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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둘 뿐

2013. 12. 8. 04:15 | Posted by 2ndboost

「어머, 우연이군요.」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이 프레이즈는, 몇 번이나 들었던 적이 있다.

나 스스로 「외톨이 수렴진화의 결과」로 칭한, 행동 범위가 좁아 고로 목적지가 교차한다고 하는, 나와 유키노시타의 우연의 만남은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너무 정도가 심해서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가 마쿠하리나 이나게나 치바역이나, 하다못해 쓰다누마 근처면, 자연스럽게 그 말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치바에서 400km 떨어진, 교토다.

 

 

     ★     ★     ★

 

 

그래, 교토에 가자.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단지 혼자서 겨울의 교토를 방문하고 있었다.

자칭 자택 경비원, 은둔형 외톨이 자식으로서는, 대 원정, 아니 대륙 간 이동과도 같다.

애초부터, 수학여행 전에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교토를 즐길 거라면, 혼자 여행이 좋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로, 내키는 대로 내키는 장소로 발길을 옮긴다. 변덕스럽게 코스를 바꿔도 좋다.

 

――수학여행이 「그」 결과로, 씁쓸한 추억이 되어, 나로서는 한 번 더, 교토를 만끽하고 싶었던 것도, 이유로 들 수 있겠지.

 

하지만, 막상 교토 역에서 내려 보면, 왠지 모르게 발길이 향한 곳은, 도읍인 서쪽, 사가노 · 아라시마야였다.

예의 그 수학여행, 인연의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흑역사를 제외해도, 그 수학여행에서, 새삼스럽게 아라시야마라는 곳이 신경 쓰였다는 이유도 있다.

 

이른 아침에 집에서 나와, 노조미(고속전철-우리나라의 KTX와 비슷)로 확 날아가 오전 중에 교토역에 도착했다. 맑은 하늘이었던 치바·도쿄에 비해, 교토역에 가까워질 때부터 눈이 살짝 춤추기 시작해 홈에 내려섰을 때에는 상당한 함박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대로 사가노 선으로 일단 아라시야마로 향해, 도보로 오쿠사가 방면을 저벅저벅 걷는다.

한적한 분위기의 사가노 산책으로 평온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추위와 눈으로 얼 것 같았다. 물론 설경의 낙시사(落柿舎)나 이존원(二尊院)은 풍치가 있었지만, 차분히 바라보고 있자 졸려지기 시작해, 저승사자가 올 것 같아서 빨리 끝맺었다.

아라시야마에 돌아와, 따뜻한 우동으로 점심식사, 식후의 커피로 한층 더 몸을 녹여 특산품 점에서 장갑과 귀덮개를 구입했다. 그런 장비로 괜찮을까?

 

 

 

※ 추가로 조사해 본 낙시사(落柿舎) 풍경

 

 

 

 

 

 

 

 

 

 

이존원(二尊院)

 

 

 

 

 

눈은 상당히 쌓여서, 명물 트럭 열차는 운행 중지되었다. 하지만 오후부터는 눈의 기세도 약해져, 납빛 하늘을 나누어, 깨끗이 베인듯한 맑은 하늘이 보였다.

백은으로 물들인 아라시야마는 눈부시다.

그 탓일까,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소환해 버린 이유는.

 

 

 

     ★     ★     ★

 

 

「무슨 일이야? 이 추위에 문자 그대로 프리즈 해버렸을까나」

 

아라시야마 역의 특산물 가게 구획에서 빠져나와 대로에 나온 순간, 나는 유키노시타와 마주쳤다.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만날 리가 없는 지인의 얼굴을 보면, 그거야 프리즈한다. 방심은 금물이라 했던가. 난 완전히 퍼펙트 외톨이 모드로 다이빙하는 중이다. 내가, 일부러 교토에 간 이유는, 지인이 전혀 없는 곳에서, 반성 모드로 여러 가지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치바에 있어봤자 지인은 없지만.

요점은, 환경을 바꾸는 걸로 외부의 자극은 받으면서도, 외부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장소를 나는 바라고 있었다. 발산과 발신을 차단하는 것으로 사고에 깊이 빠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거기서 만났던 사람이,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니.

모드 변환이 제 때 될 리가 없다.

 

 

「응, 아아......」

 

 

생각지도 못한 일로, 나는 얼빠진 대답 밖에 할 수 없었다.

유키노시타는 그런 내 꼴에, 부드럽게 쓴 웃음을 돌려준다.

유키노시타의 그렇지 않아도 하얀 피부가, 설경에도 지지 않을 만큼 태양 빛을 연주한다. 희미하게 뺨이 벚꽃 색인 이유는, 과연 얼음의 여왕도 얼어붙고 있는 걸까.

와인 레드의 피코트는, 침착한 색채에도 화려함을 가득 더해 아이보리 바탕에 자카드 모양의 울 캡은, 희미하게 눈을 받고 있었다. 겨울 태생인 녀석인데 추위를 타는지, 목 언저리로 들여다보이는 울의 볼륨은, 머플러라기보다는 숄일 것이다. 네이비를 기조로 버건디에 짙은 체크무늬 스커트에 검은 레깅스, 브라운 색의 가죽 부츠는 승마가 취미라는 유키노시타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센스다. 지금쯤 유행인 복슬복슬한 부츠가 아닌 건, 그녀의 이미지에 상당히 합치한다.

갖가지 패션잡지 같은 게 발밑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게 차용물도 흉내도 아닌, 완전히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인물의 감성만으로 주문한 복장이니까.

 

 

「..........너, 어째서 이런 곳에?」

 

 

강림했어? 이 말을 계속해야 했나.

 

 

「어째서라니, 여행이지만?」

 

「얼마 전에, 수학여행으로 왔을 터인데......」

 

「그건 피차일반이 아니고?」

 

「나는 뭐, 그... 수학여행은, 결국 즐길 수 없었으니까, 교토를」

 

「흐응......」

 

 

유키노시타는, 내 표현에 이상한 의미가 담긴 듯이 들렸는지,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이유가 있음직한 미소를 띠운다.

그리고, 거기서 또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내게 던져 왔다.

 

 

「......여기서 만났던 것도 뭔가의 인연이군요.」

 

「......뭐?」

 

「아라시야마를 돌겠지요? 같이 돌아도 좋아요.」

 

「엇, 잠깐, 뭐야, 너......」

 

 

속으로 놀랐다.

