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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 上

2015. 2. 11. 12:22 | Posted by 2ndboost

 

 

비명.

굉음.

 

임신한 어머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어린 대로 필사적으로 창문을 닦던 나는, 똑같이 익숙하지 못한 손으로 청소기를 돌리던 아버지와 서로 마주보았다.

무언가가 계단에서 굴러서 떨어지는 소리와, 어머니의 비명.

어린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버지는 사태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것 같아, 온 힘을 다해서 방에서 뛰쳐나갔다.

나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 뒤를 따라간다.

방을 나와서, 바로 이어지는 복도.

계단 구석에, 어머니가 몸을 구부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 옆에 아버지가 몸을 굽히고, 무슨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나는, 갑작스러운 전개에 머리가 뒤엉킨 채, 천천히 부모님에게 다가가서 두 명을 내려다보았다.

어머니가, 고통스러운 듯이 신음하고 있다. 커진 배에서, 빨간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왠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이제 곧 리온의 여동생이 한 명 더 생길 거야.

--여동생 둘의 오빠가 되는 거야, 좀 더 강해져야 한단다.

 

 

멍하니 있는 나를 내버려두고, 사태는 계속된다.

아버지가 필사적으로 일어나서, 거실로 돌아왔다.

잠시 뒤에 초조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구급차를 부르고 있었겠지만,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

문득, 이름을 불린 것 같다. 아니, 엄밀하게는 내 이름은 아니다.

 

 

오빠

 

 

다시 불린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

목소리를 좇아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계단 위에, 나보다 좀 더 어린 소녀가 서 있었다. 여동생 마리아.

눈이 마주치자, 마리아가 웃었다.

아까 전까지는 맴--하고 시끄러웠던 매미 소리가 뚝 멎었다.

마리아는, 작은 입술을 둥글게 일그러뜨린 채,

 

 

오빠 여동생은, 나 하나면 좋은 거지?

 

마리아......?

 

 

여동생이 한 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린다.

여름의 타는 듯한 햇빛을 등진 마리아가, 옆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갈래로 묶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금빛 머리카락이 태양 빛에 반짝반짝 빛나, 그것은 마치 여신과도 같아서.

하지만, 어째서일까. 여동생의 미소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침전된 시선에 꼼짝 못하던 나는, 멍하니 단지 여동생을 올려다볼 뿐.

 

 

, 째서......

 

 

발밑에서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

깜짝 놀라서, 발밑으로 시선을 내린다. 어머니가 천천히,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 마리,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나 슬픔, 고통, 그리고 분노와 공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마리아는 어머니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 매미소리가 다시 되살아난다.

 

이후에 곧 판명됐는데, 어머니는 뱃속에 잉태한 아기를 흘려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었는가.

어머니의 증언으로, 그 원인이 마리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단에서 내려가려던 어머니를, 마리아는 끔찍하게도 밀어서 떨어지게 했다고 한다.

격앙해서 이유를 캐묻는 아버지에게, 마리아는 시원스럽게,

 

 

왜냐면 오빠의 여동생은 나뿐이니까

 

 

이라고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말해버렸다.

그 날 이래로, 마리아는 우리들 가족에게 종기 같은 것이 되어, 이윽고 부모님에 의해 전 기숙사제인 신학교에 반 억지로 입학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동글동글한 귀여운 눈에 핏발이 서서, 반항하는 마리아의 모습이 지금도 머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부터 십 수 년 전의 여름.

내가 7, 마리아가 5세였던 무렵.

어디에도 있을 법한, 평범한 가족이 산산조각 부서진 여름에 있던 일.

 

 

 

 

sister

 

 

비가 격렬하게 떨어지고 있다.

돌로 된 보도를 때리는 빗방울이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파릇파릇한 잎을 단 가로수도 젖어, 가스등의 희미한 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늘에는 두꺼운 구름에 막혀 별은 안 보이기 때문에, 오늘 밤은 이 한층 더 낮은 곳에서 빛나는 물방울이 별의 대신이었다.

손에 든 우산을, 꽉 쥐었다.

보도 위를 걸을 때 튀는 빗방울이, 바지 옷자락을 적셔 내 무거운 발걸음을 더 무섭게 만든다.

그럴 만도 하다, 이제부터 나는 마리아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으니까.

 

--몇 년 만일까, 마리아와 만나는 건.

 

나는, 대학 진학을 기회로 여기 고향에서 떠나, 마리아는 이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살면서 수녀로 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대로 거기서 취직한 내가 오늘 이 고향에 돌아온 이유는, 다름 아닌, 마리아를 만나기 위해서다.

