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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 Y

2015. 2. 16. 05:46 | Posted by 2ndboost

 

 

 

10권을 보고 쓴 단편입니다.

 

============================================================================

 

 

 

사람의 소문도 75. 불이 언젠가 전부 꺼지듯이, 소문의 연료도 언젠가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미우라에게 받은 메일에 대한 대응을 정했을 무렵의 노크에, 유키노시타가 대답한다.

 

 

들어오세요.

 

 

스륵하고 열고 들어온 사람의 행동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에는 충분한 행위다.

유키노시타와 사귄다고 전교생에게 오해받는 하야마 하야토가 거기에 있었다.

보통이라면 접근하지 말고 행동을 자제해야 할 때일 텐데...

 

 

하야마 선배~

 

 

당황하는 봉사부의 멤버가 아닌, 기뻐하는 표정으로 환영하는 사람은 외부인인 잇시키였다. 환대 이로하, 외부인 이로하... 뭔가 어감이 좋구만 이 녀석 이름.

 

 

...이로하, 이런 데서 뭐 해?

 

 

왼손에는 신문, 흔드는 오른손에는 포크. 그리고 입가에는 생크림...

당당하게 동아리를 땡땡이치는 모습에, 과연 하야마 하야토도 미간에 주름이 생기며 캐묻는 말투가 되어 있었다.

 

 

? , 학생회 쪽으로 볼 일이 있어서 들렀는데 환영받아서... 하야마 선배는 무슨 일 있어요?

 

 

그나저나 왜 네가 묻는 거냐... 아니, 물어야 할 사람은 불쾌한 듯이 얼굴을 돌리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잠시... 이로하, 학생회가 바쁜 건 아는데 동아리에도 얼굴을 내밀어 줘, 다른 매니저도 큰일이야.

 

, , 죄송해요... 그럼 오늘은 저, 동아리 갈 거니까 이걸로... 유키노시타 선배 잘 먹었습니다. 유이 선배도

 

,

 

변변치 않았단다.

 

 

도망치듯이 가는 이로하를 배웅하고, 하야마의 시선은 유이가하마를 향한다.

 

 

유이, 유미코가 기다리는 것 같던데, 뭔가 약속 있지 않았어?

 

? 어라, 약속 했었나...?

 

 

당황하는 행동을 보니, 아마 약속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 교제를 제대로 하는 이 녀석은 가끔 약속을 우선해서 동아리를 쉴 때가 있다. 이번에는 여왕님의 변덕인가, 혹은 또 정말로 잊었던 건가...

 

 

...유이가하마 양, 오늘은 이제 괜찮아. 가도 돼.

 

, . 미안해 유키농. 그럼, 힛키 내일 또 봐

 

아아

 

 

잇시키에 이어서 유이가하마도 부실에서 나간다.

혹시 이 녀석은, 유키노시타에게 볼 일이 있어서 왔을지도. 탄식하고 있는 유키노시타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나에게 눈짓을 보낸다. 그러면 방해자인 나는 먼저 가기로 하자.

 

 

유키노시타에게 전할 말을 부탁받았어. 히라츠카 선생님이 부르고 있었어. 직원실에 왔으면 하는 것 같아.

 

...선생님이 일부러 너를 통해 전달했어? 직원실에서라면 여기에 오는 편이 가까운데

 

 

예상 밖의 말에 유키노시타와 얼굴을 마주본다.

 

 

방금 전에 중간 통로에서 우연히 만났어. 사실이야, 선생님에게 여쭤 봐도 상관없어.

 

 

유키노시타가 찌릿하는 시선으로 보지만 개의치 않는다. 하야마를 적대시하는 비율이 이상하게 높구만. 평소부터 이 정도로 계속 째려보면 나였으면 운다, 틀림없다.

 

 

의심하는 것은 아니야. 그런 거라면... 히키가야 군, 부실에 있어줘.

 

 

유키노시타의 말에 마지못해하면서 끄덕인다.

 

 

너희들, 엿듣지 말고 빨리 가

 

 

유키노시타가 나가자, 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두 명을 쫓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 그 녀석들이라면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나 이외의 봉사부원을 쫓아내고, 겨우 하야마 하야토가 무거운 입을 연다.

