스킬.

 

 

「...........」

 

 

  유이가하마도 분위기를 감지한 것 같고,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유키노시타에게 향했다.

 

 

「...뭐?, 대리? ...잠깐 기다려주세요, 아직 시간은 있겠지요? ...예, 그래요. 그 때까지는 그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어?」

 

 

  ...아무튼, 타인의 전화를 몰래 엿듣는 것도 취미가 나쁘겠지. 나는 책상에 놓아둔 문고본을 다시 손에 든다. 나도 별로, 분위기도 모르는 게 아니야. 파악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대체로 파악하지 않는 거다, 이거 중요.

 

  ...그렇다 쳐도,「돌아간다」에, 유키노시타가 「대리」라... 뭔가, 짐작 갈만한 게 있군.

 

 

「이, 있잖아 힛키, 힛키는 어딘가 가고 싶은 데 있어?」

 

「앙?」

 

 

  유이가하마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기획서 만들기를 재개하는 것 같다.

 

 

「그렇군... 가이힌 마쿠하리에서 도보 수 십분 정도인, 귀여운 여동생과 고양이가 있는 히키가야 씨 집일까」

 

「돌아가고 싶은 거야!?」

 

 

  그거야 그렇다. 일 년 전까지는 바로 귀가가 안정행동이었으니까.

 

 

「어라? 그래두, 그렇다는 건 힛키 집에서 합숙해도 된다는 말이지?」

 

「무슨 말이냐 넌. 난 자신이 지금 가고 싶은 곳을 솔직히 전했을 뿐이라고」

 

 

  집까지 쑥쑥 오는 날에는, 평온한 장소가 어디에도 없게 되잖아. 좀 봐주세요.

 

 

「으-... 합숙 얘기라구! 힛키도 가는 거니까」

 

「나? 안 가요?」

 

「아무렇지두 않게 거부당했다! 에~, 좋잖아 가자-」

 

「봐, 나는 겨울 방학 저거니까, 봐 저거」

 

 

  나는 평소의 중요한 볼 일「저것」을 인용해서 저항한다.

 

 

「암튼 확실히, 남자 힛키뿐이면 불쌍하구... 사이 짱이라도 부를까?」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겠나.」

 

 

  유이가하마, 내 취급에 익숙해진 것 같군. 방심하면 안 돼.

 

  그리고,

 

 

「...예,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 전달해 주세요. ...별로, 화난 건 아니에요, 그럼」

 

 

유키노시타는 전화가 끝난 것 같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까 전까지의 험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평소의 태연한 얼굴로 앉는다.

 

 

「그래서? 합숙 얘기는 진행됐니?」

 

「유키농, 힛키가 안 간다구 억지 부리는데」

 

「어머... 히키가야 군, 오는 거야?」

 

「잠깐, 유키농!?」

 

「...너희들, 전혀 의사소통 못하잖아」

 

 

  이 녀석은 기분이 나빠도 좋아도, 내게는 상냥하지 않다. 약간만 더라도 좋으니까 친절하게 대해 줬으면 한다. 아무튼 친절하게 해 줘도 아무 보답도 못하지만.

 

  그런 식으로 합숙...이라고 할까 단순한 여행으로 랭크 다운한... 것에 대해 서로 얘기하던 도중, 봉사부실 문이 드르르 열렸다.

 

 

「근데, 어라? 히라츠카 선생님?」

 

「선생님, 노크를... 저기, 괜찮습니까?」

 

 

  나타난 사람은, 봉사부 고문이자 독신, 성씨가 바뀔 기미를 전혀 안 보이는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그것 치고는 평소의 무사 같은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유키노시타가 걱정할 정도다, 보기에도 축 처져 보인다. 뒷 일 생각 안하고 지른 뒤에 청구서가 돌아왔을까.

 

 

「아아, 노크 안했군. 미안하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시타에게 솔직하게 사과할 정도로 피곤한 것 같다. 유키노시타도 많이 놀랐다.

 

 

「히라츠카 선생님... 무슨 일입니까?」

 

「...아아, 약간 지쳤을 뿐이다. 미안한데, 이 녀석을 상대해 줄 수 없을까」

 

「...이 녀석?」

 

 

  그렇게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에서 짠하고 얼굴을 내민 사람은,

 

 

「햣하로~ 유키노 짱하고 히키가야 군! 그리고 가하마 짱! 선물 가져왔어-!」

 

 

  목에「졸업생」이라 쓰인 카드를 단, 하루노 씨였다.

 

 

「이게 유키노 짱 거고, 이건 히키가야 군한테. 가하마 짱은... 미안, 까먹었어!」

 

「언니」

 

「농담이라니까. 네, 이거」

 

 

  하루노 씨는 예의 작은 트렁크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 우리들 세 명 앞에 각각 두었다.

 

  색깔 별로 나눈 것을 보아하니, 일단 내용물은 다르겠지. 아무튼, 그래서 어떻다는 건 아니지만. 선물을 부탁하지도 않았고.

 

  추가로 히라츠카 선생님은 당초의 피로한 얼굴인 채 터벅터벅 떠나갔다. 마치 혼활파티 도중에 내쫓긴 듯한 얼굴이다. 우와, 리얼.

 

  가라사대,

 

 

『이 녀석은 진짜 어포인트먼트도 없이 갑자기 와서 말이야... 하아, 이 쪽은 숙취랬는데 지껄여지껄여...』

 

 

  벌써 방과 후인데 숙취라니 어제 얼마나 마신 거예요. 계획성이 없다고 할까... 그렇게 일요일이 우울했습니까. 이래서야 사회인이 되면 나 같은 나이브 군은 일주일도 못 가겠네요... 건강 사정상, 일하는 건 포기. 정말로 유감스럽다.

 

  우리 소부고는 그 개방성이 이유인지, 졸업생이 훌쩍 들르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그 중에는 너무 편해서 눌러 앉는 녀석도 나올 정도다. 소스는 모 유도부.

 

  하루노 씨도 문화제 왔었고, 아직도 여기에는 이따금 놀러 오려나. 히라츠카 선생님과도 사이 좋은 것 같고, 선생님이 결혼... 아니다, 전근할 때까지는 관계도 끊어지지 않으려나. 근데 그러면, 결혼이 먼저일지 전근이 먼저일지... 어렵습니다.

 

 

「자~자~ 열어 봐」

 

「언니, 그런 게 아니라...」

 

「좋으니까, 안 열어 주면 얘기 안 들어줄 거예요?」

 

 

  하루노 씨 등장으로, 부실 분위기는 단번에 하루노 씨 주도로 옮겨 간다. 여전히 강탈 스킬이 끝내준다. 유키노시타도 한숨을 내쉴 뿐이다.

 

  유키노시타의 아름다운 손가락이, 봉투 입구를 묶은 리본을 천천히 풀고... 아니, 별로 그냥 보고 있었다니까, 손가락 페티이라든가 아니라고. 뭐가 나올까- 말한 게 신경 쓰였을 뿐. 뭐라 하면 될지...그...추잡스런 얘기입니다만...후후.

 

  리본을 다 풀어낸 유키노시타가 봉투 안에 든 물건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거기서 유키노시타는 동작을 멈췄다.

 

 

「이, 이건...!」

 

 

  어, 뭐야 그 리액션. 유키노시타한테는 드문, 말꼬리에 「 ! 」가 붙을 정도의 감탄.

 

  유이가하마도 신경 쓰이는 것 같고, 허겁지겁 자신의 봉투에 매달린다. 이 녀석 완전히 분위기 탔구만...

 

 

「후후후... 그래요 유키노 짱. 유키노 짱이 정말 좋아하는, 디스티니 랜드의 인기인...」

 

「판 씨...」

 

 

  거기에서 나온 건, 앙증스러운 눈초리가 나쁜 팬더... 판 씨 키홀더였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다. 대나무 대신, 뭔가 이상한 식물 들었고.

 

 

「게다가... 이건 현 내 디스티니 샵 외에는 팔지 않는 고토우치 판 씨...」

 

「오, 한순간에 깨닫다니 과연 대단하네-유키노 짱. 그래그래, 그거 손에 넣느라 힘냈어. 언니가」

 

 

  고토우치 판 씨라니 뭐야. 디스티니 랜드가 그런 지역 밀착형 장사에 손댔었나... 키티 짱이 아니니까. 짜가는 아닌가, 이거?

 

  다만 유키노시타가 이정도로 달려들어 무는 이상은, 제대로 된 공인이겠군...

 

 

「어, 언니치고는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닐까...?」

 

 

  유키노시타는 분한 듯 하면서도 판 씨를 잡은 손을 떼지 않는다. 언니에 대한 적의와 판 씨를 향한 애정이 갈등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상관없나.

 

 

「우와- 내 것도 귀여워! 하루노 언니 고마워요!」

 

 

  유이가하마의 것도 판 씨인 듯하다. 아무래도 다른 버전인 것 같고, 판 씨는 대나무 대신 칼을 들었다. 뒤숭숭하군 어이. 그리고 하루노 씨 어디 갔다 왔습니까.

 

 

「자~자~, 히키가야 군도 열어봐 열어봐」

 

「아니... 전, 프레젠트는 집에 돌아간 뒤에 여는 취향이라. 두근두근함을 즐기고 싶다고 할까」

 

 

  애초부터 프레젠트 같은 건 거의 받은 적 없었으니까, 어느 타이밍에 열면 좋을지 모른다. 혹시 이대로 안 열고 방치해 두는 선택지도 있으려나- 생각할 정도다. 아마 유키노시타 정도가 슬쩍슬쩍 해 줄 거다. 그 녀석의 판 씨를 향한 사랑이 준법정신을 이기면 그렇겠지만.

 

 

「그런 말 하지 말고. 여・기・서, 열어줬으면 하는데~」

 

 

  하루노 씨가 슥 가까워져, 눈을 치켜 뜨며 부탁한다. 눈이 자동으로 하루노 씨의 반짝반짝한 눈과, 그리고 약간 굽은 자세가 된 탓에 보이는 앞가슴에 유혹되어 버렸으므로, 당황해서 매뉴얼로 바꿔서 궤도수정했다. 위험해, 사고 날 뻔했다.

 

 

「아무튼, 별로 상관 없습니다만... 와- 엄청 귀엽구나-」

 

「좋은 국어책읽기네 히키가야 군은」

 

 

  내 것도, 열어 보면 역시 판 씨였다.

 

  역시 정체불명의 식물을 들었다... 근데 이거, 유키노시타 것과 같잖아.

 

  슬쩍 하루노 씨를 보자, 하루노 씨는 윙크를 돌려준다. 저건 진심이었나. 유키노시타가 아니라 유이가하마가 너무 불쌍하다. 아직 눈치 못 챈 것 같은데... 바꿔 줄까.

 

  그나저나, 애초에 이런 거 받아도 난처한데... 버려도 상관 없지만, 지금 유키노시타 앞에서 그런 소행에 이르면 마지막에, 확실히 베인다.

 

  뭐, 집에 돌아가고 나서 코마치한테라도 주자.

 

 

「그런데 언니, 선물들은 열었지만... 할 말은 끝이 아니에요.」

 

「어, 속일 수 없었나-」

 

 

  데헷, 하며 연분홍색의 예쁜 혀를 내미는 하루노 씨. 못된 장난을 들킨 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다.

 

  반면, 유키노시타는 늠름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단지 손만이, 허겁지겁 판 씨 키홀더를 가방에 넣고 있었다... 물건에 얽매일 생각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뇌물을 돌려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외도.

 

 

「언니, 지금의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여행?」

 

「평소처럼, 누구에게 말하지도 않고 갑자기?」

 

「어라, 안 말했었나?」

 

「...아무도 듣지 못했던 것 같은데」

 

 

  하루노 씨는 힐끔 내 쪽을 본다...아니, 봐도 곤란해.

 

  물론 나는 토요일에 하루노 씨와 우연히 만난 일을 누구한테도 말하지는 않았다. 만약을 위해서지만, 말할 상대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 말이 유키노시타 귀에 들어가면, 이 녀석이 기분 나빠할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구태여 지뢰를 밟지는 않는다. 아무튼 밟을 생각이 없어도 제법 밟지만. 마인스위퍼는 꽤 자신 있지만 말이야. 게임과 현실을 헷갈려서는 안 됩니다.

 

 

「언니가 어디에 가는 것은 마음대로지만... 내일 용무가 있겠지? 찾는 것 같아요.」

 

「아아, 맞다. 아버지한테 전화 왔어?」

 

 

  과연, 아까 전의 통화 상대는 유키노시타의 부친인가.

 

  하지만, 상당히 일부러 같은 리액션이군. 유키노시타를 능가하는 완벽 초인인 하루노 씨가 스케줄을 잊고 돌아다닌다다니 말도 안 된다. 스케줄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나와는 이유가 다르다.. 이따금 예정이 들어가거나 하면, 그 날의 전날 정도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걸. 기특하구나 나.

 

 

「상당히 어수선한 것 같아요, 내가 대리로 내세워질 뻔할 정도로」

 

「그래? 그럼 나 안 가도 되지?」

 

「그럴 리가 없겠지...」

 

 

  유키노시타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며 한숨을 쉰다. 언니에게 좌지우지되면, 익숙해진 여동생이라도 그 나름대로 지치는 것 같다. 나도 코마치한테는 가능한 한 폐를 끼치지 않게 마음가짐을...뭐 그래도, 코마치는 성가시게 해도 기뻐하는 면도 있고.. 적당히, 나한테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그렇다는 건 평소대로 해도 괜찮다는 건가?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즐기듯이 당분간 보고 나서, 좋아라고 하며 트렁크를 손에 들었다.

 

 

「...그럼 급한 대로 돌아갈까. 약간 걱정시킨 것 같고」

 

 

  봉사부에 안심했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괴수의 습격을 면한 듯한 기분.

 

  그 틈을 찌르듯이,

 

 

「아아, 추가로 유키노 짱」

 

 

떠날 때, 하루노 씨는 유키노시타를 부른다.

 

 

「...무슨 일인데?」

 

「아니, 겨울 방학에는 집에 돌아올까 – 해서」

 

 

  유키노시타는 잠시 동안 하루노 씨를 쏘아보듯이 노려본다. 하루노 씨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 다시, 긴장감 같은 것이 부실 안에 팽팽해진다.

 

 

「...글쎄,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어요.」 

 

「그래? ...아무튼 연말연시만이라도 돌아와. 나... 모두들도, 가끔 씩은 유키노 짱하고 만나고 싶으니까」

 

 

  그럼 기분이 내키면 연락해주세요, 히키가야 군도 가하마 짱도, 또 보자.

 

  그런 말을 남기고, 드르륵 문을 열며 하루노 씨는 떠났다.

 

  그 모습을 배웅하며,

 

 

「...정말로, 언니는 언제나...」

 

 

  유키노시타의 한숨 섞인 말이, 툭하고 부실에 울려 퍼졌다.

 

 

 

 

 

「오빠~, 여기 모르겠는데」

 

 

  코마치가 문제집 페이지를 펼치고 내게 보인다.

 

  부엌에서 그것을 힐끗 보고, 나는 수중의 감자에 다시 눈을 돌리며 한마디,

 

 

「음-... 수학인가, 패스군. 스스로 생각해라」

 

「중학 수학이야 오빠...」

 

 

  그런 말 마, 코마치. 이게 사랑 있는 교육이라는 것을 왜 눈치 못 채?

 

  자립심을 기른다는 것도 훌륭한 교육의 목적이다. 네가 할 말이냐는 하늘의 소리가 들린 기분도 들지만, 여동생의 자립심이라면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는 자신이 내게는 있다, 사랑으로. 이 기회에, 나를 기를 수 있을 정도까지 자립해 주면 더욱 기쁘다.

 

  동아리가 끝나고 그 뒤 바로 귀가한 나는, 코마치를 공부시키기 위해, 오랜만에 부엌에 섰다. 겨울 느낌이 강해져, 중고생 모두 수험이 마침내 리얼해지는 시기다. 아무튼, 대체로 새삼스럽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부엌에서 묵묵히 감자를 벗기면 마음이 안정되는 건 왜 그럴까. 마치 오랫동안 지낸 친구 같이 딱 들어맞는다. 아니, 친구 없으니까 그 감각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게 전업 주부는 천직이라는 말이군.

 

  내게 거절당한 뒤에도, 코마치는 잠시 동안 그 문제집을 노려보다가, 곧 체념한 듯, 샤프 펜을 휙 내던지고 문제집에 붙어있던 해설지를 꺼냈다. 미련 없다고 할까 인내심 없다고 할까... 어느 쪽도 시험에는 필요하니까, 평가하기 어렵다.

 

  코마치는 해설을 제대로 읽는지 아닌지, 손에 든 빨강 펜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살짝 중얼거린다.

 

 

「여행인가... 코마치도 가고 싶은데」

 

「수험 끝나고 나서 해 주세요.」

 

「에~, 이런 건 기분 전환이 중요해 오빠」

 

「기분 전환을 빼먹는 이유로 꺼내면 위험한 징조라고, 예비학교 강사가 말했었다고」

 

 

  시험 전이라든가에 방 청소를 시작하는 저런 거지. 안 그래도 시간 없는 중에 청소 같은 걸 하니까, 효율이 올랐다고는 해도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해져서 결국 본말전도를 맞이한다는 결말이 반드시 따라온다. 소스는 나를 포함한 전국의 학생 제군.

 

  아~ 듣고 싶지 않아~하고 불평하며, 코마치는 테이블 옆에 놓여 있던 하루노 씨의 선물로 손을 뻗는다.

 

 

「그래도 하루노 언니도 여동생 생각 많이 하네-, 유키노 언니한테 이런 귀여운 걸 사오는 걸. 오빠도 본받기를 바라는 바예요.」

 

「바보냐 너, 나도 매일 너한테 오빠로서 애정을 따라주잖아.」

 

 

주로 치바 사랑. 치바의 잡학에 능통해진 건 내 덕분이겠지. 코마치는 내가 길렀다.