앞으로 한 달 뒤, 나는 결혼한다. 그것을 마리아에게 전할 수 있다면, 결혼식을 마리아가 근무하는 교회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여름 날 이후로, 몇 번이나 만났고, 마리아는 나를 언제나 따라주었다.

하지만, 내가 마리아를, 예전처럼 귀여운 여동생으로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날 마리아의 미소가 머릿속에 맴돌아서, 여동생에게 공포를 느끼고 만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데다가, 곧 내 아내가 되어 줄 사람도, 시동생이 될 마리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말해줘서,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인척이 없는 밤.

이런 시간이 된 이유는, 마리아의 사정 때문이다.

혹시, 애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데이트라도 가는 건가 생각했지만, 마리아는 성직자, 지금은 그렇게 엄격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시간까지 미혼인 애인이 데이트한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업무에 관련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회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도로 양쪽에는, 돌로 된 집이 듬성듬성 세워져 있다.

그 대부분의 빛이, 벌써 사라져 있다. 그래서 가스등만 있는 길은 약간 어둡다.

산들바람이 불었다. 밋밋한 여름 냄새.

어둠에 싸인 길을 헤쳐가면서 나아가자, 이윽고 지붕 위에 가는 탑을 싣고 그 꼭대기에 십자가를 찌른, 전통식의 작은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 처마 밑에 들어가, 펼친 그대로였던 우산을 접어, 벽에 기대어 세워놓는다.

목제로 된, 건물 규모에 비해서는 큰 문과 마주본다.

후우, 하아, 하고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단숨에 문을 밀어서 열었다.

끼이이, 하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교회 안에는, 초만 있어서 어슴푸레하다. 하지만 마리아는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내 바로 정면, 20m 정도 앞. 마리아는 석고로 만든 신의 성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원을 바치고 있었다.

방의 여러 곳에, 몇 개나 둔 촛불이 흔들림에 따라, 벽에 비친 조금 큰 그녀의 그림자가 살랑살랑하며 흔들린다.

 

 

마리아......

 

 

교회 문턱을 넘지 않은 채, 기억 속보다 조금 커 보이는 등을 향해 이야기한다.

마리아는 문이 열리는 소리로, 내가 온 것은 깨달았을 것이다, 놀란 모습도 없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나를 향해 몸을 돌린다.

 

 

시간이 딱 맞네요, 오라버니

 

 

작은 새의 노랫소리 같이 투명한, 하지만 왠지 잘 들리는 마리아의 목소리는 예전과 변함없이, 상냥하게 공기를 울린다.

언제부터였을까, 마리아는 나를 오라버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녀가 다니는 신학교는, 예의범절이 엄격한 곳이라고 들은 것으로 보아,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그러세요? 그런 곳에 선 채로. 비에 젖어요. 거기에, 오랜만이니까, 좀 더 얼굴을 잘 보여주세요.

 

 

열린 문을 누른 채 우뚝 서 있던 내게, 마리아는 의아한 시선을 향한다.

 

 

, 아아

 

 

어제 전화로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아직 거리는 있다 해도, 정면에서 이야기한 것은 오랜만이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듯한, 근지러운 것 같은 기분. 지금까지, 마리아와 어떻게 접했는지, 잘 떠올릴 수 없었다.

쭈뼛쭈뼛, 한 걸음, 경계를 넘는다.

장소 탓인지, 싸아-하고 공기가 차가워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축축히 휘감기는 듯한 습기를 내포한 밖과는 분명히 다른, 조용한 공기. 약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뒤에 누르고 있던, 문에서 손을 떼어놓는다.

끼이이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천천히 문이 닫혔다.

외부의 빛이 들어오지 않게 되자, 원래 밝지 않았던 실내가, 더욱 어두워졌다.

그 탓에, 확실하게는 안 보였지만.

마리아가, 어둡게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이구나, 마리아

 

 

실내에 있는 10다리 정도의 목제 벤치 하나에 등받이에서 옆쪽으로 앉아,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리아와 서로 마주보았다.

 

 

이렇게 앉는 방법, 별로 예의 좋지는 않네요.

 

 

그렇게 말하고 마리아는,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아무래도 마리아는, 오랜만의 재회에 당황스럽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단단해서, 도저히 남매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2열 벤치 사이의 통로는 그렇게 넓은 것이 아니라, 무릎을 맞댄 둘의 실제 거리는 멀지는 않다.

하지만, 내게는 마리아와의 거리가 묘하게 멀게 느껴져서.