내가 아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면, 절대로 할 것 같지도 않은 말을, 눈앞의 미소녀는 선언했다.

그 진심을 뭘까, 머릿속을 빙빙 「?」마크가 돈다. 예상 밖의 바이러스가 주입되어, 면역이 뇌 내에서 웅성거리는 것 같다.

거기에, 애초부터...

사고에 빠지고 싶어서 혼자 여행하고 싶었는데.

두 명이라는 건, 제일 귀찮다.

이게 세 명이라면, 즉시 2대 1의 구조가 되어 필연적으로 나는 정위치인 외톨이 사이드에 거리낌 없이 갈 수 있다. 뭐, 거기서 내 의지는 이제 절대로 반영되는 일은 없어지겠지만, 단체에 짜넣어지면 거기선 벌써 처음부터 단념할 수밖에 없다. 평소 일이다.

한 층 더 네 명, 다섯 명, 열 명, 백 명 정도로 규모가 크게 됨에 따라 내 상대적 외톨이 지수는 급격한 상승의 우나리 군(나리타시 마스코트)이므로, 오히려 기분은 편하다.

이것이 두 명이 되면, 싫어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별로, 그게 연애적인 저게 아니라도 그렇다.

둘이 되면, 어떤 후안무치인 인간이라도, 자신이 멋대로 행동해, 한 사람을 무시한다는 건......

아, 아니, 이따금 그런 무리는 있는데... 굳이 말한다면 하루노 씨는 그런 타입 같다.

어, 어쨌든이다!

단호히 반대!

희망하던 외톨이 모드에 빠지고 싶었는데, 유키노시타와 둘이 여행이라니...

 

 

「대답이 없는 건, 긍정이라고 받아들여도 좋을까나?」

 

 

아니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라.

상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다. 내가 자유롭게 내키는 대로 시킬 리가 없어.

그럼 내 반성은 될 수 없다. 뭘 위한 교토 홀로 여행이야.

 

 

「유키노시타, 미안하다만.....」

 

「당신에게 맞춰요?」

 

「뭐-? 뭐라고?」

 

 

또 다시, 이 쪽의 상정외의 대답이 되돌아 왔다.

아니, 대답도 아무것도, 난 아직 묻지도 않았어? 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고 있는 거야? 히키가야 검정은 커녕 브리딩(breeding) 기능 자격 가지고 있어? 부디 먹고 자고 번식 활동만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어차피 지난번의 수학여행에서는, 자신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아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었겠지요? 나는 다행히 의견은 반영해 줄 수 있었고, 적당히 가고 싶은 곳에는 갈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당신에게 맞춰도 상관없어요. 사람의 플랜을 타는 것으로, 상정외의 발견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아, 과연.

외톨이의 디메리트 중, 써프라이즈가 없다는 점이 있다. 타인이 관련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있어, 그렇기 때문에 상정외의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

뭐, 엑시던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원래 기대하는 건 아니다.

타인에게 타는 행위(야한 의미는 아니고!)는, 수동적이고 주체성이 없이 들리지만, 실은 거기에 상정외의 뭔가를 기대한다는 의미에서는 능동적이라고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유키노시타의 진심은 역시 헤아리기 어려운 건 변함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의 말이나 행동의 뒤를 읽으려는, 하치만 회로가 풀가동을 개시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현 단계에서는 판단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너무 적다.


――재미있지 않은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나대로 제멋대로 해 주자.

그에 따른 유키노시타의 리액션은, 그대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거기에, 유키노시타가 정나미가 떨어져, 역시 혼자가 좋다고 떨어져 준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다.

 

 

「......부디 마음대로」

 

「예, 그렇게 하겠어요.」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확실히 내게는 수상했지만, 학생회장 선거 후의,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그림자는, 지금까진 느껴지지 않았다.

 

 

     ★     ★     ★

 

 

날씨가 화창해져도, 차가워진 내륙 · 교토의 공기는, 쌓인 눈을 좀처럼 치워주지 않는다.

내쉬는 숨은 희고, 유키노시타의 용모를 아른거리게 한다. 귀족적인 용모인 유키노시타는 고도의 거리 풍경에 이 이상 어울릴 수 없다. 관광객이나 통행인의 시선이 꽂혀, 바로, 나란히 걷는 나는 뭔가 편편찮다.

역시 실패였나......

뭔가 촬영입니까라고 할 정도로, 유키노시타의 행동은 너무 그림이 된다. 그 옆에 이런 눈이 썩은 북적거리는 엑스트라 미만의 남자가 있는 날에, 할 마음이 없는 매니저를 동반한 톱 모델이라고 오인해도 불가사의하지 않다. 무심코 유키노시타의 가방과 차(茶)를 내가 들지 않아도 괜찮나 하는 레벨이다.

 

도선교를 건너, 이번의 내 목적지 그 첫 번째를 목표로 한다.

1급 하천 · 게이센의 흔들리는 흐름을 바라보며, 설경의 산림을 즐긴다.

게이센을 오로지 걷는다. 체력이 없는 유키노시타에게는 약간 가혹하려나.

하지만, 이건 시작. 유키노시타에게는 지금부터가 중대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았다고 후회하는 건 보증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물의 흐름이 있는 이유로, 공기의 흐름도 있다. 얼어붙은 공기가 가차 없이 우리들의 체온을 빼앗아 간다.

솔직히 말해, 유키노시타가 아픈 소리를 내 준다면 감지덕지, 반대로 따로 행동한다고 하면, 감사하기까지 생각했다.

길고 긴 강가의 길은 이윽고, 오르막 경사로 바뀌어 간다.

아니나 다를까, 유키노시타의 숨이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로부터는, 목적지가 어디고, 어떤 곳에 있어서, 돌아간다면 지금이라고 조차 말하지 않는다. 심술궂은 듯하지만, 내 반성의 여행에 동행한다면,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말이 아니라 체감하는 편이 좋다.

오르막 경사는 이윽고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갑자기, 내 더플코트의 소매가, 가볍게 급히 끌리는 것을 느낀다.

하얀 숨을 폭신폭신하고 내쉬면서, 유키노시타가 내 소매를 잡고 있었다.