 

 

교실에서의 대화, 듣고 있었지?

 

너와 유키노시타가 사귀는 것 말이지? 그거라면 아무튼

 

 

다른 거라면 나 이외를 내보낸 이유가 없다.

같은 그룹의 유이가하마는 물론, 크리스마스에 분명히 찬 잇시키, 당사자인 유키노시타.

이 화제의 관계자들이다.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무관계하니까 상담하기 쉬워서 그러려나. 외톨이만이 가능한 인덕이라는 건가, 다음에 코마치에게 자랑하자.

 

 

아아... 그 때 너도 같이 있었으니까, 네가 사귄다는 오해를 받아야 하는데...

 

 

뭐야 그 듣기 거북한 소린, 일부러 내 존재감을 비난하러 온 거냐. 그나저나 유이가하마까지 스루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신경 써 주는 건지 책망하는 건지 확실히 해

 

굳이 말하자면 양쪽 전부려나

 

 

이 자식 미소 지은 채로 독을 홱 내뱉는구만... 특히 내게.

그런 면은 유키노시타를 닮았다, 역시 소꿉친구군.

유키노시타 씨라면 내 천적인 거지? 조만간 포식될지도 모른다. 먹어도 맛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코마치는 맛있을 것 같다. 입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랑할 만한 여동생이다. ? 뭔가 의미가 다른 생각이 드는데... 아무튼 상관없어.

 

 

여름 합숙 때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나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거겠지, 알아.

 

아니... 이니셜 쪽이야.

 

 

들을 때까지 확 이해가 가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끈질기게 묻는 토베에게 이 녀석은... 좋아하는 사람의 이니셜은 Y라고 말했다. 그 때는 그렇게 신경 쓰진 않았는데...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H. 에비나 히나도 H. 잇시키 이로하는 I. 어떻게든 상관없지만 사가미 미나미는 M.

반대로 가보자... 미우라 유미코,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Y.

그렇다는 건...

 

 

그 말은 즉...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좋아한다는 의미. 왠지 모르게 알고는 있었지만, 정면으로 굳이 선언할 줄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다.

 

 

유키노시타가 아니야.

 

 

평소의 미소가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단언한다. 그렇다면 미우라인가?

아니 잠깐, 그렇게 되면 이 녀석이 미우라와 사귀지 않을 이유가 사라진다. 미우라와 사귀는 거라면 그룹 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오히려 환영받는다.

 

 

아니, 그건 이상해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이유는...

 

 

미남미녀에 소꿉친구에... 적어도 유키노시타는... 이 녀석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

객관적으로 봐서 그 녀석의 하야마에 대한 행동은 삐진 애의 행동과 가깝다. 둘 사이에 옛날에 있던 무언가라는 것은, 이번 같은 소문이 퍼졌을 때 하야마가 부정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당시 유키노시타가 어떤 애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야마에 대한 호의가 정면에서 부정되어 비뚤어진 거라면 앞뒤가 맞는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상의 범위 내이며 물증도 증언도 없다. 아무 증거도 없는 상상이다.

 

 

왠지 모르게... 그렇겠지?

모두가 전부 똑같이, 우리들을 의심해. 제멋대로 이상을 눌러대고 제멋대로 질투해.

 

 

약간 슬픈 미소로 푸념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한 사정이 있겠지. 주위의 이상에 계속 응해온 남자인 까닭에, 인정되지 않는 강요.

 

 

그런데 그것을 왜 내게 말하는 거지? 유키노시타에게 말한다면 이해하겠는데...

 

어떻게든 해 주지 않겠어? 너라면 간단하겠지?

 

 

떠오르는 유일한 수단은 소문을 제거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새로운 소문으로 다시 칠할 수밖에 없다. 이 학교에서 가장 인기인인 하야마에 대한 소문을 덧칠하는 레벨의 소문은 꽤 한정된다.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워

 

아니, 너라면 할 수 있으니까... 너밖에 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어.

 

 

하야마의 눈동자 안쪽을 살펴본다. 평소라면 미소 안에 숨겨진 감정은 읽어낼 수 없지만, 적어도 마음속으로 난처해하는 것은 전해진다.