우선은, 가벼운 화제로, 이 쌀쌀맞은 분위기를 풀어두고 싶었다.

 

 

정말로, 오래간만이군요, 오라버니

 

.......

 

 

마리아가 돌려주는 칼날이, 왠지 빈정대는 듯이 들린 것은 착각이었을까.

흔들리는 촛불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불길이, 마리아의 정밀한 얼굴을 비춘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동안에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한다.

원래 얼굴 생김새는 보통 이상이었던 마리아.

하지만, 기억 속의 그녀는 귀엽다는 인상을 주는 용모였지만, 지금의 마리아에게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어릴 때부터, 마리아의 콤플렉스의 원인이었던, 콧등에 진 옅은 주근깨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여신 같은 그녀를, 수수하고 꾸밈없는 수도복이 잘 끌어올리고 있었다.

베일을 쓰고 있어서 안보이지만, 마리아의 자랑인 황금빛 머리카락은 건재할까.

그 머리카락을, 나는 제법 좋아했기 때문에,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어때?

 

?

 

시스터가 하는 일. 재미있어?

 

 

뭘 뻔뻔스럽게도, 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버려진 형태로 억지로 신학교에 밀어 넣어져, 흥미도 없던 신학을 배우고 타성으로 작은 교회의 시스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누군가에게 억지로 된 일이 즐거울 리가 없다.

 

 

재미있지는 않아요.

 

 

마리아도 긍정한다.

 

 

그건.......

 

 

미안하다...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사과하는 부분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자기만족 때문에 할 뿐이라면, 사과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래도, 일은 그런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거기에, 이 마을에는 저 이외에 다른 시스터가 없어서. 필요해지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묘하게 달관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직 20이 된 바로 직후에, 소녀의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마리아의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이, 마리아를 힘겨워해서, 포기해버린 자신들 가족 탓이라 생각하자, 굉장히 슬펐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답답한 분위기가 흐른다.

마리아는 정말로 변해버렸다고 생각한다.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느 쪽이냐면 쾌활한 소녀에 튀는 듯한 미소가 인상적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카락처럼 태양 같은 아이였다.

하지만, 신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1년에 몇 번인가 만날 때마다 마리아의 성격은 변해가, 지금은 달 같은 조용한 미소를 띠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마리아의 신비적인 용모도 있어서인지, 그녀는 이 시골 마을 유일한 시스터로서 읍인들에게 반 숭배되듯이 존경받는 것 같다.

 

 

 

빗방울이, 돌로 만들어진 교회를 두드린다. 싸아아 하는 빗소리가, 조용한 성역에 울린다.

나는 아직도 마리아와의 거리를 재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잘 아는 사람과 오랜만에 얘기하는 경우의 화제를 찾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기에 온 용건을 꺼내자니, 아직 분위기가 그것을 허락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머릿속의 회로를 돌려서,

 

 

, 많이 자랐네

 

그래요?

 

아아, 대충 2미터 정도

 

그렇게는, 안 자랐어요.

 

 

약간의 농담이었는데, 그대로 돌려받고 말았다. 어라, 혹시 개그가 무시된 거야?

초여름인데, 내 주위만 으스스 싸늘한 공기. 약간 좌절한다.

정말로 마리아는 변했다. 지금 한 시시한 개그라도, 웃어주는 아이였는데.

하지만, 무시된 덕분에 자포자기가 됐는지, 그 이후로는 의외로 술술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혼자 하는 생활은 어떠냐는 이야기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만들어 먹고, 수도복을 입고 교회에 오는 사람들을 맞이해서 가끔이지만 누군가의 참회를 듣고, 그리고 아무도 없게 된 교회 안에서 혼자 밤을 보낸다.

그런, 마리아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흔히 있던 이야기.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도 아닌 이야기.

내용을 보면, 남매라는 친한 관계가 하는 대화치고는, 위화감이 있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틀림없는 남매의 분위기였다.

내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혹시, 나는 마리아를 경계했는지도 모른다.

그 경계도 녹아서, 따뜻하고 평범한 시간을 보낸다.

마치, 행복을 녹인 코코아와도 같다.

몇 년이나 전에 잃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당연해진 것.

그것이 겨우 돌아온 것 같다.

마리아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 무렵으로 행복했던 그 무렵으로 다시 돌아온듯한 착각에 사로잡힐 것 같다.

어린 자신과 융합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들 남매의 분위기가 이렇게 자연스러웠다니, 이미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이야기하는 동안에, 내가 꺼낸 이야기에 대답할 뿐이었던 마리아도, 내 대학생활이나 졸업 후의 현재 생활 등을 듣고 싶어 했다.