내가 멈춰 서서, 유키노시타에게 눈을 돌리자, 무의식적이었는지 깜짝하고 눈치 챈 듯한 반응을 보이고, 소매에서 손을 떼어 놓는다.

 

 

「.......................」

 

 

여기까지, 훌륭할 정도로 서로 무언을 관철해 왔다. 애초부터 유키노시타는 마음대로 따라 온다고 선언했으니까, 나도 걱정은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여기까지 아픈 소리를 내지 않는 유키노시타, 지기 싫어하는 경향도 있겠지만, 내게 목적지를 묻지도 않고 따라 오는 데는, 그녀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그렇다면 어디까지 따라올까, 나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침묵하며 나는, 유키노시타의 오른쪽 팔뚝을 살짝 잡는다.

 

 

――뭔가요, 그 새가 장난감 총에 맞은 듯한 얼굴은.

 

 

이건 내 배려는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가 심한 도정이니까, 너를 서포트하는 건, 여기부터는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괴롭힘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라고?

유키노시타는 고개를 숙이고, 내게 팔을 맡겼다.

재차, 산림으로 파고 들어가듯이 돌계단을 오른다.

15분 정도 올랐을까, 경사는 오히려 자꾸자꾸 험해진다. 내 쪽도 숨이 차 온다. 그 결과 무릎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대단하다, 진짜로......

도중에 400엔의 입산료를 지불한다. 유키노시타도 지불했다. 아직 따라 올 생각인 것 같다.

오른 앞에는, 아담한 사원이 있었다.


대비각천광사(大悲閣千光寺)


깎아지른 듯이 솟아 있던 암면에 세워진 사원은, 오랫동안 개수공사 중이었지만, 2012년에 정식으로 완성, 일반 공개되었다.

야마가타의 입석사, 통칭 산사와도 비슷한, 산의 중턱에서부터의 대 파노라마, 절경이 보이는 스팟이다.

나와 유키노시타는 구두를 벗고, 츠키미다이라고도 불리는 전망대에서, 하계의 경치를 바라본다.

 

 

 

<대비각천광사>

 

 

 

 

수학여행에서, 그 때까지 흥미가 없었던 아라시야마에 매료된 나는, 넷에서 여러 가지 조사해 여길 찾아냈던 것이다.

납빛의 구름은 대부분 사라져서, 맑은 하늘이 퍼진다. 따라서 설경은 눈부실 만큼 빛을 반사해, 여기가 천상 세계는 아닐까조차 생각하게 한다.

멀리 수묵화와도 같이 첩첩 산이 이어져, 눈 아래에는 희미하게 눈을 받는 산림과 돌벽 사이에서 유유히 흐르는 게이센. 하지만 대자연의 그윽한 경치만이 아니라, 민가나 도로도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사는 사람들의, 나날의 일도 숨결도 느껴진다.

이런 웅대한 경치 앞에서는, 나는 얼마나 작은 건가...

 

 

이라 말한다고도 생각했나 ! ?

 

 

유감! 그렇지도 않아! 확실히 외도! 아니 외도는 심하겠지! (혼자 츳코미)

확실히, 이 경치의 크기에는 압도되고, 아름답다고 엄숙하다고도 생각한다, 그건 사실.

하지만, 그런 걸로 인생관까지 바뀌어 버린다는 건, 너무 경박하지 않나?

경치를 보고 인생관이 바뀌는 인간이라는 건, 아마, 어떤 계기로도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가령, 찻 줄기가 섰다든지, 문득 본 디지털 시계가 3시 33분 33초였다든지.

그들은 아마, 원래부터 「변할 수 있는 인간」일 것이다.

혹은, 사소한 일로 지금까지의 자신을, 쉽게 버리고 갈 수 있는 인간.

 

나는 자아 찾기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자신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도 또한 자신이다. 모든 국면에서 스스로 선택해, 혹은 타인이나 사회가 자신이 바라는 선택을 허락했던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만족해서 받아들여 온 자신, 그 시행착오가, 지금의 자신이 아닌가.

단지 그저, 지금의 자신, 아니 자신에게의 대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리광부려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그것을 「진정한 자신은 이렇지 않아.」라는 바꿔치기로,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한다.

지금의 자신이 진정한 자신이라고, 어째서 인정하지 않아?

도망친 끝에 진정한 자신이 발견됐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면, 어떻게 해?

나는 아마, 앞으로도 변함없고, 변할 수 없다. 변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중학교까지의 나의, 괴로운 경험도 아픔도 모두,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다.

그것이 아무리, 쓰레기에 얼간이로 비뚤어지고 있어도, 비굴하고 음습하고 최악인 인간을 낳아 길렀다고 해도, 그게 진정한 나다. 부정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그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츠키미다이에서의 웅대한 경치를 보고, 감동할지는 몰라도, 나는 변함없다. 변함없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봉사부에서의 경험으로, 너는 변함없었던 걸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는, 그렇게 질문 받은 적이 있다.

대답한다면 이렇겠지. 나는 변함없었다.

경험이, 과거의 경험을 덧써 버린다면, 봉사부에서의 날마다도, 앞으로의 경험으로 덧써버리게 되지 않을까.

최근의 경험만이 중요해, 그럴 리가 없다.

봉사부에서의 경험이 쓸데없었다는 건 아니다. 그건 분명, 지층처럼 겹겹이 쌓여, 지금은 눈에 띄는 곳에 있을 뿐이다. 파내면, 과거의 경험도 성과도, 거기에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 경치를 보고, 바뀌어 버리는 인간이 있었다고 한다면, 분명 그 녀석은 돌아가는 신칸센에서 본 경치로도, 바뀌겠지.

원래, 이 경치를 보고, 누구나가 「자신이라는 건 보잘 것 없구나」하고 느끼는 건 아니다.

그야말로, 「사람이 쓰레기 같다.」하고 하계를 보며 득의의 미소를 짓는 인간도,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유키노시타는, 의외로 그런 타입 아닐까?

내 옆에서, 숨을 가쁘게 희게 내쉬면서, 가녀린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도, 희미한 미소로 경치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차라리, 물어볼까?

 

 

「여기, 어때, 유키노시타」

 

「......그러네, 실은 와 보고 싶었어요.」

 

「뭐?」

 

「수학여행에서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의뢰도 있었고..... 그 때는 단풍의 시기였으니까, 실은 올라와 보고 싶었어요.」

 

 

......아니, 그거 듣고 생각났는데.

