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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생각나서 썼습니다.

novel/2425600을 기반으로, novel/2455483 소재를 이해하기 전에 청춘이 내뿜는 에너지나 뭔가에 침식돼서. 일단 R18로 해 둡니다.

괜찮으시다면 아무쪼록.

자화자찬입니다만, 오리지널 novel/3217726, novel/2931361도 꼭 부탁드립니다. 비교적 절실하게

 

===================================================================================== 

 

 

 

 

 

네가 날 좋아하게 될 일 같은 건 없잖아.

 

 

가치관의 강요라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는 나는 잘 알고 있었을 터였다.

누가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폐가 되지 않는 한 자유라는 건 이 나라에도 다른 나라에도 반드시 보장된다.

감정만큼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재산일 터다.

그것을 부정해버린 것은, 그건 거짓말이라고, 농담이라고 거절해버린 것은, 그 말이 너무나도 현실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덮쳐도 좋지만, 적어도 한 번 꼭 껴안고 나서 해줬으면 좋겠어.

 

 

내게 깔린 채 그 눈초리에 투명한 물방울을 띄우면서, 그런데도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는, 이유를 묻는 이쪽에게 미소를 돌려주었다.

 

 

적어도, 거기에 사랑이 있다고 마음대로 믿고 싶으니까

 

 

사랑이 있으면 좋은 거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끄덕였다.

 

 

연모하는 상대에게 안긴다면, 비록 습격당했다 해도 상관없어.

 

 

장난치지 말라고, 단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런 건 말도 안 된다고 잘라냈다.

 

 

네가, 날 좋아하게 될 일 같은 건 없겠지.

 

 

그건 누구를 향해 던진 말이었는지.

이제 와서는 모른다.

다만,

 

 

.................그래

 

 

그 말은,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그러네,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될 리는 없구나.

 

 

그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처음 보이는 절대 영도의 시선을 내게 던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죄 받을까, 히키가야 군

 

 

행위 뒤에, 유키노시타는 바닥에 엎드려 조아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네............ 노예라도, 삼아 줄까?

 

 

그렇게 해서, 그녀의 노예로서의 날들이 막을 열었다.

아직, 장마철에 접어들지 않은 6월 즈음의 일이었다.

 

 

 

유키노시타를 좋아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신뢰하고 친구처럼 대해 준 유키노시타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쌓여버린 마음을 잘 토해내지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그녀를 범했다.

고백 같은 건,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받아들여질 리는 없고, 하나 더 말하자면 고백한 시점에서 나와 그녀의 관계는 망가질 거라 짐작했기 때문에.

하지만 참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눈 녹은 뒤에 피는 꽃처럼 가련한 미소는, 내 마음을 붙들어 매어 놓지 않았다.

담백한 이야기도, 조금 단순한 면도, 때때로 보여주는 상냥한 미소도, 전부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그런 그녀의 매력을, 전부 빼앗아버렸다.

마지막 최후로, 유키노시타를 믿지 못한 탓에.

결국, 난 사람을 믿는다는 것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히키가야 군

 

 

방과후, 교실까지 유키노시타가 온다.

문득 보면, 주위가 뭔가 소곤소근 속닥거리기 시작한다.

소문으로는, 나와 유키노시타가 사귀는 게 된 것 같다.

유감스럽지만 그렇게는 되지 못했다.

한심한 내 탓으로.

 

 

동아리, 가도록 하자

 

 

미소에 예전의 따스함은 없다.

꾸몄을 뿐인 외면, 용모가 아름다울 뿐인 가면에 불과하다.

 

 

부실에서 기다려도 되잖아? 일부러 오기도 귀찮겠지?

 

괜찮아요, 이 정도는. 전처럼 도망가면 성가신 걸.

 

아아, 그래.............

 

 

전에 말했던 소문이 있어서, 급우도 솔직히 내 하교라는 이름의 도주를 유키노시타에게 말해버린다.

유키노시타가 맞이하러 오기 전에 도망치려고 서두르면 더더욱 눈에 띄어 버리겠지.

 

 

, 빨리 가도록 하렴.

 

 

꽈악, 팔이 끌려가, 끌려가듯이 교실에서 나온다.

 

 

쓸데없는 말을 했던 건 이 입?

 

 

그렇게 말하면서, 유키노시타는 홍차가 들어간 컵을 내 입가에 대며, 기울였다.

 

 

..................

 

 

끓인 홍차가 입술에 닿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솟아오른다.

 

 

후후, 아파? 아픈 거야? 히키가야 군?

 

 

얼굴을 찡그린 나를 보고, 그녀는 입가에 뒤틀린 미소를 드러낸다.

 

 

학교에서는, 부실 이외의 장소에서 말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잘 잊어버리네.

 

..................

 

어머, 침묵? 지금은 말해도 좋아요. , 평소의 빈정거림을 보여줘?