 

 

오라버니도 혼자 생활하고 있어요?

 

, 아니, 애인과 같이 살고 있어.

 

......애인, 인가요?

 

 

어쩐지, 마리아가 풍기는 분위기에 가시가 섞인 듯이 내 피부를 찌르는 느낌.

방금 전까지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작은 파문이 일어났다.

밤의 조용하고 온화한 호면에, 작은 돌을 처넣은 듯한.

맑은 마리아의 목소리가, 차가운 칼날을 포함한 것처럼 들린다.

 

 

, 아아, 나도 그럴 만한 나이니까. 그렇지?

 

 

뭐라는 거야, 스스로 자신을 찌른다.

마리아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어 있다.

 

 

저는, 없는데

 

그래? 역시, 시스터는 그런 자유가 없는 건가?

 

아니요, 지금은 그렇게 엄격하지 않은데. 그것보다도, 언제부터 교제했어요?

 

 

화제 전환도 소용없다.

이미 주도권을 쥔 사람은, 마리아 쪽이었다.

 

 

글쎄...,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였으니까...... 그럭저럭 4년이 되려나

 

4.......

 

 

마리아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왠지 모르게 깨닫는다. 마리아는, 오늘 내가 이렇게 여기에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헤아렸을 거라고.

아무튼, 지금까지 몇 년이나 만나지 못했던 내가, 이렇게 갑자기 만나고 싶다고 해서 온 거다, 마리아도 처음부터 뭔가 있다고 상정했었는지도 모른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아마, 용건을 꺼낸다면 지금이다.

 

 

「――결혼하려고 해

 

 

순간, 마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 띠던 미소가, 몽땅 바닥으로 꺼진다.

 

 

그런......가요

 

 

마리아가 발하는 분위기가, 훨씬 날카로워진다.

――나는 타이밍을 잘못 잡았을까. 아니면 그 밖에 무언가 다른 잘못을 저질렀을까.

 

 

축복, 해주지 않는 거야?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 멍청한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마리아는 몹시 상처받은 표정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해줬으면 한다...고 생각해

 

 

, 하고 마리아는 코로 웃었다.

방금 전까지 성녀 같았던 여동생은, 타천사가 되었다.

 

 

나를 이런 곳에 밀어 넣고, 자신만 행복을 누리는 건가요?

 

 

마리아가, 초조해하며 아랫입술을 씹는다.

역시, 마리아는 나와 부모님을 원망했던 건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 자신이 얼마나 허튼 생각에, 제멋대로였는지 실감한다.

 

 

그럴 생각은......

 

 

동요해서 목이 쉰다.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마리아가 따진다.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언인 나를 향해서,

 

 

저는 15년 가까이, 이렇게 억눌린 인생을 살아왔어요.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참아왔어요. 왜 그랬는지 알고 있어요?

 

 

모른다.

확실히, 신학교에 입학하기로 정해졌을 때는 그렇게 반항하던 마리아가, 그 이후로 완전히 얌전해졌다.

 

 

잊어버린 것 같네요.

 

 

마리아의 목소리에는, 이미 명확한 분노를 엿볼 수 있었다.

조형이 잘 갖춰진 미인의 아름다운 눈썹이 번뜩 치켜 올라가고, 큰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둘 사이에 있는 촛불이, 흔들흔들한다.

비춰진 마리아는, 도리어 흉악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오라버니는, 신학교에 들어갈 때 말해줬어요. 내가 반드시 마리아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러니, 그 때까지는 참아 달라고

 

 

듣고 보니, 확실히 부모님에게 부탁받고 마리아를 설득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내용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솔직히 마리아가 무서웠다.

내 유일한 여동생이 되기 위해서, 가족을 부숴버린 여동생이.

그 날, 계단 꼭대기에서, 후광을 받으며 웃고 있던 여동생이.

두려워서, 무서워서, 빨리 내쫓아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동생과 떨어지고 싶은 일심으로,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어찌 고백할 수 있을까.

나는 얼굴을 숙이고 다만,

 

 

미안하다

 

 

단지, 사과할 수밖에 없다.

 

 

왜 사과해요?

 

......거짓말이었다고. 그 날 한 말은, 아무렇게나 한 말이었다고 하고 싶은 건가요?

 

그렇지 않아, 아니야, 마리아

 

그러면! 어떻게 된 건데요?

 

그 날 했던 말에 거짓은 없어. 너의 오빠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힘닿는 데까지 지지할게. 애인도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

 

 

나의 호소는, 참회와도 닮아서.