너, 길 잃으니까 오지 않았던 거 아냐?

뭣하면 가는 도중의 산에서 조난하는 레벨.

왜일까, 내가 주도해서 온 게 분명한 대비각인데,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좋게 이용당한 듯한 생각이 드는 건.

 

약간의 휴식을 거쳐, 우리들은 대비각을 뒤로 했다.

결국, 츠키미다이에서 나온 뒤는, 돌아가는 중에도 나와 유키노시타는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은 채였다.

그렇다고 할까, 유키노시타에 이르러서는, 말을 주고받는 것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 갈 때가 무섭다.

여기까지 상당한 체력 소모가 있어, 나조차도 무릎이 떨리는 느낌이었다. 내리막길에 무릎이 확 빠져, 돌층계에서 굴러 떨어지는 공포가 머리를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차갑고 맑은 공기는, 어떻게든 내게 활력을 준다.

주위의 삼림이 발하는, 피톤치드일까 페투치네일까. 사이제일까. 그것들이 내 머리를 활짝 개이게 한다.

 

※ 피톤치드 : 수목에서 발하는 살균력 있는 방향성 물질.

페투치네 : 이탈리아의 파스타.

 

은둔형 외톨이인 내가 말하는 것도 뭔가 좀 그렇지만, 방에 틀어박혀서는, 사고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기분 전환으로 산책한다, 라는 건 실제로 효과가 있는 듯하다.

문득 깨닫자, 유키노시타는 늦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유키노시타의 체력으로는, 잘도 여기까지 따라 왔군...... 푸념 하나는커녕, 매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각오하고 있었는데.

잠시 멈춰 서서, 유키노시타를 기다린다.

그러면, 따라잡은 유키노시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게 팔짱을 끼웠다.

 

 

「――뭐야」

 

「――정말로 본의 아니지만, 부탁할 수 있을까」

 

 

추위 탓인지, 혹은 지나친 운동 탓인지, 뺨을 붉히고, 숨도 중간 중간 끊기면서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불평했다.

아무튼, 그......심보가 너무 나빴나.

원래는 내 팔은, 코마치와 토츠카를 위해 비워놓은 거니까?

특별히 토츠카와는 버진 로드까지 비워놓고 있다.

이번에는, 그 뭐야, 하치만 포인트 대 서비스 데이니까. 언제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나까지 땀이 나, 심장도 두근두근하기 시작했지만, 이건 저거다, 운동부족이니까. 그래, 운동부족이니까요?

중요한 거니까 두 번 말하면서, 츤도 넣어 보았습니다.

 

 

     ★     ★     ★

 

 

아라시야마 역으로 일단 돌아와, 타리즈(※커피 전문점)에서 쉰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말은, 오늘 내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우연이 너무 지나쳐, 이게 시나리오라면, 지나친 작위에 리테이크를 낼 듯할 정도다.

나와 유키노시타가, 교토 · 아라시야마에서 딱. 어머 우연이군요라는 말을 들어도 「그러네요.」하고, 바로 끝내도 되는 반응은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하면, 내가 교토에 가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 내 교토행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않았다. 부모님에게조차, 다.

하지만, 다만 한 명, 같이 사는 여동생 · 코마치한테는 당연히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히키가야 코마치에게 뭔가 고한다는 건, 트윗터에 공개로 궁시렁댄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해도 좋다. 줄줄 샌다. 개인 정보 보호법 따위, 여동생 앞에서는 무력하다. 뭐야 그 무정부주의. 히키가야 민주화 단호히 지지.

즉, 교토에 가기 전에 벌써 코마치 네트워크, 코마치네 회원 여러분께는 누설이라고 해도 이제 와서 놀라지 않는다. 헤이세이(平成) 코마치라든가 아무도 모르겠군.

 

※ 헤이세이(平成) : 현재의 일본 연호.

 

그렇다면, 나의 교토행을, 유키노시타가 알고 있어도 이상한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더욱 더 유키노시타의 의도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넓은 교토시내에서, 핀포인트로 아라시야마에 타겟을 조준한 걸 보면, 아무 의도도 없을 리가 없다.

이 녀석의 사고는, 올바르지만 넓고 깊어 바닥을 모르고, 내 사고 따위로는 뒤쫓을 수 없을 따름이다.

나는 카페오레, 유키노시타는 카프치노로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한 숨 돌린 나는, 다음 예정을 유키노시타에게 고한다.

.......솔직히, 말해야 할지 말지 헤맸다. 그냥 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건, 인연의 장소,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키노시타, 다음은 노노미야 신사와 텐류지를 돌까 하는데.....」

 

 

그렇게 말한 것만으로, 걷기 힘든 교토판인 유키노시타에게는 내 의도는 전부 들켰을지도 모른다.

 

――역시, 지금 말한 사원으로 마무리해서, 예의 장소에는 가지 않는 게 신상에 좋나.

 

내가 이 여행에서, 정말로 가고 싶었던 곳은, 거기인데.

자성과 반성의 여행, 정신과 시간의 방. 방이 아닌가.

나는 나인 채로 앞으로도 바뀔 일은 없고, 바뀔 생각도 없다.

없지만.

컵에 반 채워진 물을 보고, 「벌써 반 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앞으로 반이나 남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물건을 봐도,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듯이, 나는 나의 상태를, 다면적으로 수평사고로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서, 사고할 장소로서 이곳을 선택했다.

저지른 장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저지른 내게 문제가 있다.

옳은 일을 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거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그것뿐이다.

누가 어떻게 생각해도, 내가 누군가에게 어떻게 생각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지금도 후회는 없다.

다만, 혹시 그 장소에 난 뭔가, 잊어버린 건 아닌지.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원래라면 두 번 다시 방문하고 싶지는 않은 장소에.

나는 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의미도 의도도 지금, 유키노시타에게는 간파되어 버릴 것이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이 녀석과 둘로서는 할 수 없다.

좀 더 나는, 잘 정돈된, 클리어된 사고로 임하고 싶었다, 그 장소에서.

.........이번은 이제, 단념할 수밖에 없나.

유키노시타와 길동무가 된 시점에서, 내 사고 여행은 실패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니, 만약 그것이 만일, 유키노시타의 의도였다고 하면.