 

 

다른 애들에게 말해도 돼?

 

아아, 방금 전 부분을 생략해준다면 상관없어.

 

 

하야마 하야토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흥미가 없다. 이 카드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 저주의 카드다. 이것은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얼마나 무거운 말일까...

 

 

알았다, 뭔가 수를 생각해 볼게.

 

고마워, 부탁해.

 

 

 

 

 

 

하야마가 떠난 지 몇 분이 지나자, 노크 뒤에 유키노시타가 돌아왔다. 발소리가 울려서 자아내는 분위기가 답답하다... 아버지... 요기(妖気-요사스러운 기운)입니다.

 

 

...무슨 일인가 있었어?

 

 

조심조심 얘기하자 찌릿하고 째려본다. 후에에~ 지릴 것 같아요오... 뭐야 그 녀석, *지로리안인 거야? 한 주에 7일 가서 그대로 뇌경색 같은 걸로 죽어주지 않으려나... 그러면 내 학생생활이 엄청 평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지로리안 : 라멘지로(라면 가게)의 매니아를 일컫는 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왜 내가 그 남자와 사귀는 건지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데? 무례한 것도 정도가 있어요.

 

 

~ 히라츠카 선생님이 예리하게 소문을 듣고 하야먀에게 추궁한 거군. 하야마에 대한 거니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듣고 유키노시타에게 확인하게 했다는 건가.

 

 

... 미남미녀에 소꿉친구라면 의심도 들겠지

 

미남미녀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소꿉친구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을 거야.

 

...아니, 유이가하마가 교실에서 폭로했다. 집안끼리 사이좋다고. 거기에 과장 첨부해서

 

 

아마 지금쯤이면 러브호텔에서 나왔다 같은 내용이 되었으려나. 소문이라는 것은 화려하게 장식(데코레이션)되니까. 여자는 핸드폰이나 데코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데코트럭은 아저씨만으로 충분하잖아.

 

 

그러니까 피임이 이러니 저러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줄까, 교사로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에요.

 

 

~히라츠카 선생님, 자기가 애인이 없다고 지도하는 데 열이 깃드는 건 알긴 합니다만, 상대를 잘못 골랐... 농담 수준이 아니니까요.

 

 

분해... 그래서, 어떤 상담이었니?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았는지 이빨을 빠득하는 소리가 난다. 유이가하마라도 있으면 달래주겠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하면 스트레스 발산의 배출구가 될 뿐이니까 그만두자.

벌집 건드리지 말고... 이 녀석 염소자리니까 분노의 영제 아드라메렉 같은 게 빙의되는 거 아냐?

부자니까 조디악 스톤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려나...

 

 

~ 그 소문을 어떻게든 해줬으면 하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온갖 방법은 시도해 왔는걸.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죽는 사람이 나와도 흐지부지 지워버릴 것 같군, 유키노시타가.

 

 

그건 당사자가 뭔가를 했을 경우에 한해서겠지?

 

......그렇다면 내일, 유이가하마 양도 같이 의논해보자. 그래서, 그에게는 물었니?

 

, 이런...

 

 

미우라에게 받은 의뢰를 깜박 잊었다. 하야마가 왔으니까 물어두는 게 좋았을 텐데.

 

 

새머리라도 세 걸음 걸으면 잊는데, 한 걸음도 움직이지도 않고 잊는 넌 히키카시라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변명할 말도 없다...

 

애초에 넌 평소부터

 

 

확실히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솔직히 사과해서 폭풍이 그치기를 기다리자...

 

 

 

 

 

 

...그렇군, 의뢰를 해결해준다면 알려줘도 괜찮아.

 

 

라고 하야마에게는 대답이 회피되어, 미우라의 습격으로 직접 조사할 약속을 하고 마는 사태가...

 

 

소문 없애는 거 어렵지 않나요?

 

 

여하튼 하야마의 의뢰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우라의 의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롤플레잉 같은 전개가 되어버렸다. 딱히 롤플레잉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전투가 형편없는데 스토리 전개를 알고 싶어하는 코마치를 위해 쭉쭉 레벨업했었지... 엄청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내 마음대로 먼저 진행하면 삐지고.