성녀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불쌍한 새끼양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당시의 기분이야 어쨌든 지금, 마리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것은 확실하다.

십 수 년 방치해둔 여동생과 지금부터는, 내 아내가 될 사람과 함께, 보다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싶었다.

 

 

그런 거, 단지, 오라버니의 등 뒤를 바라볼 뿐일 텐데......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리아는 무언가를 참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깊이 숨을 들이마셔, 그리고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서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오라버니는

 

 

다시 나온 마리아의 목소리는, 매우 평탄하게 울리고 있었다.

 

 

 

마리아가 일어섰다.

숙인 채로는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어떤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을까.

여동생의 마음에 오고 가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분노. 슬픔. 실망. 한탄. 아니면.

 

 

오라버니는, 제 마음을 알아주고 있지 않아요.

 

 

충분히 간격을 두고, 마리아는 계속 말한다.

반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리아가 말하는 대로였다.

나는, 여동생의 마음을 전혀 몰랐다. 그래, 어릴 때부터.

 

 

저 말이에요, 오라버니

 

 

콕하고, 목에 무언가가 박혔다. 가벼운 아픔.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마리...?

 

 

마리아는 웃고 있다.

갑자기, 어쩔 수 없을 정도의 졸음이 덮쳐온다.

급속히 시야가 희미해져간다. 빗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평형감각이 없어져, 공중에 떠오른 것 같다.

갑자기, 충격이 나를 덮쳤다. 서늘한 바닥의 감촉. 아무래도, 앞으로 넘어진 것 같았다.

 

 

저는, 오라버니를,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한답니다.

 

 

광기가 배인 목소리.

몹시 온화하고, 하지만 분명히 가라앉아 있다.

 

 

저기 말이에요, 오라버니.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죠? 그렇다면 둘이, 이 천국에서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아요.

 

마리......

 

 

이제, 그녀의 이름을, 미련하게 반복할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오라버니. 제가, 오라버니를 구해 드릴게요. 애인? 아니요, 그걸로는 오라버니를 구할 수 없어요. 오라버니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뿐이니까요.

 

 

, 천국으로 올라갈까요?

마리아의 목소리가 멀어져간다.

그리고, 나는 천국의 나락에 빠져 들어간다.

귀 안쪽에서,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되살아난다.

마지막에 본, 그녀의 얼굴은.

그 여름 날 같은, 여신의 미소.

 

바닥에 쓰러진 오라버니를 보고, 무심코 미소가 흘러넘쳤다.

방금 전까지 느끼던 초조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오라버니에게 결혼한다고 들었을 때는, 그토록 날뛰던 마음의 물결이, 지금은 조용히 잔잔해졌다.

 

 

아놀드!

 

 

어떤 남자의 이름을 부르자, 몹시 힘이 세 보이는 몸매의 남자가, 교회 안쪽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분을, 감옥으로 데려가주세요.

 

......

 

 

남자가 오라버니를 안는다.

 

 

부디 신중히 부탁합니다.

 

 

 

남자는 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불쌍한 남자. 어느 날 밤, 교회로 온 남자의 참회를 들어주고, 흔히 있는 말을 해준 것만으로 나를 성녀로 우러러보고 있다.

그렇게 어리석은 인간은, 그 뿐만이 아니라. 이 마을에는, 나를 숭배하는 인간이 많이 있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오라버니밖에 구할 수 없고, 다른 누구도 구할 생각 같은 건 없는데.

하지만, 가끔씩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 마을에서라면 어느 정도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말과 좋은 환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나를 버린 부모에게도, , 감사 정도는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남자의 뒤를 쫓아서, 교회 안쪽에 있는 문을 연다.

여기부터는 거주 공간이 있어서, 같은 방이 몇 개 정도 늘어서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복도 안쪽 방은, 밖에서 보면 다른 방과 다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거기에는 돌벽으로 싸인 감옥이 있다.

옛날 마녀재판의 자취일까, 이단자를 구속하기 위해서일까, 어쨌든 종교는 피비린내 나는 역사가 따라다니는 것으로, 이 감옥도 그 엄청난 피 중의 하나였다.

남자가 감옥 안에 있는, 큰 침대에 오라버니를 눕힌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침대는, 폭신폭신해서 이렇게 돌이 드러난, 으스스한 감옥에는 이단자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가 나와 오라버니의 사랑의 보금자리, 천국이 되는 것이다.

 

 

저기, 오라버니.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예요. 저도 오라버니를 행복하게 할 테니까

 

 

지금은 아직 조용히 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