예를 들면, 쿠즈가야(クズ-쓰레기)의 사고 회로가, 자신을 정당화 하는 것을, 저지하고 싶었다고 한다면.

그녀가, 싫다고 부정한 내 방식을, 인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이러한, 또 외톨이 사고 메카닉이 전개되고 있던, 그 때.

또 다시 유키노시타는, 받기 어려운 공을 내게 던져 왔다.

 

 

「그 근처에 간다면... 저건 어때?」

 

 

유키노시타는, 아라시야마 역전의 일각을, 손가락으로 톡톡 가리킨다.

거기에는.

옛 시대을 떠올리게 하는 복장의 젊은 형이 끄는, 인력거가 있었다.

 

 

     ★     ★     ★

 

 

인력거에 흔들리며, 나와 유키노시타는 노노미야 신사를 목표로 한다.

좁은 좌석에서는, 필연적으로 우리들은 서로 몸을 기대지 않을 수 없다.

가까워 가까워 가까우니까!

유키노시타의 가녀린 팔이 내 팔과 닿아서, 그 부분이 뜨거울 정도다.

덤으로 좋은 향기가 나고, 호흡의 맥동까지 전해지고, 이건 벌?

하물며 이 추위로, 두 명의 무릎에는 블랭킷까지 덮여 있다.

한 장의 블랭킷 아래에서는, 나와 유키노시타의 하반신이 밀착......겨, 결코 음란한 의미가 아니니까!

이 추위 중에서도, 엷게 입고도 혈색이 좋은 형은, 우리들이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알고도 정중히 말을 걸어온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라시야마에서 데이트라니, 꽤 취미가 좋네요, 두 분?」

 

「데이트가 아닙니다. 이 녀석은 동아리의 부장으로, 저는 허드렛일로 언제나 부려먹히니까, 오늘도 접대 같은 걸로」

 

「남이 듣기에 나쁘군요......」

 

「거기에 동반이지만 교토에 온 이유가 아니고, 우연히 여기서 딱 마주쳤을 뿐이라」

 

「예? 하지만 두 분, 치바에서 오셨겠죠? 그런 우연이 있습니까? 그야말로 운명의 만남 아닙니까」

 

「운명이라면, 혈족끼리 격렬히 싸운다든지, 어느 쪽인가 한 쪽밖에 살아남을 수 없다든지, 그 쪽이에요. 숙명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오, 재미있는 분이군요, 남자친구......」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아닌데......」

 

 

마지막만, 나와 유키노시타가 유니즌(unison)했다.

 

 

열심히 걷는 인력거로 돌아다니는 아라시야마 여행.

응, 익숙해지면 이건 편하고 즐겁군. 따뜻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찬 물을 퍼붓는 녀석이 있다.

 

 

「노노미야 신사라는 건, 결연의 신인 거네. 히키가야 군에게는 정말이지 전혀 완벽하게 무연 아니야?」

 

「너무한 말이네, 너.....」

 

 

토츠카라든지 사이카라든지, 그리고 토츠카 사이카라든지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해도, 여자애들이 꺅꺅댈만한 소원풀이 액자라든지를 보면, 확실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인연이 있을 만한 신사는 아니었다.

 

 

<노노미야 신사>

 

 

 

 

 

「다음은 오르골 미술관 근처인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내 말을 덮으며 말했다.

 

 

「아니요, 차부 씨, 여기까지로 괜찮습니다. 여기서 내려 주세요.」

 

「어? 아직 코스 도중이에요? 마지막은 역까지 모십니다만......」

 

「아니요, 여기서. 변덕으로 죄송합니다, 나머지는 걷고 싶어서」

 

「어, 어이, 유키노시타........」

 

 

나는, 가슴 속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실은, 나 혼자서 가고 싶었던 장소. 하지만, 유키노시타와 둘이서는, 피하고 싶었던 장소.

유키노시타가, 여기서 나와 함께 내려서고 싶어 한 이유는......

그 장소로, 가기 위해서인가.

역시, 처음부터, 유키노시타는 거기로 나를 데리고 갈 작정이었나.

유키노시타는 인력거를 배웅하자, 휙 하고 나를 뒤돌아보곤,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그리고 발길을 돌린다.

따라 와, 그렇게 말하는 듯이.

나는 이제......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노노미야 신사까지는 이제, 몇 걸음 거리.

울창하고 무성한 대나무 숲은, 햇빛을 차단하면서도, 하얗게 묻힌 눈이 빛을 반사해, 어느 때보다 더 환상적인 풍경을 빚어내고 있었다.

따지자면, 유키노시타가 찾아 온 장소.

대나무 숲의 좁은 길.

그, 거짓 고백한 장소.

 

 

 

 

 

 

 

서걱서걱하고 적설을 밟으며 유키노시타는 나를 앞서서 걷는다.

술렁술렁하며 우리들 두 명 뿐인 도행에, 소문이라도 난듯한 웅성거림을 흩뜨린다.

눈은 다시 살짝 춤추기 시작했다. 아니, 작은 대나무에 쌓인 눈이 떨어지고 있는 건가.

또, 두 명의 침묵이 결계처럼 펴진다.

이 눈으로 관광객의 발도 멀어졌는지, 지금 이 대나무 숲에는, 나와 유키노시타 둘 뿐이다.

그 때의, 에비나 양과 토베처럼.

그런 것을 떠올려 버렸다.

오늘, 아라시야마에서 유키노시타와 딱 조우한 이래, 유키노시타의 언동에는 당황한 일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유키노시타는 대나무 숲의 작은 길을 걷는 도중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뒤돌아보았다.

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듯이, 대나무의 웅성거림은, 소리를 죽이고.

유키노시타는, 평소의 올곧은 눈동자로, 내 곤혹 따위 꼬챙이에 꿰듯이 시선을 쏘아 맞춘다.

구름 사이의 빛이, 대나무 숲에 필터링되어 마치 핀 스팟처럼 유키노시타 유키노를 비췄다.

그 때의 등롱처럼, 너무나도 지나친, 시어트리컬(theatrical:연극의)한 연출.

 

 

「히키가야 군」

 

 

그 주역은, 예정된 대사를, 중얼거렸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저와 교제해 주세요.」

 

 

     ★     ★     ★

 

 

――그런데.

 

왜 그러는 걸까......