 

 

역시 뭐를 해도 쓸데없다구요... 연애 얘기, 여자들은 특히 좋아하니까요...

 

히키가야 군, 어제는 무언가 방법이 있는 식으로 말했었지

 

 

유키노시타의 쏘아붙이는듯한 시선에 무서워하면서도 유일무이한 수단을 공개한다. 아마 이 녀석들 반대하겠지만...

 

 

소문을 덮어씌우는 거다. 보다 화제성이 높은 소문을 퍼뜨리면 돼

 

 

잇시키는 이런 화제에 재치가 있다. 그렇다고 할까 이 녀석들 인기인이니까 경험도 많을 거잖아. 나도 다른 의미로 인기인이지만.

 

 

하야마에게 애인이라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애인인 척이라면 제가 입후보할게요!

 

 

손을 들고 일어서는 물고기가 한 마리, 빨리도 물어든다. 너무 잘 달라붙잖아, 그런 먹이에 유도되다니 곰이냐. 2짱 같은 거 안 봐?

 

 

그거라면 미우라에게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데도 좋겠냐?

 

 

진심으로 사귄다면 당사자의 자유지만, 사귀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건 들키면 너무 위험하다.

 

 

...아까 전에 한 말 없는 걸로 부탁합니다.

 

 

면전에서 X표 마크를 하자, 갑자기 슥 자리에 앉는다. 어디까지 진심인지 모르겠구만.

 

 

그런 건 유미코가 좋다고 생각해. 가장 무난하구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하야마 군이 납득하지 않겠지. 그가 미우라 양을 좋아한다면 이미 교제하지 않았겠니?

 

~ 그건...

 

 

친구 대표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에게 반론되자 말끝을 흐린다. 미우라의 마음을 아는 이 녀석 입장에서는 복잡한 기분이겠군...

 

 

그래서, 어떤 안인 거야?

 

~... 네가 누군가와 사귄다든지

 

힛키-!

 

선배!

 

 

엄청 놀라는 유키노시타와는 정반대로, 두 명이 머리뚜껑이 열린다.

이 녀석들 내 방식 싫어하는군...

 

 

, 힛키, , 유키농하구 사귄다니!

 

선배 기분 나빠 선배 기분 나빠 선배 기분 나빠 선배 기분 나빠...

 

아니 이상하잖아 그 반응, 그런 말한 게 아닌데 왜 기분 나쁜 거냐

 

「ㄴ, , 나와, 사귄, 다니, , 힛키-가야 군에게는, 아직 과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너도 왜 그렇게 갑자기 동요하는 거냐고

 

 

입술을 꽉 깨물고 숙인 채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보는 건 그만해 주지 않겠어?

왠지 이상한 분위기가 됐는데... 왜 얼굴이 새빨개지농?

 

 

, 안 돼! 그런 거 절대 안 돼!

 

, 꼭 해야겠다면, , 사귄다면 저랑 선배가 할 테니까!

 

아니, 그거 무슨 의미가 있겠냐...

 

 

뭐야 이 분위기, 진짜 이상하잖아.

 

 

... , 그 밖에 방법이 없다면 협력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 나도 봉사부장으로서의 책임이 있으니까, 저기...

 

 

왜 그렇게 힐끔힐끔 보농? 너 위험할 정도로 얼굴 빨갛지 않냐? 아토피?

 

 

안 돼! 절대 금지-!

 

 

너도 왜 그렇게 뜨거워지는 거냐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고...

 

 

상대가 나라는 말 같은 건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애초에 나와 유키노시타가 사귀는 척 해봤자 화제성 제로다.

 

, 뭐야 척이였어...?

 

척인 게 당연하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척이 아니라면 뭐겠냐.

 

 

...척이라도 몰랐다면, 선배가 찔릴 정도로 화제가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왜 찔리는 거냐, 무셔

 

 

유키노시타에게 반한 녀석들 너무 병들었잖아...

 

 

...내가 사귀는 척을 한다 해도, 너 이외에 없을 텐데...