 

 

「싫어, 그런 거 받아도...뭐, 오빠한테는 재력도 생활능력도 없고, 처음부터 별로 기대는 안 했으니까 안심해!」

 

 

  역시 돈인가... 싫은 세상이 되어 버렸군. 추가로 때에 따라서는 코마치가 부자라는 게 우리 집의 불가사의. 연공서열이 아닌 것 같군, 여기는. 과연 일본의 최첨단을 계승한 면이 있다.

 

 

「뭐어 그래도, 그건 겸사겸사 그런게 아닐까, 아마」

 

 

  코마치가 묭묭하고 만지작거리는 고토우치 판 씨를 바라보며 말한다.

 

  여행이 취미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 상태라면 여동생에게 연락이 간 것도 예상했던 것 같고, 비위맞추기 위해 사 왔다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 효과는 발군이었지만, 문제는 유키노시타가 의외로 탐욕적이었던 점일까.

 

 

「근데 오빠... 이 판 씨, 혹시 어쩌면, 유키노 언니 거하고 같지 않았어?」

 

「...뭐? 무슨 말이야 갑자기」

 

「그 얼굴, 빙고네?」

 

「아니, 그게...」

 

 

  너도 저거냐?, 에스퍼 류냐? 혹은 내가 사토라레라는 설도 부상할 기세.

 

  ※ 사토라레 : 모든 사고가 사념파의 형태로 주위에 전파되어 버리는 증상을 나타내는 가공의 병명.

 

 

「후후후, 코마치는 오빠 얼굴 질릴 정도로 봤으니까 그래. 그 정도는 훤히 보여요.」

 

「질리게 봤다니 미묘하게 상처받으니까 그만둬」

 

 

권태기 커플인가요. 아,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기쁘다.

 

 

「그래도 맞춤이라... 즉, 하루노 언니의 허가도 받았다는 말이네. 오빠, 드디어 됐어!」

 

「뭔데...」

 

 

지긋지긋해 하면서 질문에 답한다. 이 녀석이 말하고 싶은 것도 대체로 싫증나게 들었으니까, 안다.

 

 

「자, 앞으로 한 달 쯤 뒤에 크리스마스야! 이 때가 승부시점이라고 코마치는 생각합니다!」

 

「어떤 경기라도, 이길 생각 없다고...」

 

 

  오기가 있으니까, 그 애.

 

 

「그런 의미가 아니라니까! 정말,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 있는 거, 금지할 테니까!」

 

「어, 자택 추방 됐어? 나 도로에 헤매버려요?」

 

「왜 어딘가 놀러 가기를 못 떠올려? 오빠는... 자, 유키노 언니의 맨션이라도, 유이 언니 집이라도 어디라도 초대받으면 되잖아! 뭣하면 히라츠카 선생님하고 디너라든가도 상관없으니까!」

 

 

  뭣하면이라니... 히라츠카 선생님의 취급이 너무 엉성해 눈물난다.

 

 

「아, 그래도 그 날 안에는 돌아와야 해? 아침에 돌아오는 건 오빠한테는 아직 빠르다고 할까... 코마치도, 오빠하고 같이, 크리스마스 축하하고 싶으니까」

 

「.............」

 

「아, 지금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 바보같은 말 말고, 입 다물고 공부해」

 

「무으-... 네-에」

 

 

  다시, 눈앞의 요리에 집중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클래스의 주부라면 벌써 자동인형처럼 손이 움직이니까. 속 재료를 다 자르고 냄비에 넣어, 확실히 볶는다. 다시다를 적당량, 간장이나 미림이든가로 간을 맞추고, 앞으로는 뚜껑을 닫고 잠시 동안 기다린다. 극히 일반적인 소고기 감자조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미림의 위대함은 비정상적이다. 달고 짠 일본식 요리라면 어디라도 넣을 수 있으니까.

 

  하나 더 만들까 하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적당히 재료를 꺼낸다.

 

  코마치는 들은 대로 묵묵히 공부하고 있었다. 때때로 응하고 골똘히 생각하거나 종종 노트 구석에 쓰거나. 귀엽구나... 그 약삭빠름이 없다면.

 

  부글부글하고 냄비에서 익는 소리가 난다. 사삭 샤프펜슬이 미끄러지는 소리도.

 

  이 침묵이, 나는 싫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알고, 굳이 아무 말도 안 해도, 서로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공간이, 솔직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좋아 오빠 결정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올해 크리스마스도 오빠, 코마치하고 같이 집에 있을거니까! 지금 하치만적으로 포인트 높아.

 

  아무튼 치바의 남매는 사이좋게 둘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만 하는 숙명이 있으니까, 하는 수 없다.

 

  내가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스파라에 돼지 삼겹살을 넣자, 코마치가 일어서서 이 쪽으로 걸어왔다.

 

 

「일단락되기도 했고, 코마치도 도울게.」

 

「됐으니까 공부해, 이제 조금이면 되고」

 

「이런 것도 기분전환이야」

 

「너. 너무 기분전환 하잖아...」

 

 

  코마치는 내 잔소리를 스루해, 싱크대에서 손을 씻기 시작한다.

 

  ...정말로, 오빠 마음을 모른다는 건 맞는 말이다. 틀린가? 아무튼 상관없잖아.

 

  ......그럼, 언니 마음을 모른다, 는 건 어떠려나.

 

  테이블에 내던져진 판 씨를 보며 문득 생각한다.

 

  아무튼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그 총명한 여동생도 모를 테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 같은 타인이 알 리도 없겠지만.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의, 하루노 씨를 떠올린다.

 

  집의 용무를 내팽개치듯이, 훌쩍 여행을 떠난 그녀의 얼굴.

 

  그 태양 같은 미소는, 혹시 약간은,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도 모른다.

 

  ...아니, 모르겠지만.

 

잠깐 숨 돌리기로 단편을 하나 써 봤습니다. 최근 옛날 노래를 많이 듣습니다만, 그 중의 하나에 인스파이어 되었다고 할까. 그들 세 명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는 것으로, 지금부터 또 무료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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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비탈길을 천천히 내려가는 듯한, 그런 나날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걷는 그 앞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절망이 입을 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온화하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소싯적부터, 자신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인 것을 멍하니 깨닫고 있어, 그리고 그건 확실히 끝까지 바뀌는 일은 없었다.

 

한 때 자신의 손에 잡힌 것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곧바로 이 손에서 떠나 사라져, 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 일을 한탄했는지 슬퍼했는지, 그 기억도, 또 상처받았음이 분명한 마음의 아픔조차도, 지금은 벌써 아득히 저편으로.

 

좋은 일 만이 아니라, 나쁜 일 또한 희미하게 보이는 현상을 생각해보면, 과연 세계는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태어나 자란 거리에서 도망치듯이 멀어진 날을, 지금도 자주 떠올린다.

 

아니, 약간 다를까---생각해 내려고 한다는 게 올바르겠지.

 

저 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한 격동이었던 머리의 기억마저, 시간의 흐름은 야속하게도 희미하게 하고 만다.

 

혹은, 그것을 잊는 것을 무의식중에 두려워해, 이렇게 해서 틈이 있으면 생각 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용서 받지 못할 길을 선택한 연유로, 적지 않은 것을 방치해, 도피행의 끝에 겨우 도착한 이 작은 마을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로, 벌써 몇 십 년이 흘렀을까.

 

아는 사람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싫어하는 상대조차 없고.

 

초조하게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으로 어떻게든 간절히 부탁해 빌린 싼 아파트 한 방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는 이 길에서, 그런데도 미소 지으며 따라와 준 그 사람도, 지금은 이제 없다.

 

그 뿐 아니라, 이미 없어지고 나서 시간이 길어져 버릴 정도다.

 

이 세계에서 그 녀석이 영원히 사라져 버린 그 순간마저,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는 머나먼 기억으로, 세월의 잔혹함을 알게 되고 만다.

 

둘이서 걸을 수 있는 그 남은 시간의 짧음에, 말로 하지 못할 외로움을 기억하는 것만은, 지금도 옛날도 변함없다.

 

그런데도 반드시, 이 작은 세계에서 살기 시작한 다음의 날들은 아마, 내 인생 중에서 유일하게 빛났다고 생각한다.

 

단지 매일이 필사적이었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과 지지하고 싶다는 소원이, 정열의 파편마저 없었음이 확실한 내 몸을 자극해.

 

그렇게 해서 얻은 약간의 양식과 때때로 보여 주는 그 녀석의 미소로, 내 생활은 성립되고 있었다.

 

 

 

그 날들을 행복하다고 부르는 것은 죄악일까.

 

그 생활을 구제라고 칭하는 것은 해악일까.

 

그 무렵의 나에게도, 그리고 분명 지금의 나도, 그 대답은 모른다.

 

마치 대갚음과도 같이 찾아온 이별을 원망한 날들도, 지금은 벌써 추억의 한 편이다.

 

 

 

이 세계는 많은 행복과 축복에 쌓여 있어, 그렇지만 같은 정도의 불행과 고민 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그것들이 단지 똑같이 우리들에게도 찾아왔을 뿐이라고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가능하게 되었다.

 

내 손에서 희망이 쏟아졌던 그 날,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이제 떠올리는 것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이 슬프다고 생각되지 않는 건, 과연 내게 구제일까, 아니면 속죄일까.

 

유일한 빛이라고 생각한 그 녀석을 잃어도, 세월의 흐름은 멈추지 않고, 세상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나도 또 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로부터도, 나는 이 작은 마을에 계속 머물며, 일을 계속해,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살고 있었던 건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랐던 건가.

 

그 때마다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을 테지만, 그것조차 이 손에는 남김없이.

 

단지, 잡동사니만이 겹겹이 쌓여 갔다.

 

 

 

때는 흘러 마을은 조금씩 바뀌어, 일의 내용도 변해갔지만, 내 본질은 변함없었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 자신에게 믿음직함조차 느꼈던 것도, 이미 지금 와서는 옛날이다.

 

변함없었던 것은 사는 곳도 같아서, 그 녀석과 처음으로 빌린 아파트에서, 그로부터도 줄곧 살고 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제일 길게 함께한 것이 되어버렸고,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유령 저택으로 불리는 일조차 있는 고물가게였지만, 떨어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끝난다면, 이곳이 좋다. 언제부턴가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다미 6장 크기의 한 방인 좁은 방은 물건으로 흘러넘쳐 오히려, 잘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고생할 정도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품이 화가 된 것이지만, 원래부터 널찍한 장소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바꾸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녀석과 살고 있었던 때에 쓰고 있던 것들 뿐.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들에 추억을 바라는 건, 이미 상당히 옛날얘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변질되어, 머문 구상조차 희미해져 가, 점차 아무것도 상기시켜 주는 것은 없어져 있었다. 생각해도 이제, 눈물이 나올 일도 없다.

 

그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시간이 준 소중한 추억마저, 그렇게 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희미해져 버리는 것만은, 참을 수 없이 외로웠다.

 

텅 비어버리게 된 그것들을 버리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 미련인가 향수인가.

 

오늘도 나는, 그것들에 둘러싸여 잠들며 그것들에 지켜봐져 눈이 깬다. 단지 그 반복의 날들.

 

이 마을에 오고 나서 몸에 새겨진 습관이 하나. 그건, 맑은 날에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는 것.

 

돈을 가지지 못한 우리들이, 놀이터가 없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찾아낸 여가 방식이다.

 

세상의 흐름에서 뒤쳐진 듯한 이 마을에서는, 손이 닿지 않은 자연도 많이 남아 있어, 걷는 그때그때마다 보이는 모습이 바뀌어 가므로,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두 명이 가는 길에서 여러 가지 꽃을 찾아내 계절 바람을 느끼고 선명한 나무들의 소리를 듣는다. 단지 그것만으로 채워졌다고 생각한다.

 

 

 

걸어가는 발소리가 하나가 되어도, 나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봄이 되면 벚꽃 아래를 걷고, 여름은 해바라기 옆을 걸으며, 가을에는 은행잎을 바라보며 겨울은 흰색 일색인 경치 속에 녹는다.

 

그런 풍경 안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 발견될 리는 없었지만, 그만두려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몸이 움직이는 한은, 그 분위기에 잠기고 싶었으니까.

 

 

 

사진 안에서 온화하게 미소 짓는 그 녀석만이 변함없는 가운데, 집도, 물건도, 그리고 나도 늙어갔다.

 

기억은 보다 멀어져, 지금은 그 녀석이 어떤 소리를 내고 있었는지조차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아. 그게 몹시 답답했다.

 

하지만, 생각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외로워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리라.

 

언제부터인가 허리가 약해지기 시작해 환절기에는 쉽게 컨디션이 무너지고, 얼굴에 새겨지는 주름도 늘어간다.

 

이윽고 먼 곳을 보는 것도 근처를 보는 것도 어려워져,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최근에는, 그 시기가 날마다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잠들기 전, 일어난 직후, 언제나 멍하니 생각한다.

 

그 녀석은, 그 나날 속에서,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무리만 시키고, 노고만 끼쳐, 나는 그 녀석에게 뭐를 해줄 수 있었나, 뭐를 갖게 해 줄 수 있었나. 그 녀석은 분명히, 많은 것을 내게 남겨 줬는데.

 

퇴색한 사진 속의 그 녀석에게 몇 번이고 물어 봐도, 물론 어떤 대답도 돌아 올 리는 없다.

 

그 옆에서 무뚝뚝한 얼굴을 경련을 일으키면서 억지로 미소 짓는 남자는 확실히, 행복을 느끼고 있었을 터인데.

 

부모님이나 여동생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모른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건강하실지, 여동생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그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그 거리를 떠나고 나서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은 없다.

 

물론 저 편에서의 연락도 한 번도 없었다.

 

남의 집 소중한 딸과 사랑도피를 해버리는 바보 아들이다, 분명히 벌써 의절취급 되고 있겠지. 다만 폐를 끼쳐버린 것만큼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이 없는 이 마을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잘 해준 사람도 있었지만, 그 분들도 이미 돌아가셨다.

 

지금 아파트를 알선해 준 사람도, 일을 소개해 준 사람도, 의심스러운 내게 다양한 일을 가르쳐 준 사람도, 모두.

 

한 사람, 또 한 사람 지인이 없어져 가는 일상을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기일에는 무덤에 가서, 손을 모아 빈다. 되돌아오는 말은 아무것도 없고, 귀에 닿는 것은 벌레 울음소리나 바람소리 정도다.

 

남겨진 건, 단지 나 혼자. 이런 생각을 누군가에게 맛보지 않게 하며 끝나는 것만큼은, 내게 얼마 안 되는 확실한 구제였다. 이것이라면 틀림없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나도 온화하게 갈 수 있으리라.

 

아는 사람은 이제 없고, 생각할 사람도 이미 멀고, 피로가 심해진지 오래 되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앓아눕는 일이 많아져 갔다.

 

신체 마디들이 삐걱거려, 오랜 세월의 노고를 회상하게 한다. 지금까지 무리했어도 잘도 노력해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이라고 해도 칭찬해 주고 싶었다. 감사의 마음마저, 전하고 싶었다.

 

 

 

정말로, 길었다고 생각한다. 길고 긴 여로였다.

 

이제, 괜찮을까――아니, 분명 이제, 괜찮을 것이다.

 

넓은 세계의 한쪽 구석에, 가까스로 허락된 내가 있을 곳――그곳에서 떠날 날이 가까운 것을, 내 안의 뭔가가 느끼고 있다.

 

 

야생동물은 죽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그것을 이해하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고 하는데, 그건 사람도 분명 다름없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다.

 

내 몸은 그 때가 어느 때인지를 깨달아, 마음도 또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을 슬프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마중하러 오면, 그 때는,

 

일본어에서는 자주 그렇게 표현된다.

 

 

그것이 만약 말 그대로의 의미라면.

 

나를 맞이하러 오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그 녀석이라면 좋다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허황된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세상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그리고 만약 거기서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이, 많이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었다.

 

사과하고 싶었다, 감사하고 싶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있었다.

 

 

 

 

 

 

그것뿐인 나날을 보내고, 그것뿐인 생각을 겹친, 그저 그것뿐인 나날이었다.

 

괴롭고, 슬프고, 외로웠던 시간마저, 이제 와서는 벌써 그 아쉬움밖에 마음에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모두가 이미, 희미하다.

 

시들고 있던 마음에, 빈 껍질과도 같았던 신체에, 뜨거운 뭔가가 촉촉이 울컥거려 온다.

 

밤의 어둠 속, 몽롱한 의식의 뒤편에서, 작은 빛을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몸이 가볍게 되어 가는 감각.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어떤 것이라도 뒤로 하는 듯한, 이별의 감촉.

 

마지막에, 겨우 만날 수 있었던 빛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넘쳤다.

 

 

 

 

 

 

 

 

 

 

 

 

 

 

 

 

 

 

 

「..........」

 

「..........」

 

「우우......히끅.....」

 

 

 

 

망연해하는 나.

 

오른쪽 옆의 녀석은 똑같이 망연해서, 할 말을 잃었고, 왼쪽 옆의 녀석에 이르러서는 계속 흐느껴 울고 있다. 공통되는 건,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됐다는 점 만이다.

 

그런 우리들의 반응을 보며 만족스럽게 끄덕이는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그래서, 그런 이유로, 지금인 채라면 오빠는 이런 외로운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어버리는 거에요! 이 무슨 비극, 아 실로 무섭습니다!」

 

「친오빠가 고독사하는 미래를 태연히 예상하는 여동생의 존재가 지금 무엇보다도 무섭다.」

 

 

 

기가 막힌 기색을 힘껏 배이게 하고, 눈앞에 그 사람의 그림자――코마치에게 그렇게 말해 준다.

 

갑자기 우리들 세 명을 모아 뭘 시작할까 생각했더니,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내 미래 예상도의 그림 연극이었다.

