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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청춘 카페에서 쓴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이 글은 생각나는 대로 쓴 것이라 보완할 부분이 떠오르면 수시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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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까 올라온 글에서 예전에 제가 언급했던 점이 다시 언급되는 것을 보니 정리해서 써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한 달 정도 됐던가요? 내청춘 엔하위키 항목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 위키러가 내청춘 특정 인물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지나친 사견을 넣어서 카페 분들이 그걸 고치셨는데

 

며칠 전에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해서 다시 카페 분들을 피곤하게 했습니다.

(Diadust, Decoy 님을 비롯한 카페의 여러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엔하위키라는 것이 여러 기능을 합니다.

 

 

오덕 백과사전 + 작품, 캐릭터 및 줄거리 소개 + (분석)

 

 

마지막의 분석이 문제가 되는데 이것이 사견이 들어가기 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엔하위키가 여러 가지로 까이기도 하는데

 

사견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것은 엔하위키 뿐만이 아닙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제가 지금 말하려는 것은 <번역 사견>입니다.

 

 

 

2. 또 다른 창작이라 불리는 번역에도 사견을 매우 충분히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친숙한 일한 번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언어구조는 매우 비슷합니다. 두 국가의 언어 모두 문장의 끝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Case1 : 어제 숙제를 했는지 물어보는 상황

 

1. 너 어제 학교에서 낸 숙제 했어?

 

2. 너 어제 학교에서 낸 숙제 했니?

 

3. 너 어제 학교에서 낸 숙제 했냐?

 

 

Case 2 : 상대방이 숙제를 하게끔 유도하는 상황

 

1. 숙제 빨리 하는 게 어때?

 

2. 숙제 빨리 하는 게 어떻겠니?

 

3. 숙제 빨리 하자.

 

4. 숙제 빨리 해.

 

8. 숙제 빨리 해라.

 

 

Case 1의 각 문장은 보신 느낌은 다를 것입니다.

 

1번은 무난한 느낌을 줍니다. 2번은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3번은 비격식의 정도가 매우 강합니다.

 

화자와 청자가 친한 친구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3번의 화자는 말버릇이 좋은 애는 아니라는 느낌을 줍니다.

 

 

Case 2를 보시면

 

1번은 4번보다 더 부드럽게 의문형으로 권유하고 있으며

 

2번은 1번보다 더 부드러운 표현입니다.

 

3번은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할 수 있는 무난한 권유

 

4번은 일반 명령

 

5번은 4번보다 명령의 강도가 더 강한 어투입니다.

 

 

말의 뜻은 비슷할지라도 끝 부분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화자에 대한 인식이 마구 뒤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전에 쓴 '번역에 대한 고찰'(http://2ndboost.tistory.com/183)에서 아마추어 번역가는 문장의 뜻이 맞으면 번역을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번역으로 책을 고찰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다음을 보겠습니다.

 

 

<내청춘 7권 거짓고백 사건 직후>

 

"다른 사람의 마음도.. 좀 더 생각해 줘..."

 

-> 상황과 맞물려 부탁하는 느낌이 크게 납니다.

 

 

하지만 원문을 보면

 

「人の気持ち、もっと考えてよ……」


 "사람의 기분을 좀 더 생각하라구……." (내청춘 7권 정발본)

 

->명령형이며 하치만을 책망하는 느낌으로 180도 바뀝니다.

 

 

일상생활의 별로 중요치 않은 대화에서는 별로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이 고조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면 사소해 보이는 표현의 차이가 해석을 가를 수 있습니다.

 

 

 

3. 번역할 때는 알게 모르게 등장인물 선호도에 따라 어떤 인물은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번역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A라는 캐릭터의 말투를 "~냐?"로 계속 번역한다면 독자는 "얘 좀 싸가지 없어 보인다."이런 느낌을 주겠고

 

B캐릭터는 말 끝을 계속 부드러운 느낌으로 번역한다면 독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겠죠.

(하지만 반어적으로 "~니?"라는 말투를 쓰며 대선사를 인신공격하는 유키노 양...)

 

 

이런 이유 때문에 해적본이 아닌 정발본만을 고수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정발본 전부가 번역이 잘 된 것은 아니지만(ex. 오XX)

 

프로 번역가 대부분은 단순히 문장의 뜻만이 아닌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 인물의 심리, 인물간의 관계 등등을 고려해서

 

우리 나라 말에 맞게 맛깔나게 번역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S급 번역가는 복선까지 완벽히 살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해적본은 내용 확인 용도로만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