 

 

왜 나 말고는 사귀지 않겠다는 선언 같이 되는 거냐, 나까지 얼굴 빨개지니까 그만해.

 

 

협력해줄 것 같은 남자... 토베 선배... 히익! 말해봤을 뿐이에요, 죄송해요 봐 주세요!

 

 

갑자기 뿜어져나온 유키노시타의 패기로 잇시키가 부들부들 떨며 사과하고 말았다. 토베 너무 싫어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토베는 어울리지 않잖아, 좀 더 착실한 녀석 선택하라고

 

, 역시 히키가야 군밖에 없지 않겠니?

 

 

패기를 거둔 바로 그 때 힐끔힐끔 보는 거 그만둬... 니가 핸콕이냐.

 

 

-... ~... 사이 짱!

 

 

토츠카... 토츠카... 뭐 타당하려나... 토츠카가 상대라면 이 녀석도 흘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토츠카 군으로 괜찮을까? 나는 역시, 히키가야 군이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뭐냐고 너 그, 이상하게 나만 고집하고...

 

 

 

 

 

 

 

토츠카가 흔쾌하게 허락해 줬으므로, 다음날 빨리 소문의 재료를 만들기로 했다.

 

 

유이~ 뭐 먹으러 가는 거지? 오는 김에 밀크티 사다줘

 

 

앞머리가 묭한 여왕님이, 도시락을 든 하녀가하마에게 얘기한다. 그 드릴 머리는 형상기억합금처럼 잡아당겨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실은 진짜 고무고무 능력자가 아닐까 속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 , 오늘은 여기서 먹을까 했는데... 먼저 사올까?

 

어라? 동아리 사람하고 안 먹는 거야?

 

 

유키노시타의 이름을 꺼내면 여왕님의 심기가 불편해지기 때문인지, 에비나 양이 말을 고른다.

 

 

, . 당분간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분위기를 읽는 가하마, 그렇게 비쳐보였을 것이다. 에비나 양이 썩지 않은 따뜻한 미소를 향한다.

 

 

싸움이라도 했어?

 

 

하지만 여유 있는 나라의 왕자님은 그런 걱정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유이가하마의 어깨를 툭 치며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지만, 어떻게 봐도 유키노시타를 신경 쓰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 , 그런 말이 아니구...

 

 

말이 막혀, 여기서 폭로해도 좋을지 눈으로 묻는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머리를 옆으로 흔든다. 좀 더 기다려, 금방 한다.

그쯤에서 겨우, 문 쪽에 있던 여자를 반 애들이 깨닫고 웅성거린다.

미우라가 순간적으로 옥염을 두르지 않았다면,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키노시타가 교실을 둘러보자, 술렁이는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는다.

확실히 일촉즉발...

거동을 조용히 지켜보던 중, 먼저 움직인 사람은 F반의 언터처블인 토츠카였다.

 

 

, 유키노시타

 

 

크게 손을 흔들어 자신의 자리를 어필한다. 이것은 내 지시다. 토츠카가 다가서게 하는 것보다 유키노시타가 오는 편이 판을 만들기 쉽다.

 

 

안녕... 오늘은 도시락을 만들어 왔는데

 

? 정말로!? 기쁜데~ 고마워, 유키노시타

 

 

편안한 미소를 띤 유키노시타의 모습에 반 애들이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절로 미소 짓게 되는 대화에 당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이카 군,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로 약속했었지?

 

, , 그랬.... 저기... 고마워, 유키노

 

이 정도, 애인이니까 당연한 거란다. , 부실에 가서 먹자

 

 

유키노시타의 발언에, 단번에 교실 안이 웅성거린다.

처음 움직인 사람은, 의외로 이 남자였다.

 

 

, 유키노시타...?

 

어머, 무슨 볼 일?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방해하지 말라는 오라를 가차 없이 내뿜는다. 연기라는 것을 알아도 무섭습니다.

 

 

, 아니~ 토츠카와? 사귀는 것 같은, 느낌이구나~ 하고

 

 

토베, 굿잡. 솔직히 하야마가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리드오프맨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래, 전부터 사귀고 있는데, 성가신 소문이 퍼져서... 앞으로는 당당히 행동하기로 한 거란다. 방해하지 말아주겠니?

