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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항

2015. 2. 6. 11:46 | Posted by 2ndboost

 

 

 

이건 앙케이트다. 뭐 그리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대답해

 

 

좋아하는 음식은?

 

없습니다.

 

싫어하는 음식은?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매운 음식의 좋은 점을 별로 모릅니다...만 약하진 않습니다.

 

아아...... 맵다는 건 일종의 고통이니까. 그것도 당연한가. 그럼 다음. 최근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없습니다.

 

좋아하는 타입은?

 

......? 고스트 타입입니다.

 

아니야.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에 대해서다.

 

없습니다.

 

없어?

 

 

......가족은 소중한가?

 

 

가족과 자신이라면 어느 쪽이 소중해?

 

가족입니다.

 

역시. 미쳤군

 

......?

 

가족이 소중하다면서 그 가족에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신이 가족이니까 그 가족도 가족일 텐데

 

......

 

다음. 아버지는 좋아하나?

 

......좋아합니다.

 

어머니는?

 

좋아합니다.

 

여동생은?

 

좋아합니다.

 

자신은?

 

............

 

대답해

 

......좋아... 하지 않습니다.

 

틀리다. 싫어하는 거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싫지 않다. 넌 가족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타인에게 상냥하지 않아. 단지 자신이 진심으로 싫을 뿐이야. 자신만은 매우 낮은 마이너스가 기준이니까 자신 이외가 전부 훌륭한 사람으로 보여 자기보다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할 뿐이다.

 

......

 

그리고 넌 요령 좋게 고통에 둔하다. 자기보다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타인을 그 몸으로 감싼다.

 

......

 

타인에게 상냥한 이유는 자기보다 더 나으니까. 가족에게 상냥한 이유는 자기보다 좋은 사람이니까

 

......

 

이쯤에서 화내지 않는 게 맞는다는 증거야.

 

......

 

, 미친 거야.

 

 

 

 

 

병실에서 짐을 정리한다.

그렇다 해도 이 2주간은 수업 예습을 하기 위한 교과서와 갈아입을 옷 정도지만.

딱히 감개도 없이 퇴원한다.

안경 선생님의 배웅.

 

 

하치만...... 부디 부탁한다.

 

 

성실하게 심각해보이는 표정으로 말해서 무슨 일일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미인 30대였나.

 

 

아무튼..... 있다면

 

괜찮아. 미연시 주인공 비스무레한 너라면 반드시 찾아낼 거라 믿는다.

 

그런 경험 없어요.

 

만난 지 2시간만에 우리 간호사 메일 주소를 손에 넣은 네 말 따위를 믿겠냐

 

 

조금 정도는 퇴원을 축하하라고.

마중 나오는 사람 아무도 없고.

학교와 일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래, 어쩔 수 없다.

내 입장에서도, 그 쪽이 기쁘고.

나보다, 자신을 우선해 줬으면 한다.

연관되지 않는 게 편하다니 내가 봐도 비뚤어졌다.

 

 

그럼 퇴원합니다. 지금까지 감사합니다. 또 잘 부탁합니다.

 

두 번 다시 오지 마.....라 하고 싶지만 어차피 또 오겠지. 좋은 선물 가지고 와

 

저승길에 가는 김에 그렇게 될 것 같구만

 

하아 바-

 

 

넌 죽여도 죽지 않는다고 등 너머에서 들린다.

죽여도 죽지 않는다라...

확실히.

 

시체는 죽여도 시체....니까.

 

 

 

 

어서와 코마치

 

오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저녁밥 준비를 하는 도중 코마치가 돌아와서 현관으로 마중 나간다.

뛰어 들어와 안긴 코마치를 앞치마 차림인 채 꼭 껴안고 천천히 내려놓는다.

 

 

......좋아! 히키가야균 보충 완료!

 

자가번식 못하는 거냐 그거

 

 

너도 히키가야잖아.

완료라고 하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코마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좋은 향기가 얼굴에 온다.

 

 

좋은 향기네

 

오빠도 좋은 느낌인 냄새야!

 

아마 고기 냄새니까 그거

 

 

그래그래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대로 떨어지게 이마를 손으로 꾹하고 누른다.

--하며 코마치가 손을 바둥바둥거린다.

 

 

자자. 그 우--하는 거 그만둬. 슬슬 요리 사전준비가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 오늘 아빠 늦는다 했어!

 

? 진짜?

 

 

이런.

벌써 4인분 햄버거 반죽이 끝나가는데......

내일 도시락으로라도 돌릴까.

 

 

어머니는?

 

억지부려서라도 돌아온대!

 

 

척하고 엄지를 b모양으로 하고 내게 결정포즈를 보이는 코마치.

귀엽다. 사진 같은 데에 담고 싶다.

하지만 내 손은 지금 이 다진 고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자 그대로 손을 뗄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있으면 어딘가의 투구 씨나 크툴루 씨보다 빨리 사진 찍겠지만...... 어쩔 수 없다.

뇌내 보존이다.

눈에 새겨두자.

하는 김에 이 햄버거에도 새겨둘까.

어머니 몫도 굽자.

 

 

코마치. 대충 할 거 하고 와. 그 사이에 구울 테니까

 

오케이! 진심을 내는 코마치는 어딘가의 투구씨나 크툴루 씨보다 빨리 움직인다구!