 

또 쓸데없이 완성도가 높은 게 은근히 화난다. 그림의 한 장 한 장에도 일절의 부실 없음. 너 그 재능을 좀 더 다른 곳에 써라.

 

외로운 노후와 고독사를 이래도 라고 할까 전면으로 밀어 내 와도,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해? 뭐야? 이건 새로운 방법의 이지메인 거야? 나 코마치한테 뭔가 나쁜 짓 한 건가?

 

 

「힛키!」

 

「우왓, 잠깐, 침착해 유이가하마!」

 

「히끅, 너, 너무 불쌍해, 이런 건 아니라구.....」

 

「읏, 너 얼마나 감정이입하는 거야, 이런 건 말하자면 단순한 연극 각본이잖아」

 

 

 

눈을 새빨갛게 해 코를 훌쩍거리면서 계속 울고 있는 유이가하마가, 내 어깨에 매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흥분된 감정 그대로, 덜컹덜컹하고 흔들어 온다.

 

마치 내가 지금 죽을 듯이 생각될 정도로 감정적인 행동이다.

 

뭐야? 나 기뻐해야 하는 거야? 슬퍼해야 하는 거야?

 

 

 

「우우, 괘, 괜찮으니까, 힛키, 흑, 내, 내가 붙어 있으니까. 절대, 절대로, 힛키를 혼자 두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너, 별로 이런 건 실제로 있는 일도 지금부터 일어나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영화를 본 거라고 생각해라 진짜.」

 

「그래도 그래도, 뭔가 굉장히 리얼했으니까, 읏, 마, 마지막 부분이라든지 진짜 힛키 같았고, 우, 우리들이 붙어있어 주지 않으면 정말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우와-앙」

 

「울지 마, 오히려 내가 울고 싶어......」

 

 

 

감수성이 풍부한 녀석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이입했잖아.

 

이 녀석 저거다, 아마 영화라든지 보면 내용에 상관없이 울어버리는 타입. 전미가 운다는 문구가 붙고 있으면 우선 그것만으로 눈물이 나와 버리는 것 같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눈앞에서 울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곤란하잖아. 작게 흔들리는 어깨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아직 훌쩍훌쩍 계속 우는 유이가하마를 보기 힘들어, 왠지 모르게 코마치에게 해주듯이 그 등을 툭툭하며 작게 두드려 준다. 아-진짜, 왜 내가 위로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 날 위로해 줘라. 제일 울고 싶은 건 나잖아, 어떻게 봐도.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던 유키노시타가 천천히 입을 열어, 거듭 중얼거린다. 그 표정은 드물게도 약간 새파래져 있다.

 

 

 

「아니, 리얼리티가 있던 건 확실해, 너의 미래를 보고 왔다고 말해도 의심하지 않아.」

 

「잠깐, 너 지금의 나한테 후속타를 날리다니, 너무 잔인하잖아」

 

「무슨 말이니? 자신에 대해서잖니,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내가 세상을 비관해 자살해버릴지도 몰라, 이런 미래」

 

 

 

 

너무 슬프잖아, 그런 건.

 

그나저나 지금, 난 진짜 친동생한테 너는 행복하게 될 수 없다고 선고된 것 같은 것이랍니다? 조금은 상냥하게 대해줘도 벌은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야! 오빠」

 

「뭐야, 코마치, 지금 나, 너의 애정을 믿을 수 없게 된 참인데」

 

「상관없으니까 들어, 오빠. 코마치는요, 지금인 채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전업주부 지망이나, 절대 일하지 않는다든지, 계속 혼자라도 좋다든지, 집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길러진다든지, 그런 걸 계속 말하고 있으면 이렇게 된다구, 그런 건 절대 싫잖아?」

 

「어째서 그것만으로 이런 슬픈 스토리 확정되는 거냐, 내 인생 무리계 확정이잖아.」

 

「그래도, 맞지 않아도 머지않아서라고 생각해. 확실히 지금인 채로는 변변한 인생을 보낼 수 없는 건 틀림없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는 말할 수 없어.」

 

 

의외로 진지한 표정으로 유키노시타가 이쪽으로 시선을 향해 온다. 왠지 진심으로 걱정되는 모습.

 

아무래도 코마치의 이 소연극에 기가 막히고 있는 건 나뿐인 것 같다. 뭐야 이 소외감, 나 뭔가 나쁜 짓 했었나?

 

 

 

「그래요그래요, 유키노 언니! 그리고 유이 언니! 이제 두 분만이 희망이에요, 이대로 오빠가 불행에 전속력으로 돌진할 것 같은 현상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여동생으로서!」

 

「으, 응! 맡겨줘 코마치 짱! 힛키는 우리들이 제대로 갱생시켜 줄 테니까! 반드시 행복해지게 해 줄 테니까!」

 

「잠깐, 저기, 유이가하마 양,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에.....? 유키농, 힛키 도와주지 않을 거야?」

 

「아니, 그 , 딱히 그럴 생각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네, 생각해보면 그의 갱생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의뢰받은 것이었지, 나도 좀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해.」

 

「유키농!」

 

 

 

내게서 떨어진 유이가하마가, 이번에는 유키노시타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놀랄 정도의 열열허그. 넌 서양인이냐.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나를 무시한 채, 두 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다. 피아의 사이에 상당한 온도차가 생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진 것 같군-.

 

 

 

「생각하면 나도 조금 놀라 버렸어, 지금부터는 좀 더 진지하게 갱생 프로그램을 생각해가자. 유이가하마 양, 손을 빌려주겠니?」

 

「물론이야 유키농! 둘이서 힘내자! 그, 여, 여기서 도망친다든가, 그런 건, 역시 싫고....」

 

「유이가하마 양?」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 있잖아, 상대방이 불쌍하니까!」

 

「응 그러네――먼저 죽다니 절대 사양인 걸」

 

「어?」

 

「.......아무것도 아니란다, 나도, 상대편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을 뿐」

 

「으, 응. 어떻게든 해야해. 어, 그래도 유키농, 갱생한다니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까?」

 

「괜찮아, 이미 몇 번이나 방법은 생각 중이야. 우선――」

 

 

 

 

왠지 바로 그 본인인 나를 방치하고 흥이 가득 오른 두 사람한테서 시선을 딴 데로 돌려, 창밖으로 향한다. 석양에 눈이 시린다.

 

 

「왜 먼 눈 하고 있어? 오빠, 둘 다 모두 오빠를 위해 힘내고 있는데」

 

「너, 즐기고 있잖아.」

 

「응-, 그럴지도. 유키노 언도 유이 언도 진지하게 돼서, 코마치는 기뻐.」

 

「어쩌겠다는 거야 이거, 난, 갱생 프로그램 같은 거 싫다고」

 

「불평하지 말 것, 모처럼 생각해 줬으니까 열심히 하자」

 

「그러니까 원래부터 말한다면 네가――」

 

「코마치 양, 너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네~에, 기꺼이-」

 

 

 

유키노시타에게 불려, 활짝 웃으며 거기로 날아가는 코마치.

 

내 이야기일 텐데, 완전히 내가 외부인 취급받고 있었다. 아니 어째서야?

 

하아, 하며 크게 한숨을 쉰다. 보면, 코마치가 섞인 세 명은 한층 더 흥이 올랐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시끄럽다는 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방치된 그림 연극으로 눈을 돌린다.

 

결국 확언되지 않았지만, 코마치는 내가 누구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묻는 것도 무섭고 아는 것도 무서우니까, 접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아직도 끝날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이유로,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읽었던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 시간이다.

 

여전히 세 명의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상담소리가 귀에 들렸지만, 오늘은 왠지 그것이 기분 좋게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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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른 거 하기 전에 숨돌리기로 해 봤습니다.


근데... 코마치! 중학생 글이 왜이리 퀄리티가 높아!

...작가 분이 글을 잘 쓰시는 거겠지만요.

초반부분 읽었을 때 저도 약간 감정이입 했었네요.

어느 샌가 팔로워가 100명 넘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계속입니다. 최근 다리 골절된 덕분에 보통으로 토·일요일에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투고 페이스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럭키입니다.(웃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못해 먹겠다는 게 본심이지만요. 다음은 19세라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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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우우우웅

 

하야마의 오토바이가, 엔진음을 울리면서 주택가를 경쾌하게 나아간다.

도시니까 거기까지 스피드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라고 할까, 지금 어디?

이 근처는 잘 모르니까, 약간 불안한데.

 

「하야마! 이 길에 있는 건가!?」

 

「아아! 괜찮아! 지각할 것 같은 때라든지 다니고 있으니, 그 나름대로 자세해!」

 

헤에, 이 녀석이라도 늦잠 잘 때가 있구나.

약간 친근감이 생겼다고.

 

「앞으로 어느 정도로 도착해!?」

 

「대체로 20분 정도일까! 기본적으로 혼잡한 길이 아니니까 그 이상 걸리진 않다고 생각해!」

 

병원으로 출발하고 나서 10분 정도니까....

30분 정도로 도착한다는 건가!

벌써 저녁이니까, 차로 가고 있으면 1시간은 걸리려나.

 

우우웅~~~

 

「.......어?」

 

꽤나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듯한 생각이 들어 뒤를 보자, 하얀 세단차가 뒤쫓아 오고 있었다.

천장 위의 사이렌 램프를 새빨갛게 번뜩거리면서.

 

「어이 하야마! 스피드 너무 내잖아!」

 

「그렇지 않아! 법정 속도보다 10킬로 밖에 오버하지 않았어!」

 

「뭐, 어쨌든 이미 늦었나....」

 

사이렌 켜진 시점에서 아웃이군요.

이놈의 공무원.

10킬로 오버 정도로 잡으러 오지 마.

국도 가면 20킬로 이상 오버하고 있는 녀석들이라든지 많이 있는데.

그렇게 점수를 받고 싶은 건가?

 

 

『거기 있는 2인승 스포츠 오토바이, 좀 더 스피드를 올리세요.』

 

「「............하아?」」

 

 

지금 뭐라고 말했어?

목소리를 보면 젊은 여자 같은데, 있을 수 없는 것을 들은 듯한 기분이―――

 

 

『눈앞에서 느릿느릿 달리지 마세요. 방해에요. 기억에도 없는 죄목으로 체포되고 싶은 것일까?』

 

「「・・・・・・」」

 

 

뒤를 향해, 복면 경찰차의 조수석을 확인한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 있던 것은, 소부 고교 봉사부 초대 부장이며, 현재 경시청에 근무하는 나의 처제, 유키노시타 유키노였다.

......덧붙여서 나를 형부라고 불러준 적은 한 번 밖에 없다.

『형부』라고 불러도, 괜찮다고?

 

 

 

「혹시 유키노시타 씨인가 ! ?」

 

「아아! 바로 그래! 그러니까 좀 더 스피드 올려라! 이유도 없이 체포되지 않으려면!!」

 

『......카와사키 군, 귀찮으니까 쳐 버리세요. 그렇다고는 해도 운전기사만이에요? 뒤의 남자는 확보해 같이 병원으로 데리고 가요.』

 

『어, 잠ㄲ, 과연 그건 무리임다! 기술적으로 어렵슴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치이고 있었나! ?」

 

「유키노시타라면 할 수도 있나.....」

 

 

그리고 직권을 전면적으로 남용해 사건을 무마할 게 틀림없다.

리얼 공복이 처제라든지 진짜로 용서해 줬으면 한다.

 

 

「라고 할까 유키노시타! 너 일은 어쩌고!?」

 

『그런 건 다른 인간에게 치우고 왔어요. 지금 나에게 있어, 언니의 출산 이상으로 중요한 사건은 없어요.』

 

와-우, 아까 전부터 경시청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발언 뿐만이야.

일본의 미래가 초 걱정.

 

「히키가야! 스피드 올리겠어!」

 

윙! 하고 오토바이가 엔진소리를 올려 단번에 속도가 올라간다.

아무래도 하야마도 유키노시타의 발언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어머나, 겨우 스피드를 올린 듯하네. 카와사키 군, 스피드 위반 딱지가 차에 있었는지?』

 

『「「난폭하다! ?」」』

 

윙윙윙.....

끼이이―――

 

일본 제일로 무서운 복면 경찰차와 술래잡기하기를 15분.

꽤 빠른 타임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하야마가 일반 환자 출입구 앞에 오토바이를 멈추는 것과 동시에, 바로 헬멧을 벗어 던지고 뒷좌석에서 내린다.

주륜장이 어떻다든가 말하는 하야마의 목소리가 들린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건 어떻게든 좋아.

곧바로 병원으로 돌입한다.

자동문을 빠져나가 접수로비에 들어와서야 깨달았다.

확실히 분만실이던가?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모르겠어.

 

 

「뭘 하고 있는 거야 히키가야 군. 여기에요.」

 

 

목소리와 동시에, 유키노시타가 내 옆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뭐야, 이 녀석 장소 알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에 도달했지만, 어떤 것을 깨닫는다.

 

 

「어이 기다려 방향치 유키노시타. 아마도 분만실은 그쪽이 아니야」

 

「........뭐라고요?」

 

「네가 길 안내해서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던 적이 지금까지 있었던가? 여기에서는 얌전히 간호사에게 안내 받겠어. 쓸데없이 시간 들이고 싶지 않아.」

 

「....................」

 

 

어라,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처제가 초 흘겨 옵니다만.

경시청에 들어간 탓인지, 『노려봄』의 위력이 확실히 오르고 있다.

이미 정신 포인트가 바득바득 깎이고 있는 레벨.

처제는 무섭다냥-.

 

 

「어라, 하치만?」

 

사뿐하게...도.

나의 귀에 상냥한 엔젤보이스가 닿았다.

뒤를 향하면, 거기에 있던 것은 우리들의 천사, 토츠카 사이카였다.

널스복(당연하지만 팬츠타입)이 눈부실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다.

한 순간 천국에 왔나하고 생각했다고.

 

「혹시 하루노 씨?」

 

「아아, 하루노가 해산기가 있다고 들어서 서둘러 왔어. 미안하지만 분만실까지 안내해 주지 않겠어?」

 

「하루노 씨라면 분만실이 아니에요.」

 

「...........어?」

 

「벌써 출산이 끝나, 지금은 아기와 병실에 있어. 모자 함께 안정되고 있어서, 지금은 모유를 주는 중이 아닐까?」

 

「진짜로? 출산이라는 게 이렇게 간단하게 되는 거야?」

 

「으-응. 보통은 좀 더 시간이 걸려요. 담당 선생님도 『이렇게 빠른 출산은 드물다』라면서 놀랐기도 했고」

 

「...........추가로, 담당 선생님은 남자야?」

 

「어? 세나 선생님은 여잔데....」

 

여자였구나. 다행이다 다행이다.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하루노의 몸을 다른 남자가 봤다고 하면, 그 녀석을 처리할 참이었다고.

 

「그런가, 알았어. 고마워, 토츠카. 그럼」

 

좀처럼 드문 토츠카와의 대화는 아쉽지만, 하루노가 걱정돼서 병실로 서두른다.

 

「다시 또 보자, 하치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놀자!」

 

「오우!」

 

 

 

 

「하루노 ! !」

 

 

방금 들은 병실에 뛰어들듯이 들어간다.

침대 위를 보면, 마침 하루노가 아기에게 모유를 주고 있던 중이었다.

 

「아, 하치만. 거기에 유키노 짱도」

 

하루노가 이쪽을 향해, 미소를 보인다.

역시 출산은 큰일이었는지, 그 미소에는 약간 피로한 기색이 나오고 있었다.

 

「하루노, 저기, 괜찮은 거야? 어머니한테 출산은 큰일이라고 들었는데.....」

 

「으~응, 비교적 시원스럽게 나와 줬으니까, 꽤 편했어요? 많이 아팠지만」

 

「.......그런가. 2명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적어도, 편했다는 건 거짓인 게 틀림없다.

나와 2명뿐이라면 몰라도, 유키노시타가 있는 상황에서 피로한 기색을 보이다니 지금까지 없었을 것이다.

미소를 보이는 것이 고작인 듯 보인다.

시간적으로는 짧았다고 해도, 꽤 괴로웠겠지.

 

 

탓탓탓탓.......

 

「히키가야-?」

 

하야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핫!

 

 

「충격의.............」

 

「앗, 히키가야. 여기ㅇ―――」

 

「퍼스트 불리이이이잇 ! ! !」

 

 

퍼어어억

 

 

「커헉 ! ?」

 

히라츠카 선생님 비전의 주먹이, 하야마의 명치를 두드린다.

명치를 양손으로 누르면서, 그 자리에 쓰러지는 하아먀.

좋은 일격이 들어갔다고.....

 

 

「..................ㅇ, 오.............왜............?」

 

「시끄러워! 지금 하루노는 아기에게 모유를 주고 있던 중이야! 하루노의 가슴을 봐도 좋은 남자는 이 세상에서 나 뿐이다!!」

 

「........그, 그...........런........이.........유, 로.........?」

 

 

 

 

바닥에 넘어져, 완전히 침묵했다.

하야마에게는 여기까지 데려다 준 빚이 있지만, 그것과 이것과는 별개다.

 

 

「.......하아, 정말이지. 애처가도 도가 지나치면 문제군요.」

 

「유키노시타 님~」

 

「격멸의..........」

 

「그만두세요.」

 

 

 

 

머리를 처제에게 얻어맞는다.

이 무슨 귀염성 없는 처제야.

어딘가 학원도시의 메이드 의매를 본받아라.

 

「카와사키 군, 우선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어주세요. 그리고, 안은 절대로 보지 않을 것. 당신을 위해서에요.」

 

「아, 알겠슴다.」

 

 

타이시 자식...... 구사일생 했군......

아니, 그도 그럴게, 내 신부의 가슴이에요?

너의 가슴과 달리 남자의 꿈도 희망도 가득 차 있다고요?

다른 남자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잖아.

 

 

「히키가야 군, 그렇게 체포되고 싶은 것일까.....?」

 

 

잠깐, 사람의 마음을 읽는 처제가 진짜로 무서워요.