 

, 라져

 

 

마지막 한 마디에, 토베가 대답하는 말이 떨린다.

그 분노의 화살을 토베에게만 향하는 건 좀 불쌍하지 않냐...

 

 

사이카 군, 가자

 

, !

 

 

유키노시타가 내민 손을 잡고 사이좋게 교실에서 나가자, 아주 조용했던 교실이 단번에 폭발한다.

토츠카에게 여친이 생긴 것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 쓰러져 우는 사람... 일부에서 아비규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토츠카의 사정은 대강은 알았지만, 인기를 좀 오인했나...

 

 

유이, 그래서 안 갈 거야?

 

, 아하하... , 방해하면 나쁠까~해서. , 하야토 군 소문이 있어서 사이 짱도 신경쓰여서, 이제부터 당당히 사귀기로 한 것 같아, 그래서...

 

 

울음소리라든가 이상한 소리라든가 웅성거림 속에서, 에비나 양과 유이가하마의 목소리를 겨우 듣는다. 문제는 여왕이다, 어떻게 움직일까?

 

 

헤에~ 유키노시타와 토츠카라... 어울리지 않아?

 

, 그치~? 둘이 사귄다면 확실히 눈에 띄니까, 별로 학교에서는 만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 거 전혀 상관없는데

 

 

과연 유이가하마다. 거기까지 세밀하게 협의하지 않았는데도 관계없이, 잘 커버해준다.

 

 

, 하야토 군은 알고 있었어?

 

아아, 상대까지는 모르지만,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건 들었어.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 덮고 있었지만 말이야.

 

 

다 알았는지 눈치 있게 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야마의 목소리는 교실 내에서 잘 울려 퍼진다. 이걸로 소문의 원인을 끊는 것은 성공이다. 아까 전 걱정하던 것도 호전될 것이다.

 

 

뭐야~ 그거 말해줬으면 저런 거 묻지 않았을 텐데~

 

비밀을 줄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특히 수다스런 애들에게는

 

진짜야~?

 

 

실망한 오오오카를 야마토가 찌르고, 토베도 얽혀서 장난이 시작된다. 이쪽은 그전대로. 다음 여왕님 쪽은...

 

 

~♪」

 

 

약간 기쁜 듯이 묭묭거리고 있다. 그나저나 뭘 어필하는 거냐, 그 묭묭.

 

 

 

 

 

 

사귄다고 말하는 어필도 이상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 데이트 같은 것은 그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다음날은 형편 좋게 운동장 관계로 테니스부와 축구부가 쉰다. 그렇게 되면 하야마나 미우라 일행이 놀러가는 중에 우연히 목격하는 것은 이상적인 흐름이다.

여왕님과 하녀들에 하야마 토베의 5명은 볼링인 것 같다.

딱히 나는 안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먼저 말 꺼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 빨리 가자구요!

 

 

너 왜 그렇게 룰루랄라냐...

잇시키에게 억지로 손을 잡혀서, 영 볼링장까지 왔지만...

24시간 영업으로 게임센터는 물론 당구나 다트도 설치된 놀이 시설. 당연히 틀어박혀 있는 DQN들이 있어서 근처 중학생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고등학생도 여자만 오는 일은 전혀 없는 매우 유감스러운 치안을 자랑하는 마굴이다.

토베의 금발이 귀엽게 보이는 흰 티+문신에 스킨헤드라니 너무 사납잖아...

코마치적으로 고등학생이 되면 가보고 싶은 시설인 것 같지만, 그 때는 아버지도 같이 가게 하자. 도게자 프로고.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도 당당히 행동하는 것을 보면 역시 하야마라고 해야하나.

볼링 대기 시간에 게임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스템은 꽤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자율이 낮은 스티커 사진 코너는 대기 시간이 짧은 명당 스팟으로 인기인 것 같고, 여자들은 빨리 스티커 사진 코너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남자들은 할 일이 없는 상태가 되겠지만, 호모들 둘은 사이좋게 에어하키 뭐시기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왜 같이 와서 따로 행동하는 거냐, 이 자식들.

