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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라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후회도 반성도 안 하고 있습니다.

 

 

딱딱딱딱딱딱.....

 

 

, 섬광구슬 다 달았다. 음파폭탄은 남았는데...

 

 

딱딱딱딱딱딱.....

 

 

, 그 꼬리 공격 너무 아파. 그나저나 화내는 가시나무가 난다든가 어떤 구조인 거냐

 

 

딱딱딱딱딱딱...

 

 

..., 죽었다.............하아, 이제 됐어.

 

 

PP 전원을 꺼서, 바로 옆에 있는 선반 위에 둔다.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해내고, 침대에서 뒹굴었다. 뒤척거리고 싶었지만 한쪽 발이 고정된 상태여서 불가능할 것 같다.

-, 과연 1주일이나 지나면 지루해지는군... 코마치가 문병하러 오지 않으려나...

 

 

 

1주일 전, 고등학교 입학식 날.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유인즉슨 뛰쳐나온 아이를 피한 차가 내 쪽으로 돌진해 왔다는, 참으로 불운한 사고.

덕분에 다리에 골절을 입고, 입학식에 못 갈 뿐만 아니라 1개월 정도는 학교에 못 간다는 외톨이 가도를 질주하는 상황이 되었다. 뭐 딱히 상관없지만.

처음에는 봄방학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한가롭게 보낼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입원 생활이 너무나 지루해서 요새는 한가한 날들에 싫증이 났다. 사고 가해자 측이 부자랬나? 독실에 입원한 이유도 있어서, 너무 조용한 환경에도 곤란하다. 진짜, 코마치가 그립다.

 

 

똑똑

 

 

갑자기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호사인가?

 

 

부디

 

실례합니다.

 

 

병실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 소녀를 보고 무심코 숨을 들이마신다.

세미 롱의 단정한 스트레이트 헤어, 희고 투명한 듯한 피부, 명랑 쾌활할 듯한 인상을 주는 단정한 얼굴, 엷게 입은 것도 아닌데 옷 너머로 알 수 있는 스타일 좋은 몸매.

마치 남자의 이상을 그린 듯한 미소녀가 거기에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히키가야 군이지?

 

, , 아아, 그렇습니다만...

 

, 그렇게 딱딱하게 안 해도 괜찮아. 나도 너처럼 1학년이니까

 

, 그래?

 

 

명랑하고 이쪽을 배려해주는 것 같은 태도에 안심했다.

그리고 동시에, 어딘가 위화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뭐야, 이 느낌은.

 

 

난 유키노시타 하루노. 너와 같은, 소부고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는 1학년이야. 잘 부탁해.

 

, 잘 부탁해...

 

가족한테서 여러 가지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내 탓에 너에게 폐가 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 난 딱히 뭐가 들은 기억이 없는데

 

, 어라? 아무 말도 안 들었어? 너를 친 차, 내가 탔던 이쪽의 통학용 차였는데

 

그래? 적어도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그나저나 통학용 차라니...

이 녀석 집은 분명 부자겠군.

 

 

...아무튼, 단지 타고 있었을 뿐이고, 유키노시타가 사과할 필요는 없겠지.

 

으응, 그렇긴 한데...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봄방학이 길어졌다고 생각해서 비교적 즐기고 있고

 

그래? 그렇게 말해주면 편해지네.

 

 

방금 전까지 흐리던 표정을 환하게, 눈부실 정도의 미소를 보이는 유키노시타.

그 환한 미소에 치유되는 단순한 나. 정말, 완벽하기까지 한 이상적인 여자군.

 

 

그래, 너무 완벽할 정도로.

 

 

...그런가, 아까 전에 느낀 위화감은 이건가. 이 녀석은 너무 완벽하다.

이 녀석의 이 미소는 진짜 미소가 아니야. 단정한 얼굴을 살린, 완벽하기까지 한 외모다. 그 본심은 완전히 안에 숨겼다. 흔한 남자라면 간단히 속일 수 있었겠지만, 초중학교 시절에 실컷 여자에게 속고 비하당한 내게는 안 통한다. 외톨이의 관찰력을 깔보지 마?