들은 대사를 되새겨서, 그 의미를 찾는다. 겉의 의도나 뒤의 의도는 어쨌든 액면 그대로의 대사인지 함축이 있는지 어라 나 같은 말 반복하고 있구나 하하하 냉정해져라 내 심장-앗!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지나치게 예상 밖의 대사가 부딪혀, 머리가 새하얘진다.

유키노시타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이쪽으로 시선을 향한 채,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어째서 그렇게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 건가.

이건 저건가...... 중학생 시절 호되게 당한 그거?

대나무 숲의 그림자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엿보고, 쿡쿡 웃고 있는 건가?

아니.......그건 아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에 한해서.

그런 악취미는, 이 녀석이 뭣보다도 피하는 것이다.

원래 그런 친구가 이 녀석에게 있을 리가 없다. 아무튼 나로서도 심한 말투.

일찍이, 유키노시타 자신이 말했다. 고백될 때는, 주위에 왠지 모르게 그 기색이 감돈다고.

그런 분위기, 조금도 느꼈던 적이 없다.

뭐, 고백한 적은 있어도, 고백된 적이 없는 나니까? 그런 분위기? 경험 없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저지른 일을 소재로, 조롱당하는 건가?

그게 아니면,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를 모른다.

아니.......그것도 아니잖아. 야유는 해도, 그런 농담을 하는 유키노시타는 아니다.

애초부터, 그 수단을, 정면에서 부정한 녀석이, 농담 때문에 인용하다니, 있을 수 없다.

그럼, 그, 즉...... 본심?

아니아니아니! 그것만큼은 아니다!

그도 그럴게 친구조차도 되어 주지 않아요? 거절당했어요?

거기에,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유키노시타가, 내 거짓 고백을 흉내 낸 고백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할 리가 없다.

잘 생각해라, 히키가야 하치만.

날카롭게 차가워진 공기와 적당한 운동으로 따뜻해진 몸이, 뇌의 활성화를 재촉한다.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진심은 어디에.

그런데도, 데이터 부족은 부정할 수 없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평소의 유키노시타라면,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나 대답이 지연되면, 이 정도로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갖은 독설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의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표정도 자세도 바꾸지 않은 채, 도기 인형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다. 단지, 기다리고 있다. 온화한 표정이지만, 애매하게 하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아. 그런 의지가 느껴진다.

대나무에 쌓인 눈 덩어리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두 명의 침묵에, 시간의 정적이 먼저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는지.

 

실은,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대답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나로서는 잘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순서는 잘못되어 있어도, 거기서부터 근거를 꺼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코트의 포켓에 양손을 넣은 채로, 유키노시타의 눈을 보았다.

좀처럼 하지 않는 짓이다, 이 내가 사람의 눈을 보고 얘기한다니.

그런데도, 나는 나대로, 성의 있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키노시타...... 대답은, NO다.」

 

 

     ★     ★     ★

 

 

대나무 숲을 빠져나가는 바람의 소리가, 피리 소리처럼 울린다. 그건 확실히, 대나무피리(もがりぶえ)라고 했던가.

아니, 사실은 아까 전부터 계속 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는, 표정은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조금만 숙이고, 말했다.

 

 

「그래.......」

 

 

발밑의 적설을 즐기듯이 바라본다.

 

 

「나, 차였을까나......」

 

 

이 말이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ー, .........오해가 있으면 안 되니까 말하는데」

 

「오해는, 풀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렇군.... 다시 말하지. 지금의 내 대답은, 아까 전의 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며, 그 이외의 함축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아. 따라서 오해가 아니다.」

 

「......어떤 의미?」

 

 

나는, 마른 목을 작은 기침으로 적시고 나서, 말했다.

 

 

「나는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아니, 오히려 좋아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

 

 

유키노시타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다.

으, 왜, 왠지, 내 쪽이 고백하는 것 같군.

이상한 땀이 등 뒤로 흐른다.

 

 

「........너의 물음은, 교제해 줘, 라는 거겠지? NO는, 그 말에 대한 대답이다.」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교제할 수 없다고?」

 

「그런 것.」

 

 

뭐야, 의미 모를 이 바보는, 하며 난처한 얼굴로 보지 마세요. 귀엽잖아. 그리고 오한이 난다.

 

 

「........이유를, 물어도 좋을까?」

 

「오히려, 내 쪽에서 물어보고 싶어. 너, 무슨 생각......아니.......」

 

「그 말투는, 적잖이 상처.....기분이 상해요.」

 

「반대 입장이라면, 넌 어때」

 

「나는 대부분의 남자에게는 호의를 받아왔으니까」

 

「아아, 그렇습니까.....,,」

 

 

좋은 일이군요, 인기 있어서.

우리들 뒤안길을 걷고 있으니까. 응 지금 적절한 말 했다. 그것도 아닌가.

 

 

「그럼, 이렇게 물으면 어때?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고백 받았다.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라고? 너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가 어떤지 묻고 싶지만, 하고 싶은 말은 알 것 같군요.......」

 

 

아아, 왠지 평소의 교환이다.

이걸로 추위와 피로로 유키농 죽었다는 설은 네 사라졌다.(はハイ消えた)

 

※ はハイ消えた : [과연, 더 월드] 라는 퀴즈 프로그램의 패러디.

 

 

테이블을 두드리고는, 유키노시타는, 후우, 하며 하얀 숨을 쉬고는, 다시 이 쪽을 확인해서 말한다.

 

 

「.......나, 당신에게 실망했어.」

 

「........뭐-? 뭐, 뭐라고?」

 

 

말하고 있는 의미를 몰라요.

아니, 아까 전의 대사와 관련되지 않는 말에, 나는 곤혹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오늘의 유키노시타는 이상하다.

중요한 일에 한해서, 말을 주고받지 않는, 우리들인데.

이건, 부끄럽거나 당황할 때 말이 많아지는 유키노시타, 그 느낌인 걸까.

 


「미안해요, 당신을 탓할 생각은 없어. 오히려 이건, 내 문제......」

 

 

유키노시타는, 대나무 숲에 다가가, 장갑을 낀 손으로, 대나무를 가지고 논다. 고양이를 어르는 듯한 손놀림에, 대나무도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기뻐하는 듯 보인다.