 

 

선배선배, 우리들도 찍어요~

 

아니, 왜 그렇게 당당히 놀자는 건데

 

 

질질 내 팔을 잡아당기는 모양새가 코마치와 쏙 빼닮아서, 순간 당황한다. 아니, 약삭빠른 후배가 왜 코마치로 보이는 거냐고.

 

 

~? 멍하니 있으면 눈에 띈다구요! , 빨리

 

 

스텔스모드로 이행하려 해도 네가 눈에 너무 뜨이는 거야. 외모만이라면 길에서 보면 두 번 보게 되는 레벨의 미소녀인 잇시키가 팔에 안겨 붙으면,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는 DQN의 눈에 뜨여도 이상하지 않다. 내 대항수단은 점핑 도게자나 슬라이딩 도게자, 스매쉬 도게자도 있지만 스매쉬브로스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눈에 띄지 않게 커플인 척할 수밖에 없나... 이 녀석은 코마치처럼 대하면 되니까 편하지만.

 

 

선배 자리 비었어요! 지금이 찬스예요!

 

알았다, 알았으니까 잡아당기지 말래도

 

 

스티커 사진은 중학생 때 코마치에게 끌려 간 이래로 처음이군...

그 때는 반 여자애에게 들켜서 다음날부터 로리가야라고 소곤소곤 불리게 되었다. 확실히 코마치와 닮진 않았지만...

 

 

왠지 선배 눈이 썩었는데요? , 전부터 그랬죠, 미안해요

 

쓸데없이 엄청 미안한 듯이 사과하지 마, 더 부글부글해진다고

 

괜찮아요, 요즘 스티커 사진기는 눈 크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런~ 얼굴이라도 소녀 만화 캐릭터가 될 수 있다구요.

 

 

두 눈의 끝을 잡아당겨 가늘게 만든다. 조정용이냐.

착착 터치 패널을 두드려서 화면이나 뭔가를 선택해간다. 때때로 투덜투덜 거리지만, 점내에 흐르는 음악 소리가 컸다.

 

 

그럼 갈게요~ 에잇!

 

 

나란히 찍는 느낌을 받아서, 우선 억지웃음을 짓는다. 억지웃음에는 참 서투르구만.... 하지만 셔터가 눌리는 순간을 가늠해서 볼에 따뜻한 감촉... 놀라서 뻣뻣해지자 살짝 빨리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 무슨 짓이야 너!?

 

~? 스티커 사진은 이런 건데요? 선배 몰랐어요?

 

 

갑자기 볼에 쪽이라니 어떤 리얼충 커플이냐!

 

휙 얼굴을 돌리고 얼버무리는 잇시키의 얼굴 한 쪽은 살짝 빨갛게 물들어 있고, 귀에 철철 피가 흘러서 나도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나왔어요, 선배

 

 

화면을 보자 미소 지으며 피스 싸인+내 볼에 키스하는 잇시키와 쓸데없이 크게 뜬 눈이 강조된 모습.

 

 

사진에 써봅시다~

 

 

하필이면 하트 프레임 아래에 러브러브 첫데이트가 쓰여져, 만족스럽게 끄덕이자 멈출 새도 없이 인쇄 버튼이 눌린다.

 

 

잠깐, 데이트라니 뭐야, 데이트 아니잖아. 감시잖아!

 

~ 비슷한 거라니까요

 

 

삭 하고 나온 8장의 스티커 사진 시트를 반으로 접어서 점선으로 나눠간다. 요즘은 가위 필요없구나...라고 현실도피하고 있자 반을 내민다.

 

 

아니, 필요없...

 

하아~ 선배 남친력 너무 낮아요, 라기보다 헤타레네요.

 

 

내 반응이 꽤나 불만인 것 같다, 과장해서 한숨을 쉬자, 입술을 약간 삐죽거리고는 발끝으로 내 정강이를 살짝 찬다. 아프잖아...

 

 

남친력이라니 뭐냐고... 그나저나 남친력 높은 놈은 어떻게 하는데?

 

 

딱히 알고 싶지는 않지만, 말하니 손을 내민다. 폰이라고 한 마디 중얼거렸으므로, 얌전히 건네주기로 했다.