그런 것을 알고 나니 왠지 이 녀석을 상대하는 게 바보 같아졌다. 적당한 말로, 빨리 퇴실하게 할까. 어차피 퇴원한 뒤에는 관련될 일도 있을 리 없다.

 

 

히키가야 군은 5월에는 퇴원하겠지? 학교에서 기다릴 테니까, 리허빌리라든가 힘내.

 

아니, 딱히 안 기다려도 돼. 나 외톨이니까, 학교에 가도 너와 관련될 일 없을 테고

 

?, 외톨이?

 

그래, 외톨이. 유키노시타 같은 리얼충과는 정반대인, 누구도 신경 안 쓰고 누구와도 관련될 리 없는 존재야.

 

~, 그렇구나

 

그러니까 아무튼, 난 내버려 둬. 리얼충과 관련되면 변변치 않고, 그렇게 두꺼운 외골격으로 감싼 녀석이 말 걸어봤자 툭 터놓으면 불쾌하고

 

 

아무튼, 이 정도 말해두면 충분하겠지.

아마 학교에 가면 급우라든가 동료에게 내 악담을 하거나 하겠지만, 결국 사람의 소문도 75. 내 스텔스 모드를 구사하면 그야말로 30일도 필요 없다.

즉 여기서 유키노시타를 화나게 해봤자 내게 마이너스 요소는 전혀 없는 거다. 오히려 지루하긴 하지만 조용한 입원 생활이 확보되는 것을 고려하면, 플러스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헤에, 알아버렸네,

 

?

 

 

유키노시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방금 전까지의 좋은 미소가 사라지고, 냉소를 띠우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등골이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다리가 고정되어 있어서 침대 위에서 밖에 움직일 수 없다.

위험해 이 녀석. 잘 모르겠지만 엄청 무서워! 너스 콜은 어디!?

 

 

보통 남자는 전혀 눈치 못 채는데, 넌 알았네. 혹시 여자애 취급에 익숙해?

 

, 아니, 오히려 여잔 서투른 편인데...

 

그래? 그럼 저거려나, 혼자 있어서 관찰력이 높다든지

 

...............

 

 

뭐야, 이 녀석. 감이 너무 좋잖아.

정체 모를 녀석, 이라는 건 이런 녀석을 말하는 건가.

우선 냉정해지자. 확실히 너스 콜은 침대 옆에 있을 터....

 

 

, 이봐이봐. 상관없는 사람을 부르거나 하면 재미없어요?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접근하더니, 침대로 몸을 쑥 내밀고 내가 잡는 것보다 먼저 너스 콜 버튼을 빼앗겼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우와, 왠지 엄청 좋은 냄새 나는구나. 그런데 가까워, 너무 가깝다니까. 부탁이니까 지금 당장 떨어져.

 

 

...~, 여자애한테 약하다는 건 진짠가 보네.

 

 

심술궂은 미소를 띠우며 유키노시타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무의식중에 얼굴이 경련하고 만다.

 

 

, 재미있네. 여자애한테 약한데 한눈에 내가 가면 썼다는 걸 안 남자애, 처음이야.

 

, 그러냐

 

...좋네. 너 같은 애, 갖고 싶은데

 

? , 뭔 말이야?

 

보면 알겠지만, 나 귀여우니까 여러 애들이 다가와. 하지만 전부 내 겉모습에 속은 애들뿐이야. 그 자체는 딱히 어떻게든 상관없는데, 요즘 그런 것도 질려서 말야. 그러니까 너 같이 예리한 애를 가지고 싶구나~, 해서

 

...뭔 말인지 모르겠어. 갖고 싶다든가 말해봤자, 난 장난감도 아니고 상품도 아니야. 풋내기처럼 졸라도 곤란하다고

 

, 너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어. 그러니까 이렇게 하지 않을래? 내가 너한테 뭘 주는 대신, 너 자신을 제게 주세요. 어떤 의미로 기브 앤 테이크라는 걸까?