 

 

「당신에게 실망했다고 눈치 챘을 때, 나, 스스로도 놀랐어요...... 실망했다는 건, 기대하고 있었다는 일인 걸」

 

 

나는, 핫! 하고 숨을 들이켰다. 오싹 하고 차가운 공기가, 목 안쪽에 부딪힌다.

그런데도 다시 떠오르는 건, 여름의 기억.

 

 

「당신은, 당신만큼은, 나의......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요.」

 

 

더욱 더 대나무를 어루만지는 유키노시타, 기분 탓인지 뺨이 붉다.

 

 

「허울뿐인, 꾸민, 기만으로 가득 찬 사람도 세계도, 받아들이지 못해...... 그런 건 환상으로, 조금만 강하게 바람이 불면 흩어져 버릴 정도로, 그렇게 되면 분명, 얄팍한 지반이 드러나.」

 

 

그런가, 그녀는........

 

 

「나는 올바름을 관철하는 것으로, 당신은 뒤틀려 등을 돌리는 것으로, 방법론은 달라도, 그런 집단환상에서는 거리를 뒀어. 언제 부터였는지, 나는 당신과 근본에서는 같은 것을 쉐어하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어.」

 

 

일찌기의 나와, 똑같이......

 

 

「허울뿐인 관계와 한통속이 되어, 상처를 서로 핥는 것에, 관심은 없어. 그렇다면 혼자 있는 게 좋아. 하지만 그건 한편으로..... 그렇지 않은 것, 을 요구하고 있는 반대로」

 

 

제멋대로 기대해서, 제멋대로 이상을 억눌러, 제멋대로 이해한 기분이 되어――

 

 

「하지만 그것조차도, 환상이었어.」

 

 

슥 하고, 대나무에서 손을 떼어 놓고, 유키노시타는 내게 다시 눈을 돌린다.

그 눈동자에 머문 빚은, 부드럽고, 상냥함도 있어, 덧없기도 슬프기도 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해도,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군요. 아니 응석부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당신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그런 건, 가.....

 

 

「너는, 날 시험했는지?」

 

「........어떤 의미, 일까?」

 

「네가 나를 경멸한 건 좋아, 내게도 짚이는 면이 있다――그래서인가. 나와 교제하고 싶다고 말했던 건. 내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할까 확인하고 싶었던 건가」

 

 

후우, 하고, 유키노시타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어디까지나, 서로 알지는 못하네......」

 

 

이쪽이야 말로 물어보고 싶다. 어떤 거야?

 

 

「당신이 좋아요, 히키가야 군」

 

「! ! ? ?」

 

 

재차, 심장이 튀어오르는 나.

 

 

「당신과는 이성으로 통할 수 없어. 그러니까 당신에게 감정을 부딪쳐 보았어. 거짓 없는, 확실한, 내 감정을」

 

 

.......그런 말을 들어도, 여전히 나는 그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할 수 없다.

어디까지 뒤틀린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은 녀석은 말해도 좋다.

그것이 나,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당신은, 감정이야말로 받아들여주지 않네. 타인의 감정도, 자신의.......감정도」

 

 

그런 말을 들어도, 누구라도,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한다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 반론할 방법이 없다.

내가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실망과 경멸감을 준 건 이해했다.

그것이, 왜 이 고백으로 이어졌는가.

결국 그건, 다시 실망을 주게 될 텐데.

왜, 내게 기대해. 나한테 정답을 요구해.

나는 언제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 왔던 인간인데.

할 수 있는 건, 바뀌지 않는 것뿐.

변화를 늦춰서, 문제를 뒤로 던질 뿐.

그런 남자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건가.

왜, 이 놈도 저 놈도, 날 과대평가하려는 건가.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하야마도, 히라츠카 선생님도.

 

 

「유키노시타, 너...........」

 

「 ? 」

 

「사람을 좋아하게 됐던 적은 있어?」

 

 

당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 질문에, 유키노시타는 한순간, 눈을 헤엄치게 했다.

침묵은 부정이라고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다시, 내 의도를 짐작하려고, 유키노시타는 내 눈을 응시해 온다.

공교롭게도 썩고 있으니, 필시 읽기 어렵겠지.

 

 

「나는 없어.」

 

「.......몇 번이나 얘기를 귀로 들었지만. 당신이 중학생 시절」

 

「아아, 나는 여러 번 고백해서는, 전부 차였어.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고는 하기 어려워. 그 녀석의 본질을 알지도 못하는데, 얼굴이 귀엽다든가, 몸짓이 아름답다든가, 내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 준다든지, 하물며 좋은 향기가 나서 그런 이유까지 있어. 하지만 그건 형태나 색이나 냄새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됐을 뿐,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그 애들의 본질을 아는 걸, 피하기조차 했어.」

 

「일부, 약간 변태 같아 보이던 것 같지만, 뭐 좋아요.」

 

 

좋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너. 저거다, 좀 더 최악인 건, 본인을 만난 적도 없는데, 소리만으로 좋아하게 된 적도 있는 거야. 방송부의 센호쿠 양이었나.

 

 

「그것과, 중학생 시절은, 빨리 여친 만들지 않으면이라든지, 비대화 하는 자의식과 욕망을 제어할 수 없다든가, 그럴 때니까. 마음대로 스스로 허들을 내려, 이쪽의 소망을 억누르고 있을 뿐인 착각이야. 그 실패를 거쳐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보는 대로다.」

 

「보는 대로라는 말을 들어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걸 알고도, 그 전제에서 왜 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어?」

 

 

핫! 하고, 유키노시타가 눈을 크게 떴다.

 

 

「빈번하게 세상은, 설명할 수 없는 게 연애 감정이라고 하지만, 그 감정이 연애라고 확신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또 의심으로 가득 차 있어. 설명할 수 없는 게 이유가 되는 게 아니야.」

 

「..........................」

 

 

단지 숙이는, 유키노시타.

나는, 계속 말해서 지친 숨을 정돈하기 위해, 후우, 하고 잠깐 멈추고.

