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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님의 작품을 읽고 무심코 써 버렸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진부합니다. 진지함 전무입니다.
7권 네타이므로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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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원만히 수습할 방법은 있어.」

 

「어떤 방법?」

 

 

유이가하마가 목을 갸웃거리며 묻는다. 하지만, 솔직히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망설임을 눈치 챘는지, 유키노시타는 짧게 숨을 내쉬고 나를 바라본다.

 

 

「히키가야 군,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당신, 뭔가 숨기고 있지 않아?」

 

 

고요히 맑은 눈으로 응시되어, 동요를 숨기지 못했던 나는 한 순간 몸이 굳어졌다.

그 한 순간을 놓칠 리도 없고 유키노시타가 계속한다.

 

 

「....역시, 있군요.」

 

 

같은 간격으로 놓인 등롱을 하나, 또 하나를 지나서, 에비나 양이 토베와 가까워져 간다.

더 이상 헤맬 시간은 없다.

앞으로 50m...

 

단념해서 나는 말한다.

 

 

「자세하게 얘기할 시간은 없지만, 에비나 양은 누구와도 사귈 생각은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지금의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은 녀석들이 있어.」

 

「그래, 그런 거네. 좀 더 빨리 말했으면 좋았어요.」

 

「히나가..., 그랬었어....」

 

「그러니까, 내가 에비나 양에게 고백하고 차이면 돼. 에비나 양이 누구와도 사귈 생각이 없다는 게 토베에게 전해지면 성공이다.」

 

 

두 명은 한 순간 숨을 멈췄다.

 

 

「엣, 그, 그래두 그건」

 

「과연, 토베 군은 직접 차이지 않고 끝나고, 그룹 내의 관계도 망가지지 않는다는 거네, ...하지만」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유키노시타는 계속 말했다.

 

 

「잘 설명은 할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그 방식, 좋아할 수 없어요.」

 

 

 

자꾸자꾸 토베와 가까워지는 에비나 양을 보며, 우리들도 긴장감이 높아진다.

앞으로 20m....

 

 

「사람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속이다니..., 그런 건... 싫어. ...거기에, 그건, 또 힛키가 싫은 걸 전부 뒤집어쓴다는 거 아냐? (빨리 말하고 있음)」

 

「또 당신의 나쁜 소문이 흐를 가능성이 있겠지요. 문화제 때만큼 심한 소문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봉사부장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어요. (빨리 말하고 있음)」

 

 

떨리는 유이가하마의 어깨를 부축하면서 유키노시타도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가볍게 말해 보였다.

 

 

「이번에는 별로 자기희생할 정도는 아니잖아. 결국 연극이고, 차이는 건 익숙하기도 하고 (빠른 말)」

 

「그래두, ...만약 히나가 힛키 고백에 오케이 하면 어떻게 해!? (빠른 말)」

 

 

유이가하마는 동요한 탓인지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한 순간 멍해졌다.

 

 

앞으로 10m...

 

 

「...어, ...아니, 그, 그건 그럴 리 없잖아? 에비나 양은 누구와도 사귈 생각은 없고, 애초에 내 고백을 받아들여 주는 여자 같은 건 없다고 (초 빠른 말)」

 

「그런 건 모르잖아! (초 빠른 말)」

 

 

유이가하마는 새빨개져서 강하게 계속 말한다. 너 그렇게 화내지 마요.

왠지는 모르지만 유키노시타도 응응 끄덕이고 있고.

 

 

앞으로 5m...

 

 

「너희들이 싫어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어. 그래도, 나한테는 그 밖의 방법은 몰라. 이제 시간도 없고, 내가 할 수 밖에 없잖아? (고속언어)」

 

「아니요, 방법이라면 있어요. 히키가야 군이 희생되지 않고, 실패해도 만담으로 끝날 방법이(고속언어)」

 

 

늠름한 목소리로 유키노시타는 단언했다.

 

 

「내가 에비나 양에게 고백하고 차이면 괜찮아요! (고속언어)」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수학여행이 끝나 며칠 지난 봉사부실에서, 내 왼팔에 찰싹 붙어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다시 떠올린다.

 

 

 

「오래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나와 사귀어 주세요.」

 

 

 

 

고속 대쉬로 뛰쳐나온 내 갑작스러운 고백에 에비나 양은 몹시 놀라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고백에 에비나 양이 토베 군 앞에서 「지금은 누구와도 사귈 생각이 없다.」라고 대답해 준다면 그걸로 좋다, 만일 소문이 난다고 해도 여자끼리 하는 농담으로 끝날 거라고. (나 답지는 않다 하더라도)

 

 

하지만...,

 

 

 

설마 받아들인다고는....

 

 

그, 에비나 양이 “남자끼리의 관계”를 좋아한다는 건, 나도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지만, 여자끼리까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때 그녀는 새로운 문을 열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때, 헤매는듯한 모습 뒤에, 갑자기 계시를 받은듯한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거기에, 토베 군까지 스윗치를 누른 것처럼 「그건 그거대로!」라든가 말하다니. 왜 그 사람까지 눈을 빛내고 엄지를 세우고 있었어?

상황을 잘 몰랐던 것일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지만.

일단은 원만히 수습된 듯한 것만이 위안이었다.

 

내 왼팔에 달라붙는 에비나 양에게 대항심을 느꼈는지, 오른 팔에는 유이가하마 양까지 달라붙어 온다. 볼을 부풀리지 마. 아이 같은 짓은 멈추세요, 당신도.

벌써 11월인데, 이 숨막힐 듯한 더위는 대체 뭘까.

이래서야 책도 읽을 수 없잖아.

 

히키가야 군은 썩은 눈으로 「유루유리라면 어쨌든...」 라든가 투덜투덜 중얼거려서 기분 나쁘다. 당신은 가끔 생각하는 내용이 소리로 나오니까 조심하세요.

 

에비나 양은 「졸업하면 메사추세츠 주에 갈 거예요」라든가 말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도대체 어디서 선택을 잘못해버렸는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