뭔가 콕콕 눌러서 스티커 사진 구석에 있는 QR코드를 읽어들이고 있었다. ~ 요즘은 폰에도 넣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폰 뒷면에 씰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데에 붙이지 마

 

이런 게 기본 매너라구요, . 이게 남친력 높은 남자의 행동이에요.

 

 

폰을 보란 듯이 흔들어대서 진짠가 보니, 대기화면이 스티커 사진이 되어 있었다.

하는 김에 초기 화면의 아이콘이 전부 지워지고 크고 작은 하트 마크가 나란히 있다.

 

 

, 뭐야, 이 아이콘은...

 

 

경련날 것 같은 볼을 누르며, 떨리는 소리로 물어본다. 눈앞이 까매진다...

 

 

큰 쪽이 전화에~ 작은 쪽이 메일이에요.

 

 

시험 삼아 큰 쪽을 누르자, 자동으로 잇시키에게 전화한다. 콜 화면은 어느새 들어갔는지, 잇시키의 폰카가 표시된다. 왜 키스하는 얼굴인 건데, 두통이...

 

 

.........

 

 

무심코 머리를 안고 웅크리고 앉아 버렸다. 뭐야 이 바보커플 사양은...

 

 

, 그렇게 감격했나요? 아무리 제 사진이 귀엽다고 폰에 쪽 같은 건 하지 말아주세요, 역시 그건 징그러워서

 

아니....... 이제 됐어, 아무 말도 하지 마

 

 

더 말하면 머리가 오염돼서 이상해질 것 같다.

 

 

떼내거나, 지우거나 바꾸면...... 선배, 찌를 거니까요.

 

무셔어, 왜 그렇게 되는데...

 

 

뭐야 이 얀데레녀, 너무 무섭잖아.

 

 

너 하야마 좋아하잖아, 의미를 모르겠다고

 

~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거랍니다.

 

 

싱글벙글하는 미소가 묘하게 무서운 잇시키에게 휘둘려서, 결국 유키노시타와 토츠카가 어떻게 되었는지, 하야마 일행이 그것을 보고 어떻게 반응했는가 볼 기력도 의식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교내 신문에는 학생회장의 열애 보도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찍혔는지, 내 팔을 안고 만면의 미소를 띠는 학생회장.

얼굴이 도중에 끊긴 사진과 내 지명도가 없어서 그런지, 상대가 누구인가로 교내 화제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그것도 점심시간까지. F반에 도시락 지참으로 습격해온 잇시키의 흉악한 소행으로 나라는 것이 들통났다. 거기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도...

 

 

..............잘도 속였군요, 나를 방패로 쓰다니

 

 

솔직히 오고 싶지 않았지만, 유이가하마에게 연행된 나는 부실 가운데에서 왠지 정좌를 강요받고 있었다. 뭐야 이 탄핵 재판... 유키노시타의 눈빛은 날카롭고, 위에서 내리누르듯이 보면 뱀에 노려지는 개구리처럼 몸이 뻣뻣해진다.

 

 

힛키 기분 나빠! 힛키 최악!

 

 

왜냐... 나 피해자 아니냐...

 

 

, 선배 있다! 오늘 커플 데이랍니다, 영화 보러 가요~

 

 

분위기를 무시하고 당돌하게 들어온 잇시키가 내 팔을 둘러서 안긴다. 뭐냐고, 진짜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커플이 아니니까 안 간다고 할까

 

헤에...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차가워지고 있었다. 등줄기가 얼 것 같은 목소리에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천천히 뒤돌아보자, 잇시키의 눈은 가라앉아, 주머니에 손을 넣어 빛을 반사하는 뭔가를 꺼내려고......

 

 

간다, 간다고!

 

그럴 거죠~?

 

 

활짝 웃는 잇시키가 안겨온다.

뒤에서는 얼어붙을 것 같은 살기와, 악다구니가 섞인 크게 외치는 소리가...

뭐야 이 앞문에 호랑이 뒷문에 이리... 나 언젠가 진짜로 찔릴지도 몰라. 왜냐고... 왜 그런 건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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