도와줘. 츠치미카도 군.

 

 

「...........하아, 뭐 좋아요. 언니도 문제없는 것 같으니까, 오늘은 이제 돌아가요. 앞으로는 2명이 천천히. 카와사키 군, 그 마루에 널려 있는 남자를 병실 안을 보지 않도록 회수해 주세요. 그 남자를 추적했던 것으로 해요.」

 

「어, 그건 과연 하아먀 씨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함다만.....」

 

「카와사키 군? 명령이에요. 그 남자를 회수해 주세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네?」

 

「이 이, 이해했슴다!!」

 

 

불쌍해, 타이시도 하야마도.

얼음의 여왕에게 관련되다니 운이 다했군.

어, 나?

나한테는 태양의 여왕이 붙어 있으니 괜찮아.

 

 

「그러면 언니, 히키가야 군. 또 만납시다.」

 

「자 그럼, 유키노 짱」

 

「그러면, 유키노시타. .......여러 가지로 고마워」

 

 

유키노시타는 한 순간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고 생각하자마자 뒤꿈치를 돌려, 타이시와 아직도 눈을 뜨지 않은 하야먀를 거느리고 돌아갔다.

하야마, 너의 용기는 잊지 않아.

........어? 하야마를 기절시킨 건 누구냐고?

아~아~, 들리지 않아~.

 

 

「후훗, 유키노 짱도 변함없네.」

 

「그러네. 좀 더 귀염성 있으면 신부로 데려갈 사람도 있을 텐데.」

 

「으-응, 유키노 짱은 일생 독신을 관철하지 않을까나?」

 

「응?, 어째서?」

 

「비밀. 하치만에게는, 내가 알려주는 건 할 수 없어요.」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키노시타에게는 유키노시타의 사정이 있는 거겠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그대로 가만히 둬야 한다.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아까 전까지 미묘하게 현실성이 없었지만, 이렇게 물끄러미 보면 현실감이 끓어오는구나.

 

 

「........그리고, 우리들의 딸은 아직 모유 마시고 있는 건가?」

 

「응, 정신없이 마시고 있어요.」

 

「.......그렇게 떠들었었는데 오로지 모유 들이마시고 있다니, 유들유들한 신경이네.」

 

「그러네. 이 애는 커서 거물이 될지도 몰라.」

 

「그거야 하루노의 아이니까. 거물이 될 게 틀림없어.」

 

「으-응..... 가능하면 하치만을 닮기를 바라는데」

 

「어? 나? 안 되겠지. 이런 썩은 인간은 치바에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그럴까나? 약간 썩고 있는 편이 좋은 인간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과일이 아니니까.....」

 

「거기에..... 하치만을 닮아서, 상냥한 아이가 됐으면 하는데」

 

「.........뭐, 상냥한 아이로는 되길 바라지만」

 

「후후후, 하치만도 참 수줍어해서는」

 

「하루노가 부끄러운 말을 하니까야.」

 

「그래도, 하치만의 상냥한 면이, 제일 좋으니까. 이 아이한테도 장래 그렇게 듣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거야.」

 

「.......딸은 누구에게도 건네주지 않아.」

 

「자~자~. 바보 부모가 악화되는 건 너무 빨라요.」

 

「그렇지 않아. 딸을 사랑하는 부친이라면 당연해.」

 

「하치만은 성질 급하네......」

 

「.......바보 부모라고 말하고 보니, 장모님은 어디 가셨어? 확실히 유키노시타한테 연락한 사람, 장모님이었다고 들었는데?」

 

「응, 그래. .....엄마도 바쁜데, 일 내버려 두고 무리하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 부하가 질질 끌고 가 버렸다고」

 

「으-응, 왠지 해가 지나갈 때 마다 그 사람의 이미지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데....」

 

「그렇지요-. 옛날에는 그렇게 엄격했는데.....」

 

「지금은 손주 한 사람 태어나는 것만으로 당황하게 된다고는....」

 

「그래그래. 내 진통이 시작됐을 때, 제일 당황한 게 엄마였던 거야. 곧장 유키노 짱이라든지 하치만한테 연락할 생각이었는데, 『괜찮아? 참아서는 안 돼요?』하고 나한테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 그래서 1시간이나 연락이 늦어버렸던 것 같아.」

 

「아아, 아니나 다를까 태어나는 게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타임랙이 있었던 것이었군.」

 

「배 아픈데 엄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비명보다 웃음소리가 나올 것 같았어요.」

 

「우와-, 보고 싶었다- 그건. 아마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도 장모님처럼 당황했었겠지....」

 

「하치만까지 당황하고 있었으면, 정말로 진통도 잊고 웃고 있었을지도」

 

「그야말로 좀 더 편하게 출산할 수 있었을지도」

 

「아하하, 정말이네.」

 

 

나와 하루노의 웃음소리가 병실에 울린다.

하루노와 얘기하고 있으면, 정말로 안심되는구나.

지금가지 초조라든지 현실성이 없음 등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던 마음이, 벌써 가라앉고 있어요.

썩은 나에게는 아까운 신부다.

 

 

「................하루노, 고마워」

 

「에, 갑자기 정색해서는 무슨 일이야?」

 

「왠지, 아이 얼굴을 보니 이렇게, 감사의 마음이 솟아나서..... 나와 함께 있어줘서, 결혼 해 줘서, 이런 귀여운 아이를 낳아 줘서, 정말로 고마워.」

 

「후후...... 하치만은 정말, 정말 상냥하니까.....」

 

「어, 지금의 어디가 상냥한 거야?」

 

「글~쎄, 어디일까요?」

 

「......역시 아냐. 가르쳐 줘도 부끄럽고」

 

「내 신랑은 치킨이네」

 

「치킨이라 하지 말아줘」

 

「치킨인 신랑. 노력한 나한테 포상을 주세요.」

 

「그러니까 치킨이라 하지 말아줘. ......그리고, 포상이라니 뭐에요.」

 

「으~응, 하치만은 치킨이니까. 이 부탁은 무리일까나.」

 

「좋아, 치킨이 아닌 걸 증명해 줄 테니까, 부탁해봐?」

 

「키스를, 한 번」

 

「.........어?」

 

「상냥하게, 애정 듬뿍 담긴 키스를 부탁합니다.」

 

「뭐야, 그런 건가. 자, 얼굴 들어봐.」

 

「응, 부탁해」

 

눈동자를 닫아 얼굴을 든 하루노에게 천천히 가까워진다.

 

숨이 접촉할 정도의 거리를 약간 즐기면서, 나는 하루노에게 키스를 했다.

 

넘칠 정도의, 사랑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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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유키노시타 하치만, 25세」-> 「유키노시타 하치만, 26세」->「히키가야 하치만, 19세」순으로 연결되는 작품들 번역이 다 끝났습니다.

뭔가 후련하면서도 섭섭하기도 합니다.

19세는 작가 분이 생각 있으시면 가끔 갱신할 것 같기도 합니다만...

갱신되면 그 때 또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루노 좋아요, 하루노.

『유키노시타 하치만, 25세』를 열람 및 북마크&코멘트 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건 단발로 머릿속에서 생각난 것을 써넣을 뿐인 것이었습니다만.......

북마크&코멘트가 많아서,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그걸 보면 단발로 끝낼 수 없었지요. 오히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m(_ _)m

또 하나 말하면, 이번 화에는 하루노 씨가 나오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들어버렸습니다. 러브러브를 기대하고 있던 분께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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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잉

 

독특한 기계음이 나며 눈앞의 자동문이 열린다.

2번째의 자동문을 통과하자, 접수창구와 2명의 접수원이 보였다.

 

「어서오.......어라, 힛키잖아.」

 

왼쪽을 향한다.

고교시절의 클래스메이트로 현재는 가가가 출판사 접수원을 하고 있는 유이가하마가 내게, 대부분의 손님을 향한 반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반응을 했다.

 

「아니 너 말이야, 옛날 별명으로 부르는 건 적당히 그만둬요.」

 

「에~, 그래도 힛키는 힛키고. 이제 와서 호칭 바꾸다니 할 수 없다구」

 

「하아-...... 모처럼 머리를 검게 염색해 외관만은 어른스러워졌는데, 속은 역시 바보인 채인가....」

 

「잠깐! 바보라니 너무 하잖아 ! ?」

 

「시끄러워 바보. 그것보다 빨리 바보 하야먀를 불러라 바보. 안 그러면 『접수원이 반말 합니다만』이라고 클레임 넣을 거야 바보.」

 

「우우우...... 힛키 주제에......」

 

그렇게 말하면서 유이가하마는 내선으로 하야마의 부서에 전화를 건다.

어쩐지 매번 여기에 올 때마다 이런 교환을 하고 있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유이가하마의 머리를 검게 염색한 사람은 유키노시타다.

저건 대학 4학년 무렵.

취직 활동할 때 『갈색 머리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요. 검게 염색해야 하는 것.』이라며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에게 어드바이스를 했다.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갈색 머리인 채로는 안 될까~』라고 말해 버렸다.

그에 대해 유키노시타가 한 행동은, 하필이면 유이가하마에게 수면제를, 한창 자고 있는 동안에 머리를 염색해 버리는 것이었다.

방식이 끝없이 범죄에 가깝다.

그렇다고 할까 하고 있는 짓이 언니하고 별로 다를 게 없잖아.

.....눈을 떴을 때의 유이가하마의 표정과 절규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하겠지.

게다가 유키노시타는 마지막에 『이것도 유이가하마 씨를 위한 거예요.』라고 말했었다.

현재 경시청에 근무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겠지.

 

 

「히키가야 군」

 

 

내가 잠깐 옛날을 생각해 내고 있으면, 유이가하마의 옆에 앉아 있던 접수원이 내게 말을 건네 왔다.

어라, 나 이 사람 몰라요?

 

「너무 유이를 조롱하면 안 돼요? 이래봬도 섬세한 면도 있으니까....」

 

「하아......」

 

그러니까, 진짜 어떤 분?

나이는 유이가하마와 비슷한 정도려나.

세미 롱 정도의 흑발을 뒤로 묶어, 머리 스타일 만이라면 활발한 느낌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얼굴이 청초하고 가련한 분위기를 자아내 어느 쪽인가 하면 도서관 같은 게 어울릴 것 같은 여자다.

.....어라, 이 사람 어디선가 만난 적 있던 것 같은......?

 

 

「어-, 실례지만,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습니까?」

 

「에, 나 몰라? .....아아, 컨택트 하고 있어서 그런가. 잠깐 기다려 줘.....」

 

그렇게 말하고 여성은 책상 아래에서 부스럭부스럭하며 손을 움직여, 안경을 꺼냈다.

붉은 프레임 안경을.

 

 

 

 

「네, 이걸로 알아볼 수 있을까나?」

 

「...........혹시, 에비나 양?」

 

「띵동, 대적중!」

 

「어, 확실히 에비나 양, 소설가였었나. 언제 전직한 거야?」

 

「전직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잠깐 취재로. 이번에 접수원 여자애를 소재로 써서.」

 

「헤에-」

 

 

에비나 양은 나와 같은, 가가가 출판 고용 작가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칼럼니스트로 에비나 양은 소녀를 대상으로 한 소설가이므로, 장르는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르다.

 

에비나 양은 평상시, 소녀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소녀 만화의 원작을 쓰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따금, 갑자기 부녀자 BL소설을 쓸 때가 있다.

그게 또 부녀자에게 대절찬인 것이라, 세상에서는 기발한 소설가로서 꽤 유명하다.

유이가하마의 얘기로는 이따금 잡지라든지의 취재도 오는 것 같다고.(즉답으로 거절하고 있다고 하지만)

뭐, 입 다물고 있으면 미인이고, 입 다물고 있으면.

중요한 것이라 2번 말했어요.

 

 

「그건 그렇다 치고...... 히키가야 군은 하야마 군한테 무슨 용무일 까나? 까나? 혹시라도 혹시라도, 한 낮부터 금단의 바람? 오피스러브적인 ! ? 키 · 마 · 시 · 타 · 와 - ! !」

 

※ 키마시타와(キマシタワ) : 주로 2ch 스레에서 백합적인 요소가 나왔을 때 유저들이 쓰는 AA표현. 우리말로 굳이 바꾸자면 「왔다!!! 나왔어요!!!」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정말, 입 다물고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럴 리 없잖아! 나는 하야마한테 흥미 없네요 ! !」

 

「에~」

 

「거기에, 나한테는 하루노 밖에 없어. 여자든 남자든 바람피울까 보냐.」

 

「쳇-」

 

정말이지.

이 사람과는 대학이 같았지만, 부녀자 서클에서 폭주하고 있던 무렵과 조금도 변함없다.

사회인이 됐으니까 조금은 얌전하게 되려나 하는 건, 낙관적 예상에 지나지 않았던 건가.

 

「오늘은 하야마한테 불려서 왔어. 이번 칼럼 원고 협의를 하고 싶다고」

 

「원고..... 협의.......」

 

어라, 왠지 갑자기 얌전해졌군.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말이지.

 

「힛키, 하야마 군 편집실에 있으니까 와 달라고 말했어.」

 

오오, 나이스 타이밍이다. 바보 자식.

이것으로 진격의 부인(腐人 : 썩을 부)에게서 피할 수 있겠군.

 

「오우, 알았어. 그럼, 또 유이가하마. 접수일 힘내.」

 

「응, 그럼-」

 

작게 손을 흔드는 유이가하마.

도저히 올해 26세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아이스러움이다.

하야마가 말하기로는 접수원 중에서도 인기 No.1인 것 같다고.

전혀 이해 불능이야.

여자는 역시, 성숙함과 갭 모에와 색기겠지.

가슴 크기에 따른 색기 이외에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잖아.

 

.......뭐, 어떻게든 좋나.

빨리 바보 하야마가 있는 곳으로 가서 협의하고 냉큼 돌아가자.

일단 오늘이 예정일이 아니라고는 해도, 집에서 대기해 두고 싶고.

 

 

 

 

「.......힛키 괜찮을까」

 

「히키가야 군이 무슨 일인데?」

 

「있잖아, 어제 얘기한....」

 

「아아, 그거. 오늘 여기에 오고 있다는 건 괜찮은 거 아니야?」

 

「으-응..... 그럼 괜찮은데.....」

 

 

 

 

「야아, 히키가야. 오래간만」

 

평소의 편집실 안으로 들어가면, 이건 또 평소대로의 이케맨 스마일이 나를 마중 나왔다.

빨리 돌아가고 싶어.

 

「요우. 이케맨 리얼충 뒈져버려. 자 원고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만」

 

턱, 하고 하야마 책상 위에 원고가 들어간 봉투를 두고, 뒤로 돌아선다.

그런데, 오늘은 확실히 닭고기가 쌌었지.

역전의 강자(아줌마)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좋은 물건을 손에 넣지 않으면.

 

 

「......자, 잠깐 기다려! 아직 협의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잖아!」

 

「.......칫. 이쪽은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내 원고 따위 적당하게 오탈자 고치는 정도로 괜찮잖아.」

 

「아니,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히키가야의 칼럼은 제법 인기 있으니까. 질을 떨어뜨려 낮은 평가를 받는 건 아깝잖아.」

 

「아니, 별로 평가라든지 어찌되든 좋고. 라고 할까 그거, 아부겠지? 누가 말하는 건지는 모르는데, 이런 비뚤어진 사람의 칼럼이 좋게 평가될 리가 없어.」

 

「그렇지 않아. 일전에도 편집장이 『재미있다』라고 칭찬하고 있기도 했고」

 

그 고릴라도 깜짝할 몸매인 편집장이?

상상이 안 된다.

라고 할까 그럴 리 없어.(웃음)

 

「우선 응접실로 갈까. 한가로이 얘기도 하고 싶고」

 

어-, 진짜입니까-?

어째서 이 녀석은 나와 협의할 때 하나하나 필요 없는 얘기를 하는 걸까.

시간낭비일 텐데.

 

 

 

「아-, 그러고 보니 너, 미우라와 약혼했다고 했던가.」

 

응접실로 향하는 도중, 갑자기 요전 날 유이가하마한테서 온 메일 내용을 떠올려 냈다.

요약하면 『하야마가 미우라한테 프로포즈했다.』라는 내용이었다.

 

「아아. 일도 많이 안정됐으니까. 무엇보다 히키가야의 결혼 생활 얘기를 듣고 있으니, 왠지 부러워졌다고 할까....」

 

「......겨우 자신과 마주볼 수 있었을 뿐이잖아. 주위만 보고 있었던 네가, 자신과 마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재차 근처를 보면, 미우라가 있었다. 단지 그것뿐인 얘기겠지.」

 

「......히키가야는 뭐든지 꿰뚫어 보고 있구나」

 

「별로 그런 게 아니네-요. 니가 옆에서 보면 알기 쉬운 것뿐이야.」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

 

「.....미우라를 소중히 여겨줘라? 꽤 한결같은 아가씨에 엄마(オカン:엄마처럼 주위를 잘 챙겨줌.)같은 여자야. 저런 좋은 여자는 별로 없다고.」

 

 

그렇다고 해도 내 하루노 쪽이 한층 더 좋은 여자지만.

이미 여신 레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신이라는 말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아, 물론. 반드시 유미코를 행복하게 한다.」

 

「......바보자식. 2명이 같이 행복하게 안 되면 의미 없ー잖아.」

 

「하핫, 그것도 그렇구나」

 

 

이런이런.

나도 이 녀석한테 리얼충 폭발해라 말할 수 없게 되어버렸군.

옛날이 약간 그리워.

 

 

「부후후.....」

 

움찔

 

아주 대단한 오한을 느껴 뒤를 향하면, 거기에는 부인(腐人)이 있었다.

어째서일까, 작은 체구의 부인인데 굉장히 강하게 보인다.

자주 코피 나니까, 『선혈의 거인』이라고 이름 붙일까.

