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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느 날 수복 이야기. UMP45



  인형들이 수복하는 모습은, 역시 몇 번이나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게임이라면 옷이 너덜너덜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만, 이 세계에서는 가차 없이 상처를 입는다. 아니, 상처뿐이라면 나은 편이다. 절단되거나 날아가는 경우도 있고, 생체 부품이 많은 부위라면 더 비참한 꼴이 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처음에는 그 참상에 구토한 적도 있다. ......씁쓸한 기억이다.



「지휘관, 왜 그래?」



  내 표정을 보고 있던 UMP45가, 걱정스레 말을 건다.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자 그녀는 생긋 미소 지었다.


  ......그렇다고 할까, 나보다 자신을 더 걱정했으면 한다. 지금의 그녀는 수복중이니까.



「후훗, 익숙해졌으니 아무렇지도 않다구.」



  아무렇지도 않다라......

  시선을 피해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UMP45의 몸을 본다.


  생체 부분이 손상되었을 거다. 팔에서는 피가 방울져 떨어지고, 다리에는 구멍까지 생겨있다. 애처롭기 짝이 없다.

  인형은 임의로 통각을 차단할 수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는데, 제대로 차단한 거지......?


  UMP45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 그녀는 옷감으로 얼른 몸을 숨겼다.



「지휘관~......엣찌」



  그런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줘! 부탁합니다!


  농담이야, 라며 쿡쿡 웃는 UMP45.

  질 나쁜 농담은 가슴이 철렁이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렇다 쳐도, 많이 변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사무적인 대화밖에 안했는데, 지금은 서로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충실한 소통이 결실을 맺었을 것이다.



「......예전 관계가 좋았어?」



  그렇지 않아.

  미소가 있는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즐거워지고.



「그래, 나도 즐거워.」


「......이런 내가, 즐거워도 되는 건지는 지금도 가끔 생각하지만. ......어째서 지휘관이 그런 표정이야? 내 문제인데.....후훗」



  그녀의, 404소대의 자세한 사정은 묻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들을 맞아들이게 되었을 때, 설명하려는 그녀들을 나는 멈췄던 것이다.

  이미 게임에서 사정을 알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들도 좋아서 말하고 싶은 건 아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실제로 그렇게 말했을 때의, 그녀들의 놀란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정말 드문 표정이었다. 그 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자, 수복완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가, 이윽고 수복을 마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혼자서도 수복할 방법을 익혀 그 솜씨가 무뎌지지 않게 자주 이렇게 확인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번 수복은 잘 할 수 있던 것 같아, 손발을 움직이며 끄덕이고 있다.


  일어서려고 한 그녀에게 손을 뻗는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그녀도 내 손을 잡는다.




「고마워, 지휘관. 그리고......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공방을 뒤로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 녀석, 정리 안 했잖아! 젠장, 분위기에 속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