 

? 장난치지 마.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난 장난감이 아냐. 외톨이한테도 인권은 있다.

 

? 모처럼 이런 귀여운 여자애와 사이좋게 될 수 있고, 게다가 보수도 준다는데...

 

아니, 너처럼 자기를 귀엽다고 단언하는 사람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 과연 내가 기대할 만은 하네. ...그러면 말야, 하나만 뭐든지 들어줄 테니까, 라는 건 어떨까?

 

 

, 뭐든지....!?

그건 즉, 저런 거나 이런 것도.....

아니 잠깐 침착해라 나. 이건 완전한 함정이다.

그 증거로 유키노시타는 히죽히죽하며 여길 보는 중이다. 날 놀리는 거겠지.

 

 

...거절한다. 한 때의 미혹으로 인생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 너무해. 그 말은, 마치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초면인 사람한테 자기 것이 되라는 녀석은 어떻게 봐도 쓸모없는 인간이겠지. 빨리 집에 돌아가, 이 청초계 빗치가

 

빗치라니 너무해. 나 아직 처녀인데~

 

...그런 말을 가볍게 하니까 빗치라는 거다.

 

 

정말 진짜 뭐야 이 녀석. 진짜 빨리 돌아가 주지 않으려나.

긁어 부스럼이라는 건 확실히 이거군. 이런 녀석이라는 걸 알았다면 보통 남자(웃음) 대응으로 흥미 없게 했을 텐데...

 

 

위이잉

 

 

갑자기, 핸드폰으로 추측되는 바이브레이터 음이 울렸다.

내 스마트폰은 울리는 시간이 대체로 정해졌으니까(메일 메거진), 지금 시간을 생각하면 내 건 아니다. 아마 유키노시타 거겠지.

 

 

, 내 핸드폰일까. ...정말, 참 좋을 때였는데...

 

 

뭐가 참 좋을 때야. 내 입장에서는 유도 심문 받는 기분이었다.

 

유키노시타는 일단 몸을 빼고 포켓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삑삑하고 조작하면서, 아까 전까지 밝았던 표정이 서서히 싫증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쩐지 이렇게, 지금이라도 으-라든가 할 것 같은 레벨.

 

 

-, 엄마는 진짜 분위기 못 읽네. 지금부터 즐겁고 기쁜 조교 시간이었는데...

 

 

왠지 슬쩍 무서운 말이 나왔습니다만!?

만난 적도 본 적도 없지만, 유키노시타 어머니 진짜 파인 플레이.

 

 

그럼, 잠깐 불렸으니까 나 돌아갈게. 또 다음에 올 테니까 선물 기대해.

 

아니아니 오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정말-, 히키가야 군은 참, 그렇게 안 부끄러워해도 좋은데

 

아니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진짜로 오지 마. 다음에 오면 소금 뿌린다.

 

후후훗

 

 

우와, 엄청나게 짓궂은 표정으로 웃고 있어. 이 녀석 절대로 또 오겠구만. 어떻게 봐도 싫어하는 걸 즐기는 중이고.

 

 

, 맞다맞다.

 

 

그렇게 말하고 다시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하고, 내 뺨에 키스를 했다.

볼 한가운데에 부드럽고 희미하게 따뜻한 것이 닿은 느낌이 난다.

순간 뭘 당했는지 이해 못한 채, 굳어졌다.

그에 반해 유키노시타는, 작은 악마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듯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

 

 

이거, 예약한 증거니까. 나 빼고 다른 사람한테 끌리면 안 돼? 그럼, 또 다음에 봐.

 

 

드르륵

 

 

자국을 새겨 넣는 기세로 아이처럼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떠났다. 마치 새 장난감을 찾아낸 듯한, 그런 미소로.

...아까 전 키스도, 놀리는 거였으려나. 이미 반 장난감 된 느낌이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지만 분명 기분 탓이다.

그나저나 저건가, 학교에 가면 저런 악마 같은 게 기다리는 건가? 그렇다면 최악이다. 아직 중학교 때처럼 재수 없어라고 듣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우선 신님께 빌자.

그 악마와 같은 반은 좀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