 

 

「어라, 히나? 접수 1일 체험은 어쩌고?」

 

「휴식중이야~ ......그것보다 계속을. 부디!」

 

「아니, 단순한 얘기니까. 에비나 양이 생각하고 있는 일 없으니까. 빨리 일하러 가, 아니면 휴게실 가라」

 

「정말, 심술쟁이라니까~」

 

「......하야마, 나도 돌아간다.」

 

「어, 아직 전혀 협의 안했잖아?」

 

「알까 보냐. 더 이상 부해(腐海:썩은 바다)에 있고 싶지 않아.」

 

「자자~ 히키가야 군. 나 이제 돌아갈 테니까, 제대로 협의 해 줘.」

 

「..............어쩔 수 없나」

 

 

칫.

이대로 에비나 양을 핑계로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에비나 양 본인이 말렸다.

이 부인(腐人), 제대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 성질이 나쁘다고.

 

 

「아, 그러고 보니 히키가야 군. 유이한테서 들었는데, 하루노 씨 괜찮은 거야?」

 

「아아, 그래그래. 나도 그걸 물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루노, 이제 입원하는 거겠지? 옆에 붙어 있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아아, 괜찮아. 예정일은 10일 뒤니까. 다음 주부터는 한시도 떨어질 수 없지만....」

 

 

삐삐삑 삐삐삑 삐삐삑

 

갑자기, 내 스마트폰 착신음이 울렸다.

단조로운 전자음이 복도에 울린다.

사실은 프리큐어 OP로 설정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전화는 일주일에 1번 울릴까 말까니까, 설정하는 관심이 없어져버렸다.

제일 착신 횟수가 많은 건 하야마고.

그 녀석은 호모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히키가야 군일까?』

 

「어, 어라, 유키노시타? 갑자기 왜 그래? 설마 나한테 구속 영장이 날아왔다든가 말하진 않겠죠?」

 

『당신이라는 사람은..... 보통으로 전화를 받는 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당신의 시시한 발언을 매번 듣는 이쪽의 입장으로도 되어보세요.』

 

「미안미안. ....그래서, 용건은 뭐야?」

 

『해산기가 왔어요.』

 

「어?」

 

『병원에 있는 어머니께 연락이 와서, 언니가 해산기가 있다고 해요. 예정일보다 빠르지만, 오늘 중으로 출산하게 되었다고 해요.』

 

「진짜야 ! ! !」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세요.』

 

「좋아 알았다! 지금부터 바로 간다!!」

 

『예, 나도 곧바로 ㄱ―――』

 

 

 

「하야마 ! ! 하루노가 해산기가 있다고 하니까 돌아간다! ! 그럼 ! !」

 

「엇, 정ㅁ―――」

 

하야마가 말을 다 끝내지 전에 대쉬로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출생한다! 나와 하루노의 아이가 출생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일각이라도 빨리 하루노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으면.....! !

 

타이밍 좋게 온 엘리베이터에 타서, 단번에 1층까지 내려가 대쉬로 밖에 나온다.

어쩐지 뒤에서 유이가하마 같은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아.

 

「칫, 택시는 과연 없나....」

 

하루노가 있는 병원은 역에서 별로 멀지 않기 때문에 전철로 가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러니까 택시로 가려고 생각했지만, 역이라면 몰라도 출판사 앞에 택시가 상주하고 있을 리가 없다.

타이밍이 좋다면 누군가가 타 온 택시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히키가야!」

 

「 ? 」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자, 둥근 농구공만한 사이즈의 물체가 날아 왔다.

가슴으로 날아 온 그것을 어떻게든 캐치한다.

잘 보면 오토바이 헬멧이었다.

얼굴을 올리자, 입구 옆에 있는 주륜장 앞에 하야마가 있었다.

 

「내 오토바이로 데려가 줄게. 이 시간대라면 택시보다 오토바이 쪽이 확실히 빨라.」

 

「어이어이, 일은 괜찮은 건가요.」

 

「그런 건, 다음에 어떻게라도 돼!」

 

어머나. 정말 멋있어.

내가 여자라면 반하고 있었을지도.

.......아니, 하루노에게 백합적인 의미로 반하고 있으려나.

 

「알았다! 부탁했다고 하야마!」

 

「아아! 곧장 오토바이 내올 테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줘!」

 

그렇게 말하고 하야마는 주륜장 안으로 사라져.

10초도 지나지 않는 동안에, 붕, 하고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 줘. 하루노!

곧바로 갈 테니까!!

제일 캐릭붕괴하고 있는 건 하치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뭐 상관없어.

우선 적당하게 쓴 것을 투고했을 뿐입니다. 적당히 읽어 주실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

 

두드드드드드......

 

 

「......아, 히키가야 군, 왼쪽에서 적 왔어.」

 

「어, 진짜입니까? ......우와, 5기나 오고 있어」

 

「도와줄까?」

 

「아니요, 폭탄으로 벗어날 테니까 괜찮아요.」

 

 

두드드드드드.....

 

 

「아, 하루노 씨. 여기에서 총알을 보충할 수 있어요.」

 

「정말? 그럼 여기 정리하면 그쪽 갈게.」

 

「알겠습니다.」

 

 

두드두드두드........

 

 

현재, 나는 이른 아침부터 놀러 온 하루노 씨와 게임을 하고 있다.

장르는 FPS. 스토리는 우주에서 공격해 온 우주인들과 싸우는, 전쟁계 게임이다.

G○O에서 모은 포인트로 사온 것 같다.

그런데 하루노 씨도 G○O가는 것이군요.

그런 장소에는 가지 않을 거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GEO : 일본 DVD/CD/게임 판매업체

 

그렇다고는 해도 1년 전의 게임이지만, 그로테스크하군.

프슈우-같은 느낌으로 피가 나오는 곳이라든지 좀 거북.

15세 미만은 금지라는 것도 납득이 갈 정도다.

원래부터 P○3이기도 하고.

그래픽이 좋은 것도 생각해 볼 일이군.

 

「후-, 꽤 나갔네.」

 

「그러네요. 잠깐 쉴까요.」

 

「응 그래.」

 

「......그런 이유로 하루노 씨. 거기, 비켜 주시지 않습니까?」

 

「에, 어째서?」

 

 

거기, 라고 하는 건, 내 다리 사이다.

이전 바다에 간 이래로, 아무래도 하루노 씨는 내가 방에 앉았을 때 의자로 하는 게 마음에 든 것 같아서.

오늘도 게임을 켜자마자 의자라는 느낌으로 전처럼 앉았다.

아니, 별로 괜찮습니다만.

지금은 방에 앉을 때 좌식의자에 앉고 있으니, 바다 때처럼 손으로 버티지 않아도 괜찮기도 하고.

단지 정신 포인트가 바득바득 깎이니까 약~간 긴 시간동안 앉는 건 바라지 않지만-, 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라고 할까 『거기에 앉으면 조종하기 어려워요.』라고 말하자

『배 앞으로 손 향해도 좋아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배라든지 허벅지 감촉이 옷 너머로 전해져서 위험해.

정신 포인트가 5할 증가로 깎이는 듯한 생각이 든다.

 

 

「아, 혹시 화장실 가고 싶어?」

 

「아니, 별로 그런 건.....」

 

「그럼 상관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순진한 미소를 향해 온다.

이 미소가 너무 매력적이라 곤란하다.

진짜, 강화외골격은 어디에 두고 왔습니까?

약삭빠름과 같이 잊고 오지 않았습니까?

나를 좋아하는 걸까-, 하고 착각해버리는 게 아닙니까.

......뭐, 나를 좋아해준다면 기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달라붙어 오는 상황은 대체 뭐겠지.

 

사실, 하루노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과연 키스해 올 정도니까,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하루노 씨 그런 경험 많은 것 같구나-.

본인에게 물으면 금방이겠지만, 그런 용기 없어요.

하치만, 헤타레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로 여름방학도 마지막이네-」

 

 

그렇게 말하며 기지개를 펴는 하루노 씨.

하루노 씨 머리카락의 좋은 향기가 코에 가득 퍼진다.

 

 

「그, 그러네요. 하루노 씨는 역시 여름방학이 끝나면, 졸업 논문 같은 걸로 바빠집니까?」

 

 

이성과 본능의 분쟁으로 정신 포인트를 깎으면서도, 애써 침착하게 대답한다.

목소리가 흥분한 듯한 김이 있지만, 아마 기분탓이다.

 

 

「으응, 벌써 졸업까지 학점은 따고 있고, 졸업 논문도 반 이상 끝났으니까 지금까지와 별로 변함없지 않을까나?」

 

「.......역시 대단하네요. 스펙이 달라.」

 

「그런 히키가야 군도, 벌써 과제 전부 끝나고 있잖아.」

 

「아니, 과제가 끝나고 있는 건 하루노 씨가 종종 놀러 와서는 모르는 데를 가르쳐 줬기 때문이에요. 그게 아니면 지금 쯤, 해야 할 과제하고 하지 않아도 될 과제를 구별하고 있을 때에요.」

 

「아-, 그런 애 있어있어. 학점에 관계없으면 안 해도 상관없네. 하고, 과제를 내던지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수한테 찍혀.」

 

「......하루노 씨가 없었으면 저도 그렇게 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 히키가야 군이라면 이러니 저러니 말은 해도 제대로 할 것 같은데.」

 

「과대평가하는 거예요. 저는 거기까지 성실한 인간이 아닙니다.」

 

「그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느릿느릿 하고 움직여, 몸자세를 옆쪽으로 바꾸는 하루노 씨.

잠깐, 너무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제 본능의 권화가 일어서 버리지 않습니까.

 

 

꼬르르르르

 

 

「.......지금 무슨음입니까?」

 

「.................나의 뱃소리입니다.」

 

「............그런가요. ......귀여운 소리군요.」

 

「배고파~. 히키가야 군 뭐 좀 만들어 줘~」

 

 

마치 장난감을 조르는 아이처럼, 의자인 내 위에서 바동바동 하는 하루노 씨.

뭐야 이 사람 귀여워.

 

 

「네네 알았으니까」

 

쓰담쓰담

 

「우선, 거기에서 떨어져 주세요.」

 

「...........어째서 히키가야 군은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일까?」

 

 

어라, 쓰다듬는 거 안 되는 걸까?

그럼, 여기로.

 

 

「쓰담쓰담쓰담」

 

 

턱 아래 쓰담쓰담.

 

 

「후냐앗 ! ?」

 

 

아, 지금 소리 진짜 고양이 같다.

하루노 씨 꽤 고양이를 닮았구나.

변덕스럽고.

 

스윽스윽

쓰담쓰담

 

 

「히냐아아......」

 

 

아아, 하루노 씨 귀엽구나.

귀여운 나머지, 무심코 꼭 껴안아 버렸다.

 

 

큐웃

 

 

「히읏」

 

 

아아, 좋구나 이거.

부드럽고 좋은 향기 나고 따뜻하고.

어쩐지 이렇게,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

 

그런데 하루노 씨는, 공격받으면 의외로 약하네요.

여유가 없어지면, 토츠카도 깜짝 할정도로 엄청 사랑스러워진다.

여기는 여기대로 정신적 여유가 생기니까 즐겁고.

다음부터 계속 공격할까.....

 

큐우웃

쓰담쓰담

부비부비

 

 

「아, 아우......」

 

 

 

그런 느낌으로, 하루노 씨를 귀여워하고 있는 동안 하루가 지났다.

나중에 하루노 씨한테 꼬집혔지만.

귀여운 하루노 씨를 볼 수 있었던 대가라는 것으로.