 

 

미소 짓는 그녀에게,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외롭네요. 외로워서, 무심코 컵을 기울여버릴 것 같아.

 

...........!

 

 

입술이 타는 것 같다.

유키노시타는 빨개진 입술에 손대면서,

 

 

이렇게나 붓다니, 불쌍하네, 히키가야 군. 지금 식혀 주겠어.

 

 

컵에 수돗물을 담아 와, 그걸로 적신 손가락을 입술에 댄다.

 

 

, 이걸로 식겠지?

 

 

호리호리한 그녀의 손가락 끝이, 천천히 내 입술 위를 덧써간다.

이쪽의 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은은한 열로 가득 차있었다.

어딘가 비틀린, 미열과 같은 뜨거움.

 

 

주인에게 이런 수고를 들이게 하다니, 대단한 잡견이네.

 

..............................미안해요............

 

 

눈을 내린 내게,

 

 

....................!

 

 

그녀는 일어서서, 마음껏 뺨을 때렸다.

뜨겁다.

뺨이 뜨겁다.

몸에서 거기만이, 열이 있는 것 같다.

차가워졌다.

그 날부터, 나는 굉장히 차가워졌다.

마음속부터 전신에 멀리 퍼질 정도로, 지독한 추위에 떠는 것이다.

 

 

.....! .....! 아앗!

 

 

분노에 찬, 그녀는 내 몸을 찼다.

첫 번째 타격에 나는 의자에서 넘어져, 두 번째는 배에, 세 번째는 얼굴을 맞았다.

나는 쓰러진 채로 당한 채.

아무 의욕도 솟아나지 않는다.

지독하게 추운 몸은, 고통마저 못 느끼기 시작했다.

 

 

................!

 

 

어깨로 숨을 쉬면서, 유키노시타는 내 머리카락을 꽉 잡고, 힘껏 끌어올린다.

결국 여자 힘이다, 겨우 상반신을 약간 일으키는 정도밖에 못 한다.

 

 

..............!

 

 

머리카락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뺨을 쳤다.

바로 정면으로 얼굴을 되돌린다.

유키노시타의 얼굴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본 적 없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듯한 분노가 그녀를 채우고 있다.

 

 

....................!

 

 

맞은 시점에서 꽈당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상처 날 리 같은 건 없다.

정전기 같은, 희미한 자극이 밀려올 뿐.

괴롭다.

다만 괴롭고, 미안하다.

그녀에게 빼앗아버렸다.

그 눈 녹은 때의 꽃처럼 가련한 미소를.

그녀의 마음을 다시 언 땅으로 바꿔버렸다.

상처 입혔다.

가해자는 나다.

그녀는 피해자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무슨 행동을 당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말할 권리가 없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내게 초조함을 숨기지 못한 채, 마지막에 마음껏 뺨을 때리고, 그녀는 손을 떼어 놓았다.

쿵하고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찡하고 스며드는 뺨의 아픔이, 몸에 열을 준다.

그런데도, 예전의 체온은 되찾을 수 없다.

 

 

.......................

 

 

쓰러진 나를 보고, 유키노시타의 눈의 색이 바뀐다.

 

 

, 미안해요...........

 

 

떨면서, 그녀는 사죄하는 말을 입에 담는다.

 

 

무심결에, 화가 났어. 악의는 없었어, 그러니까 용서해줘, 용서해 주세요.

 

 

날 끌어당겨 안으며, 매달리듯이 가슴에 얼굴을 꽉 누른다.

 

 

용서해줘, 용서해줘..........이제 안 해, 이제 안 할 테니까........

 

 

망가진 라디오 카세트처럼, 그녀는 사죄를 반복한다.

 

 

이제 안 할 테니까, 싫어하지 말아줘........ 착하게 있을 테니까.........

 

 

당황한 상태로, 유키노시타는 자신의 몸을 꽉 대기 시작한다.

 

 

내 몸,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어떤 거라도 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라며 버려진 강아지처럼 허약하게 우는 얼굴로, 유키노시타는 말한다.

 

 

나를, 거절하지 말아줘...................

 

 

목에 달려들어 안겼다 생각했더니,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망가진 상태다.

아니, 망가져버렸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사람은 망가졌다.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상대에게 거절 받아, 맥없이 망가졌다.

내가, 부숴버렸다.

 

 

코마치야? 미안, 오늘도 동아리 친구 집에 묵을 테니까

 

? 굉장하네 오빠, 고등학교 데뷔 성공?

 

아무튼 그런 거야. 했어도 고 2때부터지만 말야.

 

 

쓴웃음지은 내게, 통화중인 저편에서 코마치는 의아한 듯이 말했다.

 

 

...........괜찮아?

 

뭐가?

 

아니, 오빠 요새 계속 상처나니까........

 

..........근처 고양이라든가 개와 놀았더니 이래. 볼에 든 멍이라든가는 캐치 볼 하다가 미스났을 뿐이야.