 

그렇게 되면 아직 굽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비슷해지는 이유는 남매라서 그럴까.

아니면 내가 대략 견본으로서 코마치를 보니까 그런 것뿐인지.

뭐든 상관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어머니가 돌아왔을까 생각해 불을 끄고 손을 씻고 현관으로 간다.

그리고 심호흡.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까 그렇다.

추가로 아버지의 귀가가 늦어지는 것도 이것이 원인일 것이다.

 

 

다녀왔어! 하치만은......

 

어서오세요.

 

하치만!

 

 

코마치처럼 달려드는 어머니.

나는 다치지 않게 허리에 힘을 줘서 견뎌낸다.

 

 

하치마~!

 

 

이것도 코마치처럼 내게 뺨을 문지르고 난 뒤에 추가로 달콤한 소리를 내며 내게 키스한다.

당연히 입에도 닿는다, 고 할까 입이 많다.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다.

이제 익숙해졌지만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정신을 파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상대가 아들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서와 엄마...... 엄마! 새치기 금지야! 코마치도 할 거야!

 

 

두명에게 될 대로 되면서 나는 첫 키스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 명 있을까 이런 관계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분간 뒤.

 

 

크흑...... 오랜만의 요리

 

크흑...... 오랜만의 수제요리

 

뭘 먹었던 거야 당신들......

 

 

둘이 다 내킬 때까지 내버려두면 날이 새서 적당히 끝내고 햄버거를 계속 구운 다음 3명이 탁자를 둘러싼다.

 

 

냐아-

 

아아 미안. 안 잊었다고. 늦었을 뿐이야

 

 

불만스러운 듯이 우는 카마쿠라에게 싱겁게 맛낸 것을 접시에 담아주자 목을 흔들흔들한다.

 

 

냐아-

 

천만이야

 

 

어쩐지 감사 인사하는 생각이 들어서 대답한다.

손을 씻고 다시 탁자에 앉았더니 왠지 두 명이 이마를 누른 채 푹 엎어져 있었다.

 

 

왜 그래? 둘 다

 

아니...... 오랜만에 고양이와 장난치는 오빠의 미소에 약간 당했을 뿐이니까

 

아니......-군을 쓰다듬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아들에게 당했을 뿐이니까

 

 

잘 보면 두 명이 누르는 것은 코였다.

피가 나오는데......

티슈를 주고 멎기를 기다린다.

 

 

「「후우......」」

 

, 멎었으면 빨리 먹자. 식으면 싫어지니까

 

 

멈춰 있던 젓가락을 다시 움직여서 곁들일 토마토를 사이에 놓는다.

 

 

-......코마치 토마토는......

 

.....내 요리는 먹을 수 없어?

 

으으..... 그 왠지 모르게 쓸쓸한듯한 분위기에 코마치는 반항할 수 없어요...... 덥석

 

 

입에 넣은 것을 보고 안심한다.

될 수 있으면 호불호는 가지고 싶지 않지만.

그것도 또 개성이며, 인간다움이다.

 

 

......()

 

어이 이봐. 거기 있는 다 큰 어른

 

아니, 저거야. 하치만이 없는 동안에 토마토 알러지에......

 

............

 

으으...... 그 왠지 모르게 차가운 눈을 보면 엄마로서의 자존심이......

 

...........

 

......-

 

싫다는 듯이 입을 연 어머니의 입에 토마토를 넣는다.

 

치사해!

 

?

 

나도!

 

벌써 너 토마토 먹었잖아.

 

...........그러니까, , 오빠 토마토로!

 

토마토 서툴지 않았어? 아무튼 좋지만......

 

 

똑같이 연 코마치의 입에 토마토를 넣어준다.

여러 가지로.

모두가 즐거운 저녁식사였습다아.

 

 

 

 

 

쌓여 있던 집안일을 재빨리 정리하고 방에서 한 숨 돌린다.

앞으로는 자는 것만 남았다.

그리고 자면, 내일.

학교에 가야 한다.

불안하다.

잘 할 수 있을지 어떨지.

이제 와서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도 상관없지만, 코마치나 카오리는 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그 두 명이 다치는 것은 절대로 안 돼.

아마 고등학교에서도 카오리는 나와 같이 있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카오리의 관계자로서 내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좋게도 나쁘게도.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핸드폰이 울린다.

진동하는 것을 보니 전화라는 것을 알았다.

내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과 카오리.

즉 카오리다.

폰을 손에 들고 일단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전화 받으러 나온다.

 

 

역시 친구. 타이밍이 너무 잘 맞네.

 

슬슬 불안이 심해져서 자기혐오에 들어가려던 중이었지?

 

아아. 육감 같은 거에 눈을 뜬 거야?

 

하치만 한정이지만. 하치만 리밋트!

 

아아, 고마워

 

하하, 여전히 마음 없는 대답이네요.

 

정말로 감사하고 있으니까

 

알고 있어. 그럼, 잘 자.

 

잘 자

 

 

통화를 끝내고, 문을 열려다 멈춘다.

 

 

코마치, 고마워

 

 

내가 방에 들어간 것을 전하는 제 6감에 감사를 싣고, 침대에서 눈을 감는다.

나는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다.

사랑받고 말았다.

마치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분량을 대신 쏟아 붓듯이.

그들의 흘러넘치는 사랑을 향수한다.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는 자신을 비웃으며 나는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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