갑자기 생각나서 쓴 계절소재. 19일에 투고 못해서 유감입니다. 「남녀의 일선을 넘어버렸다.」는 담백한 말투를 하고 있지만, 실은 좀 더 정열적이라거나......?

~~~~~~~~~~~~~~~~~~~~~~~~~~~~~~~~~~~~~~~~~~~~~~~~~~~~~~~~~~~~~~~~

 

 

문득, 눈을 뜬다.

 

........알고 있는 천장이다.

 

아니, 자택이니까 당연한데.

스마트폰으로 시각을 확인한다.

오후 6시 반 정도.

확실히 2시 정도부터 낮잠 잤으니까, 대충 4시간 잤던 것이려나.

응, 늦잠.

오늘 밤에는 잠들 수 없을 것 같군.......

 

오늘은 9월 19일

......무슨 날이었던가?

아침 뉴스에서 뭔가의 날이라고 했던 생각이 드는데....

잠에 취한 머리로 멍하니 보고 있었으니까, 잘 생각나지 않았다.

뭐 상관없나.

외톨이인 나한테 상관있을 리 없어.

 

띵동.

 

........뭘까.

Am○zon도 소○맙에서도 주문하지 않았으니까, 신문이나 종교일까?

좋아, 거짓 부재다.

 

덜컹덜컹, 철컥

 

 

.....................

 

 

「얏하로~! 히키가야 군, 놀러 왔어요~!」

 

 

역시 하루노 씨인가.

어느 의미로 나가지 않은 게 정답이었다.

그도 그럴게 여벌 쇠 가지고 있으니 마음대로 들어오는 걸.

 

오늘 하루노 씨의 복장은, 가벼운 느낌의 물색 캐미숄에 라이트 옐로의 카고 팬츠.

어깻죽지부터 노출되고 있는 예쁜 양팔이 정말 매력적이다.

 

「.......하루노 씨. 온다면 메일 주세요라고 말했지 않았습니까.」

 

「어? 메일 했어요?」

 

「..............어라?」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보면, 메일 수신 마크가 화면상에 작게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잠에 취해서 놓친 것 같다.

 

「어차피 히키가야 군이니까, 낮잠이라도 자고 있어 메일 깨닫지 못했겠죠.」

 

「.........그, 그렇지 않야요?」

 

씹었다.

마음껏 글자 씹어 버렸다.

 

「흐-응..... 뭐,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며 하루노 씨는 안에 들어와서, 방 한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짐을 내렸다.

A3사이즈 봉투가 2개.

도대체 뭐를 가져온 걸까.

 

「그래서, 오늘은 뭐를 하러 왔습니까? 나간다든가 하는 건 솔직히 용서해 줬으면 하는데」

 

「괜찮아괜찮아. 오늘은 어딘가 나가거나는 하지 않아요.」

 

「그런가요....... 그럼, 그 짐은 뭔가요?」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문제입니다!」

 

짠, 이라는 효과음이 들린 듯한 생각이 든다.

마치 퀴즈 프로그램 분위기구만.

 

「오늘은 무슨 날이겠죠?」

 

「오늘?」

 

마침 방금 전 생각한 참이다.

그러니까, 무슨 날이던가?

확실히........

 

「앗, 알겠습니다.」

 

「네, 히키가야 군 정답을 부디!」

 

「프로야구 선수 하야시 마사노리(임창범) 선수의 생일이군요!」

 

「부부-우, 탈락-! 이라고 할까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누나는 모릅니다!」

 

어라, 이상한데.

치바현 출신이라면 모두 알고 있지 않나.

꽤 유명한 선수고.

 

「........으-응. 계속 생각해도 짐작 가는 게 없어서, 항복입니다. 답 가르쳐 주세요.」

 

「정답은 보름이었습니다~. 정말, 아침 뉴스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안 돼요?」

 

「아니, 그런 말을 들어도..... 라고 할까 보름이라는 건, 그 짐은 달구경 아이템인가 뭔가 하는 건가요?」

 

「응, 그래요! 지금부터 누나와 즐거운 달구경 시간 시작이야!」

 

「에-」

 

「엣.......? 싫은, 거야.....?」

 

「하지만 결국 나가는 거죠? 달은 밖에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고」

 

힛키 진짜 힛키니까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 히키코모리라는 말.

 

 

「아, 뭐야. 그 쪽이 이유군요. (한순간 나하고 있는 게 싫다는 소리로 들렸잖아....)」

 

「어? 뭔가 말했습니까?」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그런데 히키가야 군. 아까 전 나는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네요?」

 

「네, 말했네요.」

 

「훗훗훗~, 달구경이니까 밖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어~」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내가 뒹굴고 있는 침대 위로 올라,

 

 

샤아아아악

 

 

항상 전부 닫힌 상태의 커튼을 열었다.

이 커튼 연 거, 몇 달만이야?

 

「봐봐, 저걸 봐」

 

창밖에 하루노 씨가 가리키는 쪽을 보면, 만월이 거기에 있었다.

새하얀, 아름다운 만월이다.

 

 

달칵

 

 

갑자기, 방의 조명이 사라졌다.

뒤를 돌아보자, 정확히 하루노 씨가 벽에 붙어 있는 스위치를 끄고 이쪽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창가까지 온다.

 

「봐, 예쁘지?」

 

하루노 씨는 나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평소의 밝은 미소는 아닌 그 아름다운 표정에, 부주의하게도 두근거려 버렸다.

강화외골격은 어디로 갔어?

 

「하루노 씨 쪽이 예뻐요.」

 

「엣..........?」

 

「................아」

 

무심결에 말해 버렸다.

 

아니 정말로 하루노 씨 예쁜 걸.

달빛에 비춰진 상태로 저런 부드러운 미소를 하시면, 신비로움이 넘쳐나서 어디의 여신입니까? 하고 생각해버리는 이유로.

무심코 닭살스런 대사를 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봐, 누나를 놀리면 안 돼요.」

 

아니, 놀리지 않습니다만.

이라며 그렇게 얼굴을 빨갛게 숙이면서 말해봤자.

너무 사랑스러워 포장해서 가져가고 싶어지는 레벨.

.......아, 여기 집인가.

 

「자, 자아, 침대 치워요? 안 그러면 준비가 안 돼요?」

 

「................하루노 씨」

 

「뭐, 뭐일까나?」

 

쓰담쓰담

 

「어째서 머리 쓰다듬어 ! ?」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쓰담쓰담

 

「정말! 빨리 준비 햇!」

 

「아아 네, 죄송해요.」

 

뭘까 이 귀여운 생물은.

이 사람, 진짜 하루노 씨인가?

 

어느 샌가 귀여운 생물로 진화한 하루노 씨를 곁눈질 하면서, 달구경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접이식 침대를 문자 그대로 접어서 치우고.

달이 보이는 창을 중심으로 방석을 마주보는 식으로 2개 늘어놓고.

2개의 방석 사이에 하루노 씨가 가져온 먹을거리나 음료수를 두고.

방의 조명은 끈 채로, 달빛으로 대신해.

하치만 집 달구경 특설회장은 완성됐다.

 

 

「그럼, 건배♪」

 

「건배」

 

 

유리 컵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두 명만의 달구경이 시작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갑자기 왜 달구경 하려고 생각했습니까?」

 

컵에 담긴 음료를 입으로 옮기면서, 의문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물어 본다.

덧붙여서 컵의 내용물은 환타-그레이프다.

풍습적으로는 제주를 마시거나 하는 것 같지만, 나 미성년이고.

 

「으응~, 어쩐지 일까나?」

 

「이 무슨 어바웃.」

 

「그래도 오늘 아침 뉴스로 보름날이라고 알아서. 가끔 씩은 히키가야 군과 빈둥거리는 것도 괜찮을까-, 해서」

 

「저의 집 창문에서 달이 보이는 건 알고 있었나요?」

 

「응, 예전에 여기 왔을 때네. 히키가야 군. 집에서 나가고 싶지 않으니까, 마침 잘 됐어.」

 

「........뭐, 극력 나가고 싶지 않으니까, 이런 이벤트라면 전혀 상관없어요.」

 

파쿡

우물우물

 

아, 하루노 씨가 가져온 경단 맛있어.

이런 맛있는 경단 처음이네.

 

「아, 그 경단. 유키노시타가 납품업자 일본식 제과에서 사 왔어. 맛있죠?」

 

「네, 엄청 맛있네요. 특히 이 쑥경단이 좋아요.」

 

「그거 나도 좋아해. 너무 맛있다고 해서 과식하지 말아줘? 내 몫이 없어져 버려요.」

 

「그건 보장하기 어렵네요.」

 

「정말, 히키가야 군은」

 

경단 외에도, 팥떡이나 밤 양갱에 풋콩(달구경할 때는 옛날부터 풋콩도 먹었고) 등등......

모두 맛있는 것 만이었다.

가끔 씩은 이런 저녁도 나쁘지 않구나.

저당이니까 체하지도 않을 것 같고.

 

「잘 먹었습니다.」

 

「응, 잘 먹었습니다.」

 

「그만 과식해 버렸습니다. 꽃보다 경단이 아니라 달보다 경단이네요.」

 

「후후, 그런 말을 들으니 가져온 보람이 있었어.」

 

말하면서 두 명이 쓰레기를 정리한다.

생각 이상으로 밝은 달빛 덕분에, 정리는 빨리 끝났다.

 

「........그렇다 쳐도, 정말 예쁘네요.」

 

「응, 그러네. 이 시기는 의외로 개는 게 적으니까, 올해는 운이 좋았어요~」

 

「그러네요.」

 

.............................

 

.............................

 

 

자연스럽게, 대화가 중단된다.

 

평소라면 어쩐지 거북해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만월 덕분일까?

 

「히키가야 군」

 

갑자기 불린다.

 

「뭔가요?」

 

「.........그 쪽, 가도 좋아?」

 

「.........부디」

 

하루노 씨는 느긋하게 일어나, 내 쪽으로 가까워져 온다.

내 눈앞에서 멈추고, 뒤를 향해 다리 사이에 착 하고 앉았다.

그대로 등 뒤를 이쪽에 맡겨 온다.

 

「.........또 의자인가요. 하루노 씨도 좋아하네요.」

 

「응, 좋아해~」

 

........어쩐지, 평소보다 하루노 씨의 몸이 작게 느껴진다.

어째서야?

 

「히키가야 군, 따뜻하지요.」

 

「그런가요? 평균 체온은 보통정도라고 생각하는데」

 

「후후후........ 그런 게 아니야.」

 

그러면 어떤 의미야?

최근, 밤이 차가워졌으니까, 그래서 따뜻하게 느낀다는 건가?

 

「그러고 보니 히키가야 군」

 

「...........뭔가요?」

 

「처음 달을 봤을 때, 달보다 내가 예쁘다고 말해줬는데.... 그건 사실?」

 

「어, 이제 와서 그런 걸 묻습니까?」

 

「여자애는 의외로 신경 쓰는 거야」

 

「하아, 그런 건가요. .....사실이에요. 달은 확실히 예쁘지만, 저런 멀리 있는 애매한 것보다, 바로 눈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하루노 씨 쪽이 훨씬 예뻐요.」

 

...............어쩐지 나, 부끄러운 말하지 않았나?

약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루노 씨가 반대로 향해서 다행이다.

 

「..........그래. 후후, 고마워」

 

「..........천만에요」

 

아아, 역시 부끄럽잖아 이건.

나한테는 멋 부린 대사는 어울리지 않는구나.

 

「........히키가야 군.」

 

「..........................네」

 

하루노 씨가, 천천히 이쪽을 향한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그 예쁜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 너한테 뭐를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해?」

 

「..................」

 

심장이, 두근하고, 크게 뛰었다.

 

천천히, 하루노 씨의 등 뒤로 손을 향한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그 몸을 껴안아 살그머니 얼굴을 접근하고,

 

 

「응」

 

 

키스를 했다.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 퍼져----------

 

 

 

 

삐리리리리릭

 

 

 

 

스마트폰 착신음으로 단번에 현실로 되돌려졌다.

서로 깜짝하고 가볍게 뛰어 올라, 떨어졌다..

누, 누구야 이런 때에!!

 

테이블 위에 있는 스마트폰을 잡아, 화면을 터치해 통화 모드로 한다.

 

「여, 여보세요?」

 

『오빠 얏하로~! 잘 지냈어~!? 사랑스런 코마치야~!!』

 

「..................」

 

『오빠 어차피 오늘도 혼자 틀어박히고 있잖아? 오늘은 달이 예쁘니까, 가끔씩은 밖ㅇ』

 

 

뚜-, 뚜-, 뚜-

 

「................」

 

「...........어... 그러니까, 코마치 짱?」

 

「........그래요.」

 

「아, 아하하..... 여전히 기운 넘치네, 코마치 짱.」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그런데 나는 뭘 하고 있었어?

어쩐지 분위기를 따라 대단한 일을 할 것처럼 되고 있던 생각이 드는데.....

 

 

탈칵

 

 

우선 방의 전기를 켠다.

........어쩐지 전기 켰을 뿐인데, 평소대로 돌아온 것 같다.

여러 가지 의미로.

 

「벌써, 9신가....... 그럼, 나 슬슬 돌아갈게.」

 

「아, 네, 알겠습니다.....」

 

타닥하고 서두르듯이 귀가 준비를 하는 하루노 씨.

나는 단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히키가야 군. 또 다음이야」

 

「네, 또 다음, 기다릴게요.」

 

「.........응. 그럼!」

 

마지막에 부드러운 미소를 남기고, 하루노 씨는 돌아갔다.

 

「........................................하아아아」

 

너덜너덜해져, 그 자리에 쓰러진다.

왜, 왠지 엄청 지쳤다.

라고 할까 얼굴이 뜨거워.

이거 확실히 빨갛게 되어있으려나.

정말, 오늘의 나는 어떻게든 돼버렸다.

저런, 적극적? 이 되다니......

 

이건 저거다.

분명히 늑대인간처럼 만월의 마력에 지배당하고 있었어.

그런 게 틀림없어.

 

........스스로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다음에 하루노 씨를 만났을 때, 자신을 억제할 자신이 없다.

 

 

 

 

혹시라도, 어쩌면.

 

 

 

나는 하루노 씨를,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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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넷보다 블로그에 한 편 일찍 올려봤습니다.

미리 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오마케오마케라는 코멘트 받아, 살짝 써 봤습니다. 하치만 이외의 시점은 처음인가.
.......처음인데, 어째서 어려운 하루노 씨를 쓰고 있을까?
언제나 생각하지만, 하루노 씨는 정말 어렵습니다. 전혀 잘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캐릭붕괴는 뭐, 평소 일이지만. 이런 문장으로도 좋다면,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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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은 오후 7시 반쯤.

나는 지금, 히키가야 군의 집 안에서 히키가야 군 위에 타고 있다. 알몸으로.

그리고 중요한 히키가야 군이라고 하면........ 내 아래에서 백안으로 기절하고 있다.

 

........으~응, 저질러 버렸네.

 

나란 존재가, 알몸을 보이는 것만으로 부끄러워 하다니.....

아니, 부끄러워 한 건 문제없었다고 생각해.

문제는 히키가야 군을 기절시킨 것일까나.

모처럼 툭 끊어져 흥분한 히키가야 군이 나를 덮쳐 올 찬스였는데......

아까워.

이대로 강제로 기정사실을 만들어버리는 것도 좋겠지만, 자신이 행동했다는 의식이 없다면 히키가야 군 전력으로 도망칠 것 같고.

어쩔 수 없네.

우선 이번은 단념해서, 다음 찬스를 기다리자.

키스도 아직 하지 않았고.

 

「에취」

 

갑자기 재채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나, 알몸이었네.

갈아입지 않으면 과연 감기 걸려버려.

아, 그래도 감기 걸려서 히키가야 군한테 간호 받는 것도 좋을까?

......친가에 살고 있으니 무린가.

그건 장래 동거하고 나서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자.

 

차에서 가져온 보스턴 백에서 갈아입을 옷을 꺼내, 재빨리 갈아입는다.

갈아입은 옷은 심플한 반소매 T셔츠에 데님 숏 팬츠.

낮의 원피스도 좋지만, 역시 여름에는 움직이지 쉬운 차림이 좋네요.

 

「그런데...... 어떻게 할까나」

 

히키가야 군 기절하고 있고......

우선 배도 고파졌고, 저녁밥이라도 만들까.

일어날까 모르겠는데, 히키가야 군 것도 만들어둘까.

 

그러니까, 재료가.....

냉장고 안에 있는 건, 3식야키소바 · 양배추 · 콩나물 · 계란

그리고 음료수가 약간.

......전에 봤을 때도 생각했는데, 히키가야 군 말이야. 별로 자취하고 있지 않구나-?

장래 전업주부가 어떻다던가 말하고 있는 주제에, 이건 좋지 않아.

이번에 누나가 착실히 지도해 주지 않으면.

 

머릿속에서는 히키가야 군 강화계획을 생각하면서, 우선 야키소바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냉장고 안 재료로는 이것정도 밖에 만들 수 없기도 하고.

계란은 삶아서 야키소바에 넣으면 될까나.

 

10분 정도로, 계란이 첨가된 야키소바가 완성된다.

으~응, 맛을 봤지만, 시판의 야키소바도 의외로 무시할 수 없네.

의외로 맛있어.

다음부터 이런 거 이따금 먹어볼까?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지도.

 

「히키가야 군, 깨고 있어-?」

 

.......................

응, 아직 기절한 것 같아.

우선 이 야키소바는 랩으로 포장해 두자.

어차피라면 히키가야 군과 같이 먹고 싶어.

 

.........아, 그러고 보니, 히키가야 군 침대 옆에 방치한 그대로였다.

일단 침대 위로 옮길까.

딱딱한 마루에서 몸이 아파지면 불쌍하네요.

 

기절한 채인 히키가야 군을 일으켜, 침대 위로 옮긴다.

기절한 인간은 무겁게 느껴진다고 들었던 적이 있는데, 사실이었네.

남자애니까 라는 것도 있을지 모르는데, 정말 무거워.

합기도의 응용으로, 힘이 빠진 인간이라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지만, 과연 거기까지 달인기술은 습득하고 있지 않고.

히키가야 군을 위해서라도 다음에 배워둘까나?

.........뭐, 히키가야 군 기절시킨 건 나지만.

 

「영차」

 

침대 위로 정자세로 히키가야 군을 재운다.

흰 눈동자는 조금 기분 나쁘니, 눈꺼풀은 닫아 두자.

.......이렇게 보면 히키가야 군은, 의외로 근사하게 보이네요.

탁해진 눈도 싫지 않지만, 이런 얼굴도 신선하고 좋네.

 

잠깐 손대고 싶어져, 뺨에 접해 본다.

아, 의외로 부드럽다.

떡 피부일까나?

 

푹신푹신

 

........어쩐지 중독 될 것 같아.

다음에 일어났을 때 해보면 기분 나빠 할까.

정말, 귀염성 없다니까.

 

푹신푹신

 

「........히키가야 군? 일어나 주지 않으면 누나 재미없어요~?」

 

........대답은 없다.

이래서는, 『단순한 시체인 듯하다.』라고 했던가?

으~응. 확실히 언제나 좀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시체로는 되기 바라지 않는데.

시체와는 결혼할 수 없고.

 

「..........히키가야 군.......」

 

어쩐지, 히키가야 군의 따스함을 갖고 싶어져.

포개지듯이, 히키가야 군 위로 몸을 싣는다.

 

에어컨의 냉기 탓인지, 히키가야 군에게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머리를 가슴 부위에 둔 탓인지, 심장 소리가 잘 들린다.

그렇지만, 히키가야 군의 심장인지, 내 심장인지, 잘 몰라.

후훗. 격에도 맞지 않게 두근두근 해버렸네, 나.

 

「히키가야 군........... 정말 좋아, 요......」

 

「...............응, 응.......?」

 

「 ! ! 」

 

팟, 하고 재빨리 일어난다.

보면, 히키가야 군이 막 실눈을 떠 일어나려는 중이었다.

곧바로 히키가야 군에게서 떨어져 침대 구석에 앉는 모습이 된다.

 

「.........어라, 하루노 씨.......?」

 

「히, 히키가야 군. 그럼, 지금, 들었어?」

 

「.........지금, 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다행이다, 들리지 않은 것 같네.

........아니, 다행이 아닌 걸까?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음, 나, 확실히......」

 

「네~에, 쓸데없는 일은 생각해 내지 않아도 좋아요-?」

 

생각나면 또 부끄러워지잖아.

과연 이번에는 때리지 않지만.

 

「.........아-, 네. 알겠습니다.」

 

.......이 얼굴은 떠올려 낸 얼굴인데?

나중에 벌주지 않으면.

 

「우선 샤워 하고 와. 몸 끈적끈적 하고 있겠죠.」

 

「........그러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일어서, 비틀비틀하며 목욕탕으로 향하는 히키가야 군.

........괜찮을까?

약간 포인트는 빗나간 것 같았지만, 꽤 세게 쳐버렸기도 하고-.......

 

 

 

 

「아얏 ! !」

 

아, 어딘가 부딪혔다.

.......뭐, 내 알몸을 본 대가라는 것으로.

벌은 그만둬 주자.

 

「「잘 먹었습니다.」」

 

히키가야 군이 샤워실에서 나온 뒤, 두 명은 야키소바를 먹었다.

응, 역시 맛있네.

거기에 삶은 달걀이 의외로 어울린다.

다음에 달걀 프라이에 소스 뿌려 볼까?

 

「그러면.......」

 

달그락 달그락

 

히키가야 군이 일어나, 자신의 접시와 내 접시를 가지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 내가 정리해요.」

 

「아니, 괜찮아요. 과연 전부 해 주는 건 미안하고」

 

그렇게 말하고 설거지를 시작하는 히키가야 군.

........어쩐지 이 대화, 연인 같고 좋네요.

 

문득 시계를 보면, 시각은 벌써 오후 8시 반.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그럼 히키가야 군. 슬슬 나 돌아갈게.」

 

「그런가요.」

 

「우우... 거기는 『벌써 돌아가는 겁니까?』라고 말해서 말리는 장면이겠죠.」

 

「.......아니, 벌써 시간도 늦어 말릴 수는 없고. 부모님도 걱정하시겠죠.」

 

「이제 그런 나이가 아니야-!」

 

「아-, 그러네요.」

 

정말, 히키가야 군은 말이야. 이런 면은 드라이하니까.

그럴듯한 말 하지 않으면 여자애가 도망가 버려요?

나는 도망가지 않지만.

 

부엌의 물소리가 멈추고, 히키가야 군이 타올로 손을 닦으면서 돌아왔다.

정확히, 내 귀가 준비도 끝났다.

 

「그럼, 또 봐 히키가야 군」

 

「다음에는 오기 전에 제대로 메일 주세요.」

 

「그럼 히키가야 군도, 제대로 진짜 내용 보내줘?」

 

「.......선처합니다.」

 

으~응, 약간 신용할 수 없네.

뭐, 그 때는 그 때 뭔가 벌게임이라도 생각해 두는 걸로.

 

현관까지 이동해 구두를 신은 뒤, 밖에 나오려고 문에 손을 댄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아쉬운데.

좀 더 히키가야 군과 같이 있고 싶어.

 

「하루노 씨?」

 

「.........히키가야 군은, 나하고 있어서 즐거워?」

 

「어, 뭔가요 갑자기」

 

「.......어쩐지?」

 

「하, 하아...... 뭐, 그 나름대로 즐거워요. 지금은 하루노 씨와 정도 밖에 바깥에 나가지 않고. 전과는 다르게 하루노 씨, 제대로 원래 모습을 보여 주게 됐고」

 

「.......그래」

 

약간 어딘가 부족할까?

그래도 코마치 짱이 말하기로 념데레인 히키가야 군이니, 더 이상의 말이 나올 것 같진 않으려나.....

 

※ 념데레(捻デレ) : 비틀린(비꼬는) 데레

 

 

「히키가야 군」

 

휙 하고, 뒤를 향한다.

히키가야 군은 평소대로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

 

「뭔가요?」

 

「.......앞머리에, 먼지 붙어 있어.」

 

「어, 진짭니까?」

 

「떼어줄테니까 여기 와봐」

 

「아아, 네」

 

히키가야 군이 가까워져 온다.

내가 좋아하는, 히키가야 군의 냄새가 난다.

양손을, 히키가야 군의 앞머리는 아니고, 얼굴로 향한다.

그리고 그대로 히키가야 군의 얼굴을 끌어 들이고--------

 

 

「응」

 

「 ! ! ? 」

 

 

키스를, 했다.

 

히키가야 군의 맛이, 입에서 전해져 온다.

 

 

히키가야 군의 냄새가, 코에 가득 퍼진다.

 

 

시간이 멈추고 있는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아아, 좋아하는 사람과의 키스라는 건, 이렇게 두근두근 하는 거네.

처음으로 알았다.

영화로 보는 만큼 간단한 게 아니네.

나라면 낙승! 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몇 초인가, 혹은 몇 분인가, 매우 긴 키스를 한 뒤, 천천히 입술을 떼어 놓았다.

히키가야 군은 아직 굳어지고 있다.

얼굴은 새빨갛지만.

 

「하루노, 씨.....?」

 

갑자기, 마치 꿈에서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 같이, 히키가야 군이 나를 불렀다.

 

 

두근

 

 

내 심장이, 뛴다.

어, 어라?

어쩐지, 얼굴이 뜨거워.

 

「아, 저기, 하루노 씨. 지금은......」

 

「그, 그럼 히키가야 군! 또 다음이야!」

 

발밑의 보스턴 백을 재빨리 주워, 현관에서 나와 대쉬로 차로 향한다.

 

안 돼, 안 돼요 나.

아가씨가 아니니까, 이런 일로 부끄러우면 안 되는 건데.

얼굴이 뜨겁고, 빨갛게 되어버린 게 느껴진다.

이대로 있으면, 이 부끄러운 얼굴을 히키가야 군에게 보여 진다.

......유키노 짱한테, 별로 뭐라고 할 수도 없네.

 

차에 들어가, 한숨 돌린다.

가슴의 두근두근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정말, 안 되네.

히키가야 군을 농락할 생각이었는데, 이래서야 내가 히키가야 군한테 농락되고 있는 것 같잖아.

좀 더 쿨한 어른일 생각이었는데-.......

정말, 히키가야 군 탓이니까.

이건 책임져 주지 않으면-♪

 

 

아직도, 나의 첫 사랑은 지금부터.

첫사랑은 실현되지 않는다니,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히키가야 하치만, 19세 Part.3

2013. 9. 30. 15:32 | Posted by 2ndboost

일단 끝, 이려나? 오마케 붙일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고는 생각하는데...