 

.............그러면, 괜찮은데

 

이제 됐지? 그럼 끊는다.

 

............... 잘 자.

 

 

통화를 끝낸 직후,

 

 

.......................!

 

 

귀에 고통이 밀려왔다.

보면, 오른쪽에서 커터 나이프가 빛나고 있다.

 

 

고양이와 개라... 주인에게 심한 표현이잖아.

 

 

쿡쿡 웃으면서 유키노시타는 커터 나이프로 귓불 위를 덧쓰고,

 

 

말투가 거친 하인에게는, 벌이 필요하네.

 

 

배인 피를, 혀로 빨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음에는 마음껏 상처를 깨물었다.

 

 

..............!

 

 

파내듯이, 상처를 후비듯이, 그녀는 요령 좋게 깨물었다.

밀려오는 아픔에 신음할 때마다, 유키노시타는 즐거운 듯이 웃음소리를 낸다.

 

 

좋은 소리네, 히키가야 군. 귀 씹는 느낌이 좋아.

 

 

, 하고 마지막에 한 번 깨물고, 유키노시타는 내 등에서 떨어졌다.

 

 

밥이야. 식기 전에 먹으렴.

 

 

주방에 갔지만, 테이블 위에 식기류는 한 세트 밖에 없다.

 

 

어딜 보고 있어? 밑이야.

 

 

바닥을 보자, 물과 밥이 담긴 접시가 각각 놓여 있었다.

 

 

하인이니까, 이걸로 충분하지?

 

......................그래

 

 

교실 밖에서, 이렇게 된 그녀에게 대답한 건 꽤 오래간만이었다.

 

 

..................! 히키가야 군

 

 

낭패한 그녀가 뭔가 말하기 전에, 단언한다.

 

 

그 말 대로다.

 

 

끄덕이며, 나는 그릇 앞에 무릎 꿇으려한다.

 

 

........!

 

 

차였다.

얼굴, 옆을 맞아서.

또 넘어졌다.

엉뚱한 화풀이인 마냥 그릇을 차버렸다.

물이, 바닥을 적셨다.

 

 

..........!

 

 

몇 번인가 차였다.

얼굴도, 몸도.

배를 밟히기도 했다.

 

 

하앗, 하앗, 하앗, 하앗.............

 

 

유키노시타는 여전히 어깨로 숨을 쉬는 중이다.

체력은 조금도 늘어나지 않는다.

 

 

~~~~~~~아아!

 

 

혼신의 발차기다.

명치에 깊이 박혀, 참지 못하고 토했다.

위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던 이유로, 투명한 위액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몇 번이나 기침했다.

 

 

......................

 

 

그것이 발단이 되었을 것이다.

유키노시타는 표정을 바꿨다.

 

 

「ㄸ, ..............

 

 

재미있을 정도로 안색이 파래진, 그녀가 나를 꼭 껴안는다.

 

 

미안해요 히키가야 군, 미안해요..............!

 

 

일어나려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다.

 

 

, 가면 안 돼............! 싫어............!

 

 

필사적으로 내 몸에 매달려, 어떻게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응읏...........응응읏.............!

 

 

억지로 입술을 억누르고 몸을 가까이 댄다.

여자로서의 무기마저 써서, 그녀를 나를 옆에 두려고 한다.

 

 

가지 말아줘, 가지 말아줘 히키가야 군.............! 부탁이니까...........!

 

 

어린 아이 같은 그녀를, 하지만 난, 껴안을 수도 없다.

그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열이 이 몸에는 남지 않았다.

한 번 거절해 버린 내게, 그럴 권리는 없다.

그러니까,

 

 

.............!

 

 

자그마하게 부푼 곳에 닿자, 유키노시타는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히키가야 군............

 

 

내게는 이제, 욕정한 체 하지 않으면 그녀를 만질 수 없다.

제정신으로는 아니고, 제정신으로 네게 손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유키노시타에게 전하기 위해.

하지만,

 

 

기뻐............... 이런 나라도, 필요로 해 주다니..............

 

 

이런 접촉으로도, 유키노시타는 기쁨을 얻는다.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이걸로는 안 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접촉하는 것마저 그만두면, 유키노시타는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그러니까, 그만둘 수는 없다.

 

 

유키노시타...................

 

 

욕정한 채로 끌어안은 팔 안에서, 유키노시타는 망가진 미소를 보인다.

그건 몹시 처참해서, 그러면서도 무서울 정도의 색기가 배여 있었다.

 

 

히키가야 군, ~말 좋아해................

 

 

사랑하는 사람의 녹아들 것 같은 미소에, 가슴 속 욕망이 솟구친다.

그렇게 해서, 평소와 다름없는 밤을, 나는 그녀와 보냈다.

그녀가 잠에 떨어질 때까지, 계속 껴안았다.

망가져버린 그녀의 마음이, 부서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