 

 

「........ 나와 교제해서, 너, 어떻게 할 거야, 아니, 어떻게 될 생각이야. 너 같은 녀석한테, 내 필요성 같은 게 있는 건가? 능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에게 파트너는 필요 없잖아. 그야말로, 허울 뿐 아냐」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가짜라고도?」

 

「적어도 내게는, 순조롭게 받아들일 만큼, 너의 말로 말하는 것 같게는 생각되지 않아.」

 

「지독한 사람이네......」

 

「내 쓰레기적인 면은, 그야말로 네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모순되고 있어요. 나와 당신이 서로 알지 않는다면, 이것이 내 말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알 리가 없어.」

 

「그렇다면 더더욱이야. 네가 교제해 달라고 하는 말을 몰라. 네가 교제 상대에게 뭘 요구하는 건지. 기브도 테이크도, 의존도 신뢰도, 너를 보면 상상할 수 있다. 혼자서 뭐든지 해낼 수 있는 너의 모습이, 분명히 눈에 떠올라.」

 

 

나로서도, 지독한 말투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그다지 화난 상태도 아니다.

온화한 표정인 채, 살짝 중얼거렸다.

 

 

「할 수 없었다가 아니야,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

 

「거기에..... 혼자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렇게 되었을 뿐. 계속 빠져 있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 그 틈새에는, 당신이.......」

 

「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난청인 척을 하지 않아도, 지금의 이 녀석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스스로 전부를 해내는 것도, 내게 기대하는 것도, 실패했다. 그러니까, 두 명이라면........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가, 유키노시타.

아니, 우리들 둘이서는, 그것도 실현될 리 없다.

일찍이 유이가하마가 말한, 곤란했을 때는 우리들을 의지하라고 말한 것과는, 다르다. 힘이 되는 것과, 서로 아는 것이라는 건.

 

 

「유키노시타, 말해두는데,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한 말에 거짓은 없어. 하지만 그건 네가 내게 말한 말과는 달라. 좀 더 이렇게.... 너의, 나 따위 접근시키지 않는 강함에 대해서다.」

 

 

너에게 가까워져 버리면.....

납으로 굳힌 내 날개 따위, 동결해서 부서져 버리겠지.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이 말에는 냉담한 반응을 부딪쳐 왔다.

 

 

「.......거짓도 진실도, 그렇게 애매한 말투로 해야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

 

「나는 말했어요? 당신을 좋아한다고. 여자에게 그렇게 듣고, 당신의 표현은, 남자로서 어떨까나」

 

 

이 녀석........

저렇게 말하면 이렇게 말하는 면은, 여전하다면 여전하다.

무심코 땀 흘리는 내게.

팔짱 낀 유키노시타는, 오기 있는 표정으로 애매한 표현을 바로잡도록 재촉한다.

나는, 반대로 움츠러들고는,

 

 

「.......조, 좋아합니다만」

 

「주어 서술어를 명확하게, 일본어로 답해 주지 않을까나」

 

 

어, 어째서 이렇게 됐어.

나는, 꿀꺽하고 나오지도 않는 침을 삼켜 내리고는........

 

 

「나, 나는, 유키노시타를, 좋아, 한다.」

 

「.........좋아」

 

 

말하게 해 두고, 네가 얼굴 붉히는 건 어떤 거야.

 

 

「그, 그 말은 즉..... 혼자 있는 나를, 좋아해, 그런 걸로 좋은 것일까?」

 

「.....말해두지만, 연애 감정이라는 것과는 별도라고?」

 

 

그렇다고 할까,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

 

 

「그건 피차일반이군요. 나도 당신에게 듣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어요.」

 

「아아, 그렇게 해 줘.」

 

 

그 쪽이 내 정신 안정에도 도움 된다.

그러자, 유키노시타는, 대나무 숲을 올려다보며, 툭하고 말을 흘렸다.

 

 

「――당신의 시야에 비치는 사람은, 혼자만의 나. 내 시야에는, 혼자만의 당신」

 

「뭐-?」

 

「하지만 여기에는 두 명이 있어. 그런데 접하려고도, 연결되려고도 하지 않으면, 서로는 실체가 없는 그림과도 같은 것. 사실일 텐데, 진실과는 멀어.」

 

「......................」

 

「올바른 대답을 얻기까지는, 몇 번이나 되묻는다, 그렇지요?」

 

「아, 아아......」

 

 

언젠가의 나 자신이, 자신에 대해서 말한 대사다.

이 녀석에게, 말로서 전한 적, 있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평소의 히키가야 검정 1급의 산물일까.

나도 또,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외톨이의 기술이군. 누구한테 배려할 필요도 없으니까, 몇 번이라도 되물을 수 있다.」

 

 

실체가 없는 그림과 같은 것, 인가.......

분명, 몇 번 질려도, 서로 기대하고, 이상을 억눌러, 실망하고, 그 반복으로.

그 때마다, 되물어.

과연, 올바른 대답에 도달할 수 있을까.

올바르다고는 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은, 마음에 드는 결론, 정도로는.

그때까지는 나도 너도, 단순한 외톨이다.

두 명의 외톨이가, 제멋대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제멋대로 발버둥치고, 허우적대고.

덜덜! 하고 한기가 나를 덮쳐 옴을 느꼈다.

 

 

「슬슬 가자고. 과연 추워졌어.」

 

「그러네........」

 

 

유키노시타는 내게 다가와서는, 또 다시, 살짝 내게 팔짱을 껴온다.

 

 

「어이.........」

 

「정말로 본의 아니지만, 부탁할 수 있을까나」

 

 

장난치는 듯한 미소로, 내게 몸을 기댄다.

인력거로 이동해서, 여기서 서고 있었다, 벌써 피로는 풀려 있을 텐데.....

아무튼, 그, 뭐야.

이제 와서, 우리들 사이에, 착각도 없겠지.

이 추운 날씨에 여자애를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부장님이고.

.........누구한테 변명하는 걸까, 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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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하려 했던 건데

요새 문넷에 얀데레 유키노가 많아서 더 앞당겨서 정상적인 걸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건 내청춘SS를 빙자한 기행문이잖아!!!

여튼 양도 많고 묘하게 힘들었는데...

하면서 느낀 점.


1. 하치만 너 이자식 유키노 외모 묘사가 너무 많아. 힘들어.

2. 하치만은 치바愛지만, 이 SS 작가는 교토인에 교토성애자가 분명합니다.

3. 니들 커플되기 진짜 힘들구나...


어쨌든 기행문 분위기가 나는 독특한 SS라, 하는 김에 사진도 검색해서 몇 개 집어넣어 봤습니다.

겨울에 저기로 여행가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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