~~~~~~~~~~~~~~~~~~~~~~~~~~~~~~~~~~~~~~~~~~~~~~~~~~~~~~~~~~~~

 

「히키가야 군, 괜찮아?」

 

「ㄴ, 네, 괜찮습니다.....」

 

바다 속에 힛키형 혈액을 마구 흩뜨린 뒤, 나와 하루노 씨는 비치파라솔이 있는 곳까지 돌아오고 있었다.

과연 내가 코피를 분출하는 건 예상 밖이었는지, 하루노 씨는 곧바로 나를 해방해 줬다.

타인의 피를 뒤집어 쓴다든가 싫겠지요.

 

「그래, 이제 점심 먹을까!」

 

「점심입니까」

 

「응. 히키가야 군, 당분간 쉬는 게 좋겠고, 약간 배도 고파졌고」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배가 고프고 있는듯한 생각이 든다.

아침밥 귀찮아서 먹지 않았고.

 

「그럼, 휴게소라도 갑니까.」

 

맛있을지 어떨지는 의심스럽지만, 보통으로 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좋아.

 

「가지 않습니다.」

 

「어?」

 

「실은 여기에, 하루노 씨 특제 도시락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어딘가에서 난데없이 런치박스를 꺼냈다.

......지금 정말로 어디에서 꺼냈어?

전전부터 하이 스펙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4차원 포켓이라든지 가지고 있다고 말하진 않겠죠?

 

「왜 그래 히키가야 군. 먹고 싶지 않아?」

 

「아니 설마. 정말 먹고 싶습니다.」

 

공짜로 먹을 수 있다라는 것도 다소 있지만, 그 하루노 씨다.

맛없는 것을 만들어 올 리가 없어.

적어도 유키노시타와 같은 레벨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응응, 누나 정직한 아이는 좋아해요. .....아, 별로 내용에는 기대하지 않도록.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걸 채웠을 뿐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펼친 도시락 음식은--------

 

샌드위치, 한입 주먹밥, 튀긴 요리, 미니 햄버거, 아스파라 베이컨 말이, 계란 부침, etc......

 

모두 먹기 쉬움을 제일로 생각한, 그야말로 도시락이라고 하는 음식이었다.

다행이다.

어쩐지 고급 느낌인 게 나오면 어떻게 할까 내심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약간 마음이 놓였다.

라고는 해도 먹음직스럽구나.

혹시 냉동식품 제로인가?

 

「어서어서 드세요! 생야채 이외에는 전부 하루노 씨의 수제에요~」

 

「진짜입니까. 간단 도시락의 아군, 냉동식품을 쓰지 않는다고는.... 과연 하루노 씨.」

 

「이봐이봐. 칭찬하는 건 먹고 나서, 응?」

 

「그럼, 말씀하신 대로..... 잘 먹겠습니다.」

 

우선 샌드위치부터 먹어 보자.

 

덥석, 우물우물......

 

오오, 맛있어.

굉장히 맛있어.

과연 하루노 씨.

어떤 거, 다음은 튀긴 요리라도....

 

덥석, 우물우물.....

 

응, 이것도 맛있다.

적어도 내가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슈퍼의 반찬코너는 이미 비교가 되지 않아.

 

덥석, 우물우물.....

덥석, 우물우물.....

덥석, 우물우물.....

 

하루노 씨의 도시락 음식은 이것도 저것도 모두 맛있어서, 그만 열중해서 먹어 버렸다.

 

「후우~, 잘 먹었습니다.」

 

「변변치 못 했습니다. 어때? 맛있었어?」

 

「예, 엄청 맛있었어요. 내용은 약간 의외였습니다만......」

 

「의외?」

 

「뭐라고 할까 음, 하루노 씨의 요리라는 건 호화로운 이미지가 있었으니까, 가정적인 메뉴 뿐이라 의외였습니다.」

 

「그런 이미지 있었던 거야? 으-응..... 약간 쇼크일까나~」

 

「아, 아니, 의외였던 것만으로..... 오히려 이상하게 호화로우면 초조해서, 가정적인 메뉴로 기뻤어요.」

 

「그래-..... 그럼, 언제라도 히키가야 군의 신부가 될 수 있겠네!」

 

「프헙!! 콜록, 콜록, 콜록......」

 

갑자기 무슨 말을 내뱉는 거야 이 사람은...

덕분에 마시고 있었던 차 뿜어 버렸잖아.

 

「히키가야 군, 괜찮아?」

 

「.................하루노 씨.」

 

「왜?」

 

「너무 저를 놀리지 말아 주세요. 하루노 씨라면 나 같은 것보다 좋은 남자 마음껏 고를 수 있겠죠. 나 따위를 놀려대도 좋을 일 없어요.」

 

「...............」

 

「그러니까, 아까 전 같은 대사는 그런 좋은 남자한테 말해 주세요.」

 

「............히키가야 군.」

 

「뭔가요?」

 

하루노 씨를 보면, 엎드린 상태로 여기에 가까워져 오는 중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표범.

이라니, 잠깐!

큰 가슴 골짜기 사이가 엄청나게 에로한 광경이 되고 있는데!?

동정을 앞에 두고 그런 포즈는 그만 두세요!!

 

내 항의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꾸자꾸 가까워져 오는 하루노 씨.

마침내 얼굴과 얼굴이 10센티 정도까지 가까워진다.

그러니까 가깝다고!

 

「너는, 눈치 채고 있으면서 그런 걸 말하는 걸까나?」

 

「.........무, 무슨 말입니까?」

 

평소와는 다른, 너무나 진지한 표정에 무심코 얼굴을 돌려버린다.

도대체 이 사람은 뭐를 말하고 싶은 거야?

 

「흐~응, 그래..... 무자각, 일까」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고요」

 

「.......아무것도 아냐」

 

도대체 뭐야......?

정말, 여자라는 건 잘 모르겠군.

 

살짝.

 

갑자기, 뭔가가 내 가슴 부위에 닿은 느낌이 들었다.

앞을 향하자, 인간의 후두부가 눈앞에 있었다.

아무래도 하루노 씨가 내게 등을 맡긴 형태로 앉아 있는 것 같다.

 

「.........하루노 씨?」

 

「히키가야 군에게는 벌게임을 줍니다.」

 

「어?」

 

「아까 전의 발언으로 나는 정말 상처받았습니다. 그래서 히키가야 군에게는 당분간, 내 의자가 되어 줍니다.」

 

「어, 잠ㄲ, 하루노 씨? 어째서 삐집니까?」

 

「삐지지 않은 걸」

 

아니, 이건 완전히 삐지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는데, 여전히 하루노 씨가 삐지는 이유를 잘 몰라.

나 뭔가 기분 나쁠 만한 걸 말한 건가?

 

「의자가야 군」

 

「.....................뭔가요」

 

뭐야 그 명칭은.

미묘하게 센스가 유키노시타의 탈을 쓴 듯한 생각이 든다.

 

「등받이 포지션이 높으니까 약간 더 위로 젖혀줘」

 

「......이 정도입니까?」

 

뒤로 양손을 뻗어 각도적으로 120도 정도의 포지션으로 상반신을 옮겨간다.

 

「응, 그 정도」

 

그렇게 말하고, 하루노 씨는 그것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양자가 무언인 채, 시간이 흐른다.

.......많이 삐지고 있는 것 같구나.

평일이라도 적당히 사람이 있기 때문인지, 주위의 떠들썩함이 소란스럽다.

우두커니, 이쪽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안 보이는 벽과 분리된 다른 공간에 격리된 것 같은 느낌조차 받는다.

 

그런데, 어쩌지.

우선 뭔가 얘기를 해서 기분을 풀 수밖에 없나.....

 

「그러니까, 하루노 씨?」

 

「..................」

 

전혀 반응해 주지 않네요.

 

「발붙일 곳도 없다, 라는 건 이건가?」

 

「하루노 씨?」

 

「.................스-.......」

 

.............잠들고 계시는군요.

잠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사람.

라고 할까 이런 상태로 잠을 자지 말아 주지 않습니까?

봐요, 주위 남성 여러분들이 나를 향해 적의라든지 살기라든지 탕탕 마구 날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나 조만간 살기로 살해당하지 않을까?

뭐야 그건 소년 만화인가.

 

「..............응........」

 

뒤척뒤척

 

자다가 몸을 뒤척이듯이 옆쪽으로 기대는 하루노 씨.

응, 이건 위험해.

뭐가 위험하냐니, 남자의 꿈과 희망이 찬 골짜기가 보여서 위험해.

이성 붕괴까지 초읽기다.

 

「..............응응, 히키가야, 군......」

 

아니 왜 하루노 씨는 이런 상황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걸까?

내 방에서 그런 게 일어나면, 내 이성은 100% 붕괴하고 있었겠지.

여기가 공중의 면전이라서 다행이다.

......아니, 별로 좋진 않은데.

어쩐지 주위에서의 살기가 5할 증가한 것 같고.

 

「.................스-.......」

 

기분이 좋은 듯이 자고 있구나.

내 기분도 모르고.

정말,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쓰담쓰담......

 

어쩐지, 정말로 어쩐지겠지만, 하루노 씨의 머리를 어루만져 본다.

다소 바닷물에 젖었을 텐데, 그런데도 찰랑찰랑 감촉을 유지하고 있는 머리카락이 손에 감겨 기분 좋다.

 

「........응........」

 

기분 탓인지, 어루만져져 기분이 좋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치 고양이 같구나.

언제나 이렇게 하고 있으면, 솔직하게 귀엽다고 생각할 텐데.

 

쓰담쓰담.....

 

그로부터 당분간, 버티고 있는 쪽의 팔이 저려 올 때까지 하루노 씨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이상하게도 주위로부터의 살기도 신경 쓰이지 않게 되어, 다만 멍하니 하며 계속 어루만졌다.

 

.......나, 하루노 씨에게 세뇌되고 있는 걸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하루노 씨의 인간의자를 멍하니 계속하는 것이었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시각은 벌써 오후 7시.

회충이 아까 전부터 꾸륵꾸륵 울고 있다.

그다지 움직이지 않았다고는 해도, 이 시간이라면 당연하잖아.

 

그 이후로도 결국, 하루노 씨는 태양이 기울어 저녁이 될 때쯤까지 계속 잤다.

덕분에 내 양팔이 저려 1시간 정도 쓸 수 있지 않았던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라고 할까 이 사람 잘도 자는구나.

3시간 정도 자고 있었지 않나?

그렇게 졸리면, 놀러 나가지 말고 집에서 쉬고 있으면 좋은데.

 

........혹시, 하루노 씨가 최근 오지 않았던 이유가 『보통으로 바빴으니까』라고 한다면.

이것도 혹시나지만, 하루노 씨는 나와 놀고 싶어서 바쁜 원인을 정리하는데 수면 시간을 깎고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면.....

나와 놀기 위해 수면 시간을 깎아, 그런 상태로 일찍 일어나 2인분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면.....

.........아니, 그야말로 착각인가.

거기에, 그렇다고 해도 그게 어쨌다는 거야?

고작 나의 하루노 씨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뿐이다.

그 정도의 얘기다.

그래, 그것뿐인 일이야.

 

「그럼 히키가야 군. 잠깐 샤워 빌릴게~」

 

「아-, 네. ......근데 뭘 보통으로 타인의 샤워실을 빌리고 있는 겁니까」

 

「에, 안 되는 거야?」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루노 씨.

뭘까. 예전에는 약삭빠르다고 느끼고 있던 행동이, 최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보이니까 곤란하다.

귀엽잖아. 제길.

 

「안됩니다. 동성 친구의 집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이성의 집 샤워실을 빌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주세요.」

 

「........? 히키가야 군이라면 특별히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문제 있겠죠.」

 

「하지만, 히키가야 군, 날 덮치거나 할 배짱 없죠?」

 

.......뭘까.

사실이니까 말대답할 필요는 없지만, 왠지 분해!

나도 남자랍니다?

외톨이니까 독불 장군입니다?

아, 이건 뭔가 다른 의미가 되는군.

 

「그럼, 빌리네요~」

 

「아니, 잠ㄲ, 기다....」

 

제멋대로네 어쩐지.

하루노 씨는 언제나 내가 목욕타월을 쌓고 있는 장소에서 한 장 꺼내고는, 온수기의 리모컨 작동 스위치를 누르고 나서 세면소 겸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저 사람, 내 집에서 샤워실 쓴 적 없지요?

어째서 온수기 리모컨 위치를 알고 있는 거야?

언젠가 사용할 생각 만만으로 기억한 거야?

 

「하아, 이제 됐어......」

 

벌써 화낼 생각도 사라졌다.

우선, 하루노 씨가 샤워실에서 나올 때까지 시간 보내기.

 

안식의 땅 · 마이룸으로 들어간다.

하루노 씨가 여벌쇠를 손에 넣은 시점에서 안식의 조각도 없어진 듯한 생각도 드는데......

뭐,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두자.

만일의 경우가 되면 열쇠를 바꾸면 좋은 것이고.

 

냐아-

 

내 방에 들어가자, 카마쿠라가 침대 위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공간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태도에, 약간 화가 난다.

 

「너는 좋겠구나. 자고 먹고 낮잠 자고 있으면 좋으니까. 보살펴 주고 있으니까, 가끔 씩은 날 도와주라고.」

 

주로 하루노 씨한테서.

 

냐아-

 

카마쿠라는 한 번 울고 나서, 『쿠아아』하고 하품을 해 다시 느긋하게 쉬기 시작했다.

뭐, 고양이한테 내 마음이 통할 리가 없지요.

인간(주로 하루노 씨)에게 조차 통하지 않으니까.

 

10분 뒤.

 

침대 위는 점령되고 있으므로, 침대 옆으로 방석을 베개로 해서 아무것도 하는 것도 없이 뒹굴고 있었다.

아-, 오늘 밤에 밥은 뭘로 할까-.

 

「히키가야 군~, 샤워실 비었어~」

 

에, 벌써?

여성의 목욕은 길다고 말하지만, 하루노 씨는 그렇지도 않은 건가?

샤워만이니까 그럴지도 모르는데.

 

「리모컨 스위치 켜 둬-?」

 

「아-, 네. 곧장 저도 들어갈 테니까 그렇ㄱ-------」

 

「응? 무슨 일이야 히키가야 군」

 

뒹군 채로 입구 쪽을 보자, 거기에는 하루노 씨가 있었다.

 

목욕타월 한 장의 모습으로.

 

「.....................하루노 씨, 옷 입어 주세요.」

 

「안 돼요. 아직 몸 젖고 있으니까, 갈아입을 옷도 젖어버려요.」

 

「아니, 그렇지만..... 제 눈에 독이니까 그 모습은 그만두세요.」

 

「독?」

 

빙긋 하고 심술궂은 미소를 띠우며, 하루노 씨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게 가까워져 왔다.

 

「어째서 눈에 독일까나? 내 몸, 매력 없어?」

 

「아니, 그런 건.......이라고 할까 가까워 가까워! 가깝다고요 정말!」

 

엎드린 포복 자세로, 낮처럼 얼굴을 접근해 온다.

대체 뭐야 오늘의 하루노 씨.

전체적으로 거리 너무 가깝잖아.

이성을 계속 유지하는 건 큰일이니까, 진짜로 좀 봐주세요.

너무 긴장 풀어지고 있어요. 그 흉기가 내 이성을 너덜너덜하게 하고 있다고요 정말.

 

「..........히키가야 군. 가슴에만 시선이 닿고 있는 생각이 드는데....」

 

「그, 그거야 하루노 씨의 가슴은 매력적이니까, 남자로서는 시선이 가 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까 하고....」

 

「응후후..... 히키가야 군은 참. 꽤 기쁜 일을 말해주네.」

 

「.......그건 아무쪼록」

 

「응-........ 히키가야 군은 의자로 힘내 주기도 했고...... 과연 보이는 건 안 되지만, 목욕타올 위에서 손댈 정도라면, 좋아요?」

 

「풉!!」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사람은?

소, 손대?

 

그 커서 촉감 좋을 것 같은 하루노 씨의 가슴을?

 

.......꿀꺽.

 

아니 안 돼. 안 돼.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 하루노 씨라고?

아마 손대면 The End다.

포기할 새도 없이 시합 종료다.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 샌가 하루노 씨가 엎드린 채로 내 위로 이동하고 있었다.

눈앞에는 하루노 씨의 예쁜 얼굴.

시선을 내리면 남자의 꿈과 희망.

도, 도망갈 수 없어! 라고 할까 이성이 버틸 자신이 없어!

 

「자~자~ 히키가야 군. 이런 찬스, 이제 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아니, 저기요.....」

 

냐아-

 

뭔가 도망칠 구실을 말하려고 한 순간, 침대와 하루노 씨 사이에서 카마쿠라가 점프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아마, 하루노 씨의 등 위를 탄다.

 

「에?」

 

카마쿠라는 꽤나 사람 위를 타는 걸 좋아한다.

코마치의 무릎 위라든지, 내 배 위라든지, 자주 마음대로 올라타 온다.

그러니까 드문 일은 아니다.

 

냐아-옹

 

하지만, 하루노 씨의 등 위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곧바로 또 점프 했다.

고 하는, 그 순간-------

 

 

스르르

 

 

카마쿠라의 발톱이라도 걸린 것일까, 하루노 씨의 목욕타올이 풀려났다.

카마쿠라에게 끌려가는 듯이, 스르르 하고 넘겨진 목욕타올.

그리고 드러난다, 하루노 씨의 신체.

아름다운 호를 그려, 끝부분에 예쁜 핑크색 돌기를 간직한 가슴이, 내 시선을 제대로 고정시킨다.

 

「에, 아.......」

 

사태를 눈치 챘는지, 하루노 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 간다.

아, 싫은 예감.

 

「히야아아 ! !」

 

 

매우 귀여운 비명과 함께, 오늘로 세 번째인 턱에서의 충격.

보통은 가슴을 손으로 덮어 가리는 장면이군요?

어째서 상대를 기절시키는 걸까.

아-, 시야가 어두워져 간다....

 

우선 카마쿠라, 굿잡.

 

머릿속으로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의식이 어딘가로 날아갔다.

히키가야 하치만, 19세 Part.2

2013. 9. 28. 22:37 | Posted by 2ndboost

어라, 이건 길어질 것 같아..... 뭐 상관없나. 어중간한 양입니다만 계속입니다. 즐기고 있다면 다행입니다. .....최근 내 머릿속이 완전히 아저씨 모드가 되어 있는 생각이 든다.

 

~~~~~~~~~~~~~~~~~~~~~~~~~~~~~~~~~~~~~~~~~~~~~~~~~~~~~~~~

 

삼가 아뢰옵니다, 아버지.

 

어렸을 적부터 여동생만 편애해, 나에게는 미인인 여자는 미인계나 악덕상술을 부리는 인간, 이라고 말하며, 도무지 현대 부모의 교육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교육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다소 씁쓸한 추억(트라우마)을 경험하면서도, 지금은 그런 것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인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히키가야 군~, 빨리 오일 발라 줘~」

 

지금 눈앞에 있는 엎드린 상태로 등을 노출하고 있는 여성은, 미인계보다 훨씬 더 성질이 안 좋은 듯한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주세요. 진짜로.

 

「......음.. 그러니까, 하루노 씨. 어째서 내가 썬 오일을 바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까?」

 

「왜냐면, 등에 바르기 어려운 걸」

 

아니 그건 알고 있긴 하지만요.

 

바디 스킨십이 서투른 나한테, 한층 더 서투른 미인의 등에 접촉하라고?

그런 거 할 수 있을까.

 

「아, 그렇지 않으면 앞쪽에 바르고 싶었어? 히키가야 군 엣찌~」

 

「아무도 그런 건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라고 할까, 그런 짓 하면 잡힌다고요, 내가」

 

「뭐 그건 농담으로.... 등 뒤에,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이쪽으로 미소를 향하는 하루노 씨.

솔직히, 하루노 씨의 이 표정에 약하다.

만난 당초는 약삭빠른 미소가 많았던 이 사람이지만, 언제부턴가 부드러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약삭빠르겠지만.

 

「......하아, 알겠습니다. 바르면 되겠지요.」

 

「응, 부탁해」

 

하루노 씨에게서 건네받은 썬 오일을 손에 들어, 내용물을 손바닥에 늘어뜨린다.

우옷, 의외로 차갑구나.

그러니까, 우선 이걸 등 뒤에...

 

끈적

 

「히얏」

 

「 ! ! 」

 

갑자기 하루노 씨가 귀여운 소리를 울린다.

이성 미터기가 한순간 레드 존을 돌파해 버렸다.

무슨 소리를 내는 거야. 이 사람은.

 

「잠깐, 하루노 씨. 이상한 소리 내지 말아주세요.」

 

「미, 미안미안. 생각한 것보다 차가웠으니까 무심코....」

 

그렇게 말하는 하루노 씨의 얼굴은, 약간 붉어지고 있었다.

뭐야, 지금 부끄러웠던 거야?

이 사람이라도 부끄럽다고 느끼는 게 있구나.

 

「으읏, 히키가야 군? 나라도 여자애니까, 부끄러운 건 부끄럽단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마음 속 읽지 말아달라고요.

라고 할까 여자애인가.

이 사람한테 어울리지 않는 단어군.

 

「.......히키가야 군?」

 

「 ! ! .......죄송합니다, 빨리 바르네요.」

 

하루노 씨의 시선에 대단한 살기 같은 것을 느꼈다.

진짜 무서워, 하루노 씨 진짜 무서워.

나 같이 티 없는 일반인한테 그런 걸 향하지 말아주세요.

 

어쨌든, 빨리 끝내자.

쓸데없는 일 생각하고 있으면, 또 화를 돋울지도 몰라.

생명을 소중히 합시다.

 

매끈- 매끈-

 

「.......응.......응읏........」

 

매끈- 매끈-

 

「...................응흣.........응.......」

 

.....굉장히 매끈매끈합니다만, 이 등.

손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레벨.

어떤 바디 케어 하고 있으면 이런 등이 되는 거야?

 

라고 할까 이따금 작고, 이상한 소리 내지 말아주세요.

흥분하겠죠. 이성 붕괴하겠죠.

 

매끈- 매끈-

 

「네, 끝났어요. 하루노 씨.」

 

「........응........」

 

.....어째서 이 사람은 약간 슬픈 표정 짓고 있는 거야?

보고 있으면 흥분하니까 진짜로 그만두세요.

 

「그러면 자. 오일도 발랐고, 바다에 들어갑니까.」

 

거북하니까 우선 바다로 해산하자.

태양 아래에 노출되는 건 솔직히 싫지만, 여기에 이대로 있으면 뭔가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다.

 

큐웃.

 

「.........?」

 

일어서려고 했더니, 하루노 씨에게 팔을 잡혔다.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해, 하루노 씨를 보려고 한 순간.

 

「어?」

 

세계가 휘릭하고, 회전했다.

 

 

「아팟」

 

엎드린 상태로 시트에 착지한다.

아마 나는 하루노 씨에게 던져진 거겠지.

예전에 하루노 씨에게 끌려간 합기도 교실(강사:하루노 씨, 수강자:나, 1명)때의 경험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바닥이 모래라서 다행이다.

전처럼 다다미라면 좀 더 아팠겠지.

 

「히키가야 군......」

 

풀썩.

 

하루노 씨가 난폭하게 내 허리 근처에 올랐다.

전에 올라타졌을 때도 생각했지만, 여전히 가볍네. 이 사람.

 

「.......갑자기 뭔가요? 이런 곳에서 합기도 강습 받아도 곤란합니다만.....」

 

「으응, 그런 건 하지 않아요. 단지, 나만 썬 오일 발라 주는 것도 불공평할까 생각해서」

 

움찔 하고.

등골이 떨린다.

대단히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잠ㄲ, 하루노 씨. 나는 별로 썬 오일이라든지 하지 않---」

 

「에잇」

 

질질

 

「으햣!」

 

등뒤에 썬 오일이라고 생각되는 게 뿌려진다.

이거, 손바닥과 등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전혀 다른데.

굉장히 오싹오싹 하다.

 

「에이 에잇♪」

 

미끌미끌미끌

 

「우왓, 잠ㄲ, 으햣!」

 

바른다는 것보다, 뒤지듯이 하루노 씨의 양손이 내 등 뒤를 쓰다듬는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간지러운 포인트를 알고 있는 것 같이, 묘하게 간지러워.

 

「잠ㄲ, 기다ㄹ, 하, 하루노 ㅆ, 그만ㄷ......」

 

「우후후..... 안 돼~. 아까 전 히키가야 군은 내 부끄러운 소리를 들었으니까, 나도 히키가야 군의 부끄러운 소리를 듣지 않으면」

 

「뭐, 뭔가요, 그건」

 

「문답무용♪ 미끌미끌~」

 

「히얏, 옷, 거긴, 으윽」

 

등뿐 만이 아니라, 옆구리·목덜미·겨드랑이·어깨 주변까지, 이미 유린될 기세로 만지작거려졌다. 피하려고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나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그, 그만둬~~~」

 

「우후후~♪」

 

그 뒤, 하루노 씨의 간지럼 공격은 5분 가까이 계속되었다.

풀려난 뒤, 몸이 가볍게 경련하고 있어서 일어날 수 없었다.

크흑, 이제 시집갈 수 없어.....

 

「자 자~ 히키가야 군~, 빨리~!」

 

「네네.....」

 

10분 뒤.

경련에서 부활한 나는, 하루노 씨에게 끌려가는 식으로 바다에 들어가 있었다.

하루노 씨의 손에는, 어느 샌가 부풀려진 큰 튜브가 하나.

 

「어라, 하루노 씨 헤엄칠 수 없나요?」

 

「그렇지 않아요? 단지 헤엄치는 건 풀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이걸로 한가롭게 바다에 떠다녀도 괜찮을까 해서」

 

「아아, 그런 겁니까.」

 

그건 좋다.

하루노 씨가 빈둥거린다=나도 빈둥거릴 수 있다.

꼭 하루노 씨는 빈둥거려 줬으면 좋겠다.

 

「영~차」

 

가벼운 동작으로 떠오르게 한 튜브에 위를 향해 탄다.

분명 백핸드스프링이라든지도 간단히 할 수 있으려나. 이 사람.

 

「봐봐, 히키가야 군도 타봐」

 

「하아.......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튜브 안쪽으로 손을 향해서, 올라탄다.

큰 튜브답게, 하반신의 힘을 빼도 전혀 가라앉지 않는다.

이건 좋은데.

 

「아-, 기분 좋네~」

 

「그렇네요-....」

 

물결의 흔들림에 몸을 맡긴다.

적당한 흔들림과 약간 차가운 바닷물이 기분 좋아.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한가롭게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문득, 시선을 올리면, 무심코 굳어져 버렸다.

원인은, 눈앞에 떠올라 있는 멜론이다.

네? 바다에 멜론이 있을 리가 없다고?

달라.달라.

내가 보고 있는 건, 하루노 씨의 흉부에 있는 2개의 멜론이다.

깨끗한 호를 그리는 그건, 고개를 젖혀 위를 보는 자세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끔 큰 물결이 올 때,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 또 요염해.

무심코 꿀꺽하고, 침을 삼켜 버렸다.

 

「어라~, 히키가야 군?」

 

「 ! ! 」

 

움찔하고, 몸이 떨린다.

위험해, 내 시선이 하루노 씨의 가슴에 고정되고 있던 게 들킨 것 같다.

 

「어딜 보고 있던 걸까나~?」

 

「.......이야아, 특별히 어디도 보지 않았어요.」

 

「흐-응. 꽤나 가슴에 시선을 느꼈는데, 기분 탓 이었을까나~」

 

이런, 초 히죽이죽 하고 있어요. 이 사람.

그러고 보니 이렇게 날 놀릴 생각으로 튜브를 준비했구나?

평소에는 매우 온후한 나지만, 동정을 놀리는듯한 행동에는 솔직히 화가 난다.

젠장, 튜브 공기를 빼버릴까.

 

「.......응?」

 

배 부분에 이상한 감촉을 느껴 손을 대 보니, 때마침 튜브에 공기 넣는 부분이 있었다.

....적당한 착상이었지만, 차라리 실행해볼까.

손으로 더듬어 입구 부분을 꺼내, 뿌리를 손가락으로 꺾듯이 끼워서 집는다.

보글보글하며 나온 공기가 배를 기듯이 올라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라, 왠지 이 튜브, 공기 빠지지 않아?」

 

「어, 그렇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으-응, 기분 탓일까....」

 

.......슬슬 좋을 때겠지.

지금까지 천천히 빼왔지만, 이쯤에서 단번에 빼내 보자.

전복시킬 때까지 빨리 할 순 없겠지만, 서두르게 할 정도로는 할 수 있을 것.

 

꽉.

 

보글보글보글

 

「에, 어라, 가라앉아!?」

 

갑자기 공기가 빠져, 서서히 가라앉는 튜브에 동요를 감출 수 없는 하루노 씨.

언제나 여유 있는 느낌인 사람이 당황하고 있는 걸 보면, 귀엽게 보이는 건 왜일까.

 

「히키가야 군!」

 

「엇?」

 

풍덩

 

「꾸르륵 보글보글.....」

 

갑자기 하루노 씨에게 안겨 밸런스가 무너져 그대로 바다에 끌려들어간다.

공기가 빠진 튜브에는, 이미 우리들의 체중을 지지할 부력은 없었던 것 같다.

뭐, 내 발 닿고 있기도 하고.

 

「.....푸핫!」

 

몸의 자세를 고쳐 일어나, 곧장 해면에서 몸을 일으킨다.

다행히, 코라든지 귀에 바닷물은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건 수수하게 아플 것 같은데.

다행이네 다행이야.

 

「........응응~~, 코에 들어갔어~」

 

「...............」

 

귓전으로 고통의 목소리가 오른다.

아무래도 하루노 씨는 위를 향한 채 바다에 떨어진 탓인지, 코에 바닷물이 들어가 버린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 언제까지 나한테 안겨 붙고 있는 거야?

부드러운 멜론이 2개, 내 이성을 버스트 시키려고 물컹물컹하고 있습니까.

 

「........히키가야 군.」

 

「히야잇, 뭡니끄얏 ! ?」

 

씹었다, 초 씹었다.

당황하고 있는 게 뽀록났어요. 제길.

 

「튜브 공기, 빼냈겠죠.」

 

「.........무,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네요.」

 

「정말로?」

 

「.......미안해요. 무심코 그만 해버렸습니다.」

 

「흐-응, 그래」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하루노 씨 화내고 있는 거예요. 이건!

우선 땅에 엎드려 조아리려고 생각했지만, 안겨 있으므로 할 수 없다.

 

「히키가야 군」

 

「........뭐뭐뭐뭔가요」

 

「꼭 껴안으세요.」

 

「..............에?」

 

「날 지금 당장, 세게 꼭 껴안으세요.」

 

「아니, 저기, 하루노 ㅆ」

 

「빨리」

 

「ㄴ, 넷!」

 

들었던 대로, 양손을 흠칫흠칫 하루노 씨의 등 뒤에 둘러, 천천히 꼭 껴안는다.

 

.......뭐야 이건.

부드러워! 초 부드러워!!

어쩐지 푹 빠질 것 같아요. 이건!

위험해위험해위험해!

이성이 위험해!!

침착해, 침착해라 나!

번뇌 해산, 악령 해산!

이라니 불필요한 게 섞였어!

악령 해산 하면 나도 해산할 지경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라니 나 악령인가요!

 

「~~~♪」

 

머릿속이 패닉사태가 되어 있는 나와는 정반대로, 하루노 씨는 어느 샌가 정말 기분 좋게 되어 있었다.

귀여운 콧노래가 들려 기분 좋지만, 그걸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다.

이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힘껏.

 

그래, 반대로 세게 꼭 껴안아 보자.

어중간하게 꼭 껴안으니까 안 된다.

꼭 껴안는 거에 집중하면, 불필요한 일을 생각하지 않고 끝날지도 몰라.

 

큐우웃

 

「! .......응후후.....」

 

「..........................」

 

응, 실패다 이건.

세게 꼭 껴안은 탓으로 한층 더 흥분해 버렸잖아 나.

 

착란 상태의 머리라는 건 정말 쓸모없구나.

벌써 이성의 한계.

우선 억지로라도 하루노 씨를 떼어 놓지 않으면......

 

「.......히키가야 군」

 

「뭐, 뭔가요?」

 

「엉덩이라든지, 손대도 괜찮아......」

 

엉덩이!?

소, 손대도!?

엉덩이라고 말하는 건 저거군요, 당신의 그 풍만하고 탄탄한 엉덩이에 대해서군요?

손대도 좋다는 건, 내 양손으로 그 매력적인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문질러도 되ㄴ

 

푸슈우웅

 

아, 한계 돌파해버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성이 붕괴하기 전에 코피가 나와 버렸다.

 

와-, 굉장한- 양이다-.

콸콸 나오고 있다고-

빈혈이다-, 어질어질해-.

 

우선 에비나 양의 마음을 약간 알겠습니다.

그 사람, 잘도 대량 출혈로 죽지 않는구나.

조만간 나, 하루노 씨의 바디 터치로 죽지 않을까?

코피로 죽는다든가 진짜로 좀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